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대학과 지역

'내부의 보수화' 새 시대·문화 못담는 대학인구절벽·청년실업 환경 변화에 존립 위기학문·생활·문화·노동 등 최적 공동체 대안지역사회 연계 '캠퍼스타운' 실질적 노력을대학이 위기이다. 위기의 원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먼저 외적 요인으로는 '인구 절벽'이라는 환경변화에 따른 문제이다. 대학을 구성하는 핵심인 학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은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내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청년실업 문제도 대학 위기의 외적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대학이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적 요인으로는 대학 내부의 보수화다. 사학 비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문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교육 내용으로 인해 대학은 더 이상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변해야 하지만 가장 느리게 대응하는 곳이 대학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차원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로는 대학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 직원의 관계가 파편화되고 무너진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학공동체의 붕괴이다. 이는 2000년을 전후로 신자유주의 논리가 대학사회에 빠르게 전파된 결과로서 학생과 교수, 직원이 대학공동체 차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간 결과이다. 학생은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고, 교수는 평가와 연봉에 매달렸고, 직원들은 경영 관점으로 수익 관리를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학에 대안은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대학공동체의 복원이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취업 등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대학은 최소한 몇 년 동안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공동체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함께 교수와 직원이 함께 대학사회를 일종의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면 이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모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청년 세대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이미 사라진 공동체의 경험을 대학에서 수 년 동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공동체는 학문과 생활과 문화와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 분야로 분절되어 있는 대학 내부의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방치한 채,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지역과 별개로 존재해왔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상권 정도에 기여할 뿐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하더라도 대학이 별다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학과 지역은 상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역은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해서 어떻게 하면 대학자원이 지역자원으로 연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며, 대학 역시 단순한 취업 차원의 고민을 넘어 대학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고 수업과 활동, 공간 등을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대학을 사고하게 만드는 일이다. 취지는 좋지만 여전히 현실은 멀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성과주의와 대학 이기주의 등이 맞물려서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협력과 연계는 가능하지 않다. 대학과 지역이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캠퍼스타운이 되려면 기존 행정과 대학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관점과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현재 한국사회의 대학은 일종의 섬으로 존재한다. 대학이 외로운 섬으로 남지 않으려면 대학과 지역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력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취업을 넘어 산업과 경제, 문화와 예술, 마을, 공동체, 일상 등 모든 영역에서 연결될 수 있는 지역과 대학의 관계를 상상해본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8-09 권경우

[춘추칼럼]인식전환 골든타임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경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고국정안정 꾀하려면 대통령 생각 전환 필요경제 기조 '소득주도→혁신 성장' 바꾸고주류세력 교체론 벗어나 내각에 권한 줘야집권 2년차 문재인 정부는 몇 가지 '인식적 오류'에 직면해 있다. 첫째, 방향((목표)이 옳으면 방법(수단)이 다소 거칠고 투박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이런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한다.그런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상승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도 최저 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절벽, 생산 부진, 경기 비관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한국 갤럽 조사(7월 24-26일) 결과,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62%로 6주 연속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8%로 역대 최대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7%)이 압도적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12%)이 뒤를 이었다. 방향과 방식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둘째, 주류세력이 교체되어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다. 정권이 교체된 것은 넒은 의미에서 주류 세력이 교체된 것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은 세력이 권력을 이용해 사회 주류 세력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자칫 권력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야당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는 협치 내각을 제안했다. 국민통합을 이루고 국회에서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한손엔 적폐청산을 통한 보수 주류세력 교체, 다른 한손에 야당과의 협치를 내 세우면 꼼수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류 세력이 교체되지 않아서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주류 세력은 권력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만이 교체할 수 있다.셋째, 대통령 친정체제가 구축되어야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고다. 그 일환으로 집권 초기부터 총리와 내각 대신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최근 청와대는 국민홍보, 정책 조정, 연설 기획 등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 각 부처의 정책과 홍보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모든 현안을 챙기는 만기친람의 행태를 보일 때 역설적으로 국정 효율성은 떨어진다. 5년 단임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법칙이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1년 6개월 동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그 실망이 분노를 넘어 혐오로 치달으면 민심이 폭발한다. 올 연말까지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정책 목표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이젠 경제 정책 핵심 기조를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전환하고, 이념적 양극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주류 세력 교체론에서 벗어나고, 총리와 내각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이 적기에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는 휘청거리고, 협치는 사라지며, 민심도 크게 이반될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8-08-02 김형준

[춘추칼럼]종전선언, 관련국 입장과 추진전략

판문점선언·싱가포르성명서 필요성 인식北 체제 보장의 美 불가침확약 포함 원해미국도 '완전비핵화' 협상카드 활용 의도주변국참여 문대통령 교차보증 역할기대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오늘이 정전협정 체결 65년을 맞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 3조 ③항에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를 명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6·12 싱가포르 센토사섬 공동성명 3조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보여준다.종전선언은 한국전쟁을 끝장내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전쟁을 끝장내고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자는 의지와 추진방향의 원칙 정도만 담으면 된다. 종전선언은 민감한 문제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시기·장소·내용 등은 당사국인 남북한이 중심이 되어 유관국들과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한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연계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고 평화협정을 통해 비핵화를 끝내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남북 간, 북미 간 '불가침 확약'이 내용에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방식으로 하고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 북미 간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구로 간주한다. 본격적인 비핵화 과정을 시작함에 있어 최소한의 군사적 안전보장책으로 미국의 불가침 확약이 포함된 종전선언을 원한다. 비핵화의 명분도 필요하기 때문에 종전의 조속한 선언을 촉구한다.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한다면 대북군사적 옵션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직 구체적인 내부적 논의 움직임이 없다. 중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을 선호한다.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당사자로서 종전의 시작에서부터 참여를 요구한다. 종전선언 참여 문제를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3자 종전선언, 4자 평화협정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종전선언만 한다면 3자 방식이든 4자 방식이든 큰 문제가 없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 체결과의 선후관계로 연계되어 있다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우선론'이 현실적인 방식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미래의 평화통일을 이끌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의 지지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은 미국과는 달리 한반도 접경국가로서 통일 이후에도 협조가 중요하다. 정전협정 제5조 61항에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 사령관들의 상호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자 우선론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올해 내 종전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8·15 전후 대북·대미 특사파견을 통해 북미 간 빅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핵동결 선언과 미국의 종전선언은 충분한 교환 가치가 있다. 종전선언 내용에 불가침 확약 문제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의 원론적인 내용만 들어가면 된다. 불가침 확약을 삭제하는 대신 사드 철수, 첨단무기 신규도입 보류 등 북한이 수용 가능한 형식의 군사적 안전보장도 하나의 방안이다. 다음 단계로 대북제재 해제와 핵프로그램의 신고·사찰·검증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시에 남북한은 최우선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개성공단사업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평화협력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8만4천개의 일자리를 보장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들의 생활향상과 경제발전을 위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북제재·압박 일변도의 전략적 수단을 완화·철회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협력의 중재자,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북한에게는 체제안전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고 미국에게는 비핵화에 대한 보증이 요구된다. 교차 보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는 대목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7-26 양무진

