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기아취: 남이 버릴 때 나는 취한다

재화를 늘리는 것을 화식(貨殖)이라 하는데 화식을 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놓은 책이 사마천이 지은 '사기' 가운데 들어있는 '화식열전'이다. 중국 고대 상인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세 사람을 3대 상성(商聖)이라 하여 범려와 백규와 호광용을 꼽는다. 인기아취는 이 중에 백규가 한 말로 전해진다. 백규는 BC 4세기 무렵 사람인데 부자가 되기 위한 네 가지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백규는 상인이 큰 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智), 용(勇), 인(仁), 강(强)의 네 가지를 구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제시된 네 가지 덕목은 도덕적 차원이라기보다는 부를 성취하기 위한 실용적 차원의 자격이나 능력에 가깝다. 백규가 말하는 지혜란 물가 등의 시세변화에 통달하는 것을 말한다. 용기는 결단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어짊은 남을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남들이 버릴 때 취하고 남들이 취할 때 줄 수 있는 넉넉함이나 여유를 말한다. 이 인(仁)의 덕목에서 인기아취가 등장한다. 그리고 굳셈은 기회를 포착하는 힘을 말한다. 백규는 늘 물가의 시세를 살피길 좋아했다. 그 해 풍년이 들면 싼값에 곡식을 사들이는 대신 실이나 옷감을 팔아넘기고 흉년이 들면 그 반대로 했다. 역학으로 점쳐서 태음(太陰)이 어느 궁에 있는지를 따져서 풍년과 흉년을 예측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태음이 卯나 酉에 있으면 그 이듬해 흉년이 들고 태음이 子나 午에 있으면 그 이듬해에 큰 가뭄이 든다고 하는 식으로 예측하였다. 백규는 이런 방법을 써서 내년 두 배씩 부를 축적하였다고 한다. 백규가 말하는 仁의 여유는 매우 간단하다. 비가 많이 내릴 때 공짜로 물을 담아두었다가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저수를 방류하여 비싼 값에 물을 내주는 이치이다. 문제는 언제 비가 많이 올지 적게 올지의 시세예측과 그 시세에 대응하는 인간의 심리운용이다. 그래서 시세파악의 지혜와 결단하는 용기, 거기에 더해 기회를 낚아채는 굳센 의지를 말한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5-15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불치하문: 자기보다 못한 이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공문자란 사람은 무엇 때문에 문(文)이라고 부릅니까?" 여기에서 공문자(孔文子)는 위(衛)나라의 대부 공어(孔어)의 시호(諡號)이다. 시호는 보통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의 공적이나 덕행 등을 따져서 정해지는데 문(文)이 들어간 것은 단계가 높은 시호이다. 당나라 현종이 공자의 존호를 문선왕(文宣王)으로 추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공어는 친구의 아내를 탐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욕심이 많은 인물이었는데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았기에 자공이 물은 것이다. 공자가 이에 말씀하셨다. "그는 민첩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며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를 문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하문(下問)의 하(下)는 자기보다 못하다는 뜻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새길 수 있다. 단순히 나이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이가 자기보다 어려도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면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학식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인생의 길을 찾는데 학식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기가 배운 학식의 틀에 갇혀 그 밖의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자기보다 덕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읽을 수도 있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자기가 월등한 점을 제쳐두고 자기가 부족한 그 무엇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면 상대에게 그것을 물어보는 것이 하문(下問)이라 할 수 있다. 배움을 물음을 통해 완성되기에 학문(學問)이라 하듯이 하문을 부끄럽게 여길 일이 아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5-08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빈자일등: 가난한 사람의 한 등불

도시인들의 마음이 청산홍록(靑山紅綠) 속의 사찰을 향할 것 같은 시절이다. 불교 경전에 보면 사위국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위국은 갠지스강 유역의 코살라국의 수도이다. 그곳을 무대로 만들어진 난타라는 이름을 가진 한 가난한 여인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사위국의 왕을 비롯한 부자들이 석가모니와 제자들에게 공양을 하는 것을 보고 그 여인이 한탄을 하였다. 스스로 가난하게 태어나서 가진 게 없어 공양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실정을 슬퍼하였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구걸을 한 결과 동전 한 푼을 얻었다. 그 돈을 가지고 기름을 파는 가게에 가서 기름을 사려 하니 주인이 용도를 물어본다. 그러자 그 여인은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을 기름 가게 주인에게 다 말하였다. 딱하게 여긴 주인이 한 푼만 받고 많은 기름을 주었다. 