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2014년 인천에서 느낀 음악의 갈증

1813년에 태어난 바그너와 베르디가 탄생 200주년을 맞은 지난해 주인공이었다면 올해는 탄생 150주년을 맞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독일)의 해다.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 초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무대에 올렸다. 탄생 150주년을 맞는 후기 낭만주의의 거장을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서울시향은 지난 5월에도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메인으로 구성한 정기연주회를 진행했으며, 오는 12월에도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올린다.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도 올해 '워너비 슈트라우스'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유머러스 슈트라우스' '라스트 슈트라우스' 등 각기 다른 부제를 통한 4차례의 기획 연주회로 슈트라우스를 조망하고 있다. 마르쿠스 슈텐츠가 이끄는 쾰른 필하모닉은 지난 2월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으로 국내 음악팬들과 만났다. 방대한 규모와 함께 독특한 악기 편성으로 인해 잘 연주되지 않는 '알프스 교향곡'이 외국 오케스트라에 의해 국내에서 연주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올해 국내외 음악계를 막론하고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인천 음악계에서 슈트라우스를 내세운 콘서트는 단 하나였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지난 10월 17일에 열린 제340회 정기연주회를 객원지휘자 정주영과 함께 슈트라우스의 작품만으로 꾸몄다. 교향시 '돈 주앙' '4개의 마지막 노래'(테너 김재형), '장미의 기사 모음곡'이 당시 레퍼토리였다.신동 음악가로서 작곡은 물론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서도 당대 최정상의 모습을 보였으며, 문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등 팔방미인형 예술가였던 슈트라우스는 말러와 함께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정점을 이룬다.슈트라우스의 해인 올해 인천에서 실연(實演)으로 그의 작품을 보다 많이 만나지 못해 아쉽다. 신문기사(뉴스)에만 시의성이 있는게 아니다. 연간 정기 연주회를 구성하는 오케스트라도 그 시기에 주목할 만한 작곡가와 작품들을 최대한 반영해야 음악애호가(시민)와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보다 많이 생긴다는 걸 알아야 한다.인천에서 보다 다채로우면서도 신선한 레퍼토리로 채워진 연주회를 자주 접하고 싶다./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4-11-25 김영준

혼돈의 부동산시장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현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겠다고 지난해부터 연이어 내놓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들의 내용을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4·1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8·28 전월세 대책,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7·24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9·1 서민주거안정방안 등 새 정책이 나오고 그에대한 보완책이 제시되면서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이들 대책의 내용을 한줄로 정리하자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이다.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해 대출을 확대하고 주택구입을 유도하는 동시에 서민들을 위한 행복주택과 임대아파트 공급을 통한 주거안정화 조치인 것이다.상반기까지만해도 매매심리를 부추기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효과를 얻기에 충분해 보였다.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시장에 뛰어들었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청약열풍으로 이어졌다. 누가 봐도 성공적인 대책이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도 매매가는 요지부동이거나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떨어지는데다 전세가 상승으로 전세가 비율이 70%를 육박하는 등 악성 전세난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변질됐다. 매매를 통한 거래 활성화를 목표했던 정부는 결국 지난 10월 전셋값을 잡겠다고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이와함께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로 가계 부실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정부 대책의 부작용이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모든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현재의 단기적 성과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단기적이고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로드맵에 따라 한 단계씩 밟아 나가는 성실함으로 추진될 때 성공적인 대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다./이성철 경제부 차장

2014-11-23 이성철

사상누각( 沙上樓閣)

사상누각(沙上樓閣)은 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이란 뜻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무너지고 만다는 의미다. 요즘 우리의 '교육정책'을 보면 사상누각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먼 앞날을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하는 '교육'이 한치 앞도 못보고 모래 위의 위태롭게 서 있는 모래성 같다.지난 2009년 당시 예산 확보도 하지 않은 채 덜컥 시행해 버린 무상급식 정책이, 역시 대선 공약으로 충분한 준비과정도 없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누리과정 예산이 그렇다. 선거때마다 모래 위에 하나씩 올려진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은 아슬아슬 버티고 서서 우리 '교육' 전체를 위태롭게 흔들고 있다. 무상급식은 시행 5년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선거후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예산을 '중단한다'고 했다가 마찰을 빚는 등 위태롭다. 또 누리과정 예산 역시 '예산주체'를 놓고 수개월째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하지만 천문학적인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으로 인해 현재 비가 새는 학교는 수리를 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뛰어 놀아야 하는 운동장의 인조잔디 보수공사비는 예산배정을 못해 오히려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 그외 체육관 건립 등 시급성을 요하는 상당수 교육정책들도 예산문제로 중단 또는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비과정없이 덜컥 시행해 버린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이 백년지대계인 우리 교육의 근간까지 마구 흔들어 대고 있는 꼴이다.큰 계획을 차근히 그려가야 할 교육누각(樓閣)이 국민적 공감대와 차근한 준비없이 포퓰리즘(populism)으로 등떠밀려 시행되다시피 하면서 때만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교육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모래 위에는 누각은 커녕 작은 모래집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단단한 땅을 물색해 공사비를 마련하고, 튼튼한 자재를 구입해 한땀한땀 내실있게 교육누각(樓閣)을 지어야 한다.교육은 정책시험장이 될수 없다.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한 검증된 정책으로 학생들이 백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김대현 사회부 차장▲ 김대현 사회부 차장

2014-11-18 김대현

'한번 찔러보고 안되면 그만?'

