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창간특집

 

[힐링, 희망을 품다]함께하면 고통은 길지 않습니다

'희망이 있는가' 물으면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희망을 꿈 꿔본 적이 있는가' 물어도 고개를 내젓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계층간의 갈등, 정치권의 무능, 밤길 나서기 무서운 세태, 여기에 이상한 날씨까지.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의 목을 죄는 것은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해 진다는 것입니다.집값은 뚝뚝 떨어지는데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에게, 천정부지 전세금을 은행 빚으로 충당해 놓고 원리금 상환이 버겁기만 한 '렌트 푸어'(rent poor)에게 희망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웅크리고 있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 '묻지마 범죄'속에 늦은 밤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가기만 합니다.은퇴 행렬이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1953~1963년생)의 삶은 더 고단합니다.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그들은 국가 발전의 주역이자 우리 사회의 중추세력이지만, 지금은 '눈물의 50대'로 불립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사회에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준비 없는 창업에 불황까지 겹쳐 하루하루가 지옥이기 때문입니다.실제로 경기도내 자영업자들은 평균 3천686만 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월 평균 217만원을 번다고 합니다. 또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은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고, 창업후 3년내 폐업률도 60.5%에 이릅니다. 이쯤되면 '제2의 인생'은 '제2의 고통'에 가깝습니다.그렇다고 정치권에 기댈 수도 없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집권일 뿐, 국민의 고통이나 아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12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도 하루하루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서민들에겐 그리 피부에 와닿는 관심거리가 아닙니다.그러나 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던 1997년 그해 겨울을 생각해 보십시오. 어제까지만 해도 옆자리에 있던 동료가 갑자기 회사를 떠났고, 숱한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살아보겠다고 받은 대출의 금리가 20%를 육박하면서 가족과 함께 거리로 나선 가장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그때 우리가 그 끔찍한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우리에게는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 받는, 그래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정(情)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요즘 유행어처럼 거론되는 힐링(Healing)이 아닐까요. 함께 눈물 흘려주고, 같이 가슴 아파하는 인정이 있었기에 온 국민이 장롱 속 금붙이까지 내놓으며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벼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자라듯 그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오직 우리들의 힘만으로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했던 것입니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 그것입니다. 경인일보가 '힐링, 희망을 품다'를 창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것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그랬듯 우리는 지금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넘어져 울고 있는 이들을 일으켜 세우며 우리 이렇게 말해줍시다. "힘내세요. 고통은 길지 않습니다. 희망은 우리의 것입니다." /김화양 주필

2012-08-30 김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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