오늘의 창

 

[오늘의 창] 오산시여, 물 들어 올 때 노 젓자!

오산시의 미래를 그리는 공무원들의 시각은 크게 ‘발전론’과 ‘쾌적론’, 이 두 가지로 나뉜다.‘발전론’의 경우 오산의 개발을 가속화해 도시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용적률 등을 과감하게 풀어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고, 주택보급도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계획적 개발이다. 오산 세교2지구 정상화를 넘어 이미 취소된 3지구도 되살려내, 신도시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가 최소 30만 이상은 돼야 자족기능이 갖춰지고, 말 그대로 살만한 도시가 된다는 것. 굳이 모델을 이야기하자면, 좁은 면적에도 밀도를 높여 인구수가 많은 ‘부천시’ 정도가 롤 모델이다. 반면 ‘쾌적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미 오산시가 포화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오산은 인구 20만이 딱 이상적인 중소도시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도시의 쾌적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들도 기반시설 부족 등의 문제 등은 인정하지만, 이는 동탄과 수원 등 인접도시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산이 꼭 물리적으로 팽창할 필요가 없다, 현 상황에서 더욱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목표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이들의 설득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발전론’과 ‘쾌적론’의 양 입장이 팽팽하지만, 기자의 시각은 ‘발전론’에 더 가깝다. 우선 오산의 대표적 중심인 시청 인근 운암지구만 보자.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와 상가 구성으로, 보기에 답답함만 가득하다. 공영주차장이라도 없었다면, 이곳은 중심지역으로 낙제점에 가까울 수 있다. 오산시는 그동안 많은 것으로 놓쳤다.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이유로 협약까지 맺었던 복합쇼핑몰 펜타빌리지가 사실상 무산됐고, 현재 변변한 호텔 및 백화점 하나 없다. 그 사이 동탄과 수원에는 이와 유사한 시설들이 무수히 들어서고, 또 계획돼 있다. 오산시가 놓친 것은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 존재해 눈에 거슬리게 할 뿐이다. 때마침 오산시 발전론에 힘을 실어줄 거센 물결이 흐르고 있다. 세교신도시 정상화를 위해 홍휘표 안전도시국장 등 실무진이 LH와 세교2지구 전면 착수를 위한 협약 맺기에 성공했고, 오산 세교와 동탄신도시를 잇는 복선 전철 사업도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다. 오산시는 이같은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으면 된다. 오늘도 동탄으로 이사를 간다는 공무원과 인사를 나누며 씁쓸함을 느낀다. 부러우면 결국 지는 게 세상살이고, 또 도시경쟁력이다./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5-12-15 김태성

[오늘의 창] 타계 20주기 피아니스트 슈라 체르카스키를 떠올리다

지난 10월 제17회 ‘쇼팽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조성진의 콩쿠르 실황 음반이 발매 1주일 만에 5만장이 판매됐으며, 콩쿠르 우승 후 갖는 첫 국내 무대(내년 2월 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티켓 예매 1시간 만에 모두 매진됐다. 최근 공연기획사 측은 내년 2월 2일이 화요일임에도 오후 2시 공연을 추가로 편성했다.조성진은 2012년 여름 인천에서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지휘·미하일 플레트뇨프)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적이 있다. 기자가 당시 연주회 리뷰(경인일보 2012년 6월22일자 제12면 보도)에서도 밝혔듯이 조성진은 과장되지 않은 피아니즘 속에 적절한 표정을 담아 청자에 듣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최근 ‘조성진 신드롬’을 보면서 3년 전 조성진의 인천공연에 대한 기억과 함께 오는 27일로 타계 20주기를 맞는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슈라 체르카스키(Shura Cherkassky·1911~1995)를 반추해 본다.체르카스키의 레퍼토리는 방대하다. 바흐와 모차르트에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주의 피아노곡은 물론, 슈톡하우젠 등 현대작품도 연주했다. 음반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그의 실황 연주들은 해당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한다.2002년께 BBC 레전드로 국내 수입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1968년 실황) 음반에서 체르카스키는 음악적 순간을 포착하고 즐긴다. 뛰어난 테크닉을 통해 표출되는 맑은 음색 속에서 여타 연주에선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명징한 선율선을 드러내고 있다. 두터운 오케스트라와 요소요소 대척하면서 정곡을 짚어내는 냉철함도 보여준다. 오로지 그이기에 가능한 연주이다.흔히들 체르카스키를 ‘은둔자’로 일컫는다. 실력에 비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체르카스키는 평생 단 한 번도 남들을 가르치거나 심사하지 않았다. 연주회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냈던 진정한 대가였다.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체르카스키와 같은 대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의 완성은 결코 다른 사람이 주는 평가나 박수에 있지 않다./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5-12-13 김영준

[오늘의 창] 無法地帶(무법지대)

