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이제 한미동맹이 평화를 만들때다

미국과 동맹관계로 한반도 안보 유지산업화와 민주화 달성할 수 있었다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한 역사적 순간들북미정상회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기원예전에 독일인들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필자는 통일을 이룬 독일인들에게 통일에 가장 기여했던 인물들을 열거한다면 누구이겠는가라는 질문을 하였다. 독일인들의 대부분은 고르바쵸프와 콜 총리를 언급하였다. 그러면서도 꼭 함께 거론하는 인물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샬플랜을 통해 서독을 경제강국으로 부상시켰다. 서독은 '나토'라는 안보 우산 속에서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 미국의 강력한 뒷받침을 통한 정치·경제적 자신감은 반세기 후 독일 통일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은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을 통한 탈냉전 질서를 재편하였다는 데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 통일이 임박했을 때 가장 중요한 난관은 영국·프랑스·소련 등 전승국들의 반대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89년 12월 부시 대통령은 고르바쵸프 서기장과 몰타 정상회담을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고르바쵸프의 생각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지하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직후 이어진 나토 정상회담에서 독일 통일이 민족 자결권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통일이 유럽의 안정을 위해 평화롭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1990년 2월 부시 대통령은 콜 수상을 미국으로 초청(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하여 독일 통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독일 통일에 대해 가장 반대했던 대처 영국 수상을 설득하는 임무를 자임하였다.미국은 공산권 붕괴의 큰 시대적 흐름을 읽었고 하나의 독일이 세계 평화와 유럽 통합에 기여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1980년대 말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새삼 지금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절감하게 된다. 물론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지만 강대국의 역할,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 도전을 헤쳐 나가는 통찰력과 상상력은 세계 역사를 바꾸는 근본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1980년대 말 전개되었던 탈냉전의 종지부를 찍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이념과 체제, 전쟁과 대결의 흐름을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이라는 흐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3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역사적 가치와 시대적 소명에 부합했던 정상회담이 이번 정상회담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더욱 많은 노력이 요구되었던 회담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바로 문 앞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남북 정상회담의 성과 못지않게 우리를 고무시키는 것은 곧 있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다. 부시 대통령이 고르바쵸프를 만나 독일 통일에 대해 나누었던 진지한 대화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이루게 될 대화의 내용이 주목된다. 아직 모든 것을 낙관하기에는 이르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전 북미간 접촉의 내용, 북미 정상회담이 5월 중 개최될 수 있다는 내용, 그 장소가 판문점이 될 수 있다는 내용 등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독일이 부강하게 되었듯이 6·25 전쟁이후 우리가 다시 설 수 있게 된 것은 미국의 역할이 크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한반도 안보가 뒷받침되고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였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대한민국의 평화지키기(peace keeping)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만들기(peace making)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오랜 정전체제를 끝내고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면서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만드는 문 앞에 서있다. 우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마련한 역사적인 순간들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부시 대통령과 콜 총리는 서로를 '나의 친구'로 불렀다. 두 정상 간의 신뢰는 독일 통일을 이뤄냈다. 반세기 넘게 역사와 가치를 공유해온 한국과 미국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적인 합의를 이루어 나의 친구, 나의 민족이 한 자리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래서 한반도가 더 이상 전쟁이 없는 땅, 또다시 하나 되는 공동 번영의 발원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5-03 양무진

[춘추칼럼]디자인 펫과 동물복지

'반려동물' 이익에 혈안 인기 품종만 생산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위생·생명권 보호 법적 보장 강화됐지만'감각있는 존재'로 인식하는게 가장 중요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많은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의 선택에 있어 매우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반려동물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반려견을 예로 들어 보면, 보호자들의 품종 선택사항은 첫 번째가 외모이고, 두 번째가 성격을 꼽는다. 그 중 외모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보호자들은 매스컴이나 유명 연예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명한 연예인의 반려견은 외모가 특이하거나 수려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보고 품종을 선택해 한동안 동일 품종이 입양대상으로 급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반려견 번식업자들은 인기견의 생산에 집중하고 또한 경매시장에 내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인기도 단시일 내에 사라지게 되고 또 다른 품종이 인기 견종으로 부상하게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과 반려동물 간 교류의 관점에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결과의 형태로 동물애호에 대한 보호자들의 심리적 특성과 이에 따른 사회적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반려동물 대중화가 심화될수록 동물 보호 및 애호사상에 대한 편입된 사실에 대한 사회적 권고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최근 시베리안 허스키와 포메라니언의 교잡종인 일명 '폼스키'가 유행한 적이 있다. 허스키의 외모와 포메라니언의 작은 체구를 특징으로 하고 있어 '앙증맞은 허스키'라는 표현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얼마 전 일본의 방송사에서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푸들과 라브라도 리트리버의 교잡종인 '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왔었다. 이는 10여 년 전 호주에서 맹인안내견의 털 빠짐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번식을 시행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는 품종이었다. 하지만 미국 아이돌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과 전 부통령 존 바이든이 기르던 개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두들은 대체로 성격이 온화하고 털이 잘 안 빠진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태어나는 품종을 요즘 일명 '디자인 펫(Design pet)'이라 부른다.개의 품종의 형성과정은 기후와 주변인의 기질에 따라 변화해 세계적으로 400여 종이 존재하지만 한 품종이 완성될 때까지는 100~200년 정도가 소요돼왔다. 이러한 과정 중에 사람들에게 선택된 개체만이 번식에 사용돼왔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돼 지금의 품종을 완성했다. 하지만 디자인 펫은 이와 조금 다른 성격을 띤 육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나만의 개를 추구하는 이기심에 의해 작위 되고 있는 하이브리드(교잡) 품종이다. 두들은 푸들 75%와 리트리버 25%의 유전자가 발현될 때 가장 인기가 있는데, 그렇지 못한 하이브리드 품종은 인기가 없어 도태되고 만다. 그 후세대는 근친으로 인한 질병과 성격에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품종들이 인기를 끌면 강아지 공장업자들은 이익에만 혈안이 돼 인기품종을 생산하려 한다. 미국의 경우도 이러한 현상은 존재해 법규가 미비 된 알칸사스주에서는 이런 업자들이 우글거리기도 한다. 이렇듯 반려동물의 선택이 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22일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돼, 동물의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복지(Animal welfare)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물복지' 또는 '동물보호'는 인간이 동물에게 미치는 신체적 및 심리적 학대나 고통을 최소화해 동물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으로 공장형 축산, 블러드 스포츠, 동물권 보호, 생명윤리학, 인간과 동물 유대, 화장품 동물실험 등이 주요 쟁점 내용들이다. 몇 년 전 방송을 통해 공개돼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일명 '강아지 공장'에 대해서 기존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했고,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의 위생과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법적차원의 보장이 강화됐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의한 규제나 처벌규정에 의하기보다는 헌법 제35조에 명시한 것처럼, 동물보호는 포괄적인 환경보호로 환경에 동물을 포함시킬 수 있는 국민적 합의와 정서를 함양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은 감각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특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4-26 김민규

