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춘추칼럼] 사고의 전환이 문제해결 출발점

북핵문제 근본적 해결이 '통일'이라는 인식 버려야개성공단·금강산관광, 北변화 이끈다는 생각 필요압박·제재 실효성 없다면 반드시 부작용 뒤따라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주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은 체제와 존엄의 하위개념이다. 체제안전이 담보되어야 만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보유하는 것보다 체제안전을 담보한다고 확신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 4년동안 경제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호전되어 왔다. 6·28 방침에 의한 가족영농제 중심의 협동농장 개선이 식량증산을 이끌었다. 5·30 조치에 의한 기업의 경영자율권 강화가 연간 1% 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전국적으로 장마당을 450여개 정도 허용함으로써 주민생활용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다. 장마당은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를 잠재우고 국가의 재정확충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경제특구와 관광특구도 더디지만 성과를 내는 가운데 대외투자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군부가 군림해 왔던 이권사업 등이 당과 내각으로 이전되었다.김정은 시대 북한 내부의 변화는 경제문제에서 출발했다. 핵무력을 통한 최고의 억지력을 갖춘 후 국방비를 감축하고 유휴자본과 인력을 경제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가졌다. 북한의 시스템상 국방력을 경제부문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군수경제가 민간경제로 전환되는 사이의 안보공백을 핵개발로 메우겠다는 논리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제재 해소 등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핵보유국의 지위는 대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다.일부에서는 중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제재를 촉구한다. 안보문제를 둘러싼 국가이익의 충돌은 흔한 일이다. 북핵문제가 한중의 국가이익을 침해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한중간의 이견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이 한미일 동맹을 앞세운 대중포위정책이라고 인식한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난민문제 등 모든 후과를 중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여긴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동참하지만 원조 중단 등의 독자제재에는 반대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에 틀림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면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지난 23년 동안 북핵협상은 치밀한 전략에 의해 추진된 적이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방지기구(NPT) 탈퇴, 폐연료 재처리시설 재가동, 핵실험 등 위기국면이 발생한 후 사후적 대응조치로써 협상에 임해 왔다. 1994년 북미 고위급협상도 북한이 임의로 핵연료봉을 추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북핵동결이라는 2·13 합의도 2006년 10월 1차 북핵실험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위기국면에서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펼쳤고 미국은 급하게 합의를 이루기 위해 북한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1993년 1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반면에 한국과 미국은 정권교체와 함께 정책변화를 거듭해 왔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합의 불이행을 비판하지만 북한은 한미의 잦은 정책변화에 불평한다. 한미의 일관된 정책이 북한의 합의이행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박근혜 정부는 한반도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다. 현 단계는 상황악화방지가 급선무이다. 압박이라는 입구전략을 세울 때는 대화라는 출구전략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해결전략은 사고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통일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간의 대화·협력·평화라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이지 북한의 붕괴·흡수라는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니다. 북핵문제의 창의적 해결은 북한의 긍정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이 북한 독재정권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극적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확성기를 틀고 5·24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징벌적인 의미는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은 아니다. 압박과 제재는 실효성이 중요하고 실효성이 없다면 반드시 부작용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국제규범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중요하지만 지난 8년 동안 6자회담의 중단이 북한의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는 6자회담 참여국들의 자기반성도 필요하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6-02-04 양무진

[춘추칼럼] 지식 재산과 이야기의 힘

금세기들어 가장 큰 규모 삼성과 애플 '특허 전쟁'디자인 등 탄생배경 설명 잘하면 배심원 설득 가능과학기술·지식재산 연계 스토리텔링사업 시급삼성과 애플, 특허 싸움에서 과연 누가 이길까? 두 기업 간의 특허 전쟁이 5년째를 맞고 있다. 이 특허소송에서 지는 쪽은 아마 천문학적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금세기 들어 규모가 가장 큰 특허 전쟁이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삼성의 유명한 상품들이 애플의 여러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매우 불리한 평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특허 전쟁에서 애플이 삼성을 도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이런 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이런 특허소송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열릴 수 없을까? 한국인도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날이 오려나.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재판을 국제공용어로 진행하고, 필요한 만큼 권위 있는 외국 전문 법조인을 초빙판사로 모셔오면 된다. 인천 송도 같은 데에 국제특허법원을 만들면 세계 각국의 특허 분쟁을 조정하거나 재판을 전담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종교다원주의 사회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권 국가는 물론 유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를 따르는 국가 입장에서는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재판을 받는 것을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종교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원불교와 같은 민족 종교는 물론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자유롭게 상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특허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육성하자는 목표 아래 세계특허(IP) 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재작년에 결성되었다. 여야(새누리당 정갑윤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와 민간인(이광형 KAS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국회의원 64명을 포함한 추진위원과 각 분야의 운영위원들이 참여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위원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국제 특허소송에서 한국인의 배심원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보듯 배심원의 역할은 자못 크다. 배심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소송의 승패를 가늠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은 무엇일까? 그 동인(動因)은 다름 아닌 이야기의 힘이다. 특허 분쟁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나 기술, 디자인 등의 탄생 배경을 배심원에게 그럴듯하게 설명해 주면 좋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잉태되었다는 것을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여 입증하면 된다. 그러면 배심원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설득의 곁쇠다. 특정 상품이나 기술이 탄생되는데 이와 같은 시련과 실패가 있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가능한 극적인 구성을 통해 전달하면 주효하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면 그 상품이나 기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특허의 독창성을 담보하는데도 유리하다.지금까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따로국밥이었다. 문학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비롯한 다른 영역과 교감하려는 의지가 박약했던 편이다. 그러다 보니 문학을 전공하는 청년의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통섭을 통하여 문학도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전통적 글쓰기도 좋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할 때다. 과학기술이나 지식재산과 연계한 스토리텔링도 그 중 하나다. 마침 올해 고용노동부에서 상품 및 공간 스토리텔러를 양성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무형의 지식재산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전략적으로 추구해 나가면 창의적 두뇌자원이 선순환 하여 한국이 지식재산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정영길 원광대학교 교수·작가

2016-01-28 정영길

[춘추칼럼] 사실과 소문

급속히 퍼지는 SNS로 '근거없는 음모론' 더 기승방대한 데이터·통계홍수로 서로 다른 해석 '충돌'이미 와버린 '빅데이터 시대' 21세기 경쟁력 돼요새 농담 중에 '죄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라는 게 있는데, '감옥에 가면 인터넷을 못쓰게 하니까'가 답이라고 한다. 우리 삶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공포감을 줄 정도로 필수적인 게 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삶에서 없으면 못사는 게 돼버린 인터넷을 사람들은 어떤 용도에 쓸까? 많은 이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용도는 단연 SNS, 즉 사회연결망 서비스의 사용이다. 한때 대세이던 트위터는 시들해졌다는 얘기도 들리고, 페이스북은 아직 여전한 인기를 누리지만, 대세는 시각적인 소통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즐기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일종의 집단적 소통 중독증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 맷 데이먼이 일체의 정보를 접할 방법이 차단된 상태에서 취향에 맞지도 않는 디스코 음악이라도 열심히 듣는 장면은 그래서 수긍이 간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의 금단 현상과 유사한 게 아닐까?자연스레 SNS는 개인적 소통의 채널을 넘어서 여론이 모이고 형성되는 길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실과 소문이 섞여서 온갖 음모론도 돌아다닌다. 요즘 나도는 정체모를 글 중에 일부는 상식과 달라서 우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제목부터 생경하고 강하다. 예를 들면, '녹차를 마시느니 걸레 짠 물을 마셔라', '현미는 사람을 천천히 죽이는 독약이다', '배추김치를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두부 먹으면 몸이 썩어 죽는다', '압력밥솥에 지은 밥은 죽음의 물질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심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곤 하는 이런 주장이 내세우는 사례들은 대부분 샘플 크기가 작아서 통계적 처리의 관점으로는 무의미하다. 최근에 다시 회자된 음모론의 백미는 미국의 아폴로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 장면이 조작된 거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주장은 꽤 오래 전부터 나온 것인데, 냉전시대 구소련의 스푸트닉 우주선 발사로 자존심에 상처받은 미국 정부가 조작을 감행했다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그 뒤로 과학적으로 보이는 근거를 덧붙여가며 진화했고 여러 버전이 출현했다. 최근 버전은 유명한 영화 감독인 스탠리 쿠브릭이 사망 전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 동영상이었다. 조작된 착륙 동영상을 제작한 실행자가 자기였다고 쿠브릭이 고백하는 인터뷰여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쿠브릭의 가족및 지인들의 관찰과 사실 확인에 따르면 비슷한 외모를 가진 배우를 출현시켜 연출한 허위 인터뷰로 보인다고 한다.'좋아요' 기능이나 공유 기능을 통해서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SNS의 특징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근거 없는 음모론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결국 사용자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사실과 소문을 구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비판적 시각과 검증의 잣대로 무장해야 하고,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논리적 생각의 힘에 기대어 홀로 항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고대 아테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플라톤은 이데아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비밀을 수와 기하학에서 찾았다. 수학은 변덕과 궤변에서 자유로운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어서 진리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믿었다. 반면에 현대의 우리는 수(數)에 치여 산다. 아무런 의미 없는 방대한 데이터에 둘러싸여 헤매고, 넘치는 통계의 홍수 속에서 서로 다른 해석들의 충돌을 목도한다. 그러니 제멋대로로 보이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질서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는 관점의 출현은 얼마나 놀라운가. 빅데이터와 수학의 결합은 그래서 경이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음모론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해줄 뿐더러, 종종 시대의 흐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준다. 플라톤이 이미 간파했던 것처럼 수와 논리는 감성적 사고의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고 그 한계를 보완하고 설득력을 더하는 동반자로 기능한다. 이미 우리 곁에 와버린 빅데이터 시대는 이러한 관점으로 인공지능의 개념조차 바꾸어 버렸고 구글 같은 데이터 회사가 무인자동차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의미를 이끌어 내는 능력은 이제 21세기의 경쟁력이 되었다./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 아주대 석좌교수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 아주대 석좌교수

