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 선비정신과 사랑방 문화

엄격하고 너그러우며 멋과 풍류 있는 '여유의 삶'가부장 주거공간으로 손님과 정담 나누는 '쉼터'전통 문화유산 '한류 상품화' 세계인에 각인될 것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며 한국인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한국인의 정체성이나 이미지를 고취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한 국가 외교정책은 물론 범국민적 정신 운동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하면 신사의 나라를 연상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분명한 국가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학 기술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되면 문화가 최고의 상품이 되어 국가 경쟁력의 축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정신문화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전통이 있다. 선비정신이 바로 이것이다. 조선왕조가 준 최고의 선물이다. 조선은 세계에서 유래가 드문 장수 국가다. 힘이 아닌 교화를 통해 다스리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기에 오백 년이나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성리학적 명분에 근거한 왕도정치를 지향하였고, 그 바탕에 선비라는 모범적 인간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선비는 조선왕조가 설정한 최고의 이상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원래 선비라는 말은 몽고어 '박시'에서 왔다고 한다. 또, 신채호는 선의 무리 즉 선배(仙輩)가 어원이라고 하고, 김동욱은 선배(先輩)와 같은 개념으로 신라의 화랑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어질면서도 지식이 충분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훌륭한 사람의 자취나 착한 행실은 반드시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선비 논 데서 용 난다'는 속담도 이래서 생겨난 듯하다.선비는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며 학예일치(學藝一致)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추구하였다. 문사철(文史哲)을 통해 이성적 판단 능력을 높이고, 시서화(詩書畵)를 통해 감성 근력을 키웠다. 선비는 이성 교육과 감성 교육을 아우름으로써 삶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키려 하였다. 머리는 차고 가슴은 따뜻한 인간을 지향하였던 것이다. 원칙을 지키되 그 범위 안에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을 하는 유연성(經經緯史), 남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정신력(薄己厚人), 공적인 일은 먼저하고 자신의 일은 뒤로 미루는 책임의식(先公後私), 강자에게 당당하지만 약자에겐 도움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마음씨(抑强扶弱) 등이 선비정신의 대표적인 덕목들이다. 부정과 타협하지 않으며 솔선수범을 우선으로 삼는 성기성물(成己成物)의 태도는 물론, 멋과 풍류를 곁들여 삶 자체를 이상화 하려는 여유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선비정신을 구현하는 열린 공간이 사랑방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에서 사랑방은 가부장의 주거공간인 동시에 손님과 정담을 나누는 문화 쉼터이기도 하다. 신독(愼獨)을 위한 개인의 광장인 동시에 인정을 나누는 소통의 마당이었던 셈이다. 이런 전통 덕분인지 70년대만 하더라도 동네 사랑방이 더러 있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서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각 가정의 애경사를 같이 슬퍼하고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풍경을 찾아볼 수 가 없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사랑방 문화나 선비정신은 오늘날 되살려야 할 빛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국제적으로 자랑할 만한 명실상부한 한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통을 살려 나간다면 한국은 동양의 모범적인 신사인 선비가 많이 사는, 정과 품격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국격도 저절로 상승하리라./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

2016-03-24 정영길

[춘추칼럼] 알파고와 대국이 불공정 하다고?

"천여명 훈수꾼 둔것이나 마찬가지" 주장 오해탓구글, 알고리듬 개선 치중했지만 하드웨어는 그대로CPU 규모도 유럽 세계체스챔피언 꺾을때와 같아열풍 정도가 아니다. 알파고 앞에서 북핵도 총선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슈 블랙홀이라고, 이게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될 만하냐고 묻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정말 그럴까?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중이 분명치 않다면, 역사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도움이 된다. 30년 쯤 지나서 살아온 날들을 회고할 때, 인공지능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하루 만에 갈아엎은 알파고 대국을 기억할까, 아니면 선거를 앞둔 이합집산의 정치 양상을 기억할까? 넘쳐나는 보도와 분석으로 인한 알파고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를 더하게 되는 이유다. 첫 대국 때만 해도 그냥 화젯거리였다. 언론에 나온 딥러닝이라는 단어는 강 건너 마을 얘기 같았고,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 같은 어려운 말은 금기어였다. 쉬워 보이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로 퉁치는 바람에 터미네이터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그 무시무시한 스카이넷이 나오는 영화 말이다. 어설프고 선정적인 인공지능의 인간지배 가능성 얘기 대신에, 스테판 호킹 박사가 던진 굵직한 화두인 '인공지능 시대의 자본주의와 부의 재분배' 같은 논의를 시작했으면 더 남는 게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알파고의 연승이 이어지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어 이게 아닌데'의 느낌. 점입가경으로 공정성 문제도 튀어나왔지만, 즉시 나서서 이의 제기를 안한다고 잘라 말한 한국기원의 의연함은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알파고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알고리듬이다. 이 알고리듬을 분산처리 방식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여 처리속도를 높인다. 보편목적 GPU는 여러 개의 계산을 동시 수행해야 하는 벡터수치계산에 탁월해서 그래픽과 무관한 계산용으로도 흔히 쓰인다. 저가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때 수천 개의 CPU를 모아서 구축한 클러스터로 평행 알고리듬을 돌리는데, 이런 클러스터는 세계 슈퍼컴 경쟁대회에 나가면 하나의 슈퍼컴으로 간주되어 계산력을 평가받는다. 정말로 단독 컴퓨터이어야 한다면, CPU들을 모아 박스 하나에 넣으면 해결된다. 전문가들의 분석으로는, 알파고가 사용한 CPU와 GPU들을 모아서 그렇게 한 대로 만들어도 세계 슈퍼컴 랭킹 500위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분산처리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강력한 CPU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구현해도 현 알파고의 70% 수준의 성능을 낸다. 딥러닝이 평행처리 방식에의 의존도가 낮다는 뜻이다. CPU를 현 수준보다 더 늘리면 오히려 알파고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자체 보고도 있다.1997년에 세계체스챔피언을 꺾은 IBM의 딥블루는 체스를 위해 하드웨어 자체를 구축한 경우였다. 하지만 구글의 목적은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기계 개발이 아니라, 무인자동차나 자동번역기 또는 무인질병진단기 같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보편적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개발이므로, 특정 하드웨어 구축의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CPU 하나를 사용해야 한다거나, 1천여 명의 훈수꾼을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은, 알고리듬의 분산처리 구현에 대한 오해 탓으로 정리하자. 우리의 천재기사 이세돌은 알파고라는 알고리듬과 대국한 것이고, 의연함과 품격을 시종일관 지켜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결과적으로 구글에겐 환상적인 마케팅 이벤트가 되었지만, 딥마인드는 알파고가 수를 두는 방식을 네이처지 논문으로 사전 공개했고, 대국 방식도 숨기거나 중간에 바꾼 적이 없다. 방대한 기보 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듬의 개선에 매달렸지만, 하드웨어는 그대로여서 CPU 규모도 유럽챔피언을 꺾을 때와 동일하다. 불편한 심정에 머물게 아니라, 알파고로 확인된 시대의 변화와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가 강력한 수학적 알고리듬과 결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거대한 변화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몇 년 뒤면 무인 택시가 길가에서 나를 태울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충격을 경험할 것이다./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2016-03-17 박형주

