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중국의 세계 첫 원숭이 복제 성공 의미

中의 바이오분야 관심·투자 부러움보다한국의 '4차산업혁명·성장동력'이란 걸정부·투자기관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라세계적 학술지인 '셀(Cell)'지는 지난 24일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에서 체세포 핵이식기술(SCNT)로 마카크 원숭이 2마리의 복제 성공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이는 1996년 영국의 로슬린연구소에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지 22년 만에 영장류의 복제에 성공한 기술이다.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따지자면 큰 의미가 없지만 의학·학술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람의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에 사용되어 온 동물은 마우스(흰 생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마우스는 사람과 생리적·유전적 차이로 인해 약효평가나 신약개발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2015년 '네이처'지는 발표했다. 따라서 사람과 매우 유사한 유전적 생리학적 특성을 가진 원숭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은 한층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필자가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원숭이 복제에 성공한 연구주체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R&D 지원은 물론 산업화에도 한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신약 임상지원 건수가 이미 한국을 앞지른 지 오래됐다. 바이오분야의 예산 규모는 2015년 기준 2조3천억원을 웃돌았던 한국 바이오 R&D 예산에 비해 중국은 2009년 2조원을 넘어섰고 2012년에 5조원에 육박했다. 외국 바이오·제약사의 R&D센터를 적극 유치하는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중국의 움직임은 기민하다. 로슈,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연구센터를 중국 내에 유치하고 이들과 베이징대·칭화대 간 공동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바이오 육성 정책에 힘입어 관련 해외 유학파들의 귀국 움직임과 기업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6년간 귀국한 200만명의 해외 유학파 가운데 25만명은 생명공학 분야 인재인 것으로 알려졌다.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에서 실시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관련 임상시험은 모두 10건으로 이 중 9건이 중국에서 진행됐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유전자 가위 연구팀의 칼 준 박사는 "미국과 중국은 유전자 가위분야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 영향으로 미국은 유전자 가위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각종 규제 탓에 연구시험에 제동이 걸리며 뒤처지고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은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되면서 DNA 교정이 더욱 용이해졌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적용 가능해 질병이나 병충해에 강한 동식물의 육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법에 의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연구의 진행속도가 매우 더디다. 또한 유전자 가위에 앞서 한국이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했던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중국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줄기세포에 관한 한국과 중국의 신규 임상연구 건수는 2014년 각각 5건으로 동일했지만 2015년 중국이 11건으로 한국(10건)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중국 8건, 한국 5건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자칫하면 우리는 선진국의 연구결과만 쫓아가는 형국이 될 수 있어 규제의 완화와 R&D 지원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향후 국민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은 바이오분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가시적인 성과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까지 한결같이 바이오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는 바이오산업이 시장 친화적이지 못하고, 창업 등에 대한 혁신적 노력이 부족했으며, 실패확률이 높은 분야의 투자의지 부족 등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연구자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 발표 경쟁력이 세계 11위이며, 특허경쟁력이 세계 9위라 할지라도 세계적인 평가기관들은 한국의 바이오분야 투자 현실이 빈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중국의 바이오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많은 연구자와 창업자들의 부러움으로 남기보다는 한국의 성장동력이 바이오분야임을 정부나 투자기관에서 제대로 인식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크며,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바이오헬스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연구개발 인프라 조성 및 협력체계를 구축하길 기대한다. 바이오 산업이 중요시 여기는 원천기술 확보와 R&D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 특성을 정부나 민간이 잘 이해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투자가 과감히 이루어지길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소망해 본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8-01-25 김민규

[춘추칼럼]모두의 친구,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 첫 美 '빌보드 200' 7위 세계적 그룹칼군무·SNS소통·사회적 메시지 '성공비결'자신의 삶 노래 동시대 고민하는 '진짜 가수'BTS.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BTS라는 이름이 약간은 생소하게 다가왔을지 모르지만, 이젠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했다. 유튜브에서 1억뷰가 넘는 영상이 11개나 되고, 트위터 팔로어 수는 1천만명이 넘는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음악지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의 7위에 진입했고,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13일 7명의 남성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했고, 소속사는 작곡가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다. 소위 잘 알려진 3대 기획사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남다른 이유이다. 주목할 것은 방탄소년단이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천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와 함께 '아미(ARMY)'라는 팬클럽을 통해 전 세계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어가는 것은 철저한 기획이나 마케팅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특히 해외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자국어로 번역해서 전파하는 등 '군대'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이 화려한 주목을 받기 전부터 '학교 3부작'과 '청춘 3부작' 등을 통해 꾸준하게 우리 시대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를 노래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왔다는 점이다.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흔히 '칼군무'라고 부르는 화려한 퍼포먼스, 둘째, SNS를 활용한 팬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 셋째, 추상적인 사랑 노래나 무조건적인 현실 비판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가사 등이다. 이 중에서도 퍼포먼스는 전문 영역으로 제쳐 놓더라도, SNS 소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쉽지 않은 영역이다.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이동하는 중간에 틈틈이 자신들의 일상을 SNS에 올리면서 팬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그 행위를 꾸준하게 반복한다. 그리고 그 일상은 자연스러운 행동과 언어가 담겨 있는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막연한 동경으로 바라보던 스타로서가 아니라 내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일상성과 지속성, 친밀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담아냄으로써 아이돌그룹과 팬클럽을 거의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하는 효과를 갖는다. 다른 기획사들이 통제와 검열을 통해 아이돌그룹을 관리했다면,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이 갖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노랫말에 있어서도 청년 세대의 현실과 고민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거나 아동청소년 폭력 문제 등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등의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이는 가수의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누군가 만들어준 노래를 단순히 기계처럼 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내는 노래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진정성'이라는 표현으로 이해되었고 지금은 많이 잊혀진 단어라 하더라도,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진정성이 갖는 가치와 무게는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기획사의 '상품'이 아닌 동시대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가수'가 되고자 했다. 상품은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고 팔리지 않으면 바로 폐기 처분한다. 아이돌문화의 그늘은 모두 여기에서 출발한다. 소수의 성공 신화를 꿈꾸는 가운데 수많은 아이들이 군대보다도 심한 합숙을 강요당하는 게 현실이다. 방탄소년단은 진짜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면서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수 년 동안의 경험은 멤버 각자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상호조합을 완성시켰다. 경쟁과 성공이라는 단순한 지배적 논리가 아니라 배려와 겸손, 일상, 고통 등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 논리를 경험한 것이다.어쩌면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은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지구상에서 온갖 전쟁을 치르는 이들을 대신해 수많은 총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 한 사람 손 내밀어 주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방탄소년단과 '친구'가 되었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8-01-18 권경우

[춘추칼럼]영어 교육에 대한 성찰

이중언어 많은 정보 얻어 삶이 풍요로워져조기교육 문제점 조사 방법론적 너무 허술어릴적 배우지 못하면 개인·사회적 손실 커교육부가 3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말라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이 영어 방과후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맞추라는 얘기라 한다.무릇 유용한 지식을 배우지 말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영어가 중요하다고 모두 얘기하는 세상에서 이런 조치는 우스꽝스러울 뿐 아니라 크게 해롭다. 그러나 그것은 그럴 듯하게 들리는 논거를 지녔다. 따라서 먼저 그것의 논거를 살펴서 논파해야 한다.영어 교육에 비우호적인 주장들은 영어가 한국어와 경쟁한다고 전제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근본적 이유는 영어가 세계어라는 사정이다. 다양한 민족어들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영어로 소통한다. 즉 세계어인 영어와 민족어들은 보완적이다. 실은 민족어들의 효용은 세계어에 의해 증폭된다. 영어를 통해 세계로 퍼지지 않으면, 민족어를 통한 활동들은 국내에 머물게 된다. '한류'라 불리는 황동들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영어 사용의 혜택이 워낙 크고 분명하므로, 영어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은 아이들이 처음 언어를 배울 때 영어와 한국어가 경쟁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영어는 언어적 정체성이 확립된 뒤에 배워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는다. 이번 논란의 뿌리인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교육 금지는 그런 처방을 따랐다.그런 처방은 일상적 경험과 맞지 않고 언어학의 정설과 어긋난다. 아이들은 언어 능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태어난다. 그리고 둘레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배워 모국어로 삼는다. 이처럼 선천적 능력이 환경에 맞춰 발현되는 과정은 각인(imprinting)이라 불린다. 동물들의 새끼가 어미를 알아보는 것이나 연어가 태어난 하천을 기억하는 것도 각인 덕분이다.각인은 일정 기간만 작동한다. 그래야 올바른 정보가 입력될 수 있다. 그런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는 새끼가 어미를 알아보는 일에선 생후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다. 언어의 습득에선 대략 11세까지다. 즉 11세까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언어는 뒤에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원어민처럼 쓸 수 없다.언어 능력은 보편적이므로, 보통 사람도 여러 언어를 쓸 수 있다. 물론 먼저 배운 언어를 더 잘 쓴다. 두 언어를 동시에 배워도, 한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우세하다. 그렇게 먼저 배운 언어가 모국어로 되므로, 언어적 정체성에서 혼란은 나오지 않는다.당연히, 되도록 어릴 적에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국어를 배우고 이어 세계어인 영어를 배운다. 이중언어 사용은 크게 이롭다. 풍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으므로, 삶이 풍요로워진다. 이중언어 사용자의 뇌는 단일언어 사용자의 뇌보다 민첩하고 갈등을 잘 풀고 치매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문화적 공감 능력, 열린 마음 및 사회적 주도력에서도 낫다. 자연히, 지능이 높아지고 소득도 따라서 높아진다.반면에, 여러 언어를 배우는 데서 나오는 부작용은 없다. 단 하나의 문제는 분산적 이중언어 사용(distractive bilingualism)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첫 언어의 습득이 중단되거나 불충분하면, 그 아이는 두 언어 다 제대로 쓰지 못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민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때로 나온다.이것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라는 교육부 조치의 근거인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상황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민 오지 않았다. 모두 엄마 품에서 한국어를 배워서, 첫 돌 지나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는다.영어 조기 교육이 문제적이라는 조사들은 우리 사회에서만 나온다. 그런 조사들은 단편적이고 편향적이어서 방법론적으로 너무 허술하다. 무엇보다도, 언어학의 정설에 어긋나는 결론을 내놓고도, 그런 예외적 현상이 나온 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 영어를 배우지 못해서 입을 손실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당히 클 것이다. 교육부가 잘못된 정책을 세우고 일관성이라는 명분으로 그것을 확대하려는 것은 어리석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8-01-11 복거일

