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

 

[손경년의 늘찬문화]숙의 민주주의와 희망의 '내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거리였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출범 3개월 동안 '국민 대표'로 선정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집중학습, 숙의과정, 종합토론회를 거쳐 '건설을 재개하되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이번 시민공론화 과정을 통해 눈여겨 볼 점은 관료와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책결정에서 '수동적 시민'이 아닌 '능동적 시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공론화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로 다른 주장과 정보, 학술적 근거 등을 학습, 토론하면서 찬성과 반대라는 결과에 초점을 두기보다 이해와 배려, 합의와 이후 발생할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물론 공론화를 통해 도출된 결정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회피로 악용되거나 정치적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 맞춰 다큐멘터리 '내일'이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12월에 최초로 개봉된 이래 지속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내일'은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이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스의 창립자 중 한명인 시릴로부터 '네이처'에 실린 논문 '지구 생물권의 상태변동연구'의 내용을 듣고 내 자식이 살아야 할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 농업문제부터 출발하고 있다. 대규모농업이 아닌 소규모농업의 생산성에 주목한 미국 디트로이트 사례와 '놀라운 먹거리 거리텃밭' 프로젝트를 통해 소통과 창의성이 무언지를 보여준 영국의 소도시 토드모던의 주민들과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시장의 태도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바람을 이용,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독립국을 만든 시민과 시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일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 덴마크 코펜하겐의 사례, 더 나아가 '누가 돈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지역화폐를 통해 이윤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 살리기를 가능하게 한 영국 소도시 브리스톨, 스위스 바젤의 비르 은행의 사례는 지역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농업, 에너지, 화폐 등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동력은 민주주의이며, 부패한 정치인들로 인한 국가파산에 직면하였던 아이슬란드 시민들이 '아이슬란드 프라이팬 혁명'을 통해 대의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시민참여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새로운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여준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에서 미래의 민주주의를 위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시민은 교육으로부터 가능하다고 보고 경쟁이 아닌 인생을 준비하는 핀란드 교육방식에서 해법을 찾는다. '내일'은 지구촌에서의 혁신사례를 통해 '편리함이 거세된 미래에 대해 불편함과 음울함으로만 상상'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의 실천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삶의 변화를 마을에서, 지역에서 가능하다는 유쾌함을 제공한다.우리는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음에도 제대로 된 참여방식이었는지 여전히 갸우뚱해 한다. 그래서 숙의 민주주의 방식의 경험확대와 '미래'에서 보여주는 주민 스스로의 실천적 참여사례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실천욕구의 계기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10-22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능동적 생활문화활동과 건강한 삶터의 지속

지난 8월30일 문체부는 내년 예산으로 전년 대비 5천241억원이 감액된 5조1천730억원을 편성, 발표하였다. 중점 사업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부당하게 폐지·축소된 사업 복원'과 함께 문화소외계층 지원과 문화·체육·관광 향유 확대,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콘텐츠, 관광, 체육분야 산업생태계 조성 등이었다. 세부사업을 살펴보니 시민들의 직접적 체감이 가능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예술활동을 활성화하고자 아마추어 예술동아리에 대한 예술적 역량 강화를 위한 기본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역의 문화예술계 전문가와 명사에 의한 마스터클래스 진행, 동아리들의 활동 전반에 대하여 기획, 매개 역할을 할 코디네이터 운영' 등 약 700개 동아리를 대상으로 총 30억 원(국비와 지방비 5:5)을 지원하여 시민이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예술적 저변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사실, 문화예술에 대한 개인의 욕구에서 비롯된 생활문화 활동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동아리 지원정책을 내놓는 것은 '생활공동체 속에서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소통, 교류와 협력, 연대, 환대 등이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동아리 활동에서 '단순히 참여'만 한 사람들보다 '동호회 네트워크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발전에 더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그렇다면 생활문화가 일상 속에 정착했을 때 가져다 주는 장점은 무엇일까. 생활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들은 창의성, 혁신성, 소통능력, 독창성, 응용력 등의 발달과 자연스러운 감정분출 및 표현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활세계 속에서 가치판단과 탐구, 스스로의 의사결정력 등의 향상된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축제나 예술행사 등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가 맺어지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은 상호 이해, 경험의 공유, 자신감, 성취감 등이 고양되고 공동체의 조화와 창의적 발상을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주거지, 마을, 도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스스로 공동체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조직화의 욕구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생활문화를 지원할 만한 이유를 갖게 된다. 개개인으로서의 우리는 지구의 구성원이자 골목길에 추억을 새겨둔 동네주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의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 혼자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성의 원리가 잘 작동될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자신의 개성을 찾고 인간의 존엄을 얻게 된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시간과 함께 다음 세대까지 아우르는 긴 호흡으로 느릿느릿 가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가 독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소통되고 공감되는 과정의 경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상 속에서의 생활문화 참여를 통해 능동적 주체자로서의 시민으로 성장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한 만남과 대화, 설득과 합의를 갖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삶터의 건강함이 유지되고 올바른 민주주의의 구현과 지방분권, 문화분권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09-10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지방분권과 문화분권… '지역의 냄새'를 잃지 말자

