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창간특집

 

[대한민국 르네상스·휴먼]'산재보험 시행 50년' 산업현장 실태 보고서

우리나라에서 산재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50년을 맞았다. 산재보험은 그동안 1964년 경제개발계획 시작과 함께 도입된 이후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산재노동자들의 치료비와 소득을 지원해주면서 근로자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매년 2천명이 넘는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근로자들 사이에서 어느새 까다로운 산재혜택 기준적용으로 당초 시행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재도입 반세기 외형성장의 그늘산재보험은 50년 동안 적용 사업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외형적으로는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1964년 도입 당시에는 500명 이상 광업·제조업 사업장 64곳의 근로자에게만 적용됐지만 현재는 198만개 사업장, 약 1천500만명의 근로자가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0년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은 근로자 수가 445만명에 달하며 보험급여 지급총액은 56조원에 이르고 있다.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성장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사망률 1위라는 우울한 그늘이 자리잡고 있다.지난해 국내 산업현장에서 9만1천800여명의 근로자가 다쳤고 이 가운데 1천900여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1년 365일 내내 1시간에 10명씩 다치고, 4시간 반마다 1명씩 숨진 꼴이다.특히 2012년보다 사망자는 오히려 65명이 증가했다. 이 같은 통계는 근로자 1천명당 6명이 재해를 당한 것으로 OECD 가입국에서 최고 수준이다.산재보험이 건강보험(1977년), 국민연금(1988년), 고용보험(1995년) 등과 비교해 조기에 도입된 배경에도 이 같은 산업화의 부작용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는 산재보험 도입 36년 만인 지난 2000년 7월부터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산재보험 지원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모든 근로자에게 산재보험 혜택을 줬다.산재예방이 부실한 기업에 대한 처벌도 미미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가 작업장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정하고 있다.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규정은 무용지물이다. 최근 3년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검찰로 송치된 사건 8천700건 가운데 중대 재해는 2천200여건에 불과하다. 이 중 벌금형이 57.2%로 가장 많고 혐의 없음 13.8%, 기소유예도 11.1%에 달했다. 반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7%에 그쳤다.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들의 산재예방도 느슨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최근 지난해 가장 많은 산재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으로 현대제철과 대우건설을 꼽았다. 이들 기업이 원천으로 있는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1년간 각각 1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2010년 최대 산재 사망기업으로 뽑힌 데 이어 또다시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떠안았다.# 근로자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최근 안산의 한 공장에서 50대 남성이 근무 중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벌어졌다.해당 근로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 무사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퇴원 후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유가족들은 남편의 장기간 결근이 계속되자 회사로부터 퇴사를 종용받아 결국 자신의 신변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며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하지만 산재전문가들은 해당 근로자의 유족이 산재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산재보험 특성상 근로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가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입증해야 하는데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 이를 입증하는 과정이 다른 산재보다 힘들기 때문이다.삼성반도체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근로자들도 산재혜택을 받기까지 기나긴 법정싸움을 견뎌내야 했다.2003년 10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황모씨는 다음해 12월부터 기흥 사업장 3라인에서 습식식각 공정업무에 배치됐고 7개월 뒤 황씨는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3월 사망했다.1995년 입사한 이모씨도 2005년 황씨처럼 습식식각 공정업무에 배치됐다가 2006년 7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불과 1개월여 뒤 숨졌다.이후 황씨의 유족 등은 근로복지공단을 방문해 피해자들에 대한 산재 신청을 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자 2010년 1월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수년간의 소송 끝에 유가족들은 2011년 6월 1심에서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백혈병과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해 원고 승소로 판결을 이끌어냈으며 최근 열린 2심에서도 원고들이 승소했다.이처럼 근로복지공단이 엄격한 잣대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면서 산재근로자와 유족들은 힘겨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린 2만여건 가운데 1천500여건은 산재신청 근로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중 확정판결을 받은 1천400여건 중 190여건은 공단이 패소했다.민주노총 경기도지부 박민주 노무사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다쳐 외상을 입으면 산재혜택을 받지만 그 나머지 경우는 산재보험의 문턱이 높아 근로자가 자신의 질환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해내야 한다"며 "산재보험이 도입된 지 50년을 맞는 만큼 이제는 불합리한 보험적용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대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아이클릭아트

2014-09-01 박종대

[르네상스 대한민국·휴먼]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 어떤 곳?

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는 2002년 6월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에 '햇살센터'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다. 광복과 전쟁, 개발시대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속에서 그늘지고 억압된 삶을 살아온 기지촌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설립됐다.햇살사회복지회가 걸어온 길은 기지촌 할머니들의 인생만큼이나 묵직하다. 기지촌 할머니들의 지나온 삶과 현재를 담은 소식지를 매주 발행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번씩 기지촌 할머니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다.할머니들의 기억과 증언을 바탕으로 자료집을 발행했고, 2007년에는 '경기도 기지촌 여성노인 실태조사 및 정책토론회'를 최초로 실시했다.또한 기지촌 할머니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2009년부터 기지촌 할머니들의 주거대책을 위한 시민네트워크를 결성했고, '기지촌 할머니들의 주거대책, 왜 필요한가' 등 자료집을 지속적으로 발행하며 주거곤란의 어려움을 세상에 알렸다. 그 결과 '햇살로 수 놓은 집'이라는 공동생활가정주택을 개소해 작게나마 할머니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더불어 한평생, 성매매여성이라는 그늘에 갇혀 사회로부터 외면받고 상처받아왔던 할머니들을 위해 다양한 정서함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햇살 Life', '내안의 나를 찾아서'와 같은 자아성찰과 회복프로그램은 물론, 연극 등의 활동으로 할머니들의 정서치유에 노력하고 있다. /최재훈·공지영기자

2014-09-01 최재훈·공지영

[르네상스 대한민국·컬처]無에서 有로… 문화, 친구로 만들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1997년 우리나라 문화계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문화재단' 창립이다. 국내 최초의 문화재단은 경기도 수원에 자리잡은 '경기문화재단'이다. 이어 2001년 부천문화재단이 도내 두번째로 설립됐고, 고양문화재단과 성남문화재단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경기도문화의전당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지 어언 10년이 됐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10년 동안 도내 문화재단이 가져온 변화는 실로 눈부시다. 시민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문화적 환경이 어떠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고양시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문화생활이라고 하면 영화보러 가는것 정도였죠." "성남은 대대적으로 개발이 진행된 곳이라 2000년대 초반까지도 생활기반시설이나 교육 등의 분야에 행정력이 집중됐었죠. 지금이야 성남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풍족하게 누리게 됐지만,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경기도문화의전당은 1991년 문화예술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어요. 지금은 주변이 다 개발됐지만, 10년 전만 해도 주변에 아무 것도 없고, 볼 것도 없었죠." 하나같이 당시의 '문화'에 관해서는 말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10년 사이 이들 재단은 지역민은 물론이거니와, 고양문화재단은 경기 북부를, 성남문화재단은 경기남부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도 전체를 아우르며 '문화지대'를 확산하고 있다.'문화예술회관'에서 '문화의전당'으로의 변화는 외형적으로는 몇 글자 바꾼 것일 뿐이지만, 내용면에서는 혁신적이다. 전당은 재단으로 독립한 2004년부터 현재까지 2천300여차례 찾아가는 공연 '아츠 해비타트(Arts Habitat)'를 통해 115만여명 도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안겨줬다. 또한 국내 처음으로 '행복교실'을 운영해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었던 예술적 감성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기도립무용단, 경기도립극단, 경기도립국악단, 경기팝스앙상블 등 예술단은 무대 밖으로 나와 찾아가는 순회공연을 펼쳐 25만 도민과 만났다. 성남문화재단은 2005년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수준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한편, '사랑방문화클럽' 사업을 통해 시민 누구나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고양문화재단 역시 문화예술공간 고양아람누리, 고양어울림누리뿐 아니라 고양시 전체를 무대삼아 고양호수예술축제, 고양행주문화제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거리를 무대로 내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대 위에서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려는 노력 이상으로 시민의 생활속에 문화를 침투시키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사설 극장과 공립문화단체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대가로 수입을 올리려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지역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거죠"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시청이나 도청의 일개 부서에서 관리하던 문화정책을 독립시켜 재단이 수행하도록 하는 이유다. 보직이 자주 바뀌는 공무원 집단 안에서는 전문적인 인력을 키울 수 없었고,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이 중단됐고, 담당 공무원의 손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시스템 안에서는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문화재단이라는 전문기관은 '전문성'과 '지속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적 영역을 대신하고 있다. 10년 동안 이들이 거둔 성과를 지난 6월 정년퇴직한 성남문화재단 전 직원을 통해 전해들었다."성남아트센터에 근무한 게 2011년부터고, 문화활동을 시작한 건 1995년이니까 성남의 문화변천사는 모두 지켜본 셈이죠. 문화 활동의 성과라는 것이 수치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문화재단이 없어진다는 것을 상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사설 공연장보다 훨씬 저렴한 공연 관람 비용이나 주민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 학교나 양로원 등의 시설에 찾아가는 프로그램들이 다 없어지는 겁니다. 생활이 많이 허전해질 거예요."현재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지역 문화재단이 설립된 곳은 12곳이다. 지난해에만 두곳이 늘었고, 문화재단 설립을 준비하는 지역이 더 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늘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지난해에는 '경기도문화재단협의회'가 구성됐다. 이들의 목적은 '문화재단 간 지역문화예술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서로 협력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협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경기도에는 가장 오래됐으며 다른 재단의 모델이 되는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문화재단이 있어요. 그러나 아직은 예산을 비롯해 정책 수립과 수행에 있어 관(官)과 연결된 부분이 많고, 위에서 세운 정책을 민간에 전파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죠. 궁극적으로 지역의 문화가 성장 발전하려면 민간의 자리를 넓히고 역량을 키워야 해요. 재단은 중간자적 역할이죠. 이런 중간자들이 협의체를 통해 상호 교류하면서 보다 탄탄한 울타리를 만들려는 거예요."각 문화재단들이 시군의 경계를 넘어 노력하는 만큼 지역민들도 할 일이 있다. '문화향수권'이라는 권리를 누리기 위해 마땅히 져야 할 의무다. 지역의 문화판에서 좀 놀았다는 형님, 언니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잘 노셔야 해요. 스스로가 문화 재단의 주인이 되세요. 많은 사람이 열심히 누릴수록 더 많은 문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민정주기자

