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밭

 

[열린글밭]건축에 빠진 경영학도, 건축책을 쓰다… 나에게 선물하다

공간디자인을 공부한다는 큰 꿈을 품고 파리에 갔으나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학교에 들어가서 일 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으나 일 년이 지난 후 교수님은 나를 부르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건축은 너의 길이 아닌 것 같아. 다른 길을 알아보렴." 그렇게 많은 고민과 고심을 통해 결정한 전공이었는데, 내 길이 아니라니… 맑게만 보이던 하늘이 파리의 전형적인 흐린 회색빛 구름이 되었다.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고 일주일 동안 회색빛 파리 하늘만 우울하게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근데, 교수가 내 인생을 살아줄 것도 아닌데 내가 굳이 건축을 포기할 필요가 있나? 아무리 유명한 건축가가 나를 보고 건축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나만 좋으면 하면 되는 거 아냐?" 안 그래도 난 학교를 다니면서 틀에 박힌 디자인 교육에 짜증이 났었다. 교수님이 코멘트를 해주시면 그대로 해야 했고, 성적 때문에 한 번도 편하게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많은 정보를 다 습득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실기 과제 양이 많아서 보통 실기 외 과목인 건축사나 이론을 여유 있게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그건 건축물을 보러 다니는 것이었다. 일 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수많은 건축물들을 이미지로 접했지만 실제로 보러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 학교에서 내가 건축을 할 수 없다고 하면 뭐 어때, 그럼 나 혼자 공부해보지 뭐." 그 날 저녁 내 이야기를 들은 아빠가 말했다. "학교 안 다녀도 돼, 6개월이라는 너 인생에서의 황금 바캉스를 줄게.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그렇게 해서 나는 6개월이라는 기간을 잡고 내가 평소에 보고 싶었던 건축물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일단은 프랑스건축물 위주로 보러 다니기로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유일하게 점수가 좋았던 건축사시간에 봤던 대표 현대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Le Corbusier)에 건축물부터 보러 가기 시작했다. 건축물을 보러 다니는 것은 우리 가족한테 큰 즐거움이었다. 프랑스에 있는 웬만한 관광지는 다 가본 터라 새로운 여행장소를 물색 중이었는데, 건축여행은 정말 새로운 여행 거리였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내가 짜놓은 건축여행을 함께했다.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르 코르뷔지에가 파리에 지은 메종 라로슈, 빌라사보아를 방문하였고, 빛을 공부하기 위해 르 코르뷔지에의 스위스 기숙사부터 프랑스 중부 지역에 있는 롱샹 성당까지 갔었다. 재료를 공부하기 위해 유리벽을 이용해서 장누벨(Jean Nouvel)이 지은 께브랑리 박물관, 알루미늄 파사드가 돋보이는 파리 아랍연구소, 나무틀 구조물이 인상적인 메츠 퐁피두센터를 갔었다. 또한 자신만의 건축을 잘 표현한 건물로는 파리 퐁피두 센터, 센 강변에 위치한 초록색 용형태의 레 도츠, 색으로 공간을 분리한 피에르-마리 퀴리 파리 공과대학교 아트리움 그리고 큐브 형태를 이용한 파리 12호선 공사를 찾아갔었다. 건축물 하나하나를 직접 보러 다니는 것은 2차원적인 이미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건축이라는 3차원적 시간 예술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건축재료를 직접 만져볼 수 있었고, 건축물의 웅장함과 형태 그리고 빛의 깊이와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은 마치 사진으로만 짝사랑하는 상대를 보다가 실제로 만나는 느낌과 같았다. 건축답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학교를 다니기 전에 이런 건축물들을 방문하고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면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덜 헤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한테 하니 엄마가 말했다. "너 같은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써보는 거 어때? 건축에 대해 관심은 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건축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네가 경험한 것처럼 건축은 재미있고 어렵지 않다고 느끼게 해줄 그런 책." 그렇게 해서 그 날부터 파리에 있는 건축도서관에 박혀서 자료조사를 하고 건축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을 사진으로 찍는 게 더 건축물을 잘 보여주지 않냐는 조언을 많이 해주었는데, 내가 보고 느낀 건축물의 감동을 담아내기에는 사진이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감동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느낀 따뜻한 빛, 색감, 형태를 나의 손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6개월 후, '썬과 함께한 열한 번의 건축수업'이라는 책이 나왔고, 나는 그 책을 파리에서 선생님한테 혼나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집으로 쓸쓸히 돌아가는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말해주었다. 괜찮다고./권선영 건축작가권선영 건축작가

2018-10-11 권선영

[열린글밭]올바른 변화의 시작, 소통

소통은 2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함과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을 뜻한다. '국민과의 소통' '주민과의 소통'이 정부나 지자체의 주요목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소통'이 긴 시간 화두가 되는 것은 결국 긴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직도 '국민과의 소통'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그리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느 조직이든 책임자에게 '당신의 조직은 소통이 잘 되고 있는가' 묻는다면 대부분 아주 잘 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책임자그룹을 제외한 구성원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소통이 잘 안돼서 죽겠다는 대답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왜 이런 엇갈리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일까. 책임자는 일방적인 자기주장 표출을 소통이라 여기기 쉽고, 구성원은 자기의견 표출보다는 다만 지시에 순응하는 게 조직생활의 비결이라는 걸 체험으로 간파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국민과 지역주민의 의견은 권력의 입맛에 따라 수용되거나 배척되기 마련이다.발전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마냥 머물러 있는 것은 퇴보되는 게 순리이다. 지자체의 발전방향이라고 다를 게 없다. 가능한 모든 정책을 새로운 의견에 견줘보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의욕으로 갈고닦아 나가야 한다. 재빨리 바꿔야 할 것과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것을 구분해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새로운 의견을 합리적으로 도출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반의 구성원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자체의 변화와 발전은 오직 공무원만의 의무이거나 권한이 아니다.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의 의무이며 권한이다. 지역사회 의견이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으로 변질된다면 결코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또 지자체의 행정이 조직의 편의를 우선한다면 결코 좋은 정책이 수립되거나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의견은 공익으로 집결되어야 할 것이며, 지자체의 행정은 실질적 지역발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갖고 있다. 소통과 관련된 대표적 격언, 두 배로 듣고 절반만 말하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이다. 원활한 소통은 결국 타인의 입장은 곱절로, 자신의 입장은 절반으로 조합해야 가능해진다. 도로 정체현상 때, 운전자마다 내 입장은 절반으로 줄이고 다른 운전자의 입장을 곱절로 배려하면 모두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이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양평군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어떻게 지역발전 방향을 잡고 어떤 정책을 앞세워야 할지 고민이 깊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지자체와 공직사회는 권위의식과 편의는 절반으로 줄이되 지역주민의 의견과 입장을 곱절로 듣고 곱절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는 개인과 특정집단의 견해와 이익추구는 절반으로 줄이되 공동의 이익을 곱절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법과 예산의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지자체와 공직사회의 입장을 곱절의 성의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상호 간의 양보와 배려가 지역사회 소통의 원천이며 동시에 지역발전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조규수 양평군 홍보감사담당관조규수 양평군 홍보감사담당관