잠시 소나기가 내린다 한들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면 아무리 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내리쬐는 햇볕이 마뜩치 않을 것이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즈음, 비록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적 상황을 알고 있을지라도 '입추가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분다'는 절기의 성실함을 내심 믿고 싶다. 어쨌거나 이런 더위 속에서도 이달 3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는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청책포럼'이 개최되었고, 전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알다시피 '문화청책(聽策)'이란 '정책수립을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이며, 그런 점에서 격식 없는 자리를 만들어 현장의 소리에 다가서고자 하는 도종환 장관과 문광부의 태도는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문광부는 조만간 두 차례 더 '청책'의 자리를 만들고, '지방분권, 문화분권'이라는 기본방향에 따라 지역문화진흥, 문화자치, 생활문화의 일상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조직의 변화, 즉 '지역문화국'을 만들 것이라 한다. 그동안 문광부 내에서 지역관련 정책은 '지역전통문화과'에서 다루어져왔는데, 앞으로 '과(課)'단위에서 '국(局)' 단위로 상향조정한다고 하니 아마도 정책실현의 정도가 이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지역이 열쇠'라고 보는 현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은 지극히 타당하다. 알다시피 지역을 '중앙과 지방'의 개념으로 여기거나 높낮이를 두고 하찮게 바라보면 자치권과 재량권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방분권의 실현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니체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인정(認定), 다시 말해 자신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인정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을 것이란 없다"라고 표현했다. 니체의 눈에 기대어 지역과 지역문화를 바라본다면, 지역에서 일궈지는 모든 것이 다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의 이해'는 문화기획의 계획단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생긴다. 우선, 도시를 잘게 쪼개어 마을과 동네 단위로 밀착시켜 사람, 공간, 콘텐츠 등을 찾아내는 선행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칭하자면 '지역학' 혹은 '마을학'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의 기본적인 방법으로, 지역 내 혹은 인접지역에 있는 대학(교)들과 협력하여 세미나 등을 통한 지역 의제 발굴과 교과과정을 활용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양태, 관심사, 문화적 활동 방식 등 기초자원을 조사하고자 할 때, 지역소재 대학의 커리큘럼에 지역조사 및 연구를 포함시켜 학생들이 참여하게 하거나, 학교와 문화원, 지역문화재단 등의 기관들이 협력하여 지역문화자원 발굴, 지역소재의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콘텐츠 생산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아프리카 냄새를 잃은 코끼리는 이미 코끼리 따위가 아니지'라는 말처럼 '지역의 냄새'를 잃지 않는 것이 기본전제이며, 지역자원 활용의 고도화와 지역문화의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지방분권과 문화분권'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출발선이 보일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08-06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문화분야의 여성노동과 고용안정 가능성