2014-09-01 민정주

[르네상스 대한민국·컬처]겉만 빵빵한 문화法, 속을 채워라

# 액션 플랜 없는 문화관련법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문화권)를 가진다." 올해 3월 시행된 문화기본법 제3조의 문화권에 대한 정의이다. 문화를 국가융성의 기본으로 삼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다.정부는 문화기본법에 이어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즉 정부가 문화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기본계획을 실행할 시행계획을 수립토록 한 것이다.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국경제를 부흥시켰듯이,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명문화한 문화진흥 5개년 계획은 문화 르네상스를 발원시킬 수 있을까.문화 전문가와 현장종사자들은 회의적이다. 이흥재 원장(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은 "법과 제도를 통해 문화진흥의 기틀을 만들 수 있다"며 문화진흥을 위한 법제화에는 동의하면서도 "내용이 없는 법문은 무가치하다"고 비판한다.이 원장은 "문화의 날을 만든다든지(문화기본법), 재단의 역할을 강조한다든지(지역문화진흥법)와 같은 조문은 현재의 문화진흥법을 보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분명한 법의 실익이 없는 법을 만들어 (정부가)성과인 것처럼 자랑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 정부가 만든 두 법이 실행면에서는 공허하다는 지적이다.김이환 이영미술관 관장은 "문화기본법이나 지역문화진흥법은 알맹이가 없다"며 "문화의 가치를 격상시키는 분위기 조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김 관장은 문화기본법이 정한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뿐 아니라 사립 박물관, 미술관의 수익과 그 수익을 바탕으로 한 예술의 재창출을 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화가 있는 날 전국의 문화예술 현장을 무료나 염가로 개방하라는 정부의 문화정책이 반문화적이라는 것이다.두 법 모두 문화진흥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를 엄숙하게 선언하고 있지만, 재정대책은 "예산 범위에서 필요한 만큼"이라거나 "지역문화진흥 재정의 확충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선에서 얼버무려 놓았다.# 정부의 문화진흥 역주행지난 4월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한 전국 13개 광역자치단체 문화재단이 정부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사건이 있었다. 중앙 재정에 예속된 지역문화재단이 일제히 한목소리로 정부를 성토하고 나선 건 유례없는 일이다.사건의 발단은 기획재정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을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한국문화예술위에서 시·도 문화재단에 분배해주던 문예진흥기금을, 정부가 특별회계에 포함시켜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나누어주겠다는 발상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문예진흥기금은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유일한 안정적 재원이다. 7개 예술분야에 지원하는 지출 총규모는 올해 1천868억원이다. 정부예산에서 보면 발톱의 때도 안 되는 소액이지만, 지역문화재단에는 생명수에 버금가는 금쪽 같은 돈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회수해 자치단체에 나눠줘 단체장의 호주머니 돈으로 쓰겠다니, 아무리 눈칫밥을 먹는 입장이더라도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기재부 말고서라도, 현 정부는 문예진흥기금을 아예 폐지해 정부예산으로 문예진흥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문화예산은 기본적인 속성상 수혜자 중심으로 편성돼야 하고 집행돼야 맞다. 하지만 정부는 창의성, 독창성, 지속성이 생명인 문화의 속성을 외면하고 '진흥'에 급급해 문화예산 자원의 독점 분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1997년 영국 토니 블레어 내각은 젊은 영국을 지향하는 문화정책 '쿨 브리타니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크리스 스미스를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는 쿨 브리타니아 문화정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해 예술기금을 확충했다.그는 한 문화정책 연설에서 "막대한 양의 기금이 셀 수 없이 많은 컨설턴트의 주머니로 들어가기보다는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활동에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복권 기금을 빌딩을 세우는 데가 아니라 (문화예술계)사람과 활동을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문화예술 자원은 문화행정이 아니라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강조한 것이다.이에 견주어 보면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을 만들어 놓고도, 문화예술인들이 자율성을 갖고 쓸 수 있는 알량한 금액마저 정부의 국고로 빼돌리려는 정부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 경기도 문화진흥의 명암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화부문 예산을 도 재정의 3%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최근 경기문화재단이 발표한 '경기도 문화예술진흥 중단기 종합발전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8년까지 남 지사의 문화재정 3% 공약이 단계적으로 실현되면 5년간 총 1조7천368억원의 문화관광예산이 확보된다. 예산 확대로 인한 추가확보 예산은 5천963억원이고, 당장 내년부터 3%로 확대하면 금액은 훨씬 늘어난다.이 같은 예산 확대의 의미는 경기도가 비로소 경기도 문화정체성을 위해 쓸 돈이 생긴다는 데 있다. 올해 경기도 문화재정은 약 2천253억원으로 일반회계 예산의 1.54%. 재정의 대부분은 문화관련 기관 및 시설의 운영비이다. 여윳돈은 중앙정부의 문화사업 수행을 위한 매칭펀드 예산으로 소비된다.실제로 경기도가 문화정체성을 갖기 위한 사업비는 전무한 실정인 셈이다. 남 지사의 문화재정 3% 공약은 이런 의미에서 경기문화의 출발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도 문화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하지만 지사의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은 지난해 보인다.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투는 현실에서 문화계가 소외되는 현상이 하루 아침에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예술계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김이환 관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김 관장은 "문화정책의 질적 변화는 정부나 지자체의 수장들이 문화계와의 접촉 기회를 늘리고 접촉면을 다면화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예를 들어 경기문화재단 산하 경기문화재연구원은 본연의 업무인 문화재 발굴 및 연구업무가 거의 마비된 상황이다. 발굴 사업에서 민간기업과 완전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발굴사업이 대규모 토목 및 건설사업 현장에서 발주되다 보니, 문화재 발굴 보다는 건설이익을 추구하는 발주처의 입맛을 맞추어 주는 경쟁에서 늘 뒤지게 마련이다. 즉 매장 문화재 발굴이라는 공익이 건설이익에 밀리는 상황을 방치하는 문화행정인 셈이다. 누구의 이익을 우선할 것인지 문화현장의 사람을 만나 들어봐야 하는 것이다.최근 경기도 연정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도 산하기관장 청문회도 같은 맥락이다. 청문회 대상 기관에 경기문화재단이 포함되자, 도 문화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문화정책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문화재단 대표가 정쟁을 피하기 힘든 자리가 될 경우 문화현장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남 지사의 문화재정 3% 공약과 점점 열악해지는 문화행정의 퇴보. 경기도 문화는 이 같은 명과 암 사이에서 부흥과 답보의 기로에 서 있다. /민정주·유은총 기자

2014-09-01 민정주·유은총

[르네상스 대한민국·휴먼]열악 환경·황당 신고… '그래도 사람이 먼저'

서둔안전센터에는 주종만 소방교 말고도 최고의 소방대원들이 있다. 이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구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하지만 대원들에게 주어지는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일부 시민들은 다른 사람은 생각 않고, 이기적인 신고를 계속해 황당한 신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대원들은 입을 모은다.# 똑같은 사람, 똑같은 생명지난 6월 29일 오후 10시께 수원역 애경백화점 고가도로 공사현장. 만취상태의 남성이 안전그물망 위에 엎드려 있었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자꾸 뒤척여 자칫하면 11m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됐다.이 남성은 김모(27)씨로 경찰에 쫓기고 있는 몸이었다. 차량절도범으로 도주 중 술을 마시고 그만 사고를 당했던 것.현장에 출동한 수원소방서 서둔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구조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에어 매트리스를 깔았고, 사다리를 타고 조심스레 김씨에게 다가갔다.하지만 김씨는 주머니에 있는 돈뭉치를 뿌려대며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주변은 이내 만원짜리 지폐들이 날아다녔고, 붙잡히지 않으려는 김씨의 발버둥에 대원들은 애를 먹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구조에 성공했다. 그때서야 대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잠시,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인계됐다. 김씨를 바라보던 대원들은 허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절도범도 소중한 생명일 뿐이다.현장에 있던 이송희 주임은 "상대가 범죄를 저질렀건 가진 것 없는 부랑자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목숨보다 소중한 가치가 세상에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무사히 구조를 마친 뒤지만 대원들은 돌아와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루에 많게는 20번도 더 출동해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부 시민들의 이기적인 119호출(?)에 진이 빠지는 순간도 많다. 매달 한번꼴로 '온몸이 아프다'며 신고하는 50대 여성의 신고를, 대원들은 알면서도 출동한다. 이들에게 소방대원은 단지 병원으로 가는 택시일 뿐이지만 어쩔 수 없다. 심지어 바퀴벌레를 잡아달라고 신고하거나 막힌 하수구를 뚫어달라며 119를 찾는 사람도 있다.출동 뒤 돌아오는 발걸음은 허탈하지만, 그래도 대원들은 이유 불문, 구급차에 몸을 싣는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서둔안전센터의 대원은 센터장 포함 모두 17명이다. 진압팀(5명씩 2개조)과 구급팀(2명씩 3개조)으로 나뉘는데, 진압팀의 경우 여전히 2교대 근무를 하는 셈이다. 진압팀 대원들은 24시간 종일 근무를 한다.2~3시간 이상 진압활동이 필요한 이른바 '중불'이라도 나면, 퇴근했던 직원들까지 되돌아와 진압에 나서기도 한다. 서둔안전센터뿐만 아니라 경기소방 대부분의 안전센터가 겪는 문제로, 인원부족은 해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그나마 3교대가 가능한 구급팀도 마냥 편할 수는 없다. 소방력 기준으로 구급차에는 3명(기관사 1명, 구급대원 2명)이 타도록 돼 있지만, 근무인원이라고는 2명이 전부라 운전과 구급활동을 동시에 하는 일이 일상이다.이승로 센터장은 "수원시 인구가 120만, 수원소방서 전 대원이 380명이다. 소방대원 1인당 3천명이 넘는 시민을 보호하는 셈"이라며 "그러나 인명존중을 최우선 하는 대원들은 제복을 입는 순간 소방대원이 된다. 전 대원은 혼신의 힘으로 진압·구급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원래 소방의 기능은 진압과 구급말고도 구조, 생활안전분야가 있지만 일선 안전센터에는 해당 기능에 대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생활안전 관련 신고 수가 늘면서 대원들은 각 기능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집 현관문이 잠긴 사람도, 가스불을 끄지 않고 나온 사람도 온통 119만 찾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이 센터장은 "황당한 신고들로 소방력이 낭비될 때도 있는게 사실"이라며 "급박한 사고현장이 많은 점을 도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영훈·조윤영기자

