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4차산업혁명과 줄기세포 치료신약 개발

미국 이어 두번째로 많은 임상시험 실시'미래성장동력 산업육성' 대응전략 강화 정부 지원체계 구축·규제정비 서둘러야세계 각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산업경쟁력을 이끌 차세대 미래산업 발굴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 경쟁력 제고로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대하면서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줄기세포 치료, 바이오 인포메틱스,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이 포함된 생명공학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대표적 기술로 부상하고, 사물인터넷(IoT), 빅테이터, 인공지능 등이 의료 및 바이오 산업과 융합하면서 의학계의 산업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자의무기록, 유전체 분석 등 의료와 직결되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 클라우딩 컴퓨터, 3D 프린터 등의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및 헬스 산업 분야에 다양하게 접목되면서 디지털 기술과 의료의 경계를 점점 허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기술은 3D 프린팅기술과 줄기세포가 결합해 생체조직프린팅이 발명되고, 물리학적·생물학적 기술이 사이버물리시스템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 세계 인구의 10%가 인터넷에 연결된 의류를 입고, 인터넷에 연결된 안경을 쓰고, 3D 프린터로 제작된 인공 간으로 이식 수술을 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의료·헬스산업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있다. 이러한 미래 4차 산업혁명 중 의료산업의 중심에는 줄기세포의 개발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줄기세포를 활용한 바이오 잉크와 3D 세포프린터의 접목은 연구수준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장기 재생에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러한 점에서 국내 바이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임상을 실시한 국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도 최초의 상업적 줄기세포 임상연구를 개시한 이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2016년까지 전세계 총 314건의 임상시험 중 46건의 임상을 수행해 일본과 중국보다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및 스페인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국가적인 관심과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주도권을 완고히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2016년말 미국은 21세기 Cures법을 제정해 고위험, 고부가가치, 신규연구자를 위한 각종 생물의학연구 지원 및 체계적 전략 수립을 통해 제품의 개발과 승인에 이르기까지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EU도 첨단제제의 인허가를 염두에 둔 개발 및 신속개발 지원제도가 2017년 3월부터 신설 운영되고 있어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은 속도경쟁시대에 돌입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연구분야를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인식해 대내외 여건변화를 감안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효율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투자를 통해 미래성장동력 산업육성의 대응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바이오 및 헬스 산업은 시장 성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공공 및 민간 부문의 R&D 투자 확대와 보건복지부 또는 식품의약안전처와 같은 소관부처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지원체계 구축과 규제정비가 조속히 이뤄져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기술혁신 및 글로벌 밸류 체인 변화에 대응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이다.기대수명의 증가로 의료비지출이 증가되고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비용 대비 효율적인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기술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문기술직의 고용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2017-07-06 김민규

[춘추칼럼]보수냐 민주냐

안보 도모해온 '냉전형 보수' 지지율 15%인데'합리적 보수' 선언한 당은 '5%'로 참담한 실상'보수의 위기?'… 그저 '반민주' 세력 위기일 뿐소설가 황석영이 광주전남지역 문화운동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잠시 서울에 들른 것은 1980년 5월 16일 금요일이었다. 받을 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서울에서 지내던 중 그는 광주로부터 올라온 비보를 듣는다. 문동환 목사의 교회 겸 공동체였던 '새벽의 집'에 도착해 있는, 광주 상황을 알리는 자료들은 '마치 조난자가 절해고도에서 구해달라고 아득하게 먼 곳에서 파도 속에 띄워보낸 병 속의 편지' 같았고, 그는 서울의 몇몇 동지들과 함께 그 '병 속의 편지'에 담긴 진실을 알리기 위해 소위 UP(underground paper)조를 만들어 거리로 나서야만 했다.최근 출간된 황석영의 자전 '수인'(문학동네)에는 아득해지는 대목들이 많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진실의 자유로운 유통이 봉쇄됐던 시절의 저 숱한 희생들이었다. 유신정권 이래의 광기어린 언론 통제 속에서 운동가 혹은 활동가들의 투쟁이란 결국 진실로부터 격리돼 있는 이들에게 그것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거나 혹은 바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촛불혁명을, 이를테면 태블릿 피시의 진실을 보도한 언론과 그 진실을 신속히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생각해 보면, 나조차도 벅찬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지난 시대 진실의 운명을 생각할 때 또 한 번 착잡한 것은 당시 그토록 위태로운 진실의 생명을 짓이긴 이들 중에 문인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수인'의 한 대목을 펼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펜클럽은 뜻한 바 있어 펜클럽 세계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당시 한국펜클럽은 문인협회나 예총 등과 마찬가지로 관변단체에 불과"했으므로, 미국펜클럽 회장이었던 수전 손택은 황석영 등을 위시한 민주 진영 문인들과 접촉하여, 김남주 시인 등 구속 문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통과시키고 한국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뜻을 전한다.그러나 뜻밖에도 결의문 채택은 부결됐는데 그때 분해서 눈물을 삼키던 수전 손택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국펜클럽 측의 환호였다. 당시 기사에 '동료 문인을 석방하자는 해외 문인들의 결의안을 부결시키고 오히려 기뻐하는 한국 문인들의 정체성에 국제펜클럽 회원들은 혼란을 느꼈다'라는 내용이 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훗날 밝혀진 저 부결과 환호의 내막은 이렇다. 한국펜클럽 회장과 관련자들이 대회 전날 해외 문인들의 호텔방을 방문해 거액이 담긴 봉투를 돌리며 반대와 기권을 유도했다는 것. 자, 이것이 군부독재 시절 자칭 '보수' 문인들의 활동이다.대한민국에서 '보수'란 무엇이었던가. 최근 출간된 사회학자 김종엽의 저서 '분단체제와 87년체제'(창비)의 한 대목(2장, 각주 20)에서 저자는 '보수와 진보' 대신에 '보수와 민주'라는 명명법을 택하고 그 이유를 밝힌다. "구별의 두 항은 각각 상대가 아닌 것을 통해 의미를 획득한다." 즉, '보수와 진보'라는 구별에서 보수는 '진보가 아닌' 것이 되지만, '보수와 민주'라는 구도에서 보수는 '민주가 아닌' 것으로 제 자리를 부여받는다는 것. "이렇게 구별하면 분단체제 아래서 보수가 민주적 법치를 온전하게 수용하지 않는 집단임을 보여줄 수 있다." '수구'라 불리는 '냉전형 보수'와는 구별되는 소위 '합리적 보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법하다. 그러나 "수구세력이 이른바 합리적 보수에 대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 보수파의 특징"이라는 것이 저자의 답변이다. 과연 그렇다. 자신들도 안 믿는 안보 선동으로 생존을 도모해온 '냉전형 보수' 정당의 최근 지지율이 15%인데, '합리적 보수'를 선언한 정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5%니 말이다. 이것이 한국적 보수의 참담한 실상이다. 보수의 위기? 아니, 진실을 감옥에 가두고 돈 봉투로 틀어막아온 '반민주' 세력의 위기일 뿐이다. 한국의 보수는 시작된 적도 없다./신형철 문학평론가신형철 문학평론가