[춘추칼럼]북한 신년사를 통해 본 2018년 남북관계 전망

김정은, '평창올림픽·남북관계 개선' 언급南과 대화 美에 접근 '통남통미' 전술 변화정부, 북·미 설득 4자·6자 회담 견인시켜야북한의 신년사는 한 해 국정 운영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은색양복에 뿔테 안경을 쓰고 김일성·김정일의 배지를 착용하지 않았다. 김일성 스타일을 연상시키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관료정치·형식주의·부패정치와 같은 자아비판을 삼가면서 인민과 인민군대에 대한 경의를 표시했다. 집권 6년차의 안정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해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에 토대해서 내적으로는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외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김정은 위원장은 대남비난을 하지 않으면서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 및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화국 창건 70주년과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라고 표현했다. 정치적 행사와 스포츠 행사는 별개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연계를 시킨 것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명분 확보에 나름의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직접적인 조건을 달지 않았다.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은 곧 법이다. 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성격으로 볼 때 평창올림픽 참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될듯하다.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맞대응 의지를 보였다.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음을 강조했다. 핵단추가 있다는 것은 소규모의 핵이 실전배치 되었음을 의미한다. 핵보유국의 간접선언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남측에 대해서는 대화를 주장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대결을 강조하는 통남봉미 전술이라고 비판한다. 통남봉미 전술에는 남남갈등·한미갈등을 야기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담겨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남측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담판하는 통미봉남 전술을 펼쳤다. 핵문제·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미국과 담판하려는 의도는 변화가 없는 듯하다. 올해 신년사는 남측과 대화하고 남북관계 통로를 통해 미국에 접근하려는 통남통미로의 전술적 변화 해석이 설득력을 지닌다.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신년사에 대해 즉각적인 환영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통일부·문체부에 철저한 준비를 지시했다. 통일부 장관은 NSC 회의를 거쳐 곧장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북측은 문재인 정부의 환영 메시지와 즉각적인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3일 오후 3시 30분(서울시간)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조치를 취했다. 남북한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속도전이 아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양측 최고지도자의 의지 속에서 철저히 준비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한미간의 조율 시간도 없이 우리측의 속도전에 대해 한미갈등을 우려한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문제를 논의해 왔다. 대북압박·제재도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것임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회담 추진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과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회담에 임할 것임도 분명히 한다. 한미동맹은 튼튼하다. 북한의 전략전술에 의해 한미갈등이 야기되는 시대는 지났다.북측은 우리측이 제안한 고위급 당국회담에 호응할 듯하다. 평창올림픽 참가문제를 중심으로 한 상호관심사라는 포괄적 의제가 예상된다. 대화문제, 교류문제, 안보우려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요약된다. 남북한은 서로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는 합의하고 안보우려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말하고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차기회담 날짜를 잡고, 평창올림픽 참가문제에 합의하고, 현안문제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했다는 정도만 합의서 또는 공동보도문에 담아도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그랜드 플랜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서 북미회담을 촉진시키고, 4자회담·6자회담을 견인하는 1단계 그랜드 플랜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8-01-04 양무진

[춘추칼럼]동물이 사람을 치료하는 감동의 시대

절망에 선 사람들 치료견 동행 사람이상 온기뇌경색·치매환자 개와 지속적 교감 대화 가능동물복지·휴먼서비스 위해 통합적 접근 필요현대인들은 산업화, 정보화와 더불어 급변하는 환경체계의 영향으로 정신적 스트레스 및 소외감 등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함으로써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따라서 물질적, 공간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반려동물을 입양해 본인 또는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을 갖추지 못하는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인 양로원 노인들이나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타인의 동물을 이용하여 정신적, 신체적 재활과 회복을 제공받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동물매개치료(Animal Assisted Therapy, AAT)라고 부른다.동물매개치료는 사람과 동물과의 연대감을 활용해 치료 대상자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 들어 유아나 청소년의 발달장애 치료와 일반인들의 우울증 치료,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목적으로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학업능률에 대한 강박증, 학교 생활 부적응, 게임중독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많은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독거노인들의 경우 우울증, 무력감, 소외감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동물매개치료가 적용되어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낯설고 초보적 단계에 있는 동물매개치료가 선진국에서는 심리학 및 정신치료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고양이로 인하여 사람의 말문이 열리고, 장수풍뎅이가 아이의 사고력을 발달시키며, 돌고래가 반신마비 환자의 행동욕구를 자극하고, 승마재활프로그램이 재활의학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동물매개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일본의 경우 유기견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러한 사례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매개치료를 도입한 것으로 치료견 전문가인 오키 도루의 역할이 매우 크다.그는 "유기견을 치료견으로 거듭나게 해 사람 이상의 따스함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일본 열도가 감동의 눈물이 넘쳐났다. 한국도 유기견의 활용이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 삼성화재에서 유기견을 활용한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을 양성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그 활용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치료견의 역할은 사실 별다른 게 아니다. 뇌경색환자나 치매환자는 지속적으로 개의 이름을 외우게 하고 개와의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대화가 가능하게 한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재활기간동안 환자와 함께 걷고 생활하며 곁을 지켜주는 게 전부다. 하지만 절망의 낭떠러지에 선 사람들에게 말 없는 치료견의 동행은 사람 이상의 온기를 전해준다. 치료견을 향한 애정과 유대감이 깊어질수록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강해지고 면역력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교육과정은 주로 동물관련학과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동물을 이해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동물복지와 휴먼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따라서 사람의 심리정서를 다루는 사회복지학과, 심리학과, 간호학과 등에서도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학제간 공동연구를 통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대상자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의 수가 1천만을 넘었지만 유기견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산업의 확대에 따른 슬픈 그늘이다. 인간에게 버림받았지만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견공들을 위해 우리는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7-12-28 김민규

