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칼럼

 

[이영재 칼럼]우리 사회를 떠도는 정경유착이라는 亡靈

정치인들 창피한 손 내밀지 말고기업인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나라 망치는 '망령' 퇴치 못하면국민들 또 촛불들고 광장 나설것재벌총수들 이번 청문회 계기로존경받는 기업문화 만들어 가야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일선에서 물러난 건 기업가로 절정기를 맞았던 1901년 , 그의 나이 66세때였다.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감히 2선 퇴진을 요구하는 이도 없었다. 그런데 '퇴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젊었을땐 부(富)를 축적하고, 늙어선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재산'과 '체력'과 '시간'을 자선사업에 모두 소진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그는 재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그리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후에도 '부'라는 것은 개인의 소유는 물론, 가족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카네기는 '부는 신이 자신에게 잠시 맡겨 놓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떠한 역경에 처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성격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부에 대한 확고한 철학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절대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문어발식 경영이란 있을 수 없었다. 오직 철강산업에만 매진했고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그런 그를 미국인들은 존경했고 사랑했다.1988년 12월 14일 5공 청문회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이 출두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일해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모금한 사실과 관련해 "정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 1차는 날아갈듯 내고 2차는 이치에 맞아서, 3차는 편하게 살려고 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리고 5년 후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였던 정 회장은 대선에 출마했다. 재계 총수의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재력을 바탕으로 '대권도전'이라는 '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끝없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한국 정치판의 천박한 속성을 너무도 잘알고 있던 그 였지만, 어찌됐건 그의 도전은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이 실패한 것이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YS가 실패한 것이라고 믿었다. 28년이 지난 2016년 12월6일, 5공 청문회에 섰던 삼성, 현대차, SK, LG, 한진, 롯데 총수의 2,3세 경영인 6명이 또다시 '정경유착'을 질타하는 청문회에 섰다. 국민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8년전으로 돌아간 착각에 빠졌다. 모든게 다 변했지만, 고질적인 정경유착은 마치 악마의 주문에 걸린 듯,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말 비극적인 날이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후진 국가에서 일어나는 고질적인 정경유착이라는 망령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떠돌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슬픔이다. 공분과 의혹을 불러 일으킨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로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의 원인은 따지고 보면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28년전 청문회 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치욕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위험수위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재벌 해체' '재벌 총수 구속'이라는 피켓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돈만 된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대는 재벌들의 '식성'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 부의 사회 환원보다, 정치 권력과 손 잡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나아가 대물림하려는 재벌의 행태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경유착 망령'이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다. 정경유착의 폐해는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더 심각하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지 못하면 미래는 여전히 우울할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이 나서라. 은밀하게 또는 당당하게 구걸하듯 손을 벌렸던 정치인들은 그 부끄러운 손을 다시는 내밀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준다고 유혹해도 넘어가선 안된다. 나라를 망치는 그 '망령'을 이번에 추방시키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를 좌우명으로 삼았던 카네기의 기업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12-12 이영재

