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 지역콘텐츠 진흥원과 그 역할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전반적 정책 계획 집행지자체·의회 등 관리받아 ‘획일적 운영’ 불가피예산은 기업이 필요한 ‘맞춤형 지원’ 효과적문화콘텐츠사업을 주된 업무로 하다 보니 국가별 지자체별 지원사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는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뿐만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콘텐츠기업들의 관심사라 생각한다. 이렇듯 모든 기업들이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금에 목매는 것이 대한민국의 콘텐츠산업의 어려운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하다. 물론 대한민국뿐만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 세계 선진국가에서도 콘텐츠산업의 지원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성공사례를 다량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성공사례가 우리나라의 콘텐츠산업 정책개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우리나라도 오랜 지원정책속에 속속 성공사례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지만 지원기간과 지원금투자 대비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는 콘텐츠라는 것이 성패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산업이기에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은 분야라는 특성이 주된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된 요인외에도 획일화된 지원정책과 지원금의 문제, 기업들의 지원금은 공짜 돈이라는 안일한 인식 등의 문제도 짚어봐야한다는 필자의 생각이다.대한민국의 콘텐츠를 주관하는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다. 그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서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전반에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랜 정책수립과 지원을 통해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고 이러한 결과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아 중국관련 부처에 한국의 콘텐츠분야의 지원정책 노하우를 역으로 수출한 사례도 있을 정도라고 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한민국 전체를 관할하여 정책을 수립함으로 분야별, 사업별, 영역별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책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맞는 지원청책까지 포함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특화된 콘텐츠산업을 담당하는 지역에 진흥원이 설립되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진흥원이 너무 획일화되고 경직된 운영에 우려와 문제를 제시하는 지역의 기업들이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비단 각 지역 진흥원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들도 많이 있다. 지역의 진흥원도 공공기관이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지자체와 의회 등의 관리를 받게 되는데 이러다보니 경직되고 획일화된 운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관리와 감독 기능이 개선돼야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하고 필요한 역할이다. 문제는 정책지원 서비스의 주체인 기업들이 배제된다는 점이다. 지역기업이 우선되어야 지역기업에 맞는 정책의 실효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자명한 것인데 정답이 없는 콘텐츠산업지원에 정답을 요구하고 이 요구에 부합되는 정책만을 수립하는 현상이 과연 진흥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자면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책의 우수성을 언급하였지만 이 정책들은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를 때 우수한 정책이고 각 지역으로 보았을 때는 맞지않는 정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진흥원들의 정책을 보자면 대부분 국가적 정책을 그대로 지역에 도입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정책이 정책 지침서가 되어 각 지역 진흥원의 예산에 맞게 프로그래밍하고 지역 지자체와 의회에 승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국가지원금과 지역지원금간에 중복지원이라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것도 현실이다. 많지 않은 지역진흥원의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내년의 지원정책을 올해 설계하여 지원정책에 기업이 맞추는 것보다 올해의 예산을 각 진흥원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적재적소, 기업이 필요한 항목에 지원을 하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지원금의 소중함을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성공사례확보와 안정적 지원자금 운영에만 집착하여 회사의 규모와 업력에 지원유무가 결정되는 현실을 넘어서서 누구나 균등하게 지원을 받아 성공의 발판을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진흥원의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2-10 남진규

[춘추칼럼] 조선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현대적 활용

유교·동양사상 조화된 자연친화적 귀중한 유산과거·현재·미래 이어주는 시대정신 숭고함 느껴다양한 스토리로 재구성 청소년교육 활용해야올해로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6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조선왕릉이 세계적 유산이 되면서 국민적 자긍심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서울지역에 8기, 경기도 일원에 32기가 18개 지역으로 나누어 분포되어 있는데 연속유산으로서 위용이 돋보인다 하겠다.조선왕릉은 조상을 기리는 한국의 효 사상의 상징이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정통성의 표상이다. 풍수적 전통에 기인한 독특한 건축 및 자연과 어우러지는 경이로운 조경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준인 완전성과 진정성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한편 지금까지 이어져 행해지고 있는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 전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조선왕릉의 특성은 첫째, 유교와 동양 전통사상의 조화 속에서 발전해 온 역사적,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이다. 조선왕릉은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을 집약하여 조성되었으며 그 조형방식에서 역사적 변화를 담고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둘째, 자연 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이 보존되어 있다. 조선왕릉은 타 유교문화권 왕릉과는 다른 조선왕조 특유의 세계관, 종교관 및 자연관에 의해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다. 셋째, 인류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조성과 기록문화의 보고이다. 500년 이상 지속하여 만들어진 조선왕릉을 통해 당대의 시대정신과 통치자의 리더십, 문화의식, 예술관을 압축적으로 살펴 볼 수 있으며, 조선왕릉과 관련된 여러 기록 문헌들을 통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 기술과 사상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넷째, 조상숭배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조선왕릉 제례 문화는 조상숭배사상에 기인하며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형성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에 큰 의의를 가진다 하겠다. 다섯째, 자연과 인간의 조화, 하늘과 땅의 조화, 이상과 현실의 조화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시대를 뛰어넘는 공존의 조화를 통해 역사적 교훈과 시대정신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를 법고창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적 가치로 재창조하여 국민들이 즐겨 찾아가는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으로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이제 조선왕릉이 좀 더 친근하게 국민들에게,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속에 내재된 시대 정신과 인간스토리를 발굴하여 재미있고 유익하게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왕릉에 계신 주인공들은 그 시절 최고의 리더였다. 청소년들에게 리더십의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여 미래를 향한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유형적 측면뿐 아니라 사상, 정신, 의례 무형유산 등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500년 이상 왕조가 유지되고 재위한 모든 왕과 왕비의 능이 완전히 남아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조선왕릉이 유일하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미래를 향한 무한한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역사의 현장이 조선왕릉이다.주인공이 묻혀 있는 능침공간은 주변 산세와 지형에 따라 단릉, 쌍릉, 합장릉, 삼연릉, 동원이강릉, 동원상하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었으나 대부분은 양옆과 뒤쪽의 삼면으로 곡장을 두르고 봉분 둘레에는 봉분을 수호하는 각 두 쌍의 석호, 석양을 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외에도 문인석, 무인석, 정자각 등 아주 절제되고 품격 있는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왕릉에 들어서면 홍살문을 지나 참배하는 모습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나무도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를 알고 열심히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다.또한 능기신제를 일반에 널리 알려 충효사상의 근본으로 가꾸어 점점 메말라 가는 나라사랑·효사상을 일깨워 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다. 유교의 정신사적 이상을 현대화, 세계화하는 문화콘텐츠로 개발하여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2-03 이배용

