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정치의 시간, 우리들의 시간

지방정부는 사업·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사람과 공간·마을과 교육·개인과 공동체가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 꿈꾼다건강한 공동체는 인간의 삶을 디자인 한다지방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평가나 정치공학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면, 유권자로서 개인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표를 짜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그렇다면 지방선거와 우리의 삶의 관계에서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층위의 구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상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갖고 가는 현상이나,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의원과 광역단체장의 역할도 구분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자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초 단위로 갈수록 비전으로 포장된 '허언'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짜 지역 현안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방의원은 민원해결사가 아니라 민원중재자이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지역에서 정치 영역은 소수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통한 만남과 지지로 연결된다. 오죽하면 지역 정치인이 '민원인 만남의 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는가. 지방의원은 단순한 민원의 해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권력의 행사라기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족한 지방재정 내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가능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누가 무엇을 잘하느냐 혹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의 능력이나 업적 위주의 생각이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누구와 함께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를 대상으로 논의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보통 인간이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실제로 이 세 가지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치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곧 정치 활동이다. 의식주 문제가 물질적 측면에 해당된다면, '더 나은 삶'으로서 정치는 비물질적인, 즉 정신과 영혼에 해당되는 것들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곧 시작하는 지방정부 4년은 단순한 민원해결, 재건축, 도로 확장, 복지정책 등의 사업과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공간, 마을과 교육,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를 꿈꾼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건강한 혈관이 흐르는 지역공동체를 꿈꿔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정치는 곧 예산과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과 무기를 갖고 개인의 일상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이자 작업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 비록 무리인줄 알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치를 꿈꿔본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6-14 권경우

[춘추칼럼]스스로 돕는 길

나흘 앞으로 다가온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한국은 빠진' 회담 바라보며 우리는 물어야 '과연 행운이 작용할 작은 바탕 마련했는가''또 결과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지금 우리 시민들의 관심은 싱가포르의 미북정상회담에 쏠렸습니다. 그러나 그 회담에 관한 글은 쓰기도 어렵지만 시효가 나흘입니다. 그래서 미래를 전망하는 대신 과거를 돌아보는 글을 쓰렵니다.1919년의 3·1독립운동은 모두 놀랄 만큼 거족적이었고 오래 이어졌습니다. 조선총독부 관리들과 일본 사회도 놀랐지만, 시위에 참가한 조선 사람들 자신들도 놀랐습니다.조선 사람들로선 이처럼 거센 독립운동의 상황을 해외에 알리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특히 국제 정치의 중심인 미국에 알려서 미국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것이 긴요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이승만에게 상해, 파리, 호놀룰루 등지에서 전보들이 답지했습니다. 총독부의 잔인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4월에도 시위가 이어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승만은 그 전보들을 들고 주요 신문들을 찾았지만, 기사를 실어주는 신문은 없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많은 자금을 들여서 미국의 언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러시아의 팽창을 막아내는 세력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여론은 일본의 식민 통치를 호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의해 강화되었습니다.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승만은 통신사 INS의 젊은 기자인 제이 제롬 윌리엄스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승만이 자신을 소개하고 전보 두 통을 꺼내놓자, 윌리엄스는 곧바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 기사가 여러 신문들에 실렸습니다. 그 뒤로 이승만은 그런 전보들이 들어오면 윌리엄스를 찾았고, 조선의 시위 소식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덕분에 이미 '죽은 논점(dead issue)'이 되어버린 조선 독립이 작게나마 되살아났습니다.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지고 자신이 초대 대통령에 뽑히자, 이승만은 본격적으로 외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당시 일본은 1차대전에서 이긴 나라들에 속했고 아시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10년 전에 지도에서 사라진 조선이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부활할 가망은 누구에게도 없어 보였습니다.그래도 이승만과 그의 친구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조선이 부활하려면 미국 사람들이 조선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의 존재가 잊히면, 상황이 크게 바뀌어도 행운이 찾아올 길이 막힌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이승만은 기회가 나올 때마다 조선이 잊히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요즈음 말로는 '소음 광고(noise marketing)'를 한 셈이죠.이승만은 행운이 찾아올 길도 예측했습니다. 일본의 해외 팽창은 일본 사회의 특질에서 나왔으므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끝내는 미국과 충돌해서 패망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게 일본이 패망한 상황에서 그는 조선이 독립할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그런 기회를 잡으려면, 조선이 잊히지 않아야 한다고 그는 늘 강조했습니다. 역사는 그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을 돕는다'는 서양 속담이 뜻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스스로 돕는 길은 행운이 작용할 바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바탕이라도 없으면, 하늘도 행운을 줄 수 없습니다. 개인이든 사회이든 마찬가지입니다.한국은 빠진 싱가포르 회담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행운이 작용할 작은 바탕이라도 마련했는가?' 그리고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행운이 작용할 바탕을 마련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 글은 이 난에 실리는 저의 마지막 글입니다. 독자들께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씀을 올립니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6-07 복거일

[춘추칼럼]한반도의 봄은 지속되어야 한다

'先 비핵화, 後 체제보장'하려는 미국측과'단계적 동시성' 주장 北의 입장조율 핵심주사위는 던져졌고 지금까진 긍정적 흐름지나친 낙관론도 비관론도 경계해야 한다한반도문제는 남북한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남북대화를 기본으로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고 분야별 회담을 예정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6·12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3개 트랙의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두 차례 정상회담에 이어 고위급의 상호교환방문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31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양국관계 발전 및 지역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은 G7회의 기간 양 정상이 만나 한반도비핵화·평화체제·납치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다. 고위급회담은 남북정상간의 합의서 이행을 총괄·조정하는 협의체이다. 협상대표단은 철도·도로,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운용, 체육, 사회문화 문제 등을 관장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경의선·동해선 연결은 민족의 혈맥을 잇고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북제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속도와 폭의 조절은 불가피하다. 공동연락사무소는 연락·대화·영사의 기능을 가진다. 남북한이 공동의 사무실에서 함께 업무를 본다는 것은 작은 통일을 의미한다. 양 정상의 첫 작품이므로 연락사무소의 장소·구성·운용에 관한 좋은 결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판문점 선언 1조 4항에 안으로는 6·15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고 밖으로는 아시안 게임에 공동 진출하여 민족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공동행사는 국민과 해외동포, 남북이 함께 하는 것이다. 민관이 공동주최하고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이선권 조평통위원장이 당국의 대표로 참석한다면 행사의 의미는 더욱 빛날 것이다. 8월 아시안 게임의 남북공동진출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듯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경험적 사례는 공동진출을 밝게 한다. 역사는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2030 세대들의 문제제기를 상기하면서 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배가의 노력이 요구된다.이산가족문제는 인도적 사안으로서 시급한 과제이다. 연간 3천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산의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산가족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인류 보편적 가치로 접근한다면 정상국가로서의 북한 인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 만들기의 출발점이다. 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체육회담, 그리고 차기 고위급회담 날짜를 잡아 대화의 추진 동력이 지속 유지되기를 기대한다.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확정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경호·통신·보도 등 의전 문제가 집중 논의되고 있다. 부부동행·근접경호·회담전 의식·회담장 의전(개별입장·공동입장, 단독·확대회담 등), 합의서 행태(선언·성명·합의서·공동 코뮤니케 등), 발표형식, 만찬의전 등이 논의 대상이다. 북한 측의 김창선 부장과 미국 측의 헤이긴 부실장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합의에 이를 듯하다. 판문점에서는 의제문제를 집중 논의하여 왔다. 일괄타결의 합의방식,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시간표, 단계적 이행방식에는 접점을 찾은 듯하다. 세분화된 이행방식에 있어 미국은 단계적 순차성을 주장한다. 북한은 단계적 순차성은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하면서 단계적 동시성을 강조한다. 미국 측의 성김 대표와 북한 측의 최선희 부상은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고위급회담의 의제로 넘긴 듯하다. 뉴욕에서 김영철 통전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합의된 의제를 중심으로 합의서 문구 조정에 들어간 듯하다. 높은 단계의 비핵화와 낮은 단계의 체제보장부터 하려는 미국 측과 등가성 원칙을 강조하는 북한측과의 입장조율이 핵심이다. 김영철 통전부장이 특사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의 청신호이고 만나지 못하면 적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까지는 긍정적 흐름이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은 패배주의다. 한반도의 봄은 모두의 것이기에 모두가 노력해야만 오래 지속될 수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31 양무진