제도와 질서가 문란해 법이 없는 것과 같은 구역을 ‘무법지대’라고 부른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에 무법지대가 있다. 바로 국내 최대의 반월·시화산업단지이다. 이곳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아직도 그대로 적용된다. 힘(?)이 있는 일부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부분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힘 없는 근로자들은 생존을 위해 각종 불이익과 인권침해 등을 감수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상당수 사업장에서는 기본적인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을 어기며 상상할 수 없는 근로시간을 강요하고 있다.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지급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산라인에 갇혀 생리현상까지 CCTV를 통해 감시받는 비인간적인 환경의 사업장이 비일비재하다.하지만 근로자들은 실낱같은 희망조차 기대할 수 없다. 산단내 유일한 근로감독권을 가진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이 업무 과중과 인력난 등을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산지청에 소속된 근로감독관은 23명에 불과하다. 감독관 1명이 산단내 사업장(전체 1만8천개) 819개씩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연간 1만여건이 넘는 체불임금 사건을 처리하는데도 버겁다.이로 인해 감독관들은 자연스럽게(?) 산단내 근로감독에 손을 놨다. 의지 자체도 없다. 특히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방관 역시 산단을 더욱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 사업장내 근로자들의 비인격적인 대우를 뒤로 한 채 기업유치와 입주기업 편의정책에만 매진한다. 또 힘든 근로자들을 위로한답시고 문화공연 등 동떨어진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또 산단이 속해 있는 경기도와 안산시를 비롯 국회, 자치단체 등 정치권도 그동안 기업유치와 지원에만 열을 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는 동안 산단내 근로자들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여지만 생기면 산단을 떠나면서 개별 사업장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또 관련 기관의 방관 등으로 일부 사업장의 횡포는 오히려 산단내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확산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관련 기관 모두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노동지청은 한 개 사업장씩 집중감사 등을 통해 변화를 주도해야 하고, 공단 역시 근로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변화가 필요하다. 또 정치권과 지자체도 실상을 직시하고, 관련법 개정과 근로환경 개선 등 본연의 업무를 통해 변화 시켜야 한다./김대현 사회부 차장김대현 사회부 차장

2015-11-30 김대현

[오늘의 창] 직장내 성희롱, 나부터 변해야 한다

“영화속과 같은 오피스 와이프? 그러다간 쇠고랑 찹니다.”얼마 전 직장에서 성희롱 관련 교육을 받았다. 법적으로 회사마다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기에 오전 근무시간에 동료 선후배들과 한 시간 넘도록 전문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모두 다 아는 내용일 텐데 “굳이 받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던 내 자신. 짧은 강의였지만 그동안 무심코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했던 대화들이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깨달음(?)에 스스로 반성을 하게된 시간이었다. 한순간 무심코 내뱉었을 그 어떤 칭찬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부터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최근 성추행 언행으로 고위 공직자는 물론, 정치인, 기업인 등 각계각층에서 심심치 않게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그저 가볍게 흘려 들었을 농담도 언제부터 인가 문제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지방경찰청장은 여기자에게 “고추는 좋아하지?”라고 ‘음란발언’을 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출입기자들과의 공식 만찬에서 있었던 일인데 괜한 말을 했다가 “실수를 인정한다. 전적으로 저의 과오다”라고 말해 망신살을 겪기도 했다.경기경찰청 일선 경찰서에서 성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과 과장이 여경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 과장은 여경 2명에게 3~4차례에 걸쳐 성희롱 발언을 한 의혹으로 대기발령을 받고 감찰조사까지 받고 있다.여경이 과장실로 결재를 받으러 오면 “머리를 염색해서 야하다. 염색 안 한 머리가 좋다”고 하거나 “치마가 짧다. 바지 입은 게 더 낫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남성이 여자에게 하는 것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성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도내 한 골프장 대표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무심코 내뱉어 주워담을 수 없다면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발언하는 것이 생활화돼야 한다. 직위를 이용해 이성의 부하 직원을 성적으로 함부로 대한다거나 웃자고 한 농담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망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세상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내가 변해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할 때다./조영상 사회부 차장조영상 사회부 차장

