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전시리뷰]'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

방치된 작품 330여점·자료 1천여점 '道미술관 특별전'경인·경수지역 활동 초점… 복제 용이 '판화' 상당수중심축 역할 '미술동인 두렁' 압수당한 15점 최초 공개여성운동 작품에 유홍준·백기완·김윤수 원고도 눈길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광주와 전남 일원에서 발생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한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대 사회운동의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당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회운동은 학생, 노동자, 여성 등 사회 중간 계층의 참여 확대로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사회운동은 문화예술계까지 퍼졌다. 이들은 당시 사회 문제와 현상을 펜으로 노래로 담아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데 동참했다.미술운동을 기획하고 실천한 작가들에게 '전위·저항·실천'은 주요한 시대 정신이었고, 이들은 삶과 예술이 다르지 않음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이런 미술운동은 전국 각지에서 펼쳐졌다.보통 소규모 예술가로 구성된 '소집단'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거나, 미술사에도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경기도미술관은 1980년대 미술운동을 정리한 특별한 전시를 준비했다. 경인(서울-인천)·경수(서울-수원) 지역에서 펼쳐졌던 미술운동에 집중한 '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 전이다. 전시는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변화의 한 축을 견인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서울, 경기, 인천지역 소집단 미술운동을 당대의 자료와 작품을 통해 새롭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지난 30여 년 동안 잊혀진 채 방치돼 온 소집단들의 주요 미술작품 330여 점과 자료 1천여 점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을 정리한 만큼 전시의 규모는 방대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1979년부터 1990년까지 활동했던 소집단들의 활동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전시의 흐름을 알아보기 쉽게 정리했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1980년대 활동했던 소집단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탄생했다. 홍대 등 미술대학이 서울에 위치해 있어 주로 이곳에서 결성됐고, 활동은 인천, 수원, 안양, 부천 등 지역 곳곳에서 이어졌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유독 판화가 많은 점이 눈에 들어온다. 복제가 가능한 판화는 싼값에 많은 사람에게 배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이 시기에 판화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고가의 작품을 한 개인이 소유하게 하는 것보다 많이 찍어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1980년대 미술운동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소집단들과 연결된 가장 중요한 소집단은 '미술동인 두렁'이다. 이 소집단은 1984년 창립전을 열 때 길놀이와 열림굿을 펼쳤는데, 당시 걸었던 걸개그림은 1980년대 미술운동에서 중요한 형식이었다. 전시장에는 열림굿 재연을 위해 걸개그림 4개를 재제작했다. 김봉준 주필로 '조선수난민중해원탱', '갑오농민신위', '여신위', '해방의 십자가' 등이 걸렸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1985년, 한국 미술, 20대의 힘' 전에서 경찰에 압수돼 자취를 감췄던 미술동인 두렁의 작품 15점을 발굴해 처음으로 관람객에게 공개해 눈길을 끈다.여성운동의 발자취도 살펴볼 수 있다. 여성 작가들로 이뤄진 '시월모임'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여성문제를 인식하고, 여성해방을 외쳤던 이들의 작품들은 1980년대 문화예술계를 발칵 뒤집었다. 또 시대정신기획위원회가 엮은 '시대정신' 관련 자료 중 미술평론가 유홍준의 번역 원고와 백기완, 김윤수 선생의 친필 원고를 비롯해 책을 편집하기 위해 수집했던 희귀 사진과 작품들도 소개된다.전시를 기획한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학예실장은 "1980년대 한국사회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하게 분출하던 시기로 경인, 경수지역의 미술인 역시 그 변화의 한 축을 견인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시대의 주인공이었다. 이번 전시가 한국현대미술사 서술의 새로운 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이번 전시는 오는 2월 2일까지 계속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흙손공방 김봉준 作 '우리의 가슴에 살아있는 결사대여… 죽음을 넘은 해방이어라'.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점·시점-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 전에서는 당시 활동했던 소집단들의 기록과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걸개그림은 1980년대 미술운동에서 중요한 형식이었다.

