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영 칼럼

 

[오대영 칼럼] 창조경제의 핵심 '컬러문화'

토론·대화 중시하는 유대인의창의성은 '하브루타'에서 나온다군대조차 장군·사병 토론할 정도미국에서 성공한 IT 기업들은직원 개성 매우 중요시하는데 이들이 미래사회 인재이기 때문흑백사진에는 단순하면서도 은은한 맛이 있다. 그러나 컬러사진에 완전히 밀려나 보기 힘들게 된 데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컬러사진은 여러 색의 조화를 통해서 세상의 참모습을 그려낸다.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컬러사진을 더 좋아한다.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을 굳이 문화에 비교한다면, 아마 흑백문화와 컬러문화가 될 것이다. 흑백문화는 모든 것은 예스(Yes)와 노(No)로 구분하는 문화, 컬러문화는 여러 색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초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회사 등산대회에 참가했다가 숨진 한 회사원에 대한 서글픈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산행의 강제성이 없었다고 하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은 사실상 강제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회사 회장이 직원들의 체력강화를 중시해서 매년 연례행사가 된 산행이고, 불참자는 자비로 높은 봉우리를 등정했다는 인증 샷을 찍어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에는 임직원 500여명이 무박 2일로 이 산을 완주(13㎞)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불참할 수 있을까.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종종 오너나 CEO의 개인적인 취미나 생각에, 임직원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일이 벌어진다. 때로는 여행, 바둑, 독서 등 취미활동도 은연중에 맞춰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특히 건강관리는 대의명분이 좋기 때문에 강요되기도 한다. 지금은 많은 건물에서 흡연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과거에 모 기업은 회장의 지시로 모든 직원이 회사 건물 안팎에서 금연을 해야 했다. 그래서 흡연자들은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기업에는 흑백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이는 개인은 물론 우리 기업과 사회에 많은 손실을 가져온다.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불만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사회와 자율적인 교육 문화 속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에게 이런 문화는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런 문화가 싫어서 어렵게 취업한 기업을 떠나는 직원들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05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1년 이내에 퇴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비율이 25.2%나 되었다.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과 직무적응 실패(47.6%)'이었다고 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입사 1년 이하의 직장인 352명을 조사했더니, 83.8%가 회사를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낮은 연봉 수준'이 가장 많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직무와 적성 불일치', '상사, 동료와의 불화' 등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유도 매우 많았다. 기업이 신입직원을 선발해서 회사 업무를 교육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많은 신입직원들이 1년 안에 떠나면, 개인의 재취업 비용과 기업의 교육비용, 사회의 고용불안 비용을 합치면 적지않은 손실이다. 기업은 조직이기 때문에 때로는 흑백문화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지향해야 하는 미래문화는 컬러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의성은 여러 색이 잘 조화될수록 더 아름다운 컬러문화에서 나온다. 다양성과 자율성이 창의성의 토양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이질적인 여러 문화가 만날 때 더 커진다.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아 '스타트업' 국가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모델이었다. 유대인의 창의성은 '하브루타'에서 나온다. 토론과 대화를 중시하는 교육방법이다. '하브루타'는 유대인의 오랜 전통이다. 사회는 물론, 군대에서도 장군과 사병이 토론을 할 정도다. 다양한 색깔이 모이면 때로는 잡음이 날 수도 있지만, 무색무취보다는 낫다. 그래야 발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IT기업들은 직원의 개성을 매우 중시한다. 다양성이 특징인 미래사회에서는 이런 직원들이 인재이기 때문이다. 컬러사진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6-01-18 오대영

[오대영 칼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성문화’

앞차 천천히 간다고 보복운전층간소음 갈등으로 인명 살상 등참지 못하고 극단적 행동 만연새해에는 타인에 관용 베풀고여유 되찾는 선진국 위상 걸맞게인지능력 키우는 노력 확산되길연말을 맞아 우리 사회의 지난 1년간 모습을 돌아보면, 사람들이 항상 누군가와 갈등하면서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이 더 심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부터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보복운전만 해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운전자 1천3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41%가 보복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더 놀란 것은 보복운전을 당한 이유다. ‘앞에서 천천히 갔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절반으로 가장 많았다. 천천히 간다고 보복운전을 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운전문화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도 날로 증가한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층간 소음 민원은 2012년 7천21건에서 2014년 1만6천37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8천537건이 발생해서 작년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더 큰 문제는 갈등 해법이 날로 광폭해진다는 점이다. 보복운전, 층간소음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주차갈등으로 살인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복운전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8%는 ‘개인의 급하고 참지 못하는 성격’을 들었다.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는 매우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삶은 더 각박해진 느낌이다. 마치 윤활유 없이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이 2003년 이후 계속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데는 이런 사회문화도 상당히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이는 우리 경제가 불과 몇십 년 만에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작용인 ‘과열경쟁 문화’가 낳은 후유증이다. 경쟁은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의 정신을 잃게 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들은 이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강화해왔다. 인성교육은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족, 친구, 이웃, 지역, 국가의 일원으로 함께 살고 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와 행동의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은 타인존중, 정의, 시민의식, 책임 등을 핵심 윤리가치로 이해한다.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윤리 차원을 넘어, 인성을 새로운 ‘비인지적 자본’의 핵심으로 인식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지식과 같은 인지적 자본만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인성을 매우 중요한 사회자본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에 펴낸 ‘21세기 글로벌 교육개혁 동향 분석 연구(Ⅱ): 비인지적 역량 개발을 통한 창의 인성교육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비인지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도구사용 능력, 이질집단 내 소통능력, 자율행동 능력을 핵심으로 제시하였다.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은 2011년 글로벌 창의성지수(GCI)를 발표하면서, 기술, 재능, 관용을 핵심요인으로 규정하였다. GCI 점수가 높은 국가는 경제적 성취, 행복감, 삶의 만족도가 높고, 경제적 불평등이 낮았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인지적 역량뿐만 아니라 비인지적 역량 개발을 통한 창의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 근간은 타인 존중, 책임감, 보살핌, 복원력, 조화와 같은 인성이다. 이같이 본다면 우리 사회의 비인지적 역량은 매우 낮다. 이는 결국 사회적 자본 역량과 창의적 경쟁력을 낮추지만 사회적 긴장과 갈등으로 인한 비용은 증가시킬 것이다.선진국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 영국에 갔을 때 자동차 운전자들이 어린이, 여성,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상당히 배려하는 것을 보고 선진국의 참된 모습을 느낀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성 문화인 것 같다. 새해에는 학교의 인성교육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관용과 여유의 문화를 되찾고, 선진국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인성문화를 발전시키는 노력이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12-28 오대영