2018-09-27 조규수

[열린글밭]미래의 웰빙을 위한 현재의 선택

요즈음 웰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니 욜로(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니 워라밸(Work-Life-Balance)이니 하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런 신조어로 삶의 지향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 의미를 어떻게 내면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여 가벼움과 순간을 소비하며 행복의 전체를 운운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일과 삶을 단절로 파악하고 칼퇴근을 행복의 충분조건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그런 직장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가정과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근로시간 단축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인 사회 시스템을 내려놓고 다양한 삶의 가치가 존중될 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힘겨운 몸짓과 연대할 때 비로소 행복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웰빙에 대한 물음을 '잘 산다는 건 무엇이고 그 조건은 무엇인가'로 바꿔보고 해답을 고민해 볼 때 유의미한 내용을 얻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물질적 풍요나 건강만으로 행복을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삶을 다층적 함의로 읽고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은 각자의 세계관과 정의관에 비추어 삶에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보다 많은 구성원이 차별과 소외를 느끼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을 비롯한 민간영역도 영업이익을 노동자와 합리적으로 나누고 일과 삶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는 11월 27일부터 3일간 송도에서 열리는 '제6차 OECD 세계포럼'은 이를 논의하고 확산하는 장이 될 것이다.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의 웰빙 동향을 파악한 'How's Life?'를 2011년부터 격년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OECD는 '물질적 조건'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교육과 기술, 사회적 관계,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 환경의 질 등으로 구성된 '삶의 질'로 나눠 총 11가지 영역 24개 지표를 국가별로 조사, 분석, 비교하고 있다. 여기에서 삶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느냐를 보는 것은 물론 누가 얼마만큼 나아지고 있는지 또는 그렇지 못한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 장년층과 청소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교육수준이 다른 사람들의 차이를 읽어야 한다.GDP는 한 나라의 후생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GDP를 기초로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 개론 수준의 지식으로도 여러 문제를 쉽게 추론할 수 있다. GDP는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재화와 서비스를 계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에서 이뤄지는 행위, 여가와 자원봉사 활동 등이 사회발전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리고 GDP는 생산활동으로 부의 증가는 가져왔지만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상계하지 않는다. 나아가 GDP에도 어느 정도까지 소득이 증가하고 나면 행복은 체감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따라서 소득 증가와 더불어 '삶의 질'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갑질이니 흙수저니 헬조선이니 하는 말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사회에서는 OECD처럼 '삶의 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웰빙의 우선 지표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누구든 혼자 밤길을 걸을 때조차 안전하다고 느끼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규칙을 정할 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차원의 웰빙을 넘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성장에 따른 다양한 삶의 기회가 각계각층에 고르게 나눠지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시대의 과제로 요청해야 한다. 이제는 정태적 웰빙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는 웰두잉(well-doing)이어야 하지 않을까. 미래의 웰빙은 현재의 선택에 달려 있다./김성배 문화비평가김성배 문화비평가

2018-09-26 김성배

[열린글밭]건축에 빠진 경영학도 두번째 이야기, 파리로 가다

기괴하고 독특한 작가들 세상그들의 표현 보는 재미가 있었고 그중 유난히 설치 미술이 좋았다나에겐 모든게 흥미롭게 다가와결국 공간디자인 공부하러 떠났다창의적인 일에 대한 갈망으로 디자인을 공부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디자인 중에서도 어떤 분야를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 것인가? 어떤 작품을 보았을 때 흥미를 느끼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한 것은 미술관을 가는 것이었다. 평소에 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미술관을 가는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미술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미술관에서도 유난히 내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설치 미술이었다. 갤러리를 들어가면 설치미술품이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갔고 그 앞에서 한없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없이 작품 앞에 서있는 나 자신을 보고 느꼈다. 내가 미술관을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높은 천장에 텅 비어있는 흰색 공간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명상을 해도 좋을 것 같은 그 공간이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표현의 자유였다. 예술품을 보면 작가의 머릿속 깊은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기괴하고 독특한 그들만의 세상을 표현해 놓은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에서 유난히 왜 설치 미술이 좋을까'를 생각해보다가 깨달았다. "아 나는 공간을 이용하는 어떤 작품에 관심이 있구나." 공간과의 관계 즉, 공간과 작품 간의 스케일 관계, 형태와 공간 간의 관계 그리고 작품 색깔과 흰색공간과의 관계. 이 모든 것들이 나한테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런 나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선택한 것이 공간 디자인이었다. 그렇게 나는 파리로 공간디자인을 공부하러 떠났다. 파리에서 공간디자인을 공부한 곳은 '에꼴 까몽도'라는 학교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 건물이 파리 퐁피두센터를 닮았다는 것이었다. 내부 구조물이 밖에서도 볼 수 있는 건물이었다. 강의실은 유리로 뒤덮여 있어서 실내가 다 보였고, 기본적으로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 그리고 공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수단인 엘리베이터와 계단 또한 밖으로 나와 있었다. 퀴노 블루만(Cuno Brullmann)이라는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가 설계를 했는데 파리 퐁피두센터와 비슷한 건축물을 많이 지은 것 같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퐁피두센터를 지은 렌조 피아노(Renzo Piano),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같이 일을 했던 경력이 있었다. 이렇게 퐁피두센터 같은 학교에서 나의 디자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디자인 수업 첫 번째 과제는 공간에 관한 것이었다. 5cm×5cm 정사각형 형태 11개를 가지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어떻게 디자인 학교에 들어왔지만 디자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특히나 20년이 넘게 획일적인 공간인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다양한 공간을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손 가는 대로 정사각형 두꺼운 종이를 이리저리 배치해보다가 그대로 풀을 붙여서 학교에 가져갔다. 나는 뭔가 그래도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가져갔는데, 교수님이 내 작품을 보시더니 한마디 하셨다. "이건 아냐. 건축이 아냐. 뭔가가 부족해!"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머리가 순간 띵 해졌다. 그리고는 빠르게 내 옆을 지나가는 교수님을 붙잡고 물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부분이 잘못된 건가요? 어떤 게 건축적이지 않은 거죠?" 나의 질문에 교수님은 나를 빤히 보더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그냥 내 옆을 지나갔다. 이날부터 나의 디자인공부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1학년 마지막 발표가 있었다. 우리 학교는 공간 디자인과 오브제 디자인을 같이하는 학교로 유명했다. 이날은 오브제 디자인 마지막 발표날이었다. 내 차례가 오자 나는 오브제 용도와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 발표가 끝나자 교수님이 한마디 하셨다. "음, 이건 우리 할머니라면 사용하지 않을 거야." 나는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난 교수 할머니를 위해 디자인한 게 아니야"라고 속으로 외쳤다. 내가 상상한 파리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권선영 건축작가권선영 건축작가