[춘추칼럼] 자남산 여관에서 받은 단풍잎 한 장

남북고위급회담 등 수많은 교류 이뤄지던 곳정부, 핵·미사일 자금원이라며 폐쇄한 개성공단평화통일 향한 상징성 짓밟은채 시간 보내선 안돼"언니이, 기다릴게요~." "그래에, 곧 갈게에~."아니, 이것은 1961년에 만들어진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말투 아닌가. 60년대의 서울 말씨와 흡사했다. 잠을 깨어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있는 곳은 개성공단의 컨테이너 숙소였다. 잠결에 아련히 들리던 말소리는 개성공단의 여성 노동자들이 주고받은 대화였다. 전날인 2005년 6월 6일,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 있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저작권 사용료 지불 건으로 '임꺽정'의 저작권자인 작가 홍석중(저자 홍명희의 손자) 선생을 만나러 개성공단에 도착한 것이다. 그것도 늘 꿈에 그리던 대로 일행들과 함께 직접 봉고차를 몰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측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절차를 밟고 개성공단까지 갔다. 가는 내내 벅찬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솟구쳤다. 분단의 철조망을 치우고 홍석중 선생을 처음 만난 순간, 우리는 서로 뜨겁게 포옹한 채 말을 잃었다. '임꺽정' 저작료 지불은 제작 부수를 밝히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걸 증명해 보이려고 20여 년간 제작 상황을 일일이 손으로 기록해온 열 권의 장부를 협상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았다. 그러나 홍석중 선생은 "강대표의 말을 믿지 뭘 믿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그걸 들춰보지도 않았다. 신뢰의 끈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선죽교 근처의 자남산 여관 회의장에서 맺은 협상은 그렇게 우리 쪽 제안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다음 해인 2006년 6월 5일, 남북 최초로 북측의 저작권자인 홍석중 선생과 남측의 출판권자가 평양에서 만나 '출판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른 나라들과는 출판 계약을 자유롭게 하면서 정작 한 민족끼리는 저작물을 주고받을 수도 없었고 저작물 계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동굴 같은 세월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개성의 4층짜리 자남산 여관은 남북 고위급 회담은 물론 수많은 민간 교류 차원의 실무협의가 이루어지던 곳이다. 2004년 경제특구로 만들어진 개성공단은 단순히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땅과 값싼 노동력이 만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경제적 의미만을 지닌 곳이 아니다. 남북의 민간인들이 서로의 문화를 알아나가고 교류하고 협력하고 때로는 갈등을 풀어가면서 신뢰를 구축해간, 어쩌면 평화통일을 연습하는 운동장 같은 곳이었는지 모른다. 2007년, 금강산 관광에 이은 개성 관광으로 남북은 반세기에 걸친 분단의 장벽 한쪽을 허물고 화해의 미소를 나누었다.정권 초기 대북 정책으로 평화통일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웠던 정부는 지난달 10일, 개성공단을 핵·미사일의 자금원이라고 지목하며 전격적으로 폐쇄했다. 대북정책에 누구보다도 강경했던 이명박 정권조차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 조처를 취하진 않았다. 왜 그랬을까. 개성공단 폐쇄는 어떤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엄청난 긴장과 피해만을 안겨줄 뿐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폐쇄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중단될 리는 더더구나 없다. 핵 실험을 중단시키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붕괴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말고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대화와 소통의 상대자로 대하는 자세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갑자기 고도화된 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자금 때문이 아니라 2008년 이후 6자 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는 어느 글에서도 같은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남북은 개성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한다. 개성공단이 지닌 평화통일을 향한 상징성을 무참히 짓밟은 채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홍석중 선생이 자남산 여관 뜰에서 나에게 준 붉은 단풍잎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책갈피 속에서 퇴색하지 않고 그리움의 빛깔을 더해가고 있다./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2016-03-10 강맑실

[춘추칼럼] 2270호의 성패는 중국지방정부 손에 달려 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중국, 北 원유·식량 지원문제만 중앙정부 주관대부분 경제협력 이끄는 '지방정부' 적극참여 관건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은 모두 5회 채택되었다. 4차례의 핵실험과 한 차례의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해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개별국가들의 독자적 대북제재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보완한다. 그동안 대북제재결의안의 핵심내용은 의심물자의 이동을 막는 금수조치, 의심선박에 대한 검색, 달러 거래를 차단하는 금융제재, 개인·단체에 대한 제재 등이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나 핵실험을 감행할 때마다 기존의 제재를 강화·확대해 왔다. 2087호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와 이중용도(catch-all)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가 강화되었다. 2094호는 항공·선박에 대한 통제와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었다.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수출이 2006년 기준 350만달러에서 2010년 기준 200만달러로 줄었다는 것을 성과로 내세운다.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거래 행위가 줄었다는 점도 성과로 명시한다. 특히 북한 전제 교역의 90%가 중국과 이루어짐으로써 다른 국가들이 북한과 교역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부분적인 성과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2013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094호 채택이후 제재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나라는 193개국 중 42개국에 불과하다. 4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 것이 아니라 징벌적인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개별국가들의 독자적 대북제재는 미국, 일본, 한국이 주요 행위자이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공산국가·반인권국가·반종교국가·테러국가·대량살상무기 확산위험국가 등 온갖 명목으로 북한을 제재해 왔다. 미국은 대북제재에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지 못했다. 비핵화라는 외교안보적 목적달성에는 더더욱 실패했다. 일본은 대북제재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비핵화보다 납치문제 해결이 우선이었다. 북한의 핵불능화에 대한 대가로 중유 20만t을 제공하지 않았다. 2014년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간 스톡홀롬 합의서에 독자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명시했다. 일본의 대북제재조치는 대부분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조총련계 인사들의 출입국 및 송금액수를 줄였다 늘였다 하는 정도만 남아있다.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는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정부는 5·24 조치로 남북간 교역이 중단됨으로써 북한에게 연간 3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의 자원외교가 북한을 우회함으로써 입은 손실은 30억달러를 훨씬 초과한다.지난 2일(현지시간)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270호 내용은 포괄·상징·강력으로 요약된다. 개인과 단체의 대상 숫자를 추가하고 광물수출과 같은 경제활동 분야도 포함시킨 것이 포괄적이다. 국가우주개발국 등 정부기관을 명시하고 불법 금융거래하는 외교관을 추방하는 조치는 상징적이다. 특히 항공유 수출을 통제하는 것도 상징적이다. 중국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독자적인 제재조치로 항공유 수출을 줄여 왔다. 2012년 기준 연간 4만t에서 2015년 기준 1천500t의 규모의 항공유 수출은 북한 공군에 대한 아픔보다 제재의 지속성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광물수출 통제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조치로 평가된다. 2015년 기준 북한의 대중 광물수출은 13억달러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한 통제는 일종의 해상봉쇄로 읽힌다.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의 채택과정에서 중국은 '사드' 이슈를 잠재웠다.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결의안을 이끎으로써 자존심을 지켰다. 북한은 평화협정 논의의 명분 확보에 자화자찬할 듯하다. 그러나 한국은 손익계산에 보이지 않는다. 2270호의 성패는 중국의 손에 달려 있다. 중국은 북한과 1천4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원유·식량 지원문제는 중앙정부에서 관장하지만 대부분 경제협력은 지방정부의 몫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북한식 말 폭탄만 할 수 있음이 부끄러운 현실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6-03-03 양무진

[춘추칼럼] 지역 문화원과 귀명창

지역별 다양한 문화자산 있어야 국가경쟁력 향상정부·지자체, 특성 맞는 프로그램 계발·보급 필요기업이 원하는 특허 스토리텔링 등도 지원해 줘야판소리 용어 가운데 귀명창이란 말이 있다. 명창은 국악에서 노래를 특출하게 잘 부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귀가 명창이라니?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을 할 뿐 발성기관이 아니다. 한자어와 고유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역설의 미학을 보여주는 조어다. 단순한 애호가의 차원을 넘어 일정한 식견을 갖춰 판소리를 제대로 향유할 줄 하는 사람을 명창에 버금간다고 해서 귀명창이라 부르지만 실은 명창을 뛰어넘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훌륭한 소리꾼의 노래라도 이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소음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문화는 특출한 소수에 의해 비롯되지만, 이를 즐기는 다수의 소비자에 의해 정착되고 확산된다. 단순한 소비 차원을 넘어 우리 일상에 파고드는 생활화 과정을 통해 문화는 꽃이 핀다. 귀명창의 성원에 힘입어 문화가 파급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귀명창 경험을 해 볼 기회가 사실상 없다. 모든 문화 행사가 중앙 위주인데다 서울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만이 지방 순회공연을 기획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축제도 사실상 먹자판이 대부분이다. 고급문화 체험을 통해 감성 근력을 키울 기회가 거의 없는 셈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그러다 보니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문화의 문외한이 될 수밖에 없다. 문화의 귀(耳)도 운동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훈련을 해야 감응력이 향상된다. 문화를 향유하는데도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기회 자체가 박탈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나 지방문화는 중앙에 종속된 영원한 변방문화가 아니다. 또 하나의 다른 중앙문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의 정체성을 근간으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방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방자치 단체도 긴 안목으로 개성 있는 고급 지방문화를 창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지역마다 다양한 문화 자산이 축적돼 있어야 국가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 지방문화의 제자리 찾기는 자치단체의 의지와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지역마다 유사한 기념물을 짓거나, 축제 행사를 남발하여 재정만 축내면 희망이 없다. 이런 행태가 고착되면 지방의 문화 귀명창이 줄어들어 지방문화 융성은 요원하게 된다. 이것을 보정하는 일환으로 지역 문화원을 활성화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화원은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예산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지역 문화원들이 향토사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향토사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것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학 연구의 현장성 제고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이 역할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양질의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원이 그 소비층을 두텁게 하는 산파역을 담당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펼치거나 문화 귀명창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계발 보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거주하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 및 기술의 작명은 물론 특허에 필요한 스토리텔링 등도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미래는 문화가 여지(輿地)며 산업생산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기술과 상품도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해야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될 것이기에 사회복지에 버금가는 문화보급 사업을 지역 문화원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백범 김구선생이 희망한 문화강대국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다. 허구한 날 시위 문화만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우리도 언젠가는 피아노 잘 치는 대통령, 시낭송을 즐기는 총리가 통치하는 그런 나라가 도래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줄 때가 되었다./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