[춘추칼럼]후배 독서가들은 외롭지 않기를

자신의 취향과 특기에 근접하는 꿈 찾고독서 씨앗 퍼트리는 '독서나비'로 살며진학·출세 지장없는 제도 이루길 빌고반딧불이 작가들 세상 빛내주길 바란다모교로부터 '동문 선배와의 만남'에 초청받았다. 금의환향이라도 하는 듯해서 감사히 수락했다. 솔직히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묘한 자격지심에 휩싸였다. 내가 과연 '금의'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뭐라도 이루거나 된 자인가. 부를 만하니 불렀겠지 뿌듯하면서도, 진정 자식 뻘 후배들 앞에서 떠들 주제가 되나 의심스러웠다.30년 후배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가이면 모르겠는데, 나는 '듣보잡' 소설가다. 책 좀 읽으시는 분들도 '20년 써서 20여 권을 냈다는데 처음 들어보고 처음 읽는다'고 하시니 말이다. 경제력, 신분, 지위 같은 세속적 기준이나 사회 기여도로 따진다면 더욱 후배들 앞에 설 자격이 없었다. 미미한 작가보다 구질구질하고 사회에 도움 안 되고 전망 없는 직업이 또 있을까. 내 또래인, 후배들의 부모님이 훨씬 말할 자격을 가졌다. 설마 롤 모델이나 귀감을 바랐겠나, 고등학교 때의 나처럼 독서를 즐기고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한테 작가가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격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합리화했다.30여 명이 맞아주었다. 어쭙잖은 작가 선배를 만나겠다고 귀한 시간을 내준 학생들답게, 30년 전의 우리들을 보는 듯했다. 생각이 많아 뵈는, 책을 즐겨 읽고, 예술적 행위로 스트레스를 풀 것 같은, 언젠가는 작가를 꿈꿀 것 같은 아티스트형 아웃사이더들. 순전히 오해일지라도 후배들에게 동지애를 느꼈다.꾸준히 독서하면 의당 오지랖 넓게 이해하는 동시에 문제를 파악하고 의견을 세우고 내는 능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간절히 원하는 바다. 그 '비판정신과 창의력'이 출중할수록 따돌림받고 외로워지고 경제적으로 도태되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후배들에게 보다 활발한 독서를 권장하기가 저어되었다. 차마 작가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할 수도 없었다. '자기 계발서'처럼 뭐가 됐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기필코 된다, 꿈을 갖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말하면 편할 텐데, 불편한 현실을 밝히는 희망 의심형 소설을 써온 작가로서 희망의 전도사를 자처할 만큼 뻔뻔하지도 못했다. 두서없이 벅벅댔다.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여러분이 비판정신과 창의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외로울 테다. 그런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다. 두루 읽고 넓게 의심하고 세심히 표현하는 사람은 자꾸만 소외된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독자로 사는 것도 벅찬 세상이니, 기어이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더욱 외로울 테다. 그렇지만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여러분처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이나마 강녕한 것이다. 우리는 시골 마을의 가로등처럼,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가로등 같은 존재도 못 될지도 모른다. 가로등도 없는 마을의 반딧불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없어도 되겠지만 반딧불이가 있어 여름밤은 한껏 풍성하고 아름답지 않은가.한심한 선배의 산만한 말을 성의 있게 들어주는 후배들이 고마웠다. 듣고 싶은 사람만 모여서 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알아서 걸러 들었고 넉넉히 웃어주기도 했다. 오히려 내가 큰 격려를 받은 셈이다.후배들이 자신의 취향과 특기에 근접하는 꿈을 찾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기회를 부여받아,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이롭고 자존감 넘치는 업적을 부단히 쌓고, 경제적으로도 무난한 미래를 이루기 바란다.또 바란다. 지금처럼 책 읽기를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서의 씨앗을 퍼트리는 독서나비'로 살기를. 스무 살이 넘으면 독서가 끝나는 세태를 바꿔주기를. 좋은 책을 아무리 읽어도 진학과 출세에 지장이 없는 제도를 이루기를. 반딧불이 작가들이 최소한의 자부심을 유지하며 빛나는 세상을 만들기를. 자존감 넘치는 작가가 많이 탄생하기를. 먼 훗날 후배들을 만나 독서가와 작가의 싹을 보거든 열렬히 북돋을 수 있기를./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2018-07-19 김종광

[춘추칼럼]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법·제도 많다고 좋은 사회 되는것 아냐불필요한 규칙 되레 공동체 억압할 수도최소한의 규제로 구성원간 서로 논의하고갈등과 해소·합의하는 문화 만들어 가야러시아월드컵 결승 진출팀이 확정되었다.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프랑스와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펼친 크로아티아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은 16강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세계 1위 독일을 이겨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월드컵의 특징은 월드컵 사상 최연소 골을 기록했고 프랑스를 결승으로 이끌어 전 세계 스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음바페 선수를 보더라도 '세대 교체'가 두드러진다.그렇다면 많은 스포츠 중에서 축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스포츠이다. 그 배경에는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공간과 사람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근본적인 매력이 있다고 본다. 그 외에 아프리카 등 지구상에서 낙후된 지역에서 세계적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을 제공하는 측면과 각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축구리그를 비롯한 산업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 몸값 상승과 광고에 따른 스포츠용품사의 문제, 월드컵과 같은 메가스포츠이벤트의 부정적 측면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아울러 축구라는 스포츠에 담겨 있는 본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축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골을 넣는 것이다. 모든 전략과 전술, 선수들의 배치와 움직임은 그 목표에 맞춰져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축구는 지극히 단조로운 스포츠가 된다. 어쩌면 지루하고 식상한 스포츠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열광한다. 축구를 보면서 환호하고, 낙담하고, 웃고, 운다.분명한 사실은 축구의 매력이 골을 넣는 것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다양한 매력이 오히려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규칙이 많지 않다는 점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거나 즐기는 데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공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 그리고 직접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것이 일종의 재미이다. 단순히 골을 넣는 것만 생각하면 재미가 줄어들지만 축구장 전체 맥락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게 되면 전혀 다른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다.또한 축구 경기는 최소한의 규칙으로 운영되면서 역설적으로 관람객의 참여를 극대화한다. 매회 단막극을 만들어가는 야구와는 달리 축구는 전후반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축구 경기라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동안 관람객들은 깊은 몰입감을 통해 경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매 순간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는 축구 경기가 갖는 역동성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신체가 직접 부딪히는 일이 많을수록 오히려 규칙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매순간 판단하고 결정하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의 맥락과 흐름을 지켜보는 과정이 따르는 것이다. 즉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움직이고 부딪히는 지점에서는 객관적 판단보다는 상호 협의나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판단할 수 없거나 판단을 멈추는 일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을 포기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내 것, 혹은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외부의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손쉽게 판단하게 되었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니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판단하고 정죄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일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를, 어떤 일을 옳다 혹은 그르다고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물론 판단 불능 혹은 판단 중지가 어떤 불의나 잘못에 대해 눈을 감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축구를 할 때 하나의 공을 두고 두 선수가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매순간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이나 제도 등 규칙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 이상의 많은 규칙은 공동체를 규율이 지배하는 억압적인 공간으로 만들 가능성이 많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규칙이 작동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논의하고, 갈등하고, 화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감내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축구 경기는 판단중지와 개입의 수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스포츠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7-12 권경우