2018-09-11 권선영

[열린글밭]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도와 개항장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도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응축이다. 유리한 자연환경에 복잡한 사회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온갖 것들이 뒤섞여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장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룬다. 인천광역시 중구는 다양한 요소들이 균형감 있게 공존한다.중구는 오늘날의 모습과 근대의 모습이 함께 있다. 바다를 사이로 영종하늘신도시와 인천역 일대 원도심이 마주한다. 인천국제공항은 화려하고 인천항은 세월이 느껴진다.지나간 역사대로 중구에는 중국과 일본의 흔적이 남겨져 있고 그 속에 서양의 양식도 함께 있다. 차이나타운과 개항장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근대에 제각기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인천을 개항했고 은행과 관청을 지었다. 식량과 자원이 배에 실리고 바다를 건너갔다. 그리고 서양문물과 공산품이 도착했다.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무리를 짓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다. 우리나라는 조금씩 설자리를 잃어갔다. 부산하고 첨예한 시간들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이 남았다. 잘 보존된 건물들은 나름의 용도를 찾아서 전시관, 사무공간으로 쓰인다. 그리고 한국전쟁이나 화재로 그렇지 못한 건물들도 있다. 중구의 편치 못한 역사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이어진다. 인천광역시의 내부와 외부의 상황 때문에 중구는 다시금 변화해야만 한다. 새로운 항구의 건설은 중구가 기존의 인천항이 만들어준 정체성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중구에 여가를 즐기러 오던 사람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더 먼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영종하늘신도시가 성공적이라면 고급화된 신도시와 침체된 원도심으로 분열된 도시가, 그렇지 못하다면 쇠락하는 도시가 중구의 미래일지 모른다.지금의 중구에는 올바른 도시 변화의 방향과 속력이 필요하다. 이익만을 노리는 투기, 무관심한 방치, 서투른 재개발은 모두 피해야 할 장애물들이다. 성숙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중구에 올바른 변화를 부를 수 있다.근대에 들어서며 우리나라와 인천이 겪은 변화는 갑작스러웠고 외부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구는 혼란스러운 역사를 다양성으로 바꾸고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 어우러지는 문화와 자연이 중구를 지탱하고 돋보이게 할 역량이다. 이제는 그곳에서 주체적인 역사가 쓰일 차례이다./최준규 부천시 원미구최준규 부천시 원미구

2018-08-12 최준규

[열린글밭]경영학도, 건축의 매력에 빠지다

왜 건축인가? 경영학도였던 내가 왜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창의적인 일에 대한 갈증을 갖게 된 것은 대학교 때 국제마케팅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마케팅수업은 팀플레이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제는 한국에 있는 빵집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중국에 진출할 것인가였다. 우리는 시장조사 후 프로모션 전략을 짜고 있었다. 팀원 한 명씩 전략아이디어를 내놓는데 다들 기존에 존재하는 실제로 빵집 브랜드가 시도했던 전략을 제시하는 거였다. 뭔가 이상했다. 왜 기존에 벌써 써본 전략을 실제로 실행될 것도 아닌 대학교 마케팅수업에도 적용하는 거지? 왜 새로운 전략을 생각하지 않고 검증된 전략을 쓰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물어보니깐 "그래야 리스크가 없고 적어도 2등을 하잖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절대 1등을 할 수는 없잖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하니 팀원 한 명이 대답했다. "나는 성적을 가지고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 이때 느꼈다. 나는 이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살면서 이것보다는 좀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이런 갈증을 느끼며 살아가다가 프랑스 경영대학교에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여기서 제시카라는 프랑스 친구를 만났다. 어느 날 이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난 사실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려 런던에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반대하셔서 경영학과에 왔어." 이 말은 나한테 충격적인 말이었다. 나는 살면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을 주위에 본 적이 없었고, 디자인을 내가 전공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는 제시카가 디자인을 공부할 수도 있었다면 나도 충분히 디자인을 전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어떻게 보면 우물안에 개구리였다. 대학교 때 전공을 정하면 계속 그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혀 다른 분야의 학문을 한다는 것은 내 머릿속에 존재하지를 않았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나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학문은 디자인이었다. '그래! 어쩌면 내 천직은 디자인일 거야!'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학교에 있는 디자인수업을 청강하고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예술 감각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과천 현대 미술관에 건축 관련 전시가 있다고 해서 아는 여행작가 언니랑 같이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언니도 건축에 관심이 많아 건축 관련된 책들과 전시를 꾸준히 보러 다니고 있었다. 전시장을 들어가자 과 잠바를 입은 대학생들로 가득했다. 보니까 architecture라고 적혀있었다. 건축과 학생들이 교수님과 함께 단체로 전시를 보러온 것이었다. 건축공부에 대한 갈망과 갈증이 있었던 나로서는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대학교 때 건축을 전공했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니한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언니가 말했다. "선영 씨 아무리 전공을 했어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5년 동안 아무것도 못 배우고 학교를 졸업해요. 가장 중요한 거는 얼마나 그 학문에 관심이 있냐는 거예요. 우리는 비록 건축을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았지만, 건축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저들보다 더 있을 수 있어요. 어쩌면 모든 것은 관심의 깊이인 거 같아요." 사실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지만 건축을 싫어할 수도 있고, 점수에 맞춰서 억지로 과를 정했을 수도 있고, 빨리 졸업하기만 기다릴 수도 있었다. 심지어 건축전시도 학교에서 가야 하는 전시회이기 때문에 온 것이지 자기 의지로는 절대 안 올 수도 있었다. 그렇다. 영문학과를 졸업한 모든 졸업생이 영어를 다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건축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건축을 공부하는 첫걸음은 순수한 그 학문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이 아닐 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권선영 건축작가권선영 건축작가