[춘추칼럼]'고객'과 '서비스'의 덫에 걸린 공공성

각 기관 평가기준과 공무원·정치인 시각 변해야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깊이 박힌 인식 탈피 민원인 아닌 '제안자'·'협의자'되는 정체성 필요 오늘날 공공영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민원'일 것이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바로 '민원'이고, 지역 정치인이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영역도 바로 '민원'이다. 도서관, 미술관, 체육시설 등 공공문화체육시설 등은 민원에서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이다. 일단 주민과 가장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때로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받는 주체로서의 자각을 인식시키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더 친절한 서비스'라는 민원과 서비스라는 사실은 악순환에 가까운 체계를 구축하고 만다. 물론 민원은 시민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장치이다. 동시에 민원은 철저하게 정치적 영역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행정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하면,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욕망을 실현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기능을 감안하고, 사실 민원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필요해 보인다.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아리랑시네센터라는 공공영화관의 사례는 공공문화시설의 운영에 관한 새로운 실험이라 할 만하다. 2004년 개관한 아리랑시네센터는 지자체의 소유이면서 성북문화재단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공공영화관이다. 총 3개관 436석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개봉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1개관은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영화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영화상영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2009년 가까운 지하철역 주변에 대형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관람객과 수입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2013년 말 리모델링 과정 이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2015년과 2017년 말 기준으로 비교하면 수입과 관람객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약 25%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만약 이 정도로 그친다면 열심히 운영해서 관람객과 수입 증가를 이뤄냈다는 객관적 수치의 성과로만 끝날 것이다. 아리랑시네센터는 단순한 영화관 운영 이상의 지역사회에서 마을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종의 '마을영화관'으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다. 독립영화 무료상영회 및 감독과의 대화, 유럽단편영화제, 터키영화제, 노인영화제, 왕릉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 개최, 예술의 전당 우수공연영상 무료상영회,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상영, 영유아가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맘스데이', 다양한 발표회와 공연 공간 제공 등 계량적 성과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서 공공영화관으로서의 기능을 살리고자 애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찌 보면 공급 중심의 영화관 프로그램의 일환에 불과할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측면은 영화관을 찾는 이들을 '고객'으로 대하기보다는 '마을 주민'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공공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서 마을과 지역을 함께 살려나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환대하는 것이다. '노 키즈(No Kids)'가 유행하는 사회에서 유모차를 끌고 영유아를 데리고 영화관을 방문하는 육아맘들을 환대하는 공간, 유치원이 끝나고 잠시 들러 키즈놀이방에서 놀다 가도 편안한 공간, 장애인이나 어르신이 와도 전혀 낯설지 않은 공간, 매점과 카페의 운영이 지역자활센터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바로 공공영화관으로서 아리랑시네센터의 모습이다.이러한 공간의 모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공문화예술공간'에 대한 효율성의 잣대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기관 평가기준이 달라져야 하고, 공무원이나 지역정치인의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안에 깊이 박혀 있는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벗어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 '민원인'이 아니라 '제안자'가 되고 '협의자'가 되는 일이다. 문제 해결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보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고객과 서비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호혜와 환대, 배려, 우정이 움트는 관계를 만들어보자. 그 관계,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제대로 된 공공성이 꽃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걸어 다니는 우리 동네에서 먼저 이웃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7-12-21 권경우

[춘추칼럼]점점 빨리 바뀌는 환경에 대한 적응

여성 과학·수학 능력 뒤진다는 편견 없애고스스럼없이 전공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건우리사회 정의·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수능 시험도 끝나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진로에 고심할 터이다. 진로를 정할 때는 자신의 적성과 함께 사회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사회환경에서 두드러진 특질은 모든 것들이 빠르게 바뀔 뿐 아니라 변화가 가속된다는 점이다.사회적 변화가 가속되는 근본 원인은 지식의 가속되는 확장이다. 단 몇 해 만에 지식의 총량이 곱절로 늘어나는 상황에선 지식은 점점 빠르게 낡아간다.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10년 뒤면 거의 다 낡아 버리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현대인은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현대 교육의 진정한 목표다.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자신이 고를 수 있는 대응책은 되도록 기초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사회환경에 필요한 지식을 얻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는 좁은 응용 학문보다는 기초 학문이 낫다. 당장 취직에 도움이 되는 좁은 분야를 전공하는 것은 '지나친 전문화'의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아울러,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을 열심히 얻어야 한다. 지식은 언어에 담기므로, 학생들은 언어 습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중요한 언어는 영어와 수학이다. 영어는 배우기가 비교적 쉽고 배울 기회도 많다. 수학은 스스로 배우기가 무척 어렵고 기회도 적다.게다가 수학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학을 일찍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두려움은 수학의 본질과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정에서 주로 나온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우리는 두려워하고 미워한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혼자서 수학을 이해하려 애쓴 한 지식인의 경험을 얘기한다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데는 수학철학 입문서를 읽는 것이 좋다. 수학철학을 통해서 수학의 본질과 모습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수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친근감이 생긴다. 이어 수학사를 읽어 수학이 자라온 과정을 알게 되면, 수학의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눈에 들어온다. 수학철학이나 수학사가 쉬운 학문은 아니지만, 친절한 입문서를 고르면, 별다른 수학 실력이 없는 대학생도 따라갈 수 있다.수학은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여학생들은 특히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수학적 능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뒤진다는 통설은 거의 틀림없이 그르다. 우리의 다른 능력들과 마찬가지로, 수학적 능력도 원시시대에 다듬어졌을 터인데, 원시시대의 환경에서 수학적 능력이 여성에게 덜 필요했다는 증거는 없다. 설령 그런 차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뉴턴과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의 수준에서 나오지 이미 존재하는 수학 지식을 배워서 쓰는 수준에선 나올 리 없다.따라서 여성을 수학과 멀어지게 만든 요인들은 모두 문화적 요인들이다. 과학과 수학은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널리 퍼져서, 여학생들이 과학과 수학을 배울 기회를 처음부터 줄였다. 그리고 여성 과학자와 수학자가 드물다는 사실이 그런 선입견을 정당화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수학의 중요성은 빠르게 늘었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터라, 현대인에게 식수(numeracy)는 근대인에게 식자(literacy)가 지녔던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사정은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은 이유들 가운데 하나다. 수학 실력이 뒤지면, 전문적 과학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좋은 직업과 직장을 얻기 어렵다. 요행히 얻더라도, 유리천장을 깨고 상층부로 진입하기 어렵다.여성이 현대 사회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과학과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낮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지금, 여성의 경제 활동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긴요하다. 여성이 과학과 수학에 대한 적성이나 능력이 뒤진다는 편견을 없애고 여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과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사회 정의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7-12-14 복거일

[춘추칼럼]한반도 평화 전환점 평창올림픽

北 잇단 미사일 도발 국제사회 제재 자초미북 첨예한 대립 한민족 '공멸위기' 불러내년 올림픽 계기 남북대화 국면전환 절실북한은 지난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화국 성명을 통해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음"을 선포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송유중단, 해상봉쇄 등 대북압박·제재의 목소리를 높인다. 북한에게 원유는 생명줄이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원유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한미동맹·미일동맹이 자신을 포위하고, 인도양·태평양 전략이 자신들의 해양진출을 차단한다고 인식한다. 해상봉쇄는 군사적 억지가 아닌 군사적 행동이다.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고 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한반도에서 전쟁은 승자와 패자의 게임이 아니다. 한반도가 없어지고 한민족이 없어지는 '역사적 종말'을 고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해상봉쇄를 요청해 오면 주권국가답게 국민의 이름으로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로서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지킨다는 단호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최근 북한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혼란스럽다. 미북간에는 말폭탄이 재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병든 강아지'로 조롱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 지랄발광'이라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도자적 위상이 추락되고, 북한은 외교적 품위가 떨어짐을 보여준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방북 러시아 대표단에게 "미국과 협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아야만 협상에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협상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지, 협상의 전제조건을 강조한 것인지 불명확하다. 유엔 사무차장 제프리 펠트먼이 방북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북핵문제 해결의 중재자적 역할에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한국과 미국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라는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수뇌부를 비롯한 핵심시설에 대한 폭격훈련이 공격훈련인지 방어훈련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북한의 행동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예측 없는 전략 구상은 실패의 확률을 배가시킨다. 북한은 공화국 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핵무력 시험을 해서 실패한다면 핵무력 완성 선포에 흠집을 내는 꼴이 된다. 향후 핵실험이나 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무력시위를 쉽게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연말까지 핵무력 완성을 축하하는 군중집회를 통해서 체제결속을 다질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핵보유국 선언과 함께 핵·미사일 모라토리움 선언까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긴장국면을 주도했다는 자평 속에서 이후 대화국면도 주도하기 위해 올림픽 참가를 포함한 남북대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북미대화도 제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국면전환 전략을 앉아서 기다려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평창올림픽 참가, 한미군사훈련 연기와 북한의 양자·다자대화 호응 등의 문제에 대해 한미·한중간의 소통과 조율을 거쳐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공통분모를 가지고 북한과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여는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시급한 과제이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병행 진전을 위해 시동을 걸어야 한다. 북한도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만 하지 말고 민족우선의 원칙에 따라 남북대화에 호응해 나와야 한다. 미국은 지난 7개월 동안 최대압박이라는 대북정책에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평가해야 한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정책에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할 때이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위기를 지속시킬 것인지, 기회로 전환시킬 것인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과 의지에 달려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12-07 양무진