[춘추칼럼]진보와 보수의 경쟁은 이제 시작

민주당, 전대 앞두고 계파 분화·재편 조짐겸손함 못 갖추면 승자저주 빠질 위험성 커쪼개지고 무너진 보수 재건 서두르기보다혁신통해 총선전 빅 텐트로 모여 통합해야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었다. 2016년 총선(여소야대)과 2017년 대선(정권교체)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치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정치학자 키(V.O.Key)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당들 간의 힘의 균형이 크게 바뀌는 선거를 '중대 선거'라고 규정했다. 미국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수차례의 중대 선거가 있었다. 대공황시절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론'과 '뉴딜 정책'을 내걸고 승리했던 193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이 대선이후 미국에선 민주당 우위의 정당체계가 수십 년 간 지속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중대 선거로 볼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유보적이다.방송 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29.2%)와 보수(24.9%)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고 중도(39.8%)가 가장 많았다.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진보 1.2%p 증가, 보수 2.2%p 하락, 중도 1.5%p 증가 등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보수층의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여당이 압승했다는 것은 단지 야당이 싫어서 여당을 지지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케이스탯리서치가 지방선거 직후(6월16일-1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정당을 계속 지지하겠는가'란 질문에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바꿀 수 있다'가 58%인 반면, '계속 지지하겠다'는 36%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사회 균열을 반영해 새로운 쟁점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수 정당 궤멸에 따른 반사 이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여하튼 아직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를 지탱할 만한 확고한 유권자 재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며, 2008년 총선에서도 승리하면서 보수 우위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년 뒤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2017년엔 정권을 뺏겼다. 민주당이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만을 버리고 계파 권력 투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문제는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이 분화·재편되고 있다. '뼛속까지 친문'이라는 '뼈문', '진짜 친문'이라는 '진문', '범 친문'이라는 '범문' 등이 등장했다. '밤새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을 담은 '부엉이 모임'도 부각되고 있다.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새누리당에서 원박, 진박, 범박 등이 등장했고, 청와대는 뼈박 문고리 3인방이 판을 치면서 폭망했다. 선거 트리플 크라운을 이룩한 민주당 내에서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유능함과 도덕성, 겸손한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반면, 자유한국당은 혁신 비대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그 방향성은 보수의 가치에 진보의 정책을 융합하는 것이다. 과거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라는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가령, 진보의 가치인 복지와 평화를 '퍼주기식 복지', '위험한 평화'로 폄훼하기보다는 '건강한 복지', '안전한 평화'를 내세우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현재 한국 보수의 최대의 적은 조급함과 분열이다. 단기간에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려고 하지 말고 길게 호흡하면서 참회하고, 혁신하고,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쪼개져 있는 보수 정당들은 총선 전 빅 텐트로 모여 통합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열광과 환멸의 주기는 지극히 짧다. 분명, 2020년 총선 결과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가 중대선거였는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8-07-05 김형준

[춘추칼럼]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이행방안

북미정상회담서 체제보장 빅딜구조 형성협상당사자 남·북 관계 진전 선순환 중요韓 지위·역할 보장속 단계적 동시성 조치적어도 8월 중순엔 로드맵 발표 이끌어야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6·12 센토사섬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핵 없는 한반도 또는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판문점선언에 명시했다. 북미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함을 센토사섬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장내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평화협정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외교적 문서이다. 평화체제는 군사적 대결상태와 정치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평화협력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규범·기구·제도의 총체이다.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이행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행방안에는 세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목표가 분산되어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다. 한미동맹과 관련된 여타 사안들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어서도 안된다. 평화정착 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과 연계되어 있음을 내외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가장 신속하고 신뢰가 지켜지는 방식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 빅딜을 추진해야 한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다. 한국과 미국은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방안에 대해 지속 협의해 나가야 한다. 셋째, 4·27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제 궤도를 찾아감으로써 비핵화 협상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고 비핵화 진전이 남북관계 발전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선순환 구조 확립이 중요하다.이행방안에는 북미 간 조치, 남북미 간 조치, 남북관계의 조치 등이 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 구조가 형성됐다. '단계적 동시성 이행구조'를 가진 가장 신속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순서를 찾아나가야 한다.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위해 '행동 대 행동'의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북미 간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및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으로 선행조치를 교환한 셈이다. 핵동결 선언과 종전선언의 교환이 다음 순위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북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북미 불가침 협정 및 대북제재 철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물질·핵시설 등의 폐기와 함께 북미관계정상화 교환도 생각해야 한다.비핵화 과정에서 평화체제 전환 추진을 위해서는 한국의 지위 및 역할이 보장되어야 한다. 북미협상 구조에서는 한국이 한반도문제의 결정권에서 배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평화협정·군비통제·한미동맹의 변경 등은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평화협정은 남북이 체결하고 주변국이 보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군비통제 및 축소 문제는 먼저 남북 간에 협의되어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 평화협정 당사자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등을 매개로 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하다.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 남북 간 이니셔티브로 추진되어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의 기본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남북 간 협상에서는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다뤄나가야 한다. 올해 하반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중요한 시기이다. 7~8월 북미 후속협상이 진행되어 적어도 8월 중순경에는 단계적 동시성 이행 로드맵이 발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확대 발전방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비핵화 로드맵이 나올 경우 민간교류 및 대북지원 허용, 접경지역 교류,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 타진도 요구된다. 우리에게는 한미동맹 이슈가 민감하다. 북한에게는 존엄과 관련된 문제가 중요하다. 민감한 이슈들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지 않게 상황관리를 잘 해 나가야 한다. 역사는 준비하는 자가 있기에 발전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6-28 양무진

[춘추칼럼]농학계 대학생들의 꿈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해결 근본인 '농업'학생들 진정한 미래산업으로 보고 있으나정작 부모들은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행복한 미래 희망위해 소통의 장 선행돼야지난 주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몇 몇 학생들과 상담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상담시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수년간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해 왔지만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의 틈새가 너무 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하듯 상담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필자는 짜장면이나 간식 등을 먹으며 상담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학생들이 즐기는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허물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상담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조화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목표와 꿈을 가져야 하나?'라는 주제가 가장 많았다. 이번 상담에서는 최근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의 5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맥도널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와 글로벌 식품 포장재 기업의 '플라스틱 빨대 퇴출'이 지구촌 공동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과 반발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것처럼 일부 호텔, 항공사, 크루즈선 업체들이 빨대 퇴출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서 친환경 실천에 대한 법 규정에 앞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대해 토론하였다. 많은 학생들의 의견은 환경 친화적 기업이 성공할 수 있고, 변화하는 미래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산업이니 하는 화려한 문구가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한 친환경 산업이 부상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근본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산업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자동차,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기술을 이용한 바이오헬스케어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모두가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산업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산업이 있다. 바로 '농업'이다. 농업이야말로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농업이 미래산업'이며 여기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몇 년간 상담한 학생들 중 일부는 소나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반대로 이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말하는 농업이라는 기존의 네이밍(naming)에 갇혀서 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미래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첨단 농법이나 스마트 농업이라는 거창한 테두리를 치기 보다는 농업 속의 문화, 농업과 함께 하는 문화, 삶 속의 문화로서 농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여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과 함께 일을 통해 삶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농업이 중요한 산업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아이들은 한국형 6차 산업화의 주축인 '농업'을 진정한 미래 산업으로 이해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으나, 정작 부모들은 그 꿈에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필자도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직업군이 미래에 전망이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람이 시작하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행복하기를 꿈꾸는 미래시대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진지한 소통의 장이 가정에서 먼저 선행되기를 소망해본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6-21 김민규

