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명물]또다른 명물 구좌 당근

1960년대 첫 도입 이후 1980년대 생산 급증화산회토서 한겨울 수확… 뿌리로 영양 몰려높은 품질 인정… 전국 재배면적 60% 제주에주민들 자조금 조성 세척·포장 가공시설 갖춰제주의 겨울은 바쁘다. 농한기를 맞은 타 지역과 달리 제주의 들녘은 감귤을 비롯해 무, 양배추, 당근 등 월동채소 수확이 한창이다. 제주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구좌읍에서도 당근 수확으로 농민들은 분주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따뜻한 '남도' 제주에서 자란 월동 채소들은 저마다 고유의 단맛을 품고 있다. 제철을 맞은 겨울 당근을 수확하는 농민들도 쉴 틈이 없다. 화산회토에서 생산되는 제주당근은 한겨울에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겨울 땅 위 기온은 차가운 반면 땅의 기온은 상승하는데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잎으로 갈 영양분들이 뿌리식물인 당근으로 몰리게 돼 더욱 영양분 함량이 높고 맛이 있다.■ 구좌 당근'홍당무'라고도 불리는 채소인 당근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이다. 과거에는 가축인 말의 밥으로 주는 채소였지만 지금은 샐러드, 카레, 볶음밥 등으로 많이 소비된다. 제주당근은 1960년대 말 처음 도입된 이래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제주의 대표적인 월동 작물이다.보통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된다. 5월부터 9월까지 나오는 경남, 10~11월 생산되는 강원도와 달리 겨울철에서 이른 봄까지 생산되는 감귤은 전량 제주산이다.당근 재배 면적도 제주가 압도적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배 면적을 보면 제주도가 전국의 60%를 차지한다. 지역내에서는 제주시 구좌읍이 90%로 대부분이다.구좌지역 토양은 사양토지대로 유기물 함량이 많고 배수가 좋고 토질이 부드럽다. 또 패사 이용으로 생육촉진은 물론 착색이 양호해 상품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적합한 기후 등으로 다른 지방에 비해 뛰어난 품질의 당근을 키워내고 있다.이런 자연환경을 토대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주의 당근 재배 면적은 2천㏊ 미만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 2천㏊를 넘어서는 등 급격하게 확대됐다. 이후 농가 고령화와 개발로 농지가 축소되며 2019년에는 1천607㏊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전 국민이 반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약 4만t이 구좌읍에서 생산됐다.■ 전국 최대 주산지 구좌읍전국 최대 당근 생산지인 구좌읍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35㎞ 떨어진 곳으로 서쪽으로는 조천읍, 남동쪽으로는 서귀포시 성산읍과 접하고 있다. 당근은 크게 동양계와 서양계로 나뉜다. 모양에 따라 '구로다형', '암스테르담형' 등으로 나뉠 만큼 다양하다.그중에서도 구좌읍에서 생산되는 당근은 모양과 빛깔이 좋고 맛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2014년 (사)제주당근연합회를 조직해 당근 자조금을 조성, 유통 조절에 힘쓰고 있다. 구좌농협도 1993년 당근 전문 처리 시설인 거점산지유통센터(APC)를 준공, 세척 및 포장시설을 갖췄다. 구좌농협에서는 당근 수확 기간 1일 75t 내외를 처리하고 있다.■당근 알고 먹자△ 조리당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다. 날 것은 특유의 특이한 쓴맛이 나는 묘한 향이 나고 어설프게 삶거나 볶으면 식감이 물렁해지고 단맛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당근은 조리를 잘 하면 자연스러운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볶음밥, 계란찜 등을 만들 때 당근을 작게 썰어 넣기에 아이들은 당근이 들어가도 모른채 먹는 경우가 많기에 당근도 많이 먹게된다.△ 효능당근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A는 시력 유지에 도움을 주며, 안구 건조증, 야맹증 등의 각종 눈 질환을 개선 및 예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외에도 루테인, 리코펜 성분 또한 도움을 준다. 당근에는 혈관의 염증 및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압이나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고혈압,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당근에 함유된 팔카리놀 성분이 암 예방에 도움을 주며, 베타카로틴 성분은 항산화 성분으로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의 노화 방지 및 재생에 도움이 된다. 또 당근에 함유된 카로틴 성분은 피부의 주름을 개선하고 착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고르는 법색이 선명하고 진할수록 영양소가 풍부하다. 표면이 매끈한 것이 단맛이 강하며 모양은 단단하며 휘지 않은 것이 좋다. 검은 테두리가 있는 것은 오래된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손에 잡아어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으며 잎이 난 윗부분이 검은색으로 변한 것은 오래된 것이다. 너무 큰 것은 섬유질이 억세기 때문에 피하고 뿌리 부분이 잘린 것보다 잔뿌리가 붙어 있는 것이 좋다.△ 손질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낸 후 흙과 불순물을 제거하면 된다. 껍질에 영양소가 풍부하므로 가급적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오래 가열할 경우 조직이 물러지기에 찜이나 조림 요리할 때는 당근의 모서리를 둥글게 깍아 부서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보관표면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신문지에 싸서 지퍼백에 밀봉하여 냉장 보관한다. 흙이 묻은 채 신문지에 싸서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도 된다. 익히지 않고 냉동할 시 녹으면서 물렁거리기 때문에 냉동실에 보관할 때에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익힌 다음 보관하면 좋다. 마르기 쉽고 동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겨울철 장기 보관할 경우 흙 속에 묻어 보관한다./제주일보=김문기기자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구좌농협 APC 공장의 당근 세척 작업.당근 주스를 생산하는 과정.작업자들이 판매용 당근을 포장하고 있다. /제주일보 제공구좌농협 APC에서 판매용 당근 껍질을 벗기는 업무를 맡은 작업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일보 제공

2021-01-20 김문기

[新팔도명물]3대째 이어온 경주의 한결같은 달콤함 '황남빵'

일제강점기, 독특한 제조법으로 창업소비자가 붙인 이름 지금까지 이어져불국사 등 역사유적지와 함께 '명물'계약재배한 경주팥 이용 '농가 상생'경북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되기도창업주 원칙 따라 모든 공정 '수작업'유명 백화점·유통업체 러브콜도 거절"10분만 기다리시면 따끈한 황남빵을 드실 수 있습니다."경북 경주 도심 쪽샘유적지 맞은편 '황남빵' 본점. 평일 낮시간인데도 매장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황남빵이 나오자 손님들이 앞다퉈 사간다.황남빵은 불국사, 첨성대 등 이름난 역사유적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경주의 명물이다. 천안 호두과자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관광객들도 어떻게 알고 찾아올 정도다. 올해로 창업 82주년이 됐을 정도로 역사 또한 깊다.황남빵은 밀가루에 계란을 넣어 잘 치댄 반죽에 팥소를 듬뿍 넣고 고유의 국화문양을 찍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단팥빵이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달콤함이 입에 번진다. 질리지 않는 단맛이다.매장에서 바라보는 10여명 제빵사의 손놀림은 꽤나 유연하고 재빠르다. 손 위에 반죽을 올리고 손목의 힘을 이용해 리듬감 있게 팥소를 넣는다.간단해 보이지만 만드는 방법은 녹록지 않다. 전체 빵 무게에서 팥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다. 이때문에 얇은 반죽에 팥을 넣는 과정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팥소가 비칠 만큼 빵 껍질이 얇으면서도 터지지 않아야 하고, 점성이 있되 질기지 않아야 하며 촉촉하되 팥의 달콤함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맛의 핵심은 팥 앙금이다. 다른 모든 공정은 1, 2년만 숙련되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지만 80년을 이어온 앙금의 맛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다는 게 황남빵 측의 설명이다.황남빵의 목표는 단 하나, 언제 먹어도 똑같은 맛이다. 8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맛, 수많은 유사품이 그 고유의 맛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다.# 팥 계약재배로 지역 농가와 상생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밀가루는 제분회사에서 황남빵용으로 특별 제조한 것을 쓴다. 핵심 재료인 팥 역시 100% 국내산 붉은 팥만 고집한다. 지금까지 팥 값이 아무리 비싸도 수입 팥을 쓴 적이 없다. 국산 팥 값이 너무 올라 적자를 보는 한이 있어도 국산만 쓴다. 전통이고 자존심이기 때문이다.예전엔 강원 영월과 정선 등지의 팥을 썼다. 2011년부터는 계약재배를 통해 경주지역 농가로부터 팥을 공급받고 있다. 최상은(69) 황남빵 대표는 "경주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강원도 팥이 싸지만 경주 특산품인 만큼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를 쓰고 지역 농가와 상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황남빵은 2011년 농가 173곳과 계약을 맺고 39㏊ 규모의 팥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팥 생산 불모지였던 경주가 단숨에 주산지로 부상했다. 2012년 420여농가(재배 면적 125㏊)에서 2013년 700여농가(205㏊)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450여 계약재배 농가(150㏊)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경주지역 팥 재배 농가가 늘어난 이유는 황남빵 영향이 컸다. 황남빵은 계약 농민이 생산한 팥을 등급과 상관없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량 수매하고 있다. 팥의 가격은 매년 등락 폭이 심한데, 수확기 한 달간 강원도 영월군, 정선군 농협 수매가를 조사한 뒤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결정해 농가에 지급하는 식이다.특히 2016년엔 여름 가뭄과 비 피해 등으로 팥값이 급등하며 애로도 컸지만 최고가로 팥을 전량 수매하고 종자 비용을 면제해주는 식으로 농민과 아픔을 나눴다.경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과거 생산량을 집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팥 생산량이 미미했던 경주가 황남빵의 계약 재배 덕분에 경북의 대표적인 팥 생산지가 됐다. 기업은 질 좋은 농산물을 확보하고, 농민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상생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939년 창업… 3대가 이어온 100년의 맛황남빵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인 고 최영화씨가 21살 되던 해 경주시 황남동에서 빵가게를 차린 뒤 처음 세상에 나왔다. 조상 대대로 집안에서 팥으로 떡을 빚어 먹던 방법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제조방법을 창안한 것이었다. 얇은 반죽 속에 꽉 들어찬 국산 팥의 구수한 맛은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고, 수십년을 거치며 전국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황남빵'은 빵을 사 먹던 소비자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창업 초기 변변한 간판도 없던 시절 '황남동에서 유일한 빵집에서 만든 빵'이라고 해서 황남빵으로 불렸고,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최상은 황남빵 대표는 창업주 고 최영화씨의 둘째 아들이다. 창업주는 자신이 일궈놓은 황남빵을 자식들이 이어가길 바랐다.그러나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황남빵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선뜻 이어받기가 쉽지 않았다. 최 대표는 '내가 아니면 황남빵 역사가 여기서 끝 날 수도 있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1978년의 일이었다.최상은 대표 체제 이후 황남빵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명품화를 위해 1987년 '황남빵'을 상표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1998년엔 현재 본점 자리로 사옥을 확장 이전했다. 2002년 철탑산업훈장 수상, 2005년 전통산업 선정, 2013년 경북도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임을 재확인했다. 2014년에는 연매출이 1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정식 직원이 90여명이나 되는, 제빵업체로는 중견기업이다.현재 황남빵의 가업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최 대표의 아들 진환(45)씨가 서울 롯데월드몰점과 경주를 오가는 등 생산과정 전반을 직접 관리하며 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모든 공정은 수작업… 창업주 뜻 지켜음식사업이 대개 그렇듯이 유명세를 타면 전국 곳곳에 분점을 내고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황남빵은 다르다. 1994년 경주시 향토음식 지정 이후 국내 유명 백화점과 유통업체가 러브콜을 날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창업주의 뜻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창업주는 생전 고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국내산 팥만 사용해 팥소를 만든다'는 제조 원칙을 고수했다. 프랜차이즈는 품질관리 등 여러 면에서 적합하지 않았다.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선 신선도가 필수인 만큼 '제작한 빵은 당일 소화'가 원칙이다. 소비자들이 황남빵은 창업 후 지금까지 가격 외에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이런 노력은 온라인(www.hwangnam.co.kr) 판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은 별도의 온라인 판매를 위한 공장에서 빵을 생산한다. 제품엔 차이가 없지만 빠른 배송을 통해 좀 더 신선도 높은 빵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매일신문=김도훈 기자천안 호두과자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빵'인 황남빵.천안 호두과자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빵'인 황남빵.황남빵 매장 내부 모습.천안 호두과자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빵'인 황남빵.최상은 황남빵 대표가 직접 빚은 황남빵을 오븐에 담고 있다.경주시 황오동에 있는 황남빵 사옥.

2021-01-13 김도훈

[新팔도명물]창원 진동의 별미 '미더덕'

국내 첫 어보인 '우해이어보' 집필된 진동면… 오래전부터 '맛' 즐겨 생김새가 육지의 더덕과 비슷해… '물'이라는 뜻의 '미' 붙여 불려져특유의 향·독특한 식감에 된장국·비빔밥 등 다양한 음식 식재료 활용 전 국민 '웰빙식품' 인식… 크고 몸통이 탱탱하며 매끄러운 것이 좋아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우해이어보'가 집필된 역사적인 현장이다. '우해이어보'는 우해(현 진동만)에 있는 물고기를 조사한 어보로 담정 김려가 유배생활을 하면서 1803년에 지었으며 '자산어보' 보다 11년 먼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된 진동면 일대는 예로부터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대구를 비롯한 수많은 어류들의 산란장이면서 미더덕, 굴 등 양식이 잘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미더덕과 미더덕의 사촌 격인 오만둥이를 식용하고 그 맛을 즐겨왔다.# 창원 대표먹거리 '미더덕'= 봄이 오면 창원시민들은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싱그럽고 쌉쌀한 향으로 봄의 바다 내음을 느끼게 해주는 해산물인 '미더덕'을 먼저 떠올린다. 미더덕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과 오도독하고 씹히는 식감은 독특하며, 구하기도 쉬워서 된장국이나 비빔밥, 찜 등 다양한 음식에 널리 쓰이는 바다 식재료다. 한겨울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 주는 봄철 건강식의 대표 식재료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더덕은 양식장 주변의 해적생물로 인식되던 수산물이었다.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뛰어나 주변의 다른 양식장 등에도 번식을 하면서 피해를 주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이후 미더덕의 손질 방법이 알려지면서 식재료로서의 가치가 점점 올라갔다. 점점 미더덕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창원 마산지역의 어민들은 미더덕 양식을 시작했고, 1999년도부터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양식허가가 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21년 1월 현재 창원에 있는 미더덕 양식장은 총 74건, 면적으로는 265ha에 달한다. 생산량은 작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연간 3천여t 정도로 전국 미더덕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전국 최대 산지다.# 미더덕의 인기비결= 미더덕이란 명칭은 몸의 생김새가 육지의 더덕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더덕은 쭈글쭈글 주름진 모습의 껍질과 그 색깔이 비슷하고, 짙고 향긋한 향 또한 독특하면서도 흡사하다. 그래서 미더덕은 '더덕'이라는 이름 앞에 '물'이라는 뜻의 '미'를 붙여 '미더덕'으로 불리고 있다. 그 특유의 독특한 맛과 다양한 요리로 이제는 국민이 선호하는 웰빙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진동 미더덕은 창원시의 '효자 해산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창원 진동 미더덕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지리적 특성을 가진 우수한 수산물로 인증받아 지리적 표시제 제16호로 등록돼 있다. 대학교와 공동개발연구 결과 미더덕의 다양한 효능이 입증돼 국민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산물이다. 미더덕은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질환 등 성인병 예방과 노화 방지 및 변비 예방, 다이어트, 간 기능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2020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에서 전국 수산물 브랜드 부문 대상을 차지해 전국적인 자랑거리가 됐다. 전국에서 유명한 7개의 대표 수산물과 경쟁해 인지도, 품질, 선호도, 만족도, 신뢰도 등 7가지 평가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미더덕 손질 및 고르는 법= 미더덕은 3~5월 봄철에 맛과 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수산물로, 향이 독특하고 입안으로 퍼지는 맛이 일품이다.미더덕을 이용한 덮밥을 비롯, 미더덕 부침개, 미더덕찜, 미더덕 튀김, 미더덕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의 주요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미더덕의 손질방법은 이물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소금물에 여러 번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칼집을 내 미더덕 안의 바닷물을 빼고 껍질을 일부 벗겨내 요리한다. 미더덕 요리는 식탁에 올라올 때부터 향기가 퍼지지만 입에 넣고 깨물 때 톡 터지면서 느껴지는 특유의 상큼한 향과 맛은 입안을 데일지라도 먹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강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얘기한다. 그러나 한입에 넣을 수 있는 찌개 속의 작은 미더덕은 겉껍질은 식어 있더라도 깨물 때 내장의 뜨거운 국물이 튀어나와 입안을 데일 염려가 있으며, 입을 벌려 깨물 경우에는 껍질이 터지는 압력으로 내장이 튀어나와 옷 또는 음식물에 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미더덕을 구매할 때에는 큰 것일수록 맛이 좋으며, 몸통이 붉고 탱탱하며 매끄러운 것이 싱싱하다. 또 수세미같이 쭈글쭈글하거나 여위어 있으면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니 잘 살펴보자.# 미더덕 요리, 어떤 게 있나= 미더덕이라고 하면 외지인들은 그 실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창원을 대표하는 맛으로 미더덕찜을 빼놓을 수 없다. 미더덕찜은 아귀찜과는 달리 상품화까지는 안됐지만 그 역사와 전통 면에서는 아귀찜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산에서 캐낸 더덕을 닮아 미더덕이라 불린다는 설이 있지만 깨끗이 씻은 미더덕에 찹쌀가루, 콩나물, 들깨 등을 넣고 요리한 미더덕찜의 향과 맛은 더덕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각종 야채와 쌀가루를 풀어 넣어 되직하게 만든 찜은 미더덕의 향과 야채의 담백함이 어우러진 특미다. 미더덕찜을 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콩나물은 200g(두 줌 정도)이면 어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C를 공급할 수 있어 감기에는 효과 만점이다. 또한 비타민C는 피부를 곱게 해주는 효과도 있어 미용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미더덕찜에는 많은 양의 콩나물이 활용되는데 이는 비타민C를 보완함으로써 영향의 균형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콩나물의 아삭아삭한 씹히는 맛이 미더덕 고유의 향미를 강조시키는 역할도 하면서 미더덕과 콩나물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해안지역에서는 된장국에 미더덕을 넣어 먹는 경우가 많다. 미더덕 특유의 진한 향이 구수한 된장국과 잘 어울리면서 멸치나 디포리 육수의 비리고 감칠나는 맛과 묘하게 궁합이 맞다. 특히 마산과 고성, 통영 지역에서는 미더덕 철이 되면 된장국에 미더덕이 빠질래야 빠질 수가 없다. 진동에서는 미더덕을 이용해 덮밥이나 비빔밥도 만들어 먹는다. 오이, 상추, 무채 등의 채소를 넣고 김 가루 등과 함께 생미더덕을 밥이랑 비벼서 먹는다. 이때는 고추장이나 초장 등을 쓰지 않고 미더덕 특유의 향으로만 간을 하고 미더덕 젓갈도 곁들여 먹는다.미더덕은 다양한 음식의 식재료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싱싱한 미더덕을 제대로 맛보려면 날로 먹는 것도 좋다.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데, 산지인 마산 일대나 통영, 고성 등지에서 즐겨 먹는 방법 중 하나다. /경남신문=이민영기자, 사진/경남신문DB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많은 콩나물이 활용되는 미더덕찜. 콩나물의 아삭아삭한 씹히는 맛이 미더덕 고유의 향미를 강조시키는 역할을 한다.'창원진동미더덕&불꽃낙화축제'에서 어민들이 미더덕 손질에 분주하다.'마산 진동 불꽃낙화 & 미더덕·오만둥이 축제'에서 관광객들이 불꽃을 휴대폰에 담고 있다.'진동 불꽃낙화·미더덕 축제' 모습.미더덕.미더덕 무침.미더덕 비빔밥.미더덕 회. 독특한 향과 알싸한 맛, 쫄깃한 식감이 자랑이다.미더덕 비빔밥. 진동에서는 미더덕을 이용해 덮밥이나 비빔밥도 만들어 먹는다.