2017-06-29 신형철

[춘추칼럼]업보

문대통령 '5대비리 연루자 공직 배제' 약속결국 발목 잡아 능력있는 인사 임명 애먹어한국당도 야당만 할게 아니면 현실 직시해야순항하는 듯했던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봉착했다. 임명하는 장관마다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으니 말이다. 위장전입은 기본이고 논문표절에 음주운전까지, 낙마해야 할 사유는 차고 넘친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때 내건 소위 5대 비리 관련자는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법무장관에 지명됐던 안경환 후보자는 짝사랑하는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게 드러나 충격을 줬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일은 해야 하는데, 깨끗한 후보자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의 선택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당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었다. 그의 선택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지켜낸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UN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개혁의 적임자로, 중소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어서 빨리 임명해달라"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장관으로 지명된 조대엽은 그간 기업 측 입장만 대변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추진할 적임자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분들이 저지른 범죄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문제는 현 대통령의 야당 시절에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는 여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나도록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후임 총리를 임명해야 하는데, 지명하는 총리마다 각종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총리가 그다지 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흠결이 아니라면 그냥 통과시켜 주는 게 맞다. 중앙일보 출신인 문창극의 경우엔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신념을 지녔으니 대한민국 총리로 부적합하다 해도, 대법관을 지낸 안대희마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건 지나쳤다. 그는 대법관 퇴임 후 5개월간 16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게 도마에 올랐는데, 그의 명성과 직위를 고려했을 때 그 정도 수임료가 지나친 건 아니었다. 결국 총리로 임명된 이는 이완구였지만, 그 역시 병역기피와 부동산투기라는 흠결을 지닌 데다, 경남기업 회장인 성완종에게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려 사표를 낸 걸 보면, 깨끗한 공직자를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깨끗한 공직자만 쓰겠다면서, 병역 면탈·논문 표절·위장 전입·부동산 투기·세금 탈루 등 소위 5대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인사에서 원천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멋지게 들렸던 이 말은 결국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 흠결 없는 공직자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고, 능력이 있다면 통과시켜주는 등 정부가 일을 할 수 있게 협조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처럼 야당이 인사문제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건 국민적 지지가 높다고 그냥 밀어붙일 일만은 아니다. 과거에 대해 대통령이 유감을 표하고, 향후 공직자 인선을 어떻게 할지 야당과 합의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처럼 까다로운 임명절차가 계속된다면, 아무도 공직을 맡지 않으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도 현실을 좀 돌아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모든 장관과 총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통령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뽑은, 국정농단의 주범이다. 그랬던 정당이 장관의 위장전입을 지적하는 건 일말의 양심조차 저버린 행위이며, 10%도 안되는 정당 지지율은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다. 정당이 정권을 잡으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나라를 더 잘 되게 만들자는 것일진대, 일 좀 하게 해달라는 대통령의 절규를 무작정 외면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네가 그랬으니 나도 똑같이 해주겠다, 이런 초딩적인 마인드보다는 일단 일을 하게끔 도와주고 그 일의 잘잘못을 꼼꼼히 따지는 어른이 돼주길 빈다. 자유한국당이 만년 야당만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2017-06-22 서민

[춘추칼럼]6·15 공동선언을 되새기면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고도 전략 요구핵문제와 연계한다면 文정부 임기내 힘들듯대북제재와 연관돼 국제사회 설득시간 필요지난 15일로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서명한 날이다. 6·15 공동선언은 자주적 통일,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 인도적 문제 해결, 교류협력의 활성화, 당국간 대화 등 5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동선언은 남북간의 화해협력, 평화협력, 통일협력이라는 3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통해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민족의 혈맥을 이어 평화통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배타적 자주가 아닌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속에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자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로 나아가는 '21세기 자주통일의 이정표'라는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간에는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타났다. 남북장관급회담을 비롯한 수많은 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3대경협사업도 성실히 이행되었다. 인도적 협력으로 남북한 주민들에게 화해협력의 정신을 심어 주기도 했다. 남북대화의 틀이 있었기에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하여 9·19 공동성명과 2·13, 10·3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혹자는 화해협력정책 10년 동안 북한에 퍼주고, 끌려 다니고, 퍼준 결과가 핵무기로 돌아 왔다고 비판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북한에 퍼주지 않고, 현금이 들어가는 관광도 중단했는데 북한핵은 폐기되지 않았다.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압박과 제재에 집중하고, 심지어 전작권 전환 연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상황은 악화되었다. 대청도 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한반도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최악이었다. 자고 나면 대북전단을 살포했지만 북한 주민들의 대남동경심은 커녕 대남 적개심만 심화시켰다.박근혜 정부 4년도 이명박 정부 5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북한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의 환상에 빠져 대북압박과 제재에 집중했지만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었다. 남북간에는 대화의 틀도 없어지고, 오고 가는 길목도 없어지고, 심지어 연락채널도 없어지는 그야 말로 남북관계의 암흑기로 만들었다. 결국 화해협력정책 10년과 대립대결정책 9년을 되돌아 볼 때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남북이 함께 하는 화해협력정책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민주정부 3기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달포가 지났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천만 한민족이 전쟁의 두려움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이행이라는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다. 두 사업은 북핵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고도의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좀 거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 없이 남북관계 복원이 어렵고, 금강산관광 재개 없이 이산가족상봉이 쉽지 않을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경협사업 재개의 출발점에서 북핵문제와 연계한다면 문재인 정부 5년 임기내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인들도 재개에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경협사업 재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이 문재인 정부와 함께 고민하고 호흡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경협사업 재개의 시간은 점점 빨라질 것이다. 북한도 문재인 정부의 유연한 입장에 핵고도화·외세배격 주장으로 기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대남비방을 즉각 중단하고, 판문점연락사무소 복원과 서해·동해 군통신채널을 선제적으로 복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복원이 기본이다. 남북관계가 복원되어야만이 미국도 설득하고 북한도 설득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시동을 걸 수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06-15 양무진

[춘추칼럼]과학 강국으로 가는 길

한분야 집중연구 할 수 있는 정부정책 필요예산집행 공무원 개입 말고 지원만 해줘야분야별 4차산업혁명 개념·방향 재정립 필수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국가발전에 과학기술의 성과와 역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연구생산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정부 출연연구원의 미션과 역할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대한민국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시 한번 과학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반성하고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첫째, 한우물을 팔 수 있는 정부정책이 필요하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전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찾기가 어렵고 전문연구보다는 과제수주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한우물 파는 연구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한우물 연구는 정부의 정책만으로 되지 않으며 연구자들의 투철한 열정과 도전의식이 함께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둘째,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연연이 산업화 초기에 과학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산업과 대학의 연구역량이 크게 향상돼 세계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출연연의 연구원들은 아직도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연구성과는 기업의 니즈나 시장 원리와 괴리가 큰 것이 사실이고, 연구는 90% 이상 성공하는데 시장에서는 써 먹을 성과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험실 수준의 연구에서 벗어나 우리가 하는 연구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인류의 삶 향상에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 고민하며 냉철한 철학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다.셋째, 과학정책은 정부관료가 좌지우지하지 마라. 연구개발 기획과정에 정부관료의 의견이 70%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관료가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까지 기획 및 예산 집행을 좌지우지한다. 형식적으로는 정책에서 공무원 권한이 축소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정책수립 과정과 예산집행과정에서 공무원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근본적으로 과학정책 수립, 연구기획, 예산집행은 전문가, 민간인, 연구자에게 맡겨놓고 정부는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사항을 지원만 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넷째, 감사제도를 개선하고 위반자는 일벌백계하는 정책을 펴라. 연구비 부정 사건이 한번 생길 때마다 새로운 규정은 점차 늘어나서 대한민국 연구계는 늘상 감사에 시달리고 있다. 연구비 부정이 나올 때마다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모든 연구자들을 일단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연구활동을 저해하는 방법은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0.5% 이하의 연구 부정 때문에 99.5%의 연구원이 감사와 행정업무로 고통받고 있다. 연구활동을 저해하는 감사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정해진 규정을 위반하는 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는 정책으로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과학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다섯째, 과학자들의 자긍심을 살려줘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수한 연구원들은 정년에 상관없이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우수연구원 정년연장 제도를 확대해 많은 우수 연구원들이 1998년 외환위기 전과 같이 65세까지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희망한다. 그리고 아주 유능한 과학자는 중국의 사례처럼 정년 없이 종신 연구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서는 무능한 연구원에 대한 퇴출제도를 동시에 도입하는 것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여섯째,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제대로 잡고 가자. 정부, 연구계, 지자체, 교육계, 금융계 등 모든 분야에서 뒤질세라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방향에 대해서 모호한 점이 너무 많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너무 조급증에 휘말려 창조경제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방향을 한번 더 심도있게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특히 국가 주도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중장기적 연구를 통해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했듯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조급증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정용환 한국원자력硏 책임연구원정용환 한국원자력硏 책임연구원