[춘추칼럼]정치의 시간, 우리들의 시간

지방정부는 사업·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사람과 공간·마을과 교육·개인과 공동체가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 꿈꾼다건강한 공동체는 인간의 삶을 디자인 한다지방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평가나 정치공학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면, 유권자로서 개인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표를 짜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그렇다면 지방선거와 우리의 삶의 관계에서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층위의 구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상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갖고 가는 현상이나,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의원과 광역단체장의 역할도 구분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자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초 단위로 갈수록 비전으로 포장된 '허언'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짜 지역 현안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방의원은 민원해결사가 아니라 민원중재자이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지역에서 정치 영역은 소수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통한 만남과 지지로 연결된다. 오죽하면 지역 정치인이 '민원인 만남의 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는가. 지방의원은 단순한 민원의 해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권력의 행사라기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족한 지방재정 내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가능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누가 무엇을 잘하느냐 혹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의 능력이나 업적 위주의 생각이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누구와 함께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를 대상으로 논의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보통 인간이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실제로 이 세 가지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치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곧 정치 활동이다. 의식주 문제가 물질적 측면에 해당된다면, '더 나은 삶'으로서 정치는 비물질적인, 즉 정신과 영혼에 해당되는 것들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곧 시작하는 지방정부 4년은 단순한 민원해결, 재건축, 도로 확장, 복지정책 등의 사업과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공간, 마을과 교육,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를 꿈꾼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건강한 혈관이 흐르는 지역공동체를 꿈꿔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정치는 곧 예산과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과 무기를 갖고 개인의 일상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이자 작업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 비록 무리인줄 알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치를 꿈꿔본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6-14 권경우

[춘추칼럼]스스로 돕는 길

나흘 앞으로 다가온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한국은 빠진' 회담 바라보며 우리는 물어야 '과연 행운이 작용할 작은 바탕 마련했는가''또 결과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지금 우리 시민들의 관심은 싱가포르의 미북정상회담에 쏠렸습니다. 그러나 그 회담에 관한 글은 쓰기도 어렵지만 시효가 나흘입니다. 그래서 미래를 전망하는 대신 과거를 돌아보는 글을 쓰렵니다.1919년의 3·1독립운동은 모두 놀랄 만큼 거족적이었고 오래 이어졌습니다. 조선총독부 관리들과 일본 사회도 놀랐지만, 시위에 참가한 조선 사람들 자신들도 놀랐습니다.조선 사람들로선 이처럼 거센 독립운동의 상황을 해외에 알리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특히 국제 정치의 중심인 미국에 알려서 미국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것이 긴요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이승만에게 상해, 파리, 호놀룰루 등지에서 전보들이 답지했습니다. 총독부의 잔인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4월에도 시위가 이어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승만은 그 전보들을 들고 주요 신문들을 찾았지만, 기사를 실어주는 신문은 없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많은 자금을 들여서 미국의 언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러시아의 팽창을 막아내는 세력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여론은 일본의 식민 통치를 호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의해 강화되었습니다.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승만은 통신사 INS의 젊은 기자인 제이 제롬 윌리엄스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승만이 자신을 소개하고 전보 두 통을 꺼내놓자, 윌리엄스는 곧바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기사가 여러 신문들에 실렸습니다. 그 뒤로 이승만은 그런 전보들이 들어오면 윌리엄스를 찾았고, 조선의 시위 소식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덕분에 이미 '죽은 논점(dead issue)'이 되어버린 조선 독립이 작게나마 되살아났습니다.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지고 자신이 초대 대통령에 뽑히자, 이승만은 본격적으로 외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당시 일본은 1차대전에서 이긴 나라들에 속했고 아시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10년 전에 지도에서 사라진 조선이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부활할 가망은 누구에게도 없어 보였습니다.그래도 이승만과 그의 친구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조선이 부활하려면 미국 사람들이 조선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의 존재가 잊히면, 상황이 크게 바뀌어도 행운이 찾아올 길이 막힌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이승만은 기회가 나올 때마다 조선이 잊히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요즈음 말로는 '소음 광고(noise marketing)'를 한 셈이죠.이승만은 행운이 찾아올 길도 예측했습니다. 일본의 해외 팽창은 일본 사회의 특질에서 나왔으므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끝내는 미국과 충돌해서 패망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이 패망한 상황에서 그는 조선이 독립할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그런 기회를 잡으려면, 조선이 잊히지 않아야 한다고 그는 늘 강조했습니다. 역사는 그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을 돕는다'는 서양 속담이 뜻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스스로 돕는 길은 행운이 작용할 바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바탕이라도 없으면, 하늘도 행운을 줄 수 없습니다. 개인이든 사회이든 마찬가지입니다.한국은 빠진 싱가포르 회담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행운이 작용할 작은 바탕이라도 마련했는가?' 그리고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행운이 작용할 바탕을 마련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 글은 이 난에 실리는 저의 마지막 글입니다. 독자들께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씀을 올립니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6-07 복거일

[춘추칼럼]한반도의 봄은 지속되어야 한다

'先 비핵화, 後 체제보장'하려는 미국측과'단계적 동시성' 주장 北의 입장조율 핵심주사위는 던져졌고 지금까진 긍정적 흐름지나친 낙관론도 비관론도 경계해야 한다한반도문제는 남북한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남북대화를 기본으로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고 분야별 회담을 예정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6·12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3개 트랙의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두 차례 정상회담에 이어 고위급의 상호교환방문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31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양국관계 발전 및 지역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은 G7회의 기간 양 정상이 만나 한반도비핵화·평화체제·납치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다. 고위급회담은 남북정상간의 합의서 이행을 총괄·조정하는 협의체이다. 협상대표단은 철도·도로,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운용, 체육, 사회문화 문제 등을 관장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경의선·동해선 연결은 민족의 혈맥을 잇고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북제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속도와 폭의 조절은 불가피하다. 공동연락사무소는 연락·대화·영사의 기능을 가진다. 남북한이 공동의 사무실에서 함께 업무를 본다는 것은 작은 통일을 의미한다. 양 정상의 첫 작품이므로 연락사무소의 장소·구성·운용에 관한 좋은 결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판문점 선언 1조 4항에 안으로는 6·15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고 밖으로는 아시안 게임에 공동 진출하여 민족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공동행사는 국민과 해외동포, 남북이 함께 하는 것이다. 민관이 공동주최하고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이선권 조평통위원장이 당국의 대표로 참석한다면 행사의 의미는 더욱 빛날 것이다. 8월 아시안 게임의 남북공동진출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듯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경험적 사례는 공동진출을 밝게 한다. 역사는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2030 세대들의 문제제기를 상기하면서 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배가의 노력이 요구된다.이산가족문제는 인도적 사안으로서 시급한 과제이다. 연간 3천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산의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산가족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인류 보편적 가치로 접근한다면 정상국가로서의 북한 인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 만들기의 출발점이다. 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체육회담, 그리고 차기 고위급회담 날짜를 잡아 대화의 추진 동력이 지속 유지되기를 기대한다.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확정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경호·통신·보도 등 의전 문제가 집중 논의되고 있다. 부부동행·근접경호·회담전 의식·회담장 의전(개별입장·공동입장, 단독·확대회담 등), 합의서 행태(선언·성명·합의서·공동 코뮤니케 등), 발표형식, 만찬의전 등이 논의 대상이다. 북한 측의 김창선 부장과 미국 측의 헤이긴 부실장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합의에 이를 듯하다. 판문점에서는 의제문제를 집중 논의하여 왔다. 일괄타결의 합의방식,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시간표, 단계적 이행방식에는 접점을 찾은 듯하다. 세분화된 이행방식에 있어 미국은 단계적 순차성을 주장한다. 북한은 단계적 순차성은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하면서 단계적 동시성을 강조한다. 미국 측의 성김 대표와 북한 측의 최선희 부상은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고위급회담의 의제로 넘긴 듯하다. 뉴욕에서 김영철 통전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합의된 의제를 중심으로 합의서 문구 조정에 들어간 듯하다. 높은 단계의 비핵화와 낮은 단계의 체제보장부터 하려는 미국 측과 등가성 원칙을 강조하는 북한측과의 입장조율이 핵심이다. 김영철 통전부장이 특사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의 청신호이고 만나지 못하면 적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까지는 긍정적 흐름이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은 패배주의다. 한반도의 봄은 모두의 것이기에 모두가 노력해야만 오래 지속될 수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31 양무진

