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전시리뷰]실학박물관 '지봉유설… 세계를 기록하다'展

한민족 세계관 변화 이끈 이수광 소개'제국부'에 초점… 서적·이야기등 짚어주요 내용과 동떨어진 후반부 '아쉬움'지봉유설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수광이 중국 견문을 토대로 간행한 작품이다. 교통수단과 통신 발달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그 시절,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넓지 못했지만, 이수광은 세 차례에 걸쳐 중국 사신에게 얻은 견문을 토대로 1614년(광해군5년) 지봉유설을 간행했다.그는 조선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등 유럽까지 소개하며,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없었던 한민족의 세계관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남긴 세계에 대한 기록은 관념적인 천하관을 고수하던 조선에서 곧바로 수용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학문 정신은 실학사상의 토대가 되는 백과전서류 편찬에 많은 영향을 줬다.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이런 이수광의 세계관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 '지봉유설, 신화를 넘어 세계를 기록하다'를 마련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3천여 개가 넘는 다양한 주제를 포함한 지봉유설에서 그동안 가장 주목받아 왔던 '제국부'에 초점을 맞추고, 조선시대 최초로 세계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를 알린 이수광을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전시장 입구는 관람객이 전시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나무로 지어진 가옥을 연상케 하는 천장 구조물과 바닥에 적힌 문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떠나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크지는 않지만 공간 안에는 당시 세계를 바라보던 이수광의 시선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수광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부터 중국에서 만났던 외국인들과 당시 그가 탐독했던 책들까지 자세하게 안내한다. 전시를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바로 그가 베트남에 한류문학을 선도했다는 것. 이수광은 중국 방문 당시 베트남 사신과 50일 가까이 한 방을 쓰면서 한자로 필담을 주고받으며 두 나라의 역사, 문화 풍속, 시 등을 알아갔다. 또 명 황제에게 바치는 시집의 서문도 직접 써주기도 했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간 사신은 유생들에게 이수광의 시를 소개했고, 유생들은 이 시를 모두 외웠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는 내용이다.이런 가운데 전시 전반부에서는 이수광 소개와 함께 그가 중국에서 만났던 외국 인물들과 탐독했던 책들이 소개된다.전시 후반부에서는 1673년 김수홍이 그린 '조선팔도고금총람도(朝鮮八道古今總覽圖)'를 통해 이수광과 다른 유교적 세계관을 재조명한다. 아울러 이수광 이후의 세계관을 실학자 하백원과 최한기의 지도를 통해 소개한다. 하지만 후반부 전시 내용을 보면 전시의 전반적인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안겨 아쉽다. 이수광을 조명하기 보단 지봉유설 이후 변화한 세계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또한 실학과 관련된 전시로만 채워진 점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쉽게 내용을 풀어줬다면 관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이상의의 문집 '소릉선생문집'.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해로 사행의 노정을 기록한 '차정기'.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각국도-천지전도.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9-07-01 강효선

