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

 

[공간과 사람·35·끝] 청라국제도서관

저층부 비워 막힐수 있는 공원 시각적 연장평상·테라스·계단 등 다양한 독서공간 연출층층이 쌓인판·책장 모티브 파사드기법 눈길하늘창에 일체형태양광시스템 직사광 차단그림자로 시간 흐름 알수있게한 배려 ‘독특’건축가는 항상 새로운 건축기술과 도시계획 기술에 눈을 돌려야만 주민이 요구하는 주거 방법과 생활 양식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건축가는 건축물의 이용자가 그 자신의 사회와 함께 움직이고, 사회를 형성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 요나 프리드만(헝가리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해마다 선진 건축문화를 유도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기여한 건축물의 설계자와 건축주를 시상하는 인천시는 지난 10월 올해 인천광역시 건축상 대상작으로 ‘청라국제도서관’을 선정했다.건축상 심사위원들은 선정 이유로 “계단형, 평상, 테라스, 윈도 열람실 등 다양한 책 읽기 공간을 연출하고 책 읽는 모습과 책장을 모티브로 파사드를 계획하는 등 건축기법이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공간과 사람’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청라국제도서관을 찾았다. 현장 답사 후 설계를 맡았던 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의 최재원 소장(건축사)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도서관의 대지는 청라국제도시와 주변지역, 공원과 도시,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고층 주거지역과 저층 주거지역의 다른 성격의 영역이 만나는 경계 지점에 있다. 건축물의 입면은 도심, 공원, 주택지역 등 모든 방향에서 정면이 되며, 옥상은 마천루에서 조망되는 제5의 입면이자 공원의 일부였다. 이처럼 도서관은 경계의 조건들을 포용하고 확장시키고 있었다.최 소장은 “인접된 저층 주거단지의 스케일에 맞춰 저층의 수평적인 매스로 도서관을 구성했고, 공원과 도서관이 소통할 수 있도록 저층부를 많이 비워냈다”면서 “새로운 구조물을 만나 막힐 수 있었던 공원을 시각적으로 연장 시켰다”고 말했다.도서관에 들어서면 어린이를 위한 외부 놀이공간과 연결된 도서공간, 문화교실 등 다목적 공간과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열람 공간 등 옥상공원까지 이어지는 층층의 판들은 시각적으로 연결돼 있다.최 소장은 “도서관의 성격을 지식의 전달과 함께 커뮤니티 공간에 방점을 두고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면서 “층층이 쌓인 판들은 시각적 연결과 함께 소통의 여지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책 읽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거실과 같은 안락한 공간이어야 하고, 편안한 ‘책읽기’는 그 핵심이랄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해 기존의 책상 이외에 다양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고려된 열람공간을 제안했습니다. 순환하는 열람공간을 따라 배치된 2인, 4인용 책상 사이사이에 다양한 방식의 열람공간을 삽입했습니다. 공원 전망의 쇼윈도 같은 독서공간, 외부 테라스, 편안하게 앉는 평상, 토론이 가능한 세미나형 독서공간 등 다양한 ‘책읽기’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중앙의 계단형 공간은 계단에 앉을 수 있는 열람실이며 정기간행물실로 활용되고, 이어지는 어린이 도서관의 계단형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러눕거나 엎드려서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공공 건축물에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의무화 되면서 이 부분을 건축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도 설계자로서 고민이었단다.“다 만들어진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덧붙이기 보다는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도서관 공간의 일부로 만들고, 그에 따른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천창에 BIPV(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를 이용했습니다. 입자가 작은 세련된 디자인의 BIPV 보다는 오히려 입자가 큰 저렴한 BIPV를 사용해 전체 아트리움 공간에 직사광선을 차단하면서도 특징적인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도록 했죠. 그림자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도 알 수 있습니다. 옥상에 설치된 나머지 태양광 패널은 코아공간과 일체화 시키면서 햇빛과 비를 차단할 수 있는 휴게공간의 지붕으로 활용했습니다.”청라국제도서관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0% 가량을 보전하고 있다.최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보람이 크다고 했다. 또한 청라국제도서관이 동네 사랑방과 같이 여럿이 모여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처음 대지를 방문했던 2012년이 엊그제 같은데 주민들이 실제로 도서관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빠듯한 예산, 촉박한 일정, 다양한 협의 과정 등으로 설계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찾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보람이 큽니다. 도서관은 동네에서 다양한 연령의 가족이 편안하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재원 소장은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범건축을 거쳐 2007년부터 (주)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를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가천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2012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우수상, 2013 대한민국 신인건축사대상 대상, 2013 한국농촌건축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풍기읍사무소, 동교동 근린생활시설, 청라국제도서관, 은평구립 구산동 도서관마을, 영주 장애인복지관 및 체육관 등이 있다. ■건축 개요위치 : 인천광역시 서구 연희동 786-6(문화공원1)용도지역 : 자연녹지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 구역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대지면적 : 2만3천509.20㎡건축면적 : 1천28.87㎡연면적 : 2천93.94㎡구조 : 철근콘크리트(부분 포스트텐션)외부마감 : 라임스톤, 폴리카보네이트, 아연도장강판패널/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12-21 김영준

[공간과 사람·34] 레인보우 유치원

천창·중정 배치통해 좁은공간 확장 효과센트럴공원 방향에 붙인 교실 밝고 쾌적친환경 마감·안전 고려한 난간 높이 눈길인천시 건축대상 우수상에 선정 되기도유치원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곁을 떠나 처음 집단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최초의 공간이다.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무섭고 어려운 공간이 아닌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터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고 싶었다. -최재형 에스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2015 인천광역시 건축대상 출품 후 밝힌 레인보우 유치원의 설계 배경’에서인천 송도국제도시의 ‘레인보우 유치원’은 지난 5월 준공했다. 이번 학기부터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레인보우 유치원은 2015 인천광역시 건축대상(우수상)에 선정됐다. 지난 10월 심사위원회는 레인보우 유치원에 대해 “삼각형의 어려운 대지임에도 불구하고 학습공간과 공용공간을 잘 배치해 공간의 확장성을 가져오고, 천창과 중정을 배치함으로써 밝고 쾌적한 공간을 만든 점을 우수하게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2015 인천광역시 건축대상 심사위원회의 지적처럼 레인보우 유치원은 삼각형(엄밀히 이야기 하면 사다리꼴)의 대지에 자리잡았다. 또한 도시축과 녹지축이 맞물리는 곳이기도 하다.때문에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건물은 각 도로로부터 직각 또는 평행하게 위치했다.건물의 매스(Mass)에서도 설계자의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아이들의 놀이용 블록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매스는 주변 건물의 흐름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조화롭게 배치됐다. 역동적이면서 송도국제도시의 미래지향적 이미지와도 어우러진다.센트럴공원과 면한 쪽에는 건물의 부출입구가 있다. 이는 접근성 향상과 함께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유치원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한 설계자의 배려에 따른 것이다.도로쪽은 유치원의 메인 출입구와 주차장 입구만이 면해 있다.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생활하는 공간은 자동차 소음과 무관한 방향에 면해 있다.건물 외부를 둘러보고 차로 쪽에 면해 있는 메인 출입구로 유치원에 들어서면 중정과 함께 중앙 계단이 시선을 붙든다.유치원을 찾은 시각이 오후 5시께로 서서히 어두워지는 때였지만, 천창과 중정으로 인해 저층부의 교실까지 넉넉한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중앙 계단은 단순히 층과 층을 연결하는 도구가 아닌 건물 내부의 여러 요소들을 체험할 수 있는 순회형 계단이다. 마치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처럼 건물 내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중앙 계단과 함께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나무 형태의 조형물은 아이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직접 꾸밀 수 있는 도구이다.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형상화한 듯하다.건물의 최상층인 4층에는 아이들이 실내 활동을 할 수 있는 체육관과 수영장을 두었다. 보다 자세한 설계 의도를 들어보기 위해 최재형 에스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를 인천 송도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최 대표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스무 건에 달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교육연구시설을 설계했다.최 대표는 “초기 설계를 진행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유치원과 센트럴공원의 연계, 삼각형 부지를 살려야 하는 점, 주변 경관과 어우러짐 등이었다”면서 “공원측으로 낸 부출입구와 교실 배치, 차로변 쪽으로 낸 메인 출입구와 주차장 출구, 블록형 매스 등을 통해 이 같은 부분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또한 유치원의 주 사용자인 어린이에 맞춰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최 대표는 “1층의 교실은 어린이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교실과 인접한 화장실 배치, 2·3층은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공용화장실이 배치됐다. 또한, 실내 마감재료는 바닥에 어린이들이 넘어지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천연 합판 등 친환경 재료를 사용했으며, 계단과 난간의 높이도 높였다”고 말했다.그는 중정과 중앙계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계단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의 중앙 계단을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요소를 제 설계에도 반영하고 싶었죠. 하지만, 건축주인 유치원 원장님은 설계 초기 중앙 계단을 반대하셨습니다. 일반적인 유치원의 형태를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건물 내부의 요소들을 체험하는 순회형 계단, 교사가 어느 위치에서도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역할 등을 들어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고, 원장님도 응해주셨죠.”끝으로 최 대표는 “중앙 홀을 비롯해 중정과 중앙계단 등 열린 공간으로서의 여러 요소들이 이 곳에서 생활한 어린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각인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건축 개요위치 :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24의10용도 : 교육연구시설(유치원)규모 : 지상 5층대지면적 : 1천700㎡건축면적 : 1천3.25㎡연면적 : 3천393.96㎡구조 : 철근콘크리트주요마감 : 티타늄 아연판, 유공패널, 현무암, 컬러알루미늄 패널(이상 외부), 네추럴 오크판재, 디자인 월, 자작나무합판(이상 내부)■최재형 건축사는전이 건축사사무소와 솔빛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봤으며, 2009년 에스에이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파주 헤이리 마을 외부건축사, 2016 대한민국건축사대회 준비위원, 인천광역시 경제자유구역청 건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건축사진 작품활동도 하면서, 도시건축사진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했다. 주로 교육연구시설과 노유자시설에 관심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중정에 위치한 중앙계단에선 마치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처럼 건물 내부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교사들에겐 어느 공간에서든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한다. /월간 건축세계 김명식 기자 제공