2014-09-01 강영훈·조윤영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2]61년간 잊혀져 있던 희망의 땅

휴전선 남북 각각 2㎞내 군사시설 설치못해정전협정후 관리권 위임 유엔군사령부 통제인간 손길 안닿은 자연·전후 상황 고스란히태봉국 도성 등 역사·문화자원은 방치상태한계선 4㎞ 폭 점점 좁혀져 면적 43% 축소DMZ는 1953년 정전협정을 체결하며 탄생했다. 사실 DMZ는 남북한의 공동 영토지만 영토로서의 여러가지 법률적 또는 제도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휴전협정 당시 전쟁 억제를 위해 휴전선 남북 각각 2㎞ 지역에 군사시설을 설치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지역에 대한 관리권을 정전위원회에 위임했기 때문이다.혹자들은 DMZ 안에 위치한 '대성동마을'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대성동마을 거주민들은 한국 헌법의 보호를 받지 않고 있다. 대성동마을은 1953년 휴전협정을 체결하며 남북에 하나씩 민간인이 거주할 수 있는 마을을 DMZ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한 협약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대성동마을은 파주시 관내에 있지만 DMZ 내에 위치해 있기에 한국정부가 아닌 유엔군사령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대성동마을 주민들은 참정권과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지만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는 면제받고 있다.6년여간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에 대해 취재하며 가장 많은 문의를 받았던 부분은 다른 것이다.바로 "왜 한국의 영토지만 들어갈 수 없는가?" 그리고 "DMZ와 그 부근에 위치한 민간인통제구역의 개발과 보전에 대한 문제를 한국인 스스로 고민하고 준비해 가지 못하고 있는가?"였다.이런 문제의식에 대해 가장 많은 문의를 받았지만 취재를 해 온 기자도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던 부분이다.물론 이런 물음에 대한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답변을 알고 있다. 바로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휴전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또 휴전협정을 하며 DMZ 내의 관리권한을 한국 정부가 아닌 유엔군에 맡겼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가깝지만 먼 곳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멀어지고 있는 DMZ민간인통제구역이 2000년대 들어 축소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는 아직까지도 정전협정 당시처럼 민간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이로 인해 DMZ는 한국전쟁 휴전 61년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잘 보전된 다양한 생태계와 발굴되지 않은 문화유산들이 원시 자연과 함께 그대로 남아 있다.또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 발발부터 3년간 치열했던 모습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 당시 그대로 남아 있다.DMZ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전쟁 전후의 모습 그대로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고, 전쟁의 치열했던 모습도 변화되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일 수 있다. 또 개발로 인해 파괴된 DMZ 남쪽의 민간인통제구역의 생태 환경에 비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남아있는 DMZ의 생태계는 우리에게 큰 자산이다.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로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DMZ 안에 얼마나 많은 문화유산들이 산재되어 있는지 조사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기도 한 것이다.# DMZ가 갖고 있는 생태문화적인 가치 DMZ 일원의 생태계 조사는 한국 정부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해서 진행될 수 없다. 정작 그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군사정전위와의 협의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 조사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북한과의 협의도 이뤄져야 한다.DMZ 전체가 힘들다면 휴전선 이남지역만이라도 조사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유엔군 사령부와 한국 정부가 군작전과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을 불허하고 있어 조사는 불가능하다.DMZ 일원에 대한 생태,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DMZ 남쪽에 위치한 민간인통제구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 활동은 진행되고 있다.2006년과 2007년 환경부의 '전국자연환경조사(2차)와 문화재청 군사접경지역 자연유산 기초자원조사보고서'에 따르면 DMZ 일원에는 식물 2천451종과 포유류 45종, 조류 269종, 양서·파충류 31종, 어류143종 등 총 2천930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 멸종 위기 동·식물 1급은 15종이, 2급은 67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자연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오히려 잘 보전될 수 있지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역사·문화자원들은 보호받지 못한채 방치되고 있기도 하다.그 대표적인 예가 DMZ안에 있는 철원 태봉국 도성이다. 태봉국 도성은 DMZ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1954년 휴전협정이 이뤄진 후 제대로 된 조사작업조차 이뤄지지 못했다.역사서에서 기록을 찾을 수 있는 문화재의 경우 대략적인 위치라도 파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문화재들은 DMZ 일원에 얼마나 산재해 있는지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나마 한국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위치해 있는 문화재는 지정문화재로 지정됐고 최근 안보관광이 인기를 끌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원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술적인 이유로 축소되고 있는 DMZ개발과 동떨어져 있는 DMZ 일원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생태계가 원시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하지만 전술적인 이유 또는 상대방을 감시하기 위해 좋은 위치에 군사시설을 설치하려고 휴전선 안쪽으로 시설물을 설치하며 남북한간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휴전협정 당시 남북한 모두 군사시설을 휴전선을 중심으로 각각 2㎞씩 물리기로 했다. 휴전협정에 따라 DMZ의 폭이 4㎞를 유지해야 하지만 전구간에 걸쳐 4㎞를 이루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남북한 철책의 거리가 1㎞도 안되는 곳도 있어 휴전협정을 남북한 모두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을 안겨 주기도 한다.특히 북한이 지난 1986년부터 북방한계선에서 군사분계선으로 500m 가량 전진해 조성한 4중 고압선은 군작전의 필요성에 의해 설치됐지만 이로 인해 산양, 사향노루, 반달가슴곰 등 야생동물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비단 북한만의 문제는 아니다.남·북방한계선 사이 거리 4㎞가 깨지면서 한반도 3대 생태축 중 하나로 평가받는 DMZ의 생태계는 개발이 아닌 군사적인 이유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정전60주년을 맞아서 녹색연합이 지난해 발표한 '2013년 DMZ 면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북한 중 특정한 곳의 잘못이 아닌 양측 모두 정전협정서에 명시된 군사분계선 2㎞를 지키지 않아 1954년 정전 당시 992㎢였던 면적이 2013년에는 43%가 감소한 570㎢로 축소됐다.결국 특정 국가가 아닌 휴전으로 인해 군사적인 대치상태가 오래 지속되며 서로 필요에 의해 휴전협정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휴전협정 위반으로 인한 DMZ의 축소는 결국 한반도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는 DMZ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양 장항습지 /김종택기자

2014-09-01 김종화

[르네상스 대한민국·금융]인터뷰|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소장

"정부가 묵인하고 지원했던 산업역군이었던 기지촌 할머니들을 정부가 책임지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소장은 기지촌 할머니들을 '역사의 피해자'라며 말문을 열었다. "일제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위안부의 비극적인 역사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정부가 미군을 상대로 한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지원하고 산업화했다는 증거는 곳곳에 널려있다"며 "기지촌 할머니들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마찬가지로, 미군위안부로 희생당했다"고 말했다.실제로 1970년대 당시 정부가 직접 기지촌정화위원회를 설립, 성병관리소를 만들어 기지촌 여성들을 관리했고, 동두천·의정부·평택 등 기지촌이 형성된 지역을 '관광특별구역'으로 지정하며 기지촌 여성들을 '산업역군', '민간외교관'으로 칭송하기도 했다.하지만 현재, 기지촌 할머니들을 위한 정부와 경기도의 지원은 전무하다. 우 소장은 "경기도에 가장 많은 기지촌이 있었고, 아직도 기지촌 할머니들이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 할머니들의 지원을 이야기 할때마다 법적 지원근거가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 소장은 기지촌 여성들의 실태조사 및 주거·생활안정에 필요한 지원을 요구하는 '경기도 기지촌 성매매여성 지원등을 위한 조례안' 제정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 '거역할 수 없는 포주'라는 이름으로 기지촌을 형성,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한편으로 강요했던 정부와 지자체가 이제라도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도와 정부는 책임을 방관한 채 조례안의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우 소장은 "주거안정과 생계에 대한 해결방안이 시급하다. 아직도 기지촌을 벗어나지 못한 채 쪽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고, 기초생활수급으로 받는 지원비밖에 없어 힘겨운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가난하고 무지했기 때문에 희생당할 수밖에 없던 역사의 피해자들인데, 이제와서 우리 정부와 사회가 이를 외면한다면 우리가 일본을 비난할 명분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재훈·공지영기자