2017-06-08 정용환

[춘추칼럼]시기상조의 나라

동성 결혼·커플 법적 인정 44개국에 달해한국, 관용·성숙지표 44위 안에 왜 못드나정신적 진보수준 하위권 탈피 아직 이른가시기상조라는 말은 듣기에 착잡하다. 당위성과 필요성은 인정하되 실행은 나중으로 미루자는 뜻이다. '미루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을 것이다. 그 계획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 일이 정말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조건이 무르익는 때를 기다려야지, 섣불리 밀어붙였다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그 실패의 충격이 재기의 기회마저 앗아갈 수 있다고 염려한다. 이 말은 옳다. 문제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사실은 그 계획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가끔 전자의 흉내를 내며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일종의 '시기상조 리스트'가 있어 왔고 지금도 있다. 아직 한국사회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는 시기상조다, 일본문화 개방은 시기상조다, 공무원의 노동조합가입 허용은 시기상조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기상조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시기상조다, 공교육 현장에서의 체벌금지는 시기상조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시기상조다…. '시기상조의 현대사'를 서술해볼 수 있을 정도다. 이중에는 이제 시행된 것도 있고, 아직도 '시기가 상조하여' 여전히 제자리인 것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놀랍게도 그 나라들은 망하지 않았다. 최근 한 성소수자 군인이 영외에서 합의하에 행한 성행위를 군 당국이 문제삼아 결국 그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법정에서 졸도했다. 이제 성소수자 군인은 군대를 가지 않아도 처벌받고 가도 처벌받는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호모포비아들은 차치하고 적지 않은 이들이 '안타깝지만 아직은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을 말하고 있으니 시기상조 리스트는 또 한 줄 늘었다. 세계최강군인 미군은 군인의 성적정체성에 대해 어떠한 법적 제재도 가하지 않으며 동성애자인 장성까지 있는데 왜 우리는 시기상조인가. 동성애자들에게도 국민성이 있어서 우월한 미국은 돼도 열등한 한국인은 안되는 것인가.시기상조가 아니라 만시지탄이다. 서구사회가 동성애는 '질환'이 아니며 따라서 '치료'의 대상도 아니라는 과학적 진실에 도달한 것은 1970년대다. 그것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주어진 정체성'이므로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세계의 사회적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대한민국의 몇몇 목회자들은 동성애에 대한 저주를 퍼부으며 월급을 받아간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사랑이다. 그 사랑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 그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 누구도 감히 하기 힘든 사랑이어야 한다. 그러니 성소수자들을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스도를 배반했다.지난 대선 토론 때 논란이 된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 역시 그렇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에서 제작한 자료집에 따르면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영국·미국·프랑스·아르헨티나 포함 23개국이며, 시민 결합제도를 통해 동성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까지 포함하면 총 44개국이 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은 왜 이 같은 관용과 성숙의 지표에서는 44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나라여야 할까. 안타깝게도 이 나라는 물질적 진보말고 정신적 진보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세계 순위 하위권에 속한다. 그 처지를 벗어나는 일도 아직은 시기상조인가.어슐러 르 귄의 유명한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전반부는 미래 세계의 어느 작은 나라 '오멜라스'가 얼마나 풍요로운 나라인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돼 있다. 그러나 그 전반부는 후반부의 끔찍한 진실과 대조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만 필요하다. 오멜라스의 어느 지하실에는 아무 죄도 없는 한 아이가 짐승처럼 묶인 채 굶주림과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왜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 아이 하나가 그런 고통을 받아야만 오멜라스의 그 풍요로운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비열한 사회적 계약을 알고도 우리는 계속 이 오멜라스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신형철 문학평론가신형철 문학평론가

2017-06-01 신형철

[춘추칼럼]정치보복과 적폐청산 사이

文대통령, 4대강사업 감사 지시 'MB 불쾌'조사없이 그냥 내버려 두기엔 너무 큰 적폐검찰·공정위·감사원 독립·자율성 발휘해야4대강 사업은 시작부터 좀 이상한 프로젝트였다. 출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였다. 거기에 동조하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KTX가 서울과 부산을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오가는 시대에 한가롭게 배를 타고 전국을 유람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였지만, 그건 그의 전공인 경제를 살려달라는 주문이었을 뿐, 대운하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국민의 80%는 대운하 사업을 반대했다. 대통령이 모든 공약을 다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대운하처럼 시대착오적인 사업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명박은 이름을 '4대강 사업'이라고 바꾼 뒤 사업을 재추진한다. 치밀하게 전개된 여론전 때문인지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지율은 이전보다 조금 상승했지만, 다수의 국민은 20조가 넘게 들어가는 그 사업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가졌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은 추진됐고, 그 뒷얘기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멀쩡한 강을 보로 막아놓으니 유속이 느려졌고, 요즘 우리나라에 부쩍 심해진 가뭄까지 겹쳐지는 바람에 곳곳에서 녹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상쇄시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4대강 사업을 해서 좋아진 점을 찾기가 어렵다. 이쯤 되면 이명박이 이런 사업을 왜 그렇게 결사적으로 추진했는지 궁금해진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2013년 1월, 그간 이 사업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감사원은 돌연 입장을 바꿔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다'라고 양심선언을 한다. 그러니까 감사원은 정권의 서슬이 무서워 거짓말을 해왔다는 얘기, 그렇다면 새 정부에서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같은 뿌리인 박근혜 정부는 이 사업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최순실게이트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사건의 조사는 영영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최순실게이트가 우리나라에 이익을 가져다준 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측의 4대강 감사 지시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진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혀를 끌끌 차고 헛웃음을 지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인데, 이건 완전범죄라고 생각한 게 탄로 났을 때 보이는 반응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보복 운운할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문대통령이 청계재단이나 이명박 측근의 비리를 조사한다면 그런 비판이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4대강은 그냥 내버려두기에 너무 큰 적폐다. 사업이 어떻게 추진됐는지, 이를 감시할 권력기구들은 도대체 무얼 했는지, 여기에 부화뇌동한 이들은 누구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권력을 잡아 크게 한탕하자'는 불순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너도나도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는가? 한 가지 씁쓸한 점은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너무 큰 힘을 갖는 것 같아서다. 4대강 감사가 시작된 것도 대통령의 지시였고,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렇다면 추후 대통령이 바뀌면 열렸던 보가 다시 닫히고, 그 1만명이 다시 비정규직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건 이런 면에서 위험하다. 만일 검찰과 공정위, 감사원 등의 국가기구들이 소신껏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어떨까. 4대강은 물론이고 최순실게이트도 사전에 막았을지도 모른다. 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그래서 이들 기구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 익숙해진 이들이 과연 체질개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2017-05-25 서민

[춘추칼럼]북핵문제 주변국 입장과 비핵화 해법

美, 북핵 국제적 비확산 체제 도전 간주中, 고도화 역내질서 도발·日 안보위협제재·압박과 대화·협상 병행 방식 요구북한은 5차례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통해 핵무기 실전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핵탄두를 소형화·다종화 하는데도 상당한 진전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소형화는 탄두의 중량이 1t 미만이면서 직경 90㎝ 이내를 말한다. 다종화는 핵물질로서 천연 우라늄과 인공 플루토늄 모두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실전 배치된 스커드·노동 미사일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이들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될 경우 그 위협성은 심각하다.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무수단 중거리 미사일(IR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북핵문제에 대한 주변국의 입장은 상이하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국제적인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핵무기의 수직적 확산보다 핵물질의 수평적 확산 억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북한이 미국 본토 뿐만 아니라 한국·일본에 대한 핵공격을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중동 등의 테러집단에게 핵무기 또는 핵관련 기술·자재·인력을 유출할 경우 '테러와의 전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고 판단되면 북핵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북한의 핵 고도화가 역내 질서에 대한 심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빌미로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강화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미국 MD체제에 대한 일본의 편승, 일본의 보통국가화 및 재무장에 대한 미국의 지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최신 무기체계 판매 등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중국 내에서 북핵 고도화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일부 주장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전통적인 북중관계를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일본은 북핵의 고도화를 안보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마다 탐지를 위해 동해 인근 수역으로 이지스함을 급파하고 일본 본토에서는 요격준비를 갖추곤 한다.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직접 대응하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잠재적 핵무장국으로 평가될 정도로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는 북핵문제가 국제적인 비확산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냉전시대의 '영광 재현'을 내세우고 있지만 유럽과 중동에 대한 더욱 큰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중이 각축을 벌이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핵문제 해결을 위한 주변국의 입장도 다양하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중요한 국가안보문제로 인식한다. 정책목표는 한반도비핵화이다. 추진전략은 '최고의 압박과 관여'의 병행전략이다. 외형상으로는 병행이지만 실재로는 '선 압박, 후 관여'로 읽힌다. 전략적 수단은 외교적 고립·안보적 압박·경제적 제재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배제하지만 군사적 옵션은 배제하지 않는 듯하다. 대화의 조건이 핵·미사일 시험의 모라토리움인지 의심지역의 사찰 약속까지 포함되는지 불명확하다.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비핵화,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해결 등 3원칙을 분명히 한다.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는 이행하지만 독자적인 제재는 반대한다. 최근에는 핵실험과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미대화든 북미중 3자대화든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자회담의 유효성도 강조한다. 일본의 아베총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동조·편승하면서도 결정적일 때 납치자 문제를 북핵문제보다 우선에 둔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협상 이전에는 중국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례가 많다.6자회담이 중단된 지 9년이 흐르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과 제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는 느낌이다. 제재·압박 및 대화·협상을 병행하여 두 가지를 상호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북한핵은 체제생존수단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과 한미군사훈련 등 북한의 안보우려사항을 감소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정책적으로 분리하고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북한의 현재 핵 동결, 미래 핵 해체, 과거 핵 폐기 등 점진적 단계적 접근이 현실성을 지닌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05-19 양무진