[이영재 칼럼]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떠 오른다

매일 터지는 의혹 국민들 허탈대권 잠룡들 혼란 정국 수습보다부산하게 주판알 튕기는 소리만거리에 나선 민심 등에 업고권력 잡으려는 정치인 주변 가득국민들 지혜롭지만 냉철하기도세살짜리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내일이 언제야?" 엄마가 말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내일 이란다"다음날,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갔다."엄마, 오늘이 내일이야?" 엄마는 "아니 얘가 요즘 왜 이러지?"라며 약간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오늘 밤이 지나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다음날은 모레, 그 다음날은 글피…." 다음날 아침, 아이는 또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오늘이 진짜 내일이지?" 엄마는 이제 더 참을 수 없다는듯이 "아니, 없어! 내일은 없어, 없다구!"라고 소리쳤다.이 말을 들은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중얼거렸다. "아! 내일은 없는거로구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었어." 그러면서 밖으로 뛰어나간 아이는 놀이터에서 모여 놀고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엄마가 그러는데 우리에겐 내일은 없대. 그러니 오늘 실컷 놀자!"웃자고 한 얘기다. 너무 답답해서 말이다. 토요일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만 나온다. 그곳에 있던 시위대의 함성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없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이 섞여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말 내일은 없을 것 같다. 한국사에 제법 굵직한 사건을 모두 겪었던, 50·60대들에게도 이번 사태가 큰 충격이었는데 '헬조선'이 몸에 밴 청춘들의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은 이를 잘 수습하곤 했다. 10·26도 그렇고 5·18도, 6·10도 그리고 IMF가 터졌던 그날도, 마치 그때 세상이 모두 끝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잘난 정치인들 때문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현명해서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그 '유연함' 그게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은 늘 그랬다.1979년 10월27일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리에는 온통 신문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有故'라는 제목의 호외였다. '유고'라는 생판 처음 본 단어. 사전적 의미는 '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음'이지만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지나가는 어른이 얘기해 줘서 알게 됐다. 장기집권하던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며, 호외까지 발행했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 박 대통령의 죽음은 충격이었지만 우리는 잘 극복했다.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건, 그렇지 않건 매일 터져 나오는 의혹 때문에 국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5%라는 지지율은 여론 조사기법의 신뢰성을 차치하고라도, 이는 박 대통령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치권의 목소리가 늘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정치권이 요동을 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보다, '대권'을 잡기 위해 잠룡들이 부산하게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로 요란하다.세상사 별일 다 겪은 50·60대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그리 크게 믿지 않는 편이다. 어렵게 얻어냈던 '80년의 봄'을 정권욕에 불타는 3金 때문에 군인들에게 그냥 내준 꼴이 됐다. 6·29는 정치인이 얻어 낸 성취물이 아니라 국민의 손으로 쟁취한 민주화였다. 그럼에도 전두환의 연장선에 있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건, 또다시 두 명의 金씨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IMF때도 고사리 같은 국민의 손가락에서 빼낸 금반지가 나라를 구했지, 그때 정치인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국 안정 보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 끌고 가고 싶을 것이다. 벌써 그런 전조(前兆)가 보인다. 거리에 나선 민심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인만 주변에 가득하다. 민심은 내 편이며 차기 정권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민은 냉철하다. 여권의 지지율이 폭락해도 야권의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정치인이 아니어도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른다. 세 살짜리 꼬마가 내일이 없다고 소리쳐도, 내일은 소리 없이 왔으니까. 어수선한 난국을 스스로 헤치고 극복해 나가는 우리 국민의 지혜를, 나는 믿는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11-07 이영재

[이영재 칼럼] 韓國, 외로운 나라

정치권·국민 여러 갈래 갈라져사람들은 '구한말' 같다고 한다답 찾지 못하면 민족 결말 뻔해냉혹한 국제정세 살아남으려면갈등과 분열 있어선 절대 안돼'별일 있겠어?' 허송세월 하다간…오스트리아 출신 여행가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이 남 북 아메리카 두루 돌아보고 일본을 거쳐 조선 땅을 밟은 것은 1894년 여름이었다. 그는 이미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 들여 서구화된 일본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상태였다. 그러면서 조선으로 가는 증기선 켄카이마루 선상에서 곧 마주할 '조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큰 기대를 걸었던것 같다. 하지만 부산, 제물포를 거쳐 도착한 그는 500년 왕조의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도 초라한 한성의 모습을 목도한다. '집들은 단순하고 황량한 황무지나 다름없다. 땅바닥과 거의 구분이 안되는 납작한 잿빛 오두막의 초가지붕 1만여개가 마치 공동묘지의 회색 봉분처럼 다닥다닥 늘어서 있다. 도로도 없고, 눈에 띄는 건물이나 사원 또는 궁전도 없고,나무와 정원도 없다. 형언할 수 없이 슬프면서도 기묘한 이 광경은 넓게 펼쳐진 도시와 야성적으로 솟아 있는 주변 산들로 인해 조금은 숭고한 인상을 준다.'1894년, 조선은 암울하고 통탄스런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한 한 해였다. 2월 일어난 동학 혁명은 진행 중에 있었고 6월 갑오 개혁, 7월 청일 전쟁 그리고 마침내 12월 농민군 지도부 분열로 전봉준의 혁명은 실패했다. 이런 1894년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이 훗날 나라를 빼앗기는 빌미가 되고, 우리의 역사가 '통한과 비극의 역사'로 끊임없이 점철 한다는 것을 그 역시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894년 여름 조선땅을 밟았던 이 파란 눈의 이방인에게도 당시 조선은 촛불앞에 놓인 '불안한 나라', 호시탐탐 노리는 주변국가에 갇혀 있으면서도, 정쟁과 부패에 빠져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한심하지만, 어찌보면 '외로운 나라'로 비쳐졌다. 그래도 그는 모든 낭만적인 여행가들이 그렇듯 열강속에 갇혀 숨도 못쉬는 조선에 대해 나름대로 애틋한 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최악의 야만국가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이 반도국'에 탐관오리들의 학정에 저항해 농민의 난이 일어나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비겁한 조정은 청나라 군대 파견을 요청하고, 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군대가 들어와 남의 땅에서 전쟁을 치르는 꼴이 그에겐 불쌍하고 측은하게 보였을 것이다.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백성의 반란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넓은 지구상에서 조선만큼 백성이 가난하고 불행한 반면, 지배층은 거짓되고 범죄적인 곳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기행문 '조선 1894년 여름'을 읽으면서 시종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어줍잖은 외교전을 벌이다 나라를 빼앗긴 당시 무능했던 조정과, 사드 배치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묘하게 겹쳐서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두나라 외에도 러시아, 일본, 그리고 북한에 포위되어 있다. 사면초가다. 그러면서도 어쩌지도 못하는 '외로운 나라', 딱 그꼴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 답답한 것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서로가 서로에게 조롱과 야유만 남발하는 '분열'을 보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1894년 조선은 주인이 없는 나라였다. 먼저 먹는게 임자였다. 있으나 마나 한 무능한 왕은 백성이야 어찌됐건 청나라나 일본 눈치를 보며 의미없는 권력을 유지하는데 급급했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을 필두로 맺어진 수많은 조약들은 우리 땅을 먹기 위한 열강들의 야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 조약에는 늘 '불평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 '불평등 조약'으로 인해 결국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다. 그 누구도 우리 편이 돼주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누가 우리 편인가.사람들은 지금 우리의 처지를 이구동성으로 구한말(舊韓末)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말만 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해야 할지 답을 찾아야 한다. 역사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하는 민족의 결말은 뻔하다. 냉혹하기 이를데 없는 국제정치, 그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갈등과 분열이 있어서는 안된다. '별일 있겠어?'라고 허송세월하다간 1894년 조선의 여름이 그랬듯, '외로운 나라'로 살다가 결국 망국(亡國)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10-03 이영재