[춘추칼럼]사람과 개의 관계에 대한 단상

인간의 필요·개성에 따라 많은 변화 보여자칫 고유 성품·외형 불일치로 혼란 초래동반자로 인식하고 오랫동안 공존했으면많은 동물들이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지만 스스로 사람이 좋아서 같이 생활한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개는 인간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고,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씩은 인간이 개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도 했다. 고고학자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살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개들과 사람의 유대관계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중동지역에서 발견된 약 1만2천년 전의 강아지의 화석은 주인과 함께 매장돼 있었으며 주인의 손길은 애정을 담아 쓰다듬는 모습이었다.우리나라에서도 개에 관련된 전설이나 설화가 많이 존재한다. 일례로 임실군 오수면의 의견은 삼국유사에까지 기록될 정도로 유명하다.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기르던 개는 그가 들판에서 잠든 사이 주위에 불이나자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자신은 희생됐던 이야기로 옛 초등학교 교과서에 까지 실릴 정도였다. 오수지역에 가면 이를 기리는 의견비와 의견공원이 있어 우리 조상들도 예부터 개와 관계가 돈독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삽살개와 진돗개도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우리의 조상들과 삶을 같이해온 자랑스러운 토종견으로 자리하고 있다. 먼 옛날부터 개들은 사냥꾼으로, 전쟁터의 용사들을 돕는 군견으로, 그리고 집을 지키는 관리인으로서의 역할과 여행시 좋은 동반자로 인류와 동고동락 했다.그럼 인간과 개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존재해 왔을까. 또 그들의 다양한 품종은 어떻게 발전됐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늑대의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가축화 초기의 개들의 뼈와 이빨은 소형 늑대의 것과 유사했고 개와 늑대의 행동도 매우 유사한 점이 많이 있다. 동물 행동학자들은 개에서 나타나는 90가지 행동 패턴 중 늑대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행동은 19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그 것은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며, 아마 늑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패턴으로 기록되지 못한 것이라 여겨진다. 늑대는 포유동물 중 가장 사회적인 동물로 사냥을 할 때에는 모두가 동참하고 서로가 평생 동안 동반자가 돼주며 서로의 새끼를 보살피고 돌보며 놀아주는 행동은 흡사 사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고고학자는 그의 저서 '인간의 가장 최고 친구에 대한 새로운 고찰'에서 개의 봉사 정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개들은 우리 인간이 사랑스러워서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조상인 늑대들이 서로 간에 헌신할 수 있었던 그 힘을 그들, 즉 개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그러면 개의 다양한 품종은 어떻게 나뉘었을까. 늑대의 가축화가 이어지는 시기에 인류는 작고 고립된 부족사회로 분열돼 갔으며, 그들을 따라 늑대들도 매우 작은 동계교배(同系交配) 그룹으로 분열됐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부족에 의해 사육되고 있는 늑대와 이계교배(異系交配)의 기회가 아주 드물게 됐던 것이다. 이와 같이 많은 동물들이 소집단으로 격리되고 서로 유전자 교류의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유전적인 변이가 급격히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조건이 성립됐었다. 또한 유전적으로 늑대는 매우 변이를 잘 일으키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보호된 환경에서 늑대 고유의 높은 변이성(變異性)이 더욱 확대돼 새로운 형질을 갖춘 종류로 탄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민족의 이동은 개들의 품종 다변화에 크게 영향을 끼친 시점이기도 하다. 유목민들에 의해, 지역적 특색에 의해, 민족성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개들을 육종하기 시작했다. 개들의 주인은 주위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이 시대 이후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종들이 생겨났는데, 여기에 인간의 이기적인 사고가 접목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품종이 생기게 된 것이다. 품종의 정의는 '같은 종류로부터 생긴 동물의 혈통'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개성에 따라 다른 품종과의 교잡이 이루어 졌고, 돌연변이를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리해 개들은 사람의 족보보다 더 복잡하고 뒤섞인 혈통을 가지고 있다. 최근의 반려동물 입양형태도 유행과 개인적 성향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인다. 나만의 품종을 갖고 싶은 열망과 개성이 뛰어난 품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브리더들도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칫 고유 품성과 외형의 불일치로 인해 개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사람(반려인)의 관계는 창조주와 인간과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관계임을 우리 스스로가 잘 인식해야 하며,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희생과 친구가 돼 준 개들과 오랫동안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7-11-30 김민규

[춘추칼럼]지역예술가로 산다는 것

전국적으로 사라진 공동체 회복 활동 활발'모두'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예술'로 접근예술가 자원 포함된 지역성 잘 회복시켜야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들어서면 차도 중앙에 '몽땅 플라타너스' 두 그루가 서 있다. 이 나무들이 처음부터 키가 작은 건 아니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2016년 8월 초 좌회전과 유턴 차로를 늘린다는 계획 하에 가로수를 세 그루 정도 베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오후 5시 즈음 근처를 지나던 예술가 한 명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몸으로 굴삭기를 막았다. 동시에 지역문화예술인 네트워크 단체 카톡방에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을 청했다. 불과 30분만에 10명 이상의 예술가들이 달려왔고 실랑이 끝에 공사는 중단되었다. 공사 담당자들은 당황스러웠지만 늦은 오후의 상황은 지극히 우발적인 사건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모인 예술가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남아 눈앞에 벌어진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녁이 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현 상황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결정은 빨랐고 행동은 더 신속했다. 나무를 지키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나무가 잘린 사실을 알려야 했다. 모인 이들은 연극과 시각예술, 영상,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었다. 캘리그래피로 '나무는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플래카드를 제작했고,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나무를 종이로 만든 꽃으로 감싸주었고, 작업했던 굴삭기를 랩으로 싸버렸다.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나선 주민들은 간밤에 벌어진 광경을 목격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 예술가들의 작업으로 인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을 입구에서 수십 년을 지켜오던 나무의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왜, 나무를 잘랐을까? 질문이 모이자 여론이 형성되었고, 나무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전문가 의견을 받는가 하면, 공사 중단에 대한 서명운동, 가로수 보존에 대한 정책 제안이 이어졌다.이후 주민들의 요구로 공청회가 열렸고 유치원생부터 80대 노인까지 150여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나누었다. 구청에서는 공사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자발적인 토론회가 더 진행되었고 주민 대표단이 구청장 면담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공사는 중단되었다. 애초 세 그루를 제거하려던 공사는 두 그루를 그대로 남긴 채 종료되었다. 나무를 자르고 죽이려던 행정은 나무에 도포를 발라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후 '성북동 나무'라는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예술가뿐만 아니라 정치, 환경, 마을공동체, 상인, 일반 주민 등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초대되고 상황이 공유되었다. 현재 나무는 잘 자라고 있고, 지난 봄과 여름에는 풍성한 잎사귀를 자랑했다. 이 사건은 과정 자체가 마을공동체와 직접민주주의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예술가란 누구인가'라는 새로운 문제제기와 맞닿아 있다. 처음 공사를 막은 사람이나 실시간 현장으로 달려온 사람들은 모두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였다. 그들은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나무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정치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바르기 때문에 달려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연이나 축제 등을 함께 경험했기 때문에 달려왔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처럼 성북에 살면서 타지역에서 활동했다면,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섰을지 의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라는 개념은 단순한 주거지로서가 아니라 일상적 삶과 경험의 문제이다.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나 사회적경제, 문화예술사업 등을 통해 사라진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예술의 측면에서 보자면, 공동체의 강조가 '모두를 위한 예술'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위한 예술'에 가깝다. 이때 예술은 '지역성'의 문제와 결부된다. 지역성은 곧 뿌리의 문제이다. 뿌리와 근원은 다르다. 근원은 과거와 닿아 있지만, 뿌리는 현재의 문제이자 경험으로서의 삶과 생존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의 '자치'와 '분권'이라는 화두는 적절하다. 다만 이것이 잘 전개되려면 지역의 다양한 자원, 특히 예술가 자원이 포함된 지역성을 잘 회복하거나 확보하는 일이어야 한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7-11-23 권경우