[춘추칼럼]평양 황소이야기

일반 한우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 내는 올레인산·유리 아미노산 많을것으로 추정남북관계 화해무드 조성돼 대량 증식으로평양냉면 감칠맛 같이 평화로 이어지길…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뜻밖의 '평양냉면' 열풍이 불고 있다. 회담 만찬 메뉴에 평양 옥류관에서 직접 공수한 냉면이 올랐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의 맛은 무엇보다도 육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평양의 황소를 이용한 육수는 단연코 최고라 일컫는다.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들은 모두 최고의 한우를 이용한 육수를 이용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한우의 품질은 음식의 고유한 맛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전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평양에는 이른바 '평양 황소'라 불리는 품종의 소가 존재하였다고 한다. 이 평양 황소의 뛰어난 육질과 맛이 평양냉면을 지켜온 비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이중섭 화가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황소도 북한의 대황소를 표현한 작품으로 북한의 소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었으며, 북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민속씨름경기에도 대황소를 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례들은 아마도 북한의 대황소는 그들의 정서와 민족성을 대변하는 일종의 고향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동물일 것으로 생각된다.필자는 이번 평양냉면의 이슈를 접하면서 북한의 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일본의 조선대학 교수에게 평양 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그 교수는 이미 정년을 한 후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노(老)교수로, 북한을 자주 드나들며 북한의 희귀동물에 대해 연구한 학자이기에 북한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양 인근 지역에서 꽤 유명한 황소를 키우는 지역이 있는데, 이를 북한에서는 평양 황소라 부른다'고 하였다. 북한에는 농경을 담당하는 일소와 고기를 제공하는 고기소가 있는데 이 중 평양 황소는 고기 맛이 뛰어난 고기소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 소를 일본으로 데려가 지금의 화우 품종을 만들고 뛰어난 맛을 지니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고 한다.외모는 황소의 경우 머리 쪽이 검은색을 나타내고, 피부는 약간의 얼룩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나라의 칡소와도 비슷한 생김새를 지녔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평양황소는 고려시대부터 명맥을 이어 온 고기소로 맛이 일품이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매우 적어 보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하였다.현재 우리나라의 한우는 약 300만 두로 그 중 칡소는 6천여 두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 칡소를 제외하면 내륙의 칡소는 매우 적은 두수가 사육되고 있다. 각 시도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를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나 일반 한우 보다 번식 속도가 늦어 그 수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어서 일반인들이 맛보기는 쉽지 않다.필자는 지난해 아산의 칡소단지와 번식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칡소의 고기 맛을 본 적이 있는데, 일반 한우 보다 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평양의 황소도 이러한 맛이었으리라 가늠해 볼 수 있었다.소고기의 맛은 고기가 함유하고 있는 지방산과 아미노산의 조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평양 황소의 경우에도 고기의 풍미에 관여하는 올레인산과 유리 아미노산이 풍부한 품종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남북관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북한의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는다면 평양소의 증식은 우리나라 한우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DMZ에 '평양황소 대량 증식센터'를 만들어 우리 소의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우수한 한우의 개량으로 이어져 농가소득과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이제 평양냉면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평양 황소의 증식으로 인한 한우의 개량이 평양냉면의 감칠맛과 깊은 사골국 같이 진한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5-24 김민규

[춘추칼럼]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이 요구하는건 거창하고 대단한게 아냐잘 찾아보면 그러한 근거는 무수히 많다지긋이 바라보고 잘 듣고 조용히 일하는것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인기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나 스토리의 신선함을 넘어서는 무언가에 있다고 본다. 그 무언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잃어버린, 혹은 목말라 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정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회복되어야 할 것들이다. 아저씨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의 관계는 평범한 직장 상사와 하급자의 관계가 아닌 전혀 다른 관계로 나타난다. 그 동안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가 주는 낯설음과 신선함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힘이다. 권력을 가진 강자가 그렇지 못한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많은 유부남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느끼는 사적 혹은 이성적 감정의 산물도 아니다. 예를 들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어느 누구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온통 나를 부정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에 '나의 아저씨'는 진짜 치유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시대는 어쩌면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제 우리는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누구의 아내 혹은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의 핵심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한다는 점에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꿈과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꿈과 욕망을 채워주거나 보완하는 존재로서 살아가게 된다. 일종의 '투명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노동자들 대부분 자신의 생각이나 꿈보다는 기업 '총수'의 꿈을 채우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한진 사태는 그 결정판이다.) 아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세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투명인간을 넘어 '잉여'로 취급당하고 있는 시대이다. 아이들이나 노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는 실종되고 부모가, 사회가 요구하고 규정하는 존재로서만 살아간다. 모두가 '가면을 쓴 존재'이거나 '투명인간'이 되고 있다.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만나는 과정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현재 그 사람이 하는 일이나 직위나 연령, 성별, 외모 등을 제쳐놓고 오직 그 한 사람을 마주할 때 비로소 영혼을 보게 된다. 그것은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판단중지'의 연습을 필요로 한다. '판단중지'는 속도와 효율의 시대에 가장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그 사람을 포장하고 있는 그 무언가로 판단하고 대우한다. 우리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을 빨리 파악해서 내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판단에 근거해서 내게 유용한 인간과 불필요한 인간으로 나누는 훈련을 반복한다. 이 일상에서 탈출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대부분의 배제와 불평등과 차별은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달싹거리는 아이의 입술에 주목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느린 말투에도 집중한다. 진짜 필요한 훈련은 아이의 돌출 행동에 당황하지 않는, 절망적인 고통과 슬픔을 토로하는 몸부림을 품어줄 수 있는 연습이다. 비오는 날, 달팽이의 느린 걸음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쩌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출발점은 그렇게 작은 풍경에서 시작된다. 찬란한 슬픔과 놀라운 기쁨이 가득한, 2018년 봄이 지나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초목을 보면서 햇살과 빗방울만으로 가능한 매일의 기적을 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잘 찾아보면 그러한 근거와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일은 지긋이 바라보고, 잘 듣고, 조용히 일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것만으로 풍요로운 삶이어야 한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5-17 권경우

