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송도국제도시 연결 2개 도로 건설사업 '람사르습지 훼손' 논란

극심한 정체 해소 위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배곧대교교통편의 개선·경제적효과 기대 불구 '습지보호구역' 통과환경단체 반발 부딪혀 차질 우려… 구간 분리 추진 논의도'멸종위기' 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 서식처, 중요성 손꼽혀"정부·지자체 국제적으로 한 약속 스스로 깨버리는 꼴" 비판인천·시흥시, 주민·관계기관·전문가 등과 대안 모색 계획훼손면적보다 넓은 대체 부지 물색·피해 최소화 방안 검토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연결되는 2개의 도로(다리) 건설사업이 환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통망 확충을 위한 이들 도로는 송도국제도시 인근의 갯벌을 지나도록 계획돼 있다. 이 갯벌은 람사르협약에 따라 보호해야 할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는 상황인데, 도로 건설 시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인천시와 경기 시흥시 등 관계 당국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문가 등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어떤 대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갯벌에 가로막힌 송도 연결 도로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19.4㎞) 구간은 인천시 중구 신흥동과 경기 시흥시 정왕동을 연결하는 도로다. 제2순환고속도로 12개 구간 중 유일하게 착공하지 못한 구간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 구간을 1·2구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건설하기로 하고 1구간(남송도IC~시화나래IC·8.4㎞) 1공구(오이도IC~시화나래IC·4.0㎞)에 대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2공구(남송도IC~오이도IC·4.4㎞)에 대해선 올 상반기 설계 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2023년 착공 목표인 1구간은 개통까지 7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인천항과 배후단지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송도 해안도로와 제3경인고속도로 등 주변 도로의 교통 정체가 심각한 실정이다. 송도에 있는 신항의 교통량도 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주된 이유다. 서둘러 도로를 지어야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구간(인천 남항~남송도IC·11.4㎞) 건설은 요원한 상태다. 이 구간은 갯벌을 교량 형태로 지나도록 계획돼 있는데, 이 갯벌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인천시 습지보호지역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 도로가 개설되면 갯벌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반발이 줄어들면 2구간 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게 국토부 생각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1·2구간을 동시에 착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로 건설을 나눠서 추진할 경우 주민 불편이 상당 기간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배곧대교 건설사업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배곧대교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교량이다. 왕복 4차로, 총 1.89㎞ 길이의 다리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민간 투자사가 다리를 건설하면, 소유권은 경기 시흥시가 갖고 운영권은 30년간 투자사가 갖는 구조다. 사업비 규모는 1천900억여 원으로,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시흥시는 이 다리가 건설되면 시흥과 송도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가 크게 향상되고,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문제는 다리가 지나게 될 갯벌이다. 이 갯벌 역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목소리가 지속되는 이유다.송도국제도시는 갯벌을 매립한 땅에 만들어졌다. 갯벌을 매립할 때도 '개발'과 '환경'이 충돌했다. 그곳의 교통망 확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갯벌이 자리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보호하기로 한 송도갯벌, 약속 깨선 안 돼"람사르습지는 생물·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람사르협약'에 따라 등록된 습지를 의미한다.습지는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의 시작점으로 어패류와 조류, 양서류 등의 서식지가 된다.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습지는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습지를 훼손하지 말고 보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게 람사르협약의 기본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가입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엔 송도 갯벌을 포함해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신안 장도 산지습지 등 20여 곳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다.송도갯벌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서식하는 생태학적 중요 지역으로 손꼽힌다. 인천시는 이 같은 이유로 송도 6·8공구와 11공구 일대 갯벌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송도갯벌은 2014년엔 람사르 협회로부터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송도갯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람사르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컸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송도갯벌은 보호가 필요하다며 인천시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람사르 협회에 등록을 신청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습지 훼손이 불가피한 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건 약속을 스스로 깨버리는 것이고,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이어 "도로 건설 등 개발이 적절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만으로 보호해야 할 곳을 훼손하면서 도로를 짓는 게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경기 시흥, "대안 찾겠다"인천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2구간(인천 남항~남송도IC·11.4㎞) 건설 시 훼손될 습지를 대신할 '대체 습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1·2구간 동시 착공'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에 대해 적극 동의 입장을 나타내면서 1·2구간이 2030년 동시에 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훼손 면적 이상의 보호 습지를 찾아 도로 건설로 인한 환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역 주민, 환경단체, 관계 기관 등과의 소통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에 전 구간 동시 착공을 건의했고, 국토부 또한 긍정적 답변을 보내온 바 있다"며 "2030년 1·2구간이 동시에 개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배곧대교 건설을 추진하는 시흥시도 대체 습지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 대상지 인근의 갯골생태공원 주변, 연구·지원시설 부지 등이 대체 습지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배곧대교 건설 시 습지보호지역에 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각 수를 가급적 줄이고, 조류 비행 동선을 고려한 설계, 습지보호지역 구간 가로등의 낮은 조명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전문가 등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대안을 마련해 배곧대교가 목표대로 2025년 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검은머리갈매기(좌측 하단).송도 갯벌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예정지 일대. 이 일대 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돼 있다. /경인일보DB

2021-03-04 이현준

[이슈&스토리]위기를 기회로 바꾼 중소기업들…'경기도 기술개발사업' 성과

정부정책 한계… 경기도가 전국 첫 지원우수과제 선정후 최대 1억5천만원 제공2008~2019년 621개 제품개발 완료 사례지원금액 1억원당 5.9억 매출로 이어져1372개 특허·6142명 고용 창출 효과도올해도 37곳 지원… '코로나 돌파' 도움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의 고통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발생하는 불안감이 기업 활동을 더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 기업들의 경제 전망을 나타내는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떨어지는 것도 무관치 않은 현상일 터다.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 속 발전을 꿈꾸는 일은 사치로 여겨졌다. 발전이 오히려 위기를 넘기는, 생존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중소기업들로선 선뜻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올해로 시행한지 14년째, 지방정부의 R&D 지원사업의 '시초'격인 경기도 기술개발사업은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미처 실현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토대로 구현됐고, 이는 각 기업이 코로나19 위기를 버티는 새로운 힘이 됐다.# 최대 1억5천만원, 새로운 제품 개발의 원동력으로경기도 기술개발사업은 기업들이 원하는 개발 사업을 제출하면 경쟁을 통해 우수한 과제를 선정, 최대 1억5천만원의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08년 지원이 처음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940개 과제에 1천511억원을 지원했다.전국에서 경기도내에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제품, 서비스 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 역시 가장 높은 편인데 정부의 R&D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도가 지방정부로선 처음으로 도내 기업들에 자체 R&D 지원을 시작한 이유다.지난해 기술개발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대부분 제공받은 비용을 그동안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제품을 개발하는데 썼다.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 시제품을 제작했고,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만큼 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해 판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제품을 개발할 자금 여력마저 부족한 신생 기업에게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기업 활동을 본격화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토대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한 아우라프리시젼 측은 "신생 기업이라 인지도가 낮아 제품 개발에 필요한 투자를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기술개발사업 지원이 없었다면 기획하고 있던 장비 개발에 대한 선제적 투자부터 장비 시연, 사업 연계도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상 기술개발사업으로 새로운 장비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이제 막 제품 상용화를 준비 중인 창업 6년차 기업 키네틱랩도 시제품을 제작하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을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지원받았다. 기술개발사업이 상용화의 1등 공신이 된 셈이다.# 개발된 제품, 매출 올리고 일자리도 창출경기도는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지원을 토대로 제품 개발을 완료한 기업 사례 621개를 모두 분석했다. 각 기업들은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개발한 제품·서비스 등을 토대로 모두 6천521억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지원금 대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도가 1억원을 지원했을 때 이는 평균 5억9천만원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원을 받기 전보다 받은 이후 각 기업의 매출이 평균 12.9%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지원을 토대로 개발한 제품이 신규 매출을 창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원을 토대로 각 기업은 1천372건의 특허를 새롭게 받았고, 6천142명이 각 기업에 새롭게 고용됐다. 국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었는데 도 분석 결과 사업 지원을 토대로 개발한 기술의 수준이 각 기술의 세계 최고 수준 대비 85.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참조해외에 의존하던 기술을 국산화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코베리의 경우 그동안 일본에서 중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모터 관련 기술을 사업 지원을 토대로 독자적으로 개발해냈다. 정부·경기도가 주력하고 있는 '기술 독립'을 이룬 셈이다. 코러스트 역시 해외 기술에만 의존하던 초음파 기술을 처음으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는데,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토대로 해당 기술을 피부 홈케어에 접목해 각 가정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단순한 기업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닌, 국내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도 도의 기술개발사업이 역할을 해온 것이다.올해 역시 37곳의 기술 개발을 지원, 코로나19 사태 속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게끔 돕는다는 계획이다. 최서용 도 과학기술과장은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도 불확실한 미래에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끔 R&D 환경을 조성하고, 이런 점이 경기도 전반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경기도 기술개발사업' 지원 제품들.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주)코러스트 '고밀도 초음파 치료기'.키네틱랩 스마트 밴드 '즐링'.라임솔루션코퍼레이션 '서지보호장치'.

2021-02-25 강기정

[이슈&스토리]미니 인터뷰|류광열 경기도 경제실장,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 류광열 경기도 경제실장… 작년 삼성전자 보유기술 무료제공 이끌어무려 13년 전, 지방정부에서 기업에 대한 자체 R&D 지원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경기도가 기술개발사업으로 신호탄을 쏴 올렸다. 그 중심엔 초대 과학기술과장이기도 했던 류광열 경기도 경제실장이 있었다. 류 실장은 "지방정부의 강점은 결국 현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R&D 지원도 다르지 않다. 각각 움직이는 학교, 연구기관 등 지역 내 자원을 엮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게 핵심인데 대표적인 사업이 기술지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지역 내 자원이 기업에 닿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작업을 확대해 올해는 국내 대기업, 해외 기업들과 도내 중소기업들이 연계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도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술 200여개가 중소기업에 무료로 제공될 수 있도록 이끌어냈고 원천기술에 강점을 가진 러시아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십수년간 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도가 키운 R&D 지원 역량이 원동력이 됐다. 이에 더해 연구자 중심의 R&D 지원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류 실장은 "도의 '공정', '상생' 가치가 R&D 지원사업에서도 발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행정기관·현장 가교연결 최선 다할 것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 원장은 연구자 출신이다.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실제 기업을 어떻게 살리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은 언감생심 꿈꾸기 어려운 부분인데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인 점이 빠른 시대 변화 속 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 속 경과원이 기술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지원정책을 만드는 행정기관과 기업 현장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유 원장은 "중소기업은 경영상 위기가 발생하면 연구개발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연구개발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하는데 있어 경과원과 같은 전문 지원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술개발사업 지원율이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위기 속 기업들의 공공 R&D 지원 수요가 높은데, 지금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지원받을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으로 필요한 기업들에게 적합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21-02-25 강기정