2016-02-25 정영길

[춘추칼럼] 직관을 표현하는 언어

과학자 1천여명 시공간 휘게하는 것 탐지해 내19세기 전자기파 존재 확인되자 무선통신 발명휴대폰으로 이어진 전례 또 기대할 수 있으려나아인슈타인은 시공간(space-time)을 다루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중력(gravitation)을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안했다. 이 둘은 많이 다른데 최근 중력파와 함께 언론에 자주 등장한 상대성이론은 후자다. 사랑하는 이성과 함께 있는 30분은 싫은 사람과의 5분보다 짧게 느껴진다는 어느 영화 장면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쓰인다. 달리는 기차에서 따라오는 자동차가 느리게 보이는 상대성이야 예전에 몰랐을 리 없다. 이런 고전적인 상대성에다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빨리 움직일 때는 상대성의 정도가 적어진다는 이상한 생각을 추가한 게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빛의 속도로 가는 우주선에서 역시 빛의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보면, 고전적인 상대성으로는 빛의 속도의 두 배로 보여야 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그게 아니고 여전히 빛의 속도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빛의 속도의 몇 배로 나는 우주선 운운하는 소설은 이제 잊자. 그런 건 없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물인 E=mc2에서 c가 빛의 속도다. 이건 길거리 포스터나 티셔츠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질량 m이 에너지 E로 바뀔 수 있다는 이 유명한 방정식에서 원자폭탄이 나왔고 인류 문명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질량 50의 가벼운 두 원자핵을 엄청난 고온에 두면 합쳐져서 질량 98의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데, 이때 사라진 질량 2가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바뀌어 나온다는 게 핵융합이다. 이걸 사용한 수소폭탄은 나왔지만,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며 담아둘 용기가 없어서 아직 핵융합 발전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수학적으로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어서 고등학교를 마치면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론 대학교 1학년 때 일반물리 담당 교수님이 교과서에 없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용감하게 강의하시는 바람에 엉겁결에 배웠다. 여기에서 나오는 로렌츠 변환이라는 수식을 보니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게 자명했다. 아니라면 허수의 질량이 출현해 버리니까.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은 다르다. 이건 기하학인 데다, 유클리드를 훌쩍 넘어선다. 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특정한 좌표계에 표현하려면 텐서 대수를 써야 한다. 이건 선형대수의 확장인 데다 여러 개의 첨자(index)를 쫓아가야 해서 심오함보다는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질량 있는 물체가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한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직관을 표현할 도구를 찾지 못해 8년을 고심했다. 그의 직관을 표현하는 완벽한 언어인 기하학이론을 19세기에 이미 게오르그 리만이라는 수학자가 구축해 두었다는 것은 그에게 최대의 행운이었다. 그는 고심의 시기인 1915년 초에 괴팅겐 대학에서 강연을 했는데, 강연을 들은 수학자인 다비드 힐버트는 즉시 그 기하학적 의미를 깨닫고 독자적으로 이론을 완성했다. 아인슈타인도 수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리만 기하학을 접하고서 이론을 완성했는데, 결국 두 사람은 그해 말 거의 동시에 중력장방정식에 대한 논문을 출간했다. 질량 있는 물체는 그 주위의 시공간을 휘게 한다. 그래서 질량이 없는 빛조차도 무거운 물체 주위를 지나면 휘게 되는데, 뉴턴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다. 질량이 있는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긴다는 만유인력법칙을 벗어나니까. 결국 엄청난 질량의 블랙홀 근처에서 빛이 휘는 것이 관측되고서야 논란이 종식됐다.일반상대성이론의 또 다른 예상이 중력파다. 무게 50짜리 블랙홀 두 개가 서로를 끌어당기다가 합쳐져서 무게 98인 하나의 블랙홀이 되고, 이때 사라진 무게 2가 에너지가 되어 중력파의 형태로 퍼져 나가며 시공간을 휘게 한다. 핵융합 과정에서 질량 일부가 에너지로 방출되는 것과 흡사하다. 용감한 과학자 1천여 명은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이러한 시공간의 휨을 탐지해냈다. 국내 과학자들도 관측 데이터에서 잡음을 제거하는 작업 등을 통해 기여했다. 19세기에 전자기파의 존재가 확인되자 무선통신이 발명되어 휴대폰으로 이어진 전례를 여기서도 기대할 수 있으려나./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2016-02-18 박형주

[춘추칼럼]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

"자유학기제 선행학습 기회" 선전해대는 학원사회 계급화·대학 서열화 현상 이젠 바로 잡아야아이들 삶 성적에 빼앗겨 소중한 것 너무 많이 잃어"모든 학교의 등록금이 무료예요. 대학도 마찬가지죠. 대학에 다니는 동안 정부에서 생활비를 대주니까 아르바이트 부담도 없고요. 독립해서 사는 대학생의 경우 매달 6천크로네(약 120만 원)씩 나오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이 금액의 절반 정도 나오고요."이런 나라가 있느냐고? 있다. 바로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이다. 여기 드는 비용은 모두 기성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월급의 절반이 넘는 세금을 내기 때문에 대학생 복지 등 여러 복지가 가능하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떼여도 불만이 없는지 성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나도 대학 다닐 때 그런 혜택을 누렸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답변을 한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길을 찾다' 라는 부제가 달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졸업 후 직장을 찾을 때까지 2년간은 정부에서 실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자리를 충분히 고민해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덴마크 학생들은 이처럼 대학 졸업 후는 물론, 학교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갖는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우리나라의 중학교까지 포함한 9학년까지인데, 고등학교는 10학년이 아니라 11학년부터 시작한다. 10학년은 에프터스콜레(영어로 하면 에프터스쿨)인데 1년간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훈련받을 수 있다. 진로 모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기숙학교인 '성인용 자유학교'에서 또다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갖는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40% 정도이며 40% 정도는 2년제 전문교육기관을 선택한다. 덴마크의 대학은 서열화가 없으며,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덴마크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평등 의식과 연대 의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열쇠 수리공이건 의사건 굴뚝 청소부건 교수건 서로에 대한 차별 의식이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그래서 자신이 무슨 직업을 갖건 모두가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학교 1학년의 1학기, 2학기, 그리고 2학년의 1학기 중, 한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시행한다. 한 학기 동안은 중간과 기말시험 없이 토론과 실습 등 참여 위주의 수업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학습 제도이다.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과목을 배우고 지필고사 없이 토론과 실습 등의 형성 평가를 한다. 오후에는 진로 체험이나 동아리 활동 등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한 탐색과 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참 좋은 제도이자 꼭 필요한 교육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당장 우려하는 것은 대학입시이다. 성적이 떨어질까 봐 걱정인 것이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선행학습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학원가가 호황을 누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학부모들만 탓할 수 있을까. 출신 대학의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고 직업의 차별화는 여전하다. 성적 최우선의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게 하려고, 자식의 성적에 물불 가리지 않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닐까. 자유학기제 시행을 앞두고 실시한 어느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라며 울분에 찬 항변을 했다고 한다. 사회의 계급화, 대학의 서열화, 연대 의식의 부재,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갉아 먹고 있는 이런 거대한 현상을 전면적으로 바로잡지 않는 한, 그 누가 이 학부모의 항변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학교 성적은 한 인간의 수많은 자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성적 하나로 삶이 송두리째 재단 당하는 경쟁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지금 소중한 것을 얼마나 많이 잃어가고 있는가./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2016-02-11 강맑실

