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5)]스마트 공항

# 척척 알아서 승객 돕고…안내로봇 '에어스타' 이어 2종 추가교통약자 태우고 자율주행 '라이드'탑승권 인식·짐 운반해 주는 '포터'국내업체 기술로 전 세계 최초 도입# … 맞춤 정보 활용해 똑똑'빅데이터 플랫폼'이 공항전략 핵심유동인구·교통분담률 등 분석 활용탑승까지 '개인 비서' 서비스 목표2030년까지 스마트화 장기적 추진인천국제공항에 가면 여러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방문객의 첫 이미지를 결정짓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최근에는 한국 첨단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이달 중순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는 자율주행 전동차인 '에어라이드'(Air Ride)가 시범 운행하고 있다. 에어라이드는 탑승객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항공편이나 게이트를 선택하면 운전대를 잡을 필요도 없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각종 장애물을 피해 3~4분 안에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도 배치돼 교통약자들을 우선 태우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에어라이드와 함께 도입된 자율주행 카트로봇인 '에어포터'(Air Porter)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AI 로봇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탑승동 면세구역에 총 6대가 배치돼 항공기 탑승객의 짐을 자동으로 운반한다.에어포터는 로봇이 짐을 싣고 사람을 따라다니는 '추종주행모드'뿐 아니라 탑승권을 인식하거나 목적지를 설정하면 앞장서서 안내해주는 '자율주행모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기내용 캐리어 2개까지 맡길 수 있고, 터치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현재 4개 국어를 말할 수 있다.여객터미널 내부에서 AI 기반 자율주행 전동차·로봇을 도입한 공항은 전 세계에서 인천공항이 처음이다. 에어라이드는 스타트업인 (주)토르드라이브가, 에어포터는 로봇서비스 개발기술을 보유한 (주)원익로보틱스가 각각 개발해 모두 국내 기술력을 공항으로 끌어들였다.에어라이드와 에어포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떠오를 핵심기술로 꼽히는 AI, 로봇, 자율주행 등이 녹아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처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공항'을 미래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요해진 비대면 서비스가 첨단기술 도입을 앞당기고 있기도 하다.스마트 공항은 예측이 가능한 효율적인 공항 운영과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 이용이 목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항공기 운항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해마다 여객과 운항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시설 확장 등 전통적인 공항 운영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산업적으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과 융복합 기술이 사회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베이징 등 다른 나라의 허브공항과도 스마트 공항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인천공항은 2018년 도입한 입·출국장 안내 로봇인 '에어스타'(Air Star)를 스마트 공항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음성인식, AI,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들어있는 에어스타는 넓고 북적이는 공항에서 게이트 등의 위치를 물어보면, "따라오세요"라고 말한 뒤 길잡이가 돼준다. 길을 물어본 이용객과 거리가 멀어지면 잠시 멈춰서 기다리기도 하고, 장애물도 요리조리 잘 피한다. 현재는 인천공항의 마스코트처럼 여겨지는 에어스타 8대가 공항 곳곳을 누비고 있다.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올해 특히 많은 첨단 기술이 인천공항에 도입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6월부터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발열 체크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로봇 앞에 서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 등이 확인되면 관련 조치 방법을 화면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AI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등을 통해 이용객과 대화를 나누며 각종 정보를 24시간 안내하는 챗봇(chatbot) 프로그램인 '에어봇'(Air Bot)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에어봇이 안내하는 정보는 항공편, 항공기 운항, 탑승 수속 절차, 쇼핑·식당 등이다.수하물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무게, 크기, 기내 반입 가능 여부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수하물 저울'은 인천공항이 세계 최초다. 올해부터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항공편 탑승객에게 수하물이 정상적으로 맡겨졌는지 등을 확인해주는 위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공항 이용객만 로봇기술을 이용하는 건 아니다.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시설과 지상조업 근로자들은 '근력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일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할 때 손과 팔에 가해지는 하중을 몸 전체로 분산해 근육 피로도를 줄이도록 돕는다. 현재 7대를 착용할 수 있는데, 점차 도입을 확대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작업 능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스마트 공항 전략의 핵심은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내 3차원 센서 등을 설치해 여객 흐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십개의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활용할 계획이다.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 여객의 출입국 흐름과 터미널 혼잡도 등을 예측할 수 있다. 항공수요·유동인구·교통분담률 등을 분석할 수 있고, 기상 악화에 따른 항공기 운항 지연을 예측해 대응할 수도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모든 여객에게 일괄적으로 공항 도착 시각을 알리고 있지만, 빅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개개인이 집에서 공항에 도착해 항공편에 탑승할 때까지 걸릴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며 "공항 혼잡도와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는 등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공사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장기 전략을 세워 스마트 공항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천공항 전체 출입국 절차를 생체 정보를 활용해 한 번에 통과하고, 수하물 대부분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탑승 정보, 쇼핑·여행 정보 등을 안내하는 AI 비대면 서비스도 개인 비서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힘들고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에는 물류로봇 등 특수 목적 로봇을 도입해 공항 운영 인력을 돕는다. 드론을 활용해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경비하거나 시설 유지·보수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공항 내부에서만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도 장기적으로 공항 외곽을 넘어 도심과 공항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허브공항 지위를 두고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 다싱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스마트 공항 전략을 추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3개 허브공항의 스마트 공항 발전 단계가 비슷한 수준이면서도 기술별로는 1~2년씩 격차가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 설명이다.베이징 다싱공항은 안면 인식 출입국 수속과 수하물 위치 추적 시스템 등을 인천공항보다 1년 정도 앞서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주차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자율주행 조업 차량, 빅데이터 활용 여객 흐름 관리 시스템 등이 조금 빠르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초로 안내로봇을 도입하는 등 로봇 분야에서 앞섰고, 5G 인프라 구축과 AI를 기반으로 한 X-Ray 보안검색 등이 경쟁 공항보다 빠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공항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미래의 인천공항은 상상하는 이상으로 첨단화하고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인천공항의 '스마트화'를 상징하는 카트로봇 '에어포터', 자율주행 전동차 '에어라이드', AI 안내로봇 '에어스타'(왼쪽에서부터).'발열 체크 로봇' 앞에 서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설에서 근로자가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수하물을 옮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제공

2020-10-21 박경호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4)]세계속 인천공항

'세계 1위 서비스' 바탕 개항 8년만에 해외로컨설팅·지분투자·위탁운영 등 약 30건 실적1400억 규모 '쿠웨이트 T4 운영권' 수주 정점중동 등 亞 집중… 유럽·북미 투자기회 모색'COVID-19 Free' 선포… 노하우 수출 활용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한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8년 만인 2009년부터 해외 곳곳으로 진출했다. 인천공항은 중동·동남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공항 운영·기술 지원 등 컨설팅 사업과 지분 투자, 위탁 운영에 이르기까지 약 30건에 달하는 해외 사업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오히려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K-공항 방역'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공항 운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해외 사업을 구상 중이다.인천공항 해외 진출 사업의 역사는 2009년 이라크 아르빌 신공항 운영 지원 컨설팅 사업에서 시작했다. 인천공항은 이라크 쿠르드 지방정부와 당시 3천150만 달러(약 441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2014년까지 정보통신, 기계설비, 전력, 항행 시설, 구조·소방, 운영 관리 등 6개 분야 공항 운영 사업을 지원했다.쿠르드 지역은 석유 매장량이 이라크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경제 도시로, 해외 공관과 연락사무소 등이 밀집해 있다. 서방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관문 도시다. 특히 우리나라 자이툰 부대가 공항이 있는 아르빌 지역에 상주하며 평화 재건 지원 임무를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국정원과 외교부 등이 인천공항 해외 진출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라크에서 해외 진출의 첫발을 뗀 인천공항은 2011년부터 러시아 연방정부가 극동 지역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고 있는 하바롭스크공항의 지분 10%를 인수해 공동 운영에 나섰다. 인천공항은 앞서 2009년 하바롭스크공항 현대화 사업 마스터플랜 구축 사업을 직접 수행했고, 이후 지분까지 인수해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다. 러시아에는 350여개 공항이 있는데, 외국 공항운영기업이 러시아 공항 지분을 인수한 것은 인천공항이 처음이었다. 러시아 속 '제2의 인천공항'인 셈이다.러시아의 배타적 시장 특성상 당시 인천공항의 러시아 진출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10살에 불과한 새내기 공항이 러시아 국제공항 개발·운영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설적으로 '단기간에 놀라운 성공을 이뤄냈던 경험'이었다. 인천공항은 개항 초기 적자에 허덕일 것이란 우려와 달리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천700억원대의 순이익을 창출했다. 공항 건설 사업비를 자체 재원으로 떠안은 탓에 개항 당시 부채 비율이 166%에 달했지만, 10년 만에 69%로 낮추는 놀라운 기염을 토해냈다.우리나라 출입국 인원의 70% 이상이 이용하는 관문 공항으로 자리매김했다.특히 인천공항이 해외 진출을 본격 모색하던 2000년 후반은 세계적 경기 침체 여파로 여객과 화물 운송량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허브화 전략으로 환승률이 꾸준히 성장해 2009년 연간 환승객이 500만명을 돌파하며 환승률 18.5%를 달성하기도 했다. '공항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공항서비스평가(ASQ·Airport Service Quality)에서 세계 1천700개 공항과 경쟁해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신뢰 향상에 큰 보탬이 됐다.인천공항은 2010년대 초·중반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게 된다. 2012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안전분야 기술을 지원했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저개발 국가 공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공항 안전 기술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첫 사업 대상지로 자카르타 공항을 선택했다. 인천공항은 인도네시아 공항 진출로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전략이었다. 인도네시아는 2억4천만명(세계 4위)이 사는 섬나라다. 5개의 주요 섬, 1만7천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됐다. 항공 교통 의존도가 높고, 안정된 내수 시장과 풍부한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매년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공항 운영지원사업(2012년), 필리핀 마닐라공항 제3터미널 기술지원사업(2012년), 방글라데시 신공항 마스터플랜 수립 컨설팅(2012년) 등 해외 참여의 폭을 넓혔다.인천공항은 올해 초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과 손을 잡고 현지 공항 개발사업 수주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AP1), 건설공기업(WIKA)과 함께 바탐경제자유구역청이 국제 경쟁 입찰을 진행 중인 바탐 항나딤 공항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 돈 5천400억원 규모의 이 사업 낙찰자는 35년간 바탐 항나딤 공항 운영권을 얻어 공항 인프라 확장을 위한 건설과 개보수, 공항 운영, 시설 유지·관리를 전담한다. 이 공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연간 562만명의 승객을 실어날랐고, 5만6천892t의 화물을 운송했다. 인천공항은 사업 제안서 제출을 준비 중이며, 최종 낙찰자는 2021년 초 선정된다.인천공항의 해외 진출 사업은 1천400억원 규모의 쿠웨이트 국제공항 제4터미널 위탁운영사업 수주로 정점을 찍었다. 인천공항은 제4터미널이 개장한 2018년부터 운영과 유지·보수를 전담하고 있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은 쿠웨이트 정부 지분 100%의 국영공항으로,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공항 중 하나다. 인천공항이 운영하는 제4터미널은 연간 여객 450만명 규모의 국제선 터미널로, 국적항공사인 쿠웨이트항공이 사용하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그해 1월 인천공항이 제2여객터미널을 성공적으로 개장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높이 평가했다.인천공항은 쿠웨이트 국제공항 제4터미널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제2터미널 위탁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 방침이다. 제2터미널은 쿠웨이트 국제공항의 메인 터미널로, 연간 2천5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내년에 위탁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며, 인천공항은 제2터미널 운영권 확보로 중동 진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인천공항은 유럽과 남미 시장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 터키 이스탄불 신공항 운영 지원 컨설팅 사업에 참여해 130억원 규모의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당국과 공동으로 신공항 운영 콘셉트 및 전략 개발, 시운전, 개항 후 운영 지원 등을 수행하는 사업이다. 이스탄불 신공항은 인천공항 도움으로 2018년 성공적으로 개항했다.2015년에는 '남미의 심장'이라 불리는 파라과이 국가 항공 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에 참여해 12개 공항에 대한 중장기 개발계획, 저가 항공사 설립 방법, 항공 MRO(정비·수리·분해 조립) 단지 조성 방안 등 8개 전략을 수립해 제출했다.인천공항이 남미에서 처음 수주한 이 사업은 파라과이 당국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에 요청함에 따라 무상 원조 사업으로 추진됐다.인천공항은 올해 10월 기준으로 14개국 29개 사업에서 2억2천156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아시아 16건, CIS(옛 소련 독립국가) 5건, 중동 4건, 남미 3건, 유럽 1건이다. 사업 유형별로는 위탁 운영 1건, 지분 인수 1건, 건설 관리 및 기술지원 8건, 마스터플랜·타당성조사 용역 8건, 운영 지원 컨설팅 5건, 전문가 파견 5건이다. 개발도상국은 투자 개발 사업에 중점을 뒀고, 선진국 경우엔 지분 인수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공항 건설 수요가 많은 아시아와 중동 국가는 투자개발 또는 위탁운영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왔다. 유럽과 북미 시장은 몬테네그로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엿보면서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중대형 공항 중심의 선별적 지분 인수를 노리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선 코이카 네트워크와 수출입은행 자금을 활용하는 저(低) 리스크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전 세계 공항이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인천공항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방역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공항 컨설팅 패키지를 수출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천공항은 올해 3월 'COVID-19 Free Airport'를 선포하고, 출입국 모든 과정에 걸친 촘촘한 방역망을 선제 구축했다.인천공항은 올해 9월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와 코로나19 위기 대응 컨설팅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인천공항의 방역 체계를 발리 응우라라이공항에 이식하기로 했다. 이 공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개월 동안 국제선 운영이 중단됐다고 한다. 발리공항 당국은 연말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맞기 위해 인천공항의 방역 컨설팅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인천공항은 발리 공항을 시작으로 'K-공항 방역' 컨설팅 패키지를 세계 각국 공항에 수출하고, 대규모 공항 개발사업 수주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코로나19를 극복하기로 했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2018년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준공식. 2020.10.14 /공항사진기자단 제공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 공항 투자개발사업 컨소시엄 협약 체결식. 2020.10.14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터키 신공항 운영컨설팅 사업계약 체결식. 2020.10.14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 위탁 운영 1주년 기념식. 2020.10.14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2020-10-14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3)]공항철도

2007년 1단계·2010년 2단계 '완전 개통'서울역~인천공항 T2, 63㎞ 단 51분 걸려동서 관통 14개 정거장중 8곳 환승 가능인천시, KTX 연결 '제2공항철도' 추진'4차 국가철도망 계획' 포함 정부 건의최초의 민간철도… 2041년 소유권 환수수요예측 실패… 초기 이용객 7.3% 뿐 2009년 민간지분 인수… 2015년 재매각손실보전 방식 변경 "매년 수천억 절약"'환승요금 미적용' 불편… 개선 요구중공항철도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서울 도심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한 국내 최초의 특화 철도다. 공항철도는 공항고속도로와 함께 영종대교를 통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도심을 이어준다. 2007년 3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 1단계 구간이 개통했고, 2010년 12월 김포공항~서울역 사이 2단계 구간을 연결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까지 14개 정거장 63㎞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열차 기준 51분이다. 초기에는 수송 인원이 예측치보다 턱없이 부족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금은 공항 외에도 인천과 서울 지역 주민들의 통근 열차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체 14개 정거장 중 8곳에서 다른 철도와 환승이 가능해 인천~서울 북부권의 동서를 가르는 대동맥 기능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수송 인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공항철도 건설사업은 1990년 영종도가 수도권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면서 제1연륙교인 영종대교 건설과 함께 추진됐다. 서울 도심에서 인천공항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추진한 사업이었다.인천공항 개항(2001년) 당시 해외 공항은 도로 외에도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 운송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영국 히스로공항은 공항에서 런던 도심까지 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히스로 익스프레스라는 철도가 1998년 개통했고, 홍콩 첵랍콕공항도 같은 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의 개통으로 공항에서 홍콩 시내까지 24분이 소요됐다.네덜란드는 기존 수도권 철도를 이용해 스히폴공항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5분이 걸리는 연계 철도망을 구축했다. 파리 드골공항은 RER-B 도시철도 노선을 공항으로 확장 연결했다.우리 정부는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해 영종대교를 복층 구조로 설계했다. 상부는 차량이, 하부 공간은 철도가 다닐 수 있도록 기획했다. 섬 지역 공항에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연륙교에 철도와 도로를 동시에 건설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인천공항 조성사업에 막대한 SOC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라 재원 조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정부는 공항철도를 재정사업으로 기획했다가 수조원대의 사업비가 부담되자 1996년 민자사업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운영사에 최소수입비율을 90%까지 보장해주기로 하고 투자를 유도했다. 총 사업비 4조995억원 중 정부가 1조885억원을 투입하고, 3조110억원을 민간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공항철도(주)라는 합작 회사를 만들어 철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지분은 철도청이 9.9%를 갖고 현대건설 등 9개 회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88.8%의 지분을 가져갔다. 나머지 1.3%는 현대해상이 투자했다. 공항철도(주)는 30년간 운영권을 갖고 투자비를 회수한 뒤 정부에 철도를 귀속시키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철도사업이었다.공항철도는 2001년 4월 1단계 구간을 착공했고, 2007년 3월23일 운행을 개시했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공항철도의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포함한 역 간 평균 이동 속도)는 직통열차의 경우 86㎞/h, 일반열차는 70㎞/h 수준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표정속도(33.7㎞/h)에 비하면 획기적인 수준이었다. 역 간 거리가 멀다는 점이 이런 속도 상승을 가능하게 했다.하지만 운행 초기의 공항철도는 실패한 사업으로 기록됐다. 이용객이 예측치의 불과 7%대에 머물면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고,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에 따라 최소운영 수입을 고스란히 정부가 지급해야 했다. 개통 이듬해인 2008년 수요 예측은 하루 평균 23만명이었는데 실제 이용객은 1만7천명(7.3%)에 그쳤다. 정부는 2007년 1천억원, 2008년 1천600억원의 재정을 보전해줬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당시 정부와 민간사업자는 공항 이용객의 교통 분담률 중 철도 비율을 40%대로 예측했는데 실제 분담률은 버스 61%, 승용차 32%, 철도 7%였다. 인천공항 개항과 동시에 철도가 개통하지 못하면서 수도권 리무진 버스 체계가 활성화됐고, 후발 주자로 참여한 철도가 경쟁에서 뒤처진 꼴이었다. 특수 목적을 가진 철도로 건설되다 보니 수도권 통합 환승 할인에 편입되지 못한 불리함도 있었다.정부는 결국 공항철도 사업의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민간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개통 2년 만인 2009년 9월 코레일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진 지분 88.8%를 1조2천억원에 매입했다. 또 협약을 다시 체결해 수입 보장 비율을 58%로 하향 조정하고, 이용객 확대를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민간에서 시작했다가 공공으로 전환된 공항철도는 6년 만에 또다시 민간에 매각됐다. 정부는 2015년 6월 코레일의 공항철도 지분을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1조8천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항철도는 코레일이 인수한 후 흑자 전환했지만, 공항철도의 부채 400%에 달하는 코레일의 높은 부채 비율이 부담이었다. 코레일이 2조6천억원대의 공항철도 부채까지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국토교통부는 코레일 지분을 민간에 다시 매각하면서 사업 구조를 기존 MRG 방식에서 SCS로 전환했다. MRG는 최소 수입을 보장해주는 방식이고, SCS는 운영 수익이 투입 비용에 미달하는 경우 손해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당시 정부는 MRG 폐지로 2040년까지 7조원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MRG는 연평균 5천80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SCS는 2천700억원 정도로 예측했다.인천, 서울 북부권 도심의 팽창과 환승역 확대로 공항철도의 수송 인원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예측치보다 적은 상황이다. 2018년 수송 인원은 하루 평균 23만8천명, 2019년 26만명이었는데 역시 예측치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많이 줄면서 20%가량의 승객이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3조원이 넘는 보전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민간 투자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공항철도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오는 2041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공항철도에 투입하는 재정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개통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공항철도 요금 체계 이원화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 37.3㎞ 구간은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적용돼 일반 수도권 전철 노선과 마찬가지로 환승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라역에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역까지 26.5㎞ 구간은 독립요금제로 구분돼 기본요금이 900원 추가되고, 거리 비율로 추가 요금이 붙는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는 1천850원을 내면 되지만, 제2터미널까지 가려면 2천900원을 더 내야 한다. 또 환승 할인이 미적용돼 버스로 갈아탈 경우 기본요금(1천25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러한 요금 체계 이원화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요구해왔다. 현재 국토부는 공항철도 운임 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구갑)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1월 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용역 결과에 따라 운임 체계 문제가 결정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답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연간 8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해야 하기에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인천공항은 두 번째 공항철도를 꿈꾸고 있다. 서울이 아닌 인천의 중심과 공항을 바로 연결하고, 인천발 KTX까지 활용할 수 있는 제2공항철도 건설사업의 현실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공항철도가 수요 예측 실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 주장이다.제2공항철도는 기존 수인선 노선을 활용해 인천공항과 숭의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 노선은 정부의 제1·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됐으나 타당성 부족으로 3차 계획에선 제외됐다. 인천시는 제2공항철도를 4차 계획에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 제2공항철도는 인천발 KTX가 설치되는 수인선 송도역과 연결되기 때문에 전국 각지를 인천공항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공항철도와 차별성이 있다.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이내에 인천공항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계산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제2공항철도에 화물 운송 기능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사업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충분한 경제성 검토를 거친 뒤 시행해야 기존 공항철도와 같은 재정 과다 투입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공항철도 노선도.청라국제도시역 플랫폼 모습. 2020.10.7 /경인일보DB