[춘추칼럼]재산권의 근본적 중요성

기업들 해외 진출 자연스런 현상이지만문제는 경제적 판단아닌 정치적 이유라는것정부, 요즘들어 세금 가파르게 올리고시장영역 깊숙이 개입 자유경제활동 막아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근자에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정부는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 선전한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월남전에서 서로 치열하게 싸웠던 사이에선 대단한 변화다.이런 변화는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빠르게 가까워졌다는 사정에서 나왔다. 작년 한국은 베트남에 477억 달러의 물품을 수출했다. 이제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베트남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므로,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터이다.자연히 우리 기업들이 점점 많이 베트남에 진출한다. 베트남에 너무 쏠린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언젠가는 베트남에서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도 중국과 같이 공산주의 국가이므로, 이런 걱정은 기우라 할 수 없다.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래 견디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선 개인들이 직접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공동 소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소유할 따름이다.재산권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압제를 부른다. 사회의 공동 재산을 공산당이 관리하니, 권력이 공산당에 집중된다. 자기 재산이 없는 개인들은 재산을 관리하는 공산당 간부들에게 매인 목숨들이 된다. 게다가 공산주의 사회의 명령경제 체제는 개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여지를 없애서, 개인들은 중앙 당국이 할당한 목표를 달성하는 존재로 전락한다.이런 상황이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재산권은 법의 지배와 경제적 자유가 만나서 피우는 꽃이다. 재산권이 없으면, 인권도 없다.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서 요체는 재산권을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다.명령경제 체제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중국은 1978년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선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해서, 공산당이 국가보다 높다. 이런 모순을 품었으므로,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아무리 크고 견실한 기업의 총수라 하더라도, 권력자의 눈밖에 나면, 하루 아침에 모두 잃고 감옥으로 간다. 물론 인권도 확립되지 않았다. 중국 시민들은 늘 공산당 정권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사회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나오면 그들은 어김없이 감옥에 갇힌다. 중국 부호들이 재산을 외국에 두려 애쓰는 데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과 관리들의 자의적 판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발전해서 외국 기업들의 자본과 기술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자, 처음에 호의적이던 중국 정부의 태도도 점점 적대적이 되었다. 게다가 압제적 정권이 부추긴 민족주의적 열정이 무척 거세어서, 외국 기업들의 재산권은 늘 위태롭다. 공산당이 줄곧 지배한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을 본받아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시장경제의 바탕이 되는 제도들이 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로선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할 시장이다. 되도록 몸집을 가볍게 해서, 정부 정책이 덜 우호적으로 될 때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들로 진출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세계 시장이 점점 긴밀하게 통합되는 터라, 생산 요소들의 값이 싼 곳들로 생산 활동이 옮겨가는 것은 합리적 적응이다.문제는 적잖은 우리 기업들이 그런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우리 사회를 떠난다는 사실이다. 근년에 우리 사회에선 재산권이 점점 훼손되었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엔 재산권이 눈에 뜨이게 무너지고 있다.자유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을 훼손하는 요인들은 주로 무거운 세금과 비합리적 규제다. 근년에 세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시장의 영역에 정부가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다. 특히 노조를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태도가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자기 나라에서 활동하고 싶은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보다 불길한 징후는 드물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5-10 복거일

[춘추칼럼]이제 한미동맹이 평화를 만들때다

미국과 동맹관계로 한반도 안보 유지산업화와 민주화 달성할 수 있었다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한 역사적 순간들북미정상회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기원예전에 독일인들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필자는 통일을 이룬 독일인들에게 통일에 가장 기여했던 인물들을 열거한다면 누구이겠는가라는 질문을 하였다. 독일인들의 대부분은 고르바쵸프와 콜 총리를 언급하였다. 그러면서도 꼭 함께 거론하는 인물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샬플랜을 통해 서독을 경제강국으로 부상시켰다. 서독은 '나토'라는 안보 우산 속에서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 미국의 강력한 뒷받침을 통한 정치·경제적 자신감은 반세기 후 독일 통일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은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을 통한 탈냉전 질서를 재편하였다는 데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 통일이 임박했을 때 가장 중요한 난관은 영국·프랑스·소련 등 전승국들의 반대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89년 12월 부시 대통령은 고르바쵸프 서기장과 몰타 정상회담을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고르바쵸프의 생각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지하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직후 이어진 나토 정상회담에서 독일 통일이 민족 자결권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통일이 유럽의 안정을 위해 평화롭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1990년 2월 부시 대통령은 콜 수상을 미국으로 초청(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하여 독일 통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독일 통일에 대해 가장 반대했던 대처 영국 수상을 설득하는 임무를 자임하였다.미국은 공산권 붕괴의 큰 시대적 흐름을 읽었고 하나의 독일이 세계 평화와 유럽 통합에 기여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1980년대 말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새삼 지금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절감하게 된다. 물론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지만 강대국의 역할,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 도전을 헤쳐 나가는 통찰력과 상상력은 세계 역사를 바꾸는 근본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1980년대 말 전개되었던 탈냉전의 종지부를 찍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이념과 체제, 전쟁과 대결의 흐름을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이라는 흐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3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역사적 가치와 시대적 소명에 부합했던 정상회담이 이번 정상회담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더욱 많은 노력이 요구되었던 회담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바로 문 앞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남북 정상회담의 성과 못지않게 우리를 고무시키는 것은 곧 있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다. 부시 대통령이 고르바쵸프를 만나 독일 통일에 대해 나누었던 진지한 대화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이루게 될 대화의 내용이 주목된다. 아직 모든 것을 낙관하기에는 이르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전 북미간 접촉의 내용, 북미 정상회담이 5월 중 개최될 수 있다는 내용, 그 장소가 판문점이 될 수 있다는 내용 등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독일이 부강하게 되었듯이 6·25 전쟁이후 우리가 다시 설 수 있게 된 것은 미국의 역할이 크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한반도 안보가 뒷받침되고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였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대한민국의 평화지키기(peace keeping)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만들기(peace making)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오랜 정전체제를 끝내고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면서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만드는 문 앞에 서있다. 우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한 역사적인 순간들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부시 대통령과 콜 총리는 서로를 '나의 친구'로 불렀다. 두 정상 간의 신뢰는 독일 통일을 이뤄냈다. 반세기 넘게 역사와 가치를 공유해온 한국과 미국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어 나의 친구, 나의 민족이 한 자리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래서 한반도가 더 이상 전쟁이 없는 땅, 또다시 하나 되는 공동 번영의 발원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03 양무진

[춘추칼럼]디자인 펫과 동물복지

'반려동물' 이익에 혈안 인기 품종만 생산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위생·생명권 보호 법적 보장 강화됐지만'감각있는 존재'로 인식하는게 가장 중요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많은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의 선택에 있어 매우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반려동물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려견을 예로 들어 보면, 보호자들의 품종 선택사항은 첫 번째가 외모이고, 두 번째가 성격을 꼽는다. 그 중 외모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보호자들은 매스컴이나 유명 연예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명한 연예인의 반려견은 외모가 특이하거나 수려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보고 품종을 선택해 한동안 동일 품종이 입양대상으로 급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반려견 번식업자들은 인기견의 생산에 집중하고 또한 경매시장에 내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인기도 단시일 내에 사라지게 되고 또 다른 품종이 인기 견종으로 부상하게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과 반려동물 간 교류의 관점에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결과의 형태로 동물애호에 대한 보호자들의 심리적 특성과 이에 따른 사회적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반려동물 대중화가 심화될수록 동물 보호 및 애호사상에 대한 편입된 사실에 대한 사회적 권고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최근 시베리안 허스키와 포메라니언의 교잡종인 일명 '폼스키'가 유행한 적이 있다. 허스키의 외모와 포메라니언의 작은 체구를 특징으로 하고 있어 '앙증맞은 허스키'라는 표현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얼마 전 일본의 방송사에서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푸들과 라브라도 리트리버의 교잡종인 '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왔었다. 이는 10여 년 전 호주에서 맹인안내견의 털 빠짐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번식을 시행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는 품종이었다. 하지만 미국 아이돌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과 전 부통령 존 바이든이 기르던 개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두들은 대체로 성격이 온화하고 털이 잘 안 빠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태어나는 품종을 요즘 일명 '디자인 펫(Design pet)'이라 부른다.개의 품종의 형성과정은 기후와 주변인의 기질에 따라 변화해 세계적으로 400여 종이 존재하지만 한 품종이 완성될 때까지는 100~200년 정도가 소요돼왔다. 이러한 과정 중에 사람들에게 선택된 개체만이 번식에 사용돼왔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돼 지금의 품종을 완성했다. 하지만 디자인 펫은 이와 조금 다른 성격을 띤 육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나만의 개를 추구하는 이기심에 의해 작위 되고 있는 하이브리드(교잡) 품종이다. 두들은 푸들 75%와 리트리버 25%의 유전자가 발현될 때 가장 인기가 있는데, 그렇지 못한 하이브리드 품종은 인기가 없어 도태되고 만다. 그 후세대는 근친으로 인한 질병과 성격에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품종들이 인기를 끌면 강아지 공장업자들은 이익에만 혈안이 돼 인기품종을 생산하려 한다. 미국의 경우도 이러한 현상은 존재해 법규가 미비 된 알칸사스주에서는 이런 업자들이 우글거리기도 한다. 이렇듯 반려동물의 선택이 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22일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돼, 동물의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복지(Animal welfare)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물복지' 또는 '동물보호'는 인간이 동물에게 미치는 신체적 및 심리적 학대나 고통을 최소화해 동물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으로 공장형 축산, 블러드 스포츠, 동물권 보호, 생명윤리학, 인간과 동물 유대, 화장품 동물실험 등이 주요 쟁점 내용들이다. 몇 년 전 방송을 통해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일명 '강아지 공장'에 대해서 기존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했고,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의 위생과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법적차원의 보장이 강화됐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의한 규제나 처벌규정에 의하기보다는 헌법 제35조에 명시한 것처럼, 동물보호는 포괄적인 환경보호로 환경에 동물을 포함시킬 수 있는 국민적 합의와 정서를 함양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은 감각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특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4-26 김민규

