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휴영익겸: 찬 것을 이지러트리고 겸손한 곳에 더해준다

동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섭리의 가장 크고 근본적인 원형은 천지이다. 사람의 일이나 귀신의 조화를 이야기할 때 늘 선행하는 것이 천지의 조화이다. 천지가 이러이러하니 사람이나 귀신도 그러하다는 식의 논리를 펴곤 한다. 역에서는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특별한 미덕이 아홉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간단한 원리임에도 하기 힘든 것이 겸손이라고 하여 군자의 마지막 단계라고 하였다. 겸손을 권유하는 논리는 채움과 비움이다. 채움과 비움에 대해서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다. 달을 보면 세월이 가면서 차고 비우는 일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보름이 되면 꽉 차고 차면 다시 비우면서 그믐달로 향한다. 그믐으로 텅 비우면 다시 초생달로 시작해서 채워가기 시작한다.자연에서 보여주는 이런 반복적인 현상은 사람의 심리와 화복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심리적으로 사람들은 교만한 사람을 싫어하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은 바로 천지의 조화와 동일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화복을 좌우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귀신도 예외가 아니라서 교만하면 화를 주고 겸손하면 복을 준다고 하였다. 그런데 굳이 귀신이나 남들의 시선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겸손하면 자신에게 이롭고 교만하면 자신에게 해롭다는 것은 자명하다. 겸손은 음양의 이치로 보면 어느 한 편으로 궁극에 이르는 것을 경계하는 논리이다. 양이 음을 바라고 음이 양을 바라는 것은 자기에게 상대가 없음을 알기 때문인데 교만하면 자기에게 부족한 대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시하게 되어 손해를 자초하게 된다. 자연이 보여주는 차고 비우는 현상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반복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9-2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선미후득: 먼저는 혼미하고 뒤에는 얻는다

선후는 선배 후배나 선수 후수 등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중국 주나라의 창업자인 문왕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처지를 곤괘에 빗대기도 했다. 새롭게 창업은 했지만 아직 은나라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여전히 임금과 신하의 관계에서 신하의 처지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순한 암말처럼 행동해야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또 지금은 비록 앞길이 불투명하지만 나중에는 목적한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예측하였다. 그렇게 예측을 함에는 근거가 있었다. 서남에 위치한 주나라는 지지자들이 많이 몰려오면서 세력이 불어나는데 동북에 위치한 은나라는 현명한 지지자들이 모두 떠나가는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고함을 지키면서 불안해하지 않으면 결국 길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문왕은 이런 이야기를 곤괘에 기록하여 자신의 이야기일뿐 아니라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도리라고 보았다. 현대사회에서 이 말은 후천 여성 상위시대의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전통사회에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지금은 오히려 남성의 지위와 권위를 앞서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런데 종국적으로는 남녀 가릴 것 없이 옛날보다는 여러모로 살기 좋은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희망이 더 의미 있어 보인다. 예전 어른들이 말씀하셨던 살기 좋은 시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9-1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음양지: 그늘과 볕이 없는 땅