[춘추칼럼] 故김영삼 前대통령 정치적 유산

야당 지도자로 한국민주화 주도한 뛰어난 정치가3당 합당과정서 영·호남 지역주의 고착화 ‘아쉬움’YS 공·과 재평가… 한국정치 발전 계기로 삼아야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세상을 떠나며, 수많은 정치인이 그의 빈소를 찾아 소위 조문정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조문 정치인들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임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인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면서 추모하는 것은 우리의 좋은 관습이지만, 혹시 이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며, 평가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정치인이 긍정적인 평가만 하고, 대부분 언론도 그러한 방향으로 보도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물론 평범한 개인이라면 그의 사후에 나쁜 얘기는 덮어두고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한 나라의 야당 지도자와 대통령을 지낸 공인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향후 국가와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와 그의 시대가 한국 정치에 남긴 두 가지 중요한 유산을 오늘의 시점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유산은 민주화이다. 김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뛰어난 정치인이었으며, 야당 지도자로서 한국 민주화에 커다란 공을 세운 점에 대해서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두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 민주화 투쟁을 주도하고 결국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6·29선언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그가 보였던 용기와 카리스마,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은 한국의 정치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유산은 3당 합당을 통한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의 공고화이다. 1990년 1월 22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3당 합당은 당시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던 집권여당 민주정의당, 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여당을 출범시킨 사건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 전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3당 합당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을 공고화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3당 합당 주도 세력들은 합당의 명분 중 하나로 4당 체제에서의 지역주의(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 충청) 극복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3당 합당은 영남 대 호남 혹은 비호남 대 호남이라는 지역 대결 구도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했다.양김(혹은 3김) 시대는 2000년대 들어 서면서 이미 실질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과 그 시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인 민주화와 지역주의는 여전히 오늘의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정치의 과제로 남아 있다. 먼저 민주화는 하나의 과정이며, 한국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심화 내지 공고화돼야 하는 과정에 있다. 최근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그가 보여주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또 다른 유산인 지역주의는 점차 완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충청 지역이 3당합당에서 빠지고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고, 유권자의 세대교체로 인해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지역주의 감정 또한 약해지고 있다. 다만 현재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인해 지역주의 정당 구도가 과장되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남은 과제는 비례제를 강화하여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싹쓸이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추모 분위기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 개인에 대해 정서적으로 추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그 시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이를 한국 정치 발전의 계기로 만들고자 하는 냉철함도 필요할 것이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1-26 김 욱

[춘추칼럼]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를 주목한다

김정일 유훈 통치시대 종식 ‘김정은 시대’ 선포할듯당대회후 8월 남북·10월 북중정상회담 추진할 수도한국·주변국들, 北로켓발사 막고 개혁개방 이끌어야북한은 지난 10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016년 5월 초에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980년 제6차 당 대회 후 36년 만에 개최되는 전당대회이다. 36년 동안 북한 국내외 사정이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동구 공산권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고난의 행군, 제2차 북핵위기와 국제사회의 압박,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후계체제 구축 등이 그 어려움을 말해준다. 2016년은 김정은 정권 5년차이다. 5년차에 당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그만큼 안정감과 자신감에 차 있다는 방증이다. 대내적으로 당 기능의 정상화와 연간 30만t 정도의 식량 증산, 미세하지만 1% 내외의 경제성장이 안정감의 표시일 수 있다. 3천200명 규모의 당 대회 참가자들에게 선물정치를 할 만큼 통치자금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8·25 합의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과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북중관계의 복원이 자신감의 토대일 수 있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일 유훈 통치시대를 종식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당규약을 개정해서 최고인민위원회를 설치하고 김정은을 위원장에 추대할 수도 있다. 230여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 가운데 상당수의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 박봉주 내각 총리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도 예상된다. 개혁·개방이 가미된 선민중시의 새로운 경제정책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계기 때마다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강조해 왔다. 김 제1위원장의 통일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운 통일방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 북핵문제와 인권문제를 희석시키고 평화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쟁종식과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2016년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 전망은 그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다.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라는 8·25 합의 정신이 있다.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북중간의 합의 정신도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제7차 당 대회 직전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회 후 8월 중 남북정상회담과 10월 중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통한 북중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인민 중시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당정군의 세대교체,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중관계 복원은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기에 충분하다.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변수가 많고 우여곡절이 많음을 예고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북중간의 합의에 의해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중국은 북한과 미국에게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논의를 요구할 것이다. 한미일이 대화보다 대북제재·압박을 강화한다면 북한의 맞대응 무력시위도 강화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묵인하에 제7차 당 대회 직전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도 있다. 로켓 발사는 대외적으로는 맞대응 무력시위이지만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축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과 주변국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막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제7차 당 대회가 열리기까지 앞으로 6개월이 북한에게도, 주변국가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 간부들의 책임정치를 강조해 왔다. 최룡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혁명화 교육에 들어간 듯하다. 최룡해는 김정은식 책임정치의 희생양일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으로 100일 전투 또는 150일 전투를 내세우면서 인민생활 향상의 치적사업에 당 간부들을 독려할 것이다. 당 간부들은 최룡해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최룡해는 제7차 당 대회 시점에 맞춰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는 개혁·개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북한은 체제안보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혁·개방의 틈새를 보여준다. 개혁·개방은 강제할 수는 없어도 환경과 여건은 만들어 줄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가 환경과 여건 마련의 기본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11-19 양무진

[춘추칼럼] 지자체와 콘텐츠 관련 기업의 상생

지자체 ‘성과 중시’ 대부분 수행업체 수도권서 물색지역기업 참여시켜 경험·안목 쌓을 기회 제공 필요기업, 분야별 특화로 전문성 높이고 타업체 협력해야앞선 기고에서 일본 돗토리 현이나 구마모토 현의 캐릭터와 지자체의 상생 모델을 언급하였다. 이들이 성공사례를 확보하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음을 기고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사례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이 돈과 시간인데, 과연 이것만으로 이 성공 사례가 구축될 수 있었을까? 다른 부분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성공사례들이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되었을 때 가능할까 라는 자문에 자답은 명확하지 않았다.이러한 의문을 풀어가면서 우연하게 성공사례를 보유한 그들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의 사례유형을 살펴보면 지역개발형과 지역기반형의 형태로 크게 구분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구분은 필자가 임의로 정한 것이므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음을 인지해 주기를 바란다.지역개발형은 지역 전통이나 문화, 인물, 특산물 등을 소재로 지역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콘텐츠로 구분하였고 지역기반형은 지역 소재 기업의 캐릭터나 지역 출신의 인물(저작권자, 개발자 등)을 활용하는 등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콘텐츠를 지역에 맞게 활용하는 것으로 정해 보았다.지역개발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과 영화 ‘해리포터’와 ‘브릿지 존슨의 일기’의 주무대인 영국 코츠월드(Cots World)를 들 수 있고 지역기반형은 위에서 언급한 돗토리현의 ‘가가와 기타로’(작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로 구분할 수 있다. 두 가지 구분 모두 지역과 연계된 콘텐츠와 지자체 간에 상생방안이라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단, 필자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이 사례들 대부분에 지자체는 있었으나 이 사례에 참여한 지역 기업은 없었다는 것이다. 즉, 사례로 언급한 국가의 지역들조차 지역 기업의 참여나 역할은 필자의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지역 기업의 참여는 당연한 것 이었거나 아니면 지역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고민이 그들에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어쨌든 대외적으로는 사례로 인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 사례가 중점적으로 보여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좋은 원천소스는 각 지역마다 있다고 본다고 하면 누가 이 원천소스를 개발하고 누가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갈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지역에서 콘텐츠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대부분 지자체에서 콘텐츠 연계 관광 상품 개발 계획이 수립되면 성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과제 수행기업을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찾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 지역 기업들은 과제 수행의 경험이나 성과에 대한 품질면에서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과제나 용역에 참여한 경험이 없으므로 더더욱 그렇게 된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의 관련 업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시 반문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지역에는 콘텐츠기업이 없어야 맞다는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 모두 콘텐츠 관련 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향후 지역의 중요한 먹거리가 되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 않은가? 이 부분 모두 공감하고 기회다 판단되기 때문에 수도권의 기업들이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신규로 창업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지자체와 지역 콘텐츠 기업의 상생이 이뤄지어 곧바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자체는 지역 기업을 적극 과제에 참여시킴으로써 경험과 안목을 동시에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기업은 분야별 특화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협력하여 성과를 이뤄내는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만이 지자체와 콘텐츠 관련 기업의 상생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앞서 사례로 언급한 국가의 지자체 콘텐츠 관련 성공사례와 조금은 차별된 지자체와 지역 기업이 협력하여 이뤄낸 우리만의 성공 사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1-12 남진규