[춘추칼럼]휩쓸리지 않는 삶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새로운 시대 향한 피할 수 없는 진통건강한 개인·조직 만들기 위해선출발전 어디로 갈것인지 공부해야 할때"나는 제안한다. 한정된 것, 즉 유한한 범위에서 가만히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고. 무한히, 정보의 바다에서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파도에, 동조에, 그저 휩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지바 마사야의 <공부의 철학> 머리말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이론을 기반으로 이 시대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방향이나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인식론적 혹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빠르고 복잡하다. 타인의 아픔과 상처 역시 빠르게 지나간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은 각각의 상황에 어울리는 형식으로만 존재한다. 때로는 액수가 정해진 부의금과 조문으로, 때로는 슬픔에 공감하는 공통적인 표현의 댓글로. 나의 상처와 고통만 오래 남는다. 타인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은 우리 안에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공격적이고 억압적이다. 한편에서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그 마저도 압박으로 다가온다.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이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처세술을 넘어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이에 대해 지바 마사야는 '중단'과 '한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유한성을 깨닫는 일과 시대가 강요하는 흐름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한계는 물질성에서 비롯된다. 그 누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유한성을 넘어 무한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지금 타인이 방문한 장소와 맛보는 음식은 그만의 유한성에서 가능한 결과이다.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이다. 이 믿음을 벗어나는 일은 어렵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을 멈추는 일이다. 멈추는 것은 중단하는 것이며, 나아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다. 일상의 작은 습관부터 노동이라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유한성을 규정하는 맥락과 위상을 파악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개인의 삶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산 속의 '자연인'으로 산다 해도 마찬가지다. 연결은 학연이나 지연, 혈연처럼 어쩔 수 없는 현실인 측면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연결도 존재한다. 연결은 '장'(field)을 형성하면서 개인을 압박한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벗어나려는 사람이 있다. 연결을 수단으로 삼으려는 순간, 그것은 우리를 옥죄어 온다. 그러한 연결을 시도하는 사람은 관계를 망치고 공동체를 무너뜨린다.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시대는 촛불 혁명과 같은 특정 국면 이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통제하고 억압하고 무너뜨리는 온갖 지배체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러한 체제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개인들이 음습하고 탐욕스러운 조직을 만들고 유지해왔다. 그래야만 개인의 욕망이 가장 잘 발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과정에서 겪는 피할 수 없는 진통이다. 새로운 시대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과 개인들이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개별 규칙을 바꾸는 일이고, 나아가 배치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개인의 경험이 공동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의 경험의 총합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다. 그래서 건강한 개인들이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은 '개인'이다. 자신이 속한 가족과 조직, 사회의 '시대정신'에 휩쓸리지 않는 힘을 키워야 한다. 지바 마사야가 강조하는 '공부'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누리고 유지했던 것을 무너뜨리는 '상실의 공부', 사회의 주류와 불화할 수 있는 '바보의 공부'. 우리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열심히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잘 파악하고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공부를 해야 할 때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4-19 권경우

[춘추칼럼]이념적 무지가 부른 재앙

두 전직 대통령, '이념' 제대로 알지 못해하릴없는 지식인들의 외침으로 인식하고공산주의자 부의 평등 '경제민주화'로 공약권력 놓고 처절하게 다투다 결국 함께 몰락전 정권과 전전 정권의 지도자들이 함께 감옥에 갇힌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심 공판에서 24년 징역과 180억원 벌금을 선고받았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이 나라는 더 깊이 분열되고 침체될 것이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야당 대변인의 논평이 섬뜩하다.두 지도자들은 자신들만이 아니라 보수 세력 전체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이제 대한민국을 높이고 지키는 보수 세력은 힘을 잃었다. '어찌하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물음이 도처에서 들린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 괴로운 일을 정직하게 수행해야, 보수 세력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두 지도자의 몰락엔 물론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그러나 우파 정권이 좌파 정권으로 바뀐 것이 몰락의 계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역시 근본적 요인은 이념적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이념적 분열이 깊고 북한의 이념적 공세에 오랫동안 노출된 우리 사회에선 이념의 영향이 유난히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두 지도자들은 이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런 이념적 무지가 끝내 화를 불렀다.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을 넘어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념을 철 지난 것으로, 하릴없는 지식인들이 들먹이는 것으로,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준 자유시장에 대한 고마움도, 재산권의 소중함도, 시장과 재산권을 거센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지키려 애써온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존재도 몰랐다는 얘기다. 평생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아왔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서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민주화는 원래 19세기 후반에 영국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목표인 '부의 평등'을 가리킨 말이었다. 긴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그 개념은 시장경제에 적대적인 특질들을 많이 지녔다. 그것이 슬그머니 우리 헌법에 들어가면서,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것은 자유주의 정당의 후보로선 도저히 내걸 수 없는 공약이었다. 선거에 이기려는 전략이었다는 변명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그 공약을 실천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이 대통령은 사회가 이념적으로 흔들릴 때 나라를 이끌었다. 좌파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는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 약화되었다.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이념과 역사를 폄훼하는 교과서들을 좌파 교사들로부터 배운 것이 특히 큰 문제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굵직한 국가 사업들을 챙기는 '사업책임자(project manager)'로 인식했다. 위험하게 기울어진 이념적 지형을 바로잡을 기회는 그렇게 지나갔다.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져서 정권이 동력을 잃은 뒤에야 이념적 위험을 인식했다. 그러나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역사교과서 파동'에서 보듯, 너무 서툴러서 일을 그르쳤다.이념에 무지했으므로, 두 지도자들은 이념적 적대 세력의 위협에 둔감했다. 결코 타협하지 않을 적군이 성을 에워싸기 시작해도, 궁정에서 권력을 놓고 처절하게 다투었다.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보인 '아름다운 승복'을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공천에서 '친박계 학살'로 갚았다. 박 대통령도 보복에 나섰고 결국 함께 몰락했다. 박 대통령의 몰락에 대해 이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자신에게 곧 닥칠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음을 가리킨다.이 대통령이 '이념을 넘어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를 내건 순간, 보수 세력의 몰락은 시작됐다. 이제 보수 세력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대한민국의 이념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지도자들을 뽑을 수 있는가? 우리가 뽑은 지도자가 이념에 소홀할 때 바로 잡을 수 있는가?' 그런 성찰이 나온 뒤에야, 보수 세력이 활기를 되찾을 바탕이 마련될 것이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4-12 복거일