2015-11-24 조영상

[오늘의 창] pray for I, You & Us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로 인해 100여명이 넘게 죽고 수백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에서는 파리(시민)를 위해 기도하는 해시태그(#pray for paris)가 줄을 잇고 있다.특히 이번 테러는 파리의 공연장과 식당, 축구경기장 등 6곳에서 동시다발적 총기 난사와 자살폭탄 공격으로 불타는 금요일이 ‘절망의 금요일’로 일순간에 바뀌어버렸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가 테러의 불안에 빠졌고 좀처럼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이미 시작됐다.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적인 스타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은 자신의 SNS에서 파리를 애도하는 해시태그를 올리면서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멀리서나마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단순한 응원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희망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점점 자라나 어두운 세상의 불빛이 된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세상에 아직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차디찬 바다에 갇힌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해시태그로 위안을 받은 바 있다.혹자는 인터넷에 몇 글자 올리는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몇 글자를 올리는 마음가짐에서부터 희망은 자라난다.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뤘듯이 전 세계 사람들의 작은 마음들이 모이면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품기 때문이다. 희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느 영화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물었다. 항상 싸우는 늑대가 있다. 한 늑대는 ‘어둠과 절망’이다. 다른 늑대는 ‘빛과 희망’이다. 어느 늑대가 이길까? 아버지와 딸은 동시에 답한다. ‘네가 먹이주는 늑대’라고.절망과 희망 모두 살아남은 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절망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어두워질 것이고, 희망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세상에는 빛이 비칠 것이다. 희망은 희망에서 멈추면 안된다. 기도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기도에서 멈추지 말고 이제는 희망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주변에서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 나를 위해 기도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자. 그리고 그 희망을 위한 작은 실천의 첫 발을 내딛자. 그러면 우리에게 희망은 기도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5-11-17 최규원

[오늘의 창] 인천 중1 무상급식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내년에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1 무상급식비 190억 원의 절반인 95억 원을 2016년도 인천시교육청 예산안에 편성했다. 시교육청, 시, 군·구는 사업비 분담 방식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다. 초등학교처럼 사업비 분담을 통해 중1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이청연 교육감 계획이다. 내년 중1 무상급식은 이청연 교육감 공약인 ‘중학교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문제는 중1 무상급식비를 분담해야 할 시와 군·구의 반응이다. 시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내년도 예산안에 중1 무상급식비를 반영하지 않았다. 옹진군(중학교 무상급식 시행 중)을 제외한 9개 군·구 가운데 중1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한 곳은 얼마 안 된다.시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청연 교육감의 2015학년도 2학기 강화군 중1 무상급식 계획은 시의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시교육청이 올 2학기부터 강화군 중1 무상급식을 시행하고자 추가경정예산안에 사업비를 반영했으나, 시의회 예산안 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안영수(강화군) 의원이 본회의 때 무상급식 사업비가 반영한 추경예산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최근 이청연 교육감은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시의회는 형평성을 문제 삼아 강화지역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을 반대해왔다”며 “시의회가 지적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지역 모든 중학교 1학년의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군·구가 중1 무상급식 예산을 세우지 못하면, 시교육청 사업비(95억 원)로 중1 급식비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1 급식 단가를 3천800원으로 친다면 1천900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셈이다.시의회가 중1 무상급식을 강화군만 시행하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에 중1 전체로 확대한다는 설명은 부적절한 듯하다. 중1 전체 무상급식이 필요한 이유와 시교육청 재정 운영에 영향은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군·구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군·구 가운데 몇 곳만 중1 무상급식에 참여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 중1 무상급식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농어촌지역인 강화군 중1 무상급식마저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5-11-15 목동훈·정치부

[오늘의 창] 국적없는 아이들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목장갑을 낀 외국인 근로자들이 쉴새 없이 들락거리는 경기도의 어느 공장지대 뒷골목. 이곳에서 유난히 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여섯 살 꼬마 다니아(가명)를 만났다. 공장지대 틈새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따라 20여 분을 걷자 이윽고 패널로 지은 허름한 조립식 건물이 나타났다. “설마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하는 의문이 들 만큼 형편없는 외관을 하고 있어 주택이라기보다 언뜻 창고 같아 보였다. 주방이 딸린 10평 남짓 비좁은 이곳이 아빠와 엄마, 동생 등 다니아 가족 4명의 보금자리였다. 방은 냉기가 돌 정도로 추웠지만, 그 흔한 난방기구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다니아는 파키스탄인 부모 사이에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파키스탄 혹은 대한민국 그 어느 나라의 국적도 갖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국적 없는 아이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엄마와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천진난만하게 갓난쟁이 동생과 장난을 치는 다니아의 해맑은 모습에서 암담한 현실을 떠올리는 것이 왠지 죄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유치원 대신 인근 복지기관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에 다니며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는 다니아는 한국인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다니아에게도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혼돈을 겪는 시기가 곧 닥칠 것이다. 우리는 다니아와 비슷한 처지로 살다 성년이 된 무국적자들을 취재하며 안타까움을 넘어 위기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조국이라 생각하며 살다 어느 순간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깊은 혼란과 좌절, 배신감 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심적인 동요가 이들을 더욱 참담한 현실로 내몰고 있다. 국적이 없어 아무런 신원자료도 없는 이들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언제 어떻게 ‘범죄의 늪’에 빠져들지 모르는 이들을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들을 대책 없이 내버려 둘 것인가?외국인 비중이 2%에 육박하는 ‘다문화 시대’에 우리는 이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상생’과 ‘화합’이라는 헛구호만 외치고 있는 건 아닐까?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도 얇은 겉옷만을 걸친 채 우리에게 또박또박 한국말로 길을 안내하던 다니아의 해맑은 미소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5-11-10 최재훈