[춘추칼럼]이공계 육성 청년 일자리 해결하자

너도 나도 '4차 산업혁명 준비' 목소리이공계 전공·일자리 선호할 수 있도록'안정적이고 좋은 처우' 기반 마련 시급 가정의 달 5월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사랑을 주고, 부모님과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주간이다. 이번 5월은 이른바 '장미대선'을 치르고 새로운 정부까지 출범해 그야말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이런 가운데 만물이 푸르른 5월의 축제를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청년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 탓에 학점관리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대학에서 전공분야의 전문 지식을 쌓고 준비된 인재로 육성되어야 할 청년들이 취업 시장을 뚫기 위해 획일적인 스펙쌓기에 골몰하는 현상은 사회적, 국가적 손해이다. 이런 문제점에 공감하기에 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각자 일자리 창출 공약을 고안해 내놓고 이를 서로 검증하는데 열을 올린 바 있다.이토록 취업문 뚫기에 온 나라가 올인한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공계 분야에서는 구인난을 겪는 현장을 보고 들을 때가 종종 있다. 10여 년간 지속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낳은 결과로 인재가 부족한 데다 매력적인 여건을 가진 직장이 부족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취업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이공계 분야에 기피 정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공계 전문직 양성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임금 수준이 비이공계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본적이 있다. 이공계 진학이나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기회비용과 상대적 임금 수준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라는 분석이었다. 엔지니어나 연구직 등 이공계 전문가는 한 명의 직업인을 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타 분야보다 훨씬 큰 데도 임금 수준이 그에 크게 못 미쳐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선호 전공의 불균형이 낳는 문제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통해 향후 10년간 대학 및 전문대 졸업자들이 인력시장에 80만명가량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 졸업자 중에선 경영·경제 전공자들의 초과 공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까지 구인 및 구직 시장에서 경영 전공자의 인력 수요는 38만명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공급은 50만명으로 12만명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력 공급이 많은 전공 중에 하나가 중등교육으로 향후 10년간 8만명의 인력 초과 공급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이에 반해 이공계 분야에는 인력 공급이 달리는 인력난이 계속될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 및 금속 전공의 경우 2024년까지 필요한 전공자의 숫자는 18만명 규모인 데 반해 이 기간 공급되는 졸업자의 숫자는 10만명으로 8만명이 부족하다. 이어 전기전자(7만명), 건축(3만명), 화학공학(3만명) 등이 초과 수요가 많은 전공이었다.알파고 열풍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 시장 성장과, 분야를 막론하고 강조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한다는 시기에 이공계 구인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다.이공계 전공과 일자리를 선호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진다면 답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와 구직난 속에서 일자리 선택의 기준은 '안정'일 것이다. 교사와 공무원이 청소년이 희망하는 직업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공계 역시 안정적이고 좋은 처우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해외 사례와 최근의 진로조사결과를 보면 희망이 보인다. 미국에서는 이공계 출신이 취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전국대학고용인연합이 발표한 '2017 겨울 연봉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급 기준 전공별 예상 초봉 1위는 공학, 2위는 컴퓨터 과학, 3위가 수학과 기타 과학과가 차지했다.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진로 교육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이 선호하는 미래 희망직업 10위권 안에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이공계 연구직 업종들이 여럿 등장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했던 2000년대 후반 조사 기록에는 중·고생 희망직업 10위 안에 이공계 관련 직업은 한개 뿐이었지만 이번 결과에서는 생명 및 자연 과학자나 정보 시스템 보안 전문가, 기계공학기술자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너도 나도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준비는 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다. 이공계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인해 청년들을 먹고 살기 위한 취업의 전쟁터에서 구해내 전문성 강화와 자아실현이 가능한 삶의 현장으로 안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정용환 한국원자력硏 책임연구원정용환 한국원자력硏 책임연구원

2017-05-11 정용환

[춘추칼럼]대통령, 크게 아파하는 사람

타인 고통 함께 느끼고 외면 못하는 능력세월호 유가족·비정규직 말 귀 기울이는우리중에 가장 크게 아파하는 사람이길…문학작품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업이라 어떤 작품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 평론가마다 다 다를 그 대답에 점수를 매긴다면,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답은 아마 낙제 점수를 받을 법하다. 진부한데다가 별 뜻도 없는 말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작가들은 도대체 당신이 말하는 깊이라는 게 뭐냐고 불평을 터뜨릴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그리 싫지가 않다.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좋은 작품에는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서 그 어둠 속에 앉아 있어본 작가는 대낮의 햇살에서도 영혼을 느낄 것이다. 내게 작품의 깊이란 곧 '인간 이해'의 깊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을 존경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게는 한 인간의 깊이 역시 인간 이해의 깊이다. 인간의 무엇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인가. 그중 하나로 나는 '타인의 고통'이라는 답을 말할 것이다. 이 대답 역시 진부하게 들린다. 그러나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통은 진부해지기는커녕 날마다 새롭다. 세상에 진부한 고통이란 없으니 저 대답도 진부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투표할 것이다. 깊은 사람에게, 즉 타인의 고통을 자기 고통처럼 느끼는 사람에게 말이다. 국민과 함께 슬퍼할 줄 몰랐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보면서 그런 각오를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어떤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내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고통의 공감은 일종의 능력인데, 그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한심한 한계다. 경험한 만큼만, 느껴본 만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통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자의든 타의든 타인의 고통 가까이에 있어본 사람, 많은 고통을 함께 느껴본 사람이 언제 어디서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이 낸 책을 읽었다. 나는 그들이 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폈다. 청년 시절의 그들은 누구 하나 못난 사람이 없었다. 모두 수재였고 좋은 대학에 갔으며 탄탄대로가 열려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 대로를 곧장 걸어갔고 어떤 이들은 엉뚱한 길로 접어든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수십 년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다.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르는 일 따위가 아닌 것이다.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 대다수는 자신에게 편안한 길을 택하며 그것은 비난받을 일이 못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주 드물게도 고통이 더 많은 쪽으로 가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다른 이들도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서 입신출세한 사람을 선망은 할 수 있어도 존경까지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그 고통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 사람,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자신의 안락을 포기한 사람들만을 존경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대통령이 부디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혹자는 성품이 아니라 능력을 봐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성품이냐 능력이냐'라는 물음은 잘못된 양자택일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능력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성품이 곧 능력이다. 실무적 능력이야 해당 분야 실무자의 덕목이면 될 일이다. 환상을 품고 있지는 않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구세주가 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살아온 삶이 오늘의 그를 믿게 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능력과 그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능력 때문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치명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귀 기울일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말을, 반값 임금에 혹사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을, 차별 당하는 소수자들의 말을 말이다. 그 고통을 알겠어서, 차마 도망칠 수 없어서,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다. 대통령(大統領)이 대통령(大痛靈)이면 좋겠다. 우리 중에 가장 크게 아파하는 사람이면 좋겠다./신형철 문학평론가신형철 문학평론가