[이영재 칼럼] 지금은 예고편, 내년이 더 걱정이다

대선, 이합집산·합종연횡으로친박·친문의 양자대결 아닌다자대결 될 것 같아 걱정그럴싸한 포퓰리즘으로국민 유혹하게 될 가능성 높기에그저 재미없는 선거 되길 바랄뿐벌써 내년이 걱정이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번째는 올해보다 더 더울까봐서다. 정말 끔찍한 폭염이었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얘기지만, 내년에도 폭염이 확실하다면 올 겨울 집 에어컨을 하나 장만해야 한다. 능력 이상으로 돌려대서 그런지 골골대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10년동안 전기료가 무서워 틀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모셔 두었던 그 놈이 연일 틀어대는 통에 덜컥 고장이 나고 만 것이다. AS를 신청했지만, 기사는 1주일이나 지나서야 수리하러 왔다. 에어컨 없는 일주일은 정말 끔찍했다. 수리비 8만원을 받아 가면서 친절하게 "올 겨울 하나 장만 하세요. 한번 더 고장나면 수리비가 더 들겠어요"라는 기사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이미 달궈질대로 달궈진 지구는 내년에도 폭염을 쏟아낼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아~ 정말 걱정이다.또 하나는 내년 대선이다. 새누리당 대표에 친박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자 '도로 친박당'이 됐다고 조롱하던 더민주는 친문 추미애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면서 '도로 친문당'이 됐다. 덕분에 비박과 비문은 현재까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인은 이정도에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포기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인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은 뒷방에서 가만히 대선판을 쳐다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대선밥상에 숟가락을 올려 놓을 것이고 그 정도 집념이 있어야 대한민국 정치인이라 할수 있다. 사드 설치를 둘러싸고 벌이는 남남갈등,북한의 SLBM 시험발사, 여기에 청년실업,가계부채 등 산적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닌데, 정치인들의 마음은 내년 '대선 밭'에 가 있다.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게 대한민국 정치권이다.그래서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결국 내년 대선은 친박과 친문의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대결이 될 것이다. 그게 걱정이다. 그러다보면 택도 없는 포퓰리즘이 난무해 국민을 '유혹'에 들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외면 할수 없는 그럴싸한 포퓰리즘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전 대표는 '양 극단 세력이 정권잡으면 나라가 분열'이라며 생뚱맞게 '수도이전론'을 들고 나왔다. 한달전인가 김종인 의원이 지나가듯 슬그머니 언급한 '기본소득'도 가히 핵폭탄급이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다. 국민이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처럼 이런 '제살 깎아 먹기' 정책에 열광할까봐, 그래서 대선판이 심하게 요동칠까봐 걱정이다.영화 예고편을 두고 보통 '30초의 미학'이라고 한다. 2시간짜리 영화를 30초로 압축시켜 관객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만든게 예고편이다. 예고편이 재미없다면 본편은 보나마나다. 그래서 예고편은 과장 되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솔직히 작금의 사태가 내년 대선의 예고편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예고편보다 내년에 펼쳐질 본편이 더 재밌을까봐 그게 솔직히 걱정이다. 내년은 6·29 민주화 선언이 일어난지 30년이 되는 해다.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와 평등 사회를 향한 디딤돌이 된 지 30년이 된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나. 정쟁은 더 심해졌고, 국민은 더 피곤해 졌다. 6·29선언의 혜택은 국민 보다, 정치인들이 누리고 있다. 386, 486 세대 하면서 금배지를 단 의원중 상당수는 자신들 때문에 6·29 민주화가 왔다고 착각하고 있다. 아직도 그들은 정권을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년 대선이 재미없으면 좋겠다.예고편보다 본편이 더 재밌으면 어쩌나 하는 나의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본편을 보고 국민들의 입에서 "에이! 시시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빵!빵!터져 나왔으면 좋겠다. 내년 대선은 너무너무 재미없어야 한다. 만일 지금 보여주는 예고편보다 더 재밌으면, 그래서 국민들이 온통 넋 놓고 그곳에 빠져든다면 아~ 정말 걱정이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8-29 이영재