2015-11-23 김영준

[공간과 사람·33] 도레도레 강화점

3년 설계구상끝 숲속갤러리 콘셉트 완성입구 수직 콘크리트·수평 지붕선 긴장감 채광 반영 다채로운 창 ‘바다조망권 환상’강화 방문객에 ‘쉼터같은 명소’ 자리매김교보생명의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을 지낸 고 신용호(1917~2003) 회장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을 탄생시킨 걸로도 유명하다. 1981년 완공돼 화제를 모은 광화문 교보빌딩의 설계자는 당시 빌딩 설계의 권위자였로, 미국 예일대학 건축대학장을 지낸 시저 펠리였다. 당시 신 회장의 건축물에 대한 견해는 이런 것이었다. “건축물은 건축주의 품격과 인격을 말해준다. 비싼 재료를 써서 지나치게 화려함을 강조한 건물을 보면 사람들은 졸부를 떠올린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딱딱한 인상을 주는 건물은 사람들이 외면한다. 자연 친화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건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건축주의 건물에 대한 탁견과 실력 있는 건축가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건축물이 태어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위대한 건축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건축계 격언과도 통한다.강화도 동막해수욕장 근처 마니산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은 브런치카페 ‘도레도레(DoreDore) 강화점’ 또한 건축주와 설계자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일치된 견해로 탄생한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10월 중순 강화도의 해안도로를 지나 마을의 좁은 진입로를 거쳐서 찾아간 도레도레 강화점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마니산의 경사면에 면해 있다. 도레도레 강화점은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의 아버지이자 건물을 탄생시킨 김시춘 이토건설 회장의 주말 주택의 축에서 조금 틀어진 형태로 마니산에 대응하는 수직의 콘크리트 건물과 서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낮고 긴 건물로 구성됐다. 절토나 성토 등 사람의 손길을 배제한 도레도레 강화점은 주말 주택과 같은 레벨에 정원을 조성하고 내부로 통하는 테라스를 둬 기존 건물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다른 한쪽은 대지 진입부와 연결된 정원을 새롭게 조성해 주출입구와 만나게 했다. 마치 바다 조망의 숲속 갤러리의 느낌이다. 건물은 평소 자연을 존중하고 돌과 나무를 아끼는 김 회장의 뜻과 일치하며, 자신의 몸을 세우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졌다.김 회장은 “건물을 계획하면서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조망권을 지키고 싶었다”면서 “설계자도 이 부분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평일 낮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건물의 멋과 주변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물에 머무르며 안정감과 친근감을 함께 느끼는 모습이었다.도레도레 강화점은 설계에서 완성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프로그램 변경을 비롯해 대지를 조성하거나 실축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의미있는 건물을 짓겠다는 건축주의 마음과 그 마음을 공유한 건축가의 이해가 오랜 시간의 작업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도레도레 강화점은 인천시가 수여하는 2014년 인천광역시 건축상(장려상)을 받았다.수일 후 도레도레 강화점을 설계한 구영민 인하대 교수(건축학과)를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구 교수는 “기존의 주말 주택과 함께 대자연이 이루는 수직과 수평의 대비를 수직의 콘크리트 매스와 수평의 지붕선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도레도레 강화점의 설계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서 “대지 자체가 가지는 세력(마니산의 유무형의 기운)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건축은 그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부속이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일조와 조망, 자연경관과 조경(정원)이 탁월하기 때문에 건축은 이러한 조건들과 만나는 자연스러운 대화에 집중했다는 것이다.구 교수는 평소 설계에서 통풍과 채광을 중요하게 여긴다. 도레도레 강화점의 창은 층과 바라보고 있는 방향 등 요소에 따라 다양하다.“한편으로는 일종의 ‘윈도우 하우스’라고 할 수 있어요. 지하층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중간중간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지하층의 카페 공간에서 보는 자작나무와 참나무, 그 뒤의 원경을 볼 수 있는 창과 1층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의 창을 통해 바다를 보는 느낌은 다양한 모양의 창의 느낌 만큼이나 제각각이다.구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밀리우(Milieu·균형과 조화)를 언급했다. 더불어 건물에 대한 바람도 피력했다.“설계 내내 밀리우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자연과 주변의 이웃, 조경(정원)과 인테리어, 사용자와 건축 공간, 방문객들과 카페, 음식과 장식, 가구와 조망 등 많은 것들이 서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만나 건물을 만들어가는 것도 밀리우의 의미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도레도레 강화점을 찾는 많은 분들도 이 같이 조화로운 랜드스케이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편안히 즐기다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다의 고요와 산의 활기로 마음이 편해지면서 활력이 생기는 곳, 진정한 힐링의 장소가 되길 기원합니다.”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건축 개요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864-18용도 : 근린생활시설대지면적 : 6천356.00㎡건축면적 : 293.42㎡연면적 : 556.94㎡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구조 : 철근콘크리트조주요마감 :노출콘크리트·징크·현무암·로이복층유리■구영민 교수는구영민 교수는 프랫대와 코넬대학교를 거쳐, 미국 주요 디자인 펌 등에서 10여 년 간 활동하다가 인하대 건축학과에 부임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며, 페이퍼 아키텍처를 토대로 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초빙교수 및 교환 교수로 활동하며 경기도 헤이리와 인천, 서울과 울산 등지에서 4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블라디보스토크 국제 비엔날레와 유네스코 베니스 등의 국제 전시회를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 작품집으로 ‘Poetics of Crack(s)’, ‘Garden in the Machine’, ‘Urban Pagoda’등이 있으며, 2006년 UIA 세계 공모전에서 제4지역(아시아/태평양) 대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기본설계, 중국 후이룽관시 체육문화공원, 중이온 가속기 센터, 천주교 신리성지, 오이도 선사박물관, 중국 창핑구 북7가 도시디자인 등이 있다. 제2기 대통령 소속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천건축재단 대표로 활동 중이다. ‘틈의 다이얼로그’, ‘Imageable Plateau’, ‘Refuge_인천 건축가 30대의 꿈’, ‘건축사이로’, ‘인천재발견’, ‘왜 다시 인천인가?’, ‘여주 수녀원’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인근에 자리 잡은 ‘도레도레 강화점’은 마니산에 대응하는 수직의 콘크리트 건물과 서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낮고 긴 건물로 구성돼 안정감을 주며 자연 친화적이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10-26 김영준