[오대영 칼럼] 자녀의 미래비전 먼저 찾아야

나날이 급변하는 세상에서목표를 세우지 못하면 평생 방황명문대 선호 과감히 떨쳐내고자녀와 함께 꿈 설계하는게 우선 수능성적 안 좋더라도따뜻하게 감싸주고 격려해줘야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내일 발표된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많은 가정에서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히 ‘대학 간판’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에 못 간다고 해서, 혹은 세칭 명문대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낙담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지금의 청년 세대가 살아갈 세상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변화 속에서 이미 대학간판의 위력은 예전보다 약해졌다.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50대 초반에 기업에서 은퇴해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20년 내에 다가올 변화는 더 엄청나다. 인류는 18세기의 1차 산업혁명, 20세기 초의 2차 산업혁명을 거쳐 1970년대에 등장한 전자기술과 IT기술의 3차 산업혁명기를 살고 있다. 그리고 2020년에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와 제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기가 도래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새로운 융합 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창출하는 ‘인터넷 융합경제(IConomy)’이다. 제조업과 사물인터넷이 결합해서 공장 생산시설들을 지능화, 네트워크화한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이 주축이 되는 4.0 산업(industry 4.0) 시대가 열린다. 그러면 산업기기와 생산과정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가능해진다. 이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로봇산업 등은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했다. 기술 발전은 항상 산업과 직업 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4차 산업혁명기의 특징은 ‘소멸과 창조’인 것 같다. 디지털화, 융합이 가능한 직업은 모두 자동화된다. 미국에서는 현재 직업 가운데 50% 이상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2모작, 3모작 인생 시대가 열렸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는 더 많은 ‘모작 인생’을 살아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핵심 분야의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이 증가한다. 그래서 고용 불안정성, 소비 위축, 내수시장 축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괴로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4.0 산업시대에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전에 없는 다양한 직업이 생기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도 많이 생긴다. 3차 산업혁명기에 구글,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사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에는 새로운 인재를 요구한다. 이를 먼저 준비하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미래시대에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기술과 창의성, 그리고 미래비전이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4.0산업혁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일본은 작년부터 초·중·고에서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시작했고, 우리도 2018년도부터 초·중·고에서 실시한다. 기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창의적 사고능력이다. 창의력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며, ICT가 창출하는 창의경제의 기본이다. 창의성 발달을 위해서는 활발한 토론문화, 다양성, 풍부한 상상력, 지적 호기심,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자유 등 여러 문화적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실패할 수 있는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자유롭게 도전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수능 성적이 나쁘더라도, 따뜻하게 감싸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능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녀들이 평생의 미래비전을 갖도록 하는 일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미래비전이 없다면 변화에 휘말려 평생 방황하게 된다. 명문대 졸업을 앞두고도 꿈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엄청난 개인적, 사회적 낭비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명문대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녀의 미래비전을 먼저 찾아야 한다. 대학 간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서, 자녀와 함께 미래비전을 찾고, 실현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대입을 준비하는 부모가 현명한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11-30 오대영

[월요논단]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이혼형태 변화는 유책주의서파탄주의로 형성돼 왔으며국가개입이 점점 줄고있다는 것자녀양육·재산분할 문제등은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서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우리나라에서 이혼은 협의이혼과 재판이혼으로 대별할 수 있다. 지난 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협의이혼은 8만9천700건이었고, 재판이혼은 2만5천800건이었다. 부부의 한 당사자는 민법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이혼에 관한 우리 법의 특징은 상대적 이혼원인주의를 채용하여 개별적 이혼원인 이외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이유가 있을 때에도 이혼을 인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원인에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있다. 유책주의란 배우자 중 일방이 혼인 의무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한 해 상대방에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그 기능은 이혼원인을 제한하여 혼인을 유지하고, 파탄의 책임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파탄주의란 부부당사자의 책임을 묻지 않고,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그 기능은 이미 파탄되어 회복 가능성이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데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파탄을 이유로 책임이 없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정된다. 즉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기조로 유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이 판결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6월에 공개변론을 열고 생방송 중계를 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면적으로 파탄주의가 도입될 것인가가 문제였다. 대법원은 15년 전 혼인 외의 딸을 낳자 가정을 떠나는 등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에서, 남편은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반하고, 배우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을 시인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혼인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서는 이혼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한 판결이었고,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법적 조치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대법관들의 입장은 서로 대립했는데, 파탄주의 입장으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또한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로는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판단할 때에는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이혼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혼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이혼은 발전방향에서 보면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형성되어 왔으며, 이것은 국가 개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혼 후의 자녀 양육, 면접교섭권 재산분할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이혼원인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회의 변화 속도를 고려한다면 판례의 입장도 언젠가는 바뀔 가능성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젊은 부부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부부간에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진다면 서로가 남이 되는 이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11-15 김두환

[오대영 칼럼] 따뜻한 가족애로 자살률 줄이기

개인주의 성향 강한 미디어시대스마트폰으로 게임·음악 즐기며가족간 대화는 없고 침묵만 흘러인간은 더욱 고독해져만 간다가정에서 주말 하루라도 ‘핸드폰 제로의 날’ 만들었으면…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10년 넘게 선진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인구는 인구 10만명 당 12명이었는데, 한국은 29.1명으로 최고였다.사람이 자살하는 이유는 더 이상 사는 것이 무의미하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죽음보다 더한 고통만 있을 것이라는 절망감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자살 동기(2013년)를 보면 우울감 등 정신적 이유 37.9%, 대인 관계 스트레스 31.2%, 경제문제 10.1%, 신체질병 5.7% 였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지나친 경쟁이 한국인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같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경쟁, 소득격차, 불투명한 미래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정신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정신적 먹구름이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정부와 사회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종 복지대책을 만드는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인간은 가장 고독함을 느낄 때, 세상에 버려지고 혼자라고 생각할 때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반대로 ‘나 홀로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이며,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 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진다. 과거 우리의 부모 세대가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가고,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간 한국인들이 어렵게 돈을 모아 집으로 보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였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 시대의 미디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역기능은 ‘자살 시대’를 맞아서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미디어는 TV였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서 TV를 보는 것이 중요한 문화행사였다. 가족들이 TV를 보면서 울고, 웃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가족애가 쌓여갔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를 맞은 지금, 이런 가정의 모습은 사라져 간다. 모두 집에 있지만, 혼자이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 음악, 영화를 즐기면서 자신의 세계에 몰두한다. 대화는 없고, 침묵만 있다. 식구들이 모처럼 외식을 해도 서로 스마트폰에 빠져, 결국에는 식사만 하고 돌아온다. 가족 공동체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는 공동체보다는 개인 지향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미디어다. 인터넷과 SNS로 사회적 관계가 넓어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이버 세계일 뿐, 인간은 더욱 고독해져 간다. 사이버 세계에 빠진 인간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더욱 몰두한다. 가족 간에 유대감이 없어지면 가족 간의 작은 갈등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택하는 일이 많아진다. 필자는 2년 전 학생들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연구한 적이 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 미디어 중독은 충동성을 높이고, 휴식과 오락을 가상공간에서 충족하게 함으로써 학교라는 현실 공간에서의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며, 학교 수업의 만족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학생들일수록 일탈적이고,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에서도 청소년들의 핸드폰 사용량이 많다. 그래서 ‘핸드폰 바구니’를 준비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유대인들이 믿는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에는 가족들이 핸드폰을 이 바구니에 넣고, 주말 내내 음식과 대화를 즐기면서 가족애를 쌓아간다는 것이다.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족 간의 따뜻한 가족애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우리 가정에서도 매 주말 하루를 ‘핸드폰 제로’날을 만들면 좋을 듯 싶다. 가정이 인간 사랑을 가르치는 곳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11-02 오대영