2018-08-07 권선영

[열린글밭]행복한 삶을 담아내는 감성교육

행복은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최대 목표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고 최종 목적이 돼야 한다.이것이 지성교육의 영역을 넘어 감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즐겁고 행복한 교육이란 학생들이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와 스스로 하고 싶은 교육이다. 가슴으로 감동하고 스스로 올바른 행동을 습관화시키고 실행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감성의 핵심에는 '공감'이 자리 잡고 있다. 타인의 기쁨과 슬픔이 진정으로 나의 기쁨이고 슬픔인 것처럼 그들과 함께 느끼는 것이다. 공감은 아이의 학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교사와 같은 어른들의 지속적인 공감과 신뢰는 수험생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험생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 아니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부모나 교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수험생의 자신감은 수험생 자신이 축적한 지식의 양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고 힘을 주며 공감해 주는 어른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지성인의 덕목으로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하게'를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 조상들의 가르침과는 달리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머리는 뜨겁고, 가슴은 차가운' 힘들고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감성적으로 주변의 사람들이 느끼는 기쁨·슬픔과 같은 다양한 감정에 공감하는 감성능력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런 자질을 갖춘 사람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감성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현재 지식 중심의 학교교육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고의 중심을 이제는 지성적 영역을 넘어 감성적 영역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빛과 어둠만 가르치는 지식에서 그 경계에 황혼이 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학습, 그 황혼에서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아름다움을 표출해 내는 시, 그림, 음악, 동화, 연극 등이 바로 교실에서 활기를 띠어야 할 학습영역이다. 그래야 순위가 없어지고, 틀림이 아닌 다름이 인정되는 배움의 희열이 생기며 자기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미래사회에서의 성공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대인관계 기술을 토대로 감정을 잘 조절하고, 타인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느냐가 업무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세계는 지금 지성과 함께 풍부한 감성능력을 두루 갖춘 감성형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노력을 펼치고 있다. 감성지능이 잘 갖춰지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의사, 판검사, 회사원, 기술자 등 지성을 통해 얻는 직업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아름다움, 낭만, 사랑, 기쁨 등의 풍부한 감성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다양한 지식의 암기와 축적된 정보의 양보다는 창의력과 상상력, 풍부한 감성이 삶을 풍요롭게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해준다./정종민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정종민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

2018-06-14 정종민

소통, 그리고 현장행정

최근 몇 년간 우리 시대 최대의 화두를 꼽으라면 필자는 망설이지 않고 '소통'을 꼽을 것이다. 소통이란 말이 신조어도 아니고 분명 예전에도 있던 말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사회는 말 그대로 소통의 시대였다. 소통은 사람이 갖춰야 할 최대의 미덕이며, 불통은 오래되고 낡은 없어져야 할 악습이 됐다. 말깨나 한다는 사람들은 틈만 나면 소통의 중요성을 외쳤고, 정부는 물론 기업, 학교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됐다.경기도도 마찬가지다. 민선 5기 경기도는 도정 목표로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겁게'를 표방하며 도민과 소통하는 공감행정, 현장행정을 추진해 왔다. 이제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정책이 된 무한돌봄, 민원전철, 찾아가는 도민안방 등은 이러한 소통행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 주택정책과에서는 이런 소통행정의 연장선상에서 주택정책분야와 관련해 3차례에 걸쳐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 새로운 소통행정의 모습을 선보였다.먼저 지난 7월17일 도는 경기도건축사회관에서 '건축·주택행정 발전방향 등을 위한 건축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일선현장 건축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민원행정의 사례 등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경기도 주택정책과 관계자와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지역건축사 회장 등 38명이 참석해 각종 인·허가상의 문제점과 건축사의 역할 등 13건의 제도개선안을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두 번째 간담회는 7월 23일 건축, 도시, 조경, 공공디자인 등 건축디자인 분야 민간전문가 12명과 관계 공무원 18명이 참석한 건축디자인 간담회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디자인 향상방안 등에 대해 자유토론을 벌여 8건의 창안제도를 도출해 냈다.세 번째 간담회는 경기도 아파트의 품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파트 품질검수단과 함께 했다. 지난 8월 3일 필자는 시공, 안전, 전기, 기계, 조경, 토목분야에서 활동 중인 민간전문가 12명과 함께 공동주택 품질검수제도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LH에서 시공 중인 아파트에도 품질검수를 함께 시행키로 합의했다.사실 공공분야에서의 소통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어떤 사업이든 각 이해집단의 이익이 충돌해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앞에서 소개한 3단계에 걸친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민간과 공무원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민간전문가를 대거 참여시켰다. 대부분의 정책이 공직사회 내부에서 결정됐던 과거 관행에 비춰볼 때 파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모두가 터놓고 소통을 하면서 소통이 가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민과 민간전문가, 공무원이 함께 하는 간담회는 향후 사업과정에서 일어날 불필요한 오해와 불만, 갈등의 시간을 줄여준다. 필자는 이러한 릴레이 간담회 같은 소통 행정을 제도권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민과 함께하는 소통행정이 당연한 사회, 소통이란 말이 더 이상 화두가 되는 일이 없는 사회가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2012-08-28 이춘표

맨발의 성자

십 수년 전 이맘때 쯤인 것 같다. 야근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올라 귀가를 서두르는데 웬 노인이 전철안에서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미스코리아 유관순! Why two Korea, 미스터코리아 안중근! Why two Korea". 지하철 안을 오가며 구호를 외치던 노인은 나에게 다가와 면전에서 또 한번 외쳤다. 순간 당황스러웠고 지하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인(狂人)이구나 싶었다. 걸인과 같은 모습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가득한 종이를 온 몸에 두르고 자기가 신봉하는듯 한 신앙을 외치면서 맨발로 다니는 모습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지하철 안에서 소동이라도 날까 싶어 모르는 척하고 책을 보는 척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수년이 흐른 어느 날, 지하철의 그 노인에 관한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인터넷 기사들을 찾아 읽으며 또 한번 당황스러워졌다. 그는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3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수재에다 심지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애쓴 독립운동가란 기사 내용과 이전에 지하철에서 보았던 광인(狂人)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큰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움막에서 기거할 것만 같은 노인은 가족과 함께 번듯한 주택에 살고있고, 자녀 5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길러낸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추운 겨울에 자신은 맨발에 허름한 옷을 입을지언정, 가족들이 방한복을 마련해 주는 즉시 불우한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마는 노인은 그야말로 성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 분이 일제 강점기 중국에서 광복군에 입대하여 활동한 독립유공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분들을 예우하고 선양하는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그 분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료를 찾다보니 그 분이 외친 "미스코리아 유관순! Why two Korea, 미스터코리아 안중근! Why two Korea"의 뜻은 "안중근 유관순 같은 분들이 참 한국인이며 그런 이들만 계신다면 왜 두 개의 한국이 있겠느냐?"는 의미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30년간 맨발로 다닌 이유도 "남북통일이 되기 전엔 절대로 신발을 신지 않겠다"라는 신념에서 나오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는 사실이 나를 더 놀랍게 만들었다. 이미 연로하셔서 작고하신 그 분, 애국지사 최춘선 선생님은 지금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셔져 있다. 기회가 되어 대전현충원에 가게 되었을 때, 그 분의 묘소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맨발의 성자(聖者)처럼 광인(狂人)이라고 비웃는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조국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애국지사가 계셨다는 사실에 새삼 숙연해졌고 다시한번 애국지사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제67주년 광복절을 맞았다.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자신을 희생했다. 역사속에서 해방을 염원했던 선조들은 의병항쟁, 의열투쟁, 3·1독립운동, 독립군의 무장투쟁, 임시정부의 활동 등 갖가지 방법으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국가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아무쪼록 이번 광복절은 다시한번 조국 독립을 위해 살신성인하시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나라와 동포에 대한 그 큰 사랑 가득했던 선열과 지사님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08-14 김상우