[춘추칼럼]포괄적·단계적 접근과 한미동맹

미국, 한반도 문제 한국입장 수용하고한국, 글로벌 이슈 美지지 자세 필요정부정책 모든 상황 반영한 현실적 해법양국, 의견 조율땐 동맹관계 더욱 강화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북핵해법은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폐기를 출구로 하는 2단계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북핵문제 하나만 놓고 보면 동결과 폐기의 2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북한은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을 요구한다. 한국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역설한다. 비핵화·체제보장·평화정착 등 세 가지 문제를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경우 포괄적·단계적 접근이 현실성을 지닌다.일부에서는 지난 3월 26일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비핵화 문제 해결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동시적 조치의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다. 김 위원장의 언급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한 방(원샷)의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도 한 방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국의 매파들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한다. 핵능력·체제안정과 관련해서 리비아와 북한의 비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리비아는 16kg 정도의 핵물질을 가졌지만 북한은 16개 정도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 체제는 내전으로 체제위기가 임박했지만 북한 김정은 체제는 안정성을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정책을 모두 실패로 규정한다. 클린턴 정부의 제네바합의, 부시 정부의 9·19 공동성명,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등을 전형적인 실패작으로 비판한다. 역사는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치가의 몫이 아니라 학자의 몫이다.일부 언론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제3의 해법이 흘러나온다. 한 방에 핵폐기를 하는 일괄타결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살라미 전술이 내포된 단계적 타결은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북핵문제 해법을 비핵화와 경제보상이라는 단순화된 이분법적인 접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토대해서 북한핵의 동결과 불능화까지는 경제보상과 교환하고, 폐기단계에서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한다는 전략적 로드맵을 가졌다. 현단계 북한은 핵의 동결과 불능화를 경제보상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침·수교와 같은 체제보장과의 교환을 요구한다.일부에서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즉흥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기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세 번의 검증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는 북한과 접촉한 중앙정보국의 보고이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앙정보국 보고를 확인한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 특사단이 전해준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메시지에서 재확인 한 것으로 보인다.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정보당국간의 물밑접촉 추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이슈와 안보이슈의 연계 발언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기 때문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한미 FTA 개정 합의에 대해 아주 잘됐다고 평가해 놓고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북핵타결 시점과 연계를 시켰다. 한미 FTA는 한미간의 문제이고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핵타결은 북미간의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발언은 비핵화에 대한 한미간의 이견 노출이 아니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한미간의 사전 의견 조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가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자세가 진정한 동맹관계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 놓은 '포괄적·단계적 접근'은 관련국가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현실적 해법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때 문제는 해결되고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4-05 양무진

[춘추칼럼]어느 의사의 따뜻한 슬픔

여성 난임의 경우 '원인불명' 46.3%나 달해국가 미래·운명 걸린 저출산 대책 해결 시급정부, 난임치료 지원 위한 기술개발 연구도얼마 전 어느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와 난임 극복에 대한 국가과제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난임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중 그의 가슴속에 묻고 있었던 한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었다. 28살의 젊은 부인이 임신사실을 알고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자궁에 심한 염증이 생겨 결국 유산을 하고 말았단다. 그런데 치료 이후에도 자궁에 유착이 생기고, 회복이 불가능하여 불임판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의사선생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젊은 부인의 간절한 소망을 잘 알기에 끝까지 치료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회복에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난임 관련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난임 치료와 관련된 이번 미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공동연구에 임하는 의사선생의 마음엔 그녀와 같은 환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각오가 담겨있다. 또 이러한 문제나 욕구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돕는 전문가로서 그의 따뜻하고 슬픈 고백이 연구진 모두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됐다. 따라서 진행하려는 연구를 성공시켜서 그녀와 같은 아픔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연구에 매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개인의 행복과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여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최근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기준 출생아 수는 35만7천여 명으로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 1.05명으로 통계작성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중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전년대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따른 결과겠지만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연령도 점점 고령화되어 30%에 가까운 산모들이 35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고령의 초임은 난임과 불임으로 이어져 출산율에 큰 타격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난임(질병코드 N97)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여성의 경우 20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층의 혼인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청년 실업, 소득, 주택 가격 상승 등 각종 사회·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해 병원을 찾는 난임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증빙이기도 하다.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여성 난임의 경우 원인불명(46.3%), 나팔관 장애(19.1%), 배란장애(16.6%), 자궁내막 장애(13.5%) 등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 고령화에 대비한 정부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정부의 출산장려금 및 영유아보육지원 등에도 출산율이 향상되거나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난임 또는 불임 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더욱 부족해 출산율 향상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결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며, 이와 관련한 정부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하여 미래 사회학자들은 국민의 삶의 질 저하, 가족관과 가치에 대한 사회구성원 간의 충돌,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으로 국가의 존립과 경쟁력에 엄청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접근의 대책과 지원은 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자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저출산대책 보고에 의하면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했던 저출산 정책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 이유로 비현실적인 지원수준, 효과성 대비 낮은 효율성, 영유아 보육에만 치중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식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과거 비급여 항목이었던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난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난임치료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난임 극복으로 인한 출산율의 증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정부는 당초 이달 초에 저출산 대응방안을 발표하기로 하였으나, 아직도 이렇다 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저출산 대책 주무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혼인부터 신혼부부 주거안정, 출산과 육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등 생애주기별맞춤형지원 방향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난임에 의한 출산율 저하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여 난임치료 지원을 위한 치료기술개발 연구가 이번 저출산 대책발표에 포함되길 관련분야의 연구자로서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로 인해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느끼는 안타까움도 봄 햇살처럼 따뜻한 희망으로 환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3-29 김민규

[춘추칼럼]'공유성북 원탁회의'를 아시나요?

150여개 단체 300여명 다양한 활동 인정단단한 조직보다 유연한 플랫폼에 인접동네이야기로 웃음꽃 피는 공동체 모습서울시 성북구에는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것이 있다. 2010년부터 매년 지역을 빛낸 인물과 사업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발전, 선행봉사, 미풍양속, 문화체육, 모범청소년 등 각 분야별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이를 기념하여 구청 건물 내부에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별도 공간을 조성해왔다. 2017년 '성북 명예의 전당' 문화예술분야에 '공유성북원탁회의'라는 지역문화예술네트워크 단체가 선정된 것은, 그동안 명예의 전당 헌액이 주로 개인의 몫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약 150개 단체와 3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지난 4년여 동안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활동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공유성북원탁회의'는 2014년 2월 25일 14개 단체 27명으로 첫 모임을 한 이래 지금까지 40회의 전체모임을 진행했다. 이 네트워크의 강점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문화기획자와 마을활동가 등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지역사회의 현안과 의제를 다루는 등 문화예술의 개별적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 공유와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를 꾸준하게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에는 운영 내규를 마련하면서 '자율성, 민주성, 연대성, 다양성'이라는 네 가지 운영 원리를 제시했고, 공동운영위원장 2인과 25명 내외의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특징은 운영위원 및 위원장 선출과정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운영위원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운영위원 중에서 공동위원장 1인은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나머지 1인은 '사다리 타기'로 선출한다. 장난처럼 보이는 이 선출 방식은 내부적으로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투표로 선출된 위원장보다도 더 찬사를 받는다. 매년 새로운 공동운영위원장을 2인씩 선출했지만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한편으로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직접민주주의 모델을 실험하는 무대이다. 매월 1회 전체모임을 가짐으로써 기존 구성원과 새로 참여하는 이들 사이에 대면의 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초기에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매번 반복되는 자기소개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공통의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동시에 전체모임의 자리는 다양한 입장과 아이디어, 축하와 파티 등이 공존하는 공동체의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지역 사회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충격에 가깝다. 주로 지역사회에서는 특정 단체들, 예를 들면 장르 중심의 '협회들'이 각각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활동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탈장르와 융합, 문화예술생태계 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등장함으로써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축적했던 네트워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낯설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지역문화재단인 성북문화재단과 협치 파트너가 되어 정책 수립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기획사 중심의 지역축제행사를 넘어 축제민간사무국 구성이나 민관축제추진위원회 등을 통한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또한 공유성북원탁회의에서 출발해서 권역별 예술마을만들기 활동과 다양한 협동조합을 통한 참신하면서도 성공적인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실험은 어쩌면 한시적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방분권이 대두하는 이 시점에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매우 중요한 사례임에 틀림없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개헌 논의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지방분권'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중 핵심 개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의 전환이다. 새로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헌도 중요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인프라가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단단한 조직이라기보다는 유연한 플랫폼에 가깝다. 운영위원회가 있지만 내적 완결형이 아니라 외부 연결과 공유, 연대와 확장을 지향한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이라는 한정된 영역을 넘어 가장 작은 단위인 동네로 침투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삶이 드러나는 골목과 시장에서 지금까지의 경험과 시간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지표나 숫자와 같은 가시적 성과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에 이야기와 웃음이 꽃피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3-22 권경우

