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왕불복: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

한 번 가버린 청춘은 돌아오지 못하고 사람이 죽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반면에 무더웠던 여름은 다시 돌아오고 추웠던 겨울도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돌아오지 못함을 한탄하는 것은 무상(無常)을 읊조리는 것이고 돌아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유상(有常)에 익숙함이다. 무상은 일정함이 없음이고 유상은 일정함이 있음이다. 부처님도 모든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이 늘 변화하기 때문에 일정함을 기약할 수 없다고 하여 무상을 설파하셨다. 무상이 깊은 진리의 차원에서 보면 가까운 것 같다.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나면 받아들이기 힘든 것처럼 무상은 진리이지만 우리는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반면에 늘 돌아오는 계절과 같이 사람들이 나고 죽은 일은 당연하게 여기고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똑 같이 사람이 죽는데 한 사건은 무상으로 다가오고 한 사건은 유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무상과 유상은 주관적인 심사와 연관을 가지고 체감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절대 돌아올 수 없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반드시 되풀이 된다. 사랑하는 이가 살아 돌아오길 바라나 불가능하고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질 않길 바라나 반드시 되풀이 되곤 한다. 이는 우리의 의식이 무상의 진리를 못 본 체하면서 유상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무더위가 갔나 싶었는데 다시 돌아온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주역에서는 이런 생각을 아픈 역사의 되풀이에 대해 적용해보라고 한다. 힘이 없어 강국의 침탈을 받은 역사를 포함하여 아픈 역사는 되풀이되니 대비를 하는데 이 아이디어를 쓰라고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6-0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지종시: 사람의 마침과 시작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10.1% 줄었고 이는 3월 기준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래 최소치라고 한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부터 48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대비 최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집계 이래 가장 적다고 한다.주역에 시집가는 괘로 점괘(漸卦)와 귀매(歸妹)괘가 있다. 점괘는 육례(六禮)를 치르면서 시집을 가는 상황이고 귀매괘는 그런 절차 없이 가거나 첩(妾)으로 갔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길흉을 따지자면 점괘는 길하고 귀매괘는 흉하다. 그러나 그런 귀매괘에서도 인지종시(人之終始)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시집을 기준으로 여인의 일생을 따져보면 시집가는 것은 처녀시절을 마치는 일이자 동시에 아내의 일생을 시작하는 일이다. 한 개인뿐 아니라 한 세대가 마치고 한 세대가 이어지는 인류의 종족보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앞으로 다가올 후천은 비유하자면 가을이라서 하나의 열매로 수렴되어 자식을 하나씩만 두게 된다는 말을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식을 낳는 일은 둘째 치고 아예 혼인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설문을 보면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차원의 고민이 크기도 하고 또 생각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이 또한 하나의 흐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27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소두무족: 머리는 작은데 발이 없다

남사고가 신인(神人)을 만나 받아서 전했다는 비결인 격암유록(格庵遺錄)은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와 비견된다. 미래의 일을 인간은 알 수가 없지만 신은 알 수가 있다고 믿어왔다. 실제로 미래를 아는 문제인 지래(知來)에 대해서는 주역에서도 신이지래(神以知來)라 하여 신(神)을 써야 미래를 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일정한 영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신은 상대적 세계 안에 일정하게 가두어놓을 수 없는 변화의 작용이다. 그래서 신은 일정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우주적 시간거리로 표현하는 상당한 거리일 수 있지만 인간이 그 통증을 동시적으로 느끼듯 신에게 현재와 미래도 그렇다는 것이다. 남사고는 조선시대 천문학 교수였는데 아버지의 묘를 명당으로 잡기 위해 아홉 번이나 터를 옮겨 구천십장(九遷十葬) 남사고라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신인이 전해주었다는 비결서 격암유록은 비유적으로 되어있어 난해하다. 미래의 일을 말할 때 비유로 하는 이유가 있다. 미래가 확정되지 않아 상징적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천기를 누설하면 누설한 이의 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아는 이들이라면 예로부터 모든 비결은 비유이며 상징이고 또 발설하길 꺼려하기 마련이다. 그 남사고 비결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자(殺我者)는 소두무족(小頭無足)이니 신부지(神不知)라." 풀자면 "나를 죽이는 자는 작은 머리에 발이 없으니 신도 알지 못한다"이다. 요즈음 이 비결을 두고 코로나19라고들 하는 의견이 나온다. 생김새가 꼭 머리만 있고 발은 없으며 또 극소의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비결이란 상징이라서 그와 비슷한 현실이 전개되면 이현령비현령이 될 수도 있으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2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즉록무우: 사슴을 쫓는데 몰이꾼이 없다