[이영재 칼럼] 레임덕,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대통령·국민 모두 슬프게 만들어박대통령 휴가후 "어!" 할 정도로국정쇄신 위한 확 달라진 새판 기대야권 공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도이 따위쯤은 슬기롭게 극복해야박근혜 정부가 레임덕에 들어섰느냐 아니냐가 논란이 되는 요즘이다. '레임덕 (lame duck)'은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이리저리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 집행을 갈팡질팡한다고 해서 유래된 말이다. 원래는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권력누수현상을 지칭한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레임덕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절대권력'이지만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뜻이지만, 왠지 '권력의 비정함'을 조롱하는 말로 들린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통령의 임기 개시일 이후 30일의 범위까지 존속하는 임시기구다. 박 대통령의 인수위원장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24일 첫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의혹 등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과 5일 만에 낙마했다.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했다. 그의 상처난 도덕성이 기자의 취재망에 우연히 걸린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흔들기 위해 정보를 제공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새 총리 지명자를 찾느라 시간은 허비됐고 조각 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홍원 총리가 발탁됐지만 세월호참사가 터져 자진사퇴한 후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후보자는 법조계 전관예우로, 언론인 출신 문창극 후보자는 역사인식 논란 등에 휩싸이며 연속 낙마했다.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련의 사태들이 '우연'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대통령 집권 후반기 레임덕일 때 일어날 것이 집권 초반에 나타났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나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탁월한 '동물적 감각'에 늘 놀라곤 한다. 우리의 정치인들은 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보다 더 놀라운 후각과 청각을, 여기에 미래를 들여다보는 예지력까지 갖추고 있다. 서산으로 떨어지는 권력과 바야흐로 떠오르는 권력에 줄을 서는 결단력은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레임덕'은 공무원 사회에서부터 오는 게 아니라 '정치권'부터 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그래서, 사실, 걱정이다. 아무리 '아니다'라고 부정해도 이미 우리 사회는 레임덕의 어깨를 타고 벌써 대선정국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집권 4년차의 레임덕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래서 대개 차기 대선주자들의 본격 행보를 레임덕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런 면에서 사드 논란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던 지난 14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천500명을 모아 놓고 '대표 2주년 행사'를 치른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라고 특정 예비후보를 협박·회유하는 목소리가 녹음으로 공개돼 벌집을 쑤셔놓은 것도,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마치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솟구쳐 나오면서 청와대를 압박하는 것도 모두 레임덕의 징후들이다.갈이천정 (渴而穿井). '목이 말라야만 그제서야 우물을 판다'는 뜻이지만 '자신에게 닥쳐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심하다가도 막상 급한 일이 발생하거나 필요한 일이 생기면 스스로 나서 해결하게 된다'는 의미다. 병이 깊어진 뒤 약을 쓰는 것은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고, 싸울 때가 돼서야 무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 아직도 임기는 1년 5개월이나 남았다. 야권은 레임덕이 왔다며 청와대에 정치적 공세를 쏟아붓지만, 레임덕은 대통령만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시기만 달랐을 뿐, 결국 경험했던 레임덕은 우리 국민 모두를 슬프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휴가가 끝난 후 국정쇄신을 위한 새 판짜기가 진행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청와대 집무실로 돌아온 후 국민이 "어?"할 정도로 확~ 달라진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야권의 공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도 이 따위 레임덕은 슬기롭게 극복돼야 한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7-25 이영재