[춘추칼럼]휩쓸리지 않는 삶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새로운 시대 향한 피할 수 없는 진통건강한 개인·조직 만들기 위해선출발전 어디로 갈것인지 공부해야 할때"나는 제안한다. 한정된 것, 즉 유한한 범위에서 가만히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고. 무한히, 정보의 바다에서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파도에, 동조에, 그저 휩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지바 마사야의 <공부의 철학> 머리말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이론을 기반으로 이 시대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방향이나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인식론적 혹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빠르고 복잡하다. 타인의 아픔과 상처 역시 빠르게 지나간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은 각각의 상황에 어울리는 형식으로만 존재한다. 때로는 액수가 정해진 부의금과 조문으로, 때로는 슬픔에 공감하는 공통적인 표현의 댓글로. 나의 상처와 고통만 오래 남는다. 타인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은 우리 안에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공격적이고 억압적이다. 한편에서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그 마저도 압박으로 다가온다.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이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처세술을 넘어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이에 대해 지바 마사야는 '중단'과 '한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유한성을 깨닫는 일과 시대가 강요하는 흐름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한계는 물질성에서 비롯된다. 그 누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데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유한성을 넘어 무한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지금 타인이 방문한 장소와 맛보는 음식은 그만의 유한성에서 가능한 결과이다.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이 내 것이 될 수 있고,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이다. 이 믿음을 벗어나는 일은 어렵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을 멈추는 일이다. 멈추는 것은 중단하는 것이며, 나아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다. 일상의 작은 습관부터 노동이라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유한성을 규정하는 맥락과 위상을 파악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개인의 삶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산 속의 '자연인'으로 산다 해도 마찬가지다. 연결은 학연이나 지연, 혈연처럼 어쩔 수 없는 현실인 측면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연결도 존재한다. 연결은 '장'(field)을 형성하면서 개인을 압박한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벗어나려는 사람이 있다. 연결을 수단으로 삼으려는 순간, 그것은 우리를 옥죄어 온다. 그러한 연결을 시도하는 사람은 관계를 망치고 공동체를 무너뜨린다.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시대는 촛불 혁명과 같은 특정 국면 이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통제하고 억압하고 무너뜨리는 온갖 지배체제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러한 체제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개인들이 음습하고 탐욕스러운 조직을 만들고 유지해왔다. 그래야만 개인의 욕망이 가장 잘 발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과정에서 겪는 피할 수 없는 진통이다. 새로운 시대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과 개인들이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개별 규칙을 바꾸는 일이고, 나아가 배치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개인의 경험이 공동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의 경험의 총합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이다. 그래서 건강한 개인들이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은 '개인'이다. 자신이 속한 가족과 조직, 사회의 '시대정신'에 휩쓸리지 않는 힘을 키워야 한다. 지바 마사야가 강조하는 '공부'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누리고 유지했던 것을 무너뜨리는 '상실의 공부', 사회의 주류와 불화할 수 있는 '바보의 공부'. 우리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열심히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잘 파악하고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공부를 해야 할 때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4-19 권경우

[춘추칼럼]이념적 무지가 부른 재앙

두 전직 대통령, '이념' 제대로 알지 못해하릴없는 지식인들의 외침으로 인식하고공산주의자 부의 평등 '경제민주화'로 공약권력 놓고 처절하게 다투다 결국 함께 몰락전 정권과 전전 정권의 지도자들이 함께 감옥에 갇힌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심 공판에서 24년 징역과 180억원 벌금을 선고받았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이 나라는 더 깊이 분열되고 침체될 것이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야당 대변인의 논평이 섬뜩하다.두 지도자들은 자신들만이 아니라 보수 세력 전체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이제 대한민국을 높이고 지키는 보수 세력은 힘을 잃었다. '어찌하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물음이 도처에서 들린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 괴로운 일을 정직하게 수행해야, 보수 세력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두 지도자의 몰락엔 물론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그러나 우파 정권이 좌파 정권으로 바뀐 것이 몰락의 계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역시 근본적 요인은 이념적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이념적 분열이 깊고 북한의 이념적 공세에 오랫동안 노출된 우리 사회에선 이념의 영향이 유난히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두 지도자들은 이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런 이념적 무지가 끝내 화를 불렀다.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을 넘어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념을 철 지난 것으로, 하릴없는 지식인들이 들먹이는 것으로,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준 자유시장에 대한 고마움도, 재산권의 소중함도, 시장과 재산권을 거센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지키려 애써온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존재도 몰랐다는 얘기다. 평생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아왔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서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민주화는 원래 19세기 후반에 영국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목표인 '부의 평등'을 가리킨 말이었다. 긴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그 개념은 시장경제에 적대적인 특질들을 많이 지녔다. 그것이 슬그머니 우리 헌법에 들어가면서,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것은 자유주의 정당의 후보로선 도저히 내걸 수 없는 공약이었다. 선거에 이기려는 전략이었다는 변명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그 공약을 실천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이 대통령은 사회가 이념적으로 흔들릴 때 나라를 이끌었다. 좌파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는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 약화되었다.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이념과 역사를 폄훼하는 교과서들을 좌파 교사들로부터 배운 것이 특히 큰 문제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굵직한 국가 사업들을 챙기는 '사업책임자(project manager)'로 인식했다. 위험하게 기울어진 이념적 지형을 바로잡을 기회는 그렇게 지나갔다.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져서 정권이 동력을 잃은 뒤에야 이념적 위험을 인식했다. 그러나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역사교과서 파동'에서 보듯, 너무 서툴러서 일을 그르쳤다.이념에 무지했으므로, 두 지도자들은 이념적 적대 세력의 위협에 둔감했다. 결코 타협하지 않을 적군이 성을 에워싸기 시작해도, 궁정에서 권력을 놓고 처절하게 다투었다.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보인 '아름다운 승복'을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공천에서 '친박계 학살'로 갚았다. 박 대통령도 보복에 나섰고 결국 함께 몰락했다. 박 대통령의 몰락에 대해 이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자신에게 곧 닥칠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음을 가리킨다.이 대통령이 '이념을 넘어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를 내건 순간, 보수 세력의 몰락은 시작됐다. 이제 보수 세력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대한민국의 이념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지도자들을 뽑을 수 있는가? 우리가 뽑은 지도자가 이념에 소홀할 때 바로 잡을 수 있는가?' 그런 성찰이 나온 뒤에야, 보수 세력이 활기를 되찾을 바탕이 마련될 것이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8-04-12 복거일

[춘추칼럼]포괄적·단계적 접근과 한미동맹

미국, 한반도 문제 한국입장 수용하고한국, 글로벌 이슈 美지지 자세 필요정부정책 모든 상황 반영한 현실적 해법양국, 의견 조율땐 동맹관계 더욱 강화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북핵해법은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폐기를 출구로 하는 2단계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북핵문제 하나만 놓고 보면 동결과 폐기의 2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북한은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을 요구한다. 한국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역설한다. 비핵화·체제보장·평화정착 등 세 가지 문제를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경우 포괄적·단계적 접근이 현실성을 지닌다.일부에서는 지난 3월 26일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비핵화 문제 해결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동시적 조치의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다. 김 위원장의 언급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한 방(원샷)의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도 한 방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국의 매파들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한다. 핵능력·체제안정과 관련해서 리비아와 북한의 비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리비아는 16kg 정도의 핵물질을 가졌지만 북한은 16개 정도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 체제는 내전으로 체제위기가 임박했지만 북한 김정은 체제는 안정성을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정책을 모두 실패로 규정한다. 클린턴 정부의 제네바합의, 부시 정부의 9·19 공동성명,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등을 전형적인 실패작으로 비판한다. 역사는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치가의 몫이 아니라 학자의 몫이다.일부 언론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제3의 해법이 흘러나온다. 한 방에 핵폐기를 하는 일괄타결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살라미 전술이 내포된 단계적 타결은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북핵문제 해법을 비핵화와 경제보상이라는 단순화된 이분법적인 접근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토대해서 북한핵의 동결과 불능화까지는 경제보상과 교환하고, 폐기단계에서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한다는 전략적 로드맵을 가졌다. 현단계 북한은 핵의 동결과 불능화를 경제보상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침·수교와 같은 체제보장과의 교환을 요구한다.일부에서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즉흥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기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세 번의 검증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는 북한과 접촉한 중앙정보국의 보고이다.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앙정보국 보고를 확인한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 특사단이 전해준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메시지에서 재확인 한 것으로 보인다.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정보당국간의 물밑접촉 추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이슈와 안보이슈의 연계 발언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기 때문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 한미 FTA 개정 합의에 대해 아주 잘됐다고 평가해 놓고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북핵타결 시점과 연계를 시켰다. 한미 FTA는 한미간의 문제이고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핵타결은 북미간의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발언은 비핵화에 대한 한미간의 이견 노출이 아니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한미간의 사전 의견 조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가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자세가 진정한 동맹관계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 놓은 '포괄적·단계적 접근'은 관련국가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현실적 해법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국민들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때 문제는 해결되고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4-05 양무진

