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공미술을 말하다·(5)동두천 보산동 '천두동의 신화']외면했던 순간들, 거리의 예술로 마주하다

미8군기지 '꺼지지 않는 불빛'부대 이전에 도심·상가 곳곳 쇠락양공주·클럽공연… '영욕의 세월'지난 시간들 '위로'하는 차원역사·예술성 담아 '벽화' 작업숨어야했던 곳 '모두의 공간' 재탄생해가 지면 밝게 빛을 내는 곳이 있었다. 건물마다 간판에 불이 켜지고,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에는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가 간절했던 청춘도 있었고, 가난한 가족을 위해 젊음을 희생해야 했던 청춘도 있었다.미8군이 주둔하던 동두천 보산동은 그런 곳이었다. 밤마다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던 동네였다. 하지만 그런 밤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동두천을 '천두동'이라 바꿔 부를 만큼 숨기고 싶은 고향이기도 했다. 영욕의 세월이 뒤섞인 동두천 보산동도 상권을 책임지던 미군이 하나 둘씩 떠나면서 이제 적막할 만큼 조용해졌다. 문 여는 날보다 닫는 날이 많은 상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경기도미술관이 동두천 보산동 곳곳에 그래피티를 그리며 공공미술을 시작한 건 아주 우연한 일었지만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동두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시는 2015년에 열었던 지역 축제를 오래도록 기억할 벽화가 필요했다. 경기도미술관에 벽화를 부탁했는데 미술관은 이왕이면 동두천의 지난 세월을 위로하는 차원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한국 현대사의 그림자였지만 누구보다 화려했던 밤이 간직한 이 곳에 '거리의 예술'이라 불리는 그래피티가 쇠락한 도시 곳곳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를 지켜본 오정명 시 국제교류팀장은 "그냥 벽화 하나 그리려고 생각했던 것에서 '거리 미술관'으로 일이 커졌지만, 보산동의 새로운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이 중에서도 동두천 프로젝트의 시발점인 '하늘 아래 꼭지 동네, 천두동의 신화'는 동두천의 과거와 현재가 갖는 경계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현대적 얼굴을 한 젊은 여성이 한복을 입고 누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작품은 심찬양 작가가 보산동 근처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았다. 최기영 큐레이터는 "처음부터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작가가 양공주라 불렸던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당신의 인생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위로를 건네려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 할머니의 포주였던 건물주는 흔쾌히 그림을 허락했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면서 보산동의 노후한 건물들이 새 생명을 얻어갔다. 그리고 벽에 그려진 그림들과 함께 도시가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오 팀장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씨가 동두천에서 음악활동을 했었다. 현미, 나미, 조용필 등 당대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모두 이곳을 거쳐갔다. 미8군 클럽에서 공연을 하려면 요즘의 TV 오디션프로그램 만큼 치열하게 오디션을 봐야 했다"고 잘 나가던 과거를 회상했다. 보산동은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밤마다 들끓던 한국 대중음악의 희망을 다시 꽃피우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K-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두드림뮤직센터'를 현재 준비 중이다. "지난 세월동안 보산동 외의 지역에 사는 동두천 시민들은 이곳을 잘 찾지 않았다. 오죽하면 사는 곳을 물을 때 '천두동'이라 거꾸로 말했겠는가. 중요한 건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라는 오 팀장의 말이 귓가에 메아리친다. 같은 하늘 아래 외면해야 했던, 그리고 숨어야 했던 세월을 잊을 순 없지만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서로 마주 바라보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 아닌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동두천 벽화 작업들. 왼쪽부터 코마, 심찬양, 신혜미 작가 작품. /경기도미술관 제공

2017-08-13 공지영

[경기도 공공미술을 말하다·(4)예술이 흐르는 부천TP 1단지]공장단지 가운데 열매 맺은 '문화나무'