2021-01-06 박성현

[新팔도명물]간단하게 즐기는 '군산짬뽕 라면'

1899년 개항·일제강점기 화교 유입되면서 생긴 중화 요릿집 현재까지 유명세조선시대 진상품 '보리' 등 국내산 농수산물 활용 산·관·학 손잡고 상품 개발은은한 불향에 고소하고 소화 잘되는 면발… 저염·저칼로리·저지방 '건강식'초도물량 1주만에 완판·1년만에 120만개 팔려… 미국·뉴질랜드 수출 추진도군산 짬뽕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인기 예능프로 등에서 군산 짬뽕집들이 잇따라 소개되며 실시간 검색어나 블로그 등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산 짬뽕을 먹으러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낯익은 풍경이 된 지 오래이며, 군산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됐다.이 같은 인기 속에 군산짬뽕라면이 개발되면서 군산 '짬뽕시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군산원예농협·군산대학교·군산시가 공동 개발한 군산짬뽕라면은 국내산 흰찰쌀보리와 감자를 이용해 면을 제작하고 건더기 등 모두 국내산 원재료를 이용해 만들었다.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된 '군산짬뽕라면'과 라면스낵 '뽀사뿌까'는 단시간내에 엄청난 판매실적과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군산의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맛과 건강 잡은 보리라면예부터 전라북도 군산은 보리가 유명했다. 조선시대 행정사례집인 '읍서'를 보면 전라도 옥구현(현 군산시)의 진상물품으로 보리가 소개됐다. 지난 1908년 간행한 한국수산지에도 옥구부의 주요농산물로 보리가 나온다.군산에서 재배되는 보리는 타 지역 보리에 비해 찰성이 강할 뿐 아니라 불리지 않고 쌀과 함께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으며 식감 또한 우수하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품질에도 수요가 떨어지고 보리가격 역시 하락하는 등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군산짬뽕라면이다.# 왜 군산짬뽕라면인가군산은 일제강점기 때 비교적 큰 항구도시였다. 군산항이 1899년 개항을 하게 되면서 쌀 등의 많은 물자가 모이게 됐고 여기에 세관·은행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인구 증가가 이뤄지게 됐다. 이때 일본·중국뿐만이 아니라 각지에서 많은 인구가 유입됐으며 현재에도 군산지역에는 화교들이 다니는 소학교가 있을 정도다.짬뽕의 유래는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지만 화교들이 먹는 방식으로 해산물과 채소를 볶아 육수로 끓여낸 국물에 국수를 넣어 먹은 '초마면'이 변형돼 짬뽕이 됐다는 설이 있다. 군산은 많은 화교들로 인해 많은 청요릿집이 생겨났고 자연스레 군산지역에 중국집이 유명해 지게 됐다. 현재에도 몇 시간씩 줄서서 먹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짬뽕집이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군산짬뽕라면은 이런 유명한 군산짬뽕을 모티브로 삼아 개발됐다.# 산·학·관이 함께 일군 결실군산짬뽕라면은 전국 최초로 산·학·관이 함께 만들었다. 군산짬뽕라면의 포장재를 보면 군산원예농협·군산대학교·군산시의 상징물이 모두 적혀져 있다. 군산짬뽕라면은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6개월 이후에 출시했는데, 이는 좀 늦더라도 군산원협·군산대·군산시의 상징물을 모두 삽입하기 위한 조치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군산원협은 라면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수급과 마케팅을, 군산대는 제품 개발 및 제작방법, 군산시는 포장재 디자인 개발과 상품등록 및 흰찰쌀보리 가공 기술지원 등 역할을 맡아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산·학·관 공동협력의 수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고소한 면과 얼큰한 국물 맛군산짬뽕라면은 간편성·편리성·건강기능성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을 겨냥해 국내산 새우·오징어, 홍합·대파 등으로 짬뽕맛 스프를 만들었다. 짬뽕맛 소스로 은은한 불향을 느껴 실제 중화 요릿집에서 먹는 짬뽕맛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또한 흰찰쌀보리와 우리밀·국내산 감자로 면을 제조해 기존 면에 비해 면이 고소하다. 특히 보리함량이 높은 면을 제조해 소화가 잘되는 영양 간식으로 저염·저칼로리, 저지방으로 소비자들의 맛과 건강을 고려했다.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보리를 사용해 라면 자체의 나트륨 함량이 기존 라면에 비해 30%가 낮다.군산짬뽕라면은 '우리 농수산물을 이용한 올바른 먹거리로 소비자의 건강한 삶 추구'란 목표를 가지고 제작된 제품이다. 이윤추구와는 달리 우리 농수산물 가격 경쟁력 강화와 소득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만큼 신뢰를 우선시하고 있다. 면은 국내산 흰찰쌀보리와 감자로 제작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며, 대파·당근·오징어·미역 등의 건더기 모두가 국내산을 재료로 이용했다. # 시판초기부터 대박행진군산짬뽕라면은 첫 출시 때 약 13만개가 생산됐으며 1주일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군산원협 유통망을 이용해 하나로 마트·로컬푸드 직매장·군산 관내 중소형 마트 등에 라면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군산짬뽕라면의 제작 취지와 공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문과 TV·라디오에서 많은 방영이 이뤄졌고 SBS예능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맛남의 광장-군산편'에서 군산짬뽕라면을 직접 끓여 취식 장면이 노출돼 입소문이 퍼지기도 했다.기존 라면에 비해 장점이 확실했던 군산짬뽕라면은 현재 하나로마트 양재점·창동점 등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백화점 잠실점·코레일 유통 등 판매처를 꾸준하게 늘려가고 있으며 네이버쇼핑·옥션·11번가·G마켓·티몬 등 온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군산짬뽕라면은 출시 후 1년 동안 약 120만개가 판매됐다. 또한 뉴질랜드와 미국에 군산짬뽕라면을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1억개 판매 도전군산짬뽕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은 1천950원이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재료로 제작되고 산·학·관이 함께 만들었다는 신뢰 때문에 판매량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군산원협은 향후 1억개 판매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1억개가 팔리게 되면 1년에 군산에서 생산되는 흰찰쌀보리를 모두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21년에는 수출용 군산짬뽕라면, 사리면 등 각종 제품을 개발해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겠다는 각오다.군산원예농협 고계곤 조합장은 "군산짬뽕라면은 농업인들에게는 판로확보 및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됐다"면서 "군산짬뽕라면을 통해 얻어진 수익은 제품 개발을 위한 재투자와 지역사회공헌에 쓰여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일보=이환규기자, 사진/군산원협 제공,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농협하나로마트 고양점에 입점한 군산짬뽕 라면.

2020-12-30 이환규

[新팔도명물]여느때보다 간절한 겨울비타민 '고흥 유자'

비타민C·식이섬유·구연산 등 영양소 많은 과일풍부한 일조량·해풍으로 향 뚜렷하고 과즙 많아유자청·엑기스·빵·떡·향주 다양하게 즐겨먹어주재배지 풍양면 '유자공원' 힐링장소로도 인기고흥군, 지난해부터 독자 브랜드 '유자' 해외로일본 무역보복 속 동아시아·유럽 신규시장 개척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에 면역력이 간절한 시기, 온갖 태풍과 장마를 이겨낸 '겨울 비타민' 유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전국 유자 생산량의 66%를 차지하는 전남 고흥은 유자를 키우기에 탁월한 여건을 갖춰 '유자골'이라 불린다.밖에 나가기 쉽지 않은 연말에 향긋한 유자향으로 집안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모든 음식에 '찰떡' 어디까지 먹어 봤니유자에 함유된 비타민C는 귤의 3배에 이른다. 찬바람 부는 날이면 진한 유자차 한 잔 마시며 에너지를 보충하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유자는 식이섬유와 구연산도 풍부해 감기 예방, 피로회복, 피부미용, 동맥경화 예방, 소화액 분비촉진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자에 들어간 헤스페리딘 성분은 모세혈관을 보호하고 뇌혈관 장애와 중풍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은 '그 맛이 달고 무독한 과일로써 뼈 중의 나쁜 기운을 제거해주어 주독을 풀며, 음주인의 입냄새를 제거한다'고 유자 효능을 적었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연구서 '본초강목'은 '유자를 먹으면 답답한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기록했다.고흥은 일교차가 크지 않고 눈이 쌓이는 날이 연평균 6~7일에 불과해 유자가 자라기에 딱 좋은 아열대 기후 지대이다. 고흥의 명산 팔영산과 마복산, 적대봉, 천등산이 북동·남서 방향으로 뻗어있어 냉해 피해를 막아준다.고흥 유자의 당도를 올리는 일등공신은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이다. 고흥지역 연간 일조시간은 2천715시간에 달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광합성 작용이 풍부해 새콤달콤하고 샛노란 유자를 생산할 수 있다. 고흥은 최저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하는 날이 일 년에 한 번꼴일 정도로 따뜻하다. 고흥 유자는 향이 뚜렷하고 과즙이 많아 다른 산지보다 시세가 높다.유자는 신맛이 강해 떠올리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날것으로 먹기보다는 가공해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건 설탕과 유자를 1대1로 배합해 담근 유자청이다. 유자청 외에도 유자엑기스, 유자즙, 유자분말, 유자막걸리, 유자크런치, 유자빵, 유자떡, 유자향주 등 여러 상품으로 가공된다. 고흥에 위치한 31개 유자 전문 식품가공업체가 유자의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흥 녹동항 장어거리에서는 유자청과 장어의 기막힌 궁합을 만날 수 있다. 붕장어구이를 먹을 때 상추쌈에 유자청을 함께 넣어 먹는 방식인데, 유자의 상큼함으로 장어의 느끼함을 줄여준다.지난 2013~2015년에는 고흥 7개 업체가 유자 관련 식품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슬람교도를 위한 '할랄'(halal) 식품 인증을 받아 전 세계로의 출격 준비를 마쳤다.# 브랜드 단 유자…한 해 2천만 달러 수출고흥은 전국 최고의 유자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자랑한다.지난해 고흥에서는 1천469농가가 527㏊ 규모 유자 농사를 지어 34억6천800만원 상당의 소득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고흥 유자 생산량은 3천355t으로, 전국(5천67t)의 66.2%를 차지해 역대 최대 비중을 나타냈다. 고흥 유자 생산량의 전국 대비 비중은 42.7%(2017년)→47.3%(2018년)→66.2%(2019년)로 매년 늘고 있다.유자 주 재배지인 고흥 풍양면에는 '유자공원'이 있다. 제주에 온통 귤밭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도로변 밭과 야산이 모두 유자나무밭인 탓에 유자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전망대와 산책로, 탐방로, 약수터, 쉼터 등이 갖춰져 있어 유자향이 가득한 고흥의 힐링장소로 꼽힌다.고흥 유자의 '황금물결'은 해외에서 더 빛을 발한다. 지난해부터 고흥군은 독자 브랜드 '유자(Yuza)'를 달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흥은 지난해 유자 가공식품을 포함해 농산식품 6천726t을 해외로 수출했다. 수출액은 1천909만 달러(212억원)에 달했다. 한성푸드, 두원농협, 에덴식품, 참살이영농조합법인, 서광식품, 정선식품, 풍양농협 등 7개 업체는 중국, 홍콩, 미국, 베트남, 체코, 이탈리아, 일본 등 15개국에 고흥 유자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 같은 성과는 지난해 일본의 무역보복이라는 수출 악조건 속에서도 동아시아와 유럽 등 신규 시장을 발굴해 가능했다.송귀근 고흥군수를 단장으로 하는 '고흥군 농수산물 수출촉진단'은 지난해 8월 9박 11일 일정으로 유럽·동남아 홍보에 나섰다. 수출 촉진단과 고흥 6개 업체는 체코,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에서 판촉 행사를 벌여 690만 달러 수출협약을 맺었다.지난해 10월 처음 열린 '제1회 고흥유자석류축제'에서는 해외 9개국 구매담당자(바이어) 34명을 초청해 '고흥 유자식품 발전 포럼'을 열었다. 유자석류 축제장에서는 유자 맥주, 향주, 유자 피자 등 유자로 즐기는 20종의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올해는 미국에 7만 달러 상당 유자음료 3만3천병을 수출했고, 체코·베트남 등 신규 시장에 20만3천달러 어치 유자차와 유자즙을 팔았다. 지난 7월에는 글로벌 인터넷 상거래업체 아마존과 100만 달러 규모 수출협약을 맺고 지난달에는 중국 프랜차이즈 진출을 위한 400만 달러 규모 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일보=백희준·주각중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전남 고흥은 전국 유자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주산지다. 매년 가을이면 고흥 곳곳에서는 진노랑의 유자가 황금물결을 이룬다. /고흥군 제공송귀근 고흥군수(가운데)가 지난해 수출촉진단을 이끌고 해외에서 유자 식품을 홍보하는 모습. /고흥군 제공

