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워크 대한민국

 

[해피워크 대한민국·3]시화산단·광교테크노밸리내에 위치한 어린이집

맞벌이부부 '출산 딜레마'아이 맡기고 출근땐 걱정직업 포기땐 정체성 혼란'직장 육아시설' 해법으로틈틈이 아이들 상태 확인아이 걱정 덜고 일에 집중'칼퇴근·회식열외' 배려도회사에 대한 만족도 높여현재 시흥의 한 휴대전화 부품 만드는 회사에서 품질관리팀장으로 있는 김나윤(45·여)씨는 11년 전인 2003년 첫 아이 민서를 낳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998년 입사해 경력 5년차였던 김씨는 한창 일이 손에 붙고 있던 때라 '일'과 '육아' 중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회사는 출산휴가를 마치자마자 호출했다. 육아휴직은 불가능했고 갓 낳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맡아줄 어린이집이 없었다. 김씨가 민서를 맡긴 곳은 전남 화순의 큰언니네였다. 생이별한 엄마와 딸이 만나는 건 한 달에 두 번뿐. 아이가 크게 아플 때면 얼굴 보여줄 수 없는 먼 거리에 있는 엄마는 일을 하고 있어도 혼이 나가 있기 일쑤였다. 출산이 김씨보다 6년이나 늦은 이지은(36·여)씨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2009년 딸 소현이를 출산하고 일을 그만뒀다. 친정부모님이 봐주시겠다며 일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먼 거리에 사는 부모님께 딸아이를 맡기는 이별이 싫었다. 김씨와 다르게 아이가 아플 때 엄마는 옆에 있을 수 있었지만 이씨는 또 다른 문제를 겪었다. 우울증이다. 이씨는 "하루종일 혼자 아이를 보면서 남편을 기다리다 보면 속에 화가 쌓였다. 아이는 예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자신은 어디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점점 세상에 자신없어졌다"고 말했다. 일을 선택한 김씨와 육아를 선택한 이씨는 여성 직장인의 두 가지 유형이다.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도 행복하지 않다. 김씨의 사례처럼 일을 선택해도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이씨의 사례처럼 육아를 선택하면 엄마의 인생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현재는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해피워커'다. 이들 인생에 놓인 단 하나의 변화는 직장어린이집. 2006년 9월 시화산업단지 내에 개원한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시흥시 정왕동)은 영아부터 만 5세까지 77명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정확히 한 직장에서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들이 몰린 산업단지 내에 위치해 직장내 어린이집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김씨는 둘째 민성이를 갖자마자 회사를 이 어린이집 인근으로 옮겼다. 민성이는 4개월째부터 지금까지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이씨도 결국 육아를 전담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을 찾아 나섰다. 이씨 역시 이 어린이집 인근에서 회사를 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이들은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직장내 어린이집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아이가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 일에 집중하기가 훨씬 쉽다"며 "간혹 산업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지만 그보다는 부모와 떨어져 있는 아이가 더 불행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건축업계에서 캐드를 다루는 박지현(38·여)씨도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 덕분에 육아와 일을 같이 할 수 있어 항상 든든하다고 말한다. 박씨는 "현재 다니는 직장은 임금이 월 150만원 정도지만 결혼 전에는 이보다 임금이 훨씬 높았다"면서도 "지금은 임금보다 어린이집이고, 어린이집 반경 내에서 직장을 잡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4살배기 은아를 몇 개월 품에 안고 있다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시작했다. 처녀 적에는 야근은 물론 밤샘 일이 많았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려니 전략을 바꿔야 했다. 박씨는 아예 출산 후 직업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현재 직종으로 바꿨다. 박씨는 "엄마가 일을 해야 가정이 화목하고 남편도 숨통이 트인다"며 "산업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없었다면 현재 행복은 꿈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2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4점 만점에 평균 3.46점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 가까이에 어린이집이 있지만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 내에 있어 자녀의 등하원이 편해서'(25.2%)를 꼽았다. '시설 환경이 우수해서'(23.4%), '아이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므로'(22.7%) 등 순이었다.