[춘추칼럼] 사고의 전환이 문제해결 출발점

북핵문제 근본적 해결이 '통일'이라는 인식 버려야개성공단·금강산관광, 北변화 이끈다는 생각 필요압박·제재 실효성 없다면 반드시 부작용 뒤따라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주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은 체제와 존엄의 하위개념이다. 체제안전이 담보되어야 만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보유하는 것보다 체제안전을 담보한다고 확신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 4년동안 경제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호전되어 왔다. 6·28 방침에 의한 가족영농제 중심의 협동농장 개선이 식량증산을 이끌었다. 5·30 조치에 의한 기업의 경영자율권 강화가 연간 1% 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전국적으로 장마당을 450여개 정도 허용함으로써 주민생활용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다. 장마당은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를 잠재우고 국가의 재정확충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경제특구와 관광특구도 더디지만 성과를 내는 가운데 대외투자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군부가 군림해 왔던 이권사업 등이 당과 내각으로 이전되었다.김정은 시대 북한 내부의 변화는 경제문제에서 출발했다. 핵무력을 통한 최고의 억지력을 갖춘 후 국방비를 감축하고 유휴자본과 인력을 경제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가졌다. 북한의 시스템상 국방력을 경제부문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군수경제가 민간경제로 전환되는 사이의 안보공백을 핵개발로 메우겠다는 논리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제재 해소 등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핵보유국의 지위는 대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다.일부에서는 중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제재를 촉구한다. 안보문제를 둘러싼 국가이익의 충돌은 흔한 일이다. 북핵문제가 한중의 국가이익을 침해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한중간의 이견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이 한미일 동맹을 앞세운 대중포위정책이라고 인식한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난민문제 등 모든 후과를 중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여긴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동참하지만 원조 중단 등의 독자제재에는 반대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면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지난 23년 동안 북핵협상은 치밀한 전략에 의해 추진된 적이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방지기구(NPT) 탈퇴, 폐연료 재처리시설 재가동, 핵실험 등 위기국면이 발생한 후 사후적 대응조치로써 협상에 임해 왔다. 1994년 북미 고위급협상도 북한이 임의로 핵연료봉을 추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북핵동결이라는 2·13 합의도 2006년 10월 1차 북핵실험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위기국면에서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펼쳤고 미국은 급하게 합의를 이루기 위해 북한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1993년 1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반면에 한국과 미국은 정권교체와 함께 정책변화를 거듭해 왔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합의 불이행을 비판하지만 북한은 한미의 잦은 정책변화에 불평한다. 한미의 일관된 정책이 북한의 합의이행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박근혜 정부는 한반도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다. 현 단계는 상황악화방지가 급선무이다. 압박이라는 입구전략을 세울 때는 대화라는 출구전략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해결전략은 사고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통일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간의 대화·협력·평화라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이지 북한의 붕괴·흡수라는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니다. 북핵문제의 창의적 해결은 북한의 긍정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이 북한 독재정권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극적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확성기를 틀고 5·24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징벌적인 의미는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은 아니다. 압박과 제재는 실효성이 중요하고 실효성이 없다면 반드시 부작용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국제규범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중요하지만 지난 8년 동안 6자회담의 중단이 북한의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는 6자회담 참여국들의 자기반성도 필요하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6-02-04 양무진

[춘추칼럼] 지식 재산과 이야기의 힘

금세기들어 가장 큰 규모 삼성과 애플 '특허 전쟁'디자인 등 탄생배경 설명 잘하면 배심원 설득 가능과학기술·지식재산 연계 스토리텔링사업 시급삼성과 애플, 특허 싸움에서 과연 누가 이길까? 두 기업 간의 특허 전쟁이 5년째를 맞고 있다. 이 특허소송에서 지는 쪽은 아마 천문학적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금세기 들어 규모가 가장 큰 특허 전쟁이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삼성의 유명한 상품들이 애플의 여러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매우 불리한 평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특허 전쟁에서 애플이 삼성을 도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이런 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이런 특허소송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열릴 수 없을까? 한국인도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날이 오려나.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재판을 국제공용어로 진행하고, 필요한 만큼 권위 있는 외국 전문 법조인을 초빙판사로 모셔오면 된다. 인천 송도 같은 데에 국제특허법원을 만들면 세계 각국의 특허 분쟁을 조정하거나 재판을 전담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종교다원주의 사회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권 국가는 물론 유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를 따르는 국가 입장에서는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재판을 받는 것을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종교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원불교와 같은 민족 종교는 물론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자유롭게 상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특허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육성하자는 목표 아래 세계특허(IP) 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재작년에 결성되었다. 여야(새누리당 정갑윤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와 민간인(이광형 KAS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국회의원 64명을 포함한 추진위원과 각 분야의 운영위원들이 참여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위원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국제 특허소송에서 한국인의 배심원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보듯 배심원의 역할은 자못 크다. 배심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소송의 승패를 가늠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은 무엇일까? 그 동인(動因)은 다름 아닌 이야기의 힘이다. 특허 분쟁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나 기술, 디자인 등의 탄생 배경을 배심원에게 그럴듯하게 설명해 주면 좋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잉태되었다는 것을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여 입증하면 된다. 그러면 배심원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설득의 곁쇠다. 특정 상품이나 기술이 탄생되는데 이와 같은 시련과 실패가 있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가능한 극적인 구성을 통해 전달하면 주효하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면 그 상품이나 기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특허의 독창성을 담보하는데도 유리하다.지금까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따로국밥이었다. 문학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비롯한 다른 영역과 교감하려는 의지가 박약했던 편이다. 그러다 보니 문학을 전공하는 청년의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통섭을 통하여 문학도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전통적 글쓰기도 좋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할 때다. 과학기술이나 지식재산과 연계한 스토리텔링도 그 중 하나다. 마침 올해 고용노동부에서 상품 및 공간 스토리텔러를 양성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무형의 지식재산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전략적으로 추구해 나가면 창의적 두뇌자원이 선순환 하여 한국이 지식재산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

2016-01-28 정영길

[춘추칼럼] 사실과 소문

급속히 퍼지는 SNS로 '근거없는 음모론' 더 기승방대한 데이터·통계홍수로 서로 다른 해석 '충돌'이미 와버린 '빅데이터 시대' 21세기 경쟁력 돼요새 농담 중에 '죄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라는 게 있는데, '감옥에 가면 인터넷을 못쓰게 하니까'가 답이라고 한다. 우리 삶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공포감을 줄 정도로 필수적인 게 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삶에서 없으면 못사는 게 돼버린 인터넷을 사람들은 어떤 용도에 쓸까? 많은 이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용도는 단연 SNS, 즉 사회연결망 서비스의 사용이다. 한때 대세이던 트위터는 시들해졌다는 얘기도 들리고, 페이스북은 아직 여전한 인기를 누리지만, 대세는 시각적인 소통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즐기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일종의 집단적 소통 중독증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 맷 데이먼이 일체의 정보를 접할 방법이 차단된 상태에서 취향에 맞지도 않는 디스코 음악이라도 열심히 듣는 장면은 그래서 수긍이 간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의 금단 현상과 유사한 게 아닐까?자연스레 SNS는 개인적 소통의 채널을 넘어서 여론이 모이고 형성되는 길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실과 소문이 섞여서 온갖 음모론도 돌아다닌다. 요즘 나도는 정체모를 글 중에 일부는 상식과 달라서 우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제목부터 생경하고 강하다. 예를 들면, '녹차를 마시느니 걸레 짠 물을 마셔라', '현미는 사람을 천천히 죽이는 독약이다', '배추김치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두부 먹으면 몸이 썩어 죽는다', '압력밥솥에 지은 밥은 죽음의 물질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심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곤 하는 이런 주장이 내세우는 사례들은 대부분 샘플 크기가 작아서 통계적 처리의 관점으로는 무의미하다. 최근에 다시 회자된 음모론의 백미는 미국의 아폴로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 장면이 조작된 거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주장은 꽤 오래 전부터 나온 것인데, 냉전시대 구소련의 스푸트닉 우주선 발사로 자존심에 상처받은 미국 정부가 조작을 감행했다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그 뒤로 과학적으로 보이는 근거를 덧붙여가며 진화했고 여러 버전이 출현했다. 최근 버전은 유명한 영화 감독인 스탠리 쿠브릭이 사망 전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 동영상이었다. 조작된 착륙 동영상을 제작한 실행자가 자기였다고 쿠브릭이 고백하는 인터뷰여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쿠브릭의 가족및 지인들의 관찰과 사실 확인에 따르면 비슷한 외모를 가진 배우를 출현시켜 연출한 허위 인터뷰로 보인다고 한다.'좋아요' 기능이나 공유 기능을 통해서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SNS의 특징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근거 없는 음모론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결국 사용자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사실과 소문을 구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비판적 시각과 검증의 잣대로 무장해야 하고,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논리적 생각의 힘에 기대어 홀로 항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고대 아테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플라톤은 이데아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비밀을 수와 기하학에서 찾았다. 수학은 변덕과 궤변에서 자유로운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어서 진리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믿었다. 반면에 현대의 우리는 수(數)에 치여 산다. 아무런 의미 없는 방대한 데이터에 둘러싸여 헤매고, 넘치는 통계의 홍수 속에서 서로 다른 해석들의 충돌을 목도한다. 그러니 제멋대로로 보이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질서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는 관점의 출현은 얼마나 놀라운가. 빅데이터와 수학의 결합은 그래서 경이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음모론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해줄 뿐더러, 종종 시대의 흐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준다. 플라톤이 이미 간파했던 것처럼 수와 논리는 감성적 사고의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고 그 한계를 보완하고 설득력을 더하는 동반자로 기능한다. 이미 우리 곁에 와버린 빅데이터 시대는 이러한 관점으로 인공지능의 개념조차 바꾸어 버렸고 구글 같은 데이터 회사가 무인자동차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의미를 이끌어 내는 능력은 이제 21세기의 경쟁력이 되었다./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 아주대 석좌교수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 아주대 석좌교수