2020-12-23 백희준·주각중

[新팔도명물]명품화로 한단계 도약하는 '천안 호두과자'

고려때 들여온 호두나무 광덕사에 식재대표과일 선발대회 수상 등 우수성 인증호두과자, 1930년대 기차역 주변서 탄생 마이카 시대 접어들며 '국민 먹거리'로'다국적 재료 집합체 비판' 자성 목소리천안산 사용·신제품 개발 등 민·관 협력지역 제조사·판매점포 70여곳 넘게 밀집수신면 제조·체험시설 조성… 내년 가동천안을 처음 찾는 이들이 놀라는 것 하나가 있다. 어딜 가나 눈에 띄는 호두과자 판매점. 별다방이 세계를 석권했어도 천안에서는 호두과자 판매점이 대세다. 만약 당신이 경부고속도로의 천안톨게이트를 나와 도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길가에 즐비한 호두과자 판매점들을 보게 되리라. 아니 당신은 이미 고속도로상에서 천안이 호두와 호두과자의 고장임을 접했을지 모른다. 지난 여름부터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하행선의 천안휴게소 명칭은 '천안호두휴게소'로 바뀌었다. 천안의 호두과자 위상은 천안시청에서도 엿볼 수 있다. 청사를 방문한 내방객들의 만남 장소로 인기 높은 천안시청사 1층 카페에는 호두과자 제조·판매점이 있다. 제조 틀에서는 따끈따끈한 호두과자가 연신 구워져 나온다.# 대한민국 호두 최초 재배지 천안천안은 호두과자의 고장이기에 앞서 호두의 '시배지'이다. 호두나무가 처음 식재된 곳으로 천안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주연이 광덕사의 '호두나무'다. 천안의 대표 청정지역인 광덕면에 자리한 천년사찰 광덕사의 보화루 앞에는 고려시대 유청신이 심었다는 전설이 깃든 호두나무가 있다.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1290년(고려 충렬왕 16) 9월에 영밀공 유청신이 중국 원나라에 갔다가 임금의 수레를 모시고 돌아올 때 어린 호두나무와 열매를 가져와 심었다고 전해진다. 어린나무는 광덕사 안에 심고 열매는 유청신의 고향집 뜰 앞에 심었다고 한다. 광덕사 호두나무 앞에는 '유청신 선생 호두나무 시식지'란 비석이 세워져 있다. 높이 20m, 둘레 3m의 광덕사 호두나무는 1982년 11월1일 천안시 보호수로 지정됐다. 수백 년 성상을 한 자리서 묵묵히 지켜온 광덕사 호두나무는 1988년 12월23일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돼 각별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나무의 수령을 감안하면 광덕사 호두나무의 전설은 그야말로 전설일 뿐 '팩트'와 무관할 수도 있다. 어쨌든 광덕사 호두나무는 자의 반 타의 반 우리나라의 원조 호두나무로 알려지며 천안의 호두산지 유명세를 더했다. 요즘이야 다른 지역에 재배량 1위를 빼앗겼지만 한때 천안의 호두 생산량은 전국 수위를 다퉜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감귤나무가 자식들 뒷바라지에 밑천이 되는 대학나무였다면, 천안사람들에게는 호두나무가 대학나무였다.재배량은 감소했지만 천안의 호두나무 경쟁력만큼은 지금도 전국 으뜸이다. 이달 열린 '2020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산림과수분야 호두 부문 최우수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은 천안시 안서동의 최무흠씨가 수상했다. 최씨는 천안서 11년째 2㏊ 규모로 호두를 재배·생산해오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의 호두 부문 최우수상은 지난해도 천안시민이 차지했다.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호두 시배지 고장의 자존심을 세웠다.# 연원 깊은 천안 호두과자광덕사 호두나무만큼은 아니지만 천안의 호두과자도 연원이 깊다. 천안 호두과자의 탄생과 관련해 향토사에 일가견을 지닌 이정우 충남문인협회장은 "1934년 대흥동 천안역 앞에서 제과점을 경영하던 조귀금·심복순 부부가 호두를 첨가한 실제 크기의 호두 모양 과자를 개발"했다고 디지털천안문화대전에 기록했다.역 주변에서의 탄생은 호두과자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이자 정체성이 됐다. 간편식이 드물던 시절 호두과자는 간식거리는 물론 한 끼 대용식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휴대성이 뛰어나 분주히 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용이한 선택지였다. 철도 발전과 더불어 영역을 확장한 천안 호두과자는 고속도로 개통과 그 뒤 도래한 마이카시대로 휴게소 문화가 정착하며 국민 간식의 지위에 올랐다.첫 인상과 추억의 힘은 세다.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전국 팔도 어디에서 호두과자를 접하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천안을 떠올릴 만큼 70여년 세월 속에 호두과자는 천안의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브랜드로 성장해 영광만 있고 시련이 없다면 팥소 없는 찐빵. 호두과자의 본고장인 천안에 앞다퉈 생긴 호두과자 제조판매점들이 오히려 성공의 덫이 되기도 했다. 재료의 원산지 때문이다. 부푼 기대를 품고 천안에 와 직접 호두과자를 구입해 음미하던 중 원산지 표시를 눈여겨보고 실망했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인터넷과 개인 SNS 등에 종종 올라왔다. 자신이 맛본 호두과자가 호두를 비롯해 천안 재료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각종 다국적 재료들의 집합체였다는 고백이다.'천안' 없는 '천안 호두과자'의 문제가 언론지상에도 보도되며 지역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었다.# 천안 호두과자에 천안을 담자천안 호두과자에 '천안'을 담기 위해 민관이 의기투합했다. 천안에서 창업한 어느 호두과자 제조·판매사는 호두과자의 원재료로 천안산 호두와 팥만을 뚝심 있게 고집하고 있다. 호두과자의 천편일률적인 형태나 맛에서 벗어나는 도전도 이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몇 제품은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설을 무색케 했다.천안시도 호두과자 명품화 사업으로 천안 호두과자의 한 단계 도약을 지원했다. 호두과자 명품화 사업의 일환으로 천안시 수신면에는 올해 제조 및 체험시설이 건립됐다. 내년부터 제조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천안에서 재배한 팥과 밀로 만들어진 앙금이 지역 호두제조사들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체험시설은 천안의 호두 유래와 특징, 천안 호두과자의 변천 등 역사를 접하고 호두과자 만들기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천안시 박종태 농식품산업팀장은 "천안의 호두과자제조사 및 판매점포가 70여곳을 넘어 밀집도에서 당연 전국 최고"라며 "제조사마다 사용하는 원재료와 비율 등이 각각 달라 조금씩 다른 맛을 알아가는 것도 호두과자의 고장 천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색다른 재미"라고 말했다.코로나19 시대, 여행길 호두과자와 만남도 예사롭지 않게 됐다. 그래도 오늘 오랜만에 호두과자를 구입해 주변과 나눠 보자. 혹 아는가, 누군가의 '푸른 열매'였던 호두과자 속 호두의 진심에 가 닿을지. "부러웠어, 너의 껍질/ 깨뜨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는 거". - 안희연 시, '호두에게' 중에서. /대전일보=윤평호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천안의 대표 청정지역인 광덕면에 자리한 천년사찰 광덕사의 호두나무. /천안시 제공호두과자. /천안시 제공2018년 10월 열린 2018 천안 호두축제. /천안시 제공

2020-12-16 윤평호

[新팔도명물]찬바람이 반가운 '동해안 도루묵·양미리'

동해안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무렵부터 은근히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올해 양미리는 언제쯤 나올까"하는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다. 그 해 나오는 양미리 구이를 먹지 않으면 무언가 빠뜨린 것처럼 허전하기만 하다.서해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가 있다면, 동해안에는 '서울의 아들, 손주 다 불러모을 수 있는' 양미리가 있다.터질듯한 배에 가득 찬 알이 매력인 도루묵은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오독오독 씹으며 추운 하굣길을 걸었던 추억의 맛이 되고 있다. 먹거리가 지천으로 넘쳐나는 요즘에도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양미리와 도루묵은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바닷가 사람들에겐 추억 그 자체다.■ 속초수복탑 등 대부분 해물식당 주요 메뉴자박자박하게 조린 도루묵 찌개 별미양미리와 알도루묵을 실컷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속초 양미리 축제'와 '속초 도루묵 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축제를 주관하는 속초시 양미리자망협회와 청호복합자망협회는 올해 축제 개최 여부를 고심한 끝에 취소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 때문에 예년처럼 축제장에서 양미리와 도루묵을 즐기는 운치는 사라졌지만 수복탑 근처나 영랑동 포장마차 야식집을 찾아가도 좋다.이 계절에 속초에서 양미리나 도루묵 요리를 먹어보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된다. 평소 해물을 취급하는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도루묵찌개나 양미리 구이를 맛볼 수 있다.도루묵은 알도루묵구이가 최고 인기이며 보통 석쇠 위에 소금을 친 도루묵을 올려놓고 굽는데, 살점과 알이 두터워 자칫하면 태우기 쉽다. 양미리는 직접 불에 굽더라도 도루묵은 보통 식당 주인이 구워준다. 양미리와 도루묵이 같은 철에 나오기 때문에 적당히 섞어서 팔기도 한다.또 다른 별미는 도루묵찌개로 무와 대파, 고춧가루를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국물이 자박자박할 정도로 졸인다. 알도루묵도 좋지만 숫도루묵의 연한 살도 맛이 좋다. 도루묵 머리가 들어가야 국물맛이 잘 우러난다. 살이 워낙 연해서 센 불에 가열하면 살이 다 풀어진다.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좋다. 도루묵식해는 해물탕이나 찜을 하는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기도 하고, 일부 식당에서는 따로 담가 팔기도 한다. 도루묵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뺀 채 적당히 말린 후 양념에 조려 반찬으로 내놓기도 한다.양미리는 겨우내 말린 뒤 간장조림으로 밑반찬을 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양양동해·서울양양고속도로로 접근 편리갯바위 통발잡이 '색다른 재미' 선사양양에서도 제철 맞은 도루묵과 양미리를 맛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강릉과 경계를 이루는 남애항에서, 북쪽으로는 속초와 경계지점인 물치항까지 발길 닿는 항구 어디를 가든지 싱싱한 놈들을 만날 수 있다. 동해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시원하게 양양까지 뚫려 있기에 가능하다.겨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항구에서 구워 먹는 생선구이다. 양양군도 해마다 11월 말이면 물치항에서 도루묵축제를 개최했고, 늘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축제가 취소돼 아쉬움이 크다.그렇다고 양양으로의 겨울여행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했다면 양양 남부권으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면 양양북부권 항포구를 찾으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양양 시내 또는 전통시장, 항구 주변 음식점을 찾으면 갓 잡아올린 싱싱한 도루묵과 양미리 맛을 볼 수 있다. 속초, 고성, 양양 등 영동북부권으로 겨울여행을 왔다면 꼭 빼놓지 말 것을 권해본다.특히 양양전통시장 5일장에 맞춰 여행계획을 세우면 색다른 추억도 가져갈 수 있다. 양양에서도 개인이 도루묵을 잡을 수 있다. 갯바위에서 통발로 잡는 것이 그것이다. 낮보다는 밤에 많이 잡힌다고 한다.그러나 해가 진 뒤 바닷가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을 해야 한다. 어느 바닷가나 마찬가지로 남획방지를 위해 1인당 통발 1개만 가능하다. 잡는 재미만 살짝 느껴보라는 의미다. 도루묵과 양미리가 제철인 만큼 가격도 저렴해 시장이나 항포구에서 구매한 뒤 맛보는 것이 제격이다.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여 어선들이 들어오는 항포구를 찾으면 도루묵과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도 지켜볼 수 있다. 덤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가능하다.■ 고성소금뿌려가며 화롯불에 구운 도루묵 알 쫀득쫀득한 찌개 등 '8味'로 명성고성지역에도 도루묵과 양미리철이 돌아왔다. 이들 생선들은 초겨울부터 동해안 어디를 가든지 맛볼 수 있다. 하지만 한류성 어종인 도루묵은 러시아와 북한을 거쳐 남쪽으로 산란을 위해 남하하는 첫 길목인 고성 앞바다를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겨울철마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현내면 대진항에는 파도를 피해 도루묵 떼가 해안가로 들어오면서 이를 잡거나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는 등 장관을 이루고 있다.그물이 아닌 통발로 도루묵을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는 대진항 인근 해상공원 주변이다. 매년 남획을 막기 위해 개인이 던질 수 있는 통발 수를 제한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도루묵은 고성에서 겨울철 별미로 꼽히고 있다. 고성군이 추천하는 고성 8미(味)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먹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화롯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소금을 살살 뿌려가면서 익힌 뒤 먹는 구이와 칼칼한 맛을 내는 양념으로 끓여 낸 도루묵찌개다. 고성에서는 2가지 방법 모두 맛볼 수 있지만 실내에서 먹는 찌개가 더 인기다.알이 꽉 찬 도루묵찌개를 맛보다 보면 입안에서 살짝 터지는 알의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비늘 없는 생선이라 아주 담백한 맛이 난다. 알이 없는 수놈은 회로도 먹을 수 있지만 크기가 작아 접시에 담아내려면 수십마리를 회로 떠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 때문에 맛보기 쉽지 않다. 횟집에 가서 주문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성지역에서는 최북단 대진항은 물론 거진항, 아야진항 등 항포구, 거진전통시장, 간성 천년고성시장 등 어디를 가든 도루묵과 양미리를 맛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 /강원일보=정익기·권원근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도루묵구이. /강원일보 제공도루묵찌개. /강원일보 제공고성 거진항에서 어민들이 배에 가득 실린 도루묵을 내리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양미리구이. /강원일보 제공고성 거진 주민들이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고성 아야진항 일대에서 양미리를 건조하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

2020-12-09 정익기·권원근

[新팔도명물]우리나라 포도의 원조 '안성 포도'