수원 광교테크노밸리 나노기술원 입주기업인 '파크시스템스'의 입사 5년차 강경엽(36)씨는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꽉 잡고 있는 '워킹대디'다. 강씨는 직장내 어린이집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광교테크노밸리의 어린이집 키즈빌의 1기 멤버가 됐다. 강씨에게는 아빠와 아들이 함께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등하원하는 것이 익숙하다. 강씨는 입사 이후 아이가 3살 될 무렵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국공립 어린이집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듯 들어가기가 어렵고, 사립 어린이집은 비싼 데다 흉흉한 소문도 많아 괜히 께름칙했기 때문이었다.그러던 중 광교테크노밸리에도 입주기업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이 생긴다는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고, 두손들고 키즈빌 어린이집의 학부모가 됐다.판교에서부터 광교까지 30분 거리를 매일 아이와 함께 오가며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부자(父子)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은 물론 아내도 마음 놓고 맞벌이를 할 수 있어 강씨 부부는 요즘 행복하다.게다가 회사에서도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에 맡긴 직원들이 '칼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불가피하게 회식이 있다 해도 일찍 끝나는 등 자연스레 가정적인 아빠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아이도 처음엔 낯선 어린이집 풍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지만, 아빠가 점심시간에 잠깐 들르거나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가까이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돼 지금은 어린이집을 누구보다 좋아한다.강씨는 "저마다 회사를 다니는 목적들이 있지만 급여를 많이 주는 대기업보다도 자녀를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복지환경이 잘돼 있는 지금의 회사에 다닌다는 게 가장 좋다"며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가정에서 보내는 대신, 직장에 있는 시간만큼은 충실하게 일에만 매진하다 보니 일의 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안타깝게도 어린이집의 혜택은 골고루 퍼져 있지는 않다. 경기도내 직장인 10명 중 6명만이 직장내 어린이집 덕을 보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직장내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도내 의무사업장은 154개지만 이 중 직장내 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80곳, 위탁 보육을 맡긴 곳은 21곳으로 회사 인근에 어린이집이 있는 곳은 불과 101곳(65.5%)에 그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은 상시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에 어린이집 설치를 의무로 하고, 여의치 않으면 위탁보육을 하거나 보육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보육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곳이 31개 업체(20.1%)에 해당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은 보육수당 지급을 허용치 않고 해당 사업장은 어린이집을 보유하거나 위탁보육하도록 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립산업단지어린이집에서 만난 세 부모에게 '당신은 행복한 근로자이십니까'라고 물었다. 김씨는 "우리 애들을 이곳에 맡기고 난 뒤엔 행복하다"고 말했고, 이씨는 "아기만 바라보다 자아계발을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 둘째를 출산했는데 다시 어린이집 도움을 받아 일을 하면 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맞벌이시대, 부모 모두가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과 육아, 육아와 일은 직장내 어린이집으로 꿰어져야 함을 행복한 직장인들이 웅변하고 있다. /권순정·신선미기자▲ 지난 2011년 광교테크노밸리 내 어린이집 '광교 키즈빌'개원식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입주기관 대표, 학부모, 광교테크노밸리 입주사 임직원 등이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2014-06-09 권순정·신선미