2016-01-21 박형주

[춘추칼럼] 열세 살 적 꽃할머니를 떠올리며

강제로 끌려가 '고통의 삶' 살아간 위안부 할머니'인권유린' 진정한 사죄없이 더 언급 말라는 일본졸속 합의한 정부… '무효화 외침'에 귀기울여야"꽃할머니, 저번에 말린 꽃은 어떻게 됐어요?""아주 예쁘게 잘됐어. 들에서 국화꽃을 또 한 움큼 꺾어 왔지."꽃할머니는 꽃누르미를 하신다. 일주일에 한 번 원예치료사가 찾아와 할머니를 도와드린다.꽃할머니 얼굴은 두 가지다. 시무룩한 얼굴과 활짝 웃는 얼굴."웃어 보려고 해도 웃을 일이 없어. 뭐 그렇게 크게 웃을 일이 있어? 좀 삐죽 웃으면 되지."이렇게 말씀하시지만, 꽃 이야기를 할 때면 늘 활짝 웃으신다.'꽃할머니'란 그림책의 첫머리이다. 꽃누르미를 잘해서 꽃할머니로 불렸던 이 책의 주인공 심달연 할머니는 암 투병 중의 몸으로 2010년 6월 책 헌정식에 참석한 후, 같은 해 12월 돌아가셨다. 꽃할머니가 열세 살 무렵, 언니와 함께 들에서 나물을 캐고 있는데 갑자기 두 남자가 나타나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아끌어 강제로 트럭에 태웠다.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며칠을 갔을까, 낯선 나라에 내렸다. 한쪽으로 강이 흐르고 산비탈에 막사가 있었다. 막사 안에 칸칸이 들어 있던 작은 방 하나에 구겨 넣어진 꽃할머니는 그날부터 방 앞에 줄을 선 일본 군인들을 차례차례 온몸으로 받아내어야 했다. 하루에도 몇 명인지 셀 수 없는 그들. 반항하다가 관리인이 던진 칼에 무릎 안쪽이 찢어지기도 했다. 정신을 잃은 날도 많았다.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할머니를 버려두고 떠났다. 한국의 어느 절에 누구의 손에 의해 맡겨졌는지 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한다. 우연히 그 절에 불공드리러 온 여동생과 기적처럼 만나 고향으로 돌아온 꽃할머니는 숱한 세월을, 일본 군인들에게 폭행당하는 고문 같은 꿈을 꾸며 고통 속에서 보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담을 쌓은 채. 50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꽃할머니의 아픔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마음 문을 열면서 꽃누르미를 시작했다. 꽃누르미 작품으로 상을 받을 정도로 할머니 솜씨는 뛰어났다. 1940년, 열세 살 나이로 '일본군 위안부'가 되었던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심달연 할머니는 강제로 트럭에 실려 간 이후 다시는 언니를 만나지 못했다. 심달연 할머니의 언니처럼 대부분의 '위안부'는 일본군과 전쟁터를 함께 옮겨 다니던 중 죽거나, 전쟁이 끝난 후 그대로 버려져 일본, 대만,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낯선 땅에서 목숨을 잃거나 행방불명되었다.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용감하게 '일본군 위안부' 증언에 나섰던 238분의 할머니 중 이제 46분의 할머니만 생존해 계신다.일본은 이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그들의 추악한 역사를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자국의 역사교과서를 거짓으로 덧칠하고 적반하장의 망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일본이 기다린 건 역사를 지울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역사를 다시 현재 속으로 불러들여 진행형으로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이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법적 배상, 가해자 처벌 등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여러 나라에서 통과시키자 일본이 불편해한 건 무엇이었던가. 오로지 자국의 국제적 위신에만 급급해하지 않았던가. 중국을 견제한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를 위한 미국의 입김에 의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이것으로 일본은 '위안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표명했으니 앞으로 더 이상 한국은 '위안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행동도, 조처도 취하지 말라는 명령과 다를 게 무언가. 식민지 지배와 대규모의 전쟁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국제적 사과 한마디 없는 일본, 전쟁 범죄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인권 유린이 '위안부' 아니던가.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빠진 협상, 일본의 국가적 책임이나 진정한 사죄가 빠진 허울뿐인 형식적 합의, 가해국이 오히려 피해국을 향해 '위안부' 문제는 앞으로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듯한 명령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합의, 이게 도대체 합의인가. 졸속으로 합의를 하게 된 계기와 불온한 저의가 미심쩍기 그지없다.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도 변함없이 추진해야 한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합의 무효화를 외치며 연일 집회를 여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들의 분노에 찬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책 헌정식 때 분홍색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고 마냥 부끄러워하던 꽃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리자니, 그 분의 열세 살 적 해맑았을 미소가 꽃처럼 피어난다./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2016-01-14 강맑실

[춘추칼럼] 북한 핵실험의 치밀한 계획과 즉흥적인 결단

존엄성 무시했다며 모란봉악단 철수 北中관계 악화핵보유국으로 美와 동등지위 논의하겠다는 의도유엔안보리 제재 맞서지만 당대회 축포용 이용할듯북한 국방위원회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김 제1위원장은 2016년도 북한이 나아갈 방향으로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을 제시했다. 인민생활 문제를 국사 가운데 제일국사라는 표현에 잘 나타난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경제, 정치, 군사, 사회문화 순으로 배열했다. 지난 4년 동안 정치·군사 분야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는 판단하에 '문제는 경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경제·핵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이 없다. 5월초 제7차 당대회까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사만 있고 대화제의는 없다. 남측의 통일외교를 흡수통일외교로 비판하고 한미군사훈련을 북침전쟁연습이라고 맹비난 한다. 남북관계 장애물들에 대해 비판은 하고 있지만 전제조건·선결조건을 내세우지 않았다. 민족문제·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음을 밝혔다.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적대시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핵억제력 강화를 통해 맞대응하겠다는 결의도 없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화제의도 없다. 올해가 미국의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비핵화든 평화협정이든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논의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듯하다.북한은 오는 5월초 제7차 당대회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고 출범 원년을 빛내기 위한 경제강국건설에 집중할 것으로 보였다.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구호하에 시장경제 요소가 가미된 경제개혁조치의 확대가 예상되었다. 북한의 장마당은 전국적으로 450여개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따리 장사에서 점차 조직적인 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민들의 욕구를 정책적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당·정·군 고위간부들은 노장청의 조화를 이루겠지만 중간간부들은 빠른 속도의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군대는 당적 지도의 강화와 함께 정치사상의 강군화, 도덕의 강군화, 전법의 강군화, 다병종 강군화 등 4대강군화노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지도자·청년조선의 구호하에 체육중시, 인민중시 정책을 통하여 사회주의 문명강국에 속도를 낼 듯하다.그러나 북한은 지난 6일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 5월초 제7차 당대회까지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지진파의 강도를 볼 때 중폭핵분열실험에 가까운 듯하다. 준비는 친밀하게 했지만 결단은 즉흥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12월 10일 수소폭탄 폭음 운운하였다. 12일 모란봉 악단이 중국공연을 취소하고 철수하였다. 15일 당중앙위원회에서 핵실험 결정서를 채택하였다. 1월 3일에 핵실험에 대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최후 명령을 하달한 후 6일에 핵실험이 단행되었다. 이번 핵실험의 직접적인 배경은 북중관계의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체제와 존엄을 무시했다는 판단하에 모란봉 악단 철수와 연이어 핵실험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의 배경은 중국이지만 목표 겨냥은 미국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정부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지속되는 한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역설적으로 미국과 핵보유국의 동등한 지위에서 핵과 평화협정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있는 듯하다.향후 남북관계는 장기 경색이 예상된다. 북한은 핵실험 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강화, 그리고 장거리 로켓 발사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가진 듯하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이미 확장을 마무리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맞서지만 내부적으로 당대회의 축포용으로 이용할 듯하다. 중국은 대북제재에 동참하겠지만 북미간 대화의 중재자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략적 접근이다. 한미동맹, 한중협력, 남북대화의 균형을 통해 더 이상의 상황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전략적 접근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담겨 있어야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6-01-07 양무진