여인은 그 기름을 가지고 가서 드디어 등불을 만들었다. 난타라는 여인은 등불을 만들어 석가모니가 계신 곳으로 가서 많은 등불 속에 자신의 등불도 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등불은 다 꺼져도 난타가 바친 등불만 새벽까지 꺼지지 않고 밝게 타고 있었다.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꺼지지 않자 석가가 난타의 정성을 알고 비구니로 받아들였다. 여기에서 부자만등(富者萬燈)보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말이 나오게 되었다. 수량으로만 보면 거부가 공양한 등 만 개가 가난한 사람이 공양한 등 한 개보다 만 배이지만 정성으로 보면 빈자일등이 만 배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5-01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환과고독: 홀아비·과부·고아·독거노인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네 부류

전국시기 맹자는 공자를 계승하여 인의를 강조한 사상가이다. 유학은 정치사상과 관련하여 본래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민본사상을 가지고 있다. 백성이 근본이고 근간임을 주장하면서도 그들을 다스리는 현명한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을 다스리는 지도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이른바 갓난아이를 돌보는 부모에 비견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으로 공평하게 대하듯이 임금도 백성에 대해 그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잘난 자식보다는 부족한 자식에 대해 애를 끓이며 걱정하고 보호하듯이 하기 때문에 그런 부류에 해당하는 백성을 적시하였다. 맹자에 보면 늙어서 아내가 없는 이(老而無妻)를 홀아비(鰥)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이(老而無夫)를 과부(寡)라 하고, 늙어서 자식이 없는 이(老而無子)를 독거노인(獨)이라 하고, 어린데 부모가 없는 이(幼而無父)를 고아(孤)라 한다. 이 네 부류는 궁박한 지경에 처해있는 백성으로 호소할 데가 없는 이들로 임금이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다. 전통가족 구조에 있어서는 가족 간의 상부상조가 기본적으로 전제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구성원 가운데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그 자체가 상부상조나 의지처가 없어져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 이런 처지에 속한 사람들을 일차적으로 나라에서 돌봐야 한다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해체되어감에 따라 구조적 차원에서만 보자면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일인가족이 급증하고 자식은 낳지 않으면서 반대로 이혼율은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늙어서 자식 없는 경우는 말할 것 없고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경우도 주위를 둘러보면 일상적이다. 다만 환과의 경우도 살다가 짝을 잃어버려 힘들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어린데 부모가 없는 경우나 늙어서 자식이 없는 이도 힘들고 외로우니 시대의 변화를 감안해보더라도 국가가 복지차원에서 보장해 주어야 하는 대상이다. 특히 환과고독 가운데 고독(孤獨)은 현대에도 여전히 고독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4-24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종즉유시: 마치면 곧 시작함이 있다

여기저기 환하게 울긋불긋 피어 있는 꽃에 마음이 설렌다. 한편으로는 생기를 느끼고 한편으로는 무상함을 느껴서일까? 지금은 생기를 전해주는 저 꽃들도 곧 순간의 영화를 뒤로하고 저버리겠지. 그러나 꽃은 저버려도 내년 봄이 되면 또 찾아올 거라는 기약이 있다. 꽃이 피고 지며 영락을 반복하는 현상에서 고인들은 영원을 기약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꽃이 피어있는 채로 영원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영락을 반복하듯이 생멸을 반복하면서 영원을 기약하는 것이다.주역의 항괘는 항구함을 유지하는 도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는데 그곳에서 '사시도 변화를 통해 오래도록 유지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변화란 다름 아닌 반복적인 변화이다. 꽃도 그렇고 사계절도 그렇듯이 반복적인 변화야말로 항구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모든 생명체가 이런 항구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반복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체의 특징이 대사와 복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대사의 핵심은 외부와의 에너지 교류이고 복제란 자신의 형태를 존속하고자 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개나리꽃은 내년에도 올해 본 모습을 유지한 채 피었다 질 것이다. 사람도 생명체 가운데 하나라는 면에서 보면 마찬가지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죽고 사는 생사는 20만년 전에 출현한 인류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피었다 곧 질 꽃을 보고 주역의 '마치면 곧 다시 시작한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4-17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돌여래여: 갑자기 찾아온다

