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평양정상회담 이후가 중요하다

비핵화·적대관계 종식등 평화 분위기속남북관계 확대 발전위한 구상도 구체화美, 北 신뢰땐 '종전선언' 한발짝 다가가뉴욕 한미회담, 향후 북미회담 중요한 디딤돌2박 3일간 숨 가쁘게 전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사항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는 미국과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에 따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우리와 합의문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비핵화 문제를 남북간 핵심적 협의 의제로 삼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 핵위협 없는 한반도를 직접 언급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나아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표명한 것은 그간 남북 간 합의 수준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라 할 것이다. 그리고 양 정상은 향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합의이다. 남북은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상호 적대행위를 종식하는 내용의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그간 남북간 우발적인 무력충돌 등 전쟁위험과 긴장 상황이 조성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매우 구체성을 띤 이번 부속합의들은 남북 간 사실상 종전선언을 한 셈이 된다. 앞으로 이 같은 합의가 잘 지켜지면 군비통제와 군비축소 등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이행이 더욱 용이해 지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완화 등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구상을 구체화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개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정상화, 서해 경제 및 동해 관광특구 조성 등은 지난 10·4 선언 이후의 상황으로 남북관계를 되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개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러한 한반도의 변화와 남북 정상의 노력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이제 공은 북미 간 협의로 넘어갔다. 북한이 검증의 논란이 있었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폐기를 관련국 전문가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국제사회로 하여금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하기는 하였지만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함으로써 보다 진전된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2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북한이 공표한 조치를 토대로 미국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리용호 외무상과의 만남,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미 간 실무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향후 전망을 매우 밝게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이 보인 조치를 신뢰하고 종전선언을 위해 한발 짝 다가간다면 비핵화 협상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뉴욕 한미정상회담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하는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의 성사가 문 대통령 덕분이라고 하였고 미 대통령 또한 문 대통령을 수석 협상가로 명명하였다. 우리의 중재노력이 빛을 발하여 지연되었던 북미간 협상이 재개되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연결된다면 올해 더욱더 성과있는 이벤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미 간 협의가 잘 진행되어 남북미중 정상이 서울 혹은 워싱턴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게 된다면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보다 큰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물론 최종 비핵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와 앞으로 종전선언 등을 통한 신뢰구축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의 시대는 보다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9-20 양무진

[춘추칼럼]독서 취미가 고맙다

할 일 산더미 상황속에서도 독서하는 일'입시문학' 고통스러운 행위 자리매김스마트폰등 볼것 많은데 책 읽는 청소년들그들 덕에 '국민 연간독서량 1권가량' 유지유유상종이라고, 청소년 때부터 1년에 50권 이상 기본으로 읽는 사람을 되우 만났다. 1년에 300권 이상 읽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만났다. 40대 들어 비문학인과 자주 어울리다 보니, 평생 살면서 100권만 읽었어도 책 많이 읽는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 살 때부터 읽었다 쳐서 1년에 두세 권꼴. 한국인 연간 평균 독서량의 두 배 넘는 수치니 많이 읽은 사람이 분명하다. 고1 아들에게 물었다. 책 읽기 좋아하는 친구 없니? 있으면 아빠 책 한 권 선물해주고 싶어. 아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 명도 없다고. 실은 요새 아이들만 안 읽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다. 일제강점기에도 보릿고개 시절에도 산업화시대에도 새천년에도 책 읽는 학생은 반에 한두 명이었다. 묘한 일이다. 선생님과 부모님과 그 밖의 멘토 어른이 삼위일체가 되어,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인생 성공한다, 세뇌 교육하듯 해도, 청소년은 읽지 않았다. 어른이 돼서도 읽지 않았다. 독서광이 책 읽다가 미쳐버린 돈키호테처럼 별종이고, 1년에 한두 권 읽는 이가 보통사람, 정상적인 사람인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인류에게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무서운 말씀을 남긴 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책을 읽어야만 하는 까닭이 허다했다. 마찬가지로 비독서인은 아무리 해도 책을 읽을 수 없거나 읽기 싫은 까닭이 허다했다. 따져보면 독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어머니가 자주 쓰는 말인데 '머리 쓰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보고 듣는 것과 달리 읽는다는 것은 두뇌를 심하게 써야 한다. 게다가 재미없기 십상이다. 사람마다 재미가 다르고 감동이 다를 텐데, 늘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1년에 두어 권 읽는다면 둘 다 재미있을 수 있겠지만, 1년에 열 권 읽는다면 그중에 재미없는 책도 여럿일 테다. 1년에 100권은 읽는다는 것은 재미없는 책을 70권 넘게 읽는다는 의미다.게다가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국은 특유의 입시문학으로 독서를 끔찍이 고통스러운 행위로 자리매김해버렸다. 초중고의 진정한 국어·문학 교육은, 사회구성원이 평생 누려야 할 소중한 권리인 독서 기초 훈련으로써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맛보는 스스로의 법을 찾도록, 글쓰기를 통해 자기의 견해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여 타자와 소통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보면 내 견해보다 훨씬 훌륭한 목표와 목적으로 도배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저 문제풀이 연습일 뿐이다. 다 그만두고 왜 그토록 괴롭게 읽어야 한단 말인가? 의무적인 독후감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그저 숙제일 뿐이다. 책 읽기 하면, 먹음직한 과일을 눈앞에 둔 듯 설렘이 앞서야 하는데, 주제 찾고 의도 파악하고 수사법 따지고 수행평가과제 해야 하고 엄청난 숙제가 바윗덩이처럼 굴러오는 듯한데, 읽고 싶겠는가. 골치만 아프고 재미도 없는 일은 하기가 싫은 법이고, 누가 어떤 식으로 강력 코치를 해주거나 숙제를 덧붙여주면 더욱 하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면 책을 쳐다보기도 싫은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어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어느 세대에게나 독서인은 딱 그만큼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 아들이 졸업할 때까지 한 명도 못 만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 학 년에 세 명은 분명히 '독서가 취미 혹은 특기'라고 할 만한 친구가 있을 테다. 책 읽는 것밖에 할 일이 없을 때 책을 안 읽은 것보다,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 속에서 책 읽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가공할 입시제도와 만화경 같은 스마트폰과 볼 거 너무 많은 텔레비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청소년들,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들은 평생토록 친구들의 몫까지 짊어지고 읽어나갈 테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국민 연간 평균독서량 1권 가량을 유지할 테다. 그들의 독서 취미가 참 고맙다./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2018-09-13 김종광