[춘추칼럼] 따뜻한 공동체를 구현하는 세시풍속에 담긴 지혜

조상·어른께 ‘새해인사’ 감사·공경심 심어주는 ‘설날’햇곡식 음식 나누며 가족·이웃간 우애 넘치는 ‘추석’자연순리 따르며 겸허한 자세로 단합과 화목 다져벌써 2015년 을미년 한 해를 보내고 이제 2016년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항상 새해에는 처음 시작의 기대와 소망이 많았지만 막상 12월로 접어들면 세월의 빠름에 대한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그래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게 되었음에 감사의 마음도 함께 있다. 세시풍속은 명절 또는 그에 버금가는 날이다. 예로부터 명절은 경사스러운 날로써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계절에 맞춰 음식을 장만해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했으며 떡과 술과 음식을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화합의 의미를 다지는 날이기도 하다.동짓날이 붉은 팥죽을 먹으면서 천체와 소통하는 날이라면, 정월 초하루 설날은 가족들이 모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또 성묘를 가거나 어른께 세배를 드리면서 감사와 공경심을 심어주었고,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지는 일 년의 시작이다.정월대보름은 계층을 뛰어넘어 모든 마을 사람들이 협력과 소통을 다지는 축제가 펼쳐지는 뜻깊은 명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의 기지개를 켜면서 앞으로 바빠지는 농사철을 대비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이 새겨져 있다. 대보름은 특히 달맞이하면서 소원을 빌고, 다리밟기는 다리를 밟으면 1년의 액을 피하고 다리가 튼튼해져서 다릿병을 앓지 않는다는 풍속으로 장안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하여 대 장관을 이루었다. 또한 부럼을 깨물면 치아도 튼튼해지고 종기와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하며 불포화성 지방을 섭취하여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도 크다.한식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사대 명절 중 하나다. 긴 겨울 얼었던 땅이 녹아서 묘소가 파손된 곳에 다시 떼를 입히고 조상께 차례도 지내는 날이다. 예부터 한식에 찬밥을 먹는다는 유래는 중국 진나라 때 불에 타 죽은 충신 개자추의 고사에 기인한다. 한편으로는 한 해의 불씨를 새로 지피는 날이다. 밥을 지을 수 없어서 찬밥으로 대신했다는 의미도 있다.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천중일이라 하여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다. 이때는 모내기를 막 끝내고 곧 바빠지는 농사철에 대비하여 한 차례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기다. 특히 여성들의 명절이라 일컬어지며 머리가 맑아지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 하여 창포물에 머리 감고 산언덕에 올라가 그네도 뛰고 심신의 나래를 펴는 날이다. 쑥과 수리취로 떡을 만들어 수릿날이라고도 불렀다. 새로 수확한 앵두를 천신하고 단오고사를 지내 집안의 평안과 오곡의 풍년,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였다. 단오에는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채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군현 단위의 큰 단오제가 지역마다 행해졌으며 대표적인 것이 강릉단오제이다.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이다. 추석은 1년 내 땀을 흘려 수확한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며 일 년의 풍성을 감사하고 송편을 빚어 나누면서 가족과 이웃 간의 화목을 다지는 날이다. 여름내 잡초가 자란 산소를 미리 벌초하고 추석날 성묘 가서 조상과 하늘에 대해 감사하며 내년에도 풍요로움을 기원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듯이 일 년 중 더없이 풍성함의 상징이다. 추석은 정월대보름, 6월 보름 유두, 7월 보름 백중과 함께 달 밝은 보름 명절이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지신밟기, 가마싸움 등 각종 놀이가 흥겹게 펼쳐진다.10월은 상달이라 하여 각종 민속신앙의 행사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각 가정에서는 길일을 잡아 고사를 지낸다. 성주신, 조왕신, 터주신, 삼신, 우물신, 대문신 등 가신에게 붉은팥 시루떡을 쪄서 고사를 지낸다. 10월 상달의 고사는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지닌 천신제(薦新祭)이기도 하다. 대체로 장독대에 올라서서 지붕 보이는 집은 모두 고사 떡을 돌린다는 미풍양속이 진행되어 왔는데 일 년 동안 수고로움을 서로 위로하고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의 실천이기도 하다.이처럼 세시풍속은 전통시대 따뜻한 공동체적 단합과 화목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겸허한 마음자세를 갖추는 근신과 정성이 담겨 있다. 즉 자연과 인간 조화의 지혜를 일깨우는 날인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2-31 이배용

[춘추칼럼] 안철수 탈당과 반복적인 야당 분열의 원인

야권 지지층 다양하지만 개혁방향성 상당한 이견대선·총선 ‘단순다수제 중심’ 소수정당 매우 불리現선거제도 변화없다면 野 통합·연대 가능성 커안철수 의원이 드디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내년 초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치권과 일반 국민 모두가 이 사건이 내년 20대 총선, 나아가 한국 정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도의 세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이러한 야당 분열이 20대 총선에서 야권에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할지, 그리고 나아가 이것이 2017년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 너무도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단지 개인적 의견일 뿐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현재로서 가능한 것은 이러한 야당 분열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분석해 보고 그 정치적 의미를 논의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현 여당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변동 없이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현 야당은 지속적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 왔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이러한 분열의 원인을 정치인들의 성향 차이, 정당의 내부 구조, 혹은 야당이 직면한 어려움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주요 원인이라면 왜 현 여당은 분열하지 않는 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현재의 여당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을 모태로 하고 있어 야당 못지않게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모여 있으며, 8년에 걸쳐 야당을 지낸 바 있기 때문이다.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 즉 정당 지지자들의 이질성에서 찾을 수 있다. 현 여당 지지자들에 비해 현 야당 지지자들은 훨씬 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세대 간 차이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유권자가 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안정적으로 야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 층은 젊은 유권자가 아니라 50대 이상의 호남 거주 혹은 호남 출신 유권자이다. 그에 비해 젊은 층의 지지 유형은 매우 유동적이다.이는 달리 말하면, 보수보다는 진보 성향이 더욱 이질적임을 의미한다. 물론 보수에도 뉴라이트 등 다양한 세력이 포함되어 있지만, 현상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의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현 상태를 바꾸고 개혁하고자 하는 진보의 경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서 상당한 이견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경우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 커다란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하며, 따라서 이들이 생각하는 변화의 내용과 방향 또한 크게 다르다.여권에 비해 야권이 분열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야당 정치인에게 문제가 있어서 가 아니라, 바로 야당 지지층의 다양성에 있다. 그리고 크게 보면 반복적인 야당 분열 현상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지층을 만족시키려는 야당의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게 다양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면, 왜 야당은 분열한 후에 다시 또 통합하는 것일까? 이유는 선거제도에 있다. 현재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모두가 단순다수제 중심인데, 이 제도는 소수정당에게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선거 승리를 위해서 분열되었던 정당들이 다시 통합 혹은 연대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유권자의 다양성과 이질성은 분리와 다당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선거제도가 이를 막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상반된 힘이 작용하면서, 야당의 분열과 통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사람들은 분열보다는 통합을 좋아한다. 야권 지지자들이 이번 안철수 탈당에 실망하는 이유에는 야당의 분열로 인한 20대 총선 패배 전망도 있지만, 분열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다당제보다 양당제를 선호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강요된 통합, 즉 내용은 분열되었으나 겉모습만 통합한 것보다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나누어져 치열하게 경쟁하고 난 이후에 다시 타협과 연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안철수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 진정한 통합을 위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분열을 위한 분열로 그치고 말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분열된 야당이 다시 통합 혹은 연대할 동인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여당이 이번 사태를 무조건 반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2-24 김 욱