서경에 실려 있는 고대 정치의 아홉 가지 범주인 홍범구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첫 번째가 오행인데 그 오행 가운데 첫 번째가 물이고 그 다음이 불이다. 왜 정치를 하는 범주에 물이니 불이니 하는 물질들이 들어갔을까? 흔히 정치를 생각하면 시민 권력 투표 의회 행정 사법 등의 제도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정치의 가장 기본이 백성임을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두말할 것 없이 사람들의 삶, 민생이다. 우리는 물이 없이 살 수 없고 불이 없이도 살 수 없다. 물과 불이 없이는 인간이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치범주에 물과 불이 기본으로 들어간 것은 이런 이유뿐만이 아니다. 물과 불은 우리의 생명줄도 되지만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빼앗아가기도 한다. 전하는 기록에 고대 우임금이 홍수를 당해 큰 피해를 입게 되자 물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인식을 달리하여 관찰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물뿐 아니라 불과 나무와 흙 등 이른바 오행에 관한 연구를 토대로 정치의 도리를 깨달아 후세에 전한 것이 홍범구주라 한다. 이 기록에 불에 관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불은 기본적으로 위로 타오르는 성질인 염상(炎上)이라고 기록되어있다. 주역에서는 불은 이괘(離卦)에 해당한다. 불은 어디엔가 붙으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불이 붙어 타오르는 다양한 모습 가운데 돌연히 찾아온다는 돌여래여(突如來如)라는 표현도 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과학문명이 초고도로 발전한 시대라지만 물과 불이 인류에 주는 파괴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조심하며 체계적으로 예방하는 것만이 수마나 화마를 줄이는 상책일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4-1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방무체: 일정한 방위도 없고 몸체도 없다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몸은 여러모로 시공간적 용량에 한계가 있다. 키가 아무리 커도 하늘까지는 닿지 못하고 식성이 아무리 좋아봤자 바다의 물을 다 마시진 못한다. 사람뿐 아니라 여타의 생명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드넓은 이 지구도 정해진 시한이 있으니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한량없다는 우주의 몸체도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윤회를 반복하면서 생멸을 한다 하니 마찬가지이다. 작은 개인이든 큰 우주든 간에 일체가 일음일양의 무상한 변화를 겪으니 이것을 주역에서 '일체는 고정된 몸체가 없고 작용하는 고정된 방위도 없다'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어찌 보면 무상하고 허망하기도 한 이 표현을 한번 굴려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바닷물에 포말(泡沫)이 일면 포말의 몸체는 바다 전체에 비교해보면 극소의 몸체라 할 수 있다. 또 포말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작용을 보면 늘 일어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늘 사라지기만 하는 것도 아닌 찰나의 무상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바다 전체를 생각해볼 때 그런 현상은 동일한 몸체가 빚어내는 작용이다. 포말의 몸체에 국한하여 그 생멸의 작용을 생각해본다면 이보다 더 왜소하고 허무할 수가 없을 것이지만 바다 전체가 내 몸이라고 생각해본다면 포말의 기멸상은 그저 당연한 변화작용일 뿐이다. 우리는 바다와 같은 본래의 몸체는 꿈에도 보지 못하고 늘 기멸하는 포말 같은 몸체에만 집착하여 아상을 구축하며 살기 때문에 이런 진실을 보기 어렵다. 주역에서는 그래서 역(易)은 고정된 몸체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작용 또한 고정된 방위가 없다고 하였다. 양으로 나타나면 남자의 몸이고 음으로 작용하면 밤일 뿐 남녀 주야의 상은 고착된 것이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4-0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혹읍혹가 : 울기도 하다가 노래도 부른다

사람 관계에서 믿음만큼 중요한 덕목이 또 있을까?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믿음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상호신뢰나 상호불신의 양상을 보인다. 간혹 나는 상대를 믿지만 상대가 나를 불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믿으면 서로 믿고 불신하면 서로 불신한다는 뜻이다. 주역에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꽤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중부(中孚)라는 괘가 있다. 괘상이 말하고자 하는 도리는 비움과 실질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나를 비운다는 것은 상호소통을 통한 신뢰를 구축함에 있어 욕심을 내세우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욕심을 부리는 만큼 상대도 욕심을 부리게 되니 그러면 신뢰의 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서로 비움의 문제가 어느 정도 전제되어야만 그 다음 실질적인 부분을 논할 수 있다고 하였다. 믿음에는 실질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하늘을 걸어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본들 허황된 믿음일 뿐 실질이 따르지 않는다.상호 신뢰관계에 있어 먼저 서로의 마음을 비우고 실질을 추구하라는 당부이다. 이것이 정반대로 전개되면 상호 욕심을 꽉 채운 채 헛된 일만 따라오게 되니 욕심을 부릴 땐 이루어질 것 같아 웃으며 노래하지만 허사로 돌아가니 눈물을 흘리며 울게 된다. 신뢰에 관해 마치 미친 사람의 모양처럼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혹읍혹가(或泣或歌)라 표현하였다. 복잡하면서 속도감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기 쉬운 일상이니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허황된 믿음도 버려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3-27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집지실도: 집착하면 법도를 잃는다