인도에서 말하는 하늘은 33천이다. 가장 높은 왕이자 불교 수호신으로 자리잡은 제석천왕은 모든 권능을 가지고 좌우하지만 자기도 가지지 못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깨달음을 얻은 여인에게 실토한다.그 세 가지를 자기에게 주면 자신이 그 외의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세 가지란 그늘과 볕이 없는 땅 한 조각과 뿌리 없이 서서 자라는 나무와 소리 질러도 메아리가 없는 계곡이다. 그늘과 볕은 광음이 흘러가는 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현상이다.한번은 음지가 되고 한번은 양지가 되는 것이 땅의 숙명이다. 한번은 즐겁고 한번은 괴로운 것이 인간의 심리적 윤회이다. 이걸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나무의 뿌리는 근본이라 뿌리가 있는 한 나무는 베어내도 계속 나와 자란다. 인간에게 탐진치라는 근본무명이 사라지지 않는 한 번뇌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니 이걸 근원적으로 없애 달라는 것이다.계곡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대로 되돌아오니 이건 인간행위의 인과적 현상을 말한다. 선악화복의 인과를 초탈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늘을 주재하는 최고의 신도 이 세 가지야말로 최고의 보물이라고 실토해준다. 해탈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9-09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도유장궁: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는 세계대회를 치를 때마다 활쏘기분야에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옛 어른들 말씀에 동이(東夷)의 夷자를 풀어보면 대궁지인(大弓之人)이 되니 큰 활을 지니고 다녔던 사람들이란 의미가 들어있다. 그래서 동이족을 묘사한 중국의 문헌에도 활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있다.활을 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관혁(과녁)을 맞추는 데 있다. 그러자면 두 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한 가지는 거리의 문제이다. 화살이 날아간 거리가 관혁을 지나쳐 날아가도 안되고 관혁보다 못 미쳐도 안 된다. 그러자면 당기는 힘 조절이 필요하다. 힘이 남으면 좀 줄이고 힘을 덜 주었으면 좀 더 주어야 한다.또 하나는 높낮이와 좌우의 중심을 겨누는 각도의 문제이다. 각도가 위 아래로 빗나가거나 좌우로 빗나가도 관혁을 맞출 수 없다. 그래서 노자는 천도의 작용이 꼭 활쏘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천도는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리며 남으면 덜고 부족하면 보태준다는 것이다. 하늘의 도는 이러한데 사람들의 도는 그렇지 않아서 부족한 곳에서 덜어서 남는 곳을 봉양한다는 것이다.성인들이 가리키는 곳은 늘 조화와 균형이라는 점에서 유불도는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참고로 공자의 경우는 활쏘기에 대해 관혁에 맞추지 못했을 경우 그 원인은 활쏘기한 사람의 자세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에 바람이나 기후 탓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는 점을 높이 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8-26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기갈해지: 굶주림과 목마름이 해친다

굶주려 배가 고프면 죽을까 걱정되고 목말라 갈증이 나면 속이 타서 살기 힘들다. 사람이면 누구나 추구하는 생존의 절실한 문제를 기갈(饑渴)로 표현하였다. 누구든 생존의 문제에 닥치면 타당함의 문제를 따질 여유를 잃기 쉽다. 현실적으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소홀해지거나 지워지기 쉽다. 이런 문제를 일단 앞에 보이는 대로 먹고 마시는데 급급하였기 때문에 그 음식의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으로 비유하였다. 맹자는 이를 두고 굶주림과 목마름이 입맛과 뱃속을 해쳤다고 표현하였다. 음식의 맛과 건강에 미치는 영양 상태를 고려하여 가릴 겨를 없이 그냥 삼키고 마셨기 때문에 굶주림과 목마름이 구복(口腹)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의 맛보는 기능이 바르게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맹자는 기갈(饑渴)의 문제가 이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사람의 마음까지도 해친다고 보았다. 빈천한 상황에서 생존의 문제에 닥치면 일단 보이는 대로 부귀를 추구하게 되는데 일단 앞에 닥친 부귀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가릴 겨를이 없이 그냥 받아들여 누렸기 때문에 마음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의 선택하는 기능이 바르게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비껴갈 수 있는 사람은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 흔치 않다고 보았다. 그래서 맹자는 늘 정치적 과제로 백성의 항산(恒産)을 중요시한다. 항산(恒産)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항심(恒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8-19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광항우약: 미침에 늘 비가 오는 것 같다