[춘추칼럼]평양 황소이야기

일반 한우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 내는 올레인산·유리 아미노산 많을것으로 추정남북관계 화해무드 조성돼 대량 증식으로평양냉면 감칠맛 같이 평화로 이어지길…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뜻밖의 '평양냉면' 열풍이 불고 있다. 회담 만찬 메뉴에 평양 옥류관에서 직접 공수한 냉면이 올랐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의 맛은 무엇보다도 육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평양의 황소를 이용한 육수는 단연코 최고라 일컫는다.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들은 모두 최고의 한우를 이용한 육수를 이용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한우의 품질은 음식의 고유한 맛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전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평양에는 이른바 '평양 황소'라 불리는 품종의 소가 존재하였다고 한다. 이 평양 황소의 뛰어난 육질과 맛이 평양냉면을 지켜온 비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이중섭 화가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황소도 북한의 대황소를 표현한 작품으로 북한의 소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었으며, 북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민속씨름경기에도 대황소를 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례들은 아마도 북한의 대황소는 그들의 정서와 민족성을 대변하는 일종의 고향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동물일 것으로 생각된다.필자는 이번 평양냉면의 이슈를 접하면서 북한의 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일본의 조선대학 교수에게 평양 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그 교수는 이미 정년을 한 후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노(老)교수로, 북한을 자주 드나들며 북한의 희귀동물에 대해 연구한 학자이기에 북한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양 인근 지역에서 꽤 유명한 황소를 키우는 지역이 있는데, 이를 북한에서는 평양 황소라 부른다'고 하였다. 북한에는 농경을 담당하는 일소와 고기를 제공하는 고기소가 있는데 이 중 평양 황소는 고기 맛이 뛰어난 고기소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 소를 일본으로 데려가 지금의 화우 품종을 만들고 뛰어난 맛을 지니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고 한다.외모는 황소의 경우 머리 쪽이 검은색을 나타내고, 피부는 약간의 얼룩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나라의 칡소와도 비슷한 생김새를 지녔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평양황소는 고려시대부터 명맥을 이어 온 고기소로 맛이 일품이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매우 적어 보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하였다.현재 우리나라의 한우는 약 300만 두로 그 중 칡소는 6천여 두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 칡소를 제외하면 내륙의 칡소는 매우 적은 두수가 사육되고 있다. 각 시도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를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나 일반 한우 보다 번식 속도가 늦어 그 수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어서 일반인들이 맛보기는 쉽지 않다.필자는 지난해 아산의 칡소단지와 번식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칡소의 고기 맛을 본 적이 있는데, 일반 한우 보다 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평양의 황소도 이러한 맛이었으리라 가늠해 볼 수 있었다.소고기의 맛은 고기가 함유하고 있는 지방산과 아미노산의 조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평양 황소의 경우에도 고기의 풍미에 관여하는 올레인산과 유리 아미노산이 풍부한 품종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남북관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북한의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는다면 평양소의 증식은 우리나라 한우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DMZ에 '평양황소 대량 증식센터'를 만들어 우리 소의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우수한 한우의 개량으로 이어져 농가소득과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이제 평양냉면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평양 황소의 증식으로 인한 한우의 개량이 평양냉면의 감칠맛과 깊은 사골국 같이 진한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5-24 김민규

[춘추칼럼]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이 요구하는건 거창하고 대단한게 아냐잘 찾아보면 그러한 근거는 무수히 많다지긋이 바라보고 잘 듣고 조용히 일하는것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인기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나 스토리의 신선함을 넘어서는 무언가에 있다고 본다. 그 무언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잃어버린, 혹은 목말라 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정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회복되어야 할 것들이다. 아저씨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의 관계는 평범한 직장 상사와 하급자의 관계가 아닌 전혀 다른 관계로 나타난다. 그 동안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가 주는 낯설음과 신선함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힘이다. 권력을 가진 강자가 그렇지 못한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많은 유부남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느끼는 사적 혹은 이성적 감정의 산물도 아니다. 예를 들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어느 누구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온통 나를 부정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에 '나의 아저씨'는 진짜 치유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시대는 어쩌면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제 우리는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누구의 아내 혹은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의 핵심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한다는 점에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꿈과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꿈과 욕망을 채워주거나 보완하는 존재로서 살아가게 된다. 일종의 '투명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노동자들 대부분 자신의 생각이나 꿈보다는 기업 '총수'의 꿈을 채우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한진 사태는 그 결정판이다.) 아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세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투명인간을 넘어 '잉여'로 취급당하고 있는 시대이다. 아이들이나 노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는 실종되고 부모가, 사회가 요구하고 규정하는 존재로서만 살아간다. 모두가 '가면을 쓴 존재'이거나 '투명인간'이 되고 있다.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만나는 과정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현재 그 사람이 하는 일이나 직위나 연령, 성별, 외모 등을 제쳐놓고 오직 그 한 사람을 마주할 때 비로소 영혼을 보게 된다. 그것은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판단중지'의 연습을 필요로 한다. '판단중지'는 속도와 효율의 시대에 가장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그 사람을 포장하고 있는 그 무언가로 판단하고 대우한다. 우리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을 빨리 파악해서 내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판단에 근거해서 내게 유용한 인간과 불필요한 인간으로 나누는 훈련을 반복한다. 이 일상에서 탈출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대부분의 배제와 불평등과 차별은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달싹거리는 아이의 입술에 주목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느린 말투에도 집중한다. 진짜 필요한 훈련은 아이의 돌출 행동에 당황하지 않는, 절망적인 고통과 슬픔을 토로하는 몸부림을 품어줄 수 있는 연습이다. 비오는 날, 달팽이의 느린 걸음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쩌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출발점은 그렇게 작은 풍경에서 시작된다. 찬란한 슬픔과 놀라운 기쁨이 가득한, 2018년 봄이 지나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초목을 보면서 햇살과 빗방울만으로 가능한 매일의 기적을 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잘 찾아보면 그러한 근거와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일은 지긋이 바라보고, 잘 듣고, 조용히 일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것만으로 풍요로운 삶이어야 한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5-17 권경우