주역 강의를 하다보면 괘효와 연관된 단상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다. 주역에서는 괘를 가지고 인간의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주역에는 시작에 겪는 어려움이란 주제를 지닌 괘가 있다. 난생(難生) 처음이라 하듯 인생의 시작인 태어남 자체가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 날 때도 어렵고 나와서도 어렵다. 모태에서 나오는 이도 어렵고 내는 이도 어렵다. 그 중에 사슴을 사냥하는데 몰이꾼이 없는 상황으로 비유한 것이 있다. 예전에 우인(虞人)이라 하면 산천을 돌보는 관리인데 그 지역의 산천과 그 속의 실정을 잘 알다보니 중앙에서 사냥을 나오면 자연스레 길안내를 하면서 사냥의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사슴을 사냥하러 지방에 갔는데 몰이꾼이 없이 사냥을 한다. 그러면 그 사냥의 결과가 좋을리 없을 것이다. 사슴은 인간이 욕구하는 목적물이고 그것을 쫓으며 사는 인생을 사슴을 쫓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낯선 곳에서 사슴을 사냥할 때 반드시 몰이꾼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삶에서 자신이 익숙하게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조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만약 그런 협조자 없이 낯선 길을 가려한다면 그것은 그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늦더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협조자를 구해서 가야한다. 주역에서는 그런 경우 만약 욕심과 과신이 앞서 그치지 않게 되면 나중에는 궁색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그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1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사자오: 스승없이 저절로 깨달음

스승이란 단어를 한자로 쓰면 師이다. 師는 주역의 괘 이름이기도 하다. 지수사괘(地水師卦)는 땅 아래 험한 물이 고여 있는 상으로 많은 무리가 험한 상황에서 모여 있음을 상징하여 무리, 군대, 군사를 뜻한다. 전쟁을 치르는 괘인데 전쟁을 치름에 있어 승리로 이끌려면 반드시 장수가 있어야 하니 그 장수가 바로 군사(軍師)이다. 승리를 거두기 위한 지혜와 두려움을 무릅쓰는 용기와 상하의 믿음을 얻는 신뢰의 덕을 지닌 장수만이 승리를 한다. 이런 장수가 없으면 중론이 분열되어 배가 산으로 가니 패배만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영역의 공부를 함에 있어 어찌 보면 전쟁과 흡사하다. 부처님을 삼계를 이끄는 스승이라고 하는 것도 탐진치(貪瞋癡)라는 뿌리 깊은 인류의 적을 퇴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師)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보통 생이지지(生而知之)류의 천재들을 스승 없이 깨친 사람들이라 하여 찬탄하지만 사실 스승 없이 깨친 이는 없다. 하다못해 흘러가는 물소리가 스승노릇을 하더라도 스승이 없이 깨달을 수 없다. 증도가(證道歌)를 지은 영가(永嘉)선사가 유마경(維摩經)을 보다 심지가 열렸다. 하루는 현책(玄策)과 대화도중 현책이 그대가 법을 얻은 스승이 누구인가를 묻자 깨닫긴 하였지만 증명(證明)해준 스승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최초의 부처라 전해지는 위음왕불(威音王佛) 이후에 스승 없이 깨달았다는 자는 천연외도(天然外道)이니 六祖대사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하였다. 혜능선사를 친견한 후 법을 증명받아 그 후 도를 크게 펼쳤다. 선각(先覺)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옛 선사들이 하나같이 강조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0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시승육룡: 때에 맞게 여섯마리 용을 탄다