2020-10-07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2)]인천공항소방대

1억ℓ 안팎의 항공유·수만명 이용 '화재 치명적'공항공사 소속 소방대 211명 3교대·3곳 분산근무월 6회이상 불시 출동… 주야 4회 시설순회 점검각종 특수장비 '고양 저유소 폭발사고' 진압 활약별도 상황실 운영… 인천소방본부와 핫라인 연결현존하는 세계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사의 A380 기종은 통상 우리나라에서 미국 등 아메리카 대륙으로 비행할 때 약 20만ℓ의 연료를 채운다. 일반 승용차(50ℓ 기준) 4천대에 가득 주유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항공기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큰 이유다. 또 12기의 인천국제공항 항공유 저장 탱크에는 1억ℓ 안팎의 기름이 있다. 여객터미널 역시 하루에만 수만 명이 이용하는 데다 각종 음식점까지 입주해 있어 곳곳에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화재 위험으로부터 인천공항을 보호하는 일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공항소방대가 맡고 있다.9월17일 오후 3시께 찾은 인천공항 제3활주로 인근 모형항공기 소방훈련장에서 공항소방대의 화재 진압 훈련이 실시됐다. 모형항공기는 좌측 엔진은 에어버스사의 A380, 동체와 우측 엔진은 보잉사의 B747, 상부 엔진은 맥도넬 더글라스사의 MD-11 기종을 합쳐 만들어졌다. 다양한 기종의 항공기 사고를 훈련하기 위해서다.훈련이 시작되자 모형항공기 좌측 엔진에서 5m 높이의 불길이 발생했다. A380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해 기름까지 유출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불길은 금세 항공기 좌측 날개를 뒤덮었다. 불이 나자 현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분소B에서 소방대가 먼저 출동했다. 인력 20여명과 특수 장비들은 약 30초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는 오스트리아 로젠바우어사의 '판터(PANTHER)' 차량 등 3대의 항공기 구조소방차와 3대의 소방차를 투입해 좌측 엔진과 동체에 물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영화 '트랜스포머 3'에 '센티넬 프라임' 역할로 등장해 유명세를 탄 판터 차량은 분당 최대 6천ℓ의 물을 분사할 수 있다. 주거 지역 등 일반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소방 펌프 차량은 분당 2천800ℓ 정도의 물을 뿌린다. 판터 차량은 폼(Foam) 형태의 분사제로 A380 기종 전체를 뒤덮는 데도 2분이 채 걸리지 않고, 차량에 설치한 드릴 같은 피어싱 노즐(Piercing nozzle)로 항공기 동체를 뚫어 기내 화재도 진압할 수 있는 특수 소방차다.항공기와 약 30m 떨어진 곳에서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화재였지만 소방대는 동체 정면에서 약 5m 거리를 두고 불을 진압했다. 항공기는 주로 바람이 부는 방향을 마주 보고 비행하기 때문에 화재 진압 활동은 대부분 동체 정면에서 바람을 등지고 진행된다. 신속히 화재를 진압하는 동시에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날 소방대는 약 2분 만에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화재 진압 뒤에는 방화복을 입은 구조대가 기내에 들어가 승객 역할의 마네킹을 빼내기 시작했다. 훈련은 30분간 이어졌다. 공항소방대는 의무적으로 1개 팀당 월 1회 이상 이 같은 훈련을 한다.2003년부터 인천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항소방대 최재호(45) 반장은 "공항소방대 임무는 건물 화재에 더해 각종 항공기 사고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항공기 사고는 짧은 시간에 큰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대응6이 공항소방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소방대는 개항 이전인 2000년 7월 약 110명의 인력으로 임무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외부 용역을 통해 이뤄졌지만, 자회사 설립 등을 거쳐 현재는 인천공항공사 소속이다. 국내 공항소방대 중 가장 많은 211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 소방대 인력은 50~60명 규모다.3교대 근무 체제인 인천공항소방대는 하루 평균 80여명이 1년 365일 인천공항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모형항공기 화재 훈련뿐 아니라 월 6회 이상 불시 비상 출동훈련을 실시해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또 주간 2회, 야간 2회 등 하루 4번 공항 시설을 돌며 화재 예방 활동을 벌이고, 용접 등 화기 사용 작업이 진행되는 곳을 점검하기도 한다. 응급 환자 발생에 대응하는 것도 이들의 몫으로, 제1·2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 각각 1명의 구급대원이 배치돼 있다.공항소방대의 주요 임무는 항공기 사고 등 공항 내 비상 상황 발생 시 생명을 구조하는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을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르면 공항소방대는 공항 내 어디서 사고가 나더라도 3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소방대는 3곳에 분산돼 있다. 제1활주로 인근에 소방 본대가 있고, 제1여객터미널 인근에 분소A, 제3활주로 인근에는 분소B가 있다. 3분 내 출동은 훈련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훈련 도중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훈련에 투입하지 않은 장비 상당수를 인천공항 중앙에 있는 관제탑 인근으로 옮겨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공항을 지키는 인천공항소방대는 보유 장비 역시 특별하다. 소방대에는 항공기 구조소방차 8대, 물탱크차 등 일반 소방차 8대, 구급차 3대 등 총 25대의 차량이 있다. 이는 ICAO 협약을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가 수립한 공항운영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준에는 3대의 항공기 구조소방차를 보유하게 돼 있다. 1대당 10억원을 넘는 항공기 구조소방차는 화재 진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국내 소방 분야에서도 인천공항소방대의 장비는 '최고'로 평가받는다.인천공항 항공기 구조소방차는 2018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폭발 사고' 진압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8년 10월7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외국인이 날린 풍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불씨가 440만ℓ의 휘발유가 있는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로 들어가 폭발로 이어진 사고다. 최고 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한 소방당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인천공항소방대는 항공기 구조소방차 중 미국 오시코시(Oshkosh)사의 고성능 화학차 '스트라이커 3000' 등 차량 2대를 지원했다. 공항소방대 장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을 벗어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다.이 차량은 폼 등의 화학 소화제가 실려 있고, 1천500ℓ 용량의 소화제를 물과 섞어 분사할 수 있어 유류 화재 진압에 특화한 장비다. 일반 차와 달리 차량 등록이 되지 않는 까닭에 경찰의 에스코트까지 받으며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화재 진압에 기여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지난해 현장 점검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저유소 화재 진압에 협력한 공항소방대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인천공항 개항 이전까지 국제선 수요를 담당한 김포국제공항에는 1960년 20여명 규모의 구조소방대가 만들어졌다. 1970년대에는 공항 구급차가 공군 중령을 들이받는 일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1971년 4월17일자 기사를 통해 '김포국제공항 비상 훈련에 참가했던 교통부 소속 공항 구급차가 근무 중인 공군부대 참모장을 치었다. 운전자는 무면허인데도 2년 전부터 구급차를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진화 작업이 주 업무인 공항소방대(인원 23명) 대원들은 대부분 구급차 등을 운전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 작업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인천공항소방대는 별도의 상황실을 운영하며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와도 핫라인을 유지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상황실은 제1활주로 인근 소방 본대에 있어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약 10대의 모니터를 통해 공항 시설 내부와 운영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부대 시설에서 화재 경보가 울리면 자동으로 모니터에 위치가 표시돼 상황을 바로 인지할 수 있다.지난해 10월18일에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미국 LA행 아시아나항공 A380 여객기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관제소로부터 연락을 받은 공항소방대는 분소A에서 즉시 출동했고, 항공기 구조소방차 등 차량 9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4분 만에 불을 진압했다. 승객이 탑승하기 전에 불이 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공항의 소방 대응 능력은 항공사가 노선 취항 전 꼭 확인하는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다. 비상사태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노선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인천공항소방대는 ICAO에서 정한 공항 구조소방등급 중 최상위 등급인 10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기준(1만1천200ℓ/분)보다 약 6배 높은 분당 7만ℓ의 폼 분사율을 갖추는 등 국제 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소방력을 지니고 있다. 조승천 인천공항소방대장은 "공항소방대는 단 1건의 비상 상황에도 신속 안전하게 대응하기 위해 항상 최고 수준의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항공기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일부 사람들은 '왜 서둘러 기내에 있는 승객을 구조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유류가 가득 찬 항공기 특성상 폭발 우려가 크기 때문에 화재가 80% 이상 진압돼야 기내에 진입할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공항소방대가 9월 17일 모형항공기 소방훈련장에서 화재 진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소방대는 이날 훈련에서 '판터(PANTHER)' 등 항공기 구조소방차 3대와 일반 소방차 3대를 투입해 2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2020.9.23판터(PANTHER) 차량. 2020.9.239월 17일 진행된 모형항공기 화재 진압 훈련에서 큰 불이 잡히자 공항소방대 구조대원들이 승객 역할의 마네킹을 구조하기 위해 기내로 진입하고 있다. 2020.9.23인천공항 소방 본대에 있는 공항소방대 상황실. 상황실에서는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약 10대의 모니터를 통해 공항 내부 시설과 운영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0.9.23

2020-09-23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1)]자유무역지역<下>

항공운송, 무게대비 가격 '150배' 높아인천, 전국 공항물량의 99% 홀로 담당세계 5위 컨항만 부산보다 수출입액 ↑물류단지·화물터미널 '항공교역' 핵심글로벌 기업 DHL, 작년 900만건 처리코로나 사태에도 여객과 달리 타격 無직구 활성화… 개인 소비재 비중 늘어항공운송 中과 경쟁 인프라 확충 필수"동북아 중심 위치… 환적화물 최적지"'0.2%와 30%'.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되는 화물을 나타내는 숫자다. 숫자가 다른 만큼 의미도 다르다. 우리나라 교역은 해상운송 또는 항공운송을 통해 진행된다. 3면이 바다고, 위쪽으로는 북한에 막혀 있다. 육로를 통한 무역이 어렵다. 바다를 통해야 외국과의 교역이 가능한 구조다. 우리나라 수출입물동량 중에서 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것은 0.2%에 불과하다. 99.8%가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진다. 자동차, 원유, 가스, 목재, 건설 중장비 등 덩치가 크고 무거운 물건부터 전자제품이나 장난감 등 작은 소비재 물품까지 해상으로 운송된다. 이 때문에 무게를 단위로 하는 물동량을 기준으로 하면 해상운송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전국 수출입물동량은 10억839만t에 이르지만, 이 중 항공 물동량은 270만t이다. 수출입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같은 무게라면 항공기에 실리는 화물의 가격이 15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5천422억3천261만 달러이며, 수입금액은 5천33억2천140만 달러다. 이 중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액은 1천632억6천195만 달러, 수입액은 1천350억5천775만달러다. 수출액은 비중이 30.1%, 수입액은 26.8%에 이른다.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입액수는 전국 공항의 99%에 이른다.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보다 많다. 수출액은 부산항이 크지만,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하면 인천공항이 부산항을 앞지른다. 전국 공항과 항만 모두를 비교해도 국내 1위다.인천공항이 국내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천공항 일대에 조성된 물류단지와 함께 화물터미널이 있기에 가능했다.지난 15일 오후 8시30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DHL 전용 터미널 앞에 기다리는 항공기에 짐을 싣는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A300-600F 항공기 몸체에는 'AIR HONGKONG'이라는 항공사 로고가 감싸고 있었으며, 꼬리 쪽에 DHL 로고가 붙어 있었다. DHL 화물을 전용으로 운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A300은 50t정도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선박에 화물을 실을 때는 직육면체의 20FIT 또는 40FIT 길이의 컨테이너가 주로 사용된다. 원유, 가스 등은 선박 내에 화물칸이 있어 그대로 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컨테이너 상자에 싣는다. 항공기에 싣는 화물은 ULD(화물적재용기·Unit load device)라는 상자를 이용해 실린다. 항공기 규격에 맞게 만들어진 상자에 화물을 넣어 싣는 방식이다. ULD는 항공기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규격이 다르다. 높이가 3.3m인 것도 있고, 2m 정도인 것도 있다. 1개의 ULD에 많게는 200~300개의 화물이 실리기도 한다.항공기 상부 화물적재 공간은 '메인덱(Maindeck)'이라 부른다. 기체가 둥근 항공기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짐을 싣기 위해 ULD도 직육면체가 아닌 한쪽 면이 사선으로 돼 있다. 하부 공간은 'Lowdeck'이며 직육면체의 ULD가 실린다.이날 현장에 있던 ULD(Unit load device) 내부는 황토색 상자로 가득했다. 이 ULD를 지상 조업사인 스위트포트 직원들이 운반차량에 싣고 항공기 앞으로 옮겼다. 이렇게 옮겨진 ULD는 로더(Loader·항공화물을 화물칸에 탑재시키거나 내릴 때 사용되는 장비)에 올려진 뒤 항공기에 탑재된다. 먼저 실린 짐을 가장 뒤쪽으로 보내는 방식이다.이를 위해 DHL은 항공기 탑재 전 ULD의 무게를 재고, 결과를 항공사에 전달한다. 항공사는 각각의 ULD를 항공기 무게중심을 고려해 짐의 위치를 결정한다. 무거운 짐은 아래쪽과 뒤쪽에 싣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짐은 앞쪽과 윗부분에 실린다. 스위스포트 유제홍 과장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각 ULD가 항공기 내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장치가 있다. 1개의 ULD에는 항공기 바닥 등과 고정장치로 연결해 움직이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이날 화물 선적 작업은 1시간 정도 만에 마무리 됐으며, 항공기는 오후 10시께 이륙했다.DHL 코리아 김대범 차장은 "모든 생활용품, 전자제품이 항공기에 실린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관련 물품이 많았다. 앨범과 브로마이드, 응원봉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물품은 전 세계 공항으로 간 뒤 각 나라의 지점을 통해 운송된다"고 말했다.DHL 코리아가 지난해 처리한 화물은 900만건에 이른다. 무게로는 7만5천t정도다. DHL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공항에 화물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DHL은 글로벌 물류기업이다. 전 세계에 '허브' , '게이트' 등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DHL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은 '게이트'라고 설명했다. 허브는 화물을 모은 뒤 보내는 역할을 하며 대륙별로 거점 도시에 운영된다. 인천공항은 허브보다는 작은 규모로 나라마다 설치 돼 있는 '게이트'다. 다만 일부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칭다오 등과 타국을 오가는 화물은 인천공항을 거치기 때문이다.DHL 코리아 호승찬 부장은 "인천공항 화물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올해도 전년도 대비 20~30%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직구 상품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올해 1천200만건의 물량이 인천공항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확장하는 공사를 이달 말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코로나19는 항공 산업을 위축시켰다. 특히 3월 이후 국제선 승객은 전년도 대비 5%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항공화물은 반대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여객운송이 막히면서 여객기 하부(밸리)에 실어 보냈던 화물이 화물기로 몰리기 때문이다. 또 여객과 달리 항공화물 물동량은 코로나19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대한항공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화물을 처리하는 항공사다. 인천공항 화물 물동량의 40%를 차지한다. 연 120만t규모다.대한항공은 국내 최대이자 최고(最古)항공사다. 대한항공이 실은 화물은 국내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1960년대는 가발, 1970~1980년대는 모피류와 전자제품, 1990~2000년대는 전자제품과 의류 등의 품목이 국내 항공화물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고가의 고부가가치 IT 제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의약품, 신선화물 등 콜드체인 유통 품목과 전자상거래, 해외 직구의 활성화로 개인들의 소비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특히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 화물이 항공기에 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기업 화물이었으나,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항공 화물 부문에서 개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BTS의 브로마이드와 응원봉이 항공화물에 실리는데 이는 대부분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것이다.대한항공은 9월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객기인 보잉 777-300ER 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했다. 여객이 축소되고 화물 운송 부분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췄지만, 물류는 계속해 움직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신속하고 선도적인 대처로 화물수송을 확대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밑받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항공 화물운송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큰 폭으로 성장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동북아 중심에 위치한 인천공항의 지리적 여건은 환적 화물을 유치하는 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며 "앞으로 중국과 일본의 주요 공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와 함께 물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물류단지 적기공급, 화물터미널 확대 등을 통해 인천공항 물류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5일 오후 8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DHL 화물터미널 앞에서 화물 적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항공기에 탑재하기 위한 적재용기인 ULD 단위로 포장된 화물이 623번 계류장에 있는 에어홍콩화물 항공기에 실리고 있다. 이 항공기는 DHL 화물 전용 항공기로 꼬리 쪽에 DHL 로고가 붙어 있다.인천국제공항 DHL 화물터미널에서 직원들이 항공기에 싣기 위해 화물을 옮기고 있다.대항항공이 화물 수송을 위해 화물기로 개조한 여객기. 좌석을 뜯어낸 자리에 화물이 탑재돼 있다. /대한항공 제공