[춘추칼럼]정말, 사람이 먼저다

文정부 '지역밀착형 생활 SOC' 정책 제시많은 편의시설 '왜 개점휴업인지' 살펴야 주민과 공동체활동 역량갖춘 활동가 부족실생활에 필요한 사람 발굴 미래 달려있다문재인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투자 정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핵심은 '생활 SOC' 개념이다. 지금까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즉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토목공사와의 차별화를 통해 지역밀착형 생활 부문에 다양한 사업을 통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 2019년도에 국비 8조7천억원과 지방자치단체 매칭 예산을 합치면 12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10분 내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 확충에 1조6천억원,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과 같은 생활안전 인프라 확충에 2조3천억원, 취약지역 도시재생 사업에 1조5천억원이 투입된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역밀착형 생활 SOC' 개념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기존의 도로, 철도, 건설 등 개발 위주의 사업이 아니라 체육센터, 박물관, 도서관, 어린이집, 공공의료기관 신설, 전통시장 등 실제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문화시설 중심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람들이 정책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자신들의 일상적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체감도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단한 변화나 발전은 더 이상 개인이 자신의 삶의 변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활 SOC는 그러한 구체적인 삶의 과정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공간과 시설 등을 통한 정책의 개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용을 할 것이다. 지난 9월4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동안 우리는 대규모 SOC 위주의 정책을 펼쳐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서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앞으로는 공공 투자도 지역 밀착형 SOC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생활 SOC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지역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구산동도서관마을에 대해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주민 참여와 협치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이번 '지역밀착형 생활 SOC' 정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도로나 철도 건설에서 생활편의시설로의 사업 방향이 전환되었다는 점만 강조하게 되면, 결국에는 같은 비슷한 '건설'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번 정책과 예산이 정말 지역에 대한 투자가 되려면 지역에서 생활편의시설 등이 어떻게 기능하고 운영되는지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금 많은 지역에서 절대적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산 부족과 운영 관리 등의 문제로 인해 많은 생활문화시설이 개점 휴업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업은 단기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여타의 사업과 크게 구별되지 않을 것이 뻔하고 인구절벽과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 앞에서 향후 발전적인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결국 사람이다.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현장을 누비면서 활동할 수 있는 민관의 활동가가 얼마나 많은가의 문제이며, 공간을 운영하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체활동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주체들이 얼마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생활 SOC' 사업의 중요한 방향을 설정해 두지 않으면 지역과 동떨어진 형태로 남아 소수 정치인의 업적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지금 지역에는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동네 기반의 지역사회 활동에 등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을 썼다. 사람이 중요하다. 이제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사람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진짜 실생활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을 발굴할 것인지에 국가의 미래뿐만 아니라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9-06 권경우

[춘추칼럼]'소득주도성장' 좋은정책 거듭나려면

단순히 경제살리기 보다 '시대정신' 부합국민 체감 '방향·방법·속도' 조화 이뤄야기대만큼 효과 없을땐 '잘못됐다'고 인정원인 찾아내 빠르게 '수정'하는 용기 필요모든 정부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한 고유의 상징적인 정책들을 펼친다. 무엇보다 집권 초기엔 이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해 추진한다. 그런데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을 받는 좋은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아야 한다. 시대정신과 시대과제는 다르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룩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것이 시대정신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지방 분권, 성 평등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단순히 경제를 살리는 것은 시대과제는 될 수 있지만 시대정신은 아니다. 둘째, 방향과 방법, 속도의 세 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아무리 방향이 옳더라도 방법이 투박하고 잘못되면 기대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또한 방향과 방법이 조화를 이뤄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다.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잘못된 방식에 기대어 과속으로 추진하면 실패하기 쉽다. 셋째,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 대응력이 뛰어나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책은 '입안-결정-집행-평가'라는 4단계를 거친다. 정책을 입안할 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고 최종 정책 결정을 할 때는 권력자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을 집행할 때는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기대한 정책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원인을 잡아내어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이것이 대응력이다. 통상 대응력이 떨어지면 정책의 적시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정책 효과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 일방적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평가해보면 치명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시대성은 있지만 조화성과 대응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소득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려는 방향성은 공정사회 구축이라는 시대정신과 부합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 정책 수단으로 삼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이 '고용참사, 소득 양극화 심화, 투자 부진'이라는 3대 쇼크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청와대 정책 참모들의 현실 인식이 치명적인 오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옳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책은 성공할 것이다. 정책 집행의 속도를 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기대한 만큼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과거 보수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다. 정책은 좋은 데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의 함정에 빠져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정부는 내년 예산을 470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5천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 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일자리 정책에 쓴 예산은 약 43조원에 달했지만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취업자는 8년 6개월 만에 최소치인 5천명(전년 대비)만이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제조업 일자리는 10만개 이상 사라졌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이 좋은 정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8-08-30 김형준

[춘추칼럼]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독 상주대표부

교류확대 따른 제반문제 해결하는 창구役정부·지자체등과 소통·협력 역할 수행판문점 선언과 3차 정상회담 합의문 통해남북관계 '되돌릴 수 없는' 제도화 이뤄내야지난 판문점 선언에 기초하여 남북 정상 간 합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곧 출범할 예정이다. 필자는 몇 년 전 독일 통일 전문가들과 동서독 상주대표부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통일에 앞서 동서독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두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하나는 동서독 기본조약이고 다른 하나는 상주대표부 설치에 관한 의정서이다. 1972년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은 동독에 대한 서독 정부의 정책적 전환의 산물이다. 서독은 기본조약 체결을 통해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독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대화와 교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동서독 기본조약 8조에 상주대표부 설치를 명명하였고 그 합의에 따라 1974년 동서독의 수도에 상주대표부가 설치될 수 있었다. 독일 전문가들은 상주대표부는 통일이 될 때까지 동서독 관계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하였다. 물론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과거 동서독과는 다르지만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첫째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상징적 의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축사에서 언급했듯이 남북관계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이번 연락사무소의 설치는 매우 중대한 진전이다. 기본조약 체결 이후 동서독 인적 물적 교류를 본격화했던 독일의 경우 각기 수도에 설치된 상주대표부는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외교관계에 있어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이 존재하듯이 정식 외교관계 수립 이전의 상주대표부나 연락사무소는 교류 확대에 따른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요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통일 전 동서독의 경우 한해 300만~4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오고 갔고 교류에 따른 절차들을 상주대표부와 해결해 나갔음을 상기해 보자. 향후 남북 간 교류 확대에 따른 우리 국민들이 의논하고 기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이다. 이는 연락사무소장의 급이나 대북제재 문제 등 정치적 문제는 차치하고 그 자체로서 우리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둘째는 실질적 측면이다. 남과 북은 공동으로 마련된 연락사무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 기능을 부여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동서독 상주대표부의 경우는 대화 통로, 주민 편의제공 등 기본적인 기능뿐 아니라 각기 상대방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청소년 교류, 스포츠 교류, 학술 및 문화 교류 등 동서독 관계 확대 발전에 따른 새로운 업무들 또한 창출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정치범 석방, 대동독 지원 등 동서독 인도적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상주 대표부는 협의 창구로서의 기능을 하였다. 물론 동서독의 경우도 그 이상의 레벨이나 중대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중앙정부 및 각기 협상 파트가 직접 협상에 임하였다. 따라서 우리 연락사무소의 경우도 실제 남북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소통과 협의의 창구로서 협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남북관계의 확대 발전에 대비하여 상주대표부와 같은 역할의 확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전 동베를린 상주 대표부 대표였던 한 인사는 동서독 기본조약과 상주대표부 운영에 대해 의미심장한 평가를 한 바 있다. 그는 동서독 기본조약과 상주대표부는 독일이 통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국내외 정치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독일 문제를 관리하는 데 기여했다고 언급하였다. 우리의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도 한반도 상황 관리와 남북관계의 제도화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다. 우리는 독일이 해온 두 가지의 제도적 장치와 같이 지난 판문점 선언과 앞으로 있을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통해 남북관계의 '되돌릴 수 없는' 제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당면한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선순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선 독일인사의 언급처럼 우리가 스스로 통일을 할 수 있는 대내외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남북관계의 상황은 제도화된 장치를 통해 관리되고 발전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지금 새로 태어났고 첫발을 뗀다. 우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금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임을 인식하자./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8-23 양무진