[춘추칼럼]어느 의사의 따뜻한 슬픔

여성 난임의 경우 '원인불명' 46.3%나 달해국가 미래·운명 걸린 저출산 대책 해결 시급정부, 난임치료 지원 위한 기술개발 연구도얼마 전 어느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와 난임 극복에 대한 국가과제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난임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중 그의 가슴속에 묻고 있었던 한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었다. 28살의 젊은 부인이 임신사실을 알고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자궁에 심한 염증이 생겨 결국 유산을 하고 말았단다. 그런데 치료 이후에도 자궁에 유착이 생기고, 회복이 불가능하여 불임판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의사선생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젊은 부인의 간절한 소망을 잘 알기에 끝까지 치료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회복에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난임 관련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난임 치료와 관련된 이번 미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공동연구에 임하는 의사선생의 마음엔 그녀와 같은 환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각오가 담겨있다. 또 이러한 문제나 욕구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돕는 전문가로서 그의 따뜻하고 슬픈 고백이 연구진 모두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됐다. 따라서 진행하려는 연구를 성공시켜서 그녀와 같은 아픔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연구에 매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개인의 행복과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여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최근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기준 출생아 수는 35만7천여 명으로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 1.05명으로 통계작성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중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전년대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따른 결과겠지만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연령도 점점 고령화되어 30%에 가까운 산모들이 35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고령의 초임은 난임과 불임으로 이어져 출산율에 큰 타격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난임(질병코드 N97)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여성의 경우 20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층의 혼인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청년 실업, 소득, 주택 가격 상승 등 각종 사회·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해 병원을 찾는 난임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증빙이기도 하다.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여성 난임의 경우 원인불명(46.3%), 나팔관 장애(19.1%), 배란장애(16.6%), 자궁내막 장애(13.5%) 등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 고령화에 대비한 정부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정부의 출산장려금 및 영유아보육지원 등에도 출산율이 향상되거나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난임 또는 불임 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더욱 부족해 출산율 향상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결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며, 이와 관련한 정부지원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하여 미래 사회학자들은 국민의 삶의 질 저하, 가족관과 가치에 대한 사회구성원 간의 충돌,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으로 국가의 존립과 경쟁력에 엄청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접근의 대책과 지원은 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자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저출산대책 보고에 의하면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했던 저출산 정책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 이유로 비현실적인 지원수준, 효과성 대비 낮은 효율성, 영유아 보육에만 치중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방식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과거 비급여 항목이었던 인공수정, 체외수정 등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난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근본적인 난임치료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난임 극복으로 인한 출산율의 증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정부는 당초 이달 초에 저출산 대응방안을 발표하기로 하였으나, 아직도 이렇다 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저출산 대책 주무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혼인부터 신혼부부 주거안정, 출산과 육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등 생애주기별맞춤형지원 방향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난임에 의한 출산율 저하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여 난임치료 지원을 위한 치료기술개발 연구가 이번 저출산 대책발표에 포함되길 관련분야의 연구자로서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로 인해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느끼는 안타까움도 봄 햇살처럼 따뜻한 희망으로 환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3-29 김민규

[춘추칼럼]'공유성북 원탁회의'를 아시나요?

150여개 단체 300여명 다양한 활동 인정단단한 조직보다 유연한 플랫폼에 인접동네이야기로 웃음꽃 피는 공동체 모습서울시 성북구에는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것이 있다. 2010년부터 매년 지역을 빛낸 인물과 사업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발전, 선행봉사, 미풍양속, 문화체육, 모범청소년 등 각 분야별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이를 기념하여 구청 건물 내부에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별도 공간을 조성해왔다. 2017년 '성북 명예의 전당' 문화예술분야에 '공유성북원탁회의'라는 지역문화예술네트워크 단체가 선정된 것은, 그동안 명예의 전당 헌액이 주로 개인의 몫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약 150개 단체와 3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지난 4년여 동안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활동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공유성북원탁회의'는 2014년 2월 25일 14개 단체 27명으로 첫 모임을 한 이래 지금까지 40회의 전체모임을 진행했다. 이 네트워크의 강점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문화기획자와 마을활동가 등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지역사회의 현안과 의제를 다루는 등 문화예술의 개별적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 공유와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를 꾸준하게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에는 운영 내규를 마련하면서 '자율성, 민주성, 연대성, 다양성'이라는 네 가지 운영 원리를 제시했고, 공동운영위원장 2인과 25명 내외의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특징은 운영위원 및 위원장 선출과정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운영위원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운영위원 중에서 공동위원장 1인은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나머지 1인은 '사다리 타기'로 선출한다. 장난처럼 보이는 이 선출 방식은 내부적으로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투표로 선출된 위원장보다도 더 찬사를 받는다. 매년 새로운 공동운영위원장을 2인씩 선출했지만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한편으로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직접민주주의 모델을 실험하는 무대이다. 매월 1회 전체모임을 가짐으로써 기존 구성원과 새로 참여하는 이들 사이에 대면의 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초기에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매번 반복되는 자기소개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공통의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동시에 전체모임의 자리는 다양한 입장과 아이디어, 축하와 파티 등이 공존하는 공동체의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지역 사회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충격에 가깝다. 주로 지역사회에서는 특정 단체들, 예를 들면 장르 중심의 '협회들'이 각각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활동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탈장르와 융합, 문화예술생태계 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등장함으로써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축적했던 네트워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낯설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지역문화재단인 성북문화재단과 협치 파트너가 되어 정책 수립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기획사 중심의 지역축제행사를 넘어 축제민간사무국 구성이나 민관축제추진위원회 등을 통한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또한 공유성북원탁회의에서 출발해서 권역별 예술마을만들기 활동과 다양한 협동조합을 통한 참신하면서도 성공적인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실험은 어쩌면 한시적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방분권이 대두하는 이 시점에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매우 중요한 사례임에 틀림없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개헌 논의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지방분권'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중 핵심 개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의 전환이다. 새로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헌도 중요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인프라가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단단한 조직이라기보다는 유연한 플랫폼에 가깝다. 운영위원회가 있지만 내적 완결형이 아니라 외부 연결과 공유, 연대와 확장을 지향한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이라는 한정된 영역을 넘어 가장 작은 단위인 동네로 침투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삶이 드러나는 골목과 시장에서 지금까지의 경험과 시간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지표나 숫자와 같은 가시적 성과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에 이야기와 웃음이 꽃피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3-22 권경우

[춘추칼럼]거세지는 전체주의 세력

중·러 연합 자유세계 위협 국제질서 무너뜨려맞섰던 미국, 2차 세계대전후 처음으로 '흔들'中·北 상대하는 우리는 미국이 진 짐 나누어야중국 국회가 국가주석의 연임을 제한하는 헌법 규정을 철폐했다. 이로써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할 길이 열렸다. 정착된 것으로 보였던 집단지도체제가 갑자기 독재체제로 바뀐 것이다.중국의 권력은 공산당과 군대로 집중된다. 따라서 상징적 지위인 국가주석을 내놓더라도,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은 튼튼하다. 무한정 집권하겠다는 뜻을 굳이 드러낸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해석들이 나오지만, 명실상부한 중국의 지도자임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을 먼저 꼽아야 할 것이다.그가 아주 짧은 기간에 절대적 권력을 장악한 과정은 더 큰 미스터리다. 정적들과의 치열한 투쟁에서 이긴 여세로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근본 원인은 물론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라 불리는 공산주의 권력 구조가 독재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다. 레닌이 고안한 이 제도는 권력이 한 조직에 귀속되므로, 권력의 분립을 통한 독재 예방이 불가능하다.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권력의 인적 분할은 권력의 분립이라는 구조적 분할을 대신할 수 없다.중국은 7퍼센트 가량 되는 공산당원들이 지배 계급으로 군림하면서 나머지 인민들을 착취하는 계급 사회다. 이제 독재체제가 완성되었으니, 인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터이다.불만이 큰 인민들을 달래는 방안으로 시 주석이 내놓은 것은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민족주의적 약속이다. 물론 이런 방안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뜻한다. 이미 중국은 강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해왔다. 자연히, 국제 질서가 많이 무너졌고 작은 이웃 나라들은 점점 큰 위험과 고통을 맞는다. 거대한 시장을 바라고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재산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에 의해 피해를 본다.그러나 중국이 빠른 경제 발전에 성공하고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지자, 인민들은 그를 열정적으로 지지한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는 사회라서, 인민들의 자유에 대한 욕구가 비교적 작다. 앞으로 중국의 공격적 행태는 더욱 거칠어질 터이다.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행태를 보이는 강국이 또 있다는 사실이다. 근년에 러시아는 무뢰한처럼 행동해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크리미아를 합병하고 동부 분리주의자들을 부추긴다. 시리아에선 압제적 정권을 떠받쳐서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자유로운 국가들을 흔들려고 끊임없이 조작된 정보들을 유포해왔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대규모로 개입한 것이 확인되었다. 망명한 기업가들이나 전직 정보 요원들을 살해했다. 이제는 신형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고 밝히면서, 온 세계를 협박한다.러시아의 이런 행태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전체주의로 퇴행한 데서 나왔다. 그를 비롯한 비밀경찰 출신들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사회는 억압적이 되고 인권과 재산권은 가볍게 훼손되고 부패는 심해졌다. 자신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그는 시진핑 주석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가 제시한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에 인민들은 열광한다.중국과 러시아는 연합해서 자유세계에 맞선다. 기회가 나올 때마다,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유주의 체제를 약화시켜, 자신들의 전체주의를 강요하려 한다. 이런 위협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것은 미국뿐이다. 분열된 유럽은 전체주의 세력에 늘 유화적이었다. '미국 중심의 평화(Pax Americana)'라는 말이 가리키듯, 세계가 오랫동안 평화와 번영을 누려온 것은 온전히 미국 덕분이다.이제 전체주의 세력이 기력을 회복했고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국과 비슷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처음으로 미국의 절대적 우위가 흔들리면서, 자유세계의 앞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자유세계는 미국이 진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지려 애써야 한다. 전체주의 세력의 핵심인 중국과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우리로선 모든 국민들이 그 사실을 또렷이 인식해야 한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8-03-15 복거일