1901년 공베르 신부 '국내 첫 식재'지역 '5대 농특산물'로 철저히 관리당도 높고 특유 맛·향 소비자 정평드라이브스루 형식으로 열린 축제관광객들 몰려 준비한 상품 '완판'전국 첫 개관 포도박물관 '샤토안'꼼베 와인·캠핑 등 체험시설 각광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해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포도. 포도 수확철인 매년 7~9월이면 안성의 지천에는 탱글탱글한 포도가 먹음직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장관을 이룬다.경기도 안성시는 예부터 전국에서 우수한 품질에 맛 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포도 명산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특히 안성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포도가 재배된 곳으로 안성 포도의 역사는 120년 대한민국 포도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안성시와 포도 농가들은 '안성포도'의 명성을 이어 나가기 위해 포도박물관을 건립하고 매년 안성포도축제를 개최함은 물론 재배농가의 판로개척과 품질 개량을 위한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포도 최초 재배지 안성안성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도 재배지다. 최초 전래자는 프랑스 국적의 '앙투안 공베르(R. Antoie A.Gombert·한국명 공안국)' 신부로 지난 1901년 안성 천주교 초대 신부로 부임하면서 성당 앞뜰에 머스캣 포도나무 묘목 20여 그루를 심은 것이 대한민국 포도 역사의 시초다.공베르 신부는 동생인 줄리앙 공베르 신부와 함께 국내에서 50여년 동안 선교활동을 벌이다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두 형제 모두 납북돼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안성시는 안성지역에 최초로 포도를 전래해준 공베르 신부의 공로를 높이 사 지난 2011년 '안성시를 빛낸 4인'으로 선정해 내혜홀광장에 실물 130% 크기의 청동재질 흉상을 설치했다. 공베르 신부가 안성에 포도를 전래한 이후 재배와 수확 방법 등을 습득한 안성 주민들은 꾸준히 재배면적을 늘린 결과, 한때 700㏊에서 1만여㎏에 달하는 포도를 생산해 수도권 지역 최대 생산지로 각광 받았다.현재 안성지역 포도농가들은 각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의 영향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포도들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면적과 생산량보다 품종과 품질을 개량한 포도를 생산하는데 주력해 2018년 기준 484㏊에 4천851㎏의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안성지역에서 주력으로 생산되는 포도는 '씨 없는 거봉'이지만 차별화된 기술로 흑색과 청색, 적색 등 삼색포도도 생산하고 있다. 안성포도는 지난 2008년부터 국내를 넘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 수출돼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안성 5대 농특산물 중 하나인 '안성포도'안성포도는 쌀과 배, 한우, 인삼과 더불어 안성시 5대 농특산물로 지정돼 있다.안성포도는 포도 고유의 색깔이 선명하고 껍질이 얇아 당도가 높고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으로 소비자들에게 정평이 나 있다.이는 안성 포도 재배지역이 차령산맥 줄기인 서운산을 배경으로 알맞은 강수량과 밤낮의 일교차가 크며 양질의 토양에서 재배하기 때문이다.거기에 정성을 다한 개별 포장으로 포도의 손상을 막아주고 철저한 당도 측정으로 고품격 품질로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온 점도 한몫하고 있다.또한 포도나무의 철저한 수세관리를 위해 착색제와 환상박피를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저농약 재배 인증을 받은 비가림재배 포도를 공동선별 출하해 안정도도 보장하고 있다.특히 최적의 자연환경 속에서 재배한 포도를 수확과 배송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보다 명품임을 자랑한다.이 밖에도 120년이 넘게 대대손손 안성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해 온 포도농가들로 구성된 '포도연구회'는 1년에 10회 이상 한자리에 모여 포도 재배에 대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해 더 나은 품질의 우수한 포도 생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포도농가들은 "우리는 매번 회의 때마다 기존 품종에 대한 품질 향상을 위해 대대로 내려온 재배기술 비법에 현대 과학이 가미된 신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안성포도가 특별하고 명품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성포도축제와 안성포도박물관안성시는 안성포도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지역 농가들의 판로 개척 등을 위해 포도 수확철 중 가장 맛이 좋다는 매년 9월에 안성시 서운면 일원에서 '안성포도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축제 개최지인 서운면은 안성지역 포도 1년 생산량 중 65% 이상을 이곳에서 재배하기에 명품 포도를 생산하는 메카 중의 메카로 손꼽힌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에는 포도재배면적이 700㏊를 넘어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포도밭인 적도 있었다.안성포도축제에서는 매년 전야제를 시작으로 포도시식과 시음, 포도 와인 만들기 체험, 포도품종 전시, 포도 빨리먹기 대회 등 포도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돼 수도권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룬다.다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해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포도판매와 판촉행사를 축소해 열었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축제답게 수많은 관광객들이 차량을 이용해 안성포도를 구매해 사전에 준비한 포도들이 축제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동이 나는 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포도축제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자체평가회에서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진행된 축제에는 3천500여대의 차량이 방문해 포도 1만200박스가 판매돼 2억6천520만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안성에는 이런 안성포도의 역사를 한곳에 집대성한 국내 최초 포도박물관인 샤토안이 있다.지난 2010년에 개관한 박물관 샤토안은 내부에는 수장고와 전시실을 비롯해 와인시음장, 와인판매장,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외부에는 캠핑장과 각종 체험행사를 할 수 있는 포도밭이 있다. 이곳에서는 포도를 매개체로 한 와인과 포도즙, 포도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안성에서 재배된 거봉으로 만든 꼼베 와인은 이 곳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 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제품이다. 꼼베는 포도를 대한민국 안성에 전래해준 공베르 신부와 축제를 일컫는 페스티벌을 합쳐 만든 상표 이름이다.하지만 현재 포도박물관은 운영상의 문제로 잠시 휴관 중이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안성의 한 포도농장에서 재배 중인 캠벨 포도의 생육 상태를 농장주가 확인하고 있다. /안성시 제공인성시 서운면의 한 포도농장에서 실시하는 포도따기 체험에 아이들이 참여해 직접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엄태수 안성사진작가회 회장 제공안성시티투어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포도박물관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성시 제공안성 서운면포도축제에서 포도빨리먹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안성시 제공올해 안성 서운면포도축제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해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진행됐다. /엄태수 안성사진작가회 회장 제공안성시 서운면에 위치한 국내 최초 포도박물관인 '샤토안' 전경. /안성시 제공

2020-12-02 민웅기

[新팔도명물]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제주 방어'

온대성 어류로 근해 남부연안 서식두툼한 살점·부드러운 식감 '인기'다른어종과 달리 클수록 맛 좋아져불포화 지방산·비타민D까지 풍부수십만명 찾는 축제 코로나 탓 취소특산물전·현장판매 등 아쉬움 달래제주바다 겨울철 진미로 불리는 방어의 계절이 돌아왔다.방어는 농어목 전갱잇과의 바닷물고기이다. 다 자란 방어는 몸길이가 1m를 훌쩍 넘는 대형 어류로 우리나라 연안을 회유하며 정어리와 멸치, 꽁치 등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생김새는 긴 방추형으로 옆으로 약간 납작하고 등은 푸른색, 배는 은백색을 띠며 몸 중앙부에 희미한 노란색 세로띠가 있다.생김새가 비슷해 부시리와 방어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방어와 부시리 모두 전갱잇과 생선이지만 방어는 위턱의 끝부분이 뾰족하고 부시리는 부드러운 곡선 형태를 보인다. 그런데 개체에 따라서는 위턱 끝부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정확하게 구별하는 방법은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길이(위치)를 비교하는 것이다.방어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 끝선이 거의 나란한데 비해 부시리는 배지느러미의 끝단이 가슴지느러미 끝단보다 뒤쪽에 위치한다.일부 지역에서 부시리를 '히라스'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본에서 부시리를 '히라마사'라고 부른데서 유래된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다.방어는 온대성 어류로 쿠로시오와 그 지류인 쓰시마 해류의 영향권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근해 남부 연안에 많이 서식한다.봄과 여름에는 어린 방어가 먹이를 먹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에서 2월까지는 산란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다. 이때 방어가 낮은 수온을 견디고 산란을 준비하면서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 지방이 적당히 올라 최고의 맛을 낸다.'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라는 말도 있는데 겨울에는 기름기가 통통하게 오른 방어가 맛있고 여름에는 부시리가 맛있다는데서 유래된 말이다.방어는 그 무게에 따라 소방어(2㎏ 이하) 중방어(2~4㎏), 대방어(4㎏ 이상)로 구분되는데 큰 것은 무려 15㎏까지 나간다.특히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맛과 향이 떨어지는 다른 어종과는 달리 방어는 클수록 맛이 좋아 겨울 제철을 맞이한 대방어는 쉽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방어에는 DHA, EPA와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비타민 D가 풍부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의 예방은 물론 골다공증과 노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어는 두툼한 살점과 입에서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해 회로 즐겨 먹지만 지리나 매운탕으로도 인기가 높다.제주지역 방어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에서는 겨울이 돌아오면 싱싱한 방어를 산지에서 맛보고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최남단 방어축제'가 열린다.2001년부터 시작된 최남단 방어축제는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제철방어를 맛보는 것은 물론 살아있는 방어를 맨손으로 잡는 '방어 맨손 잡기', 선상에서 대형방어를 잡는 손맛을 느껴볼 수 있는 '선상 방어낚시'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지면서 해마다 15만~20만명이 찾는 제주의 대표축제다.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축제가 취소됐다.이에 모슬포수협에서는 축제 취소로 판로가 위축된 방어의 소비를 촉진, 어업인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싱싱한 제철 방어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우선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50개 이마트 매장을 통해 대방어 1만 마리, 중방어 2만 마리를 특별 할인 판매하는 제주방어 특산물전을 운영했다.이와 함께 모슬포항을 방문하는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방어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현장 할인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모슬포수협 관계자는 "올해는 어획된 방어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어축제가 취소됐기 때문에 새로운 판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 중매인들을 통해 전화주문 시 포장된 활어회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모슬포항을 방문할 경우 저렴하게 방어를 구입할 수 있는 현장 할인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일보=김두영기자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 일원에서 지난해 열린 제19회 최담단 방어축제 모습. 매년 15만~20만명이 찾는 제주의 대표축제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축제가 취소됐다. /제주일보=고봉수·김두영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방어회. /제주일보=고봉수·김두영기자방어 머리구이. /제주일보=고봉수·김두영기자방어 맑은 지리탕. /제주일보=고봉수·김두영기자'제19회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방어 맨손잡기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제주일보=고봉수·김두영기자

2020-11-25 김두영

[新팔도명물]100% 자연산 겨울간식 '상주 곶감'

560년 역사 가진 '꼬챙이에 꽂아 말린 감' 대명사당도 높고 비타민A 풍부… 떡·빵 가공식품 인기지난해 농식품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도명품화 전략으로 해외진출… 유럽·동남아 수출길'750년' 최고령감나무·곶감공원 등 즐길거리 눈길초겨울 도시 전체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여지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곶감 1번지 경북 상주시다. 56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상주곶감은 대한민국 곶감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초겨울 곶감왕국 상주시곶감은 우리의 대표적 말린 과일이자 100% 자연산 겨울 간식이다. '꼬챙이에 꽂아 말린 감'이어서 곶감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꼬챙이에 끼우지 않고 주로 플라스틱 전용 걸이에 매달아 말린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주의 곶감 만들기는 10월 중순부터 시작된다.상주에는 집집마다 감나무와 감 말리는 시렁(긴 나무 두 개를 박아 그릇이나 물건을 얹어 놓는 것)이 있다. 늦가을이면 마당이나 평상에 건조 중인 감말랭이, 감 깎는 손길들, 곶감이 대롱대롱 매달린 감시렁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규모가 큰 농가는 매달린 감의 수가 수백만 개나 된다.11월 중순쯤까지 감을 깎아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고 건조 시킨다. 반건시가 되기까지 50∼60일, 건시가 되기까지 60∼80일이 걸린다.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에 반건시가 출하되고, 설을 앞두고 건시가 나온다.인구 10만 정도인 상주의 곶감 생산농가는 5천 호에 이른다. 한 해 생산되는 감은 4만5천여t이다. 이 가운데 곶감 1만2천t 이상을 생산해 연매출 3천억원의 전국 최고 생산과 소득을 올리고 있다.특히 상주 곶감농가의 60% 정도는 가업을 이어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를 이어 곶감 생산에 종사하다 보니 남다른 열정과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영석 상주시장과 정재현 상주시의회 의장 등 상주의 대표적 지도자들도 모두 곶감 생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다.# 맛과 영양 탁월한 겨울간식열대 과일 등 다양한 세계 과일이 시장에 쏟아지지만 상주곶감은 쫀득한 식감에 당도가 아주 높아 소비자들의 사랑이 식지 않는다.특히 상주는 곶감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고동저의 지형적 특성은 큰 일교차로 당분 축적이 유리한 기후조건을 만든다. 비옥한 토지는 물빠짐이 좋아 전국 제1의 고품질 감 생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떫은감인 둥시감으로 만드는 상주곶감은 다른지역 감보다 당도는 4배, 비타민A는 16.6배, 비타민C는 1.5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혈액 응고 저해물질인 글루코스와 갈락토스로 구성된 다당류가 있고, 항혈전작용과 혈액 순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스코폴리틴 성분도 함유돼 있다.상주곶감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고, 곶감을 아침 대용으로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상주곶감은 2008년 14만2천 개의 곶감을 청와대에 선물용으로 납품했으며, 2008년도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과 2010년도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진화하는 곶감…빵과 막걸리까지곶감을 재료로 한 떡과 빵, 막걸리 등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떡 프랜차이즈 기업인 '떡보의 하루' (주)떡파는사람들(대표이사·성우진)은 2년 전 밥맛 좋기로 유명한 상주 아자개쌀(대표·안성환)과 상주곶감으로 만든 신제품 '상주곶감떡'을 내놓았다.떡 속에서 곶감이 나와 색다른 식감이 있고, 떡과 곶감을 함께 먹으니 쫀득한 감칠맛이 더 느껴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우진 대표는 "곶감과 떡의 궁합이 절묘하다는 반응 덕분에 전국 167개 가맹점에서 골고루 판매되고 있다. 결혼식 등 각종 행사 답례품의 대량 주문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곶감빵은 상표권 등록까지 돼 있다. 상주시가 소상공인들과 함께 '감고을상주 곶감빵'을 개발한 뒤 상표권 1종, 포장박스 디자인권 2종에 대한 지식재산 등록을 2018년 10월에 마쳤다. 이는 상주곶감의 전국 관광상품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곶감, 날개를 달다햇빛, 바람과 같은 자연조건을 활용한 상주 전통 곶감농업은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제 15호로 지정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위상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관광자원화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졌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농업인이 해당 지역에서 환경, 사회, 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한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에서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국가가 지정하는 농업유산이다.역사와 전통이 각별한 상주는 예로부터 '삼백(三白)의 고을'로 통했다. 삼백은 곶감, 쌀, 누에고치를 일컫는다. 그만큼 상주에서는 오래 전부터 감 농사가 잘됐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468년 예종 즉위년에 상주곶감을 진상품목으로 정했다는 기록이 있다. 상주곶감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이 기록은 상주곶감이 우리의 오랜 농특산물임을 말해준다.# 국내 최고령 750년 감나무상주 외남면 소은리에는 750여년 된 감나무가 있다. 국내 최고령이며 이름은 '하늘 아래 첫 감나무'다. 오랜 세월을 견디느라 줄기의 가운데가 둘로 갈라져 있지만 해마다 감 3천~4천 개가 열릴 정도로 왕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백화점에서 개당 1만원 정도의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다.소은리에는 전국 유일의 곶감공원도 있다. 상주곶감공원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라는 창작동화를 주요 테마로 한다. 곶감의 본고장 상주의 역사적 정통성을 알리고 상주곶감을 홍보하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다.# 상주곶감 세계로상주곶감의 명품화를 통해 국내시장을 석권한 상주는 세계시장 석권도 노린다. 상주곶감은 상주시의 적극적인 명품화 전략과 해외시장 판로 개척 덕분에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상주IC 인근에 위치한 상주곶감유통센터(대표·이재훈)가 그 중심에 있다. 560여 농가에서 엄선된 곶감을 출품, 매년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이곳에서는 곶감의 집하, 선별, 가공, 저장, 포장, 물류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상주곶감의 유통 일원화, 품질 고급화, 수출 활로 개척의 중심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상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상주곶감을 알리고, 직접 판매를 하기도 한다.상주곶감유통센터는 지난해 뉴질랜드에 곶감 1.6t을 처음 수출했고, 상주원예농협은 네덜란드에 1.3t을 수출했다. 상주곶감이 유럽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올해는 교포가 많은 미국, 한류 바람이 드센 동남아시아는 물론 네덜란드, 스페인, 뉴질랜드 등 9개국에 24t, 3억4천만원 상당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강영석 상주시장은 "세계에 상주곶감을 알리기 위해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고 있다"며 "상주곶감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고 판로를 더욱 넓혀 상주곶감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매일신문=고도현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상주곶감유통센터에서 수매한 생감을 직원들이 선별하고 있다. 2020.11.18 /매일신문=고도현기자상주는 감 깎는 기계 보유율도 전국 최고다. 2020.11.18 /상주시 제공감을 깎아 자연바람에 말려 곶감으로 만드는 작업 현장. 2020.11.18 /상주시 제공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국내 최고령(750년) 감나무에 열린 감을 주민들이 수확하고 있다. 2020.11.18 /상주시 제공