내가 사물을 인식할 때 이미 나에게 익숙해진 방식으로 경험된 인식을 가지고 한다. 그리고 경험된 인식은 반드시 언어를 수반한다.멍하니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양과 개념을 가지고 바라본다는 뜻이다. 이른바 명상(名相)을 초월해서 인식한다는 것은 일상의 인간 삶에서는 불가능하다. 무엇인가를 보고 듣는다는 것은 바로 무엇에 대한 모양과 개념을 업그레이드해서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어릴 때 개에게 물려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도 개를 보면 무섭다고 인식한다. 그러므로 한 번 주입된 인식은 잘 바뀌지 않는다. 바뀌기보다는 오히려 공고해진다. 예부터 내려오는 말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런 이치이다.그런데 이전에 갖고 있었던 어떤 모양이나 개념에 익숙해지는 경향은 자칫 집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물에 대해 판단할 때 사물도 변화하고 나도 변화한다는 변화의 가능성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역의 이치를 벗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주식에 투자할 때 그 회사에 대한 처음의 정보나 경제적 개념에 집착하게 되면 그 이후의 회사 흐름에 둔탁해질 수 있다. 회사는 조직이기 때문에 흥망성쇠를 겪으며 변화한다. 변화하고 있는 실제를 보지 못하면 그 자체가 투자자에게 손해로 다가온다. 나에게 인식된 어느 한 상태를 고정시켜 너무 집착하면 중도를 잃고 그렇게 되면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3-2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제출호진: 임금이 동방에서 출현한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남아있는 한기는 있지만 그렇게 추웠던 날이 가고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왔음을 실감한다. 봄의 상징인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도 하나 둘 열리는 느낌인데 제출호진(帝出乎震)이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동양에서 지리를 볼 때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나침반이 패철인데 지남철이기 때문에 '쇠'라고도 부른다. 이 지남철은 말 그대로 남향을 가리키는 쇠이다. 이 지남철을 가지고 방위를 보고 길흉을 따진다. 지남철에 정해진 방위의 원리는 주역이라는 고전에서 유래한다. 주역에서 유래한 방위를 보는 방법은 남방(南方)을 정면으로 향해 서있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랬을 때 동서남북 사방만 따지자면 남방이 앞의 이괘(離卦)이고 북방이 뒤의 감괘(坎卦)이다. 동방이 왼쪽의 진괘(震卦)이고 서방이 오른쪽의 태괘(兌卦)이다. 동서남북의 사방은 각자 지니고 있는 개성이 있으며 동시에 시간적 의미도 포함한다. 동방을 예로 들면 해가 떠오르는 방위이지만 시간으로 보면 하루 중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 해당하고 한 해로는 생명의 싹을 지표에 내는 봄에 해당한다. 예로부터 해는 임금의 상징이기 때문에 임금이 동방에서 출현한다는 말은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제출호진(帝出乎震)이라 하였으니 동방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고 해가 떠오름에 따라 만물이 소생해 나오는 때라는 의미를 함축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한 때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성군이 출현한다는 비사( 辭)로도 사용했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진단(震檀)이라 하는데 震은 중국의 낙양에서 볼 때 동쪽을 뜻하고, 檀은 우리나라의 시조인 단군을 뜻하는 말이다. 굳이 비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봄을 맞아 누구에게나 잠재해있는 태양처럼 밝은 상제(上帝)의 마음과 힘이 출현하기를 바라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3-1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근묵자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최근 연달아 어두운 먼지가 창공을 뒤덮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흙먼지로 둘러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실이 곧 닥칠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 동안 목이 불편하더니 집에서 나올 때도 마찬가지이다. 취약한 아이들이나 노인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겐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방송을 들어보니 전문가들에게 원인과 처방을 요구하지만 딱히 속 시원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중국의 문제가 크고 국내에서도 원인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으로는 하나같이 중국은 거시적이고 우리나라가 아니니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정답이라고들 한다.그러나 중국의 산업화와 그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라 그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른바 어쩔 수 없는 지정학적 근묵자흑이다. 중국에 가까운 나라이고 매년 중국에서 기류가 봄철이면 우리나라를 향해 유입된다. 