[이슈&스토리]'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선언한 인천시 정책 살펴보기

이달부터 자원 낭비·음식물 쓰레기 등 없는 '3無 운영' 시작수도권매립지 종료와 함께 '환경특별시' 만들기 전직원 온힘배달음식 자영업자 어려움 겪자 애로 수렴… 지원방안 검토내달부터 63개 공공기관 참여… 내년 민간영역으로 확대 목표이달 1일부터 인천시 청사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점심 식사 후 흔히 마시던 테이크아웃 커피를 청사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청사 내에서는 종이컵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인천시가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만들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인천시는 2월1일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라는 문구의 현판을 걸고 '친환경 3무(無)' 청사 운영을 시작했다. 일회용품 사용과 자원 낭비, 음식물 쓰레기 등 세 가지가 없는 청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회용 컵에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는 청사 내 반입이 금지됐고, 청사 1층에 있는 카페에서도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 제공하고 있다. 배달 음식 역시 다회용기를 사용한 경우만 반입이 허용되고, 청사 안에서 진행되는 행사에서도 일회용 컵·접시·비닐봉지 등의 사용이 중단됐다.이뿐만이 아니다. 인천시는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사무실 내 개인 쓰레기통 사용을 자제하도록 함과 동시에 곳곳에 통합 분리수거함을 만들었다. 또 각 화장실 입구에 재활용 분리배출함을 설치해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고 있다.인천시는 음식물 쓰레기 없는 청사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자체 처리 시설도 설치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외부 업체가 가져가 처리하던 '선수거 후처리' 방식에서 '선처리 후수거'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같은 고강도 쓰레기 감량 정책을 추진해 현재 시청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325㎏의 쓰레기를 2025년 225㎏까지 약 30% 감량하겠다는 목표다.직원들의 불만이 적지는 않다.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점심 식사 후 테이크아웃 음료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만 해도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면 외부에서 식사한 대부분 직원의 손에는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랬다가는 건물 입구에 서 있는 직원에게 제지를 당하기 십상이다. 구입할 때부터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받아 오거나 입구에 마련된 음료 보관대에 잠시 둔 뒤 사무실에서 다시 컵을 가져와 담아가야 한다. 인천시 직원 A(29)씨는 "청사에 테이크아웃 음료 반입이 안 된다는 걸 대부분 알기 때문에 이제는 짧은 시간 커피를 후다닥 마신다"며 "아직은 불편한 점이 많지만, 많은 직원이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인천시가 직원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이 강력한 시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 자원순환 정책을 선도하기 위해서다.인천시는 1992년부터 사용한 수도권매립지의 2025년 종료를 외치며 폐기물 감축, 친환경 매립지 조성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는 30년 가까이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쓰레기가 한데 모여 그간 쌓인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선언과 함께 발생지 처리 원칙을 강조하며 '환경특별시' 만들기에 힘을 쏟는 이유다.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운영도 이러한 인천시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회용품 반입 금지로 생긴 뜻밖의 문제인천시가 친환경을 위해 택한 길이지만 의도치 않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회용품 반입 금지에 따라 1천명 이상의 인천시 직원을 중요 고객으로 하던 배달 음식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기존 방식대로 일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으면 청사 내 반입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영업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게 자영업자들의 얘기다.인천시청 주변의 한 김밥 배달 음식점 대표는 "다회용 식기로 배달하면 부피가 커져 배달료가 추가되고, 회수하는 데도 비용이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카페 사장은 "일회용품 반입 금지에 대응하기 위해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별도로 구입해 테이크아웃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인천시는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인천시는 최근 해당 상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해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을 수렴하고 청사에서 배달 용기를 다시 배출할 때 사용할 회수용 봉투를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회용기 전환으로 배달 수수료가 추가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이를 배달료에 반영해 직원들이 부담하도록 하고 다회용 플라스틱 컵 등의 반입은 두 달간 시범 운영한 뒤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 범시민 운동 이어질 수 있을까인천시 청사에서 실시하는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는 내달부터 인천 지역 10개 군·구와 인천시교육청, 인천시의회,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의 공공기관 청사로 확대된다. 인천시를 포함해 총 63개 인천 지역 공공기관이 친환경 청사 만들기에 참여하게 된다.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해 '환경특별시 인천'을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겠다는 뜻이다. 인천시는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환경단체와 연계해 주기적으로 청사내 실시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인천시는 내년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점차 민간 영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공공기관부터 시작하는 친환경 정책이 과연 인천 지역 전체로 퍼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뿐인 지구로부터 받기만 했지만, 이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라며 "인천시청에서 시작한 친환경 자원순환 운동이 학교로, 가정으로, 전국으로, 전 세계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박남춘 인천시장은 "수도권 쓰레기로부터의 독립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해 '전국 최초의 일회용품 없는 청사'를 만들고자 한다"며 "인천시가 시작하는 발걸음이 다른 공공청사, 나아가 민간 부문에도 '동행의 발걸음'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인천시 직원들이 청사 내에서 사용할 다회용 컵을 점검하고 있다.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인천시 청사 내 카페에서 직원이 고객 개인 컵에 음료를 담고 있다. 2021.2.1 /인천시 제공인천시는 음식물 쓰레기 없는 청사를 위해 음식물 폐기물 자체 처리 시설을 설치했다. /인천시 제공

2021-02-18 공승배

[이슈&스토리]올 한해 인천 찾는 세계적 거장들

'작년 공연 취소'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귀환'엘시스테마 핫 지휘자' 두다멜과 말러 체임버의 케미'짜르' 발레리 게르기예프, 러시아의 사운드 첫 선사2018년 바흐 이어 다시 방문하는 힐러리 한의 선율'클라리넷 여제' 마이어와 함께 모차르트 걸작도 창단 70주년 伊 실내악단 이 무지치와 조수미 앙상블국내 최고수준의 콘서트홀을 갖춘 아트센터 인천(ACI)이 2018년 11월 개관했다. 영국 출신의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이탈리아의 명문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피아노 협연·조성진)의 내한 공연으로 개관을 알린 ACI는 2019년 본격적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그해에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을 시작으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ACI에서 공연했다. 수차례 내한했던 두 연주자 모두 인천에선 첫 공연이었다. '21세기 바이올린 여제' 율리아 피셔도 미하엘 잔데를링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처음으로 인천에서 공연했다.또한 야니크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 해리 비케트가 이끄는 잉글리시 콘서트 등 원전(原典) 연주단체까지 2019년 한 해 동안 '클래식 성찬'을 선보였다.이후 클래식 애호가들은 새해가 되면 올해는 어떤 클래식의 거장들이 인천을 찾을지 기대감을 품게 됐다. 그러나 2020년 공연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열리지 못했다. 올해 클래식 애호가들은 지난해 만나지 못한 거장들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인천을 찾는 클래식의 거장들은 누가 있을까? 대표적 인물과 단체를 꼽아봤다.#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 &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FBO)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5월29일 ACI 무대에 선다. 원래 이들의 공연은 ACI의 2020 시즌 개막 공연으로 기획됐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었다. 지난해 FBO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ACI에서 베주이덴호우트의 포르테피아노 협연(지휘 겸함)으로 베토벤의 협주곡 1·2·3번을 연주할 계획이었다. 무산된 지난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베주이덴호우트와 FBO는 올해 ACI의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의 첫 무대를 장식한다. 이들은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부터 모차르트까지 빈 고전파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현재 포르테피아노의 세계 일인자로 꼽히는 베주이덴호우트는 모차르트 소나타 전집 녹음으로 뜨거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FBO와 연주할 예정이다. 이 시대 최고의 모차르트 연주자의 진면모를 확인할 기회다.#구스타보 두다멜 &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핫한' 지휘자 중 한 명인 구스타보 두다멜은 2년 전 창단 100주년을 맞은 LA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해 말러 교향곡 1번 등을 연주했다. 올해 두다멜은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아닌 말러 체임버와 7월18일 인천의 음악 애호가들을 찾는다. 과거 '엘시스테마'로 선풍적 화제를 모았던 젊은 지휘자에서 이제 세계적 거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두다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1997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창단한 말러 체임버는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단체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해석으로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번 연주회는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세밀한 앙상블과 두다멜의 강렬함이 결합된 연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발레리 게르기예프 &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러시아의 짜르'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10월31일 인천을 찾는다. 1783년 창단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러시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악단이다. 1970년대 게르기예프는 보조 지휘자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서 수석 지휘자, 예술 총감독을 거치며 게르기예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세계 정상급 단체로 키웠다. 이미 여러 차례 국내 음악 애호가들과 만난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인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러시아 사운드의 진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힐러리 한2018년 12월 ACI에서 바흐를 연주했던 힐러리 한이 올해 두 번째로 인천의 음악 애호가들을 찾는다. 정확한 공연 일자는 미정이다. 그래미 어워드를 3회 수상하며 '21세기형 비르투오조'로 불리는 힐러리 한은 다채로운 음색과 폭넓은 레퍼토리로 우리 시대 바이올리니스트 중 돋보이는 활동을 펴고 있다. 또한, 그는 현대 작곡가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음악을 찾아서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SNS를 통해 청중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도 이전 대가들과 다른 모습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날 기회다.#자비네 마이어 & 아르미다 콰르텟'클라리넷의 여제' 자비네 마이어는 1982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했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사상 첫 여성 단원으로 임명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듬해 베를린 필하모닉을 나와서 솔리스트로 전향했다. 이후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 활동을 펴고 있다. 마이어는 '신성' 아르미다 콰르텟과 함께 9월16일 ACI 무대에 오른다. 아르미다 콰르텟은 2012년 제61회 ARD 국제음악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에서 1위와 청중상을 차지하면서 파벨하스 콰르텟과 더불어 21세기에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현악사중주단이다. 이들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 중 하나다. 마이어와 아르미다 콰르텟은 인천에서 모차르트의 걸작 '클라리넷 5중주'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조수미 & 이 무지치1970년대 전설적인 비발디의 '사계' 음반(필립스)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올해로 창단 70주년을 맞았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세계무대 데뷔 35주년을 맞았다. 세계적 디바와 정상급 실내악단은 과거를 기반으로 올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조수미는 이미 바흐와 헨델 등 바로크 음악에서도 뛰어난 공연을 선보였으며, 바로크 레퍼토리로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음반을 냈다. 올해 조수미와 이 무지치는 함께 바로크 음악을 담은 새로운 음반을 낼 계획인데, 오는 12월12일 열릴 인천 무대는 그 성과를 직접 확인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이 밖에도 3월6일 슈만의 작품들로 ACI를 찾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시작으로,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9월 PKF 프라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인천의 음악 애호가들과 만난다.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의 결선 무대에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는 오케스트라로도 유명한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0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공연한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클립아트코리아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 /Marco Borggreve 제공구스타보 두다멜. /VernEvans 제공힐러리 한. /힐러리 한(C) Michael Patrick OLeary 제공자비네 마이어. /Christian Ruvolo 제공조수미. /Kim Yeong Jun 제공

2021-02-04 김영준

[이슈&스토리]AI 예방적 살처분 논란…언제까지 계속될까

추가 전염 막기 위한 인근 지역 선제 조치2016~2017 경험탓 반경 3㎞로… 세계 유일밀집사육 대안 '친환경 농장'도 예외 없어윤종웅 가금수의학회장 "18C 논리" 비판공기전파 특성으로 생긴 '방역관습' 주장사육기간 따른 '백신 사용' 해법으로 제시예방접종이 살처분보다 85% 경제적 이점"과도한 방역에 익숙해져… 이건 바꿔야"올 겨울 들어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한 가금류는 2천만마리에 육박한다. 3천800만마리를 살처분해 역대 최악의 피해로 기록된 지난 2016~2017년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죽여서 처리한다'는 의미를 가진 살처분(stamping out)은 감염된 동물로 인한 전파를 막기 위한 효율적 수단이다. 이 살처분 앞에 '예방적'이란 수사가 붙는다. 감염은 되지 않았지만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병 발생 농가 반경 3㎞ 이내에 소재한 모든 농가의 가축을 죽여서 처리하는 것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살처분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가금류를 기르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살처분을 방역 수단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범위는 차이가 있다. 한국·네덜란드·덴마크·독일·영국·이탈리아·프랑스·미국·일본 모두 감염 발생 농장은 살처분을 하지만, 역학 관계에 있는 농가까지 살처분하는 국가는 한국·네덜란드·이탈리아·미국·일본이고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국가는 한국과 네덜란드, 반경 3㎞까지 살처분을 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계기는 있었다. 대규모 AI가 발발한 2016~2017년 창궐하는 감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험으로 지난 2018년 AI SOP(긴급행동지침)를 강화해 살처분 반경을 3㎞까지 넓힌 것이다.왜 한국은 매년 AI가 창궐할까? 원인은 '밀집 사육'이다. 좁은 국토에서 많은 수의 가금류를 사육하려다 보니 밀집 사육은 필수가 됐고, 한 마리만 감염돼도 최대 수십만~수백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밀집 사육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닭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을 A4 용지(0.062㎡) 한 장도 되지 않는 0.05㎡에서 0.075㎡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A4 용지를 조금 웃도는 면적 위에서 닭이 사육되고 있다.# '친환경'도 예외일 수 없다는 국가살처분이 다시 화두로 떠오른 건, 밀집 사육의 대안으로 제시된 '친환경 농장'이 살처분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반복된 AI에 대해 학계와 언론 등은 밀집 사육 대신 방목식으로 천천히 가축을 기르는 친환경 농장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지난 1984년부터 닭을 사육해 온 화성시 향남읍 산안마을(1월27일자 2면 보도)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 차례도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다. 주민 25명이 친환경 농법으로 풀과 현미를 먹여 3만7천여 마리를 사육한다. 1㎡당 4마리 이하라는 자체 기준으로 면적을 정해 공장식 밀집 사육을 배척했다.이 농장도 예방적 살처분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인근 농가의 AI 발생으로 대상이 됐지만 살처분을 거부하며 방역 당국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밀집 사육이란 근본 문제를 해결한 농가조차 방역 필요에 의해 살처분 대상이 되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일방적인 살처분 정책을 재고하란 목소리가 나온다.# 멈춰야 할 비극한국가금수의학회 윤종웅 회장도 살처분 반대에 목소리를 더하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 펴낸 책 '이기적인 방역 살처분·백신딜레마'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윤 회장은 한국식 동물 방역의 문제와 살처분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백신'을 대안으로 제시하는데, 그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윤 회장 주장의 가장 주된 부분은 3㎞란 반경의 '허구'다. 한국은 3㎞ 반경내 농장을 공동 운명체로 묶지만, 오히려 거리가 가깝다는 것을 제외하곤 역학적으로 무관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사료와 약품 거래처가 겹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를 공유할 일이 없다는 주장이다.그는 "마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옆집이 가깝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서로 왕래가 없다면 다른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서로 알 수 없는 관계인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3㎞ 방역대는 공기로 전파될 수 있다는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생겨난 '방역 관습'에 불과하며 하루에도 철원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는 반드시 역학적으로 주변 농장만 위험하다고 치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윤 회장은 3㎞ 반경내 예방적 살처분을 "18세기 논리"라고 일축했다.이뿐 아니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역 방식들, 이를테면 소독약을 대량으로 살포하도록 제작된 차량으로 야외를 소독한다거나 드론으로 소독약을 공중에서 살포하거나 생석회를 차량 바퀴에 뿌리는 방식 모두 "과도한 방역이 모자란 방역보다 낫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주장한다.그는 "결국 감염될 농장을 모두 없애서 공무원들 편하자는 주장에 도달한 듯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농장과 생산자들은 왜 생존권 주장을 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한다.# AI도 '백신'이 핵심윤 회장은 친환경 농장을 추종하는 부류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공장식 축산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고 동물복지는 궁극의 해결책이라는 논리를 제시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에선 기생충·골절 등 더 많은 질병과 부작용으로 동물 복지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과 무용론이 지속되고 있다. 동물복지 사육 환경과 좋은 사료라도 전염성 질병의 위험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그가 말하는 대안은 '백신'이다. 균을 완전히 죽여 변화되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 형태의 사독오일백신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마리당 50원 수준의 백신을 제조하고 유지 보수하는데 25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긴급방역비용으로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2007년부터 저병원성 인플루엔자 생산시설이 갖춰져 있어 제조 기술도 충분한데다, 현재 백신을 위한 항원 뱅크 수립 단계까지 이르른 만큼 결심만 선다면 백신도 가능하다.윤 회장은 "살처분과 백신은 한 가지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사용해야 큰 효과가 난다. 바이러스를 빠르게 제거하는 살처분의 장점과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는 백신의 장점을 함께 살려 사용해야 한다. 오래 키우는 산란계와 종계에 백신을 접종하고 사육기간이 짧은 육용계는 백신 대신 살처분을 택하는 게 좋다. 육용오리도 겨울철 '휴지기'로 사육을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또 "축산경제연구원 2020년 조사를 보면, 최대 가금 산업단지인 포천·음성 지역에 예방적 백신을 하는 것이 보상비가 비싼 살처분보다 85% 경제적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백신 정책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건, 살처분과 같은 과도한 방역에 익숙해져 있어서다. 또 행정기관의 구조상 백신이라는 실험적 모험을 감당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어서 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취재 과정에서 윤 회장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건 꼭 바꿔야 될 역사에요."/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결과 H5형 항원이 검출된 남양주시와 화성시 산란계농장에서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결과 H5형 항원이 검출된 남양주시와 화성시 산란계농장에서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결과 H5형 항원이 검출된 남양주시와 화성시 산란계농장에서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2021-01-28 신지영