2020-11-18 고도현

[新팔도명물]지천으로 노란 열매 맺은 김해 진영단감

1927년, 日서 들여와 재배 시작… 아직도 267주 고목 군락 이뤄비타민C 풍부… 생식용 이외에도 곶감·감말랭이·감식초 인기 올해부턴 일본에 역수출… 말레이시아·베트남 등 '14개국 진출'해마다 축제 이어오는 김해시, 드라이브 스루 판촉행사 열기도매년 추석을 전후해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 김해 진영 인근을 지나다보면, 주변 산의 낮은 지형을 중심으로 지천으로 노란색 단감이 나무에 매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김해 진영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단감의 고장으로 유명했다. 진영은 1927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단감묘목이 최초로 들어온 단감 시배지로서, 최근에는 일본과 베트남 등 세계 14개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진영단감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김해시는 진영단감축제 개최는 물론 국내외 판촉행사, 재배농가 지원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단감 시배지 진영진영단감은 일제강점기인 1927년 우리나라 최초로 김해시 진영에서 재배돼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창원 등 인근 지역으로 전파돼 한반도 동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과실로 자리매김했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명성과 인지도가 높은 김해시의 대표 특산물이다.단감의 국내 도입에 관해서는 문헌 등 근거자료에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1927년 4월 1일 한국 여성과 결혼한 당시 진영역장 요코자와가 단감 재배를 위해 일본 식물학자 3명(요시다, 사토오, 히가미)의 지도를 받아 진영읍의 토질과 산세, 기후 등이 단감재배에 최적지라고 판단하고 진영읍 신용리에 단감나무 100여 주를 심어 시험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단감 시배지인 진영읍 신용리에는 실제로 267주 정도의 단감 고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지금도 진영단감의 이름으로 품질 좋은 단감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지역별 농어촌산업화 자원 현황(2012년 2월, 농림수산식품부 발행), 경남새마루(2008년, 경상남도 발행), 경남농업기술 100년사(2008년 10월,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발행), 진영읍지(2004년 12월 10일, 진영읍 발행) 등에 기록돼 있다.단감 시배지인 김해시 단감면적은 그러나 각종 개발 사업으로 매년 재배면적이 감소해 현재 1천ha 정도에 불과하나, 브랜드 가치 면에서는 단감하면 아직도 진영단감을 떠올릴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14개 국으로 수출되는 진영 단감이같은 명성으로 진영단감을 비롯해 김해지역 단감은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김해지역 단감의 세계 수출 현황을 보면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등 12개국에 2천763톤을 수출했다. 올해는 베트남은 물론 일본에도 수출을 시작해 단감 수출 국가는 14개국이 됐다.김해시는 올해 1월 2일 진영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국내 최초 단감의 공식적인 베트남 수출을 위해 '2019년산 진영단감 첫 수출 선적식'을 가졌다. 이날 수출업체를 통해 진영단감 6.5톤(1만4천달러)이 베트남으로 첫 수출됐다.한국산 감은 베트남과 합의한 검역요건에 따라 재배지 검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0년 생산 감부터 수출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우리나라와 베트남간 단감 수출 관련 추가 협의를 통해 베트남 식물검역당국(PPD)이 2019년 생산된 단감에 한해 재배지 검역요건을 적용하지 않고 수입을 허용함에 따라 수출이 가능했다. 이날 수출을 계기로 김해시는 베트남으로 단감 수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일본으로 첫 수출은 11월 3일 진영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선적식으로 시작했다. 1927년 일본에서 건너와 처음 우리나라 진영지역에 심어졌던 단감이 약 100년 만에 역수출된 셈이다. 이날 일본으로 수출된 단감 물량은 6톤(L사이즈 2톤, M사이즈 4톤) 1천300만원어치에 불과하나,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김해시는 단감의 유통 및 수출을 위해 2019년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사업비 30억원 지원으로 농산물유통 및 수출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수출 물류비, 수출상품 공동선별비, 현지 적합 소포장재 제작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고 매년 해외 판촉 행사를 열어 김해 단감을 세계 각국에 홍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단감 농가들과 농협들도 당도 높은 고품질 단감 생산, 크기 균일화를 위한 선별 작업 등에 집중해 김해 단감의 품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단감축제와 드라이브스루 판촉행사가을철이 제철인 단감은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예방에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단감은 특유의 달콤함과 아삭한 식감으로 주로 생식용으로 이용되나 샐러드나 홍시, 곶감, 감말랭이 등으로 가공해 먹기도 한다. 특히 감으로 만든 감식초는 인체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해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해시는 매년 가을 진영단감축제를 통해 우리나라 단감 시배지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고 진영단감의 맛과 품질의 우수성을 홍보해왔다. 2018년 34회째를 맞았던 진영단감축제는 풍년을 기원하며 단감시배지에서 지내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축제기념 단감가요제, 단감 품평회 및 전시, 문화예술행사, 방송국 축하공개방송, 청소년마당 등 7개 분야, 34개 행사를 준비해 행사장을 찾은 18만여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그러나 지난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으로 축제가 취소된데 이어 올해는 신종 코로나19 확산으로 축제를 열지 못했다. 이를 대신해 김해시는 올해 11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진영운동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단감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단감 소비 확대를 위해 10kg 박스당 5천원 할인 판매한 이번 판촉 행사에서는 예년 단감축제보다 훨씬 많은 4천여 박스의 단감이 판매됐다.이번 판촉행사는 단감 농가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아직도 코로나19 지역감염이 발생하는 시기에 단감 소비자들의 감염의 위험을 줄이고 맛있는 김해 단감을 할인해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이다.김해시는 지난해 TV공영홈쇼핑 판매와 농협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 고양시 고양점·삼송점, 전국 홈플러스 69개 매장,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등 수도권과 부산 등 전국 주요 대형마트 83개점에서 판촉행사를 개최했고, 필리핀 현지 해외 판촉행사도 열어 큰 판매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11월말과 12월 해외 마케팅 행사와 대형마트 판촉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김상진 김해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올해 유난히 긴 장마와 대형 태풍 등 자연 재해가 많았음에도 이를 거뜬히 이겨낸 진영단감 등 김해지역 단감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 세계인의 먹거리가 되고 있어 기쁘고 보람된다"며 "이는 모든 농업인들이 단감을 자식처럼 여기고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했다.그는 "단감 재배농가 안전성교육 및 생산지 관리를 통해 품질 좋은 단감을 생산하는 등 단감산업을 육성 발전시켜 단감시배지로서 명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며 "단감 농가를 돕기 위한 판촉행사 개최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신문=이종구기자,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진영단감 선별장에서 분류 작업중인 작업자들. /김해시 제공2018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진영단감 판촉전. /김해시 제공진영단감축제 행사장.

2020-11-11 이종구

[新팔도명물]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조선 3대 명주 '전주 이강주'

배·생강 들어간 전통주 은은하고 부드러워주도 높아 오래 될수록 맛과 향 더 좋아져계산기정·동국세시기 등 '최고의 술' 기록일제에 의해 사라졌다 조정형 명인이 복원다양한 제품군, 주점·백화점·온라인 유통명절 선물로 인기… 대통령들 선택 받기도예부터 전라북도 전주시는 술로도 유명하다. 조선의 3대 명주로 불리는 이강주는 전국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이강주는 감기 등 건강에 좋다는 의미로 약주로도 불렸다. 그래서인지 '약 고(膏)'자를 붙여 '이강고(梨薑膏)'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강주는 배 이(梨), 생강 강(薑), 술 주(酒)자를 써서 배와 생강의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감기에 좋은 배와 생강을 녹여낸 소주라는 것이다. 이강주는 일제 강점기 가양주를 금지하는 제도 하에 밀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1987년 복원되면서 전통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에는 전북 무형문화재 조정형 명인이 큰 역할을 했다. 이강주는 미황색이 도는 25도의 약소주로 배의 시원한 청량감과 더운 생강, 숙취를 보완하는 울금과 더불어 독특한 향취를 가지고 있는 계피가 어우러진 맛과 멋의 술이다. 벌꿀이 가미돼 목 넘김이 부드러우며, 증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래 둘수록 둥근 맛을 자랑한다. 마신 후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 이 때문에 옛 선조들은 이강주의 술 색깔이 맑으면서 은은하고 부드러워 여름밤의 서늘한 초승달 빛으로 묘사하면서 술잔 속의 여유와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이강주 어떻게 만들어지나이강주의 뛰어난 맛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우선 햇밀을 거칠다 싶게 빻아 물로 고루 버무려 포로 덮은 후 곡자 틀에 넣어 힘 있게 밟아 단단하게 형을 뜬다.형을 뜬 곡자는 보습이 잘 되는 곳에 놓아 실온 25도 정도에서 곡자의 최고 품온(品溫)이 45도가 넘지 않게 손질한다. 약 10일 정도 지나면 차차 품온이 내려가게 되는데 이때는 약 30도 실온에서 7일 정도 보관하고 건조한 곳에서 14일 정도 보관한다. 이 과정이 끝난 후 약 2개월 정도 저장하면 이강주에 쓸 수 있는 좋은 누룩이 만들어진다. 이어 백미로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은 후 식힌다. 밥이 완전히 식으면 이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 술을 담근다.1주일 된 이 술을 소주고리에 넣고 전통 방식으로 소주를 내린다. 담근술을 다시 솥에 넣고 불을 지피면서 냉각수를 교환해 준다. 찬 기운과 만난 알코올증기가 액화돼, 소주고리에서 높은 도수의 소주가 떨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다.약 35도로 내린 전통소주에 이강주의 주원료인 배, 생강, 울금, 계피를 넣고 3개월 이상 침출시킨다. 마지막으로 꿀을 가미한 후 숙성시킨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강주는 주도가 높아 오래 갈수록 맛과 향이 좋아진다.# 역사 속에도 등장하는 이강주이강주는 다양한 문헌 속에서 그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가 대표적이다. <임원경제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1764~1845)가 만년에 저술한 농업백과사전이다. 농사부터 음식, 의류, 건축, 건강, 의료, 의례, 예술, 지리, 상업 등 조선 및 동아시아의 의식주 문화가 집약되어있는 유서다.서유구는 <임원경제지>를 통해 이강주 "아리(거위의 깃털처럼 희고 향과 맛이 진하며, 껍질이 얇고 즙이 풍부한 배)의 껍질을 벗기고 돌 위에서 갈아 즙을 고운 베주머니에 걸러 찌꺼기는 버리고 생강도 즙을 내어 밭친다. 배즙, 좋은 꿀 적당량, 생강즙 약간을 잘 섞어 소주병에 넣은 후 중탕하는 방법은 죽력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 순조 때의 문신 이해응(李海應, 1775~1825)은 <계산기정>에 조선 최고의 술 중 하나로 이강주를 추천했고, <동국세시기>와 <경도잡지(京都雜志)> 등에도 우리나라 5대 명주 중 하나로 이강주를 꼽았다. 이 문헌들에 의하면 이강주는 조선시대 상류사회에서 즐기던 고급 약주로 "신선과 어울린다"는 평판까지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많은 문헌에서 이강주를 언급하며 그 역사와 전통을 증명하고 있는데, 봉산탈춤의 말뚝이 사설 부분에는 아예 "자라병, 강국주 이강주를 내놓고"라는 대사가 나오고, 한미통상조약 체결 당시에도 나라를 대표하는 건배주로 쓰일 정도였다.이강주는 과거 문학작품에서도 언급된다. 조선후기 문인 화가인 경수당 신위(1769~1845년)가 43살에 지은 시를 연대순으로 편찬한 시 모음집인 <경수당전고>에서도 언급된다. "10년 동안 보지 못한 신순으로부터 역리 통해 남쪽에서 편지가 왔네/(중략)이강주와 죽로차의 정취와 맛에 취하고 그림과 시문에선 오래된 인연 떠올리네…"예부터 조선 상위계층이 맛 좋은 이강주를 즐겨 마셨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강주 전통술의 선두주자이강주는 조선의 3대 명주로 불리듯이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조선 상류층의 약주답게 현재도 설·추석 등 명절에도 선물하는 등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고 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명절 선물로 이강주를 택했고, 2007년에는 노 전 대통령이 전국에 보내는 추석 선물로 당당히 선택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도 전주 이강주를 설 선물로 낙점했다.현재 시판되는 이강주는 증류식 소주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도수의 19도, 25도, 3년 이상 숙성한 38도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다. 19도의 이강주는 원래 수출용으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서울 강남이나 홍대, 광화문의 한식주점을 비롯해 전국 주요 백화점에도 입점해 어느 곳에서나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누구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수도 있다.# 이강주 외에도 전통술 보존에 앞장이강주가 현재의 위치를 되찾게 된 데에는 조정형 명인의 역할이 컸다. 중요무형문화재 6호로 이강주의 제조법을 체계화해 세계적인 명주로 만든 업적을 정부도 인정했다. 그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전통주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평생을 바쳐온 전통주의 명인이기도 하다.본디 이강주는 제조 명인 조정형(65)씨 집안의 가양주였다. 명인 조씨의 6대조는 조선시대 완주부사를 지냈다. 집안에 민원인 등 손님이 많다보니 술과 음식을 준비해 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술은 6가지 정도를 빚어 항상 대기시켜 놓았다.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던 술이 이강주였다. 맛이 좋은 데다 저장성 또한 탁월해 귀빈접대용으로 그만이었다.집안 며느리들에게 전수되어 오던 이강주 제조비법은 일제강점기 동안 중단되다 조 명인에 의해 1990년대에 복원돼 대표 전통주로 부활했다.그는 과거 민속주에 인생을 걸기로 결심한 후 옛 문헌에 나오는 향토주 조사를 위해 전국을 누비는 술답사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전통주에 매력을 느껴서다. 전국의 도서관을 돌면서 민속주에 대한 문헌 자료를 수집했고, 특이한 민속주가 있다고만 하면 산골 오지나 조그마한 섬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각지에서 채집한 민속주 200종을 연구하며 직접 빚어보기도 했다. 1991년에는 전국을 돌며 조사,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민속주를 집대성한 <다시 찾아야 할 우리의 술>이란 책을 발간해 전통주 지킴이로 활약했다. 40여년 동안 모은 누룩틀, 도자기, 용수 등 요즘 쉽게 구경하기 힘든 술빚는 도구와 술잔 등 1천400여점의 귀중한 유물을 모아 1993년 개관된 고천 박물관(주조전시관)에 전시해 놓고 있다. 이곳에는 조선시대에 쓰여졌던 토고리, 누룩틀, 무쇠솥, 장군총과 함께 술을 거르는데 쓰는 용수 등 삼한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귀중한 도구들이 소장돼있다. 특히 삼한시대에 사용된 각배(뿔로 만든 술잔)를 비롯해 백제-고려시대의 마상배 등 희귀하고 특이한 술잔들도 보존되어 있다. /전북일보=최정규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전통적인 방식으로 내리는 이강주는 1 증류하기 2 증류소주 3 첨가물 투입 4 여과의 제조 순서를 거쳐 완성된다. 사진은 증류하기 과정. 2020.11.4 /전주 이강주 제공전통적인 방식으로 내리는 이강주는 1 증류하기 2 증류소주 3 첨가물 투입 4 여과의 제조 순서를 거쳐 완성된다. 사진은 증류소주 과정. 2020.11.4 /전주 이강주 제공전통적인 방식으로 내리는 이강주는 1 증류하기 2 증류소주 3 첨가물 투입 4 여과의 제조 순서를 거쳐 완성된다. 사진은 첨가물 투입 과정. 2020.11.4 /전주 이강주 제공전통적인 방식으로 내리는 이강주는 1 증류하기 2 증류소주 3 첨가물 투입 4 여과의 제조 순서를 거쳐 완성된다. 사진은 여과 과정. 2020.11.4 /전주 이강주 제공/전주 이강주 제공이강주를 제조하는 조정형 명인. 2020.11.4 /전주 이강주 제공전주 이강주 공장. 2020.11.4 /전주 이강주 제공

2020-11-04 최정규

[新팔도명물]주민 삶에 뿌리내린 '담양 대나무밭'