2017-05-04 신형철

[춘추칼럼]네거티브가 더 낫겠다

'장미 대선' 후보들 여전히 장밋빛 공약만 남발 국가채무 627조인데 5년후 생각만해도 무섭다'헐뜯기 지양 정책대결 하라'는 사회분위기 탓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의 공약은 '내각제'였다. 오랜 기간 내각제를 주장한 김종필과 손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합의하긴 했지만, 김대중은 그 공약을 지킬 마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내각제는 금기의 단어가 됐다. 공약대로라면 99년에 내각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이렇다 할 해명의 말도 없이 그 시기를 넘겨버렸다. 내각제 개헌이 실제로 가능할 거라고 믿는 이가 없어서였는지,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의외로 적었다. 그보다 10년 먼저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대선 당시 "2년이 지나고 난 뒤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역시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러니까 노태우의 공약도 지킬 마음이 없는, 당장 대통령이 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그 시절엔 이게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선거 때면 으레 공약이란 이름으로 온갖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엔 다 없던 게 돼버리곤 했으니 말이다.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언론 이외에도 시민단체나 개인에 의한 정부감시가 가능해졌다. 별다른 이유 없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왜 공약을 안 지키느냐?"며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는 지극히 타당한 것이기에, 많은 이들이 여기에 공감했다. 예컨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했던 '반값등록금 공약'을 보자. 그가 이런 공약을 내세운 건 등록금이 비싸다는 대학생들의 요구가 분출되기 때문이었지, 이명박이 특별히 대학생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명박은 대통령이 된 뒤 4대강 사업처럼 국민들이 안 지켜도 된다고 했던 공약은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등록금 인하에 대해선 무관심했다. 결국 대학생들은 왜 공약을 안 지키냐며 거리로 나섰다. 이제 더 이상 공약을 내건 뒤 어물쩍 넘어가는 게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장난을 시작한다. "김해에 신공항을 짓겠다고 했지만, 기존 공항을 새것처럼 멋있게 리모델링하기로 했으니 그게 신공항이나 마찬가지다. 난 공약을 지켰다." "근로자들이 세금을 더 내게 됐지만, 이게 증세는 아니다. 따라서 나는 공약파기를 하지 않았다." 이런 말장난 역시 박 대통령의 몰락에 일조했다. 19대 대선을 앞둔 현재, 대선후보들은 여전히 장밋빛 공약을 내세운다. 예컨대 A후보는 공공부문에서 신규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4대강사업 수준인 21조원이 필요하다는데, 당연히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그런데 A후보는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하니, 증세 없는 복지에 발목이 잡혔던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심지어 군복무 기간을 현재의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한다니, 갈수록 입대인원이 적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어쩌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든다. B후보는 '청년고용보장계획'을 시행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 차원으로 2년 동안 월 50만원씩 총 1천200만원을 지원하고, 청년 구직자들에게 6개월 동안 월 30만원씩 180만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한단다. 이를 위해서 드는 돈도 무시할 수 없는 액수일 텐데, B후보 역시 증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C후보는 오히려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하니 한숨이 나온다. 증세를 하겠다고 약속한 D와 E후보는 아쉽게도 당선가능성이 없고, 완주할지 여부도 판단이 안서는 상태다.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2001년 122조원에서 2016년 627조원으로 5.1배 증가했단다. A나 B중 하나가 당선되고, 이들이 증세 없이 공약을 달성하겠다고 하면 5년 후 국가채무는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 이게 다 네거티브를 지양하고 정책대결을 하라는 사회분위기 탓, 이렇게 외쳐본다. "정책대결 대신 그냥 네거티브 합시다."/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2017-04-27 서민

[춘추칼럼]새 정부의 5단계 대북정책 추진전략 제언

남북관계 신뢰회복·6자회담 재개 중요새로운 협력사업과 정치·군사문제 협의정상회담 통해 '한반도 평화시대' 선언새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정책'을 제언한다. 국민과 남북,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것이 근간이다. 정책 목표는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물류시대 개막, 풀뿌리 남북관계 구축 등이다. 추진 원칙은 소통과 협력을 근간으로 하는 '3불용 원칙'이다. 북핵 불용, 무력 불용, 일방주의 불용 등이다. 추진과제는 인도주의 문제 해결, 사회문화 교류, 남북기본협정 체결,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접경지역 개발, 남북경제공통체 형성, 남북중러 물류교류, 풀뿌리 협의체 구축, 북한인권 개선 등 10대 과제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는 남북관계의 잃어버린 9년이었다. 남북관계 복원이 시급하다. 남북 당국간 불신의 벽이 높고 현안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효과적이다. 1단계(2017)에서는 신뢰회복 및 분위기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남한은 북한의 끊임 없는 도발과 위협에 피로감이 쌓여있다. 북한은 남한으로부터의 흡수통일을 경계하고 있다. 남한은 김정은 체제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북한은 적화통일 및 군사적 도발행위를 포기해야 양측간 정치적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연락채널 복원, 판문점에서 실무접촉, 특사 상호 교환방문, 10·4 정상선언 10주년 및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 평창올림픽과 세계사격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남북체육회담 개최가 필요하다.2단계(2018)에서는 남북관계 복원 및 6자회담 재개가 중요하다. 남북관계를 총괄·조정하는 장관급회담이 개최돼야 한다. 민간급교류를 통한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이 재개돼야 한다. 하반기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비핵화·평화협정·남북기본협정·새로운 협력 사업 등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6자회담 재개도 필요하다. 3단계(2019)는 새로운 협력사업 추진과 정치·군사문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10대 추진과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협력사업을 펼쳐야 한다. 한반도 긴장완화 및 국군포로·납북자 등 근본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의 제도화도 이끌어야 한다. 북핵문제는 한미공조를 통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는 중국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내 4자 평화포럼 또는 평화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4단계(2020)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실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한반도 평화시대 선언'이 필요하다. 4자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군사정전협정을 대체할 잠정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6자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한반도의 전쟁을 종식하는 선언(종전선언)도 해야 한다.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의 비핵화와 병행적 단계적 추진이 현실적이다. 5단계(2021)는 대북정책 추진 성과 및 한반도 상황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필요하다. 남북관계 제반문제 및 한반도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다음 정부에게 인계해야 한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불안정 하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이익을 중심에 놓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패권경쟁에 집중한다.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남북간·북미간 주고 받는 말폭탄은 전쟁 수준이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가 되고 남과 북은 이방인이 된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잃어버린 10년을 반복할 것인지 새로운 한반도를 개척할 것인지 중요한 경계의 지점에 있다. 남북관계가 좋으면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은 협조자가 된다.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 정책'은 소통의 시대정신, 한반도의 이중 성격, 평화통일의 미래비전,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전략이 담겨 있다. 국민과 남북이,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평화 정책'은 새로운 한반도의 개척을 담보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04-20 양무진

[춘추칼럼]차기정부 과학기술 정책

경제 발전·행복한 삶·안보 유지에 목적유행·마케팅 전략 결정 바람직하지 않아전문가 의견 취합후 검토 정책 변경 안돼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사람들과 반대했던 사람들로 국론이 분열되어 혼란의 시간을 맞고 있다. 탄핵 후 두 달 이내에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필자는 과학자로서 대선후보들은 과학기술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정부조직의 개편이 예상되는데, 현재의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조직개편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과학기술과 관련해 미래 백년대계를 바라볼 수 있는 정부조직과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이전 정부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는 과학기술부, 이명박 정부 때는 교육과 과학을 합친 교육과학기술부, 박근혜 정부 때는 과학과 정보통신을 합친 미래창조과학부로, 과학기술부처는 여기저기 붙였다 떼었다 했지만 지나고 나면 성공한 거버넌스라고 평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벌써 과학기술 거버넌스와 관련해 국회 토론회, 과학기술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줄을 잇고 여기저기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과학기술부를 부활하자는 방안과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또는 교육부 일부를 합치는 방안 등이 나오고 있다. 크게 나누어서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탄생하느냐, 다분야 통합부처가 탄생하느냐로 나뉜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정권에서 다부처 통합 부처를 만들었을 때 시너지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통합부처를 만들었을 때 업무의 우선순위에 밀리다 보니 과학기술분야는 항상 지원과 관심에서 소외되어 왔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정부는 과학기술전담 부처를 신설하고 그 다음정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거버넌스와 정책이 계속되길 희망한다.대한민국은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언론에 오르내리는 대선주자들이 모두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과학기술, 교육관련 정책들을 수없이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주창했듯이 차기정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4차 산업혁명을 슬로건으로 내세울 것이 분명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너도나도 뒤질세라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모두가 나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구체성에 대해서 한 번 더 검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은 아직 피부에 와닿는 것도 없고 실현될 날도 아직 멀었는데 우리가 너무 조급증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뒤돌아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 아직 확실하게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 바이오, 물리학 등을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제품의 지능화, 기술융합을 기반으로 생산과 서비스의 자동화, 초연결시대를 통한 지능화, 자동화 혁명이라고 이해한다. 여기에 나오는 핵심 키워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재료과학 등 현재 미래 기술로 대두되는 모든 기술이 총망라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의 실체도 분명하지 않고 1·2·3차 산업혁명과 달리 주도할 기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선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마케팅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을 너무 이용하게 되면 처음부터 개념이 모호했던 창조경제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차기정부는 새로운 과학전담 거버넌스와 과학기술 정책을 논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밀한 분석과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주길 바란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 연구 성과는 창출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산업은 발전할 수 있다. 알파고가 뜨면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포켓몬고가 뜨면 증강현실, 가상현실에 투자하는 정책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한 우물을 파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과학기술정책은 국가의 경제발전, 국민의 행복한 삶, 국가안보유지에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며, 과학기술관련 거버넌스와 정책은 유행이나 마케팅 전략으로 결정되어서도 안 되며,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하되 한번 결정된 과학기술정책은 바꾸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과학기술 성과는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그 다음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정책이 추진되길 희망한다./정용환 한국원자력硏 책임연구원정용환 한국원자력硏 책임연구원