[춘추칼럼]작가와 글쓰기의 자유

글쓰는 자유로움 여전히 부족한 우리 실정제도권 작가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다비제도권에서 좋은 글 많이 생산한다면인식 새로워지고 작문의 자유 확산될 것'작가'도 뭘 쓰느냐에 따라 과일 종류만큼 세분된다. 드라마작가, 웹툰작가, 게임작가, 동화작가, 시나리오작가, 소설가, 시인, 영화평론가, 저널리스트, 수필가……. 어떤 식으로든 등단 혹은 데뷔를 한, 권위를 얻은 제도권 작가들이다.지명도로 따져도 다양한 작가가 존재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혹은 이따금 나오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뜨기도 하는, 페이스북 팔로워가 몇 명인, 무슨 상을 받은,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작가들이 훨씬 많다.우리나라에서 인세(책이 1권 팔릴 때 그 책값의 10%가 작가의 몫이다)와 원고료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작가는 스무 명이 채 안 된다. 유명한 작가도 글세(인세+원고료)보다 부가수입(원작료, 강연료, 심사료, 출연료 같은)이 더 클 테다. 흔히 '전업작가'는 일반적으로 '글세+부가수입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작자'를 말한다. 드물지만 글세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들도 있다. 회당 얼마씩 받는다는 드라마작가, 인터넷문화상거래의 선봉 대세 웹툰작가…….대개 작가는 따로 직업이 있다. 글과 가깝고 안정적으로 글을 쓸 환경이 되는 직업이 압도적이다. 교수, 교사, 언론인, 공무원, 법조계 종사자……. 하지만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 반대로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왜 글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되는, 육체적으로 혹독한 직업에서부터 재벌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다. 작가 자신이 직업이 없다면 배우자가 있다.글쓰기는, 일기가 아닌 이상, 누군가 읽고 재미를 느끼든 감동하든 메시지를 얻든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욕망이다. 글이 돈과 연관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해도 인정은 받고 싶다.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는 까닭이다. 욕망 자체가 '프로정신'이겠지만, 아직은 아마추어인 제도권 진입을 꿈꾸는 작가가 무수히 존재한다.'엽서시문학공모전'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모전 정보를 취합해놓았다. 깜짝 놀랄 테다. 이렇게 많은 출판사가 지자체가 사공기업이 학교가, 이토록 많고 적은 상금을 걸고, 이처럼 허다한 글쓰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니. 그러한 공모전이 매년 시행될 수 있는 것은 매년 글을 써서 응모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응모자는 청소년(학생작가)이다. 여러 가지 까닭으로 청소년 대상의 백일장과 공모전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수한 비제도권 작가가 있다.유사 이래 수천 년 동안, 글쓰기와 읽기는 문자를 만들고 소유하고 장악한 특권계급(상류층)의 것이었다. 모든 계층이 고루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채 백여 년이 되지 않았다. 세종대왕이 정음을 창제하신 게 1443년이지만 80% 이상의 한국인이 한글을 자유자재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모든 한국인이 '독자'가 되었지만, 작가는 오랫동안 상류층과 지식인과 등단자의 것이었다. 쓸 수 없었던 게 아니다. 써도 발표할 수가 없었다. 권력자와 상류층이 지면을 소유했고, 그 지면에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자는 등단이라는 문학제도를 돌파했거나 권력집단·상류사회·지식인사회의 일원으로 작가적 권위를 덤으로 얻은 이들이었다./김종광 소설가제도권 작가들과 제도권 진입을 열망하는 예비작가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새 세상을 열었다. 말 그대로 종이밖에 없던 지면이, 저 사이버 공간에 무한히 있게 되었다. SNS의 무한 확장을 보라! '모두가 작가인 세상'은 우리 한국사회가 이룬 가장 소중한 진보다. 누구나 마음껏 글을 읽고 쓸 수가 있고, 누구나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글을 발표할 공간을 가지는 사회! 아직 이런 자유를 못 누리는 나라와 사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세세히 따지면 우리나라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글쓰기의 자유가 부족하다. 제도권 작가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다. 비제도권 작가들이 '재미와 감동과 메시지를 겸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중에 하나는 있는'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하면, '작가'에 대한 인식은 새로워지고 글쓰기의 자유는 확산될 것이다.김종광 소설가

2018-08-16 김종광

[춘추칼럼]대학과 지역

'내부의 보수화' 새 시대·문화 못담는 대학인구절벽·청년실업 환경 변화에 존립 위기학문·생활·문화·노동 등 최적 공동체 대안지역사회 연계 '캠퍼스타운' 실질적 노력을대학이 위기이다. 위기의 원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먼저 외적 요인으로는 '인구 절벽'이라는 환경변화에 따른 문제이다. 대학을 구성하는 핵심인 학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은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내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청년실업 문제도 대학 위기의 외적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대학이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적 요인으로는 대학 내부의 보수화다. 사학 비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문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교육 내용으로 인해 대학은 더 이상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변해야 하지만 가장 느리게 대응하는 곳이 대학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차원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로는 대학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 직원의 관계가 파편화되고 무너진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대학공동체의 붕괴이다. 이는 2000년을 전후로 신자유주의 논리가 대학사회에 빠르게 전파된 결과로서 학생과 교수, 직원이 대학공동체 차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간 결과이다. 학생은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고, 교수는 평가와 연봉에 매달렸고, 직원들은 경영 관점으로 수익 관리를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학에 대안은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대학공동체의 복원이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취업 등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대학은 최소한 몇 년 동안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공동체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함께 교수와 직원이 함께 대학사회를 일종의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면 이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모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청년 세대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이미 사라진 공동체의 경험을 대학에서 수 년 동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경험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공동체는 학문과 생활과 문화와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 분야로 분절되어 있는 대학 내부의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방치한 채,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지역과 별개로 존재해왔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상권 정도에 기여할 뿐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하더라도 대학이 별다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학과 지역은 상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역은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해서 어떻게 하면 대학자원이 지역자원으로 연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며, 대학 역시 단순한 취업 차원의 고민을 넘어 대학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고 수업과 활동, 공간 등을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대학을 사고하게 만드는 일이다. 취지는 좋지만 여전히 현실은 멀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성과주의와 대학 이기주의 등이 맞물려서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협력과 연계는 가능하지 않다. 대학과 지역이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캠퍼스타운이 되려면 기존 행정과 대학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관점과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현재 한국사회의 대학은 일종의 섬으로 존재한다. 대학이 외로운 섬으로 남지 않으려면 대학과 지역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력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취업을 넘어 산업과 경제, 문화와 예술, 마을, 공동체, 일상 등 모든 영역에서 연결될 수 있는 지역과 대학의 관계를 상상해본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8-09 권경우