[공간과 사람·32] 인천시어린이과학관

구멍난 외관 자연광 유입 역할도 겸해 동심 꿈·희망 무한히 채우도록 형상화 넘어져도 충격 완화 세심한 실내마감 수유실등 갖춰 가족관람객 편의성UP 국내 최초의 전문 어린이과학관을 표방하며 2011년 5월 문을 연 ‘인천어린이과학관’은 그 해 인천광역시 건축상(대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본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우수 건축물로 이름을 알렸다. 인천어린이과학관은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 인근 계양산 자락에 닿아있다. 방문객이 첫 대면하는 과학관 외부는 어렵지 않게 ‘스펀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이 뚫린 고밀도 목재 패널은 컬러 커튼 월로 지어진 과학관을 둘러 싸고 있다. 스펀지는 어린이들에게 친근하다. 어린이들은 직관적 경험을 통해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몸과 마음으로 지식을 체득하며, 그렇게 흡수한 것을 스펀지에서 물을 짜내듯이 표현하고 응용하는 모습이 과학관 건축 설계에 표방됐다. 스펀지를 형상화한 목재 패널에는 이 같은 상징적 의미가 부여됐으며, 자연광을 일정 부분 차단하면서 어느 정도는 통과시키는 기능적 역할도 한다. 과학관 내부로 들어서면 드넓은 로비(중앙 홀)와 각 층으로 연결되는 중앙 계단이 눈에 띈다. 중앙 홀은 모든 전시관을 매개하는 공간이면서 다양한 조형물과 이벤트, 볼거리 등이 제공되는 장소이다. 중앙 계단은 각 층의 전시 공간과 연결돼 있다. 보행 약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전시공간 중간에는 다음 전시공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각 층의 휴식 공간에선 천장이 보이기 때문에 개방감 속에서 머무를 수 있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본 후에는 옥상 전망대에서 계양산 자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이 밖에도 지열과 태양광을 활용해 자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에너지 생산량은 과학관 내부에서 실시간 수치로 살펴볼 수 있다. 인천어린이과학관의 탄생과 설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주)해안건축의 김태만 대표(CDO)와 인터뷰를 했다. 김 대표는 지난 달 ‘공간과 사람’에서 다뤘던 ‘G타워’의 설계자로서 만났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초기 설계에서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어린이 전문 과학관으로서 차별화된 상징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는 “사용자인 어린이를 스펀지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스펀지를 형상화하는 단순한 매스(Mass)를 만들어서 지역의 아이콘화를 꾀했다”면서 “스펀지의 다공질 면을 만들기 위해 타공된 구멍들은 단순한 표피가 아니라 전시공간에도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한 요소로 활용됐으며, 과학에 대한 꿈과 희망을 무한히 채울 수 있도록 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학관의 주 사용자인 어린이와 가족에 맞춰 수유실과 과학도서실 등과 같은 편의 시설들을 비롯해 세밀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김 대표는 “실내 마감재료는 바닥에 어린이들이 넘어지더라도 충격이 최소화 하도록 천연고분자 타일 같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했으며, 계단과 난간에는 추락방지를 위해 높이 1.3m의 유리 난간과 어린이 전용 핸드 레일을 설치했다”면서 “자연광 활용면에서도 전시실 내부를 외부와 단절시키는 인공조명의 활용 대신 커튼 월에 다양한 색상의 조명확산 컬러 필름으로 마감해 자연광으로 연출되는 전시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전시 공간의 특성상 이용자들의 동선 배치도 설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5개의 실별로 구성된 전시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중점적으로 신경을 썼습니다. 방문객이 주출입구로 들어서면 중앙홀에서 이용자의 연령과 관심에 따라 2층 또는 3층으로 진행하도록 수직 동선으로 배치해 선택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2층과 3층은 열린 공간으로서 연결 동선을 가지고 있는데, 어린이가 계속 체험을 할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했습니다.” 김 대표는 국내 최초인 어린이과학관을 설계하기 전에 세계 1, 2호 어린이 전시 시설인 뉴욕 브루클린 어린이 박물관과 보스턴 어린이 박물관을 답사하면서 구조와 함께 어린이 전용 과학관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브루클린의 경우 최근에 리모델링이 되었는데, 외관은 노란색 모자이크 타일을 이용해 볼륨을 하나의 덩어리로 단순하게 만들어주면서 내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전시공간이 자연광만으로 이용되고 있었다”면서 “보스턴 찰스 강변에 위치한 어린이 박물관은 만지지 못하는 기존의 전시개념을 바꾼 ‘hand on’ 기법이 시작된 곳으로, 체험과 친환경을 가장 중요시하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인천어린이과학관이) 집 앞 공원을 산책하듯 많은 시민이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실내·외 전시장을 둘러보고 계양산 자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자, 종종 작은 공연 관람도 가능한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건축 개요 위치 : 인천광역시 계양구 방축동 108의1 설계자 : (주)해안건축 시공사 : 동부건설컨소시엄 건축주 : 인천광역시장 규모 : 지하 1층·지상 3층 대지면적 : 2만1천688㎡ 건축면적 : 4천287㎡ 연면적 : 1만4천998㎡ 구조 : 철근콘크리트 ■김태만 건축가는 도시와 삶에 활력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 건축, 도시, 조경 등 다양한 영역과 스케일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는 김태만 대표(CDO)는 해안건축에서 복합시설, 마스터플랜, 공공건축물 등 새로운 영역들을 개척해왔다. 뉴욕 H Architecture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설계스튜디오를 지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객원교수로 도시건축 스튜디오를 공동 진행했다. 다수의 AIA New York Chapter Award,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건축상 등을 수상했다. 2012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초대작가로도 참여하였다. 대표작으로는 행복도시 중심행정타운, 플로팅아일랜드, 서울추모공원 등이 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 계양구에 위치한 ‘인천어린이과학관’은 스펀지를 형상화한 목재 패널이 외관을 둘러 싸고 있어 과학관을찾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스펀지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2015-09-21 김영준

[공간과 사람·31]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송도·영종·청라지역 상징 3개 건물로 구성 인천경제자유구역 컨트롤타워 걸맞은 설계‘서향 하늘정원’엔 글로벌도시 지향점 담아 상징·실용성 갖춘 도시 랜드마크 자리매김기능적 건축은 생활의 필요에 대응하면서 생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공간을 확립하면서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요소를 갖춰야 우리들은 새로운 구조와 새로운 재료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활용할 수가 있다. 이것들은 지시된 공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게리트 리트펠트 (1888~1964·네덜란드의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해마다 선진 건축문화를 유도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기여한 건축물의 설계자와 건축주를 선정해 시상하는 인천시는 2013년 10월, 그해 인천광역시 건축상 수상작으로 ‘G타워’를 선정했다.당시 건축상 심사위원회는 “지상 33개층 어느 층도 같지 않은 평면으로 이용자에게 다양한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을 제공했다”며 “전체적인 건물 디자인도 상징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새로운 오피스의 전형을 보이고 있어 인천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G타워는 이듬해 ‘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회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새로운 청사로서 간결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조형으로 구성된다. 6개 층으로 구성된 4개의 아트리움과 하늘정원이 특징으로, 어느 층도 같지 않은 평면은 이용자에게 다양한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이달의 ‘공간과 사람’은 G타워를 찾았다. G타워는 타워동(청사동), 민원동, 문화동 등 세 개의 건물로 구성됐다.독립된 세 개의 건물은 1층 로비를 통해 연결됐다. 각 건물간 이동이 쉬운 열린공간이다. 타워형의 본동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비롯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UN 기구들이 자리 잡고 있다.G타워는 외형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체적으로 직육면체의 모습이지만 건물의 제일 아래층과 상층부, 그리고 군데군데 삼각형 모양으로 변화를 줬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5m 깊이 역경사 모양의 하늘정원이다. 29층에서 다다를 수 있는 하늘정원은 서해안을 향해 포효하는 건물의 입과 같은 모습이다. 역동적이다.G타워의 탄생과 설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주)해안건축의 김태만 대표(CDO)와 인터뷰를 했다.김 대표는 초기 계획에서 가장 크게 고려한 부분으로 송도 센트럴공원과의 관계를 꼽았다.그는 “센트럴공원의 끝자락에 G타워가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공원 반대편에 고층 건축물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가 있고 공원 주변에 고층아파트 및 트라이볼 등이 자리 잡은 상황이었다”면서 “G타워 자체의 높이가 주변 건물들보다 높지는 않지만, 공공기관(인천경제청)이 입주하는 점을 고려해 단순하면서도 힘 있고 강한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또한, 건물 설계에서 ‘3’이라는 요소를 중요한 개념의 하나로 삼았다고 했다.김 대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 영종, 청라의 세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또한 인천경제청과 UN, 문화벨트로 이어지는 세 개의 에너지 등 그 기운이 서해로 뻗어 나가는 이미지를 부여했다”고 말했다.설계의 주요 모티브로 ‘3’과 ‘삼각형’이 설정된 것이다. ‘3’이라는 모티브는 상층부의 하늘정원, 저층부의 삼각형 모양의 로비 부분 등에서 명확히 인식된다. 또한 건물 곳곳에 설치된 4개의 아트리움도 삼각형 모양이다. 아트리움은 G타워 만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하며, 친환경 요소로서 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는 기능도 한다.“하늘정원의 형태는 서해를 바라보는 눈으로 생각하고 설계했습니다. 저층부에서부터 건물을 감아 오르는 형태인 내부의 삼각형 아트리움 공간들이 최상부에서는 외부의 정원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능적으로는 상층부에 위치하게 될 인천경제청 근무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송도지역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외부전망대로서의 역할입니다. 개념적으로는 인천경제청 세 지역을 상징하는 삼각형 형태들이 모여서 만든 G타워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세계로 향해 뻗어 나가는 것을 상징합니다.”G타워는 디자인 측면만 부각된 것이 아니다. 33개층 어느 층도 평면 설계를 동일하게 하지 않는 등 공간의 다양성을 통해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음을 알 수 있다.김 대표는 “건축은 최초 조각적 이미지로 기억되더라도, 그 쓰임에 맞게 혹은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장소가 주는 특별함 혹은 편안함 등으로 기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센트럴공원과 아트센터쪽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독특한 두 방향 구조인 G타워를 방문하거나 사용하는 분들 모두에게 특별함 혹은 편안함으로 기억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김태만 건축가는 도시와 삶에 활력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 건축, 도시, 조경 등 다양한 영역과 스케일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는 김태만 대표(CDO)는 해안건축에서 복합시설, 마스터플랜, 공공건축물 등 새로운 영역들을 개척해왔다. 뉴욕 H Architecture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설계스튜디오를 지도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객원교수로 도시건축 스튜디오를 공동 진행했다. 다수의 AIA New York Chapter Award,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건축상 등을 수상했다. 2012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초대작가로도 참여하였다. 대표작으로는 행복도시 중심행정타운, 플로팅아일랜드, 서울추모공원 등이 있다. ■건축 개요위치=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24의4 / 설계자=(주)해안건축 / 시공사=대우건설 / 건축주=인천광역시장 / 규모=지하 2층·지상 33층 / 대지면적=2만4천42㎡ / 건축면적=6천455㎡ / 연면적=8만6천146㎡ / 구조=철근콘크리트, 철골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G타워 외관. 전체적으로 직육면체의 모습이지만 건물의 제일 아래층과 상층부, 그리고 군데군데 삼각형 모양으로 변화를 줬다.▲ G타워 29층에 위치한 하늘정원. 서해안을 향해 포효하는 건물의 입과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2015-08-24 김영준