[해피워크 대한민국·2]경기지방경찰청 '통&通 문화교실'

뮤지컬·통기타·마술 등전공한 의경들 강사 자원2개월 과정 선착순 교육조기마감 될 정도로 인기업무 스트레스 해소 출구친목도모·사기진작 효과즐거운 직장이란 어떤 곳일까. 업무가 수월한 곳? 급여를 많이 주는 곳? 휴일이 확실히 보장되는 곳? 저마다 그리는 이상적인 직장의 모습이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잡코리아가 지난해 남녀 직장인 460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즐거운 직장의 조건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우선 응답자의 77.8%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람'을 꼽았다.다음으로 건강(73.5%), 연봉(56.3%), 복리후생(48.7%), 정년보장(45.2%), 일의 보람(44.8%), 자기시간확보(30.4%), 출퇴근거리(24.1%) 등이 뒤를 이었다.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오죽하면 '일은 힘들어도 참을 수 있지만, 사람이 힘든 것은 못 참는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그만큼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우리의 직장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그런데 매일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면 어떨까. 크게 다쳐 눈 뜨고 볼 수 없거나 더 이상 살아날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어떨까.경찰 공무원들은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행복을 얻기보다는 행복을 주기 위한 일들을 하기 때문에 즐거운 직장생활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오히려 극심한 스트레스에 고통받는 직원도 많다.경기지방경찰청에서는 재능있는 의무경찰로 구성된 경찰홍보단의 재능기부를 통해 마음을 다친 경찰관들의 '힐링'에 나서고 있다. 뮤지컬, 통기타, 마술, 팝핀댄스 등 무료 강좌의 종류도 다양하다.'해피워크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소개할 직장은 경기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밤낮을 바치는 이들의 일터, 경기지방경찰청이다.# 마음을 다친 경찰 공무원앞서 언급했듯이 경찰관 대부분은 흔히 얘기하는 행복한 직장인과는 거리가 멀다.게다가 매일같이 사건 사고를 접하다 보니 경찰 공무원의 절반은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경찰 공무원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은 당시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복지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응답한 경찰관의 43.4%가 사건 후유증으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기능별로는 생활안전(46.7%), 수사(44.8%), 형사(47.4%), 교통(43.2%) 순으로 나타났다.소속기관별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비율은 지구대나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47.6%, 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28.5%로 조사됐다. 이렇듯 경찰 공무원 절반이 사건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지만, 치료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경찰 공무원 중 86.9%가 '치료 경험이 없다'고 답해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돼 있었다. 반면 '사설병원 치료'는 5.3%, '경찰병원 치료' 1.5%, '전문 심리 상담사와의 상담' 0.8%, '치료 프로그램 참여' 0.3% 등 전문 기관에 치료를 의뢰한 이들은 극히 적다.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등 정서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9.0%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고 40.1%도 '다소 필요하다'고 답했다.# 문화교실로 마음 상처 '힐링'경기지방경찰청은 좋은 직장을 만들고 직원들의 다친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통&通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소리로 하나가 된다는 뜻의 통&通 문화교실은 경기청과 관할 경찰서 41개 및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 중 희망자를 모집해 뮤지컬, 통기타, 마술, 팝핀댄스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실시한다.강사는 '경기경찰홍보단'의 의무경찰.사회에서 '프로'로 불렸던 이들은 홍보단의 이름으로 대외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재미있는 영상들을 제작해 이미 유명 아이돌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경기청은 그간 국민을 대상으로 활동하던 홍보단을 내부 직원들의 문화 강사로도 활동하도록 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권주영 상경이 통기타 강사로 발벗고 나섰다. 권 상경은 낮에는 공연을 위한 기타연습, 밤에는 직원들을 위한 기타 강의로 열혈 군복무 중이다.뮤지컬 분야는 단국대 뮤지컬학과 임정모 일경과 서울예대 연기과 수석입학생 김봉주 대원이 맡고 있다.각 분야별로 1주일에 한 번 2시간씩 2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며, 3월에 선착순으로 이뤄진 수강신청은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과다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문화예술과 거리가 멀었던 직원들이 문화교실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은 물론 근무 사기도 올랐다는 게 경기청 관계자의 말.직원들의 호응이 좋아 하반기에는 통기타 심화반도 운영할 예정이다.통기타 강사로 활약 중인 권주영 상경은 "군대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보람도 얻고 시간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말도 없이 업무에만 매진하던 경찰관분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전했다.수강생 오혜선 경장은 "일을 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 학원을 다니며 배우는 게 쉽지 않았는데, 문화교실을 통해 일터에서 기타라는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돼 설렌다"며 "동료였지만 교류가 없던 다른 경찰관들과도 친목을 쌓고 소통할 수 있게 돼 매번 문화교실 수업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서울예대 연기과를 수석으로 입학한 김봉주 대원과 단국대 뮤지컬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임정모 일경 등이 수강한 경찰관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직원들이 행복한 직장이 됐다며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통&通 문화교실'에서 권주영 상경이 통기타 강의를 하는 모습. 경기지방경찰청 문화교실은 직원들의 사기도 높이고 스트레스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2014-04-07 신선미