2016-01-21 박형주

[춘추칼럼] 열세 살 적 꽃할머니를 떠올리며

강제로 끌려가 '고통의 삶' 살아간 위안부 할머니'인권유린' 진정한 사죄없이 더 언급 말라는 일본졸속 합의한 정부… '무효화 외침'에 귀기울여야"꽃할머니, 저번에 말린 꽃은 어떻게 됐어요?""아주 예쁘게 잘됐어. 들에서 국화꽃을 또 한 움큼 꺾어 왔지."꽃할머니는 꽃누르미를 하신다. 일주일에 한 번 원예치료사가 찾아와 할머니를 도와드린다.꽃할머니 얼굴은 두 가지다. 시무룩한 얼굴과 활짝 웃는 얼굴."웃어 보려고 해도 웃을 일이 없어. 뭐 그렇게 크게 웃을 일이 있어? 좀 삐죽 웃으면 되지."이렇게 말씀하시지만, 꽃 이야기를 할 때면 늘 활짝 웃으신다.'꽃할머니'란 그림책의 첫머리이다. 꽃누르미를 잘해서 꽃할머니로 불렸던 이 책의 주인공 심달연 할머니는 암 투병 중의 몸으로 2010년 6월 책 헌정식에 참석한 후, 같은 해 12월 돌아가셨다. 꽃할머니가 열세 살 무렵, 언니와 함께 들에서 나물을 캐고 있는데 갑자기 두 남자가 나타나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아끌어 강제로 트럭에 태웠다.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며칠을 갔을까, 낯선 나라에 내렸다. 한쪽으로 강이 흐르고 산비탈에 막사가 있었다. 막사 안에 칸칸이 들어 있던 작은 방 하나에 구겨 넣어진 꽃할머니는 그날부터 방 앞에 줄을 선 일본 군인들을 차례차례 온몸으로 받아내어야 했다. 하루에도 몇 명인지 셀 수 없는 그들. 반항하다가 관리인이 던진 칼에 무릎 안쪽이 찢어지기도 했다. 정신을 잃은 날도 많았다.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할머니를 버려두고 떠났다. 한국의 어느 절에 누구의 손에 의해 맡겨졌는지 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한다. 우연히 그 절에 불공드리러 온 여동생과 기적처럼 만나 고향으로 돌아온 꽃할머니는 숱한 세월을, 일본 군인들에게 폭행당하는 고문 같은 꿈을 꾸며 고통 속에서 보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담을 쌓은 채. 50년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꽃할머니의 아픔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마음 문을 열면서 꽃누르미를 시작했다. 꽃누르미 작품으로 상을 받을 정도로 할머니 솜씨는 뛰어났다. 1940년, 열세 살 나이로 '일본군 위안부'가 되었던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심달연 할머니는 강제로 트럭에 실려 간 이후 다시는 언니를 만나지 못했다. 심달연 할머니의 언니처럼 대부분의 '위안부'는 일본군과 전쟁터를 함께 옮겨 다니던 중 죽거나, 전쟁이 끝난 후 그대로 버려져 일본, 대만,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낯선 땅에서 목숨을 잃거나 행방불명되었다.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용감하게 '일본군 위안부' 증언에 나섰던 238분의 할머니 중 이제 46분의 할머니만 생존해 계신다.일본은 이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그들의 추악한 역사를 지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자국의 역사교과서를 거짓으로 덧칠하고 적반하장의 망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일본이 기다린 건 역사를 지울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역사를 다시 현재 속으로 불러들여 진행형으로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이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법적 배상, 가해자 처벌 등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여러 나라에서 통과시키자 일본이 불편해한 건 무엇이었던가. 오로지 자국의 국제적 위신에만 급급해하지 않았던가. 중국을 견제한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를 위한 미국의 입김에 의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이것으로 일본은 '위안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표명했으니 앞으로 더 이상 한국은 '위안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행동도, 조처도 취하지 말라는 명령과 다를 게 무언가. 식민지 지배와 대규모의 전쟁 범죄에 대해 지금까지 국제적 사과 한마디 없는 일본, 전쟁 범죄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인권 유린이 '위안부' 아니던가.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빠진 협상, 일본의 국가적 책임이나 진정한 사죄가 빠진 허울뿐인 형식적 합의, 가해국이 오히려 피해국을 향해 '위안부' 문제는 앞으로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듯한 명령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합의, 이게 도대체 합의인가. 졸속으로 합의를 하게 된 계기와 불온한 저의가 미심쩍기 그지없다.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도 변함없이 추진해야 한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합의 무효화를 외치며 연일 집회를 여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들의 분노에 찬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책 헌정식 때 분홍색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고 마냥 부끄러워하던 꽃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리자니, 그 분의 열세 살 적 해맑았을 미소가 꽃처럼 피어난다./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2016-01-14 강맑실

[춘추칼럼] 북한 핵실험의 치밀한 계획과 즉흥적인 결단

존엄성 무시했다며 모란봉악단 철수 北中관계 악화핵보유국으로 美와 동등지위 논의하겠다는 의도유엔안보리 제재 맞서지만 당대회 축포용 이용할듯북한 국방위원회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김 제1위원장은 2016년도 북한이 나아갈 방향으로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을 제시했다. 인민생활 문제를 국사 가운데 제일국사라는 표현에 잘 나타난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경제, 정치, 군사, 사회문화 순으로 배열했다. 지난 4년 동안 정치·군사 분야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는 판단하에 '문제는 경제'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경제·핵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이 없다. 5월초 제7차 당대회까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사만 있고 대화제의는 없다. 남측의 통일외교를 흡수통일외교로 비판하고 한미군사훈련을 북침전쟁연습이라고 맹비난 한다. 남북관계 장애물들에 대해 비판은 하고 있지만 전제조건·선결조건을 내세우지 않았다. 민족문제·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음을 밝혔다.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적대시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핵억제력 강화를 통해 맞대응하겠다는 결의도 없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화제의도 없다. 올해가 미국의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비핵화든 평화협정이든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논의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듯하다.북한은 오는 5월초 제7차 당대회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고 출범 원년을 빛내기 위한 경제강국건설에 집중할 것으로 보였다.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구호하에 시장경제 요소가 가미된 경제개혁조치의 확대가 예상되었다. 북한의 장마당은 전국적으로 450여개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따리 장사에서 점차 조직적인 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민들의 욕구를 정책적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당·정·군 고위간부들은 노장청의 조화를 이루겠지만 중간간부들은 빠른 속도의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군대는 당적 지도의 강화와 함께 정치사상의 강군화, 도덕의 강군화, 전법의 강군화, 다병종 강군화 등 4대강군화노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지도자·청년조선의 구호하에 체육중시, 인민중시 정책을 통하여 사회주의 문명강국에 속도를 낼 듯하다.그러나 북한은 지난 6일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 5월초 제7차 당대회까지 상황을 관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지진파의 강도를 볼 때 중폭핵분열실험에 가까운 듯하다. 준비는 친밀하게 했지만 결단은 즉흥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12월 10일 수소폭탄 폭음 운운하였다. 12일 모란봉 악단이 중국공연을 취소하고 철수하였다. 15일 당중앙위원회에서 핵실험 결정서를 채택하였다. 1월 3일에 핵실험에 대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최후 명령을 하달한 후 6일에 핵실험이 단행되었다. 이번 핵실험의 직접적인 배경은 북중관계의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체제와 존엄을 무시했다는 판단하에 모란봉 악단 철수와 연이어 핵실험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의 배경은 중국이지만 목표 겨냥은 미국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정부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지속되는 한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역설적으로 미국과 핵보유국의 동등한 지위에서 핵과 평화협정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있는 듯하다.향후 남북관계는 장기 경색이 예상된다. 북한은 핵실험 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강화, 그리고 장거리 로켓 발사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가진 듯하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이미 확장을 마무리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맞서지만 내부적으로 당대회의 축포용으로 이용할 듯하다. 중국은 대북제재에 동참하겠지만 북미간 대화의 중재자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략적 접근이다. 한미동맹, 한중협력, 남북대화의 균형을 통해 더 이상의 상황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전략적 접근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담겨 있어야 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6-01-07 양무진