감사하다는 것…

가족 드라마인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내용 중에 새들이 질서정연하게 날아가는 모습에서 자연과의 조화 가운데 이루어지는 미학(美學)임을 보게 된다.6년 전 인천공항세관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던 중 우연히 그런 모습들을 남쪽하늘에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속의 영상과 오버랩되어 나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다양한 비행기의 모습 - 보기만 해도 장관이었다.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으로 24시간 물밀듯이 들어오는 여객기와 화물기들은 곧 국력의 상징이요 한국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원천임을 상기케 한다.개항당시(2001년 3월) 연간 118여만t이던 화물 반출입 물량은 작년 250여만t으로, 1천454만여명 수준이던 여행자는 3천500여만명으로 급속히 성장하여 세계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취항도시수 182개, 취항항공사만 해도 79개사에 이르게 되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라 하겠다. 한편,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해지면서 개방화·세계화 시대에 세관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세관은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선진통관체제구축·FTA활용 극대화를 위한 총력지원체제 운영이라는 핵심가치에 온 역량을 다하여 왔다. 돌이켜 보면 세관의 발전은 국가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상당 부분 수작업에 의존하던 통관행정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EDI 전산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획기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전산망 구축은 전 부처에 걸쳐 톱으로 정착되어 롤 모델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미래성장모델이라는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더욱 매진할 것이다. 이런 세관의 발전과 더불어 국가경제에 있어서 60년대의 GDP 60달러이던 우리나라가 20-50그룹(2만달러, 5천만명)에 진입하기에 이르렀으니, 세계가 놀라워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비약적인 발전에 대하여 감사를 잊어버릴 때가 많지 않았는지.지난 달 유럽 몇 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유럽에도 좋은 산들이 있지만, 광교산, 청계산, 북한산 등 도심지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산은 유럽 어느 산보다 넉넉하고 편안한 산임을 실감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파리의 센강과 비교해 보면 수도권에 이렇게 큰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또한 쾌적하고 편리한 전철, 동네 골목까지 다니는 버스는 저렴하면서도 편리성에서는 어느 나라가 따를 수 없는 강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행가이드가 자주 우리더러 도난에 주의하라고 당부를 했는데, 이런 연유에서인지 백들을 앞 가슴쪽으로 한 채 찍은 사진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위스의 융프라우 정상까지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 7개국어로 안내방송을 하면서 한국어도 포함됐다는 사실과 차장들이 우리 좌석으로 와서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며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접하고 조국의 국격을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하였다. 문득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외부에만 방향을 돌리다 보면 정작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잊어버린다. 이번 여행이 세관의 발전·국가의 발전에 재삼 감사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됐음을 깨닫게 되었다.

2012-07-25 안승국

소통(疏通) 과 불통(不通)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성을 쌓은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기원전 40년 로마를 둘러싼 세르비우스 성벽을 허문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영웅으로 평가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실천했고 '팍스 로마나'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취지에서다.이러했던 로마는 300여년이 지난 서기 279년 19㎞에 달하는 아우렐리우스 성벽을 15m 높이로 쌓아 올린다. 성벽은 로마를 '영원한 도시'로 만들 것처럼 보였고 로마 시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410년 서고트족이 침입해 로마로 통하는 모든 도로와 다리를 봉쇄하자 성벽은 포위망으로 변해 식량이 바닥나고 전염병마저 돌게 되었다. 결국 성벽은 열릴 수밖에 없었고 4만여명의 서고트족 병사들은 로마 시내로 밀려들어와 3일간 약탈을 자행했다.역사에서 배워서인지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소통을 강조한다. 소통, 달리 새로울 것도 없는 말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러모로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람간의 소통이야말로 의사와 인식의 소통인 만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어렵고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소통이라고 하면 윗사람과 아랫사람간의 불통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우리사회의 위계질서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막힘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소통을 위해 아랫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 직접 의견을 듣고자 한다. 그런데 소통은 이 같은 방식에 머무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게임이 잘 안 풀려 우리팀이 고전하고 있을 때 중계하던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말이 생각난다. 어려운 때일수록 대화가 필요하다며 선수들끼리 말을 많이 할 것을 주문했던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세대를 불문하고 소통을 위해 메신저를 하고 트윗을 하기 위해 수시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거나 스마트폰을 문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요즘 시대는 소통의 장이 넓어졌다 하는데 세대간 개방성이 확대됐다고 하는 오늘날 오히려 소통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퓨터산업의 발전으로 소통의 장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소통이 자기 PR에 그칠 뿐 상호간에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간에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소통을 위해서는 첫째,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상사의 다소 무리해 보이는 지시나 명령이라도 상급자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면 믿고 따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신과 반발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와 믿음은 평소의 많은 대화와 포용력 그리고 수평적 인간관계로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관심과 눈높이가 관건이다. 소통의 장에서 개인적 사고를 트윗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막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눈높이를 맞출 때에 비로소 소통이 있을 수 있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상대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셋째, 대면(對面)이다. 옛말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였는데 자주 보고, 손이라도 잡아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순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은 허물어지면서 소통의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소통을 위하여 문명의 기기에 의존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은 구식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눈맞춤, 신뢰와 믿음으로 형통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 보자.