2014-09-01 최재훈·공지영

[르네상스 대한민국·휴먼]세상이 외면한 양공주, 쉴곳없는 恨평생

생존자중 막내인 최 할머니는 지난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마련해 준 작은 아파트에 새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최 할머니는 "따뜻한 물도 나오고 좋기는 한데 도시가스 요금이 비싸 걱정"이라고 푸념했지만 한결 여유로움이 묻어났다.뺏벌을 다시 찾은 최 할머니는 자신이 매일 드나들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그날을 회상했다. 5명의 할머니가 아옹다옹하기도 하고 서로 의지하며 거처했던 판잣집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최 할머니가 처음 뺏벌에 들어온 것은 1970년대 후반 뺏벌의 전성기라 불리던 시절이었다. 말 못할 마음의 상처를 안고 경상도에서 혈혈단신 올라 온 그녀는 부모와 형제 뒷바라지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돈을 모아 고향으로 보냈다. 당시 뺏벌은 클럽이 골목마다 들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상가들도 주로 기지촌 여성과 미군을 상대로 영업했고 클럽을 비롯해 세탁소, 양품점, 음심점 등이 기지촌 거리를 빼곡히 채웠다.뺏벌은 낮과 밤이 따로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밤이면 미군들이, 낮에는 한국인들이 번갈아 이곳 상가들의 매출을 올려줬다. 한국인들은 당시 시중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일명 '미제'를 구할 수 있어 이 곳을 자주 찾았다. 워낙 수입이 좋다보니 돈이 있어도 기지촌 상권에는 아무나 입점할 수 없었다. 상가들은 사실상 독점권을 누리며 미군들의 달러를 벌어들였다.최 할머니는 이 무렵 뺏벌에 발을 들였다. 밖에선 '양공주', '양색시'라 손가락질 했지만 뺏벌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특권이 보장됐다. 뺏벌의 부흥에 힘입어 최 할머니도 꽤 많은 돈을 벌어 여동생 두명을 중학교까지 졸업시켰다. 하지만 나중에 가족들이 그녀가 기지촌 여성이란 사실을 알고는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다.기지촌 여성들은 최 할머니처럼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았다. 최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다 일찍 세상을 떠난 김순옥(가명) 할머니는 6·25전쟁 중 남쪽으로 내려와 어릴때부터 식모, 직공 등 닥치는 대로 일하다 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유산까지 하는 아픔을 겪었다. 뺏벌에 들어와서 미군병사를 만나 잠시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불임이란 이유로 버림받고 말았다. 이처럼 뺏벌은 1970년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성들이 몸을 던졌던 곳이다.뺏벌은 지금도 곳곳에 전성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최 할머니가 최근까지 살았던 집으로 가는 골목에서도 쉽게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가정집으로 변한 옛 클럽들, 담장마다 흐릿하게 남아있는 클럽의 이름들, 기지촌 여성들이 지내던 쪽방, 업종은 바뀌었지만 당시 세탁소, 음식점 등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뺏벌이 쇠망의 길로 접어든 것은 1990년대 중반. 국내에 반미감정이 격화되면서 미군들의 영외 출입이 제한되고 미군부대 이전설이 나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의정부의 대부분 기지촌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뺏벌에도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지자 상인들이 하나둘 뜨기 시작했고 문을 닫는 클럽도 늘어났다.지난 2003년에 나온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은 뺏벌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 계획에 따르면 캠프 스탠리가 오는 2016년까지 이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뺏벌은 이후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고 기지촌으로서의 생명을 사실상 마감했다.하지만 이곳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업종을 바꾸든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주민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뺏벌에는 외국 이주민들이 터를 잡아갔다. 싼 집세에 가난한 외국 이주민들이 모여든 것이다. 젊은 외국 이주민들이 들어오면서 다시 활기를 찾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뺏벌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원래 뺏벌의 주인은 전주 이씨 지파인 모 종중인데 1960년대 주민들에게 임대료를 하고 건축과 거주를 허용했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땅값이 오르자 임대료도 올라갔다. 2007년에는 8배까지 치솟자 주민들이 이에 반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종중의 손을 들어줬다.분쟁은 격화됐고 땅 주인인 종중도 물러서지 않았다. 분쟁 조정에 나선 법원은 오는 2018년까지 자진철거를 강제 조정했다. 주민들은 이 기한까지 모두 이곳을 떠나야 하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수십년동안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왔던 주민들은 당장 떠날 곳도, 또 떠날 여력도 없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와 의정부시를 상대로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최 할머니도 얼마전까지 여기에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의정부시, 모두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이곳에는 밤이 없다'란 말이 나돌 정도로 화려한 시절을 보낸 뺏벌은 수많은 기지촌 여성들의 한을 보듬은 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정들었던 옛집을 둘러보고 뺏벌을 나서는 최 할머니는 "한때 이 곳 사람들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았는데 그때는 마을이 지금처럼 사라질지 아무도 생각못했다"며 "이제라도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따뜻한 물 나오는 조그마한 보금자리라도 얻어 다행"이라며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은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의정부/윤재준·최재훈·공지영기자

2014-09-01 의정부/윤재준·최재훈·공지영

[르네상스 대한민국·컬처]'진정한 보존' 선대 정신까지 지키는 것

# 보존관리문제를 안고 있는 '수원 화성' 수원 화성은 지난 1997년 도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원시 화성사업소'가 17년째 보존관리를 하고 있다. 사업소는 그동안 화성의 아름다운 경관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왔다. 반면 현장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관리는 체계적이지 못했다. 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는 조직에서 화성 보존에 관한 정보데이터를 축적하고 전문인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사업소는 보존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옛날 건축설계가 담긴 '시방서'와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이에따른 문제점은 종합점검 결과에 그대로 드러났다. 수원화성 내 화서문, 북안문 등 4개 문화재는 기단부와 축대에 균열이 생기고 기울어져있다. 문화재청의 보존관리 5개 등급 중 4번째 D등급을 받은 이유다. 사업소 관계자는 "원체 노후상태가 심했고, 지난 해 12월부터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7년 전 오로지 수원 화성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인 사업소가 이제야 성 벽돌 교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보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조시대의 화성'을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라며 문화재가 갖고 있는 진정성을 잃을까 우려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존관리 예산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수원화성 보존관리비는 81억9천여만원으로 지난해 173억3천만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당초 문화재청에 130억원 수준의 사업비를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의 재정난으로 문화재보존관리예산이 감축됐고 타 문화재 등에 보존예산이 집중 투입돼 상대적으로 수원화성은 피해를 입게 됐다.#보존관리 인프라의 첫발 '남한산성'다행히도 가장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은 사정이 다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남한산성은 중국과 일본 축성법의 영향이 남아 있어 동아시아 산성 건축술 교류의 증거일 뿐 아니라 7~19세기 유적이 골고루 발견돼 축성기술 발달단계를 잘 보여준다"고 등재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남한산성이 인류가 후대에 보존 전수할 만한 세계적 유산으로서의 완전성과 진정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등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진정성을 담고 있는 원형보존 상태와 등재 이후 내실있는 보존관리 인프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은 등재 이후 보존관리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또 5년간 남한산성세계유산등재 추진업무를 맡았던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을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5년간 누적된 자료를 이어받아 지속적인 보존정책을 펴나가기로 했다. 도 역시 남한산성 보존관리를 위한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의 조두원 박사는 "국제기준에 따라 현장보존을 위한 전문가를 배치하고 현장 관리자들에게 꾸준한 보존관리 교육을 진행해 원형보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남한산성은 보존관리에 중점을 맞춘 혁신적인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한산성의 뛰어난 보존관리를 높이 평가하며 국내 문화유산의 보존정책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세계문화유산 보존정책의 나아갈 방향세계문화유산 보존관리를 위한 전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장기간 업무를 수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현재 국내 보존관리담당자는 2년마다 자리를 옮겨 문화재 관리경력과 전문성이 30년이 넘도록 한 문화재를 관리하는 해외 세계문화유산기관 담당자와 비교해 관리능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우리도 보존관리 담당자를 한 곳에 오랜 기간 일할 수 있게 해 문화재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아울러 국제기준을 바탕으로 한국만의 보존정책을 세워야 한다. 주변국가에서 문화별 다양성을 담은 보존원칙을 발표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무형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라(奈良) 진정성에 관한 문화'를 발표했고 지난 2003년 중국은 문화유산보존원칙을 담은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도 국내 정서와 토양에 맞는 문화유산 보존관리체계를 세워야 한다.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세계문화유산의 보존관리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원형보존'을 위한 정의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건국대학교 지리학과 최재헌 교수는 "세계문화유산은 기본적으로 '원형보존'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복원'이라는 것은 원형상태의 진정성을 잃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새로 만드는 '재건'사업을 '복원'사업으로 헷갈리지 않도록 '원형보존'의 정의 확립 교육을 해야 한다.최 교수는 "국내 최다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가 등재 이후의 문화유산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원형보존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총기자