[춘추칼럼]특사단의 3·5 합의는 남북한 윈-윈이다

남북정상회담·직통전화 설치 등 6개항 합의체제보장땐 '비핵화 의지 표명' 성과중 성과北, 미국과 대화 용의 '평화로운 한반도' 기대대북특사단이 전 세계의 관심 속에 1박 2일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 왔다. 특사단의 선물 보따리는 파격적이었다. 3·5 합의는 4월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정상간 직통전화 설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 대화 기간 핵·미사일 시험 중단,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 평양 초청 등 6개항을 담고 있다.4월 말 정상회담 개최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1948년 4월 김구·김규식·김일성·김두봉 등 남북의 정치지도자들이 각각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정부 수립을 목표로 평양에서 남북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올해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예고한다. 판문점에서 남북회담을 할 때 남측의 평화의 집과 북측의 통일각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이 관례다.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은 형식과 격식이 복잡했다. 양 정상이 당일회담·출퇴근회담을 한다면 그 효용성은 배가될 것이다.남북정상간 직통전화 설치는 한반도의 제반문제를 수시로 협의·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냉전시대 미·소, 영·소, 프·소간 직통전화 협정 체결로 위기국면을 돌파한 경험적 사례들이 많다. 국제사회의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는 냉전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한의 군부들은 최고지도자의 뜻과 관계없이 호전성을 지닌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군사적 충돌은 있어 왔다. 정전체제에서 오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간의 직통전화는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충돌시 확산을 방지하면서, 충돌 후 재발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북한의 비핵화 표명은 성과 중의 성과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를 결코 하지 않겠다고 역설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혔다.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핵이 체제보장용임을 보여준다. '선 체제보장, 후 비핵화' 구도라면 조건부 비핵화로 해석된다. 체제보장과 비핵화가 선·후 관계가 아니라면 체제보장은 비핵화로의 입장변화를 위한 명분확보용으로 해석된다. 조건부든 명분확보용이든 북한의 비핵화 표명은 북미대화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비핵화 및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 표명도 중요하다. 비핵화 대화를 하겠다는 미국의 조건에 부합된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관계정상화이다. 북미대화는 주석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특사단장이 곧 미국을 방문한다. 미국에 전할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지참한다. 특사단장이 김 위원장의 전언을 가지고 간다는 것은 남측의 중재자적 역할을 신뢰한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의 전언은 대미특사 파견, 미국인 억류자 석방, 미군 유해 발굴 재개 허용, 미국을 비롯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영변핵단지 복귀 등으로 추정된다.대화기간 핵·미사일 시험 중단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대화조건을 충족시키는 대목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연계하지 않았다. 북한 군부의 입장에서 비핵화와 한미군사훈련의 불연계는 불만일 수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초청은 평창올림픽의 화합과 통합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특사단의 방북 1라운드는 남북한 윈-윈의 합의를 이끌었다. 2라운드는 북미대화이다. 미국은 1라운드의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미간 탐색적 대화 또는 예비회담이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결과 도출이 그리 어렵지 않다. 3라운드는 남북정상회담이다. 양정상은 지난 한달 동안 친서도 교환하고 특사도 교환하면서 신뢰를 쌓아 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8천만 한민족이 핵과 전쟁의 두려움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원한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신뢰에 토대한 평화로운 한반도가 열리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3-08 양무진

[춘추칼럼]알·쓸·신·잡 두바이

'신의 뜻이라면…' 주문처럼 외쳤던 "인샬라"우리의 '선진 과학기술분야' 적극 협력 원해서로 윈-윈… '세계적 기술' 우위 확보 기회2년 전 아랍에미레이트(UAE) 동물번식생리연구소에서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메일의 내용은 형식도 없고 예의도 없어 보였다. '필자의 연구 분야에 관심이 있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라는 내용이었고, 당시엔 아주 작은 규모의 연구소에서 필자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 후 한 달쯤 지났을까. 다시 같은 형식의 메일이 왔고, 호기심에 답신을 보냈더니 곧바로 화상통화 제의가 들어왔다. 몇 번의 화상통화로 UAE의 로열패밀리가 개 복제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필자를 초청해 연구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UAE 정부의 첫 초대에서 필자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여기서 도대체 무슨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하고 연구소에 들어선 순간 연구소 내부의 시설은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었으며, 연구 인력도 전문분야 박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현재는 우수한 품종의 낙타 번식과 복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필자와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과 장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공동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원 교환 및 수행내용에 관해서 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에 연구원을 3개월간 파견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처음 이메일을 통해 그들과 접했을 때와는 다르게 그들은 일이 결정되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연구비를 투자했고, 복제관련 시설과 장비를 구입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여름방학 동안 그들의 연구소를 방문해 개 복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그들의 문화는 참 특이하다. 어떨 때는 매우 빠르게, 어떨 때는 아주 느리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였다. 필자가 느낀 중동문화 중 가장 독특한 것은 '인샬라' 문화다. 로열패밀리인 CEO는 내가 말을 끝낼 때마다 '인샬라'라는 말을 주문을 외우듯 사용했다. 중동문화에 대해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필자는 그것이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라고 나름의 해석대로 이해했다. 어떤 때는 다음날 만나서 토의하기로 약속하고는 연구소에 오지 않았고, 실무를 총책임지고 있는 박사조차도 어떠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CEO는 이메일을 보내도 답변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고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박사에게 연락해도 CEO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것이 중동의 '인샬라'문화였던 것이다. 필자도 이처럼 의아하고, 무례함을 겪고 나서야 그들이 주문처럼 외웠던 인샬라는 '신의 뜻이라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필자는 UAE 동물번식생리연구소가 처음에는 민간연구소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몇 번의 이메일이 더 오가고 했을 즈음에 그들과의 신뢰가 형성됐고, 이후 공식적인 문서들은 두바이 자빌 왕국(Zaabeel office)으로부터 발송돼왔다. 이후 필자가 방문했을 때의 모든 공식적인 문서나 행사들은 자빌 왕국의 명칭으로 이뤄졌다. 두바이를 포함한 UAE에서는 외국의 연구자나 사업가와의 공식적인 루트는 왕실에서 모두 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80% 이상의 외국인들로 구성된 시민들로부터 경제, 문화, 외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의 행위는 왕실이 주관한다.또 하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자면 UAE의 차량 번호판이다. 이들 번호판에는 자신의 거주지역과 5자리의 번호가 적혀 있는데, 거기에는 신분을 구분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3자리 숫자 이내의 번호판은 왕실과 그 가족의 차량으로 번호가 그들의 서열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원주민들의 번호판은 4자리이며, 외국인 차량의 번호판은 5자리로 구분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가 방문했던 연구소의 CEO는 2자리로 된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 꽤 지위가 있는 왕족일 것이라 짐작할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UAE의 관계는 기존의 경제, 통상 관계에서 최근에는 보건, 교육, 신재생 에너지 등 포괄적 분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들은 자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나라와도 협력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고자 희망한다. 무엇보다 과학기술분야에서 그들의 문호를 개방해 세계의 선진기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유력한 국가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그들의 요구를 잘 파악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UAE의 경제적 지원으로 '상호 win-win'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발전시킨다면 우리기술의 세계적 우위도 확보하면서 산업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3-01 김민규