진짜 미쳤다! 최근 날씨를 보면 저절로 나오는 탄식이다. 날씨는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에 영향을 준다. 서경에서는 오행의 관점에서 비오고 볕이 나고 덥고 춥고 바람이 부는 날씨를 들어 말하였다. 날씨가 사람의 감정과 관계가 있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날씨의 양상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감정의 반영이나 조짐으로 보는 견해도 들고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품고 있는 감정을 날씨를 통해 짐작하는 방법은 없으며 날씨를 통해 반영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사회의 리더들은 정상적인 패턴을 벗어난 날씨를 겪게 되면 마치 사람들의 감정도 정상적인 패턴을 벗어난 상태를 경계하는 조짐으로 받아들였다.정상을 벗어난 날씨란 자기 구간이 아닌데 계속해서 진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여름의 더위는 가을이 오면 서늘함에 자리를 물려주어야 하는데 가을에도 여전히 여름처럼 덥다면 이것이 항욱(恒욱)이다. 비가 어느 정도 내리면 그쳐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일 장기간 퍼붓는 것을 항우(恒雨)라 한다. 정상을 벗어난 날씨는 정상을 벗어난 감정으로 이어진다. 항욱(恒욱)은 태만과 게으름이고 항우(恒雨)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인 광(狂)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폭우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어쩌면 정말로 날씨가 현재 인간의 감정과 연계되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도 들 정도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8-1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의천국: 의지하여 국도를 옮긴다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옮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종시는 역사지리적으로 계룡산과의 연관성을 떠나 이야기하기 힘들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의 건국과 함께 계룡산으로 수도를 정하려고 하였다. 국사인 무학대사와 함께 터를 둘러보고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하륜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주장에 부딪혀 옮기지 못했다. 명분상 반대했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리적으로 나라의 중심이 아니라 남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로와 연관된 물의 이용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터가 길지가 아니라는 것이다.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남한의 중심이고 강에 배를 띄우고 다니는 시절이 아니니 문제될 게 없다. 풍수이론은 당시에 주장한 신도안 터가 아니고 또 이론상 전혀 다른 의견이 있으니 이 문제도 토론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작 문제는 천도의 이유, 다시 말해 왜 옮기는가의 문제의식이다. 당시는 지금의 수도과밀 문제나 부동산 문제를 포함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중심이라기보다는 고려시대와의 역사적 단절의 상징과 조선의 새 기틀 마련이라는 정치적 이유와 더불어 풍수지리의 영향이 강했다. 주역에서는 의지할 곳을 이용하여 도읍을 옮기라고 하였다. 의지할 곳의 의지란 지리일 수도 있고 천시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천시의 부합과 지리의 합당과 사람들의 합의가 바로 의지처인 셈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8-05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유무상생: 있음과 없음이 함께 생성한다

노자는 있음과 없음에 대해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고 하였다. 전후 문맥을 따지면 이 말은 상대성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성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이 그 자체로서 독립하여 존재하지 아니하고, 다른 사물과 의존적인 관계를 가지는 성질'이라고 되어있다. 있음과 없음이라는 개념은 상호 독립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유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무가 있어야 하고 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유가 있어야 하는 상호 의존적 개념이라는 뜻일 것이다.그러나 있다와 없다는 주로 존재를 사유할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생사문제만 하더라도 사람이 태어나서 존재하다가 죽으면 없어지니 단순히 생각하면 살아있으면 있는 것이고 죽으면 없는 것이다. 우주적 생멸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만물 중 하나이고 만물은 천지에서 나왔다면 천지와 만물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노자는 무(無)는 천지의 시작이고 유(有)는 만물의 어머니라고 하였다. 이를 합쳐보면 천지와 만물은 무에서 나온 것도 유에서 나온 것도 아닌 유무가 함께 생성한 것이다.생사나 유무나 생멸에 관한 의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서 그 의문에 대한 답변이 나오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들을 모아놓은 신앙체계와 학설이 종교나 철학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때 한편으로는 무에 쏠리고 한편으로는 유에 쏠리기도 한다. '있음'이 있어야 무언가 만들어지고 '없음'이 있어야 계속 굴러간다. '무아'에 쏠리면 만들어진 현상을 무시하기 쉽고 '유아'에 쏠리면 진리의 본체를 외면하기 쉽다. 이렇게 보면 노자의 유무는 균형잡힌 이야기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7-29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음주유수: 술을 마심에 머리를 적신다