2014-09-01 유은총

[르네상스 대한민국·휴먼]주종만 소방교와 함께한 심폐소생술·구급활동

환자 곁에 있는누구나 구세주 될 수도서툴러도 심폐소생술은 꼭 해야합니다두 팔 곧게 펴고 어깨의 힘으로만 압박늑골 부러뜨리겠다는 생각으로 하세요그래야 멈춘 심장 다시 뛸 수 있습니다# 서툴러도 반드시 배워라 지난 2008년과 2010년, 지난해까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하트세이버로 인정받은 주 소방교는 심정지 환자 구조·구급에 있어서는 베테랑 소방대원이다.하트세이버란 심정지 또는 호흡 정지로 죽음의 위험에 놓인 환자를 심폐소생술 또는 제세동기 등을 활용해 다시 살린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심전도를 회복하고, 그 뒤에도 72시간 이상 살아 숨쉬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하트세이버라는 훈장을 달 수 있다.주 소방교는 과거부터 사람 살리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싶었다고 말한다. 주 소방교는 "심정지나 호흡정지 환자에게는 대원은 물론 곁에 있는 보호자나 목격자들도 구세주가 될 수 있다"며 처음 하트세이버로 선정된 날을 떠올렸다.당시 한 50대 남성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울며불며 구조대원을 기다리던 아들에게 주 소방교는 천천히 심폐소생술에 대해 설명했다. 아들은 주 소방교의 지시대로 움직였고, 심폐소생술은 성공했다.곧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이 제세동기로 호흡과 맥박을 살려냈고, 병원으로 이송된 이 남성은 며칠 뒤 아들을 껴안을 수 있었다.이 부자는 다시 센터를 찾아왔다. 아들은 "평소 심장질환이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심폐소생술을 배워야겠다"며 주 소방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주 소방교는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심정지나 호흡 곤란 환자는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인 평균 4~6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된다. 목숨을 건져도 심각한 후유증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심정지 환자 곁에 있는 보호자나 목격자라면 어설프더라도 심폐소생술을 해야한다고 주 소방교는 설명한다. 다소 서툴지라도 심폐소생술을 배웠다면 당신도 누군가의 하트세이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폐소생술, 어떻게?심폐소생술을 할 땐 '빠르고, 강하고, 세게' 이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주 소방교는 당부했다.직접 심폐소생술을 해보니 에너지 소모가 상상 이상이었다. 늑골을 부러뜨리겠다는 생각으로 해야만 한번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는게 주 소방교의 설명이다. 일반인이라면 이 정도 충격만으로도 늑골이 부러질 수 있지만, 심정지나 호흡정지 환자들의 경우 웬만한 충격으로는 심장을 소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방법도 만만치 않았다. 오른손을 왼손에 포갠 채 가슴 중앙에 올린 다음 두 팔을 일직선으로 펴야한다. 팔이 아닌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어깨 힘으로만 심장을 압박해야 한다. 약 5㎝ 깊이로 1분당 100번 가슴을 눌러야 한다.전문가인 주 소방교조차 심폐소생술을 할 때마다 땀을 뻘뻘 흘렸다. '빠르고'에 한 번, '강하고'에 한 번, '세게'에 한 번, 구호를 외칠 때마다 어깨엔 힘이 실렸다.실제 응급 상황에선 주 소방교가 심폐소생술을 할 동안 구급차에 함께 탄 사회복무사나 다른 대원은 심전도를 확인하기 위한 전자 패드를 환자 몸에 붙인다. 환자의 심장 박동 수 등이 제대로 돌아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동시에 제세동기를 쓸 수 있게 오른쪽 가슴 위와 왼쪽 가슴 아래에 패드를 붙인다. 제세동기는 오른쪽 심장에서 왼쪽 심장으로 직접 전기를 흘려 보내는 원리로,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패드를 붙이는 위치가 표시돼 있다.모든 일련의 과정은 환자가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나 구급대 안에서 이뤄진다.하지만 4~5㎡ 남짓한 구급차 안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란 쉽지 않다. 환자 1명을 눕히고 보호자 1명이 옆에 앉으면 대원 1명이 간신히 움직일 정도의 공간밖에 남지 않는다. 대원에게 허락된 공간은 팔을 뻗어 비상 기구와 약을 챙길 수 있는 허공 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이 비좁은 공간에서 갈림길에 선 사람들의 생사가 결정되고 있다./강영훈·조윤영기자

2014-09-01 강영훈·조윤영

[르네상스 대한민국·휴먼]'100점 성적표, 행복하지 않아요'

졸린 눈 비비며 아침 거르고 등교빵으로 아침 해결·해질때까지 열공학교-학원 오가는 살인적인 일상'학폭·왕따' 못견디고 극단 선택도창의성 존중 학생들 행복 찾아줄때# 학교, 학원, 학원… 엄마, 난 언제 쉬나요?오전 6시40분께 김미애(가명·14)양은 시계소리에 몸을 뒤척인다. 새벽까지 공부해 눈이 떠지지 않을만큼 힘들었지만, 김양은 학교를 가기 위해 억지로 샤워를 하고 교복을 꺼내 입었다. 0교시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학교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영어청취녹음 파일을 귀에 꽂은 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전 8시 조례 시간, 선생님이 나눠 준 수학 프린트를 풀며 학교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아침밥을 먹을 짬도 없이 학교에 온 터라 2교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배꼽시계가 울렸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매점으로 달려가 빵을 먹으며 아침 겸 점심을 때운다. 점심시간이 따로 있지만, 밀린 학원 숙제와 예·복습을 하려면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곯은 배를 대강 채우고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학원숙제를 하다 보면 오후 4시께 학교에서의 하루가 저문다.하지만 김양은 숨돌릴 겨를도 없다. 편의점에 잠깐 들러 음료수 한 잔을 손에 들고 오후 4시 45분까지 수학 학원으로 향한다.2시간 가량 이어지는 수학 수업이 끝나면 논술 팀 과외를 듣기 위해 피곤한 발걸음을 억지로 뗀다.오후 10시. 약 16시간 만에 간신히 집 문턱을 밟았지만, 엄마가 준비해 둔 저녁 겸 야식을 입에 물고 다시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과학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강을 듣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꾸벅꾸벅 졸면서도 김양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사회 문제집과 학원에서 내준 프린트까지 복습한다. 새벽 2시, 김양은 잠에 취해 잠든다.겨우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1학년 학생의 살인적인 일과다. # 왕따, 학폭(학교폭력의 준말), 자살… 끝이 없는 비극올해 초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498만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이 6만2천여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100명당 1명꼴로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생(2.4%)이 고등학생(0.6%)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설문조사로 나온 결과치가 이정도라면, 실제 학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그림자는 더 짙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 벌어지는 '스마트폰 왕따'가 문제되고 있다. 친구들의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10여만원이 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 친구들에게 데이터를 뺏기는 이른바 '와이파이 셔틀'을 당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여러명의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하는 학생들도 속출하고 있다.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 스마트폰 왕따를 경험한 초·중·고생의 비율이 무려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왕따와 학교폭력이 온라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자살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가 2010년부터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초·중·고등학생 자살사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초등학생 12명, 중학생 183명, 고등학생은 363명이 자살해 총 558명이 꽃다운 생명을 스스로 끊었다.자살시도를 했던 청소년 증가율은 최근 4년동안 1.6배나 늘어나 앞으로 청소년 자살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 성공한다경기도 교육청은 '희망'을 만드는 교육을 설계하기 위해 갖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아침밥을 먹고 오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9시 등교와 같은 맥락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세월호 참극을 통해 앞으로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오늘날의 학교체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확장시키기보다, 그것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을 통해 만들어가는 학생참여형 학습을 추구하는 혁신학교도 우리 교육의 비극적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실험 중 하나다. 교육청 측은 "교육청과 교육정책은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며 "교실과 학생에게서 교육적 가치가 확인되지 않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또한 "학생과 선생님의 교육현장을 가로막고 창의성을 무너뜨리는 교육제도는 과감하게 바꾸어 나가겠다"며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실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공지영·조윤영기자