입주사 환경개선 공감사업반응 좋아 추가 요청직원 문예강좌도 활발부천에는 연식이 17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형 공장단지가 여러 개 있다. 아파트처럼 공간을 잘게 쪼개 소규모 공장들이 입주해 운영하는 곳이다. 아파트라는 게 그러하듯 오로지 '기능'에만 충실한 이 곳 공장들 중에서 눈에 띄는 공장 단지가 있다. 그 곳에는 수확을 앞둔 황금색 들녘이 벽면에 가득 펼쳐져 있는가 하면, 파란색과 보라색이 그라데이션 된 멋스러운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벽돌 모양의 스탠드가 동그랗게 쌓여진 언덕 위에는 각종 도구로 제작된 철 나무가 서 있다. 노동자들은 일하는 틈틈이 이 곳에 나와 담배를 태우며 담소를 즐기고, 멍하니 작품을 바라보며 쉬기도 한다. 작품과 노동자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서 모두가 하나의 그림같다.부천 테크노파크(부천TP) 1단지 박근선 입주사지원본부 본부장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과 함께 이 곳에 공공미술 프로젝트 '예술이 흐르는 공단'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거창한 프로젝트로 시작된 일은 아니었다. 아파트형 공장 특성상 소규모 공장들이 입주해 있고 개별적으로 환경개선이나 직원복지를 신경 쓸 만한 여유가 되지 않았다. 조금 특이하게, 1단지 입주사들은 이 삭막한 공간에 숨을 불어넣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박 본부장은 "처음엔 부천시에 소장된 미술품 대여를 문의했었다. 미술품 보험까지 들겠다고 나섰지만 잘 되지 않았는데, 마침 우리 이야기를 전해들은 경기문화재단과 미술관 쪽에서 시를 통해 연락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단지 입주사들은 이왕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김에, 1단지에서 일하는 공장 직원을 위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도 요청했다. 그때 시작한 문예 아카데미는 3년간 이어졌고, 근로자합창단은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첫 해 제작된 최정화 작가의 작품 '당신은 꽃입니다'는 1단지 직원들이 각자 공장에서 남는 부품을 기부해 만들어진 고철 나무다. 나무 밑에는 폐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고무 블럭이 스탠드로 놓였는데, 이 곳은 6년이 흐른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다.일단 시작을 하고 보니 1년은 금방 지나갔다. 박 본부장은 "한번만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우리가 더 해달라고 요청했다. 2년 차에 박은선 작가가 6개월 넘게 고생하며 건물 한 쪽 벽 전체에 벽화를 그렸고 그것이 인연이 돼 단지 내부 인테리어도 맡겼다. 또 2013년에 벽화작업을 함께 한 정인완 작가는 3년 차인 2014년에 '자연산' 작품을 그렸는데, 근로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됐다"라고 말했다.예술이 흐르는 공단은 이제 예술이 일상이 됐다. 비단 미술작품을 보며 위안을 얻는 일에만 그치지 않았다. 근무가 끝난 후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노래를 연습하기도 하며,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근로자 축제를 열어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기도 하고,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수확물도 나눠 먹는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들고 봄바람이 불어도 먼지 가득한 공장 안에 앉아 쉼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삶.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건 힘들다. 그래도 17년 된 아파트형 공장 사람들은 펄럭이는 나비도 보고, 살랑이는 봄내음도 맡으며 살지 않을까.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7-07-30 공지영

[경기도 공공미술을 말하다·(3)성남 오리초등학교 거대 벽화]그어떤 영감보다 화려한 '블랙 & 화이트'