[오늘의 창] 제대로 된 부천시의회 상(像)을 기대한다

부천시의회가 지난 7월 15일 제1차 정례회 파행 이후 4개월째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부천시청사 옆 시유지인 옛 문예회관 부지와 호텔부지, 사유지를 묶어 통합 개발하기 위한 중동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공유재산 매각안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던 시의회는 부지를 개별 매각하는 것으로 귀결됐지만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집행부와의 싸움이 의회 내부로 번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또 의원들 간의 골 깊은 갈등과 불신으로 번져 의회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그 사이 시의회는 ‘동료 의원들에 의한 의원 납치 소동(?)’에 이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공전을 거듭하다 시의회 개원 이래 ‘오전 예결위 심의, 오후 본회의 처리’의 하루짜리 심의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또 상임위원장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4명을 비롯 동료 의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보이콧 하는 등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지난달 29일에는 시의회 운영위원회가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자며 시흥까지 원정을 가 오찬 회동을 가졌으나 정작 다음날 20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운영위 소속 의원 9명 중 4명이나 불출석해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과 일부 시의원들까지 어이없어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지난 4일부터 2박 3일간 강원 속초에서 소속 28명의 의원 합동연수가 계획됐으나 이마저도 돌연 일정이 변경돼 1박 2일로 기간이 줄어든 데 이어 새누리당 의원이 빠진 상태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2명만이 참여하는 반쪽짜리 연수로 전락했다. 이를 두고 의회 집행부 간의 볼썽사나운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과연 이들 시의원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귀담아 들릴지 알 수 없다. 또 지난해 7월 의회에 입성할 때 가졌던 초심을 되새겨 보라는 말이 소용 있을 지 의문이다. 오는 23일부터 12월 22일까지 30일간 208회 정례회가 열릴 예정이다. 시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 2016년도 예산안 심의 등 굵직한 안건이 줄줄이 기다리는 올해 마지막 정례회다. 4개월간의 불미스러운 의회 모습에서 벗어나 마무리 의정활동이라도 제대로 해 부천시민들에게 당당한 의회상(像)을 기대해 본다./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2015-11-08 이재규

[오늘의 창] 백년 건물을 주목하라

‘북변동’은 한때 꽤 잘 나가는 김포의 중심가였다. 하지만 김포경찰서와 우체국 등 주요 공공기관이나 시설이 한강신도시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김포시와 지역사회는 그동안 각종 재개발·재건축 등을 추진하며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 왔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기존의 것들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짓는 방식의 토목적 사고의 한계 때문에 더는 새로운 대안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최근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인사동이나 수원 행궁동 등을 가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수원 행궁동 등은 오랫동안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옛것’을 재발견·복원하고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키워 나갔다. 더 나아가 먹거리와 볼거리,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페스티벌을 개최해서 한 지역을, 공동체를, 혹은 도시 전체를 관광자원화해 성공한 게 주효했다. 이 같은 실험을 김포 원도심인 ‘북변동’에서도 품격있게 시도해야만 한다. 우선 ‘백년 건물’에 주목해야 한다. 원도심엔 우선 보물같은 건물들을 다수 품고 있다. 100년 이상 된 건축사적으로,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건물들이 다수 현존하고 있는 만큼 역사적 자원을 ‘재발견’해야 한다.김포향교(888년)와 김포제일교회(121년), 김포초교(115년), 김포성당(105년) 등 그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언더우드 선교사 등 한국 근현대의 영웅들이 세우거나 가꿔 온 이 건물들은 관광상품 가치로만 환산해도 무궁하다. 최근 입소문으로 그 맛을 보기 위해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60년, 70년 된 오랜 식당 등 먹거리도 원도심엔 풍부하다.우체국이 이전한 뒤 공터로 버려진 공간을 중심으로 ‘김포백년거리페스티벌’이 최근 열렸다. 김포 토박이 문화예술가들과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역 공동체가 백년 건물 등에 착안해 손을 잡고 마련한 아주 작은 마을 축제다. ‘얼개’ 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미생’의 축제였지만 페스티벌을 기획·운영한 주최 측과 참여한 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김포시는 앞으로 백년 건물을 관광 자원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구 김포경찰서 용지를 문화예술발전소로 예술가들에게 제공하는 등 판을 짜는데 정성을 기울인다면 ‘김포백년거리페스티벌’은 저절로 지역 대표축제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도시로의 비약하는 꿈은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다./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15-11-03 전상천

[오늘의 창] ‘참된 지역발전이란’