FAO, 대나무 품목 최초 지정… 郡 "6차 산업 육성"2044년까지 면적 年 150~300㏊씩 '1만㏊'까지 확장230억 투입… 공방·탐방코스·친환경 농업 등 추진대나무 순수입, 벼보다 5배 높아… 죽순도 큰도움'생태 보고' 밭, 흰망태버섯 같은 특용작물 재배도'웰빙' '느림' 트렌드 맞춰 관광 등 3차산업 활성화'담양 대나무밭 농업'이 지난 6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주관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됐다. 대나무 품목으로는 세계 최초다. 2014년 제4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이래 6년만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승격된 것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은 매년 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유산자원의 조사·복원, 환경정비 등 지속적인 보전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전남 담양군은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을 계기로 담양 대나무를 생태 자원으로 활용해 주민소득 증대는 물론 관광까지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선정된 담양 대나무밭…2044년까지 4배 이상 확장현재 담양군 전역 대나무밭은 2천420ha에 달한다. 핵심지역은 국가중요농업유산 제4호 만성리·삼다리 대나무밭(36.2ha)이다. 담양군은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맞춰 현재 2천420ha 대나무밭을 1만ha까지 확장해 '에코 담양'을 실현하기로 했다. 오는 2044년까지 매년 150~300ha씩 대나무밭을 늘려 갈 예정이다.담양군은 대나무 공방 및 홍보전시관 조성, 탐방코스 마련, 대나무 연계 친환경농업 기반 구축, 대나무 신소재 산업화 추진, 대나무 산업단지 육성 등을 위해 오는 2023년 또는 2025년까지 23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담양군 관계자는 "신산업개발이 더 쉬울 수 있지만 사실 대나무는 긴 시간 농민들의 가치 구현과 문화생성의 근거가 돼주고 있다"며 "대나무밭 농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하고 미래전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향후 30년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1천년 전부터 담양에서 자생, 주민 삶과 다양하게 연계담양의 대나무는 1천년 전부터 자생하면서 농업은 물론 주민들의 삶과 다양하게 연계돼왔다. 죽세공예가 지역 소득자원으로 자리잡은 500여년 전부터 대나무밭 조성 규모가 점차 확대됐다. 담양군 354개 자연마을 중 대다수 지역에 분포할 정도로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대나무는 벼, 보리, 감자, 고구마, 사과 등에 비해 순수입이 매우 높다. 벼보다도 순수입이 5배 가까이 높고 대나무밭을 경작할 경우 1차 상품인 대나무는 물론 농가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죽순 등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대나무밭 다양한 동식물 존재…생태의 보고로 거듭나지난 2015년 담양군이 대나무밭의 생태환경을 조사한 결과 식물 358종, 육상동물 152종. 조류 23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대나무 수령에 따라 식물군도 변화하는데 신생죽 주변에는 바랭이와 비름, 개망초, 찔레나무 등이 서식하고 대나무밭 조성 후 5년이 지나면 용둥굴레, 쑥 등 다년생 초본과 사위질빵, 칡, 댕댕이덩굴, 개옻나무 등이 형성한다. 13년 이상 되면 달개비, 제비꽃, 큰까치수염, 마삭줄, 맥문동, 쇠무릎 등 대부분 음지식물로 바뀐다.대나무밭의 이런 생태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특용작물의 재배가 가능한 것이다. 담양 대나무밭에는 흰망태버섯, 비듬비늘버섯, 애기버섯 등 108종의 버섯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흰망태버섯은 대나무밭에서만 자라는데 4시간이면 버섯대를 올리고 망토를 둘러쓴다. 맥문동, 구기자, 둥굴레와 같은 약용식물도 대나무밭에서 잘 자란다.# 날로 높아지는 대나무의 산업적 가치…웰빙·느림·관광 등 트렌드에 적합담양의 대나무는 1차 산업을 비롯해 2차 산업, 3차 산업에까지 그 범위를 넓혀왔다. 1차 산업 부문에서는 대나무(원죽)와 죽순 생산, 2차 산업 부문에서는 죽제품, 작물 지주대 등 단순가공품산업, 숯·댓잎 차·죽초액·비누 등 대나무 신 가공품 산업, 농업·건축·환경자재 산업 등이 있다. 3차 산업은 음식업, 관광산업 등 서비스 산업이 해당된다.이들 부문별로 대나무밭 경영 농민이나 농촌마을이 직접 2·3차 산업을 주도하거나 부분 참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나무밭 경영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관광트렌드가 '웰빙'이나 '느림'으로 옮아가면서 농촌관광이 활성화되는 등 사회·경제적 변화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특히 담양의 죽재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담양군의 죽순 생산량은 연차별로 편차는 있지만 20만㎏을 넘어서고 있다. 대나무밭에서 이슬을 먹고 자란 죽로차는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으로 5월 중순 이후 대나무밭에서 자란 찻잎을 따 만든다. 담양군 죽로차 재배면적은 170ha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담양은 예부터 죽공예가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발전해 주민들은 대나무와 죽제품으로 부를 축적했다. 1916년에는 참빗을 만드는 '진소계'가 조직된 이후 산업조합이 탄생하면서 죽세공예산업의 규모가 커졌고, 193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죽제품의 상품화가 이뤄졌다.담양 죽물시장은 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담양천 둔치에서 5일마다 열린 죽물시장은 1940년 당시 하루에 삿갓만 3만점 이상 팔렸다. 1980년대에는 죽제품이 하루에 6만2천점(약 126종)이 거래되고 그 가운데 20여종이 수출돼 연간 46만 달러의 외화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죽세공예가 사양산업화하면서 시장 기능도 축소됐다.최근 무공해 천연자원이라는 가치를 재인식하는 추세에 힘입어 죽제품 이용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죽물시장도 지난 2010년 담양읍 삼다리로 이전해 '청죽시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광주일보=윤현석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세계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담양 대나무밭.담양 주민들은 집집마다 죽세품을 만들어 300년 전통의 죽물시장에 내다팔았다.대나무를 테마로 한 명품정원 '죽녹원'. 전남 담양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해마다 수십만명이 찾는다. 2020.10.28 /광주일보 제공대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특징인 담양 대통밥. /담양군 제공웰빙음식으로 각광 받고 있는 죽순.

2020-10-28 박준영

[新팔도명물]임금님에 진상했던 서산 어리굴젓

자연산 굴 다 소비 못해 소금 염장전국서 유일하게 젓갈로 담가먹어고춧가루 양념이 잘배는 간월도산단단한 육질·바다내음과 '시너지'미국·유럽 등 세계 각지에 진출도지역주민 주 소득원으로 자리매김100여년 이어온 '굴부르기 군왕제'여성들만 거리행진·제의식 '눈길''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물결 타고 달빛 따라 간월도로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이 굴밥 먹으러 간월도 달빛 따라 모두 모여라 석화야…'.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부녀자들은 소복을 입고, 이 노래를 부르면서 특산품인 '굴'을 위한 제를 올린다. '간월도 굴부르기 군왕제'다. '굴' 풍년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간절함이 담긴다. 예부터 이곳 지역민들은 이 굴로 '어리굴젓'을 담가 먹었다.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유명세의 명맥이 긴 '간월도어리굴젓'이다. 어리굴젓은 서산시가 자랑하는 '9미(味)' 중 하나다.■ 무학대사 그리고 어리굴젓무학대사(1327~1405·고려 충숙왕 14년~조선 태종 5년)와 어리굴젓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서해 조수 간만의 차이로 밀물 때는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고, 썰물이면 뭍과 바닷길이 연결되는 신비스러운 섬인 간월도 간월암(看月庵). 무학대사가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며 그가 이름 붙인 암자다. 서산 9경 중 3경으로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무학대사가 태어난 곳은 간월암과 멀리 않은 현재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다. 이곳에는 무학대사 탄생 과정 등이 담긴 기념비가 있다. 기념비에 따르면 만삭인 채씨가 서주관아로 끌려가던 중 이곳에 이르러 길옆 우물가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그가 무학이다. 채씨가 우물 주변 아늑한 곳에 아기를 뉘인 뒤 쑥을 뜯어서 덮어주고 관아로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학이 아기를 품고 있다가 날아갔다는 내용이 기념비에 있다. 무학대사는 고려의 국운이 기울 무렵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왕조를 개국한 공으로 태조가 등극하자 왕사가 된다. 한양 천도를 주도하기도 했다.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간월도어리굴젓을 진상했다고 구전된다. 대표적 역사적 기록은 세종실록 45권에 중국 사신이 궁중에서 사용할 해산물을 요청하자 진상품인 굴젓 3병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대왕도 어리굴젓을 즐겨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에는 고춧가루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의 고춧가루가 가미된 붉은 어리굴젓이 아닌 소금으로 염장한 어리굴젓이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어리굴젓 이름의 유래서산은 예전부터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 생산이 많았던 곳이다. 그러나 바다에서 자연산으로 딴 생굴을 다 소비할 수 없었기에 이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소금에 염장을 한 젓갈로 만드는 것이었다. 전국에서 굴로 젓갈을 만든 곳은 서산이 유일했다. 그 젓갈이 어리굴젓이다. 서산이 어리굴젓 고장이 된 이유다. 어리굴젓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고춧가루로 양념을 하기에 먹었을 때 입안이 '얼얼하다'고 해서 어리굴젓이라는 설이 있다. 이곳 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작은', '다 자라지 않은'이라는 뜻을 지닌 '얼=어리'라는 접두사가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짜지 않게 담근 김치를 '얼갈이김치'라 부르듯 짜지 않게 담근 젓갈을 '어리젓'이라고 하는 데 '간을 심심하게 담근 굴젓'이라는 얘기도 있다.■ 간월도 굴간월도 굴은 조수 간만의 차이로 생겨난 갯벌과 알맞은 햇빛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색깔이 검고, 알이 작은 게 특징이다. 간월도 갯벌은 작은 자갈부터 큰 바위까지 많은 돌이 있는데, 이런 돌에 붙어 있는 굴은 24시간 밀물과 썰물에 노출, 크게 성장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이 굴은 물날개(굴에 나 있는 명털)가 잔잔하고, 그 수가 많아 사이사이에 고춧가루 양념이 속까지 잘 배 어리굴젓 특유의 맛을 낸다. 그만큼 간월도어리굴젓은 일반 굴젓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오돌오돌한 식감에다 굴 특유의 바다 내음이 풍부하다. 이곳 주민들은 간월도 앞바다에서 매년 이맘 때쯤부터 다음해 3월까지 굴을 캔다. 조새(돌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굴을 따고, 그 안의 속을 긁어내는 데 쓰는 연장)를 이용해 굴을 따고, 바구니에 담는다. 물이 빠지는 썰물에 굴 따기 작업을 하는 데 하루 평균 5~6시간 정도다. 간월도 어촌계원 60여명이 딴 굴은 어리굴젓 생산 공장에 판매된다. 지난해 어리굴젓 생산 공장이 어촌계원들에게 매입한 굴은 30t에 이른다.■ 간월도 굴 부르기 군왕제굴은 이곳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 중 하나다. 어리굴젓과 함께 영양굴밥이 유명하다. 그러기에 매년 굴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간월도 굴 부르기 군왕제'를 한다. 100여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민속제례다. 특이점은 마을 남성들은 제례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 바닷물의 만조시간에 맞춰 소복을 입은 부녀자들이 풍악과 함께 깃발을 앞세워 머리에 굴을 담은 소쿠리를 이고 제의식을 알리는 거리행진을 시작한다. 굴을 캐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탑인 '간월도어리굴젓기념탑'에 이르러 옹기종기 앉아 굴을 따는 작업을 시연한다. 용왕에게 제를 올린 뒤 부녀자들이 징, 북, 꽹과리를 두드리며 바닷가로 몰려가 춤을 추면서 굴밥을 바다에 뿌리고 한바탕 놀이로 끝을 맺는다.■ 어리굴젓 명인 무학표 간월도어리굴젓 유명근 대표어리굴젓도 명인이 있다. '해양수산부 대한민국 수산전통식품명인 6호'이자 '서산시 어리굴젓 제조명인'인 무학표 간월도어리굴젓 유명근 대표. 유 대표가 강조하는 어리굴젓은 전통방식 그대로다. 그는 어리굴젓 전통 지킴이를 자처한다. 간월도 어촌계에서 생산한 굴 전량을 비롯, 인근까지 엄선한 굴만 매입한다. 이렇게 사들인 굴은 해마다 150t 정도다. 어리굴젓을 만드는 방식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매입한 굴을 깨끗하게 세척을 하고, 천일염으로 염장해 일정온도에서 10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2차 세척을 한 뒤 태양초 고춧가루로 버무리면 끝이다. 고집스럽게 전통방식을 고수한 그에게 명인의 수식어가 붙었다. 유 대표는 매콤하면서도 톡 쏘는 탱글탱글한 맛이 어리굴젓의 자랑이라고 엄지척이다. 몇 해 전부터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어리굴젓 세계화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어리굴젓을 보내고 있다. 유 대표는 "간월도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 보니 극한을 이겨낸 이곳 굴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향은 어느 곳의 굴보다 강하다. 당연히 영양분도 많고 맛도 좋지요"라며 "굴을 발효시켜 고춧가루만을 넣어 만든 어리굴젓은 서산이 만든 세계적인 위대한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무학표 간월도 어리굴젓은 전화(041-662-4622)나 인터넷 홈페이지(muhakpyo.ne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전일보=박계교기자간월도어리굴젓은 일반 굴젓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오돌오돌한 식감에다 굴 특유의 바다 내음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서해 조수 간만의 차이로 밀물 때는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고, 썰물이면 뭍과 바닷길이 연결되는 신비스러운 섬인 간월도 간월암(看月庵)은 무학대사가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서산시 제공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주민들은 간월도 앞바다에서 이맘 때쯤부터 다음해 3월까지 조새로 굴을 캔다. /서산시 제공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부녀자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에 굴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간월도 굴 부르기 군왕제'를 한다.해양수산부 대한민국 수산전통식품명인 6호이자 '서산시 어리굴젓 제조명인'인 무학표 간월도어리굴젓 유명근 대표가 어리굴젓 숙성을 하고 있는 항아리를 둘러보고 있다. /무학표 간월도어리굴젓 제공

2020-10-21 박계교

[新팔도명물]철원의 자존심 '오대쌀'

1980년대 쌀 품질 관심 높아지며 개발뜨거운 햇빛·서늘한 밤… 품종 시너지알 굵고 찰기 있어… '최고의 맛' 선사9월 중순, 전국서 가장 빨리 추수 시작수도권 러브콜속 추석전후 1300t판매전체 30% 온라인쇼핑몰 유통 '급성장'강원 철원의 자존심인 철원오대쌀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중부북부 지역의 최대 쌀 주산지인 철원평야에서 생산되는 철원오대쌀은 전국에서도 가장 벼베기가 이른 시기에 진행돼 햅쌀의 수매가와 판매가격이 가장 먼저 결정된다. 이는 곧 전국에서 생산되는 쌀의 수매가와 판매가에 영향을 주게 되니 우리나라에서 철원오대쌀이 지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철원오대쌀의 역사197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 쌀 정책은 식량 자급이 최우선이기에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가 전국 각지에 보급됐다. 흰 쌀밥을 먹는 것이 잘사는 것의 기준이었던 시기였기에 쌀의 품질은 조금 뒤로 밀렸던 때였다. 그러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1980년대 들어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높은 품질의 쌀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본격화됐다. 오대벼는 1982년 철원지역에서 지역적응시험이 진행되며 철원지역의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았지만, 사실 1974년부터 꾸준히 연구 개발된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냉해에 강하고 잘 쓰러지지 않는 벼 품종 개발에 나섰고 오대벼는 그 결과물이었다. 철원에서 자란 오대벼는 재배 기간이 짧다.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철원의 기후는 일교차가 10도 정도 차이 난다. 철원오대쌀은 한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받아 쌀알이 커지고 해가 진 서늘한 밤에는 오후 내내 만들어낸 영양분을 쌀알에 저장한다. 오대벼의 특성과 철원지역의 기후가 딱 맞아 떨어지며 전국 최고의 쌀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고 쌀로 꼽히는 이유철원오대쌀은 쌀알이 굵고 찰기가 있어 밥맛이 좋다. 밥이 식은 이후에도 쉽게 딱딱해지지 않아 찬밥으로 먹어도 맛있다. 또 오대벼는 농약의 사용도 타 지역에 비해 적다. 이 지역의 길고 추운 겨울을 병해충들이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안정적인 수확량을 확보하는데 영향을 미쳐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 이유가 된다.철원오대쌀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쌀로 국민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현대화된 미곡종합처리장의 등장으로 품질이 안정화되면서 쌀 재배면적이 늘었고 이는 곧 쌀 수확량의 증가로 이어져 많은 국민들의 밥상에 철원오대쌀이 오르게 됐다. 철원오대쌀은 우리나라 최초의 벼 품종명 브랜드다. 한 항공사의 기내식으로도 납품됐고 영유아들의 유아식에도 공급되는 등 그 브랜드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곧 철원오대쌀은 '밥맛 좋은 쌀'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한해 7만t 생산9월 중순 철원지역은 말 그대로 황금벌판이 된다. 철원지역의 벼 재배면적은 총 9천412ha에 이르며 한 해 평균 7만2천t의 쌀이 생산된다. 동서남북 어느 곳으로 눈을 돌리든 바람에 살랑이는 고개 숙인 오대벼를 만날 수 있다. 이때부터 벼베기 작업에 쓰이는 콤바인이 전국 곳곳에서 철원을 찾아 10월 중순까지 추수에 매진한다. 철원지역의 추수가 끝나면 경기도 이천과 여주, 충청도 등을 지나 전라도와 경상도의 곡창지대로 향한다. 콤바인이 모두 물러가면 철원오대쌀은 본격적으로 수도권의 대형마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난다. 올해는 8월 초부터 전국 곳곳에서 집중호우가 내리며 쌀 수확량이 예년만 못한 실정이다.■ 품질로 승부해 인기이에 역설적으로 품질 높은 철원오대쌀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진용화 동송농협 조합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철원오대쌀을 판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며 "올해는 장맛비로 철원지역의 쌀 수확량도 25~30% 정도 감소해 물량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추석을 전후해 철원지역의 쌀 수매는 전체 생산량의 40%에 육박했으며 50억원에 달하는 1천300여t의 철원오대쌀이 팔려나갔다. 또 농협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을 만나던 철원오대쌀은 몇 해 전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었다. 철원오대쌀 전체 판매량의 30%가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는데, 지역농협 등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거나 추후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양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일보=김대호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중부북부 지역의 최대 쌀 주산지인 철원평야에서 생산되는 철원오대쌀은 전국에서도 가장 벼베기가 이른 시기에 진행된다. 2020.10.14 /철원군 제공