[춘추칼럼]허술한 국가 기밀 관리

외주업체 직원 실수 '軍기밀' 북에 해킹 당해'취약한 보안' 우방들 우리와 정보 공유 꺼려'軍 정치적 외풍' 막아줘야 제대로 北 막아내 어느 국가든 다른 국가들로부터 감추어야 할 기밀들이 있다. 우리처럼 전쟁의 위협 속에 놓인 나라에서 당장 중요한 것은 군사 기밀이다. 다른 조건들이 비슷할 경우, 군사 기밀은 전투와 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군사 기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패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독일군의 '에니그마'는 기계로 변환되어서 이론적으로는 다른 나라가 풀 수 없는 암호였다. 그래서 독일군은 전쟁 내내 그것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암호의 안전성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에 달렸다. 병사들은 흔히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실수를 한다. '에니그마'는 상업용 암호에서 출발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폴란드 정보기관에선 초기 버전을 상당히 해독했다. 그런 자료와 독일군의 실수들과 위대한 수학자 앨런 튜링의 통찰을 바탕으로, 영국 정보기관은 '에니그마'를 거의 다 해독했다.일본군도 자기 암호가 안전하다고 믿었다. 한자를 많이 쓰는 일본어는 알파벳을 쓰는 서양 언어보다 해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었고, 일본군 암호는 독일군 암호보다 훨씬 쉽게 해독되었다.반면에, 독일군과 일본군은 영국군이나 미군의 암호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은 거의 모든 전투들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독일과 일본은 이길 수 있었던 전투들에서 오히려 졌다.두드러진 예를 들면, 독일군 암호를 해독한 영국군은 지중해를 건너던 수송선들의 70퍼센트를 격침시켰다. 그래서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북아프리카의 독일군은 에르빈 롬멜 원수의 뛰어난 지휘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국군에 패퇴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 작전의 실패는 중동의 석유를 확보하려던 독일의 기본 작전을 좌절시켰다.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은 통신 해독을 통해 일본 함대와 조우할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예측했고 미국 함대는 일본 함대를 성공적으로 요격했다. 이 해전에서 항공모함 4척을 모두 잃은 일본은 전쟁의 주도권을 미국에게 넘겨주었다. 일본 조종사들은 미군이 망망대해에서 일본 함대를 요격한 것은 너무 이상하다고 지적했지만, 기밀 보안을 챙겨야 할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제독은 암호를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 통신 해독으로 그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한 미국은 전투기들로 그가 탄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근자에 국군은 북한군에 해킹 당해서 중요한 기밀들을 모조리 탈취당했다. 국방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 과연 작전 계획들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지 걱정스럽다.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범한 치명적 잘못을 피하려면, 국군 지휘부는 북한군이 국군의 작전 계획과 약점들을 모두 알고 대비한다는 가정 아래 작전을 해야 할 것이다.북한의 해킹은 외주 업체 직원이 실수로 외부와의 연결 고리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국방부는 해명했다. 그 직원의 '실수'가 정말로 실수였는지, 그런 '실수'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한 국방부의 '실수'가 정말로 실수였는지 시민들로선 불안할 따름이다.분명한 것은 모든 문제들을 실수로 돌리면 보안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밀 보안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패로 평가된 2013년의 국가안보국(NSA) 기밀 유출은 외부 전문가 에드워드 스노든이 저질렀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밀 안보에서 외주 업체들의 몫이 더욱 커질 터이므로, 그들을 통한 기밀 유출을 막을 방도를 강구하는 것은 긴요하다.국군의 취약한 기밀 보안은 우방이 우리와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중요한 정보들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우리로선 큰일이다. 며칠 전 미군 사이버사령관 마이클 로저스 제독이 공개적으로 송영무 국방장관을 만난 일이 미군의 걱정과 경고를 뜻한다고 보도되었다.이런 상황은 국군만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사정을 잘 인식하고 국군에 대한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어야, 비로소 국군이 제대로 북한군을 막아낼 수 있다./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2017-11-16 복거일

[춘추칼럼]트럼프의 국회연설과 문재인정부의 과제

북엔 '핵포기가 체제유지·공존하는 길' 설득미국에겐 '북, 핵 우선동결'로 대화 시작 권유중엔 '비핵화, 中이익에 부합하는 정책' 강조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한미동맹에 대한 강조였다. 한국전쟁중 양국이 함께 치렀던 인천상륙작전, 폭찹(pork chop hill) 전투, 서울 탈환 등의 전투를 직접 거명하며 미국의 희생을 상기시켰다. 방한 첫날 찾아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60년 이상 이어지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취에 대한 경의였다. 6·25전쟁 후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북한과의 비교를 통해 강조했다. 1988년 자유총선과 최초의 문민대통령 선출을 언급함으로써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평가했다. 한국의 과학자, 작가, 골프 선수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이룬 성취를 열거했다. 특히 그는 지난 7월 자신이 소유주인 골프장에서 개최된 LPGA 대회에서 우승한 박성현 선수를 직접 언급했다. 한국에 대한 친숙함을 부각시켜 한국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이끌려는 의도가 담겨있다.셋째는 동맹과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북한체제의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경고했다. 힘을 통해 평화를 지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이 개발하는 무기로 인해 북한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했다. 강력한 경고는 하되 군사 옵션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자세로 읽힌다. 전반적으로 초청국의 입장을 배려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단호한 경고도 담은 무난한 메시지였다. 헬기를 타고 오산, 평택, 서울을 오가면서 수도권에 얼마나 많은 동맹국의 국민들이 살고 있는지 보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위태롭게 유지되는 평화가 깨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메시지만 있고 해법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정부의 과제도 선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기존의 강력한 제재에 머물러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북한에게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입구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높은 벽을 세워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가하라고 종용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체제가 붕괴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미국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 노력이 갖고 있는 한계다.미국이 대화의 시작부터 북한의 '완전한, 검증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CVID)' 핵폐기를 요구한다면, 북한의 대응은 자명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완성한 이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태에서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을 꿈꾸고 있다. 핵과 미사일은 김정은체제가 믿고 있는 가장 확실한 보장 수단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중간까지라도 가야한다. 우선 평화적인 문제 해결의 시작은 핵동결을 목표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긴 대화의 과정을 통해 얻게 될 마지막 결과가 될 것이다.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북한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완성까지 계속 나갈 것이다. 도발을 반복하며 한반도에 긴장과 전쟁의 먹구름을 점점 가깝게 불러올 것이다.북한에게는 핵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존공영하는 길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게는 북한의 핵을 우선 동결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자고 권유해야 한다. 중국에게는 북한의 비핵화가 중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한반도 정책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무엇하나 쉽지 않다. 하나하나 거의 불가능한, 미션 임파서블한 과제이다. 외교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었던 역사적 경험이 풍부하다. 강력한 힘은 평화를 지킬 수는 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만들지 않으면 역사적 악순환은 지속될 수박에 없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11-09 양무진

[춘추칼럼]아바타 동물

동물자원 활용 위험요소 뭔지 정확히 파악정부 규제 가이드라인과 투명성 확보돼야연구자 윤리의식·대중의 지지 절대적 필요2009년 개봉된 영화 '아바타'는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영화였다. 영화의 스토리는 지구의 부족한 자원을 '판도라'라는 행성으로부터 얻어야 하는데, 판도라행성의 독성이 있는 대기(大氣)로 인해 사람이 직접 자원을 획득할 수 없어서 그 행성에서 생활하는 생물 '나비족'의 겉모습에 인간의 뇌파를 넣어 원격제어가 가능한 아바타를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사람이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생물체가 대신해 주는 것을 우리는 '아바타'라고 일컫는다.올해 국내 연구진은 영화 속 장면처럼 사람의 생각대로 쥐의 행동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람의 시각 자극에 의해 특정 뇌파가 사람의 머릿속에 만들어지면 이 신호가 쥐에게 전달돼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 기술은 재난현장 같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동물을 투입해 인명을 구조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이처럼 동물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는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와 핵가족화에 따른 장기공여자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심각한 장기 수급불균형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바이오인공장기의 연구는 사람의 피부, 췌도세포, 간, 심장 등의 조직과 장기를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최근 유전자편집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되고 고분자 및 공학적 기술이 융합되면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시기가 한층 빨리 다가오고 있다. 또한 동물생명공학 분야의 중요한 기술로 사람의 특정 질병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환자를 대신할 수 있는 모델이 되는 동물 즉, '질환모델동물'의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람의 질병유발 유전자를 편집해 동물에 재조합유전자를 삽입해 유전자 기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조절, 사람에게 발생되는 질병을 유도해 신약개발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기능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기도 하다.2015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논문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마우스 및 설치류를 통한 전임상(前臨床) 평가가 임상시험 단계에서 동물실험과 달리 85%가 유효성이 다르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사람과 유전적, 해부생리학적 구조가 유사한 중대동물의 질환모델동물이 필요하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생명공학분야에서 생명현상의 규명과 정밀의료기술의 발달을 주도해 사람의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동물을 활용하고 있어서 동물은 사람들에게 매우 큰 '아바타' 자원이다.동물은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반려동물로서 사람의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식품으로서 사람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자원이며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생명체이다. 그렇지만 동전의 양면성처럼 환경, 식품, 윤리적 문제 등이 갈등의 요인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동물자원의 활용에 있어 어떠한 위험요소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개발과정에서도 안정성과 윤리적문제의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유전자편집동물을 활용함에 있어 규제를 준수함은 물론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일반대중과도 윤리적측면에서 우려들을 파악하고 평가해야한다.과거에 인공수정이나 장기이식, 수정란 이식 등이 논쟁의 대상이었으나 사회적 합의로 다수의 문제들이 극복돼 보편화 되었듯이 대중적 인지와 설득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명확한 정부의 규제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어 생명윤리와 관련된 이슈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동물 생명공학분야의 발전은 곧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 먹거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누구나 인정한다. 우리나라가 BT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세계적 연구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윤리의식과 대중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7-11-02 김민규