[공간과 사람·30]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고려·조선 혼용된 건축양식에 현대식 구성 통해 편의성 높여선비·규방문화 반영된 객실, 개방적 중앙 회랑과 모두 연결스카이라인 고려한 설계… 최기영 대목장등 명장 참여 품격 살려한옥은 자연을 닮았으며, 담기도 했다. 물을 바라보며 산을 등지고(背山臨水·배산임수) 따사로운 햇살을 벗 삼아 자리 잡은 한옥은 산기슭에 의지하지만 결코 산을 깎지 않는다.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한옥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땅(자연)으로 돌아간다. 빠름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요즘, 한옥은 한여름 나지막한 초가와 기와 아래에서 맞을 수 있는 선선한 바람처럼 우리에게 쉼터로 작용한다. 이 같은 장점을 내세운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이 지난 5월 문을 열었다.국내 네 번째 한옥 호텔인 경원재는 현대식이지만 고택의 풍미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았다. 툇마루의 공간을 최대한 살리는 등 우리 전통 한옥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첨단 호텔로 탄생시켰다. 7월 ‘공간과 사람’은 경원재를 찾았다. ‘경원’은 고려시대 인천의 명칭이며, ‘경사를 불러오는 고을’을 뜻한다.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중앙부에 자리잡은 경원재의 각 건물은 도시 경관과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배치됐다. 대규모 또는 일반 연회, 공연 등을 열 수 있는 경원루는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도록 2층 높이로 지은 누각 형식의 건물이다. 고려시대 주심포 양식을 따른 경원루에 다가서면 배흘림기둥과 그 위 빈틈없이 결구(結構)된 첨차와 항아리보, 다시 그 위 종도리를 물고 있는 솟을합장이 눈길을 끈다. 건축물 자체로 고려의 화려한 환영의식을 일깨운다.건물의 양식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하되, 기능은 조선시대의 경회루처럼 연회를 하고 사람을 접대하는 공간으로 쓰이도록 했다.경원루에서 회랑을 건너 호텔의 객실들이 자리한 경원재에 이르면 조선시대의 선비 문화와 규방 문화를 만날 수 있다. 경원재는 조선시대 사대부 집의 건축 양식을 적용해 별다른 장식이나 의장 요소 없이 기둥과 보, 도리를 깔끔하게 결구했다. 하부가 굵고 상부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민흘림기둥과 머름 등으로 절제의 미를 살렸다. 경원재는 느림의 공간인 길, 비움의 공간인 마당, 사색의 공간인 후원을 품고 있다. 센트럴파크의 산책로에서 담장과 회랑, 마당, 한옥으로 동선이 이어지면서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경원재의 내부는 전통 한옥의 건축 양식을 유지하되, 현대식 구성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전통 방식인 우물마루는 난방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기온수난방을 설치한 뒤 우물마루 형상으로 강화마루를 설치하는 식이다. 벽은 전통 형식의 심벽 구조로 디자인하되, 현대의 단열 기준을 적용해 건식 벽체를 사용했다. 창호 역시 외부는 한식 시스템 창호를 사용해 기밀과 단열을 확보하고 내부는 전통 창호를 사용해 한옥 고유의 분위기를 살렸다.최기영 대목장을 비롯해 가풍국 소목장, 이근복 번와장, 김성호 칠장, 임충휴 칠기장 등 각 분야의 전통 건축 명장들이 시공에 참여해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였다.설계 때 염두에 둔 부분을 알아보기 위해 이가종합건축사사무소 은동신 대표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은 대표는 ‘한반도의 시간을 산책하다’라는 콘셉트로 설계가 진행됐다고 했다. 그는 “경원루는 상징성 및 주변 시설과 자연스러운 연계성 확보를 위해 품격있는 고려시대 대표 양식인 주심포 형식으로 누각형 건축물로 계획했으며, 경원재는 조선시대의 격조있는 사대부 집의 건축양식을 적용해 작고 검소하면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경원루의 전체적 외관은 경회루를, 세부 양식은 부석사 무량수전을 모티브로 했으며, 민도리·소로수장 양식의 경원재는 강릉 선교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은 대표는 국내 여타 한옥 호텔과 차별점에 대해 “전통가옥 공간전개방식의 원형을 살린 구조이며 호텔의 편의성을 고려해 모든 객실을 회랑으로 연결했다”면서 “내부 공간의 대청은 안마당과 후원의 사이에서 맞통풍 및 통경구조를 만족시켰으며, 현대적 호텔의 거실 기능과 전통건축의 대청 기능이 일치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완성 건물을 본 소감에 대한 질문에 은 대표는 “기본계획단계부터 여러 차례 자문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며, 발주처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도 아름다운 전통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면서 “시공단계에선 각 분야 전통건축의 명장들이 참여해 건물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답했다.그는 끝으로 “경원재가 국내 최고 수준의 전통 건축물로 알려지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전통공간으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건축 개요위치 : 인천광역시 연수구 테크노파크로 200대지면적 : 4만569.0㎡연면적 : 7천156.48㎡건축면적 : 3천935.55㎡건물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용도 : 관광 숙박시설 및 부대시설■은동신 건축사는은동신은 1999년 (주)이가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연세대에서 건축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충남대 건축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디아크문화관(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성남판교 어린이도서관(2014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국무총리상), 에듀타운 학교복합화시설(2013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국토교통부장관상), 부산광역시 학생예술문화회관(2013 부산다운 건축상), 시흥본선상공형 휴게시설(2010/2011 국제공공디자인대상 Junior Grand Prix), 마장복합문화시설(2010/2011 국제공공디자인대상 Junior Grand Prix), 발곡고등학교(2010 우수시설학교 대상) 등이 있다./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07-27 김영준

[공간과 사람·29] 해든뮤지움

완만한 산세 훼손않고 땅속 전시관 조성조형품 있는 옥상정원도 인근 지형 고려건축가협회 ‘2013 건축 베스트 7’ 선정박관장 트리플하우스와 절묘한 대칭 눈길건축은 벽에 의해 공간을 획득한다. 벽으로 둘러침으로써 건축의 안과 밖을 구분하며 외부를 공격하고 내부를 방어하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벽은 그런 힘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자연을 받아들여 인간의 마음을 감싸안은 벽이길 바란다. -세계적 日건축가 ‘안도 다다오’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2005년 11월 설계를 위해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의 한 부지를 방문했다. 이듬해 5월 스케치가 완성됐으며, 2008년 7월 착공한 한솔뮤지엄은 2013년 5월 문을 연다(2014년 3월 ‘뮤지엄 산’으로 개명).공간(Space)과 예술(Art), 자연(Nature)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한 뮤지엄 산(SAN)은 개관 2년 차인 지난 한해 동안 유료 관람객 10만1천362명이 다녀갔다. 계절별로 다른 풍경을 빚어내는 자연과 어우러진 ‘뮤지엄 산’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관람객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뮤지엄 산이 문을 연 2013년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에 역시 주변의 풍광을 헤치지 않으며 자연과 조화를 추구한 ‘해든뮤지움’이 개관했다.6월 중순 찾은 ‘해든뮤지움’의 입구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경사면에 면해 있었다. 입구 역시 완만한 산세를 거스르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미술관으로 이끈다. 미술관은 자연의 품에 몸을 맡긴 형태이다. 자신의 몸을 세우지 않고 한껏 낮춰 자연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해든뮤지움은 박춘순 관장의 주말 하우스인 ‘트리플 하우스’(2007년 건립)와 맞닿아 있다. 산에서 바다 방향으로 내려봤을 때 트리플 하우스 아래쪽에 미술관이 자리했다.박 관장은 “자연 속의 갤러리를 떠올렸고, 풍경을 헤치지 않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세 동의 건물로 이뤄진 트리플 하우스를 아래쪽으로 뒤엎은 형태가 해든뮤지움이다. 그 결과 세 덩어리의 트리플 하우스가 물 위에 비친 그림자와 같이 대칭을 이루며 땅 속에 담겼다. 근대 회화에서 사용된 한 방법인 테칼코마니를 떠올리면 된다.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얽은 전시공간은 관객들에게 보다 많은 상념을 제공한다.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가슴이 열리고 시야가 넓어지는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오픈된 세 공간들은 각각의 자연광을 만든다. 실질적으로 지하이지만, 갈수록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늘려 더 큰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이를 통해 장방형의 공간에서 인공 조명에 의존해 타자화된 작품을 관람하는 일반적인 갤러리와 달리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자연의 빛과 작품의 어우러짐을 만끽할 수 있다.건축이 진정 고려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와 공간을 이용할 ‘사람’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건물을 빠져 나오면 거대한 조형 작품이 자리한 미술관의 옥상 정원이 펼쳐진다. 옥상이지만, 트리플 하우스의 마당과 맞닿아 있는 등 인근 지형과 어우러진다.해든뮤지움은 한국건축가협회가 수여하는 2013년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상을 받았다.수일 후 해든뮤지움과 트리플 하우스를 설계한 배대용 비엔에이건축사사무소 대표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배 대표는 “미술관의 속성은 유지하면서 자연 파괴 없이 주변 환경에 순응하는 건물 설계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든뮤지움은 트리플 하우스와 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설계도를 가리키며) 보시다시피 두 곳은 반으로 접으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트리플 하우스가 ‘양’이며 해든뮤지움은 ‘음’이 되는 형태로, 미술관은 땅 속에 숨어서 트리플 하우스의 시선을 보존하게 됩니다.”전시 공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배 대표는 “세 공간은 내부로는 빛을 만들고 열린 공간을 만들며, 외부로는 땅을 가르고 하늘을 조각한다”고 말했다.땅(자연)의 형태 그대로가 건축을 지원했으며, 자연 채광을 고려해 해든뮤지엄을 설계했다는 것이다.배 대표는 “박춘순 관장님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고 건물과 공간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면서 “해든뮤지움을 찾는 관객들이 건축 공간과 미술품들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해든뮤지움 건축개요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장흥리 211의 5용도 : 근린생활시설대지면적 : 1천784.0㎡연면적 : 1천525.49㎡규모 : 지하2층, 지상1층구조 : 철근콘크리트조주요마감 : 은경, 석재설계 및 시공 : 2011년 3월 ~ 2012년 12월■배대용 B&A건축사무소 대표는배대용은 B&A inc와 B&A건축사사무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건축가협회상과 한국실내건축가협회 초대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국내외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자연에 관한 소탈한 감성을 직관적인 통찰력으로 형상화 시키고 있으며, 감성이 살아있는 공간과 자연이 드리운 철학을 바탕으로 2000년 ‘지워나가기 그리고 투명해지기’(디자인프레스 刊)를 출간했다./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06-29 김영준