색약 그래피티 작가 알렉스 세나기다림 주제 '그네 탄 아이' 그려제작과정·소통등 '살아있는 교육'그림을 그리지만 색은 볼 수 없는 화가가 한국의 초등학교 벽 한 편에 거대한 그림을 그렸다.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으로 그려졌지만, 그 어떤 그림보다 보는 이의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 멋진 그림이 학교 벽에 그려진 것도,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실시간으로 본 일도, 말도 통하지 않은 파란 눈의 작가와 장난을 치던 일도, 아이들에겐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성남 오리초등학교 건물 한쪽 벽에는 아이가 그네를 타고 어딘가 응시하고 있는 커다란 흑백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 알렉스 세나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영감을 얻고 작업했다. 선천적으로 특정 색을 구별할 수 없는 색약인 알렉스 세나는 학교에 머물며 아이들을 유심히 살폈다. 특히 세나의 눈에 들어온 건 방과 후 집에 돌아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신우영 교장은 세나가 보여준 여러가지 시안 중 특히 이 그림, '기다림'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작가가 방과 후 운동장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를 본 모양이었다. 그림의 전체적 분위기가 다소 상념에 빠져 있는 듯한, 어쩌면 우울한 느낌도 들지만 아이가 기다리는 것이 꼭 엄마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에게 오는 시간을 여유롭게 성찰하며 그 시간을 즐기고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저 시기엔 누구나 무언가를 기다려 본 기억들이 있지 않은가." 특이한 작품 자체가 주는 영감도 대단하지만, 이 공공미술 프로젝트 과정 전체가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교육이 됐다. 며칠씩 작가가 대형 크레인을 타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직업화가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학교는 아이들 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작가의 철학과 예술세계를 설명하며 집에서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유도했다. 신 교장은 "아이들은 꼭 미술관에 가야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스케치북에만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익숙하지 않은 걸 직접 접하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고의 한계를 깨뜨리는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커 진 만큼 생각의 영역도 넓어졌을 거란 짐작이다.작가와 아이들의 소통도 좋은 자극제가 됐다. 신 교장은 "당시 교장실을 작가에게 쉬는 공간으로 내줬다.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작가를 따라다니며 계속 말을 걸더라. 잠깐 쉬는 틈에도 작가는 아이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캐리커쳐도 그려주었다. 나중엔 아이들이 교장실 앞에 줄 서 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그림을 감상하며 나름대로 해석하기 바쁘다. 종종 교장에게 달려와 그림에 대해 물어보는 아이들도 많다. 신 교장은 "학교에 그려진 그림이 준 변화는 놀랍다. 지난 6월에는 45m짜리 대형 벽지에 전학년 모두가 함께 그림을 그리는 공동 작업을 해내기도 했다. 교사들이 굳이 생각해서 가르쳐야 하는 것을 이 프로젝트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만족했다. 그러고 보니 이 과정을 모두 경험한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이 귀중한 시간은 그네 위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삶에 꼭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 알렉스 세나가 성남오리초등학교 벽에 그린 '기다림'. /경기도 미술관 제공/아이클릭아트작업 중 쉬는 시간을 틈 타 알렉스 세나와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7-07-23 공지영

[경기도 공공미술을 말하다·(2)화성 어촌마을 '궁평항']폐허위 뿌려진 예술 '기적' 꽃 피우다

사람 떠나간 '어촌체험관' 희망프로젝트美활동 윤협 작가 궁평항 이미지화 작업지역어르신 실버카페도 열며 '새 명소'로회색 건물과 자동차로 가득한 도심을 뚫고 1시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바다가 있다. 화성시 궁평항이 품고 있는 서쪽 바다다. 궁평항은 도시의 작은 어촌 마을이다. 1차 산업을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마을이 그렇듯 이곳 역시 겪고 있는 문제는 황량함이다. 사람이 떠나고 찾아오는 이 조차 없는 텅 빈 어촌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화성시, 궁평항 마을주민들이 경기도미술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선뜻 수락한 것도 그 이유다.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궁평항에는 3년 동안 방치됐던 건물이 하나 있었다. 낚시, 갯벌체험 등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어촌체험관'이었는데, 찾는 이가 없어 거의 버려져 있었다. 경기도미술관은 이 공간에 주목했다. 폐허처럼 버려진 공간에 예술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쉽지 않은 이 프로젝트는 이런 일을 줄곧 해왔던 작가 '윤협'이 맡았다. 윤협 작가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Hwaseong Made_Hope is Here'로 명명했다. 작업 기간 내내 이곳에서 생활해 온 작가는 마을 주민들에게 막연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지 않았다. 작가는 궁평항 사계절의 색상에서 착안, 4가지 색을 활용해 궁평항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었다. 화성시 시화인 개나리에 착안한 무늬와 궁평항 파도, 주민들의 인상에서 비롯한 패턴도 만들어냈다.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이미 다국적 기업들과 다양한 거리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윤협 작가가 고국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하자, 그 사실 만으로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실제로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이 작가의 팬들 블로그를 중심으로 확산돼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고, 미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작가가 자신의 SNS와 미국 언론에 궁평항을 소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2015년에는 뉴욕타임즈가 궁평항에 그려진 윤협 작가의 작품을 보도해 궁평항이 세계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작가와 주민의 정서적 교류에 있다. 당시 어촌체험관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었다. 마을을 위해 고생하는 작가를 보며 내내 마음이 쓰였던 노인 교육생들은 비록 아마추어 실력이었지만, 작가에게 매일 커피를 대접했다. 작가를 손주처럼 여기며 식사, 잠자리 등 생활을 챙기는 일들도 많았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작가는 이때의 경험을 두고두고 말할 만큼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작가는 화성시에 한가지 제안을 했다. 노인 교육생들이 만든 훌륭한 커피를 직접 판매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작가는 카페의 간판 이미지도 직접 제작해 주었다. 이후 시는 어촌체험관 한 편에 노인 교육생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열었고 이곳은 곧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또한 궁평항의 성공을 발판삼아 시는 미술관과 함께 전곡항에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예술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이어진다. 경기도미술관 최기영 큐레이터는 "그 이후에도 시는 작가와 협의해 궁평항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관광상품을 제작해 궁평항을 알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궁평항 프로젝트는 예술이 낙후된 지역에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오랜시간 방치됐던 화성 궁평항의 어촌체험관. 경기도미술관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윤협작가가 궁평항의 랜드마크로 재탄생시켰다. /경기도미술관 제공어촌마을을 변화시킨 작가 윤협.