2020-09-16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0)]자유무역지역<上>

인천공항, 작년 276만t 화물 처리… 홍콩·상하이 푸둥 이어 3위물류활성화 위해 지정한 '자유무역지역' 임대료 싸고 관세 혜택美 수입화물, 해상운송 한 달 소요… 항공, 공항간 하루도 안걸려전자제품·의류등 작고 비싼 상품과 긴급 요하는 화물 주로 실려대부분 시간이 중요한 상품… 세관·항공사와의 '협업' 가장 중요먼 나라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내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시대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는 상품도 클릭 몇 번으로 집 앞에 배송된다. 전 세계는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그중 공항과 항만은 상품이 모이는 '물류 거점' 역할을 한다.인천국제공항은 항공화물을 많이 처리하는 공항 중 하나다. 2019년 276만t의 화물을 인천공항에서 처리했다. 홍콩공항과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공항이 물류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물건을 모아 놓는 '물류창고'다.정부는 인천공항 물류 활성화를 위해 공항 일대를 '자유무역지역(Free Trade Zone)'으로 지정했다. 2005년 4월 209만3천㎡에 이어 2007년 12월 92만2천㎡를 추가 지정했다.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로운 제조·물류 유통과 무역 활동이 보장된다. 임차료가 저렴하며 관세 유보 등의 혜택을 받는다.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은 물류단지와 화물터미널로 구성돼 있다.인천공항 물류단지 조성 초기에 입주한 기업 중 하나가 (주)판토스다. 입주할 때 사명은 (주)범한판토스로, 2017년 기업명을 바꿨다.지난 3일 오후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있는 판토스 인천공항센터.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각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상품이 물류창고에 쌓여 있었다. 트럭이 물류창고 앞에 서면 지게차가 쉴 새 없이 트럭에 실려 있던 물건을 창고 안으로 옮겼다. 경남 진해와 창원, 충북 청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등 전국 각지에 있는 화물이 이곳에 모인다. 물품은 휴대전화, LCD, 반도체, 의류, 의약품 등 다양하다.항공화물 운임은 해상화물보다 10~15배 비싸다. 항공기에 실릴 수 있는 화물의 크기도 제한된다. 대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화물을 예로 들면, 공항 간 운송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해상운송을 이용할 땐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이 때문에 주로 크기가 작고 가격이 비싼 상품이 항공기에 실린다. 전자제품, 의약품, 의류, 신선식품, 화장품 등이 대표적인 항공화물이다. 이 밖에도 긴급을 요하는 화물이 항공기에 실린다.판토스 인천공항센터는 전 세계로 향하는 수출 화물의 집결지다. 이곳에 온 화물이 가는 곳은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 등 70여 개국에 달한다.많은 수의 화물을 항공기에 넣을 수 있도록 적재단위용기(ULD·Unit Load Devices)로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ULD 크기는 바닥 면적 기준으로 153㎝×318㎝부터 244㎝×606㎝까지 다양하다. 항공기마다 적재할 수 있는 ULD가 다르기 때문에 각 항공기에 맞춰 포장한다.판토스 인천공항센터에서 처리하는 화물은 월 3천ULD 정도다. 수출과 수입 비율은 2대 1 정도로, 수출이 더 많다.판토스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ULD 포장을 위한 워크스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은 각 화물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화물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작업이 편리하고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판토스 박승철 인천공항센터장은 "10여 년 전부터 항공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엔 의약품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화물이 '머무는' 시간은 만 하루가 채 되지 않는다. 보통 오전에 화물이 입고되면 그날 밤에는 항공기에 실린다. 박승철 센터장은 "항공화물 대부분은 시간이 중요한 상품"이라며 "세관, 항공사 등과 협업해 물류 흐름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판토스가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초창기부터 활동했다면, 세인티앤엘(주)는 후발 주자다. 이 회사는 주로 수입 화물을 처리한다.세인티앤엘은 국내 최대 규모 관세법인 '세인관세법인'의 자회사다. 2007년 설립했으며, 이때부터 인천공항 인근에서 보세창고를 운영했다. 지난해 '세인공항물류센터'를 준공하며 사업을 확장했다.8일 찾은 세인공항물류센터. 화물차에 있는 상품을 물류센터 안으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비가 내렸는데, 13m 길이의 캐노피 덕분에 날씨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 신축 건물인 만큼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캐노피'였다.세인티앤엘 김준희 국제SCM&3PL 이사는 "항공화물은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물에 젖거나 하는 등 손상을 입으면 안 되는 상품이 많다"며 "태풍 등 기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캐노피를 설치했고, 날씨와 무관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세인티앤엘은 수입 화물이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수입'에 특화된 물류센터인 셈이다. 전 세계 상품이 이곳에 온 뒤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세인티앤엘은 '3PL' 화물도 처리한다. 3자 물류라고도 불리는 3PL은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특정 업체에 맡겨 처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유럽의 화장품 기업이 국내 백화점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세인티앤엘은 국내 판매에 필요한 라벨을 제작·부착하고 운송, 통관, 포장 등 모든 업무를 맡는다. 세인티앤엘의 3PL 화물 비율은 30% 정도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세인티앤엘은 관세 부문 역량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세인티앤엘에는 FTA, 전기·전자, 검역 등 각 분야에 특화된 관세사가 상주하고 있다. 세인관세법인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준희 이사는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관세사 등 특화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물류센터를 확장했다. 앞으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세인티앤엘 공항물류센터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물류창고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다른 물류센터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세인티앤엘 공항물류센터는 항온·항습 창고와 위험물 보관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창고를 모두 보유한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은 세인티앤엘이 유일하다. 항온·항습 창고에는 의약품 등의 화물을 보관한다.김준희 이사는 "인천공항은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이는 다양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며 "세인이 인천공항에 물류센터를 확장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판토스와 세인티앤엘이 활동하고 있는 인천공항 물류단지는 1단계 99만2천㎡와 2단계 65만1천㎡로 구성돼 있다. 1·2단계 물류단지에 35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입주율은 92%다. 대부분 물류기업이며 제조기업으로는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있다.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단계 물류단지 21만4천㎡를 내년 중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 김형신 물류기획팀장은 "인천공항이 물류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류단지가 필수"라고 했다. 또 "의약품과 신선화물, 전자 상거래 화물이 최근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3단계 물류단지에는 이들 분야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공사는 3단계 외에도 27만㎡ 규모의 물류단지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향후 물동량 증가 추이에 맞춰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글·사진/정운기자 jw33@kyeongin.com판토스 인천공항센터 내부.판토스 인천공항센터 직원이 워크스테이션 위에 있는 수출 화물을 포장하고 있다.세인공항물류센터 직원이 수입 화물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인공항물류센터는 화물의 라벨링, 포장 등을 포함하는 3PL 업무도 한다.세인공항물류센터 내부.

2020-09-09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9)]항공기상청

2000년 인천공항 개항 직전 별도기관 출범국내 모든 공역 관할… 7곳에 산하 기상대태풍 접근땐 '대응 시나리오' 만들어 공유인천공항, 이착륙 영향요인 30분마다 관측6시간마다 각 관측소 토의후 고도별 예보조종능력 상실 위험 '윈드시어' 경고장비도자동차는 땅을 차고 달린다. 선박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한다. 비행기도 '텅 빈 하늘'을 날아오르는 게 아니다. 항공전문가들은 "비행기는 공기를 밟고 공중에 오르고 날아간다"고 표현한다. 비행기가 밟고 올라서야 할 공기의 상태가 나쁘면 공항에서 뜰 수 없고 착륙할 수도 없다. 항공기가 하늘길을 운항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꼽히는 조건이 바로 공기의 상태, 즉 대기의 상태를 일컫는 기상이다. 일기예보 등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예보와 관측 등 기상업무는 기상청이 맡는다. 강수량, 풍향과 풍속, 기온, 습도 등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기상용어다. 항공기상업무는 관측·예보 범위와 방식, 기록방법, 기상정보 제공 대상자 등이 일반적인 기상업무와 다를 뿐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항공분야에서 기상은 매 순간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한국은 항공기상업무를 전담하는 행정기관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합동청사에 있는 항공기상청이 전국의 항공기상업무를 총괄한다. 항공기상청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행정·재정상 자율성을 주고, 그 운영 성과를 책임지도록 하는 행정기관인 책임운영기관이다. 또 다른 책임운영기관으로는 특허청, 통계청 등이 있다.강한 바람과 함께 제주도 쪽으로 북상한 제8호 태풍 '바비'가 인천국제공항 서쪽 해상을 통과한 지 불과 6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찾은 항공기상청. 항공기상 종합상황실 스크린에는 한반도 전체를 뒤덮은 채 북한을 관통하고 있는 태풍의 눈이 보였다. 밤사이 태풍의 영향을 주목하면서 잔뜩 긴장했던 항공기상예보관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항공기상청은 태풍 바비와 관련한 '항공 위험기상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인천공항은 물론 전국 공항의 관제탑과 항공사 등에 전달했다. 태풍 대응 시나리오에는 예상 진로, 강풍·강수량 예상 등 일반인도 알 수 있는 기상정보뿐 아니라 항공기 조종사 등 항공분야 종사자가 참고해야 할 수치모델, 주요 공항별 예상 바람, 과거 유사 태풍(링링)과의 비교 등을 담았다. 이날 인천공항 이·착륙 방향 모두 돌풍 특보가 발효돼 인천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화물기 4편이 결항하긴 했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허복행 항공기상청 예보과장은 "인천국제공항 한 공항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관할하는 공역 모두의 기상변화를 감시해야 하고, 전국 모든 공항의 기상변화를 감시해야 한다"며 "태풍 같은 위험기상 상황은 수시로 관련 기관 등에 브리핑하고 있다"고 말했다.항공기상청은 우리나라가 비행기의 안전한 운영을 통제하는 공역(영공)인 '인천 비행정보구역(FIR·Flight Information Region)' 전체의 기상변화를 감시하고 있다. 한반도에 인접한 일본 후쿠오카 FIR, 상하이 FIR 등 해외 FIR와 연계한 인천 FIR의 기상정보를 국제적으로 공유한다. 항공기상청의 기상분석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항공기 운항에도 중요한 정보를 주고 있다.항공기상청이 관측하는 기상은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중심이다. 가시거리, 윈드시어(Wind Shear·풍속 수직 비틀림), 화산재, 뇌전(천둥번개), 강수 강도 등이다. 인천공항은 30분에 한 번씩 정규관측을 하고, 중요한 기상현상이 발생하면 수시로 관측한다. 아주 많을 경우 1분에 한 번씩 1시간에 60번을 관측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예보는 6시간마다 각 공항 관측소와 토의한 후 진행한다. 공역예보와 특보가 있는데, 항공기상은 지상만이 아니라 하늘의 공간도 좌표로 기상을 나타낸다. 고도별로도 고고도(2만5천~6만3천피트), 중고도(1만~2만5천피트), 저고도(1천600~1만피트) 예보가 나뉘고, 이착륙예보와 공항예보도 따로 분석한다.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뜨고 내리는 데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는 활주로 가시거리가 꼽힌다. 2017년 12월 23~24일 유례없는 짙은 안개로 인천국제공항에서만 1천편 이상 결항한 사태인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인천공항은 시정거리가 75m 이상만 확보돼도 항공기 운항이 가능한 활주로 최고 운영등급(CAT-IIIb)을 보유하고 있어 안개에 의한 결항이 잦은 편은 아니다.대기에 짧은 수평·수직거리 내에서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갑자기 변하는 현상을 윈드시어라고 하는데, 역시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준다. 저층 윈드시어는 건물이나 산 같은 장애물 주위의 공기 이동, 육풍·해풍 변환 시점, 뇌전이 칠 때, 항공기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그 뒤로 난류가 생길 때 등 다양한 발생조건이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적 저층 윈드시어를 연구하는 게 항공기상청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윈드시어의 일종인 마이크로버스트(Microburst)는 수평적으로 강한 하강기류가 생기는 현상이다. 마이크로버스트는 보통 여름철 대기 불안정으로 생성된 모루구름(수평방향으로 넓게 퍼진 모양) 주위에서 발생하는데, 뒤쪽에서는 강한 소나기와 천둥 번개를 일으키고 앞쪽에서는 강한 바람이 일어난다. 특히 항공기가 착륙할 때 위에서 누르는 마이크로버스트를 만난다면 조종이 불가능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인천공항은 공항기상레이더(TDWR)와 저층윈드시어경고장비(LLWAS)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어 국내외 다른 공항에 비해 윈드시어와 마이크로버스트 관측이 가능한 편이다. 다행히 인천공항은 윈드시어나 마이크로버스트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드물었다.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은 바람이 갑자기 변할 때 항공기 지연이 잦다.바람은 풍향에 따라 태풍이 통과하는 중에도 이착륙이 가능할 때가 있고, 비는 시정과 착륙거리에 영향을 미치나 경보 수준이 아니면 인천공항에서는 충분히 이착륙할 수 있다. 항공기상청의 한 기상예보관은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왔을 때 예보관과 관측자 모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관제탑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관제탑이 흔들리기까지 해서 풍속이 더 높아지면 대피해야 할 수도 있었다"며 "당시 바람이 초속 33m로 불고 있는데도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장면을 보면서 인천공항의 안정성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한반도에서 항공기상업무는 1927년 6월 조선총독부 체신국이 항공법을 시행하기 한 달 전 일본~조선~중국을 잇는 항로의 상층기류 관측을 처음으로 본다. 당시 수소가스를 채운 풍선과 좌표측정계를 이용해 지상에서 5㎞ 상공까지 풍향과 풍속 등을 관측했는데, 이때부터 인천, 경성, 부산, 대구, 평양, 신의주 등 6곳에서 정기적으로 항공기상을 파악했다.우리나라 법령상 항공기상업무를 시작한 날은 한국전쟁 이후, 김포공항에 서울국제공항측후소를 신설한 1959년 1월 1일이다. 이때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민간항공에 기상을 지원했다. 항공기상업무를 수행하는 별도 행정기관인 항공기상대가 설립된 것은 인천국제공항 개항이 임박한 2000년 7월 27일로, 인천공항 활주로 인근에 독립된 청사도 마련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국내외 항공기상업무를 총괄하기 위해서다.공항고속도로가 개통하지 않은 상태라서 항공기상대 직원들이 배를 타고 통근했다고 한다. 인천공항에 공항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고, 예보·관측 자료를 전국의 민간공항과 기관 등지로 전달할 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우리나라 항공기상업무를 전담할 토대를 만든 지 올해로 꼭 20주년이다.항공기상대는 2007년 항공기상관리본부로 승격했고, 이듬해 항공기상청으로 명칭을 바꿨다. 항공기상청 산하에는 김포, 제주 등 전국 7개 민간공항 내 기상대와 기상실 등이 있다. 허복행 예보과장은 "운항하는 항공기가 없으면 업무 강도가 비교적 약해지는 다른 항공분야 기관들과는 달리, 항공기상청 예보관들은 하루 12시간 근무하는 동안 항상 예보를 생산하고 위험기상을 감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과장은 "항공기상청 소속 예보관들이 항공교통본부 교통통제센터로 파견돼 항공기 흐름을 관리할 때 필요한 기상분석과 브리핑을 수시로 한다"며 "해외로 나가는 항공기를 위한 기상정보 분석까지 맡아 한시도 쉬지 않고 안전한 하늘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항공기상청 종합상황실에서 항공기상청 관계자가 당시 기상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스크린 내 지도에는 태풍 '바비'가 한반도 대부분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공항기상레이더. 인천국제공항 주변 비와 구름부터 비행기에 큰 위험이 되는 윈드시어, 마이크로버스트 등 난류까지 관측할 수 있다. /항공기상청 제공2001년 3월 항공기상청의 전신인 항공기상대 개청식 사진. 항공기상대는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독립된 기관으로 신설됐다. /항공기상청 제공

2020-09-02 박경호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8)]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

의사 9명·간호사 10명등 24명 근무공항서 발생하는 모든 환자들 처치내과·신경외과·항공성 질환등 진료비행중 긴급 상황땐 의사 승객 협조지상에 있는 '닥터콜' 의료진과 공조8살 소녀 치료위해 인근 비상착륙도비행기는 전 세계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인체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10㎞ 상공에 있는 동안 신체에 다양한 변화가 생기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게 응급실이다. 인천국제공항에도 공항을 오가는 전 세계인이 응급실처럼 이용하는 의료기관이 있다. 인하대병원이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다.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인천공항의료센터는 2001년 공항 개항에 맞춰 문을 열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항 서비스 매뉴얼(Airport Service manual)에 따라 인천공항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자에 대한 응급 처치와 진료 업무를 수행한다. 수술실은 없지만 7만명 이상의 인천공항 상주 직원과 하루에도 19만명(2019년 기준)이 넘는 공항 이용객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공항 응급실 역할을 하고 있다. 영종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의료센터는 대학병원 의료진이 상주하는 영종도의 유일한 의료기관이기도 하다.인천공항의료센터는 약 660㎡ 규모의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인력은 의사 9명과 간호사 10명 등 총 24명이다. 통상적인 의원급 병원 의사 수가 1~2명인 점을 고려하면 월등히 많다. 센터를 365일 24시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은 내과·계절성·정형외과·신경외과적 질환 등을 진료한다. 센터는 방사선 촬영, 심전도 검사, 청력 검사, 복부 초음파, 내시경, 심폐 소생, 응급의료 처치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중증 환자는 센터에서 응급 처치한 후 인천 중구에 있는 인하대병원 본원이나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한다.인천공항의료센터는 항공성 중이염 등으로 대표되는 항공성 질환도 진료하는 게 특징이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전국 45개 항공신체검사 의료기관 중 하나가 인천공항의료센터다. 항공신체검사는 기장과 관제사 등이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인데, 이들의 건강 상태는 승객 안전과 직결돼 일반 신체검사보다 기준이 엄격하다. 심혈관계 질환이 발견되면 신체검사 증명서를 받지 못해 업무가 중지될 수 있다.가정의학·항공의학 전문의 신호철 인천공항의료센터 원장은 "인천공항은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입국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외국 현지에서 유행하는 질환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센터를 찾은 환자를 잘 치료하고, 중증 환자를 다른 병원까지 무사히 옮겨 치료받을 수 있도록 처치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비행 중 기내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항공기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먼저 승무원이 승객 가운데 의사 면허 소지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기내에는 항공안전법에 따라 진통제, 구토 억제제와 같은 비상약부터 화상 등 외상에 대비한 거즈와 지혈대, 간단한 수술이 가능한 응급 의료 키트 등이 있다. 하지만 응급 처치 교육을 받은 승무원이라도 응급 의료 키트 등은 의료진이 아니면 다루기 어렵다. 기내에 의사가 없으면 승무원이 지상에 있는 의료진에게 연락한다. 이를 '닥터콜'이라고 한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항공사 자체 의료 전담 부서로 연락하거나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에 상황을 알린 뒤 의료진의 원격 지시를 따른다. 위성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 상공 어디서나 지상과 연락할 수 있다. 닥터콜 담당 의료진은 잠을 자다가도 전화를 받아야 해 그 긴장도는 상당하다.의료진의 원격 진료에도 환자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공항에 비상 착륙을 하거나 회항할 수 있다. 기장, 관제소, 항공 전문의 간 3자 통화를 통해 비상 착륙 여부를 결정한다.지난해에도 이 같은 비상 착륙 사례가 있었다. 2019년 7월 미국 뉴욕발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8살 소녀가 이륙 1시간 30분 뒤에 고열과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기내에 의사가 있었지만 의사는 아이를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장은 기내에 타고 있던 승객 470여 명에게 동의를 구하고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 2천만원 상당의 항공유 150t까지 버려야 했던 결정이다. 목적지인 인천 도착 소요 시간은 4시간가량 지연됐지만 아이는 무사히 앵커리지 공항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우리나라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1969년부터 '항공 전문의사'를 지정하고 있다. 항공의학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로, 항공 종사자에 대한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신호철 원장을 포함해 전국에 96명만이 항공 전문의로 지정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신체검사를 받은 항공 종사자는 약 1만5천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항공 전문의 1명이 1년에 150여 건의 항공신체검사를 진행하는 셈이다.이들이 연구하는 항공의학은 비행 시 발생하는 기압 변화와 산소 분압, 온도, 습도, 진동 등의 환경 변화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학문이다. 쉽게 말해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신체 변화 없이 무사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게 항공의학이다.세계 항공 기술이 전쟁을 통해 발전했듯이 우리나라 항공의학도 군(軍)에서 시작됐다. 1948년 육군 항공사령부에 항공의무처가 생기면서 항공의학 개념이 도입됐다. 이듬해 공군이 창설되면서 항공의무처는 공군병원(현 공군항공우주의료원)이 됐다. 초대 항공의무처장과 공군병원장을 지낸 장덕승(1915~1962) 장군은 우리나라 항공의학의 창시자로 불린다.초기 항공의학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전투 조종사 선발과 건강 관리 업무 중심으로 이뤄졌다. 1952년에 공군병원에 항공의학연구소가 창설되면서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했다.군 위주의 항공의학 연구는 1960년대 민간 분야로 확대됐다. 경향신문은 1964년 7월3일 공군병원이 개편된 항공의료원 준공식을 보도하며 "군 내는 물론 민간 항공의 의학적 문제까지도 지원 담당할 항공의료원은 동양 제일의 20인용 저압실 장치를 비롯해 항공의학 연구실과 실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국영 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대한항공 모태)도 1968년 항공보건관리실을 만들었다. 이 시기 승객에 대한 의학 연구가 이뤄졌고, 1989년 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한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가 창립했다. 현재 협회는 항공우주의학회 등 3개 학술 단체를 운영하며 항공 안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인천공항의료센터는 국내 공항 의료센터 중 인력과 진료 환자 수가 가장 많다. 지난해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의료센터에서는 건강 검진을 포함해 월평균 6천200여 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인천공항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응급 상황을 다루는 것도 인천공항의료센터의 몫이다. 2009년 10월에는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려던 인도네시아 국적 30대 임신부가 출산 예정일을 약 2주 앞두고 탑승구 앞에서 산통을 호소한 일이 있었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이가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출산 과정에서 탯줄이 아기 목에 감겨 위험한 상황을 맞았지만, 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의 응급조치로 무사히 태어났다. 올해 4월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려던 40대 여성이 기내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의식이 없는 상태에 빠졌다. 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은 약물 투여 등 응급 처치를 했고, 여성은 의식을 회복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천공항의료센터는 말 그대로 '인천공항 응급실'이다.인천공항 이용객과 상주 직원이 늘어나면서 인천공항의료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안전한 비행'을 위한 항공의학은 계속해서 발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호철 원장은 "바다를 메운 땅 위에 세운 인천공항은 도심에 있는 다른 공항과 달리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 인천공항의료센터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며 "질병을 가진 사람도 안전하게 비행기로 여행하고, 비행기를 타기 전과 후의 몸 상태가 변함이 없는 항공의학의 궁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인천공항의료센터. 약 660㎡ 규모로 방사선 촬영, 심전도 검사, 심폐 소생, 응급의료 처치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인천공항의료센터. 약 660㎡ 규모로 방사선 촬영, 심전도 검사, 심폐 소생, 응급의료 처치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2019년 7월 미국 뉴욕발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8살 소녀가 이륙 후 고열과 심한 복통을 호소하면서 항공기가 앵커리지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이후 소녀는 아시아나항공 측에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2009년 10월 7일 인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30대 임신부가 출산 예정일을 약 2주 앞두고 산통을 호소했다. 이 여성은 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과 공항구급대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인천공항의료센터 제공