[춘추칼럼]재산권의 근본적 중요성

기업들 해외 진출 자연스런 현상이지만문제는 경제적 판단아닌 정치적 이유라는것정부, 요즘들어 세금 가파르게 올리고시장영역 깊숙이 개입 자유경제활동 막아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근자에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정부는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 선전한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월남전에서 서로 치열하게 싸웠던 사이에선 대단한 변화다.이런 변화는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빠르게 가까워졌다는 사정에서 나왔다. 작년 한국은 베트남에 477억 달러의 물품을 수출했다. 이제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베트남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므로,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터이다.자연히 우리 기업들이 점점 많이 베트남에 진출한다. 베트남에 너무 쏠린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언젠가는 베트남에서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도 중국과 같이 공산주의 국가이므로, 이런 걱정은 기우라 할 수 없다.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래 견디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선 개인들이 직접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공동 소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소유할 따름이다.재산권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압제를 부른다. 사회의 공동 재산을 공산당이 관리하니, 권력이 공산당에 집중된다. 자기 재산이 없는 개인들은 재산을 관리하는 공산당 간부들에게 매인 목숨들이 된다. 게다가 공산주의 사회의 명령경제 체제는 개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여지를 없애서, 개인들은 중앙 당국이 할당한 목표를 달성하는 존재로 전락한다.이런 상황이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재산권은 법의 지배와 경제적 자유가 만나서 피우는 꽃이다. 재산권이 없으면, 인권도 없다.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서 요체는 재산권을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다.명령경제 체제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중국은 1978년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선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해서, 공산당이 국가보다 높다. 이런 모순을 품었으므로,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아무리 크고 견실한 기업의 총수라 하더라도, 권력자의 눈밖에 나면, 하루 아침에 모두 잃고 감옥으로 간다. 물론 인권도 확립되지 않았다. 중국 시민들은 늘 공산당 정권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사회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나오면 그들은 어김없이 감옥에 갇힌다. 중국 부호들이 재산을 외국에 두려 애쓰는 데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과 관리들의 자의적 판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발전해서 외국 기업들의 자본과 기술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자, 처음에 호의적이던 중국 정부의 태도도 점점 적대적이 되었다. 게다가 압제적 정권이 부추긴 민족주의적 열정이 무척 거세어서, 외국 기업들의 재산권은 늘 위태롭다. 공산당이 줄곧 지배한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을 본받아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시장경제의 바탕이 되는 제도들이 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로선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할 시장이다. 되도록 몸집을 가볍게 해서, 정부 정책이 덜 우호적으로 될 때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들로 진출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세계 시장이 점점 긴밀하게 통합되는 터라, 생산 요소들의 값이 싼 곳들로 생산 활동이 옮겨가는 것은 합리적 적응이다.문제는 적잖은 우리 기업들이 그런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우리 사회를 떠난다는 사실이다. 근년에 우리 사회에선 재산권이 점점 훼손되었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엔 재산권이 눈에 뜨이게 무너지고 있다.자유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을 훼손하는 요인들은 주로 무거운 세금과 비합리적 규제다. 근년에 세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시장의 영역에 정부가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다. 특히 노조를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태도가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자기 나라에서 활동하고 싶은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보다 불길한 징후는 드물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5-10 복거일

[춘추칼럼]이제 한미동맹이 평화를 만들때다

미국과 동맹관계로 한반도 안보 유지산업화와 민주화 달성할 수 있었다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한 역사적 순간들북미정상회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기원예전에 독일인들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필자는 통일을 이룬 독일인들에게 통일에 가장 기여했던 인물들을 열거한다면 누구이겠는가라는 질문을 하였다. 독일인들의 대부분은 고르바쵸프와 콜 총리를 언급하였다. 그러면서도 꼭 함께 거론하는 인물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샬플랜을 통해 서독을 경제강국으로 부상시켰다. 서독은 '나토'라는 안보 우산 속에서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 미국의 강력한 뒷받침을 통한 정치·경제적 자신감은 반세기 후 독일 통일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은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을 통한 탈냉전 질서를 재편하였다는 데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 통일이 임박했을 때 가장 중요한 난관은 영국·프랑스·소련 등 전승국들의 반대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89년 12월 부시 대통령은 고르바쵸프 서기장과 몰타 정상회담을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고르바쵸프의 생각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지하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직후 이어진 나토 정상회담에서 독일 통일이 민족 자결권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통일이 유럽의 안정을 위해 평화롭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1990년 2월 부시 대통령은 콜 수상을 미국으로 초청(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하여 독일 통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독일 통일에 대해 가장 반대했던 대처 영국 수상을 설득하는 임무를 자임하였다.미국은 공산권 붕괴의 큰 시대적 흐름을 읽었고 하나의 독일이 세계 평화와 유럽 통합에 기여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1980년대 말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새삼 지금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절감하게 된다. 물론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지만 강대국의 역할,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 도전을 헤쳐 나가는 통찰력과 상상력은 세계 역사를 바꾸는 근본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1980년대 말 전개되었던 탈냉전의 종지부를 찍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이념과 체제, 전쟁과 대결의 흐름을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이라는 흐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3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역사적 가치와 시대적 소명에 부합했던 정상회담이 이번 정상회담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더욱 많은 노력이 요구되었던 회담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바로 문 앞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남북 정상회담의 성과 못지않게 우리를 고무시키는 것은 곧 있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다. 부시 대통령이 고르바쵸프를 만나 독일 통일에 대해 나누었던 진지한 대화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이루게 될 대화의 내용이 주목된다. 아직 모든 것을 낙관하기에는 이르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전 북미간 접촉의 내용, 북미 정상회담이 5월 중 개최될 수 있다는 내용, 그 장소가 판문점이 될 수 있다는 내용 등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독일이 부강하게 되었듯이 6·25 전쟁이후 우리가 다시 설 수 있게 된 것은 미국의 역할이 크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한반도 안보가 뒷받침되고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였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대한민국의 평화지키기(peace keeping)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만들기(peace making)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오랜 정전체제를 끝내고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면서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만드는 문 앞에 서있다. 우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한 역사적인 순간들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부시 대통령과 콜 총리는 서로를 '나의 친구'로 불렀다. 두 정상 간의 신뢰는 독일 통일을 이뤄냈다. 반세기 넘게 역사와 가치를 공유해온 한국과 미국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어 나의 친구, 나의 민족이 한 자리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래서 한반도가 더 이상 전쟁이 없는 땅, 또다시 하나 되는 공동 번영의 발원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03 양무진