[이슈&스토리]돌아온 연말정산 시즌, 올해는 무엇이 달라졌나

급여소득자 원천과세 소득세 '정산'부양가족·교육비·기부금 등 개인이 국가에 알려야국세청, 홈페이지 통해 신고편의 제공PDF 등 자료 받아 회사에 제출하면 기본은 챙겨올해부터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카카오·3대 통신사 등 이용해 간소화 서비스 접속 가능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왔다. '13월의 월급'을 받는 기회가 될지, 아니면 폭탄으로 되돌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정부가 개개인의 상황을 일일이 다 알지 못하는 만큼, 얼마만큼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느냐에 연말정산의 성패가 갈린다. 특히 올해는 달라진 점도 많다. 기존 공인인증서뿐 아니라 인증수단도 다양화됐고, 간소화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자료도 확대됐다. 연말정산의 개념부터 올해 달라지는 점까지 연말정산에 대해 참고하면 좋을 사항들을 짚어본다.■ 연말정산이 뭐지?'연말정산'의 의미는 "급여 소득에서 원천 과세한 일 년 동안의 소득세에 대해 다음 연도 초에 넘거나 모자라는 액수를 정산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즉 매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미리 세금을 내고 이듬해 2월 정해진 기준에 따라 넘치거나 모자라는 세금을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더 냈으면 돌려받는 것이고, 덜 냈으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소득세법 시행령에 정해진 간이세액표를 보면 내가 얼마만큼의 세금을 미리 냈는지 대략적인 액수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미리 낸 세금에서 돌려받는 것이어서 아무리 많은 증빙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결코 내가 낸 세금을 넘어설 수는 없다.연말정산은 '급여 소득'을 받는 즉 직장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고용관계나 이와 비슷한 형태의 계약을 맺고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로 지급 받는 월급이나 상여, 수당 등에 매기는 세금을 정산하는 과정이 연말정산이다. 나라는 각 개인이 공제 항목을 알려주지 않으면 '공제' 대상 항목이나 여부를 알기 어려운 구조다. 부양가족이나, 부양가족의 근로 여부, 근로소득의 사용처 등이 달라 내야 할 세금도 다르다. 우리가 연말정산을 성실히 해야 하는 이유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연말정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제'란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제의 사전상 정의를 보면 받을 몫에서 일정한 금액이나 수량을 빼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제출하는 연말정산은 바로 공제를 받기 위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작업이다. 공제에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있다. 소득공제는 세금을 매기는 소득 자체를 줄이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세금으로 부과된 금액에서 감면을 받는 것이다.소득공제 항목에는 본인과 배우자, 부양가족 여부를 따지는 인적공제(기본공제)와 장애인, 부녀자, 한 부모 가정 여부를 살펴 줄여주는 추가공제 등이 있다. 연금보험료, 건강·고용·장기요양보험료, 주택자금, 개인연금저축, 주택마련저축, 신용카드 등도 소득공제 항목이다. 세액공제 항목으로는 연금저축,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이 있다. 종합소득이 있는 거주자의 기본공제대상 자녀 중 7세 이상에 대해서는 대상 자녀의 인원에 따라 세금이 감면되는 자녀세액공제도 있다.■ 모든 자료 한번에…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국세청은 직장인들의 연말 정산 신고 편의를 위해 소득·세액 공제 증명 자료를 수집해 제공하는 간소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다. 공제대상 항목과 필요한 증빙 자료 등을 우리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챙겨주는 시스템이다. 미리 낸 세금이 많지 않거나, 연말정산을 꼼꼼히 챙길 시간이 없다면 이 간소화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자료만 제출해도 '기본은 한다'는 것이다.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하거나 포털에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접속할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운영을 개시했는데,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용집중 시기(1월15~25일)에는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30분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해 시간이 지나면 접속이 종료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대부분 직장(회사)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공제증명 자료를 활용해 직장에 제출하는 서비스를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를 이용한다. 회사에 따라 조금은 다르지만 간소화 서비스에서 작성된 자료를 출력해 회사에 제출하는 방법과 간소화 자료를 PDF로 내려받아 파일을 제출하는 유형이 있다. 직장인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접속해 각종 공제 증빙 자료를 출력하거나 PDF로 내려받아 회사에 넘겨주는 것으로 끝난다.■ 달라지는 점올해 시행되는 연말정산은 어떤 것들이 달라질까. 성공적인 연말정산을 위해서는 간소화 서비스에 어떻게 접속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접속하려면 인증서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며 본인 인증 수단이 많아졌다. 기존에 사용하는 공인인증서와 금융인증서, 행정전자서명, 휴대전화 등도 모두 가능하다. 안전성을 입증받은 카카오, 통신사 3사, 한국정보인증, KB국민은행, NHN페이코의 인증서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다.공제 항목이나 비율이 바뀐 것들도 있다. 기존 공제율은 신용카드 15%, 현금영수증·체크카드, 도서·공연·박물관·미술관 사용액 30%, 전통시장·대중교통 40% 등이다. 올해 연말정산은 공제율과 한도가 늘었다. 지난해 3월 쓴 사용액에 대한 공제율은 두 배로 높아졌고, 특히 4~7월 사용액은 결제수단과 무관하게 전부 8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소득공제 한도도 30만원으로 올렸다.세액공제 항목인 연금저축 계좌 공제 한도도 상향됐다. 50세 이상 연금저축 계좌 공제 한도가 기존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높아졌다.간소화 서비스 자료 제공 항목도 늘었다. 연 5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구매 비용과 급여 7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3억원 이하 주택에 살며 낸 월세의 10~12%를 세액공제 되는 월세와 실손의료보험금 등도 간소화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연말정산 소득·세액공제에 필요한 증명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개통된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세무서에서 직원들이 연말정산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2021.1.15 /연합뉴스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2021-01-21 김성호

[이슈&스토리]'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이 던진 과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정인이 살릴 기회' 최소 세번이나 놓쳐학대 의심 정황 없다며 사건종결 비난 여론… 경찰청장 사과5년전 평택 '원영이'도 목숨 잃어… 계모 친부 징역 27·17년형2014~2019년 아동학대 사망 160건… 학대 신고는 경기도 최다제정민법 이후 64년만에 '체벌 금지'… 관련법안 쏟아졌지만 전문가 "현장 조사원의 '구조조치 권한 행사 근거' 절실하다"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16개월 여아 학대 사망 사건의 첫 공판이 열렸다.이 사건은 피해자의 입양 후 개명 전 이름인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13일 정인이는 입양모의 학대와 입양부의 학대 방조 속에 492일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입양된 지 10달 만이었다.1차 공판에서 검찰은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양모 장씨 측 변호인은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공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앞은 붉은 글씨로 '사형'이라고 적은 피켓을 든 시위 참가자들의 분노에 찬 외침으로 가득했다.앞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부실 대응이 질타를 받았다. 정인이를 살릴 기회는 최소 3번은 있었다.경찰은 3차례 학대 신고를 모두 학대 의심 정황이 없다며 종결했다.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4일 게시된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는 청원글의 참여인원은 이틀 만에 정부·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고 14일 현재 30만7천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사과를 했다.# 정인이 사건 5년 전 평택 원영이 사건경기남부 지역에서도 과거 공분을 산 아동학대 살인 사건이 있었다. '평택 원영이 사건'이다.원영이(사망 당시 6세)의 친부 신모씨는 2013년 8월 원영이와 누나에게 새엄마 김모씨를 데려왔다. 계모는 남매를 보면 그들의 친엄마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학대를 하기 시작했다.판결문을 보면 집안 발코니에 감금하고 요강에 볼일을 보게 하면서 훈육을 빙자해 과도한 체벌을 하는 등 비인격적으로 학대했다.화장실에 원영이를 가둔 것은 2015년 11월이었다.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수개월간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겨울, 좁은 화장실에 가두고 식사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며 락스 원액 2ℓ를 끼얹어 전신 화상을 입게 했다.결국 원영이는 2016년 2월1일 이 화장실 안에서 머리 부위 손상, 쇄골 골절,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다 세상을 떠났다. 부부는 시신을 열흘 넘게 발코니에 방치하다 친부 아버지의 묘지 인근에 몰래 매장했다.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계모 김씨와 친부 신씨의 살인, 사체은닉,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상습특수상해) 등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20년, 징역 15년을 선고했다.쌍방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은 1심에서 무죄 판단한 정서적 학대 행위로 인한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형량을 징역 27년, 징역 17년으로 높였다. 사건은 지난 2017년 4월 상고를 기각하면서 확정됐다.# 5년간 160건의 아동학대 사망. 삭제된 민법상 징계권보건복지부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집계한 아동학대 사망사고 발생 건수는 총 160건이다.최신 통계인 지난 2019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총 42건이었다. 8.7일에 1건 꼴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원영이, 정인이 사건이 종종 발생했던 것이다.전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2019년 한해에만 4만1천389건으로 전년보다 13.7% 늘었다. 광역지자체별 신고접수는 경기도가 9천997건(26%)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3천353건(8.7%), 인천 3천33건(7.9%)으로 그 뒤를 이었다.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피해 아동의 가족 유형은 친부모 가족이 1만7천324건(57.7%)으로 절반을 넘겼다. 친부모가족 외 형태(부자·모자·미혼 부모·재혼 등)는 1만146건(33.8%), 가정위탁, 입양가정, 시설보호 등 대리양육형태는 372건(1.2%)으로 미비했다.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열고 정인이 사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민법상 자녀 징계권 조항도 삭제했다. 1958년 제정민법 이후 64년 만에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이 금지됐다.현행 민법 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 쏟아진 아동학대 관련 법안정인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49개 중 24개가 지난해 10월 이전 발의된 법안이었고, 나머지 25개는 정인이 사건 이후에 나왔다. 특히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아동학대처벌법 19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국회가 마련한 정인이법에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있는 한 즉시 조사 또는 수사에 착수한다는 내용과 현장조사를 위한 출입 장소 확대,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 등의 분리조사, 수사기관과 지자체 간 현장조사 결과 상호 통지 등이 담겼다.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가 가능한 기간에서 공휴일과 토요일을 제외해 48시간 범위에서 응급조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응급조치 기간의 상한은 72시간이다.아동학대 관련 교육 대상에 현행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 외에 사법경찰관리에 대해서도 아동학대사건의 조사에 필요한 전문지식, 법에서 정한 절차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아울러 아동학대 범죄와 관련한 업무 수행을 방해한 사람의 벌금형을 기존 1천500만원에서 5천만원 이하로 높였다. 과태료도 현행법상 500만원 이하에서 1천만원 이하로 상향했다.전 국민 신고 의무화와 아동학대 범죄 징역형 상향 등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시 부모로부터 즉시 분리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 남겨진 과제정인이 사건에 대해서도 공분이 일면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하지만 형량을 높이면 증거 확보 등 실무상 입증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공소제기가 위축될 수 있고, 유죄 판결을 받기도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전문가 집단에서 나왔다.담당 공무원들이 학대 가해자들로부터 무분별한 소송을 당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개선하고 보호해야 하는 지점이다. 경찰에서는 시·도경찰청 단위에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아동학대범죄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대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현장 조사원들의 권한을 보다 강화한다는 법령의 근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조사원이 갔을 때 부모가 강력하게 거부할 경우 아동을 구조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했다"며 "부모가 반대해도 그 반대를 물리치고 학대 아동을 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지난 13일 생후 16개월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 취재진과 시민들이 모여있다. 2021.1.13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사진이 놓여있다. 2021.1.13 /연합뉴스