지난 29일 과천시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통함 그 자체였다. 과천시 의회가 지난 수 개월간 시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29일 열린 제20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승마체험장과 캠핑장 건립을 위해 시가 상정한 사업비 전액을 삭감했다. 시의회는 승마체험장과 캠핑장이 들어설 위치가 잘못됐고 시민들의 반대 또한 거세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사업예산 전액을 삭감했다.겉으로는 대의 명분을 앞세웠으나 속으로는 집행부 및 여당을 견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시는 지난 3월부터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국·도비 확보에 최선을 다해왔다. 직원들은 물론 신계용 시장까지 수시로 세종시를 방문해 각 중앙부처를 돌며 예산확보에 혼신을 쏟았다.직원들이 오죽하면 신계용 시장을 ‘근성의 시장’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신 시장의 노력 끝에 시는 내년까지 총 67억5천만원의 국·도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예산을 토대로 시는 승마체험장 및 캠핑장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임시회에서 시가 상정한 41억5천만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전 확보한 37억5천만원도 내년 초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내년 확보된 예산까지 합치면 총 67억5천만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이다. 지난 6월 민선6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된 신 시장과의 인터뷰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당시 신 시장은 “과천이란 큰 배에 민선 6기의 돛을 달고 지난 1년간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시민들의 손을 잡고 달려와보니 정부청사 이전으로 과천시의 도시 자생력이 한계에 와 있는 점을 알게됐다”며 “과천시의 미래와 후손을 위한 사업이 추진될 때에는 과천시 구성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최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지역발전의 파수꾼을 자처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과천시 혼자 아무리 지역발전을 외친다고 해도 시의회가 이를 외면한다면 과천시의 미래를 위한 노력은 언제나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집행부와 견제기관, 정당을 떠나 과천시라는 큰 울타리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15-11-01 김종찬

[오늘의 창] 국정교과서 논란과 일본해 왜곡

최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로 논란이 사뭇 뜨겁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여당의 주장과 ‘친일·독재 미화 술수’라는 야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느 측면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쟁으로 비치기도 한다.그렇다면 역사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인 ‘동해(東海)의 일본해(日本海)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얼마 전 중국 국가박물관을 잠깐 둘러볼 기회가 있어 지하 1층 고대중국 전시관을 관람하던 중 전시관에 걸려있는 지도를 보고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우리의 독도처럼 중·일간에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의 영유권 분쟁 중이고 한·중 관계로 미뤄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박물관의 지도에는 당연히 동해로 표기돼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금 남송시기전도’, ‘원 시기전도’ 등 전시관에 걸려 있는 지도에서 東海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日本海만 존재할 뿐이었다.중국국가박물관의 일본해 단독 표기는 나만 보지 않았을 것 이라고 생각돼 포털사이트를 찾아봤고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국가박물관을 관람했던 사람들로부터 일본해 단독 표기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특히 지난해 3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국회의원까지 “중국 최고의 국가박물관마저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국가박물관의 일본해 표기가 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 이외엔 뾰족히 설명할 말이 없다고 보여진다.실제 올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국제수로기구(IHO) 회원국 교과서의 절반 이상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으며 동해와 일본해 병기도 20%에 미치지 못했고, 우리나라와 터키만 동해로 단독 표기할 뿐이다. 또한 최근 5년간 외국 온라인상 동해·독도 표기 오류중 시정 건수가 10%에도 못 미쳤다.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할지, 검정으로 할지 결과를 내야 하겠지만 일본해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차장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2015-10-20 문성호

[오늘의 창] 절박함에서 빼든 카드, 우리 실정에 맞추자

우리 사회에서 임금피크제가 노동계의 현안(청년실업 해소까지)을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지만, 고령화가 극심해지는 기업 환경에 맞춰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지배적이다.일부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지난달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끌어낸 데는 청년 고용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일반적으로 고령자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임금피크제가 기업 차원에선 청년 근로자의 채용 동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세대 간의 상생 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다수의 전문가가 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연공형이 완전히 배제된 직무급과 성과연봉제 운용이 어려워서 임금피크제라는 보완적 보상제도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으로서 가져가야 할 신규채용은 노사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협력과 상생이 필요한 제도이므로, 큰 틀에서 피크 감액률과 신규 채용자수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140개국 중 26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노사 간 협력 분야 132위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리해고 비용(117위), 고용 및 해고 관행(115위) 등이 100위권 밖에 있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주도하며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구조적인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기에 아직까진 부족하다는 분석이다.WEF와 함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양대 기관으로 꼽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1개국 중 25위(지난해 26위)를 기록했다. 노사 관계에서는 57위로 꼴찌 수준이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노사정 대타협안(임금피크제)이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하지만 노사정이 상생의 정신으로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출발 지점에 섰다./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5-10-13 김영준