사람이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는 기술력을 자랑하면서도 당면한 기후변화에는 쩔쩔매고 있다. 사람의 기술력이 위대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사람의 인문학적 정신력은 기술의 뒤꽁무니를 따라가기 바쁘다. 지금까지의 과거는 어쩔 수 없다 치고 향후 기술력의 방향을 기후변화에도 집중하면 어떨까? 우주를 항해하는 기술력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사용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면서도 동시에 당장 필요한 인공강우 등의 기술에 적극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의 원인에 대한 인식과 개선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주어진 근묵자흑이기 때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3-0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비구혼구: 도적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다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사람과 사람의 인간관계를 큰 틀에서 우호적이냐 적대적이냐로 구분할 수 있다. 주역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대표하는 말이 혼구(婚구)인데 혼구란 혼인할 대상이나 혼인을 청하는 사람 혹은 혼인을 중매하는 사람이다. 혼인은 인륜의 시작인 부부관계를 맺는 약속이므로 이보다 우호적인 관계는 찾기 힘들다. 이에 비해 적대적인 관계를 대표하는 말이 도적인데 도적은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생명과 재산에 해를 입히는 사람이다.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상호관계에서 오해나 의심으로 인하여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주역에서 '도적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다'라고 하였다.그렇다면 한반도의 남과 북은 혼구인가 도적인가? 이것은 세대 간 치른 역사적 경험과 그에 관한 인식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부부도 영원히 사랑을 간직하고 사는 관계가 최선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사랑할 때와 불화를 겪는 시절이 있듯이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한 식구지만 아픈 역사가 갈라놓은 이별을 겪는 시절에는 상호 도적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시절이 바뀌어 운수가 도래하면 사람의 마음도 바뀐다. 나를 해치는 도적인가 싶어 활시위를 매겼다가 다시 눈을 뜨고 보니 나와 혼인할 상대라는 말이다. 그동안의 의심이 신뢰로 전환되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 비구혼구(匪寇婚구)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27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부지불온: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

인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고 소원하는데 무언가를 욕구하는 것이다. 서양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이 욕구하는 내용을 다섯 가지로 보았다. 그는 인간이 욕구하는 것을 평면적으로 보지 않고 수준별로 상하의 계층이 있다고 보았다. 동시에 하층의 욕구들이 상층의 욕구들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으로 보았다. 총 5층의 구조로 보았는데 맨 아래의 1층이 먹고 싸고 자는 등의 생리적 욕구라는 것이다. 2층은 죽음이나 질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안전의 욕구이다. 3층은 사람들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이다. 4층은 타인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존중의 욕구이다. 5층은 내재되어있는 능력을 구현해내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그 후 클레이튼 앨더퍼라는 학자는 이 이론이 근거하여 존재욕구와 관계욕구와 성장욕구 3단계로 축소하여 포괄하였다.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다섯 가지로 보면 4층에 해당하고 세 가지로 보면 관계의 욕구에 해당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타인과의 관계를 떠나 자신의 존재를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누구든 사회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욕구를 품는 것은 자유지만 그것의 실현 여부는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욕구를 품는 자체보다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심리적 자세도 중요한 것이다. 논어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부분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는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타인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닌가! 이 대목에서 읽을 수 있는 공자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계의 욕구이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성취되었을 때 관계의 욕구가 이루어지면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성낼 것까지는 없지 않겠는가!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2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천하언재: 하늘이 어찌 말을 하는가!