2021-01-14 손성배

[이슈&스토리]제로 웨이스트·로컬 푸드…'착한 소비'를 찾는 사람들

# 제로 웨이스트 숍 '입소문'천연비누·식물수세미·실리콘 빨대·커피찌꺼기 재활용 화분…빈 용기 '할인 찬스'… "내 집앞 매장 있어야 더 많은 사람 참여"# '우리 농산물' 로컬푸드 직매장'코로나 타격' 오프라인 소비 급감 불구 안전 먹거리 대안으로"생산자 이름 있어 더 신뢰"… 검단농협 푸드마일리지 10㎞내# 동네물품 매매 당근 마켓GPS 통해 거주지 인증후 상품 등록·실시간채팅으로 거래 성사"가성비 좋은 중고품 많아 애용" 탄소 배출량 저감하는 효과도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소비 생활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멀리 있는 대형 마트에 가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고, 식당을 찾는 대신 집에서 스마트폰 또는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택배 등 배달 수요 증가로 일회용품과 포장재 배출량이 급격히 늘었고, 푸드 마일리지(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착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동네 주민과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당근마켓'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인천 남동구 구월아시아드선수촌 단지에 있는 '소중한 모든 것'은 인천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일상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쓰레기(waste)를 줄여서 영(zero)으로 만들자는 친환경 운동이다. 소중한 모든 것은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다.소중한 모든 것은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입소문을 타고 구월아시아드선수촌의 명소가 됐다. 소중한 모든 것 소정(34) 대표는 "인천에도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가게 문을 열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우리 가게가 많이 알려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소중한 모든 것에선 식물성 기름과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들어 거품이 생분해되는 천연비누, 식물 '수세미'를 그대로 활용한 천연 수세미, 여러 차례 쓸 수 있는 실리콘 빨대, 커피 찌꺼기를 리사이클링한 화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중한 모든 것은 대용량 통에 천연 세제를 구비하고 있어, 빈 용기만 가져오면 저렴한 가격에 담아갈 수 있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집에 있는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소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한 이후 쓰레기 발생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재활용품을 정리할 때는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현재 인천에는 소중한 모든 것을 포함해 2개의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다. 서울에 10여개가 넘는 제로 웨이스트 숍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우리 집 앞에 매장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제로 웨이스트를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인천시는 제로 웨이스트 숍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우리 지역 농산물 파는 로컬푸드 직매장"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품의 이동 거리가 짧고, 더 안전하며 공정한 로컬푸드 시스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크게 줄고 있는 가운데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지역에서 생산·가공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코로나19로 집 근처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된 셈이다.2019년 8월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도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16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정식 운영 기간이 짧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설명이다.로컬푸드는 장거리 수송과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아 소비자들이 신선한 먹거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다 건너 수천㎞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수입 농산물은 별도의 화학 처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팔리는 제품은 가까운 곳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먹을 수 있다. 지난 5일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저렴하게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어 자주 찾고 있다"며 "생산자의 이름을 적어 놓고 팔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관계자는 "인천·김포 지역 283개 농가에서 생산한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만큼 푸드 마일리지가 10㎞를 넘지 않는다"며 "유통 단계(농가→로컬푸드 매장→소비자)가 복잡하지 않아 생산 1~2일 만에 소비자가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우리 동네 중고 물품 사고파는 '당근마켓'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사는 A(33)씨는 당근마켓을 통해 아이 육아용품을 거래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못 쓰게 됐을 뿐 새것이나 다름없는 육아용품을 당근마켓에 판매하고, 필요한 물건도 이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값싸게 구매하고 있다. A씨는 "예전에는 그냥 버렸을 물건도 중고 거래로 판매하니 전부 돈이 되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한 번 사용하고 보니 가성비 좋은 중고품이 많아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나, 당근마켓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새것 대신 값싼 중고물품을 찾거나, 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서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당근마켓 이용자 수는 1천300만여명으로, 같은 해 1월 480만여명보다 2.7배나 늘었다. 당근마켓은 동네 주민들과 중고 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중고 거래 서비스다. GPS를 통해 거주 지역 인증을 한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상품을 등록하면 실시간 채팅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최근에는 중고품 거래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무료로 나누는 사례도 늘고 있다.안 쓰는 물건을 나눠쓰고 재사용하다 보니 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당근마켓은 1천만명의 고객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 약 19만1천여t(서울 남산 숲 식수 효과의 1천400배)에 달하는 온실가스 감소 효과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에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이용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당근마켓은 앞으로도 지역 기반의 다양한 '연결'을 수행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인천시 남동구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자리잡은 인천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 '소중한 모든 것' 상점에서 소정 대표가 기름과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들어 거품이 생분해되는 천연비누를 소개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코로나19로 지역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검단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시민들이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2021-01-07 김주엽

[이슈&스토리]알아두면 좋은 경기·인천 새해 새 정책

■경기도 5개 분야 52개 사업배달특급 27곳으로 확대… 로컬푸드 온라인·직배송 등 지원軍복무 상해보험 지급액 상향·민주화운동 유족 생활 보조금교통공사 신설… 버스·철도 등 '대중교통 컨트롤 타워' 역할■인천시 7개 분야 85개 사업홀몸노인 등 IoT 기반 고독사 관리… 푸드마켓 물품 배달도방문 육아플래너 시행·시간제 보육기관도 52곳으로 늘어나'30년이상 운영' 이어가게·상생협력상가 환경개선비용 혜택코로나19 사태는 2021년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새해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될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고 열악한 상황에 놓인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지원을 강화한다. 경기도는 5개 분야 52개 사업(전국 공통 시행 사업 제외)을, 인천시는 7개 분야 85개 사업을 새해 달라지는 정책으로 제시했다. 알아두면 좋은 경기·인천의 새로운 정책들을 소개한다.# 군 복무 경기 청년 상해 보험 수술 1건당 지급액 5만원→20만원경기도가 2018년 11월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 중인 군 복무 경기 청년 상해 보험 지원 사업 혜택이 확대된다. 군 복무 중 발생한 상해, 질병으로 수술할 경우 보험금 지급액이 1건당 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된다. 군 복무 중 폭발, 화재, 붕괴로 인한 상해 사망, 후유 장해 발생시엔 2천만원까지 추가로 보장한다.# 저소득 민주화운동 유족에 생활 보조금 10만원, 무연고자에 대한 공영장례 지원경기도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중위소득 100% 이하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유가족에 가구당 월 10만원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한다. 관련자가 사망하면 장제비 100만원도 지원한다. 또 무연고자가 사망할 경우 도비로 장례 서비스를 지원한다.# 경기도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유아 책 꾸러미 정기배송 시작도내 만 11~18세 여성청소년에게 1인당 13만8천원의 보건위생물품 구입비를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참여하는 시·군은 안산, 김포, 광주, 군포, 이천, 하남, 안성, 여주, 양평, 구리,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14곳이다. 포천, 양평, 여주, 동두천, 연천, 가평 등 동·북부 6개 시·군에선 만 3세 유아가 있는 가정에 전문가가 추천하는 도서 5권씩을 매달 정기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배달특급' 서비스 확대 운영·플랫폼 배달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의 서비스 지역이 27개로 확대된다. 1분기에는 수원·김포·이천·포천·양평 등 5곳, 2분기에는 안양·평택·연천 등 9곳, 3분기에는 용인·고양·광명 등 7곳, 4분기에는 시흥·동두천·가평 3곳에서 배달특급을 이용할 수 있다. 동시에 플랫폼 배달노동자 2천명을 대상으로 산재보험료 부담금의 90%를 지원한다. # 로컬푸드 직배송 지원코로나19 사태로 식품 온라인몰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식품을 비대면으로 구매하는 수요도 늘어나는 점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지역 로컬푸드를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 지원, 직배송 비용을 지원한다. 근거리 직배송은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을 배송인력으로 활용한다.# 경기교통공사 신설·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명칭 변경경기도 대중교통 체계를 통합, 관리하는 교통 전담 기관 '경기교통공사'가 양주시 옥정동에 문을 연다. 경기도 공공버스 운영·관리, 철도망 구축·운영, 대중교통환승시설 및 신교통수단 운영 등 경기도 대중교통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은 '경기도농수산진흥원'으로 명칭을 변경, 농업은 물론 수산부문까지 포괄하는 기관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경기도 콘텐츠 공정 거래 상담센터 운영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하거나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를 상담하기 위한 센터가 성남 판교·의정부 경기문화창조허브에 각각 문을 연다. 상담은 물론 법률 의견서, 계약서 컨설팅, 소송 관련 법률 자문 등도 지원한다.# 시민안전보험금 보장금 1천만원→1천500만원 상향인천시가 2019년 광역단체 최초로 시행한 시민안전보전금의 최대 보장금이 1천만원에서 1천500만원으로 상향된다.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폭발·화재·강도·스쿨존 교통사고 등으로 상해를 입었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반지하 거주세대 환풍기 설치 지원실내 공기질이 좋지 않은 반지하 가구에 환풍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내 공기 오염을 예방해 주거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개선하고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한다.# 취약계층 고독사 관리시스템 구축·푸드마켓 물품배달 서비스 시작·공영장례 지원홀몸 노인, 중증장애인 등 1천가구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고독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전기 사용을 감지해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감염병 우려로 푸드마켓을 방문하기 어려운 대상자에겐 필요한 물품을 집으로 배달해준다. 또 가족이 없거나 장례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무연고자·저소득층에 장례 공간을 지원한다.# 인천 재직 청년 드림 포인트·면접용 정장 대여비 만 39세까지 확대 지원인천 소재 중소·제조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최대 120만원)와 면접용 정장 대여비(최대 15만원)를 만 39세까지 확대해 지원한다. 기존에는 만 34세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 찾아가는 아이사랑 플래너 운영·시간제 보육서비스 제공 기관 29→52곳만 5세 이하 영유아가 정서·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전문 육아 플래너가 해당 가정에 방문,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아이사랑 플래너'를 3월에 시작한다. 또 6~36개월 아이를 양육하다가 필요할 때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29곳에서 52곳으로 늘어난다. 이용시간만큼 보육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어가게·상생협력상가 지원인천에서 30년 이상 운영한 가게를 '이어가게'로 선정해 지원을 시작한다. 1년에 10곳씩을 선정해 인증현판과 환경개선비용 등을 지원한다. 또 10년 이상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기로 임차인과 상생 협약을 체결한 임대인에 보수공사비를 2천만원까지 지원한다.# 인천국민안전체험관·AI트리플파크 조성시민들이 다양한 재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안전체험관을 연다. 송도에는 초기창업, 성장기업, 유망기업이 한데 모이는 AI트리플파크를 만들어 지역특화산업과 AI가 상생하는 'AI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 /김민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2020-12-31 김민재·강기정