2014-09-01 공지영·조윤영

[르네상스 대한민국·휴먼]나는, 일하는 로봇입니다

대리주차 중 외제차 범퍼 손상200시간 일해야 받을 돈 '변상''미소' 강요받는 화장품 판매원택배상하차, 허리 펼 시간없어노동법따라 인권 철저히 보호를# 대리주차 요원보다 소중한 외제 승용차지난 6월 경기도 소재의 한 수입차 서비스센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대리주차를 하던 원승준(가명·33)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원씨가 하는 일을 지켜보던 수입차 센터직원의 얼굴도 급속도로 붉어졌다. 벤츠를 주차하던 원씨가 후진하다 다른 외제차를 들이받은 것. 원씨는 머리와 목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보다 찌그러진 벤츠의 뒷범퍼가 더 걱정이 됐다. 원씨는 하루 10시간을 일하면서 8만원을 받는 대리주차 일을 하고 있었다. 서울 소재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오랫동안 취직이 되지 않아 급한 마음에 수입차량을 센터 주차장으로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원씨는 자신이 몰던 차와 다른 차 앞 범퍼가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가벼운 사고라 생각했지만 두 차량의 범퍼 수리비는 원씨의 한달 급여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원씨는 "200시간 노동의 대가가 독일에서 왔다는 고철판 두개를 교체하는 비용도 되지 않았다. 아무도 나에게 몸은 괜찮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이후 원씨는 자동차가 무서워졌다. 잔뜩 주눅이 든 채 차를 몰다가 1주일 뒤 다시한번 승강기 문에 차를 들이받았다. 이를 보던 서비스센터 직원은 "야, 이××야. 차라리 자동차 말고 너를 긁어버리란 말이야! 그게 더 싸겠다"라고 고함을 질렀다.원씨가 낸 사고는 최근 한달 반 사이에 이 센터에서 네번째 사고로 기록됐다. 지난번에 근무했던 대리주차요원은 두 번의 사고를 낸 후 정신적 부담과 고된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월급도 받지 않은 채 도망갔다.일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나자 원씨는 오른발을 질질 끌면서 일했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하루에 차량 수십대의 브레이크를 조심스럽게 밟다보니 다리 근육이 경직된 것이다. 게다가 원씨가 월차를 내고 병원에 다녀오자 서비스센터 측은 원씨를 무단결근처리 해버렸다. 한 고참 센터직원은 "왜 그런 일로 병원을 가냐. 그리고 그 돈을 왜 회사에 청구하냐"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두 달만에 일을 그만둔 원씨는 "더 이상 인격보다 자동차 철판을 우선으로 여기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며 "하다못해 직원들이 내 이름을 불러줬다면 덜 서운했을 텐데, 일을 그만두는 순간까지 그들은 나를 '원씨'라고 불렀다"고 토로했다.# 미소에 시달리는 화장품 판매원지난 4일 성남시 분당구의 한 화장품 매장. 손님의 입장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박채연(가명·20·여)씨는 반사적으로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잠시라도 인사가 늦으면 어김없이 점장에게 주의를 받기 때문이다.박씨가 일하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때로는 휴일없이 주 7일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항상 서있기 때문에 박씨의 다리는 쉽게 퉁퉁 붓는다. 이미 박씨의 다리는 열 장 이상의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짙은 향수와 긴바지로 파스의 흔적을 감추려고 하지만 박씨 근처에 가면 파스냄새가 코를 찌른다.박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점장도 아닌 손님들이다. 조금이라도 서비스가 어설프면 곧바로 점장에게 불만이 접수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찾아온 한 손님은 구매한 화장품 때문에 피부트러블이 생겼다며 박씨에게 개봉한 상품을 환불해 달라고 '진상'을 부렸지만 박씨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점장은 멀리서 박씨보고 알아서 하라는 듯 구경만 하고 있었다.조금이라도 박씨의 발걸음이 느려지거나 표정이 굳어지면 점장은 금세 곁을 지나가면서 "걷지말고 뛰어다녀!"라던가 "왜 표정이 그래? 항상 웃으면서 손님 맞으라고 했지?"라며 독설을 날린다. 매일 감정노동을 하다보니 박씨는 일터만 벗어나면 웃음을 잃어버렸다.박씨는 "하루는 너무 힘들었는지 얼굴에 크게 뾰루지가 난 날이 있었어요. 아침에 뾰루지를 감추려다가 실패했어요"라며 "결국 그대로 출근했는데 점장이 얼굴을 보자마자 호통을 치더라고요. 얼굴 상태가 좋지 않은 직원이 화장품을 팔 때 고객에게 신뢰를 주겠냐며. 그 땐 정말 뛰쳐나가서 울고 싶더라고요"라고 말했다.손님이 조금 뜸하면 30분간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박씨는 직원대기실에서 바닥에 구겨져 잠을 청한다. 쉬는시간 모두 잠을 잘 수 없다. 일을 시작하기 5분전에 다시 화장을 고치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화사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박씨는 "조금이라도 힘든 표정을 지으면 사람들이 '20대는 항상 열정이 넘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네'라고 핀잔을 줘요"라며 "20대도 분명 힘들 수 있는데 항상 적극적이고 웃음을 강요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언제 손이 끼일지 모를 택배 상하차지난달 성남시 한 택배물류센터. 요란한 컨베이어 벨트 소음속에 수십명의 인부는 아무말 없이 크고작은 박스들을 트럭에 싣거나 분류하고 있었다. 지난 7월부터 일을 시작한 송찬준(가명·29)씨도 예외는 아니었다.송씨의 임무는 5번 라인에서 마산 집하센터로 보낼 짐들을 25t 트럭에 쌓는 것. 상차를 위해 송씨를 포함한 두 명의 인부가 달라붙지만 하루 3만여개를 처리해야 한다. 물건을 싣다보면 허리가 끊어질듯한 고통을 느끼지만 잠깐이라도 허리를 펼 시간은 없다. 잠시라도 숨을 돌리면 컨베이어 벨트에 박스들이 잔뜩 밀려 폭발하듯 물건이 공중으로 튀기 때문이다.송씨는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잠시 딴생각을 하며 상자를 집다가는 목장갑이 컨베이어 벨트에 딸려들어가 손이 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목장갑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들어가 비명을 지르며 장갑을 벗곤 한다. 하루는 손이 벨트 틈속으로 들어갈 뻔해 물류라인 전체가 중단된 적도 있었다. 송씨는 "지난달 같이 물건을 싣던 인부 하나가 컨베이어 벨트에 손이 들어가서 응급실로 실려갔다. 다행히 골절은 면했지만 단 2초라도 늦었다면 손을 제대로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송씨를 포함한 작업인부들은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다. 택배인부의 근무시간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정해진 시간내에 모든 물건을 발송해야한다. 단 한개의 물품이라도 예외는 없다. 때로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물량 때문에 손이 보이지 않게 트럭에 물건을 쌓는 날도 있었다. 그 다음날 송씨는 골병이 든듯 뼈마디마다에 통증을 느끼며 일어설 수 없었지만 그날 밤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이라도 결근하면 바로 해고당하는 일용직이기 때문이다. # 사람이 우선해야하는 노동환경노동환경에서 '사람'보다 자본이나 효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강수돌 교수는 오늘날 사회경제가 이윤 극대화를 최고 목표로 돌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원인으로 꼽았다.강 교수는 "한국은 1990년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불어닥치고 특히 IMF 경제위기 국면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가 심해지면서 노동 인권이 더 열악해졌다"며 "기업과 국가가 경쟁논리를 더욱 밀어붙이기 때문에 효율이나 서비스, 자본들이 인권보다 우선하게 된다"고 말했다.또 개선책에 대해 강 교수는 "첫번째로 정부의 주도로 현존하는 노동관계법에 따라 인권을 철저히 보호해야한다"며 "두번째로 노동자가 연대를 통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했다.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해외에서도 노동자 인건비 따먹기 식의 경영방식은 초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며 "기업이 먼저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창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 경영 등을 통해 기업 발전을 도모해야한다"고 밝혔다. /공지영·김범수기자

2014-09-01 공지영·김범수

[르네상스 대한민국·휴먼]프롤로그-다시, 사람

짧은 시간 눈부신 성장뒤엔출산·자살률 꼴찌의 그림자청춘, 연애·결혼·출산 포기열악한 노동환경은 쳇바퀴가장 중요한 '사람'을 잊다올 상반기처럼 절망이 사회를 뒤덮은 때가 또 있을까. 인생에 딱 한번 뿐인 고교시절, 수학여행을 떠났던 어린 생명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되고 연이은 화재로 잠자던 노인들과 아침 출근길의 시민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어디 그 뿐인가. 부질없이 사라져 간 생명들에 대해 반성할 시간도 없이 20살 꽃다운 청년이 폭력과 학대 속에 피멍들어 죽는 황망한 사건까지 또다시 사회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우리 사회는 흔히들 선진사회로 진입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는 OECD국가 가운데 무역규모 기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고, OECD에서는 올해에도 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짧은 시간에 눈부시게 도시들이 성장했고, 그 안의 삶도 최첨단으로 변신해 선진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하지만 빛나는 경제적 발전 뒤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이면은 안타까움을 넘어 처참하기까지 하다. OECD국가 중 출산율 꼴찌와 자살률 1등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이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 안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생명 또한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교육은 또 어떠한가. OECD국가 중 고등학교 졸업 비율이 98%에 달해, 평균인 82%보다 16%p나 높고 전문대학 이상 교육을 받는 비율도 단연 1등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인재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불행하다. 지난해 OECD 23개 국가를 대상으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3위, 꼴찌를 차지했고, 청소년 자살비율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이렇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고등교육까지 받았지만, 청년들은 사랑도, 우정도, 모정도 포기하는 '취업사이보그'로 전락했다. 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준비기간이 길어지자 청년들은 젊은 시절의 꿈같은 연애활동을 포기했다. "여자 혹은 남자친구 사귈 시간 있으면 토익책 한자라도 더 봐야된다"는 말이 대학가에서 유행어처럼 통용될만큼 사랑을 잊어갔다. 사랑을 포기하니, 결혼도 늦어졌고 아이를 갖는 것은 굉장한 사치처럼 여겨졌다. 요즘 이런 세태에 더해 청년들은 친구들과의 우정도 포기해가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 안으로만 숨고, 취업해도 직장에서 인정받기에 급급하다보니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여유조차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젊음이란 열망은 세상살이의 비정함 속에 무참히 짓밟혔다.노동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노동환경을 일컬어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가장 적은 효율을 내는 노동환경'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길 수십년이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아직까지도 OECD 주요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는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2위를 차지한 멕시코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꼭 수치로 환산해보지 않더라도 비열한 노동환경의 풍경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작 한달 100여만원의 돈을 손에 쥐기 위해 남의 차를 정성껏 주차해도 차에 난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주차요원의 가슴엔 대못이 박히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택배물류작업자들은 오늘도 목숨값을 담보로 위험한 현장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사람답게 살고 싶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부르짖으며 분신자살을 선택했던 전태일 열사가 살던 시절과 다를바 없이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보다 비용이 우선인 작업환경 속에서 불안에 떨며 일하고 있는 셈이다.이렇게 돌아보면, 세월호 침몰사고, 윤일병 구타사망사건 등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대형 사건들의 원인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우리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이 사회의 근간이 되는 '사람'을 잊었다.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귀중한 가치를 어느샌가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창간을 마주하며,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사람'사는 세상을 되짚어 보며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4-09-01 공지영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서 있는 DMZ·1]프롤로그 - 죽음의 땅, 희망을 키우고 있는 땅