입춘도 지나고 절기상으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체감은 차갑지만 봄이 오는 것이 은근히 느껴지니 하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어느 날 무언(無言)을 하고자 한다고 말씀하셨다. 무언이란 말이 없다는 뜻이니 표면적으로 읽으면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자공이 묻는다. "선생님이 말씀을 안 하시면 우리가 어떻게 선생님의 견해를 기록하고 전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하늘을 찬탄하면서 "하늘이 어찌 말을 하는가! 하늘은 다만 사계절을 운행하고 만물을 생육한다. 하늘이 어찌 말을 하는가!"라고만 하였다. 그렇다. 하늘은 아무 말이 없다. 사계절을 운행하겠다거나 만물이 생육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거나 약속한 적도 없다. 그렇지만 하늘은 아무 말이 없는 가운데 사계절을 운행시키고 만물을 낳고 기르도록 해주는 장본이다. 하늘은 이처럼 행위로써 말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늘이 하는 행위가 곧 하늘이 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얼었던 계곡의 물이 녹아 흐르기 시작하면서 소리를 내면 봄이 온 것을 알 수 있다. 봄이 찾아오는 징후가 곧 봄의 소리요 봄의 말이다. 봄이 오면 봄의 말을 하고 봄의 말을 하면 반드시 봄이 오는 것이 하늘의 말과 행동이다. 그래서 고인들은 천도(天道)는 거짓이 없다고 하였다. 이에 비하면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의 공약을 비웃기 전에 내가 한 말을 돌이켜보면 그 가운데 지키지 못한 말들이 얼마나 많던가! 사람은 열 번을 말해놓고 한 번을 실행하기 힘든데 하늘은 단 한마디 말도 없는 가운데 만물을 낳고 기르고 사계절을 운행하니 공자는 그 하늘의 위대함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거짓이 없는 것이 하늘의 도라면 그렇게 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이 행해야할 도라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1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평불피: 평지에 비탈이 없을 수 없다

새해 바다 건너 미국대통령 트럼프의 메시지가 전해온다. 최강대국의 국정운영방안은 여타의 나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홀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니 프레임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미국!' 연설을 들어보니 앞으로 세계도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삶의 주체를 무엇으로 규정하는가의 철학의 문제는 중요하다. 과연 개인과 국가나 민족 등이 우리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면 개인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사회주의 등으로 규정하면서 다양한 수사를 동원하여 규정짓는다. 이른바 프레임이다. 트럼프의 연설을 들어보니 그가 구사하는 프레임은 이것이다. '미국은 배타적인 최고를 지향하고 당신들은 미국의 국민이다.' 이 연설은 미국인에게 한 대내적인 연설이긴 하지만 뒤집어보면 향후 세계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된다. 그러므로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배타적인'이라는 단어이다. 남을 배척한다는 '배타(排他)'라는 말은 '이타(利他)'나 공존(共存)을 지워버린 생각이다. 다시 말해 남을 밀쳐내고 내가 사는 것이 미국의 애국자이고 영웅이라는 주의이다. 그러므로 미국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살면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주의 무한공간을 미국에 묶어놓았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 인해 최근 일시적으로 집중된 미국의 힘을 과시하면서 시간도 그의 재임 기간에 묶어놓는다. 무한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한시적으로 한정적으로 묶어놓고 그 안에 사는 미국인은 행복하니 그것을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배타적으로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연설의 요지이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영화는 한시적이고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마치 평평한 땅을 계속 걷다 보면 반드시 비탈을 만나게 되니 조심하고 자만하지 말라고 하였다. 현재 최강대국의 정치경영인식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2-0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현주미담: 물의 맛은 담박하다

최근까지 맛이 키워드이다. 먹거리가 주목받으면서 먹는 것이 방송의 주요 재료로 등극하였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연예인들의 먹는 모습이다. 이른바 먹방이 유행하면서 맛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더해졌다. 심지어 최근에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이라 하여 맛을 청각화하여 들려주고 듣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맛이라 하면, 오미(五味)라 해서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을 이야기하였다. 전통적으로는 이 맛을 가지고 오행에 배속시켜 요리나 약재로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주력하였다. 이때 맛의 키워드는 조화이다. 조화란 오미를 섞는 것뿐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사람과의 궁합이나 적합성을 뜻한다. 