2017-04-13 정용환

[춘추칼럼]권력 감수성에 대하여

어느 대선후보 건들거리고 이죽거림 응대늘 우월한 위치에서 권력 누려 왔을지도…권력 감수성 높은 대통령 국민 존경해주길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5년 전에 칸트가 '월간 베를린'에 기고한 글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1784)은 이렇게 시작된다. "계몽이란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미성숙이란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 원인이 지성의 결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의 결핍에 있을 때, 그 미성숙 상태는 스스로 책임져야만 한다. 그러므로 계몽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과감히 알려고 하라!' 당신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오늘날 '계몽'이라는 말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그렇다는 것을 지적하는 이런 말조차도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정도다. 계몽주의의 역사화/지식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근대적 계몽의 가치가 각종 반근대·탈근대주의에 의해 이론적 탄핵을 받은 바 있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신'과 '무지'를 먹고 사는 가짜 권위를 몰아내기 위해 '이성'과 '실증'의 정신으로 투쟁하는 것이 계몽주의라면, 미신과 무지가 잔존하는 사회는 여전히 계몽기를 살고 있는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위 문장에 역사적 유통 기한은 없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칸트의 말을 언제나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그가 18세기 말에 요청한 것은 지성이었고 또 그 지성을 사용할 줄 아는 용기였는데, 여전히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이제는 저 문장에서 '지성'(understanding)의 자리에 '감수성'(sensitivity)을 넣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미성숙한'(즉, 계몽되지 못한) 인간이라 불리는 이들이 치명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것은 지성이 아니라 감수성인 것 같아서다. 비가 오면 울적해지고 슬픈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그런 감수성을 말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성숙한(계몽된) 인간이 갖고 있는 감수성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들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믿음(즉 '무지'와 '미신')이 '차별'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거나 비판할 줄 아는 민감함을 의미한다.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 '성-인지'라고 번역되기도 한다)이나 '인권 감수성'이라는 개념에서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감수성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이 아니다. 나에게 그것이 없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품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여기에 '권력 감수성'(power sensitivity)이라는 용어를 덧붙여보고 싶다. (검색해 보니 사용된 전례가 드물게나마 있다. 당연히 이 개념의 저작권은 나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는지를 재빨리 파악해서 '줄을 잘 서는' 예민함이 아니다. 언제나 평등해야 할 인간과 인간의 관계 안에서 상대적 권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섬세하게 인지하고, 행여 그 가능성이 가시적/폭력적으로 드러나 그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태를 차단할 줄 아는 민감성이다. 권력 감수성이 높다는 것은 '내가 우월한' 관계가 아니라 '함께 대등한' 관계의 행복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어느 대선후보가 TV에 나와서는 앵커의 불편한 질문에 건들거림과 이죽거림으로 응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연한 기분을 느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어떤 누구를 만나든 늘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늘 우월한 위치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것이고, 상대방에게 건들거리고 이죽거려도 된다는 그 권력을 누려왔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감수성은 말과 행동에서야 확연히 드러나지만 권력 감수성은 표정에서부터 잘 감춰지지 않는다. 바라건대, 그의 얼굴을 보는 일이 괴롭지 않은, 즉 권력 감수성이 높은 그런 대통령이 탄생해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해주기를./신형철 문학평론가신형철 문학평론가

2017-04-06 신형철

[춘추칼럼]바른정당 미스터리

합리적 보수 거듭나겠다는데 배신자 규정정치인들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져야 하듯유권자도 제대로 된 정치위해 책임을 지자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숱하게 있었지만, 그 증거가 세상에 알려진 건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최초였다. 더 이상 발뺌할 수 없었던 대통령은 그 다음 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며 올림머리를 숙였다. 그날부터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기삿거리는 차고 넘쳤고, "최순실이 이런 일도 했다니!"라며 놀라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졌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들은 국정농단의 공범인 박근혜를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에, 광장으로 나가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이 외침에 놀란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다. 문제는 의석수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쳐도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석에 미치지 못했기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최순실게이트에 새누리당이 책임질 부분도 많았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새누리당도 탄핵안에 찬성하는 게 옳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건전한 보수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세력은 전혀 그럴 뜻이 없었던 모양이다. 소위 비박세력의 도움으로 탄핵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친박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싸고돌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은 추태를 일삼았다. 제정신이 박힌 의원들은 결국 새누리당을 나와 새로운 당을 만드는데, 그게 바른정당이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맹활약한 이혜훈·장제원·김성태· 하태경이 포진한 바른정당, 김진태와 성주의 이완영이 있는 새누리당, 구성원의 면면으로 보면 후자의 몰락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추가 탈당이 이어지지 않는 바람에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33석에 그친 반면 새누리당, 즉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의석수 93의 거대정당이다. 게다가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창당 초기보다 오히려 떨어졌는데, 현재 4.9%의 지지율로 정의당의 5.2%보다 낮을 정도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13.7%로 국민의 당과 함께 공동 2위다.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이 훨씬 더 잘나가고, 정의의 편에 선 이들이 잘 안되는 이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대선주자의 지지율을 봐도 한숨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3월 27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의 지지율은 2.2%에 불과한 반면, 자유한국당 후보경선에 나선 홍준표는 9.5%, 김진태는 5.0%를 기록하고 있다. 유승민은 진보에 속하는 유권자들까지 매우 합리적인 보수로 판단하는 후보다.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나온 이해찬 전 총리도 유승민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여러 가지 품성으로 보나 정책으로 보나 유승민 후보는 상당히 좋은 보수진영의 후보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 성과가 없어서 국민들에게 각인이 안 되었는데…." 반면 홍준표는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고, 김진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대선에 뛰어든 인물이다. 국민에 의해 파면당한 분을 지키겠다는 분의 지지도가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은 이 현실을 아이러니 말고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사람들은 입만 열면 정치를 욕한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정치가 진흙탕인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자질이 외국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지는 탓이다.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세력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정치가 발을 붙일 수 있을까. 유승민의 몰락과 홍준표·김진태의 선전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에 유권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걸 잘 보여준다. 정치인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듯, 유권자도 자신의 지지에 책임을 지자.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해서 말이다./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2017-03-30 서민