2020-10-14 김대호

[新팔도명물]철원오대쌀 추천 메뉴

된장찌개·나물 함께 먹는 연잎밥 별미벼알빵·커피콩빵 등 가공식품도 인기철원지역은 오대쌀의 주산지인 만큼 거의 모든 식당에서 철원오대쌀로 지은 밥이 나온다. 따끈따끈한 오대쌀밥은 감칠맛이 좋다. 이런 오대쌀밥과 잘 어울리는 철원의 음식으로는 민물매운탕이 으뜸이다. '큰여울'이란 뜻을 지닌 한탄강은 철원의 젖줄이다. 수십만년전 북한 오리산과 그 일대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지금의 철원평야를 만들어냈고 또 한탄강을 만들어냈다. 수직절벽과 협곡을 타고 흐르는 한탄강은 물살이 강해 이 지역에서 잡은 쏘가리와 메기, 잡어 등은 더욱 살집이 단단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잡은 민물고기 때문일까? 철원에는 시원하고 칼칼하면서도 특유의 잡내가 없는 민물 매운탕집이 많다.철원오대쌀의 풍미를 더 짙게 해주는 음식도 있다. 바로 연잎밥이다. 철원오대쌀과 여러 잡곡을 섞어 만든 연잎밥은 입안에 넣는 순간 단맛이 난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각종 나물과의 궁합도 좋다. 철원오대쌀은 가공식품으로도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쌀알을 본떠 만든 벼알빵과 커피콩빵, 수제 쌀찐빵, 수수를 섞어 만든 수수부꾸미 등의 제품이다. 모두 철원오대쌀로 만들었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구수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간편하게 식사 대용으로도 좋고 아이들의 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철원오대쌀 가공식품은 철원군이 지역 곳곳에서 운영하는 '오늘의 농부'에서 판매한다. 온라인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강원일보=김대호기자철원군 홍보대사인 탤런트 정흥채씨가 오대쌀을 홍보하고 있다. 2020.10.14 /철원군 제공

2020-10-14 김대호

[新팔도명물]남한강변 들판 뒤덮은 '여주 고구마'

1980년대 땅콩 대체작물로 심기 시작… 토양·기후·물류환경 적합해 특산물로 자리매김혁신클러스트사업단, 말랭이 개발 등 6차산업 융복합… 공동출하 '여주구마 브랜드화'도식이섬유·무기질·비타민 등 영양소 풍부한 '웰빙간식' 숙성한뒤 섭취하면 단맛 더 강해져남한강변을 지나 여주시 능서면 세종대왕릉을 가다보면 능 못미쳐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하늘색과 진녹색, 황토색으로 색분할하듯 뚜렷하게 구분된 추상화 한 점을 마주하게 된다. 10만5천여㎡의 고구마밭이다. 지난 여름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고구마 농사에 피해가 갈까 걱정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확철이다. 이제 붉은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기쁨에 흠뻑 빠질 때다.■ 여주고구마 수확 '절정'여주시 능서면을 지나다 보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진녹색 고구마잎을 걷어내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된다. 요즘 여주는 땅속의 과일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검붉은 얼굴에 분주히 움직이는 농부의 손끝에는 붉은 고구마들이 한아름 안겨 1년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준다.8월 말부터 시작된 고구마 수확은 10월 중순이면 절정에 이른다. 올해는 지난 여름 긴장마와 태풍으로 일조량이 40여일밖에 안 돼 생산량은 많이 줄었지만 고구마 모양이 갸름하니 주먹만 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딱 좋은 크기다.경기도의 고구마 생산량은 4만2천720t이며 이중 여주시의 생산량은 2만4천208t으로 경기도 생산량의 57%에 달한다. 특히 여주시고구마연구회(회장·노규용) 소속 120여 농가의 생산량은 여주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여주시 고구마연구회 소속 40여 농가가 참여한 '여주고구마 공동출하' 사업은 생산물량 1만6천700t 중 960t을 '여주구마'라는 통합브랜드로 내놓아 유통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생산목표액 40억원보다 훨씬 웃도는 83억6천700만원까지 올려 대성공을 거뒀다. 현재 수확철을 맞은 '여주고구마'(씻지 않은 흙고구마)의 온라인 판매가격은 3㎏ 2만4천원, 5㎏ 3만원 수준이다.■ 경기도 대표작물로 자리잡은 '여주고구마'여주는 예로부터 쌀과 도자기 그리고 땅콩의 주산지였다. 하지만 연작피해와 중국산 땅콩의 유입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재배면적이 급속히 줄어들었다.1980년대 중반 여주 특산물인 땅콩의 대체작물로 심은 것이 고구마다. 당시 전남과 경남지역에서 많이 재배됐던 고구마가 연작 피해로 대체지역을 찾던 중 천혜 토양과 기상조건을 갖춘 여주에서 품질 좋은 고구마를 생산하게 되면서 재배면적이 현재 최고 1천700㏊에 달한다.여주 토양은 배수와 통기가 용이한 마사토와 사질토여서 고구마가 단단하고 크기도 알맞다. 무엇보다 살살 흔들어도 흙이 쉽게 털리는 장점이 있어 장기간 보관에 이점이 있다.게다가 남부지방보다 일교차가 커 고구마에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당도가 높다 보니 '꿀고구마'로 불리며 찾는 이가 늘어 전국적으로 고구마 주산지로 이름을 높이게 됐다. 서울과 인접한 편리한 교통 접근성에서 비롯한 저렴한 물류비용도 한몫했다.상품성 높은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는 천혜조건인 흙과 유통환경 등이 맞아 떨어지며 경기도 대표 농특산물로 자리잡게 된 여주고구마는 이제 전국에서도 그 대표성을 인정받게 됐다. 여주 고구마를 알리기 위한 시도는 2009년 1월 '제1회 여주고구마 축제'가 시작이었으며 2013년 '여주쌀축제'와 통합해 '제15회 여주오곡나루축제'로 거듭나면서 6차례나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해마다 10월이면 갓 수확한 여주고구마를 맛보기 위해 수천명의 인파가 몰린다. 남한강변 신륵사관광단지 일원에서 펼쳐지는 축제장에는 50m의 대형 군고구마통이 설치돼 수천명의 인파가 군고구마 기네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집콕 생활 속 웰빙식품 '고구마 주목'지난 여름 긴 장마와 예상치 못한 날씨 탓에 생산량이 줄고, 수확시기여서 고구마 출하량이 몰려 가격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여주고구마는 요즘 '웰빙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등 집콕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간식거리로 첫손에 꼽히며 호평을 받고 있다.식이섬유·무기질·비타민 등이 풍부한 고구마는 항암효과도 뛰어나 대장암과 위암, 폐암 예방은 물론 혈압을 낮춰 주고 심장박동을 알맞게 조절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 고구마는 간 해독과 시력보호 등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으며, 필수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 생장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라이신 함량은 옥수수나 쌀보다 높다고 한다.여주시고구마연구회 노규용 회장은 "중요한 것은 안전한 먹거리와 여주고구마의 효능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라며 "흙에서 갓 캐낸 고구마는 밤맛 같은 팍팍함이 있고, 숙성을 해두면 점도가 약해지면서 당도도 높아져 꿀맛을 느낄 수 있다"고 여주고구마 맛비결 팁도 가르쳐 준다.■ 혁신클러스트사업단과 공동출하회 출범지역 농특산물로서 농가 소득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여주고구마는 다른 지역 통합브랜드의 공세에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이에 여주시는 2015년 여주고구마의 제2 도약을 위해 적극 나서 정부의 향토산업 육성사업에 선정, 30억원을 지원받아 '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을 출범시켰다.시는 2020년까지 5년간 클러스트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여주고구마를 1차 생산농가 역량 강화와 2차 가공, 3차 유통판매를 비롯한 체험, 교육, 관광, 서비스 등을 융복합한 6차산업으로 사업을 확대 추진해 왔다. 또 보관창고와 가공시설을 구축하면서 주력 상품인 '고구마 말랭이'와 '아이스 군고구마' 그리고 고구마 맛탕, 고구마 푸딩과 아이스크림, 치즈케이크, 라테 등의 가공상품을 개발해 유통시장의 다각화를 꾀했다. 2019년 8월 클러스트사업단은 생산농가인 여주시고구마연구회와 농협 여주시연합사업단, 그리고 여주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여주고구마 공동출하' 약정식을 체결하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큰 성과를 이뤘다.농협 여주시연합사업단 이성남 단장(농협 여주시지부장)은 "공동출하사업의 목표액 40억원보다 2배 초과한 83억6천700만원을 달성하는 대성공을 거뒀다"며 "생산농가, 가공업자, 유통판매는 물론 농협 통합마케팅, 여주시 예산 지원, 농업기술센터의 연구개발 등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여주고구마 공동출하'사업은 고품질의 여주고구마를 규모화해 판로개척과 통합브랜드 '여주구마'의 홍보 마케팅에 주력해, 명품 여주고구마로의 제2도약이 목적이다. 특히 지난주 새롭게 선보인 1.5㎏들이 '여주구마'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을 해야하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로 신뢰받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고구마의 크기와 당도 등 품질 표준화와 가공 상품 개발 그리고 해외시장 구축에 역점을 두겠다는 이성남 단장의 말에서 '여주구마'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안전한 먹거리로 자리매김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식이섬유와 당도가 높아 땅속의 과일이라고 일컬어지는 '여주 고구마'의 수확이 절정이다. 여주시 능서면 세종대왕릉 인근 앞산 너른 들판에서 여주시고구마연구회 노규용 회장이 수확한 고구마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0.10.7 /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여주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5∼18일 예정된 '여주오곡나루축제'를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장에 설치된 50m 대형 군고구마통에 수천명의 인파가 참여, 군고구마 기네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이다. /여주시 제공2019년 8월 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은 생산농가인 여주시고구마연구회와 농협 여주시연합사업단, 그리고 여주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여주고구마 공동출하' 약정식을 체결했다. /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 제공꿀머군고구마. /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 제공아이스 고구마 맛탕. /여주고구마혁신클러스트사업단 제공

2020-10-07 양동민

[新팔도명물]한라산 황금빛 물들이는 '제주 감귤'

겨울철에 쉽게 접할수 있는 '국민 건강 과일'비타민 A·C 풍성… 껍질도 한약재 등 활용매년 열리던 박람회, 11월 온라인으로 개최고려 문종때 기록 등 아주 오래전부터 재배조선시대엔 진상 기념하는 '과거제'도 치러사계절 구분 없이 제주도는 섬 자체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흰 눈으로 덮인 한라산과 아기자기하게 솟아난 오름,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지도를 펼쳐보자. 모래알 같은 작은 섬에 사계절 풍광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제주가 유일하다. 옛 선인들도 철 따라 한라산과 오름, 계곡 등 곳곳을 찾아 경치를 감상하고 작품을 남겼다.조선시대 향토사학자 매계(梅溪) 이한진(1823~1881)은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해 '영주십경(瀛洲十景)'이라 정의하고 시를 지었다. 이후 영주십경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단어로 정착됐다. 매계 선생이 선정한 영주십경은 성산일출(城山日出, 성산의 해돋이), 사봉낙조(紗峯落照, 사라봉의 저녁 노을), 영구춘화(瀛邱春花, 제주 언덕에 핀 봄꽃), 정방하폭(正房夏瀑, 정방폭포의 여름), 귤림추색(橘林秋色, 감귤빛으로 물든 가을), 녹담만설(鹿潭晩雪, 백록담의 늦겨울 눈), 영실기암(靈室奇巖), 영실의 기이한 바위), 산방굴사(山房窟寺, 산방산 굴에 있는 절), 산포조어(山浦釣魚,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고수목마(古藪牧馬, 풀밭에 기르는 말)를 이른다.파란 청귤이 노랗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추석이 지나면 제주섬 곳곳에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빚어내는 황금빛 풍광이 펼쳐진다.제주에 가을이 찾아오면 한라산 골짜기마다 단풍이 불붙고 여름내 농부들이 애써 가꾼 감귤이 샛노랗게 익어간다.제주에서는 감귤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11월 감귤박람회가 열리고 있다.(사)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위원장·양병식)는 올해로 8회를 맞은 '2020 제주감귤박람회'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박람회'로 열기로 했다.온라인 감귤박람회는 오는 11월27일부터 12월11일까지 '제주감귤,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주제로 온라인 가상공간과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개최된다.# 국민 과일감귤은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민 건강 과일이다.비타민A, 비타민C 함량이 높아 겨울철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겨울 과일로 겉껍질은 말려서 차나 약재로 활용하고, 속껍질의 하얀 부분은 펙틴이 풍부해 과육과 함께 잼으로 활용된다. 껍질은 한약재 및 목욕물에 담가 향긋한 입욕제로 이용된다.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혈색을 좋게 하며 빈혈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고 과일 중 감귤에만 함유된 비타민P는 모세혈관을 보호하기 때문에 고혈압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부터 한방에서는 천식, 가래, 식욕부진 및 동맥경화 등에 감귤을 처방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귤피(귤 껍질)는 성질이 따뜻하며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고 음식 맛을 나게 하며 소화를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 과육과 종자 등도 한방 재료로 쓰였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감귤의 유래제주 감귤은 언제부터 재배됐을까?우리나라에서 감귤이 재배된 것은 아주 오래 전이라고 전해오지만 확실한 기록은 없다.'고려사' 세가 권7에 문종 6년(1052)에 탐라에서 세공(歲貢)하는 귤자(橘子)의 수량을 일백포(一白包)로 개정 결정한다고 돼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도 감귤이 진상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조선시대 '태조실록'에는 공부상정도감을 신설해 귤(橘), 유(柚) 따위는 상공(기록대로 매년 상정되는 공물)이 될 수 없으므로 별공(필요한 것을 불시에 특별 차정해 바치게 하는 것)으로 했다고 기록돼 있다.'세조실록' 권2에는 세조원년(1456년) 12월 제주도 안무사가 올린 장계를 보면 감귤은 제사와 빈객 접대용으로 중요하다는 것과 감귤의 종류별 우열 및 장려방안, 번식생리, 진상방안의 개선점에 대해 서술돼 있다.'탐라지'(효종 4년, 1653년)에는 제주 3읍에 '관 주도의 과원 36개소, 12종 3천600여주'라고 기록돼 있어 당시 감귤이 활발하게 재배됐음을 알 수 있다.조선시대에는 동지(冬至) 전후로 임금님께 감귤을 진상했는데, 감귤이 대궐에 들어오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조정에서 성균관과 유생들에게 귤을 나눠줬다고 한다. 당시 임금이 귤을 나눠주며 시행한 과거가 '황감제(黃柑製)'다.전국에서 온갖 귀한 토산품들이 진상됐지만, 이를 기념해 과거제를 치른 것은 감귤이 유일하다. 황감제는 명종 19년(1564년) 시작돼 19세기 말까지 이어졌다.# 감귤의 분류감귤은 크게 '온주밀감'과 '만감류'로 분류된다.온주밀감은 다시 수확 시기에 따라 극조생, 조생, 중만생 감귤로 나뉜다. 중만생은 보통 12월 수확 후 저장했다가 이듬해 출하하는데 예전에는 가장 많이 재배했는데 지금은 조생으로 많이 바뀌었다.온주밀감은 또 재배 장소에 따라 노지감귤, 타이벡감귤, 하우스감귤, 비가림감귤로 나뉜다.노지감귤은 과수원에서 직접 재배되는 감귤이고 타이벡감귤은 토양피복 자재인 타이벡을 토양에 덮어 수분을 차단하고 햇빛을 과실로 반사시켜 당도가 일반 감귤보다 높다.비가림 감귤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지만 하우스감귤과 달리 난방을 하지 않으며 보통 1~2월 출하된다.만감류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감귤이라는 뜻으로 온주밀감을 제외한 나머지 감귤을 이른다.대표적으로 한라봉과 천혜향(세토까), 레드향(감평), 황금향, 금감(금귤), 청견 등이 있다.이 외에 재래감귤로는 중국에서 유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당유자(댕유지), 산귤, 동정귤, 빈귤, 사두감, 진귤(산물), 청귤, 편귤 등 22종이 제주에서 재배됐다는 기록이 있으나 지금은 12종만 남아있다. /제주일보=김문기기자감귤 따기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민들. /서귀포시 제공2019년 열린 제주감귤박람회 행사장에 설치된 용 조형물. /(사)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 제공2019년 열린 제주감귤박람회 행사장에 설치된 감귤 돌하르방 조형물. /(사)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 제공2019년 열린 제주감귤박람회 요리경연대회 출품작. /(사)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 제공감귤 따기 체험 프로그램. /서귀포시 제공