교육격차 줄이는 길

미리 공부하겠다는 ‘선행학습’법으로 규제할 대상인지…가난한 학생 학습권 어떻게보상해야 하는지 궁금하다해결책은 현실 정확히 파악하고학교 경쟁력 높이는게 급선무일본 도쿄에 있는 히비야(日比谷)고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200명 가까운 학생이 도쿄대에 입학하는 일본 최고의 공립학교였다. 그러던 히비야고가 1990년대에는 도쿄대 입학생이 1~2명, 때로는 없을 정도로 몰락했다. 일본 정부가 고교 평준화정책 차원에서 고교 입학권역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학생들이 히비야고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고교 지원구역을 매우 작게 쪼개면서, 히비야고에 입학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폭 줄었다. 이런 현상은 다른 공립고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학부모들 사이에 “공립고에 보내면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다”는 공립고 불신감이 확산되면서, 사립고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립고는 공립고나 다름없지만, 일본 사립고는 매우 자율적인 대신 학비가 매우 비싸다. 공립고는 연간 100만원대, 사립고는 연간 2천만원대다. 그럼에도 무리를 해서라도, 사립고를 찾는 학부모들이 늘었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사립고 학생들도 부쩍 증가했다. ‘부모의 경제력=좋은 대학 입학’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도쿄대 입학생 학부모의 경제력도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2000년대 들어 공립고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미 부모 경제력에 의한 학력격차가 사회문제가 되었다. ‘부모 경제력-> 학력격차-> 빈부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교육격차 사회’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히비야고 사례는 사회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오히려 해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시장 논리와 맞지 않으면 시장은 반드시 보복한다. 미국에서 1920년대 시행되었던 금주법도 그랬다. 밀주가 성행하면서 범죄가 늘어나고, 마피아 조직만 살찌웠다.갈수록 늘어나는 재수생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사교육을 줄이고, 학생의 학업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에서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를 낮춰왔다. 그런데 ‘물수능’이 될 정도로 문제가 너무 쉽다 보니, 주요 과목에서 한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져 지원가능한 대학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자 아쉬움으로 처음부터 재수하거나, 대학입학 후 휴학하고 재수하는 ‘반수생’이 급증했다. 안민석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3개 대학 신입생 29만여명 중 5만여명이 입학 후 휴학이나 자퇴했다. 대부분 ‘반수생’이라고 한다. 이들이 낸 등록금만 500억원에 이른다. 재수학원 비용과 시간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다. 그래도 시험문제가 쉬울수록, 특히 객관식에서는 풀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재수생은 늘고 있다. 정책 취지와는 달리, 고교 때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재수나 반수를 할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이 있는 학생이 유리한 입시정책인 것이다.정부가 지난해 만든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도 학교의 선행학습만 금지하고, 학원은 풀어놓으니 오히려 학원만 웃고 있다. 교육부 조사결과 지난해 학생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4만2천원으로 2013년보다 늘었다. 값싼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자, 학원을 찾는 학생이 늘고, 학부모 부담은 더 커졌다. 가정형편상 학원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할 곳을 잃어, 학교에서는 걱정과 불만이 많았다. 교육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 3월 ‘방과후 교실 선행학습 허용’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 법은 시행 전부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리 공부하겠다는 것이 꼭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대상인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못하고 사교육도 받을 수 없는 가난한 학생의 학습권은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사회에서 교육격차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 해결책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도의 기본취지에 충실한 데 있다. 입시의 기본취지는 학생 선발에 있고, 그것은 변별력에서 나온다. 그래야 시험의 신뢰도 생긴다. 학교의 기본취지는 학습에 있다.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학교만 다녀도 잘 배운다면, 왜 학원에 가겠는가. 잘 가르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육격차를 줄이는 길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10-05 오대영

박대통령의 과감한 외교행보

한·중 정상회담으로 인해 한·미·일 공조체제 흔들리거나 동아시아 안보틀 바뀌지 않아 10월엔 오바마와 회담도 가져 우리의 외교적 입지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정착 큰 도움 기대 8월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날이다. 그날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조선이 어떻게 전쟁 한번 없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외교의 완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이 쇄국정책에 빠져있을 때,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 세력들은 국제사회와 외교를 배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메이지유신 전에 일본을 지배하던 에도(江戶)막부는 1853년 미국의 페리제독이 이끌고 온 흑선의 위력에 눌려 개국하면서 불평등조약을 맺은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메이지 유신세력은 불평등조약을 해소하고, 서구열강의 침략에서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서 국제법인 만국공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국제법 원서들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많은 인재들을 서구로 유학을 보내서 국제법을 공부하게 했다. 서현섭이 쓴 ‘지금도 일본은 있다’에 따르면 1873년 일본이 서구로 유학을 보낸 사람은 373명이고, 문교부 예산의 18%를 썼다. 앞서 일본은 1872년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구 열강에서 387명의 법학자들을 법률고문으로 초빙했다. 일본은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서 외무대신 급료의 2배를 지급했다. 이들은 일본에 서양식 외교술과 국제법 이론을 가르쳤다. 일본 근대법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부아소나드도 1873년 일본에 온 후 1874년 일본의 대만 출병과 1875년 조선과 불평등 조약을 체결한 강화도 사건 등에서 일본을 크게 도왔다. 일본은 국제법을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미국과의 불평등 조약을 개선할 수 있었고,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도 성공했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정책을 공부하면서 조선의 식민지화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일본은 1905년 미국과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영국과는 영일동맹, 러시아와는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해 11월 일본은 조선과 을사늑약을 체결해 조선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은 후에 본격적으로 식민화를 추진했다. 고종황제가 1907년 이준 등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보내서 조선의 독립을 보존하려 했으나, 이미 조선은 세계지도에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흔히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지만, 총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외교다. 외교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서독이 동독과 전쟁없이 통일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은 물론 오랜 적이었던 프랑스 등 주변 국가들과 오랜 기간 외교적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금 동아시아가 출렁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맞먹는 대국이 되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시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화가 목전에 다다른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계속 핵개발을 하면서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상황으로 우리의 외교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한때는 우리 외교가 고립돼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결정이다. 미국 우방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외국 원수라고 한다. 역대 한국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다. 반면 중국의 오랜 맹방이던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서 통일 문제까지, 한반도의 미래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이번 방문으로 한국·미국·일본의 공조체제가 흔들리거나, 동아시아의 안보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게다가 남북한 간에는 8·25 고위급 접촉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산가족 상봉 등 교류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0월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도 갖는다. 박 대통령의 과감한 외교적 행보가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한반도에 순풍을 몰고 오기를 기대한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8-31 오대영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 콤플렉스’