'애물단지'로 전락한 오산 내삼미동 서울대병원 부지 활용을 놓고 시끄러웠다. 오산시가 도에 경기도청사 이전 건의서를 정식으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느닷 없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고 도청사가 오산시로 옮기면 경제 효과는 엄청나다. 명분도 충분히 있었다. 수원의 한 도의원이 도청사 광교 이전을 적극 반대했고, 김용남 국회의원도 수원시의 특정광역시 승격 법안을 국회에서 발의했다.하지만 오산시의 도청사 이전을 위한 건의서 제출은 성급했다.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대부분의 간부들도 언론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 부시장이 시의원에게 일일이 설명했다지만 일부 시의원이 '정치적인 쇼', 또는 '아직은 무리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였는데 곽상욱 시장과 같은 당 도의원이 급한 마음에 도청사 이전 건의서를 제출하게 된 것이다. 돌아온 답은 경기도나 수원시나 마찬가지다. '관심없다', 그리고 '전혀 논의된 바도 없다'였다. 언론에 터지자 시와 해당 도의원조차 당황했고 본의 아니게 일이 너무 커져 버렸다. 수습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망신살만 뻗친 도청사 유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까. 시 집행부도, 해당 도의원도 "본인들이 추진한 것도 아이디어를 낸 것도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들 건의서는 제출했지만 본인 의지가 아니었다는 회피성 발언들이다. 공통점은 있다. 오산시에 그렇게 좋은 시유지가 있다는 것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것이고 그로 인해 활용 방안이 더욱 활성화될 것 아니냐다. 무책임한 발언들이다. 정치와 행정이 합쳐 추진한 이 중요한 일이 그저 '찔러보기 식'이라니….오산시가 해당 부지에 또다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공예체험 관광단지시설 유치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참신하게 기획해서 오산시의 또다른 브랜드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지방자치단체에서의 대형 사업은 타당성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수백억·수천억원을 투입하고도 세금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것을 수없이 봤다. 지자체의 무리한 투자는 재정 악화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오산시가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해 사업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 /조영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조영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4-11-16 조영상

관례 아닌 진심을…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 코앞이다. 바쁜 일상에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못 보고 지나쳤을지라도 가을은 기다려주지 않은 채 이미 겨울에 바통을 넘길 준비를 마친 모양이다. 사람들도 겨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겨울옷을 꺼내입고 두꺼운 이불로 바꾸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내복을 꺼낸다.겨울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불우이웃돕기'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대기업·공기업은 물론 각종 단체들과 개인들은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지자체 및 사회복지 관련 기관에 성금 및 성품을 보냈거나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은 잊고 있었더라도 추운 겨울 어렵게 보낼 이웃들을 생각한다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우리내 마음의 온도는 조금 올라갔으리라.그러나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성금 및 성품 지원 자체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성금과 성품 그 자체로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추운 겨울 실낱 같은 희망이 되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그 의도를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보내는 사람들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연례행사의 하나로 불우이웃돕기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보자.어려운 이웃들은 비단 겨울만 힘든 것은 아니다. 추운 날씨 등 환경여건 때문에 더욱더 불우이웃이 생각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우리 주변에서 힘든 사람은 항상 존재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것도 사실이다.전쟁터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항상 주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라고 강요할 수 없지만, 그저 겨울이라고 그들을 위한 연례행사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크다.관례라도 남아있는 게 어디냐고 반문한다면 필자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우리 주변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면 해마다 특정 계절이 아닌 매달 또는 분기, 반기 등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 순간이라도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한 번 더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때론 돈보다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 때가 있음을 잊지 말자./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4-11-11 최규원

혁신학교가 뭐냐고?