[춘추칼럼]인식전환 골든타임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경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고국정안정 꾀하려면 대통령 생각 전환 필요경제 기조 '소득주도→혁신 성장' 바꾸고주류세력 교체론 벗어나 내각에 권한 줘야집권 2년차 문재인 정부는 몇 가지 '인식적 오류'에 직면해 있다. 첫째, 방향((목표)이 옳으면 방법(수단)이 다소 거칠고 투박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이런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한다.그런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정책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상승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도 최저 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절벽, 생산 부진, 경기 비관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한국 갤럽 조사(7월 24-26일) 결과,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62%로 6주 연속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8%로 역대 최대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37%)이 압도적인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12%)이 뒤를 이었다. 방향과 방식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둘째, 주류세력이 교체되어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다. 정권이 교체된 것은 넒은 의미에서 주류 세력이 교체된 것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은 세력이 권력을 이용해 사회 주류 세력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자칫 권력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야당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는 협치 내각을 제안했다. 국민통합을 이루고 국회에서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한손엔 적폐청산을 통한 보수 주류세력 교체, 다른 한손에 야당과의 협치를 내 세우면 꼼수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류 세력이 교체되지 않아서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주류 세력은 권력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만이 교체할 수 있다.셋째, 대통령 친정체제가 구축되어야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고다. 그 일환으로 집권 초기부터 총리와 내각 대신 청와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최근 청와대는 국민홍보, 정책 조정, 연설 기획 등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 각 부처의 정책과 홍보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모든 현안을 챙기는 만기친람의 행태를 보일 때 역설적으로 국정 효율성은 떨어진다. 5년 단임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법칙이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1년 6개월 동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그 실망이 분노를 넘어 혐오로 치달으면 민심이 폭발한다. 올 연말까지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정책 목표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이젠 경제 정책 핵심 기조를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전환하고, 이념적 양극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주류 세력 교체론에서 벗어나고, 총리와 내각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이 적기에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는 휘청거리고, 협치는 사라지며, 민심도 크게 이반될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8-08-02 김형준

[춘추칼럼]종전선언, 관련국 입장과 추진전략

판문점선언·싱가포르성명서 필요성 인식北 체제 보장의 美 불가침확약 포함 원해미국도 '완전비핵화' 협상카드 활용 의도주변국참여 문대통령 교차보증 역할기대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오늘이 정전협정 체결 65년을 맞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 3조 ③항에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를 명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6·12 싱가포르 센토사섬 공동성명 3조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보여준다.종전선언은 한국전쟁을 끝장내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전쟁을 끝장내고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자는 의지와 추진방향의 원칙 정도만 담으면 된다. 종전선언은 민감한 문제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시기·장소·내용 등은 당사국인 남북한이 중심이 되어 유관국들과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한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연계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고 평화협정을 통해 비핵화를 끝내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남북 간, 북미 간 '불가침 확약'이 내용에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방식으로 하고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 북미 간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구로 간주한다. 본격적인 비핵화 과정을 시작함에 있어 최소한의 군사적 안전보장책으로 미국의 불가침 확약이 포함된 종전선언을 원한다. 비핵화의 명분도 필요하기 때문에 종전의 조속한 선언을 촉구한다.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한다면 대북군사적 옵션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핵화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직 구체적인 내부적 논의 움직임이 없다. 중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을 선호한다.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당사자로서 종전의 시작에서부터 참여를 요구한다. 종전선언 참여 문제를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3자 종전선언, 4자 평화협정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종전선언만 한다면 3자 방식이든 4자 방식이든 큰 문제가 없다. 종전선언이 평화협정 체결과의 선후관계로 연계되어 있다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우선론'이 현실적인 방식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미래의 평화통일을 이끌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의 지지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은 미국과는 달리 한반도 접경국가로서 통일 이후에도 협조가 중요하다. 정전협정 제5조 61항에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 사령관들의 상호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자 우선론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올해 내 종전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8·15 전후 대북·대미 특사파견을 통해 북미 간 빅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핵동결 선언과 미국의 종전선언은 충분한 교환 가치가 있다. 종전선언 내용에 불가침 확약 문제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의 원론적인 내용만 들어가면 된다. 불가침 확약을 삭제하는 대신 사드 철수, 첨단무기 신규도입 보류 등 북한이 수용 가능한 형식의 군사적 안전보장도 하나의 방안이다. 다음 단계로 대북제재 해제와 핵프로그램의 신고·사찰·검증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시에 남북한은 최우선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개성공단사업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평화협력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8만4천개의 일자리를 보장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들의 생활향상과 경제발전을 위해 비핵화의 결단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북제재·압박 일변도의 전략적 수단을 완화·철회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간 협력의 중재자,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북한에게는 체제안전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고 미국에게는 비핵화에 대한 보증이 요구된다. 교차 보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는 대목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7-26 양무진

[춘추칼럼]후배 독서가들은 외롭지 않기를

자신의 취향과 특기에 근접하는 꿈 찾고독서 씨앗 퍼트리는 '독서나비'로 살며진학·출세 지장없는 제도 이루길 빌고반딧불이 작가들 세상 빛내주길 바란다모교로부터 '동문 선배와의 만남'에 초청받았다. 금의환향이라도 하는 듯해서 감사히 수락했다. 솔직히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묘한 자격지심에 휩싸였다. 내가 과연 '금의'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뭐라도 이루거나 된 자인가. 부를 만하니 불렀겠지 뿌듯하면서도, 진정 자식 뻘 후배들 앞에서 떠들 주제가 되나 의심스러웠다.30년 후배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가이면 모르겠는데, 나는 '듣보잡' 소설가다. 책 좀 읽으시는 분들도 '20년 써서 20여 권을 냈다는데 처음 들어보고 처음 읽는다'고 하시니 말이다. 경제력, 신분, 지위 같은 세속적 기준이나 사회 기여도로 따진다면 더욱 후배들 앞에 설 자격이 없었다. 미미한 작가보다 구질구질하고 사회에 도움 안 되고 전망 없는 직업이 또 있을까. 내 또래인, 후배들의 부모님이 훨씬 말할 자격을 가졌다. 설마 롤 모델이나 귀감을 바랐겠나, 고등학교 때의 나처럼 독서를 즐기고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한테 작가가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격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합리화했다.30여 명이 맞아주었다. 어쭙잖은 작가 선배를 만나겠다고 귀한 시간을 내준 학생들답게, 30년 전의 우리들을 보는 듯했다. 생각이 많아 뵈는, 책을 즐겨 읽고, 예술적 행위로 스트레스를 풀 것 같은, 언젠가는 작가를 꿈꿀 것 같은 아티스트형 아웃사이더들. 순전히 오해일지라도 후배들에게 동지애를 느꼈다.꾸준히 독서하면 의당 오지랖 넓게 이해하는 동시에 문제를 파악하고 의견을 세우고 내는 능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간절히 원하는 바다. 그 '비판정신과 창의력'이 출중할수록 따돌림받고 외로워지고 경제적으로 도태되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후배들에게 보다 활발한 독서를 권장하기가 저어되었다. 차마 작가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할 수도 없었다. '자기 계발서'처럼 뭐가 됐든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기필코 된다, 꿈을 갖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말하면 편할 텐데, 불편한 현실을 밝히는 희망 의심형 소설을 써온 작가로서 희망의 전도사를 자처할 만큼 뻔뻔하지도 못했다. 두서없이 벅벅댔다.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여러분이 비판정신과 창의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외로울 테다. 그런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다. 두루 읽고 넓게 의심하고 세심히 표현하는 사람은 자꾸만 소외된다. 한 달에 한 권 읽는 독자로 사는 것도 벅찬 세상이니, 기어이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더욱 외로울 테다. 그렇지만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여러분처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이나마 강녕한 것이다. 우리는 시골 마을의 가로등처럼,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가로등 같은 존재도 못 될지도 모른다. 가로등도 없는 마을의 반딧불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없어도 되겠지만 반딧불이가 있어 여름밤은 한껏 풍성하고 아름답지 않은가.한심한 선배의 산만한 말을 성의 있게 들어주는 후배들이 고마웠다. 듣고 싶은 사람만 모여서 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알아서 걸러 들었고 넉넉히 웃어주기도 했다. 오히려 내가 큰 격려를 받은 셈이다.후배들이 자신의 취향과 특기에 근접하는 꿈을 찾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기회를 부여받아,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이롭고 자존감 넘치는 업적을 부단히 쌓고, 경제적으로도 무난한 미래를 이루기 바란다.또 바란다. 지금처럼 책 읽기를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서의 씨앗을 퍼트리는 독서나비'로 살기를. 스무 살이 넘으면 독서가 끝나는 세태를 바꿔주기를. 좋은 책을 아무리 읽어도 진학과 출세에 지장이 없는 제도를 이루기를. 반딧불이 작가들이 최소한의 자부심을 유지하며 빛나는 세상을 만들기를. 자존감 넘치는 작가가 많이 탄생하기를. 먼 훗날 후배들을 만나 독서가와 작가의 싹을 보거든 열렬히 북돋을 수 있기를./김종광 소설가김종광 소설가