[전시리뷰]사진작가 홍채원 '집宇집宙-경계에서'展

수원 재개발구역 빈 건물내부음습한 자리에 숨쉬는 '곰팡이'저마다의 모습들 '앵글'에 담아새로운 시각·색다른 재미 선사빨간 페인트로 '철거'와 'X표'가 쳐진 건물,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마지막 모습이다. 낡은 건물들, 곳곳에 깨진 외벽과 창문,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빛이 바랜 동네의 모습은 스산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낡은 건물을 대신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아무도 이 공간에 살던 주민들이 어디로 떠났는지, 빈 건물 안은 어떤 모습일지 등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스치듯 지나칠 뿐 오랜 시간 동네를 지키던 건물들의 철거를 아쉬워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아마 원주민 외에는 건물의 모습보다 앞으로 들어설 새로운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이런 재개발 구역의 건축물 내부를 섬세하게 기록한 이가 있다. 수원에서 10여 년 간 문화재와 공간을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 온 사진작가 홍채원은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건축물의 내부를 섬세하게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수원 북수동의 실험공간 UZ에서 개인전 '집宇집宙-경계에서'를 통해 사람이 떠났어도 여전히 새 생명이 살아있는 건축물 내부를 공개했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떠나는 원주민과 재개발 시행자의 경계에 서서 빈 건물을 바라보는 데 집중했다. 작가가 재개발 구역의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건 '곰팡이'다. 빈 공간에서 습도와 온도로 인해 피어오른 곰팡이는 마치 새 생명처럼 느껴졌다. 또 빈 공간에서 막을 새도 없이 퍼지고 있는 모습은 권력의 힘 같기도 했다.작가가 전시장에서 공개한 곰팡이는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색이 바래 누렇게 변한 유리창에 핀 곰팡이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 거칠어진 벽지에 자리 잡은 곰팡이는 마치 검은 돌의 표면을 보는 듯했다. 일상에서 무심코 스치는 곰팡이의 다양한 형태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과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홍 작가는 "사물을 더 사물답게 즉, 보여 지는 대로 '본다'는 행위 자체에 충실하려 했다. 익숙한 사물은 친숙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그냥 스쳐지나가기 쉽다. 바로 그것을 탐구해 나가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사람이 떠난 음습한 곳에서 발견된 곰팡이라는 새 생명이 공간의 면을 잠식해 나가는 모습은 인간의 이기심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작품은 가슴 한 켠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는 "오랜시간 수원을 촬영해 오면서 재개발 지역의 건물들을 많이 담아왔다. 사라지는 동네가 안타까웠지만 재개발을 개인이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사람이 떠난 건축물 내부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고, 또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사라지는 곳들을 담아 기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오는 30일까지 수원 북수동의 실험공간 UZ에서 홍채원 사진작가의 개인전 '집宇집宙-경계에서'가 열린다. 사진은 홍채원 작가의 작품 '인계동, 수원'.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홍채원 사진작가. /홍채원 작가 제공

2019-06-24 강효선

[전시리뷰]전곡선사박물관 '전곡 발굴 40주년 기념전 E1979S2019'

역사적 주먹도끼 발견 이후 17차례 조사 과정 쉽고 재미있게 풀어사바나·구석기시대 다양한 조형물·시간여행 여권만들기 등 인기1978년 4월 미공군 소속 그렉보웬은 한탄강에서 범상치 않은 자갈돌을 발견한다. 아시아 지역의 인류 진화가 서양보다 느리다고 생각한 기존의 학설을 뒤집은 '역사적인 발견'이었다. 그렉보웬의 범상치 않은 눈썰미에 띈 돌멩이 소식은 당시 서울대 박물관장이던 김원용 교수에게 전해졌다. 김 교수는 정영화 영남대 교수와 5월 지표조사를 진행했고, 이듬해인 1979년 3월 21일 본격적으로 1차 발굴을 시작한다. 이는 가장 발전된 구석기 도구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사용했다는 역사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올해는 전곡리 주먹도끼가 발견된 지 40주년을 맞는 해다. 이에 맞춰 전곡선사박물관은 그동안 전곡리에서 이뤄진 주먹도끼 발견 과정과 40년 동안 17차례 걸쳐 진행한 발굴 조사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보는 전시 '전곡 발굴 40주년 기념전 E1979S2019'를 마련했다. 20만년 전 인류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시간을 뛰어넘은 조우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말이다.큰 규모는 아니지만, 박물관 한 편에 마련한 전시는 꽤 알차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주먹도끼 발견 과정을 짧게 소개하고, 여기에 일러스트와 사진, 영상, 그동안 발견한 주먹도끼 등을 배치했다. 어린아이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소재일 수도 있지만,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콘텐츠에 집중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발견과 발굴의 과정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로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담았다. 주먹도끼 발굴 직후 사적으로 지정된 지역의 보존과 지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고민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냈는데, 연천 지역의 유명 축제인 '구석기 축제'가 바로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짧은 전시가 끝나면, 상설 전시 관람과 박물관 체험을 추천한다. 박물관 상설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전시에서는 사바나의 최초 인류, 인류의 진화, 구석기 시대의 장례 문화, 동굴 벽화 등 다양한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이 전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풍성한 볼거리다. 실제 사바나를 옮겨놓은 듯한 느낌의 조형물과 그 안에 담긴 여러 동물, 유인원부터 현재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로잡는 다양한 콘텐츠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매력적이다.박물관 내 인기 체험인 '시간여행 여권 만들기'는 구석기 인류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는 프로그램인데, 각 진화 단계별 인류와 합성된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또 '미스터리 박물관' 등은 숨겨진 힌트를 찾아 수수께끼 상자를 여는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뿐만 아니라 친구, 연인에게도 인기가 좋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이어지며 자세한 내용은 전곡선사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글·사진/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전곡선사박물관 상설 전시장.전곡선사박물관(관장 이한용)은 오는 9월 15일까지 전곡리 주먹도끼 발견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전곡 발굴 40주년 기념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전시장 모습.