[춘추칼럼]거세지는 전체주의 세력

중·러 연합 자유세계 위협 국제질서 무너뜨려맞섰던 미국, 2차 세계대전후 처음으로 '흔들'中·北 상대하는 우리는 미국이 진 짐 나누어야중국 국회가 국가주석의 연임을 제한하는 헌법 규정을 철폐했다. 이로써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할 길이 열렸다. 정착된 것으로 보였던 집단지도체제가 갑자기 독재체제로 바뀐 것이다.중국의 권력은 공산당과 군대로 집중된다. 따라서 상징적 지위인 국가주석을 내놓더라도,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은 튼튼하다. 무한정 집권하겠다는 뜻을 굳이 드러낸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해석들이 나오지만, 명실상부한 중국의 지도자임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을 먼저 꼽아야 할 것이다.그가 아주 짧은 기간에 절대적 권력을 장악한 과정은 더 큰 미스터리다. 정적들과의 치열한 투쟁에서 이긴 여세로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근본 원인은 물론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라 불리는 공산주의 권력 구조가 독재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다. 레닌이 고안한 이 제도는 권력이 한 조직에 귀속되므로, 권력의 분립을 통한 독재 예방이 불가능하다.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권력의 인적 분할은 권력의 분립이라는 구조적 분할을 대신할 수 없다.중국은 7퍼센트 가량 되는 공산당원들이 지배 계급으로 군림하면서 나머지 인민들을 착취하는 계급 사회다. 이제 독재체제가 완성되었으니, 인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터이다.불만이 큰 인민들을 달래는 방안으로 시 주석이 내놓은 것은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민족주의적 약속이다. 물론 이런 방안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뜻한다. 이미 중국은 강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해왔다. 자연히, 국제 질서가 많이 무너졌고 작은 이웃 나라들은 점점 큰 위험과 고통을 맞는다. 거대한 시장을 바라고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재산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에 의해 피해를 본다.그러나 중국이 빠른 경제 발전에 성공하고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지자, 인민들은 그를 열정적으로 지지한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는 사회라서, 인민들의 자유에 대한 욕구가 비교적 작다. 앞으로 중국의 공격적 행태는 더욱 거칠어질 터이다.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행태를 보이는 강국이 또 있다는 사실이다. 근년에 러시아는 무뢰한처럼 행동해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크리미아를 합병하고 동부 분리주의자들을 부추긴다. 시리아에선 압제적 정권을 떠받쳐서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자유로운 국가들을 흔들려고 끊임없이 조작된 정보들을 유포해왔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대규모로 개입한 것이 확인되었다. 망명한 기업가들이나 전직 정보 요원들을 살해했다. 이제는 신형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고 밝히면서, 온 세계를 협박한다.러시아의 이런 행태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전체주의로 퇴행한 데서 나왔다. 그를 비롯한 비밀경찰 출신들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사회는 억압적이 되고 인권과 재산권은 가볍게 훼손되고 부패는 심해졌다. 자신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그는 시진핑 주석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가 제시한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에 인민들은 열광한다.중국과 러시아는 연합해서 자유세계에 맞선다. 기회가 나올 때마다,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유주의 체제를 약화시켜, 자신들의 전체주의를 강요하려 한다. 이런 위협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것은 미국뿐이다. 분열된 유럽은 전체주의 세력에 늘 유화적이었다. '미국 중심의 평화(Pax Americana)'라는 말이 가리키듯, 세계가 오랫동안 평화와 번영을 누려온 것은 온전히 미국 덕분이다.이제 전체주의 세력이 기력을 회복했고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국과 비슷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처음으로 미국의 절대적 우위가 흔들리면서, 자유세계의 앞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자유세계는 미국이 진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지려 애써야 한다. 전체주의 세력의 핵심인 중국과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우리로선 모든 국민들이 그 사실을 또렷이 인식해야 한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8-03-15 복거일

[춘추칼럼]특사단의 3·5 합의는 남북한 윈-윈이다

남북정상회담·직통전화 설치 등 6개항 합의체제보장땐 '비핵화 의지 표명' 성과중 성과北, 미국과 대화 용의 '평화로운 한반도' 기대대북특사단이 전 세계의 관심 속에 1박 2일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 왔다. 특사단의 선물 보따리는 파격적이었다. 3·5 합의는 4월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정상간 직통전화 설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 대화 기간 핵·미사일 시험 중단,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 평양 초청 등 6개항을 담고 있다.4월 말 정상회담 개최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1948년 4월 김구·김규식·김일성·김두봉 등 남북의 정치지도자들이 각각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정부 수립을 목표로 평양에서 남북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올해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예고한다. 판문점에서 남북회담을 할 때 남측의 평화의 집과 북측의 통일각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이 관례다.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은 형식과 격식이 복잡했다. 양 정상이 당일회담·출퇴근회담을 한다면 그 효용성은 배가될 것이다.남북정상간 직통전화 설치는 한반도의 제반문제를 수시로 협의·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냉전시대 미·소, 영·소, 프·소간 직통전화 협정 체결로 위기국면을 돌파한 경험적 사례들이 많다. 국제사회의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는 냉전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한의 군부들은 최고지도자의 뜻과 관계없이 호전성을 지닌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군사적 충돌은 있어 왔다. 정전체제에서 오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간의 직통전화는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충돌시 확산을 방지하면서, 충돌 후 재발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북한의 비핵화 표명은 성과 중의 성과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를 결코 하지 않겠다고 역설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혔다.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핵이 체제보장용임을 보여준다. '선 체제보장, 후 비핵화' 구도라면 조건부 비핵화로 해석된다. 체제보장과 비핵화가 선·후 관계가 아니라면 체제보장은 비핵화로의 입장변화를 위한 명분확보용으로 해석된다. 조건부든 명분확보용이든 북한의 비핵화 표명은 북미대화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비핵화 및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 표명도 중요하다. 비핵화 대화를 하겠다는 미국의 조건에 부합된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이다. 북미대화는 주석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특사단장이 곧 미국을 방문한다. 미국에 전할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지참한다. 특사단장이 김 위원장의 전언을 가지고 간다는 것은 남측의 중재자적 역할을 신뢰한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의 전언은 대미특사 파견, 미국인 억류자 석방, 미군 유해 발굴 재개 허용, 미국을 비롯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영변핵단지 복귀 등으로 추정된다.대화기간 핵·미사일 시험 중단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화조건을 충족시키는 대목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연계하지 않았다. 북한 군부의 입장에서 비핵화와 한미군사훈련의 불연계는 불만일 수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초청은 평창올림픽의 화합과 통합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특사단의 방북 1라운드는 남북한 윈-윈의 합의를 이끌었다. 2라운드는 북미대화이다. 미국은 1라운드의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미간 탐색적 대화 또는 예비회담이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결과 도출이 그리 어렵지 않다. 3라운드는 남북정상회담이다. 양정상은 지난 한달 동안 친서도 교환하고 특사도 교환하면서 신뢰를 쌓아 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8천만 한민족이 핵과 전쟁의 두려움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원한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신뢰에 토대한 평화로운 한반도가 열리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3-08 양무진