[춘추칼럼] 따뜻한 공동체를 구현하는 세시풍속에 담긴 지혜

조상·어른께 ‘새해인사’ 감사·공경심 심어주는 ‘설날’햇곡식 음식 나누며 가족·이웃간 우애 넘치는 ‘추석’자연순리 따르며 겸허한 자세로 단합과 화목 다져벌써 2015년 을미년 한 해를 보내고 이제 2016년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항상 새해에는 처음 시작의 기대와 소망이 많았지만 막상 12월로 접어들면 세월의 빠름에 대한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그래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게 되었음에 감사의 마음도 함께 있다. 세시풍속은 명절 또는 그에 버금가는 날이다. 예로부터 명절은 경사스러운 날로써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계절에 맞춰 음식을 장만해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했으며 떡과 술과 음식을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화합의 의미를 다지는 날이기도 하다.동짓날이 붉은 팥죽을 먹으면서 천체와 소통하는 날이라면, 정월 초하루 설날은 가족들이 모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또 성묘를 가거나 어른께 세배를 드리면서 감사와 공경심을 심어주었고,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지는 일 년의 시작이다.정월대보름은 계층을 뛰어넘어 모든 마을 사람들이 협력과 소통을 다지는 축제가 펼쳐지는 뜻깊은 명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의 기지개를 켜면서 앞으로 바빠지는 농사철을 대비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이 새겨져 있다. 대보름은 특히 달맞이하면서 소원을 빌고, 다리밟기는 다리를 밟으면 1년의 액을 피하고 다리가 튼튼해져서 다릿병을 앓지 않는다는 풍속으로 장안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하여 대 장관을 이루었다. 또한 부럼을 깨물면 치아도 튼튼해지고 종기와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하며 불포화성 지방을 섭취하여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도 크다.한식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사대 명절 중 하나다. 긴 겨울 얼었던 땅이 녹아서 묘소가 파손된 곳에 다시 떼를 입히고 조상께 차례도 지내는 날이다. 예부터 한식에 찬밥을 먹는다는 유래는 중국 진나라 때 불에 타 죽은 충신 개자추의 고사에 기인한다. 한편으로는 한 해의 불씨를 새로 지피는 날이다. 밥을 지을 수 없어서 찬밥으로 대신했다는 의미도 있다.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천중일이라 하여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다. 이때는 모내기를 막 끝내고 곧 바빠지는 농사철에 대비하여 한 차례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기다. 특히 여성들의 명절이라 일컬어지며 머리가 맑아지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 하여 창포물에 머리 감고 산언덕에 올라가 그네도 뛰고 심신의 나래를 펴는 날이다. 쑥과 수리취로 떡을 만들어 수릿날이라고도 불렀다. 새로 수확한 앵두를 천신하고 단오고사를 지내 집안의 평안과 오곡의 풍년,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였다. 단오에는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채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군현 단위의 큰 단오제가 지역마다 행해졌으며 대표적인 것이 강릉단오제이다.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이다. 추석은 1년 내 땀을 흘려 수확한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며 일 년의 풍성을 감사하고 송편을 빚어 나누면서 가족과 이웃 간의 화목을 다지는 날이다. 여름내 잡초가 자란 산소를 미리 벌초하고 추석날 성묘 가서 조상과 하늘에 대해 감사하며 내년에도 풍요로움을 기원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듯이 일 년 중 더없이 풍성함의 상징이다. 추석은 정월대보름, 6월 보름 유두, 7월 보름 백중과 함께 달 밝은 보름 명절이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지신밟기, 가마싸움 등 각종 놀이가 흥겹게 펼쳐진다.10월은 상달이라 하여 각종 민속신앙의 행사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각 가정에서는 길일을 잡아 고사를 지낸다. 성주신, 조왕신, 터주신, 삼신, 우물신, 대문신 등 가신에게 붉은팥 시루떡을 쪄서 고사를 지낸다. 10월 상달의 고사는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지닌 천신제(薦新祭)이기도 하다. 대체로 장독대에 올라서서 지붕 보이는 집은 모두 고사 떡을 돌린다는 미풍양속이 진행되어 왔는데 일 년 동안 수고로움을 서로 위로하고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의 실천이기도 하다.이처럼 세시풍속은 전통시대 따뜻한 공동체적 단합과 화목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겸허한 마음자세를 갖추는 근신과 정성이 담겨 있다. 즉 자연과 인간 조화의 지혜를 일깨우는 날인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2-31 이배용

[춘추칼럼] 안철수 탈당과 반복적인 야당 분열의 원인

야권 지지층 다양하지만 개혁방향성 상당한 이견대선·총선 ‘단순다수제 중심’ 소수정당 매우 불리現선거제도 변화없다면 野 통합·연대 가능성 커안철수 의원이 드디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내년 초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치권과 일반 국민 모두가 이 사건이 내년 20대 총선, 나아가 한국 정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 신당이 어느 정도의 세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이러한 야당 분열이 20대 총선에서 야권에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할지, 그리고 나아가 이것이 2017년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 너무도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단지 개인적 의견일 뿐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현재로서 가능한 것은 이러한 야당 분열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분석해 보고 그 정치적 의미를 논의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현 여당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변동 없이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현 야당은 지속적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 왔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이러한 분열의 원인을 정치인들의 성향 차이, 정당의 내부 구조, 혹은 야당이 직면한 어려움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주요 원인이라면 왜 현 여당은 분열하지 않는 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현재의 여당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을 모태로 하고 있어 야당 못지않게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모여 있으며, 8년에 걸쳐 야당을 지낸 바 있기 때문이다.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 즉 정당 지지자들의 이질성에서 찾을 수 있다. 현 여당 지지자들에 비해 현 야당 지지자들은 훨씬 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세대 간 차이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유권자가 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안정적으로 야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 층은 젊은 유권자가 아니라 50대 이상의 호남 거주 혹은 호남 출신 유권자이다. 그에 비해 젊은 층의 지지 유형은 매우 유동적이다.이는 달리 말하면, 보수보다는 진보 성향이 더욱 이질적임을 의미한다. 물론 보수에도 뉴라이트 등 다양한 세력이 포함되어 있지만, 현상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의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현 상태를 바꾸고 개혁하고자 하는 진보의 경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해서 상당한 이견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경우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 커다란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하며, 따라서 이들이 생각하는 변화의 내용과 방향 또한 크게 다르다.여권에 비해 야권이 분열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야당 정치인에게 문제가 있어서 가 아니라, 바로 야당 지지층의 다양성에 있다. 그리고 크게 보면 반복적인 야당 분열 현상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지층을 만족시키려는 야당의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게 다양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면, 왜 야당은 분열한 후에 다시 또 통합하는 것일까? 이유는 선거제도에 있다. 현재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모두가 단순다수제 중심인데, 이 제도는 소수정당에게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선거 승리를 위해서 분열되었던 정당들이 다시 통합 혹은 연대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유권자의 다양성과 이질성은 분리와 다당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선거제도가 이를 막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상반된 힘이 작용하면서, 야당의 분열과 통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사람들은 분열보다는 통합을 좋아한다. 야권 지지자들이 이번 안철수 탈당에 실망하는 이유에는 야당의 분열로 인한 20대 총선 패배 전망도 있지만, 분열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다당제보다 양당제를 선호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강요된 통합, 즉 내용은 분열되었으나 겉모습만 통합한 것보다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나누어져 치열하게 경쟁하고 난 이후에 다시 타협과 연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안철수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 진정한 통합을 위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분열을 위한 분열로 그치고 말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분열된 야당이 다시 통합 혹은 연대할 동인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여당이 이번 사태를 무조건 반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2-24 김 욱