[춘추칼럼]안개 속의 한반도 정세

틸러슨 美 국무장관, 한국 경시하는 언행내달 미·중정상회담 한반도문제 집중논의북한, 인민군 창건일 맞아 핵실험 등 예상지난 15∼19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일·한·중 3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방문기간 동안 수많은 말을 쏟아냈다. 첫째, 한국을 경시하는 언행이 눈에 띈다. 일본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외교관계에 있어 일본은 핵심축(linchpin)이고 한국은 주춧돌(cornerstone)인 셈이다.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인식하는 느낌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일본 기시다 외상과 만찬을 함께 했다. 한국의 외교장관과는 만찬을 하지 않았다. 만찬을 함께 하는 것은 친밀감의 표시이다. 초청국인 한국이 의전에 대해 실수한 것일 수 있다. 권한대행 체제가 2개월 후면 끝날 것이라는 것이 만찬 불발의 요인이라면 한국경시의 인식을 지울 수 없다.둘째, 핵무장론에 대한 안일한 태도이다. 북핵의 상황 전개에 따라 한국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핵무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북·대중 압박의 메시지와 함께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북정책의 근간을 흔들 만큼 북핵의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미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묵인한 사례가 있다. 이중 잣대에 의한 핵보유국 묵인과 핵은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냉전시대의 인식이 잔존하는지 의심스럽다.셋째, 새로운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음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인내의 핵심은 한·미·일·중이 공조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이다. 압박공조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압박의 강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포괄적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괄적인 조처 속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접근이 있는지 불명확하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군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나쁜 행동의 기준도 없고 군사적 대응의 범주도 분명치 않다. 유엔헌장에는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에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는 직접적인 침략행위가 아니므로 경제적 제재로 제한함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언행에 중국과 북한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왕이 외교부장은 북핵 문제의 본질은 중국이 아니라 미·북 간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압박을 통한 문제 해결이 실패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로 돌아와야 함을 강조했다. 미·북·중 3자회담을 제안하고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쌍 중단(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을 제안하고, 대화의 의제로는 선결조건론이 아니라 '병행론(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논의)'을 제의했다. 북한은 틸러슨 장관의 방중 기간에 신형로켓 엔진시험을 실시했다. 조만간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에는 자주성을 보여주고 미국에는 맞대응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4월의 한반도 정세 전망은 먹구름이다. 4월 초순 미·중 정상회담이 1차 분수령으로 예상된다. 사드·북핵·평화체제 등 한반도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 간의 불신과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25일 북한군 창건 85주년이 2차 분수령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인민군 창건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한미군사훈련에 맞대응하고 대내적으로는 인민군 창건 85주년의 축포로 활용하기 위해 핵실험·인공위성 발사·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예상된다.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미·중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가 되고 남북한은 이방인이 된다. 한반도의 운명을 미·중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권한대행 정부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사드 장비의 반입을 중단하고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 중국은 대북특사를 파견하여 김정은 체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인정이 필요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의 잠정중단 선언으로 화답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안보 우려 사안을 포함한 직접 담판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5월이 되면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윤곽이 잡힐 듯하다. 새로운 정부가 국민·남북·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 하는 대북정책'을 펼친다면 비핵화와 평화체제, 평화통일도 그리 먼 날은 아닐 것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03-23 양무진

[춘추칼럼]국가 미래 경쟁력, 지식재산

한국, 특허 출원 많은 세계5위 '특허강국''등록특허 보호'·'소송보상액 현실화' 필요전문성 확보위해 '기술판사제' 도입 검토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은 지식재산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휴대전화 속에만 수십만 개의 특허가 숨어 있다. 세계는 지금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변화하고 있으며 세계경제 질서는 지식재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약 13조 원에 인수한 것은 기업이 탐나서가 아니라 모토로라의 특허가 탐났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세기적인 특허 대결도 미래의 기업 가치는 특허에 의해서 좌우되고 세상의 가치는 창조성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유럽 발 르네상스와 산업혁명도 특허를 통해 발전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는 특허기술에 대해서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과학자들에게 르네상스의 불꽃을 번지게 했고, 16세기 영국은 과학자들에게 발명품에 대해 독점권을 인정해 주어 이들이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도록 했다. 18세기 미국은 헌법에 특허조항을 명시했고 이런 제도는 에디슨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미국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필자는 과학자로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8년간의 국제 특허소송을 직접 경험한 바가 있다. 16년간의 장기연구를 통해서 원자력 신소재 개발을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 착수 시점부터 세계 1등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특허 확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과정에서 프랑스 기업 아레바가 우리 특허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해 8년간의 특허 전쟁을 치르게 됐다. 아레바는 스마트폰에 비유하자면 미국의 애플 정도로 비견될 수 있는 원자력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회사로 알려져 있는 회사이다. 연구만 하던 필자가 처음으로 외국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다. 더욱 어려웠던 점은 이 건에 대해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는 최종 승소해 특허전쟁을 마무리하고 산업체에 우리 기술을 이전하는 성공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16년간 매진했던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보다 8년간의 국제 특허소송이 필자에게는 더욱 힘들고 악몽 같은 시간으로 기억된다.중소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아무리 우수한 세계적인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국제 특허소송을 당했을 때 과연 얼마나 버티고 승리해 우리 기술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그나마 특허에 대한 보호시스템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응시스템이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장기간의 소송에 매달리다 보면 기업은 성장능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만약에 승소해 특허를 지켜낸다 해도 보상비용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에 기업은 이미 도산 위기에 빠지게 된다.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특허출원이 많은 특허 강국이다. IT 강국답게 특허 출원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있다. 특허를 보호받지 못할 확률이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는 특허침해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특허무효 판정을 받을 확률이 50%를 넘어간다. 특허를 보호 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과연 누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해 특허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특허 심사과정에서 면밀한 심사를 거쳐서 확실한 기술에 대해서만 특허를 등록시켜주고, 일단 등록된 특허는 잘 보호해 줘야 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이렇게 해야 기업인이 국가가 인정해준 특허를 믿고 사업을 할 수 있으며, 추후 특허가 무효 되어 사업이 도산하는 불행한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또한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하면 손해배상을 받게 되는데 손해배상액이 터무니없이 낮다. 그래서 특허기술을 침해당해도 실질적인 보상이 어렵다. 따라서 특허소송에 따른 보상액을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하다.아울러 유럽의 특허청 같이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 기술판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기술료에 대해서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 과학기술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 정책 입안자들이 다시 한번 진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은 지식재산에 의해서 그 운명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식재산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국가적인 차원의 고민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

2017-03-16 정용환

[춘추칼럼]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대통령이 억울하다고 믿는 태극기 집회특검·언론이 인정하는 '사실' 조차 부정정치적 저항보다 존재론적 축제일 수도지금 대다수 여론조사 문항의 답들은 대략 80대 20 정도로 나뉜다. 20퍼센트가 채 안 되는 사람들 중의 일부가 거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연일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단지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집단과 그 집단의 의견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80이 20(중의 일부)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의견으로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검찰과 특검은 물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거의 모든 언론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조차도 부정한다. 그들은 대통령이 억울하다고 믿는다. 대통령 주변의 일들을 대통령은 의도하지 않았거나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생도 충분히 가질만한 이런 의문을 그들은 외면한다. '억울한 사람이 왜 피하는가?' 억울한 사람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밝힐 수 있는 기회(자리)일 것이다. 그런 기회를 스스로 마다한다면 '억울한' 사람이 아니라 '두려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통령은 사법 제도와 모든 언론이 열정적으로 제공하려 한 그 기회를 전부 거절하고 어느 인터넷 방송국 진행자를 독대했다. 온 세상이 함께 검증한 사실도 부정하고 명백히 의심스러운 것도 외면하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정신병리학이라면 망상(delusion)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는 '대통령과 우리는 부당한 박해를 당하고 있다'는 식이니까 피해망상이 되겠다. 의학사전에 이렇게 적혀 있다. '주변 사람이 아무리 그 잘못을 지적해도 교정되지 않으며 또 치료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망상의 내용을 가지고 논쟁하지 마라.' 환자는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그들을 '피해망상증 환자'로 규정하고 대화를 포기하면 그만일까? 그러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면서도 그 유혹에 저항하려 애쓰고 있다. 그 대상이 누구건 어떤 이들을 간편하게 '규정'하고 '배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폭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가 본 것은 서울 시청 광장에서 노숙하며 태극기 농성을 하는 분들의 인터뷰였다. 세상의 모든 언론에 저주를 퍼붓고 심지어 계엄령의 필요성까지 역설할 때, 그들의 어조는 분명 분노에 차 있었지만, 그 순간 그들에게서 내가 감지한 정서는 어떤 벅찬 충만감이었다. 그것은 아주 오랜만에 '살 맛 나는' 시간을 보내는 중인, 삶의 입맛을 되찾은 이의 에너지였다. 애초부터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대통령을 '호위'하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이용'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무엇을 이용한다. 공허한 삶을 '의미'로 채우기 위해서는 이용할 무엇이 필요하다. 나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 그 일을 할 때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러므로 나는 여전히 살 가치가 있다는 것… 그런 느낌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 삶은 얼마나 충만해지는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태극기 집회는 정치적 저항이라기보다는 존재론적 축제일지도 모른다. 김현경의 책 '사람, 장소, 환대'에 따르면 '인간'과 '사람'은 다르다. 인간은 그냥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고 사람은 '사회적 인정'의 문제라는 것. 한 '인간'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 우리 사회가 장년층, 노년층을 사회적 인정의 장에서 배제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고 삶의 의미를 생산해내는 거대한 발전소를 만든 것이라면, 그것은 단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기만 할까. '사회적 인정'의 영역에서도 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는 날들이다./신형철 문학평론가신형철 문학평론가