[춘추칼럼]'한끼줍쇼', 환대의 정치경제학

'밥상공동체의 아름다움' 강조 사회적 역할 수행 문 안 열고 못 여는 사람·생존 전쟁터 미 귀환자이들이야말로 정말 따뜻한 밥한끼 함께할 사람들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고 썼다. 이 말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시대 밥벌이가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더라도 결국 밥벌이라는 궁극적인 조건 앞에서는 버티지 못한다. 작가는 이 밥벌이의 어쩔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밥벌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인간으로서 다른 차원의 삶은 요원해진다.jtbc에서 수요일 밤 방영되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은 우리가 매일 먹고 살아가는 '밥'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흥미를 유발한다. 처음에는 현대인의 주거형태와 생활방식을 고려해서 이렇게까지 프로그램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함께 식사를 나누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1인 가구와 혼밥족이 트렌드가 되는 사회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신선한 발상은 되겠지만 지속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끼줍쇼'는 대박 프로그램이 되었다.프로그램 구성은 강호동과 이경규라는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을 고정으로 하고 매회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초인종을 눌러 한 끼를 요청하는 것이다. 초반에 선정 지역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소개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목동 아파트촌이나 신림동 고시촌 등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초인종을 누르는 데서 시작된다. 저녁 시간에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근래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사실 방문(訪問)은 아름다운 일이다. 방문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서로 친해진다. 서로의 삶의 조건을 알게 되고 나아가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누군가의 집이나 작업실 등을 방문하는 것은 서로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애정의 표현이며 나의 시간과 일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산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방문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방문도 원하지 않는다. 서로 방문하는 일이 사라져 버렸다.'한끼줍쇼' 프로그램은 트렌드와 의미를 모두 충족시키는 정말 괜찮은 기획이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에서 담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 끼'의 성공을 위해서 수많은 부재와 거절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낯선 사람을 맞아들이는 이들이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타인을 초대할 엄두나 상황을 갖지 못한다. 무엇보다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지 않는 현실은 따로 있다. 저녁 8시가 넘도록 집에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의 삶. 저녁 식사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행복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잃어버린 소중한 일상일 수도 있다.여성학자 김현경은 "환대(hospitality)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라면서 "누군가를 환대한다는 것은 그를 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 그를 향한 적대를 거두어 들이고 그에게 접근을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한끼줍쇼' 프로그램은 환대의 문제와 연결된다. 환대의 주체와 대상 그리고 인정과 배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환대를 통한 밥상공동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 환대의 장에 처음부터 초대받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이다. 문을 열지 않거나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생존이라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정말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나눠야 할 이들이다.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커뮤니티 혹은 공동체 담론이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근간을 이루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임마누엘 칸트의 말이다. "지구는 둥글고 그 표면적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2-22 권경우

[춘추칼럼]경제 정책들의 상충

비정규직 강제로 '정규직화' 되레 일자리 줄어최저임금 상승은 高임금 대기업 근로자 '이득'여러부작용 못 고쳐 노동시장 개혁 꿈도 못 꿔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큰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일자리가 불안한데 저축도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 가난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는 모습은 둔중한 아픔을 남긴다. 이어 그런 고통이 경제의 침체 때문이 아니라 현 정권의 어리석은 고집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생각이 분노의 불길을 댕긴다.현 정권은 일자리 늘리기를 으뜸으로 꼽았다. 상황판까지 만들었다. 그러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슬그머니 '적폐 청산'을 앞자리에 내세웠다. 이제 일자리들이 크게 줄어들고 청년 실업이 가파르게 늘어나자, 다시 일자리를 챙긴다. 문제는 현 정권의 정책들 가운데 여럿이 일자리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현 정권은 공무원을 갑자기 늘렸다. 그러나 늘어난 공무원들이 생산하는 가치는 크지 않다. 그들의 봉급은 세금에서 나오는데, 세금을 걷어서 쓰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이윤이 줄어든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니, 궁극적으로 일자리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줄어든다.비정규직들을 강제로 정규직으로 만드는 정책도 일자리를 줄인다. 비정규직들을 쓰는 기업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데, 그것을 막으니, 시장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셈이다.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든다.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특히 나쁜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른 임금을 줄 수 없는 일자리들이 사라진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는 일자리를 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특히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득을 보도록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는 부도덕한 제도다. 불행하게도, 강력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현 정권은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졌다.경쟁력이 있고 유망한 원자력 발전 산업을 단숨에 황폐하게 만든 '탈원전' 정책도 두고두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들의 폐쇄로 인한 전기의 부족과 가격 상승은 기업의 비용을 올리고 경쟁력을 약화시켜서 앞으로 더욱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세율을 크게 올린 것도 문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세금을 거두어 쓰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서, 세금이 늘어나면, 사회의 효율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특히 법인세의 인상은 전략적으로도 어리석으니, 기업들이 들어오지 않고 해외로 나간다. 미국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나라들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추는데, 우리나라만 그런 추세에 역행한다.가장 근본적 문제는 노동조합 쪽으로 너무 기운 현 정권의 노동정책이다. 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는 시장의 정상적 움직임을 방해한다. 그래서 모든 경제학자들이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경제 개혁의 핵심으로 꼽는다. 우리 사회에선 노동법이 비정상적으로 노동조합에 유리할 뿐 더러 그런 법마저 노동조합의 '직접 행동'에 흔히 무너진다. 이처럼 편향되고 경직된 노동시장은 고용을 크게 줄인다. 게다가 줄어드는 일자리들은 주로 대기업들의 하청업체들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입는다.이처럼 일자리가 갑자기 줄어든 것은 현 정권의 정책들이 고용에 해롭기 때문이다. 그런 정책들의 상충을 해결하지 않고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 물론 그것은 풀기가 무척 어려운 문제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좌파 정당들은 모두 노동조합의 정치부서(political arm)였다. 특히 현 정권은 노동조합의 적극적 지원으로 집권했다. 따라서 현 정권은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정책들을 추진해야만 하고 반대하는 정책들은 실행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가 부른 갖가지 부작용들을 확인하고도 그것을 수정하지 못하는 데서 그 점이 잘 드러난다. 노동시장의 개혁은 물론 꿈도 꾸지 못한다.자신을 위해서라도, 현 정권은 어리석은 정책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리고 검증된 처방들을 따라 일자리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권력기관들과 언론매체들을 장악해서 시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전략만으로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크게 부족하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8-02-08 복거일