[이슈&스토리]돌아온 '수원 더비'로 보는 축구 라이벌전의 역사

잉글랜드 '더비셔주'에서 명칭 유래같은 지역 연고팀간 경기 의미 확장프리메라리가 '엘 클라시코' 대표적카탈루냐·카스티야 역사적 대립 뿌리손흥민의 토트넘 '북런던 더비' 유명'숙적' 한국·일본 월드컵 공동개최도수원FC·수원삼성, 내년 5년만에 대결과거 시즌엔 리그 최하위·7위 아쉬움삼성, 옛 안양LG와 '전자더비' 인기모든 스포츠는 라이벌이 존재한다. ▲선수에 대한 라이벌 ▲팀과의 라이벌 ▲국가간 라이벌 등 스포츠 세계에선 더 부각된다. 축구에선 라이벌보다 더비(Derby) 또는 더비 경기(Derby Match)라 불린다. 이는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국내·외 프로축구도 지역 문화 등 각기 다른 특색을 더해 더비 경기가 유명하다. 이런 더비는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흥미로 또 하나의 흥행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도 지역 더비가 만들어지면서 팬들의 이목을 받아왔다. 특히 내년에는 K리그1(1부 리그)에서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팀간의 더비가 펼쳐지는데, 5년만에 성사된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연고지인 '수원 더비'다.# 더비의 어원과 축구의 역사더비는 잉글랜드 더비셔주 도시인 더비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있다. 더비는 원래 같은 지역 연고팀간의 경기에서만 사용했는데 로컬 더비(Local Derby)가 본래의 의미였다. 이후 '치열한 라이벌전'을 뜻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장했다. 축구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더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야구처럼 시리즈(Series)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종목도 있다.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 사이 경기도 더비라고 부르는데 특히 한국과 일본의 '축구 한일전'인 내셔널 더비(National Derby)는 유명하다.각국의 프로축구도 지역 더비로 팬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역 더비 하면 스페인 프로축구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꼽을 수 있다. 전통의 승부라는 뜻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라고 불리는 이 경기는 승부만큼 팬들의 치열한 응원전도 볼만하다.이들 팀의 역사는 흥미롭다.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 왕국은 막강한 힘을 가졌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는 무역을 통해 번성한 왕국이었는데, 어느 날 카스티야가 마드리드 쪽에 스페인 왕국을 세워 인근 왕국까지 모두 통합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이에 민족적 자부심이 강한 카탈루냐는 자신들이 분리되기를 원했고 서로 축구 정책도 나뉘는 등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이들은 축구에서도 다른 노선을 택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각 나라의 대표 선수를 이적료를 통해 데려오는 정책을 펼친 반면 바르셀로나는 어린 선수를 키워 활용하는 정책을 택했다. 이렇게 대립하는 양 팀은 지역 더비의 역사를 만들었다.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선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North London derby)'가 유명하다. 같은 지역으로 서로 사이가 안 좋았던 두 지역은 당시 프리미어리그 1부 리그가 개편될 시기 2부 리그에 있던 아스널이 토트넘을 밀어내고 1부 리그로 올라가면서 감정이 악화했다.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노스웨스트 더비(North West Derby)'도 유명하다. 1800년대 두 지역의 갈등으로 인해 서로 크게 싸우게 됐는데 팬들끼리 대립하면서 악연이 됐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선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와 유벤투스 FC와의 경기를 '데르비 디탈리아(Derby d'Italia)'라고 부른다.# 로컬 더비(Local Derby)-수원 삼성 VS 수원FC '수원 더비'2021년 프로축구 K리그1은 '수원 더비(Suwon derby)'로 불릴 만큼 축구 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을 전망이다. 수원 삼성과 수원FC가 1부 리그에서 더비를 치르는 것은 2016년 K리그1 이후 5년만이다. 수원 지역에선 '명문 구단' 수원 삼성과 시민구단 대표격인 수원FC가 순위 경쟁을 놓고 경쟁을 펼치지만 양팀 팬들도 마니아층이 두터워 벌써 치열한 응원전을 예고하고 있다.하지만 수원 삼성이나 수원FC는 과거 '수원 더비'에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당시 '수원 더비'답게 수원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수원FC는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2부 리그로 다시 강등되는 불운을 겪었고, 수원 삼성도 7위에 머물며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프로축구의 흥행은 성적과 팬 확보에 있지만 양 팀의 성적이 초라한 탓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앞서 수원 삼성은 지역 더비의 대명사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수원 삼성과 안양LG(현 FC서울)는 1번 국도인 수원과 안양을 잇는 경기라 해서 '지지대 더비', '전자 더비'로 흥행 보증수표라는 K리그 역사를 썼다. 그러나 안양LG가 2004년부터 서울 연고지로 이전함에 따라 전통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2016년 수원FC가 1부 리그로 올라오면서 성사된 성남FC와의 '구단 깃발 뺏기 더비'도 유명했다.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현 경기도지사) 성남시장이 수원FC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개막전 내기로 이긴 팀 시청기를 진 팀 시청에 걸자'는 제안을 했고, 염 시장도 '축구 팬이 원하면 좋다. 처음인데 구단 기로 하자'고 답변하면서 '구단 깃발 뺏기 더비'는 흥행에 또 다른 지역 더비를 만들었다.# 내셔널 더비(National Derby)-한·일전한국과 일본의 '한·일전'은 말 그대로 국가간 더비의 진수를 보여준다. 양 국가는 축구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한·일전', '숙적' 표현을 하고 경기를 한다. 이는 과거의 역사나 정치 문제에 있어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반일 감정이 표출된다는 점에서 축구의 한·일전은 실력보다 정신력 이상의 승리를 목표로 한다.한·일전의 대립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기이한 현상도 만들었다. 한·일월드컵은 아시아에서 열린 첫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이자 유럽과 아메리카 밖에서 열린 첫 대회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개막전은 한국에서, 결승전은 일본에서 치를 만큼 양 국가의 경쟁은 뜨거웠다. 결국 한·일월드컵은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한국은 기적을 거듭하며 4강 신화를 이뤘지만, 일본은 16강에서 탈락했다.아시아 축구의 상징이 한·일전이라고 하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남미를 대표하는 축구 라이벌이다. 브라질은 펠레를 비롯 호나우두, 히카르도 카카, 네이마르까지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이 즐비하고, 아르헨티나도 디에고 마라도나를 비롯 리오넬 메시까지 쟁쟁한 축구 천재를 배출했다. 유럽에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라이벌이다. 과거에 포르투갈이 스페인을 점령하고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것을 스페인이 막아내면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현재 스페인 사람들은 포르투갈이 자신들을 이기지 못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수원FC 안병준(왼쪽)과 수원삼성 염기훈.내년 프로축구 K리그1은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수원 더비'가 2016년 K리그1 이후 5년 만에 축구 팬을 찾아간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수원 더비' 경기 모습이다. /연합뉴스

2020-12-17 신창윤

[이슈&스토리]송암 박두성 선생의 훈맹정음 관련 유물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의미

1888년 인천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 출생조선총독부 제생원내 맹아부서 교직 활동 제자 이종덕 등과 '점자연구위' 비밀리 조직훈민정음 창제원리 이용 '우리말 점자' 발표제작과정 기록일지 등 48점 제800-1호 지정한글 익히는 역사 담긴 유물 7건 14점 '2호'인천시, 세계문자박물관에 상설 전시관 계획 송암 정신·훈맹정음의 우수성 세계 전파 포부"세상에 눈으로 보고 하는 일이 많지마는 눈으로 보아야하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도리어 손으로 만져 보는 것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틀림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종이 위로 볼록 튀어나온 좁쌀 크기 만한 점을 손가락 끝의 미세한 감촉만으로 읽어야 하는 시각장애인 점자(點字). 가로 2점·세로 3점의 총 6점으로 구성된 점자는 총 64가지 조합으로 한글 점형을 만든다.지금 사용하고 있는 한글 점자는 1926년 인천 강화 출신의 송암 박두성 선생(1888~1963)이 발표한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바탕으로 한다. 훈맹정음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원리를 기초로 만든 우리말 점자다. 지난 4일 문화재청은 훈맹정음 관련 유물을 국가 등록문화재(제800-1호, 800-2호)로 지정했다. 관련 유물은 현재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송암 박두성 선생 기념관에 전시돼 있고, 2022년 송도국제도시에 개관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훈맹정음 상설전시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송암 기념관 자료에 따르면 박두성 선생은 1888년 4월 26일 인천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에서 태어났다. 1895년부터 4년 동안 강화도의 보창학교에서 신교육을 받았고, 한성사범학교로 진학한 후 어의동보통학교에서 교직자로서 첫발을 내딛는다.송암(松庵)이라는 호는 임시정부 최초의 국무총리로 알려진 독립운동가 이동휘로부터 받았다. 이동휘는 그가 다닌 보창학교의 설립자인데 1911년 "암자의 소나무처럼 절개를 굽히지 말라"는 의미의 아호를 지어줬다고 한다.그는 이후 일제가 설립한 조선 총독부 제생원내 맹아부에 교사로 발령을 받게 된다. 당시 맹인교육이 청각·주입식 교육에만 집중됐던 상황에서 송암은 점자의 필요성을 깊이 느꼈다고 한다. 1913년 일본에서 점자인쇄기를 들여와 비록 일본어이나 한국 최초로 점자 교과서를 출판한다.1919년 3·1 운동 이후 일제가 조선어 과목을 없애려 하자 송암은 "눈 밝은 사람들은 자기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읽고 쓸 수 있지만, 실명한 이들에게 조선말까지 빼앗는다면 눈 먼데다 벙어리까지 되란 말이요?"라고 항의하기도 했다.송암은 1920년 본격적으로 한글 점자 연구에 몰두해 제자인 이종덕, 전태환 등 8명과 함께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육화사)를 비밀리에 조직했다. 훈맹정음의 집현전과 같은 기능을 했다.송암은 시행착오 끝에 1926년 11월 4일 세상에 6점으로 구성된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발표하고, 전국 맹인들에게 취지문을 발송했다. 세종실록 기록에 따라 훈민정음 반포일로 기념하는 9월 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1월 4일 훈맹정음을 반포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제정한 훈민정음 취지처럼 맹인을 위해 만든 글자라는 뜻으로 훈맹정음이라 이름 지어 발표했다. 오늘날까지 매년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선생이 만든 훈맹정음은 이후 조금씩 개정돼 1947년 국립맹아학교에 있던 선생의 후학들이 개정된 한글에 맞춰 새롭게 문장 부호를 넣었고, 1963년에는 옛 한글 점자가 추가됐다. 이어 1967년에는 수학 점자가, 6년 뒤에는 과학 점자가 만들어졌다. 현재 사용되는 한글 점자는 1994년 11월 한글점자연구위원회가 발표한 '한글 점자 통일안'을 기초로 한다. 1997년 당시 문화체육부가 한국 점자규정을 고시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점자는 대개 4.2㎜ × 6.6㎜의 공간에 세로 3점, 가로 2점 총 6개 양각의 점으로 글자를 형성한다. 지금의 한글 원리처럼 초성과 중성, 종성이 구분된 6점형 점자다. '한글'이라는 단어는 2음절이지만, 점자는 'ㅎ ㅏ ㄴ ㄱ ㅡ ㄹ'에 해당하는 점형 6개를 나열해 구성한다. 문장기호와 숫자, 영어, 줄임말 등도 점자로 표현할 수 있다.박두성은 점자를 개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실제로 보급하기 위해 통신교육과 강습회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였다. 그는 평소 시각장애인들에게 "너희들이 눈은 비록 어두우나 마음까지 우울해서는 안 된다. 몸은 비록 모자라도 명랑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안 배우면 마음조차 암흑이 될 테니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판쯤은 놓을 수 있어야 내 주머니의 것이라도 간직하고 살 수 있다"며 시각장애인들에게 주판을 가르치는데도 열중했다.송암은 점자를 활용한 각종 서적의 점역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성경전서, 이광수전집, 명심보감, 천자문, 이솝우화, 신문 등을 맹인을 위한 읽을거리로 만들었다. 점자는 점자판(점자기)의 점칸에 송곳처럼 생긴 점필을 이용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간다. 읽을 때 뒤집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나가는 식이다.그는 1931년 제생원 맹아부 서리를 맡았는데 48세로 퇴직할 때까지 한글점자의 보급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평생을 맹인교육을 말하면서 살다가 지병을 얻어 1963년 8월 25일 중구 율목동 자택에서 76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점자책은 쌓지 말고 꽂아…"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점자책은 쌓아두면 책 무게에 눌려 볼록한 돌출부가 망가질 수 있으니 책장에 꽂아서 보관하라는 얘기였다.이번에 지정된 국가등록문화재는 송암의 훈맹정음 창제 원리가 담긴 각종 서적과 점역서, 인쇄기 등이다.국가등록문화재 제800-1호인 '한글점자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은 훈맹정음의 사용법에 대한 원고, 제작과정을 기록한 일지, 제판기, 점자인쇄기(로울러), 점자타자기 등 한글점자의 제작·보급을 위한 기록, 기구 등 8건 48점이다. 당시의 사회·문화 상황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근대 시각장애인사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문화재 등록 가치가 높다.국가등록문화재 제800-2호 '한글점자 훈맹정음 점자표 및 해설 원고'는 한글점자 육필 원고본, 한글점자의 유래 초고본 등 한글점자의 유래와 작성원리, 구조와 체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유물이다. 훈맹정음이 창안돼 실제로 사용되기 이전까지의 과정을 통해 당시 시각장애인들이 한글을 익히게 되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유물은 7건 14점이다.인천시는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송도국제도시에 건립을 추진 중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훈맹정음 상설 전시관'을 마련해 관련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송암 박두성의 정신과 훈맹정음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송암 박두성 기념관에 전시된 맹인 교육 서적.송암 박두성 선생이 제판기로 점자책을 만드는 모습.송암 박두성 기념관에 전시된 점자 타자기.송암 박두성 선생 흉상. /인천시 공식블로그 제공훈맹정음 앞면. /문화재청 제공

2020-12-10 김민재

[이슈&스토리]비극 속에 비극 '국민방위군'