인천시교육청의 내년도 본예산 등을 다룰 인천시의회 정례회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예산 등이 타 시·도와 마찬가지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이청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혁신학교' 관련 예산도 가세할 전망이다. 혁신학교 예산과 관련해 시교육청과 시의회는 올해 9월 정면 충돌한 바 있다. 시교육청이 내년 3월 혁신학교 출범을 앞두고 준비학교 운영과 관련, 올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던 2억4천여만원 전액을 준비 미흡 등을 들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했다.전국적으로 600개가 넘는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인천에서는 낯선 게 사실이다. 시교육청이 9월24일부터 10월2일까지 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혁신학교 지정, 운영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3%에 그쳤다. 설문에는 교장·교감 73명, 교사 1천536명, 학부모 5천873명, 학생(초등 5년~고등학생) 3천967명 등 모두 1만1천449명이 참여했다.이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낮은 인지도와 참여도다. 조사에 응한 교사의 23.5%가 혁신학교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잘 알고 있다는 교사도 36.7%에 그쳤다. 자신이 근무중인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는 것을 찬성한다는 교사 39%, 반대 23.3%로 조사됐다. 업무과중, 교사 착취를 통한 성과내기, 또다른 연구학교일 뿐이다 등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인천형 혁신학교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의회 설득 못지않게 교사들의 불신 해소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이청연 교육감은 인천시민들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30년 넘도록 교육 현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해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답은 혁신학교다.인천시교육청 주최로 몇차례 열린 혁신학교 설명회나 연수에 참석해 본 결과 '혁신학교가 뭔데?'라는 질문에 '혁신학교는 이런 것이다'고 단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혁신학교는 학교마다 교실마다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표현해 보자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학교'라 할 수 있을까. 혁신학교에 내 자녀가 다닌다면 학교폭력이나 왕따같은 고민은 적어도 하지 않겠다는 확신은 들었다. /김도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차장▲ 김도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차장

2014-11-09 김도현

장인(匠人)이 대접받는 사회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분야의 장인(匠人) 또는 명장(名匠)으로 불리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까. 가까운 일본을 봐도 그렇고 선진국 어디서나 한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으면 사회적으로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준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며 대를 이어 나가려는 경향이 강해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정일 것으로 판단했다.하지만 지난 몇 년간 취재를 통해 만난 여러 분야의 장인들을 보며 '아, 우리는 아직 멀었구나. 대를 이어가며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게 정말 힘들구나' 하는 자조감으로 바뀌었다.얼마 전 불교 관련 목공예에 정평이 나 있는 기능장 A씨를 만났다. 억울한 사연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만남이 이뤄졌다. 수년에 걸쳐 이 분야 최고로 꼽히는 장인과 작업을 해왔는데 제대로 대금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는 물론 심적으로도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를 하다보니 받지 못한 대금만 해도 작은 집 한 채는 너끈히 구입할수 있는 액수였다. "소송을 하지 그러냐"는 질문에 기능장의 지인 왈, "이 분야 대다수 분들이 어릴 적부터 일을 해오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소송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설령 소송을 한다 하더라도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매달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최근 인터뷰차 만난 광주왕실도자기 명장 한 분은 본인 작업실과 가마터, 자택이 있는 근사한 곳에서 명장의 여유로움을 풍기며 A기능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품도 어지간한 것은 개당 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살아가며 무슨 고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감탄사를 연발하던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말하는 것 아닌가. 빛 좋은 개살구라고. 분명 본인 소유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융자도 많고 작품이 고가이기는 하지만 판로도 그렇고 이 분야의 인식이 높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경인일보에도 소개된 바 있는 장승공예의 장인 B씨는 각종 상을 휩쓸고 그를 따르는 문하생도 많았지만 작업실 임차료를 충당하지 못해 광주 곳곳을 전전하다 결국 충청도로 이전했다. 얼마 전 만난 대리운전 기사 역시 외모가 범상치 않아 "뭐하시는 분이냐"고 묻자 "자개공예만 30여년간 해왔지만 사정이 어려워 투잡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창조경제'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한 번 묻고 싶다. 창조경제의 궁극적 목표가 일자리를 창출시켜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려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나라 각 분야의 숨은 장인을 발굴해 지원하라. 그러면 장인이 되기 위해 청년들도 몰릴 것이고 대를 이어 명인이 된다는 데 자부심도 커질 것이다./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2014-11-05 이윤희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참 좋은 세상이다. 워낙 눈부시게 발전하다 보니, 변화를 쫓아가기가 버거울 정도다. 인터넷은 이제 '메가(mega)'시대를 넘어 '기가(giga)'시대에 접어들었고,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게 없는 시대가 됐다. TV가 주인의 움직임이나 음성을 감지해 작동하기도 하고,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해 경고를 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이런 눈부신 발전의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기술과 산업은 정말 놀라울 만큼 앞서 달리고 있다. 요즘에는 웬만한 해외에 나가면 자꾸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그만큼 '앞서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TV의 각종 광고를 지켜보면서 종종 느껴지는 뿌듯함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뿌듯함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가끔씩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뭐가 문제일까.돌이켜보니 10여년전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는 기술의 힘을 빌려 편리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SF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10년전의 우리를 들뜨게 했다. 가끔 제기되는 미래에 대한 걱정들은 '그렇게까지 되겠어?'라고 부정했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기둥삼아 힘든 경쟁속에서 꿋꿋이 버티며 지내왔다.그렇게 1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적어도 기술적·물질적인 면에서 볼때 세상은 상상했던 모습에 많이 가까워졌다. 그렇다면, 기술이나 물질이 아닌 '행복함'을 놓고 볼 때도 세상은 상상했던 모습에 가까워졌을까? "그렇다"라고 말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행복을 놓고 우리가 빠질 수 있는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물질적인 여유가 생기면 훨씬 행복해진다'라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 오해에 빠져 살고 있는 게 현실인데, 그 오해의 저변을 들춰보면 기업들의 끈질긴 전략을 만나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쉴새없이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걸 팔아야 살아남으니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문제는 기업들이 끌고가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소비요구가 너무 커지면서 사람들에게 '행복'보다는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의 욕심을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빛이 난다. 늘 '사람을 생각하는 기술'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정말 사람을 위하고 있는지, 한박자 숨을 고르며 생각해 볼 때다./박상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박상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14-11-02 박상일