절제, 절제해도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술이다. 주역 64괘의 가장 마지막에 놓인 괘가 미제(未濟)라는 괘이다. 기제(旣濟)는 일을 다 마친 괘이고 미제는 아직 일을 다 마치지 못한 괘이다. 상식적으로 일을 다 마쳤다는 의미를 지닌 괘가 가장 마지막에 놓여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일을 다 마치지 못했다는 의미를 지닌 미제괘를 가장 마지막에 두었다. 끝남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뜻에서 그리 했다고 한다. 주역의 마지막 괘의 마지막 효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일을 다 끝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술을 마시는 것은 허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자신감에 도취되어 술독에 머리를 빠뜨리면 올바름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면서 절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근대 주역의 대가로 알려진 야산(也山)선생은 주(酒)를 파자하여 왼편의 ' '은 유불선 동양의 도(道)이고 오른 편의 유(酉)는 그릇 즉 서양의 이기(利器)로 보아 술에는 음양이치로 동서의 도(道)와 기(器)가 담겨있음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후천에 동양의 정신문명과 서양의 물질과학문명을 어떻게 조화롭게 조절할 것인가의 문제가 사람이 술을 절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이 조절을 잘 못하고 한 편에 푹 빠져 도취감에 이성을 잃어버리면 세상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술은 개인에게나 세계에게나 어려운 화두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7-2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백병지시: 모든 병의 시작

바람은 물리적으로 정의하면 공기의 이동이다. 그런데 대표적 의서인 황제내경에 바람은 모든 병의 시작이라고 하였다. 동양의학에서 이야기하는 바람은 기후를 의학적 관점에서 여섯 가지로 구분한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람과 열기, 건조함, 습기, 더위, 추위라는 육기(六氣)가 인체에 병을 불러오면 이를 나쁜 기운인 사기(邪氣)로 규정하여 치료방법을 찾는다. 병은 곧 사기의 침범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기가 열을 타고 오기도 하고 더위나 습기를 타고 오기도 하고 건조와 추위를 타고 오기도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바람이라는 것이다. 공기의 이동이라는 바람은 온도와 습도를 변화시키는 제일의 요인이다. 병과 관련해 보면 바람은 그 본질이 기(氣)이고 기(氣)는 인체에 유익한 정기(正氣)와 인체에 해로운 사기(邪氣)로 구분할 수 있다. 바람 자체가 곧바로 정(正)이나 사(邪)가 되는 것이 아니고 정으로 작용하고 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바람을 뜻하는 한자인 풍(風)을 보면 바람이 부는 일정한 공간(凡)안에 벌레(훼)가 들어있다. 인간도 나충(裸蟲)의 우두머리라고 하듯이 벌레(훼)는 크고 작은 유형무형의 모든 생명체를 의미한다. 우리가 숨 쉬는 허공에는 무한한 미세한 생명체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바람은 그저 공기의 이동이라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생명체의 이동이라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람 속의 사기(邪氣)인 나쁜 생명체가 이동하면 그것이 전염(傳染)이다. 한 마을의 풍속(風俗)이 미풍양속인가의 여부는 그 마을 사람에게 달려있듯이 지구의 바람이 선량한가의 여부는 지구인에게 달려있다. 코로나19에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기 힘든 이유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7-15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기소궁: 궁색함을 안다

내가 남을 평가하고 더 나아가 비판을 하거나 심지어 비난을 하고 남도 나를 평가하고 비판하거나 비난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말인데 그 말을 들어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고 심지어 그 말을 한 사람의 마음씨를 볼 수 있다. 나무의 열매가 말이라면 그 뿌리는 마음씨에 해당한다. 나무 열매의 색깔이나 수분이나 맛이나 건실한 정도를 살펴보면 그 나무의 근본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뿌리는 땅속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으니 볼 수 없고 밖으로 드러난 가지나 잎이나 열매를 통해 본질을 추정할 수 있다.맹자는 말과 마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피사지기소폐(피辭知其所蔽) 음사지기소함(淫辭知其所陷) 사사지기소리(邪辭知其所離) 둔사지기소궁(遁辭知其所窮)" 풀이하자면 편벽된 말을 통해 가려져있는 마음을 알 수 있고, 방탕한 말을 통해 푹 빠져있는 마음을 알 수 있고, 부정한 말을 통해 정도를 이탈하려는 마음을 알 수 있고, 도피하는 말을 통해 궁색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이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기보다 모두 자신을 돌이켜보면 이 중에 한 유형과 근접함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또 이 네 가지는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만 판단해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도 한다. 이 중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려할 때 종종 하는 말이 도피하는 말에 해당하는 둔사(遁辭)이다. 무언가 마음이 막다른 곳에 막혀있을 때 나오는 말이다. 또 이것이 습관화된 사람이라면 그 성향도 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7-08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불출문정:문 밖에 나가지 않는다