반역사적인 인식과 행동에이미 세계는 분노하고 있다진정한 사과·반성 없을땐자신들의 후세가 주변국들과끊임없이 갈등하고 비판 받아 결국 ‘부끄러운 국가’ 만들어“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 1995년 8월 15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일본 총리가 전후 50주년을 맞아 공식적으로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 내용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5년 8월 15일, 전후 60주년 행사에서 자민당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과 이전에 했던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하는 ‘고이즈미 담화’를 발표했다.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사회당 정부였던 무라야마 총리는 물론 자민당에서도 우파 보수로 분류되는 고이즈미 총리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아베 총리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종군위안부 사실을 부정하고, 일제의 과거 침략 사실조차 부인해왔다. 최근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아베 총리가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 초안에 ‘반성’은 포함됐지만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문구는 명확하지 않고, ‘사죄’ 문구는 없다고 보도했다. 사죄가 없는 반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극단적으로는 과거 일제의 ‘패배’에 대한 반성을 한다는 의혹까지 낳는다. 오죽했으면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온 공명당도 “사죄의 의미가 세계 각국에 전해져야 한다. 일본이 왜 반성하는지, 그 대상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우려했을까.아베 총리의 반역사적인 인식과 행동에 대해 이미 세계가 분노했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의 일본 연구학자 187명은 지난 5월 종군위안부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동상도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학계도 동참했다. 일본의 16개 역사연구단체는 지난 5월 ‘군위안부 등에 대한 역사왜곡’ 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일본 언론들, 특히 친아베 성향의 요미우리(讀賣)신문까지 아베 총리가 어떤 형식으로든 전후 70년 담화에 ‘사죄’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이어서 아베 총리가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사죄의 표현을 담을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그것이 문제 해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역사 왜곡 망언을 했던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치, 사회,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더 노골적이고,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현대 일본의 역사 왜곡 모습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제2· 제3의 아베 총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본의 역사왜곡 우파들은 식민지 지배, 침략이라는 잘못된 역사를 표백해서 깨끗하게 하고, 집단자위권을 행사해서 ‘대일본제국’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그러나 역사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어느 민족이나 국가든지 잘못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인종학살을 했던 독일, 흑인을 노예로 삼아 가혹하게 다루었던 미국, 원주민을 탄압했던 호주. 그들은 반성과 사죄를 통해 새로운 발전과 화합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가해자는 잊고 싶을지 몰라도, 피해자는 잊을 수 없는 것이 역사이기에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있을 때 대화합이 가능해진다. 아베 총리는 잘못된 ‘역사 콤플렉스’가 부메랑이 되어서, 자신들의 후세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후세가 끊임없이 주변국들과 갈등하고, 세계의 비판을 받고 살기를 바라는가.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단어 중 하나는 ‘폐’와 ‘수치심’이다. 일본 가정에서 자녀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과 ‘수치심을 알라’는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세계 사람들에게 더 큰 폐를 끼치고, 일본을 부끄러운 국가로 만든다는 사실을 아베 총리는 왜 깨달으려고 하지 않을까./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8-10 오대영

지역 대학과 경제 살리기

제2 판교 테크노밸리에서2017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ICT벤처기업 매년 300개 육성정부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대학·기업·지자체 ‘유기적 협력’생태계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경제연구소들이 한국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우울한 예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내수부진과 수출둔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소비부진과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일본형 저성장’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와 중국 증권시장의 폭락사태는 국제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가능성도 있다.한국 경제의 저성장 위기는 고령화, 심리적 소비위축 등에 따른 소비부진의 영향이 크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겪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중국 등 신흥 경제국들에게 붙잡힐 정도로 약해졌다는 우려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이는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선진국들도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이들을 살린 것은 신기술에 의한 산업구조 개혁이었다. 미국 경제도 20세기 후반에는 일본에 밀렸으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혁명으로 경쟁력을 되살렸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들이 나타나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여러 지역에 벤처밸리를 조성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벤처기업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시켜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벤처밸리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역의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벤처기업들의 지식공급처인 스탠퍼드 대학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트 업(start-up)국가’로 부상한 이스라엘의 수많은 벤처기업들도 대학들의 기술과 지원에서 출발했다.경제가 어려울수록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진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미국 정부는 1992년부터 정부 지원과 대학·지역사회 협력을 통해서 지역재생 모델을 만들자는 ‘커뮤니티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1994~2005년 189개 대학에 8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일본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본부는 2005년부터 ‘대학과 지역의 연계에 의한 도시재생 추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1세기 들어 낙후된 지역에서 새로운 대학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발전에 초점을 맞춘 고등교육을 육성해서 지역경제의 쇠퇴를 막고,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기술과 혁신을 제공해서 노동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지역경제에 맞는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노동력이 1%만 증가해도 생산성이 0.5%씩 증가한다고 한다.우리도 정부가 신기술단지 조성을 적극 추진하면서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2017년에 들어설 ‘제2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매년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판교 창조경제밸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판교에 건설 중인 (가칭)창조경제밸리센터에 들어서는‘그랜드 ICT연구센터’에 입주할 대학들을 신규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경제위기 탈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밸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 대학들과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서, 밸리가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역 대학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7-13 오대영

안전 넘어 위기관리

‘메르스’로 곤경에 빠진 한국국제적 진단 받을 줄이야…위기가 일상화 된 현 시대정부, 사전 예방·관리 위해서는변화 예측과 대비 능력 키우고국민도 위기관리 의식 높여야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국민이 큰 상처를 입었는데, 올해는 멀리 중동에서 온 바이러스로 20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참사는 처음부터 잘 대처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형 사고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항상 인재(人災)라는 말을 듣는다. 안전 관리를 잘못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나 관리기관의 문제를 꼬집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안전의식 부재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느낀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 계단이나 큰 도로의 횡단보도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저러다 사고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우리 국민들의 안전 의식이 그리 높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앞만 보고 달려온 것과도 관련이 깊다.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 살면서 남보다 빨리 많은 것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은 무시해왔다. 성장이 가져오는 성과를 위해 안전 비용은 치러야할 대가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전보다는 ‘빨리빨리’를 더 중시했다. 또한 5천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침략을 당하면서 나라를 빼앗겨본 참담함까지 겪었고, 지금도 북한과 대립하는 삶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사건이나 사고에는 무덤덤해진 문화적 배경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안전 관리를 넘어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를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전이 현재 중심적이라면, 위기는 미래지향적이다. 현대에는 국제화, 지구온난화, 자연파괴, 기술의 발달로 예측불가능한 위기가 많아졌다. 지구 한곳에서 벌어진 일로 지구 전체가 순식간에 위기에 몰리는 세상이 되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은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우리도 이미 서구의 금융위기가 발생시킨 국제 금융위기로 수차례 어려움을 당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명저 <총, 균, 쇠>에서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를 서술했지만,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은 2002~2003년에 국제적으로 7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거의 없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예방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2년뒤 한국이 ‘중동 감기’로 심각한 곤경에 처해서 국제적인 진단과 처방을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위기관리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정부 내에 위기관리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대학에서는 위기관리 학문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나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초보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위기관리 부재’로 지적하기도 한다. 위기관리는 미래 예측 능력이다. 위기는 변화에서 나온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면 흥하고, 늦으면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철기, 총포 등 선진문화를 빨리 습득한 민족은 발전했고, 그렇지 못한 민족은 망했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변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위기관리는 정부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위기관리 의식이 높아질 때 우리 사회에 위기관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고령화 시대, 만성화된 실업시대를 맞아 일반인들도 전에 없던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 안전한 노후와 3모작 인생시대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도 뛰어난 위기관리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6-22 오대영