[춘추칼럼] 입장 차이를 확인한 제1차 남북당국회담

南 “신변안전·재산권 보호돼야 금강산관광 재개”北, 시간끌기 판단 ‘이산가족·관광문제’ 연계 주장대화 필요성 공감… 2차 만남에선 통큰 교환 기대지난 11·12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했다. 회담의 결과만을 볼 때 합의서를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 양측의 관심사가 무엇이고 주요 관심사에 대해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고 북측은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했다. 우리 측은 DMZ 평화공원, 민생·환경·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남북한의 토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북측은 금강산관광재개에 합의해야 만이 다른 의제를 토론할 수 있다는 입장 이었다.북측은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사업의 연계를 주장했고 우리 측은 분리를 강조했다. 우리 측은 북측의 입장을 감안해서 관광재개 실무회담 개최라는 유연성을 보여 주었다.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관광객 피격사건의 3대 조건인 진상규명·사과·재발방지 등이 문서로 보장되어야 한다. 북측이 일방적으로 조치한 재산동결과 몰수 재산을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관광객의 신변안전과 재산권보호 등 관광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관리위원회와 공동위원회도 설치되어야 한다. 관광 대가의 현금이냐 현물이냐 범주도 정해야 한다. 우리 측은 실무회담을 통한 조건을 충족한 후 관광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을 가진 듯하다. 북측은 실무회담 개최가 관광재개를 뒤로 미루려는 시간 끌기로 판단하고 이산가족해결과 관광재개의 동시이행·동시추진을 주장했다. 북측은 당국회담에서 관광재개에 합의한 후 조속한 시일 내 실무회담을 개최해서 장애물들을 제거하자는 입장을 가진 듯 하다.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면서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우리 측이 원하는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원하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상봉 대상자 가운데 매년 4천명 정도가 고령화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이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이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시급성이 여기에 있다. 금강산관광은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인 문제이다. 북측이 도발을 계속하면 관광을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 있다. 혈연을 천륜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를 교환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 손해 볼 것이 없다. 일부에서는 금강산관광의 현금 대가가 핵 개발에 전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관광 대가는 연간 2천200만달러로 예상되고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은 연간 1억달러 상당이다. 개성공단 임금은 괜찮고 20% 수준인 관광 대가는 핵 개발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현금 대가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에 위반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북결의안은 합법적인 계약과 정상적인 송금은 위반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은 현대아산과 북측 아태평화위원회 간의 정상적인 계약과 남북 양 정부의 보장으로 이루어졌다. 관광 대가는 우리 측의 은행이 중국 또는 러시아의 은행을 거쳐 북측 은행으로 송금되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의 벌크 캐시 조항에 해당되지 않음을 보여준다.남북한은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4년차에 남북관계의 성과가 필요하다. 김정은 정권도 내년 5월초 제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안정화가 요구된다. 내년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 2월초 제2차 당국회담 개최가 예상된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재개문제의 통 큰 교환을 기대한다. 북한의 변화는 대화와 교류에서 시작된다. 이산가족문제와 금강산관광사업은 남북한의 문제이다. 남북한의 문제는 남북한 당사자 해결원칙이 기본이다. 남북한이 대결하면 한반도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한다. 남북한이 대화하고 교류하면 미국과 중국도 당사자 해결원칙을 존중하는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12-17 양무진

[춘추칼럼] 지역콘텐츠 진흥원과 그 역할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전반적 정책 계획 집행지자체·의회 등 관리받아 ‘획일적 운영’ 불가피예산은 기업이 필요한 ‘맞춤형 지원’ 효과적문화콘텐츠사업을 주된 업무로 하다 보니 국가별 지자체별 지원사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는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뿐만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콘텐츠기업들의 관심사라 생각한다. 이렇듯 모든 기업들이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금에 목매는 것이 대한민국의 콘텐츠산업의 어려운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하다. 물론 대한민국뿐만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 세계 선진국가에서도 콘텐츠산업의 지원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성공사례를 다량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성공사례가 우리나라의 콘텐츠산업 정책개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우리나라도 오랜 지원정책속에 속속 성공사례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지만 지원기간과 지원금투자 대비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는 콘텐츠라는 것이 성패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산업이기에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은 분야라는 특성이 주된 요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된 요인외에도 획일화된 지원정책과 지원금의 문제, 기업들의 지원금은 공짜 돈이라는 안일한 인식 등의 문제도 짚어봐야한다는 필자의 생각이다.대한민국의 콘텐츠를 주관하는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다. 그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서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전반에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랜 정책수립과 지원을 통해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고 이러한 결과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아 중국관련 부처에 한국의 콘텐츠분야의 지원정책 노하우를 역으로 수출한 사례도 있을 정도라고 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한민국 전체를 관할하여 정책을 수립함으로 분야별, 사업별, 영역별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책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 맞는 지원청책까지 포함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특화된 콘텐츠산업을 담당하는 지역에 진흥원이 설립되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진흥원이 너무 획일화되고 경직된 운영에 우려와 문제를 제시하는 지역의 기업들이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비단 각 지역 진흥원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들도 많이 있다. 지역의 진흥원도 공공기관이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지자체와 의회 등의 관리를 받게 되는데 이러다보니 경직되고 획일화된 운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관리와 감독 기능이 개선돼야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하고 필요한 역할이다. 문제는 정책지원 서비스의 주체인 기업들이 배제된다는 점이다. 지역기업이 우선되어야 지역기업에 맞는 정책의 실효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자명한 것인데 정답이 없는 콘텐츠산업지원에 정답을 요구하고 이 요구에 부합되는 정책만을 수립하는 현상이 과연 진흥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자면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책의 우수성을 언급하였지만 이 정책들은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를 때 우수한 정책이고 각 지역으로 보았을 때는 맞지않는 정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진흥원들의 정책을 보자면 대부분 국가적 정책을 그대로 지역에 도입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정책이 정책 지침서가 되어 각 지역 진흥원의 예산에 맞게 프로그래밍하고 지역 지자체와 의회에 승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국가지원금과 지역지원금간에 중복지원이라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것도 현실이다. 많지 않은 지역진흥원의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내년의 지원정책을 올해 설계하여 지원정책에 기업이 맞추는 것보다 올해의 예산을 각 진흥원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적재적소, 기업이 필요한 항목에 지원을 하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지원금의 소중함을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성공사례확보와 안정적 지원자금 운영에만 집착하여 회사의 규모와 업력에 지원유무가 결정되는 현실을 넘어서서 누구나 균등하게 지원을 받아 성공의 발판을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 진흥원의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2-10 남진규

