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철의 날씨이야기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태풍, 피할 수 없다면 끄떡없이 이겨내자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와 함께 태풍이 다가올 시기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우리에게 찾아와 긴장시키는 태풍, 어떻게 생성되는 걸까?태풍은 북태평양 서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으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33m/s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17m/s 이상을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은 발생 초기에는 서북 서진하다가 북상해 편서풍 지역에 이르면 진로를 북동쪽으로 바꿔 한반도를 향하는데 육지에 상륙하면 에너지원을 잃고 지면 마찰로 인해 빠른 속도로 약화하면서 소멸한다. 태풍이 접근하면 폭풍과 호우로 수목이 꺾이고, 건물이 무너지고, 통신 두절과 정전이 발생하며, 하천이 범람하는 등 피해가 일어난다. 하지만 태풍이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전 지구적인 관점으로 볼 때 태풍은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94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어 가뭄이 극심했었는데 그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해갈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8월에 내습한 태풍 '더그(Doug)'다. 사람들은 이 태풍을 효자 태풍이라 불렀다. 또,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해 남북의 온도균형을 유지해주고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태풍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버리고 대비를 철저히 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태풍이 발생하면 대형·고층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 파손에 대비해야 한다. 주변에 간판처럼 낙하위험시설물이 있다면 제거하거나 정비해야 하고 가로등, 신호등, 고압전선은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태풍주의보 또는 경보를 라디오나 TV,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기상청은 2015년 5월부터 태풍보다 한 단계 약한 열대저압부(TD;Tropical Depression) 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태풍의 사전, 사후에도 위험기상을 동반할 수 있는 열대저압부 예보는 태풍 정보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태풍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기상청은 올해 8월부터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태풍 영향예보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다. 기존의 태풍예보가 태풍진로와 강도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만을 제공했다면, 태풍 영향예보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잠재피해나 침수 등의 위험성까지 고려해 위험 가능성을 4단계, 이를 다시 위험 수준 10단계로 구체적으로 나눠 예보해 방재 관계기관에 제공해 태풍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올 여름철 라니냐의 영향으로 태풍 수가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서태평양 해역에서 전체 7~10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하지만, 그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약 1개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 발생 빈도수가 적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라니냐가 발달하면 대류활동이 활발해져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최근 고온화의 영향으로 매우 강한 강도의 태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표하는 기상청 '가을철 태풍전망'도 꼭 확인해 피할 수 없다면 미리 예방해 이겨내길 바란다./남재철 기상청 차장남재철 기상청 차장

2016-08-21 남재철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폭염과 날씨이야기

지난 100여 년 동안 한반도에서 관측된 기후자료 분석에 따르면 장마는 6월 말에 시작해 약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장마가 제대로 힘을 못쓰고 오히려 심각한 가뭄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슈퍼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바뀌는 기간으로 습하고 무더운 공기를 포함하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력이 약해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남부지방에 잠시 머물면서 많은 비를 내렸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활성화돼 장마가 끝나면 폭염을 동반하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기상재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기상재해인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세계에서 최악의 폭염 피해를 기록한 사례는 지난 2003년 8월 서유럽에서 발생했다. 프랑스(1만9천490명), 스페인(1만5천090명), 독일(9천355명)에서 발생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폭염에 의한 온열 질환자가 2009년 1천482명, 2013년 5천396명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폭염은 지구온난화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발생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3℃를 넘는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를 발표를 발표한다. 폭염특보는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로 해당 지역의 전 국민에게 알리게 된다. 이처럼 정부에서 폭염이 주요한 재해로 인식됨에 따라 여러 기관이 합동으로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폭염특보 기간을 확대하고 폭염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온열 질환자 발생 감시 및 정보수집체계를 개선하고, 국민안전처에서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무더위쉼터 위치안내 등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자체와 경찰청에서는 농어촌 영농작업장 대상 폭염 피해 예방순찰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기상청에서는 보건복지부, 국민안전처, 밥상공동체 연탄 은행과 공동으로 폭염 취약계층의 피해 예방을 위한 '해피해피 캠페인'을 시작했다. '해피해피 캠페인'은 '여름엔 해(태양)를 피하고 행복해지자'는 의미로 폭염의 위험성과 행동요령을 알려, 온열 질환 피해를 줄이는 데 있다. 특히, 재난정보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실제로 폭염에 의한 피해는 취약계층인 노인과 아이들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서울 인천과 같은 대도시는 도시 열섬효과가 겹쳐져 폭염과 열대야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농촌 지역에서는 야외에서 농사일하는 농부들이 폭염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수도권 지역은 도시 농림 복합지역으로 취약계층인 도시영세민과 노약자 그리고 농민들이 많이 거주해 이들의 안전을 위한 맞춤형 폭염서비스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남재철 기상청 차장남재철 기상청 차장

