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

 

[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5]평화의 공원 만들어… 분단의 긴장 녹인다

백령도는 대청도와 소청도가 함께 해줄 때 빛이 나는 섬이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백령도는 군사 시설물이 많아 섬을 한바퀴 돌다보면 허전한 구석이 없지 않다. 이를 메워주는 게 대청도와 소청도다. 대청과 소청엔 국내 유일의 자연자원도, 이야깃거리도 가지고 있다. 백령, 대청, 소청을 이어 관광하다보면 참으로 독특한 구조란 생각을 하게 된다.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를 하나로 묶어 한반도 최고의 해상공원으로 가꾸자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해 최북단이란 점을 살려 '평화' 이미지를 가미해 세계에 알리자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는다. 중동의 분쟁지역인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지를 연결하는 홍해를 해양평화공원으로 지정한 것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지정된 홍해평화공원은 산호생태계보호, 낙후지역 발전, 평화 공존이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백령도의 서북쪽 끝자락 두무진 기암괴석 관광지에서 북녘을 바라보면 장산곶이 한눈에 잡힌다. 절벽과 바로 앞 바다에서 높이 치솟은 촛대같은 바위가 장관이다. 여기서 만큼은 남북을 갈라놓는 게 아무것도 없다. 새들도, 물고기도 자유롭게 오가듯 관광객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백령만이 가질 수 있는 무형의 자원인 것이다.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으로 나누어 해양공원화 구상을 설명한다. 장기적인 것은 군사보호지역 해제가 전제되는 것들이다. 인천발전연구원 심진범 박사는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하고, 문화적인 것을 추가해 가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령, 대청, 소청만의 '섬 맛'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심 박사는 특히 백령도에서만 있는 저녁의 독특한 문화적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옹진군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들 지역을 어떻게 해야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인지를 놓고 전문가들에게 연구과제를 주기도 했다. 문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또 북쪽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많다. 백령도를 '남북 해양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분단의 금이 메워질 수도 있다.

2008-11-27 정진오

[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4]수술도 못하는 병원 봤나요?

백령도의 의료 현실은 참으로 열악하다.두무진포구의 한 횟집 여주인 A씨의 얘기는 그 열악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A씨는 백령병원을 찾았다. 머리가 아파서 1주일이나 잠을 못잘 정도였다. A씨는 증상을 듣고 의사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드릴까요." A씨는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면서 열을 올렸다. 의사의 도움이 필요해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도리어 환자에게 처방을 묻는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백령병원은 백령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이다. 인천시립의료원이 운영한다.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마취과, 정형외과 등이 있다. 각 과마다 1명씩의 전문의가 있다. 이들은 군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다. 마취과가 있는 병원이지만 이 곳에선 수술이 안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산부인과에서 겨우 1년에 1~2회 분만수술을 할 뿐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맹장수술도 못하고, 애도 제대로 못받는데 무슨 시립병원이냐고 하소연할 정도다. 심지어 군부대 병원에 조차 있는 안과 등 중요 과목이 빠져 있다.백령도에선 갑작스럽게 맹장수술을 해야 할 환자도 뭍으로 나와 수술을 해야 한다. 헬기를 요청한다고 해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그나마 허사다.백령도는 많을 때 하루 1천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주민도 5천명이 다 된다. 여기에 대청도와 소청도 주민도 1천500명 가량 있다. 또 신항만공사 등 크고 작은 공사현장도 많다. 언제든지 긴급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백령병원은 늘 적자타령에 운다. 인천시가 매년 수억원씩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경영상황을 따지기 때문이다. 외딴 섬에 병원을 지어놓고 손익구조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민들은 지적한다.좋은 관광지의 조건 중엔 의료분야도 중요하게 들어간다.주민 이규원씨는 "백령도가 처한 최악의 의료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주민 삶의 질 향상과 관광객 유치는 어려운 문제"라면서 "국가나 인천시가 백령을 특수지역으로 설정해 특별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11-24 정진오

[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3]부실관광이 '섬 망친다'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엔 여행사가 7개나 된다. 주민들은 이들 여행사가 백령도를 망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행사의 저가공세로 섬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사들이 관광수입을 거의 독차지하는 바람에 주민들에게는 정작 돌아가는 게 없다는 얘기다.여행사를 통해 관광에 나선 사람 대부분은 백령도에서 첫 식사를 하면서부터 마음을 상하게 된다. 식사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낯선 곳의 색다른 현지음식을 바랐던 사람이라면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단다. 백령면사무소에는 "우리가 무슨 개나 돼지인 줄 아느냐"면서 질 낮은 식사를 불평하는 관광객들의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의 백미가 볼거리와 먹을거리에 있다고 한다면 백령도의 이미지는 여기서 반토막이 난 꼴이다.작은 섬에 여행사가 많다 보니 저가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식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행사에 의뢰해 2박3일을 여행할 경우 보통 경비는 25만원 정도 든다. 여기엔 여행자보험, 왕복여객선 요금, 식대(6식), 현지 교통비, 유람선 요금, 입장료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대청도 관광비용까지 들어가 있다. 왕복 뱃삯이 11만3천300원이다. 14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이틀을 자고 먹고 움직이고, 마치 '돈 아끼는 체험'하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여행사가 이렇게 싸게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백령도에서 여행사는 만능이다. 관광버스는 기본이고 손님의 여객선 승선권 확보에서부터 숙박업, 음식업까지 겸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해상유람선까지 운항한다.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여행사 혼자서 다 하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또 관광지 식당이나 특산품 판매처는 여행사가 큰 '상전'이다. 여행사가 늘 가는 식당에선 밥그릇 수에 맞춰 웃돈을 줘야 한다고 한다. 밥값이 비싸지거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예전의 제주도 여행이나 동남아 여행 방식이 지금 백령도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옹진군 관계자는 "여행사의 폐해를 듣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여행사들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아직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관광객과 주민들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령도/정진오