창의적 인재 육성

스펙대신 능력 더 중시하려는사회분위기 조금씩 변화대기업·공기업들도 전문분야 경력 소유자 선호전문가되려는 노력 확산창의적 인재 탄생 기대 가져지금 대학생들에 비하면 50대 세대는 엉터리 대학생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시국 문제로 인해 대학에서 휴강하는 일이 잦았고, 좋은 학점 따거나 영어 공부하는데 열중하기 보다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는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다. 학점 관리부터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쌓아야 하는 스펙의 종류도 계속 늘어서 ‘취업 스펙 9종 세트’라는 말도 나왔다.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 입상·인턴경력·성형수술·사회봉사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마따나 우리 학생들은 실력이 있고, 경험도 많고, 잘 생기고, 인성도 좋은 모범생에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스펙을 만들기 위해 1년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측은하기도 하다.그런데 학생들을 보면서 가끔 “50대 세대는 대학시절, 지금 학생들보다 많이 부족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물론 지금의 대학생들은 50대 세대보다 더 착실하고,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50대 세대에 비해 그들이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넓고 깊게 생각하는 사고력과 자기만의 생각이다. 우리 학생들이 너무 바쁘게, 그리고 동시에 많은 것을 해야 하다 보니 하나를 제대로 해볼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50대 세대는 비록 대학시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다양한 스펙도 쌓지 못했지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할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갖고 있었다. 당시 대학에는 동아리 형태의 각종 학회가 많았고, 많은 학생들은 친구들과 세미나 형태의 독서클럽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서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갔다.깊이있는 사고력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으로 직결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현상 중심의 기술보다는 현상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인재가 더 요구된다.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아무리 현상이 빨리 변해도 쉽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는 사물의 기본 이치를 배우는 철학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자연의 기본 이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현상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주도하는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융·복합을 강조하면서, 특히 인문학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현상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격화된 팔방미인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취업문화가 절실하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특성화 인재를 육성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대학에 대해 당장 써먹을 사람을 키워달라고 요구하고, 학생에게는 스펙쌓기를 ‘강요’한다면 진정한 인재 육성은 어렵다.그나마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스펙 대신 능력을 더 중시하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탈 스펙’을 선언했고,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전국 11개 지역에서 취업박람회를 주관하거나 후원하는데,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도 열린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13년부터 지원자격 기준을 폐지하고 스펙 사항을 면접관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수학강사·의류사업자·핸드볼 국가대표 상비군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뽑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면 우리 학생들이 스펙쌓기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우리 사회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늘어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6-01 오대영

스마트폰 노예가 되어가는 인간

사람 만남과 대화 단절시키는스마트폰 중독 폐해 심각꼭 필요한 문명이지만잠시나마 인간사회 느낄수 있게가정에 ‘수거 바구니’ 비치‘탈 스마트폰 시간’ 만들어 보자스마트폰은 인간의 생활에 대혁명을 가져왔다. 스마트폰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여러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기능을 제공한다. 인간은 작은 기계를 통해 세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물론 정보 검색, 게임, 사진과 동영상 촬영, 건강 체크, 금융거래 등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만물상자다.그러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편리함 때문에 인간은 점차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간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먹통 인생’이 되어 불안해한다. 지하철 문화도 스마트폰에 점령당했다. 지하철 안은 스마트폰에 몰입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심지어 러시아워의 만원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복잡한 계단을 다니면서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전 문제가 걱정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중독자도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4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10∼19세 청소년 가운데 3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해있었다. 실상은 더할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 중 하나는 구속과 단절이다. 스마트폰에 사로잡히면 인간이 내면의 세계를 돌아보고, 사람과의 인간적인 만남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온라인 세계는 확장되었지만, 오프라인의 세계는 매우 좁아 들고 있다. 가정에서도 대화 단절의 주범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이런 폐해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2년 전 이스라엘에서 만난 유대인 교수들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안식일 저녁에 모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밤늦게까지 같이 지내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날은 모든 가족이 스마트폰을 집에서 준비한 ‘스마트폰 바구니’에 보관한 뒤 잊고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해외로 자원봉사활동을 갈 기회가 있는데, 그때는 학생들로부터 스마트폰을 수거한다. 목적은 ‘통신료 폭탄’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다른 효과가 더 크다. 학생들이 대화를 많이 하고 친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흥이 생긴다. 당연히 봉사활동의 효과도 높아진다. 어쩌다 스마트폰을 돌려주면 모두가 각자의 세계로 빠져들고, 개인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지도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교수들도 정부기관 등의 외부 심사를 위해 인터넷 사용이 금지된 장소에서 장기 합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 주관기관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부터 가져간다. 하루 이틀은 정보 단절에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끼지만, 사흘째부터는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그리고 모처럼 자신만의 생활, 함께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게 된다.인터넷 중독자였던 독일 기자가 6개월간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고 체험한 이야기를 쓴 책이 있다. 결론은 인간 생활로의 복귀였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온다. 지난달 청주의 미술인들이 디지털 사회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한 ‘로그 아웃’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최근 경의선 열차 안에서 고등학생들과 ‘희망독서 열차’ 독서캠페인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는 학생들로부터 따뜻한 인간사회를 느꼈다는 반응이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스마트폰이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럴수록 잠시나마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지는 ‘탈 디지털 문화’가 더욱 필요해진다. 우선 우리 가정부터 ‘스마트폰 바구니’를 만들고, ‘로그 아웃 시간’을 정해보자.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5-11 오대영