2018-07-19 김종광

[춘추칼럼]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법·제도 많다고 좋은 사회 되는것 아냐불필요한 규칙 되레 공동체 억압할 수도최소한의 규제로 구성원간 서로 논의하고갈등과 해소·합의하는 문화 만들어 가야러시아월드컵 결승 진출팀이 확정되었다.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프랑스와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펼친 크로아티아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은 16강 탈락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세계 1위 독일을 이겨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월드컵의 특징은 월드컵 사상 최연소 골을 기록했고 프랑스를 결승으로 이끌어 전 세계 스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음바페 선수를 보더라도 '세대 교체'가 두드러진다.그렇다면 많은 스포츠 중에서 축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스포츠이다. 그 배경에는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공간과 사람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근본적인 매력이 있다고 본다. 그 외에 아프리카 등 지구상에서 낙후된 지역에서 세계적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을 제공하는 측면과 각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축구리그를 비롯한 산업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 몸값 상승과 광고에 따른 스포츠용품사의 문제, 월드컵과 같은 메가스포츠이벤트의 부정적 측면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아울러 축구라는 스포츠에 담겨 있는 본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축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골을 넣는 것이다. 모든 전략과 전술, 선수들의 배치와 움직임은 그 목표에 맞춰져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축구는 지극히 단조로운 스포츠가 된다. 어쩌면 지루하고 식상한 스포츠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열광한다. 축구를 보면서 환호하고, 낙담하고, 웃고, 운다.분명한 사실은 축구의 매력이 골을 넣는 것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다양한 매력이 오히려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규칙이 많지 않다는 점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거나 즐기는 데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공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 그리고 직접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것이 일종의 재미이다. 단순히 골을 넣는 것만 생각하면 재미가 줄어들지만 축구장 전체 맥락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게 되면 전혀 다른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다.또한 축구 경기는 최소한의 규칙으로 운영되면서 역설적으로 관람객의 참여를 극대화한다. 매회 단막극을 만들어가는 야구와는 달리 축구는 전후반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축구 경기라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동안 관람객들은 깊은 몰입감을 통해 경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매 순간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는 축구 경기가 갖는 역동성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신체가 직접 부딪히는 일이 많을수록 오히려 규칙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매순간 판단하고 결정하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의 맥락과 흐름을 지켜보는 과정이 따르는 것이다. 즉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움직이고 부딪히는 지점에서는 객관적 판단보다는 상호 협의나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판단할 수 없거나 판단을 멈추는 일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을 포기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내 것, 혹은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외부의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손쉽게 판단하게 되었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니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판단하고 정죄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일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누군가를, 어떤 일을 옳다 혹은 그르다고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물론 판단 불능 혹은 판단 중지가 어떤 불의나 잘못에 대해 눈을 감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축구를 할 때 하나의 공을 두고 두 선수가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매순간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이나 제도 등 규칙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 이상의 많은 규칙은 공동체를 규율이 지배하는 억압적인 공간으로 만들 가능성이 많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규칙이 작동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논의하고, 갈등하고, 화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감내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축구 경기는 판단중지와 개입의 수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스포츠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7-12 권경우

[춘추칼럼]진보와 보수의 경쟁은 이제 시작

민주당, 전대 앞두고 계파 분화·재편 조짐겸손함 못 갖추면 승자저주 빠질 위험성 커쪼개지고 무너진 보수 재건 서두르기보다혁신통해 총선전 빅 텐트로 모여 통합해야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었다. 2016년 총선(여소야대)과 2017년 대선(정권교체)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치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정치학자 키(V.O.Key)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당들 간의 힘의 균형이 크게 바뀌는 선거를 '중대 선거'라고 규정했다. 미국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수차례의 중대 선거가 있었다. 대공황시절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큰 정부론'과 '뉴딜 정책'을 내걸고 승리했던 1932년 대선이 대표적이다. 이 대선이후 미국에선 민주당 우위의 정당체계가 수십 년 간 지속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중대 선거로 볼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유보적이다.방송 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29.2%)와 보수(24.9%)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고 중도(39.8%)가 가장 많았다.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진보 1.2%p 증가, 보수 2.2%p 하락, 중도 1.5%p 증가 등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보수층의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여당이 압승했다는 것은 단지 야당이 싫어서 여당을 지지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케이스탯리서치가 지방선거 직후(6월16일-1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정당을 계속 지지하겠는가'란 질문에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바꿀 수 있다'가 58%인 반면, '계속 지지하겠다'는 36%에 그쳤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사회 균열을 반영해 새로운 쟁점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수 정당 궤멸에 따른 반사 이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여하튼 아직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를 지탱할 만한 확고한 유권자 재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200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며, 2008년 총선에서도 승리하면서 보수 우위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년 뒤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2017년엔 정권을 뺏겼다. 민주당이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만을 버리고 계파 권력 투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문제는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이 분화·재편되고 있다. '뼛속까지 친문'이라는 '뼈문', '진짜 친문'이라는 '진문', '범 친문'이라는 '범문' 등이 등장했다. '밤새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을 담은 '부엉이 모임'도 부각되고 있다.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새누리당에서 원박, 진박, 범박 등이 등장했고, 청와대는 뼈박 문고리 3인방이 판을 치면서 폭망했다. 선거 트리플 크라운을 이룩한 민주당 내에서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유능함과 도덕성, 겸손한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반면, 자유한국당은 혁신 비대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그 방향성은 보수의 가치에 진보의 정책을 융합하는 것이다. 과거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라는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가령, 진보의 가치인 복지와 평화를 '퍼주기식 복지', '위험한 평화'로 폄훼하기보다는 '건강한 복지', '안전한 평화'를 내세우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현재 한국 보수의 최대의 적은 조급함과 분열이다. 단기간에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려고 하지 말고 길게 호흡하면서 참회하고, 혁신하고,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쪼개져 있는 보수 정당들은 총선 전 빅 텐트로 모여 통합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열광과 환멸의 주기는 지극히 짧다. 분명, 2020년 총선 결과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가 중대선거였는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8-07-05 김형준