[춘추칼럼] 세종대왕의 한글정신에서 찾는 교훈과 지혜

과학·창의적 문자이지만 ‘따뜻한 인간애’에 기인백성들과 소통하며 역지사지의 배려 뜻도 담아합리적인 국가운영·포용·화합의 리더십 보여줘최현배 선생이 작사한 한글날 기념절 노래 가사를 보면 제1절은 한글은 문화의 터전, 2절은 민주의 근본, 3절은 생활의 무기라고 한글의 정신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라고 마무리 된다. 한글은 세종대왕의 참으로 위대한 창제물로 그 힘으로 우리나라가 교육강국 시대를 열었고 한류시대도, IT시대도 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인류 최고의 8천개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읽기 쉽고 배우기 쉬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문자로서의 자랑도 있지만 그보다 진정한 한글에 대한 큰 의미는 세종대왕의 따뜻한 인간애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세종대왕의 실록 기사를 보면 이분에게는 따뜻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항상 있었다는데 감동을 자아낸다. 가슴이 따뜻하다보니 언제 어디서나 감싸고 챙겨주어야 할 대상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길을 잃은 아이도 눈에 보여 부모를 찾을 때까지 관에서 잘 보호하라는 세심한 배려, 1426년 아이를 출산한 여종에게 산후 100일의 휴가를 내리라고 간곡히 신하들에게 당부하는 약자에 대한 연민, 이후 노비 출산휴가는 1430년에는 산전 휴가 한 달이 더 추가되더니 1434년에 아내를 돌보던 남편에게도 산후 휴가 한 달을 주어 부부합산 160일의 산전산후 휴가가 내려졌다. 동서고금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대를 뛰어넘는 복지정책은 오로지 세종대왕의 따뜻한 가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세종대왕은 우리 것을 존중하는 깊은 바탕에서 독창성과 자긍심을 갖추는 일에도 주력하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비록 중국에서 발생한 유교를 도덕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국시로 정했지만 세종은 부단히 우리 것 찾기 운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의학서인 ‘향약집성방’, 농법서인 ‘농사직설’, 우리 음악으로 구성한 ‘종묘제례악’, ‘용비어천가’ 등 우리 문화의 독자적 영역을 넓혔다. 가장 큰 민족적 성과가 한글창제로 이어진 것이다.세종대왕은 역사 속에서 얻은 혜안을 통해 즉위하자 집현전을 궁궐에 설치하고 인간으로서나 지도자로서 해야할 일,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규범을 세움으로써 절제와 자정 능력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럼으로써 조선왕조 초기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어받아야 할 유산과 과감하게 변화해야 할 과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통과 미래를 슬기롭게 조화시켜 나라의 기반을 굳건하게 다져나갔던 것이다.세종의 한글창제는 말과 글이 다른 모순을 합리적으로 정리하려는 의지와 더 소중한 것은 백성들과 소통하고 역지사지 배려의 뜻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베풀고 세제를 감면해주고 혜택을 주려해도 글을 몰라 지나쳐 버리고 어두운 세월을 사는 백성들에게 삶의 통로를 열어주어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 한글이었다. 억울한 일이 생겨도 글을 쓸 줄 몰라 호소할 길이 막혀 있는 백성들이 가엾고 안타까워 직접 자음, 모음을 개발하여 그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고 광명을 찾아준 글이 한글이다. 만일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부끄러운 민족이 되었겠는가! 어느 나라에 임금이 이렇게 직접 창제한 글을 찾아볼 수 있는가? 이러한 의미에서 1446년 반포된 10월 9일 한글날은 우리 민족이 대대로 기려야 할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다.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도 이 날이 바로 한글을 창제하여 지식의 나눔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자존심을 찾아주고 밝은 길을 펼친 영원한 민족의 큰 스승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다.세종은 참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고 가치를 창조하였으며 스스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우 성실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였다. 세종은 따뜻한 인간애로부터 출발하여 합리적인 국가운영, 균형 잡힌 인재 등용, 포용과 조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높은 이상과 넓은 가슴으로 민족과 미래를 품고 앞날을 열어간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 자긍심과 창의성을 가슴에 새겨주고 이어가야 할 위대한 교훈의 메시지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1-05 이배용

[춘추칼럼] 농촌과 지방 대표성 보장을 위한 현실적 방안

선거제도로 ‘지역대표성 보장 현실화’ 쉽지않아자치단체장들 ‘긴밀 협력’으로 목소리 키워야지방전체 이익위해선 ‘정치적 힘’ 결집이 중요국회의원 선거구획정 논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정국이 냉각되면서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논의와 작업을 방치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4.13 국회의원 선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선거구 획정 작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표의 등가성 원칙, 그리고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 이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내는가에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지역구 간 최대 편차가 3:1에서 2:1로 줄게 되었는데, 이러한 판결은 표의 등가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거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대도시에 비해서 농촌 지역, 그리고 수도권에 비해서 지방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그 어떤 방안도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에, 각 지역 간에, 그리고 각 정치인 간에 정치적 계산이 다른 이유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의원 정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난맥을 해결하는 가장 명쾌한 해결책은 의원 정수의 확대에 있으나, 주요 정당들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게임을 하고 있는 듯도 하다.앞으로 의원 정수가 확대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훼손된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을 보상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하는 이유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개헌을 통한 미국식 상원제의 도입 등 지방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방안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현실화하기에 쉽지 않다. 이번 선거구 획정 논의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학계에서는 의원정수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재로써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상원제 도입 방안은 개헌이라는 더 큰 현실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향후 보다 제도화된 방안 마련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은 자치단체장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지방의 목소리 키우기이다. 현재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유일한 부분이 자치단체장이다. 이들이 힘을 합쳐 수도권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지방의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물론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나름대로 협력을 도모하고 있지만, 이들이 수도권에 반해서 지방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경우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특히 정치적으로 힘이 강한 시도지사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치적 입장의 차이(소속 정당의 차이 포함), 개인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야망 등으로 인해 이들 간에는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시도지사들 간에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운 근본 이유는 소위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시도지사의 입장에서는 서로 힘을 합해 중앙정부와 수도권에 대항하여 지방분권을 가속화하는 등 지방 전체의 이익과 대표성을 도모하기보다는 중앙정부에 잘 보여서 자기 지역에 더 많은 예산과 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방 전체의 이익 도모는 어려워진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득력과 적극성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물론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통한 지방 대표성 제고는 임시방편적인 방안일 뿐이다. 그러나 일단 이렇게 협력의 경험을 통해 정치적 힘을 결집해야만, 향후 보다 제도화된 지방 대표성 보장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는 결국 힘이 중요하며, 힘은 합해야 커진다는 단순한 명제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0-29 김 욱