[춘추칼럼] 입장 차이를 확인한 제1차 남북당국회담

南 “신변안전·재산권 보호돼야 금강산관광 재개”北, 시간끌기 판단 ‘이산가족·관광문제’ 연계 주장대화 필요성 공감… 2차 만남에선 통큰 교환 기대지난 11·12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했다. 회담의 결과만을 볼 때 합의서를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 양측의 관심사가 무엇이고 주요 관심사에 대해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고 북측은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했다. 우리 측은 DMZ 평화공원, 민생·환경·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남북한의 토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북측은 금강산관광재개에 합의해야 만이 다른 의제를 토론할 수 있다는 입장 이었다.북측은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사업의 연계를 주장했고 우리 측은 분리를 강조했다. 우리 측은 북측의 입장을 감안해서 관광재개 실무회담 개최라는 유연성을 보여 주었다.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관광객 피격사건의 3대 조건인 진상규명·사과·재발방지 등이 문서로 보장되어야 한다. 북측이 일방적으로 조치한 재산동결과 몰수 재산을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관광객의 신변안전과 재산권보호 등 관광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관리위원회와 공동위원회도 설치되어야 한다. 관광 대가의 현금이냐 현물이냐 범주도 정해야 한다. 우리 측은 실무회담을 통한 조건을 충족한 후 관광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을 가진 듯하다. 북측은 실무회담 개최가 관광재개를 뒤로 미루려는 시간 끌기로 판단하고 이산가족해결과 관광재개의 동시이행·동시추진을 주장했다. 북측은 당국회담에서 관광재개에 합의한 후 조속한 시일 내 실무회담을 개최해서 장애물들을 제거하자는 입장을 가진 듯 하다.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면서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우리 측이 원하는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원하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상봉 대상자 가운데 매년 4천명 정도가 고령화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이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이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시급성이 여기에 있다. 금강산관광은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인 문제이다. 북측이 도발을 계속하면 관광을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 있다. 혈연을 천륜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를 교환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 손해 볼 것이 없다. 일부에서는 금강산관광의 현금 대가가 핵 개발에 전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관광 대가는 연간 2천200만달러로 예상되고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은 연간 1억달러 상당이다. 개성공단 임금은 괜찮고 20% 수준인 관광 대가는 핵 개발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현금 대가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에 위반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북결의안은 합법적인 계약과 정상적인 송금은 위반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은 현대아산과 북측 아태평화위원회 간의 정상적인 계약과 남북 양 정부의 보장으로 이루어졌다. 관광 대가는 우리 측의 은행이 중국 또는 러시아의 은행을 거쳐 북측 은행으로 송금되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의 벌크 캐시 조항에 해당되지 않음을 보여준다.남북한은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4년차에 남북관계의 성과가 필요하다. 김정은 정권도 내년 5월초 제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안정화가 요구된다. 내년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 2월초 제2차 당국회담 개최가 예상된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재개문제의 통 큰 교환을 기대한다. 북한의 변화는 대화와 교류에서 시작된다.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사업은 남북한의 문제이다. 남북한의 문제는 남북한 당사자 해결원칙이 기본이다. 남북한이 대결하면 한반도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한다. 남북한이 대화하고 교류하면 미국과 중국도 당사자 해결원칙을 존중하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12-17 양무진

[춘추칼럼] 지역콘텐츠 진흥원과 그 역할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전반적 정책 계획 집행지자체·의회 등 관리받아 ‘획일적 운영’ 불가피예산은 기업이 필요한 ‘맞춤형 지원’ 효과적문화콘텐츠사업을 주된 업무로 하다 보니 국가별 지자체별 지원사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는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뿐만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콘텐츠기업들의 관심사라 생각한다. 이렇듯 모든 기업들이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금에 목매는 것이 대한민국의 콘텐츠산업의 어려운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하다. 물론 대한민국뿐만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 세계 선진국가에서도 콘텐츠산업의 지원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성공사례를 다량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성공사례가 우리나라의 콘텐츠산업 정책개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우리나라도 오랜 지원정책속에 속속 성공사례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지만 지원기간과 지원금투자 대비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는 콘텐츠라는 것이 성패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산업이기에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은 분야라는 특성이 주된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된 요인외에도 획일화된 지원정책과 지원금의 문제, 기업들의 지원금은 공짜 돈이라는 안일한 인식 등의 문제도 짚어봐야한다는 필자의 생각이다.대한민국의 콘텐츠를 주관하는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다. 그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서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전반에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랜 정책수립과 지원을 통해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고 이러한 결과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아 중국관련 부처에 한국의 콘텐츠분야의 지원정책 노하우를 역으로 수출한 사례도 있을 정도라고 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한민국 전체를 관할하여 정책을 수립함으로 분야별, 사업별, 영역별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책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맞는 지원청책까지 포함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특화된 콘텐츠산업을 담당하는 지역에 진흥원이 설립되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진흥원이 너무 획일화되고 경직된 운영에 우려와 문제를 제시하는 지역의 기업들이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비단 각 지역 진흥원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들도 많이 있다. 지역의 진흥원도 공공기관이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지자체와 의회 등의 관리를 받게 되는데 이러다보니 경직되고 획일화된 운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관리와 감독 기능이 개선돼야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하고 필요한 역할이다. 문제는 정책지원 서비스의 주체인 기업들이 배제된다는 점이다. 지역기업이 우선되어야 지역기업에 맞는 정책의 실효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자명한 것인데 정답이 없는 콘텐츠산업지원에 정답을 요구하고 이 요구에 부합되는 정책만을 수립하는 현상이 과연 진흥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자면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책의 우수성을 언급하였지만 이 정책들은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를 때 우수한 정책이고 각 지역으로 보았을 때는 맞지않는 정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진흥원들의 정책을 보자면 대부분 국가적 정책을 그대로 지역에 도입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정책이 정책 지침서가 되어 각 지역 진흥원의 예산에 맞게 프로그래밍하고 지역 지자체와 의회에 승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국가지원금과 지역지원금간에 중복지원이라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것도 현실이다. 많지 않은 지역진흥원의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내년의 지원정책을 올해 설계하여 지원정책에 기업이 맞추는 것보다 올해의 예산을 각 진흥원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적재적소, 기업이 필요한 항목에 지원을 하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지원금의 소중함을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성공사례확보와 안정적 지원자금 운영에만 집착하여 회사의 규모와 업력에 지원유무가 결정되는 현실을 넘어서서 누구나 균등하게 지원을 받아 성공의 발판을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진흥원의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2-10 남진규

[춘추칼럼] 조선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현대적 활용

유교·동양사상 조화된 자연친화적 귀중한 유산과거·현재·미래 이어주는 시대정신 숭고함 느껴다양한 스토리로 재구성 청소년교육 활용해야올해로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6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조선왕릉이 세계적 유산이 되면서 국민적 자긍심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서울지역에 8기, 경기도 일원에 32기가 18개 지역으로 나누어 분포되어 있는데 연속유산으로서 위용이 돋보인다 하겠다.조선왕릉은 조상을 기리는 한국의 효 사상의 상징이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정통성의 표상이다. 풍수적 전통에 기인한 독특한 건축 및 자연과 어우러지는 경이로운 조경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준인 완전성과 진정성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한편 지금까지 이어져 행해지고 있는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 전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조선왕릉의 특성은 첫째, 유교와 동양 전통사상의 조화 속에서 발전해 온 역사적,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이다. 조선왕릉은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을 집약하여 조성되었으며 그 조형방식에서 역사적 변화를 담고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둘째, 자연 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이 보존되어 있다. 조선왕릉은 타 유교문화권 왕릉과는 다른 조선왕조 특유의 세계관, 종교관 및 자연관에 의해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다. 셋째, 인류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조성과 기록문화의 보고이다. 500년 이상 지속하여 만들어진 조선왕릉을 통해 당대의 시대정신과 통치자의 리더십, 문화의식, 예술관을 압축적으로 살펴 볼 수 있으며, 조선왕릉과 관련된 여러 기록 문헌들을 통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 기술과 사상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넷째, 조상숭배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조선왕릉 제례 문화는 조상숭배사상에 기인하며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형성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에 큰 의의를 가진다 하겠다. 다섯째, 자연과 인간의 조화, 하늘과 땅의 조화, 이상과 현실의 조화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시대를 뛰어넘는 공존의 조화를 통해 역사적 교훈과 시대정신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를 법고창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적 가치로 재창조하여 국민들이 즐겨 찾아가는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으로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이제 조선왕릉이 좀 더 친근하게 국민들에게,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속에 내재된 시대 정신과 인간스토리를 발굴하여 재미있고 유익하게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왕릉에 계신 주인공들은 그 시절 최고의 리더였다. 청소년들에게 리더십의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여 미래를 향한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유형적 측면뿐 아니라 사상, 정신, 의례 무형유산 등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500년 이상 왕조가 유지되고 재위한 모든 왕과 왕비의 능이 완전히 남아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조선왕릉이 유일하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미래를 향한 무한한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역사의 현장이 조선왕릉이다.주인공이 묻혀 있는 능침공간은 주변 산세와 지형에 따라 단릉, 쌍릉, 합장릉, 삼연릉, 동원이강릉, 동원상하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었으나 대부분은 양옆과 뒤쪽의 삼면으로 곡장을 두르고 봉분 둘레에는 봉분을 수호하는 각 두 쌍의 석호, 석양을 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외에도 문인석, 무인석, 정자각 등 아주 절제되고 품격 있는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왕릉에 들어서면 홍살문을 지나 참배하는 모습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나무도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를 알고 열심히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다.또한 능기신제를 일반에 널리 알려 충효사상의 근본으로 가꾸어 점점 메말라 가는 나라사랑·효사상을 일깨워 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다. 유교의 정신사적 이상을 현대화, 세계화하는 문화콘텐츠로 개발하여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2-03 이배용