매일 출퇴근을 하다보면 자전거를 타든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자가용을 타든 무언가를 탄다. 조물주는 무얼 타고 다닐까? 주역에서는 조물주는 용을 타고 다닌다고 했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긴 하지만 변화막측한 존재로 구름을 몰고 비를 내리는 작용을 하는 고마운 하늘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조물주가 하늘의 작용을 주관하는 모습을 용을 탄다고 비유했다. 운전사가 그 차를 타야 작동하는 것처럼 조물주가 용을 타야 구름이 몰려들고 비가 내려 만물이 우로 받아 살 수 있다. 그런데 용을 타긴 타는데 용이 한 마리가 아니라 여섯 마리가 있다고 했다. 여섯 마리의 용은 하늘의 작용을 여섯 가지로 구분하여 해당시킨 것으로 맨 아래 잠룡(潛龍)에서 맨 꼭대기의 항룡(亢龍)으로 六龍을 말한 것이다.맨 아래 잠용은 말 그대로 잠장되어 있고 숨어있어 작용하지 않는 잠재 상태이다. 다음의 현룡(見龍)은 밖으로 드러내놓고 작용을 하는 단계이다. 척룡(龍)은 전반부를 마무리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약룡(躍龍)은 조화의 중심처로 도약하기 위해 개혁하는 단계이다. 비룡(飛龍)은 조물주의 조화가 절정에 도달해 비를 내리는 단계이다. 항룡(亢龍)은 이 모든 시기를 거쳐 이제 무대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는 단계이다. 이렇듯 하늘은 조화를 내는데 시작에서 끝까지 6단계의 시기가 있다. 조물주는 이 시기에 알맞게 조화를 부리니 그것이 바로 時乘六龍이다. 인내천(人乃天)이라 하듯 사람도 조화를 부릴 때 이렇게 하라는 것인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지혜가 짧은데 욕심은 많아 그 단계가 명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4-2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유시위대: 오직 때가 지대하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이나 조직이 하고자 하는 일의 성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이다. 스스로 지니고 있는 재주나 능력이 중요할까 아니면 시운이 중요할까의 문제이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재주나 능력이 미치는 영향이 '3'이라면 시운이 미치는 영향은 '7'이라는 뜻이다. 인생의 경험이 풍부할수록 운영을 하는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이 말에 더 절실히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때라고 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적 공간인 천지도 시절의 흐름과 함께 변화한다. 지구에 사람이 없던 시절도 있었고 빙하기도 있었지만 이 모든 변화는 때에 따른 것이다. 천지도 이런데 하물며 사람이 때를 따르지 않을 수 있으며 귀신이 때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좋은 종자를 골라 열심히 모내기를 하고 벼를 심어놓아도 여름철 물 한 방울 보기 힘든 가뭄이 들면 그 해 농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농부가 노력을 기울여 능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 해 농사를 망치기 쉬운 것이다. 화투에 고스톱을 쳐보면 아무리 좋은 패를 들어도 싸기만 하면 피만 들고 있던 옆 사람만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시절의 운이 거꾸로 돌면 천하장사도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시절의 운을 살펴보는 것은 요행을 바라기 위함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필수적 행위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4-15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용회이명: 어둠을 써서 밝힌다