'소통' 없는 행정은 죽은 하천이다

부천은 요즘 어수선하다. 심곡복개천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 간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민-민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복원 반대쪽은 70억원의 도비지원 중단으로 인한 예산문제, 공사 전후의 교통문제, 생태하천 복원시 효용성 의구심, 주변 상인 상권보호대책 등을 들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주민들은 반대투쟁위를 결성, 물리적 행동을 천명한 상태다.찬성 주민들은 "심곡천의 생태하천 복원은 환경적 치유로 주민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며 "복원 반대가 곧 반환경적이다"고 반박한다. 부천시는 친수공간 확보로 청소년에게 놀이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원도심지역 균형발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 등의 이유를 내세워 강행의지를 보이고 있다.갈라진 민심은 화장장 유치를 놓고 빚은 주민갈등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한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업예산 부족 이유가 당초 지원키로 한 예산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면 '예산지원 약속을 지키라'며 경기도에 항의하는 게 정상인데, 부천시도 지방의회도 움직이지 않는다. 효용성이 떨어지면 제대로 된 친환경적 하천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제시, 설계에 반영하라고 시민사회가 촉구하지도 않는다.교통문제도 그렇다. 인간중심의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도 대폭 확장과 자전거도로 신설을 더욱 강조, 도심내 차량흐름을 줄이는 게 타당한데 차량 정체를 우려한다. 하천 폭과 길이가 짧고, 물 흐르는 양이 적어 하천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여서 수량 확보가 문제고, 환경부의 획일적인 비합리적인 사업규제가 더 큰데도 정작 공론화되진 않고 있다.제대로 된 하천 복원을 위한 지방정부의 의지도 수상하다. 반대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결정된 일이니 따라오라고만 한다. 제기된 문제에 대한 검증을 거부하고, 대화 노력도 없다. 청계천 복원 당시 반대 상인과 서울시 국과장이 무려 4천200번이나 대화를 했다고 한다. '시민이 주인'이라는 부천시의 행정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민심을 달래야 하고, 설득해야 한다. 심곡천에 물이 흐르지 않으면 죽은 하천이듯, 부천행정이 주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주인 없는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한겨울 땅을 파고 공사할 것이 아니면 시민의견을 더 듣고 모두가 수긍하는 안을 찾아야 하며,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 봄바람이 부는 날, 모든 주민이 심곡천 복원공사 착공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전상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전상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2014-10-28 전상천