2016-07-24 남재철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장마와 날씨이야기

어른이 되려면 홍역을 치러야 했던 것처럼 본격적인 여름 전에 장마를 거쳐야 하고 지금 그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8일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지방에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렸다. 중부지방에는 지난 22일 약간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았으나 큰비는 내리지 않았다. 다행히 큰 비 없이 시작된 장마지만 여름철 문턱에서 언제든지 집중호우를 내릴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로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장마의 어원인 '댱마'는 '댱(長)'은 긴, 오랜 이란 뜻의 한자어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맣'의 합성어로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梅雨(Baiu)', 중국에서는 '梅雨(Mei-yu)'라고 한다. 기상학적으로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경우를 말하며 장마전선은 북쪽의 찬 고기압과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 사이에 형성되는 정체전선으로, 계절의 진행에 따라 남해 상에서 북상해 한반도에 접근해 한반도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한다. 장마 기간에 우리나라에 평년(30년)기준으로 290~411㎜의 비가 내리고 연 강수량(1천307.7㎜)의 27%가량이 내린다. 그러나 장마라고 해서 계속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구름 낀 날만 지속될 뿐 강수량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 1973년에는 6월 25일에 장마가 시작돼 중부와 남부지방은 6월 30일에 장마가 짧게 끝났다. 또, 제주도도 7월 1일에 장마가 끝나면서 전국적으로 장마 기간이 6~7일로 짧게 기록되기도 했다. 이때 내린 비의 양은 전국 평균 71.9㎜로 연간 강수량의 약 7.1%에 불과했다. 반대로 2006년에는 평균 699.1㎜의 비가 내리면서 연 강수량의 49.1%의 비가 내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이런 강수량의 차이에도 일반적으로 장마 기간에 일어나는 피해는 특성이 있다. 비가 넓은 지역에 내리기 때문에 피해 지역이 광역시나 도 단위로 넓게 나타난다. 또, 어느 정도 강한 비가 여러 날 내리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홍수 같은 유형의 피해가 난다. 강한 강수로 인한 피해도 일어나지만 지속적으로 넓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리면서 생길 수 있는 형태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해는 개인적인 피해보다는 다수의 지역사회를 위협하고 피해도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최근 기후변화로 날씨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로 들어오면서 장마와 장마가 아닌 기간과의 날씨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장마 기간에는 많은 비, 이후에는 본격적인 더위로 일반적으로 나뉘었던 날씨의 구분이 무색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장마가 시작됐다고 하는 것은 본격적인 여름철이 끝나는 9~10월까지는 계속해서 비로 인한 피해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마철에 비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지구에 대한 계속된 관리가 요구된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장마 기간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장마 기간에는 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아 식중독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지치고 무기력해진다. 장마철 식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 외출 후 반드시 손을 씻고 상하기 쉬운 음식은 바로 냉장고에 보관하며, 빨래 등은 날씨 좋은 날 몰아서 하는 등 세심한 위생관리와 생활관리가 필요하다./남재철 기상청 차장남재철 기상청 차장