2012-07-18 김재규

긍정의 힘으로 나를 변화시키다

공직에 몸을 담은 지 어느덧 25년차로 들어선다. 첫 임용 당시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25년이라는 세월의 파노라마를 머릿속에서 하나둘 그려본다. 그리고 자문한다. 나는 무엇을 하였으며 무엇을 남기었는가? 임용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내가 속해 있는 조직과 지역사회에 기여한 것은 무엇이며 반대로 조직과 지역사회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져본다. "경기도 공직자로서의 25년이 나에게는 한 마디로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행복한가?" 이 뿐만이 아니다. 공직자로서 내가 추구하고 있는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만의 가치나무를 세워본다. 지난 25년 동안 나 자신도 정의해 보지 못했던 나만의 자랑거리와 장점을 내 스스로 자문하면서, 때로는 나의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를 찾아본다. 이와 같은 이야기들은 올해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새롭게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긍정조직 워크숍'에서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들이자 워크숍의 주된 탐구활동 질문들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에 걸쳐 진행된 '벽 없는 조직 워크숍'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낮추거나 없애고, 직원 상호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열린 공직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한 교육이었다면, 올해 새롭게 도입된 '긍정조직 워크숍'은, 우리들 개인이 갖고 있는 강점과 공무원 조직의 가치를 찾아내,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강점 기반형 조직개발 프로그램'이다. 즉 '긍정조직 워크숍'의 궁극적 지향점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잠재능력과 강점을 발휘하여 자신보다 더 큰 가족과 조직, 나아가서는 지역 또는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기여하는 공공선(公共善)을 위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데 있다. 사실 우리의 공조직은 긍정보다는 부정적 사고를, 미래 지향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긍정조직워크숍은 소통과 나눔의 긍정조직 문화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도입한 교육프로그램이다.이를 위해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는 긍정심리와 조직문화, 행복학 분야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교육제안 설명회를 거쳐 헤고스 랩(HegosLAB) 연구진을 강사로 편성했다. 2013년까지 2년에 걸쳐 도의 전 실국을 대상으로 '긍정조직 워크숍'을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총 15회의 교육이 예정돼 있으며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숍에 참가한 교육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조직문제해결, 과제수행식 교육과 달리 개인의 긍정적인 특성과 강점을 찾아가는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조직의 발전을 위한 나의 역할과 긍정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나타났다.지금 경기도청의 아침 출근길 몇몇 부서에 들어서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긍정실천선언문이 담긴 액자를 볼 수 있다. 그곳에는 긍정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위한 직원들의 강점, 부서의 역할과 사명, 그리고 전 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활동계획이 담겨져 있다. 이제 막 시작된 긍정실천선언문이 경기도청 전 부서에 게시되고, 긍정소용돌이가 점점 확대되어 도청공직자의 긍정바이러스가 경기도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2012-06-28 신현범

노인복지의 새로운 이름, 생활체육

올해로 일곱번째를 맞이하는 '경기도어르신생활체육대회'가 21일 부천시에서 열린다. 도내 노인들의 운동, 건강관리, 그리고 여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활기찬 노년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는 이 대회는 축구와 게이트볼·배드민턴 등 10개 종목에 걸쳐 60세 이상의 경기도 어르신 2천6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 그동안 생활체육 현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친선과 화합을 도모하게 된다.지난 2006년 처음 시작한 경기도어르신생활체육대회는 생활체육을 즐기는 도내 어르신들이 한마당에 모여 경연을 펼치는 의미에 더해서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체육활동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생활체육 보급을 확대하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통계적으로 볼때 2000년 노인 인구비율 7.1%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9년이 되면 노인인구 19%로 본격적인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노인 인구 증가 추세를 고려한다면, 복지와 사회 전체적인 삶의 질 향상을 논할 때 건강한 노후 대책의 중요성은 빠질 수 없는 실정이다.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체육복지'의 영역은 복지와 체육을 연계해 구성할 수 있는데 이때 '건강'이라는 개념이 필수적인 연결고리가 된다. 건강한 삶은 모든 이들이 필수적으로 추구하는 바이고, 체육활동이야말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평소 주기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사전적인 예방이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생활체육의 활성화는 커다란 재원이 필요하지 않은 확실한 복지 대책임이 분명하다. 즉, 노인들에 대한 복지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생활체육이 그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더 나아가 스포츠를 통한 생활체육 복지는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일반적인 사항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의 모든 계층과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건강 추구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는 생활체육의 미션을 고려할 때, 체육 활동의 기회를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보급을 확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이러한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행정적·재정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인프라의 관점에서는 접근이 용이한 공공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과 공공 스포츠클럽을 확대해 참여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숙련된 생활체육지도자들이 도민들을 위해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찾아가는 보급 서비스를 펼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도내 배치된 283명의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불철주야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경기도의 규모를 생각하면 지도 인력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도생활체육회는 최근 노인들을 전담하는 노인 생활체육 지도자를 도내 시·군에 배치해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적극 돕고 있다. 생활체육, 즉, 운동을 통해 건강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이고 모든 이들의 권리가 아닐까 싶다.

2012-06-21 한규택

세 개의 평화공원과 디자인

경기도의 디자인 정책이 초기에는 주로 CI(도의 이미지 통합)업무에만 한정하였던 것이 점차 공공공간디자인, 환경디자인, 산업디자인, 공공조형물 디자인 등 범주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디자인이 도정의 각 분야에서 적용되어 도시를 아름답고 편하게 만들어 가고 도와 도민간의 이해와 소통을 늘리며 지역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에서 우리 부서에서 큰 관심을 갖고 직접 디자인하거나 디자인을 지원한 세 개의 평화 테마공원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먼저 20사단 평화테마 공원 조성사업이다. 이 부대 측에서 연병장을 체육공원으로, 구(舊) 사령부 건물을 안보교육관 및 양평군 지역홍보관 용도로 개방할 뜻을 제의함에 따라 지난 4월 사령부 건물 실내외 인테리어와 운동장 시설 기본 디자인을 제공했다. 특히 이 부대 주변에는 한국전쟁 승전지가 위치하고 있고 부대에서 당시의 사료들을 다량 소장하고 있어 현장체험의 장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제작된 디자인을 토대로 국비지원을 요청하여 양평군과 공동으로 금년 내에 이 테마공원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부대시설 개방은 한 지역의 차원을 넘은 가일층 향상된 민관군협력관계의 상징이라고 할 만하다.두 번째 사례는 적성면에 소재한 영국군 참전 테마공원 조성사업이다. 이곳은 1951년 4월 영국군 글로체스터 대대 750명의 장병들이 중공군을 맞아 최후까지 장렬히 싸우다 약 700명이 산화한 곳이다. 지금은 전투에 대한 간단한 기록만이 한 개의 바위에 초라하게 새겨져 있을 뿐인데 매년 4월에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이곳에서 추모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들의 희생을 추모할 기념물 건립이 필요하다는 25사단장의 요청에 따라 우리 부서에서는 조각전문가인 가천대 윤영석 교수의 도움을 받아 상징물을 디자인했다. 이 디자인은 추상적인 탑신이 하늘로 높이 치솟은 형태의 전통적인 기념물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이므로 공원이 완공되면 양국간 우호의 상징물로서 또한 이지역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국가보훈처 등 관련기관에 예산지원을 요청하여 내년에 이분들이 다시 한국에 올 때 완공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세번째는 오산의 UN군 초전테마공원이다. 이곳은 UN군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950년 7월 미국 스미스 부대가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를 하여 165명이 전사하고 36명이 부상을 당한 곳이다. 경기도는 이 테마공원사업을 2010년 공공디자인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오산시에 국비와 도비를 지원하여 2011년 6월부터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이곳에 건립중인 UN 초전기념관에는 각종 사료와 오산시민들이 제작한, 평화를 테마로 하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된다. 우리는 국격을 높이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한국을 지키기 위하여 희생한, 그리하여 우리가 시련을 딛고 선진국 대열에 설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 준 한국과 UN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감사할 줄 모른다면 어찌 품격있는 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곧 현충일이다. 말보다 더 호소력 있는 디자인으로 전몰용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에 조금이나마 일조하는데 보람을 느낀다.