전후세대 일본정계의 우경화

동아시아 화합 해치고갈등·불신 확산시키는 요인한·중은 물론 미국과 독일까지일본의 역사인식 우려하는 이유우리는 더욱 지속적인 대응과치열하고 전략적으로 맞서야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産經) 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총리 관저에서 면담하고 위로했다. 가토 전 서울지국장은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칼럼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독신인 박 대통령이 ‘국정개입 문건 의혹 사건’으로 유명해진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출국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최근 출국정지 해제로 귀국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고생했다. 재판이 계속되니 앞으로도 건강을 조심하라”며 그를 위로했다. 한국 정부의 출국정지 조치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던 일본 정부의 수장으로서는 그를 불러서 위로하는 퍼포먼스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행동에서 한국에 매우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인상을 받은 사람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일본 언론에서 산케이 신문의 위상은 매우 약하다. 일본의 3대 신문에도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산케이 신문이 우리나라에서 악명높은 이유는 매우 우파적이고, 때로는 극우적인 태도로 일본 극우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종군위안부를 비롯한 역사문제에서 왜곡 주장을 일삼고, 독도 문제에서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는다. 그런 산케이 신문의 가토 전 지국장은 이웃나라의 원수에 대해 흑색선전 수준의 소문을 썼다. 그가 이런 칼럼을 쓴 이면에는 역사와 독도 문제로 아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망신주고 싶은 산케이 신문의 의중이 담겨있었을 것이다.그런 가토 전 지국장을 아베 총리가 직접 만나서 위로하고, 일본 언론에 보도까지 했다는 것은 산케이 신문을 지지하고,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를 갖는다. 향후 아베 총리가 산케이 신문과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더욱 저돌적인 행보를 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1954년생인 아베 총리는 일본 역사에서 태평양 전쟁 이후에 출생한 첫 총리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이웃나라와 세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억지 주장으로 영토분쟁을 일으키려는 아베 총리의 행동은 상당한 우려를 낳는다. 아베 총리의 행동은 이전 총리들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에도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왜곡 망언과 행동은 많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비판하면 일본의 총리들은 자중하고, 비교적 이웃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역사 왜곡 막말을 하는 장관은 사임하는 경우가 많았다.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면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대부 역할을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는 총리였던 2001년 8월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대표적 종교기관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중국이 거세게 비판하자, 그해 10월 한국을 방문해서 냉각사태를 풀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과거 일제 침략전쟁 시대에 태어나서 한국·중국에 대해 나름대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관계를 중시하는 정치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일본 정계는 전후(戰後)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일본 전후 세대에서는 “왜 할아버지, 부모 세대의 잘못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 “이만큼 사과하면 됐지, 어디까지 사과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잘못된 역사 교육과 일본 우파들의 영향이다.아베 총리는 전후 세대의 선두 주자지만, 그의 뒤에는 더 많은 전후 세대가 있다. 그들 중에는 ‘또 다른 아베’, 어쩌면 ‘아베보다 더한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국민들도 전후세대가 주류가 되면서 우경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계의 이런 분위기는 동아시아의 화합을 저해하고, 갈등과 불신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중국은 물론 미국·독일 등까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우려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역사문제에 대해 지속적이고, 치열하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부딪쳐야 한다. 불행한 역사를 망각하면 불행한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되기 때문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4-20 오대영

김영란법과 학교 촌지

정치인들 교육문제 지나치게포퓰리즘적 대처한다는 느낌촌지문제 해결하는데교사와 학부모 잡범 수준으로몰아 가는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 범하는꼴예로부터 가르치는 사람은 ‘스승’으로 많은 존경을 받았는데, 요즘은 선생님이 ‘잠재적인 범죄집단’이 된 느낌이다. 정치인들이 통과시킨 ‘김영란 법’에서는 처벌 대상에 언론인과 선생님들을 공적인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포함시켜 위헌 논쟁이 한창이다. 언론인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언론 탄압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지만, 선생님을 위한 옹호의 목소리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더니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발표한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에서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교사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교사가 촌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수수액의 10배, 최고 1억원까지 포상금을 준다고 한다. 포상금을 노리고 선생님을 감시하는 파파라치도 등장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대해서는 찬성론과 반대론이 있다. 찬성론자들은 학교의 촌지문화 척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반대론자들은 교사 집단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간다고 비판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교육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촌지 문제는 올바른 교육을 왜곡시키는 학교 현장의 비리이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찬성한다. 그럼에도 김영란법과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을 보면 정치인들이 교육문제를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울시교육감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선출직이기 때문에 실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인들과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1분짜리 청렴 서울교육 홍보 동영상을 배포했다. 여자 어린이가 교실에서 울고 있는데, 그때 학교 안 곳곳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음흉스럽게 웃으면서 촌지와 선물을 주고받는 동영상이다. 어린이는 촌지 문제로 상처 입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나치다는 비판 논란이 일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 언론에서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과 같다고 해명했다.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운전이 존경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남을 가르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든지 존경을 받는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듯이, 가르치는 일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의 인생도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아직도 부모 말은 믿지 않아도 선생님 말은 믿는 학생들이 많다.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일부 있을지는 몰라도,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은 어린 제자들을 위해 밤낮으로 애를 쓰고 있다. 최근 헬기사고가 난 가거도와 같은 낙도나 산골에서도 선생님들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선생님들의 교육력은 자긍심과 교육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 그런 선생님들을 모두 ‘예비 범죄인’으로 묘사해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에 무슨 도움이 될까. 그것을 본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부모를 어떻게 생각할까. 선생님에 대한 학생의 신뢰도가 없으면 교육효과는 매우 낮아지거나 없어진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생각하는 어린 학생들의 실망감이 가져올 폐해는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오래 전부터 촌지문제가 두려워 스승의 날에 문을 닫는 학교가 많은 나라에서, 자긍심을 빼앗기고 자괴감만 갖게 된 선생님들이 과연 정성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을까.촌지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해도, 교육문제를 일반적인 잡범 수준의 사회문제로 접근하는 정치인들과 서울시교육청의 대처 방식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처벌 대상에서 자신들은 빼놓고, 선생님들을 끼워 넣은 김영란법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포퓰리즘적인 대증요법보다는 조용하고, 치밀하게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촌지 부담 없이 자유스럽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나 문화, 제도를 만들어야 교육이 산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3-23 오대영

설득과 신뢰정치

정부와 여당, 즉흥적 표심보다국민마음 얻는 행정 펼쳐야야당도 인기성 입법보다는믿음 우선하는 ‘큰 정치’로 가야국민은 잠시 속을지언정 결국진실을 알고 올바르게 선택한다설득 커뮤니케이션은 인류가 매우 오래전부터 발달시켜 왔다. 설득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서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력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사학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했으며, 설득 기법은 시민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였다. 설득은 권력을 쟁취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했다. 서구에서 20세기 초에 발전한 선전도 설득에 기초한다. 설득은 동양에서도 발달했다.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는 많은 사상가들이 전국을 유세하면서 왕과 백성들을 설득했다. ‘사기(史記)’에는 ‘삼촌지설(三寸之舌)’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치 혀에 불과하지만, 언변이 좋아 외교적 설득 능력이 뛰어난 데서 나왔다. 고려 시대인 993년 거란이 침략했을 때 서희 장군이 적장과 담판을 벌여 전투없이 강동 6주를 차지한 것도 대표적인 설득 성공 사례로 꼽힌다.설득은 단순히 말만 잘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설득하는 주체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이는 광고·비즈니스·정치 등 여러 분야의 실증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신뢰도의 기본 요소는 전문성과 신뢰성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신뢰가 없으면 설득력은 매우 약해진다. 신뢰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설득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개인 생활은 물론 직장 생활과 비즈니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설득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국민 간에는 더욱 중요하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행정은 어려워지고, 정치권은 권력을 잡기 힘들다.최근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 문제를 언급하고, 야당 최고위원은 이를 위한 입법추진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담배 가격을 2천원 올리면서 세수 확충이 아니라 금연정책이라는 명분을 강조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 문제를 언급하자 애연가들, 특히 흡연하는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사이에는 “정부가 스스로 담배인상 명분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많다. 여야가 올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거를 위해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담배 가격의 부담이 커진 애연가들에게는 담배 종류가 다양해져서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상한 지 두 달도 안돼 나온 이 문제로 국가 행정의 신뢰도에 흠집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된다.지난해 말에는 세제개편으로 ‘세금 폭탄’을 맞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급히 4월 임시국회에서 연말정산 공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소급해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반면 이 일로 정부의 세제행정은 두 번 신뢰를 잃게 되었다.정치는 표를 통한 전쟁이다. 일본 정치인 다케시타 노보루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정치인에게는 선거가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표심(票心)사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지나치면 포퓰리즘으로 가고, 결국에는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줘 국민의 신뢰를 잃고, 설득 능력도 상실하게 된다. 이번 개각으로 국무총리와 장관으로 재직하는 현역 국회의원의 수가 6명으로 늘었다. 정부와 여당의 소통이 확대되고, 행정에 국민 여론이 더 반영되는 장점도 있다. 그런 순기능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즉흥적인 표심(票心)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쌓은 행정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오히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야당 역시 인기성 입법이나 정치보다는 신뢰를 우선하는 정치를 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정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큰 정치’다. 국민은 잠시 속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진실을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2-23 오대영