2020-08-26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7)]인천공항경찰단

2001년 '공항경찰대'로 첫발… 모의훈련·위력순찰 등 실시1986년대 김포공항 폭탄사건 계기 '경비 → 테러예방' 개편쓰레기통 설치 사실 아무도 눈치못채 5명 사망 20여명 부상기내 흡연·난동 등 범죄수사도 맡아… 처벌기준 갈수록 강화"흰색가루·캐리어 의심신고 많아… 항상 최악의 상황 가정"경찰과 군, 소방, 국가정보원, 국립검역소,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인천국제공항에서 활동하는 기관들은 매년 한곳에 모여 종합 훈련을 한다.대테러 훈련이다. 인천공항은 청와대, 국회의사당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가'급 국가 중요 시설로 분류된다. 국가 중요 시설은 적에 의해 파괴되거나 그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시설이다.가급은 가장 높은 단계를 말한다. 폭발물 테러 등 각종 공격으로부터 인천공항을 지키기 위한 요소는 시설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공항 내 쓰레기통이 모두 투명하게 돼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공항에선 누구든지 쓰레기통에 버려진 내용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 내 엘리베이터 역시 투명이다. 폭발물 설치나 유독성 생화학 물질 살포로 인한 테러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공항 테러 예방과 치안 유지는 인천지방경찰청 직할대인 인천공항경찰단의 주요 임무다.지난 12일 오전 찾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터미널 2층에서는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된 상황을 가정한 인천공항경찰단 대테러기동대의 모의 훈련이 열리고 있었다.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착용하고 K-1 소총과 3·8구경 권총으로 무장한 기동대 전술팀과 탐지팀 10여 명이 먼저 현장 통제에 나섰다. 폭발물 의심 물체 주변 10m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사주를 경계했다. 의심 물체에 '방폭 가방'을 설치해 폭발에 대비했다. 방폭 가방은 수평으로 전해지는 폭파 에너지를 최소화해 피해를 줄이는 장비다. 기동대가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통제하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방폭 가방 설치 후 기동대 폭발물 탐지견 '탱크'가 투입됐다. 화약에 반응하도록 훈련된 탱크는 탐지 요원 지시에 따라 의심 물체의 냄새를 맡았고 추가 폭발물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일대에서 탐지 활동을 이어갔다.실제 폭파 협박을 받거나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되면 기동대가 이 같은 초동 조치를 하고, 폭발물 진위 확인과 해체 작업까지 할 수 있는 경찰특공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테러대응팀이 투입된다. 의심 물체 개봉이나 해체는 이들의 몫이다. 백색 가루나 화학 물질 등 화생방 테러 의심 물체가 발견되면, 기동대는 방독면과 보호복을 착용한 후 현장 통제에 나선다. 이후 검역소, 소방당국, 환경부 등 관계 기관에 상황을 전파한다.모의 훈련이 끝난 뒤에는 탱크와 기동대원 4명이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위력 순찰에 나섰다. 순찰만으로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위력이라는 말이 붙는다.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한 탱크는 방탄복과 소총으로 무장한 기동대원들과 함께 출국장에 있는 의자 밑이나 쓰레기통 등을 확인하며 오전에만 약 2시간 동안 탐지 활동을 벌였다. 대테러기동대에는 모두 8마리의 폭발물 탐지견이 있다. 기동대와 폭발물 탐지견은 365일 제1·2여객터미널에서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 대테러기동대 안종우 탐지팀장은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실제 폭발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장이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가 된다"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게 대테러 임무이기 때문에 평시에도 실전처럼 훈련한다"고 했다.인천공항의 치안을 책임지는 공항경찰단은 2001년 개항을 앞두고 신설됐다. 경찰관 정원 138명의 '인천국제공항경찰대'로 시작한 공항경찰단은 여객터미널이 확대되면서 현재 210여 명으로 늘어났다. 전국 공항경찰 중 가장 큰 규모다. 우리나라에는 인천공항을 포함해 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 등 4곳에 공항경찰이 있는데, 나머지 3곳의 경찰관 수는 각각 20~45명 수준이다.특히 인천공항경찰단 정원은 일반 경찰서(통상 500명 이상)의 절반 수준이지만, 단장의 계급은 일반적인 경찰서장(총경)보다 한 단계 높은 경무관이다. 나머지 3곳의 공항경찰대는 총경보다 한 단계 낮은 계급인 경정이 대장을 맡고 있다. 경찰이 인천공항 치안 유지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경찰청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가장 먼저 현장 점검에 나서는 곳이 인천공항이기도 하다.인천공항경찰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테러 예방이다. 연간 7천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우리나라에서 공항 테러에 국민적 관심이 대두된 건 1980년대로 볼 수 있다. '김포국제공항 폭탄 테러 사건'(1986년), 'KAL기 폭파 사건'(1987년) 등 대형 테러 사건으로 꼽히는 일들이 이 시기에 발생했다.김포공항 폭탄 테러는 제10회 서울 아시안게임을 엿새 앞둔 1986년 9월14일 오후 3시께 공항 청사 1층 외부에 있던 철제 쓰레기통에서 폭탄이 터진 사건이다. 지름 50㎝, 높이 1m 크기의 쓰레기통 안에 있던 'C-4' 폭탄이 터진 것인데, 수류탄 7개와 맞먹는 강력한 폭발이었다.이 사고로 일가족 4명 등 5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둔 터라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이 사건은 당시 공항의 허술한 경비 체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포공항에는 1973년 신설된 공항경비대가 있었지만, 폭탄이 쓰레기통에 설치된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1986년 9월16일 '김포공항 허술한 경비 체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공항 경비 전반과 공항 외곽에 대한 책임은 군이, 청사 안팎 경비는 공항경비대가, 청사 출입은 청원경찰이 담당하는 등 다원화돼 있어 보안 업무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고위당국자도 현장 시찰에서 공항 안팎의 경비 체계를 재점검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경비'에 방점이 찍혀있던 공항 경비 업무는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 예방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같은 해 공항경비대가 공항경찰대로 바뀌면서 조직이 대폭 개편됐고, 공항 내 철제 쓰레기통 역시 이 사건 이후 사라졌다.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에서 폭발물 설치나 생화학 물질 살포 등의 테러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2016년 1월 공항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돼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공항 1층 남자 화장실 좌변기 칸에서 가로·세로 약 30㎝, 높이 4㎝ 크기의 화과자 상자와 부탄가스, 라이터용 가스통 등과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까지 나서 확인한 결과 다행히 뇌관과 화약은 없었다. '가짜 폭발물'을 설치한 30대 남성은 사회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까지 간 재판 끝에 폭발성물건파열 예비 혐의,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인천공항뿐 아니라 항공기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수사하는 것도 인천공항경찰단의 몫이다. 인천공항경찰단에 수사과가 별도로 있는 이유다. 다만 경찰이 모든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기 때문에 기내에서는 기장과 승무원이 경찰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기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1974년 기장과 승무원에게 사법경찰관의 권한을 부여했다. 항공기의 안전과 승객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취지다.현행법은 항공기 납치나 기내에서의 흡연·폭언·난동·고성방가 등의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불법 행위는 기내 흡연이다. 기내 흡연 금지 조항은 2002년 신설됐는데, 2016년 처벌 수준이 강화돼 현재는 최대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2014년에는 가수 김장훈이 프랑스 드골 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2016년 12월에는 미국 팝스타 리차드 막스(Richard Marx)가 SNS를 통해 알린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건'이 화제가 됐다. 한 30대 남성이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만취 상태로 승객과 승무원 등을 때리며 난동을 부린 것이다. 승무원과 리차드 막스 등 주변 승객들은 이 남성을 포승줄로 결박했다. 리차드 막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승무원들의 대처가 미숙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기장과 승무원이 기내에서 이 같은 범죄 행위를 적발하면 항공보안법에 따라 착륙 후 공항을 관할하는 현지 경찰에 피의자를 인도한다. 우리나라로 오는 외국 항공기에서 범죄 행위가 적발되면 우리나라 경찰이 예비조사를 진행한다. 기내 범죄는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까닭에 처벌 수준을 갈수록 강화하는 추세다.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하기 이전인 올해 1월 설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은 일평균 20만명을 넘었다. 20만명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나쁜 생각을 가진다면 최악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공항경찰단 박재영 대테러기동대장은 "흰색 가루나 장기간 방치된 캐리어에 대한 테러 의심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다"며 "아직 실제 상황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었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공항경찰단 대테러기동대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된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1986년 9월 14일 김포국제공항 청사 1층 외부 철제 쓰레기통에서 폭탄이 터져 5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하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경인일보DB동아일보 1986년 9월 15일자 5면에 보도된 김포공항 폭탄 테러 사건 사진. /동아디지털아카이브 제공2016년 12월 20일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만취한 30대 남성이 승무원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항공기에 타고 있던 미국 팝스타 리차드 막스는 승객 제압에 협조했고 이후 승무원의 대처가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리차드 막스의 아내 데이지 푸엔테스 SNS 캡처

2020-08-19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6)]수하물

여객터미널서 짐 맡기면 항공사는 '수하물 처리시설'로 보내주인이 타고 있는 항공기 인근 적재대 향해 대부분 자동 이동바코드 인식기 통과 후 폭발물등 위험물 있는지 검색대 거쳐제2터미널 컨베이어 길이 53㎞… 목적지따라 '수십㎞' 여정인천공항 지연 '100만개당 3개꼴'로 세계 최고 시스템 평가'해외여행'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아마도 상당수가 '공항' 또는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떠올릴 것이다. 여행 며칠 전부터 캐리어에 차곡차곡 짐을 담아 여행 당일 공항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게 마련이다. 부푼 마음을 가지고 공항에 도착하면 항공권을 발권받고 짐을 맡긴다. 여행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출국 심사를 거쳐 면세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항공기에 탑승한다. 많은 이가 비행을 거쳐 도착할 때까지 한 번쯤은 생각한다.'내가 맡긴 짐이 무사히 도착해야 할 텐데'.여객이 항공기 탑승 전에 항공사에 맡긴 짐을 '위탁 수하물'(이하 수하물)이라고 부른다. 항공기에 들고 타는 짐은 '휴대용 수하물'이다. 여행객이 항공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가방의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이 캐리어 등과 같은 짐을 항공사에 맡긴다. 여객터미널에서 내 손을 떠난 짐이 수백~수천㎞ 떨어진 공항에서 내 손안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이용하고, 1천편 이상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에서 수하물이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는 데에는 정교한 설계와 첨단 기술·장비, 공항 종사자들의 노력이 있다.8월6일 오후 2시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서편에 있는 '수하물 처리시설'. 층층의 컨베이어벨트는 굽이굽이 휘어지고 나뉘고 또 합쳐졌다. 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컨베이어벨트는 꼬리표(Tag·택)를 달고 있는 캐리어를 이동시켰다.여객이 여객터미널에서 수하물을 맡기면 항공사는 이를 수하물 처리시설로 보낸다. 승객의 손을 떠날 때부터 항공기에 실릴 때까지 수하물을 처리하는 것이 수하물 처리시스템(BHS·Baggage Handling System)이다. 수하물 처리시설은 이 시스템이 운영되는 공간이자 장비를 일컫는다.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는 수하물 처리시설로 짐을 보내는 투입구가 14개 있다. 택을 단 수하물은 투입구를 통해 수하물 처리시설로 들어온다. 컨베이어벨트로 빽빽하게 차 있는 이 공간에서는 수하물이 출발 항공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분류·이동·검색 등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수하물 처리시설은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 각각 설치돼 있다. 이날 찾은 제2터미널 수하물 처리시설 면적은 14만1천584㎡. 축구장 20개 규모다. 수하물은 주인이 타고 있는 항공기 인근 적재대로 이동한다. 항공편별로 적재대에 모인 수하물을 지상조업사가 항공기 안으로 옮긴다. 투입구에서 적재대까지 수하물이 이동하는 대부분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 바탕이 되는 것은 항공사가 수하물에 붙인 택이다. 바코드가 인쇄된 택에는 수하물이 탑재돼야 할 항공기 정보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투입구로 들어온 수하물은 우선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면서 바코드 인식기를 통과한다. 이어 폭발물 등 위험물이 있는지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테러 등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제2터미널에서는 모든 수하물을 폭발물 정밀검색장비(EDS·Explosive Detection System)로 검색한다.폭발물 검색을 거친 수하물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로 향한다. 철도의 갈림길과 비슷하다. 직진하기도 하고, 30도 가량 꺾여 새롭게 나 있는 컨베이어로 옮겨타기도 한다. 모든 수하물이 최단 경로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하루에 1천여대의 항공기가 도착하고 이륙하기 때문이다. 일부 우회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수하물이 이동하는 거리만 수십㎞에 달하기도 한다. 제2터미널에 설치된 컨베이어 총 길이는 53㎞다. 인천 남동구에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하다.승객이 인천공항에서 환승해 다른 항공기를 탈 때는 어떨까. 당연하겠지만 수하물은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인천공항은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탑승동에서 항공기를 탈 수 있다. 수하물 처리시설은 모두 연결돼 있다. 각 터미널을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이 뚫려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출발해 제1터미널에서 내린 뒤 제2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는 승객이 있다고 하자. 이 승객의 수하물은 중국 공항에 설치된 수하물 처리시설을 거쳤다. 이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수하물 처리시설로 들어온 뒤 터널을 통해 제2터미널로 이동하게 된다. 터미널을 이동하는 수하물은 초당 7m의 속도로 이동한다. 곡선 없이 직선으로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됐기 때문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 승객의 수하물은 제2터미널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야 목적지인 미국행 비행기에 실릴 수 있다.이처럼 환승객의 수하물은 이동거리가 긴 만큼 수하물 택이 훼손되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수하물운영팀 김승철 차장은 "출발편 수하물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환승하는 승객의 수하물은 외국 수하물 처리시설을 거쳐서 오기 때문에 바코드가 있는 택이 일부 훼손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작업을 통해 바코드를 찍는다. 수하물 처리 과정 중 유일하게 수작업이 이뤄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 수하물 처리시스템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제때 도착하지 않는 수하물은 100만개당 3개 정도다. 전 세계 공항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다만 2016년 1월 5천여개의 수하물이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수하물이 몰리면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최진수 차장은 "제2터미널이 개장하기 직전 제1터미널은 포화상태였다. 항공기가 몰리는 시간에 지각 수하물이 발생했으나, (2018년 1월) 제2터미널 개장 이후엔 수하물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1995년 개장한 미국 덴버공항은 수하물 처리시설 문제로 개장을 4차례나 늦췄다. 영국 히스로공항에서는 2008년 수하물 처리시스템 오류로 3만5천여개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거나 분실됐다. 히스로공항은 유럽 허브 공항이면서 '지각 수하물'로 유명하기도 하다. 2016년 영국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참가한 프로골퍼 캐리웹도 골프채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빈손으로 경기장에 가야 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골프채를 항공사로부터 전달받아 경기를 치렀지만, 히스로공항은 그만큼 지각 수하물과 관련해 '유명'하다.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수하물 처리도 한몫했다.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2019년 12월까지 인천공항에서 처리한 수하물은 6억8천415만개다. 수하물을 한 줄로 세우면 61만6천㎞에 달한다. 지구를 16바퀴 돌 수 있는 거리다. 김승철 차장은 "수하물을 처음 건네받는 항공사, 수하물 처리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 수하물을 항공기에 싣는 지상조업사 등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각 기관·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때문에 분실과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수하물 처리시스템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유지·보수는 사람의 손이 안 갈 순 없다. 비상 상황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24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인천공항시설관리(주) 이상광 T2 BHS 소장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각 터미널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통제실에서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BHS 운영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수하물'을 '교통편에 손쉽게 부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짐'으로 정의하고 있다. 항공 교통이 대중화하면서 수하물은 항공편에 싣는 짐을 의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에서 수하물을 검색하면 '국내선 기내 음식물 반입', '기내 수하물', '기내 수하물 액체', '국내선 수하물' 등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모두 항공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처럼 수하물을 항공기와 연결해 인식한 것은 50년 전부터다. 경향신문은 1966년 11월16일 '박살난 이삿짐 철도화물 믿고 부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 명 반 분의 푯값을 들여 수수료를 지불하고 부친 수하물"이라고 표현한다. 이때만 해도 수하물은 대부분 철도에 싣는 짐을 이야기했다. 12년이 지난 1978년 12월4일 매일경제는 "영국에서 개발된 X선 선별장치는 공항에서 수하물 선별로 인한 지연을 단축하기 위해(후략)"라고 보도했다.새로운 교통수단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PAV(개인비행체)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다. 10~20년이 지나면 지금과 다른 새로운 교통수단이 일상에 젖어들 수 있다. 이때 수하물은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승객의 손을 떠난 수하물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시설.인천공항 제2터미널 BHS(수하물 처리시스템) Operation Center. 이곳에서 수하물 처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기기 가동 등을 통제한다.