국적없는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

'개방'으로 세계를 품에 안은 대한민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국적없는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고 있었다. 그 수는 파악조차 할 수 없다. 경인일보에 이들의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왜 우리나라에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는지', 그 원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랐다.해답은 취재 과정에서 차츰 드러났다. 다름 아닌 '무관심'이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국적에 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실이다. 국익과 국민정서 등 고려해야 할 여러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와는 무관하다. 무국적 아동들은 불법 체류자와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아이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태어나 자라고 있을 뿐이다.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살고있는 한 인권국가로서 국경없는 '보편적 인권'은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불행히도 원칙만 있을 뿐 이를 실천에 옮기는 법과 제도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기획시리즈의 마무리 단계에서 정부와 국회, 주한 외국대사관 등 여러 관련 기관에 무국적 아동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인터뷰에 앞서 서면질의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하나같이 '곤란하다'는 궁색한 답변 뿐이었다. 물론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답을 회피하는 진짜 이유는 정작 딴 곳에 있는 듯했다.그동안 우리 정부는 물론 관련 기관들은 이러한 비극에 관심이 없었거나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인권을 다루는 국가 독립기관에서조차 서면 질의에 난색을 표할 정도였다. 이 기관은 인류보편적인 인권 보호를 주요 업무로 하는 곳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답변을 해줄 의원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이유는 사안의 민감성이라기보다 무관심에 더 무게가 실렸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않고 있다 별안간 질문을 받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이 UN의 '아동권리협약' 가입국임에도 이를 이행하는 법과 제도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바라건대 지금이라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최소한의 기본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해 비참하게 살아가는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인권국에 합당한 조치를 서두르길 바란다.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4-10-26 최재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토요일마다 계획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나를 보며 항상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남구학산문학원이라는 곳에서 '펀빌리지'라는 우리 지역을 알고 이해해 활동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15주 동안 열심히 참여했다. (중략) 펀빌리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한층 더 성숙한 내가 된 것 같다."인천 남구학산문화원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펀빌리지'(FUN Village)에 참여한 한 학생의 수기 내용이다. 이 학생은 수기에서 "내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계획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본 적이 없었다"며 "나와 우리들 생애의 첫 프로젝트였고, 무사히 마치고 나서 '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초등·중등학생들에게 미술·음악·역사·연극·영화·문학·미디어 등의 문화예술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주5일수업제'가 전면 시행된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인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경우, 사업 첫해 700명의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16개 프로그램에 1천154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등 '학교 밖' 문화예술체험·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그런데 올해 사업비가 연초계획의 절반수준으로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인천시는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때 예산절감을 이유로 시부담금의 절반만 세웠다. 이에 따라 국비도 줄어들게 됐다.시 문화예술과는 올 정리(2차)추가경정예산에서 시비부족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결산 작업인 정리추경에서 사업비를 확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당장 성과가 보이는 사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토요일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저소득층 가정 아이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미래 꿈나무'에게는 중요한 사업이다.시는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신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다. 재정운영을 정상화하고 빚을 갚기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도 잘 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까지 축소시켜야 하는 것일까. 경제적 또는 정치적 논리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사업마다 몇퍼센트씩 일률적으로 사업비를 삭감하는 방식의 예산절감은 문제가 있다. 인천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사업이 무엇인지, 시가 좀 더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4-10-21 목동훈

국정감사 무용론, 유감

올해 국정감사가 7일 남았다. 정치부 시절 국회를 출입했던 경험에 따르면 '끝물이요, 파장이다'. 특히 비록 하루 만에 '회군'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과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여파로 더욱 그렇다. 국감 무용론이 또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다소 결이 다르지만 제4공화국 시절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국정감사권을 삭제했던 것과 오버랩된다. 애초 여야는 지난 1월 '분리 국감' 실시에 합의했다. 국정감사의 내실을 기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오히려 지난 9월 30일에야 국감일정에 합의하면서 국감 무용론을 스스로 자초했다.'버럭·호통 국감' '재탕·삼탕 국감'도 국감 무용론의 단골 소재다.여기에 피감기관들은 여지없이 다양한 형태로 국감 무력화 시도를 통해 국감 무용론 확산에 가세한다. '보안문서' '비공개 자료'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 같은 내용인데도 국회의 제출요구서상의 제목과 자신들의 문서 제목이 다르다며 '자료가 없다'고 버티는 것 역시 관행 중 관행. 늑장 제출, 엉터리자료 제출 등 수많은 수법이 동원된다. 올해 백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 감사원의 늑장자료 제출이다.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무한 대결도 국감 무용론을 부채질한다. 재벌 총수의 증인채택 문제는 단골 소재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무성 대표의 딸이 부정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수원대 이사장 등 '재력과 권력 실세'들의 증인출석을 놓고 해당 상임위가 연일 파행이다.극히 일부 언론들도 국감 무용론에 편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비록 제4공화국 시절 잠시 사라졌지만 제헌의회부터 제3공화국까지 헌법상에 국정감사권을 규정해 왔으며 제5공화국 헌법에서도 국정조사권(國政調査權)으로 변경됐고,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됐다. 입법기능과 함께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국회 존재의 이유다. '국감 무용론'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국회에 달려 있다./이재규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이재규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14-10-19 이재규

인문학 열풍, 우리 사회는 변하고 있나?

2010년 즈음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당시 종교와 NGO 단체가 주관하는 인문학교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경희대학교는 2011년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개설해 모든 학부생들에게 1년동안 교양 필수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업을 듣게 했다.3~4년 지난 현재 인문학 열풍은 더욱 뜨겁다. 사회적 트렌드로 확산된 인문학은 대기업 공채의 지원자 평가항목에 포함되는 단계로 발전했다. 올해 주요 기업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지원자들이 역사와 문학·예술 등 각 분야에 대한 풍부한 소양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당 분야의 문제를 추가 출제하고, 에세이를 제출하게 하는 등 다양한 평가를 실시했거나,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2010년께 국내 인문학자들은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로 대표되는 '발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간의 본성이나 가치, 윤리관 등을 도외시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켰고,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고 인문학 열풍의 원인을 들며 반겼다.그러나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건과 최근의 대청도 지뢰 폭발로 간벌 작업중이던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까지 올해 유독 우리나라에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올해 사건사고 대부분은 인재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또한 자살률도 수년째 줄지 않고 있다.우리 사회의 인문학이 한낱 유행이나 구호에 그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소위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의 유행속에 인문학은 통상적인 경영이나 경제 분야 등의 책에도 가미된다"고 설명한다. 인문학의 색깔을 입혀야 잘 팔리기 때문이란다.20세기 초반 12음기법을 창안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음악의 유희·순응(상업)적 태도를 부정했다. 그는 음악이 '진실'을 일깨워 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예술은 장식이어선 안된다. '진실(Wahrheit)'이어야 한다"고 했다. 1세기 전 쇤베르크의 '음악윤리'는 후대 작곡가들에게 의식과 함께 음악어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이 인문학의 본질이 아닌 허울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각자의 위치에서 돌아봐야 할 때다./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4-10-14 김영준