[춘추칼럼]알·쓸·신·잡 두바이

'신의 뜻이라면…' 주문처럼 외쳤던 "인샬라"우리의 '선진 과학기술분야' 적극 협력 원해서로 윈-윈… '세계적 기술' 우위 확보 기회2년 전 아랍에미레이트(UAE) 동물번식생리연구소에서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메일의 내용은 형식도 없고 예의도 없어 보였다. '필자의 연구 분야에 관심이 있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라는 내용이었고, 당시엔 아주 작은 규모의 연구소에서 필자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 후 한 달쯤 지났을까. 다시 같은 형식의 메일이 왔고, 호기심에 답신을 보냈더니 곧바로 화상통화 제의가 들어왔다. 몇 번의 화상통화로 UAE의 로열패밀리가 개 복제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필자를 초청해 연구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UAE 정부의 첫 초대에서 필자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여기서 도대체 무슨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하고 연구소에 들어선 순간 연구소 내부의 시설은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었으며, 연구 인력도 전문분야 박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현재는 우수한 품종의 낙타 번식과 복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필자와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과 장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공동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원 교환 및 수행내용에 관해서 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에 연구원을 3개월간 파견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처음 이메일을 통해 그들과 접했을 때와는 다르게 그들은 일이 결정되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연구비를 투자했고, 복제관련 시설과 장비를 구입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여름방학 동안 그들의 연구소를 방문해 개 복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그들의 문화는 참 특이하다. 어떨 때는 매우 빠르게, 어떨 때는 아주 느리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였다. 필자가 느낀 중동문화 중 가장 독특한 것은 '인샬라' 문화다. 로열패밀리인 CEO는 내가 말을 끝낼 때마다 '인샬라'라는 말을 주문을 외우듯 사용했다. 중동문화에 대해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필자는 그것이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라고 나름의 해석대로 이해했다. 어떤 때는 다음날 만나서 토의하기로 약속하고는 연구소에 오지 않았고, 실무를 총책임지고 있는 박사조차도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CEO는 이메일을 보내도 답변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고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박사에게 연락해도 CEO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것이 중동의 '인샬라'문화였던 것이다. 필자도 이처럼 의아하고, 무례함을 겪고 나서야 그들이 주문처럼 외웠던 인샬라는 '신의 뜻이라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필자는 UAE 동물번식생리연구소가 처음에는 민간연구소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몇 번의 이메일이 더 오가고 했을 즈음에 그들과의 신뢰가 형성됐고, 이후 공식적인 문서들은 두바이 자빌 왕국(Zaabeel office)으로부터 발송돼왔다. 이후 필자가 방문했을 때의 모든 공식적인 문서나 행사들은 자빌 왕국의 명칭으로 이뤄졌다. 두바이를 포함한 UAE에서는 외국의 연구자나 사업가와의 공식적인 루트는 왕실에서 모두 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80% 이상의 외국인들로 구성된 시민들로부터 경제, 문화, 외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의 행위는 왕실이 주관한다.또 하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자면 UAE의 차량 번호판이다. 이들 번호판에는 자신의 거주지역과 5자리의 번호가 적혀 있는데, 거기에는 신분을 구분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3자리 숫자 이내의 번호판은 왕실과 그 가족의 차량으로 번호가 그들의 서열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번호판은 4자리이며, 외국인 차량의 번호판은 5자리로 구분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가 방문했던 연구소의 CEO는 2자리로 된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 꽤 지위가 있는 왕족일 것이라 짐작할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UAE의 관계는 기존의 경제, 통상 관계에서 최근에는 보건, 교육, 신재생 에너지 등 포괄적 분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들은 자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나라와도 협력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고자 희망한다. 무엇보다 과학기술분야에서 그들의 문호를 개방해 세계의 선진기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유력한 국가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그들의 요구를 잘 파악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UAE의 경제적 지원으로 '상호 win-win'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발전시킨다면 우리기술의 세계적 우위도 확보하면서 산업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3-01 김민규

[춘추칼럼]'한끼줍쇼', 환대의 정치경제학

'밥상공동체의 아름다움' 강조 사회적 역할 수행 문 안 열고 못 여는 사람·생존 전쟁터 미 귀환자이들이야말로 정말 따뜻한 밥한끼 함께할 사람들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고 썼다. 이 말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시대 밥벌이가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더라도 결국 밥벌이라는 궁극적인 조건 앞에서는 버티지 못한다. 작가는 이 밥벌이의 어쩔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밥벌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인간으로서 다른 차원의 삶은 요원해진다.jtbc에서 수요일 밤 방영되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은 우리가 매일 먹고 살아가는 '밥'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흥미를 유발한다. 처음에는 현대인의 주거형태와 생활방식을 고려해서 이렇게까지 프로그램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함께 식사를 나누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1인 가구와 혼밥족이 트렌드가 되는 사회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신선한 발상은 되겠지만 지속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끼줍쇼'는 대박 프로그램이 되었다.프로그램 구성은 강호동과 이경규라는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을 고정으로 하고 매회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초인종을 눌러 한 끼를 요청하는 것이다. 초반에 선정 지역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소개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목동 아파트촌이나 신림동 고시촌 등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초인종을 누르는 데서 시작된다. 저녁 시간에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근래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사실 방문(訪問)은 아름다운 일이다. 방문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서로 친해진다. 서로의 삶의 조건을 알게 되고 나아가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누군가의 집이나 작업실 등을 방문하는 것은 서로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애정의 표현이며 나의 시간과 일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산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방문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방문도 원하지 않는다. 서로 방문하는 일이 사라져 버렸다.'한끼줍쇼' 프로그램은 트렌드와 의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정말 괜찮은 기획이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에서 담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 끼'의 성공을 위해서 수많은 부재와 거절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낯선 사람을 맞아들이는 이들이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타인을 초대할 엄두나 상황을 갖지 못한다. 무엇보다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지 않는 현실은 따로 있다. 저녁 8시가 넘도록 집에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의 삶. 저녁 식사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행복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잃어버린 소중한 일상일 수도 있다.여성학자 김현경은 "환대(hospitality)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라면서 "누군가를 환대한다는 것은 그를 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 그를 향한 적대를 거두어 들이고 그에게 접근을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한끼줍쇼' 프로그램은 환대의 문제와 연결된다. 환대의 주체와 대상 그리고 인정과 배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환대를 통한 밥상공동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 환대의 장에 처음부터 초대받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이다. 문을 열지 않거나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생존이라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정말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나눠야 할 이들이다.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커뮤니티 혹은 공동체 담론이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근간을 이루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임마누엘 칸트의 말이다. "지구는 둥글고 그 표면적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2-22 권경우

[춘추칼럼]경제 정책들의 상충

비정규직 강제로 '정규직화' 되레 일자리 줄어최저임금 상승은 高임금 대기업 근로자 '이득'여러부작용 못 고쳐 노동시장 개혁 꿈도 못 꿔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큰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일자리가 불안한데 저축도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 가난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는 모습은 둔중한 아픔을 남긴다. 이어 그런 고통이 경제의 침체 때문이 아니라 현 정권의 어리석은 고집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생각이 분노의 불길을 댕긴다.현 정권은 일자리 늘리기를 으뜸으로 꼽았다. 상황판까지 만들었다. 그러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슬그머니 '적폐 청산'을 앞자리에 내세웠다. 이제 일자리들이 크게 줄어들고 청년 실업이 가파르게 늘어나자, 다시 일자리를 챙긴다. 문제는 현 정권의 정책들 가운데 여럿이 일자리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현 정권은 공무원을 갑자기 늘렸다. 그러나 늘어난 공무원들이 생산하는 가치는 크지 않다. 그들의 봉급은 세금에서 나오는데, 세금을 걷어서 쓰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이윤이 줄어든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니, 궁극적으로 일자리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줄어든다.비정규직들을 강제로 정규직으로 만드는 정책도 일자리를 줄인다. 비정규직들을 쓰는 기업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데, 그것을 막으니, 시장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셈이다.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든다.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특히 나쁜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른 임금을 줄 수 없는 일자리들이 사라진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는 일자리를 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특히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득을 보도록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는 부도덕한 제도다. 불행하게도, 강력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현 정권은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졌다.경쟁력이 있고 유망한 원자력 발전 산업을 단숨에 황폐하게 만든 '탈원전' 정책도 두고두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들의 폐쇄로 인한 전기의 부족과 가격 상승은 기업의 비용을 올리고 경쟁력을 약화시켜서 앞으로 더욱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세율을 크게 올린 것도 문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세금을 거두어 쓰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서, 세금이 늘어나면, 사회의 효율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특히 법인세의 인상은 전략적으로도 어리석으니,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고 해외로 나간다. 미국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나라들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는데, 우리나라만 그런 추세에 역행한다.가장 근본적 문제는 노동조합 쪽으로 너무 기운 현 정권의 노동정책이다. 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는 시장의 정상적 움직임을 방해한다. 그래서 모든 경제학자들이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경제 개혁의 핵심으로 꼽는다. 우리 사회에선 노동법이 비정상적으로 노동조합에 유리할 뿐 더러 그런 법마저 노동조합의 '직접 행동'에 흔히 무너진다. 이처럼 편향되고 경직된 노동시장은 고용을 크게 줄인다. 게다가 줄어드는 일자리들은 주로 대기업들의 하청업체들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입는다.이처럼 일자리가 갑자기 줄어든 것은 현 정권의 정책들이 고용에 해롭기 때문이다. 그런 정책들의 상충을 해결하지 않고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 물론 그것은 풀기가 무척 어려운 문제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좌파 정당들은 모두 노동조합의 정치부서(political arm)였다. 특히 현 정권은 노동조합의 적극적 지원으로 집권했다. 따라서 현 정권은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정책들을 추진해야만 하고 반대하는 정책들은 실행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가 부른 갖가지 부작용들을 확인하고도 그것을 수정하지 못하는 데서 그 점이 잘 드러난다. 노동시장의 개혁은 물론 꿈도 꾸지 못한다.자신을 위해서라도, 현 정권은 어리석은 정책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리고 검증된 처방들을 따라 일자리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권력기관들과 언론매체들을 장악해서 시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전략만으로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크게 부족하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8-02-08 복거일