[춘추칼럼]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열 개만 있다면

글로벌 거대시장속 '대기업 역할' 더욱 중요나라마다 암묵적으로 키우는데 우리만 예외세계 일류기업은 삼성전자 뿐… 참으로 걱정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악한들'의 첫 자리는 늘 재벌이 차지했다. 현정권이 들어서자, 재벌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고 재벌에 대한 규제는 부쩍 엄격해졌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 정책은 인기가 높다.묘한 것은 모두 재벌을 믿고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재벌 제품들을 높은 값을 치르고서도 산다. 사람은 누구나 소비자이므로,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시민들은 재벌을 믿고 좋아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종업원들을 잘 대우하니, 재벌의 종업원이 되거나 종업원을 배우자로 얻기를 모두 바란다. 재벌이 빚을 내려 하면, 은행 차입이든 사채 발행이든, 모두 중소기업들보다 싼 이자를 받겠다고 나선다. 해외에서도 사정이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재벌을 혐오하면서도 모두 재벌을 신뢰하고 거기서 일하려 한다는 현상은 기괴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왔는가? 재벌과 다른 기업들을 변별하는 기본적 기준은 크기이니, 재벌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려면, 먼저 크기에 대해 살피는 것이 순서다.생명체든 사회 조직이든 오래 사는 데는 크기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풀이나 곤충은 한 해를 넘기기 어렵지만, 나무는 몇백 년을 거뜬히 살고 짐승은 몇십 년을 산다. 조직도 마찬가지니, 큰 나라는 오래 가지만 작은 나라는 늘 위태롭고, 대기업은 오래 가지만 개인 기업은 몇 해 못 간다.이처럼 큰 존재들이 오래가는 까닭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크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생명체든 사회 조직이든 구성 요소들의 무작위적 움직임들이 항상성을 위협한다. 생명체는 분자들의 끊임없는 운동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사회 조직은 구성원들의 비행이나 이탈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몸집이 커서 구성 요소들이 많으면, 이런 무작위적 움직임들의 영향이 크게 줄어든다.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내부의 항상성을 지키는 데도 크기가 중요하다. 실제로, 급격한 정치적 또는 기술적 변화에 대기업들이 작은 기업들보다 훨씬 잘 대처한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명체나 기업이나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자연스럽게 자라난다는 사실이다. 자연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생명체는 개체들이 늘어나 전체 생질량(bio-mass)이 커진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은 규모가 커진다. 따라서 대기업을 억압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성공적 적응을 벌하는 짓이다. 이치에 맞지 않고 경제에 크게 해로울 수밖에 없다.기업이 계속 성공하려면, 제품들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외주에 맡기던 공정들을 내부에서 하게 되어, 종사하는 분야들은 점점 늘어난다. 즉 성공적 기업은 몸집만이 아니라 사업 범위도 늘어난다.대기업이 지닌 결정적 이점은 시장에서 나온 좋은 변화들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큰 성공은 큰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작은 기업들은 그럴 힘이 없다. 지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누리는 반도체 경기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큰 위험을 지면서 큰 투자를 한 덕분에 좋은 기회가 왔을 때 큰 이익을 보는 것이다.게다가 대기업의 규제가 대체로 우리 기업들에만 적용되어서, 외국 대기업들은 오히려 우대 받는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드높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역차별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은 야릇하다.이제 국경이 빠르게 낮아지고 성기어져서,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자연히, 대기업들은 더욱 중요해진다. 나라마다 암묵적으로 자국 대기업들을 지원한다. 우리 사회만 예외다. 중소 기업들만 온실에서 키워서, 중소 기업들은 중견 기업으로 자라나는 것을 마다하고, 중견 기업들은 대기업 지정을 사약처럼 여긴다. 기업에 대한 정책이 이래서야, 어떻게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가 커져서 둘레의 강대국들로부터 대접을 받겠는가? 지금 형편에선 대기업들이 늘어나기도 더 자라기도 어렵다. 세계에서 일류 기업 대접을 받는 우리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열 개만 있다면, 내 통장의 잔고가 달랑달랑 하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것이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7-10-19 복거일

[춘추칼럼]대북특사 검토 필요

특사, 문재인정부 한반도 평화·번영 구상 설명北 대남정책 기조·核·미사일전략 등 파악 중요'남북관계 정상화' 위한 협력 필요성 강조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이 흐르고 있다. 북미간의 주고받는 말폭탄은 일촉즉발 상황을 연상케 한다.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수출주도형의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관된 대북메시지를 보낸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염원이 담겨있다. 북한은 말폭탄과 몰아치기식 도발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남북한은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대화의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다. 북측은 '선 북미대화, 후 남북대화'를 선호한다. 자신들이 강조하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스스로 위배한다. 우리측은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을 강조한다. 군사적 신뢰구축으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군비통제·비핵화 문제로 나아가는 단계적 전략을 선호한다. 당분간 남북관계의 교착상태와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지속될 듯하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 지지와 협조를 약속했다. 문대통령은 7월 6일 '평화로운 한반도'의 신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세계 주요 20개국 국제기구인 G20 정상회의 기간 중국·러시아·일본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겠다, 우리의 안보를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운명의 한국 결정을 역설했다. 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붕괴 불원, 흡수통일 불추진, 인위적 통일 불추구'의 3-NO 원칙을 밝히면서 한국이 나아갈 길은 평화와 번영임을 분명히 했다.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7일 남북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은 지난 9년 동안 대남 불신의 골이 깊고 현안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선듯 나서지 못한 듯하다. 한반도는 정전체제 상태이다. 불신과 오해는 언제든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철학도 전략도 없는 북미간 최고지도자들의 겁쟁이 게임은 국민들의 희생만 강요한다. 경계태세 강화와 쉴틈 없는 검열로 피로감이 누적된 남북한 초병들은 안전사고의 복병들이다. 우발적 총기 사고가 충돌로 이어지고 국지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 오래다. 대화의 틀도 없고 오고 가는 길목도 없다, 연락하는 통신채널도 없다. 서해에서, 동해에서, 접경지대에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거나 확전을 방지할 수단이 없다. 남북관계 복원의 시급성을 보여준다.남북대화 복원에는 상향식과 하향식이 있다. 상향식은 실무접촉, 고위급, 정상회담 등 대표급을 높여 가는 것이다. 시간이 소요되지만 결렬에 대한 위험 부담이 덜하다. 대화를 복원할 때 많이 사용하는 접근방법이다. 하향식은 정상회담, 고위급, 실무급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오랜 대립상태에서 대화로 전환하는데 많이 사용하는 접근방법이다. 최고지도자에 집중된 남북한의 권력구조에서 하향식이 효율적이다. 남북한은 2000년 제1차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하향식을 경험했다. 2007년 제2차 정상회담까지 상향식도 경험했다. 현단계 남북관계는 대화의 복원 차원에서 상향식이 현실적이다. 현안문제에 대한 입장차이가 크고 당국간 불신의 골도 깊기 때문에 하향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대북특사 파견은 상향식과 하향식의 절충형이다. 특사는 회담 대표가 아니다. 특사를 매개로 최고지도자간의 간접적인 의사소통이다.대북특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대북정책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여야와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는 중량급 인사면 더 좋다. 준특사든 실무자든 북측과 의제·시기·방법·절차 등을 조율 한 후 우리 정부가 먼저 공개적으로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것이 순리적이다. 파견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11월 하순이 적절하다. 너무 늦으면 평창 평화올림픽 개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북특사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번영 구상을 설명하고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 핵·미사일 전략, 북미관계 등에 대한 입장 파악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핵·미사일의 북미간 논의(남한 배제), 제재와 대화 병행 불가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및 설득 논리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한의 특사 상호 교환방문으로 한반도의 비핵화·평화체제·평화통일이 진전되기를 기대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10-12 양무진