시중에 나도는 유행어 가운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치상 그럴듯한 말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요즈음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코로나사태로 세계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우리나라 개인투자가들이 삼성전자에 투자하면서 생긴 말이다. 지금까지의 과거 사례를 보자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을 개인이 이긴 적은 전무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개인들이 잘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많은데 필자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향후 4차 산업의 핵심동력은 누가 뭐래도 반도체다. 최근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10년간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도체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감한 투자임을 알 수 있다. 역사에 어둠과 밝음은 늘 있어 왔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어두움 중에 가장 어두운 정황을 나타내는 글자가 회(晦)인데 그믐달로 깜깜한 밤을 뜻하는 글자다. 주역에서는 어두움을 잘 활용하여 밝혀 나가라고 했다. 그믐달이 초생달로 바뀌고 초생달이 상현달이 돼 보름달이 되듯 어두울 때일수록 대세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어두운 때를 활용하여 밝아질 날을 대비해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4-08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이상견빙: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

요즈음의 우울한 세계상황은 새삼 작은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작은 것들은 숨어있고 미세하기 때문에 들추어내고 확대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작고 크다는 것이 상대적이긴 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바이러스는 확실히 작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것들이 이 큰 세계를 뒤흔들고 있으니 영향력은 작고 큼에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세계로 들어갈수록 오히려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원자나 양자나 유전자나 바이러스는 다 작은 것들이다. 주역에서 작은 것에 대한 생각은 모두 괘의 가장 처음에 해당하는 초효(初爻)에 들어있다. 그 중에 땅을 상징하는 곤괘(坤卦)에 맨 처음이자 맨 아래에 있는 초효(初爻)에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고 하였다. 절기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되면 땅에 서리가 내린다. 그 서리를 계속해서 밟고 지나가면 나중에는 얼음처럼 견고해져서 어찌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서리 내리는 계절이 얼음이 어는 계절로 바뀌려면 거쳐 온 시간이 있고 한 순간에 갑자기 그리 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겪는 좋지 않은 일도 한 순간 갑자기 된 것은 드물고 뒤져보면 그리 될 만한 연유가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온 재앙을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때 하나는 재(災)이고 하나는 생()이다. 재(災)는 자연적인 재앙이고 생()은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다. 자연적인 사이클에 의한 재앙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인간이 자초하는 재앙은 줄여나갈 수 있다. 생태적 차원에서 보면 작은 미물도 우주에 참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자기들 위주로만 마구 개발하면서 그들의 처소를 침범하는 등 함부로 다루면 대가가 따른다. 작은 것일수록 그것들과 관계함에 있어 향후 그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도 고민하면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한 티끌 속에도 시방세계가 들어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4-01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상하적응: 위 아래가 적대적으로 응한다

주역에 응(應)이란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상응하거나 호응하는 관계를 지칭한다. 그런데 이 상응과 호응은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그 일정한 조건이란 서로 상하나 내외에서 대등한 위치에서 상응하여야 한다. 예컨대 정상회담을 하면 한 나라의 정상과 다른 나라의 정상이 서로 만나서 더부는 것과 같다.그 아래 비서들끼리 만나면 그 또한 동등한 라인에서의 호응이라 할 수 있다. 이 호응이 잘되면 관계가 좋아 도움도 받고 영향도 미친다. 반면 이 호응이 잘 되지 않으면 도움은 커녕 적대적으로 바라보며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그림으로 그리면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손을 잡는 것이 제대로 된 호응이라면 두 사람이 서로 등을 지고 정 반대의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잘못된 호응이다. N극과 S극이 만나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와 같다. 전자를 정응(正應)이라 하고 후자를 적응(敵應)이라 한다. 이치상 정응과 적응은 모두 필요하다.이는 태양계도 행성들이 서로 인력과 척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행성간 거리를 유지하며 자기활동을 하는 것과 같다. 현대는 세계가 일가라서 서로 교역을 하며 살아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간 밀접한 교류가 필요하다.그런데 이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거리두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냉정히 물리적으로만 보면 그동안에 세계에서 그동안 작용한 인력과 상반하는 힘이 갑자기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차제에 상호 저지하고 통제하고 밀쳐내는 가운데 정반대로 서로를 필요로 하며 끌어당기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25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오세재윤: 5년에 두번 윤달이 든다