[춘추칼럼] 조선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현대적 활용

유교·동양사상 조화된 자연친화적 귀중한 유산과거·현재·미래 이어주는 시대정신 숭고함 느껴다양한 스토리로 재구성 청소년교육 활용해야올해로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6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조선왕릉이 세계적 유산이 되면서 국민적 자긍심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서울지역에 8기, 경기도 일원에 32기가 18개 지역으로 나누어 분포되어 있는데 연속유산으로서 위용이 돋보인다 하겠다.조선왕릉은 조상을 기리는 한국의 효 사상의 상징이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정통성의 표상이다. 풍수적 전통에 기인한 독특한 건축 및 자연과 어우러지는 경이로운 조경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준인 완전성과 진정성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한편 지금까지 이어져 행해지고 있는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 전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조선왕릉의 특성은 첫째, 유교와 동양 전통사상의 조화 속에서 발전해 온 역사적,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이다. 조선왕릉은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을 집약하여 조성되었으며 그 조형방식에서 역사적 변화를 담고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둘째, 자연 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이 보존되어 있다. 조선왕릉은 타 유교문화권 왕릉과는 다른 조선왕조 특유의 세계관, 종교관 및 자연관에 의해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다. 셋째, 인류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조성과 기록문화의 보고이다. 500년 이상 지속하여 만들어진 조선왕릉을 통해 당대의 시대정신과 통치자의 리더십, 문화의식, 예술관을 압축적으로 살펴 볼 수 있으며, 조선왕릉과 관련된 여러 기록 문헌들을 통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 기술과 사상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넷째, 조상숭배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조선왕릉 제례 문화는 조상숭배사상에 기인하며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형성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에 큰 의의를 가진다 하겠다. 다섯째, 자연과 인간의 조화, 하늘과 땅의 조화, 이상과 현실의 조화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시대를 뛰어넘는 공존의 조화를 통해 역사적 교훈과 시대정신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를 법고창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적 가치로 재창조하여 국민들이 즐겨 찾아가는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으로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이제 조선왕릉이 좀 더 친근하게 국민들에게,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속에 내재된 시대 정신과 인간스토리를 발굴하여 재미있고 유익하게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왕릉에 계신 주인공들은 그 시절 최고의 리더였다. 청소년들에게 리더십의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여 미래를 향한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유형적 측면뿐 아니라 사상, 정신, 의례 무형유산 등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500년 이상 왕조가 유지되고 재위한 모든 왕과 왕비의 능이 완전히 남아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조선왕릉이 유일하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미래를 향한 무한한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역사의 현장이 조선왕릉이다.주인공이 묻혀 있는 능침공간은 주변 산세와 지형에 따라 단릉, 쌍릉, 합장릉, 삼연릉, 동원이강릉, 동원상하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었으나 대부분은 양옆과 뒤쪽의 삼면으로 곡장을 두르고 봉분 둘레에는 봉분을 수호하는 각 두 쌍의 석호, 석양을 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외에도 문인석, 무인석, 정자각 등 아주 절제되고 품격 있는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왕릉에 들어서면 홍살문을 지나 참배하는 모습으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나무도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를 알고 열심히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다.또한 능기신제를 일반에 널리 알려 충효사상의 근본으로 가꾸어 점점 메말라 가는 나라사랑·효사상을 일깨워 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다. 유교의 정신사적 이상을 현대화, 세계화하는 문화콘텐츠로 개발하여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2-03 이배용

[춘추칼럼] 故김영삼 前대통령 정치적 유산

야당 지도자로 한국민주화 주도한 뛰어난 정치가3당 합당과정서 영·호남 지역주의 고착화 ‘아쉬움’YS 공·과 재평가… 한국정치 발전 계기로 삼아야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세상을 떠나며, 수많은 정치인이 그의 빈소를 찾아 소위 조문정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조문 정치인들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임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인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면서 추모하는 것은 우리의 좋은 관습이지만, 혹시 이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며, 평가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정치인이 긍정적인 평가만 하고, 대부분 언론도 그러한 방향으로 보도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물론 평범한 개인이라면 그의 사후에 나쁜 얘기는 덮어두고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한 나라의 야당 지도자와 대통령을 지낸 공인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향후 국가와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와 그의 시대가 한국 정치에 남긴 두 가지 중요한 유산을 오늘의 시점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유산은 민주화이다. 김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뛰어난 정치인이었으며, 야당 지도자로서 한국 민주화에 커다란 공을 세운 점에 대해서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두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 민주화 투쟁을 주도하고 결국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6·29선언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그가 보였던 용기와 카리스마,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은 한국의 정치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유산은 3당 합당을 통한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의 공고화이다. 1990년 1월 22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3당 합당은 당시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던 집권여당 민주정의당, 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여당을 출범시킨 사건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 전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3당 합당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을 공고화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3당 합당 주도 세력들은 합당의 명분 중 하나로 4당 체제에서의 지역주의(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 충청) 극복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3당 합당은 영남 대 호남 혹은 비호남 대 호남이라는 지역 대결 구도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했다.양김(혹은 3김) 시대는 2000년대 들어 서면서 이미 실질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과 그 시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인 민주화와 지역주의는 여전히 오늘의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정치의 과제로 남아 있다. 먼저 민주화는 하나의 과정이며, 한국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심화 내지 공고화돼야 하는 과정에 있다. 최근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고, 그에 따라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그가 보여주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또 다른 유산인 지역주의는 점차 완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충청 지역이 3당합당에서 빠지고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고, 유권자의 세대교체로 인해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지역주의 감정 또한 약해지고 있다. 다만 현재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인해 지역주의 정당 구도가 과장되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남은 과제는 비례제를 강화하여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싹쓸이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추모 분위기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 개인에 대해 정서적으로 추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그 시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이를 한국 정치 발전의 계기로 만들고자 하는 냉철함도 필요할 것이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1-26 김 욱

[춘추칼럼]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를 주목한다

김정일 유훈 통치시대 종식 ‘김정은 시대’ 선포할듯당대회후 8월 남북·10월 북중정상회담 추진할 수도한국·주변국들, 北로켓발사 막고 개혁개방 이끌어야북한은 지난 10월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016년 5월 초에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980년 제6차 당 대회 후 36년 만에 개최되는 전당대회이다. 36년 동안 북한 국내외 사정이 좋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동구 공산권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고난의 행군, 제2차 북핵위기와 국제사회의 압박,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후계체제 구축 등이 그 어려움을 말해준다. 2016년은 김정은 정권 5년차이다. 5년차에 당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그만큼 안정감과 자신감에 차 있다는 방증이다. 대내적으로 당 기능의 정상화와 연간 30만t 정도의 식량 증산, 미세하지만 1% 내외의 경제성장이 안정감의 표시일 수 있다. 3천200명 규모의 당 대회 참가자들에게 선물정치를 할 만큼 통치자금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8·25 합의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과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북중관계의 복원이 자신감의 토대일 수 있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일 유훈 통치시대를 종식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당규약을 개정해서 최고인민위원회를 설치하고 김정은을 위원장에 추대할 수도 있다. 230여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 가운데 상당수의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교체 가능성도 있다. 박봉주 내각 총리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도 예상된다. 개혁·개방이 가미된 선민중시의 새로운 경제정책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계기 때마다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강조해 왔다. 김 제1위원장의 통일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운 통일방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 북핵문제와 인권문제를 희석시키고 평화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쟁종식과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2016년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 전망은 그리 어둡지도 밝지도 않다.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라는 8·25 합의 정신이 있다.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북중간의 합의 정신도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제7차 당 대회 직전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회 후 8월 중 남북정상회담과 10월 중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통한 북중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인민 중시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당정군의 세대교체,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중관계 복원은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기에 충분하다.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변수가 많고 우여곡절이 많음을 예고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북중간의 합의에 의해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중국은 북한과 미국에게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논의를 요구할 것이다. 한미일이 대화보다 대북제재·압박을 강화한다면 북한의 맞대응 무력시위도 강화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묵인하에 제7차 당 대회 직전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도 있다. 로켓 발사는 대외적으로는 맞대응 무력시위이지만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축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과 주변국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막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제7차 당 대회가 열리기까지 앞으로 6개월이 북한에게도, 주변국가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 간부들의 책임정치를 강조해 왔다. 최룡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혁명화 교육에 들어간 듯하다. 최룡해는 김정은식 책임정치의 희생양일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으로 100일 전투 또는 150일 전투를 내세우면서 인민생활 향상의 치적사업에 당 간부들을 독려할 것이다. 당 간부들은 최룡해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최룡해는 제7차 당 대회 시점에 맞춰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제7차 당 대회는 개혁·개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북한은 체제안보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혁·개방의 틈새를 보여준다. 개혁·개방은 강제할 수는 없어도 환경과 여건은 만들어 줄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가 환경과 여건 마련의 기본이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11-19 양무진