[오늘의 창] 갑과 을

‘갑’과 ‘을’은 원래 횡렬로 나열된 순서의 개념으로 쓰이는 60갑자 중 천간(天干)의 하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 두 낱말이 상하 종적인 개념으로 변질돼 널리 쓰이고 있다. 아마 계약 관련 공문서상의 흔히 양 당사자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갑은 주로 고용주나 사용자 등이며 을은 피고용인, 제공자 등으로 실상 갑이 을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갑이 이러한 위치를 악용해 을에게 권력을 행사하며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이는 문제가 된다. 이른바 ‘갑질’이라고 하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8.6%가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이는 갑질이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권력행사’인 것으로 간주하고 직장 내 실태를 조사한 내용일 것이다. 이러한 갑질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부패와 범죄, 퇴보 등 각종 부정을 양산하고 있다. 문제는 갑질이 부정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비생산성을 불러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이 특정 지역에 공장이나 물류창고 등 생산시설을 짓기라도 하면 기업의 담당자가 공무원을 ‘갑으로 모셔야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병폐는 이제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 내려 거의 웬만한 조직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요즈음 고령화 시대로 치달으며 노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돌봐줄 가족 없이 외롭게 사는 노인 중에는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연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폐지수집은 유일한 생계수단이며 중요한 일자리다. 그런데 이러한 인생 최후 보루에 있는 생활 전선에서도 갑의 횡포가 활개 치고 있어 불우한 노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일부 폐지수집상은 노인들이 애써 모은 폐지를 값어치가 없다고 돌려보내거나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그래도 항의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항의하면 수집상과의 거래가 끊어져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잃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갑질이 얼마만큼 만연해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5-10-12 최재훈

탁상행정(卓上行政)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흔히 정부부처나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민원현장을 둘러보거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이론적으로만 추진하는 정책을 비유해 사용하곤 한다.탁상행정은 혈세를 비롯해 행정력과 인력 낭비뿐 아니라 주민 불편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넘어서 행정과 현장의 괴리로 인한 정책적 파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정부가 최근 교육현장에서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 통일부는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을 높이기 위해 초·중·고교마다 통일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 11만6천명을 대상으로 통일교육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이중 53.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통일부는 우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학교 통일교육 내실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후 협약에 따라 학교별 교육과정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 시간에 통일교육을 편성해 교육하도록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통일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교육현장에서 적용 시킬 수 없다.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미 학년 시작 전 세부 단원별 편성이 마무리된 상태다. 또 학년별 교육과정 편성은 초·중·고교 학생 모두 입학과 동시에 졸업까지의 일정이 짜여 있다. 때문에 간혹 수년 후 대입 정책이 바뀔 때마다 일선 학교에서는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특히 통일부가 통일 교육시간으로 제시한 학교별 창의적 체험교과 시간은 이미 학교폭력 예방, 학생인권, 흡연예방 등으로 학년별 의무교육활동 계획이 세워져 있어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일선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도덕·사회·국사·윤리 등 기존 교과목마다 별도의 단원으로 편성이 돼 있기 때문에 신규 과목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중복교육이라는 입장이다. 교육현장을 둘러보지 않고 실정을 무시한 통일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통일교육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은 다가올 미래, 통일에 대한 계획을 긍정적이고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즉흥적이거나, 탁상행정으로는 안된다. 기존 교과목에서 조금씩 편성된 통일관련 내용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별도의 교재도 만들어야 하고, 또 정규 교과시간도 편성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지역별 또는 학교별 ‘복불복’식 통일교육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김대현 사회부 차장김대현 사회부 차장

2015-10-07 김대현

선진화되고 있는 ‘경기 경찰’에 박수를

지난달 16일께다. 오전 일찍 경기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이하 여청과) 성폭력수사대에서 급하게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성폭력수사대는 부서 이름과 같이 성폭력을 전담으로 수사하는 부서로 피해자 노출 및 가해자가 특정하기 어려워 웬만해서는 보도자료 배포 및 언론에 사건을 밝히기를 꺼린다. 부서 특성상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 성폭행 등 사건 자체가 매우 예민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날 긴급하게 배포된 자료 내용은 더욱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원서부경찰서 소속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위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는 내용이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알게 된 여고생을 보호하고 상담해 준다는 명목으로 접근해 강제추행을 한 혐의 내용이다. 자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 하고도 믿기 힘들었다. 그동안 경찰관의 비위 사건이 있을 때 철저히 ‘내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경기경찰은 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아픔이 조기에 치유될 수 있도록 심리치료와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해당 경찰은 언론사 보도 이후 구속과 함께 현재는 파면된 상태다.수원서부경찰서는 발칵 뒤집혔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어떻게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공개를 할 수 있느냐’는 섭섭함이다. 그것도 긴급체포 시에 공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하지만 이번 경기경찰청 여청과의 발빠른 모습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비위 사건을 꼭꼭 숨기려다 더 큰 사건으로 키운 과거와 달리 제 식구 먼저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피해자의 상처까지 치유해주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믿음직함’으로 다가왔다.이처럼 김종양 경기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기경찰의 변화가 크다. 형사·수사는 물론 각 참모 부서의 언론대응 관도 변하고 있다, 그만큼 경찰이 투명해지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경찰의 홍보 기능도 더욱 세련돼졌다. 무조건적인 보도자제 요청 보다는 적극적인 해명과 빠른 사건 전달, 그리고 언론과의 유대관계 증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선진화됐다는 평이다.이번 여청과의 사례를 보듯이 국민을 믿게 하는 경찰의 모습은 경찰 스스로 아픈 곳을 밝히고 치유해 나가는 모습이며, 시민들은 이를 기대할 것이다./조영상 사회부 차장조영상 사회부 차장