1·4후퇴때 '중부전선 청년 모두 철수 목표' 60만명 넘게 소집'즉시전력 아니라 안전' 징집 응해… 남쪽 교육대로 이동명령주요 도로망 금지상태 지휘체계·군복 없이 엄동설한속 산길행교육대 도착후 '포로 보다 못한 식량 배급' 최악의 복병 만나횡령·상납으로 '보급 구멍'… 1951년 공식 사망자는 1234명 전염병 '발진티푸스' 치명타도 모자라 '전국 전파' 원인 불명예전쟁은 모두에게 비극이다. 한국전쟁도 당시 한반도에 살고 있던 모든 이들에게 비극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전쟁이 끝난 뒤 어떤 이들에겐 자신들이 겼어야 했던 비극을 추모하고 기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반면,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당한 비극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반세기 이상 세월을 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기억되지 않는 비극 속에 비극의 주인공들 대부분은 숨졌다. 그들 중 희미하게 비극을 기억하는 일부가 남아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당시를 증언할 뿐이다. 한국전쟁의 잊힌 주인공은 바로 국민방위군이다.#시작부터 예정된 비극국민방위군은 1950년 이승만 정부가 국군의 예비군 성격으로 모집한 병력이다. 전쟁 초기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어려운 상황에 몰렸으나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반전에 성공해 서울을 수복하고 북한 땅까지 전선을 북상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중국군 개입으로 전황은 다시 한 번 반전되는데, 바로 이 시기가 국민방위군이 모집된 때다.1951년 1월4일, 서울을 포기하는 1·4후퇴를 앞두고 정부는 수도권과 강원도 등지에서 청년들을 대대적으로 모은다. 국군에 이은 제2국민병으로 만 17세에서 만 40세까지의 남성이 소집됐는데 그 규모만 60만명이 넘었다. 국민방위군 소집은 실은 중부전선에서 청년들을 모두 철수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북한군이 남침했을 때, 미처 후퇴하지 못한 주민들이 북한군 점령시 공산당에 협조했거나 협조한 것으로 의심받는다는 이유로 좌우갈등이 극심해졌고, 이번에는 그런 갈등을 피하겠다는 의도에서 국민방위군을 모집해 남쪽으로 소개시키려 한 것이다. 청년들은 일명 '지게부대'로 불리며 보충병력 역할을 할 국민방위군이 전장에 즉시 투입되는 국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고, 불리한 전황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징집에 응하며 대규모로 국민방위군이 조성되기에 이른다.1950년 12월 전국적으로 징집된 국민방위군들에겐 남쪽의 교육대로 가라는 단순한 명령이 주어졌다. 지휘체계와 보급이 갖춰지지 않은 이 단순한 명령이 수많은 피해를 양산한 배경이 된다. 주요 도로망은 군사용으로 지정돼 이동이 금지된 상태였기에 국민방위군은 산길을 통해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군복이 보급될 줄 알고 가벼운 옷차림에 음식이나 돈을 마련하지 못한 국민방위군이 많았고, 이들은 12월부터 1월 사이 엄동설한에 고난의 행군을 벌이게 된다.화성 출신 국민방위군 유정수(1925~2010)씨의 일기에는 이런 사정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1950년 12월25일 작성한 일기에 그는 "연대장이 훈개하여 가로대 지난밤 여기서 동사자가 3명 났으니 너이들도 정신 차리라는 것이였다"고 썼고, 또 "이화령 넘어 문경착 죽을 고생을 한 기억이야 생사 잊지 못할 터"라고 기록하기도 했다.#보급없는 군대더 큰 문제는 교육대 도착 뒤에 시작된다. 경상도를 중심으로 마련된 교육대에는 식량이 부족했다. 유씨는 일기에 "식사도 오날부터 일식에 1합(홉)1작으로 주러 붙고, 국도 없어 어느 때는 메르치 여나문마리, 또는 된장 한숫가락 때로는 고등어나 갈치 조기 같은 것을 오, 육인 앞에 짜게 쩌서 한 토막씩 준다. 국을 끊여 준대야 맨 된장국이라 간을 않처서 맹물 같은대 그나마 반사발 밖에 안준다"고 전한다. 1일 3홉을 배식 받은 셈인데, 당시 전쟁포로는 1일 5홉5작(홉보다 작은 단위)를 배식받아 국민방위군보다 사정이 나았다.단지 전쟁통이었기 때문에 식량이 없었던 걸까? 열악한 상황을 감지한 제2대 국회가 국민방위군의 보급 체계를 조사한 결과, "예산 영달을 위한 허위인원 조작, 예산지급시 선공제, 납품 허위기재, 횡령 및 상납과 국방위 최고위층 비호 심각"이라는 결론(1951년 3월)을 내린다. 국회 조사로 촉발된 수사 결과, 국민방위군에 쓰여야 할 현금 24억원과 양곡 1천800가마가 부정처분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국방예산 전체가 250억원으로 예산의 10분의1 가량이 횡령된 셈이다. 이 사실로 국민방위군 사령관, 부사령관, 재무실장, 조달과장, 보급과장은 처형됐다.#부대를 휩쓴 전염병 공포지금까지는 이동과정 혹은 교육대 생활 중 굶거나, 얼어 죽은 국민방위군이 많았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국민방위군 총 징집자는 68만명이고 공식 사망자는 1천234명이다. 이동 중 사망한 행려사망자는 '불명'이라는 게 1951년 국방부 조사 결과다. 여기에 숨어 있던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부대를 휩쓴 전염병 '발진티푸스'다. 발진티푸스는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몸니를 통해 전파된다. 이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때 생기는 해충인데 교육대의 열악한 환경이 몸니를 증식시켰다.1950년까지 발진티푸스는 한국에서 흔한 질병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인성 질병인 이질이나 장티푸스가 가장 흔한 전염병에 속했다. 1950년 2천523건이 발생한 발진티푸스는 1951년 3만2천221건으로 발생빈도가 폭증한다. 바로 국민방위군의 영향이다. 주한유엔민간원조사령부(UNCACK)의 공식 문서를 통해 국민방위군이 발진티푸스의 주된 피해자이자 전국 전파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강화도에서 징집된 국민방위군 류기안(89)씨는 부산 교육대의 상황을 "틈만 있으면 양지 쪽에 앉아서 옷을 들고 이를 털곤 했다. 이 수 천마리가 고여 있어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가 쓴 수기에는 "한 천막에다가 200명씩 지버넣었으니 잠을 자기커녕 앉어있을 자리도 비조바서 밤새 고생을 하다"는 구절이 있다.횡령으로 발생한 보급의 구멍, 그로 인해 나타난 열악한 생활 환경은 전염병의 확산을 초래했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이임하 교수는 이 당시의 발진티푸스는 '사회적 질병'이라고 칭하며 "국민방위군으로 동원된 국민은 군대에서 병을 얻었고 이후 귀향하면서 이를 전국으로 퍼뜨린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한국전쟁 당시 국민방위군 징집에 응해 전장에서 일기를 기록한 故 유정수씨가 남긴 당시 신분증 등 유품. /경인일보DB국민방위군 생존자인 류기안씨. /경인일보DB국민방위군 생존자인 이창식 전 경인일보 편집국장. /경인일보DB

2020-12-03 신지영

[이슈&스토리]인천 신현동 '파평 윤씨' 집성촌서 발굴된 문화자료

부평부사 윤명선의 후손들 터잡아조선시대 다양한 그림 문중서 보관일제 항거에 앞장 섰던 '석천 선생'구한말·일제강점기 수집한 작품 등손자 윤길상씨 일부 경인일보 공개"할아버지 뜻 지역·후세에 전할것"인천 서구 신현동은 계양구 오류동과 함께 파평 윤씨 집성촌이다. 조선 선조 때 윤명선이 부평부사를 지내고 은퇴 후에 오류동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그의 후손들이 터를 잡으며 인천에 파평 윤씨 집성촌이 생겼다고 한다.현재 수많은 아파트와 빌라가 건립되고 외지인들이 몰려와 집성촌의 의미가 퇴색했지만, 여전히 신현동에는 파평 윤씨 후손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최근 이곳 신현동의 파평 윤씨 문중에서 가치 있는 문화재들이 발견되고 있어서 화제다. 조선시대부터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었던 그림을 비롯해 석천(石泉) 윤문의(1905~1984) 선생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수집한 자료, 이후 교류한 문인들의 작품까지 광범위하다.문중 관계자에 따르면, 석천 선생은 이름난 한학자였다. 인천부 신현동에 거주하면서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지역 문맹 퇴치운동에 참여했다. 서당을 개설해 후학을 양성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또한, 선생은 경기도와 호남 문인들과 교류했으며, 해방 후엔 현재의 신현동 노인회관 용지를 기증하는 등 지역 사회사업에도 공헌했다고 한다. 현재 신현 경로당 입구 옆에는 석천 선생의 공덕을 칭송하는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비에는 한자로 '인천직할시 북구 신현동 분회 회장 윤문의 송덕비'라고 새겨졌다. 석천 선생의 송덕비를 확인하기 위해 늦가을 신현동을 찾았다. 송덕비를 사진기와 마음에 담고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회화나무를 찾았다. 나무 한 그루가 차지하는 면적이 656.35㎡이며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이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15호로 지정됐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의 꽃 피는 상황을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곤 했단다. 꽃이 수관의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 피면 풍년이 든다는 거였다. 또한, 회화나무는 수형과 잎의 모양이 좋아 예로부터 학자들이 서당이나 서원 등에 즐겨 심어서 '학자나무'로도 불렸다고 한다. 나무 옆에 서니 '신현동의 과거와 현재를 이 나무가 이어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인근에 거주하는 석천 선생의 손자 윤길상씨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조선시대 그림을 비롯해 할아버지께서 직접 소장하셨던 자료들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경인일보에만 유일하게 자료들 중 일부를 공개했다. 자료들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해설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고미술사가의 도움을 받았다.자료들의 소개를 마친 윤길상씨는 "할아버지의 유품 중 소개한 자료들을 비롯해 고서화와 고서적 등이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자료를 정리해서 생전에 할아버지께서 품은 높은 뜻을 지역민과 후세에 전하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선중기에 그려진 옥황상제와 열명의 제자첫 번째 자료는 조선 중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옥황상제와 열 명의 제자가 함께 화폭에 담긴 민화이자 기록화이다. 그림의 하얀색 부분은 조개껍데기를 빻아서 만든 호분으로 채색되는 등 그림 전체에 식물성 안료가 사용됐으며, 순금으로 금박을 입힌 부분도 있다. 종이 또한 중국에서 수입된 명금당지이다. 당대 최고 재질이었던 이 종이는 비싸서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지체 높은 가문에서나 보유할 수 있는 그림이며, 보존 상태가 매우 훌륭하다.■ 구한말 그림으로 추정되는 화조 민화구한말 궁중 민화로 추정되는 화조 민화 또한 눈길을 끌었다. 광물질 안료인 녹석채로 그린 이 작품은 납 성분을 함유한 염분의 결정으로 인해 작품의 창작 시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꿩과 기총새의 배치가 당시 시대상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전문 화원이 아니고선 흉내 낼 수 없는 매우 수준 높은 작품성을 유지하고 있다.■ 애국지사 신익희가 쓴 백거이 詩 '버려진 거문고'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는 삶의 성찰 사유를 시 '버려진 거문고'로 승화시켰다. 당시의 부패한 정치와 사회상을 시로 풍자·비판한 백거이는 단순한 세태 풍자를 넘어선 시(버려진 거문고)를 남긴 것이다. 이 시를 독립투사이면서 애국지사인 해공 신익희(1894~1956) 선생은 친필로 썼다. 해공 선생은 이 시를 수년에 걸쳐서 여러 차례 쓴 걸로 보이는 데,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자료는 민국(民國) 47년 중춘(仲春)에 쓰인 것이다. '민국'의 의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1919년)을 의미하는지 중국의 민주주의 혁명인 신해혁명(1911년)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생이 만년에 쓴 글일 것으로 추정된다.■ 석천 선생과 교류나눈 지봉 정상호의 문인화마지막은 석천 선생이 교류한 호남 문인들의 문인화이다.진도 출신의 지봉 정상호(1899~1979) 선생은 일본 규슈대학 농학부를 졸업하고 교육자로 활동했다. 전남대 농과대 학장과 전남 농무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허백련과 친구처럼 지내며 사군자를 배웠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윤길상씨 제공석천 윤문의 선생 송덕비. /윤길상씨 제공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2020.11.26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2020-11-26 김영준

[이슈&스토리]세월따라 변화하는 '가족의 초상'

'사랑이 아빠' '방송인 사유리씨' 등비혼부모 가정 여전히 현실적 제약경기도만 수천명 달해… 전국 최다부정적 인식탓 정서적 지원책 전무'6촌 혼인무효 판결' 헌법소원 청구8촌 이내 금혼 '과잉금지 위반' 주장독일·일본 등 3~4촌 이상 혼인 가능혈족규정 '동고조팔촌' 풍습 심판대가족을 떠올리면 우리는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때론 뭉클한 마음에 눈물도 짓는다. 통상 우리에게 가족이란 감정의 산물이다. 하지만 사회 속 가족은 의외로 법의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다. 민법 제779조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라고 가족의 범위를 한정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가족을 정의했다. 법률상 우리 사회의 가족은 혼인과 출산을 기본 전제로, 지나치게 혈연 중심적이다. 그래서 지금같이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탄생하는 시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비혼과 미혼의 차이부모 한 명이 자녀를 키우는 이른바 '한부모' 가정은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우리 사회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불가피성'이다. 어쩔 수 없이 부모 중 한 명이 혼자 아이를 키워야만, 그래서 주변에서 동정의 대상이 돼야만 사회적 인정이 가능하다.사회 분위기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요시하면서 '비혼'이라는 정의도 떠올랐지만 그저 '트렌드'에 그칠 뿐, 여전히 사회는 자유와 선택을 무시한 채 그저 혼인하지 않은 상태, '미혼'의 틀에 구겨 넣는다. 여기에 비혼과 미혼 뒤에 '모(母)' '부(父)'가 붙으면 사회적 편견에 둘러싸여 또 다르게 해석된다. 통상 사회는 미혼모·부를 어쩔 수 없이 혼인을 하지 못한 채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된 부모로 선을 긋고 비혼모·부는 아예 법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다.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아들을 낳으며 비혼모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로 경제활동을 하는 그가 일본에서 비혼모가 된 것은 한국에서 이런 식의 비혼모는 사실상 '불법'이라서다. 이미 우리는 몇 년 전 비슷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2014년 비혼부인 사랑이 아빠가 '가족관계등록법'을 두고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이 법은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에 대해 원칙적으로 엄마가 해야 하며, 비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기엄마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거주지 주소 등 인적사항이 반드시 필요하도록 했다. 현재는 일부 법이 개정됐지만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제약하면서 사실상 엄마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해야 하고 모의 인적사항을 전부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하기도 해 비혼부의 출생신고 청구가 기각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탓에 이들 부모에 대한 통계치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통계가 없으니 이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지원체계도 제대로 마련하기가 어렵다.특히 경기도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2016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도내 미혼모는 5천330명, 미혼부는 2천64명으로, 전국 미혼모의 22.3%, 미혼부의 22.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혼인·출산 인식이 변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현재도 부정적 시선 때문에 국가승인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렇다 보니 이들을 위한 특화사업이 일반적 가족보다 부족하고, 대부분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가족여성연구원이 2018년에 발표한 '경기도 미혼 한부모가족 지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특히 이들 가정은 혼외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에 훨씬 더 강한 정서적 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로 이 연구에 면접자로 참여한 미혼모·부는 인터뷰를 통해 "혼자서 자녀를 키우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사회의 시선과 싸워야 했다. 자신들보다도 자녀에게 주어지는 부정적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가 인정하는 '사랑할 수 있는 범위''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배우자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A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의 간절한 외침이 터부(Taboo)의 대표격인 근친혼의 기준을 낮춰 가족을 구성하는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은다.현행 민법 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인 경우 혼인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청구인 A씨는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한 이 조항과 혼인의 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 815조 2항이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8년 2월19일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헌재는 주요 쟁점으로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를 혼인의 무효 사유로 규정한 심판 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인지 여부를 제시했다.8촌 이내를 혈족으로 정한 이유는 고조가 같은 사람을 가까운 혈족 관계로 보는 '동고조팔촌'(同高祖八寸)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풍속에 유래가 있다.헌재는 또 심판대상 조항이 정한 근친혼의 범위가 입법목적이나 외국 입법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고 오늘날의 친족관념이나 가족개념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어서 혼인의 자유, 특히 혼인에 있어 상대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앞서 헌재는 1997년 동성동본 사이의 금혼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동성동본 간 혼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13년 만에 민법 개정을 통해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어졌다. 2005년 3월 이전 민법 809조(동성혼 등의 금지)는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다 근친혼 등의 금지로 위헌 결정 13년 만에 개정됐다.청구인 A씨는 모든 국민이 헌법 10조(행복추구권)와 36조 1항(혼인과 가족생활의 조건과 보호)에 따라 혼인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으므로 이를 제한하려면 헌법 37조 2항에 따른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더욱이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는 점에 비춰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호소하고 있다.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청구인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현 교수는 "근친혼은 혼인과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생활단위를 보장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는 반드시 금지돼야 하지만, 제도적 보장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무익하거나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이 사건의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근친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 질환과 생물학적 취약성을 방지하고 민족의 혼인풍속, 친족 관념 전통을 계승하는 측면, 공동체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헌재가 직권으로 지정한 참고인인 전경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8촌을 근친으로 여기는 관념은 오늘날 가족개념이나 친족관념에 변화가 있더라도 여전히 보편타당한 관념"이라면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8촌이 곧 근친'이라는 관념이 여전히 보편타당한 관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헌재는 지난 12일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인 데다 근친혼 금지 관련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배경에서다. 동성동본 불혼에서 근친혼 금기로 가족 구성 조건의 문턱이 낮아진 지 15년 만에 재차 헌재가 6촌 친족을 사랑한 청구인의 가족 구성의 자유와 대립하는 근친 사이 금혼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결정을 앞두고 있다. /공지영·손성배기자 jyg@kyeongin.com사진은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일본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아들을 낳으며 비혼모를 선언한 방송인 사유리. 2020.11.19 /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2020-11-19 공지영·손성배