사회구조 장벽과 기회·희망 상실

교육·경제 격차로 좌절감 느껴일탈행위 가능성 높은 다문화2세관심 갖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이들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극단행동으로 내 몰리는우리 젊은이들에게도 필요하다프랑스에서 벌어진 언론사 총기 테러 사건으로 프랑스는 물론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세계가 엄중히 비판하고 나섰지만, 문제는 이런 테러사건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테러사건의 범인들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무슬림 2세들이다. 프랑스 무슬림 부모들은 대부분 과거 식민지 시절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민을 왔다. 이들은 매우 어렵게 살면서도 고향보다는 생활이 나아졌기에 비교적 만족했지만, 2세는 생각이 다르다. 이미 프랑스 사회에 익숙하고, 풍족함을 느낀 2세들은 동등한 프랑스 국민으로서 주류사회에 진입하기를 희망한다.그러나 이들은 반대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느끼고, 주류사회와 무슬림사회 간의 커다란 소득격차를 겪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무슬림 청년들의 취업은 더욱 힘들어졌다. 무슬림 지역 실업률은 프랑스 평균의 2배 정도인 20%에 달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의 극우세력들은 이들을 적대시하면서, 무슬림 청년들에게 종교적·인종적인 반항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 결과 무슬림 청년들의 범죄가 급증하고, 무슬림 청년들은 급진주의에 빠지고 있다. 외부의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조직들은 이들에게 유혹의 손실을 보내고 있다. 지하드(성전) 조직에 가담한 프랑스 국민은 1천240명으로, 영국과 독일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난한 무슬림이 차별과 기회 박탈속에서 사회 뒤편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프랑스의 사회 현실"이라며 "이중 속도의 프랑스(two-speed France)'가 이번 테러사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프랑스의 테러사건은 우리에게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우리도 이미 다문화사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은 매년 증가해서 지난해는 전체 인구의 3.1%인 약 157만명에 달했다. 특히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혼인귀화자 9만여명, 기타 귀화자 5만5천여명에 이른다. 혼인귀화자의 상당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들이다. 이들의 자녀 중 84%는 아직 초등학생 이하이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1990년대 후반부터 증가했기 때문에 일부는 중·고교생이 됐다.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들도 많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어야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머니는 한국어에 서툴고, 대체로 가정 경제력도 낮은 탓인지, 이들의 교육성취도는 같은 또래의 한국 학생에 비해 낮은 편이다. 부모가 이혼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한국언론의 기사나 드라마에 나타난 다문화가정의 재현방식은 이들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우리보다 낮게 보거나, 아니면 보호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사실 다문화가정의 여성중에는 경제문제로 인해 귀화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삶이 고달파도, 어느 정도는 참고 살아갈 수 있다 해도 2세는 다르다. 이들은 한국인으로서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고,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교육격차가 커지고, 이것이 경제적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생겼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몇년 후 수많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고 정체성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러면 일탈행위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더욱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비단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조의 장벽, 기회와 희망의 상실은 젊은이들을 극단행동으로 몰고 가기 쉽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프랑스 테러사건에서 배워야 하는 실천적 교훈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5-01-26 오대영

재벌 3세와 배려심

경주 최씨 집안은 조선시대부터 300년 이상 만석 부자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배경에는 철저한 가정교육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 있었다. 최씨 집안의 가훈 여섯가지는 첫째 과거를 응시하되 진사이상 하지 말 것, 둘째 만석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말 것,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할 것, 넷째 흉년기에는 재산을 모으지 말 것, 다섯째 최씨 가문 며느리는 시집와서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을 것, 여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었다. 골자는 한마디로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을 보면서 경주 최씨 집안이 생각난 것은 재벌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부자 3대 못간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이해한다. 창업해서 대기업이 되기까지는 창업주의 탁월한 능력이외에도 유능한 직원들과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직원들이 진심으로 따르지 않고, 국민들이 외면하는 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창업주들은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 그러나 고생을 모른채 기업을 물려받은 후대들은 돈의 권력 맛에 길들여져 점차 사람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사람 위에 군림하려 든다. '그들만의 절대왕국'을 만들고, 그 안에서 호령하다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기업이 기업가의 절대왕국이 되면, 근로자들은 고객보다는 사주 눈치보기에 급급하게 된다. 그러면서 기업가는 현실에서 점차 멀어지고 환상속에 살게 된다. '땅콩 회항'사건 이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조양호 회장님에게 안타깝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건 보좌하는 임원들 때문에 회사 현실을 제대로 못 보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나 최고 경영층이 탑승할 때는 정비본부에서 비행기 문에 페인트가 벗겨진 곳을 붓펜으로 덧칠한다. 비행후에는 객실부서에서 비행기 사무장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해서 마신 음료를 비롯 작은 것까지 물어 세세하게 정보수집을 한다."이런 문화였기에 법적으로 승객의 한명에 불과한 조현아 부사장의 말 한마디에 기장이 승객 200명 이상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활주로에서 돌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승객들이 손해볼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승객을 완전히 무시한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재벌 3세 경영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어릴때부터 매우 좋은 환경에서 성장해서, 부모의 회사에 입사한 후 초고속으로 승진한다는 패턴을 갖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29살에 임원이 됐고, 몇 달전 한 방송에서는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요즘 같은 취업대란과 경제난의 시대에 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시샘의 대상이다. 우리 사회는 창업주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호의적이지만, 재벌 3세들의 초고속 승진 풍토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벌가의 식구들이 많아지면서 2년 전에는 재벌기업들이 영세상인들이 먹고 사는 떡볶이·김밥장사까지 하려다 사회적 비판에 부딪쳐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재벌 3세들에 대한 사회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재벌 3세라고 해서 무작정 비판받아서는 안되겠지만, 재벌 3세들도 사회와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심을 갖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해야 '경주 최씨 가문'이 될 수 있다. '땅콩 회항'사건으로 우리 기업문화가 국제적인 도마에 올랐지만, 우리 기업문화가 개선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전화위복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4-12-29 오대영