[춘추칼럼]한반도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

문정부 주도 통일 지향적 평화체제 구축실행위해선 '한반도평화협력 기구' 필요평창올림픽후 '역지사지' 문제해결 출발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와의 끊임 없는 대화이다.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하면서 역사는 발전한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과 주변국인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중단됐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원년인 2012년 개정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2013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2017년에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반도비핵화 프로세스는 29년간 이행·지연·중단이 반복되어 왔다.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영구화 수순을 밟으면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행조치가 기대하기 힘든 대목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북핵문제는 국제적 사안으로 굳어졌다. 북핵의 고도화·영구화, 미·중 간 지역 내 경쟁 구도 등의 2가지 요소가 고려된 한반도 그랜드 플랜(Grand Plan)의 수립이 시급함을 보여준다.그랜드 플랜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통일 지향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상정해야 한다. 신뢰성 있는 대북 억지력의 바탕 하에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병행 진전을 이끌기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발전의 선순환 구도 정립이 중요하다. 대북원칙의 신축적인 적용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대북설득과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미·대중외교를 통한 6자회담 당사국 간 다자안보협력체까지 도모하는 큰 틀의 타협이 필요하다. 플랜은 세 개의 세부 트랙이 요구된다. 첫째, 비핵화 트랙이다. 미·북이 중심이 되고, 한·중이 지원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체제 트랙이다.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하고, 미·중이 보장하고, 일·러가 지원하여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 안보협력 트랙이다. 미·중 간 안보협력문제를 개진한 후 남·북·일·러가 지원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플랜의 이행방식은 일괄타결, 동시행동, 병렬적 이행·검증에 의해 다음 단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행기구는 비핵화, 평화체제, 개발협력, 동북아평화협력 등 4개 분과를 둔 가칭 '한반도 평화협력 기구'가 필요하다. 협력 기구는 국제기구로서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이행·검증을 관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랜드 플랜의 합의 이전과 이후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여 남북 간 경제협력 복원과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한 군사협력이 추진되면 금상첨화이다.북한의 선핵포기를 주장하는 이론적 담론이나 암묵적인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하는 제재·압박론은 폐기되어야 한다. 제재·압박 국면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핵포기를 상정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플랜은 국면전환의 과정에서 미·중보다 앞서서 과정을 주도해나가는 창조적 대안을 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주도의 통일을 이루려는 자세와 노력이다. 미·중은 상이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동북아 지역 내 영향력 유지 또는 확대를 추진한다. 현상유지와 상황관리가 더 편한 미·중에게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미·중은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인 역학이 작용하여 북핵도 자국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사안으로 쉽게 전환되는 역사적 경험을 가진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수준을 두고, 한국을 배제한 채 미·중 외무장관 간 한반도 내 사드 전력 배치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맞교환했다는 관측이 이를 방증한다. 많은 사람들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를 걱정한다. 역사사지의 자세가 문제해결의 출발이다. 한반도 그랜드 플랜은 역지사지의 자세에 토대한다. 남북간 대화의 틀이 마련됐다. 한미동맹은 튼튼하다.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반도 그랜드 플랜의 내용을 채우고 작동기회를 만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2-01 양무진

[춘추칼럼]중국의 세계 첫 원숭이 복제 성공 의미

中의 바이오분야 관심·투자 부러움보다한국의 '4차산업혁명·성장동력'이란 걸정부·투자기관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라세계적 학술지인 '셀(Cell)'지는 지난 24일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에서 체세포 핵이식기술(SCNT)로 마카크 원숭이 2마리의 복제 성공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이는 1996년 영국의 로슬린연구소에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지 22년 만에 영장류의 복제에 성공한 기술이다.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따지자면 큰 의미가 없지만 의학·학술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람의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에 사용되어 온 동물은 마우스(흰 생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마우스는 사람과 생리적·유전적 차이로 인해 약효평가나 신약개발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2015년 '네이처'지는 발표했다. 따라서 사람과 매우 유사한 유전적 생리학적 특성을 가진 원숭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은 한층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필자가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원숭이 복제에 성공한 연구주체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R&D 지원은 물론 산업화에도 한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신약 임상지원 건수가 이미 한국을 앞지른 지 오래됐다. 바이오분야의 예산 규모는 2015년 기준 2조3천억원을 웃돌았던 한국 바이오 R&D 예산에 비해 중국은 2009년 2조원을 넘어섰고 2012년에 5조원에 육박했다. 외국 바이오·제약사의 R&D센터를 적극 유치하는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움직임은 기민하다. 로슈,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연구센터를 중국 내에 유치하고 이들과 베이징대·칭화대 간 공동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바이오 육성 정책에 힘입어 관련 해외 유학파들의 귀국 움직임과 기업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6년간 귀국한 200만명의 해외 유학파 가운데 25만명은 생명공학 분야 인재인 것으로 알려졌다.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에서 실시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관련 임상시험은 모두 10건으로 이 중 9건이 중국에서 진행됐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유전자 가위 연구팀의 칼 준 박사는 "미국과 중국은 유전자 가위분야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 영향으로 미국은 유전자 가위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각종 규제 탓에 연구시험에 제동이 걸리며 뒤처지고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은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되면서 DNA 교정이 더욱 용이해졌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적용 가능해 질병이나 병충해에 강한 동식물의 육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법에 의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연구의 진행속도가 매우 더디다. 또한 유전자 가위에 앞서 한국이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했던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중국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줄기세포에 관한 한국과 중국의 신규 임상연구 건수는 2014년 각각 5건으로 동일했지만 2015년 중국이 11건으로 한국(10건)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중국 8건, 한국 5건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자칫하면 우리는 선진국의 연구결과만 쫓아가는 형국이 될 수 있어 규제의 완화와 R&D 지원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향후 국민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은 바이오분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가시적인 성과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까지 한결같이 바이오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는 바이오산업이 시장 친화적이지 못하고, 창업 등에 대한 혁신적 노력이 부족했으며, 실패확률이 높은 분야의 투자의지 부족 등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연구자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 발표 경쟁력이 세계 11위이며, 특허경쟁력이 세계 9위라 할지라도 세계적인 평가기관들은 한국의 바이오분야 투자 현실이 빈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중국의 바이오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많은 연구자와 창업자들의 부러움으로 남기보다는 한국의 성장동력이 바이오분야임을 정부나 투자기관에서 제대로 인식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크며,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바이오헬스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연구개발 인프라 조성 및 협력체계를 구축하길 기대한다. 바이오 산업이 중요시 여기는 원천기술 확보와 R&D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 특성을 정부나 민간이 잘 이해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투자가 과감히 이루어지길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소망해 본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1-25 김민규

[춘추칼럼]모두의 친구,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 첫 美 '빌보드 200' 7위 세계적 그룹칼군무·SNS소통·사회적 메시지 '성공비결'자신의 삶 노래 동시대 고민하는 '진짜 가수'BTS.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BTS라는 이름이 약간은 생소하게 다가왔을지 모르지만, 이젠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했다. 유튜브에서 1억뷰가 넘는 영상이 11개나 되고, 트위터 팔로어 수는 1천만명이 넘는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음악지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의 7위에 진입했고,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13일 7명의 남성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했고, 소속사는 작곡가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다. 소위 잘 알려진 3대 기획사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남다른 이유이다. 주목할 것은 방탄소년단이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천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와 함께 '아미(ARMY)'라는 팬클럽을 통해 전 세계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어가는 것은 철저한 기획이나 마케팅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특히 해외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자국어로 번역해서 전파하는 등 '군대'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이 화려한 주목을 받기 전부터 '학교 3부작'과 '청춘 3부작' 등을 통해 꾸준하게 우리 시대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를 노래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왔다는 점이다.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흔히 '칼군무'라고 부르는 화려한 퍼포먼스, 둘째, SNS를 활용한 팬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 셋째, 추상적인 사랑 노래나 무조건적인 현실 비판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가사 등이다. 이 중에서도 퍼포먼스는 전문 영역으로 제쳐 놓더라도, SNS 소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쉽지 않은 영역이다.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이동하는 중간에 틈틈이 자신들의 일상을 SNS에 올리면서 팬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그 행위를 꾸준하게 반복한다. 그리고 그 일상은 자연스러운 행동과 언어가 담겨 있는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막연한 동경으로 바라보던 스타로서가 아니라 내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일상성과 지속성, 친밀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담아냄으로써 아이돌그룹과 팬클럽을 거의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하는 효과를 갖는다. 다른 기획사들이 통제와 검열을 통해 아이돌그룹을 관리했다면,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이 갖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노랫말에 있어서도 청년 세대의 현실과 고민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거나 아동청소년 폭력 문제 등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등의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이는 가수의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누군가 만들어준 노래를 단순히 기계처럼 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내는 노래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진정성'이라는 표현으로 이해되었고 지금은 많이 잊혀진 단어라 하더라도,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진정성이 갖는 가치와 무게는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기획사의 '상품'이 아닌 동시대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가수'가 되고자 했다. 상품은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고 팔리지 않으면 바로 폐기 처분한다. 아이돌문화의 그늘은 모두 여기에서 출발한다. 소수의 성공 신화를 꿈꾸는 가운데 수많은 아이들이 군대보다도 심한 합숙을 강요당하는 게 현실이다. 방탄소년단은 진짜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면서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수 년 동안의 경험은 멤버 각자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상호조합을 완성시켰다. 경쟁과 성공이라는 단순한 지배적 논리가 아니라 배려와 겸손, 일상, 고통 등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 논리를 경험한 것이다.어쩌면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은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지구상에서 온갖 전쟁을 치르는 이들을 대신해 수많은 총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 한 사람 손 내밀어 주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방탄소년단과 '친구'가 되었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1-18 권경우