[이슈&스토리]25년만에 귀환…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된 '협궤열차'

1969년 인천 동구 '공작창'서 제작 추정폐선 이후 구입한 김의광 박물관장 '기증'1937년 개통… 인천~수원 등지에 17개역 궤도 너비 표준궤간 절반 '소철' 별명도대중교통 발달 1995년 12월 이후 사라져수인선 완전개통, 인천·경기 교통여건 개선 市 '철도역사 출발점' 알리는 다양한 사업 추진박남춘 시장 "위상 되찾는 일, 발 벗고 나설 것"마주 앉은 사람과도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보통 기차의 반쯤 되는 언제나 뒤뚱거리는 꼬마열차. 작가 윤후명은 자신의 장편소설 '협궤열차'에 수인선 협궤열차의 모습을 이같이 묘사했다. 이 협궤열차는 현재 수인선 철로 위를 다니는 빠르고 쾌적한 전동차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도 인천과 수원을 오가는 통학생과 보따리 상인, 좌판 아주머니, 회사원 등 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의자에 앉으면 앞사람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았지만, 서로 짐을 나눠 들고 중매가 이뤄질 정도로 정이 넘쳤다고 한다. 이 협궤열차가 퇴역 25년 만에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 시민 품에 안겼다.■ 시민 품으로 돌아온 협궤열차지난 11일 인천시립박물관 내 우현마당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퇴역 25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옛 수인선 협궤열차를 환영하는 자리였다.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마당 한편에 자리 잡은 열차를 보고 만지며 옛 시절 추억으로 빠져들었다.이 열차는 1969년 인천 동구 화수동 인천공작창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에 '1969 인천공작창'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그리고 1995년 12월 수인선 협궤열차 운행이 종료될 때까지 인천과 수원을 오가며 시민들의 애환을 실어 날랐다. 수인선 폐선 이후 대전 철도차량정비창에 보관됐는데, 김의광 목인박물관 관장이 구입했다가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하면서 인천으로 돌아오게 됐다. 김의광 관장은 "협궤열차가 적재적소에 있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 열차를 이용했던 많은 분들이 추억을 떠올리고 철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수인선을 달렸던 협궤열차 2량을 연수구에 추가로 기증한 상태다. 연수구는 현재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인 옛 수인선 송도역 역사에 이들 객차를 전시해 추억을 간직한 '문화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서민 애환 담고 달린 50년옛 수인선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개통됐다. 인천~시흥~안산~수원 등지에 17개 역이 전체 50여㎞ 구간에 걸쳐 설치됐다. 시점에서 종점까지 1시간 4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수탈의 목적이 컸다. 수인선은 소래 등지의 소금은 물론, 수원~여수 간 수여선과도 연결돼 경기 여주·이천 곡창지대의 쌀을 인천항으로 반출하는 통로가 됐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궤도 너비가 762㎜로 표준궤간(1천435㎜)의 절반 정도였다. 때문에 꼬마열차, 소철(小鐵) 등의 애칭이 붙었다.교통수단이 지금과 달리 많지 않았던 시절, 협궤열차는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 협궤열차는 생계를 위해 먼 길을 가야만 했던 이들의 발이 됐고, 송도유원지로 향하는 설렘을 담았다. 또 소래에서 들통 가득 꽃게를 사와 식구들과 나눠 먹는 행복의 연결고리가 됐다.협궤열차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인하대에서 송도로 가는 고개에선 아침마다 레일에 이슬이 맺혀 열차가 올라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면 기관사들은 학생들에게 레일에 모래를 뿌리라고 시키고 어른 승객은 뒤로 가 열차를 밀어 언덕을 넘어갔다. 승객과 기관사가 합심해 열차를 운행했던 셈이다. 속도가 워낙 느려 사람들이 달리는 열차에 뛰어올라 타는 무임승차가 많았다는 얘기도 있다.1978년 9월엔 수인선 일리역 남쪽 200m 지점 건널목에서 협궤열차와 시내버스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사고 소식을 전하는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이 사고로 넘어진 건 버스가 아닌 열차였다.■ 새롭게 태어난 수인선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인선 협궤열차가 설 곳은 점점 좁아졌다. 1973년 송도~수인역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고, 1992년엔 소래~남동역 구간이, 1994년엔 한양대~소래 구간의 운행이 각각 멈췄다. 1995년 12월 이후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수인선은 2012년 복선 전철로 전환돼 재개통됐다. 송도와 오이도를 잇는 1단계 구간이 개통된 것이다. 이후 2016년엔 2단계인 인천~송도 구간이 운행을 시작했고, 지난 9월 3단계인 수원~한대앞 구간까지 개통되면서 총 52.8㎞ 구간이 연결됐다. 인천과 수원이 25년 만에 하나의 철도로 다시 이어지게 됐다.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수인선은 인천과 경기 서남부지역의 교통여건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완전 개통으로 서울 4호선 오이도역에서 평면 환승이 가능해져 경기 군포·안양·과천과 서울지역으로의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다. 또 분당선(수원~왕십리), 경원선(왕십리~청량리) 등과 연결돼 이들 노선 주변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줄 전망이다. 수인선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市, "인천 철도유산 확보 적극 노력" 인천시립박물관은 이번에 기증된 협궤열차를 활용해 인천이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출발점임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인천이 통일시대 철도를 이끌어가는 중심점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이번 협궤열차는 시민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귀중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시발점인 인천의 철도문화유산을 더욱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미래세대와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인천이 통일시대 철도의 출발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도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인천의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이번 협궤열차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로한 따뜻한 상징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나라 철도 역사가 시작된 인천의 위상을 찾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퇴역 25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인천시립박물관 우현마당에 전시된 수인선 협궤열차. 2020.11.12 /인천시 제공1994년3월 4일 촬영된 수인선 협궤열차와 소래철교. /경인일보DB1994년8월21일 수인선 협궤열차 안 승객들. /경인일보 DB협궤열차 내부 모습. 2020.11.12 /인천시 제공

2020-11-12 이현준

[이슈&스토리]중기 지원 국내 표준 자리잡은 경기도 '기술닥터'

# 비전코웍-불량품 잡는 머신비전1인기업 자금·인력문제 설루션비용 60% 절감… 올 매출 24억 # 아이앤비코퍼레이션-공기정화기교수 2명 함께 상용화 밀착 지원 살균기 결합… 특허에 수출 타진# 이엘테크-폐증기 이용 발전기'에너지 밸런스' 설계과정 난제테스트 진행… 용량 확대 계획중기부 벤치마킹 비수도권 도입올해 290억원 들여 960곳 지원중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얼어붙었다. 기업들의 어려움도 현재진행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지난 9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중소기업의 업황 전망을 가리키는 '중소기업 건강도 지수(SBHI)'는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대체로 70 전후로 나타났다. 4월에는 56.8을 기록하기도 했다. 100보다 높을수록 업황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내다본 기업이 많았음을 뜻한다. 위기는 애꿎게도 규모가 작은 곳에 더욱 크게 들이닥쳤다. 매출은 반토막 나는데 내야 할 대금은 줄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 속 산적한 문제를 살필 기력도, 해결할 여력도 없는 중소기업들이 다수였다. 공적 개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였다. 경기도·경기테크노파크(이하 경기TP)의 '기술닥터'는 도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상징과도 같다. 시행한 지 벌써 12년째. 기술닥터 사업의 핵심은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를 경기도·경기TP가 연계된 산·학·연에서 찾아 기업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전문가인 '기술닥터'가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제가 무엇인지 살피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투자할 자금도,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큰 힘이 됐다는 평가인데 경제 위기가 유달리 심했던 올해 특히 빛을 발했다.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사업이 된 결정적 원인이기도 하다.#"우린 이렇게 '닥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안산에 있는 비전코웍은 창립한 지 5년 가까이 된 기업이다. 많은 제품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제조되는 가운데, 쉽게 말해 불량품을 잡아내는 기술인 머신비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곳이다. 제품이 작아지고 정교해질수록 불량을 판별하는 기술 역시 첨단화돼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 제조 속도가 빨라질수록 비전코웍도 업그레이드 돼야 했다. 그러나 1인 기업으로 시작한 비전코웍에겐 적절하게 자금을 투자하는 일도, 그에 맞는 인력을 투입하는 일도 모두 벅찼다. 외부업체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경기TP를 통해 기술닥터 사업을 알게 됐다. 반기종 부천대 교수를 소개받았다. 기술닥터의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3단계를 거치는데 첫번째가 전문가인 기술닥터가 10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현장애로 기술지원', 시제품을 만드는 등 한층 더 세밀한 기술 지원이 이뤄지는 '중기애로 기술지원', 실제 제품 개발에 연결하는 '상용화 지원' 단계다.비전코웍의 기술닥터였던 반 교수는 설계에는 능하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전자 부문 인력이 없었던 비전코웍 측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듣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지 설명해주고 어떤 기술이 구체적으로 필요한지 조사해 자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2018년에 시작해 올해 상용화에까지 성공한 비전코웍은 기존보다 비용을 60% 가까이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외부업체의 손을 빌리거나 해외 제품을 구매해서 썼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비용은 절감하면서 제품은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게 돼 지난해 14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24억원으로 뛰었다. 직원도 3배가 늘었다.-화성에 있는 공기정화살균기 제조 업체 아이앤비코퍼레이션 역시 2016년에 창업해 올해로 5년이 됐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공기를 정화하면서도 소음이 거의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적절한 방법을 알기 어려웠다. 시간과 자금을 들여 연구할 여력도 부족했다. 그러다 동서울대 박현철 항공기계과 교수, 황정행 디자인융합학과 교수를 '기술닥터'로 만났다. 서로 다른 전공의 두 교수가 함께 지원에 나선 것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이 상용화에까지 이르려면 적정하게 설계됐는지, 제대로 된 부품이 쓰였는지에 더해 디자인적으로 효율을 저해하지 않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전문가는 보다 나은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문을 거듭했고 샘플을 원활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도면 시방서도 지원했다. 그 결과 99% 살균 효과를 보이면서도 대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보다 완벽한 공기정화살균기를 출시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공기 속에서 먼지를 걸러내는 '청정기'를 넘어 균을 없애는 '살균기'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주목도가 높아졌다. 특허를 획득하는 한편 수출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양주의 이엘테크는 중소형 발전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일반적인 발전기가 아니라 발전하고 나오는 폐증기나 폐열을 이용해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지인에게 고민을 토로하니 기술닥터 사업을 소개해줬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는 지인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대진대 교수가 직접 찾아왔고 도무지 풀리지 않았던 에너지 밸런스 관련 기술에 대해 상세하게 자문해줬다. 이를 토대로 10kg 발전기를 개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발전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면 용량을 50kg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 역시 기술닥터의 도움을 토대로 상용화까지 모색한다는 방침이다.중소기업 지원 기관이 다수 소재한 경기남부 지역에 비해 이엘테크처럼 경기북부에 있는 기업들은 이같은 지원사업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공적 개입, 지원의 기회가 그만큼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엘테크 측은 "기술닥터 사업을 알기 전에는 오롯이 저희 힘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 했는데 사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현상을 유지하면서 이런 개발을 시도한다는 게 매우 힘들었다. 지원받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술적 노하우를 전문가들에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깊었다"며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중소기업들이 이런 좋은 사업을 지원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전국으로 확대된 기술닥터 사업경기도의 기술닥터 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이제까지 기술닥터의 도움을 받은 도내 중소기업은 7천곳 가까이인데 앞선 기업들 사례처럼 '닥터'가 직접 중소기업의 '앓던 이'를 빼주다보니 만족도 역시 95%로 매우 높다.이에 올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닥터 사업을 벤치마킹해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도입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그동안 각 지역 테크노파크나 지역 대학 등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왔는데, 각 기업의 여건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해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이에 경기도가 하는 것처럼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꾸려 현장에서 1대1 맞춤형으로 기업이 겪는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토록 했다. 올해 290억원을 투입, 14개 시·도 기업 960곳을 지원 중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취임 2주년을 앞두고 SNS를 통해 "경기도가 하는 일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도에서 뚝심 있게 이어온 기술닥터 사업이 대한민국 기업 지원 사업의 표준으로 거듭난 셈이다.경기도 관계자는 "도의 기술닥터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강화해 매출을 증대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현장밀착형 지원으로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해당 기업들은 경기도·경기테크노파크의 기술닥터 사업 대상에 선정돼 관련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비전코웍 머신비전. /비전코웍 제공비전코웍 검사 제품. /비전코웍 제공아이앤비코퍼레이션의 공기정화살균기. /아이앤비코퍼레이션 제공새로운 발전기를 개발한 양주 이엘테크의 모습. 2020.11.5 /이엘테크 제공비전코웍 이진구 대표. 2020.11.5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20-11-05 강기정