2020-08-12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5)]대중문화와 # IncheonAirport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많은 곳 '#인천공항' 부동의 1위K-Pop 스타 입출국 장면 메인… 해외 팬도 직접 방문젊은 층, 출국 위한 특별한 장소 아닌 '일상화'된 공간공항 속사정 담은 드라마 '여우각시별' 등 콘텐츠 다양동남아 영화 촬영지 인기… '여행가고 싶은 한국' 상징21세기 시작과 함께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은 단순한 터미널이 아닌 새로운 '문화 놀이터'로도 자리 잡았다.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2009년 여름 영국 히드로국제공항에 상주한 경험을 담아 쓴 에세이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혼돈과 불규칙성이 가득한 세계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피난처로 보인다. 공항 터미널은 현대 문화의 상상력이 넘쳐나는 중심이다.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깔끔하게 포착한 단 하나의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당연히 가야 할 곳은 공항의 출발과 도착 라운지밖에 없을 것이다'.알랭 드 보통의 '공항 예찬'이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는 않은 듯싶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은 2016년과 2018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시태그(#)가 많았던 장소를 발표했는데, 인천공항이 계속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2위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고, 2018년 2위는 에버랜드였다.사람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입력하는 문자를 통해 자신의 SNS 게시물을 전 세계로 공유한다. SNS상 해시태그 '#인천국제공항' 또는 '#Incheonairport'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은 무엇을 공유할까.5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인천국제공항' 또는 '#Incheonairport'를 검색했을 때 단연 눈에 띄는 게시물은 K-Pop 스타들의 공항 입출국 장면이다.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직접 촬영한 사진·동영상도 상당수다. 해외 팬들도 한국의 스타들을 보려고 일부러 인천공항을 찾곤 했다.인스타그램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SNS '틱톡'에서 인천국제공항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천공항을 걷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 지수 등 K-Pop 스타들이 넘쳐난다. 물론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 촬영한 게시물이지만, SNS시대의 인천공항은 TV 속에서만 보던 K-Pop 스타들을 직접 만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해시태그 '#Incheonairport'는 외국인들이 한국 땅을 밟고 처음 찍은 사진·동영상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관문'을 상징한다. 공항 길을 안내하는 인천공항의 마스코트 로봇 '에어스타(AIRSTAR)'도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SNS 게시물이다.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각 나라 외국인들이 제작한 '인천국제공항 이용법' 영상을 볼 수 있다. 공항 내 한식당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가장 좋은 공항 라운지"라는 반응이 많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유튜브 계정을 통해 '인천공항TV' 등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공항에 관한 각종 정보를 알리고 있다. 정지은 문화평론가는 "과거 공항은 여객기를 이용할 때가 아니면 잘 가지 않는 특별한 공간이었다면, 아이돌을 보기 위해 기다리거나 사진을 찍으러 공항을 자주 찾게 된 젊은 층에는 일상화한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대중문화 콘텐츠 중에서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인천공항의 속사정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2018년 10~11월 방영한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이다. SF적 설정과 로맨스가 있지만, 드라마 주요 배경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 공항 일대다. 거의 모든 출연진이 공항 직원 역할을 맡았다.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인천국제공항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았다.배우 이제훈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 직원 이수연은 카이스트를 졸업해 최고 점수로 공항공사에 입사한 수재다. 배우 채수빈이 맡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 직원 한여름은 삼수 끝에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줄임말)에 겨우 입사했지만,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며 상사에게 혼쭐나기 일쑤다. 인천공항 여객서비스팀과 보안팀 직원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최근의 '인국공 사태'가 떠오르기도 한다.드라마 '여우각시별' 속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놀랄 법한 에피소드들이 묘사되는데, 대부분 국내외 공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몄다고 한다. 평생 비행기 한번 안 타본 자녀를 위해 금괴밀수 '운반책'으로 가담하는 대가로 항공권과 여행비를 받은 부부가 '여우각시별'에 등장한다.현실은? 2018년 6월 인천지법은 200g짜리 소형 금괴 40개를 8차례에 걸쳐 몸에 숨겨 중국 옌타이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한 회사원 A(38)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법원은 A씨에게 밀수한 금괴 규모에 해당하는 3억6천9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금괴를 한 번 운반할 때마다 항공권과 숙박비 등을 제외한 운반비 4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금괴 운반에 가담하는 사람 상당수는 '공짜 여행' 때문이었고, 대다수는 세관 검색에서 잡힌다.10년 전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하다면 2007년 5~7월 방영한 MBC 드라마 '에어시티'를 보면 된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6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제작된 인천공항 소재 드라마다. 주인공으로는 배우 이정재가 인천국제공항 담당 국정원 요원으로, 한류스타 최지우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본부 실장으로 열연했다.드라마 '여우각시별'의 시점은 불과 10년 전의 인천국제공항이지만, 공항 곳곳을 채운 인프라가 많이 다르다. 그만큼 인천국제공항이 첨단화했다는 의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의 일상도 두 드라마가 사뭇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여우각시별'과 '에어시티'는 코로나19로 공항 갈 일이 없어진 요즘 '언택트'(Untact)로 인천공항을 즐기기에 제격인 콘텐츠다.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 등에서 유료 결제 후 시청할 수 있다.인천국제공항은 빼놓을 수 없는 영화·드라마·CF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인천영상위원회가 로케이션을 지원해 인천공항에서 촬영한 영화 등 영상 콘텐츠만 90편이 넘는다. 국내에서 입출국 장면을 찍을 곳이 인천국제공항 말고 어디가 있겠는가. 최근작부터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영화 '블랙머니'(2019), '비스트'(2019), '버닝'(2017), '강철비'(2017), '옥자'(2017), '택시운전사'(2017) 등이 있다. 드라마는 '남자친구'(2018), '비밀의 숲'(2017), '아이리스'(2009) 등 화제작들이 인천국제공항 풍경을 담았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여러 편의 장편영화 촬영지로 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동남아 영화 속 인천공항은 '여행 가고 싶은 나라 한국'을 상징한다.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수많은 해외 보도진의 카메라를 타고 전 세계로 송출된 적이 있다. 2014년 9월11일 오후 6시47분 고려항공 JS615편을 타고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남한으로 온 북한 선수단 선발대 94명의 입국 장면이다. 카메라에 잡힌 북한 대표팀 선수들은 하얀 재킷에 파란색 셔츠와 함께 남성은 파란색 바지를, 여성은 파란 원피스를 입었다. 재킷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덴마크 유명 스포츠 브랜드 '험멜' 가방을 메고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던 북한 선수의 모습은 경직됐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여유롭고 밝아 보였다. 베일에 싸여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디어에 공개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다.공항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이후에야 활발하게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하림의 '출국'(2001), 마이 앤트 메리의 '공항 가는 길'(2004), 거북이의 '비행기'(2006), 윤종신의 '도착'(2013), 박진영·이진아의 '공항 가는 길'(2015), 리듬파워의 '인천공항'(2019) 등이 있다. 인천공항을 연상하면서 들어봐도 좋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한 '#incheonairport'. K-Pop 스타들의 인천국제공항 입출국 장면이 다수 나온다.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지월드투어를 마치고 귀국하는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몰린 팬들로 인천공항 입국장이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인천공항의 마스코트 로봇 '에어스타(AIRSTAR)'. /경인일보DB

2020-08-05 박경호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4)]버드 스트라이크

이착륙시 항공기와 충돌 자칫 대형사고조류, 소음커도 30m 접근해야 회피 습성'허드슨강의 기적' 엔진 빨려든 새 원인인천공항, 전담직원 30명 900만㎡ 담당산탄엽총·음파퇴치기 동원… 일부 포획"새들도 학습… 불규칙하게 순회 단속"인근 습지 등 환경요인 분석·관리 중요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할 때면 새 한 마리조차 공항구역 안으로 들어와선 안 된다.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기체와 충돌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비행기와 새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하늘에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상황 중 하나다.인천국제공항도 개항 후 20년 가까이 365일 24시간 새떼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활주로와 유도로, 계류장, 관제탑 등 인천공항 내 접근이 제한된 공간인 '에어사이드' 면적은 축구장 1천265개 규모인 약 900만㎡로 광활하다. 인천공항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새를 쫓는 사람들이 있다.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 소속 전담 요원 30명이 그들이다. 모두 수렵 면허증을 갖추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베테랑이다.7월15일 오전 인천공항 활주로 인근 초지에서 만난 야생동물통제관리소 요원들은 허공을 향해 산탄 엽총을 겨누고 있었다. "빵!" 새떼를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되도록 위협사격으로 공항 밖으로 쫓아내는 게 우선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유효 사거리가 50m로 짧은 엽총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음파퇴치기' 1대를 도입했다. 조류가 싫어하는 음파를 쏘는 기기다. 음파퇴치기는 사거리가 600m에 달해 항공기가 운항 중일 때 주로 사용한다. 요원이 다가갈 수 없는 활주로 등으로 날아든 새를 쫓기에 효율적이다. 음파퇴치기는 사람이 들어도 귀가 얼떨떨할 정도다.그렇다고 음파퇴치기만 이용한다면 새들이 학습 효과로 적응하므로 엽총 퇴치 방식과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김진현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장은 "새를 직접 포획하는 것보다는 특정 장소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시켜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물론 포획가능한 새들로 한 두 마리 정도는 실제로 잡아야 해당 장소가 위험한 줄 알고 새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2016년 영화로도 제작된 항공 사고인 '허드슨강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은 새가 비행기를 불시착시키는 상황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2009년 1월15일 오후 3시25분께 미국 뉴욕 인근 라과디아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향할 예정이던 US 에어웨이스 소속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이륙한 지 2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다. 이 여객기에는 승무원과 승객 155명이 타고 있었다. 42년 경력의 베테랑 체슬리 설렌버거(Chesley sullenberger) 기장이 미끄러지듯 강에 비상 착수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엔진 고장의 범인은 다름 아닌 '캐나다 기러기'(Canada Goose)였다.보통 시속 370㎞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항공기에 900g짜리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으로 계산한다. 엔진이 아닌 항공기 기체나 유리에 부딪히더라도 기체가 움푹 패거나 깨질 수 있다. 청둥오리보다 훨씬 큰 캐나다 기러기(6.5㎏까지 성장) 여러 마리가 엔진에 충돌하듯 빨려 들어갔으니 엔진이 박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항공기 프로펠러의 일종인 팬 블레이드가 버드 스트라이크로 휘어지면 공기가 엔진 속을 부드럽게 흐르지 못해 정체하거나 역류하는 '서징'(Surging) 현상 등으로 엔진을 멈추게 하는 고장을 일으키게 된다.1995년 알래스카 미 공군기지에서 승무원 24명을 태운 조기경보통제기 E-3가 이륙 2분 만에 캐나다 기러기떼와 충돌해 추락했고, 승무원 전원이 숨졌다.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승무원과 승객 233명이 탄 우랄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 직후 갈매기떼와 충돌해 옥수수밭으로 비상 착륙했다. 탑승자들은 무사했다. 이처럼 버드 스트라이크는 새가 날지 않는 높은 고도보다는 이착륙 당시에 많이 발생한다.그런데 왜 새는 덩치가 크고 소음도 심한 비행기를 피하지 않고 충돌하는 경우가 잦을까. 자연 상태에서 새들은 천적이 다가오더라도 크기·속도와 관계없이 일정 거리 이내에 접근해야만 피하는 습성이 있다. 그 거리는 대략 30m라고 한다. 그보다 멀면 반응하지 않는데, 천적도 아닌 비행기가 다가오는 것을 새가 굳이 30m 밖에서부터 피할 이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비행기가 시속 30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날아들고 팬 블레이드가 돌아가면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새가 30m 안으로 접근한 기체를 피할 재간은 없다.인천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사례는 2015년 9건, 2016년 11건, 2017년 9건, 2018년 20건, 2019년 17건이다. 이 기간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항공기 피해나 운항 장애는 없었다. 번식기 이후 새로 태어나는 조류가 많고, 철새가 인천공항 인근을 지나는 8~10월 버드 스트라이크가 집중된다.야생동물통제관리소가 지난해 분산·퇴치한 새들을 월별로 살펴보면 1~3월 1만2천343마리, 4~6월 1만4천730마리, 7~9월 3만4천994마리, 10~12월 2만2천603마리다. 인천공항 일대에는 백로과, 오리과, 맹금류, 도요새·물떼새과, 갈매기과, 꿩, 까치 등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텃새인 종다리와 충돌하는 일이 가장 빈번하다고 한다.버드 스트라이크 예방은 과학적 접근과 함께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8명씩 3개 팀으로 구성된 야생동물통제관리소는 시간과 동선을 규칙적으로 정해 움직여선 안 된다. 새들도 학습하기 때문에 요원들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동선으로만 활동한다면, 새들은 그 빈틈을 노려 출몰한다. 그래서 24시간 동안 불규칙하게 수시로 에어사이드 내를 순회하면서 활동한다. 에어사이드 바깥에서는 수렵 면허를 가진 야생생물관리협회 회원들이 버드 스트라이크 예방 활동을 돕고 있다.비 오는 날이면 벌레들이 땅 위로 올라와 새들이 많아진다. 공항 내 풀이 긴지 짧은지에 따라 몰려드는 새의 종류가 다르다. 계절별로도 다르다. 야간에는 수리부엉이 같은 야행성 조류를 경계해야 한다. 이처럼 인천공항 주변 조류의 서식·활동 특성을 요원들이 익혀야 효율적으로 버드 스트라이크를 예방할 수 있다. 야생동물통제관리소는 한 해 평균 10만마리 정도의 새를 공항 밖으로 쫓아내고, 연평균 530여마리의 야생동물을 잡고 있다.새만 잡는다고 끝이 아니다. 야생동물통제관리소는 공항 외곽을 계속 이동하면서 조류 서식 여부를 파악하고, 습지와 농경지 등 야생동물을 공항으로 유인하는 환경적 요인을 분석하는 '랜드사이드' 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야생동물통제관리소에서 근무한 김진현 소장은 "개항 초기에는 현 스카이72 골프장 자리가 습지라서 오리떼가 엄청나게 많이 살았는데, 골프장이 조성되면서 사라졌다"며 "인천공항 주변 개발로 조류 서식 환경도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서식지 관리·연구도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했다.항공기 기체 등에서 조류의 사체 등 버드 스트라이크 흔적이 발견될 때도 야생동물통제관리소 요원들이 사체·혈흔·깃털 등을 채취해 인천 서구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에 DNA 분석을 의뢰한다. DNA 분석을 통해 조류의 종류는 물론 버드 스트라이크가 한국에서 있었는지, 국외에서 있었는지 파악해 조류 통제 활동에 활용한다.인천공항공사, 서울지방항공청, 항공사, 학계는 조사 보고서와 분석 자료 등을 종합해 과학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18년 공군, 한국공항공사, 학계 등 국내 공항 조류 통제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한 야생동물통제관리협의회를 발족하기도 했다.고라니 같은 육상 동물은 또 다른 골칫거리다. 외부에 있는 고라니가 공항구역 담장을 넘어들어올 가능성은 적지만, 영리하게도 에어사이드를 출입하는 차량의 뒤를 몰래 따라와 침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공항구역으로 들어오려는 고라니를 다치지 않게 포획하고자 발이 빠지는 발판을 설치했다.버드 스트라이크 대응책은 첨단화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안에 음파퇴치기 1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포획을 지양하는 페인트볼건, 버드볼 및 레이져건 등의 조류통제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유덕기 인천공항공사 운항안전팀장은 "해외 국제공항에서 활용하고 있는 레이저건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친환경적이면서 과학적인 버드 스트라이크 예방 대책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인천국제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 요원이 첨단 장비인 음파퇴치기를 가동하고 있다.지난해 9월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할 예정이던 여객기가 호찌민공항 도착 직전 상공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연합뉴스인천국제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 요원들이 지난 15일 인천공항 에어사이드 초지에서 엽총과 음파퇴치기를 통한 조류 퇴치활동을 시연하고 있다.

2020-07-29 박경호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3)]지상조업 (下)

항공기 상·하부공간 나눠 적재에 활용전후좌우 중량 맞아야 몸체 균형유지"측풍 불때 자칫해 중심 못잡으면 위험"인천, 1·2화물터미널 年 146만t 처리량효율적 운송 위해 7면체 'ULD'에 담아'코로나19 특수' 승객석에 화물 싣기도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운송을 비롯한 항공 산업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는 업종이 바로 화물 운송 분야다. 사람의 이동은 멈췄어도 물자의 이동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이용한 화물 운송은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1%를 위한 항공 운송이 없다면 빠르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화물을 지구 반대편으로 실어나르는 것이 어려웠을지 모른다. 수출입 항공 화물을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일은 항공사가 아닌 '항공지상조업사(aircraft ground handling)'가 맡는다.지상조업사는 인천국제공항의 화물터미널 창고를 운영하면서 비행기가 화물을 가득 싣고 공항을 떠나기 전까지의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수입 화물 하역도 지상조업사의 몫이다. 7월 7일 찾아간 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 A동 대한항공 전용 수출 화물창고(warehouse). 대한항공 수출 화물을 담당하는 지상조업사 한국공항(KAS)의 조업 근로자들이 대형 화물 트럭에서 내린 각종 화물을 창고 내 정해진 위치에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물은 목적지별로 분류돼 비행기에 실리기 전까지 창고에 보관된다.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은 연면적 4만4천100㎡ 규모로 연간 120만t의 화물을 처리할수 있다. 제2화물 터미널은 2만2천050㎡ 규모로 연간 26만t의 화물 처리가 가능하다.수출 화물은 반입, 계량, 보안검색, 보관, 적재, 계량, 출고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행기에 실릴 수 있다. 화주가 수출입 대행사인 포워딩 업체를 통해 맡긴 화물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로 모인다. 비행기는 화물기(FRTR)와 여객기(PAX)로 나뉜다. 화물기는 비행기 상부 공간인 메인덱(maindeck)과 하부공간의 로어덱(lowerdeck)에 모두 화물이 실리는 비행기다. 여객기는 메인덱에는 승객용 좌석이 있고 로어덱에만 화물이 실린다. KAS의 주요 고객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PAX 143대, FRTR 23대로 화물기가 훨씬 적지만, 따지고 보면 여객기의 절반이 화물칸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이는 카페리 선박에 승객과 함께 컨테이너를 싣는 것과 마찬가지다. 택배문화가 발달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속버스 짐칸에 작은 화물이 실렸다.지상조업 근로자들이 창고에 화물을 반입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계량이다. 화물의 무게에 따라 운송료를 책정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화물별 무게를 알아야만 한쪽으로 너무 무거운 짐이 쏠리지 않게 적재할 수 있다. 비행기에 화물을 적재할 때는 균형(balance)을 잡아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좌우 균형뿐 아니라 앞뒤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비행기가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다. 비행기의 무게 중심을 잡는 일은 연료의 소진까지 신경 쓸 정도로 세심한 작업이다. 기내식 탑재량과 승객 숫자까지 모두 고려해 비행기의 무게 중심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총괄하는 사람을 '로드 마스터'라고 한다.KAS의 김삼용 KAL화물지원팀장은 "비행기 몸체로 바람이 부는 측풍이 있을 때는 자칫하면 비행기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있어 로드마스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계량을 마친 화물은 엑스레이 장비에 통과시켜 혹시 모를 위험물질이나 수출입 금지 품목, 마약류 등을 확인한다. 계량과 보안검색을 마쳐야 화물은 비로소 창고 입구에 쳐진 붉은색 선을 넘어올 수 있다.창고에 반입된 화물은 동남아, 일본, 미주, 유럽 등 목적지별로 분류된다. 창고의 '로케이션 맵(location map)'에 따라 위치가 가로·세로 좌표로 지정돼 있다. 바둑판처럼 생긴 수출 창고 로케이션 맵은 가로가 8칸 알파벳(N~U), 세로는 5칸의 숫자(0~4)로 지정돼 있다. 예를 들어 'Q-3' 구역은 가로 4번째, 세로 4번째 칸이라는 의미다. 각 화물에는 에어웨이 빌(airway bill)이 부착돼 있어 예약된 항공편을 바로 알 수 있다. 화물은 전동지게차에 실려 각 보관장소로 이동돼 보관되며, 이 후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작업 공간에서 적재 작업이 진행된다. 워크스테이션에는 리프트 장치가 설치돼 있어 화물을 높이 적재할 수 있다.워크스테이션에 적재된 짐은 ULD(Unit Load Device)로 규격화된다. 직역하면 '단위 탑재 용기'라고 하는데 비행기 전용 컨테이너라고 보면 된다. ULD 컨테이너는 직육면체 상자의 한쪽 모서리를 깎아놓은 7면체 모양이다. 비행기 로어덱의 단면이 반원처럼 생겼기 때문에 직육면체의 상자를 실으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7면체 모양이다. 은색의 컨테이너는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알루미늄이나 유리섬유로 제작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컨테이너는 61.5인치×60.4인치×64인치(156㎝×153㎝×162㎝) 규격으로 최대 중량은 1천588㎏이다. 중량과 비행기 적재 위치에 따라 상자의 크기는 달라진다.ULD는 규격화된 팔레트에 실리는 형태도 있다. 팔레트는 금속의 납작한 판 위에 화물을 쌓은 뒤 그물과 비닐 등으로 단단하게 고정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주로 쓰이는 팔레트는 96인치×125인치(243㎝×317㎝) 크기로 최대 6천804㎏을 적재할 수 있다. ULD에는 총 10자리의 알파벳·숫자로 된 고유 표식이 있는데 이를 통해 화물의 종류를 짐작할 수 있다. 앞의 알파벳 3자리 중 첫째 자리는 ULD 타입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로 지정된 컨테이너의 종류를 의미한다. AKE는 일반 화물용 ULD이며 ALF는 AKE 2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대형 ULD를 뜻한다. RKN은 온도 조절 장치가 달린 컨테이너, HMA는 살아 있는 말을 운반하는 전용 컨테이너다. 이 알파벳 코드로 바닥 면적, 세 번째 자리는 컨테이너 모서리의 깎임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 5자리 숫자는 컨테이너 일련번호이고, 맨 뒤 알파벳 2자리는 컨테이너 보유 항공사 코드다. KE는 대한항공, OZ는 아시아나항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KE12345KE'라고 적힌 화물은 '대한항공의 의류를 포함한 일반 화물'이라는 뜻이다.창고에 보관된 ULD는 비행기의 이륙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출고된다. 최소 1t이 넘는 ULD는 'ETV(Elevating Transfer Vehicle)'이라는 장치로 운반한다. ETV는 항만으로 치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크레인과 같은 역할이다. 이 창고에는 총 4기의 ETV가 있는데 1기는 무인이고, 3기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방식이다. ETV 기사가 로케이션 맵을 보고 원하는 위치를 지정하면 전후상하로 ETV가 이동해 해당 ULD를 출고한다. ULD가 창고에서 바깥으로 출고되기 직전에는 무게를 재기 위한 계량 작업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지상조업 근로자가 바코드를 찍고, '드롭(drop)' 버튼을 누르면 짐은 비행기로 가게 된다.송양훈 KAS KAL화물지원팀 책임 검수사는 "엘레베이터 층수를 누르듯이 원하는 로케이션을 누르면 ETV가 이동을 해 작업 완료된 ULD를 이동시키는 방식"이라며 "출고된 화물을 비행기가 있는 주기장까지 옮겨 로어덱 또는 메인덱에 싣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ULD는 터그카(tug car)라는 운반 장비에 실려 비행기로 이동된다. 그 이후에는 여객 지상조업과 마찬가지로 로더(loader)로 짐을 올려 비행기에 탑재한다. 수입 화물은 수출과 반대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의 화물 운송은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화물 운송량으로 보면 큰 변화는 없지만, 운송료가 2~3배가량 치솟았다. 이는 여객기 운항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객기가 뜨지 않다 보니 그동안 여객기 로어덱으로 실어 날랐던 화물도 멈췄다. 공급은 줄고, 수요가 많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는 승객 없는 여객기를 띄우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기서 더 나아가 승객 좌석에 커버를 씌우고 메인덱에 화물을 적재·운송하고 있다. 일부 여객기는 아예 화물기로 개조하는 것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인천공항의 화물 지상조업은 수출입 화물 외에 통과 화물의 비중도 적지 않다. 통과 화물은 3국을 경유하는 것으로 화물의 환승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대한항공의 화물 처리량은 인천공항 전체 물동량의 절반에 달한다. 국내 항공 화물 조업의 시장 점유율은 KAS가 138만t으로 53%를 차지하고 AAP(Asiana Air Port)가 79만t으로 30%, AACT(Atlas Air Cargo Terminal) 24만t(9%), SHARP 13만t(5%) 순이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지상조업 근로자들이 창고에서 출고된 화물을 터그카에 연결해 화물기로 옮기고 있다.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 A동 대한항공 전용 수출 화물창고(warehouse)에서 지상조업 근로자들이 지게차 등을 이용해 항공기에 실릴 화물들을 분류하고 있다.지상조업 근로자가 ETV(Elevating Transfer Vehicle)를 이용해 항공기 전용 컨테이너인 ULD(Unit Load Device)를 화물기로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여객기에 장착된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에 화물이 적재되어 있다. /연합뉴스