[춘추칼럼] 대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北 ‘핵·미사일 언급 자제’ 中과 논쟁 않겠다는 의도美에 평화협정 논의 제안 핵문제 희석시키려는 속셈정부, 북 당국회담 유도와 8·25합의 이행추동 중요대북 전략적 접근은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의 토대를 구축하는 접근방식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과연 대북 전략적 접근을 해 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당 창건 70주년을 전후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핵과 미사일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인민’은 90회 이상 언급했다. 인민 중시와 핵·미사일 언급 자제는 중국과 국제사회에 논란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반대와 준비 부족이라고 했다. 북한은 네 차례의 인공위성과 한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경험이 있다. 연초부터 로켓 발사를 준비해 왔다. 갑작스러운 기술적 준비 부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밖에 없다.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킨 사례는 없다.북한과 중국은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동시에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은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시점에 맞춰 ‘우호·협력 강화’가 담긴 대북축전을 공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당일 늦은 밤에 류윈산을 접견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피로써 맺어진 조중 우호를 실천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고위층 간 긴밀한 교류와 분야별 실무협력 강화도 덧붙였다. 류윈산 상무위원은 김정은 제1비서를 수반으로 하는 노동당의 지도로 강성국가 건설 위업을 높이 평가했다. ‘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력강화’의 16자 방침 하에 양측 간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를 희망했다.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대한반도 정책 3원칙도 분명히 했다. 갑작스러운 북중관계의 변화는 양측 간 물밑 접촉의 결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에 ‘혈맹관계 복원’을 선물하고 북한은 중국에 ‘로켓발사 잠정 중단’을 선물한 듯하다. 중국의 ‘신형대국론’은 북한이 혈맹국가가 아니라 보통국가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대한 중국의 대응론은 북한이 ‘부채’가 아니라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이 북한과의 혈맹국가를 선택한 것은 향후 대북압박·제재가 아닌 대화·협력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지난 16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양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화보다 압박에 무게중심을 둔 공세적인 공동성명이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미 정상이 북한 문제만을 가지고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국방위원회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같은 공식기구를 통해 반발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17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에게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음을 공개했다. 북미 간 뉴욕채널을 통한 제안인 듯하다. 북핵 문제를 희석시키면서 평화협정 문제를 부각 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의회청문회에서 평화협정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평화협정 논의를 거부한 셈이다. 성김 대표는 지난 9월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북한과 평화협정 논의만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남과 북은 지난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민간급의 교류도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민간급의 행사에 당국자의 참여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8·25 합의 제1항 당국회담에 대한 북한의 공개적인 반응은 없다. 남북한 모두 12월은 한 해를 총결산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당국회담의 적기는 11월이다. 북한은 당국 예비회담으로 갈지, 곧장 당국회담으로 갈지, 당국회담과 별개로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으로 갈지 고민할 듯하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와 한·중·일 정상회담, 유엔의 대북인권결의 등이 당국회담의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북한을 당국회담으로 이끌어 내면서 8·25 합의 이행을 추동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접근에 달려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10-22 양무진

[춘추칼럼] 지역 캐릭터 활성화

캐릭터사업 성공할 수있는 도시인지 고민 필요전문가 의견 반영·시민 적극참여 유도 바람직철저한 계획 수립과 지속적 검증·관리 필수우리나라 각 도시와 지역을 보면 그 지역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있다. 대부분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위인, 그리고 동물을 의인화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외에서 캐릭터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 사례를 참고하였으리라 생각한다.사례를 말하자면 2012년에 약 300억엔(약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일본 쿠마모토현의 쿠마몬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캐릭터 자체도 귀엽고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큰 성공을 가져오게 한 요인이었다는 판단이다.이렇게 쿠마몬이 성공하기까지 단순하게 캐릭터를 개발하여 대외에 공표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 성공의 요인을 깊숙이 보게 되면 성공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이 있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첫째로 정말 지역에 캐릭터가 필요한가부터 판단하여야 한다. 케이블카가 돈 된다고 하면 모든 지역이 케이블카 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과 같이 타 지역에서 캐릭터로 성공했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캐릭터 사업을 잘할 수 있는 도시 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두 번째로 누가 캐릭터 선정에 있어 의결권을 갖느냐이다. 지역 캐릭터사업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주축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소재와 좋은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계의 의결로 인해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향하는 경우를 경험한 바 있다. 계획 수립은 당연히 기관이 담당하겠지만 개발에 있어 모델 선정 및 디자인, 스토리텔링, 향후 발전 계획은 최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높게 반영하고 시민들 및 대중의 참여와 의견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전문가의 최종 결정은 결코 좋은 캐릭터를 개발하여 성공을 향한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어렵다. 쿠마몬의 경우 원래 단순 로고를 개발하려는 시작에서 제안업체의 의견을 수용하여 캐릭터화로 발전시켜 성공한 사례로 의결의 중요성을 말해준다.세 번째로 캐릭터 비즈니스를 보는 시각이다. 예전 한 지역의 캐릭터 개발 업체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사업 예산 자체가 대부분 캐릭터 개발이고 향후 발전계획에 대한 예산 반영이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 이는 지역에서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단 캐릭터를 개발하여 대외에 공표해 보고 안되면 말지 하는 식의 사업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향후 발전방안까지의 예산을 국고로부터 지원받지 못한 것이라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지역마다 캐릭터를 가볍게 생각하여 남발하게 되면 캐릭터로 인해 역으로 지역에 안 좋은 이미지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네 번째는 관리다. 캐릭터를 개발하여 공표하기 전까지는 사업방향 및 계획 등을 철저하게 수립하고 또한 지속적인 검증을 통해야 한다. 또한 적용 상품의 경우에도 캐릭터로 인해 상품과 캐릭터가 동시에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역 특산물이라고 무분별하게 캐릭터를 적용시킨다면 캐릭터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캐릭터도 연예인들에게 적용되는 철저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어야 하므로 처음 기획시점부터 사업관리까지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이다. 쿠마몬의 경우 철저한 준비와 관리를 통해 약 1만5천품목에 라이선싱되어 이제 지역에 국한된 캐릭터를 넘어서서 해외에서도 판매 유통되고 있는 것은 철저한 계획이 뒷받침된 결과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역의 캐릭터는 주민들이 사랑하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캐릭터 개발 및 사업운영에 있어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주인의식을 높이게 된다면 캐릭터의 지역 대표성과 정체성(Identity)을 구축하는데 큰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0-15 남진규

[춘추칼럼] 명성황후 시해 120주년 추모의 역사적 의미

일본, 조선병합 최대 장애물로 지목 결국 만행오늘의 대한민국 성취 독립투사들 희생이 뿌리日, 한·일간 진정한 화해·상생위해선 사죄해야올해가 명성황후(1851~1895) 시해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바로 1895년 을미년 10월 8일 새벽 5시 일국의 국모를 구중궁궐까지 쳐들어와 시해한 일본의 만행이 저질러진 날이다.명성황후는 여흥 민씨 가문으로 숙종의 계비인 인현왕후의 아버지 민유중의 6대손이 된다. 명성황후(본명: 민자영閔紫英)는 경기도 여주에서 여흥민씨 가문인 아버지 민치록과 어머니 이씨 부인 사이의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명성황후는 8세에 양친을 잃고 고향 여주를 떠나 서울에 올라와 일가에 기탁하고 있는 외로운 처지였다. 1866년 3월에 삼간택에서 선발되었으니 고종황제보다 한살 연상인 16세였다. 명성황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묘사를 살펴보면 아름답고 총명하고 기품 있고 사교적이고 매우 독서열이 강하였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처음에 왕비가 된 명성황후는 대원군과 부대부인을 잘 섬기고 궁중의 모든 어른들과 궁인들에게도 잘 대하여 궁내에 칭송이 자자하였으나 정작 지아비인 고종황제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던 차에 1868년 윤4월에 고종황제의 사랑을 받던 궁인이씨에게서 완화군이 태어나자 명성황후의 입지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의 독서를 열심히 연마하면서 고종황제에게 여인으로서 보다 정치적 반려자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명성황후가 살았던 1851~1895년 동안은 한국 역사에서 국내외적으로 격변이 심했던 시기였다. 안으로는 봉건체제에 도전하는 민중세력이 형성되고 있었고, 밖으로는 서세동점의 물결 속에서 제국주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상황이었다. 즉 근대화를 추진해야 되는 과제와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이 안겨졌던 시기였다.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지지기반을 갖지 못한 고종은 그의 친정 의지를 실현시키고자 명성황후를 통해 민씨 친족세력을 정치적 배후세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며, 유교적 윤리관에 입각해 아버지인 대원군에 대한 정면 도전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명성황후를 전면에 내세워 우회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즉, 대원군의 고종황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은 유교적 충의 윤리에 어긋나고, 반면에 고종황제의 대원군에 대한 도적전은 유교적 효의 윤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명성황후는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정치주도권을 둘러싸고 초래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게 한 방파제 역할을 하였으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통해 고종황제를 보좌하여 왕권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또한 대외관계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대처하여 어느 정도 일본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당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관계에 대해 서술한 외국인들의 기술을 보면 하나같이 명성황후가 총명하고 외교력과 정치력이 뛰어났음을 묘사하고 있다. 청국과 일본의 각축이 치열한 상황에서 명성황후는 세력 균형의 외교정책을 통해 이들 국가들을 견제했다. 특히, 청일전쟁 이후 일본의 내정 간섭이 심해지자, 더욱 적극적으로 친러배일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일본은 조선 병합의 최대 장애물로 명성황후를 지목하게 됐고, 결국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1895년 10월 일본 군대와 낭인들이 왕궁을 습격하여 을미사변을 일으켰다. 이 때 명성황후는 나이 45세로 일본에 의해 시해당하는 만행이 이루어졌다.명성황후가 시해된 이후 조선은 열강들이 내세우는 최혜국 조관에 의해 이권 획득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일본은 강제로 한국을 보호국화하고 15년 만에 식민지화의 야욕을 달성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철저한 반일주의자였던 개화기 명성황후의 정치적 입지의 중요성을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35년 만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광복 70년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것은 명성황후를 비롯한 애국열사, 독립투사들의 희생이 뿌리가 되고 가지가 되어 열매를 맺은 것이다.이제 일본당국은 명성황후 시해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진실된 역사반성 위에서 앞으로 한일 간의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0-08 이배용