[이슈&스토리]중·동구 10곳 선정 인천지역 이어가게

오래된 가게에는 주인이 평생 얻은 기술과 지혜, 이를 대대로 가업으로 물려 줄 만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고 도시의 역사와 특징이 스며들어 있다. 인천시가 중·동구 지역에서 이런 가게 10곳을 '이어가게'로 선정했다. 시설 개선을 지원해 이들을 오래 보전하겠다는 목적과 함께, 시민들이 오래된 가게로 '인천'이란 도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버텀라인(인천 중구 중앙동4가 8-4 2층)인천 최초 재즈클럽…100년 넘은 근대 목조 건축물 '아우라'1983년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재즈 클럽이다. 100년이 넘은 근대 목조 건축물의 '아우라'에 재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책 '한국재즈 100년사'는 버텀라인을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오래된 재즈 클럽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3천여장의 LP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의 허정선 대표가 1994년 인수한 이후에는 라이브 재즈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매주 1회 재즈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데, 웅산, 김광민, 아다치쿠미 등 국내외 유명 재즈 음악인이 이곳 무대에 섰다.# 성신카메라(인천 중구 인현동 20-24)옛 필름부터 디지털 사진까지…주민들 한번씩 거쳐간 사진관1978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재래식 카메라 필름 사진을 현상하는 보기 드문 사진관이다. 이승현(45) 사장이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이웃집에 살던 프랑스 신부에게 처음 사진을 배운 후 전쟁이 끝나고 중고 카메라 거래상과 보조 사진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의 성신카메라를 개업했다고 한다. 인근 학생, 주민이라면 한번쯤은 거쳐 가 한때는 이곳에서 촬영하면 선거에 당선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인천의 옛날 풍경을 담은 사진 원판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대인모터스(인천 중구 신흥동3가 34-16)45년 가업 잇는 오토바이 수리점,인근 공장·상가 '역사적 산물'1975년부터 무려 45년간 한 자리에서 오토바이를 수리한 가게로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만큼 단골손님도 많다. 조한균(57) 사장이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운영하고 있고, 군 복무 중인 조씨의 아들이 제대 후 다시 대를 이어 기술을 전수받을 예정이다. 업체 위치가 인천항과 가까워 광복 후 미군에서 나오는 장비 등을 인수해 차량, 기계 장비 수리, 부속품 조달 등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 덕에 이곳을 중심으로 밀집한 정비 공장, 부속품 상가는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엿볼 수 있는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흐르는물(인천 중구 관동3가 3-7 2층)1989년 LP카페로 시작…구도심 대표 음악주점으로 자리매김시인이자 뮤지션인 안원섭 사장이 1989년 LP카페로 운영을 시작한 '흐르는물'은 '탄트라'(1979년), '버텀라인'(1983년)과 함께 중구 신포동 일대에 남아 있는 오래된 클럽 중 하나다. 100년이 넘은 근대 건축물은 인천을 배경으로 시를 써온 조병화 시인이 생전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게 초창기만 해도 규모가 작아 후원을 받으며 공연을 이어 나갔지만 지금은 매월 유명 연주자들이 공연, 북 콘서트 등을 벌이며 구도심의 대표 음악 주점으로 자리 잡았다.# 송미옥(송미정·인천 동구 금곡동 6-22)실향민이 세운 70년 역사 음식점'인천 복어요리' 명맥 이어와평양에서 경양식 식당을 운영했던 실향민 부부가 1951년 1·4후퇴 때 동구 배다리에서 자리 잡은 후 1958년 경양식 식당을 겸해 복어요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1980년대부터 복어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부모님에 이어 2대 사장인 김현서 사장 부부가 운영하고 있고 3대인 아들 부부가 기술을 배우면서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무려 70년이 다 돼간다. 과거 인천에는 명성 있는 복어요리 음식점이 많았지만 현재 거의 폐업해 인천 복어요리의 명맥을 잇는 곳으로 꾸준히 손님이 방문하고 있다.# 부산한복(인천 동구 송현동 100-237)오랜 전통에 더해진 젊은 감각…한복 디자인 트렌드 선도1986년 9월 동구 중앙시장에서 시작된 오래된 한복 가게다. 한복도 '프랜차이즈'가 성행하는 시대에 이 가게는 아버지, 어머니가 운영한 후 현재 30대 딸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은진(37) 사장의 아버지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패턴사(재단사)'로 일하며 저고리 등 전문 기술자로 활동을 한 바 있어 가게 위치는 인천이지만 '부산한복'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오랜 전통과 젊은 사장의 감각이 더해진 디자인으로 업계에서는 인천의 한복 시장 저변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다복집(인천 중구 신포동 12)문화 예술인 애환 나누던 서민주점…고즈넉한 분위기 '이색'196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간이주점으로, 부부가 운영하다가 지금은 딸인 이명숙(74) 사장이 맡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과거 인천의 문화 예술인들이 애환을 나누던 공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서민 주점'으로 불린다. '스지탕'과 '모둠전'이 일품인데, 이곳의 돼지 요리와 스지탕은 오늘날 다른 비슷한 업소와 다르게 전통 재래식으로 숙성하고 있어 '한 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전해진다. 옛 건물에 비좁고 정돈되지 않은 내부 인테리어가 외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양지업사(인천 동구 금곡동 9-14)옛날 창호지부터 최신유행 소재까지'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집'벽지, 장판 등 건축마감재 도소매업으로 1953년 운영을 시작해 여태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종성(70) 사장이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물려받았으며 김씨의 장남이 함께 일하고 있어 3대째 운영 중이다. 오래된 동네다 보니 구하기 힘든 옛날 창호지를 파는 곳으로 유명하며 주변 젓갈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위한 전통 종이도 늘 구비 해 두고 있다. 최근에는 빠르게 변하는 업계 특성상 최신 유행 마감재를 이용한 인테리어업까지 사업을 확장해 지역에서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집'으로 불린다.# 양지헤어(양지미용실·인천 동구 송림동 69-53)44년째 한자리 지킨 미용실,드라마·영화 촬영장으로도 각광대표적인 '단골 장사'인 미용실은 단골손님이 없으면 외면받기도 쉽다. 양지미용실은 1976년 9월 문을 연 후 지금까지 44년째 한 곳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사장인 성정례(68)씨는 인천에서 최초로 후학 양성을 위한 미용연구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곳에서 배운 후배들이 각지에서 분점을 내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오래된 미용실로 각종 드라마,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오래된 가게지만 소비자 변화에 발맞춰 꾸준히 연구해온 성 사장의 노력이 가게 유지 비결이다.# 미스김테일러(인천 중구 신포동 12-26)가게 내부에 자리 잡은 '작업실'전국서 보기 드문 개인 양장점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개인 양장점이다. 인천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김은주(64) 사장이 1983년 문을 연 후 현재까지 한 자리를 지키며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체형, 패턴, 개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곳으로 알려져 단골손님이 많다.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공장이 따로 있는 곳이 아니라 가게 안에 옷을 직접 만드는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전문 디자이너와 장인 기술자 등 직원 5명이 이곳에서 기성복에 맞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사진/인천시 제공,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2020-10-29 윤설아

[이슈&스토리]코로나 장기화…위협받는 정신건강

국민 10명중 4명은 불안감·우울감 경험여성·노년층일수록 '사회적 고립' 위험트라우마센터, 의료진 심리치료 의견도코로나 이후 '자살예방 전화' 78.6% 증가정부 민관협력 '정신건강복지 계획' 추진지원법률따라 5년마다 수립… 연말 발표코로나 19가 장기화 되면서 '코로나 블루'의 위험성이 대두 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와 우울증(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사람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격리 피로'가 쌓인 데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제한돼 있어 내면의 에너지가 분노로 분출되고 있다. 정부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확산되자 잠재적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쏟아 내고 있고, 문화계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방역 행사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정신건강의 경고등, 코로나 블루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이하 성인 남녀 1천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또는 불안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소장 최기홍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5월, 7월,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4명꼴로 경도 이상의 우울·불안을 경험하고, 5명 중 1명가량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수면·식사·운동·대인관계·교육 활동을 포괄하는 '활력지수' 조사에서는 여성의 활력이 남성보다 최소 5% 가량 뒤지는 것으로 조사돼 여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고, 아울러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증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았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통계청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 블루'의 전체 우울척도(CES-D) 평가 평균은 17점인데 비해 60대 남성은 20.6점, 70대 여성은 19.6점으로 전 연령대보다 높은 평균 우울증 의심증세를 보였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경우 감염의 우려로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꺼리거나 요양보호사가 감염 우려로 돌봄 일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노인 돌봄의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최소 5개월 이상 휴관했던 노인복지관은 전국 394개소 중 97.5%, 경로당은 6만7천여개소 중 76.5%로 조사됐다.그 만큼 노인들의 경우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 집합 여가 활동 등의 금지로 사회적 고립이 깊어지고 우울증 및 치매 증가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다.정춘숙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노인집단은 확진 시 높은 치명률로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19 최전방을 지키는 의료진은 코로나 방역 스트레스와 의료계 총파업 등으로 겪은 핵심인력 공백으로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살 위험성과 우울증 증상이 나란히 40%(국가트라우마센터의 조사)를 넘어서면서 방역 최전방 의료진 2명 중 1명이 '코로나 블루'의 위험성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트라우마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라우마센터의 소진관리 프로그램 사전 설문조사에 응한 319명 중 49.5%(158명)가 자살 위험성을 보였다. 우울증을 겪은 비율도 41.2%(132명)에 달했다.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재난이나 사고로 인해 충격을 받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기관인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의료진에 대한 전문적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낸 상태다.■ 백신도 없는 '코로나 블루', 사회적 관심 필요 코로나 19에 대한 우울·공포·불안감으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적 고통이 심화 되고 있다. 이에 '코로나 블루'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상담 건수가 51만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살예방 상담전화 통화 건수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찾은 통화 건수는 한 달 평균 9천217건이었으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월평균 1만6천457건으로 7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아지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하는 '코로나 블루' 해소 카드를 집어 들었다. 다만 정부는 개인 방역 수칙 준수를 법적 의무화했다. 정부는 다음달 13일부터 대중교통, 의료기관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어기면 당사자에게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코로나 우울 극복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민관 협력 강화에 나선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 기본계획으로, 정부는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마련해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원인과 더불어 코로나19 우울 확산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가의 책임과 역량을 확대하는 실효성 있는 기본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20-10-22 김종찬

[이슈&스토리]심리방역, 문화예술계가 나섰다

경기아트센터·보육진흥원 '비대면 공연' 협약도지자체와 문화·예술계 등은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코로나 블루'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우선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지친 도민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는 다음달 8일까지 백두산, 바나나쏭의 기적, 빌리 엘리어트,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겨울왕국2, 나만 없어 고양이, 아이스, 아들에게 가는 길 등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인다. 또 다음달 22일까지는 '평화'를 주제로 사물놀이, 택견, 연극, 설치예술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전시를 선보이면서 도민들의 심신을 달랜다. 일선 지자체도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심리방역 행사를 개최한다. 구리시는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시민응원 캠페인, 심리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심리방역을 진행하고, 성남시 역시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응원의 책을 시민들에게 추천받아 책을 올해의 책으로 발표해 책 읽기 문화 확산과 함께 시민들의 유대감 향상을 노린다. 또 부천시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했던 아이들의 '코로나 블루' 치료를 목적으로 통학로와 학교 내부를 벽화처럼 그려내는 사업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천시청소년육성재단은 코로나 19로 인해 대외활동이 제한된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신건강 등의 문제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마음 키우기'워크북을 제작·배포한다.이 밖에 경기아트센터는 최근 한국보육진흥원과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코로나19와 직무 스트레스로 우울감과 어려움을 겪는 보육교사를 위한 비대면 공연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지난 15일 경기아트센터 회의실에서 경기아트센터와 한국보육진흥원이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0.10.22 /경기아트센터 제공

2020-10-22 김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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