올해 2020년은 윤달이 있는 해이다. 음력으로 4월이 있고 다시 윤4월이 들어있다. 윤4월은 양력으로 5월 중순에 들어서 6월 중순에 끝난다. 윤달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며 한 해를 이루는 시간과 달이 12번 해와 만나 합삭이 이루어지는 시간의 길이가 달라서 만들어진 제도이다.대략 5년에 2번 8년에 3번이라지만 정확히는 19년 동안 7번 윤달이 들면 음력과 양력의 날수와 절기가 꼭 들어맞는다. 그래서 윤달에 태어난 사람은 19년마다 자기가 태어난 날의 음력과 양력이 부합되는 현상이 되풀이된다.현대에서는 모든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울 때 양력을 주로 쓴다지만 아직도 음력이 꼭 필요한 경우도 많다. 전통적으로 해안가에 사는 어부들은 배를 띄워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 위해서 택일을 하는데 이때는 음력을 봐야만 한다. 윤달은 이장이나 공사 등 결정하기 쉽지 않은 대사를 치를 때도 사용한다. 매년 윤달이 든 해에는 이장의 횟수가 대폭 늘어나는 것이 통계로 드러난다. 윤(閏)은 천문학적으로 해의 운행속도와 달의 운행속도의 차를 조절하는 중용의 의미가 있다. 글자를 보아도 門에 王이 앉아있는 형상이다. 門은 해와 달이 출입하는 문이며 王이란 조절하는 자이다. 무언가 좌우의 균형이 치우쳐있거나 조절을 하지 못했던 일이 있으면 이번 윤달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윤달이 지나면서 코로나19도 조절이 됐으면 좋겠다. 동지에 떨쳐 나온 놈이니 하지에는 고개를 숙여야하지 않는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18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진래혁혁: 우레가 치니 놀라고 놀란다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 찾아오면 누구든 놀라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가 있다. 두려움과 공포의 상황과 심정을 주역에서는 벼락이 칠 때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와 느끼는 심정으로 비유하였다. 들판에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우레가 치는 상황을 겪으면 누구든 무서워하면서 놀란다. 이런 종류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레가 치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레가 지나가고 나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 살았구나!" 안도할 뿐이며, 이 순간 자신의 과오여부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대상이다. 왜 하늘은 인간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을까? 바로 양심의 존재에 대한 깨우침이다. 벼락이 칠 때 두려워할 줄 아는 것은 생존본능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일 뿐만 아니라 "죄짓고는 살 수 없구나!"하는 자기성찰의 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용이라는 고전에서도 두려워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자신을 경계하고 삼가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삼가고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줄 알라고 하였다. 하늘에서 치는 벼락은 눈으로 보이고 귀에 들리는 두려움이며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니 그것은 바로 양심에 대한 두려움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11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약개상: 하늘이 만약 떳떳함을 고친다면