[춘추칼럼] 故김영삼 前대통령 정치적 유산

야당 지도자로 한국민주화 주도한 뛰어난 정치가3당 합당과정서 영·호남 지역주의 고착화 ‘아쉬움’YS 공·과 재평가… 한국정치 발전 계기로 삼아야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세상을 떠나며, 수많은 정치인이 그의 빈소를 찾아 소위 조문정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조문 정치인들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임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인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면서 추모하는 것은 우리의 좋은 관습이지만, 혹시 이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며, 평가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정치인이 긍정적인 평가만 하고, 대부분 언론도 그러한 방향으로 보도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물론 평범한 개인이라면 그의 사후에 나쁜 얘기는 덮어두고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한 나라의 야당 지도자와 대통령을 지낸 공인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향후 국가와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와 그의 시대가 한국 정치에 남긴 두 가지 중요한 유산을 오늘의 시점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유산은 민주화이다. 김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뛰어난 정치인이었으며, 야당 지도자로서 한국 민주화에 커다란 공을 세운 점에 대해서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두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 민주화 투쟁을 주도하고 결국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6·29선언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그가 보였던 용기와 카리스마,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은 한국의 정치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유산은 3당 합당을 통한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의 공고화이다. 1990년 1월 22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3당 합당은 당시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던 집권여당 민주정의당, 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여당을 출범시킨 사건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 전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3당 합당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을 공고화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3당 합당 주도 세력들은 합당의 명분 중 하나로 4당 체제에서의 지역주의(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 충청) 극복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3당 합당은 영남 대 호남 혹은 비호남 대 호남이라는 지역 대결 구도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했다.양김(혹은 3김) 시대는 2000년대 들어 서면서 이미 실질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과 그 시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인 민주화와 지역주의는 여전히 오늘의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정치의 과제로 남아 있다. 먼저 민주화는 하나의 과정이며, 한국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심화 내지 공고화돼야 하는 과정에 있다. 최근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그가 보여주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또 다른 유산인 지역주의는 점차 완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충청 지역이 3당합당에서 빠지고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고, 유권자의 세대교체로 인해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지역주의 감정 또한 약해지고 있다. 다만 현재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인해 지역주의 정당 구도가 과장되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남은 과제는 비례제를 강화하여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싹쓸이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추모 분위기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 개인에 대해 정서적으로 추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그 시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이를 한국 정치 발전의 계기로 만들고자 하는 냉철함도 필요할 것이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1-26 김 욱

[춘추칼럼]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를 주목한다

김정일 유훈 통치시대 종식 ‘김정은 시대’ 선포할듯당대회후 8월 남북·10월 북중정상회담 추진할 수도한국·주변국들, 北로켓발사 막고 개혁개방 이끌어야북한은 지난 10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016년 5월 초에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980년 제6차 당 대회 후 36년 만에 개최되는 전당대회이다. 36년 동안 북한 국내외 사정이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동구 공산권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고난의 행군, 제2차 북핵위기와 국제사회의 압박,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후계체제 구축 등이 그 어려움을 말해준다. 2016년은 김정은 정권 5년차이다. 5년차에 당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그만큼 안정감과 자신감에 차 있다는 방증이다. 대내적으로 당 기능의 정상화와 연간 30만t 정도의 식량 증산, 미세하지만 1% 내외의 경제성장이 안정감의 표시일 수 있다. 3천200명 규모의 당 대회 참가자들에게 선물정치를 할 만큼 통치자금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8·25 합의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과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북중관계의 복원이 자신감의 토대일 수 있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일 유훈 통치시대를 종식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당규약을 개정해서 최고인민위원회를 설치하고 김정은을 위원장에 추대할 수도 있다. 230여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 가운데 상당수의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 박봉주 내각 총리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도 예상된다. 개혁·개방이 가미된 선민중시의 새로운 경제정책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계기 때마다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강조해 왔다. 김 제1위원장의 통일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운 통일방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 북핵문제와 인권문제를 희석시키고 평화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쟁종식과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2016년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 전망은 그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다.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라는 8·25 합의 정신이 있다.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북중간의 합의 정신도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제7차 당 대회 직전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회 후 8월 중 남북정상회담과 10월 중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통한 북중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인민 중시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당정군의 세대교체,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중관계 복원은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기에 충분하다.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변수가 많고 우여곡절이 많음을 예고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북중간의 합의에 의해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중국은 북한과 미국에게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논의를 요구할 것이다. 한미일이 대화보다 대북제재·압박을 강화한다면 북한의 맞대응 무력시위도 강화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묵인하에 제7차 당 대회 직전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도 있다. 로켓 발사는 대외적으로는 맞대응 무력시위이지만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축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과 주변국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막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제7차 당 대회가 열리기까지 앞으로 6개월이 북한에게도, 주변국가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 간부들의 책임정치를 강조해 왔다. 최룡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혁명화 교육에 들어간 듯하다. 최룡해는 김정은식 책임정치의 희생양일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으로 100일 전투 또는 150일 전투를 내세우면서 인민생활 향상의 치적사업에 당 간부들을 독려할 것이다. 당 간부들은 최룡해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최룡해는 제7차 당 대회 시점에 맞춰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는 개혁·개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북한은 체제안보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혁·개방의 틈새를 보여준다. 개혁·개방은 강제할 수는 없어도 환경과 여건은 만들어 줄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가 환경과 여건 마련의 기본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11-19 양무진

[춘추칼럼] 지자체와 콘텐츠 관련 기업의 상생

지자체 ‘성과 중시’ 대부분 수행업체 수도권서 물색지역기업 참여시켜 경험·안목 쌓을 기회 제공 필요기업, 분야별 특화로 전문성 높이고 타업체 협력해야앞선 기고에서 일본 돗토리 현이나 구마모토 현의 캐릭터와 지자체의 상생 모델을 언급하였다. 이들이 성공사례를 확보하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음을 기고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사례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이 돈과 시간인데, 과연 이것만으로 이 성공 사례가 구축될 수 있었을까? 다른 부분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성공사례들이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되었을 때 가능할까 라는 자문에 자답은 명확하지 않았다.이러한 의문을 풀어가면서 우연하게 성공사례를 보유한 그들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의 사례유형을 살펴보면 지역개발형과 지역기반형의 형태로 크게 구분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구분은 필자가 임의로 정한 것이므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음을 인지해 주기를 바란다.지역개발형은 지역 전통이나 문화, 인물, 특산물 등을 소재로 지역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콘텐츠로 구분하였고 지역기반형은 지역 소재 기업의 캐릭터나 지역 출신의 인물(저작권자, 개발자 등)을 활용하는 등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콘텐츠를 지역에 맞게 활용하는 것으로 정해 보았다.지역개발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과 영화 ‘해리포터’와 ‘브릿지 존슨의 일기’의 주무대인 영국 코츠월드(Cots World)를 들 수 있고 지역기반형은 위에서 언급한 돗토리현의 ‘가가와 기타로’(작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로 구분할 수 있다. 두 가지 구분 모두 지역과 연계된 콘텐츠와 지자체 간에 상생방안이라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단, 필자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이 사례들 대부분에 지자체는 있었으나 이 사례에 참여한 지역 기업은 없었다는 것이다. 즉, 사례로 언급한 국가의 지역들조차 지역 기업의 참여나 역할은 필자의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지역 기업의 참여는 당연한 것 이었거나 아니면 지역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고민이 그들에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어쨌든 대외적으로는 사례로 인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 사례가 중점적으로 보여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좋은 원천소스는 각 지역마다 있다고 본다고 하면 누가 이 원천소스를 개발하고 누가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갈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지역에서 콘텐츠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대부분 지자체에서 콘텐츠 연계 관광 상품 개발 계획이 수립되면 성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과제 수행기업을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찾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 지역 기업들은 과제 수행의 경험이나 성과에 대한 품질면에서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과제나 용역에 참여한 경험이 없으므로 더더욱 그렇게 된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의 관련 업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시 반문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지역에는 콘텐츠기업이 없어야 맞다는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 모두 콘텐츠 관련 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향후 지역의 중요한 먹거리가 되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 않은가? 이 부분 모두 공감하고 기회다 판단되기 때문에 수도권의 기업들이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신규로 창업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지자체와 지역 콘텐츠 기업의 상생이 이뤄지어 곧바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자체는 지역 기업을 적극 과제에 참여시킴으로써 경험과 안목을 동시에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기업은 분야별 특화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협력하여 성과를 이뤄내는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만이 지자체와 콘텐츠 관련 기업의 상생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앞서 사례로 언급한 국가의 지자체 콘텐츠 관련 성공사례와 조금은 차별된 지자체와 지역 기업이 협력하여 이뤄낸 우리만의 성공 사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1-12 남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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