장수사회

한국인 평균수명 '81세'정부와 지자체는기업·사회단체 등과 협력일자리 통한 자립시스템서둘러 구축해 노인들에작은 일터 많이 제공해야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동방으로 사람들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영생에 대한 인간의 꿈과 욕심을 상징한다. 절대권력의 진시황제도 결국 죽었지만, 만약 불로장생 약초를 구해서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프랑스의 철학자였던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시몬느 드 보봐르의 1946년 소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이에 대한 답을 말해준다. 중세 이탈리아의 작은 성의 성주였던 휘스카 백작은 거지 노인으로부터 영생의 약을 얻고 마신다. 그리고 영원히 사는 인간이 돼 수백년을 살면서 자신의 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는 신성로마제국의 성립에 기여하고, 프랑스 혁명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여인이 늙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고통을 겪으면서 영생으로 저주도 함께 받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오래 산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다. 현대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 꿈은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최근 국가통계포털(KOSIS)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81세가 됐다. 불과 40년만에 20년이상 늘어난 것이다.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100세 인생'이라는 말이 나온다.그러나 휘스카 백작의 영생에 고통이 따르듯이, 장수사회에는 그늘과 변화가 뒤따른다. 요즈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노인들이 매우 많아졌다. 동시에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젊은층의 노인 공경의식이 약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노인들이 너무 많아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인 일본에서는 10여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장수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사회의 절대적인 보호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장수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당장 사회보장비·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모두가 젊은 세대의 짐이다. 가정에서도 자녀가 60~70대가 되니, 부모 봉양이 어려워진다. 노인도 자기 책임시대를 맞이한 것이다.과거에는 늦어도 60대 초반에 은퇴하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60대 청년'시대가 됐다. 그러니 은퇴 후에도 인생 2모작, 3모작을 해야 한다. 미국 대학교수인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저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인생을 4단계로 구분했다. 제1 연령기는 '배움' 단계, 제2 연령기는 '일과 가정'을 위한 단계다. 제3 연령기는 4단계 가운데 가장 긴 기간인 서드 에이지(third age)이다. 40~70대이다. 제4 연령기는 '노화'의 단계다. 과거 70세 시대의 40대는 인생의 착륙을 서서히 준비하는 시기였다면, 100세 시대의 40대는 인생의 후반기를 향해 이륙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제는 40대, 50대부터 60대 후반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이 장수사회가 가져온 혜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개인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시스템 구축이다. 우리 정부나 사회에서도 65세이상 노인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되는 등 다양한 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이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식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누리사업이나 학생 무상급식이 복지예산의 한계로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장수사회의 사회적 짐을 덜기 위해서는 '생산적 대책'을 많이 세워야 한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노인들의 일거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워크(seinor work)센터'가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 국가재정이나 연금으로는 급증하는 노인들을 지탱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인대책의 순위를 '일자리 창출>연금>직접 지원'의 순으로 두고 '일을 통한 자립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사회단체 등과 협력해서 이런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 노인들에게 작은 일터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차비와 식사 정도를 제공하는 자원봉사 시스템도 좋다. 그래야 장수사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4-12-01 오대영

인천AG가 남긴 문제점 해결방안

막대한 부채 부담과신설 경기장 관리대책 등풀어야 할 과제들정부와 타 지자체도머리 맞대고 공동 대처와시너지 효과 강구해야인천은 근대사에서 수많은 애환이 깃들어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도시다. 1876년 조선은 일본의 압력으로 불평등한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고, 부산·원산·인천을 차례로 개항해야 했다. 이후 인천은 일본·중국은 물론 미국·영국·프랑스 등 식민주의 서구 열강의 조선 진출 무대가 됐다. 1902년에는 인천의 제물포항에서 102명의 선조들이 미국 증기선을 타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민을 떠났다. 최초의 하와이 이민이었다. 한국전쟁때는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풍전등화에 있던 한국이 회생했다. 인천 응봉산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에는 맥아더장군 동상과 인천상륙작전·한미수교100주년기념탑 등이 있어 역사를 전한다. 북쪽에서 자유를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분단 이후 실향민으로 남아있는 곳도 인천이다. 인천에는 외세침략·전쟁 등 불행한 역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왔다.이런 인천에서 지난 4일 제17회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열전 끝에 성대하게 끝났다. 과거 역사때문인지, 인천 아시안게임은 국내에서 열린 어느 국제 스포츠 행사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동아시아의 허브가 된 인천국제공항, 세계가 주목하는 송도국제도시를 갖춘 인천이 과거 역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비전을 아시아와 세계에 선포했다는 인상이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통해 '패전과 침략 국가'가 아닌 '성장과 국제협력의 국가'가 됐음을 세계에 알리려 했고,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세계에 '한강의 기적'을 널리 보여준 것과 같은 의미다.인천 아시안게임은 매우 가치있는 국제적인 성과를 많이 남겼다. 제1회 아시안게임이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속해있는 45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했고, 선수단도 1만4천500여명으로 사상 최고로 많았다. 수많은 민족·종교·이념이 있어 갈등이 많은 아시아가 인천에서 단합과 화합을 보여준 것이다. 그 덕분에 세계 신기록 17개, 아시아 신기록 34개, 대회 신기록 116개라는 역대 최대 기록을 올렸다.이런 결실을 맺은데는 인천시의 '나눔과 배려'의 노력이 크게 기여했다. 인천시는 지난 7년간 2천만달러(약 210억원)를 들여 스포츠 약소국의 스포츠 유망주 초청·육성, 스포츠 지도자 파견과 장비 지원 등 '비전 2014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졌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약소국 출신 선수들도 많았다. 대형 안전사고·테러 등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하게 끝난데는 경찰 등 안전관계기관의 노력과 함께 인천시의 국제적인 화합 노력도 큰 배경이 됐을 것이다.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대회 기간중 배출되는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등 환경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아시안게임으로는 처음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친환경 국제인증을 받았다. 한국이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아시안게임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제시한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최대 '깜짝 선물'은 대회 마지막 날 북쪽에서 찾아온 뜻밖의 손님들이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 3인의 갑작스런 폐막식 참석은 북핵문제 등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서 훈풍이 불 것을 예고한다.그러나 어느 축제든지 끝나면 항상 명과 암이 뒤따른다. 이번에도 미숙한 경기 운영이 지적됐고, 향후 숙제로 막대한 부채 부담, 신설된 17개 경기장의 관리 방안 등이 제기된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인천시의 발전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인천시도 부채 감축 대책과 경제·문화·관광 등 관련 산업과 연계한 시설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천시만의 숙제가 아니다. 인천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도시이므로, 인천의 성패는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다. 국가 차원에서 인천시와 정부·경기도,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공동 대처 방안과 시너지 효과를 찾아야 한다./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2014-10-06 오대영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