2016-06-26 남재철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전쟁과 날씨이야기

6월은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현충일과 6·25가 있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세계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물리학자, 기상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날씨가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기상이나 날씨 변화를 활용해 인간의 역사에 영향을 준 전쟁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기원전 492년 페르시아는 아테네를 정복하기 위해 대함대를 이끌고 진군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태풍으로 대함대가 바다에서 침몰해 그리스에 참패를 당했다. 당시 페르시아가 태풍을 예상하고 전쟁을 미루거나 빨리 시작해 전쟁의 승패가 바뀌었다면, 화려한 그리스 로마 시대는 세계사에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중국 삼국시대인 208년 조조는 30만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형주 장강의 적벽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전투를 했다. 조조의 군대는 북방에서 내려와 군사들이 습한 기후에 뱃멀미를 하자 해결책으로 수군의 크고 작은 배들을 십여 척씩 쇠사슬로 묶은 다음 배 위에 넓은 판자를 깔아놓았다. 이때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은 강한 동남풍을 예상해 동짓날 밤 이십여 척의 배에 볏짚과 기름 천을 싣고 북쪽에 정박한 조조의 대군을 향해 전진, 화공(火攻)으로 대승을 거뒀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는 명언을 남긴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1805년 유럽 제패의 꿈을 이루기 위해 60만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러시아 원정에 나섰다. 폭염 속에서도 러시아로 진군해 모스크바를 점령했으나 10월이 되자 모스크바에 혹한이 일찍 찾아와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은 더는 버틸 수가 없어 철군을 결정했다. 추운 겨울 준비를 하지 못한 프랑스군은 산발적인 러시아군의 공격과 추운 날씨 그리고 식량문제로 11월 중순이 되자 60만 명의 대군은 10만4천 명으로 줄었다. 12월이 되자 영하 40도의 추위에 대부분의 프랑스 병사들은 동상이 걸려 사망하거나 탈영해 단 3만여 명만이 프랑스로 돌아온 참혹한 패배를 했다.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던 노르망디상륙작전은 영국 공군 기상대장인 스태그 대령의 기상 예보를 근거로 아이젠하워 연합군 총사령관이 작전 강행을 결정했다. 노르망디상륙작전과 유사한 조건에서 시행된 인천상륙작전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잦은 폭풍과 안개 등 악천후 기간에 이뤄졌다. 미군 기상대의 정확한 기상예측과 분석을 통해 9월 15일을 상륙 적기로 잡았다. 그러나 태풍 제인과 케이지가 발생해 작전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상장교는 태풍이 12~13일 대한해협으로 지나가므로 미 함대가 미리 출항하면 비교적 안전한 태풍의 왼쪽인 가항반원으로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조언했다. 이에 맥아더 장군의 현명한 판단으로 미 함대는 일본 고베 기지를 일찍 출항하고 예정대로 인천에 도착해 9월 15일 새벽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6·25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미 해군기상대의 예보는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육·해·공군에 기상지원 조직이 있으며 특히, 공군 기상단은 전국 군 공항에서 전투기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한 정확한 기상예보를 하고 있다. 현대에서는 생화학전 같은 전쟁이 예상되므로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통용되고 있다. "날씨는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여전히!"/남재철 기상청 차장남재철 기상청 차장