2020-09-23 김문기

[新팔도명물]내륙 특산 생선 '안동간고등어'

조선시대때 동해서 300리길 넘어와 낙동강 700리 거슬러온 서해안 천일염에 염장한 향토음식 2000년 브랜드화 거치며 현대화·저염식 탈바꿈 전국 400여곳 유통·年 10~20t美日中 등 수출 무조림·찜·해장국 요리재료로 인기 고소한맛·감칠맛 뛰어난 '숯불구이' 최고 레시피 손 꼽혀 고등어는 꽁치, 청어와 더불어 등푸른생선의 대명사로 불린다. DHA, EPA 등 몸에 좋은 성분은 매우 잘 알려져 있어 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다. 400년 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온 생선인 고등어는 동국여지승람과 자산어보, 세종실록지리지 등 고서적에도 고도어(古刀魚), 벽문어(碧紋魚) 등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우리 민족 음식문화와 오랜 역사를 함께한 생선임이 틀림없다.이런 고등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바로 우리나라 내륙지역인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는 '안동간고등어'다. 최악의 경제난을 가져온 IMF로 중소기업 잿더미 속에서 지난 2000년 탄생한 안동간고등어는 창업 2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전국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숙질 줄 모르고 인기를 얻는 안동간고등어의 탄생과정과 인기비결을 들여다본다.# 1천리길 거쳐 탄생한 안동간고등어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조선시대에 고등어는 달구지에 실려 바닷가에서 산간내륙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매일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원료 고등어를 사들이지만 그 옛날에는 동해안 영덕에서 출발해 영덕 황장재와 청송 가랫재 두 고개 고등어 길 300리를 넘어서 안동 신시장에 다다를 즈음이면 꼬박 하루가 걸렸다.마찬가지로 서해안 천일염이 부산에서 소금 배에 실려 낙동강 뱃길 700리를 거슬러 강 상류로 올라온다. 그 소금 배의 최종 나루터가 안동시내 개목나루다. 더 이상은 강물이 가파르고 급류라 상류로 더 올라갈 수가 없다.이렇게 고등어와 천일염이 1천리를 거쳐 내륙 깊숙한 안동에서 만나게 된다.영덕에서 안동으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고등어가 상하기 시작하는 곳도 안동이다. 지금처럼 냉장고가 없던 시절인 만큼 내륙 깊숙이 더 운반해 가자면 상하지 않도록 갈무리를 해야 했던 것이다. 이때문에 간잡이들이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치는 염장작업이 필수다. 등 넘어 재 넘어온 바다 생선 고등어가 내륙 특산생선 '간고등어'로 바뀌는 순간이다.이렇듯 안동은 바다와 내륙을 잇는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 생선염장업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됐다. 안동간고등어의 고소하고 짭조름한 감칠맛은 어느 한순간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입맛에 딱 맞게 다듬어진 '대를 이어온 우리의 맛'이다.영덕-안동 간 고등어 길 길목 안동 임동면에는 챗거리 장터가 있었다. 고등어를 가득 실은 달구지를 끄는 소를 모는 채찍소리가 끊이질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임하댐으로 수몰돼 버렸지만, 그 옛날 시장이 얼마나 성황이었는지, 안동간고등어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지명이다.# '저염식' 현대인 입맛 맞춰 브랜드화 성공추석을 보름여 앞둔 가운데 안동간고등어는 명절특수를 맞았다. 요즘은 전 임직원이 생산라인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주문량이 밀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런 명절 대목은 1년에 두 차례, 설날과 추석을 앞두고 지난 20년간 반복됐다.냉장고 보급과 교통수단 발달로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안동간고등어가 2000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특산화, 전국화되면서 그 옛날 명성을 되찾아 20년을 이어오고 있다. 안동간고등어의 명성회복은 국내 처음으로 공장형 간고등어 생산라인을 연구 개발한 권동순(61)씨의 향토 음식 브랜드화 작업으로부터 출발했다.권씨는 시장 어물전에서 재래식으로 생산되는 간고등어를 양산체계인 공장형으로 새롭게 바꾸고, 위생적인 포장방식 개발과 함께 전통 염장공정도 현대화했다. 다시 말해 간고등어를 만드는데 종래의 생선 보관용 염장에서 생선 맛내기 염장방식으로 일대 전환한 것이다. 특히 40년 간잡이로 명성이 높던 이동삼 선생을 발굴해 간판 모델로 내세우고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겸했다.안동간고등어가 브랜드화되기 전인 2000년까지 안동간고등어는 뱃자반 형태의 짠 독간잡이였다. 독간잡이는 고등어에 왕소금을 쳐 놓아 시간이 갈수록 짠맛이 강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금방 간을 한 얼간잡이는 간이 삼삼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 웰빙시대를 겨냥해 잔여 염장 소금을 털어내고 냉풍숙성을 추가하는 저염식 얼간 염장방식으로 상품화에 들어간 것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주효했다.# 국내 대형 유통매장 입점… 연간 20t 가량 수출도2000년 1월 안동간고등어는 출시되자마자 전국 유명백화점으로부터 납품주문이 쇄도했다. 또 홈쇼핑과 쇼핑몰에서도 앞다퉈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납품되고 있는 유통업체는 400여곳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창업 3년 만인 2003년 안동간고등어 업체는 안동 인근 의성, 봉화, 영주, 문경, 포항 지역으로 확산해 안동권만 해도 10여개소로 늘어났다. 또 2005년도까지 대구와 부산 경남지역 일원에서도 창업 열풍이 이어져 전국에서 약 60여개소의 간고등어 업체가 탄생했다.이때 삼성경제연구소는 안동간고등어가 운송, 유통, 판매, 포장 등으로 연계된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 효과 등 전반적인 경제유발 효과와 브랜드 가치를 1천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안동시가 의뢰한 한국능률협회는 안동간고등어 순수 브랜드 가치를 116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단일 특산품으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었다.2011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3차 APEC 중소기업회의에서 글로벌 우수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는 업계 선두주자 (주)안동간고등어는 해외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전통적으로 고등어 수출 강국은 노르웨이지만 간고등어만큼은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한다. (주)안동간고등어는 지금도 미국, 일본, 중국에다 연간 10t~20t을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안동간고등어 최고의 조리법은 '숯불구이'안동간고등어가 브랜드화된 이후 다양한 조리방법도 함께 소개됐다.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무조림, 풋고추와 다진 마늘이 잘 어우러져 구수한 찜 요리, 고추장을 발라 굽는 고갈비에다 푹 삶아 뼈를 발라내고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이는 간고등어 해장국도 일품이다.특히 노릇노릇 구워내 기름이 자르르 배어나는 숯불구이는 전국 어느 축제에서도 선보일 정도로 안동간고등어 요리 중 최고로 손꼽힌다.안동에서 간고등어 하면 유명한 음식점으로 단연 예미정이 첫 번째다. 이 식당의 간고등어구이는 숯불에 구워 고소한 맛과 감칠맛이 더욱 도드라지고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박정남 예미정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은 "안동간고등어는 염도가 딱 맞는 저염이라서 물에 불려 소금기를 뺄 필요가 없다"며 "연한 숯불에 천천히 구워내면 감칠맛이 배어나는 육즙 맛까지 잘 느낄 수 있어서 고소한 맛이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안동에서 안동간고등어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예미정 이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간잡이 이동삼 선생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안동역 앞 일직식당과 안동간고등어 도청본점, 안동간고등어 양반밥상, 안동간고등어 직영식당, 안동간고등어 숯불가든 등이 있다. 매일신문/김영진기자경북 안동에는 안동간고등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이 개발돼 음식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매일신문 제공안동간고등어의 간고등어 탄생배경 재현행사. /매일신문 제공안동간고등어가 염장되는 모습. 안동간고등어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특별한 방식의 저염식 염장을 통해 짠맛을 제거하고 요리할 때 담백한 감칠맛이 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매일신문 제공박정남 예미정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이 숯불에 구운 안동간고등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제공

2020-09-16 김영진

[新팔도명물]추워질수록 물오르는 고성 가리비

청정해역에 조류·수온 등 최적의 생육환경'전국 대부분 물량 생산' 경남서 70% 담당수만명 찾는 축제, 코로나19탓 취소 아쉬움郡, 5년간 75억원 투입 식품 산업화 추진도착한 가격 불구 쫄깃한 육질에 단맛 뛰어나 단백질·필수아미노산·셀레늄 등 영양 풍부칼로리는 100g당 80㎉… '건강 다이어트식'구이·찜은 물론 탕·회무침 요리로도 '강추'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은 서늘해지는 청명한 가을이다. 들판의 곡식과 주렁주렁 열린 과일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식욕을 돋운다. 가을은 바다 속 먹거리도 육지만큼이나 풍성한 계절이다.그중에서도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의 대명사 가리비가 있다. 가리비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그 속에 단맛을 품기 시작한다.가리비는 소라와 더불어 그 모양새가 아름다운 조개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가리비를 부르는 별칭은 다양하다. 부채를 닮아 부채조개, 아름다운 단풍잎을 닮아 단풍조개, 너무 예뻐서 붙은 이름 '양귀비 혀' 등 여러 개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시대를 더 거슬러 중국 월나라 미인 서시의 혀, '서시설(西施舌)'이라고도 하며,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에 등장한 조개도 가리비다.급할 때 패각을 여닫으며 헤엄치듯 이동한다고 해서 '헤엄치는 조개'로도 알려져 있다.# 가리비 양식의 메카 경남 고성군고성군은 가리비 단일 수산물로 남해안 최대 소득을 올리는 유일한 지역이다. 경남은 전국 가리비의 95%를 생산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고성군은 경남 가리비의 70%를 생산하고 있다.고성 가리비는 2000년 초반부터 자란만을 중심으로 양식되기 시작했다. 고성 자란만은 미국 FDA가 인정한 청정해역으로 조류가 빠르지 않고 가리비 생육에 적합한 수온과 영양분이 풍부해 가리비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이 때문에 짧은 시기에 상품가치가 높은 가리비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가을철 고성에서 나기 시작하는 가리비는 해만가리비와 홍가리비 두 종류다. 최근에는 홍가리비보다 크고 고수온에도 잘 버티는 해만가리비 양식이 많이 늘었다.가리비는 가격도 착한 편이다. 1㎏당 5천~6천원이면 구입 가능하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kg당 대체로 20마리가 넘는다.2013년 국내 수산물 생산통계에 처음 등장한 가리비는 소비자의 인기를 끌면서 해마다 생산량이 늘고 있다. 2013년 약 600t에서 2019년 6천500t으로 10배가 증가했다.고성군은 가리비 출하기에 맞춰 '고성 가리비수산물축제'를 연다. 가리비 무료 시식, 가리비 음식 판매장, 가리비 홍보 판매장 등 가리비 관련 부스로 무장한 가리비 축제는 6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축제가 취소돼 아쉬움을 더한다.# 영양가 칼로리 다이어트 식재료값이 착한 가리비는 맛과 영양가도 뛰어나다. 다른 어패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 또 글루타민을 포함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골격 형성에 도움을 준다. 칼슘과 철분 성분도 많아서 골다공증 같은 뼈 질환에도 좋다고 한다. 항산화 성분인 셀레늄이 풍부해 항산화 작용, 피부노화 방지, 피부탄력 유지 등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100g에 80kcal로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적당하다.또 타우린 함량이 높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줘 고혈압,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유용한 영양가로 가득 차 있다. 영양가는 많지만 칼로리는 낮고 맛까지 좋은 일석삼조의 식재료다.# 담백한 본래의 맛, 구이·찜·회무침 모두 OK헤엄치는 조개답게 패각을 여닫는 힘이 좋은 가리비는 패주, 즉 관자가 잘 발달해 육질이 쫄깃하고 단맛이 뛰어나다.가리비의 단맛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해지는데, 단맛을 내는 성분은 아미노산인 글리신이다. 글리신은 간 해독을 돕고, 숙면을 유도해서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 가리비 특유의 단맛과 쫄깃함을 즐기려면 구이와 찜이 최고다.구이나 찜 요리는 껍데기째 조리한다. 해감은 필수.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가리비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을 넣은 후 3시간 정도 해감해 조리한다. 구이와 찜에는 별다른 조리법이 필요 없다. 구이는 석쇠를 이용한 직화와 오븐 구이 다 가능하다.석쇠 구이는 입이 벌어지고 껍데기에 자작하게 국물이 고일 정도로 굽는다. 오븐 구이 할 경우에는 한쪽 껍데기를 떼어내고 굽는다. 양파, 피망, 치즈 등 피자 식 토핑을 얹어 색다른 맛의 가리비구이를 즐길 수도 있다. 치즈가리비구이는 어린이 간식용으로, 파티용 술안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모양에 고소한 맛을 더한 독특한 풍미까지, 고급요리가 따로 없다.찜은 해감 후 껍데기까지 깨끗이 씻어 찜솥에 안친 후 센불에서 찐다. 껍데기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여 마저 익히면 된다. 따로 간을 할 필요는 없다.가리비는 익히면 살집이 오동통해지고 커져 더 먹음직스럽다. 찐 가리비 살을 각종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에 비벼 회무침으로도 만들 수 있다. 매콤하고 상큼한 회무침으로 구이와 찜의 담백함에 악센트를 줄 수 있다.시원한 국물을 맛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가리비탕으로 끓여내는 것. 대파나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한소끔 끓이면 맑은 해장국이 된다. 소금 간도 필요 없다. 가리비 자체의 짠맛으로 자연스레 간이 된다.가리비 라면도 추천할 만하다. 평범한 인스턴트 음식이 훌륭한 국물 요리로 재탄생한다. 한겨울에는 가리비 떡국도 괜찮다. 수제비, 칼국수 등 국물 요리의 부재료로 가리비는 어디든 적용해 볼 수 있다.# 고성군, 가리비 식품산업화 추진고성군은 자란만의 대표 수산물인 가리비에 5년간 75억원을 투자해 가리비 식품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굴 등 다른 수산물과 달리 가공 상품 개발이 없는 가리비 식품산업화를 위해 연간 생산량을 1만2천t까지 늘리고, 1천억원대의 부가가치 시장을 개발한다는 것이 고성군의 복안이다.또 지역 소득 극대화를 위한 경쟁력 있는 유통 체계 및 식품 산업화 기반 확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가리비를 이용한 가공식품 생산업체에 가리비 가공원료 매입, 가공 공장 유치 및 창업비용 지원, 융자 지원, 인공 종묘 공급시설 확보 등을 추진하고 가리비 문화 콘텐츠 개발, 가리비 축제 규모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그 첫 번째 단계로 고성군은 지역 요식업체와 공동으로 가리비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했다. 산낙지와 가리비가 콜라보를 이룬 철판볶음과 해물전골이 그것이다.'산낙지가리비철판볶음'은 철판에 각종 채소를 특제 매콤소스로 볶아 가리비로 토핑하고 싱싱한 산낙지를 즉석에서 볶아먹는 메뉴다. 아삭한 채소와 가리비, 산낙지를 함께 볶아 먹는 맛이 일품이라는 평이다. '산낙지가리비해물전골'은 칼칼한 특제 육수에 가리비 등 각종 조개류와 산낙지를 넣은 전골요리로 우동과 라면사리를 추가해 먹을 수 있다.백두현 고성군수는 "고성 가리비는 가공시설 등 기반이 없어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이 많았다"며 "올해부터는 가리비 식품 산업화 집중 투자로 고성군 가리비를 대한민국 일류 수산물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신문/김성호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1 가리비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 2 바다향 국물맛이 일품인 가리비 수제비. 3 고성군이 지역의 요식업체와 공동개발한 가리비산낙지 전골. 4 가리비 짬뽕.고성군 자란만에서 자란 가리비를 수확하는 모습. 가을철 찬바람이 불면 가리비는 그 속에 단맛을 품는다. 경남신문/김성호기자가리비 축제장 모습. 가을철 찬바람이 불면 가리비는 그 속에 단맛을 품는다. 경남신문/김성호기자가리비 축제장 모습. 가을철 찬바람이 불면 가리비는 그 속에 단맛을 품는다. 경남신문/김성호기자가리비 축제장 모습. 가을철 찬바람이 불면 가리비는 그 속에 단맛을 품는다. 경남신문/김성호기자

2020-09-09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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