민주주의의 한계와 위험성

국민공천제, 대중영합·과잉민주주의 대표적 사례 후보결정권 국민에게 준다는건 정당임을 포기하는것 기득권 내려놓은채 민주주의 확대포장 적절치 않아 민주주의는 현대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현대인 사이에서 절대적 가치로 신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내재적인 한계와 위험성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주의는 무조건 좋은 것이며, 따라서 더 많은 민주주의가 더 적은 민주주의보다 항상 우월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개념 그 자체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 국민이 한 국가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한다는 그 원리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개념으로서의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실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국민이 주인이라고는 하나 국민은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이기 때문에 실제로 모든 국민이 주인 역할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책 중의 하나가 다수결주의다. 의견이 갈릴 때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수결주의는 심각한 잠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로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다. 다수결주의 하에서는 다수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기본권마저도 짓밟을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며, 특히 다수와 소수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을 경우 소수는 항상 소수로 남아 자신의 의견이 절대 반영되지 않는 억울함을 겪게 된다. 학자들은 다수결원칙에 충실한 민주주의를 다수제 민주주의라고 부르며, 반대로 기본적으로 다수결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소수의 권리와 의견을 존중해 합의와 협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합의제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선거제도 중에서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다수결원칙에 충실한 제도라면, 비례대표제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제도다. 비례대표제 하에서 여성 등 소수 세력이 대표성을 확보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나치 독일은 당시 독일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대부분의 현시대 독재자들 또한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받으며 자신의 정통성을 유지해 나갔다. 민주국가 내에서도 정치인이 지나치게 대중의 의견만을 쫓아가거나, 혹은 대중의 의견을 구실로 자신의 숨겨진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행태가 종종 발견되는데, 이는 포퓰리즘(populism) 혹은 대중영합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받는다. 최근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및 정당공천제 개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작 다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확대에 대한 논의는 별 진전이 없고, 소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서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고 한다. 국민공천제의 주요 명분은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원리를 살펴보면, 이 제도는 대중영합주의 혹은 과잉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가 초래하는 많은 부작용(높은 비용, 정치신인에게 불리함)은 차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은 당연히 정당에게 있는데, 이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정당이 정당임을 포기하는 것이며 정당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국민공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선거)를 예로 들고 있지만, 이 제도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유럽의 당비 내는 당원 개념보다는 심리적인 지지자로서의 당원 개념을 중시하는 미국의 특수한 정치적 맥락에서, 일부 주에서 특정 정당에 등록되지 않은 정당 지지자들에게도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해 준 것일 뿐이다. 한국도 진성 당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활용해 등록된 당원 외에 정당 지지자의 의견을 공천에 일부 반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 동안에도 실시돼 왔다. 그러나 이를 국민공천제라고 부르면서, 마치 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제도로 포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할 때, 그 숨은 의도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0-01 김 욱

로켓발사와 이산가족 상봉의 분리전략

美 반응 보려는 ‘北 장거리로켓 발사계획’ 전략 정부 ‘군사·인도적 문제 분리’ 상봉여부 판가름 남북, 평화통일 시작점은 소통임을 잊지 말아야 북한은 지난 14일 국가우주개발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형식을 통해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시사했다.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네 차례 인공위성(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빠르게는 40일 전, 늦게는 10일 전에 구체적인 발사 장소와 포괄적인 날짜를 예고했다. 이번에는 장소와 날짜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위성발사를 기정사실화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이 보도한 시간은 워싱턴의 아침 10시다.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서 북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이다. 북한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탐색해 보려는 전략적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는 핵실험을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북한에 9·19 공동성명과 유엔대북결의안을 준수하라고 압박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우려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언급 이후 평양이든 제3국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미국의 대화 제의는 북한에 대한 책임전가와 압박명분으로 활용하고,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강화는 핵실험의 명분으로 활용할 듯하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서 3단계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10월 1일부터 수만명의 사회주의청년동맹원들을 동원한 횃불행진이다. 사회주의청년동맹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홍위병이면서 젊은 조선의 상징이다. 2단계는 10월 5일 전후 인공위성을 포장한 장거리 로켓 발사다. 인공위성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관철, 과학중시와 병진 노선의 상징, 핵실험의 명분 유도로써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3단계는 세계 최대규모의 열병식이다. 열병식은 세계 최대규모의 군대동원과 역대 최고의 신형무기를 선보이면서 위력을 과시할 듯하다. 새로운 정책, 노선, 당정군의 조직과 인사개편을 통해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의 한반도는 대결을 지속할 것인가, 대화로 전환할 것인가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듯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예상되면서 이산가족상봉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강화는 자명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략적 접근이다. 우리는 유엔회원국으로서 유엔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을 준수할 책무도 있지만 정전 체제하에서 한반도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도 있다. 국제사회는 이산가족과 같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계기 때마다 정치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10월 이산가족상봉 여부는 박근혜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 정부가 로켓발사와 같은 군사문제와 이산가족상봉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분리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국민들의 지지는 배가될 것이다. 8·25 합의는 당국 간의 대화와 민간급의 교류 활성화를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성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했다. 북한도 조건없는 6자회담을 주장해 왔다.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역설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평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개념이다. 세계 최초로 프로젝트 현상을 철학적으로 규명한 김수홍 박사는 소통·안정·성장이라는 절차적 개념을 강조한다. 소통(대화·교류)이 신뢰를 형성하고, 신뢰는 안정의 영역(정치·경제·사회·군사 등)을 확대하며, 안정은 남북한의 동시 성장을 이끌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간다. 평화통일 프로젝트는 소통에서 시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09-24 양무진