특권의 의미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국회가 지난 7일 '2014년도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이날 국토교통위원회의 첫 피감기관으로 국감일정이 계획된 한 공기업을 직접 찾아가 의원들의 질의와 피감기관의 응답을 취재하기로 했다.국감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위원장의 국감 시작을 알리는 방망이질이 끝나자마자 한 의원이 손을 번쩍 들고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마이크를 켠 그 의원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피감기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질책하기 시작했다.의원은 '뭐하러 현관앞에 직원들이 다 나와서 의원한테 인사를 하느냐' '화장실에 새로 산 수건에다 칫솔·면도기·방향제 등이 놓여져 있던데 왜 쓸데없이 돈을 쓰느냐' 등등 다소 의외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의원은 "여기에 대접받으러 온 거 아니다"며 "요즘 국회의원들 특권이다 뭐다해서 비난이 쏟아지는 판에 이런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지난달 여의도에서 벌어진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이 다시 세간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국회의원은 한해 1억원이 훌쩍 넘는 세비를 받고, 국민의 혈세로 봉급을 주는 보좌진을 여러명 거느린다. 게다가 단 하루라도 의원배지를 달았다면 65세가 넘어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받는다.헌법에는 면책과 회기중 불체포특권을 보장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특권이 무려 20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이 이같은 특권을 누릴만한 자격과 함께 그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면 국민들은 절대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더러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세월호 참사로 5개월 남짓 공전을 거듭한 끝에 국회가 열려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정감사 준비기간이라고 고작 며칠이 전부인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책무를 그나마 하고 있다는데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국감을 통해 여야는 정책감사를 뿌리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정책감사의 본질은 '의원특권'을 내려놓고 피감기관에 대해 구태한 갑질을 자행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특권을 누릴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이성철 경제부 차장▲ 이성철 경제부 차장

2014-10-12 이성철

견제·소통으로 성공한 오산시의회를 기대하며

얼마전 오산시청 앞 한 조그만 식당에서의 일이다. 지인들과 저녁을 하기로 한 식당에 20여명 가까운 오산시의회 의원들과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초저녁부터 술을 한잔 하나 둘러보니 김치찌개에 단출하게 식사를 즐겼다. 시끄러운 모습도 아니었다. 후다닥 식사만 하고 금방 자리를 일어섰다. 시의회 문영근 의장은 영화 '명량'을 직원들과 함께 보기로 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새정치민주연합의 문 의장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이상수 부의장과 또다른 의원 2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이렇게 시의원과 의회 직원간 정기적인 문화행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민선7기 오산시의회가 초반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의원과 의회 직원간 소통의 자리가 잦아지고 있다. 시의원간 소박한 소통의 자리도 이어지고 있다. 소속 당은 다르지만 저녁 당구 한판에 간단한 소주 한잔을 하며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오산시의회가 새롭게 출발한지 5개월째다. 대부분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시의회는 초반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은 물론 시의원간 대화의 자리가 남다르다. 과거 도넘은 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은 지자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지나친 갈등으로 의회의 본 기능이 상실되는 등 지역발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곤 했다.집행부에 대한 시정질문에는 정책질의 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인신공격성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고 다른 당은 물론 같은 당 의원들간에도 흠집내기성 발언으로 시민의 눈총과 언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이 모든 것은 불통의 원인으로 시집행부는 물론 의회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깨는 일이 다반사였다.오산시의회 의원은 7명이다. 서로 간 소통만 잘 한다면 역대 그 어느 시의회보다 최고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지금과 같은 서로간의 만남과 소통이 지속적으로 이뤄질때 이룰 수 있다. 초심이 흔들리면 안된다. 그 초심을 유지하면서 시민의 복지와 시 발전을 위한 의회활동을 펼쳐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시의회가 기대되고 어떤 의정을 펼칠지 기다려진다./조영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조영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4-10-05 조영상