올해 초 주역의 설시점을 통해본 괘가 '절괘(節卦)'였다. 절괘는 마디 절자로 대나무의 마디처럼 인체의 관절처럼 일정한 한계로서의 한절(限節)을 뜻한다. 보통의 나무는 줄기가 하나로 쭉 뻗어서 마디가 없지만 대나무는 일정한 마디가 있어 마디와 마디 간 제한이 있다. 없는 마디에 마디를 만들면 서로 구분되고 격리된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절괘를 '지(止)'라고 정의하였다. '止'는 발을 상징한 글자인데 걷거나 뛰는 발이 아니라 멈추어있는 발을 상징한다. 그래서 멈추거나 그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올해는 '세계일가(世界一家)'나 지구촌을 말하는 중에 갑자기 각국이 서로 마디를 만든 형국이다.절괘에 '문밖에 나가지 못해 흉하다'는 효사가 있다. 절은 조절의 의미도 있으니 사람이 나갈 땐 나가고 나아가지 않을 땐 나아가지 않는 것이 조절이나 절제를 잘하는 것이어서 '중절(中節)'이라고 한다. 나아가지 않아야 할 때 나아가고 나아가야 할 때 안나가 거꾸로 하면 '불절(不節)'이 되어 흉하다고 하였다. 전 세계가 몇 달 동안 서로 '불출문정(不出門庭)'의 형국이었다. 구한말 문호(門戶)를 개방하느냐 마느냐의 논의에 못지않게 지금 세계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과 방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절괘에서 문호를 열고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지 못하면 흉하다 했는데 시의에 적절한 방법이란 언제나 어려운 것 같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7-01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음식연락: 마시고 먹으며 잔치하고 즐겨라