[춘추칼럼]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이행방안

북미정상회담서 체제보장 빅딜구조 형성협상당사자 남·북 관계 진전 선순환 중요韓 지위·역할 보장속 단계적 동시성 조치적어도 8월 중순엔 로드맵 발표 이끌어야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6·12 센토사섬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핵 없는 한반도 또는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판문점선언에 명시했다. 북미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함을 센토사섬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장내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평화협정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외교적 문서이다. 평화체제는 군사적 대결상태와 정치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평화협력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규범·기구·제도의 총체이다.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이행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행방안에는 세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목표가 분산되어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다. 한미동맹과 관련된 여타 사안들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어서도 안된다. 평화정착 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과 연계되어 있음을 내외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가장 신속하고 신뢰가 지켜지는 방식으로 비핵화와 체제보장 빅딜을 추진해야 한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다. 한국과 미국은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방안에 대해 지속 협의해 나가야 한다. 셋째, 4·27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제 궤도를 찾아감으로써 비핵화 협상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고 비핵화 진전이 남북관계 발전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선순환 구조 확립이 중요하다.이행방안에는 북미 간 조치, 남북미 간 조치, 남북관계의 조치 등이 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 구조가 형성됐다. '단계적 동시성 이행구조'를 가진 가장 신속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순서를 찾아나가야 한다.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위해 '행동 대 행동'의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북미 간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및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으로 선행조치를 교환한 셈이다. 핵동결 선언과 종전선언의 교환이 다음 순위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북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북미 불가침 협정 및 대북제재 철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물질·핵시설 등의 폐기와 함께 북미관계정상화 교환도 생각해야 한다.비핵화 과정에서 평화체제 전환 추진을 위해서는 한국의 지위 및 역할이 보장되어야 한다. 북미협상 구조에서는 한국이 한반도문제의 결정권에서 배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평화협정·군비통제·한미동맹의 변경 등은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평화협정은 남북이 체결하고 주변국이 보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군비통제 및 축소 문제는 먼저 남북 간에 협의되어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론, 평화협정 당사자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등을 매개로 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하다.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 남북 간 이니셔티브로 추진되어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의 기본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남북 간 협상에서는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다뤄나가야 한다. 올해 하반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중요한 시기이다. 7~8월 북미 후속협상이 진행되어 적어도 8월 중순경에는 단계적 동시성 이행 로드맵이 발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확대 발전방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비핵화 로드맵이 나올 경우 민간교류 및 대북지원 허용, 접경지역 교류,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 타진도 요구된다. 우리에게는 한미동맹 이슈가 민감하다. 북한에게는 존엄과 관련된 문제가 중요하다. 민감한 이슈들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지 않게 상황관리를 잘 해 나가야 한다. 역사는 준비하는 자가 있기에 발전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6-28 양무진

[춘추칼럼]농학계 대학생들의 꿈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해결 근본인 '농업'학생들 진정한 미래산업으로 보고 있으나정작 부모들은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행복한 미래 희망위해 소통의 장 선행돼야지난 주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몇 몇 학생들과 상담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상담시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수년간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해 왔지만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의 틈새가 너무 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하듯 상담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필자는 짜장면이나 간식 등을 먹으며 상담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학생들이 즐기는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허물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상담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조화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목표와 꿈을 가져야 하나?'라는 주제가 가장 많았다. 이번 상담에서는 최근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의 5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맥도널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와 글로벌 식품 포장재 기업의 '플라스틱 빨대 퇴출'이 지구촌 공동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과 반발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것처럼 일부 호텔, 항공사, 크루즈선 업체들이 빨대 퇴출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서 친환경 실천에 대한 법 규정에 앞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대해 토론하였다. 많은 학생들의 의견은 환경 친화적 기업이 성공할 수 있고, 변화하는 미래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산업이니 하는 화려한 문구가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한 친환경 산업이 부상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근본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산업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자동차,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기술을 이용한 바이오헬스케어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모두가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산업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산업이 있다. 바로 '농업'이다. 농업이야말로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농업이 미래산업'이며 여기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몇 년간 상담한 학생들 중 일부는 소나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반대로 이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말하는 농업이라는 기존의 네이밍(naming)에 갇혀서 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미래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첨단 농법이나 스마트 농업이라는 거창한 테두리를 치기 보다는 농업 속의 문화, 농업과 함께 하는 문화, 삶 속의 문화로서 농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여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과 함께 일을 통해 삶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농업이 중요한 산업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아이들은 한국형 6차 산업화의 주축인 '농업'을 진정한 미래 산업으로 이해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으나, 정작 부모들은 그 꿈에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필자도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직업군이 미래에 전망이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람이 시작하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행복하기를 꿈꾸는 미래시대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진지한 소통의 장이 가정에서 먼저 선행되기를 소망해본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6-21 김민규

[춘추칼럼]정치의 시간, 우리들의 시간

지방정부는 사업·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사람과 공간·마을과 교육·개인과 공동체가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 꿈꾼다건강한 공동체는 인간의 삶을 디자인 한다지방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평가나 정치공학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면, 유권자로서 개인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표를 짜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그렇다면 지방선거와 우리의 삶의 관계에서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층위의 구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상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갖고 가는 현상이나,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의원과 광역단체장의 역할도 구분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자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초 단위로 갈수록 비전으로 포장된 '허언'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짜 지역 현안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방의원은 민원해결사가 아니라 민원중재자이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지역에서 정치 영역은 소수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통한 만남과 지지로 연결된다. 오죽하면 지역 정치인이 '민원인 만남의 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는가. 지방의원은 단순한 민원의 해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권력의 행사라기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족한 지방재정 내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가능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누가 무엇을 잘하느냐 혹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의 능력이나 업적 위주의 생각이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누구와 함께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를 대상으로 논의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보통 인간이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실제로 이 세 가지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치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곧 정치 활동이다. 의식주 문제가 물질적 측면에 해당된다면, '더 나은 삶'으로서 정치는 비물질적인, 즉 정신과 영혼에 해당되는 것들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곧 시작하는 지방정부 4년은 단순한 민원해결, 재건축, 도로 확장, 복지정책 등의 사업과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공간, 마을과 교육,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를 꿈꾼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건강한 혈관이 흐르는 지역공동체를 꿈꿔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정치는 곧 예산과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과 무기를 갖고 개인의 일상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이자 작업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 비록 무리인줄 알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치를 꿈꿔본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6-14 권경우