[이영재 칼럼] 옛날 내가 살던 작은 동네엔

내 집은 낡았지만 '그대로'이웃과 만날 수밖에 없는'사람 냄새' 나는 골목 구조…우리 주변엔 수많은 아파트로공동체 붕괴·고립된 '섬' 생겨후손에 회색공간만 물려줄순 없다'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고독한 인간 군상을 얘기할 때 늘 인용되는 정현종의 시 '섬' 전문이다. 마침표 두개를 포함해 불과 스무자인 이 시가 오랫동안 꾸준히 애송되는 것은 이 시에 공감하는 외로운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가족이 서서히 해체되고,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외로운 사람도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롭다'고 말하면 눈총을 받는다. 그건 나이 먹은 내 생각일 뿐이다.혼족(나홀로족),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들)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은 요즘이다. 자꾸 이렇게 '홀로 되는 것'에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아파트는 외로움의 상자다. 아파트 천국이 돼버린 우리나라는 대부분 사람들과 그 자식들이 그 상자 속에서 태어나 젊음을 보내고, 결국 그 상자 속에서 생을 마친다. 내 자식만 해도 격자형 간선도로가 뻗은 아파트 숲 속에서 태어나 이웃을 잘 알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다가 이웃을 만나 따듯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별로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다녔다. 혼자 사는 게 익숙하게 된 데는 아파트 영향이 그만큼 크다.우연히 '동네 걷기, 동네 계획'이라는 책이 손에 잡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다가 이웃을 만나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동네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의 책이다. 그 책을 읽은 후, 구불구불한 골목과 따듯한 이웃, 동네 친구들과 쌓았던 넘치는 우정, 친구 부모들로부터 받았던 따듯한 응대. 때가 되면 밥 먹으라며 여기저기서 친구 이름을 부르던 이웃집 아주머니의 목소리. 그런 풍경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곳을 찾아가 그 길을 걷고 싶어졌다. 그런데 연립주택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서 자동차 한 대 드나들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변해있지 않을까? 낡은 차 한대가 입구를 '턱' 막고 있어 총총걸음을 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바뀌었다면? 그럴 바에는 차라리 기억 속에 묻어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선뜻 찾지 못한, 옛날옛날 내가 살던 동네 말이다.하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나는 용기를 내 내가 살았던 동네를 찾아갔다. 그러나 동네 앞에서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낡은 차가 동네 입구를 가로막아서가 아니다. 그 동네가 너무도 완벽하게 그곳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도, 심지어 내가 살던 집도 심하게 낡았을 뿐 그대로였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정확하게 47년 전으로 돌아간 착각에 빠졌다. 병화 병철이 형제가 살던 집도, 학태네 집도, 기봉네 집도 그대로여서, 그들이 금방이라도 대문 밖으로 뛰어 나올 것 같았다. 까르르 거리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듯했다.나는 넋 나간 사람처럼 동네를 마구 돌아다녔다. 그때는 몰랐지만, 가만히 보니 동네는 대문을 열고 나오면 이웃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웃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해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였다. 동네가 그나마 온전하게 살아 남은 건 성곽에 붙어있어 도시개발에서 비켜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후된 지역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덕분에 동네는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건강한 동네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우리 주변에 무수히 널려있던 이런 정겨운 동네가, 이런 골목길이 아파트 개발로 상당수 사라져 버렸다. 공동체 사회는 무너졌고, 이웃과 이웃은 단절됐으며, 여기저기에 고립된 '섬'이 생겼다. 1인가구 급증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남아 있는 '동네'는 보존해서 '왜 지금 우리가 공동체를 다시 논해야 하는지' 그 증거로 남겨야 한다. 우리 후손에게 회색으로 가득한 아파트군락지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다음 주에는 중학교 시절을 보낸 동네를, 그다음에는 고등학교, 그다음은 청년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찾아가 볼 생각이다. 사라지기 전에 눈도장이라도 찍어 둘 생각이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꼭 그래야만 할 것 같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5-16 이영재