2019-11-11 강효선

[전시리뷰]경기도어린이박물관 '다 같이 놀자, 동네 세 바퀴'

초등 3~5학년생 '자문단' 구성설문 바탕 놀이공간 작품 제작 실내·외 자유롭게 오가며 관람동네별 '놀세권' 살펴볼 기회도어린시절 동네 곳곳 모든 장소가 놀이 공간이었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했고,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주어 흙과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기도 했다. 이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당시 동네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공간을 제공해줬고, 아이들은 이런 동네를 잘 활용했다. 그러나 도시가 개발되고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동네는 점점 더 차가워졌고, 아이들에게 더 이상 흥미로운 요소와 안전한 놀이공간을 선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었고, 어른들도 '놀이'를 생각하기 보다 '교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이런 '놀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획전시를 준비했다. 놀이와 배움에 대해 연구하는 씨프로그램과 건축, 디자인, 예술의 경계 없는 공간을 추구하는 소다미술관과 공동기획한 '다 같이 놀자, 동네 세 바퀴'는 아이들이 더욱 즐겁게 놀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전시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구성했다. 실제 경기도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5학년으로 구성된 '어린이자문단'과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놀고 있는지, 더 즐겁게 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사전 설문 조사를 진행, 이를 바탕으로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전시장은 독특하게 구성됐다. 미로를 콘셉트로 한 세 개의 투명 파빌리온 구조물을 배치하고, 이 안에서 자유롭게 놀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먼저 들어간 '놀이로 1-1' 공간은 놀이에 대한 어린이들의 생각과 놀기 좋은 동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담았는데,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보다 부모를 위한 곳 처럼 다가온다. 놀 공간이 없어서, 학원에 가야 해서, 뭘 하고 놀지 몰라서 등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이 담긴 글들은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어 아이들의 설문을 바탕으로 총 5팀의 엄마, 아빠 건축가가 브릭(작은블록)으로 표현한 11개의 놀이공간 작품과 각각의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기 좋은 동네'를 감상할 수 있다.'놀이로 2'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놀이 공간을 진단한다. 기계에 주소지를 입력하면 인근 1km까지 지도가 출력돼 나오는데, 아이들은 여기에 놀이 도장을 찍고, 동네 놀이 공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 '놀이로3'에서는 브릭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놀이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 볼 수 있다.박물관은 전시장 뿐만 아니라 야외공간도 꼼꼼하게 활용했다. 기획전시실과 연결된 야외공간 '꿈자람터'에는 놀이박스를 배치하고, 아이들이 놀이도구를 이용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8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권형표 作 '슬라이드놀이터'./경기문화재단 제공고기웅 作 '모래놀이터'./경기문화재단 제공

2019-10-03 강효선

[전시리뷰]실학박물관 '지봉유설… 세계를 기록하다'展

한민족 세계관 변화 이끈 이수광 소개'제국부'에 초점… 서적·이야기등 짚어주요 내용과 동떨어진 후반부 '아쉬움'지봉유설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수광이 중국 견문을 토대로 간행한 작품이다. 교통수단과 통신 발달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그 시절,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넓지 못했지만, 이수광은 세 차례에 걸쳐 중국 사신에게 얻은 견문을 토대로 1614년(광해군5년) 지봉유설을 간행했다.그는 조선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등 유럽까지 소개하며,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없었던 한민족의 세계관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남긴 세계에 대한 기록은 관념적인 천하관을 고수하던 조선에서 곧바로 수용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학문 정신은 실학사상의 토대가 되는 백과전서류 편찬에 많은 영향을 줬다.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이런 이수광의 세계관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 '지봉유설, 신화를 넘어 세계를 기록하다'를 마련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3천여 개가 넘는 다양한 주제를 포함한 지봉유설에서 그동안 가장 주목받아 왔던 '제국부'에 초점을 맞추고, 조선시대 최초로 세계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를 알린 이수광을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전시장 입구는 관람객이 전시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나무로 지어진 가옥을 연상케 하는 천장 구조물과 바닥에 적힌 문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떠나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크지는 않지만 공간 안에는 당시 세계를 바라보던 이수광의 시선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수광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부터 중국에서 만났던 외국인들과 당시 그가 탐독했던 책들까지 자세하게 안내한다. 전시를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바로 그가 베트남에 한류문학을 선도했다는 것. 이수광은 중국 방문 당시 베트남 사신과 50일 가까이 한 방을 쓰면서 한자로 필담을 주고받으며 두 나라의 역사, 문화 풍속, 시 등을 알아갔다. 또 명 황제에게 바치는 시집의 서문도 직접 써주기도 했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간 사신은 유생들에게 이수광의 시를 소개했고, 유생들은 이 시를 모두 외웠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는 내용이다.이런 가운데 전시 전반부에서는 이수광 소개와 함께 그가 중국에서 만났던 외국 인물들과 탐독했던 책들이 소개된다.전시 후반부에서는 1673년 김수홍이 그린 '조선팔도고금총람도(朝鮮八道古今總覽圖)'를 통해 이수광과 다른 유교적 세계관을 재조명한다. 아울러 이수광 이후의 세계관을 실학자 하백원과 최한기의 지도를 통해 소개한다. 하지만 후반부 전시 내용을 보면 전시의 전반적인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안겨 아쉽다. 이수광을 조명하기 보단 지봉유설 이후 변화한 세계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또한 실학과 관련된 전시로만 채워진 점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쉽게 내용을 풀어줬다면 관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이상의의 문집 '소릉선생문집'.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해로 사행의 노정을 기록한 '차정기'.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각국도-천지전도.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9-07-01 강효선