[춘추칼럼] 지자체와 콘텐츠 관련 기업의 상생

지자체 ‘성과 중시’ 대부분 수행업체 수도권서 물색지역기업 참여시켜 경험·안목 쌓을 기회 제공 필요기업, 분야별 특화로 전문성 높이고 타업체 협력해야앞선 기고에서 일본 돗토리 현이나 구마모토 현의 캐릭터와 지자체의 상생 모델을 언급하였다. 이들이 성공사례를 확보하기까지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음을 기고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사례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이 돈과 시간인데, 과연 이것만으로 이 성공 사례가 구축될 수 있었을까? 다른 부분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성공사례들이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되었을 때 가능할까 라는 자문에 자답은 명확하지 않았다.이러한 의문을 풀어가면서 우연하게 성공사례를 보유한 그들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의 사례유형을 살펴보면 지역개발형과 지역기반형의 형태로 크게 구분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구분은 필자가 임의로 정한 것이므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음을 인지해 주기를 바란다.지역개발형은 지역 전통이나 문화, 인물, 특산물 등을 소재로 지역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콘텐츠로 구분하였고 지역기반형은 지역 소재 기업의 캐릭터나 지역 출신의 인물(저작권자, 개발자 등)을 활용하는 등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콘텐츠를 지역에 맞게 활용하는 것으로 정해 보았다.지역개발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과 영화 ‘해리포터’와 ‘브릿지 존슨의 일기’의 주무대인 영국 코츠월드(Cots World)를 들 수 있고 지역기반형은 위에서 언급한 돗토리현의 ‘가가와 기타로’(작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로 구분할 수 있다. 두 가지 구분 모두 지역과 연계된 콘텐츠와 지자체 간에 상생방안이라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단, 필자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이 사례들 대부분에 지자체는 있었으나 이 사례에 참여한 지역 기업은 없었다는 것이다. 즉, 사례로 언급한 국가의 지역들조차 지역 기업의 참여나 역할은 필자의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지역 기업의 참여는 당연한 것 이었거나 아니면 지역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고민이 그들에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어쨌든 대외적으로는 사례로 인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 사례가 중점적으로 보여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좋은 원천소스는 각 지역마다 있다고 본다고 하면 누가 이 원천소스를 개발하고 누가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갈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지역에서 콘텐츠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대부분 지자체에서 콘텐츠 연계 관광 상품 개발 계획이 수립되면 성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과제 수행기업을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찾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 지역 기업들은 과제 수행의 경험이나 성과에 대한 품질면에서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과제나 용역에 참여한 경험이 없으므로 더더욱 그렇게 된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의 관련 업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시 반문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지역에는 콘텐츠기업이 없어야 맞다는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 모두 콘텐츠 관련 산업에 대한 중요성과 향후 지역의 중요한 먹거리가 되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 않은가? 이 부분 모두 공감하고 기회다 판단되기 때문에 수도권의 기업들이 지역으로 이전을 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신규로 창업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지자체와 지역 콘텐츠 기업의 상생이 이뤄지어 곧바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자체는 지역 기업을 적극 과제에 참여시킴으로써 경험과 안목을 동시에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기업은 분야별 특화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협력하여 성과를 이뤄내는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만이 지자체와 콘텐츠 관련 기업의 상생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앞서 사례로 언급한 국가의 지자체 콘텐츠 관련 성공사례와 조금은 차별된 지자체와 지역 기업이 협력하여 이뤄낸 우리만의 성공 사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1-12 남진규

[춘추칼럼] 세종대왕의 한글정신에서 찾는 교훈과 지혜

과학·창의적 문자이지만 ‘따뜻한 인간애’에 기인백성들과 소통하며 역지사지의 배려 뜻도 담아합리적인 국가운영·포용·화합의 리더십 보여줘최현배 선생이 작사한 한글날 기념절 노래 가사를 보면 제1절은 한글은 문화의 터전, 2절은 민주의 근본, 3절은 생활의 무기라고 한글의 정신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라고 마무리 된다. 한글은 세종대왕의 참으로 위대한 창제물로 그 힘으로 우리나라가 교육강국 시대를 열었고 한류시대도, IT시대도 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인류 최고의 8천개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읽기 쉽고 배우기 쉬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문자로서의 자랑도 있지만 그보다 진정한 한글에 대한 큰 의미는 세종대왕의 따뜻한 인간애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세종대왕의 실록 기사를 보면 이분에게는 따뜻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항상 있었다는데 감동을 자아낸다. 가슴이 따뜻하다보니 언제 어디서나 감싸고 챙겨주어야 할 대상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길을 잃은 아이도 눈에 보여 부모를 찾을 때까지 관에서 잘 보호하라는 세심한 배려, 1426년 아이를 출산한 여종에게 산후 100일의 휴가를 내리라고 간곡히 신하들에게 당부하는 약자에 대한 연민, 이후 노비 출산휴가는 1430년에는 산전 휴가 한 달이 더 추가되더니 1434년에 아내를 돌보던 남편에게도 산후 휴가 한 달을 주어 부부합산 160일의 산전산후 휴가가 내려졌다. 동서고금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대를 뛰어넘는 복지정책은 오로지 세종대왕의 따뜻한 가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세종대왕은 우리 것을 존중하는 깊은 바탕에서 독창성과 자긍심을 갖추는 일에도 주력하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비록 중국에서 발생한 유교를 도덕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국시로 정했지만 세종은 부단히 우리 것 찾기 운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의학서인 ‘향약집성방’, 농법서인 ‘농사직설’, 우리 음악으로 구성한 ‘종묘제례악’, ‘용비어천가’ 등 우리 문화의 독자적 영역을 넓혔다. 가장 큰 민족적 성과가 한글창제로 이어진 것이다.세종대왕은 역사 속에서 얻은 혜안을 통해 즉위하자 집현전을 궁궐에 설치하고 인간으로서나 지도자로서 해야할 일,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규범을 세움으로써 절제와 자정 능력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럼으로써 조선왕조 초기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어받아야 할 유산과 과감하게 변화해야 할 과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통과 미래를 슬기롭게 조화시켜 나라의 기반을 굳건하게 다져나갔던 것이다.세종의 한글창제는 말과 글이 다른 모순을 합리적으로 정리하려는 의지와 더 소중한 것은 백성들과 소통하고 역지사지 배려의 뜻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베풀고 세제를 감면해주고 혜택을 주려해도 글을 몰라 지나쳐 버리고 어두운 세월을 사는 백성들에게 삶의 통로를 열어주어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 한글이었다. 억울한 일이 생겨도 글을 쓸 줄 몰라 호소할 길이 막혀 있는 백성들이 가엾고 안타까워 직접 자음, 모음을 개발하여 그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고 광명을 찾아준 글이 한글이다. 만일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부끄러운 민족이 되었겠는가! 어느 나라에 임금이 이렇게 직접 창제한 글을 찾아볼 수 있는가? 이러한 의미에서 1446년 반포된 10월 9일 한글날은 우리 민족이 대대로 기려야 할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다.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도 이 날이 바로 한글을 창제하여 지식의 나눔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자존심을 찾아주고 밝은 길을 펼친 영원한 민족의 큰 스승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다.세종은 참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고 가치를 창조하였으며 스스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우 성실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였다. 세종은 따뜻한 인간애로부터 출발하여 합리적인 국가운영, 균형 잡힌 인재 등용, 포용과 조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높은 이상과 넓은 가슴으로 민족과 미래를 품고 앞날을 열어간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 자긍심과 창의성을 가슴에 새겨주고 이어가야 할 위대한 교훈의 메시지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1-05 이배용

[춘추칼럼] 농촌과 지방 대표성 보장을 위한 현실적 방안

선거제도로 ‘지역대표성 보장 현실화’ 쉽지않아자치단체장들 ‘긴밀 협력’으로 목소리 키워야지방전체 이익위해선 ‘정치적 힘’ 결집이 중요국회의원 선거구획정 논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정국이 냉각되면서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논의와 작업을 방치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4.13 국회의원 선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선거구 획정 작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표의 등가성 원칙, 그리고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 이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내는가에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지역구 간 최대 편차가 3:1에서 2:1로 줄게 되었는데, 이러한 판결은 표의 등가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거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대도시에 비해서 농촌 지역, 그리고 수도권에 비해서 지방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그 어떤 방안도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에, 각 지역 간에, 그리고 각 정치인 간에 정치적 계산이 다른 이유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의원 정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난맥을 해결하는 가장 명쾌한 해결책은 의원 정수의 확대에 있으나, 주요 정당들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게임을 하고 있는 듯도 하다.앞으로 의원 정수가 확대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훼손된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을 보상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하는 이유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개헌을 통한 미국식 상원제의 도입 등 지방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방안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현실화하기에 쉽지 않다. 이번 선거구 획정 논의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학계에서는 의원정수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재로써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상원제 도입 방안은 개헌이라는 더 큰 현실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향후 보다 제도화된 방안 마련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은 자치단체장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지방의 목소리 키우기이다. 현재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유일한 부분이 자치단체장이다. 이들이 힘을 합쳐 수도권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지방의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물론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나름대로 협력을 도모하고 있지만, 이들이 수도권에 반해서 지방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경우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특히 정치적으로 힘이 강한 시도지사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치적 입장의 차이(소속 정당의 차이 포함), 개인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야망 등으로 인해 이들 간에는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시도지사들 간에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운 근본 이유는 소위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시도지사의 입장에서는 서로 힘을 합해 중앙정부와 수도권에 대항하여 지방분권을 가속화하는 등 지방 전체의 이익과 대표성을 도모하기보다는 중앙정부에 잘 보여서 자기 지역에 더 많은 예산과 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방 전체의 이익 도모는 어려워진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득력과 적극성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물론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통한 지방 대표성 제고는 임시방편적인 방안일 뿐이다. 그러나 일단 이렇게 협력의 경험을 통해 정치적 힘을 결집해야만, 향후 보다 제도화된 지방 대표성 보장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는 결국 힘이 중요하며, 힘은 합해야 커진다는 단순한 명제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0-29 김 욱