삶의 휴식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중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한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빠르지 않으면 왠지 모를 답답함과 함께 짜증을 내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봐도 거의 대부분의 승객은 스마트폰에 열중할 뿐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공기가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빨리빨리'는 우리의 생활 패턴과 환경까지 바꿔놨다. 인터넷과 SNS의 핫 이슈를 모르면 단순히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벽을 쌓고 사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다소 뒤처질 수 있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는 무시를 넘어 공격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실제로 연예인이 트위터 등 SNS에 실수로 말을 한 번 잘못하면 이를 꼬투리잡아 공식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지만, 어느새 이러한 태도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섬뜩하다는 생각이 든다.'빨리빨리'가 대한민국의 성공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빨리빨리'를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잠시 쉬는 것조차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빨리빨리'가 우리 몸에 스며든 까닭이다.'빨리빨리'를 강조하다 보면 주변의 많은 것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쳐 보내게 된다. 스쳐가는 것들이 모두 소중한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은 잊었던 것들이 지친 삶의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학창시절 떨어지면 마치 죽을 것 같았지만, 어느새 세월이 흘러 잊힌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해 보라! 잊힌 친구의 목소리만으로 각자 나름 화려했던 학창시절의 기억들이 찰나에 영화처럼 지나가며 지친 삶에 한 줄기 활력소가 됐음을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지 않았는가.매일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하고 있는 그대들에게 과연 '빨리빨리'는 무엇일까. 삶의 전부는 아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이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가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라. 그 곳에서 내가 잊고 지낸던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4-09-30 최규원

혁신학교는 명칭일 뿐이다

인천과 이웃한 경기도에서 혁신교육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마을교육공동체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을 중심으로 학교·마을·자치단체가 역할을 분담해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혁신학교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경기도에 비해,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인천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암담한 교육현실의 대안으로 혁신학교가 확산 추세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올 9월 현재 전국 600여 초중고교가 혁신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혁신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부작용이나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학생이나 학부모·교사들이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아직 혁신학교가 아닌가 싶다.인천시의회는 이달초 인천시교육청이 내년 3월 혁신학교 출범을 위해 필요한 준비예산 전액을 삭감하면서 '준비가 덜 됐다' '예산낭비만 초래할 일회성 사업이다'는 빨간딱지를 붙였다. 혁신학교가 학력저하를 불러오고, 비혁신학교와의 역차별 등에 대한 우려도 쏟아냈다. 준비부족을 제외한 나머지 이유는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고 본다.충청북도교육청의 혁신학교 관련 예산도 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교사들이 전교조 소속인 점이 작용했다는 언론보도다. 내년 예산 확보도 불투명하다는데, 인천시교육청도 사업재검토까지 요구하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 인천시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인천시교육청은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사후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10월부터 11월까지 초등과 중등 각각 160명씩 모두 320명의 희망교사를 대상으로 혁신학교 직무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시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준비중이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십시일반으로 강사료 등을 모아 혁신학교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파악한 인원만 700~800명 가량 된다.혁신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본다. 주목하는 것은 지금의 학교는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명칭이 혁신학교일 뿐이지, 본질은 무너진 현재의 학교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수단과 방법일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인천시의회도 교육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교육 그대로의 모습으로 접근했으면 한다./김도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차장▲ 김도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차장

2014-09-28 김도현

광주, 부동산 훈풍의 온도차

얼마 전 광주지역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돛을 달아주자는 내용으로 글을 쓴 바 있다. 최근 분양을 마친 광주지역 한 아파트는 평균 3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됐고, 그동안 미분양에 시달리던 건설사들도 속속 물량을 해소하며 숨통을 트고 있다. 10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던 수십 개의 지구단위사업들도 하나 둘 속도를 내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알리고 나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중대형 평형이 부동산 훈풍에 힘입어 오히려 메리트를 갖게 됐으니 격세지감이란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이러한 부동산시장 분위기 속에 바빠진 건 건설사뿐만이 아니다. 실수요자를 비롯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큰손들도 광주지역에 눈을 돌리며 몰려들고 있다. A사 아파트는 지난달 분양 당시 수십 개의 떴다방이 등장해 광주에 쏠린 관심을 단편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그러나 들썩이는 시장 분위기와 달리 행정당국인 광주시는 조용하다. 훈풍에 돛을 달기보다 경계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역세권개발에 전력투구하겠다며 공언했지만 이렇다 할 개발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 분위기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려는 사업자들은 '시가 좀 더 역동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라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며 입을 모은다.광주시 오포읍은 '제2의 분당'으로 불린다. 실제 분당과 가까워 분당권 생활이 가능하고 일부 지역은 학군까지 분당권에 속한다. 부동산 시세는 분당의 절반 내지 3분의 2 수준이지만 분당권 생활이 가능해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요를 충당할 공동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공동주택사업에 장벽이 높다 보니 다세대주택만 즐비한 실정이다.최근 이곳에서 공동주택사업을 하려던 한 건설사는 타 비도시지역보다 낮은 용적률 적용을 받는 데 대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동산 수요가 많은 지역이고,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선 용적률 상향이 필요하지만 교통여건 등을 이유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되자 너무하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난개발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제한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광주지역에 분 훈풍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이용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개혁 기조에 발맞춰 광주시가 큰 밑그림을 그려 나가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2014-09-23 이윤희