[전시리뷰]사진작가 홍채원 '집宇집宙-경계에서'展

수원 재개발구역 빈 건물내부음습한 자리에 숨쉬는 '곰팡이'저마다의 모습들 '앵글'에 담아새로운 시각·색다른 재미 선사빨간 페인트로 '철거'와 'X표'가 쳐진 건물,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마지막 모습이다. 낡은 건물들, 곳곳에 깨진 외벽과 창문,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빛이 바랜 동네의 모습은 스산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낡은 건물을 대신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아무도 이 공간에 살던 주민들이 어디로 떠났는지, 빈 건물 안은 어떤 모습일지 등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스치듯 지나칠 뿐 오랜 시간 동네를 지키던 건물들의 철거를 아쉬워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아마 원주민 외에는 건물의 모습보다 앞으로 들어설 새로운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이런 재개발 구역의 건축물 내부를 섬세하게 기록한 이가 있다. 수원에서 10여 년 간 문화재와 공간을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 온 사진작가 홍채원은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건축물의 내부를 섬세하게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수원 북수동의 실험공간 UZ에서 개인전 '집宇집宙-경계에서'를 통해 사람이 떠났어도 여전히 새 생명이 살아있는 건축물 내부를 공개했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떠나는 원주민과 재개발 시행자의 경계에 서서 빈 건물을 바라보는 데 집중했다. 작가가 재개발 구역의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건 '곰팡이'다. 빈 공간에서 습도와 온도로 인해 피어오른 곰팡이는 마치 새 생명처럼 느껴졌다. 또 빈 공간에서 막을 새도 없이 퍼지고 있는 모습은 권력의 힘 같기도 했다.작가가 전시장에서 공개한 곰팡이는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색이 바래 누렇게 변한 유리창에 핀 곰팡이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 거칠어진 벽지에 자리 잡은 곰팡이는 마치 검은 돌의 표면을 보는 듯했다. 일상에서 무심코 스치는 곰팡이의 다양한 형태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과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홍 작가는 "사물을 더 사물답게 즉, 보여 지는 대로 '본다'는 행위 자체에 충실하려 했다. 익숙한 사물은 친숙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그냥 스쳐지나가기 쉽다. 바로 그것을 탐구해 나가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사람이 떠난 음습한 곳에서 발견된 곰팡이라는 새 생명이 공간의 면을 잠식해 나가는 모습은 인간의 이기심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작품은 가슴 한 켠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는 "오랜시간 수원을 촬영해 오면서 재개발 지역의 건물들을 많이 담아왔다. 사라지는 동네가 안타까웠지만 재개발을 개인이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사람이 떠난 건축물 내부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고, 또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사라지는 곳들을 담아 기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오는 30일까지 수원 북수동의 실험공간 UZ에서 홍채원 사진작가의 개인전 '집宇집宙-경계에서'가 열린다. 사진은 홍채원 작가의 작품 '인계동, 수원'.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홍채원 사진작가. /홍채원 작가 제공

2019-06-24 강효선

[전시리뷰]전곡선사박물관 '전곡 발굴 40주년 기념전 E1979S2019'