지역과 뉴미디어

지역기업 좋은 콘텐츠 있어도 유통안돼 ‘미래 불투명’ 누구나 업로드해 평가받고 광고수익 올리는 ‘뉴미디어’ 지자체, 공동플랫폼 시스템구축 등 적극 지원 필요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제작이 완료되면 지상파 방송을 시작으로 케이블TV, IP-TV, 온라인 VOD로 이어지는 방송 유통과정을 거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지상파TV에서 방영된 작품들이 2차로 케이블TV 등 후 순위 플랫폼으로 방송되는데 이렇게 1차 지상파에 걸리는 애니메이션 작품 수가 1년에 대략 26개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 26개의 작품이 한해 한국 내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26개의 작품도 2012년도부터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을 의무화한 ‘국산 애니메이션 총량제’(방송법 10조2항)로 인해 지상파 4개사(KBS·MBC·SBS·EBS)가 방송국당 평균 7개 작품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지켜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 내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는 200여 곳, 한 해 26개 작품에 들어가기 위해 기업 간 엄청난 경쟁을 치러내고 있다. 이러한 유통의 문제는 비단 애니메이션 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분야에서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문제다. 경쟁이 치열한 콘텐츠 분야에 지역 기업과 인력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천신만고 끝에 제작비용을 마련한다 해도 결국 유통의 높은 진입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유통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와 유통경험 부족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나 지역 기업에 대한 ‘지역 디스카운트’도 방송국 판권구매 담당자들의 선택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현실이다. 콘텐츠산업 관련, 지역의 큰 고민이 바로 콘텐츠 기업의 부재, 그로 인해 지역에서 육성된 인력의 지역 내 취업 창구의 부재, 결국은 지역 콘텐츠산업의 미래 불투명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대한 해법을 뉴미디어를 통해 찾아보았으면 한다. 뉴미디어는 전 세계 기업과 개인 구분없이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쉽게 업로드해 시청자에게 평가받고 그 평가를 토대로 광고 수익도 배분받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새로운 플랫폼이다. 뉴미디어의 대표적인 플랫폼 유튜브(You-Tube)의 사례를 하나 언급하겠다. “미국의 평범한 트럭 기사 버틀러는 재미삼아 자신의 일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다.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시청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던 버틀러는 자신의 홈비디오가 유명세를 타는 것을 깨닫는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광고 수익을 벌기 시작하자 버틀러는 주변에서 홈비디오를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하고 메이커 스튜디오를 설립한다. 메이커 스튜디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홈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는 회사로 월간 조회 수 55억 뷰 이상의 회사다.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탐내던 디즈니는 결국 메이커 스튜디오를 2014년 3월 5억 달러에 인수한다. 물론 뉴미디어 경쟁도 치열한 것은 사실이다. 필자의 회사도 이러한 시대를 대비해 자체적인 플랫폼 구축을 고민하였으나 시스템구축과 인력확보에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을 경험하고 바로 포기한 사례가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지자체 콘텐츠산업 예산을 지역 콘텐츠의 유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공동의 플랫폼 채널 구축과 콘텐츠 개발지원, 인력양성 등 지역의 기업과 1인 창작자들이 동시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대외적으로 알릴 기회와 수익의 기회를 제공하는 부분에 투입된다면 지역 콘텐츠 업계에도 아이디어, 개발, 산업화, 인력확보 등의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09-17 남진규

추석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 유산으로

한해 풍년 조상께 감사하고 가족의 화합 다지는 날 전통 문화·정신 세계인 공감할 수 있는 통로 필요 남북공동 세시풍속 조사·연구 통일시대 앞당겨야 곧 추석이 다가온다. 특히 올해는 추석을 기해 헤어졌던 이산가족의 만남의 장이 열린다니 매우 기쁜 소식이다. 이제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1세대들은 거의 타계하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보고 싶고 그리운 가족들이 만난다는 것은 혈육 간의 우애를 다지는 것 뿐 아니라 남북 간의 화합과 동질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남북한은 공히 조상숭배의 효 사상, 공동체적 질서, 미풍양속의 명절 풍습을 가지고 있다. 21세기 나눔, 배려, 소통, 화합의 동양정신의 가치가 부상되는 이 시기에 미래 지향적인 세계화의 자산으로 키울 수 있다. 특히 추석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운동을 추진할 수 있다. 추석은 1년 중 가장 보름달이 밝은 날로, 처음으로 수확한 햇곡식으로 송편과 각종 음식을 만들어 다례를 지내 1년의 풍년을 하늘과 조상께 감사하고 가족과 이웃 간에 화합을 다지는 날이다. 이는 여름 내내 땀 흘리며 일하던 것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앞으로 올 본격적인 추수기에 대비하여 잠시 일손을 놓고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계절도 가장 알맞은 시기라 그래서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추석의 유래는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왕도를 6부로 나누었는데, 둘로 크게 편을 갈라 각각 왕녀가 대표가 되어 부내의 여인들을 인솔하여 7월 15일부터 8월 14일까지 한 달 동안 두레 길쌈을 하였다. 추석날 그 성과를 심사해서 진 쪽은 이긴 편에 술과 음식을 내고 ‘가배’, ‘가배’ 축하하며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했는데, 이를 ‘가위’라 하며, 오늘날 한가위의 어원이 되었다. 한편 추석날에는 여러 민속놀이가 행해지는데 소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활쏘기 등을 함께 어울려 즐기는 축제의 날이기도 하였다. 특히 대표적인 놀이로는 강강수월래를 들 수 있다. 강강수월래 놀이는 해마다 음력 8월 한가윗날 밤에 추석빔으로 곱게 단장한 부녀자들이 수십 명씩 일정한 장소에 모여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만들어 뛰놀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민속 고유의 놀이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는데 활용했다는 일화도 있다. 추석날은 여성들이 음식장만 하느라고 고달프기도 했지만 옛날에는 ‘반보기’라 하여 친정 식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허용되어 고달픈 시집살이를 위로 받기도 하였다. 추석을 전후하여 사람을 보내 만날 시간과 장소를 연락하여 중간쯤에서 만나 서로 장만해 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담을 나누다가 저녁에 헤어졌다. 겨우 한나절 정을 나눌 수 있다는 데서 ‘온보기’가 못되고 ‘반보기’라고 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유네스코 세계유형문화유산으로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수원화성,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경주역사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하회와 양동마을,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12개 등재되어 있다. 인류무형유산으로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처용무, 강강술래, 제주 칠머리당 영동굿, 남사당놀이, 영산재, 대목장, 매사냥, 가곡,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등 12개가 등재되었다. 세계기록유산으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하권,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 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 11개가 등재되어 있다. 그에 비해 북한은 개성역사유적지구, 고구려 고분군 단 2개뿐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유산등재는 유구한 역사 속에 새겨져 있는 창조적 문화콘텐츠와 그 안에 담겨진 정신을 널리 세계에 알려 우리나라의 품격과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미처 주목하지 못한 우리 안에 내재된 인류 보편적이면서도 보석같은 한민족 특유의 전통유산을 잘 다듬어 세계인과 공감하는 통로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문화리더 국가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중 설, 추석 등의 세시풍속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사, 연구하여 그 원형과 변화 양상을 탐구하여 세계화하는 작업도 사회문화교류를 통한 진정성 있는 통일의 시대를 여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09-10 이배용