[춘추칼럼]스스로 돕는 길

나흘 앞으로 다가온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한국은 빠진' 회담 바라보며 우리는 물어야 '과연 행운이 작용할 작은 바탕 마련했는가''또 결과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지금 우리 시민들의 관심은 싱가포르의 미북정상회담에 쏠렸습니다. 그러나 그 회담에 관한 글은 쓰기도 어렵지만 시효가 나흘입니다. 그래서 미래를 전망하는 대신 과거를 돌아보는 글을 쓰렵니다.1919년의 3·1독립운동은 모두 놀랄 만큼 거족적이었고 오래 이어졌습니다. 조선총독부 관리들과 일본 사회도 놀랐지만, 시위에 참가한 조선 사람들 자신들도 놀랐습니다.조선 사람들로선 이처럼 거센 독립운동의 상황을 해외에 알리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특히 국제 정치의 중심인 미국에 알려서 미국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것이 긴요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이승만에게 상해, 파리, 호놀룰루 등지에서 전보들이 답지했습니다. 총독부의 잔인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4월에도 시위가 이어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승만은 그 전보들을 들고 주요 신문들을 찾았지만, 기사를 실어주는 신문은 없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많은 자금을 들여서 미국의 언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러시아의 팽창을 막아내는 세력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여론은 일본의 식민 통치를 호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의해 강화되었습니다.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승만은 통신사 INS의 젊은 기자인 제이 제롬 윌리엄스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승만이 자신을 소개하고 전보 두 통을 꺼내놓자, 윌리엄스는 곧바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기사가 여러 신문들에 실렸습니다. 그 뒤로 이승만은 그런 전보들이 들어오면 윌리엄스를 찾았고, 조선의 시위 소식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덕분에 이미 '죽은 논점(dead issue)'이 되어버린 조선 독립이 작게나마 되살아났습니다.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지고 자신이 초대 대통령에 뽑히자, 이승만은 본격적으로 외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당시 일본은 1차대전에서 이긴 나라들에 속했고 아시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10년 전에 지도에서 사라진 조선이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부활할 가망은 누구에게도 없어 보였습니다.그래도 이승만과 그의 친구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조선이 부활하려면 미국 사람들이 조선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의 존재가 잊히면, 상황이 크게 바뀌어도 행운이 찾아올 길이 막힌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이승만은 기회가 나올 때마다 조선이 잊히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요즈음 말로는 '소음 광고(noise marketing)'를 한 셈이죠.이승만은 행운이 찾아올 길도 예측했습니다. 일본의 해외 팽창은 일본 사회의 특질에서 나왔으므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끝내는 미국과 충돌해서 패망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이 패망한 상황에서 그는 조선이 독립할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그런 기회를 잡으려면, 조선이 잊히지 않아야 한다고 그는 늘 강조했습니다. 역사는 그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을 돕는다'는 서양 속담이 뜻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스스로 돕는 길은 행운이 작용할 바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바탕이라도 없으면, 하늘도 행운을 줄 수 없습니다. 개인이든 사회이든 마찬가지입니다.한국은 빠진 싱가포르 회담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행운이 작용할 작은 바탕이라도 마련했는가?' 그리고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행운이 작용할 바탕을 마련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 글은 이 난에 실리는 저의 마지막 글입니다. 독자들께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씀을 올립니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6-07 복거일

[춘추칼럼]한반도의 봄은 지속되어야 한다

'先 비핵화, 後 체제보장'하려는 미국측과'단계적 동시성' 주장 北의 입장조율 핵심주사위는 던져졌고 지금까진 긍정적 흐름지나친 낙관론도 비관론도 경계해야 한다한반도문제는 남북한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남북대화를 기본으로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고 분야별 회담을 예정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6·12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3개 트랙의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두 차례 정상회담에 이어 고위급의 상호교환방문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31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양국관계 발전 및 지역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은 G7회의 기간 양 정상이 만나 한반도비핵화·평화체제·납치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다. 고위급회담은 남북정상간의 합의서 이행을 총괄·조정하는 협의체이다. 협상대표단은 철도·도로,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운용, 체육, 사회문화 문제 등을 관장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경의선·동해선 연결은 민족의 혈맥을 잇고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북제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속도와 폭의 조절은 불가피하다. 공동연락사무소는 연락·대화·영사의 기능을 가진다. 남북한이 공동의 사무실에서 함께 업무를 본다는 것은 작은 통일을 의미한다. 양 정상의 첫 작품이므로 연락사무소의 장소·구성·운용에 관한 좋은 결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판문점 선언 1조 4항에 안으로는 6·15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고 밖으로는 아시안 게임에 공동 진출하여 민족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공동행사는 국민과 해외동포, 남북이 함께 하는 것이다. 민관이 공동주최하고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이선권 조평통위원장이 당국의 대표로 참석한다면 행사의 의미는 더욱 빛날 것이다. 8월 아시안 게임의 남북공동진출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듯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경험적 사례는 공동진출을 밝게 한다. 역사는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2030 세대들의 문제제기를 상기하면서 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배가의 노력이 요구된다.이산가족문제는 인도적 사안으로서 시급한 과제이다. 연간 3천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산의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산가족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인류 보편적 가치로 접근한다면 정상국가로서의 북한 인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 만들기의 출발점이다. 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체육회담, 그리고 차기 고위급회담 날짜를 잡아 대화의 추진 동력이 지속 유지되기를 기대한다.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확정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경호·통신·보도 등 의전 문제가 집중 논의되고 있다. 부부동행·근접경호·회담전 의식·회담장 의전(개별입장·공동입장, 단독·확대회담 등), 합의서 행태(선언·성명·합의서·공동 코뮤니케 등), 발표형식, 만찬의전 등이 논의 대상이다. 북한 측의 김창선 부장과 미국 측의 헤이긴 부실장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합의에 이를 듯하다. 판문점에서는 의제문제를 집중 논의하여 왔다. 일괄타결의 합의방식,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시간표, 단계적 이행방식에는 접점을 찾은 듯하다. 세분화된 이행방식에 있어 미국은 단계적 순차성을 주장한다. 북한은 단계적 순차성은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하면서 단계적 동시성을 강조한다. 미국 측의 성김 대표와 북한 측의 최선희 부상은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고위급회담의 의제로 넘긴 듯하다. 뉴욕에서 김영철 통전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합의된 의제를 중심으로 합의서 문구 조정에 들어간 듯하다. 높은 단계의 비핵화와 낮은 단계의 체제보장부터 하려는 미국 측과 등가성 원칙을 강조하는 북한측과의 입장조율이 핵심이다. 김영철 통전부장이 특사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의 청신호이고 만나지 못하면 적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까지는 긍정적 흐름이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은 패배주의다. 한반도의 봄은 모두의 것이기에 모두가 노력해야만 오래 지속될 수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31 양무진

[춘추칼럼]평양 황소이야기

일반 한우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 내는 올레인산·유리 아미노산 많을것으로 추정남북관계 화해무드 조성돼 대량 증식으로평양냉면 감칠맛 같이 평화로 이어지길…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뜻밖의 '평양냉면' 열풍이 불고 있다. 회담 만찬 메뉴에 평양 옥류관에서 직접 공수한 냉면이 올랐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의 맛은 무엇보다도 육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평양의 황소를 이용한 육수는 단연코 최고라 일컫는다.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들은 모두 최고의 한우를 이용한 육수를 이용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한우의 품질은 음식의 고유한 맛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전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평양에는 이른바 '평양 황소'라 불리는 품종의 소가 존재하였다고 한다. 이 평양 황소의 뛰어난 육질과 맛이 평양냉면을 지켜온 비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이중섭 화가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황소도 북한의 대황소를 표현한 작품으로 북한의 소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었으며, 북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민속씨름경기에도 대황소를 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례들은 아마도 북한의 대황소는 그들의 정서와 민족성을 대변하는 일종의 고향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동물일 것으로 생각된다.필자는 이번 평양냉면의 이슈를 접하면서 북한의 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일본의 조선대학 교수에게 평양 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그 교수는 이미 정년을 한 후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노(老)교수로, 북한을 자주 드나들며 북한의 희귀동물에 대해 연구한 학자이기에 북한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양 인근 지역에서 꽤 유명한 황소를 키우는 지역이 있는데, 이를 북한에서는 평양 황소라 부른다'고 하였다. 북한에는 농경을 담당하는 일소와 고기를 제공하는 고기소가 있는데 이 중 평양 황소는 고기 맛이 뛰어난 고기소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 소를 일본으로 데려가 지금의 화우 품종을 만들고 뛰어난 맛을 지니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고 한다.외모는 황소의 경우 머리 쪽이 검은색을 나타내고, 피부는 약간의 얼룩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나라의 칡소와도 비슷한 생김새를 지녔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평양황소는 고려시대부터 명맥을 이어 온 고기소로 맛이 일품이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매우 적어 보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하였다.현재 우리나라의 한우는 약 300만 두로 그 중 칡소는 6천여 두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 칡소를 제외하면 내륙의 칡소는 매우 적은 두수가 사육되고 있다. 각 시도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를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나 일반 한우 보다 번식 속도가 늦어 그 수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어서 일반인들이 맛보기는 쉽지 않다.필자는 지난해 아산의 칡소단지와 번식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칡소의 고기 맛을 본 적이 있는데, 일반 한우 보다 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평양의 황소도 이러한 맛이었으리라 가늠해 볼 수 있었다.소고기의 맛은 고기가 함유하고 있는 지방산과 아미노산의 조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평양 황소의 경우에도 고기의 풍미에 관여하는 올레인산과 유리 아미노산이 풍부한 품종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남북관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북한의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는다면 평양소의 증식은 우리나라 한우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DMZ에 '평양황소 대량 증식센터'를 만들어 우리 소의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우수한 한우의 개량으로 이어져 농가소득과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이제 평양냉면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평양 황소의 증식으로 인한 한우의 개량이 평양냉면의 감칠맛과 깊은 사골국 같이 진한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5-24 김민규