명심보감에 '天若改常(천약개상)이면 不風卽雨(불풍즉우)요 人若改常(인약개상)이면 不病卽死(불병즉사)니라'하였다. 직역하면 '하늘이 떳떳함을 고치면 바람 불지 않으면 비가 오고, 사람이 떳떳함을 고치면 병들지 않으면 죽는다'이다. 날씨를 겪어보면 좋은 날이 있고 궂은 날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누구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반기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들어 괴로움을 당하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일찍 죽기도 한다. 정상적인 마음이라면 누구든 병들거나 죽는 것을 반가워할 리 없다. 명심보감에서는 그 불행의 탓을 개상(改常)으로 돌린다. 상(常)이란 정상적인 도리나 항상한 도리인 상도(常道)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정상의 반대는 이상이나 이변이다. 하늘이나 인간이 정상적인 도리를 고친다는 것은 정상적인 도리를 이탈하는 이상기후나 이상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자연계의 風雨(풍우)나 인간계의 병사(病死)는 당연한 음양적 현상인데 명심보감에서는 이상이나 이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지구 기후변화와 인간의 건강 관계를 직관해보면 이해가 간다. 생태계에 속한 존재는 작든 크든 각자 정상적인 생명활동의 패턴이 있기 마련이다. 이 패턴이 어떤 이유로 변이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좋지 않은 양상을 띠는데 변이의 발생이 개상(改常)이라면 좋지 않은 양상이 이상적인 병사(病死)이다. 사람도 키가 작을 뿐 하늘이라는 오랜 관념에 따르면 하늘에 이상이 포착되면 그것이 바로 사람에게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이상질병들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3-04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방불입: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논어에 '위태로운 지역인 곳에는 들어가지 않고(危邦不入) 혼란한 지역에도 거주하지 않는다(亂邦不居)'고 하였다. 물리적 공간인 일정한 지역에 대해서 기피한다는 것이다. 위태로움을 주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치를 잘못해서 그 나라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경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생존이 위협받거나, 전쟁이 발발해 목숨과 재산을 잃을 지경에 있거나, 지진이나 가뭄이나 홍수 등의 천재지변도 모두 위태로운 지경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향후 가장 위협적인 것이 고인들이 이야기한 괴질(怪疾)인데 이것이 다름 아닌 신종 바이러스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번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세계의 시선이 발생지역에 국한되어 집중되었다. 그래서 세계에서 초기에는 중국의 우한(武漢)을 위태로운 지역인 위방(危邦)이라 여겨 그 지역에 들어가고 그 지역에서 나오는 것을 꺼려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러다가 전염된 사람들이 점점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서 해당 나라들을 위방(危邦)이라 여겨 역시 출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세계 다른 나라에서 위방(危邦)으로 지정하여 재외 한국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방관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 예외 없이 피차간에 위방(危邦)으로 지정될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위태로운 지역인 곳에는 들어가지 않고(危邦不入) 혼란한 지역에도 거주하지 않으려(亂邦不居) 한다. 어느덧 지금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꺼리고 한국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심리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2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우산지목: 우산의 나무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다는 것을 색깔이나 모양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은 형상이 없기에 육안으로 볼 수가 없다. 돌아가는 현실의 사태를 보면 인간에게 선한 양심이 있음을 부정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양심을 강조한 대표적인 분이 맹자인데 맹자의 비유를 들어보자. 우산(牛山)은 나무와 풀이 없는 민둥산이다. 지금은 민둥산이지만 본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큰 나라의 수도 근처에 있기 때문에 틈만 나면 대낮에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와서 벌목을 하기 때문에 산에 나무가 없다. 밤이 되면 그 사이에 초목이 조금 자라긴 해도 소나 양 같은 동물들이 뜯어먹어버린다. 이런 까닭으로 민둥민둥한 산이 되었기 때문에 그 산의 풍경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본래 이 산에는 초목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초목이 없다고 해서 본래부터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맹자의 비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먼저 맹자도 드러나는 현상만 보면 인간이 양심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흘러가는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그렇기 때문에 양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본래적인 양심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로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초목을 자라게 하는 요인보다 초목을 훼손하는 요인이 더 많고 강력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볼 점은 마지막 부분이다. 우주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칙을 지니고 있듯이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고 볼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요건을 극복해나가는 자세와 실천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극기복례와 같은 훈계가 나오는 맥락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19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괴력난신: 기이한 힘과 난잡한 신