[이영재 칼럼] 한국정치가 싫어도

지금 정치인들 하는것 좀 봐답답한건 미세먼지와 뭐가 달라국회의원 싫다고 투표 안하면한국정치 절대 변하지 않아우리가 움직여야 해, 혹시 알아?최소한 밥값정도 하는날 올지답답해. 며칠째인지 모르겠어. 전에는 저 산등성이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아예 뭉개져서 보여. 분명 어제 일기예보에서 오늘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역시 아니었어. 오늘도 숨막히는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답답해. 이제 미세먼지는 계절을 가리지 않아. 대기가 정체만 되면 낮이건 밤이건 아무때나 나타나. 밤엔 더 무서워. 어디선가 미세먼지가 우~우~ 우는 것 같아. 무서워. 하지만 미세먼지를 없앨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게 더 문제야. 2030년까지는 피할수 없는게 우리의 운명이라면서? 아,이거 지긋지긋한 한국 정치를 보는 것 같지 않니. 국민들이 그렇게 간곡하게 변화를 요구해도 늘 그때뿐이고, 갑질만 하는 대한민국의 그 잘난 국회의원들 보는것 같지 않니.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중국의 대기오염을 무방비로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무력함이야. 그래서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이 오히려 뉴스거리가 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거, 그게 화가 나. 미세먼지속에 핀 맥없는 벚꽃을 봐. 꽃놀이 한다고 미세먼지와 뒤엉킨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봐. 이걸 축복 받은 봄이라 할 수 있겠니. 전에 봄은 얼마나 근사하게 우리 곁에 다가 왔는지 너는 알지.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구름 너울쓰고/진주이슬 신으셨네/' 라는 노래도 있을 정도잖아. 그런데 이제 우리의 봄은 황사와 미세먼지를 타고 오지. 괜한 얘기가 아니야. 이제 벚꽃을 '푸른 봄 하늘에 내리는 흰 눈'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워. 지금 예닐곱살 어린애들에게 봄이 팔랑거리는 나비의 등을 타고 온다고 하면 믿겠니. 본 적이 없는데, 태어나서 본거라고는 황사와 눈만 아프게 하는 미세먼지로 인한 누런 하늘 뿐인데. 걔들이 뭘 알겠어. 나비를 본 적이나 있을까.그런데 내가 미세먼지보다 더 슬프고 화나는게 뭔지 아니.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무감각해 졌다는 거야. 마치 우리가 무능한 정치에 무감각해진 것처럼 말이야. 기억나니. 처음 미세먼지가 들이 닥쳤을때 너도 나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 마스크를 찾는 통에 모두 동이 났던 것 말이야. 근데 지금 이게 뭐야. 이 미세먼지 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 미세먼지가 만성이 됐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우리는 늘 그 때뿐이야. 우리의 무관심이 미세먼지를 더 키웠어. 좀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후회가 막심해. 하긴 우리의 무관심이 우리 정치를 한심하게 만든거랑 다를 바가 없지. 우리가 정치인들을 좀 더 견제했다면 한국정치가 이렇게 무기력하지 않았겠지. 지금 정치인들 하는 거 좀 봐. 미세먼지랑 뭐가 다르니. 우릴 답답하게 만드는 건 똑 같아. 아무튼 미세먼지로 고민하는 사이 20대 총선이 내일로 성큼 다가왔어. 세월 참 빠르지 않니. 식물국회가 벌써 4년이 됐다니 말이야. 너 혹시 아니. 300명 전원을 교체하라는 국민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무려 60%가 이번에 재공천을 받아 출마한대. 이게 말이 되니. 나는 말이야. 우리가 혐오스런 정치권에 대해 할 수 있는 저항의 수단이란 것이 고작 '기권'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슬퍼. 미세먼지에 대항하는게 달랑 마스크 한장이라는 거와 뭐가 다르니. 나는 정치인들이 우리 행복을 뺏어간, 미세먼지 같다고 생각해. 우리의 봄을 모두 앗아간 미세먼지 처럼 말이야. 20대 국회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거야. '공천파동'에서도 살아 남아 금배지 달았다고 더 우쭐댈지도 몰라. 국민을 더 우습게 볼지도 몰라. 그 꼴을 생각하면 투표고 뭐고 때려치고 싶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해. 그 광고문구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미세먼지가 싫다고 그저 쳐다보고만 있을 수 없듯이, 국회의원 싫다고 투표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 변하게 하려면 우리가 움직여야 해. 혹시 알어.우리가 민주시민으로 권리를 하나하나 행사하다보면 언젠가 국회의원들도 제 정신을 차리고 국가를 위해 최소한 밥 값 정도는 하는 날이 올지 말이야. 너무 말이 길었네. 나, 이제 알바 하러 갈래. 먼저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를 뚫고 가야해. 뿌연 하늘을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려고 하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4-11 이영재