[해피워크 대한민국·1]직장에 대한 새로운 정의

지적공사 사내밴드 '땅과 사람들'아마추어로 시작 프로무대 진출농촌진흥청 '마라톤 동호회' 8년선·후배간 끈끈한 조직력 만들어가스안전공사 '재능기부' 활동아동센터 어린이 600여명과 만나요즘은 흔히 말하는 무한경쟁시대다. 그것도 국경은 사라진 채 오로지 기술과 능력으로만 겨루는 글로벌 경쟁시대다.사회 구성원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속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직업에 대한 성찰없이 성과 위주, 획일적 조직체제에만 매달리다보니 정작 직업을 통해 '나'라는 자아를 찾기보다는 물질적 보상의 도구로만 여겨온 게 사실이다.2014년을 사는 직장인들은 여전히 1등만 기억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이다 보니 입시·취업·승진에서 무한경쟁 속으로 내몰린다.직장에서의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가족과의 여가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급격히 변해가는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한눈팔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야 하는 처지다.명문 학교, 넓은 집, 대형차 등 이런 획일적·물질적 잣대로 개인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언제 어디서나 남을 의식하고 남과 비교당하다 보니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인생의 최고 황금기인 20~30대엔 정신없이 일을 하고 50~60대엔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경인일보는 올 한해 '해피워크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직장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이에따라 즐거운 직장 분위기 만들기를 통해 직장인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자신감과 만족도를 높이는 사례를 소개한다.# 직장이란 무엇인가직장은 가정과 국가에 이은 또다른 통합사회다. 우리는 직장을 통해 경제적 이득은 기본이고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고 목표한 바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배우기도 한다.이런 직장생활에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몇년 전 한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생활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설문한 결과 경제적 능력과 업무능력, 그리고 자신감, 인맥,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얻는 데 큰 기회가 되었다고 응답한 반면, 마음의 여유와 삶의 열정, 건강, 자존심 등을 잃었다고 답했다.특히 직장인들은 즐거운 직장생활의 최우선 조건으로 연봉을 꼽았다.최근들어 정부를 비롯해 각 기업체들이 '일과 여가'를 조화롭게 운영해 나가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즐거운 직장, 행복한 기업' 인증 캠페인을 내걸었다.이 캠페인은 직장인들이 여가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나아가 여가에 대한 긍정적 사회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다.각 기업들도 앞다퉈 직장내 다양한 동아리 활동, 재능기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이제는 직장내 구성원들이 만족감과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업무에 대한 창의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 동아리 활동으로 스트레스 '제로'대한지적공사 경기도본부의 사내밴드 '땅과 사람들'은 아마추어로 시작해서 프로가 된 직장인밴드다.2009년 당시 본부장의 'Fun경영'에 맞춰 재주 많은 사원들이 여럿 동호회를 만들었다. 연극, 영화, 운동, 미술 등 다양한 분야가 결성됐다.하지만 일을 하며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저녁시간과 주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동호회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이 꼭 필요하다.'땅사' 1기 리더인 박재현 과장은 "수원, 시흥, 화성, 파주, 김포, 여주 등으로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일정한 시간을 맞춰 연습하는 게 쉽지 않아 동호회에 슬럼프가 오기도 했지만, 새로운 피를 수혈받으며 동호회를 유지해 나갔다"고 말했다.보컬 남녀 1인씩, 퍼스트 기타, 세컨드 기타, 베이스기타, 키보드와 드럼까지 모두 7명으로 구성된 밴드는 지난 2011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아침마당 노래자랑에 출연, 3연승을 하고, 이어 사랑의 리퀘스트에 나가 연주실력을 뽐냄은 물론 아침마당에서 받은 상금을 기부하면서 경기도라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으로 활동무대를 넓히게 된다. 여의도, 미사리 등을 오가며 지역본부를 넘어 지적공사의 자랑거리가 된 것.박 과장은 "공사라 사내분위기가 경직된 면이 있어 이를 부드럽게 하려 조직된 동호회가 이제는 지역문화제나 소외된 지역을 돕는데 지적공사 대표로 나서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땅사'는 2기 후배들을 받고 있어 앞으로 1기 선배들이 이끌고 2기 후배들이 앞에 나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마라톤동호회'도 농진청의 자랑이다. 2007년 결성된 이후 벌써 8년째 28명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이 모임은 농진청을 선·후배로 엮인 끈끈한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른한 늦잠을 잘 토요일 오전 6시30분이면 회원들은 광교호수공원, 원천저수지, 신대저수지, 광교산 등에 모여 20~40㎞를 뛴다. 모두 같은 실력일 수 없을 터.김요호 농진청마라톤동호회 회장(수확후관리과장)은 "선배 마라토너들이 후배를 독려하고 호흡을 관리하는 요령 등을 전수하며 함께 뛰어 관계가 돈독하다"고 말한다.김 회장은 "자기를 극복해야 하는 마라톤의 고단한 여정을 선후배가 후원하고 있어 목표성취가 즐겁다"며 농진청마라톤동호회에 대한 무한 애정을 쏟아냈다. # 재능기부로 보람 찾아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는 직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활기있고 보람찬 직장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장차 미래에 가스를 사용하게 될 어린이들에게 가스안전 교육은 필수적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에서, 직원들은 도내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아이들에게 가스안전 교육을 펼치고 있다.지난해에는 안산·평택·안양·오산·의왕·화성 등 도내 각 시군의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총 600여명의 아이들을 만났다.가스사고의 끔찍함을 일깨울 수 있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가스누설 점검 방법을 배운 뒤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도 가졌다.또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한 어린이용 만화와 홍보용품을 나눠주며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다.그동안 습득한 지식을 지역사회에 재능기부 함으로써 직원들은 오히려 사기가 오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이외에도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연계된 가스안전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지난해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안전주간 잔치'를 통해 과천 중앙공원을 오고가는 아이들에게 가스안전 의식을 심어줬다.11월에는 '안전문화운동 추진 경기도협의회'의 출범을 맞아 WHO로부터 국제안전학교로 공인받은 수원 정자초교를 찾았다.그간 학교에서도 각종 안전교육을 실시했지만,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의 전문 교육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아이들은 비눗물로 가스누출 점검을 해보며 사전 점검의 중요성을 깨닫고, 가스레인지 불이 일정시간 이후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할 수 있는 '타이머 콕'의 필요성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었다.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막연히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재능기부를 통해 일에 보람도 느끼며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성철·권순정·신선미기자

2014-02-11 이성철·권순정·신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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