백성마음 헤아리지 못하는 정치

예전 같지가 않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라는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개막했다. 본격적인 축제철을 맞아 여주 도자기축제를 비롯 곳곳에서 흥겨운 축제가 벌어졌는데, 왠지 흥이 나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추욱 처지는 병에 걸린 것처럼 시들하다. 심각한 문제다.세월호사건이 터진지 5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마무리가 되지 못한 채 곳곳에서 마찰만 빚어지고 있다. 여주·이천·광주·양평 시민들은 신경기변전소와 765㎸ 초고압 송전탑 건설사업을 놓고 들끓고 있다. 쌀수입 관세화 추진으로 농민들까지 들고 일어나고 있다. 이런데도 의원 나리들은 사분오열에 성추행 등 별별 일들을 다 일으키고 있다. 국민을 가볍게 여겨 벌어지는 일이다.정치는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 했다. 백성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힘겨워하는지를 헤아려, 원하는 것을 이루고 힘겨운 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정치다. 백성의 뜻을 저버리고 돈을 가진 자, 권력을 가진 자가 돼 활개치고 다닐때, 나라는 중심이 무너지고 백성들의 삶은 고통에 빠지게 된다. 정치인들은 백성의 뜻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까. 쓴웃음만 나오는게 현실이다. 세월호는 뒤로 접어두고, 신경기변전소를 놓고 보아도 그렇다. 슬슬 눈치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사업'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한전과 정부가 신경기변전소와 초고압 송전탑을 쉽게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밀양에서 그렇게 난리를 치고도, 주민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기어이 밀어붙이는 게 정부의 모습이다.'어쩔 수 없다'는 게 정말 진실일까? 한여름과 한겨울 전력사용 피크기를 제외하면 남아도는 게 전기다. 새벽까지 불을 환하게 밝히는 도시, 편리함을 위해 전기에 의존하는 생활패턴, 대형화하는 전기제품, 남아도는 전기를 비축해 사용하려는 노력의 부족…, 이런 비효율을 관대하게 외면하고 오로지 생산으로 보충하는 건 좀 따져봐야 할 문제다.쌀 관세화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자동차와 반도체 팔아먹기 위해 농업을 희생하는 꼴이다. 왜 아무도 '그럼 좀 덜 팔자'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결국 희생을 강요하며 팽창위주의 정책이 막무가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 배경에 '백성'이 아닌 '자본'이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박상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박상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14-09-21 박상일

자선야구대회 외면한 부천시

부천에선 매년 '부천소아환우 돕기 자선야구대회'가 열린다. '야구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뜻있는 부천지역 아마추어 야구인들이 4년전 모여 만든 소박한 자선대회다.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귀중한 물건을 자선경품으로 선뜻 내 모아진 기금 전액은 소아환우 돕기에 쓰인다.올해도 '제4회 소아환우돕기 부천야구인DAY-자선야구대회'가 열린다. 만화인들로 구성된 만화스와 개그콘서트 메세나야구단, 부천성모병원야구단, 부천소방서야구단 등 10여개팀이 참가하는 만큼 열기도 뜨겁다. '777손톱깎기세트'부터 '야구장대관 이용권'까지 자선경매 물품이 100개가 넘을 정도로 쇄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그런데 올해 대회를 부천에선 볼 수 없다. 경기장을 대회 주최측에서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오는 10월18일 서울 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경찰청 프로야구 2군 경기장이 있는 고양 벽제 야구장 등에서 열리게 된다. 자선야구대회 준비위측은 지난 3월부터 부천야구연합회에 야구장 대관을 요청해 왔으나 '대관 여유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도 야구장 대관이 힘들어, 연초부터 신경을 써 왔음에도 실패한 것이다. 자선야구대회측은 대회장소를 고양 벽제야구장으로 부득이 바꿔야만 했다. 이마저도 '만화스' 단장을 맡고 있는 이현세 작가의 도움(?)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대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행사 당일 선수가족과 응원단 등이 고양 벽제 야구장까지 이동하기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연출될 판이다. 부천야구협회측은 뒤늦게 10월 중순 대관이 가능하다고 연락해 왔다고 한다. 대관 요청 때는 무시하더니, 경찰청과 협의를 통해 고양 벽제야구장으로 개최장소를 공지한 이후 대관이 가능하다는 것은 '무슨 경우 인지' 자선야구대회측은 분통을 터트렸다.자선대회 준비측 관계자는 "부천시내 소아환우를 돕기위해 지난 3년간 개최해 온 자선야구대회를 고양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유독 특정 야구단체에 대관해 주지 않아 반발을 샀던 부천시의 야구행정이 자선야구대회까지 미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부천시의 야구장 운영방식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시민이 시장이다'란 슬로건을 내걸은 시장의 시정 운영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거꾸로 가는 행정인듯 싶다./전상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전상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2014-09-16 전상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