2015-10-04 조영상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최근 실내 장식 및 공기정화, 관상수로 다육식물이 주목받고 있다. 산세비에리아·관음죽·파키라·행운목·선인장·아레카야자 등 이름도 다양한 이들 다육식물은 광합성과 호흡을 하며 유해물질을 흡수해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 중금속 등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정집은 물론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됐다. 특히 다육식물은 줄기나 잎 또는 식물 전체가 두껍고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큰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다육식물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다육식물 역시 무관심으로 놔둘 경우 말라죽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괜찮겠지’하며 방치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식물의 효능으로 더욱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저 사람은 ‘씩씩하니까’ ‘착하니까’ ‘화를 내지 않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좌절도 하고 고민에 빠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결국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수년째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인지 추석을 맞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려는 온정의 손길도 많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오롯이 물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문제겠지만 그저 마음만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그 또한 어불성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배려와 마음가짐, 따뜻한 시선만으로도 각박한 사회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그저 주변 사람들의 기분과 분위기에 맞는 칭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한 위로가 될 수 있다. 그 마음가짐만으로도 사회는 시나브로 변화할 것이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사회보다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 이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 질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이 모일 때 우리는 모두 괜찮을 수 있다.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5-09-30 최규원

‘판도라의 상자’ 산지경사도 완화

“어휴, 그건 판도라의 상자를 또 여는 건데….” “이슈임에는 분명 하지만 기사화하는 것은 시기상….” 얼마 전 광주시의 산지경사도와 관련해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참에 기사화 해보자’는 생각으로 몇몇 기관 및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일부 관계자들은 수년 전 있었던 광주시 경사도 완화 논란(경사도 완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각계 입장차이로 부결된 일)을 의식한 탓인지 어떤 식으로든 이슈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한달 전 쯤인가 광주의 한 시민단체 임원이 산지경사도와 관련해 공론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산지경사도 완화는 시민단체가 통상 반대하는 현안이기 때문에 먼저 공론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유를 듣고 보니 오히려 열린 마인드일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4년제 대학이 들어오면 뭐하고 자연보전권역이 풀리면 뭐하느냐. 차라리 조례로 묶여 있는 경사도를 하루빨리 완화해 개발수요가 넘쳐나는 지역 내 숨통을 틔워달라’는 의견이 개진됐다고 한다. 광주시는 지난 2010년에도 통·이장 협의회로부터 개발행위 허가시 산지경사도 기준 완화를 요청하는 건의서가 접수돼 공론화된 바 있다. 당시 통·이장 협의회는 ‘광주시는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인해 상수원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에서 산림개발 경사도기준을 타 시군보다 더욱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 이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광주시는 전체면적 중 산림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인접한 이천과 여주시의 경우 경사도가 높은 산림이 상대적으로 광주시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산지개발 가능 경사도를 25도로 규정하고 있다며 광주시는 20도 미만으로 규정한 경사도 기준을 25도로 완화해 달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경사도완화는 시점이 문제인 것 같다. 언젠가는 재논의돼야 할 이슈임에는 분명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칫 정치적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사도가 완화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공론화되는 자체가 부담스럽고, 이미 곳곳에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사도완화는 더 큰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경사도 관련 현안은 광주시의 뜨거운 감자다. 문제를 간과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과거 이분법적 사고로 논란만 불거졌다면 이제는 합리적 대안을 갖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2015-09-29 이윤희