2019-06-06 강효선

[전시리뷰]경기도미술관 크로스장르전 '코끼리, 그림자, 바람 Image, Silhouette, and Motion'

작가 13팀 현대미술로 애니메이션 소개… 사회현상·인간 내면 다뤄김예영&김영근 작품, 아름답고 슬픈 도시 표현 이해하기 쉬워 눈길애니메이션은 영혼 또는 생명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됐다.정지된 원화에 영혼과 생명을 불어넣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정지된 원화를 붙여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시각적인 착시를 통해 마치 물체 또는 사람이 움직이는 듯한 형태를 만들어낸다.이미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실제와 같은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 외에도, 사실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환영, 상상, 환상을 빚어내기도 한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회적 현상과 인간 내면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바로 경기도미술관이 준비한 크로스 장르전 '코끼리, 그림자, 바람 Image, Silhouette, and Motion'이다. 전시에는 김예영&김영근 , 나탈리 뒤버그&한스 버그, 노영미, 박광수, 세바스티앙 로덴바흐&퀵 베나제, 황민규 등 13팀의 작가들이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풀어냈다.전시장 입구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안내한다. 통로처럼 늘어진 길에 빨려 들어가면 가장 먼저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 세바스티앙 로덴바흐와 시인 뤽 베나제의 협업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첫 작품부터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은 시 낭독을 듣고,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손으로 듣기'라는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스크린 속에는 완성되지 않은 이미지들이 연결돼 움직임을 만들고, 이 움직임 안에 드러나는 하나의 형상을 통해 관람객은 작가가 담고자 했던 대상에 대해 상상한다.이 작품 뒤로는 다양한 작품이 곳곳에 배치됐는데, 대부분 사회적 현상과 인간의 내면 세계를 이야기한다.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특한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나탈리 뒤버그&한스 버그의 '집이 아니더라도, 뇌에는 복도가 있다'라는 8분 가량의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미로와 같은 복도를 따라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가 비추는 갱스터 개, 신부 쥐, 담배 피는 악어 등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끊임없는 인간의 탐욕과 쾌락을 표현했다. 여기에 움직임에 맞춰 울리는 강렬한 음악 소리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부각 시켜준다.사실, 미디어 관련 전시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내용을 알고 관람해도 타 전시보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렵다. 이번 전시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쉬울 수도,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다. 전시 초반 작품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마지막으로 김예영&김영근의 작품 '도시'를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이 작품은 어렵지 않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스크린에서는 높은 건물과 아스팔트, 매연과 소음, 사람들이 출근하고 일하는 모습 등이 그려지는데, 불빛으로 그려낸 도시는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에 담긴 화려한 도시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대인의 모습은 반복적이고 빠듯하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3일까지 계속되며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나탈리 뒤버그&한스 버그의 작품 '집이 아니더라도, 뇌에는 복도가 있다'가 상영되고 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크로스장르전 '코끼리, 그림자, 바람' 전시. 사진은 전시장 입구.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홍남기 작가의 작품 '앱스트랙트'와 '씬'.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김예영&김영근의 작품 '도시'.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9-05-27 강효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