2012-05-24 이세정

세계인의 날을 아시나요

우리가 매일 보는 달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각종 기념일이 많이 있다. 5월에만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8개의 각종 기념일이 있다. 5월 20일 세계인의 날도 있다. 그러나 다른 기념일과 달리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인의 날은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지정한 날이고 1주간을 세계인 주간으로 정하여 각종 기념식과 각 나라별 축제를 개최한다. 경기도내에서는 안산문화예술회관에서 세계인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전국 다문화 가족 합창대회를 6월 3일에 개최하고, 파주시에서는 외국인주민 장기자랑, 김포시에서는 세계인 큰 잔치, 화성시에서는 다문화 체험 행사 등 크고 작은 행사를 곳곳에서 개최한다.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140만여 명으로 30%인 38만여명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 그 유형별로도 근로자, 결혼이민자, 혼인귀화자, 재외동포, 유학생 등 다양한데 이들의 우리나라에서의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발표한 다문화 가정 실태와 지원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은 학교생활, 경제적 어려움, 외모 등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이 대표적이고 그 중에서도 학교생활의 어려움은 학습 부진이 42.6%, 숙제의 어려움이 21%, 준비물 등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 15%라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는 사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가 42.8%로 진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외모로 인한 따돌림의 이유는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답변이 36.6%, 특별한 이유 없음이 29.4%로 아이들이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경기도에서는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국 적응에 가장 필요한 한국어교육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한국어 방문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어교실을 통해 약 1만1천명에게 한국어교육을 지원한다. 자녀 양육과 교육을 위한 지원으로는 한글 실력이 부진한 자녀 2천명을 대상으로 방문학습지를 제공하고, 중도 입국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국내사회 적응을 위한 실태조사와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지원시책으로 외국인근로자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외국인복지센터 6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으로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더 나아가 수준별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 능력시험에 대비한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 140만 시대다.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외국인들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며 외국인과 어울림은 일상이 되었다. 이들에게도 모국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옳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문화를 수용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외국인을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바라 볼 때 그들과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의 날이 외국인을 위한 날이 아니라, 우리도 세계인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세계인의 날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2012-05-16 심재진

소통의 리더십

한해, 한해 나이를 더할수록 사람들은 삶의 지혜와 마음의 여유를 기대한다. 흔한 말로 '나잇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리더라는 이름이 붙게되면 그 때는 '자릿값'이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게 된다. 그만큼 의무와 책임이 막중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잇값', '자릿값'을 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때때로 누군가가 그릇된 결정을 했을 경우, 나이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곤 한다.또한 불편한 권위의식을 카리스마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자릿값'의 뜻을 오인하여 VIP에 연연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옛말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리가 사람을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리더의 결정권이 독단을 행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착각들이 대체로 그러한 실수를 유발한다. 때문에 어느 한 집단에서 책임자로 '제값'을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새삼 느끼곤 한다. 이러한 생각들 때문인지 어느 날부턴가 심중에 담아두고 있는 구절이 있다.공자는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라고 하여 선비가 품어야 할 9가지 생각을 이야기한 바 있는데, 오늘을 살고있는 리더들은 물론이고 나날이 각박해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어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시사명(視思明) 청사총(聽思聰) 색사온(色思溫) 모사공(貌思恭) 언사충(言思忠) 사사경(事思敬) 의사문(疑思問) 분사난(忿思難) 견리사의(見利思義)'.다시 말해, 볼 때는 분명한가를 생각하고, 들을 때는 확실한가를 생각하고, 얼굴빛은 온화한가를 생각하고, 태도는 공손한가를 생각하고, 말할 때는 충실한가를 생각하고, 일할 때는 신중한가를 생각하고, 의심이 날 때는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 분할 때는 뒤에 올 어려움을 생각하고, 이익이 생겼을 때는 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인간사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분란은 오해와 착오, 또 찰나의 욕심과 화에서 비롯되므로 현명한 리더라면 매사에 신중하고 분명하게 처신함으로써 분란의 소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일깨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위와 직분을 내세워 남에게 소홀하거나 오만한 모습을 보여 자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도 가르친다. 또 종잇장에 불과한 학위에 자만하지 말 것이며,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배울 것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도 하였다. 이쯤 되면 시대를 초월한듯한 공자님의 가르침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마치 요즘 세상을 2천500년 전에 이미 예견한 것 같기도 하다.어떻게 가능할까? 이유는 바로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세상만사의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건 인간사의 지침이 될 수 있는 것이다.지위는 높은 곳에 있어도 마음은 동등한 곳에 두고, 가진 것이 많을수록 나눔에 인색하지 않으며, 개인의 인품이 만인의 인품인 것처럼 생각하는 '열린 리더'들이 많아져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위한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2012-05-15 김재열

FTA대응 '경기도 친환경 농업'

웰빙 트렌드의 확산으로 소비자의 생활양식이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점차 전환되면서 친환경농식품에 대한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생활양식인 로하스(LOHAS)의 변화물결로 2000년 이후 유기농산물 소비량이 매년 20%이상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고품질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정부는 친환경농업을 농업부문의 대표적인 저탄소농업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고, 특히 2010년 이후 유기농식품산업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향후 한국의 농업이 WTO·FTA 등 농산물시장 개방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농산물의 질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친환경농업육성 정책이 한층 강화돼야 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농업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려면 순수 '우리 것'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가꾸고 발전시켜야 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농법으로 친환경 유기농업을 현대화시켜 한류 문화화하고,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우리 농촌의 특색을 살리는 세방화(世方化)를 실현시켜 우리 농업과 농촌·농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이는 FTA파고를 극복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친환경 농업이라는 뜻이다. 지정학적 또는 농업기반으로 볼 때 친환경 농업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기도 하다. 이에 국내 농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경기도는 친환경농업육성 전담과를 신설하고 FTA극복 핵심 전략을 친환경 농업으로 정하고 행정 역량과 재정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FTA 대응을 위해 도의 조직까지 개편한 것은 농가 보호 의지가 확고하고 무게 있는 친환경농정을 시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 3월 신설된 친환경농업과는 2012년 친환경농업육성분야 28개 단위사업에 1천926억원을 투자해 국민의 고품질 안전농산물을 지속 생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 광역친환경농업단지 1개소, 친환경농업지구 2개소, 클린농업벨트기반 구축 15개소, 토양개량제·유기질비료·녹비작물종자지원,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제지원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생산만큼이나 유통이 중요한 만큼 친환경 농산물 대량 소비처인 학교급식확대를 위해 도내 687개 학교에 240억원을 지원하여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한다. 도내 농축산물에 대해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친환경 인증 비용도 지원한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확대 사업'에 시·군비 포함 4억1천300만원을 투입해 도내 농가의 친환경 인증 확대를 지원한다. 이 사업은 도내 농가가 각종 친환경 인증을 추진할 경우 인증 신청비와 인증심사에 필요한 각종 검사비용, 수수료 등을 지원해 경쟁력 높은 친환경농업의 확산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이밖에 친환경 농업 장비와 자재, 교육시설 등을 지원하는 '클린농업벨트 기반구축사업' 단지 15개소를 선정하고 총 41억8천만원을 지원하여 농산물 품질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한다. 한편 경기도는 현재 3%대인 도내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을 오는 2015년까지 10%로 높여 친환경농업을 통한 우리 농가의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기로 하였다. 웰빙 트렌드에 맞춘 경기도의 친환경 농정이 도내 농업인에게 백기사역(白旗使役)을 자임할 것이다.