지역주의, 지역 이익 그리고 지역 정체성

지역주의, 지나치게 정치적 활용 ‘부작용’ 유발 지역 기반 둔 ‘정당 설립’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지방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중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지역주의다. 그리고 지역주의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지역주의에 부정적 시각이 자칫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시대에 걸맞은 정당한 지역이익 추구와 지역정체성 강화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일단 주민들이 타 지역보다 자기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추구하는 현상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 중앙집권적인 권위주의 시절에 억눌려 있던 당연한 욕망이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가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소위 지역이기주의라는 표현을 통해 지역주민의 자기 지역 이익 추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과도한 중앙집권적 발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자부심을 느끼고 애향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러한 강력한 지역 정체성이 지역주의의 원인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사실 ‘지역주의’라는 표현 그 자체는 아무런 부정적인 요소가 없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동안 이것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초기 지역주의는 특정 지도자와 특정 지역과의 정서적 유대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특정 지역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내세우는 부작용을 유발했다. 게다가 이러한 지역주의에 비견할 수 있는 다른 사회 갈등구조가 표출되지 못하여, 지역 갈등만이 한국 사회의 유일한 갈등인 것처럼 비추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주의의 정서적 측면은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그에 대신하여 지역의 이익과 발전이라는 공리주의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 외에도 이념이나 세대, 계급과 같은 다른 갈등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에서 가지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되었다. 이제는 국민들이 단지 자기 지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이념적 성향, 자기가 속한 세대의 가치관, 자기가 속한 단체와 계급의 이익 등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지역주의는 내용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승자독식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로 인해 이러한 지역주의 현상이 선거 결과에서 과장·확대되어 나타날 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20~30%의 지지를 받아도 한 지역구에서도 1등을 하지 못하면, 이 표는 모두 사표가 되는 것이다. 선거제도만 개혁해도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독점적 지역 정당구조는 사라질 것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의 설립 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정당이 지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지역의 자기 이익추구가 당연한 일이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지역정당의 출현이 일부 지역에서 정당 경쟁을 오히려 활성화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중앙중심의 정당설립 요건을 완화하여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설립을 용이하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이 자기 지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자기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한 현상이다. 지역이기주의라는 부정적 표현으로 이를 억압하기보다는 이러한 다양한 지역적 이익을 포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미국식 상원제 도입이나 권역별 혹은 시도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는 것을 경계하기보다는 오히려 장려할 필요가 있다. 부산학·제주학·대전학 등 특정 지역을 연구하는 지역사회연구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명제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과 지방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또한 자신의 특성과 장점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09-03 김 욱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남북, 군사적 신뢰조치로 관계개선 확대해야협상 길었던 만큼 합의이행 과정 험난할 수도북한이 다른소리 할수록 냉정함 잃어선 안돼남북이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만남의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이야기도 길었다. 2+2라는 이례적인 첫 만남에서 예상치 못한 소득이 있었다. 비록 시작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에서의 포격으로 출발하였다. 군사적 충돌 상황이 남과 북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했지만,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남북회담사에 유례없는 마라톤 협상의 대미를 장식한 셈이다. 우선 군사문제에 대해선 남북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발짝씩 양보했기에 합의가 가능했다. 남측은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직접적인 사과 대신 유감 표명을 수용하였다. 북측은 남측의 확성기 중단에 ‘비정상적 사태가 신생되지 않는 한’이란 단서조항을 수용함으로써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과거 발생한 미결된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답안지로 활용가능할 것이다.이번 합의가 갖는 보다 큰 의미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특히 당국간 회담 개최를 제1항에 명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남북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공감하고 향후 분야별 다양한 형태의 대화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민간교류 활성화는 5·24 조치 해제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숨겨진 한 수이다. 결국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민간교류 활성화는 충분히 가능하고 무의미해진 5·24 조치는 자연스럽게 점진적·단계적 해제의 수순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 결과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뢰사건의 주체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과 포격 도발에 관해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지뢰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은 간접적인 시인·사과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남측 군인들의 부상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 또는 같은 민족이라는 차원으로 해석할 것이다. 향후 논쟁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합의서는 과학적 법칙이 아니라 정치적 해석을 해야 한다.통일부와 통일전선부는 남북관계 전문가 집단이다. 조직적 경험도 풍부하다. 청와대와 조선노동당은 정치적인 집단이다. 합의서까지는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지만 이젠 전문가 집단의 치밀한 이행이 필요하다. 합의문에 남북 통-통라인(통일부-통일전선부)을 재개하는 고위급 대화채널을 구체화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합의문에 이산가족상봉과 민간교류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에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명시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이 문제는 이산가족상봉 성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기대해 본다.향후 진행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은 이번 합의의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표현의 모호함으로 인해 재발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로 주장하는 장거리로켓을 발사할 경우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한의 군사 활동이 지속되는 한 예기치 못한 우발상황과 오인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이 상존한다. 최근 상대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완충역할을 하는 조치들이 제거된 상황에서 합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으로 확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군사적인 신뢰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협상이 길었던 만큼 합의를 지켜가야 할 앞으로의 과정은 어쩌면 상상 이상으로 길고 험난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잠깐 숨고르기도 할 여유 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기대처럼 그렇게 무지개 빛 미래는 아니다. 비록 내부 정치적이지만 북한은 합의 이후 약간의 태도변화를 보이며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럴수록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정말 이번 합의도출이 가능했던 것이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자세와 원칙고수 때문이라면 말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08-27 양무진

문화융성, 지역 디스카운트 해결이 첫걸음

국고 지원사업 신청 지방기업 ‘높은 장벽’ 실감정부·지자체, 지역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해야방치땐 기업성장 저해·문화콘텐츠산업 ‘흔들’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예전 한국 경제의 불투명성·불확실성을 근거로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면서 붙여진 수식어다. 이 수식어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저평가를 대변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 수식어를 좀처럼 듣기 힘들다.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결론인데, 상승의 중요한 견인차 중 ‘한류(韓流)’라고 말하는 부분을 크게 부정하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필자 역시 ‘한류’를 실감했던 사례가 있다. 2년 전, 중국 광둥지역에 자사 애니메이션 ‘뭉게공항’의 완구를 수출한 바 있는데, 그 당시 한국어 포장의 완성품에 대해 중문(中文)으로 다시 포장해야 하는 거 아닐까? 라며 수출단가 상승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대형마트 담당자는 “무슨 소리냐. 한국어가 표기되어야 중국 상품보다 높은 가격이라도 소비자가 선택한다. 새로운 포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해 일정 부분 단가를 절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이렇듯 국가나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할 수 있다.반면, 국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탈출했으나 지역에서 콘텐츠 기업을 운영하는 현실에서는 지역의 디스카운트가 여러 가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비단 필자의 회사뿐만 아니라 지역의 ICT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게 되면 지역 디스카운트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느껴진다.예를 들어 공공입찰이나 국고 지원사업 신청에서 지역의 기업들은 지역 디스카운트의 높은 장벽을 실감하게 된다. 요즘은 일부 공기관에서 심사시 지역 업체 가점부여를 통해 이를 해소해 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의 자치단체나 공기관에서도 지역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 입찰이나 용역에서 용역금액이 낮은 것은 지역 업체에서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형사업의 경우 수도권 기업의 차지가 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라는 부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비즈니스에서 처음 이뤄지는 것이 명함교환인데 이 과정에서 수도권이 아닌 소재지가 지역일 경우 왠지 모를 위축감과 상대방이 우리 회사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자격지심으로 회사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업무상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은 필자는 외국 기업과 비즈니스할 때 그 기업의 소재지가 수도가 아닌 지역이라도 그렇게 지역 기업에 대한 선입견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경험에, 왜 한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하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고민끝에 얻어낸 결론 중 하나, 대부분 지역이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였다는 점이다.필자 역시 외국 파트너가 춘천을 잘 몰라서 ‘배용준’ ‘겨울연가’ 촬영지라고 어렵게 이해를 시킨 적이 있다. 물론 하나의 예를 들은 것이고 모든 원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지역 디스카운트의 문제는 지역 업체 특혜와 같은 단기적 해결방안으로는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거시적 관점의 지역 브랜드가치 재고의 정책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 나아가야 된다.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지역 기업들의 성장이 저해됨은 물론이고 신규 기업과 인력의 창출이 어려워지며 나아가 지역문화 콘텐츠산업의 기반이 위태해질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융성 내에 지역 균형 문화발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첫걸음이자 근본(Foundation)이라는 생각이다./ 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08-20 남진규