그뤼네스반트 DMZ 무장시설 동독 위치희귀생물 서식 공론화 거쳐 공유화 진행내일의 한반도 DMZ 세계평화 희망공간DMZ는 세계 평화의 상징이다.Demilitarized Zone의 약자인 DMZ는 한국어로 바꾸면 '비무장지대'라는 단어로 말할 수 있다.한반도의 DMZ는 서쪽으로 예성강과 한강 어귀의 교동도(喬棟島)에서부터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양구를 거쳐 동해안 고성까지 이르는 155마일(약 250㎞)의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각각 2㎞씩 4㎞ 폭의 완충지대를 말한다.면적으로 따지면 DMZ는 약 992㎢다.이 공간은 남북간 군사적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953년 7월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협정'을 체결하면서 생긴 공간이다.정전 협정에 의해 이 공간이 만들어질 당시 남북한, 그리고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더이상의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는 비무장 공간으로 설정했었다.시간이 지나며 오늘의 DMZ는 각종 중화기가 전진 배치 되어 있는 중무장지대가 되었지만 과거 DMZ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비무장된 공간으로 시작됐다.정전 협정에 의해 이 공간은 남한과 북한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이다.DMZ는 정전 협정에 의해 군사정전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공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DMZ가 설치된 곳은 한국 외에도 있었다. 동서독으로 나뉘어져 수십년간 분단 국가로 살아야 했던 독일도 그뤼네스반트라는 DMZ가 설치되었었다.그뤼네스 반트는 2차 세계대전 종식 후 국경이 그어지고 10여년이 지난 1961년 동독 정부가 자유를 갈망하는 자국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베를린 장벽을 비롯해 동서독 국경에 철조망과 감시탑 등 수많은 무장시설물을 설치하면서 탄생했다.한반도의 DMZ가 휴전선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를 두고 남북한 모두에 설치된 것과 달리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의 무장시설물은 동독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이 한반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독일은 통일 이후 그뤼네스 반트 지역의 토지의 사유화가 허용되기도 했지만 그뤼네스 반트 지역에 희귀 조류와 생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며 사회적인 공론화를 거쳐 토지 공유화가 진행되고 있다.한국의 DMZ의 개발과 보존 문제를 논의하며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를 사례로 들면 혹자들은 남북으로 나뉘어졌던 예멘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을 주기도 한다.하지만 예멘은 1967년 구소련의 지원을 받은 남예멘이 분리 독립을 하면서 남북으로 나뉘어졌지만 한반도와 독일처럼 비무장지대를 설치하지 않았다.오늘의 DMZ는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여러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공간이다.남북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비무장지대는 전쟁을 억제하는 하나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이 공간을 바라보며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다.과거의 DMZ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 한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공간이었다.휴전을 논의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경선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인 요충지를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공간이 DMZ다.하지만 내일의 DMZ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희망의 공간이다.61년간 인간의 발길이 끊어지며 원시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DMZ는 전세계인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다.하지만 DMZ 주변이라는 이유로 개발에 제약을 받았던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변화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평화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한반도의 최근 정세를 바라보며 개발과 보존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DMZ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져볼까 한다. /김종화기자·사진/김종택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4-08-31 김종화

[르네상스 대한민국·금융]하나드림타운 제2의 '산탄데르그룹시티' 역할

국제 거점으로 입지-기능 산탄데르그룹시티 '판박이'세계적 금융사 도약 발판 역할하나은행 "성장 기폭제 기대감"하나금융의 하나드림타운에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지역사회와 가까워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나드림타운이 제2의 '산탄데르 그룹 시티(Santander Group City)'와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산탄데르 그룹은 스페인의 군소은행에서 시작했으나 1990년대 이후 100여건 이상의 국제적 M&A를 통해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산탄데르 그룹은 이 과정에서 '산탄데르 그룹 시티'를 조성, 글로벌 기업경영의 거점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산탄데르 그룹은 산탄데르그룹시티에 강력한 헤드쿼터 기능을 비롯해 관련 업무시설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복리시설 등을 조성했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타운이 산탄데르 그룹시티를 참고한 결과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다.이 때문에 앞으로 마련될 하나드림타운과 산탄데르그룹시티는 유사한 점이 많다. ▲기존 금융중심지, 국제공항과 인접한 위치 ▲글로벌 경영을 위한 강력한 헤드쿼터(본사) 기능 ▲핵심 기능과 이를 보완하는 지원기능을 집결시킨 자족력있는 단지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관계 형성 등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하나드림타운을 통해 해외 진출을 위한 인프라를 형성할 것이다"며 "하나드림타운은 하나금융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며, 글로벌 성장 거점인 하나드림타운의 최적지로 인천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2014-08-31 정운

[르네상스 대한민국·금융]아시아 허브 인천 드림타운의 상생

전시·무료공연 '문화 1번지' 자리매김축구장·체육관 등 주민들과 접점 넓혀메디컬·보육시설 운영 '삶의 질 향상'소상공인 신용보증 출연·대학생 장학금접경지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 지속 전개하나금융이 하나드림타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내세웠던 가치 중 하나는 '지역과의 상생, 시민의 생활여건 향상'이다.하나드림타운에 업무관련 시설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는 이유다. 향후 하나드림타운이 운영을 시작하게 되면 인천과 하나금융은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라 주거환경 UP! 하나드림타운에는 아트센터, 스포츠센터, 종합병원과 연계된 메디컬센터, 보육시설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하나드림타운이 완공되면 지역주민들은 이 곳에 있는 다양한 문화·체육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아트센터에선 다양한 공연·전시가 열릴 예정이다.하나금융지주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4천200여점을 비롯해 다양한 신진작가들의 전시회가 수시로 열리게 된다.이 외에도 각종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공연이 개최된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거점 역할도 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드림타운에 조성되는 조각공원과 수변공간, 아트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단지내 업무 인구와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지역문화시설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하나금융은 적극적으로 스포츠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드림타운에는 축구, 골프, 인라인스케이팅 등을 즐길 수 있는 야외스포츠시설을 갖출 예정이다.이 외에도 피트니스센터, 스쿼시경기장, 대규모 체육행사 등을 치를 수 있는 종합체육관 등을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어린이 축구교실과 유소년 축구리그 등의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메디컬센터는 지역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예방접종실, 치과, 물리치료실 등으로 구성되며 하나금융측은 청라 주민에 대한 의료봉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보육시설은 300여명의 유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금융관련 교육시설인 '글로벌 아카데미' 또한 임직원뿐 아니라 금융기업에 취업하길 원하는 희망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하나금융은 "하나드림타운은 청라국제도시와의 조화를 고려해 단지를 설계했다"며 "하나드림타운내 주민공유시설의 개방·활용을 통해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과 하나하나금융은 그동안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인천과 인연을 맺어왔다.하나은행은 지난달 인천신용보증재단과 '소상공인 희망지원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서 하나은행은 인천신용보증재단에 50억원을 출연해 보증료를 지원하기로 했다.이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세월호의 사고 여파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북한과의 접경지역인 서해5도 주민들을 위해서도 하나은행은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지난해에는 옹진군 연평도에 군 장병과 면회객,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민·군복합시설인 '하나회관'을 건립해 기부했다. 이와 함께 연평도 포격전을 되새기며 국가안보 의식을 튼튼히 하고 한반도의 통일과 영원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평화의 정원'을 조성했다.지난달에는 백령도에서 복무중인 군 장병과 주민들을 위해 '경제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교육은 인천시가 경제교육으로부터 소외받는 지역주민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으로, 하나은행이 후원하면서 이뤄졌다.백령초등학교와 북포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어린이 경제뮤지컬을 선보였으며, 해병대 제6여단 군장병을 대상으로 '재테크·은퇴설계 및 금융소비자' 교육을 실시했다. 이 외에도 인천에 소재한 대학에 2005년부터 최근까지 100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했으며, 'LPGA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영종도의 SKY72에서 개최하며 인천과의 교류의 폭을 넓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인천시 내에서 각종 행사 지원, 후원, 기부 등을 통해 인천시와 활발하게 교류해왔으며 앞으로도 인천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다"고 했다. /정운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아이클릭아트▲ 사진 위부터 소상공인 희망지원 사업 업무협약. 연평도에 문을 연 하나회관. 백령도에서 선보인 경제뮤지컬 행사. /경인일보DB

2014-08-31 정운

[르네상스 대한민국·금융]아시아 허브 인천 앞으로 남은 과제

법인세율 22% 홍콩·싱가포르 웃돌아외투기업만 세제 혜택… 국내 '역차별'투자 유치조건 개선방안 최우선 과제금융중심지 후보 지정 잇따라 고배인센티브 등 서울·부산에 비해 불리인천이 금융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천에 대한 역차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인천은 아시아 국제금융도시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도시와 비교했을 때도 여러 조건에서 열세에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국내기업은 세제감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 금융기업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시아 국제금융도시로 불리는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푸둥지구 등은 국내·해외 기업 차별 없이 세제 감면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세제혜택도 제한적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법인세율은 22%대로 아시아 금융도시에 비해 높다. 경쟁도시인 홍콩의 경우, 법인세율은 16.5% 수준이고, 금융소득세 등은 면제된다. 싱가포르도 법인세율이 17% 수준이고 개인소득세는 감면한다. 상하이 푸둥지구는 외국 금융사에 대한 법인세를 2년간 면제하고, 3년간 법인세 50%를 감면해 준다.후발주자로 금융도시로 도약하려고 하는 인천 입장에서는 아시아 경쟁도시보다 좋은 투자 유치 조건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천은 금융중심지를 표방하는 국내 다른 도시 수준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금융관련 규제나 지원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서울 여의도, 부산 문현지구 수준으로 적용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시는 2008년 말 송도를 금융중심지 후보지로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이에 따라 금융중심지에 제공되는 국비 지원, 규제완화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국내 금융중심지 수준의 규제완화가 되는 것이 인천의 금융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출발점이다"며 "최소한 필요한 조건도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에 금융관련 기업이나 기관을 유치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고 말했다.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국내 금융클러스터 후보지역으로 여의도·강남 등 서울 4개 지역, 인천 청라지구, 부산 문현지구, 제주도 역외금융센터 등을 꼽았는데 청라는 이와 관련한 혜택도 전혀 받지 못했다.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지구의 경우, 2009년 종합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외국계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서울국제금융센터 내 11개 글로벌 금융업체와 입주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서울 중구 국제금융지구는 서울시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 중이다. 부산의 경우 국제금융센터(BIFC)가 들어섰고, 금융중심지법에 따라 국비 지원 등 혜택을 받는다. 이 같은 지원을 토대로 올해 3월 세계 금융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Z/Yen사의 '2014년 국제금융센터지수(Global Financial Center Index)'에서 서울이 세계 7위를 기록했고, 부산은 27위로 순위 내 첫 진입했다.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금융관련 사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역외금융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천이 금융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아이클릭아트▲ 송도 G타워