2017-07-09 공지영

[경기도 공공미술을 말하다·(1)시흥을 달리는 '아트캔버스']찾아가는 'ART-CAN-BUS' 아이들 감성충전

전시관 없는 곳 미술 감상 어려워市 제안 경기도미술관 콘텐츠 제작버스 개조해 학교 방문 작품전시 관람후 체험학습까지 '신청 쇄도'경기도미술관이 경기도 곳곳에 공공미술을 그려온 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안산 지하철역과 공단을 시작으로, 지금은 화성·동두천 등에서 결이 다른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10년의 세월 동안 공공미술은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기도 하고,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치료제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예술이 낯선 이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배척을 당하기도 했지만, 작품을 보며 행복해하는 이들을 만나며 묵묵히 작업을 행해왔다. 이번 기획을 통해 경기도 공공미술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조용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버스를 본 아이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누구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트캔버스(ART-CAN-BUS)'가 지난달 22일 시흥 월곶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경기도미술관과 시흥시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아트캔버스는 '찾아가는 이동 미술관'이다. 관광버스 내부를 전시관으로 개조해 작품을 전시하고, 어디든지 달려가 전시회를 연다. 월곶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30여 명은 미술 전문강사의 안내에 따라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벽면에 10여 개의 작품이 걸려있다. 경기도미술관이 지난해 선정한 신진 작가들이 '시흥'을 직접 돌아다니며 느낀 감정을 담아 제작한 작품들이다. 버스 외관에 그려진 작품은 박미나 작가가 시흥시 상현동 300을 돌아다니며 마주친 색을 추출한 것들이다. 다채로운 색들이 캔버스를 대신해 버스 표면을 채우고 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보는 시흥의 하늘인데, 그 하늘이 이렇게 매번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아이들은 그런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관람이 끝나면 그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고 말하며 모든 과정을 도맡는다. 체험학습을 위해 필요한 책상과 의자도 스스로 조립한다. 그 의자에 앉아 작가들이 만든 학습 키트(kit)로 체험학습을 시작한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생각하며 그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보자는 주문에, 스티커와 색연필로 저마다 감정을 표현해나갔다. 한 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로 교가를 부르자 아이들이 킥킥 대며 다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교가를 부르면요, 마음이 신나고 뿌듯해요" 라고 웃어보였다. 시흥에는 미술관이 없다. 국공립은 물론, 사립미술관도 없다. 부모가 마음 먹고 미술관에 데려가지 않는 이상, 아이들이 미술관을 경험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시흥의 아트캔버스는 여기서 시작했다. 김윤식 시흥시장이 이동 미술관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경기도 미술관이 콘텐츠를 제작했다. 시흥에서 미술작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강사로 나섰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신청이 쇄도했고, 내년까지 신청이 마감됐다. 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끊임없이 들어온다. 경기도미술관 김윤서 학예사는 "처음에 명화 복제본을 걸어 보여주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미술이 신성시 되는 것은 공공미술의 목적이 아니다. 숨쉬고, 먹고, 걷는 우리의 모든 행동이 현대미술의 범주에 속한다. 굳이 시흥을 주제로 신작을 전시한 것도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며 이해하기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과 대중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게 본연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시흥 이동미술관 '아트캔버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7-07-02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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