그 사람과 궁합이 맞으면 그 음식의 맛은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맛이다. 이런 조화의 정신은 계승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언제나 인정받으며 궁합이 맞는 최고의 맛은 무얼까? 중국의 역학자 소강절은 맹물의 맛을 들었다. 예전에 제사 지낼 때 발효된 술 대신 맑은 물을 올리는데 이를 현주(玄酒)라 한다. 현(玄)이란 검다는 뜻이 아니라 가물가물하여 정체를 헤아리기 힘들다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현주(玄酒)를 번역하면 '현묘한 맛' 정도가 될 것이다. 맹물이 현묘한 맛을 낸다는 뜻을 포함한다. 아무리 맛있고 강한 맛이 뇌신경을 자극해도 그 맛을 매일 맛보라고 하면 얼마 못가 질리는 법이다. 그렇지만 물은 매일 맛보아도 담담할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물은 맛보지 않으면 목숨을 유지하기 힘들기에 계속 맛보아야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의 맛은 맛보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사람도 그렇다. 새해를 맞으며 서로에게 오랜 소중한 사이로 남으려면 물을 마셔보고 그 담박한 맛을 기억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3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언가호민: 말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다. 나온 말이 혼자 중얼거림이 아니면 그 말이 타인에게 전해진다. 타인에게 전해지면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친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다시 그 말에 반응을 한다. 이런 현상이 복잡하게 순환되며 엮이면서 말이 세상을 움직인다. 그러나 말이란 이렇게 평등한 차원에서 서로 오고 가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정치 형태가 예전과 달라지긴 하였지만 엄연히 입법이 있고 행정이 있고 사법의 권력이 있다. 말로만 보면 입법은 말을 만드는 일이고 행정은 말을 실행하는 일이고 사법은 약속된 말을 기준으로 시비를 다스려 판단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 개인이 하는 말보다 국가권력에서 나오는 말의 영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한 개인이 내뱉는 말이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권력에서 나오는 말은 이른바 '정책'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국가의 정책으로서 나오는 말은 기업이나 개인이나 외국의 투자나 소비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에 쉽게 볼 수 있는 예로 에너지정책을 들 수 있다. 현 정부 이전의 에너지 정책은 주로 원전에 의지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면서 에너지정책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이른바 친환경 대체에너지 모드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찬반이 엇갈리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보면 기업의 이해에 변화가 오고 투자전략에 변화가 온다. 비근한 예로 원전기업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지만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기업의 주가는 몇 배가 오른다. 그런데 알고 보면 국가정책을 펼치는 사람도 국민이고 그 영향 아래 각종 정치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도 국민이며 이들 모두가 '말'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역에서 언행(言行)은 이 천지를 움직이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니 신중하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중요한 정책으로서의 말을 만드는 사람들의 말은 더욱 신중하게 살펴보고 뱉어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2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임무구: 지극히 임해야 허물이 없다

주역에 임(臨)괘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왕림(枉臨)이다. 왕림은 말 그대로 굽혀서 임한다는 뜻이다. 임한다는 것은 다가가거나 찾아온다는 의미이지만 특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다른 존재에 다가가거나 찾아오는 뜻을 위주로 한다.주역에서 귀천에 관한 변통을 할 때 양귀음천(陽貴陰賤)이라 한다. 이 괘는 양은 귀하고 음은 천한데 귀한 양이 음에게 다가오고 찾아오는 것으로 뜻을 삼았다. 그래서 괘의 생김새도 양효가 아래에 둘이 있고 그 위로 음효가 넷이 있다. 왕림이란 말도 이런 뜻이다. 온도로 보면 양은 따뜻하고 음은 차가운 것인데 따뜻한 물이 아래에 있고 차가운 물이 위에 있으면 따뜻한 물이 위로 올라간다. 이처럼 따뜻한 물이 위로 올라가면서 차가운 물의 성질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데 이런 것이 바로 임괘의 상징에 담긴 의미이다. 이런 자세로 세상에 임하면 세상을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 임괘에서 나라의 정치를 하는 고위직이나 정무직에 해당하는 효에 '지극히 임해야 허물이 없다'고 하였다. 지극하다는 '至'는 본래 화살이 땅에 떨어진 모습을 형상한 글자이다. 화살을 쏘면 목표지점에 떨어지니 이것이 '이른다'라는 '至'이다. 화살을 쏘았는데 땅에 다다르지 못하면 임한 것이 아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실정에 다가가고 국민의 고통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지림(至臨)이다. 이래야 지극한 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건성으로 정치를 한다면 국민에게 다가가거나 이르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지극정성으로 국민의 실정과 고통을 체감하고 다가갈 때 해법이 보이지 자기 자리에서 바라만 보아 가지고는 절대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1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이시척촉: 마른 돼지가 뛰고 또 뛴다