맹탕 국정감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천시 국정감사가 지난 21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3년 만의 국감인 터라, 의원들의 날카롭고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시는 2013년 전국체전,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 준비를 이유로 국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의원들의 국감 준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인천에 이슈가 없었던 것인지 한마디로 ‘맹탕 국감’이었다. 올 인천시 국감에서는 송영길 전 시장과 유정복 현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규모, 시청사 건립 관련 연구용역, 민자로 추진될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관 문제 등이 주로 다뤄졌다. 이들 사안은 이미 지역신문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으로, 이날 국감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거의 없었다. 민선 5·6기 시장 업무추진비 논란은 동일 기간에 누가 업무추진비를 더 많이 썼느냐가 쟁점이었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직무 수행과 정책 추진 등에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사용 규모와 방식(현금·신용카드)보다는 용도에 맞게 효율적으로 썼느냐가 중요한 것 같은데, 국감에선 이런 부분까지 다뤄지지 않았다. 의원들은 시청사 건립 관련 연구용역 문제를 ‘재정난’과 연계해 질타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사 신축이 꼭 필요하냐 혹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인천시도 당장 시청사를 신축할 생각이 없다. 계획을 갖고 시청사 신축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것이 인천시의 입장이다. 그나마 국감에서 하나 건진 것은 의원들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한 의원은 “고속도로 기능 회복과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하루빨리 지하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위해 애써 달라”고 했다. 시민들의 통행료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원들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이 같은 질의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이런 질의는 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 또는 시정질문에서 할 내용이다. 기존 언론 보도 내용을 되풀이하고, 지방의회 행감과 중복되는 ‘지자체 국감’은 폐지해야 한다. 지방의회는 지자체를, 국회는 중앙부처·국가공기업을 감사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5-09-22 목동훈

불황 극복

1주일 뒤면 추석이다. 4일간의 연휴를 코 앞에 두고 이번 한 주 동안 일이 손에 잡힐지 걱정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과는 달리 국내 경제는 축 처져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난 뒤 불과 1년도 채 안돼 또다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부진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체감경제는 더 우울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출이 줄어들면서 경영에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지역내 업체들의 추석 연휴 및 상여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예년보다 상여금 지급을 하지 못하는 업체가 더 늘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조치와 증시폭락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은 휘청거리고 얼어붙은 소비는 장기 침체의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정부가 추석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추석 전후 한 달 동안 전국 3천여개 백화점·전통시장 등이 참여하는 세일행사를 갖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여진다. 특히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가 내수 회복의 결정적 전환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서민층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가위 스페셜위크(9월14~25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10월1~14일) 등을 내실있게 운영해 ‘추석연휴 효과’를 극대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추석 자금을 지원하고 세정 지원책 등도 밝혔다. 정부의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과 대책의 혜택이 모든 계층과 분야를 막론하고 골고루 미치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생필품과 차례용품에 대한 원활한 공급은 물론 물가관리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중소업체들의 자금 활용을 도와 생산과 유통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기에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도 경기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매출 경쟁에 몰두하면서 자사 이익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통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창출한 이윤을 국가와 지역 사회에 보탬으로써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때다.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마련과 함께 모든 경제 주체들의 불황극복 의지가 이번 추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 이성철 경제부 차장▲ 이성철 경제부 차장

2015-09-20 이성철

사랑과 관용이 결여되는 사회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인간이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시켜야만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며 변해야 하는 것 중에 인간의 이기심을 꼽았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이기심으로 빚어진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를 두고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며 탄식하기도 한다. 얼마 전 터키 해변에 떠내려온 시리아 세살배기 아이의 주검은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다. 내전을 피해 탈출한 난민을 유럽의 많은 나라가 고개를 돌렸고 한술 더 떠 이들의 길을 가로막은 나라도 있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이기심의 폐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최악의 참사로 남을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갈등하며, 요즘 새삼 주목받는 ‘불효자식 방지법’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널려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이 이웃의 위험을 모른 체하고 남의 불행에 쾌재를 부르기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낳고 있다. 어느 시대, 어디서건 이기심은 존재했지만, 오늘날 위험스러운 것은 이기심이 미화되고 이타적인 행동이 ‘바보스럽다’며 놀림의 대상이 되는 묘한 풍조가 불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인가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 손해로 비치고, 남을 돕는 것이 주제넘은 일로 여겨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주택가에서 주차 때문에 언쟁을 벌이는 일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고 건널목에 아직 보행자가 있어도 신호가 바뀌자마자 경적을 울리거나 그 앞을 쌩하니 달리는 차들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며칠 전 광주광역시 도심 한복판에서 목격된 장면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일 수 있다. 한 청년이 어디선가 달려와 건널목에서 지팡이를 짚고 한발 한발 힘겹게 걸음을 떼는 할머니를 부축했다. 이 청년은 할머니가 건널목을 다 건널 때까지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걸었고 기다려준 차량에 고개 숙여 인사까지 하고는 다시 가던 길로 바쁘게 사라졌다.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감동받은 많은 사람의 댓글이 오르며 할머니를 도운 청년은 ‘선행남’으로 화제가 됐다. 급기야 이 선행남을 찾아 표창하겠다는 경찰의 공지문까지 등장했다. 사랑과 관용이 결여돼 가는 요즘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5-09-16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