[공간과 사람·28] 인천 동춘동 성당

설계 중심 신보다는 인간에 방점뾰족하고 어두운 성당이미지 탈피조명·개방성 높여 지역소통 꾀해오래 머무르라고 ‘경사로 완만히’거부감없는 주민쉼터 바람 담아무언가를 만들어 내길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왜 반대로 덜어내고 줄이는 걸까? 아마 본질에 닿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장식이란 필요에 의해 부가된 눈요기에 불과할 것이다. 쓸데없이 달라붙은 것들을 덜어낼수록 본연의 의미에 가까워진다는 기대가 숨어있다. ‘어떤 건축-꽤 인간적인 그래서 예술적인 건축 이야기’(최준석 씀, 바다출판사 펴냄) 中해마다 선진 건축문화를 유도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기여한 건축물의 설계자와 건축주를 선정해 시상하는 인천시는 2012년 10월, 그해 인천광역시 건축상 수상작으로 ‘동춘동 성당’을 선정했다.당시 건축상 심사위원회는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로 “‘동춘동 성당’은 지역 주민과 연계성을 고려해 설계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이달의 ‘공간과 사람’은 종교시설이면서 외부와 소통도 적극적으로 꾀하는 천주교 인천교구 동춘동 성당을 찾았다. 성당을 설계한 허민호 건축사와는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연수구 동춘2동 주민센터 뒤편의 아파트촌과 마주보고 있는 동춘동 성당의 후면은 대건고등학교와 박문초등학교, 봉재산이 자리잡고 있다.허 건축사는 “앞뒤로 긴 대지 조건에 도시 주거지와 본당, 후면에 있는 학교와의 관계 설정이 주요 인자가 되었다”고 설명했다.동춘동 성당은 높고 뾰족한 고전적인 모습의 성당과 달리 하얗고 매끄럽다. 세련된 현대미가 넘치는 성당의 방문객은 입구의 계단을 올라 가장 먼저 중정(中庭)과 마주하게 된다.중정은 동춘동 성당 건축의 핵심이다.허 건축사는 “계획 초기부터 이 중정의 성격 부여는 주요 과제였다”면서 “적절히 폐쇄적이지만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단지 신자들만의 공간이 아닌 주위 주민들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건축적 쉼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중정은 각 건물의 회랑(回廊)공간에 의해 확장되며, 상호 관계성을 만들어 낸다. 중정은 본당 1층 연회실의 투명한 공간을 통해 확장되며, 후면의 사제관 중정까지 이어진다.“동춘동 성당은 혼배미사를 보는 곳이에요. 종교시설로서 본당과 교리실, 사제관, 사무실 등 각각의 성격에 맞는 폐쇄적인 부분도 있어야 겠지만, 적절하게 개방되어서 성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변에 보여지고 알려지면서 주민들과 소통한다면 자연적인 선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중정을 가로질러 전면에 보이는 커다란 본당은 방문객을 심적으로 압도하지 않는다. 조형적 절제가 성당이 갖는 위압감을 줄였기 때문이다. 밝은 본당 내부도 적절한 빛의 차단으로 성스러움을 구현한 고풍스런 성당의 모습과는 거리를 둔다.허 건축사는 “커다란 벽면을 비대칭의 사선 면으로 처리하고, 1층 부분을 회랑으로 구성해 성당으로서 최소한의 기호를 부여했으며, 동시에 보다 가볍게 보이도록 했다”면서 “본당 또한 밝고 친근한 공간으로서 구현됐다”고 설명했다.회랑이나 본당의 창문 등 코드는 고전적이면서도 ‘성당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문화적 성장에 따라 최근 들어 유럽에서도 ‘종교시설은 이런 곳’이라는 정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종교시설이 ‘신’으로 점철되었다면 근래 들어 ‘사람’의 측면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동춘동 성당도 그와 같은 문화의 흐름에 따라 설계됐습니다.”동춘동 성당의 긴 동선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입구의 계단을 올라 중정을 둘러싼 회랑 공간을 거쳐 경사로(RAMP)를 지나 본당에 이르게 된다. 본당 건물에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방문객들은 눈에 보이는 경사로를 오르게 된다.허 건축사는 “약한 경사도의 긴 램프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부분”이라면서 “머무는 시간을 보다 길게 하기 위한 의도였으며, 외부 대지와의 경계벽 역할, 또한 중정의 공간을 완결 짓는 요소”라고 설명했다.이 밖에도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성당의 에너지 비용을 상당부분 줄였으며, 100면이 넘는 지하 주차장 또한 지역과 소통하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담긴 부분이다.허 건축사는 “성당의 설계기간은 1년 정도였는데, 발주처였던 동춘동 성당과 시공을 맡은 LIG 건설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면서 “종교의 주요 기능 중 사회적 기능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동춘동 성당의 주변과 함께 호흡하는 역할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허민호 건축사는?건국대 건축공학과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한 허민호 건축사는 (주)창조건축과 (주)에이마 건축을 거쳐 현재 (주)다스 퍼슨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건국대와 서원대 등에서 설계 강의를 했으며, 주요 작업으로는 동춘동 성당, 부산 센텀 사이언스파크빌딩, 재능문화센터, LIG ADP성남사옥, 김천예고 정산아트홀 등이 있다. 2012년 인천광역시 건축상을 받았다.■동춘동 성당 건물 개요위치 :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261-1용도 : 종교시설(성당 및 부속시설)대지면적 : 4천394㎡건축면적 : 1천705.21㎡연면적 : 6천88.01㎡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외부마감 : 모노쿠쉬, 드라이비트시공기간 : 2010년 12월~2011년 12월시공 : LIG건설(주)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05-25 김영준

[공간과 사람·27] 트라이볼

기둥대신 철선 심는 첨단기술 도입세계 최초 역 원뿔형 구조물 실현전시·공연장 오가는 나선형 통로휠체어도 쉽게 이동가능 ‘열린공간’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이 만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인간 중심의 사상적 조류와 함께 악기의 개량을 꼽을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강철의 자유로운 공급과 야금(冶金)의 발달로 관악기의 개량이 이뤄졌다. 1825년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음역은 7옥타브로 넓어졌으며, 현악기의 활도 18세기 후반에 현재의 우아하고 날렵한 형태로 자리잡는다.악기의 표현력과 함께 연주 기교적 측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표준 편성이 확립됐으며, 피아노 작품들은 보다 거대해졌다. 이에 발맞춰 당대 작곡가들은 현재도 연주되고 있는 위대한 작품들을 쏟아낸다.2010년 인천송도국제도시, 건축공학의 발달과 다양한 재료를 기반으로 기묘한 형태의 구조물이 들어섰다. 2009년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기념해 건립된 이 구조물은 일반적인 건축의 상식을 뒤집었다.무게를 지탱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하단부는 오히려 좁고 뾰족했다. 상단부는 거대하고 맨 위 부분(천장)은 평평했다. 역 원뿔형 구조물의 상부가 하나로 연결돼 하나의 구조체를 이뤘다. 갯벌 매립지에 만들어진 인공 도시인 송도국제도시에 독특하면서도 기념비적인 건축물인 ‘트라이볼(Tri-Bowl)’이 등장한 것이다.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4번 출구로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트라이볼은 천장 부분을 제외한 모든 면이 유려한 3차원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구획이 나뉘지 않는 관계로 보는 이의 시선은 자연스레 건물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장방형의 수경(水鏡, 수심 60㎝·가로 80m·세로 40m) 위에 떠 있는 것도 독특하다. 트라이볼의 방문객은 수경에 설치된 다리를 통해 구조물의 밑 부분으로 진입하게 된다. 방문객의 동선은 올라가고, 돌고, 건너고, 내려가는 식의 연속된 입체 곡선의 궤적 속에 있다. 이 같은 동선을 통해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 공간과 함께 전시 공간에 접근할 수 있으며, 돌아볼 수 있다. 독특한 건축물인 트라이볼은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각종 CF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 받으며 송도지역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트라이볼의 탄생과 설계, 건설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봄비가 내리던 날 유걸 (주)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의 사무실(서울 양재동)을 찾았다.유 대표는 “당초 도시축전의 기념관으로 지어질 예정이었고, 행사 후 철거될 예정이었는데, 계획이 변경되면서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영구 건물로 만들게 되면서 비용과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 장소도 2~3차례 변경됐다. 때문에 도시축전 당시 트라이볼은 한창 건립 중이었으며, 이듬해인 2010년 완성된다.유 대표는 기념관으로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설계 당시를 회상했다.“일반적으로 주거환경에 맞춰 건물의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상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그 반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오히려 바닥을 자연(산)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고, 인천의 바다를 형상화해서 지붕을 수평으로 설계했습니다.”세계 최초로 구현된 ‘역 셸(易 Shell) 구조’. 건물 외관 어디에서도 직선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3차원 곡선 건물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독특한 구조의 건물은 짓는데 큰 어려움을 안겼다. 수직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게 불가능해 일반적인 시공 기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으며, 무게 중심도 위쪽에 있어서 사방으로 퍼지려는 벽체를 싸는 게 관건이었다. 벽체 철근을 교차해 촘촘한 트러스 형태로 배치한 뒤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철근 트러스 월’과 기둥이 없어도 건물이 지탱할 수 있도록 벽 안에 철선을 심는 ‘포스트 텐션’ 공법 등이 적용됐다.유 대표는 “재질의 발달로 건물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추세이고, 기술도 그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면서 “설계에서도 도면이 아닌 3D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기술의 발달을 십분 활용해서 기념비적인 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건물 내부는 1개 층 구조로 볼 수 있다. 열린 형태의 공간이며 외부의 곡선 형태가 내부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낮은 각도의 나선형으로 배치된 길을 따라 걸으면 공연장까지 수월하게 올라갔다가 전시 공간으로 다시 내려올 수 있다. 휠체어도 마찬가지이다.유 대표는 “한옥이 그렇듯이 칸을 내서 박스로 규정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합리·지속적으로 쓸 수 있게 공간을 나누지 않았다”면서 “누구든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부 동선 설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트라이볼은 완공된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대통령상)작으로 선정됐다.유 대표는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과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천시 모두 제 역할을 다해주면서 공사를 잘 끝낼 수 있었다”면서 “공사 후 어려웠던 경험과 함께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트라이볼 건물 개요위치 :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24의 6용도 : 문화 및 집회시설대지면적 : 1만2천300.3㎡연면적 : 2천863.40㎡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주요마감 : 노출콘크리트, 아노다이징 라운드 패널설계 및 시공 : 2007년 8월~2010년 2월시공 : 포스코 건설글/김영준기자 ·사진/임순석기자