새 정부는 출범 한 달 반 동안 '적폐청산'을 일차적 목표로 삼으면서 각 부처와 함께 현재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다가오는 세대를 위한 미션과 비전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새 정부의 문화 분야 공약은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목록)청산, 예술인 복지 사각지대 해소, 예술인 창작권 보장, 생활문화시대 확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현 정부와 이전 정부와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블랙리스트 청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공약은 그동안 문화예술계가 요구해왔고 또 사업 단위에서 수행해 왔던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문화정책이 담아야 하는 내용의 층위는 대개 여타 정책과 비교해 볼 때 그리 균질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예술(가)에 대한 정책과 시민일반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정책, 창작의 수월성에 대한 지원과 창작 기회에 대한 지원은 다른 개념과 기준으로 적용해야 실효성이 나타난다. 다른 한편, 문화전문인력 고용문제는 문화예술지원과 향유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양질의 사업수행과 연관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문화정책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노동정책에 속한다는 인식이 크다. 사실 양질의 전문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직업 안정성의 문제는 문화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분야임에 틀림없으며, 눈여겨 볼 점은 다른 분야의 성별 고용비율과 달리 문화 분야에서는 여성의 수가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직은 타 분야와 유사하게 주로 남성으로 채워져 있으며, 상당수의 여성들은 기간제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파견노동 등의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리오카 고지는 그의 책 '고용신분사회'에서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법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고, 원칙적으로 기본적인 인권과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한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는 직업선택과 주거 이동의 자유를 승인하는 만큼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자유롭고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헌법에 양성 평등이 명시되어 있고 노동기준법에 남녀 임금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해 놓았음에도 남녀 불평등은 다양한 성별 격차의 형태를 띠면서 남아있다. 성차별이야말로 전 후 몇 십 년이 흐른 오늘날 새로운 고용신분사회가 출현하는 온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고용안정과 임금격차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자리'를 가장 우선적이고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새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수의 여성들이 문화영역으로 진입하기를 원하고 또 진입한 여성의 고용비율이 높은 문화분야 고용 창출 및 안정화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수행할 때 수적팽창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노동의 질과 양성평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정책의 공정성, 독립성, 자율성, 투명성 등의 개념은 실행이 아닌, 그저 허울 좋은 수사(修辭)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

2017-07-02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

유엔은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MSGs)'를 2015년에 종료하고, 뒤이어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채택하였다. 이행기간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이며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를 설정하였다. 빈곤퇴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8개 목표로 구성된 MSGs에 비해 17개의 목표로 구성된 SDGs는 국가 간 합의와 주요그룹의 참여로 '빈곤퇴치를 넘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의 길 추구'라는 점에서 보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국제사회 실천의제는 국가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실천적 이행이 요구되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타 정책과 더불어 문화정책에서도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SDGs의 목표 중 '모든 국가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 보장, 웰빙 증진',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형평성 있는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교육 기회증진', '성평등 달성 및 여성, 여아의 역량 강화', '지속적, 포괄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포용적인, 안전한,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정주 공간 조성',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패턴 확립',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환경 구축'등은 문화정책 지표와 과제수립에 있어서 연관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산 대비 사회적 취약계층 문화향유 예산', '문화다양성 지원 예산', '사회적 취약계층의 문화권 보장을 위한 재정지원확대', '문화예술인 사회보장 및 세금관련 정책', '노동시간 감축, 연차유급휴가제도 개선', '무장애문화시설 및 서비스 지원', '생애주기별 문화·여가 정책 확대' 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제공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참여', '문화정책과 교육정책을 결합한 인재양성계획', '예술부문 전문교육인력확보 및 처우개선'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공공문화기관의 여성임원 비율', '모성보호기간 보장', '성인지적 교육 실시', '양성평등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양성평등을 고려해야 하며, '문화콘텐츠산업의 창조적 생산을 위한 제반 기능 도입', '문화콘텐츠산업 등 창조분야 창업 촉진 및 중소기업 지원', '산업의 문화화와 예술의 산업화'를 고려함으로써 고용과 산업영역의 안정화를 살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조례 제정 및 진흥계획수립', '문화영향평가 참여', '문화적 재생을 위한 문화도시 사업 확대추진',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 및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법·제도적 환경 개선', '생활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미디어센터 활성화', '문화권·표현의 자유', '공공문화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환경 및 행정체계 구축' 등의 고려는 새 정부 공약사업의 실천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앞으로 새 정부는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이행과 함께 SDGs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전략 및 과제를 제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지속가능한 문화정책' 수립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5-28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새 정부의 새로운 문화정책 기대