논어에 공자의 일상을 소개하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선생님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이에 대해 주자는 네 가지 일로 보아 괴이함, 용렬한 힘, 패란, 귀신으로 해석하였고 후대 대부분 학자들도 이런 해석을 따랐다. 그러면 "선생님은 괴이함과 힘과 패란과 귀신을 말씀하지 않으셨다"라고 해야 한다. 대학시절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 교수님이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이 대목은 괴·력·난·신으로 보기보다는 괴력·난신으로 보아야 한다." 필자는 그 의견을 듣고 그 견해에 찬성하였다. 일단 그런 해석이 좀 더 보편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자의 귀신에 대한 견해를 고려하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현대사회는 과학과 종교의 시대이다. 물질적인 면에서는 과학이, 정신적인 면에서는 종교가 주도한다. 과학이 추구하는 가장 큰 효용은 '힘'이다. 종교가 추구하는 가장 큰 효용은 '신'이다. 그러므로 힘과 신을 제쳐두고는 현대사회의 핵심적 가치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다만 힘이라고 해서 다 추구해서는 안 되고 신이라고 해서 다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괴이한 힘과 난잡한 귀신이 배척의 대상이지 힘과 신 자체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에 입각해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선생님은 괴력(怪力)과 난신(亂神)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과학과 종교를 생각해보다 논어의 구절이 떠올랐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1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억즉누중: 헤아리면 자주 들어맞았다

공자 제자 가운데 뛰어난 인물이 많았지만 당시 도학(道學)에는 안회(顔回)였고 이재(理財)에는 단목사(端木賜)였다. 이 둘에 대해 공자가 언급한 내용을 보면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공자의 이런 언급이 있다. "안회는 거의 도(道)에 이르렀지만 자주 비었다. 단목사는 명을 받지 않았지만 재화를 늘렸는데 헤아리면 자주 들어맞았다."(回也其庶乎屢空. 賜不受命而貨殖焉億則屢中. 회야기서호누공. 사불수명이화식언억즉루중.)누공(屢空)과 누중(屢中)에서 중(中)을 적중의 의미로 본다면 공(空)을 어떤 의미로 읽어야할지는 사실 고민이 되는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안회는 매우 가난했기 때문에 먹을 것이 자주 떨어져 쌀독이 비었다는 뜻으로 이해하였다. 그렇게 보면 안회는 정신적 가치로 볼 때 높은 경지에 있었지만 물질적으로는 가난했다는 내용으로 읽을 수 있다. 반면에 사(賜)가 명(命)을 받지 않았다는 불수명(不受命)에 대해서는 해석의 재고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화를 불렸다고 이해하는 관점이 있다. 그런데 당시의 운명에 대한 관점은 생사나 부귀가 모두 천명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다른 관점의 해석이 필요하다. 어쨌든 자공은 주어진 자신의 현재 여건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제상황을 예측하여 자주 들어맞는 방식으로 재화를 불려나갔다. 공자 당시는 물론 후대사람들이 공자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공은 공자의 강학과 생활에 필요한 많은 비용을 다 제공하였다. 자공이 그렇게 부를 늘렸던 방법이 바로 억(億)과 누중(屢中)이었다. 먼저 잘 헤아려야 하고 결과 또한 높은 확률로 예측이 가능했다(屢中).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2-05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풍지자: 바람의 유래를 안다

바람이 불어오면 이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온 것인지를 재는 풍향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계절에 따라 팔방에서 불어오는 바람마다 그 나름대로 특성을 정해놓았다. 동지에 북방은 광막풍(廣莫風), 입춘의 동북방은 조풍(條風), 춘분의 동방은 명서풍(明庶風), 입하의 동남방은 청명풍(청명풍), 하지의 남방은 경풍(景風), 입추의 서남방은 량풍(凉風), 추분의 서방은 창합풍(闔風), 입동의 서북방은 부주풍(不周風)이다. 동지에서 입춘 사이의 바람인 광막(廣莫)은 양기가 음기의 아득한 허공 속에서 처음으로 시작되는 기상이다. 별자리로는 허수(虛宿)와 상응한다. 음기가 극성한 가운데 막 양기가 처음 시작되기 때문에 추위를 동반한 바람이다. 회남자에서는 이때 관문과 교량을 폐쇄하고 형벌의 기간 등에 대해 결단을 내린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양력으로 2월4일이면 절기상 입춘이 되니 이때부터는 조풍(條風)이 분다. 조(條)는 안으로 들어온 생명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종시(終始) 의미가 있다. 별자리로는 기수(箕宿)와 상응한다. 기(箕)는 곡식을 까부는 키로 바람의 별이다. 팔풍의 바람이 각기 불어야 할 때 불면 그것이 바로 화풍(和風)으로 상서로운 조짐이다. 반대로 불어야 할 때가 아닌데 부는 바람은 좋지 않은 조짐이다. 풍(風)자를 보면 벌레 충()자가 들어있다. 그래서 고인들은 겨울철에 온풍이 불면 온병(溫病)의 조짐이라 보기도 한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1-29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세금태과: 금의 해로 크게 지나치다