2015-04-27 김영준

[공간과 사람·26] 한국근대문학관

해체·과거 흔적 살리는 작업 동시에… 4개동 2층 직육면체 유리통로 연결 ‘근대의 창’사진전이 개최된 그 해 9월 세월의 흔적을 안고 진화하는 도시를 반영한 한국근대문학관이 인천의 개항장에 문을 열었다. 대한민국의 근대가 시작된 인천은 1883년 개항이후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당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 인천항 인근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붉은 벽돌로 지어진 물류창고들이다.한국근대문학관은 이 물류창고 4개 동을 근간으로 재탄생했다. 근대의 기억이 새겨진 창고 속에 한국근대문학관이 들어선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과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건물은 개항 초기인 1892년에 지어졌다. 현재 기획전시실로 재탄생했다. 상설전시실로 꾸며진 가운데 2개 동은 1930~1940년대 만들어졌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창고는 연대 미상이다. 4개 창고의 2층은 직육면체의 유리 통로로 이어져 있다. 창고의 특성상 창이 없어 어두운 건물 내부에 밝은 빛을 끌어들인다. 또한 관람객 및 바람의 통로로서 창고 특유의 높은 습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통로는 인천의 근대를 볼 수 있는 창이기도 했다. 1층과 2층의 작품과 자료를 둘러본 뒤 유리 통로를 통해 문학관 뒤편의 근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100년이 훌쩍 넘은 창고건물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쌀 창고, 김치 공장 등으로 쓰임새가 다양하게 변했다. 창고를 사용한 사람들은 비가 새면 막고 덧대고 때로는 뚫기도 하면서 창고에 변형을 가했다. 특히 1층 상설전시실의 근대 문학작품 뒤에 숨어 있는 콘크리트 벽체는 창고의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운반 트럭 등에 의해 수차례 긁히고 부스러져 표면이 거칠고 색도 흐릿하다.우리 근대문학과 함께 건물이 이야기하는 100여년 전 과거를 들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수일 후 한국근대문학관을 설계한 황순우 건축사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황 건축사는 “한국근대문학관은 기초를 다지고 쌓는 건축의 기본적 형태를 거슬렀으며, 오히려 해체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손으로 일일이 기와를 벗겨내 지붕을 벗기고, 흙을 털어내고 창을 뜯어내는 등 건물이 ‘나체’를 드러낼 때까지 해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고의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 트러스와 콘크리트 벽체, 철제 창틀과 같은 개구부는 최대한 그대로 남겼다. 무허가 건물인 네번째 창고만 철거하고 새 건물을 세웠다. 창고를 해체하면서 나온 목재와 벽돌·기와 등 기존 재료들은 벽을 새로 쌓거나 천장을 마감하는 데 다시 썼다. 황 건축사는 “기존의 트러스에서 ‘역사를 견딘 견고함’에 대한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기존 트러스를 놔둔 채 철골 기둥을 세우는 등 내진 설계를 통해 새로운 지붕을 덮는 작업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공사기간은 2년이 소요됐다.그는 이어서 “100년이 넘은 건물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닌 과거 일상의 삶을 담으면서 또 다른 100년을 목표로 재생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상의 흔적이 서린 과거의 가치에 새로운 시간을 보태려는 마음으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옆 건물과의 조화, 유리 등 새로운 재료와 기존 재료들과의 조화 등도 설계자가 고려한 부분이다. 건축 외적으로 시민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일본의 교토와 가나자와 아트센터, 도시 전체가 문화예술 축제의 장인 독일의 카셀도 황 건축사에게 영감을 줬다. 황 건축사는 “서양과 동양, 중앙과 지방이라는 갈등 구조 속에서 이뤄진 근대화(시간과 관계 속에서 충돌한 예술)와 함께 동시대 예술을 다룰 수 있는 공간 등 다의적 공간으로 한국근대문학관과 인천아트플랫폼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에 선정된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의 근대문화유산 보전과 지역 활성화를 연계해 쇠락하는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중 하나로 건립됐다. 문화 정거장, 잠시 머물며 소통하고 공유하는 거점이 될 플랫폼으로서 인천아트플랫폼(시각예술)이 2009년 9월 개관했으며,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인문학 플랫폼)이 2013년 9월 문을 열었다. ■한국근대문학관 건물 개요위치 : 인천광역시 중구 해안동2가 6-2,7대지면적 : 1천64.4㎡건축면적 : 771.9㎡연면적 : 1천601.94㎡건폐율 : 74.41%용적률 : 138.64%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설계: 2009년 12월~2011년 11월공사: 2012년 3월~2013년글/김영준기자·사진/황순우 건축사 제공

2015-03-30 김영준

[공간과 사람·26]한국근대문학관 설계한 황순우 건축사

“어느 동네나 태어남이 있고, 자라고, 늙으며, 때로는 죽고, 또 다시 태어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다른 종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도시는 끊임없이 진화한다.”-황순우 건축사가 사진가로서 2013년 개최한 사진전 ‘골목과 한 칸-괭이부리마을’도록의 서문(작가의 말) 중 일부-(주)건축사사무소 바인의 대표인 황순우 건축사는 현재 인하대 겸임교수로 설계스튜디오를 지도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문화도시 기획위원, 문화관광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컨설턴트 단장, 인천시 도시재생특보로도 활동 중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청라지구 유니버설 디자인, 신생전문 요양원, 마리스노인주택과 인천국제성모병원, 국립경진정서장애학교, 돌체소극장, 하나비전교회, 효성중앙교회, 연평도 피폭전시장, DMZ지원센터등이 있다. 인천시 건축상을 3회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인천아트플랫폼으로 한국건축가 협회상을, 2014년에는 한국 근대문학관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건축 관련 사진과 영상 작업도 겸하고 있으며, 6회의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했다.글/김영준기자 ·사진/황순우 건축사 제공

2015-03-30 김영준

[공간과 사람·25]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

병인박해 천주교인 처형장소에 건축구원·영생의 의미 건축물로 형상화역사 흔적 남는 노출콘크리트 선택 높은천장·예술성 조화 경건함 절로인천은 천주교의 국내 유입 거점 중 하나이며 한국 천주교회가 겪은 아픔과 역사를 품은 곳이다.강화 갑곶돈대, 제물진두 등 순교성지와 우리나라 최초의 영세자이자 한국 천주교회 창설자 중 한 사람인 이승훈(베드로)의 묘역이 있으며, 1897년 건립된 답동성당 등 의미 있는 가톨릭 종교 사적지가 산재해 있다.이중 제물진두(祭物津頭·중구 항동 1가 1의 13)는 1866년 병인박해때 프랑스와의 병인양요, 미국과의 신미양요 등을 치른 후 ‘외적과 내통한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해 주민들에게 경계심을 심어준다’는 의도에서 대원군 정권이 서울 한강변의 양화진두(楊花津頭·절두산)와 함께 천주교인들에 대한 공개 처형장으로 택한 곳이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제물진두에서 순교한 10명의 정신과 신앙을 기념하기 위해 순교기념경당을 건립해 지난해 5월 준공했다. 이후 로마 가톨릭교회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한국 천주교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는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과 답동성당을 잇는 가톨릭 성지순례 관광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2월 ‘공간과 사람’은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이하 기념관)을 찾았다. 기념관을 설계한 임근배 건축사와는 서울 중구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가톨릭 신자로서 성당과 가톨릭 관련시설 20여 곳을 설계한 임 건축사는 인천교구로부터 의뢰를 받고 기념관을 구상·설계하면서 ‘순교’에 초점을 뒀다. 순교자를 기리고 건축물의 속성상 눈에 띄어야 할 필요도 있었다.임 건축사는 “‘순교, 가장 소중한 목숨을 내놓은 데에 대한 보상은 무엇일까’를 두고 고민했어요. 그 상이자 보답은 목숨을 내놓게 된 원인으로부터 받게 될 것입니다. 즉,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으므로 그 상도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며, 그 수고와 고통은 하느님 나라에로의 초대, 하느님께서 주는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순교의 의미를 건축물로 형상화하기 위해선 직유법이 낫다고 생각했단다.한중문화관 바로 옆, 큰 길가의 번잡함과 어우러진 좁은 땅(109.1㎡)에 들어선 기념관은 ‘순교는 신앙의 꽃이다’는 설계자의 신념이 투영됐다.건축면적 43.3㎡, 높이 15m의 기념관 양측 벽은 하늘을 향해 피는 꽃을 형상화하고 있다. 동시에 순교자를 감싸 안는 하느님의 두 손이다.또한, 번잡한 곳에서 기도공간으로 들어가려면 중간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진입로를 만들었다.진입로는 다소 어두웠다. 마주 보이는 곳에 이웃한 건물이 있고 우측에 한중문화관, 좌측에 경당이 둘러싸여 있어서 위에서만 빛이 들어왔다. 아주 어둡지도 않지만 밝지도 않은 곳이다.임 건축사는 “중간 공간은 숨을 고르고 마음을 바로잡기 위한 준비공간”이라며 “이를 위해 좁은 땅이지만 진입로를 만들어 동선을 늘렸다”고 말했다.진입로를 거쳐 도달한 경당은 작지만, 단순·소박하다. 여기에 높은 천장, 예술성이 어우러진 성미술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경건함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천장과 높은 벽의 십자가 문양의 작은 창을 통과한 빛은 제대(祭臺)와 경당을 비춘다.기념관을 순례하고 돌아 나오는 길은 반대로 빛의 길이다. 들어갈 때 좁고 다소 어두운 진입로가 나올 때는 빛을 향해 가는 길이 되는 것이다. 눈을 찌푸릴 정도의 밝음을 보게 된다.건물의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로 선택됐다. 노출 콘크리트는 세월이 흐르며, 눈·비·바람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변색되어가는 장점이 있다. 과거의 순교 역사를 오늘에 기리고 내일에도 기억됨을 암시하기 위한 설계자의 의도이다.기념관은 2013년 7월 착공 이후 10개월 만에 완공했지만, 설계과정도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기념관이 들어선 자리는 역사문화미관지구에 속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천시의 건축 심의가 까다로웠다.임 건축사는 “당초 기획된 기념관의 높이는 24m였으나 심의를 거치며 18m로 줄었으며, 현재의 15m로 확정됐다”면서 “때문에 설계에 1년 반 정도 소요됐다”고 말했다.설계자가 바라는 기념관의 앞으로 모습은 일반 시민이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임 건축사는 “천주교 건물이지만, 종교를 떠나 아무나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면서 “빌면서 마음을 푸는 문화가 우리 정서에 자리한 것처럼, 번잡하고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누구나 이곳에서 잠시나마 머물면서 무엇인가를 위해 비는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김영준기자 ·사진/조재현기자▲ 제물진두 순교 기념관 내부▲ 제물진두 순교 기념관 전경