[춘추칼럼]한반도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

문정부 주도 통일 지향적 평화체제 구축실행위해선 '한반도평화협력 기구' 필요평창올림픽후 '역지사지' 문제해결 출발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와의 끊임 없는 대화이다.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하면서 역사는 발전한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과 주변국인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중단됐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원년인 2012년 개정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2013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2017년에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반도비핵화 프로세스는 29년간 이행·지연·중단이 반복되어 왔다.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영구화 수순을 밟으면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행조치가 기대하기 힘든 대목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북핵문제는 국제적 사안으로 굳어졌다. 북핵의 고도화·영구화, 미·중 간 지역 내 경쟁 구도 등의 2가지 요소가 고려된 한반도 그랜드 플랜(Grand Plan)의 수립이 시급함을 보여준다.그랜드 플랜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통일 지향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상정해야 한다. 신뢰성 있는 대북 억지력의 바탕 하에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병행 진전을 이끌기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발전의 선순환 구도 정립이 중요하다. 대북원칙의 신축적인 적용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대북설득과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미·대중외교를 통한 6자회담 당사국 간 다자안보협력체까지 도모하는 큰 틀의 타협이 필요하다. 플랜은 세 개의 세부 트랙이 요구된다. 첫째, 비핵화 트랙이다. 미·북이 중심이 되고, 한·중이 지원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체제 트랙이다.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하고, 미·중이 보장하고, 일·러가 지원하여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 안보협력 트랙이다. 미·중 간 안보협력문제를 개진한 후 남·북·일·러가 지원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플랜의 이행방식은 일괄타결, 동시행동, 병렬적 이행·검증에 의해 다음 단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행기구는 비핵화, 평화체제, 개발협력, 동북아평화협력 등 4개 분과를 둔 가칭 '한반도 평화협력 기구'가 필요하다. 협력 기구는 국제기구로서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이행·검증을 관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랜드 플랜의 합의 이전과 이후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여 남북 간 경제협력 복원과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한 군사협력이 추진되면 금상첨화이다.북한의 선핵포기를 주장하는 이론적 담론이나 암묵적인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하는 제재·압박론은 폐기되어야 한다. 제재·압박 국면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핵포기를 상정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플랜은 국면전환의 과정에서 미·중보다 앞서서 과정을 주도해나가는 창조적 대안을 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주도의 통일을 이루려는 자세와 노력이다. 미·중은 상이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동북아 지역 내 영향력 유지 또는 확대를 추진한다. 현상유지와 상황관리가 더 편한 미·중에게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미·중은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인 역학이 작용하여 북핵도 자국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사안으로 쉽게 전환되는 역사적 경험을 가진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수준을 두고, 한국을 배제한 채 미·중 외무장관 간 한반도 내 사드 전력 배치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맞교환했다는 관측이 이를 방증한다. 많은 사람들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를 걱정한다. 역사사지의 자세가 문제해결의 출발이다. 한반도 그랜드 플랜은 역지사지의 자세에 토대한다. 남북간 대화의 틀이 마련됐다. 한미동맹은 튼튼하다.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반도 그랜드 플랜의 내용을 채우고 작동기회를 만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2-01 양무진

[춘추칼럼]중국의 세계 첫 원숭이 복제 성공 의미

中의 바이오분야 관심·투자 부러움보다한국의 '4차산업혁명·성장동력'이란 걸정부·투자기관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라세계적 학술지인 '셀(Cell)'지는 지난 24일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에서 체세포 핵이식기술(SCNT)로 마카크 원숭이 2마리의 복제 성공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이는 1996년 영국의 로슬린연구소에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지 22년 만에 영장류의 복제에 성공한 기술이다.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따지자면 큰 의미가 없지만 의학·학술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람의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에 사용되어 온 동물은 마우스(흰 생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마우스는 사람과 생리적·유전적 차이로 인해 약효평가나 신약개발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2015년 '네이처'지는 발표했다. 따라서 사람과 매우 유사한 유전적 생리학적 특성을 가진 원숭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은 한층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필자가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원숭이 복제에 성공한 연구주체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R&D 지원은 물론 산업화에도 한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신약 임상지원 건수가 이미 한국을 앞지른 지 오래됐다. 바이오분야의 예산 규모는 2015년 기준 2조3천억원을 웃돌았던 한국 바이오 R&D 예산에 비해 중국은 2009년 2조원을 넘어섰고 2012년에 5조원에 육박했다. 외국 바이오·제약사의 R&D센터를 적극 유치하는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움직임은 기민하다. 로슈,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연구센터를 중국 내에 유치하고 이들과 베이징대·칭화대 간 공동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바이오 육성 정책에 힘입어 관련 해외 유학파들의 귀국 움직임과 기업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6년간 귀국한 200만명의 해외 유학파 가운데 25만명은 생명공학 분야 인재인 것으로 알려졌다.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에서 실시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관련 임상시험은 모두 10건으로 이 중 9건이 중국에서 진행됐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유전자 가위 연구팀의 칼 준 박사는 "미국과 중국은 유전자 가위분야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 영향으로 미국은 유전자 가위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각종 규제 탓에 연구시험에 제동이 걸리며 뒤처지고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은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되면서 DNA 교정이 더욱 용이해졌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적용 가능해 질병이나 병충해에 강한 동식물의 육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법에 의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연구의 진행속도가 매우 더디다. 또한 유전자 가위에 앞서 한국이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했던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중국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줄기세포에 관한 한국과 중국의 신규 임상연구 건수는 2014년 각각 5건으로 동일했지만 2015년 중국이 11건으로 한국(10건)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중국 8건, 한국 5건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자칫하면 우리는 선진국의 연구결과만 쫓아가는 형국이 될 수 있어 규제의 완화와 R&D 지원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향후 국민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은 바이오분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가시적인 성과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까지 한결같이 바이오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는 바이오산업이 시장 친화적이지 못하고, 창업 등에 대한 혁신적 노력이 부족했으며, 실패확률이 높은 분야의 투자의지 부족 등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연구자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 발표 경쟁력이 세계 11위이며, 특허경쟁력이 세계 9위라 할지라도 세계적인 평가기관들은 한국의 바이오분야 투자 현실이 빈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중국의 바이오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많은 연구자와 창업자들의 부러움으로 남기보다는 한국의 성장동력이 바이오분야임을 정부나 투자기관에서 제대로 인식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크며,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바이오헬스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연구개발 인프라 조성 및 협력체계를 구축하길 기대한다. 바이오 산업이 중요시 여기는 원천기술 확보와 R&D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 특성을 정부나 민간이 잘 이해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투자가 과감히 이루어지길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소망해 본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1-25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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