2020-07-22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2)]지상조업(上)

'탑승교' 정위치접현 확인뒤 기장 전달후진 못하는 항공기 '토잉카' 견인 의존자력출발 지점까지 '푸시백'후 수신호 "이따금 화답하는 승객 보면 보람 느껴"도착 이후 내릴때 반대편 수하물 하역신속히 '카고 달리' 옮긴후 입국장으로KAL 자회사 KAS, 국내 점유율 50%하늘에서의 긴 여정을 마친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에 바퀴를 내딛는 순간 땅에서는 다음 비행을 위한 숨 가쁜 '항공지상조업(aircraft ground handling)'이 시작된다.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하면 승객의 짐을 재빨리 내려 입국장으로 실어 날라야 하고, 다음 비행 일정에 맞춰 기내 청소와 방역, 화물 하역, 시트 교체, 급유·급수, 기내식 탑재 등 모든 작업을 일사불란하게 마쳐야 한다. 비행기가 땅에 바퀴를 붙이고 있는 동안 모든 것을 책임지는 지상조업은 공항을 움직이는 여러 톱니바퀴 가운데 없어선 안 될 핵심 분야다.7월 7일 오후 4시 30분께 미국 댈러스 포트워스 공항에서 출발해 13시간 48분의 비행을 마친 대한항공 KE032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231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신호등처럼 생긴 시각주기유도시스템(VDGS) 안내에 따라 비행기가 정위치에 멈추자 지상 조업원이 바퀴에 고임목(chock)를 설치했다.이 비행기는 보잉 787-9 기종인데 기종별로 앞바퀴가 닿는 지점이 다르다. 비행기 탑승구와 공항 게이트 탑승교(boarding bridge)의 문을 꼭 맞추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 정확하게 멈추도록 안내하는 것이 바로 인터폰 맨 역할이다. 정위치를 확인한 인터폰맨이 조종석의 기장에게 완료 신호를 보내자 기장은 항공기 파킹 브레이크를 해제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지상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비행기가 승객들의 하기(下機)를 위해 기체 왼쪽에 탑승교를 접현하자, 수하물을 내리기 위한 장비가 기체 오른쪽에 일제히 달라붙었다. 여객기의 경우 상부 공간(메인덱·main deck)에 승객용 좌석이 설치돼 있고 하부 공간(로어덱·lower deck)의 짐칸에 각종 화물과 승객들의 짐이 실린다. 지상조업은 비행기 로어덱의 짐을 최대한 빨리 내려 승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그 임무를 시작한다.로어덱에 실린 컨테이너와 팔레트(벌크화물)를 하역하기 위해서는 '로더(loader)'라는 장비가 투입된다. 로더는 작업대를 위아래로 움직여 화물을 탑재하거나 하역하는 장비다. 지상조업 근로자가 작업대에 올라타 로어덱의 문을 먼저 개방해야 하는데, 그 전에 유압 리치를 당겨서 기내와 바깥의 기압 차를 맞춰야 한다.문을 연 후 가장 먼저 내리는 짐은 로어덱 꼬리 칸에 실린 중요 화물이다. 유모차, 휠체어, 동물 등은 즉시 승객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내릴 수 있는 자리에 적재한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의 짐도 우선순위가 높다. 늦게 온 승객이 나중에 부친 짐도 가장 먼저 내리는데, 이는 가장 먼저 꺼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로어덱에 있는 짐에 대한 정보는 모두 전산에 입력돼 있어 지상조업 근로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승객 수하물 하역은 신속히 완료해야 한다. 로더로 내려진 짐은 무동력의 카고 달리(dolly·바퀴가 달린 판)로 옮겨진다. 그리고 터그카(tug car)에 카고 달리를 연결해 입국장으로 실어 나른다. 수하물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승객들이 기다리는 인도장으로 보내진다.인천공항 제2터미널 지상조업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KAS)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지상조업사는 공항과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일한다. 국내 항공사가 외국 공항에 착륙하면 현지 업체에 지상 조업을 맡긴다. KAS가 제2터미널에서 주로 일하는 이유는 고객사인 대한항공이 이 터미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속해 있는 항공 네트워크 '스카이팀' 소속 비행기도 제2터미널을 이용하는데 대부분 KAS의 고객사다. 지상조업사는 KAS 외에도 아시아나에어포트(AAP), 샤프에비에이션케이(SHARP) 등이 있다. 1968년 설립된 선두 주자 KAS는 지상조업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고객사도 50여 개에 달한다. 김포공항 시절만 하더라도 KAS가 독점적 지위를 가졌으나 최근에는 저비용항공사(LCC)도 지상조업 자회사를 만들어 일을 맡기고 있다.KAS의 지상조업 컨트롤타워는 인천공항 G4 게이트 인근에 위치한 통제센터다. 여기서 고객사 비행기에 투입할 조업팀을 배정한다. 통제센터는 모두 7개의 데스크(desk)로 구성돼 화물기, 여객기, 수하물, 급유, 소산토잉 (Towing), 푸시백(push back), 항공기 운항 정보를 통제하고 모니터링한다.KAS 강태현 운영통제팀장은 "화물과 수하물이 제대로 탑재됐는지와 늦게 온 승객, 항공기 지연 운항과 주기장 변경 등 각종 정보를 인천공항과 공유하고, 조업에 배정된 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하루 평균 여객기 400여 편, 화물기 50여 편을 조업했으나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70~80편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5~6명으로 구성한 조업팀은 조업 전 '레드캡 회의'를 열어 그날의 항공 정보와 게이트 위치, 수하물 정보 등을 파악한다. 레드캡은 책임조업장을 말하는데, 빨간 모자를 쓰고 현장을 총지휘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램프마스터'라고도 한다.지상조업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비행기를 자력 출발 지점까지 옮기는 '푸시백'이다. 엔진의 추진력을 이용해 기체를 움직이는 비행기는 지상에서 후진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토잉카(towing car)'라 불리는 견인차가 시동이 꺼진 비행기를 뒤로 밀어줘야 한다. 입국 게이트에서 출국 게이트로 이동하거나 출국 게이트에서 활주로로 이동할 때 비행기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지점까지는 토잉카에 의존해야 한다.게이트에 서 있는 비행기는 앞바퀴에 설치된 엄청난 압력의 유압 장치로 기체를 지탱한다. 비행기를 견인하려면 앞바퀴의 유압을 풀고, 토우바(tow bar)로 기체와 토잉카를 연결해야 한다. 앞바퀴 파킹 브레이크의 압력이 3천 psi(압력의 단위로 1제곱인치 면적에 가해지는 파운드 무게)에 달하기 때문에 유압을 풀지 않으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푸시백은 인터폰 맨이 통제한다. 인터폰 맨은 유도선을 따라 자력 출발 지점까지 푸시백을 할 수 있도록 기장, 관제탑과 소통해 토잉카 드라이버를 안내한다. 자력 출발 지점에 도착하면 비로소 비행기는 지상조업의 손을 떠난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창밖에서 손을 흔드는 이들이 바로 인터폰 맨과 토잉카 드라이버다.KAS 정순재 여객사업부 램프여객1팀장은 "손을 흔드는 것은 기장에게 푸시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알리는 의미로, 승객들에겐 안심하고 여행을 하라는 인사"라며 "가끔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승객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푸시백을 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업무는 항공기에 기름을 채우는 급유다. 비행기는 JET-A1이라는 등유 계열의 항공유 사용하는데 어마어마한 양이 들어가다 보니 연료 비용이 항공기 운송 원가의 70%를 차지한다. 비행기 주유구는 날개 아래에 있다. 유류 탱크와 연결된 공항의 지하 배관에서 기름을 끌어올려 항공기에 급유하는 방식이다. 미주나 유럽으로 가는 장거리 비행에는 급유만 40분가량 걸린다. 가장 큰 비행기인 A380의 경우 인천에서 뉴욕까지 가려면 6만7천 갤런(25만3천ℓ)의 기름이 필요하다. 중형차 4천대에 넣을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유가 기준으로 7천600만원 정도이나 유가가 폭락하기 전인 지난해만 해도 1억5천만원이 들었다고 한다.다음 비행을 위해 기내를 정리하는 '캐빈 조업'도 지상조업사 몫이다. 비행기 화장실의 오물 청소는 물론 깨끗한 물을 채워 넣는 보이지 않는 일도 하고 있다. 좌석별 시트 교체와 소독, 기내식 탑재 등도 있다. 항공기별로 다르지만, 장소 문제 때문에 탑승교에 직접 접현하지 못한 비행기에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램프버스도 지상조업사가 운행하고 있고, 승객들이 지상에서 비행기에 오를 때 사용하는 계단이 달린 '스텝카'라는 차량도 운영한다. 겨울에는 제설·제빙 업무도 도맡아 한다.지상조업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일감이 줄어 경영상 큰 어려움에 부닥쳤다. 저비용항공사의 자회사 일부는 폐업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정부가 올해 4월 항공지상조업을 특별 고용 지원 업종으로 선정해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코로나19 종식만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KAS 램프여객1팀 조동현 선임 수석감독(수감)은 "요즘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행기가 선물처럼 느껴진다"며 위기에 놓인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31년 차 베테랑 지상조업 근무자인 조 수감은 "어렵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상조업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그는 "넓은 바다를 가로질러 온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승객들이 짐을 찾는 인도장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신속하게 일하는 게 우리 임무"라며 "야외 업무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추운 고된 작업이지만, 공항에는 없어선 안 될 업종이기 때문에 늘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고 말했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지상조업 관계자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객기에서 하역된 짐들을 '터그카(tug car)'를 이용해 입국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여객기 하부공간(로어덱·lower deck)에서 지상조업 관계자들이 장비를 이용해 짐을 내리고 있다.지상조업 관계자들이 항공기를 자력 출발 지점까지 옮기는 '푸시백' 작업을 하고 있다. 항공기는 지상에서의 후진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토잉카(towing car)'라 불리는 견인차를 이용해 이동하게 된다.한 지상조업 관계자가 여객기 날개에 위치한 주유구에 급유작업을 하고 있다.

2020-07-15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1)]국립항공박물관을 가다

김포공항 인근 개관… 외형 '비행기 엔진'첫 비행장교 이용근 등 일제저항 사료 전시한반도 첫 비행 조선인 안창남 '금강호' 모형2층 항공산업관, 인천공항의 위상 한눈에'보잉 747기' 비행시뮬레이터 프로그램도임정 첫 비행학교 '윌로우스' 개교일 맞춰5일 개관… 코로나19 사태 영향에 휴관중"비행기 탈 때는 신발을 벗고 타야 해." 과거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건넸던 이 말을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비행기를 타봤을 시대가 됐고, 그만큼 비행기가 우리 생활에 밀접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 철도, '공항' 버스가 생긴 것만 봐도 공항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되는 공항 버스는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구'다. 지난 5일 국내 항공의 역사와 항공 산업 발전상을 담은 국립항공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 등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발전을 알리고 항공 문화유산을 발굴·보존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김포국제공항과 약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은 부지 면적 2만1천㎡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만8천593㎡ 규모로 지어졌다. 정부는 7월5일을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가 시작된 날로 보고 이날을 국립항공박물관 개관일로 정했다. 7월5일은 100년 전인 19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윌로우스(Willows)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초의 한인 비행학교 '윌로우스 비행학교'가 개교한 날이다.1920년 일본과의 '독립 전쟁'을 선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먼저 눈을 돌린 건 '비행'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비행기의 중요성을 느낀 임시정부는 비행대 창설을 결정하고 자금 확보를 위해 미국에 군무총장(현 국방부 장관)인 노백린(1875~1926) 장군을 보냈다.캘리포니아 '레드우드(Redwood) 비행학교'에서 비행 교육을 받고 있던 우리나라 청년들을 본 노백린 장군은 청년 6명과 미국에 비행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1920년 2월20일 우선 훈련기 없이 윌로우스 비행학교의 문을 열었다. 지역 언론 '윌로우스 데일리 저널'은 1920년 2월19일자 신문 1면에 'KOREANS TO HAVE AVIATION FIELD(한국인들이 비행학교를 가지게 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임시정부 비행학교 설립을 대서특필했다.학교 설립에 결정적 도움을 준 건 캘리포니아에서 벼농사를 짓던 김종림(1886~1973)이다. 농사로 부를 축적해 '백만장자'로 불린 김종림은 자신의 땅 약 16만㎡와 학교 설립 자금으로만 2만 달러를 지원했다. 2만 달러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50억원에 이른다. 1920년 3월 19일자 신한민보에 '비행학교생도의 집합, 건장한 24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점을 보면 당시 임시정부 비행학교에 대한 한인 청년들의 관심도 적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윌로우스 비행학교는 같은 해 6월 학교에 훈련기가 들어오면서 7월5일 정식 개교했다. 이 학교에서 임시정부 비행장교 1호인 박희성·이용근 참위(현 소위)가 배출됐다. 윌로우스 비행학교는 현재의 공군사관학교 역할이었던 셈이다. 비행기로 일본에 맞서겠다는 임시정부의 뜻은 든든한 후원자였던 김종림의 농장에 대홍수가 닥치면서 재정난 속에 이듬해 4월 문을 닫았다. 문을 연 지 1년 만에 폐교했지만, 정부는 임시정부 최초의 비행장교를 배출하기도 한 이 학교를 우리나라 항공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공군도 이 학교를 모태로 보고 있다.7월6일 오전 찾은 국립항공박물관. 박물관 외형은 비행기 엔진을 가로로 눕힌 모양이었다. 내부는 1층부터 3층까지 우리나라 항공의 과거와 현재, 미래 등 6개 주요 전시실로 구성됐다. 항공 역사를 주제로 한 1층 전시실은 '대한민국은 시련의 순간에도 가장 높은 꿈을 꾸었기에 오늘날 전 세계 어디로든 마음껏 날아갈 수 있게 됐다'라는 문구와 함께 항공 독립운동의 사료가 전시돼 있었다. 1호 비행장교인 이용근 참위의 비행사 면허증 원본과 강영문, 안창남 등 89명의 항공 독립운동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윌로우스 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사용했던 'STANDARD J-1'기와 한반도 상공을 최초로 난 조선인 안창남(1901~1930)의 '금강호'가 눈에 띄었다. 금강호는 일본 현상우편비행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안창남이 1922년 12월10일 여의도비행장에서 열린 고국 방문 비행 때 탔던 비행기다. 날개 하단과 동체 좌측에는 비행기 식별 번호인 'J-TIAD'가 적혀 있었고, 동체 우측에는 한반도 그림과 함께 그의 이름 '安昌男'이 적혀 있었다. 안창남은 1922년 12월10일 동아일보에 게재한 수기를 통해 금강호를 '다른 보통 비행기의 반밖에 되지 못하는 아주 작은 비행기이며 80마력에 한 시간 110마일(시속 약 177㎞)의 속력을 가졌다. 조종하기에 극히 주의하지 아니하면 위험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금강호는 일본에서 분리된 상태로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여의도비행장으로 옮겨져 재조립을 통해 국민 앞에 섰다.금강호는 한반도 상공에서 약 5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행을 마쳤다. 당시 서울 인구가 약 30만명이었다고 하니 서울 시민 6명 중 1명은 금강호를 본 것이다. 수만 명이 지켜본 금강호는 약 100년이 지나 복원돼 국립항공박물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박물관 1층에는 금강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첫 민간 여객기 '스테이션 왜건', 2013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4인승 민간 항공기 'KC-100 나라온' 등 13대의 비행기가 전시돼 있다.3층에서는 '김포공항과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김포공항은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주요 관문 역할을 했다. 국립항공박물관 관계자는 "1940년대 김포비행장을 시작으로 1958년 국제공항 지정, 국내 최초 보잉747 취항 등 국내 공항 역사의 발전을 간직한 김포공항을 첫 번째 특별전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특별전에는 김포공항의 변천사와 정치·경제, 예술·체육 등 각종 분야 속 김포공항의 모습이 전시됐다. 1960년대 김포공항에서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는 광부·간호사, 1984년 방한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 김포공항 땅에 입을 맞추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모습 등이 담겼다.김포공항이 우리나라의 과거 관문이었다면, 현재의 관문은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의 관문 역할은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욱 중요해졌다. 2009년 2천800만명 수준이었던 인천공항 이용객은 10년 만에 7천만명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제2여객터미널까지 개장했다.인천공항의 모습은 박물관 2층 항공산업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의 항공 산업은 인천공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만큼 2층 전시실은 인천공항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2층 전시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강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됐다. '대한항공 167대, 아시아나항공 83대, 제주항공 40대…' 등 항공사별 항공기 등록 현황과 조종사·승무원 현황, 인천공항 주요 실적, 그리고 세관·검역소·관제소 등의 업무도 전시에 포함됐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비행 시뮬레이터였다. 시뮬레이터는 보잉 747-400기종의 조종석을 본떠 만들었다. 보잉 747-400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쓰이는 기종이다. 조종석 내부에는 2명의 조종사가 앉을 수 있으며 자동항법장치 등 수백 개의 버튼이 있었다. 기장 출신 교관의 도움에 따라 인천공항 상공에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조종간을 당기면 비행기가 상승하고, 밀면 하강했다. 이륙부터 비행, 착륙까지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노트(kn) 단위의 속도, 고도 등이 표시되는 계기판 역시 새로웠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인천공항 관제탑 체험, 승무원 교육 등 체험 공간이 전체 전시 면적(7천128㎡)의 약 35%를 차지한다.박물관 3층 전시실 주제는 드론으로 대표되는 항공 산업의 미래다. 박물관 야외에는 노백린 장군과 6인의 항공 독립운동가(장병훈·오림하·이용선·이초·이용근·한장호), 대한민국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1901~1988)의 동상도 있다.총 6천9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우리나라 항공의 역사와 발전상을 볼 수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는 휴관 중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표시되는 전 세계 항공 박물관은 50여 개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전시된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 호주 등 항공 기술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에 주로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박물관, 공군박물관 등이 있지만 항공 분야 국립 박물관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 초대 관장은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항공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를 정립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며 "국립항공박물관이 우리의 항공 문화유산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민, 특히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국립항공박물관이 지난 5일 문을 열었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박물관은 총 6개의 주요 전시실에 우리나라 항공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고 있다. 사진은 영화 '빨간 마후라'에 등장해 이름을 알린 'F-86 세이버'(왼쪽 위), 1982년 국내에서 조립·생산한 최초의 초음속 제트기 'KF-5 제공호'와 건물 6층 높이의 보잉 747 기종의 동체 단면.국립항공박물관 외부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초의 한인 비행학교를 세운 노백린 장군과 6명의 항공 독립운동가의 동상이 마련됐다. 왼쪽부터 장병훈, 오림하, 이용선, 노백린, 이초, 이용근, 한장호.1920년 윌로우스 비행학교 설립 소식을 보도한 미국의 지역언론.안창남의 금강호 모형.'보잉 747기' 비행시뮬레이터.유아용 항공기 체험관.