[춘추칼럼]디자인 펫과 동물복지

'반려동물' 이익에 혈안 인기 품종만 생산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위생·생명권 보호 법적 보장 강화됐지만'감각있는 존재'로 인식하는게 가장 중요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많은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의 선택에 있어 매우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반려동물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려견을 예로 들어 보면, 보호자들의 품종 선택사항은 첫 번째가 외모이고, 두 번째가 성격을 꼽는다. 그 중 외모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보호자들은 매스컴이나 유명 연예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명한 연예인의 반려견은 외모가 특이하거나 수려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보고 품종을 선택해 한동안 동일 품종이 입양대상으로 급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반려견 번식업자들은 인기견의 생산에 집중하고 또한 경매시장에 내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인기도 단시일 내에 사라지게 되고 또 다른 품종이 인기 견종으로 부상하게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과 반려동물 간 교류의 관점에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결과의 형태로 동물애호에 대한 보호자들의 심리적 특성과 이에 따른 사회적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반려동물 대중화가 심화될수록 동물 보호 및 애호사상에 대한 편입된 사실에 대한 사회적 권고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최근 시베리안 허스키와 포메라니언의 교잡종인 일명 '폼스키'가 유행한 적이 있다. 허스키의 외모와 포메라니언의 작은 체구를 특징으로 하고 있어 '앙증맞은 허스키'라는 표현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얼마 전 일본의 방송사에서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푸들과 라브라도 리트리버의 교잡종인 '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왔었다. 이는 10여 년 전 호주에서 맹인안내견의 털 빠짐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번식을 시행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는 품종이었다. 하지만 미국 아이돌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과 전 부통령 존 바이든이 기르던 개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두들은 대체로 성격이 온화하고 털이 잘 안 빠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태어나는 품종을 요즘 일명 '디자인 펫(Design pet)'이라 부른다.개의 품종의 형성과정은 기후와 주변인의 기질에 따라 변화해 세계적으로 400여 종이 존재하지만 한 품종이 완성될 때까지는 100~200년 정도가 소요돼왔다. 이러한 과정 중에 사람들에게 선택된 개체만이 번식에 사용돼왔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돼 지금의 품종을 완성했다. 하지만 디자인 펫은 이와 조금 다른 성격을 띤 육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나만의 개를 추구하는 이기심에 의해 작위 되고 있는 하이브리드(교잡) 품종이다. 두들은 푸들 75%와 리트리버 25%의 유전자가 발현될 때 가장 인기가 있는데, 그렇지 못한 하이브리드 품종은 인기가 없어 도태되고 만다. 그 후세대는 근친으로 인한 질병과 성격에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품종들이 인기를 끌면 강아지 공장업자들은 이익에만 혈안이 돼 인기품종을 생산하려 한다. 미국의 경우도 이러한 현상은 존재해 법규가 미비 된 알칸사스주에서는 이런 업자들이 우글거리기도 한다. 이렇듯 반려동물의 선택이 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22일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돼, 동물의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복지(Animal welfare)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물복지' 또는 '동물보호'는 인간이 동물에게 미치는 신체적 및 심리적 학대나 고통을 최소화해 동물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으로 공장형 축산, 블러드 스포츠, 동물권 보호, 생명윤리학, 인간과 동물 유대, 화장품 동물실험 등이 주요 쟁점 내용들이다. 몇 년 전 방송을 통해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일명 '강아지 공장'에 대해서 기존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했고,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의 위생과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법적차원의 보장이 강화됐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의한 규제나 처벌규정에 의하기보다는 헌법 제35조에 명시한 것처럼, 동물보호는 포괄적인 환경보호로 환경에 동물을 포함시킬 수 있는 국민적 합의와 정서를 함양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은 감각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특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4-26 김민규

[춘추칼럼]휩쓸리지 않는 삶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새로운 시대 향한 피할 수 없는 진통건강한 개인·조직 만들기 위해선출발전 어디로 갈것인지 공부해야 할때"나는 제안한다. 한정된 것, 즉 유한한 범위에서 가만히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고. 무한히, 정보의 바다에서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파도에, 동조에, 그저 휩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지바 마사야의 <공부의 철학> 머리말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이론을 기반으로 이 시대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방향이나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인식론적 혹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빠르고 복잡하다. 타인의 아픔과 상처 역시 빠르게 지나간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은 각각의 상황에 어울리는 형식으로만 존재한다. 때로는 액수가 정해진 부의금과 조문으로, 때로는 슬픔에 공감하는 공통적인 표현의 댓글로. 나의 상처와 고통만 오래 남는다. 타인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은 우리 안에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공격적이고 억압적이다. 한편에서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그 마저도 압박으로 다가온다.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이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처세술을 넘어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이에 대해 지바 마사야는 '중단'과 '한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유한성을 깨닫는 일과 시대가 강요하는 흐름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한계는 물질성에서 비롯된다. 그 누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유한성을 넘어 무한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지금 타인이 방문한 장소와 맛보는 음식은 그만의 유한성에서 가능한 결과이다.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이다. 이 믿음을 벗어나는 일은 어렵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을 멈추는 일이다. 멈추는 것은 중단하는 것이며, 나아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다. 일상의 작은 습관부터 노동이라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유한성을 규정하는 맥락과 위상을 파악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개인의 삶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산 속의 '자연인'으로 산다 해도 마찬가지다. 연결은 학연이나 지연, 혈연처럼 어쩔 수 없는 현실인 측면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연결도 존재한다. 연결은 '장'(field)을 형성하면서 개인을 압박한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벗어나려는 사람이 있다. 연결을 수단으로 삼으려는 순간, 그것은 우리를 옥죄어 온다. 그러한 연결을 시도하는 사람은 관계를 망치고 공동체를 무너뜨린다.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시대는 촛불 혁명과 같은 특정 국면 이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통제하고 억압하고 무너뜨리는 온갖 지배체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러한 체제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개인들이 음습하고 탐욕스러운 조직을 만들고 유지해왔다. 그래야만 개인의 욕망이 가장 잘 발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과정에서 겪는 피할 수 없는 진통이다. 새로운 시대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과 개인들이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개별 규칙을 바꾸는 일이고, 나아가 배치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개인의 경험이 공동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의 경험의 총합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다. 그래서 건강한 개인들이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은 '개인'이다. 자신이 속한 가족과 조직, 사회의 '시대정신'에 휩쓸리지 않는 힘을 키워야 한다. 지바 마사야가 강조하는 '공부'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누리고 유지했던 것을 무너뜨리는 '상실의 공부', 사회의 주류와 불화할 수 있는 '바보의 공부'. 우리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열심히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잘 파악하고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공부를 해야 할 때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4-19 권경우