역사적 주먹도끼 발견 이후 17차례 조사 과정 쉽고 재미있게 풀어사바나·구석기시대 다양한 조형물·시간여행 여권만들기 등 인기1978년 4월 미공군 소속 그렉보웬은 한탄강에서 범상치 않은 자갈돌을 발견한다. 아시아 지역의 인류 진화가 서양보다 느리다고 생각한 기존의 학설을 뒤집은 '역사적인 발견'이었다. 그렉보웬의 범상치 않은 눈썰미에 띈 돌멩이 소식은 당시 서울대 박물관장이던 김원용 교수에게 전해졌다. 김 교수는 정영화 영남대 교수와 5월 지표조사를 진행했고, 이듬해인 1979년 3월 21일 본격적으로 1차 발굴을 시작한다. 이는 가장 발전된 구석기 도구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사용했다는 역사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올해는 전곡리 주먹도끼가 발견된 지 40주년을 맞는 해다. 이에 맞춰 전곡선사박물관은 그동안 전곡리에서 이뤄진 주먹도끼 발견 과정과 40년 동안 17차례 걸쳐 진행한 발굴 조사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보는 전시 '전곡 발굴 40주년 기념전 E1979S2019'를 마련했다. 20만년 전 인류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시간을 뛰어넘은 조우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말이다.큰 규모는 아니지만, 박물관 한 편에 마련한 전시는 꽤 알차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주먹도끼 발견 과정을 짧게 소개하고, 여기에 일러스트와 사진, 영상, 그동안 발견한 주먹도끼 등을 배치했다. 어린아이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소재일 수도 있지만,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콘텐츠에 집중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발견과 발굴의 과정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로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담았다. 주먹도끼 발굴 직후 사적으로 지정된 지역의 보존과 지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고민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냈는데, 연천 지역의 유명 축제인 '구석기 축제'가 바로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짧은 전시가 끝나면, 상설 전시 관람과 박물관 체험을 추천한다. 박물관 상설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전시에서는 사바나의 최초 인류, 인류의 진화, 구석기 시대의 장례 문화, 동굴 벽화 등 다양한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이 전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풍성한 볼거리다. 실제 사바나를 옮겨놓은 듯한 느낌의 조형물과 그 안에 담긴 여러 동물, 유인원부터 현재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로잡는 다양한 콘텐츠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매력적이다.박물관 내 인기 체험인 '시간여행 여권 만들기'는 구석기 인류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는 프로그램인데, 각 진화 단계별 인류와 합성된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또 '미스터리 박물관' 등은 숨겨진 힌트를 찾아 수수께끼 상자를 여는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뿐만 아니라 친구, 연인에게도 인기가 좋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이어지며 자세한 내용은 전곡선사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글·사진/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전곡선사박물관 상설 전시장.전곡선사박물관(관장 이한용)은 오는 9월 15일까지 전곡리 주먹도끼 발견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전곡 발굴 40주년 기념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전시장 모습.

2019-06-06 강효선

[전시리뷰]경기도미술관 크로스장르전 '코끼리, 그림자, 바람 Image, Silhouette, and Motion'

작가 13팀 현대미술로 애니메이션 소개… 사회현상·인간 내면 다뤄김예영&김영근 작품, 아름답고 슬픈 도시 표현 이해하기 쉬워 눈길애니메이션은 영혼 또는 생명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됐다.정지된 원화에 영혼과 생명을 불어넣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정지된 원화를 붙여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시각적인 착시를 통해 마치 물체 또는 사람이 움직이는 듯한 형태를 만들어낸다.이미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실제와 같은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 외에도, 사실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환영, 상상, 환상을 빚어내기도 한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회적 현상과 인간 내면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바로 경기도미술관이 준비한 크로스 장르전 '코끼리, 그림자, 바람 Image, Silhouette, and Motion'이다. 전시에는 김예영&김영근 , 나탈리 뒤버그&한스 버그, 노영미, 박광수, 세바스티앙 로덴바흐&퀵 베나제, 황민규 등 13팀의 작가들이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풀어냈다.전시장 입구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안내한다. 통로처럼 늘어진 길에 빨려 들어가면 가장 먼저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 세바스티앙 로덴바흐와 시인 뤽 베나제의 협업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첫 작품부터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은 시 낭독을 듣고,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손으로 듣기'라는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스크린 속에는 완성되지 않은 이미지들이 연결돼 움직임을 만들고, 이 움직임 안에 드러나는 하나의 형상을 통해 관람객은 작가가 담고자 했던 대상에 대해 상상한다.이 작품 뒤로는 다양한 작품이 곳곳에 배치됐는데, 대부분 사회적 현상과 인간의 내면 세계를 이야기한다.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특한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나탈리 뒤버그&한스 버그의 '집이 아니더라도, 뇌에는 복도가 있다'라는 8분 가량의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미로와 같은 복도를 따라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가 비추는 갱스터 개, 신부 쥐, 담배 피는 악어 등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끊임없는 인간의 탐욕과 쾌락을 표현했다. 여기에 움직임에 맞춰 울리는 강렬한 음악 소리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부각 시켜준다.사실, 미디어 관련 전시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내용을 알고 관람해도 타 전시보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렵다. 이번 전시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쉬울 수도,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다. 전시 초반 작품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마지막으로 김예영&김영근의 작품 '도시'를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이 작품은 어렵지 않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스크린에서는 높은 건물과 아스팔트, 매연과 소음, 사람들이 출근하고 일하는 모습 등이 그려지는데, 불빛으로 그려낸 도시는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에 담긴 화려한 도시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대인의 모습은 반복적이고 빠듯하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3일까지 계속되며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나탈리 뒤버그&한스 버그의 작품 '집이 아니더라도, 뇌에는 복도가 있다'가 상영되고 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크로스장르전 '코끼리, 그림자, 바람' 전시. 사진은 전시장 입구.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홍남기 작가의 작품 '앱스트랙트'와 '씬'.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김예영&김영근의 작품 '도시'.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9-05-27 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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