[춘추칼럼] 대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北 ‘핵·미사일 언급 자제’ 中과 논쟁 않겠다는 의도美에 평화협정 논의 제안 핵문제 희석시키려는 속셈정부, 북 당국회담 유도와 8·25합의 이행추동 중요대북 전략적 접근은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의 토대를 구축하는 접근방식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과연 대북 전략적 접근을 해 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당 창건 70주년을 전후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핵과 미사일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인민’은 90회 이상 언급했다. 인민 중시와 핵·미사일 언급 자제는 중국과 국제사회에 논란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반대와 준비 부족이라고 했다. 북한은 네 차례의 인공위성과 한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경험이 있다. 연초부터 로켓 발사를 준비해 왔다. 갑작스러운 기술적 준비 부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밖에 없다.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킨 사례는 없다.북한과 중국은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동시에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은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시점에 맞춰 ‘우호·협력 강화’가 담긴 대북축전을 공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당일 늦은 밤에 류윈산을 접견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피로써 맺어진 조중 우호를 실천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고위층 간 긴밀한 교류와 분야별 실무협력 강화도 덧붙였다. 류윈산 상무위원은 김정은 제1비서를 수반으로 하는 노동당의 지도로 강성국가 건설 위업을 높이 평가했다. ‘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력강화’의 16자 방침 하에 양측 간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를 희망했다.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대한반도 정책 3원칙도 분명히 했다. 갑작스러운 북중관계의 변화는 양측 간 물밑 접촉의 결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에 ‘혈맹관계 복원’을 선물하고 북한은 중국에 ‘로켓발사 잠정 중단’을 선물한 듯하다. 중국의 ‘신형대국론’은 북한이 혈맹국가가 아니라 보통국가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대한 중국의 대응론은 북한이 ‘부채’가 아니라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이 북한과의 혈맹국가를 선택한 것은 향후 대북압박·제재가 아닌 대화·협력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지난 16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양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화보다 압박에 무게중심을 둔 공세적인 공동성명이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미 정상이 북한 문제만을 가지고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국방위원회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같은 공식기구를 통해 반발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17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에게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음을 공개했다. 북미 간 뉴욕채널을 통한 제안인 듯하다. 북핵 문제를 희석시키면서 평화협정 문제를 부각 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의회청문회에서 평화협정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평화협정 논의를 거부한 셈이다. 성김 대표는 지난 9월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북한과 평화협정 논의만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남과 북은 지난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민간급의 교류도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민간급의 행사에 당국자의 참여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8·25 합의 제1항 당국회담에 대한 북한의 공개적인 반응은 없다. 남북한 모두 12월은 한 해를 총결산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당국회담의 적기는 11월이다. 북한은 당국 예비회담으로 갈지, 곧장 당국회담으로 갈지, 당국회담과 별개로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으로 갈지 고민할 듯하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와 한·중·일 정상회담, 유엔의 대북인권결의 등이 당국회담의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북한을 당국회담으로 이끌어 내면서 8·25 합의 이행을 추동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접근에 달려 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10-22 양무진

[춘추칼럼] 지역 캐릭터 활성화

캐릭터사업 성공할 수있는 도시인지 고민 필요전문가 의견 반영·시민 적극참여 유도 바람직철저한 계획 수립과 지속적 검증·관리 필수우리나라 각 도시와 지역을 보면 그 지역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있다. 대부분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위인, 그리고 동물을 의인화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외에서 캐릭터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 사례를 참고하였으리라 생각한다.사례를 말하자면 2012년에 약 300억엔(약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일본 쿠마모토현의 쿠마몬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캐릭터 자체도 귀엽고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큰 성공을 가져오게 한 요인이었다는 판단이다.이렇게 쿠마몬이 성공하기까지 단순하게 캐릭터를 개발하여 대외에 공표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 성공의 요인을 깊숙이 보게 되면 성공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이 있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첫째로 정말 지역에 캐릭터가 필요한가부터 판단하여야 한다. 케이블카가 돈 된다고 하면 모든 지역이 케이블카 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과 같이 타 지역에서 캐릭터로 성공했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캐릭터 사업을 잘할 수 있는 도시 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두 번째로 누가 캐릭터 선정에 있어 의결권을 갖느냐이다. 지역 캐릭터사업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주축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소재와 좋은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계의 의결로 인해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향하는 경우를 경험한 바 있다. 계획 수립은 당연히 기관이 담당하겠지만 개발에 있어 모델 선정 및 디자인, 스토리텔링, 향후 발전 계획은 최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높게 반영하고 시민들 및 대중의 참여와 의견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전문가의 최종 결정은 결코 좋은 캐릭터를 개발하여 성공을 향한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어렵다. 쿠마몬의 경우 원래 단순 로고를 개발하려는 시작에서 제안업체의 의견을 수용하여 캐릭터화로 발전시켜 성공한 사례로 의결의 중요성을 말해준다.세 번째로 캐릭터 비즈니스를 보는 시각이다. 예전 한 지역의 캐릭터 개발 업체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사업 예산 자체가 대부분 캐릭터 개발이고 향후 발전계획에 대한 예산 반영이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 이는 지역에서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일단 캐릭터를 개발하여 대외에 공표해 보고 안되면 말지 하는 식의 사업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향후 발전방안까지의 예산을 국고로부터 지원받지 못한 것이라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지역마다 캐릭터를 가볍게 생각하여 남발하게 되면 캐릭터로 인해 역으로 지역에 안 좋은 이미지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네 번째는 관리다. 캐릭터를 개발하여 공표하기 전까지는 사업방향 및 계획 등을 철저하게 수립하고 또한 지속적인 검증을 통해야 한다. 또한 적용 상품의 경우에도 캐릭터로 인해 상품과 캐릭터가 동시에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역 특산물이라고 무분별하게 캐릭터를 적용시킨다면 캐릭터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캐릭터도 연예인들에게 적용되는 철저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어야 하므로 처음 기획시점부터 사업관리까지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이다. 쿠마몬의 경우 철저한 준비와 관리를 통해 약 1만5천품목에 라이선싱되어 이제 지역에 국한된 캐릭터를 넘어서서 해외에서도 판매 유통되고 있는 것은 철저한 계획이 뒷받침된 결과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역의 캐릭터는 주민들이 사랑하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캐릭터 개발 및 사업운영에 있어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주인의식을 높이게 된다면 캐릭터의 지역 대표성과 정체성(Identity)을 구축하는데 큰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남진규 (사)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부회장