[춘추칼럼]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이 요구하는건 거창하고 대단한게 아냐잘 찾아보면 그러한 근거는 무수히 많다지긋이 바라보고 잘 듣고 조용히 일하는것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인기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나 스토리의 신선함을 넘어서는 무언가에 있다고 본다. 그 무언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잃어버린, 혹은 목말라 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정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회복되어야 할 것들이다. 아저씨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의 관계는 평범한 직장 상사와 하급자의 관계가 아닌 전혀 다른 관계로 나타난다. 그 동안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가 주는 낯설음과 신선함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힘이다. 권력을 가진 강자가 그렇지 못한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많은 유부남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느끼는 사적 혹은 이성적 감정의 산물도 아니다. 예를 들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어느 누구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온통 나를 부정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에 '나의 아저씨'는 진짜 치유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시대는 어쩌면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제 우리는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누구의 아내 혹은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의 핵심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한다는 점에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꿈과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꿈과 욕망을 채워주거나 보완하는 존재로서 살아가게 된다. 일종의 '투명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노동자들 대부분 자신의 생각이나 꿈보다는 기업 '총수'의 꿈을 채우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한진 사태는 그 결정판이다.) 아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세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투명인간을 넘어 '잉여'로 취급당하고 있는 시대이다. 아이들이나 노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는 실종되고 부모가, 사회가 요구하고 규정하는 존재로서만 살아간다. 모두가 '가면을 쓴 존재'이거나 '투명인간'이 되고 있다.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만나는 과정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현재 그 사람이 하는 일이나 직위나 연령, 성별, 외모 등을 제쳐놓고 오직 그 한 사람을 마주할 때 비로소 영혼을 보게 된다. 그것은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판단중지'의 연습을 필요로 한다. '판단중지'는 속도와 효율의 시대에 가장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그 사람을 포장하고 있는 그 무언가로 판단하고 대우한다. 우리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을 빨리 파악해서 내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판단에 근거해서 내게 유용한 인간과 불필요한 인간으로 나누는 훈련을 반복한다. 이 일상에서 탈출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대부분의 배제와 불평등과 차별은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달싹거리는 아이의 입술에 주목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느린 말투에도 집중한다. 진짜 필요한 훈련은 아이의 돌출 행동에 당황하지 않는, 절망적인 고통과 슬픔을 토로하는 몸부림을 품어줄 수 있는 연습이다. 비오는 날, 달팽이의 느린 걸음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쩌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출발점은 그렇게 작은 풍경에서 시작된다. 찬란한 슬픔과 놀라운 기쁨이 가득한, 2018년 봄이 지나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초목을 보면서 햇살과 빗방울만으로 가능한 매일의 기적을 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잘 찾아보면 그러한 근거와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일은 지긋이 바라보고, 잘 듣고, 조용히 일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것만으로 풍요로운 삶이어야 한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5-17 권경우

[춘추칼럼]재산권의 근본적 중요성

기업들 해외 진출 자연스런 현상이지만문제는 경제적 판단아닌 정치적 이유라는것정부, 요즘들어 세금 가파르게 올리고시장영역 깊숙이 개입 자유경제활동 막아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근자에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정부는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 선전한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월남전에서 서로 치열하게 싸웠던 사이에선 대단한 변화다.이런 변화는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빠르게 가까워졌다는 사정에서 나왔다. 작년 한국은 베트남에 477억 달러의 물품을 수출했다. 이제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베트남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므로,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터이다.자연히 우리 기업들이 점점 많이 베트남에 진출한다. 베트남에 너무 쏠린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언젠가는 베트남에서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도 중국과 같이 공산주의 국가이므로, 이런 걱정은 기우라 할 수 없다.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래 견디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선 개인들이 직접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공동 소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소유할 따름이다.재산권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압제를 부른다. 사회의 공동 재산을 공산당이 관리하니, 권력이 공산당에 집중된다. 자기 재산이 없는 개인들은 재산을 관리하는 공산당 간부들에게 매인 목숨들이 된다. 게다가 공산주의 사회의 명령경제 체제는 개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여지를 없애서, 개인들은 중앙 당국이 할당한 목표를 달성하는 존재로 전락한다.이런 상황이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재산권은 법의 지배와 경제적 자유가 만나서 피우는 꽃이다. 재산권이 없으면, 인권도 없다.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서 요체는 재산권을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다.명령경제 체제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중국은 1978년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선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해서, 공산당이 국가보다 높다. 이런 모순을 품었으므로,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아무리 크고 견실한 기업의 총수라 하더라도, 권력자의 눈밖에 나면, 하루 아침에 모두 잃고 감옥으로 간다. 물론 인권도 확립되지 않았다. 중국 시민들은 늘 공산당 정권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사회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나오면 그들은 어김없이 감옥에 갇힌다. 중국 부호들이 재산을 외국에 두려 애쓰는 데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과 관리들의 자의적 판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발전해서 외국 기업들의 자본과 기술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자, 처음에 호의적이던 중국 정부의 태도도 점점 적대적이 되었다. 게다가 압제적 정권이 부추긴 민족주의적 열정이 무척 거세어서, 외국 기업들의 재산권은 늘 위태롭다. 공산당이 줄곧 지배한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을 본받아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시장경제의 바탕이 되는 제도들이 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로선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할 시장이다. 되도록 몸집을 가볍게 해서, 정부 정책이 덜 우호적으로 될 때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들로 진출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세계 시장이 점점 긴밀하게 통합되는 터라, 생산 요소들의 값이 싼 곳들로 생산 활동이 옮겨가는 것은 합리적 적응이다.문제는 적잖은 우리 기업들이 그런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우리 사회를 떠난다는 사실이다. 근년에 우리 사회에선 재산권이 점점 훼손되었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엔 재산권이 눈에 뜨이게 무너지고 있다.자유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을 훼손하는 요인들은 주로 무거운 세금과 비합리적 규제다. 근년에 세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시장의 영역에 정부가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다. 특히 노조를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태도가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자기 나라에서 활동하고 싶은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보다 불길한 징후는 드물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5-10 복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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