[춘추칼럼]우리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유전자원

미래성장동력·생존환경·민족성·문명발달 등 경제·생태·문화·사회 분야 다양한 가치 지녀 우리도 유전자원관리 전략 조속한 논의 필요2004년부터 유전자원 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환경부를 중심으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곁에서 사라졌던 지리산 반달가슴곰, 백두대간의 산양, 화천의 수달, 소백산의 여우 등 우리 민족의 얼과 함께 수천년을 살아 숨쉬었던 멸종위기 동물들이 하나둘씩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완성을 앞두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의 고유한 민족정서와 조상들의 삶 속에 녹아 있던 애환까지 복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우리의 백두산 호랑이, 곰, 여우, 늑대, 표범 등은 1915년부터 조선총독부가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을 통해 맹수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우리 산하의 야생동물을 무차별하게 사냥하고 도살해 그 종을 멸종 시켰고, 결국 민족정기마저도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이 기간 동안 표범은 약 500여 마리가 희생됐고, 광복 후에는 남한에서만 서식하다가 1970년대 가야산에서 마지막 목격이 된 후 그 명맥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외에도 곰은 1천여두, 늑대는 3천여두, 여우는 1천500여두, 삽살개는 매년 수십만 마리를 사살해 모피나 군수용품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스크린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대호'에서 조선의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사냥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에 의해 절멸된 우리땅의 토종동물은 단순히 멸종에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마저도 함께 빼앗긴 잔혹사를 우리 가슴에 안기게 된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제의 고유자원 멸절정책에도 큰 저항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오류를 범해 안타까운 진실을 간직하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먹거리 해소정책을 명분으로 우리의 고유한 유전자원을 상당부분 스스로 훼손시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몇 몇 위정자들에 의해 펼쳐진 육고기 증산정책은 외국의 유전자원을 우리의 것과 교잡종을 만들어 오로지 육류 생산량만 늘려보겠다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도입했다. 이렇게 한우는 외국종과 교잡돼 다시 한우 고유의 유전자원을 복원하는데 너무 오랜 세월을 허비했고, 토종닭은 그 원종을 찾기 힘들 정도로 유전자원이 뒤섞여 버렸다. 다행히도 몇몇 토종동물 지킴이를 통해 원종을 복원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 받아 국가의 보호를 받는 동물로 거듭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축양동물은 소(제주 흑우), 돼지(제주 흑돼지), 말(제주마), 닭(연산 오계) 각 1종, 그리고 개가 3종(진돗개, 삽살개, 동경이)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고유품종인 흑염소나 지리산 흑돼지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어서, 이들의 피 속에는 우리의 우매함으로 인해 외래 유전자원이 아직도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 파주농장의 재래닭 지킴이 노부부가 50년전 재래닭을 수집해 육종과 번식을 통해, 훌륭하게 복원시킨 재래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는 민원을 문화재청에 요청했지만 요건의 미비로 지정이 연기됐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재래가축 유전자원 확보와 보존에 대한 개념이 아직까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한 사례다. 이들 노부부는 이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소중한 재래종을 지키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비록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어려운 재래가축 일지라도 그 종의 유전자원이 보존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유전자원은 종자, 천연물 신약, 산업소재 등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으로서 중요한 경제가치를 지니며, 생태계 유지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생태가치를 지닌다. 또한 다양한 생물종으로 구성된 자연환경이 음식, 생활습관, 종교 등에 영향을 미쳐 민족성을 형성하고 유지하게 하는 문화가치를 지니며, 다양한 생물자원을 통한 새로운 문명의 탄생으로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사회가치도 지닌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치열해지는 유전자원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전자원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유전자원의 경제적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생태, 정치적가치 등을 포함한 국가유전자원관리 전략에 대한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며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잠재적 가치의 발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7-09-28 김민규

[춘추칼럼]음력과 양력

우린 스스로 일어설수 있는데 인정않으려 해타자는 합리적인 것처럼 의지를 훼방하지만때론 의식·의지가 이룰수 없는걸 이뤄내기도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추석은 물론 음력 8월 15일에 지내는 명절이다. 우리에게는 음력 날짜를 짚어 쇠는 명절이 아직도 여럿 남아 있다. 설과 대보름이 그렇고, 단오와 백중이 그렇다. 이 명절들이 이름만으로도 존속하는 한 음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고향이 서남해안지방인 우리 집은 언제나 섣달 그믐날에 차례상을 차려 왔다. 그 섣달이나 그믐이 늘 음력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었지만, 어쩌다 양력설을 쇨 뻔한 적은 있었다. 내가 대학생일 때, 배운 자식들의 권에 못 이겨 신정 과세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어머니가 차례상을 준비하던 중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으셨다. "오늘 차례 못 지낸다. 어찌 섣달그믐에 달이 뜬단 말이냐." 양력과 음력의 개념과 차이에 관해 설명할 계제가 아니었다. 어떤 설명도 설날의 밤하늘이 지녀야 하는 유현한 기운을 어머니의 마음속에 만들어 줄 수는 없었다. 바닷가 사람들인 우리 가족에게 시간은 늘 썰물 밀물과 연결되어 있다. 이 시간의 리듬은 곧 달의 숨결이며, 우주의 율려(律侶)이다. 이 박자를 짚어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 적어도 바닷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리 때인 보름이나 그믐에는 날이 맑고 그 사이에 있는 조금 때는 비가 온다. 흘러가는 시간을 균일하게 분할해 놓은 것이 달력이지만 거기에는 천지의 리듬도 함께 표시된다. 보름에는 만월이고 삭망에는 달이 없다. 봄이 오고 가을이 오는 태양의 변화야말로 간만의 변화보다 훨씬 더 강력한 리듬이지만 그것은 강한 권력과도 같기에 리듬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법칙처럼 여겨진다. 사실상 양력에 해당하는 24절기는 책력에서 지극히 합리적으로 배열되었지만 달력의 씨실이 되는 것은 월과 일이다. 농사는 절기에 따라 짓고 제사는 날짜에 따라 지낸다. 양력에는 공식적인 삶이 있지만 음력에는 내밀한 삶이 있다.아마도 '양력 설'이 어머니를 실망시킨 데는 그믐밤의 중천에 달이 떴다는 사실만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저 시간의 리듬과 연결되어 있는 삶의 내밀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조금의 썰물에 너른 갯벌에서 게를 잡고 조개를 주웠던, 삭망과 보름이면 상방에 메를 지어 올렸던, 옥토끼와 계수나무에 관해 몽상했던, 이슬 내리는 밤에 곡식 여무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 그 잃어버린 기억들이 시간의 주름 속에 숨어 있다. 한 인간에게서 이 무의식의 기억은 그가 태어나기 이전의 기억으로까지 연결된다. 그는 이 기억에 의해 인간이라는 종에 속할 수 있다. 그는 묻혀 있는 기억의 역사 속에 있다. 설날에, 좀 더 넓게는 명절에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시간은 균일하게 분할된 시간 속에서 질이 다른 시간이다. 그것은 기억이 우리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시간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든다'는 의례의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자기정체성에 깊은 상처를 입고, 공식적인 삶과 내밀한 삶 사이에 깊은 단절을 겪었던 한국인들에게서는 국가가 만들어주려 하는 연례행사의 시간과 개인들의 무의식이 떠받드는 의례의 시간이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으며, 그것이 태양력 속에 공공연하게나 은밀하게 숨어 있는 태음력으로 상징된다고 해야겠다. 겉치레와 속생각 사이의 온갖 분열이 모두 거기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마다 자기 안에 의식되지 않은 자기를 또 하나 가지고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는 어떤 기회를 거기서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이면서 자기인 줄 모르는 자기, 자기라고 인정하기 싫은 자기를 자기 안에 품고 산다. 이 자기 안의 타자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의지를 훼방하지만, 많은 창조자들의 예에서 보듯이 때로는 의식과 의지가 이룰 수 없는 것을 이 타자가 이루어내기도 한다. 이 점은 국가와 같은 거대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명석한 독재'가 정연하고 잘 계산된 가능성의 기치를 내걸고 실패할 때, 반항하는 사회적 타자들의 들쑥날쑥한 정신은 명석한 정신의 계산 밖으로 밀려났던 무한대의 가능성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 미래의 희망이 사회적 주체보다 사회적 타자에게서 기대되는 이유도, 민주주의가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인 이유도 여기 있다./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2017-09-21 황현산