2015-10-15 남진규

[춘추칼럼] 명성황후 시해 120주년 추모의 역사적 의미

일본, 조선병합 최대 장애물로 지목 결국 만행오늘의 대한민국 성취 독립투사들 희생이 뿌리日, 한·일간 진정한 화해·상생위해선 사죄해야올해가 명성황후(1851~1895) 시해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바로 1895년 을미년 10월 8일 새벽 5시 일국의 국모를 구중궁궐까지 쳐들어와 시해한 일본의 만행이 저질러진 날이다.명성황후는 여흥 민씨 가문으로 숙종의 계비인 인현왕후의 아버지 민유중의 6대손이 된다. 명성황후(본명: 민자영閔紫英)는 경기도 여주에서 여흥민씨 가문인 아버지 민치록과 어머니 이씨 부인 사이의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명성황후는 8세에 양친을 잃고 고향 여주를 떠나 서울에 올라와 일가에 기탁하고 있는 외로운 처지였다. 1866년 3월에 삼간택에서 선발되었으니 고종황제보다 한살 연상인 16세였다. 명성황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묘사를 살펴보면 아름답고 총명하고 기품 있고 사교적이고 매우 독서열이 강하였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처음에 왕비가 된 명성황후는 대원군과 부대부인을 잘 섬기고 궁중의 모든 어른들과 궁인들에게도 잘 대하여 궁내에 칭송이 자자하였으나 정작 지아비인 고종황제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던 차에 1868년 윤4월에 고종황제의 사랑을 받던 궁인이씨에게서 완화군이 태어나자 명성황후의 입지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의 독서를 열심히 연마하면서 고종황제에게 여인으로서 보다 정치적 반려자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명성황후가 살았던 1851~1895년 동안은 한국 역사에서 국내외적으로 격변이 심했던 시기였다. 안으로는 봉건체제에 도전하는 민중세력이 형성되고 있었고, 밖으로는 서세동점의 물결 속에서 제국주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상황이었다. 즉 근대화를 추진해야 되는 과제와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이 안겨졌던 시기였다.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지지기반을 갖지 못한 고종은 그의 친정 의지를 실현시키고자 명성황후를 통해 민씨 친족세력을 정치적 배후세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며, 유교적 윤리관에 입각해 아버지인 대원군에 대한 정면 도전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명성황후를 전면에 내세워 우회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즉, 대원군의 고종황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은 유교적 충의 윤리에 어긋나고, 반면에 고종황제의 대원군에 대한 도적전은 유교적 효의 윤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명성황후는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정치주도권을 둘러싸고 초래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게 한 방파제 역할을 하였으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통해 고종황제를 보좌하여 왕권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또한 대외관계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대처하여 어느 정도 일본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당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관계에 대해 서술한 외국인들의 기술을 보면 하나같이 명성황후가 총명하고 외교력과 정치력이 뛰어났음을 묘사하고 있다. 청국과 일본의 각축이 치열한 상황에서 명성황후는 세력 균형의 외교정책을 통해 이들 국가들을 견제했다. 특히, 청일전쟁 이후 일본의 내정 간섭이 심해지자, 더욱 적극적으로 친러배일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일본은 조선 병합의 최대 장애물로 명성황후를 지목하게 됐고, 결국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1895년 10월 일본 군대와 낭인들이 왕궁을 습격하여 을미사변을 일으켰다. 이 때 명성황후는 나이 45세로 일본에 의해 시해당하는 만행이 이루어졌다.명성황후가 시해된 이후 조선은 열강들이 내세우는 최혜국 조관에 의해 이권 획득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일본은 강제로 한국을 보호국화하고 15년 만에 식민지화의 야욕을 달성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철저한 반일주의자였던 개화기 명성황후의 정치적 입지의 중요성을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35년 만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광복 70년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것은 명성황후를 비롯한 애국열사, 독립투사들의 희생이 뿌리가 되고 가지가 되어 열매를 맺은 것이다.이제 일본당국은 명성황후 시해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진실된 역사반성 위에서 앞으로 한일 간의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5-10-08 이배용

민주주의의 한계와 위험성

국민공천제, 대중영합·과잉민주주의 대표적 사례 후보결정권 국민에게 준다는건 정당임을 포기하는것 기득권 내려놓은채 민주주의 확대포장 적절치 않아 민주주의는 현대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현대인 사이에서 절대적 가치로 신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내재적인 한계와 위험성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주의는 무조건 좋은 것이며, 따라서 더 많은 민주주의가 더 적은 민주주의보다 항상 우월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개념 그 자체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발견하기 어렵다. 국민이 한 국가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한다는 그 원리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개념으로서의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실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국민이 주인이라고는 하나 국민은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이기 때문에 실제로 모든 국민이 주인 역할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책 중의 하나가 다수결주의다. 의견이 갈릴 때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수결주의는 심각한 잠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로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다. 다수결주의 하에서는 다수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의 기본권마저도 짓밟을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며, 특히 다수와 소수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을 경우 소수는 항상 소수로 남아 자신의 의견이 절대 반영되지 않는 억울함을 겪게 된다. 학자들은 다수결원칙에 충실한 민주주의를 다수제 민주주의라고 부르며, 반대로 기본적으로 다수결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소수의 권리와 의견을 존중해 합의와 협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합의제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선거제도 중에서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다수결원칙에 충실한 제도라면, 비례대표제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제도다. 비례대표제 하에서 여성 등 소수 세력이 대표성을 확보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나치 독일은 당시 독일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대부분의 현시대 독재자들 또한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받으며 자신의 정통성을 유지해 나갔다. 민주국가 내에서도 정치인이 지나치게 대중의 의견만을 쫓아가거나, 혹은 대중의 의견을 구실로 자신의 숨겨진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행태가 종종 발견되는데, 이는 포퓰리즘(populism) 혹은 대중영합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받는다. 최근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및 정당공천제 개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작 다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확대에 대한 논의는 별 진전이 없고, 소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서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고 한다. 국민공천제의 주요 명분은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원리를 살펴보면, 이 제도는 대중영합주의 혹은 과잉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가 초래하는 많은 부작용(높은 비용, 정치신인에게 불리함)은 차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은 당연히 정당에게 있는데, 이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정당이 정당임을 포기하는 것이며 정당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국민공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선거)를 예로 들고 있지만, 이 제도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유럽의 당비 내는 당원 개념보다는 심리적인 지지자로서의 당원 개념을 중시하는 미국의 특수한 정치적 맥락에서, 일부 주에서 특정 정당에 등록되지 않은 정당 지지자들에게도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해 준 것일 뿐이다. 한국도 진성 당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활용해 등록된 당원 외에 정당 지지자의 의견을 공천에 일부 반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 동안에도 실시돼 왔다. 그러나 이를 국민공천제라고 부르면서, 마치 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제도로 포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할 때, 그 숨은 의도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2015-10-01 김 욱

로켓발사와 이산가족 상봉의 분리전략

美 반응 보려는 ‘北 장거리로켓 발사계획’ 전략 정부 ‘군사·인도적 문제 분리’ 상봉여부 판가름 남북, 평화통일 시작점은 소통임을 잊지 말아야 북한은 지난 14일 국가우주개발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형식을 통해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시사했다.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네 차례 인공위성(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빠르게는 40일 전, 늦게는 10일 전에 구체적인 발사 장소와 포괄적인 날짜를 예고했다. 이번에는 장소와 날짜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위성발사를 기정사실화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이 보도한 시간은 워싱턴의 아침 10시다.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서 북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이다. 북한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탐색해 보려는 전략적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는 핵실험을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북한에 9·19 공동성명과 유엔대북결의안을 준수하라고 압박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우려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언급 이후 평양이든 제3국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미국의 대화 제의는 북한에 대한 책임전가와 압박명분으로 활용하고,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강화는 핵실험의 명분으로 활용할 듯하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서 3단계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10월 1일부터 수만명의 사회주의청년동맹원들을 동원한 횃불행진이다. 사회주의청년동맹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홍위병이면서 젊은 조선의 상징이다. 2단계는 10월 5일 전후 인공위성을 포장한 장거리 로켓 발사다. 인공위성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관철, 과학중시와 병진 노선의 상징, 핵실험의 명분 유도로써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3단계는 세계 최대규모의 열병식이다. 열병식은 세계 최대규모의 군대동원과 역대 최고의 신형무기를 선보이면서 위력을 과시할 듯하다. 새로운 정책, 노선, 당정군의 조직과 인사개편을 통해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의 한반도는 대결을 지속할 것인가, 대화로 전환할 것인가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듯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예상되면서 이산가족상봉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강화는 자명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략적 접근이다. 우리는 유엔회원국으로서 유엔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을 준수할 책무도 있지만 정전 체제하에서 한반도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도 있다. 국제사회는 이산가족과 같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계기 때마다 정치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10월 이산가족상봉 여부는 박근혜 정부의 결단에 달려 있다. 정부가 로켓발사와 같은 군사문제와 이산가족상봉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분리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국민들의 지지는 배가될 것이다. 8·25 합의는 당국 간의 대화와 민간급의 교류 활성화를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성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했다. 북한도 조건없는 6자회담을 주장해 왔다.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역설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평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개념이다. 세계 최초로 프로젝트 현상을 철학적으로 규명한 김수홍 박사는 소통·안정·성장이라는 절차적 개념을 강조한다. 소통(대화·교류)이 신뢰를 형성하고, 신뢰는 안정의 영역(정치·경제·사회·군사 등)을 확대하며, 안정은 남북한의 동시 성장을 이끌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간다. 평화통일 프로젝트는 소통에서 시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2015-09-24 양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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