2020-07-08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0)]공역 (Air space)

영토·영해위 무한대 공간 주권영역1952년 주한미군 방공 목적 첫 도입정부 사고발생시 수색·구조 책임져'인천 FIR' 북한과 맞닿아 면적 협소43만㎢ 불과… 일본영공의 20분의 1안보상 '비행금지구역' 많아 더 혼잡비행기 수직 간격 좁힌 RVSM 운영북한항로 열리면 서쪽공역 여유 확보2010년 5·24조치후 서해상 통과 막혀판문점선언에 부활 논의… 다시 경색국가나 도시 간 영토, 바다의 경계가 나뉘어 있듯 하늘에도 국가별로 관리하는 '공역(空域·Air space)'이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통용되는 우리나라 공역의 이름은 다름 아닌 '인천'이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인천 영종도에 개항한 이후 국가 공역을 관리하는 항공교통관제소가 바로 인천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이지만, 하늘에서는 인천이 곧 한국이나 다름없다.공역은 비행기의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비행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는 곳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주권 보호와 군사적 방위를 위한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영토는 헌법에 따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이고, 영해는 관련법에 의해 영토 경계로부터 12해리(22.224㎞)로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 주권이 미치는 공역(영공)은 영토와 영해의 상공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이런 국제법과 국내법상 주권 공역의 개념 외에도 나라별로 비행기의 안전 운항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공역을 권역별로 나눴다. 이를 '비행정보구역(FIR·Flight Information Region'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담당하는 공역의 이름은 인천 비행정보구역 즉 인천 FIR이다. 민간 협약을 따르기는 하나 사실상 주권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인천 FIR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위한 정보 제공과 항공기 사고 발생 시 수색·구조에 대한 책임을 진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 FIR의 면적은 43만㎢이고, 수직 범위는 지표와 수면 위로부터 무한대다. 동남쪽으로는 후쿠오카 FIR, 서쪽으로는 상하이 FIR, 북쪽으로는 평양 FIR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공역은 주한 미 공군이 1952년 방공 목적으로 관제 업무를 하면서 개념이 도입됐고, 1955년 도쿄 FIR 일부에 포함돼 관리돼 왔다. 해방 이후에도 하늘의 주권에서만큼은 완전한 독립을 가져오지 못했던 셈이다. 1958년 우리 공군이 주한 미 공군으로부터 항로 관제 업무를 인수했고, 국제민간항공기구에 대구 FIR 신설을 신청했다. 당시 항공교통관제소가 대구에 있었기 때문에 대구라는 이름으로 신청했다. 1963년 국제민간항공기구 이사회 승인으로 우리나라에도 FIR이 발효됐고, 2002년 항공교통관제소 이전에 따라 '인천 FIR'로 명칭이 변경됐다.인천 FIR은 북쪽으로 북한과 경계를 하고 있고, 인접 국가보다 면적이 좁기 때문에 늘 혼잡을 빚고 있다. 일본의 FIR은 930만㎢로 우리의 20배다. 우리나라는 대만(41만㎢), 홍콩(37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공항의 급격한 성장으로 하늘길은 포화에 이르렀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항공 교통량이 최대 수용 능력을 벗어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2016년과 2017년 개최된 국제민간항공기구 회의에서 우리 공역의 안전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중국 방향 항로는 비행 고도를 이탈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안전에 큰 위협이 우려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국토부 제3차 항공정책기본계획(2020~2024)을 보면 항공 교통량은 매년 5% 이상 꾸준히 증가해 2011년 대비 2018년 1.6배 늘었다. 하늘길에서 병목 현상마저 빚어지는 실정이다.우리나라 공역이 큰 혼잡을 빚는 이유는 남북 대치 상황이라는 군사·안보적 이유가 가장 크다. 우리 공역 관리 주체는 국토부이지만, 실상은 국토부·국방부로 이원화돼 있다. 공역에는 군사훈련구역과 안보상 이유로 설정된 비행금지·제한구역이 있는데, 이곳은 민간 항공기가 이용할 수 없다.국토부는 인천공항 주변의 민간 항공기 공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서울지방항공청 건의에 따라 올해 7월부터 국방부와 본격적으로 협의한다. 국토부는 인천공항 서쪽에 있는 공군 훈련구역(군공역)을 30% 축소해 민간 항공기가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방부에 건의했다. 이곳은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중국·유럽 등지로 가는 항로와 겹치는 공역이다. 군공역이 30% 축소되면 시간당 수용량이 70대에서 80대로 늘어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훈련구역 조정의 경우, 고위급 정책 협의에선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실무 협의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국토부 항공교통과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가 개별 부대 의견을 접수하는 과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큰 틀에선 합의했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해당 공역을) 실제 사용하고 있는 부대들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국방부와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예정으로 단기간에 결과를 이끌어 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군사구역과 얽혀있는 우리나라 민간 항공기 공역 확대의 또 다른 해법은 '항로의 수직 분리'와 '남북 관계 개선'이다. 차선을 넓혀야 하는 도로와 달리 하늘길은 비행기의 고도를 조절해 하나의 길에 여러 대가 다닐 수 있다.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비행기가 평양 FIR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인천 FIR 통행량을 분산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일본과 함께 수직분리축소공역(RVSM·Reduced Vertical Separation Minimum)을 운영하고 있다. 비행기의 수직 간격을 2천피트(609m)에서 1천피트(304m)로 좁혀 비행기가 많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수직분리축소공역을 전 공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고도가 높은 곳에만 적용할 수 있고, 공항과 가까운 낮은 고도에서는 무한정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직 분리의 확대는 고속도로의 차선을 늘리는 효과와 마찬가지"라며 "공역은 면적이 좁더라도 수직으로 항로를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먼 곳은 수직 분리가 가능해도 인천공항과 가까운 지역은 수직 분리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인천 FIR 포화의 다른 해법은 남북 관계에 있다. 남북 직항로 개설 등으로 우회 항로를 직선화하고 닫혀 있는 북쪽 항로를 열면, 포화 상태인 인천공항 서쪽 공역에 여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남북 관계 탓에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1994년 북한이 영공 개방 의사를 밝히면서 2년 후 대구 FIR~평양 FIR 통과 항로가 개설됐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서해 직항로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북한이 하늘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다만 영토 위는 지나지 않고 서해상을 통과하는 'ㄷ' 자 항로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 조치로 2010년 5월 24일부터 대한민국 민간 항공기의 평양 FIR 통과를 제한하면서 이 항로는 막히게 됐다. 여기에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까지 더해져 항로 부활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공역을 통과하려면 이용료를 내야 하는데, 이는 제재 대상에 해당한다.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다시 항로 부활 얘기가 오갔지만, 최근 다시 경색 국면에 돌입해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는 제3차 항공정책기본계획에서 국가 공역 체계 개선을 위해 남북한 직항로를 개설하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시점은 제시하지 못했다.인천공항 주변 공역 확대는 공항의 '슬롯(Slot·항공기 운항시각)' 확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슬롯은 시간당 뜨고 내릴 수 있는 비행기 대수를 의미하는데, 현재 인천공항의 슬롯은 71회다. 인천공항이 2023년 제4활주로 개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공역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국토부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공역·슬롯 확대에 대비해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인력을 6개월 안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하늘에서는 공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의 협의 등 장기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20-07-01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19)]슬롯(항공기 운항시각)

인천공항 '시간당 70회' 국내 최다활주로·세관·검역 등 종합적 판단남북관계·軍공역 '추가 확보' 관건승객많은 시간, 항공사간 쟁탈전대형업체들, 자회사와 교환 논란국토부, 양도금지·교환 인허가로코로나불황속 '80% 이상 소화' 룰슬롯 회수 두려워 '무승객' 운항도정부, 긴급회의 열고 '유예' 조치출퇴근 시간 고속도로 진출입로나 요금소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처럼 수백 대의 비행기가 한꺼번에 공항에 줄지어 대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륙하려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먼저 진입하려고 끼어들기 경쟁을 하면서 병목 현상이 생길 것이고, 착륙하려는 비행기는 하늘 위를 떠다니며 서로 착륙 기회를 노리느라 곡예비행을 펼칠 것이다. 공항 여객터미널은 출입국 승객 관리와 통관·검역 절차에 마비된다. 공항 주변도 승객을 실어나르는 차량으로 엄청난 혼잡이 빚어질 게 뻔하다. 하늘에서 이런 '교통지옥'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공항마다 특정 시간대별로 뜨고 내릴 수 있는 비행기의 총 대수가 정해져 있다. 이를 '슬롯(slot)'이라고 한다.국토교통부가 관련 규정에서 정한 공식 명칭은 '항공기 운항시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슬롯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슬롯은 원래 컴퓨터나 기계장치에 메인보드, 메모리카드 등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좁고 긴 칸을 말하는데 비행기의 운항 스케줄을 끼워 넣는다는 의미에서 슬롯이란 용어가 쓰이고 있다. 공항은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항공사마다 슬롯을 배분해 비행기 이착륙 일정을 조정한다. 슬롯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공항의 수용 능력이 크다는 얘기다.국내에서는 혼잡도가 높은 3종 공항으로 분류된 인천과 김포, 제주공항이 항공사에 슬롯을 배정하는데 인천공항의 슬롯이 시간당 70회로 가장 많다. 김포공항이 41회, 제주공항은 35회다. 공항은 아무리 많은 비행기를 유치하려고 해도 슬롯 한도를 초과할 수 없다. 항공사가 승객이 선호하는 시간대에 비행기를 배치하려 해도 슬롯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슬롯은 항공업계에서 보이지 않은 재산이나 마찬가지다.비행기와 공항이 처음 생겼을 때는 여객·화물 수요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 슬롯 배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착순이라는 나름의 공평한 방식으로 공항을 이용하면 됐다. 슬롯의 개념이 처음 생긴 곳은 미국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1969년 항공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로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뉴욕 라과디아 공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뉴아크 리버티 국제공항 등 5개 공항이 혼잡 시간의 비행기 이착륙 횟수를 제한하는 슬롯을 적용했다. 비행기 혼잡으로 지연 운항이 크게 늘어 승객이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 주요 공항에도 슬롯이 도입됐고, 지금은 세계 공항 대부분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칙을 준용해 관련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우리나라는 1978년 국제선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슬롯 조정 업무가 필요해졌다. 당시 유일한 국적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후발 주자로 나선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독자 운영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1998년부터 아시아나항공도 슬롯 조정 업무에 참여했다.정부는 슬롯 배분을 민간 항공사에 사실상 위탁했다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2001년부터 체계적인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항공기 운항시각 조정업무 세부운영지침'(서울지방항공청 훈령)을 만들어 정부와 공항, 항공사로 구성된 '스케줄조정협의회'가 업무를 직접 주관하게 했다. 그래도 여전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가 참여해 슬롯의 기득권을 확보했다. 항공 시장에 새로 진입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슬롯을 확보해야 비행기를 운항할 수 있었는데, 황금 시간대를 대형 항공사들이 차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LCC도 스케줄조정협의회에 참여했지만, 대형 항공사들의 '슬롯 기득권'이 보장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대형 항공사와 자회사 간 슬롯 교환 문제가 불거졌다. 대형 항공사들이 확보하고 있던 '황금 시간' 슬롯을 LCC인 자회사에 넘겨주고, 자회사의 비인기 시간대 슬롯을 받은 것이다. 슬롯의 황금 시간대는 오전 8~9시와 오후 6~9시다. 이른 새벽이나 심야 시간은 승객을 많이 확보하기 어려워 항공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인천공항의 2016년 동계 정기항공편의 경우 당시 슬롯은 63회였는데 황금 시간대인 오후 6~7시에 74건이 신청돼 11건은 탈락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이제 막 업계에 진출한 LCC가 이런 황금 시간대 슬롯을 확보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형 항공사들은 자회사와 편법으로 슬롯을 교환했다. 모기업을 등에 업은 일부 LCC는 손쉽게 승객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형 항공사들은 자회사가 갖고 있는 슬롯을 바꾼 뒤 실제로는 비행기를 띄우지 않아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확보한 슬롯의 80% 이상을 활용하면 슬롯 회수 등의 페널티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슬롯 양도, 교환, 매매와 관련한 문제는 해외에서도 있었다. 슬롯은 무형의 자산이지만, 일종의 '권리금' 성격의 웃돈으로 거래되거나 심지어 공항이 포화에 이르자 슬롯을 경매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택시를 몰기 위해 택시 면허권자에게 수천만원을 주고 면허를 사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슬롯과 택시 면허 모두 총량이 정해져 있다.국내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기자 국토교통부는 2018년 12월 관련 지침을 개정해 스케줄조정협의회에서 민간 항공사를 뺐다. 또 슬롯 양도를 금지하고, 사전 교환 인허가 제도를 도입했다. 민간 항공사를 슬롯 배정 업무에서 제외해 공정성을 높이고, 법적으로 규정된 서울지방항공청이 그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슬롯 배정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 항공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관련 지침상 배분받은 슬롯의 80% 이상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에는 슬롯을 회수하게끔 돼 있는데 항공 수요 감소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한 항공사들이 페널티를 받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한번 잃은 슬롯은 다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히 LCC를 중심으로 이런 위기감이 팽배했다. 실제 국내외 항공사들은 승객이 없는 텅 빈 비행기를 운항하기도 했는데, 이는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비행기 연료를 버리면서까지 잃지 않고 싶은 것이 바로 슬롯인 셈이다.항공업계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슬롯이 회수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지자 정부는 이와 관련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슬롯 회수 조치를 유예하기로 했다. 2016년 관련 지침에 '감염병으로 인한 운항 중단은 슬롯 회수를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만들어진 규정이다.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의 위치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슬롯의 추가 확보가 급선무 과제다. 비행기가 운항하려면 도착 공항과 출발 공항에서 모두 슬롯을 확보해야 한다. 슬롯은 활주로와 관제 시스템, 여객터미널 등 물리적 인프라와 관련 인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추가 배정이 좌우된다. 인천공항의 현재 슬롯은 시간당 70회인데 도착은 39회, 출발은 40회를 넘어선 안 된다. 이는 인천공항의 활주로, 주기장, 세관·출입국관리·검역(CIQ), 관제 등 분야별 수송 능력을 근거로 산출됐다. 인천공항의 시간당 CIQ 소화 능력은 도착 인원이 7천285~7천785명, 출발 인원이 9천600명이다. 인천공항은 2008년 2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당초 43회였던 슬롯이 63회로 확대됐다. 또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한 이후 2019년 70회로 늘어났다. 현재 인천공항의 물리적 인프라는 시간당 슬롯이 90회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지만, CIQ 인력 확보 문제로 70회를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 그래프 참조인천공항의 슬롯 추가 확보 문제는 군(軍) 공역과도 무관하지 않다. 인천공항의 공역은 군 훈련구역이 축소돼야 확보가 가능한데 남북 관계와 한중 외교 문제 등과 결부돼 민간 항공업계의 입장만 내세우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제주공항의 경우 슬롯이 35회에 CIQ 수용 능력(국제선)이 도착 1천351명, 출발 1천230명이다. 김포공항 슬롯은 41회인데 심야 시간(오후 11시~오전 6시)에는 운항이 제한되기 때문에 배정된 슬롯이 없다. 인천공항도 심야 시간 슬롯은 52회로 제한된다.슬롯은 비행기의 이착륙 방향별로도 배정돼 있다. 한 방향으로만 비행기가 쏠리는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국 베이징·유럽 방향으로는 시간당 총 20회가 가능한데 15분당 6회를 넘으면 안 된다. 동남아와 중국 상하이 방향은 시간당 25회(15분당 7회), 미주(하와이 포함)·일본 방향과 대양주(괌·사이판 포함) 방향은 시간당 30회(15분당 8회)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인천공항 항공 여객수가 급감하면서 항공기들은 취항할 곳이 없어졌다. 인천공항 주기장에 줄지어 서 있는 항공기들. /경인일보DB

2020-06-24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18)]등화시설

16만 시간 넘게 무중단 운영 기록'등화' 항공기 안전한 이착륙 필수1951년 간격·색·위치 '국제 규정'인천공항, 세계 최초 'FTGs' 도입계류장까지 녹색등 따라 이동 안내지상서 '유도로 오진입' 77% 감소등화관제시스템 첫 '4.5레벨' 달성5단계 목표… 각국 잇단 벤치마킹인천국제공항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는다. 인천공항은 2001년 3월 29일 개항한 이후 20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인천공항의 무중단 운영기록은 6월 17일 기준 16만7천 시간을 넘었다. 유럽에서는 항행안전시스템의 문제로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고, 일본 간사이공항은 침수로 공항이 멈춰 서기도 했다.인천공항이 무중단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도와주는 항행안전시설의 역할이 크다. 그 중 '항공등화시설'은 대표적이다. 항공등화시설은 항공기가 등장한 초기부터 항공기 운항과 공항의 안전을 최일선에서 도와왔다. 그 방식도 무척 다양하다.'항공등화'는 빛, 색채, 모양을 이용해 항공기의 항행을 돕기 위한 시설이다. 주로 '빛'을 활용한다. 항공기가 야간에도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고, 이륙할 때 활주로 이탈 없이 안정적으로 상공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빛을 내는 램프가 항공기의 경로를 안내해주기 때문이다.하루 1천여 대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에는 얼마나 많은 램프가 있을까.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는 각각 5천~6천 개의 등화시설이 설치돼 있다. 인천공항은 그 5배 정도인 3만여 개의 등이 있다. 그 종류도 28가지에 이른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는 다양한 등화시설을 포함해 수많은 항행안전시설이 그 역할을 한다. 항공기가 바퀴를 내리고 활주로에 다가설 때는 비행기가 앞쪽으로 살짝 숙이게 되어 있다. 가장 안정적인 항공기와 지면 사이 각도는 3도라고 한다. 이 각도를 벗어나 착륙하면 조종사와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종사들은 착륙할 때 '계기착륙장치'를 활용한다. 이 장치는 공항에서 전파를 발사해 얻는 데이터를 토대로 항공기와 활주로까지의 거리 등을 계기판에 표시해준다. 계기착륙장치 중에서는 '활공각도계'도 포함돼 있다. 항공기와 활주로 사이 각도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전파를 활용한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이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인천공항에는 조종사 기준으로 활주로 좌측에 4개의 조명이 가로로 나란히 설치돼 있다. 항공기 착륙 각도가 3도면 붉은색과 하얀색 등이 두 개씩 점등된다. 3도보다 높으면 하얀색 등이 하나 더 켜지고, 붉은색 등은 줄어든다. 3도보다 낮으면 그 반대로 점등된다.이 '진입각 지시등'(Precision Approach Path Indicator)은 조종사가 항공기 하강 각도를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착륙할 때 쓰이는 등화시설은 이 외에도 다양하다. 활주로가 시작점 900m 앞에서부터 30m 간격으로 '활주로 진입등'이 설치돼 있다. 활주로에 들어서면 활주로 중심(Centerline), 활주로 양 끝 부분(edge). 활주로 내 바퀴가 닿는 부분(touchdown zone), 활주로 시작 지점(Threshold)과 마치는 지점(End) 등에 각각 모양이 다른 형태와 여러 색깔로 불을 밝힌다.각각의 등화시설은 용도에 따라 간격과 색상 등이 정해져 있다. 활주로 중심선에 있는 조명은 노란색 한 줄로 설치되며 간격은 25m다. 바퀴가 닿는 부분의 등화시설은 활주로 중심선 양옆에 3개씩 설치된다. 활주로가 시작하는 등화시설은 녹색이며, 끝나는 지점은 붉은색이다.항공기가 착륙 후 활주로 구간을 벗어나면 유도로를 지나 계류장으로 향한다. 인천공항 관제탑은 항공기 조종사에게 가는 길을 알려준다. 올해 초까지는 관제사가 유도로 명칭과 좌·우회전하는 지점 등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A유도로로 가다가 B지점에서 좌회전" 이런 식이었다. 조종사들은 이 때문에 공항의 형태를 숙지해야 했고, 많은 공항을 다니는 조종사들은 다른 공항과 헷갈려 관제지시를 오인하는 바람에 잘못된 유도로로 진입하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공항은 올해 4월부터 새로운 시스템 'Follow The Greens(이하 FTGs)'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초다. FTGs는 항공기가 착륙해 계류장까지 경로를 '녹색 조명'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항공기가 가는 경로에 자동으로 녹색 등을 점등한다. 관제사는 "Follow The Greens"라는 명령으로 항공기 경로를 알려주면 된다.FTGs 도입으로 유도로 오진입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시험운영 전 월평균 8.8건이던 유도로 오진입은 시험운영기간 월평균 1.75건으로 77% 감소했다. 서울지방항공청 김세은 관제사는 "항공기의 안전한 지상 이동을 위해 유도로 중심선 등을 통해 관제를 지시하는 FTGs 도입으로 유도로 오진입이 크게 줄었다"며 "관제사와 조종사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년여에 걸친 시스템 개선을 통해 등화관제시스템(A-SMGCS) 수준을 세계 최초로 국제레벨 4.5 수준으로 개선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만점이라고 할 수 있는 '5단계'까지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 항공등화팀 최형석 차장은 "인천공항의 등화관제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각국 공항 관계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인천공항에 설치된 등은 3만여 개. 활주로와 유도로뿐 아니라 계류장 등 공항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항·포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비행장 등대(Aerodrome beacon)'도 있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에도 공항 내 차량이 이동할 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등화시설이 추가되기도 했다.인천공항공사는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등 교체 작업을 한다. 하루 평균 100여 개의 전구가 파손되거나 수명을 다해 그 기능을 잃는다. 인천공항에 설치된 등화시설 중 대다수는 바닥에 박혀 있는 형태다. 눈과 비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나 항공기의 무게도 견뎌내야 한다. 내구성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파손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은 '개별 항공등화 제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등화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통제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규모 공항은 인력이 점검하며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인천공항과 같은 대형 공항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이 때문에 개별 등화시설을 제어·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을 통해 드러난 비정상 등화시설을 매일 교체하는 것이다. 인천공항 등화시설은 대부분 할로겐 램프를 사용하고 있다. LED 조명이 전력 소모량이 적긴 하지만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최형석 차장은 "LED 램프를 사용하면 시스템의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며 "개별제어시스템이 없는 김포공항 등은 LED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개별제어시스템을 통해 3만여 개 전구 중 상시 99.7% 이상이 정상 작동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항공등화시설은 공항의 핵심이다. 또한 가장 다양하게 쓰이는 안전시설이다. 공항에 등화시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대로 추정된다. 항공기가 이륙할 때 비춰주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항공전문 사이트 'Airport Technology.com'은 "공항 조명 시스템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1920년대 후반에 최초로 설치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함께 게재한 사진을 보면 1920년대 생산된 것으로 보이는 항공기 앞 경로를 조명시설이 비추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1951년부터 항공등화시설에 국제규정을 만들었다. 항공교통 증가와 신규 항공등화시설 등의 역할을 정의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30년대부터 항공기 안전을 위해 등화시설을 설치했다. 동아일보는 1938년 1월 12일자에서 "항공로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 광주급해주(光州及海州)에 불시착륙장을 설치하고 종관항공로(縱貫航空路)에 연(沿)해 이십일개소의 야간항공표지를 설치하기로 되었다"고 보도했다. 1930년대부터 단순한 형태의 등화시설과 항행안전시설이 운영됐으나, 6·25 전쟁 때 대다수가 파괴되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항행안전시설이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한국항공협회는 "6·25 전만 하더라도 남한은 비행장 8개소, 항공통신소 7개소, 항공나침소 7개소, 항공표지소 및 항공등대시설이 16개소가 있었으나 전쟁을 겪으면서 항공기와 통신기기는 모두 파괴되고 건물 시설 70%, 활주로 30%가 파괴됐다"며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게 된 것은 1955년 시작된 ICA(미 국제협력청) 기술원조자금과 기술고문단 파견에 의해서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초기 항공등화는 항공기가 이동하는 길을 비춰주기 위한 것이었다. 등화시설은 다양화·고도화되었고,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항행안전시설이 탄생했다. 전파, 통신, 빛 등을 활용한 안전장비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레이더, 저시정안내시스템, 비상통신시스템 등은 현대 항공 안전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인천공항 활주로에 설치된 등화시설. 각각의 등화시설의 간격과 색, 위치 등은 국제 규정을 따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뒤로 보이는 레이더 관재시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에 있는 3만여 개 등화시설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등화시설을 제어하는 A-SMGCS 콘트롤 센터.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초기 등화시설은 1920년대 등장했다. 항공기가 가야할 길을 비춰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출처/AirportTechnology.com