[춘추칼럼]이념적 무지가 부른 재앙

두 전직 대통령, '이념' 제대로 알지 못해하릴없는 지식인들의 외침으로 인식하고공산주의자 부의 평등 '경제민주화'로 공약권력 놓고 처절하게 다투다 결국 함께 몰락전 정권과 전전 정권의 지도자들이 함께 감옥에 갇힌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심 공판에서 24년 징역과 180억원 벌금을 선고받았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이 나라는 더 깊이 분열되고 침체될 것이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야당 대변인의 논평이 섬뜩하다.두 지도자들은 자신들만이 아니라 보수 세력 전체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이제 대한민국을 높이고 지키는 보수 세력은 힘을 잃었다. '어찌하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물음이 도처에서 들린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 괴로운 일을 정직하게 수행해야, 보수 세력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두 지도자의 몰락엔 물론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그러나 우파 정권이 좌파 정권으로 바뀐 것이 몰락의 계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역시 근본적 요인은 이념적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이념적 분열이 깊고 북한의 이념적 공세에 오랫동안 노출된 우리 사회에선 이념의 영향이 유난히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두 지도자들은 이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런 이념적 무지가 끝내 화를 불렀다.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을 넘어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념을 철 지난 것으로, 하릴없는 지식인들이 들먹이는 것으로,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준 자유시장에 대한 고마움도, 재산권의 소중함도, 시장과 재산권을 거센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지키려 애써온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존재도 몰랐다는 얘기다. 평생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아왔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서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민주화는 원래 19세기 후반에 영국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목표인 '부의 평등'을 가리킨 말이었다. 긴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그 개념은 시장경제에 적대적인 특질들을 많이 지녔다. 그것이 슬그머니 우리 헌법에 들어가면서,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것은 자유주의 정당의 후보로선 도저히 내걸 수 없는 공약이었다. 선거에 이기려는 전략이었다는 변명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그 공약을 실천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이 대통령은 사회가 이념적으로 흔들릴 때 나라를 이끌었다. 좌파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는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 약화되었다.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이념과 역사를 폄훼하는 교과서들을 좌파 교사들로부터 배운 것이 특히 큰 문제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굵직한 국가 사업들을 챙기는 '사업책임자(project manager)'로 인식했다. 위험하게 기울어진 이념적 지형을 바로잡을 기회는 그렇게 지나갔다.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져서 정권이 동력을 잃은 뒤에야 이념적 위험을 인식했다. 그러나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역사교과서 파동'에서 보듯, 너무 서툴러서 일을 그르쳤다.이념에 무지했으므로, 두 지도자들은 이념적 적대 세력의 위협에 둔감했다. 결코 타협하지 않을 적군이 성을 에워싸기 시작해도, 궁정에서 권력을 놓고 처절하게 다투었다.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보인 '아름다운 승복'을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공천에서 '친박계 학살'로 갚았다. 박 대통령도 보복에 나섰고 결국 함께 몰락했다. 박 대통령의 몰락에 대해 이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자신에게 곧 닥칠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음을 가리킨다.이 대통령이 '이념을 넘어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를 내건 순간, 보수 세력의 몰락은 시작됐다. 이제 보수 세력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대한민국의 이념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지도자들을 뽑을 수 있는가? 우리가 뽑은 지도자가 이념에 소홀할 때 바로 잡을 수 있는가?' 그런 성찰이 나온 뒤에야, 보수 세력이 활기를 되찾을 바탕이 마련될 것이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4-12 복거일

[춘추칼럼]포괄적·단계적 접근과 한미동맹

미국, 한반도 문제 한국입장 수용하고한국, 글로벌 이슈 美지지 자세 필요정부정책 모든 상황 반영한 현실적 해법양국, 의견 조율땐 동맹관계 더욱 강화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북핵해법은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폐기를 출구로 하는 2단계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북핵문제 하나만 놓고 보면 동결과 폐기의 2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북한은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을 요구한다. 한국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역설한다. 비핵화·체제보장·평화정착 등 세 가지 문제를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경우 포괄적·단계적 접근이 현실성을 지닌다.일부에서는 지난 3월 26일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비핵화 문제 해결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동시적 조치의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다. 김 위원장의 언급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한 방(원샷)의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도 한 방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국의 매파들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한다. 핵능력·체제안정과 관련해서 리비아와 북한의 비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리비아는 16kg 정도의 핵물질을 가졌지만 북한은 16개 정도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 체제는 내전으로 체제위기가 임박했지만 북한 김정은 체제는 안정성을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정책을 모두 실패로 규정한다. 클린턴 정부의 제네바합의, 부시 정부의 9·19 공동성명,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등을 전형적인 실패작으로 비판한다. 역사는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치가의 몫이 아니라 학자의 몫이다.일부 언론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제3의 해법이 흘러나온다. 한 방에 핵폐기를 하는 일괄타결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살라미 전술이 내포된 단계적 타결은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북핵문제 해법을 비핵화와 경제보상이라는 단순화된 이분법적인 접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토대해서 북한핵의 동결과 불능화까지는 경제보상과 교환하고, 폐기단계에서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한다는 전략적 로드맵을 가졌다. 현단계 북한은 핵의 동결과 불능화를 경제보상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침·수교와 같은 체제보장과의 교환을 요구한다.일부에서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즉흥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기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세 번의 검증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는 북한과 접촉한 중앙정보국의 보고이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앙정보국 보고를 확인한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 특사단이 전해준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메시지에서 재확인 한 것으로 보인다.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정보당국간의 물밑접촉 추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이슈와 안보이슈의 연계 발언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기 때문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한미 FTA 개정 합의에 대해 아주 잘됐다고 평가해 놓고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북핵타결 시점과 연계를 시켰다. 한미 FTA는 한미간의 문제이고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핵타결은 북미간의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발언은 비핵화에 대한 한미간의 이견 노출이 아니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한미간의 사전 의견 조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가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자세가 진정한 동맹관계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 놓은 '포괄적·단계적 접근'은 관련국가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현실적 해법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때 문제는 해결되고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4-05 양무진

[춘추칼럼]어느 의사의 따뜻한 슬픔

여성 난임의 경우 '원인불명' 46.3%나 달해국가 미래·운명 걸린 저출산 대책 해결 시급정부, 난임치료 지원 위한 기술개발 연구도얼마 전 어느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와 난임 극복에 대한 국가과제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난임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중 그의 가슴속에 묻고 있었던 한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었다. 28살의 젊은 부인이 임신사실을 알고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자궁에 심한 염증이 생겨 결국 유산을 하고 말았단다. 그런데 치료 이후에도 자궁에 유착이 생기고, 회복이 불가능하여 불임판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의사선생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젊은 부인의 간절한 소망을 잘 알기에 끝까지 치료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회복에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난임 관련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난임 치료와 관련된 이번 미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공동연구에 임하는 의사선생의 마음엔 그녀와 같은 환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각오가 담겨있다. 또 이러한 문제나 욕구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돕는 전문가로서 그의 따뜻하고 슬픈 고백이 연구진 모두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됐다. 따라서 진행하려는 연구를 성공시켜서 그녀와 같은 아픔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연구에 매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개인의 행복과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여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최근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기준 출생아 수는 35만7천여 명으로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 1.05명으로 통계작성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중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전년대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따른 결과겠지만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연령도 점점 고령화되어 30%에 가까운 산모들이 35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고령의 초임은 난임과 불임으로 이어져 출산율에 큰 타격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난임(질병코드 N97)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여성의 경우 20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층의 혼인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청년 실업, 소득, 주택 가격 상승 등 각종 사회·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해 병원을 찾는 난임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증빙이기도 하다.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여성 난임의 경우 원인불명(46.3%), 나팔관 장애(19.1%), 배란장애(16.6%), 자궁내막 장애(13.5%) 등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 고령화에 대비한 정부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정부의 출산장려금 및 영유아보육지원 등에도 출산율이 향상되거나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난임 또는 불임 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더욱 부족해 출산율 향상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결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며, 이와 관련한 정부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하여 미래 사회학자들은 국민의 삶의 질 저하, 가족관과 가치에 대한 사회구성원 간의 충돌,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으로 국가의 존립과 경쟁력에 엄청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접근의 대책과 지원은 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자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저출산대책 보고에 의하면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했던 저출산 정책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 이유로 비현실적인 지원수준, 효과성 대비 낮은 효율성, 영유아 보육에만 치중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식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과거 비급여 항목이었던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난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난임치료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난임 극복으로 인한 출산율의 증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정부는 당초 이달 초에 저출산 대응방안을 발표하기로 하였으나, 아직도 이렇다 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저출산 대책 주무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혼인부터 신혼부부 주거안정, 출산과 육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등 생애주기별맞춤형지원 방향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난임에 의한 출산율 저하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여 난임치료 지원을 위한 치료기술개발 연구가 이번 저출산 대책발표에 포함되길 관련분야의 연구자로서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로 인해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느끼는 안타까움도 봄 햇살처럼 따뜻한 희망으로 환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3-29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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