광복 70년,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비폭력적 3·1운동 정신 이웃나라에 큰 영향최빈국서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급성장바람직한 통일 위해 진지한 공론의 장 필요해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감격스러웠던 해방의 기쁨도 잠시 분단의 세월도 그만큼 흘렀다. 암울했던 일제 치하에서 35년 만에 벗어나 광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독립을 위한 불굴의 투쟁에 온 민족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 정세와 시대의 흐름을 탄 면도 있지만 그러나 그 중심은 한민족의 독립역량에 기인한 것이다.우리 역사의 면면을 보면 암울했던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연 민족의 DNA가 있다. 어려운 시절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도전으로 “할 수 있다” “해야 된다”는 열정과 긍정심을 가지고 온갖 시련을 극복해 왔다. 그러니까 우리는 20세기 한 편린만 보고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을 수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나라를 빼앗기는 가장 큰 시련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극복해 낸 민족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깊이 겸허하게 성찰해야 통일의 길도 바람직하게 열어갈 수 있다.96년 전, 1919년 3월 1일 우리의 선조들은 일본이 총칼로 빼앗은 조국의 독립과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나라 사랑하는 한 마음으로 일어났다. 민족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독립의 굳은 신념과 애국심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이 거대한 물결에는 남녀노소, 신분과 계층, 종교와 국내외 지역의 구분도 없었다. 일제의 가혹한 무력탄압에도 불구하고,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쟁에 온 몸을 바친 우리 선조들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3·1운동의 정신은 중국·인도 등 비슷한 처지의 이웃 나라들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3·1운동과 선열들의 끈질긴 독립투쟁은 카이로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을 결정할 때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이 위대한 3·1정신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으로 계승되면서 번영과 기적의 대한민국 역사를 이룩한 원천이 되었다.광복 70년 만에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의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했다. 남북의 분단과 대치상황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확립하고 광복 70년 만에 이 모든 기적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적이 아니다. 민족의 자존심과 나라를 지키는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 역사 대대로 숱한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 왔기에 이러한 위업이 가능했던 것이다.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선조들이 온몸과 영혼을 바쳐 자주독립을 선언하며 꿈꾸었던 나라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꿈은 자손대대로 풍성한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행복한 나라이며 또한 ‘동양의 영원한 평화’ 더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나라를 염원하였다. 이제 우리는 자손 대대로 풍성한 삶의 행복을 길이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안보가 튼튼해야 하며,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경제력이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한 바탕에서 모두의 마음을 열고 화합할 수 있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아직도 남북 간에는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군사적 대결의 장벽’이 있다. 전쟁과 그 이후 지속된 대결과 대립으로 ‘불신의 장벽’도 쌓여 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 오랜 기간 살아온 남북한 주민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 사이에 놓인 ‘사회문화적 장벽’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미래지향적으로 통일의 과제는 매우 중대하지만 통일은 목적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당위론적 통일의 주장을 뛰어넘어 바람직한 통일을 이루기 위한 진지한 공론의 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다시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우리의 소중한 장병들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상호존중과 신뢰를 통해 통일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08-13 이배용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과 의원 정수

많은 정치학자들 의원수 확대 필요하다고 생각지방·농어촌 대표성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현역의원들 희소가치·특권의식 줄어 소극적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논의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그동안의 선거구 획정은 항상 선거를 얼마 안 남기고 졸속으로 이뤄져 왔으며, 그 최종 결과는 변함없이 기존 의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언가 좀 다를까 하는 기대를 약간 하게 된다.낙관적인 기대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 원칙을 내세우며 선거구간 최대 인구편차 기준을 3:1에서 2:1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부 충격은 의원들을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빠뜨렸다. 새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기존 선거구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농촌출신 의원의 지역구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의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구 기준을 강조하면, 수도권에 비해 지방, 그리고 도시에 비해 농촌 지역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정치권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관위 산하에 설치하면서 과거에 비해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해 주었다. 그리고 단순히 선거구획정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과 의원 정수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하고 있는 것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현재 정당에 따라, 또 의원 개인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당파적 이익, 의원 개인의 이익을 떠나서 보다 객관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참여연대가 지난 6월과 7월 사이 정치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2%가 현행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70% 이상이 의원 정수를 33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정치학자라고 해서 개인적인 정치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치인에 비해서 덜 당파적이고,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 볼 가능성이 높다.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일부 국민은 놀랄 수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정치를 공부하는 사람은 정치인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민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다. 물론 대부분이 선거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정치에 대한 폭넓은 불신을 가진 상태에서 의원정수 확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그렇다면 왜 다수의 정치학자들은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한국 정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요한데,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서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자들이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정수확대 없이 헌재의 2:1 기준에 따라 선거구 획정을 할 경우 지방과 농촌의 대표성 훼손이 불가피한 정치 현실 때문이다. 만약 의원정수를 확대한다면, 이를 비례의석에 배정한 후 비례의석을 권역별 혹은 광역단체별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지방과 농촌의 대표성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선거구 획정이라는 난제 해결의 열쇠는 의원정수 확대에 있다. 물론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진 정치불신을 감안할 때 의원정수 확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원정수 확대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한국의 정치발전과 연계되어 있으며, 또한 이를 통해 지방과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정치권·학계·시민단체·언론이 힘을 합하여 국민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현재 의원들은 국민 여론을 핑계로 의원정수 확대에 매우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의원정수 확대는 기존 의원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의원 수가 확대될 수록 희소가치와 특권의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의원들이 국민 여론을 무기삼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의원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일부 포기하는 조건으로 의원정수 확대를 제안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08-06 김 욱

8·15 경축사에 담아야 할 내용

北체제 압박·제재만으로는 피로감·무기력증 자초평화통일 원칙·합의서 존중·정상회담 제의 필요대립국면 지속 vs 대화재개 훈풍… 중대한 기로내달 15일이면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우리 민족에게 광복절은 남다르다.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국토가 다시 둘로 쪼개졌다. 전범 국가인 일본은 하나이고 피해 국가인 한국이 두 개로 쪼개진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광복이란 완전한 해방으로써 통일을 의미한다. 역대 정부는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논의를 진전시켜 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평화통일구상을 제시했다. 남북이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실체를 인정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1971년 8월 남북적십자회담이 개최됨으로써 분단 25년만에 남북대화가 시작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과 99년에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추진 기조를 명확히 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단초를 마련했다. 광복절 경축사에 담긴 대북제의와 정책추진 기조가 남북관계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보여준다.광복 70주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에 담길 통일비전과 대북제의의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작금의 남북관계는 불안정하고 앞날도 불투명하다. 우리 측의 거듭된 고위급접촉 제의에 북측은 거부하고 있다. 당국 간 실무회담인 개성공단공동위원회 회의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체제세습이니 공포정치니 하면서 모든 책임을 북한에 전가해 봤자 남북관계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체제유지에 자신감이 붙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기식대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려는 모습이다. 젊은 지도자의 독단적 방식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남북대화만을 요구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북한은 과연 미얀마·이란·쿠바와 같이 서방세계에 문호를 개방하고 변화의 길로 나설 것인가? 체제의 보루인 핵을 포기하고 우리와 손을 잡을 것인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 문제에 피로감이 누적되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그러나 압박과 제재만으로 김정은 정권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피로감과 무기력증을 자초하는 것이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통령은 남북관계 철학을 되새겨야 한다.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통일의 철학이다. 통일부를 비롯한 외교안보부처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화와 유연성이 전략적 접근의 기본이다. 물밑접촉·비공개회담·특사교환·중재자 활용 등은 과거의 잘못된 방식이 아니라 협상의 ABC이다. 박근혜 정부의 보수적인 지지계층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 제재·압박·고립을 통한 북한 붕괴론은 오히려 김정은 수령독재체제를 더욱 강화 시킬 뿐이다. 남북한 체제 경쟁은 끝난 지 오래다. 북한체제와의 기 싸움은 시간 낭비이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현실적이면서 통 큰 대북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첫째,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손잡고 국제사회의 지지하에 평화통일이 되어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7·4 공동성명에서부터 10·4 정상선언까지 기존 남북한 합의서를 존중한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셋째, 남북한 최고지도자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광복·분단 70주년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해야 한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특사교환방문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상회담 개최가 부담스러우면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과 연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제의해야 한다.현 단계 남북관계는 불안정 속에 대립국면을 지속할 것인지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희호 여사 방북·박근혜 대통령의 통 큰 대북제의·정상회담 개최·이산가족상봉·금강산관광 재개·북미대화·6자회담 재개 등 한반도에 훈풍이 불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일방적인 8·15 행사·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군사훈련·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강화·북한의 맞대응 핵실험 등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인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달려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07-30 양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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