2020-06-17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17)]관제탑

초기 비행 이착륙 조종사 육안 의지항공기 충돌 예방 '지상통제' 필요성세계 최초 관제사 미국인 '아키 리그'깃발 두개 이용 'GO'·'HOLD' 전달국내 한국전쟁 시기 도입 '제주 흔적'인천 3개 운용… 사람 이동까지 통제'안전 책임' 관제사 전국에 600여명인천공항은 세계에서도 가장 복잡하면서 규모가 큰 공항 중 한 곳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뜨고 내린 항공기는 40만4천104대로, 하루평균 1천100대가 넘는다. 그 많은 비행기들이 그냥 이착륙하는 게 아니다. 항공기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통제하며 안전하면서도 제시간에 운항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곳이 '관제탑'이다. 관제탑의 승인이 없다면 항공기는 이·착륙뿐 아니라 활주로 내 이동도 불가능하다."에어재팬 8535. 팔로 더 그린(follow the greens)."지난달 28일 오후 2시25분께 인천국제공항 인천관제탑. 서울지방항공청 소속 김세은 관제사가 일본 나리타에서 온 에어재팬화물항공 소속 항공기에 활주로 이동 경로를 안내했다. 항공 교통관제, 즉 관제업무를 수행하는 인천관제탑은 100.4m높이다. 관제사들의 공간은 가장 높은 21층이다. 관제공간 외벽은 유리로 돼 있어 인천공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항공기는 운항 전부터 끝날 때까지 관제사의 통제를 받는다. 이륙할 때를 기준으로 인천관제탑은 항공기가 유도로에 진입해서 활주로를 거쳐 이륙 직후까지 컨트롤한다. 활주로 마지막 부분부터 0.5마일(800m) 이상 멀어지거나 이륙 후 500피트(152m) 이상 고도가 올라가면 인천관제탑은 서울접근관제소로 항공기 주파수를 이양한다. 착륙할 때는 활주로 10마일(16㎞) 이전부터 착륙해 게이트로 이동할 때까지다. 이날 김세은 관제사는 동측 지상 관제석에 앉았는데 관제석 앞 모니터에 다양한 정보가 떴다. 레이더 화면에는 인천공항 인근의 항공기 운항 상황이 드러났다. 또 다른 모니터에는 인천공항 내 활주로와 유도로에 있는 항공기 위치와 이동정보를 보여줬다. 인천관제탑은 인천공항 중앙에 있다. 관제탑 기준으로 동측 좌석에서 1·2활주로를, 서측 좌석에서는 3활주로를 관제한다. 각 좌석마다 관제 구역과 역할이 정해져 있다. 김세은 관제사가 앉은 지상 관제석에서는 유도로와 활주로 등 항공기의 지상 이동을 통제·지휘한다. 동측이나 서측에 각각 지상 관제석, 국지 관제석이 따로 있다. 지상관제는 활주로를, 국지관제는 뜨고 내리는 과정을 통제한다. 허가 중계 관제석, 감독석, 항공교통 흐름석 등도 있다. 인천공항 관제탑은 관제사 피로도 등을 감안해 1시간 단위로 근무 좌석을 교체한다. 관제 업무는 그만큼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날 오후 2시35분께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인근에서 소방헬기가 이륙했다. 긴급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것이다. 연평도 주민이 전기톱으로 작업하다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인천소방본부는 인천공항 관제탑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김세은 관제사는 "환자 이송 등 긴급 비행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다른 항공기의 이동을 중단시키고, 긴급 항공기를 먼저 이동하게 한다"며 "도로에서 119 소방차 등 응급차량이 먼저 통행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관제탑에서는 항공기뿐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도 통제한다. 이날도 예정된 지역에서 잔디정리작업이 이뤄지는지 근무자에게 확인했다. 김 관제사는 "이 지역에 있는 모든 인원은 관제탑과 통신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인천공항에 인천관제탑 외에도 2개의 관제탑이 더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제1, 제2 계류장 관제소다. 1계류장 관제소는 2008년 4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제1여객터미널 인근 계류장, 제방빙장(겨울철 항공기 얼음을 제거하는 장소), 화물항공기 계류장 등을 관할한다. 2계류장 관제소는 제2여객터미널 인근을 담당하고 있으며 2017년 11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인천공항은 규모가 크고 오가는 항공기가 많아 공간을 이원화해 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국내 공항 중에서 계류장 지역과 활주로·유도로 구역을 이원화해 관제 업무를 하는 곳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김포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은 1곳의 관제탑에서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인천공항공사 김은별 계류장 관제팀장은 "계류장 지역은 항공기뿐만 아니라 차량과 장비 등도 이동하는 공간"이라며 "항공기와 장비가 가장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김세은 관제사는 지난 2015년부터 인천관제탑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관제업무가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했다. 그는 "한 번은 착륙하는 항공기의 고도가 너무 낮아 기장님에게 해당 내용을 알린 적이 있다"며 "다행히 항공기가 고도를 높였고 무사히 착륙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당시에 관제를 소홀히 했다면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착륙 후 기장님이 '고도가 낮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알려줘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때 관제사로서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항공기 운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관제다.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관제업무가 진행된 지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관제사는 미국인 아키 리그(Archie William League·1907~1986)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그는 1929년 처음으로 항공교통 관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는 지금과 달리 'HOLD'를 의미하는 붉은 깃발과 'GO'를 의미하는 체커깃발로 의사를 전달했다. 그가 근무한 '관제탑'은 작은 파라솔과 테이블이 전부였다. 미국 연방항공국은 관제 업무 시작 이유를 '항공기 충돌 예방'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초기 항공기는 조종사의 육안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기장은 항공기 구조상 뒤와 옆을 볼 수 없었다. 주위에 어떤 비행기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길이었다. 항공 교통관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국내 최초 공항인 여의도 비행장은 1916년에 조성됐다. 비행장이라고는 하지만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활주로와 격납고만을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항공기 안전은 온전히 기장과 정비사의 능력에 의존했다.안창남(1901~1930)은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던 최초의 조선인 비행사였다. 그를 다룬 책 '안창남 : 서른 해의 불꽃 같은 삶'을 보면, 조선 최초의 비행장은 1911년 5월 문을 연 일본의 첫 비행장인 도코로자와비행장보다 5년 늦은 1916년 3월 여의도에 조성됐다. 그 무렵엔 비행기에 무선장치가 달려 있지 않아서 비행장이라 해도 관제시설 없이 활주로와 간단한 격납시설만 갖추었다.안창남은 오로지 자신의 조종기술로 비행을 했다.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다. 안창남은 실습생 시설인 1920년 '개벽'에 기고한 글에서 "비행할 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온몸의 정력을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부주의로 생명을 버리는 큰 실책을 합니다"라고 썼다.국내에서 관제 업무가 처음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 때로 추정된다. 한국전쟁 때 이용한 제주도 모슬포 비행장의 관제탑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 울산비행장 등의 사진을 보면 관제업무를 수행하는 장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때도 항공기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높은 구조물을 설치했다.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관제탑이 조성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진 김포공항이 처음이다. 1962년 개장한 김포공항 관제탑은 높은 건축물 꼭대기에 사방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금 형태와 비슷하다.관제업무가 한국전쟁 때 시작됐지만, 국내 최초의 공식 항공교통관제사가 탄생한 것은 1960년대다. 1962년 12월 31일 고(故) 김두방 관제사를 비롯해 23명에게 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을 발부했다. 항공기가 늘어나고, 국내 항공교통량이 증가하면서 관제사의 역할도 점차 커졌다. 현재는 600여명의 관제사가 전국 공항에서 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관제탑은 인천공항 중앙에 100.4m높이로 설치됐다. 인천관제탑 관제사는 항공기 출발·도착 직후까지 인천공항에서의 움직임을 통제한다. 지난 5일 인천관제탑에서 김세은 관제사가 항공기에 관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 제공인천공항 주 관제탑.세계 최초 관제사인 아키 리그. 그는 멈춤(hold)을 의미하는 붉은 깃발과 이동(go)을 뜻하는 체커기로 항공기를 통제했다. 출처/미국연방항공국 홈페이지1950년대 공군 제주기지에 설치된 관제탑. /공군 제공

2020-06-10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16)]국경과 공항 (下)

인천국제공항은 '국제화 시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김포공항은 1958년 국제공항으로 지정돼 조금씩 증축해 나가며 확장했지만, 서울올림픽과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엔 너무 비좁았다. 인천공항은 애초 수도권의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9년 구상됐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국가와 국가 간 사람·물자 이동이 활발해지자 '허브'(Hub)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로 계획이 급선회했다.허브공항은 주변 소규모 공항들로부터 중소형 항공기로 여객과 화물을 집결시키고, 다시 대형 항공기로 갈아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하는 개념이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홍콩 등을 포괄하는 동북아시아는 인구·생산수단·무역·자본 등이 연계된 거대한 경제권역으로 묶이면서 물류가 중심이 되는 허브공항을 필요로 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항공운송이 필수인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산업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국경은 인천공항 개항 이후 개방성을 앞세웠다. 국제화 시대 속에서 치열해진 세계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을 무기 삼아 국경을 더욱 활짝 열어야 했다.# 입양아·파독 노동자들 1958년부터 10년간 아동 6677명 해외로인천 복지시설 양육 미군 혼혈도 상당수1962년 광부 8천·간호사 1만여명 서독行국경의 의미는 각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한국전쟁 이후 해외 출국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가장 먼저 공항을 통해 국경을 넘은 한국인은 다름 아닌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었다. 1955년 미국인 해리 홀트(Harry Holt·1905~1964) 부부가 전쟁고아 등 아동 12명을 입양한 것을 시작으로, 1958년부터 10년 동안 한국 아동 6천677명이 미국, 스웨덴 등 해외로 입양됐다. 입양된 아동 중에는 주한미군 장병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의 혼혈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1956년 특별이민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입양 형식으로 혼혈아동들을 미국으로 받아들였다.1960년대부터 인천 덕적도, 동구와 부평구 등지에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혼혈아동을 포함한 고아들을 보살피고 해외 입양을 주선한 서재송(91) 할아버지가 2018년 펴낸 구술록 '옆에서 함께한 90년 서재송'(정리 윤진현)을 보면, 혼혈아동의 출국이 얼마나 까다로웠는지 알 수 있다. 서재송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어보자."정식으로 결혼해서 태어난 아이들은 미국시민권을 받아요. 그러니 따지고 보면 아버지가 미국으로 가면서 데리고 가야 하는 건데 버리고 가니까 얘들은 그때부터 불법체류자가 되는 거예요. (중략) 불법체류자가 되어서 미국으로 보내려면 벌금을 내야 해요. 그런데 애들보고 내라고 할 수 없잖아요."# 미국 이민·중동 건설 붐1960~70년대 매년 2만명씩 미국 정착'나성에 가면' '김포가도' 시대상 노래1980년대 하루 1천명 사막 공사장으로혼혈아동 다음 순서는 파독 노동자들이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2015년 펴낸 '대한민국 출입국심사 60년사'를 보면, 1962년 광부 8천여명과 간호사 1만여명이 김포공항을 통해 서독으로 이주했다. 3년 계약의 기술연수생으로 파견됐는데,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서독에 정착한 한국인이 많았다. 애초 서독은 일본에서 단기노동자들을 받아들였는데, 1960년대 일본의 경제성장으로 일본인들의 인건비가 비싸지자 한국 사람들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광부와 간호사들을 파독한 지 2년이 지나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국빈 방문했다.1960~1970년대 미국이 이민정책을 확대하면서 매년 우리 국민 2만여명이 미국으로 떠났다. 이 시기 문주란의 '공항의 이별'(1972년), 남진의 '김포가도'(1974년),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1976년), 권성희의 '나성(LA)에 가면'(1978년) 등 해외이주를 주제로 한 대중가요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방 이후 끊긴 한국과 일본 간 국경이 다시 열렸다. 한일 양국은 1967년 5월 항공협정을 체결해 항공편을 띄우기 시작했고, 일본인 관광객과 재일교포 입국자가 크게 늘었다. 일본인이 국내 외국인 관광시장의 주류로 떠오르자 일본어 교습 열풍이 불었다.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중동 건설 붐'이 일었다. 40년 동안 공항만 출입하면서 취재한 이황 한국일보 기자가 2012년 쓴 '공항 르포르타주'를 보면, 1980년대에는 하루에 1천명 가까운 사람이 중동으로 출국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중동에서 돌아온 노동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목에 카메라를 걸고, 일제 카세트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공항은 여행뿐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해외를 드나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엄격했던 조선시대 국경인삼 유출 통제… 금지품 적발 사형도300여명 '연행단' 외교·무역 공식통로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국경을 넘는 대부분의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다. 조선시대에는 함부로 국경을 넘었다가는 목을 베어 매다는 효시(梟示)형을 당하기도 했다. 나라가 허가한 공식적인 월경(越境)은 고위 관료를 포함한 외교사절을 중국 황실에 파견하는 사행(使行)이었다. 이때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무역을 통해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상인들이 사행단에 참여하려고 몰려들었다. 청나라의 수도 연경(燕京·베이징)으로 가는 사행을 연행(燕行)이라고도 불렀다. 조선은 삼전도의 치욕이 있던 1637년부터 청일전쟁이 발발한 1894년까지 1년에 2번꼴로 총 500여 차례나 연행단을 파견했다. 보통 300명 내외 규모 연행단을 꾸렸다. 외교도 외교지만 한중무역의 공식 통로로 활용됐다.1780년(정조 4년) 건륭제의 칠순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파견된 사행에 따라나선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이 남긴 청나라 견문록 '열하일기'(熱河日記·이가원 역)는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 국경을 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방금 사람과 말이 사열하는데, 사람은 성명·거주·연령 또는 수염이나 흉터 같은 것이 있나 없나, 키가 작은가 큰가를 적고, 말은 그 털빛을 적는다. (중략) 구종들은 웃옷을 풀어헤치기도 하고 바짓가랑이도 내리 훑어보며 비장이나 역관은 행장을 끌러 본다."박지원이 동참한 사행단은 관료, 비장, 역관 등 관원이 30명이었다. 나라에서는 사행단의 관원들에게 최상품 인삼을 몇 근씩 지급했는데, 이를 '팔포'(八包)라 불렀다. 중국에서 인삼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종의 '보너스' 성격이다. '열하일기'에서는 인삼 대신 은을 받았다고 썼다. 이 팔포의 권리, 즉 무역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송도(개성)나 평양의 상인들이 사들여 사행길에 동참했다. 사행단이 국경을 넘기 전 깃대 3개를 세워 문으로 삼고, 금지 물품을 검사했다. 첫 번째 문에서 걸리면 곤장을 맞고, 두 번째 문에서 적발되면 귀양을 보냈다. 마지막 문에서 금지 물품이 적발되면 목을 벨만큼 통관절차가 까다로웠다. 일련의 과정이 꼭 인천국제공항에서 펼쳐지는 출입국심사 절차처럼 까다로웠다. 조선이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한 것은 가장 중요한 무역상품인 인삼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삼은 공식적으로 팔포 무역을 통해서만 중국 등 다른 나라로 유통됐다.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에서는 의적 장길산의 후원자인 개성상인 박대근이 상단을 이끌고 따라나선 사행길에서 청나라 상인에게 인삼 가격을 흥정하면서 무역을 하는 장면이 무척 자세히 묘사된다. '열하일기'를 비롯한 각종 사료와 문헌을 치열하게 취재한 흔적이 박대근의 인삼무역 장면에서 묻어난다. 조선인이 압록강을 건너 인삼을 캐는 문제는 조선과 중국 간 국경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2020년 6월 현재는 코로나19가 인천공항을 빼면 이야기할 수 없는 '국제 무역 시대'에 손상을 입히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조선시대처럼 폐쇄적이고 제한적으로 국경이 운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허무맹랑한 얘기만도 아닌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선 국경의 의미가 변화한 과정을 되짚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1956년 4월 혼혈아동 12명이 입양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타고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1963년 열린 서독 파견 광부 결단식. /국가기록원 제공1966년 서독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파독 간호사들. /국가기록원 제공1624년 명나라에 파견된 한음 이덕형(1561~1613) 일행의 사행길을 담은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0-06-03 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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