원래대로라면 공직자선거법에 의해 제 18대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70일 전인 2017년 12월 20일에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음으로써 3주 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었고, 이와 함께 각계각층에서는 새 정부에게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문화정책영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간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더 나아가 '문화민주주의'의 성장기반이 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그럼에도 허약함이 여전했던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 조성, 예술의 사회적 권리 확대, 예술인 사회보장제도, 생활문화 활성화, 시민참여형태의 문화정책 수립기반 마련 등의 의제가 다시금 수면 위에 올라와 있다. 레이몬드 윌리엄즈가 '키워즈(Keywords)'에서 '문화는 영어(English)에서 가장 복잡한 두 세 단어 중 하나'라고 말했듯이, '문화'정책은 여타 정책과 비교해 볼 때 당장의 효과를 보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양식과 깊이 관계하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의 가치와 힘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데 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문화정책 수립을 통해 삶의 조건을 다시금 구조화하고 미래의 삶을 주체적으로 구성하는데 애를 써야 할 것으로 본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상화로 젊은 세대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는 이득도 있지만, '유동하는 세계'에서의 우리는 '거짓말과 환영, 쓰레기, 폐기물 같은 껍질들을 분리해내서 읽을 만한 낟알과 진리의 낟알을 뽑아내도록 도와주는 탈곡기가 없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바우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정체성을 재부팅하는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도록 하고 '보다 많은 양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즐거움의 질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필요성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렇듯 거시적인 사회 변화 현상과 정치적 변동을 직면한 우리는 예술적 자유를 인식하고 보호하는 것이 예술가의 존재와 창조적 행위의 보장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문화 분야 전문가들의 책임,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과 상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삶 속에서 문화적 표현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즐거움을 주고받는 것 이외에, 그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고 또 주변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은 이러한 인식적 흐름을 토대로 예술적 자유 및 표현과 관련하여 예술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장려·보장하는 것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펼칠 것이며, 정책이 수행되는 공적기관의 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 타인과의 공명과 공감대를 갖는 것, 모름지기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낸 새 정부에서의 대통령, 장관, 국가 공무원, 공공기관의 장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4-23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헌법 제 22조 1항과 문화기본법 제4조의 내용이다. 헌법과 문화기본법의 인식적 근간은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이를 설명하자면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와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해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그런데 법에 명시된 권리를 제대로 누린다고 믿었던 탓인지,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되었던 문화예술 검열의 망령이 최근 우리 앞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하였다는 사실이 어째 실감나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에서 '아침 이슬'을 부를 때도 한 때 이 노래가 불순하다고 부르지 못하게 했던 시대가 마치 쥐라기나 백악기에 있었던 것 같은 먼 기억일 뿐이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좀 더 예민하게 주변을 들여다보면, 검열 종식과 동시에 문화계의 발전이 상당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기표현의 자유'에 따른 예술의 독자성과 자율성의 보장 수준은 불완전한 상태였던 것 같다. 예컨대 신학철 작가의 '모내기'는 '이적표현물'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직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 철회 사건도 불과 2014년의 일이다. 또 세월호 사건을 담은 '다이빙 벨'의 상영결정을 했던 부산영화제가 상영철회를 요구했던 정부로부터 지원 삭감을 통보받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9천473명의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이나 오른 후나 늘 해오던 대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예술의 가치 확산과 사회의 모순, 불합리함과 인간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애써왔을 뿐이다. 외부적 강제가 아닌, 예술가의 소신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정치권의 지향과 다르다 하여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철학자 럿셀은 '효율성 숭배'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에서 이익을 낳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시각에 반대, 문화예술이라는 형태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게으름의 진가'를 강조한다. 예술은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예리한 풍자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산출하고, 더 나아가 존재의 성찰, 사색, 일상의 재미와 삶의 풍성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더더욱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일이 5월 9일로 잡혔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적어도 더도 덜도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불완전한 '자기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진화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에는 '농사의 시작인 애벌갈이를 엄숙하게 해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넉넉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봄맞이를 하는 정치권에서는 '검열의 망령'이 다시는 소환되지 않도록 진중한 문화 애벌갈이를 했으면 좋겠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3-19 손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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