민속이나 역학에서 돼지는 용과 미워하는 사이라고 한다. 용이 돼지의 얼굴이 검다고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돼지를 면흑랑(面黑郞)이라고 한다. 또 뱀과는 상충의 관계라 하여 서로 피한다. 돼지는 꿈해몽을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이에 대해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돼지꿈을 꾸고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해몽하길 먹을 것이 생기겠다고 하였는데 그날 먹을 것이 생겼다. 다음에 똑같이 돼지꿈을 꾸고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는 입을 것이 생긴다고 해몽하였는데 그날 입을 것이 생겼다. 세 번째 또 돼지꿈을 꾸고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는 몽둥이찜질을 받겠다고 했는데 그날 몽둥이로 얻어맞았다. 돼지꿈을 꾼 사람이 신기하게 여겨 해몽의 대한 근거를 물었다. 그러자 꿈풀이한 사람이 대답해주었다. 돼지가 처음 꿀꿀 거리면 배고픈가보다 하고 먹을 것을 주고, 다음 또 꿀꿀 거리면 추운가 보다하고 우리 안에 추위를 막을 지푸라기 같은 것을 넣어 준다. 그런데도 다시 또 꿀꿀 거리면 이제는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막대기로 두들겨 팬다는 것이다.주역의 천풍구괘에 돼지이야기가 나온다. 구괘는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처음에 만나는 인연이 중요하니 좋은 인연을 잘 만나야한다는 메시지이다. 만약 좋지 않은 인연을 만나게 되면 향후 일정에 힘들고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생기니 처음 만남을 주의하라는 뜻이다.마치 성질이 급한 마른 돼지가 날뛰며 돌아다니게 되면 처리하기 힘들어지니 좋지 않은 인연과의 만남은 돼지를 쇠말뚝에 단단히 묶어두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해 시작할 때 시절인연과 사람인연을 생각해보라는 의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09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견시부도: 진흙을 둘러쓴 돼지를 본다

2019년은 돼지띠의 해이다. 필자가 최근 몇 해 동안 국가 주요기관이나 기업 등에 특강을 가면 마지막 질문 시간에 꼭 나오던 이야기가 남북관계전망을 비롯한 국운이었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이러다 전쟁이라도 나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었다. 그때마다 필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내 한 치 앞길도 모르는 중생이 무슨 국운을 안다고 떠들어댈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었다. 주역은 미래에 관한 학문이기에 사람들은 으레 주역을 공부하면 미래를 훤히 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주역은 그저 우주의 섭리에 알맞게 맞추어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 글일 뿐이다. 미래는 우주적 섭리 안에서 펼쳐지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은 구체적으로 인과법과 인연법에 의해 결정된다. 봄이 오면 꽃이 피게끔 되어있는 것이 우주적 섭리이다. 그러나 봄이 온다고 모든 땅에 꽃이 피지는 않는다. 그 땅에 뿌려진 씨앗이 있어야 하고 또 그 씨앗이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만나야만 개화가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이론적 설계도만 있다고 기계가 만들어지지 않듯이 실제 구현하는 것은 사람의 행위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이 힘을 들여도 정밀한 설계도가 있어야만 좋은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미래의 전망이 어느 정도 그려져 있어야만 그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향후 미래도 마찬가지이다. 주역에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을 상징한 괘가 있는데 화택규괘가 그것이다. 규괘(규卦)는 동질성과 이질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본질적으로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이질적으로 변했을 때 다시 동질성을 회복하는 문제를 화두로 다루고 있다. 딱 우리나라의 상황에 해당하기에 그 괘로 우리나라의 미래전망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동질성을 회복하는 마지막 단계에 '진흙을 둘러쓴 돼지를 본다(見豕負塗)'는 말이 있다. 이 비유를 시간으로 치환하면 기해(己亥)이다. 돼지는 지지로 亥(해)이고 흙은 오행상 土(토)에 해당하는데 진흙은 己土(기토)에 해당한다. 기해(己亥)자체가 진흙을 둘러쓴 돼지의 상이기에 오래전부터 2019년은 우리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천시의 도수가 있다고 강의를 해왔다. 그러나 도수는 도수일 뿐 사람이 부합하지 못하면 헛되이 지나갈 뿐이다. 천시가 지리만 못하고 지리가 인화만 못하다고 했듯이 60년 만에 한번 온 천시에 부합하는 여부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9-01-02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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