[이영재 칼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20대면 엄연한 성인 아닌가진정한 국회 만드는 이번 총선지연·학연·혈연 모두 버려야지역발전 위해 일할 사람인지그것만 보고, 그 이름에도장을 '쓱' 찍을 것이다'…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우리 함께 노래합시다/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요즘 어디에서나 흘러 나오는 이 노래. 오리지널 곡도 좋고 리메이크 곡도 좋다. 드라마가 뜨면서 같이 떴다. '응답하라 1988'의 메인 타이틀 곡 '걱정말아요 그대'다. 특히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요 대목이 마음에 와서 '확' 박힌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으니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 지나간 건 흘려 보내고, 새판을 짜 새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미국, 영국 등 정치 선진국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라든가 '영입'이라든가 하는 반민주적인 용어를 듣기가 어렵다. 막강한 정당 지도자라 하더라도 지구당의 의사에 반해 마음대로 '물갈이'를 하거나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행위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누구든 소속 정당의 지역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자연히 의회로 진출하게 되고 능력 여하에 따라 총리까지 할 수도 있다. 이들은 '물갈이'로 들어간 소위 참신한 정치 신인도 아니고 '영입'으로 입당한 소위 덕망 있는 인물도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독일도 마찬가지다. 당대표가 마음대로 누구를 찍어내고, 누구를 공천하는 구태를 저지르면 당원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영국이나 독일이 우리 같은 저급 정치판이었다면 대처나 메르켈 총리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총선을 한달여 남겨둔 우리 정치권을 보면 낯이 뜨겁다. 하긴 새삼스러운 모습도 아니다. 늘 보던 후진정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저급 정치의 극치다. 한번 찢어진 야권은 다시 통합론으로 시끄럽고, 여당은 공천 주도권을 놓고 친박과 비박 간 피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긴 그동안 수십번 수백번 봐왔던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다. 비상사태라고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난리를 쳤던 새누리당을 보노라면 이러고도 집권당을 자처할 수 있나싶다. 하긴 야당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갑자기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통합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정치의 희화화를 불러왔다. 한달 전 외부에서 영입된 김 대표가 60년 역사를 가진 야당의 공천권을 휘둘러도 미운털 박힐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는 제1야당의 민낯은 짜증 그 자체다. 두번에 걸쳐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한 제1야당이다.상당수 국민들은 19대 국회를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로 생각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국회의원 전원을 갈아 치우자'는 성난 민성을 듣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눈치 빠른 국회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구태를 반복하며 저지르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를 그토록 욕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이중적 정치성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19대 국회가 무능하고,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슈퍼갑질 전문 고액 연봉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 총선에 전혀 변하지 않고 반성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다시 표를 던질 것이다. 그들을 국회로 보내서 19대 국회 버금갈 무능한 20대 국회를 만들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다시 국회의원 잘못 뽑았다고 뒤에서 손가락질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말자. 그런 뒷담화를 할 바엔 차라리 투표를 깨끗하게 포기 하는 게 낫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20대면 이제 엄연한 성인 아닌가. 진정한 성인다운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이번 총선에선 지연 학연 혈연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자. 정말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 보자. 그렇게 국민의 손으로 선거혁명을 이뤄보자. 나는 그럴 생각이다. 지연도 학연도 심지어 흡연까지 모두 지나가는 개에게 던져 줄 생각이다. 그동안 지지했던 정당도, 정치이념과 철학도 이번에는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인지 그것만 보고, 그 이름에 도장을 '쓱' 찍을 것이다. 정말 그럴거다./이영재 논설실장이영재 논설실장

2016-03-07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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