2008-11-20 정진오

[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2]천연기념물 해치는 것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백령도에는 그 빼어난 경관을 시샘하는 것도 많다. 북녘 땅과 마주하고 있다보니 생겨난 것들이다. 해병대 경계용 철책은 섬외곽 전부를 두르고 있고, 몇㎞에서 몇백씩 되는 콘크리트 장벽은 해안 곳곳에 거대한 장벽이 돼 서 있다. 또 백사장이 아름다운 해안가엔 어김없이 무시무한 모양의 '용치'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 군부대가 방어용으로 설치한 것들이다.백령도에서 만난 섬 주민과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이들 시설물이 백령도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용기포항에 내린 관광객들은 사곶천연비행장 해변을 먼저 보게 된다. 조물주의 섭리가 빚어낸 백령도만의 신기함도 잠시뿐이다. 해변 소나무 숲을 따라 길게 세워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짜증을 부른다.주민들은 이 장벽이 해풍의 흐름에 큰 변화를 줘 단단함이 생명인 사곶비행장의 백사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시간이 갈수록 활주로 역할을 하는 백사장의 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세계에 단 두 곳뿐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선 이 콘크리트부터 헐어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이런 콘크리트 장벽은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연화리 해안과 하늬해변 등 백령도 곳곳에 있다. 또 시멘트에 긴 쇠막대기를 박아 놓은 일명 '용치'가 해변에 박혀 있다. '용치'는 용의 이빨이라는 뜻이란다. 모두가 적의 해상침투를 막기 위한 시설물이다.관광객들은 천연기념물인 감람암 포획 현무암이 있는 하늬해변을 찾았다가 무너졌거나 붕괴 위기에 처한 아찔한 모습의 콘크리트 장벽을 보고는 소름이 돋을 만큼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이들 시설물은 대개가 1970년대 중반 이후에 설치됐다.70년대 초반 백령도 해병부대에서 근무한 사람들은 당시에도 섬 전체가 군사기지 역할을 했지만 해안을 빙 두른 철책과 옹벽, 용치 등의 시설물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군 당국이 얘기하는 작전상의 이유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바로 옆 대청도와 소청도 역시 접적지역이지만 해안 철책은 없다는 것이다.환갑이 다 됐다는 한 주민은 "70년대 중반에 이곳에서 근무했던 부대장이 괜한 시설물을 만들어 놓고 가는 바람에 천혜의 관광지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았다"면서 당장 철거를 주장했다.이와 관련 백령도 해병대 관계자는 "최접적 도서이고 적과 대치하고 있다보니 최소한의 방어책으로 철책과 콘크리트 장벽, 용치 등의 시설물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8-11-13 정진오

[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1]대청·소청 꿰어 서해의 보석목걸이

백령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여기에 대청도와 소청도를 묶으면 말그대로 서해의 보석이 된다. 행정구역상 인천시에 속해 수도권으로 분류되지만 전혀 수도권 냄새가 나지 않는 섬, 백령도는 자연 환경만 보면 수도권의 제주도로 손색이 없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4박5일 동안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를 탐사한 경인일보는 5회에 걸쳐 이들 섬이 갖고 있는 빼어난 가치와 이를 활용해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 보는 기획시리즈를 싣는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섬, 백령도. 흰 새가 사랑을 이어주었다고 하는 그 백령도가 다시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인천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백령도는 우리가 갈 수 있는 서해의 최북단 섬이다.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를 둘러보다보면 "이렇게 신기한 것도 있나"를 연발하게 된다. 백령도엔 사곶천연비행장, 콩돌해안, 감람암 포획 현무암, 물범 등 천연기념물이 4가지나 된다. 사곶천연비행장은 이탈리아 나폴리 해안과 더불어 세계에서 두 곳뿐인 백사장 활주로다. 바닷물이 다진 모래해안이 얼마나 단단하고 긴지 대형 비행기가 오르내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다. 형형색색의 자갈들이 백사장을 대신하고 있는 콩돌해안도 있다. 여기에선 파도가 주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운치도 느낄 수 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그 파도에 콩돌이 일제히 밀렸다가 가라앉으며 내는 돌부딪히는 소리가 묘한 화음이 돼 울려퍼진다. 감람암 포획 현무암은 지구의 비밀을 말해 주고, 물범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물범 무리는 자연과 인간이 여전히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밖에 기암괴석이 가득한 두무진포구며 해안선을 따라가다보면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구나"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해질녘 두무진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광에 눈과 마음을 빼앗긴다. 처음 온 사람이라면 "왜 이제야 왔지"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외국에 이민간 친구가 20년만에 찾아 와 백령도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박옥지(59·여)씨는 "안 가본 곳이어서 왔는데, 참 잘 왔다는 생각"이라고 했다.대청도 역시 마찬가지다. 백령도보다 섬 크기만 작을 뿐이다. 동백나무만을 떠올리고 갔다가 산 속의 넓디 넓은 모래언덕을 보고는 눈을 의심하게 마련이다. 산 중턱에 영락없는 사막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해안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홍합이며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청도다.소청도에도 세계자연유산으로 손색없을 '분바위 해안'이 있다. 흰색의 대리석이 띠모양을 이루는 이 바위는 8억7천만년전의 지층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란다. 2박3일이나 3박4일을 묵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수도권 최고의 '백령도권 해상 관광지'를 어떻게 실현할지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

2008-11-12 정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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