기다림! 아기 때는 배 고프면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을 기다리고 이성이 싹트고 세상을 알아가면서는 많은 것들을 기다리며 사니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여행객이 비바람이 그치길 기다리고 한 여름 가뭄에 농부가 비 오기를 기다린다. 직장인이 월급날을 기다리고 장사하는 이들은 물건을 사가는 이를 기다린다. 출근길 늦으면 택시를 기다리고 해외에 여행갈 준비를 하는 이는 출국일을 기다린다. 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기다리고 자식 또한 내리사랑으로 자기 자식의 성공을 기다린다.문제는 기다린다고 다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아무리 밤을 새워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은 오지 않는다. 제발 오지 않았으면 기원해도 올 것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빨리 오길 기다리고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은 빨리 나가길 기다리지만 생각대로만 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기다림에 있어 심리적인 시간과 물리적인 시간의 속도와 방향이 서로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똑같이 내일 해가 뜨는 물리적인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사람의 처지마다 내일의 일출시까지의 심리적인 시간은 다르다. 사형집행을 받아놓고 있는 이에게는 너무나 야속하게 빠르고, 일확천금이 입금되는 이에게는 너무나 더디다.결국 올 것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안 올 것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제발 좀 끝나라, 아무리 속을 썩어도 끝날 때가 돼야 끝이 난다. 24시간 코로나 시황판만 틀어주는 언론은 어떤 면에서 보면 국민의 안정적 심리를 해치고 있다. 몸으로 거리두며 조심할 것은 하되 그렇다고 하루종일 코로나종식의 노예가 되어 오장육부를 태우며 노심초사할 필요가 있는가. 주역에서는 기다림에 대해서 마음을 편히 갖고 마시고 먹으며 기다리라고 하였다. 목을 빼고 기다린다고 빨리 오는 것이 아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6-24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일월영측: 해와 달은 차면 기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파장은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지대하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고 있으며 향후 이런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견해이다. 여러 방면에서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있는 주식시장을 보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대폭락 이후 주도주의 변화이다. 삼성전자에서 카카오나 네이버 등의 비대면 관련주가 최상위그룹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면 이렇게 영원히 가는 것일까? 견물생심(見物生心)인지라 앞에 있는 사물을 보게 되면 자연스레 마음이 그렇게 이끌려가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그래서 동일한 모습만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겨 의심하지 않게 되고 어느덧 확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물 자체가 변화하는데 어떻게 그 사물을 보고 생기는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지금은 사방팔방이 코로나이기 때문에 마음이 졸아붙고 있지만 코로나 또한 미세한 사물이기 때문에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천자문에서는 변화의 진리를 해와 달로 이야기해 놓았다. 중천에 떠있던 해도 어느덧 서산으로 기울고 꽉 찼던 보름달도 어느덧 하현달로 줄어들어 간다. 작든 크든 형상이 있는 모든 것들은 변화한다는 진리를 말해준다. 다만 그것이 언제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6-17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중불자란: 중을 얻으면 스스로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내면과 외부의 문제는 한 인간이 삶에 있어 늘 화두가 된다. 물리에 원심력과 구심력이 있듯이 외부의 세계에 치우치면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센 기류에 휩쓸리거나 외풍에 휘청거려 넘어지기 쉽다. 거꾸로 내면의 세계에만 빠져서 밖을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도외시하면 세상과의 교류와 어울림이 끊어지면서 주관적 판단에 머물기 쉽다. 자신이 중심을 잡고 외부와 어울려나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안팎을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그러나 현대사회는 상대적으로 외부의 힘이 너무 강한 시대다. 그러므로 늘 외부세계의 흐름 속에서 떠다니기 쉽다. 하루에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소식들을 외면하면서 살아가기 힘들다. 그럴수록 그 흐름에 무작정 끌려가면 잘못되기 쉽다. 주역에 신을 신고 길을 걸어간다는 천택이괘(天澤履卦)가 있다. 하늘과 못으로 상하를 상징하였다. 하늘은 맨 위에 있고 못은 아래에 있으니 세상 질서와 예의의 기본인 상하를 잘 이행하며 살아가면 무탈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세상을 호랑이로 비유하여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물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더불어 외부의 이끌림에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신을 지킬 중심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6-1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왕불복: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

한 번 가버린 청춘은 돌아오지 못하고 사람이 죽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반면에 무더웠던 여름은 다시 돌아오고 추웠던 겨울도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돌아오지 못함을 한탄하는 것은 무상(無常)을 읊조리는 것이고 돌아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유상(有常)에 익숙함이다. 무상은 일정함이 없음이고 유상은 일정함이 있음이다. 부처님도 모든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이 늘 변화하기 때문에 일정함을 기약할 수 없다고 하여 무상을 설파하셨다. 무상이 깊은 진리의 차원에서 보면 가까운 것 같다.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나면 받아들이기 힘든 것처럼 무상은 진리이지만 우리는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반면에 늘 돌아오는 계절과 같이 사람들이 나고 죽은 일은 당연하게 여기고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똑 같이 사람이 죽는데 한 사건은 무상으로 다가오고 한 사건은 유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무상과 유상은 주관적인 심사와 연관을 가지고 체감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절대 돌아올 수 없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반드시 되풀이 된다. 사랑하는 이가 살아 돌아오길 바라나 불가능하고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질 않길 바라나 반드시 되풀이 되곤 한다. 이는 우리의 의식이 무상의 진리를 못 본 체하면서 유상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무더위가 갔나 싶었는데 다시 돌아온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주역에서는 이런 생각을 아픈 역사의 되풀이에 대해 적용해보라고 한다. 힘이 없어 강국의 침탈을 받은 역사를 포함하여 아픈 역사는 되풀이되니 대비를 하는데 이 아이디어를 쓰라고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6-03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지종시: 사람의 마침과 시작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10.1% 줄었고 이는 3월 기준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래 최소치라고 한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부터 48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대비 최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집계 이래 가장 적다고 한다.주역에 시집가는 괘로 점괘(漸卦)와 귀매(歸妹)괘가 있다. 점괘는 육례(六禮)를 치르면서 시집을 가는 상황이고 귀매괘는 그런 절차 없이 가거나 첩(妾)으로 갔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길흉을 따지자면 점괘는 길하고 귀매괘는 흉하다. 그러나 그런 귀매괘에서도 인지종시(人之終始)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시집을 기준으로 여인의 일생을 따져보면 시집가는 것은 처녀시절을 마치는 일이자 동시에 아내의 일생을 시작하는 일이다. 한 개인뿐 아니라 한 세대가 마치고 한 세대가 이어지는 인류의 종족보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앞으로 다가올 후천은 비유하자면 가을이라서 하나의 열매로 수렴되어 자식을 하나씩만 두게 된다는 말을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식을 낳는 일은 둘째 치고 아예 혼인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설문을 보면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차원의 고민이 크기도 하고 또 생각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이 또한 하나의 흐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27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소두무족: 머리는 작은데 발이 없다