2012-05-10 문제열

반신욕

언제부터이던가. 나는 매일 아침마다 반신욕을 즐긴다. 욕조 안에 주저앉아 배꼽까지 약간 더운 듯하면서 미지근하게 데운 물로 채운 후 몸을 담근다. 10분 정도가 지나면 땀이 나오기 시작해서 얼굴 전체가 땀으로 범벅되기 시작한다. 30분쯤 지나서 욕조를 나오면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지면서 개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날 하루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등을 통틀어 '성인병'이란 말을 요즘은 '생활습관병'이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병들은 오랜 동안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이므로 맞는 말인 것 같다. 나쁜 생활습관은 담배, 지나친 음주, 균형 잃은 식생활, 날마다 생기는 스트레스 등등. 따라서 건강을 해치는 습관을 줄이면 줄일수록 병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나아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늘려 나간다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겠다. 우리 생활 속에는 건강의 회복과 증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조깅, 걷기, 건강식품에서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들이 소개되고 또 붐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제 목욕 효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목욕은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활습관 그 자체이기 때문에 목욕만큼 간단하고 계속하기 쉬운 것도 없다.그것도 전신욕보다는 미지근한 물(38~40℃)로 하는 반신욕이 좋다. 물도 반밖에 안들어 좋고, 현대인의 바쁜 생활 속에 20~30분 정도면 가능해서 시간적으로도 좋다. 미지근한 목욕물은 '진정'신경인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강화시킨다. 또한 위액의 분비가 왕성해지는 등 위장의 움직임도 활발해져 좋다. 목 부위까지 푹 담그는 전신욕은 심장이나 폐가 약한 사람, 또 노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라도 폐가 압박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답답한 느낌이 커진다. 따라서 탕 속에 오래 있을 때는 전신욕이 적당하지 않다.최근에 주요일간지에서 '암세포 열 받으면 죽는다. 먹는 것만으로는 병치유 한계, 몸 따뜻하게 만드는 게 건강 비결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게 되어 소개하면, 첫째 암은 열에 약하다는 것이다. 암세포가 발열에 약하다는 점에 관해서는 독일의 의학 박사 부시가 1866년 '단독(丹毒:살갗이 벌겋게 되면서 화끈 달아오르고 열이 나는 병증)과 기타 고열을 동반하는 병에 걸리면 암이 낫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둘째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이토 마사시 교수는 저서 '체온을 올리면 건강해진다'에서 체온이 1℃ 상승하면 면역력은 5~6배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은 30%감소한다. 그러므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상보다 낮아진 체온을 상승시키는 것이다.이를 종합해 볼 때 미지근한 물의 반신욕이야말로 여러 가지 성인병으로부터의 탈출 뿐 아니라 암예방과 면역기능 강화를 위해서, 반드시 좋은 건강 방법이다. 현대인들의 바쁜 생활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별도로 목욕탕을 가는 번거로움도 없이 집안의 욕조에서 간편하게 실천할 수 있기에 또한 좋다. 과음 과식 등 나쁜 생활습관을 반신욕을 통해 땀을 흘림으로써 몸속 노폐물을 빼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 모두에게 반신욕을 강력히 추천한다.

2012-05-03 백은기

투자자가 될 수 있는 쉬운 방법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으로 준비중인 (주)이웃은 지난 3월 16일 수원의 오래된 동네 중 하나인 지동에 '핑퐁음악다방' 1호점을 열었다. 오래된 동네에 문을 연 음악다방은 그냥 음악다방이 아니라 경제활동에서 배제된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낮에는 탁구를 치고, 저녁에는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시니어 바리스타 양성교육을 수료한 어르신들이 직접 내려주시는 핸드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핑퐁음악다방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하고 공간 리모델링을 거쳐 탁구대를 들여놓았다. (주)이웃은 핑퐁음악다방을 '예술과 스포츠의 블랜딩'이라고 소박하게(?) 소개한다. 필자는 여기에 더해 문화와 복지에서 소외된 계층과 공간, 고령화라는 사회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진지함까지 더해진 '참 좋은 기획'이라고 칭찬하고 싶다.그러나 '참 좋은 기획'이라고 해서 실행비용이 저절로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은 늘 고민거리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기금을 지원받거나 기업을 통해 후원을 받으려면 많은 시간과 발품이 든다. 경쟁률도 높게 마련이다. 이런 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대중에 의한 투자를 말한다.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공익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리는 이 투자방식은 공공기금 지원에 비해 과정이 매우 효율적이다. 정해진 목표액과 모금기간이 있고, 기간 내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후원금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창작자는 물론 후원자들도 적극 나서 프로젝트 홍보를 돕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만원 내지 수십만원 등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핑퐁음악다방은 크라우드 펀딩의 좋은 사례다. (주)이웃은 공간 리모델링과 기본적인 카페 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86명으로부터 500만원을 투자받았다. 바꿔 말하면 핑퐁음악다방은 86명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공간이 된다. 후원에 대한 보상으로 나무명패 제작과 핸드드립커피 제공 등을 제시했다. 크라우드 펀딩의 장점은 효율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핑퐁음악다방과 같은 사례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역문제에 관심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예술활동 자금은 공공기금에 의해 진행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공기금이 특정 절차와 심사자에 의해 결정되고 긴 시간이 요구되는 반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사업의 심사자는 대중이고 진행 과정도 빠르게 돌아간다. 대중은 원하는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지난 2008년 1월 '인디고고'라는 브랜드의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된 이후 국내에는 굿펀딩, 아름다운재단에서 운영하는 개미스폰서, 문화예술분야로 특화된 텀블벅 등을 통해 다양한 기획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일상이 그저그런 시간의 연속이라고 느껴지거나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모색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크라우드 펀딩의 문을 두드리시라. 참 좋은 기획을 찾아 클릭하고, 즐기시라.

2012-04-26 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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