2017-03-09 신형철

[춘추칼럼]비겁자 황교안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거듭되는 행동알량한 권력·지지층 만족시키겠지만민심 외면하면 좋은 정치인 될수 없어"북한의 안보위협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한 이유란다.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의 안보위협이 최근 더 심해진 것 같지도 않고, 경제는 지난 10년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특검을 거부하면 북한이 개과천선하고, 어렵던 경제가 살아날까? 거부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검 연장은 그냥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회피로 인해 대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롯데와 SK 등 삼성을 제외한 재벌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못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우병우의 범죄도 밝혀내지 못했다. 국민의 70%가 특검 연장을 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는 검사 출신으로, 특검 연장이 필요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 터였다. 하지만 황 대행은 특검 연장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마다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며칠 전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검 연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노인들이 잘되시도록 바람을 가지고 왔다"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그가 연장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었으리라. 그럼에도 그가 진작 거부를 천명하지 않은 이유는 그 경우 자신에게 욕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서가 아닐까? 끝까지 버티다 마지막에 거부하면, 그만큼 욕을 덜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황 대행에 대해 기억나는 몇 장면이 있다. 첫 번째는 2016년 11월, 박 대통령이 이상한 종교를 믿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묻는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째려보던 모습이다. 이재정 역시 지지 않고 눈을 부라려 둘 간의 눈싸움이 한동안 계속됐는데, 이재정이 법조계로 따지면 한참 후배이긴 해도 그가 국민의 대표로서 질문했다는 점에서 그의 째려봄은 국민에 대한 도발로 보였다. 두 번째는 2016년 3월, 그가 부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차를 타고 서울역 플랫폼까지 진입했던 모습이다. 플랫폼에 서 있던 사람들은 "여기도 차가 들어올 수 있나?"라며 놀랐는데, 중증 장애인이 받아야 할 대우를 두 발로 걷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그가 받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갑질이었다. 세 번째는 2017년 2월,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특검이 청와대 진입을 저지당했을 때다. 특검은 황 대행에게 압수수색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황 대행의 답변은 허용도 거절도 아닌, 답변을 뭉개는 것이었다. 나중에 국회에서 추궁을 받자 "법령상 판단은 청와대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해야 한다"며 책임을 그들에게 돌렸다. 앞의 두 가지가 출세가도를 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갖게 된 특권의식의 발로였다면, 세 번째 사건은 아직은 대통령인 박근혜의 미움을 사고 싶지도 않고, 국민의 비난도 받고 싶지 않은 황 대행의 '꿩먹고 알먹기' 심리에서 나왔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이를 비겁하다고 정의한다면, 황 대행이야말로 비겁의 끝판왕이다. 그는 1983년 청주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28년간 검찰에 몸담으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 시절 공안검사로 출세하는 비결은 국가권력에 철저히 순응하는 것이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중책을 떠맡았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바뀔 수야 없는 노릇이니, 그가 여전히 비겁하게 구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행은 12.5%의 지지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1, 2위가 전부 더불어민주당인지라 황 대행은 보수 진영에서 1위다. 그가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행동을 거듭한 것도 보수층의 지지를 잃지 않으려는 얄팍한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정치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일, 알량한 권력과 자신의 지지층을 만족 시키느라 민심을 외면한 그가 좋은 정치인이 될 확률은 없다. 마땅한 후보가 없는 보수진영을 감안할 때 황 대행이 보수후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의 운이 좋다면 대통령이 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비겁한 대통령은 무능한 대통령에 버금가는, 국민들의 또 다른 불행이라는 것 말이다./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2017-03-02 서민

[춘추칼럼]김정남 사망 사건 '키맨'은 중국이다

오래전부터 '김정남' 신변보호 해온 中사건발생후 북으로부터 석탄수입 중단사태 관련된 모든 정보 파악하고 있는듯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국적의 외교여권을 소지한 김철이라는 사람이 사망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 당국은 김철을 김정남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김철이 김정남임을 확신한다. 북한은 해외에서 공작이나 정보사업을 할 때 김철·박철·이철 이라는 가명을 많이 사용한다.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이수용도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 시절 이철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5분 동안 액체 분사에 의해 쓰러지기까지 김철의 동영상은 누가 보더라도 김정남임에 틀림없다. 사건 발생 후 아직 김정남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망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김정남 사망 사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만약 …이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전제한다.말레이시아 경찰당국은 두 차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망자의 신원은 북한 국적의 김철이다. 화학물질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지만 물질의 종류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중이다. 4명을 체포해서 조사했으며 1명은 곧 석방될 예정이다. 북한 국적의 용의자는 6명이다. 1명은 조사중이고 1명은 현지에 은둔중이고 4명은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 국적의 연루자는 2명이다. 1명은 현지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이고 1명은 고려항공 직원이다. 여성 2명은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계획된 팀이다.김정남 사망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접근은 신중하다. 북한 대사관측에 사망자의 시신 확인을 요청했다. 기본적인 외교적 절차이다. 시신인도에 대해 유족 우선의 원칙을 강조했다. 국제적인 관습이다. 사망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이 배후라는 직접적인 언급도 없다. 반인권·테러라는 표현도 없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북한의 접근은 감정적이다. 거칠고 비외교적이다. 사망의 원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한다. 말레이시아 경찰당국이 부검 전에 밝힌 심장마비라는 추정에 말꼬리를 잡는다. 시신 부검을 반대한다. 시신 부검의 여부는 유족 또는 현지 당사국의 법·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국정부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결탁해서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전형적인 책임전가·물타기 전술이다. 공동조사를 제의한다. 사건 해결의 협조보다 여론전을 통해 조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한국의 접근은 확대 재생산적이다. 김철을 김정남으로 기정사실화 한다. 김정남에 대한 정보가 많음을 과시한다. 사건 배후도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권임을 분명히 한다. 북한 당국이 배후가 아니라면 누구냐는 선동적 인식이 담겨있다. 통일부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실시한다. 통일부는 정보부도 아니고 사건조사부도 아니다. 스스로 임무와 역할을 망각하고 품위를 손상한 책임이 크다. 국방부는 사망소식과 함께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를 대북확성기를 통해 심리전을 펼쳤다. 예방안보는 소홀히 하면서 대결안보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탄핵정국에서 대결안보는 편가르기식 국내정치용이다. 예방안보가 진짜안보이고 대결안보는 가짜안보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가짜 안보는 대한민국의 적폐로서 척결되어야 한다.정세 분석과 사건 분석의 기본은 선입관의 배제이다. 김정남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관련성이 하나하나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협조적 자세가 필요하다. 사건의 책임전가나 지연전략은 북한체제 및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를 훼손할 뿐이다. 한국은 법치국가이다. 국내외 사건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사건의 진실 파악을 위해 조용하게 말레이시아 정부와 협조해야 한다. 정보력의 지나친 과시와 사건의 확대재생산은 주변국가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대북압박은 사건종결 후에도 늦지 않다. 중국은 사건발생 후 북한으로부터 석탄수입 중단을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도 강조한다. 사건관련 및 관심국가에 대한 권고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김정남에 대한 신변보호·관리를 해 왔다. 북한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김정남 및 일가족들에게 '외교여권'을 허용했다. 중국은 김정남 사망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김정남 사망 사건의 '키맨'은 말레이시아도 한국도 아닌 중국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7-02-23 양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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