2015-02-23 김영준

[공간과 사람·24]부평작전교회

'대지 폭 16m' 좁고 긴 입지 기존 사회적 통념에서 탈피 주출입구 계단·투명 승강기 적절한 천장 조명·낮은 단상'커뮤니티' 접근성·기능 높여 새벽예배·식당 역할도 충실'과연 이렇게 좁고 긴 땅에 교회가 들어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뒤로 하고, 오히려 장애에 근거해서 다이내믹한 형상을 만들어낸 어싸일럼의 김헌 소장과 팀원들. 거대한 덩어리에 담겨진 프로그램들과 비정형적인 공간 구조는 대자연 속의 원시 집회 공간의 모습을 띠며, 앞으로 변화될 주변 풍경의 새로운 시작점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테르니 앤 데코 2014년 6월호 '스튜디오 어싸일럼-Sinew' 전문>해마다 선진 건축문화를 유도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기여한 건축물의 설계자와 건축주를 선정해 시상하는 인천시는 2014년 10월, 그해 인천광역시 건축상 수상작으로 'Sinew(부평작전교회)'를 선정했다.당시 건축상 심사위원들은 '부평작전교회'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개폐막식이 열렸던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놓고 심사 막판까지 저울질을 했다는 후문이다.건축상 심사위원회는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로 "'부평작전교회'는 작은 부지와 좁은 도로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건축물의 효율적 배치, 건축물 높이의 사전 제한을 활용한 다양한 매스의 적용, 여러 형태의 자연광을 이용한 창문 등 설계의 독창성 등이 시공의 우수성과 어우러진다"면서 "건축사 등 설계자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은 소규모 건축물의 좋은 사례로, 건축상 선정 취지인 건축문화 유도 및 발전에 많은 도움이 기대된다"고 밝혔다.올해 첫 '공간과 사람'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부평작전교회를 찾았다. 김헌 건축사와는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김 건축사는 지난해 인천시 건축상 응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관련 구조물들과 송도국제도시에 거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문화(건축) 자체가 아닌 산업 등 다른 시선으로 수상작이 선정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그는 "제가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번 수상 결정은 문화적으로 인천시와 시 건축상의 위상을 높인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마도 심사위원들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이같은 결정에 감사드리며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자연스레 건물로 주제가 옮겨졌다.'Sinew'는 근육과 뼈를 잇는 힘줄을 의미한다. 이전 작업들에서 밝힌 바 있듯이, 김 건축사는 제목이 아니라 작업 어휘, 즉 주제어라고 설명한다. 공모전에 출품하거나 하면 제목처럼 쓰이게 된단다."부평작전교회에 대해 구상하고 설계하면서 마음 속으로 던진 질문이자 찾으려는 해답이 'Sinew'였어요. 마치 삶의 온기를 잃은 듯한 주변의 열악한 상황을 교회가 당길 수 있는 힘줄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며, 앞으로 수십년 후 주변이 개발돼 반대로 교회를 당길 경우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제어를 이같이 정했습니다."건물의 북측에서 다가선 사람들은 무슨 건물인가 의아해 하며 거대한 매스를 만난다. 입구에 상대적으로 낮게 자리잡은 십자가를 보기 전까진 교회임을 알아내기 힘들다.김 건축사는 "21세기 문화적 성장에 따라 유럽에서도 이같은 시도가 있었던 부분으로, "'교회는 어때야 한다'는 정설에서 벗어나, 교회의 성스러운 집회 측면에 기인해서 특정적 형태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정설에서 벗어난 교회의 설계는 사람들의 접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스처'이며, 사람들이 모여서 신성한 분위기 속에 예배를 보는 교회의 본질을 부각시키기 위해 보편적 내부 공간을 구현한 것이다.설계 측면에서 교회 대지의 폭은 16m 정도로 지나치게 좁고 긴 형태이다. 또한 주택지에 바로 인접해 규모가 있는 교회가 들어서기에 쉽지 않은 조건이다 .건물의 주된 진입 방향인 남동쪽 모서리에 주 계단과 투명 유리로 이뤄진 엘리베이터가 명확히 보인다. 출입구가 많진 않지만, 주출입구를 명확히 인식시킴으로써 '커뮤니티 시설'인 교회에 대한 접근의 장애를 없애려는 김 건축사의 의도다.300여석 성전을 비롯한 교회 내부도 해당 공간으로서의 보편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에 틈을 줘 적절한 빛을 마련한 천장을 비롯해 성가대가 예배를 보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천장쪽에 자리한 부분, 예배를 이끄는 목사의 권위를 부각시키지 않도록 단을 낮춘 부분 등이 그것이다.또한 새벽예배 공간과 지하의 키즈 카페, 대형 식당과 결혼식, 연회를 즐길 수 있는 선큰 부분 등 교회 곳곳이 기능에 충실하도록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김 건축사는 "교회는 소우주이며, 부평작전교회는 땅의 모양을 그대로 따라간 하나의 바윗돌과 같은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자금 문제로 인해 당초 계획된 것보다 30% 정도 절감된 금액으로 인해 내부 마감처리 부분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건축주인 부자(父子) 목사님들이 설계자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해주셔서 현재의 부평작전교회가 지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김영준기자·사진=박완수 사진작가 제공▲ 교회의 남동쪽 주출입구. 주 계단과 투명 유리로 이뤄진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소통)을 높이기 위한 출입구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목사실과 교육관 등 부대 시설이 있는 서편 모서리 부분에는 내부의 환기와 일조가 고려됐으며, 역시 갈라진 표피 사이로 사람들을 이끈다.▲ 성전에는 적절한 천창을 마련해 빛을 제어했다.▲ 성전의 단상은 예배 목적에 정확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높지않은 단상은 목사의 권위를 세우는데 기여하지 않는다.