역학적으로 한 해를 표기하는 干支(간지)는 천간과 지지라 하듯이 기본적으로 천지 음양의 실정과 이치를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변통이 중요하다. 庚子(경자)라는 간지를 놓고 의역학(醫易學)적 관점에서 보면 庚(경)은 오행으로 金(금)이며 음양으로는 陽(양)인 陽金(양금)이다. 陽은 지나치고 陰(음)은 모자라다는 개념으로 보아 庚을 金기운이 지나친 金太過(금태과)로 본다. 중국전통의학의 바이블인 황제내경에서는 庚년의 특징적 정황에 대해 예측론적으로 설명해놓았다. 먼저 경년은 燥氣(조기)가 流行(유행)한다. 燥氣는 건조한 기운으로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간목수사(肝木受邪)라 하였다. 오행으로 금은 목을 극하니 금기운이 태과하여 목의 장부에 해당하는 간이 나쁜 기운을 받게 된다. 혈자리로는 태충(太衝)혈에 그 반응과 치료점이 대응한다. 경락은 手太陰陽明(수태음양명)경과 상응하므로 치료부위를 찾을 때 참고한다. 다만 子午(자오)년의 경우는 六氣(육기)로 소음군화인 火(화)에 해당하므로 六氣의 火가 오운의 金을 극하여 태과한 양상을 억제하므로 평기로 전환된다고 하였다. 특히 주의할 구간으로 양력 9월 10월을 들 수 있는데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되레 더위가 찾아와서 온역(溫疫)을 주의하라고 하였다. 전통적 관점이긴 하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1-2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절이제도: 마디로써 법도를 짓는다

길이나 부피나 무게 등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단위를 도량형(度量衡)이라 한다. 도(度)는 길이를 재는 자이고, 양(量)은 부피나 그것을 재는 되, 형(衡)은 무게나 무게를 재는 저울을 지칭한다.일상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위는 말 그대로 공통적으로 균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흔히 하는 '이중 잣대'라는 표현처럼 잣대의 단위가 다르면 여러 가지 불편하고 불공평한 문제가 발생한다.그래서 재는 기준이 되는 단위가 다르면 불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산상 피해나 인명의 피해 등 심각한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진시황이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사람들이 인정하는 공적으로 단연 도량형의 통일을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주역에서 그 기준을 말해주는 괘가 절괘(節卦)이다. 절(節)은 마디이다. 마디를 정할 때 균일하긴 해야지만 획일적이면 안 된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한의학에서 인체의 혈 자리를 잡을 때 사용하는 촌(寸)도 손가락의 작은 마디이다.그런데 사람의 신체는 각각의 사이즈가 있어서 다윗과 골리앗의 마디를 획일적인 거리로 정할 수 없다. 어린이나 작은 키의 소유자는 마디가 그만큼 작을 것이고 성인이나 큰 키의 소유자는 그만큼 마디가 클 것이다.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각종 제도(制度)를 신설하거나 고칠 때는 자기 나라에 알맞은 마디가 무엇인지를 고려해야지 무작정 다른 나라의 제도를 카피해서 붙여놓으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다. 그 알맞음을 보여주는 상이 못 위에 알맞게 차있는 물이다. 못은 자연적 그릇이니 그릇에 맞는 제도만이 국민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니 각종 규제도 마찬가지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1-15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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