남사고가 신인(神人)을 만나 받아서 전했다는 비결인 격암유록(格庵遺錄)은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와 비견된다. 미래의 일을 인간은 알 수가 없지만 신은 알 수가 있다고 믿어왔다. 실제로 미래를 아는 문제인 지래(知來)에 대해서는 주역에서도 신이지래(神以知來)라 하여 신(神)을 써야 미래를 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일정한 영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신은 상대적 세계 안에 일정하게 가두어놓을 수 없는 변화의 작용이다. 그래서 신은 일정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우주적 시간거리로 표현하는 상당한 거리일 수 있지만 인간이 그 통증을 동시적으로 느끼듯 신에게 현재와 미래도 그렇다는 것이다. 남사고는 조선시대 천문학 교수였는데 아버지의 묘를 명당으로 잡기 위해 아홉 번이나 터를 옮겨 구천십장(九遷十葬) 남사고라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신인이 전해주었다는 비결서 격암유록은 비유적으로 되어있어 난해하다. 미래의 일을 말할 때 비유로 하는 이유가 있다. 미래가 확정되지 않아 상징적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천기를 누설하면 누설한 이의 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아는 이들이라면 예로부터 모든 비결은 비유이며 상징이고 또 발설하길 꺼려하기 마련이다. 그 남사고 비결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자(殺我者)는 소두무족(小頭無足)이니 신부지(神不知)라." 풀자면 "나를 죽이는 자는 작은 머리에 발이 없으니 신도 알지 못한다"이다. 요즈음 이 비결을 두고 코로나19라고들 하는 의견이 나온다. 생김새가 꼭 머리만 있고 발은 없으며 또 극소의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비결이란 상징이라서 그와 비슷한 현실이 전개되면 이현령비현령이 될 수도 있으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20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즉록무우: 사슴을 쫓는데 몰이꾼이 없다

주역 강의를 하다보면 괘효와 연관된 단상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다. 주역에서는 괘를 가지고 인간의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주역에는 시작에 겪는 어려움이란 주제를 지닌 괘가 있다. 난생(難生) 처음이라 하듯 인생의 시작인 태어남 자체가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 날 때도 어렵고 나와서도 어렵다. 모태에서 나오는 이도 어렵고 내는 이도 어렵다. 그 중에 사슴을 사냥하는데 몰이꾼이 없는 상황으로 비유한 것이 있다. 예전에 우인(虞人)이라 하면 산천을 돌보는 관리인데 그 지역의 산천과 그 속의 실정을 잘 알다보니 중앙에서 사냥을 나오면 자연스레 길안내를 하면서 사냥의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사슴을 사냥하러 지방에 갔는데 몰이꾼이 없이 사냥을 한다. 그러면 그 사냥의 결과가 좋을리 없을 것이다. 사슴은 인간이 욕구하는 목적물이고 그것을 쫓으며 사는 인생을 사슴을 쫓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낯선 곳에서 사슴을 사냥할 때 반드시 몰이꾼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삶에서 자신이 익숙하게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서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조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만약 그런 협조자 없이 낯선 길을 가려한다면 그것은 그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늦더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협조자를 구해서 가야한다. 주역에서는 그런 경우 만약 욕심과 과신이 앞서 그치지 않게 되면 나중에는 궁색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그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0-05-13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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