[춘추칼럼]영어 교육에 대한 성찰

이중언어 많은 정보 얻어 삶이 풍요로워져조기교육 문제점 조사 방법론적 너무 허술어릴적 배우지 못하면 개인·사회적 손실 커교육부가 3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말라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이 영어 방과후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맞추라는 얘기라 한다.무릇 유용한 지식을 배우지 말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영어가 중요하다고 모두 얘기하는 세상에서 이런 조치는 우스꽝스러울 뿐 아니라 크게 해롭다. 그러나 그것은 그럴 듯하게 들리는 논거를 지녔다. 따라서 먼저 그것의 논거를 살펴서 논파해야 한다.영어 교육에 비우호적인 주장들은 영어가 한국어와 경쟁한다고 전제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근본적 이유는 영어가 세계어라는 사정이다. 다양한 민족어들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영어로 소통한다. 즉 세계어인 영어와 민족어들은 보완적이다. 실은 민족어들의 효용은 세계어에 의해 증폭된다. 영어를 통해 세계로 퍼지지 않으면, 민족어를 통한 활동들은 국내에 머물게 된다. '한류'라 불리는 황동들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영어 사용의 혜택이 워낙 크고 분명하므로, 영어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은 아이들이 처음 언어를 배울 때 영어와 한국어가 경쟁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영어는 언어적 정체성이 확립된 뒤에 배워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는다. 이번 논란의 뿌리인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교육 금지는 그런 처방을 따랐다.그런 처방은 일상적 경험과 맞지 않고 언어학의 정설과 어긋난다. 아이들은 언어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태어난다. 그리고 둘레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배워 모국어로 삼는다. 이처럼 선천적 능력이 환경에 맞춰 발현되는 과정은 각인(imprinting)이라 불린다. 동물들의 새끼가 어미를 알아보는 것이나 연어가 태어난 하천을 기억하는 것도 각인 덕분이다.각인은 일정 기간만 작동한다. 그래야 올바른 정보가 입력될 수 있다. 그런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는 새끼가 어미를 알아보는 일에선 생후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다. 언어의 습득에선 대략 11세까지다. 즉 11세까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언어는 뒤에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원어민처럼 쓸 수 없다.언어 능력은 보편적이므로, 보통 사람도 여러 언어를 쓸 수 있다. 물론 먼저 배운 언어를 더 잘 쓴다. 두 언어를 동시에 배워도, 한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우세하다. 그렇게 먼저 배운 언어가 모국어로 되므로, 언어적 정체성에서 혼란은 나오지 않는다.당연히, 되도록 어릴 적에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국어를 배우고 이어 세계어인 영어를 배운다. 이중언어 사용은 크게 이롭다. 풍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으므로, 삶이 풍요로워진다. 이중언어 사용자의 뇌는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보다 민첩하고 갈등을 잘 풀고 치매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문화적 공감 능력, 열린 마음 및 사회적 주도력에서도 낫다. 자연히, 지능이 높아지고 소득도 따라서 높아진다.반면에, 여러 언어를 배우는 데서 나오는 부작용은 없다. 단 하나의 문제는 분산적 이중언어 사용(distractive bilingualism)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첫 언어의 습득이 중단되거나 불충분하면, 그 아이는 두 언어 다 제대로 쓰지 못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민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때로 나온다.이것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라는 교육부 조치의 근거인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상황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민 오지 않았다. 모두 엄마 품에서 한국어를 배워서, 첫 돌 지나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는다.영어 조기 교육이 문제적이라는 조사들은 우리 사회에서만 나온다. 그런 조사들은 단편적이고 편향적이어서 방법론적으로 너무 허술하다. 무엇보다도, 언어학의 정설에 어긋나는 결론을 내놓고도, 그런 예외적 현상이 나온 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 영어를 배우지 못해서 입을 손실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당히 클 것이다. 교육부가 잘못된 정책을 세우고 일관성이라는 명분으로 그것을 확대하려는 것은 어리석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8-01-11 복거일

[춘추칼럼]북한 신년사를 통해 본 2018년 남북관계 전망

김정은, '평창올림픽·남북관계 개선' 언급南과 대화 美에 접근 '통남통미' 전술 변화정부, 북·미 설득 4자·6자 회담 견인시켜야북한의 신년사는 한 해 국정 운영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은색양복에 뿔테 안경을 쓰고 김일성·김정일의 배지를 착용하지 않았다. 김일성 스타일을 연상시키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관료정치·형식주의·부패정치와 같은 자아비판을 삼가면서 인민과 인민군대에 대한 경의를 표시했다. 집권 6년차의 안정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해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에 토대해서 내적으로는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외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김정은 위원장은 대남비난을 하지 않으면서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 및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화국 창건 70주년과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라고 표현했다. 정치적 행사와 스포츠 행사는 별개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연계를 시킨 것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명분 확보에 나름의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직접적인 조건을 달지 않았다.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은 곧 법이다. 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성격으로 볼 때 평창올림픽 참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될듯하다.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맞대응 의지를 보였다.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음을 강조했다. 핵단추가 있다는 것은 소규모의 핵이 실전배치 되었음을 의미한다. 핵보유국의 간접선언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남측에 대해서는 대화를 주장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대결을 강조하는 통남봉미 전술이라고 비판한다. 통남봉미 전술에는 남남갈등·한미갈등을 야기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담겨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남측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담판하는 통미봉남 전술을 펼쳤다. 핵문제·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담판하려는 의도는 변화가 없는 듯하다. 올해 신년사는 남측과 대화하고 남북관계 통로를 통해 미국에 접근하려는 통남통미로의 전술적 변화 해석이 설득력을 지닌다.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신년사에 대해 즉각적인 환영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통일부·문체부에 철저한 준비를 지시했다. 통일부 장관은 NSC 회의를 거쳐 곧장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북측은 문재인 정부의 환영 메시지와 즉각적인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3일 오후 3시 30분(서울시간)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조치를 취했다. 남북한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속도전이 아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양측 최고지도자의 의지 속에서 철저히 준비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한미간의 조율 시간도 없이 우리측의 속도전에 대해 한미갈등을 우려한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문제를 논의해 왔다. 대북압박·제재도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것임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회담 추진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과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회담에 임할 것임도 분명히 한다. 한미동맹은 튼튼하다. 북한의 전략전술에 의해 한미갈등이 야기되는 시대는 지났다.북측은 우리측이 제안한 고위급 당국회담에 호응할 듯하다. 평창올림픽 참가문제를 중심으로 한 상호관심사라는 포괄적 의제가 예상된다. 대화문제, 교류문제, 안보우려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요약된다. 남북한은 서로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는 합의하고 안보우려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말하고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차기회담 날짜를 잡고, 평창올림픽 참가문제에 합의하고, 현안문제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했다는 정도만 합의서 또는 공동보도문에 담아도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그랜드 플랜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서 북미회담을 촉진시키고, 4자회담·6자회담을 견인하는 1단계 그랜드 플랜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1-04 양무진