[춘추칼럼]판사와 판결

'남의 해석일뿐' 이라는 현직판사 주장 큰 충격비슷한 사건들 판결 다르다면 법 제구실 못해한번 결정되면 사회 큰 변화 없는한 존중돼야인천지법의 한 판사가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며 "판사마다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의 해석일 뿐인 대법원의 해석 등을 추종하거나 복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판사의 얘기라고 믿기 어려운 주장이라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정치란 말의 뜻은 여럿이다. 가장 근본적 수준에서 정치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미치는 영향들을 뜻한다. 일상적으로 쓰일 때, 정치는 국가 권력과 관계된 일들을 가리키며, 이념과 당파가 두드러진 요소들이 된다. 이 둘 사이는 무척 넓고, 갖가지 뜻을 지닌 채 정치라는 말이 쓰인다.그 판사는 정치라는 말이 하나의 뜻을 지녔다고 여겼고, 끝내 법의 본질에 어긋나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이 정치적 현상이라는 사실과 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 사이엔 큰 논리적 틈이 있다. 정치는 전자에선 너른 뜻을 지녔고, 후자에선 아주 좁은 뜻을 지녔다. 이 둘 사이의 틈은 너무 커서 그의 주장을 따르면, 인류가 다듬어온 법체계와 이론이 모두 그 사이로 빠져버린다.법적 추리(legal reasoning)의 핵심은 연역적 추리다. 그래서 법체계는 본질적으로 연역적 체계다. 하위 법들은 상위법들로부터 연역적 추리를 통해서 도출되고 재판은 법에 바탕을 둔 연역적 추리를 핵심으로 삼는다.당연히, 법체계는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법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비슷한 사건들에 대한 판결들이 서로 다르면, 법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거기서 '선례구속의 원칙'이 나왔다. 판결을 통해서 법체계는 자신을 확충해가므로 한번 판결이 나오면 사회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보편적 원칙인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이런 원리가 시간적으로도 작동함을 일깨워준다. 현실에선 판사들의 해석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법체계는 그 문제를 권위 있는 최종심의 판결로 대처한다. 이 상식을 판사가 거부한 것이다.그 판사가 그런 견해를 지니게 된 것은 근년에 우리 사회를 휩쓴 마르크스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법과 정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견해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특히 이데올로기 이론을 따른다. 어떤 이론이나 주장도 그 사람의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편향되었다는 얘기다. 마르크스 자신은 깨닫지 못했지만, 편향되었다는 사실이 어떤 이론이나 주장을 필연적으로 그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포스트모더니즘은 모든 것들을 상대적으로 만든다. 예컨대, 과학도 주술도 담론이니 본질적으로 동등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범주에 속하면, 모두 가치가 같다는 얘기다. 그 판사는 판결마다 판사의 정치적 견해가 반영되니, 모든 판결들은 동등하다고 주장한다. 선례들도 대법원의 판결들도 그저 다른 판사들의 판결이니, 마음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마르크스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놓친 것은 마르크스주의도 이데올로기고 포스트모더니즘도 담론들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이제 마르크스주의는 논파되었다. 과학과 주술이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도 아프면 굿 하는 대신 병원을 찾는다.막 마흔 줄에 접어든 판사 한 사람의 주장이지만, 이 일은 보기보다 심중하다. 미국 대법원장을 지낸 찰스 휴스가 지적한 것처럼, 헌법은 실제로는 판사들이 그것의 뜻이라고 여기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삶을 규제하는 법은 실제로는 판사들이 그것의 뜻이라 여기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이 선 뒤 재판에 참여한 모든 판사들의 판결들을 그저 다른 사람들의 판단들이라고 가볍게 옆으로 밀어놓는 판사 앞에 서서 판결을 기다리는 처지가 끔찍하지 않은가?게다가 같은 견해를 지닌 판사들이 많고 그들이 만든 단체가 근년에 법조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라 한다. 이번에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판사가 그 단체를 주도했다 하니,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대법원장 지명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이런 사정이 좀 더 명확하게 검토됐어야 했다./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복거일 소설가· 사회평론가

2017-09-14 복거일

[춘추칼럼]북핵해법, 단계적 포괄적 접근

현재핵 동결·미래핵 해체·과거핵 폐기 과정비핵화·관계 정상화·평화협정 등 연계 필요남북·북미대화·6자회담 재개 여건 만들어야지난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상당히 우려스럽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북핵은 임박한 위협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주변국과의 협력하에 평화적 해결의 지혜가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담판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듯하다. 지난 4일 유엔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논쟁에서 시작해서 논쟁으로 끝났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중국이 대북압박과 제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주장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대북원유지원 중단을 강력히 제기했다. 중국은 미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북핵 개발의 원인이고 압박제재 일변도가 북한의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는 주장이다. 북미간의 쌍중단(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양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제시했다.원유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산업 전력용, 군대 훈련용, 주민 왕래수단용이다. 중국은 3회 정도 송유관을 통한 대북원유 중단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중단했다. 북한에게는 고통을 주지 못했다. 중국이 대북원유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내세워 중국을 포위한다고 느끼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다. 중국은 경제·금융을 포함해서 명실상부한 G2 국가이다. 미중간의 연간 교역액은 6천200억 달러를 상회한다. 미중간의 경제전쟁은 양국 모두 거대한 손실을 수반한다. 경제적 셈법에 능통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손실을 감당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정치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제기한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의 필요성은 있다. 도움보다 손실이 크다면 의미가 없다. 첫째, 전술핵이 있는 상태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없다. 둘째, 전술핵이 있어도 우리가 운용할 수가 없다. 셋째, 한반도 핵우산을 약속한 미국에 대해 불신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넷째, 군비경쟁에 의해 한반도가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으로 제2의 사드화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서 독자 핵무장의 주장도 있다. 수령독재국가로서 연일 고난의 행군을 하는 제2의 북한화를 각오하면 가능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는 피할 수 없다. 핵무기는 도미노 현상이 강하다.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면 일본과 대만의 핵보유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국·일본·대만이 핵을 가지면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진다. 미국이 한국의 핵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이다.북한 핵문제는 1989년 프랑스 상업위성 SPOT-2가 촬영한 영변핵시설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했다. 오늘날 북한핵의 고도화를 보고 28년 동안 대화·제재의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나친 결과론적 해석이다. 1994년 북미간에 북핵동결의 제네바합의가 있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토대한 북핵동결의 2.13합의, 북핵불능화의 10.3 합의가 있었다. 2008년 12월 6자회담 전면중단 후 북한은 5회의 핵실험과 6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대화중에는 북핵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대결중에는 북핵고도화로 나아감으로 보여준다. 북핵문제의 과정론적 해석에 해법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포괄적 접근은 과정론적 해석에 토대한다. 현재핵의 동결, 미래핵의 해체, 과거핵의 폐기가 단계론이다. 비핵화·관계정상화·평화협정 등의 연계가 포괄적 접근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합의·이행·검증·새로운 합의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으면서 진전한다. 시간·인내·비용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 기조는 대화와 압박의 병행전략이다. 북한의 도발에 압박의 모습은 보이지만 대화의 목소리는 없다.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에 동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 재개를 위한 환경과 여건 조성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위기 속 대화의 출발점은 물밑접촉이다. 물밑접촉은 협상의 ABC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09-07 양무진

[춘추칼럼]새로운 발견(犬)

늘어나는 반려동물 '복지 전문가' 양성 시급자원봉사단체 활동으론 한계 지원방안 필요유기·학대·방치 줄고 국민 의식수준 향상 기대어느 날 60대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식들 모두 출가 시키고 노부부만 남아 외로워 반려견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 여러 얘기를 주고 받아 결국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의 수가 1000만을 넘었다는 보도는 꽤 지난 이야기이다.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업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 지속적으로 발전하다가 IMF 이후 잠시 주춤했다. 2005년도 이후 입양된 반려동물 수와 사료 및 용품 등의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의 반려동물 시장은 약 4조원 정도로 대규모 산업이 됐다.이 외에도 산술적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부가적 가치를 합산하면 엄청난 경제규모라고 할 수 있다.세계미래학회의 미래 10대 유망산업 중 하나로 선정된 반려동물 산업은 크게 분양, 진료, 사료 및 용품, 훈련, 문화 콘텐츠, 동물 복지, 동물매개 치료 분야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분야에 따라 상당부분 정착돼 있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아직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개나 고양이가 무슨 문화가 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족으로의 지위를 누리는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새로운 문화가치로 인정되고 있다.한동안 많은 대학에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신설해 증가하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비한 인력양성을 시도했으나 반려동물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학과를 폐쇄한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으로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및 사회적 기여 분야 등의 인력을 양성했더라면 더 참신한 반려동물 문화가 증가하는 반려동물 수만큼 발전했을 것이라고 본다.외국의 경우 평생교육원과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동물매개치료(pet assisted therapy·PAT) 전문가를 양성해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심리정서적 재활치료에 활용하도록 하고,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전문가를 양성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몇 개 대학이 PAT 전문가 양성과 문화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서 학계 및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아울러 늘어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대두되고 있는 사안이 동물복지 분야이다. 동물복지법 시행이후로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러 매체에서 공장식 동물 생산 및 동물 학대에 관한 내용들이 보도돼 세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동물복지 전문가의 양성이 매우 시급한 부분이다.현재의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 등 자원봉사단체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교육기관 및 정부기관의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한 시기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하기관 등에서 많은 정책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으로 반려동물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를 기대한다.최근 대통령이 유기견을 입양한 것을 계기로 내년부터 유기동물을 입양할 경우 정부지원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정부지원이 가시화되면 유기동물의 학대 및 방치와 관련된 문제가 줄어들고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일본에서 고령화 문제와 관련된 노인복지정책으로 반려동물 입양을 지원하는 사업이 시행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노인들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입양한 반려동물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상실과 사별로 인해 노인들에게 더 큰 고독감과 비탄을 안겨줬다는 보고는 우리가 향후 반려동물 관련정책에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에 민간단체, 학계 및 정부는 더욱 성숙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서 상호협력적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본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7-08-31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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