2015-01-26 김영준

[공간과 사람·23]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

전곡항 요트대회 주관목적 작년 완공이색적인 바다 감상지로 대중에 인기해변 곡선·요트돛 적용 자연과 일체감최고 뷰포인트 전망대 경기서해 한눈에곳곳 트인 건물 접근 쉬워 관광객 편리올해 경기건축문화상 은상 수상 '영예'겨울색이 짙어진 12월, 공간과 사람이 찾아간 곳은 여름을 기다리는 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다. 세계요트대회와 경기화성해양페스티벌이 해마다 열리는 전곡항은 인근의 제부도, 누에섬, 탄도섬 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난다.빨간 등대와 내항에서 살랑살랑 움직이는 145척의 요트, 요트를 붙들고 있는 폰툰의 상승감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더 멀리 등대 뒤편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 역시 전곡항을 꾸미는 훌륭한 소품 같아 보인다.마리나 클럽하우스는 이곳에서 열리는 요트대회를 주관하고 요트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완공됐다. 요트 관리인력이 사용할 사무실과 샤워실 등이 갖춰져 있고, 아직은 미약한 요트문화가 대중화될 때를 기다리며 클럽룸과 관련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마리나 클럽하우스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색적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원스러운 몸체 색과 1만9천59㎡의 대지에 겨우 1천171㎡밖에 차지하지 않은 여유있는 2층 건물, 옥상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개방감도 바다와 닮았다. 전곡항 끝에 놓인 등대까지 걸어가서 바라본 클럽하우스는 요트들의 지휘자 같다.북서·북동으로 바라보는 큰 눈과 머리 위에 달린 돛이 그러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 건물을 설계한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이종훈 대표이사는 "'땅위에 떠 있는 클럽하우스'를 모토로 설계됐다"며 "해변의 곡선과 요트돛을 건물에 적용시켜 바다와의 일체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에서 바다를 감상할 지점은 다목적실, 옥상과 전망대, 레스토랑이다. 이 중 단연 최고는 전망대다. 건물의 계단실과 엘리베이터실을 요트돛으로 꾸미는 바람에 생긴 전망대에 올라서면 유리면으로 클럽하우스의 삼면이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경기도의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취재 당일은 썰물 때였는데, 왼편으로 제부도와 바닷길을 달리는 트럭이 선명히 들어오고 누에섬과 탄도섬 사이 늘어선 풍력발전기 세 대와 그 사이를 서성이는 사람들까지 한눈에 들어왔다.뿌연 하늘 저편으로 햇빛이 노랗게 퍼지고 그 뒤편으로 한창 운전중인 평택화력발전소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2층 카페 공간에 와 닿는다. 전면이 유리로 된 이 장소도 세일러들에겐 좋은 휴게 공간이 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서해바다 감상 포인트는 바로 옆의 다목적실이다. 다목적실은 평소 전면이 스크린으로 가려져 있다. 각종 강연이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장소지만 스크린을 끌어 올리면 전혀 다른 색의 공간이 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덮인 유리를 통해 전곡항 전면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붉은 등대와 바람 따라 열심히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 누에섬과 그 앞에 진열된 요트들이 뷔페를 차려 놓고 크게 음악을 틀고 와인 한 잔을 들고 좋은 사람들과 웃음을 나눌 수 있는 파티장소로 변화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클럽하우스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린 세계요트대회에서는 이 방이 그러한 파티장소로 쓰였다고 한다. 다목적실은 클럽하우스의 튀어나온 두 눈 중 북서 방향을 바라보는 눈에 자리한다. 그 옆 북동 방향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에는 탄도항이 들어오는데, 이 자리는 현재 브런치 레스토랑이 개시 준비중이다. 어두운 목재와 비비드한 컬러가 어우러져 캐주얼한 브런치 카페 레스토랑을 지향하는 이 레스토랑은 요트 레저의 고급스러움을 닮았다.레스토랑을 직접 꾸민 박용우(33) 사장은 전곡항이 외져 장사가 되겠느냐는 짓궂은 기자 질문에 "전곡항에 한 번도 안 와 보셨군요"라고 받아친다. "1~2월을 제외하면 바닷바람을 쐬러 온 연인과 가족단위 관광객의 발길이 연중 이어지는 곳인 데다 특히 이 건물은 굳이 클럽하우스의 문을 열고 2층까지 올라오지 않더라도 방문객들 동선에 놓인 계단을 따라 자연스레 올라오다 보면 레스토랑으로 이어져 접근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물은 이곳 저곳으로 트여 있다. 전곡항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왼편으로 놓인 계단이 바로 옥상으로 인도하고, 바다를 바라본 측과 마을을 바라본 측, 앞뒤로 출입구가 놓여 정문 개념이 없다. 건물은 지상부터 접근해도 좋고 거꾸로 옥상에서 아래로 내려와도 좋다.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달라지는 항구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좋다. 바다의 탁 트인 느낌이 아무 것도 정해 놓지 않은 건물 개념과 맞닿는다. 이종훈 대표이사는 "전곡항의 랜드마크로 설계된 건물인데 위엄성으로 둘러쳐져 있으면 사람들이 바다와 동떨어져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위엄성보다는 친근감, 쉬운 접근성 등으로 건물이 짜이자 비로소 이곳이 훌륭한 관광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간과 사람'을 장식한 건축물은 주변환경, 그 자체를 건축물에 담으려 애썼다. 지형에 순응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곳의 자연을 전하는 건물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공간이용자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곤 했다. 이종훈 대표이사는 "바다와 요트, 아름다운 구조물들을 건물 전체로 끌어들여 오면서 공간의 아늑함을 유지하기 위해 로이복층유리를 쓰는 등 자재 사용도 환경을 최대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요트가 넘실대는 관광레저의 바다, 전곡항의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 클럽하우스는 바다를 닮은 콘셉트와 접근성 등을 높게 평가받아 올해 치러진 제19회 경기도건축문화상에서 은상을 받았다.글=권순정 기자 / 사진=조형기 프리랜서▲ 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 전경. 옥상에 삐죽 솟은 요트돛이 전망대, 사진 오른편이 다목적실, 왼편이 레스토랑이다. 바다 전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전면이 유리창으로 처리돼 있다.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전곡항 입구 바로 왼편으로 옥상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방문객들은 마리나 클럽하우스 정문을 이용할 필요없이 옥상으로 접근해 서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마리나 클럽하우스의 전망대. 사진 왼편으로 보이는 낮은 섬이 제부도, 중앙으로 보이는 것이 누에섬, 누에섬으로 이어지는 바닷길로 풍력발전소 3기와 빨간 등대 등이 보인다. 전망대는 계단실과 엘리베이터실이 이어진 곳으로 돛대 모양을 하고 있다.▲ 옥상에서 바라본 전곡항. 사진 오른편으로 보이는 섬이 탄도항이다.

2014-12-01 권순정

[공간과 사람·22]대야미성당

공간별 특징 큰 '종교시설 설계' 험난대지면적마저 좁아 '입구 차별' 주력아치형 조성 보듬는 듯 분위기 물씬양쪽 창 펼쳐진 대성당 계절변화 만끽철저한 동선분석 신자·사제 모두 배려앞마당 대신할 '교류의장' 데크도 마련종교시설을 설계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지금까지 성당 설계만도 열댓 번 했으면 눈 감고도 뚝딱 끝내버릴 수도 있으련만, 여전히 종교시설의 설계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당을 뜯어 살펴보면 미사를 드리는 곳인 본당은 본당대로, 교리 수업이 이뤄지는 교리실은 교리실대로, 사제가 머무르는 사제관은 사제관대로, 사무실은 사무실대로, 다목적홀도 모두 다른 특징을 지닌 공간이기 때문에 각각 고민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그렇다고 해당 공간마다 각각 설계할 수도 없는 노릇.전체적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내부 공간마다 고유의 특징에 맞게 설계해야 하는 일종의 '복합시설'이라, 여간 쉽지 않은 작업임에 틀림없다.11월 '공간과 사람'은 2014 경기도 건축문화상 수상작, 군포시 대야미동에 위치한 천주교 수원교구 대야미성당을 찾았다.도대수 건축사는 천주교 신자다. 본인이 믿는 하느님의 집을 내 손으로 짓는다는 뿌듯함에 성당 설계를 맡았던게, 어느덧 도 건축사의 설계로 완성된 성당만 10곳이 넘게 됐다.그는 "성당은 복합 건물이라 설계에만 짧게는 1년, 길게는 1년 반 이상 소요된다"며 "하지만 깊게 고민한 만큼 짓고나서의 보람도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대야미 성당의 건폐율(건축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은 59.75%다.법정 건폐율이 60%인 점을 고려하면, 말그대로 '꽉 들어찬' 것이다.이때문에 자칫 성당 건물이 네모난 성냥갑 모양이 될 뻔했다.건축사는 이를 피하면서 종교시설의 특성도 살리기 위해 건물 오른편을 솟구쳐오르는 모습으로 입체감있게 표현했다.도 건축사는 "외관을 현대적이면서도 종교시설답게 표현하긴 했지만 대지 면적이 워낙 작아서 앞마당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쉬운 점 중 하나"라며 "작은 규모의 성당인 만큼 마음이 따뜻하고 평화로워지는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실제로 성당 주출입구는 아치형으로 설계해, 탁 트인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들어서는 사람들을 보듬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주출입구를 통해 성당의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대성당'으로 먼저 향했다.대야미성당의 대성당은 그동안 봐왔던 여느 성당의 본당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어둡고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아닌, 밝고 환한 박물관같은 분위기에 양쪽엔 창문이 줄지어 가득했다.처음엔 엄숙한 분위기가 반감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 양쪽에 펼쳐진 창문으로 사계절의 변화가 보여, 지금은 밝은 대성당이 좋다는 신자들이 대부분이다.오른쪽 창문은 벽체를 안으로 끌어들여 깊이를 1m 가량 깊게 내, 디자인적인 요소도 살렸다.이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롱샹의 성당'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도 건축사는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사무실이나 미사를 드리는 대성당의 경우 가장 가깝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하는 반면 사제관은 독립적으로 철저하게 분리된 별도 공간이어야 하는 등 성당은 동선체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대신 창문에 깊이를 둔 것과 같이 안으로는 비우고, 밖으로는 채우고 하는 식으로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설계 초기 힘든 점도 있었다.대지 면적이 작은 건 둘째치고, 끝과 끝의 높이가 3~4m 차이나는 경사지였기 때문.그는 "경사지라는 것을 알고는 지반 활용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했다"며 "노약자나 장애인도 많이 모일 곳이기 때문에 계단을 많이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주출입구를 낮은 지반대신 높은 지반 쪽에 위치시켜 계단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또 작은 대지로 인해 '앞마당'을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도 내내 마음 한 쪽에 걸렸다.그가 '앞마당'을 고집했던 건 성당에 모인 사람들이 교류하는 만남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는데, 그는 결국 마당 공간을 대신할 수 있도록 다목적홀 벽면 한쪽을 미닫이 창문으로 처리해 별도의 데크 공간을 마련했다.건축사의 바람대로 여름엔 이곳에서 사람들이 함께하는 만남의 시간을 갖곤 한다.그는 마지막으로 "성당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기 때문에 내가 설계한 곳에 많은 이들이 모인다는 보람이 있다"며 "게다가 성당에선 데면데면했던 사람들이 화합하고, 나쁜 일이 아닌 좋은 일을 바라는 간절한 사람들이 모이니 어떻게 성당 설계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미소지었다.지금도 도 건축사의 손을 거친 수원 매탄동성당의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글=신선미 기자사진=조형기 프리랜서▲ 성당의 주출입구. 아치형으로 입구성을 강조했다.▲ 높고 뾰족한 고전적인 모습의 성당과는 달리, 세련된 현대미가 넘치는 대야미 성당의 전경. 뒤로는 수리산이 자리잡고 있다.▲ 창문이 많아 내부가 밝은 대성당. 오른쪽 창문은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롱샹의 성당'을 모티브로 벽체를 1m 가량 안쪽으로 끌어들여 깊게 표현했다.

2014-11-03 신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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