[춘추칼럼]동물이 사람을 치료하는 감동의 시대

절망에 선 사람들 치료견 동행 사람이상 온기뇌경색·치매환자 개와 지속적 교감 대화 가능동물복지·휴먼서비스 위해 통합적 접근 필요현대인들은 산업화, 정보화와 더불어 급변하는 환경체계의 영향으로 정신적 스트레스 및 소외감 등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함으로써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따라서 물질적, 공간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반려동물을 입양해 본인 또는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을 갖추지 못하는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인 양로원 노인들이나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타인의 동물을 이용하여 정신적, 신체적 재활과 회복을 제공받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동물매개치료(Animal Assisted Therapy, AAT)라고 부른다.동물매개치료는 사람과 동물과의 연대감을 활용해 치료 대상자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 들어 유아나 청소년의 발달장애 치료와 일반인들의 우울증 치료,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목적으로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학업능률에 대한 강박증, 학교 생활 부적응, 게임중독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많은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독거노인들의 경우 우울증, 무력감, 소외감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동물매개치료가 적용되어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낯설고 초보적 단계에 있는 동물매개치료가 선진국에서는 심리학 및 정신치료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고양이로 인하여 사람의 말문이 열리고, 장수풍뎅이가 아이의 사고력을 발달시키며, 돌고래가 반신마비 환자의 행동욕구를 자극하고, 승마재활프로그램이 재활의학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동물매개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일본의 경우 유기견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러한 사례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매개치료를 도입한 것으로 치료견 전문가인 오키 도루의 역할이 매우 크다.그는 "유기견을 치료견으로 거듭나게 해 사람 이상의 따스함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일본 열도가 감동의 눈물이 넘쳐났다. 한국도 유기견의 활용이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 삼성화재에서 유기견을 활용한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을 양성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그 활용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치료견의 역할은 사실 별다른 게 아니다. 뇌경색환자나 치매환자는 지속적으로 개의 이름을 외우게 하고 개와의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대화가 가능하게 한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재활기간동안 환자와 함께 걷고 생활하며 곁을 지켜주는 게 전부다. 하지만 절망의 낭떠러지에 선 사람들에게 말 없는 치료견의 동행은 사람 이상의 온기를 전해준다. 치료견을 향한 애정과 유대감이 깊어질수록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강해지고 면역력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교육과정은 주로 동물관련학과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동물을 이해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동물복지와 휴먼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따라서 사람의 심리정서를 다루는 사회복지학과, 심리학과, 간호학과 등에서도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학제간 공동연구를 통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대상자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의 수가 1천만을 넘었지만 유기견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산업의 확대에 따른 슬픈 그늘이다. 인간에게 버림받았지만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견공들을 위해 우리는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7-12-28 김민규

[춘추칼럼]'고객'과 '서비스'의 덫에 걸린 공공성

각 기관 평가기준과 공무원·정치인 시각 변해야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깊이 박힌 인식 탈피 민원인 아닌 '제안자'·'협의자'되는 정체성 필요 오늘날 공공영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민원'일 것이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바로 '민원'이고, 지역 정치인이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영역도 바로 '민원'이다. 도서관, 미술관, 체육시설 등 공공문화체육시설 등은 민원에서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이다. 일단 주민과 가장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때로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받는 주체로서의 자각을 인식시키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더 친절한 서비스'라는 민원과 서비스라는 사실은 악순환에 가까운 체계를 구축하고 만다. 물론 민원은 시민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장치이다. 동시에 민원은 철저하게 정치적 영역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행정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하면,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욕망을 실현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기능을 감안하고, 사실 민원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필요해 보인다.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아리랑시네센터라는 공공영화관의 사례는 공공문화시설의 운영에 관한 새로운 실험이라 할 만하다. 2004년 개관한 아리랑시네센터는 지자체의 소유이면서 성북문화재단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공공영화관이다. 총 3개관 436석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개봉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1개관은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영화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영화상영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2009년 가까운 지하철역 주변에 대형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관람객과 수입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2013년 말 리모델링 과정 이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2015년과 2017년 말 기준으로 비교하면 수입과 관람객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약 25%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만약 이 정도로 그친다면 열심히 운영해서 관람객과 수입 증가를 이뤄냈다는 객관적 수치의 성과로만 끝날 것이다. 아리랑시네센터는 단순한 영화관 운영 이상의 지역사회에서 마을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종의 '마을영화관'으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다. 독립영화 무료상영회 및 감독과의 대화, 유럽단편영화제, 터키영화제, 노인영화제, 왕릉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 개최, 예술의 전당 우수공연영상 무료상영회,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상영, 영유아가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맘스데이', 다양한 발표회와 공연 공간 제공 등 계량적 성과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서 공공영화관으로서의 기능을 살리고자 애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찌 보면 공급 중심의 영화관 프로그램의 일환에 불과할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측면은 영화관을 찾는 이들을 '고객'으로 대하기보다는 '마을 주민'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공공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서 마을과 지역을 함께 살려나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환대하는 것이다. '노 키즈(No Kids)'가 유행하는 사회에서 유모차를 끌고 영유아를 데리고 영화관을 방문하는 육아맘들을 환대하는 공간, 유치원이 끝나고 잠시 들러 키즈놀이방에서 놀다 가도 편안한 공간, 장애인이나 어르신이 와도 전혀 낯설지 않은 공간, 매점과 카페의 운영이 지역자활센터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바로 공공영화관으로서 아리랑시네센터의 모습이다.이러한 공간의 모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공문화예술공간'에 대한 효율성의 잣대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기관 평가기준이 달라져야 하고, 공무원이나 지역정치인의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안에 깊이 박혀 있는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벗어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 '민원인'이 아니라 '제안자'가 되고 '협의자'가 되는 일이다. 문제 해결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보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고객과 서비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호혜와 환대, 배려, 우정이 움트는 관계를 만들어보자. 그 관계,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제대로 된 공공성이 꽃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걸어 다니는 우리 동네에서 먼저 이웃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7-12-21 권경우

[춘추칼럼]점점 빨리 바뀌는 환경에 대한 적응

여성 과학·수학 능력 뒤진다는 편견 없애고스스럼없이 전공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건우리사회 정의·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수능 시험도 끝나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진로에 고심할 터이다. 진로를 정할 때는 자신의 적성과 함께 사회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사회환경에서 두드러진 특질은 모든 것들이 빠르게 바뀔 뿐 아니라 변화가 가속된다는 점이다.사회적 변화가 가속되는 근본 원인은 지식의 가속되는 확장이다. 단 몇 해 만에 지식의 총량이 곱절로 늘어나는 상황에선 지식은 점점 빠르게 낡아간다.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10년 뒤면 거의 다 낡아 버리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현대인은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현대 교육의 진정한 목표다.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자신이 고를 수 있는 대응책은 되도록 기초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사회환경에 필요한 지식을 얻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는 좁은 응용 학문보다는 기초 학문이 낫다. 당장 취직에 도움이 되는 좁은 분야를 전공하는 것은 '지나친 전문화'의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아울러,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을 열심히 얻어야 한다. 지식은 언어에 담기므로, 학생들은 언어 습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중요한 언어는 영어와 수학이다. 영어는 배우기가 비교적 쉽고 배울 기회도 많다. 수학은 스스로 배우기가 무척 어렵고 기회도 적다.게다가 수학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학을 일찍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두려움은 수학의 본질과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정에서 주로 나온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우리는 두려워하고 미워한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혼자서 수학을 이해하려 애쓴 한 지식인의 경험을 얘기한다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데는 수학철학 입문서를 읽는 것이 좋다. 수학철학을 통해서 수학의 본질과 모습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수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친근감이 생긴다. 이어 수학사를 읽어 수학이 자라온 과정을 알게 되면, 수학의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눈에 들어온다. 수학철학이나 수학사가 쉬운 학문은 아니지만, 친절한 입문서를 고르면, 별다른 수학 실력이 없는 대학생도 따라갈 수 있다.수학은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여학생들은 특히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수학적 능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뒤진다는 통설은 거의 틀림없이 그르다. 우리의 다른 능력들과 마찬가지로, 수학적 능력도 원시시대에 다듬어졌을 터인데, 원시시대의 환경에서 수학적 능력이 여성에게 덜 필요했다는 증거는 없다. 설령 그런 차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뉴턴과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의 수준에서 나오지 이미 존재하는 수학 지식을 배워서 쓰는 수준에선 나올 리 없다.따라서 여성을 수학과 멀어지게 만든 요인들은 모두 문화적 요인들이다. 과학과 수학은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널리 퍼져서, 여학생들이 과학과 수학을 배울 기회를 처음부터 줄였다. 그리고 여성 과학자와 수학자가 드물다는 사실이 그런 선입견을 정당화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수학의 중요성은 빠르게 늘었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터라, 현대인에게 식수(numeracy)는 근대인에게 식자(literacy)가 지녔던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사정은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은 이유들 가운데 하나다. 수학 실력이 뒤지면, 전문적 과학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좋은 직업과 직장을 얻기 어렵다. 요행히 얻더라도, 유리천장을 깨고 상층부로 진입하기 어렵다.여성이 현대 사회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과학과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낮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지금, 여성의 경제 활동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긴요하다. 여성이 과학과 수학에 대한 적성이나 능력이 뒤진다는 편견을 없애고 여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과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사회 정의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7-12-14 복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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