2014-08-31 홍현기

[르네상스 대한민국·금융]이강휴 하나금융지주 드림사업단장

"인천시와 하나금융그룹이 손잡으면 인천은 최고의 금융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하나금융지주 하나드림사업단 이강휴 단장은 "주목할만한 금융센터로 평가된 부산시에 비해 인천은 보다 좋은 공항, 항만을 갖추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손잡고 금융 인프라만 보완된다면 인천은 명실상부한 국내 제1의 국제금융센터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이 단장은 금융도시의 핵심경쟁력으로 꼽는 사업환경, 인프라, 접근성에서 인천의 잠재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GCF 등 10여개 국제기구를 유치한 인천은 '안정성', '예측가능성'이 높고 인천공항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드림타운이 입주하면 전산센터, 콜센터, 금융전산망 등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의 인천시 연결이 완성돼 금융도시로 위상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인천시가 동북아개발은행 유치에 성공할 경우 금융도시로 인천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이 단장의 생각이다.이 단장은 "국제금융기구를 유치하면 해당 기구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의한 직접적인 금융도시화 효과와 글로벌 금융인력과의 네트워크 상승효과, 국제금융을 위한 인프라 확대 등으로 금융도시로서의 위상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네트워크 활용도 가능해지고 글로벌 금융 ICT 인프라에 대한 대내외적인 신인도 제고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해외투자기관 및 금융기관 유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이 단장은 하지만 인천이 금융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이야기했다.그는 "금융중심지의 경쟁력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업환경, 조세 등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 중심 특구지정이 필요할 것이다"며 "ICT 인프라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증권 선물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과의 광속 전용망 설치 등 금융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 인천금융지구와 서울도심 금융지구간 접근성 제고를 위한 철도나 도로 확장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 하나금융지주 하나드림사업단 이강휴 단장.

2014-08-31 홍현기

[르네상스 대한민국·금융]아시아 허브 인천 환상의 짝꿍 하나

하나드림타운 본사·연구소·물류 응집강력한 네트워크 컨트롤 '시너지 효과'세계 50위권 금융그룹 도약 첫 발걸음지역생산유발 4800억·고용창출 6000명콜센터·IT 시설 등 비즈니스 기반 구축2017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하나드림타운이 완공된다. 이는 인천이 금융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천시는 그 동안 청라국제도시를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나, 지금까지 이뤄놓은 실적은 전혀 없는 상태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세우기로 한 하나드림타운이 본 궤도에 올라 착공을 1년 앞두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인천은 지난해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등을 유치한 데 이어 하나드림타운이 들어서게 되면 금융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된다.# 하나드림타운, 금융지도를 바꾸다하나드림타운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면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중 서울 이외에 본사를 둔 최초의 회사가 된다. 마찬가지로 인천은 서울 이외에 주요 금융지주사가 입주한 첫 도시가 된다. 현재 서울 중구에는 신한금융·우리금융·KB금융·NH농협금융·하나금융 등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으며, KDB의 본사는 서울 여의도에 있다. 이 때문에 금융관련 산업과 인프라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중 하나금융이 인천으로 이전하게 되면 국내 금융산업 지형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하나드림타운은 인천서구 경서동 일원 24만7천㎡ 부지에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약 7천억원이며, 완공될 경우 이 곳에 상주하는 인원은 모두 5천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드림타운에는 하나금융지주의 본사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통합데이터 센터, 통합콜센터, 글로벌 인재개발원, 물류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하나금융의 핵심 기관·시설 등이 하나드림타운으로 집결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산재해 있던 시설들을 한 곳으로 응집시킴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드림타운의 키워드는 '글로벌'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하나금융은 하나드림타운의 개발로 인해 글로벌 금융그룹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각 업무시설이 하나드림타운으로 집중되면서 그룹 네트워크에 대한 강력한 컨트롤이 가능해져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하나드림타운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허브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세계 50위권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하나드림타운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하나드림타운에는 글로벌 금융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인 '하나 파이낸스 MBA'과정이 도입돼 운영될 예정이다. 해외 유수 MBA와 제휴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 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인재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하나드림타운이 인천 청라 일대 금융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토대가 될 것으로 하나금융측은 기대했다. 금융관련 인력의 고용창출을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인천지역으로 금융인재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이와 함께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하나드림타운의 지속가능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드림타운, 인천을 바꾸다하나드림타운이 인천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면서, 인천은 하나드림타운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하나드림타운은 완공되기 전 건설단계에서만 생산유발효과가 4천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부가가치 유발효과 2천20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6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하나금융측은 예상했다. 완공 이후에 인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하나드림타운이 인천에 들어서면 5천여명 이상이 상주하며 이 곳에 근무할 예정이다. 약 3천500여명의 인구가 유입되고, 신규 고용창출은 2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하나드림타운 건설로 인한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만하다. 우선 금융타운 조성으로 연관된 업체의 연쇄 이동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드림타운에 통합콜센터가 들어서면, 센터의 직원을 교육하는 기관들도 청라 또는 인천에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IT센터 이전에 따른 기술지원기업의 이전도 가능하다.무엇보다 하나드림타운의 운영으로 인해 인천 청라가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하나금융은 "글로벌 금융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하나금융의 글로벌 비즈니스 전진기지인 하나드림타운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청라국제도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 도시조성 목적에 부합하는 청라국제금융도시 조성을 현실화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나, 왜 청라를 택했나 하나금융이 인천 청라를 하나드림타운의 설립지로 선택한 이유로 우선 인천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이점을 꼽을 수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등과 가까운 인천 청라를 최적의 장소로 택했다. 김승유 하나그룹 회장은 "글로벌 뱅킹이 가능하려면 세계 각국 직원들을 데리고 와 연수를 거쳐 표준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청라는 인천공항·김포공항과 가까워 기업인으로서 볼때 입지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또한 청라국제도시의 도시인프라도 영향을 미쳤다. 청라국제도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외국기업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달튼 외국인학교 등 외국인학교가 운영중이며, 신세계 복합쇼핑몰, 중앙호수공원 등 주거·교육시설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정운기자▲ 하나드림타운 조감도 /하나은행 제공▲ 하나드림타운 사업협약·토지매매계약식. /경인일보 DB

2014-08-31 정운

[르네상스 대한민국·금융]아시아 허브 인천이 뜬다

청라국제도시 조성 '하나 드림타운'금융지주 서울외 지역 첫 본사이전GCF·WB·UN 국제기구 잇단 둥지도시안정성·낮은 투자리스크 매력공항 인접·IFEZ 금융 인프라 완비국내 분산된 기관, 집적화 최적장소인천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인천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가 국제 금융중심지의 필수 요건으로 꼽는 각종 '금융인프라'가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인천에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도시와 관련해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등에서 내놓은 보고서 등을 보면 외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해외 지역에 투자할 경우 도시의 제반 여건을 검토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하게 살피는 부분이 해당 도시에 유치된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다.인천은 이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했고, 사무국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도 인천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인천시는 앞으로 동북아개발은행을 유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10여개 UN 국제기구가 인천에 들어선 상황이다. 인천에 금융과 관련된 대표적인 국제기구가 줄지어 들어섰다는 점은 인천을 금융도시로 브랜드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인천에 투자를 생각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들 국제기구와의 접근성이 매력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국제기구는 도시의 안정성을 보장하게 돼 투자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이미 인천에 조성된 각종 인프라도 인천이 금융허브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다. 9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의 뛰어난 접근성은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송도컨벤시아를 기반으로 한 컨벤션 관련 시설은 금융산업 발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외국 유수의 교육기관이 이미 입주했거나 입주할 계획이라는 점도 인천이 금융도시로 성장하는 데 긍정적이다.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조성되는 하나드림타운은 인천이 금융도시로 성장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하나드림타운은 단순한 금융타운 조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4대 금융지주가 본사를 서울 밖으로 이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그 동안 성숙한 인천의 금융 인프라가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본사 이전을 이끈 만큼 향후 다른 금융기관의 인천 이전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부산의 경우 최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준공했지만 이 곳에 입주한 민간 금융기관은 기존에 부산에 본사를 둔 곳밖에 없다. 정부가 과거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했지만 실제 민간 금융기관이 인천으로 이전했다는 점은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인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금융중심지 수준까지 인천의 금융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산업의 핵심이 되는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는 서울과 부산에 각각 위치해 있다. 그 동안 지역 정치 논리에 흔들려 부산 등으로 분산된 금융관련 기관을 인천에 집적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런던 등 세계금융도시의 사례를 보면 도심 내부에 기업경영, 금융업무 , 법률서비스, 회계, 정보통신, 교육기능 등을 밀집시켜 이른바 '집적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다.외국 금융기관을 인천에 유치해 금융산업 개방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금융과 관련한 규제를 철폐해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대표 금융도시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현기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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