2016-05-29 남재철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농사와 날씨 이야기

우리 민족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농자는 천하지 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면서 농업을 중시했다. 글을 모르는 농부도 씨앗을 뿌려야 할 때와 김을 맬 때를 알았고, 하늘, 달, 구름만 보아도 그때 그 시절에 필요한 날씨를 알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요즘 기상청의 장기예보나 다름없는 '24절기'를 겪으면서 쌓인 체험과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지방에서 날씨와 동식물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붙인 이름이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黃道)를 따라 15°씩 돌 때마다 절기의 이름을 붙였다. 즉,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기온, 강수량, 일조량 등 기상요소가 변하기 때문에 중국 황하 유역과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짓는 데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봄을 알리는 절기인 입춘(立春)이 지나고 우수(雨水)가 되면 날씨가 거의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새싹이 돋아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이 되면 농부들은 논밭에 뿌릴 씨앗의 종자를 골라 파종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4월에는 농사 시작의 중요한 절기가 되는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있다. 청명은 4월 5일께고 날이 풀리기 시작해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 무렵을 전후해 찹쌀로 빚은 술을 청명주(淸明酒)라 하며, 이때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여 한 해 동안 먹을 장을 담그기도 한다. 곡우에는 봄비가 내려서 못자리를 준비하여 일 년 농사를 준비하게 되고 벼농사 외에도 각종 농작물의 파종 시기이기도 하다. 입하(立夏)는 5월 5일로 봄이 완전히 퇴색하고 여름이 시작되며, 산과 들에는 푸른 잎들이 돋아나고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린다고 한다. 못자리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에는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한다. 소만(小滿)에는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가 있다. 이때는 본격적으로 여름이 되어 모내기가 시작되고, 보리가 익어가며, 잡초 제거로 바쁜 시기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때이기도 하다. 망종(芒種)은 씨를 뿌리기 좋은 시기라는 뜻으로 모내기와 보리 수확이 절정을 이루면서 농촌에서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이처럼 오래전부터 천수답이 많았던 우리나라에서 논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며 곡식을 수확하는 것을 면밀히 살펴보면 24절기를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간장, 고추장도 담고 된장도 가르고 김장을 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도 달력에 적힌 절기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24절기가 잘 맞지 않고 있다. 개나리 벚꽃이 일찍 개화하고 빨리 오는 초여름, '뜨거운 5월 예고'가 24절기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S)의 미래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식량, 물 문제가 21세기의 가장 심각한 세계적 현안으로 보고 있다. 18세기 후반에 시작한 산업혁명으로 지난 200여 년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에 기인한 기후변화가 2천여 년 이상 이어오던 농사기술에 대혼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식량 걱정을 물려주게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는 점차 증가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것보다 사전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존 24절기를 대체 할 수 있는 기후변화시대에 맞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선조들은 경험으로 배웠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배우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부족한 시간 대신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2016-05-01 남재철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바다와 날씨이야기

우리 인류는 옛날부터 바다로부터 식량을 구하고 바닷가에서 문명의 꽃을 피운 근거를 세계 곳곳의 패총 유적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바다는 우리 인간에게 끝없는 도전의 대상이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중세 유럽에서 문명이 발달하면서 바다를 통해서 교역이 활발히 시작되었고 바다를 인접한 해양 국가가 선진 강국이 되었다. 1492년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횡단하여 신대륙을 발견하고, 마젤란은 세계 일주를 성공하여 1522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해양학, 측지학, 천문학, 기상학은 발달하게 되었다. 특히 기상학의 주요한 이론들은 유럽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웨이,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국가 학자들에 의해서 정립되었으며, 노르웨이 학파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이론기상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승리의 기반이 되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350만명의 병력이 동원되는 사상 최대의 해상작전이었다. 연합군의 결정적인 승리는 상륙작전에 가장 적합한 날씨를 예측한 기상장교 스태그 대령의 판단에 있었다고 한다. 또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은 태풍 '케지아'가 대한해협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어 북한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해상작전이 실행되어 대성공을 이루었다. 그만큼 바다에서의 군사작전은 기상정보의 적절한 활용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여 동아시아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해양강국이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섬사람을 육지로 이주시키고 해상활동을 금지하는 해금(海禁)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유럽 해양강국으로부터 과학기술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 의해서 국토를 침탈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바다에서의 경제활동에는 기상요소가 가장 중요한 장애 요인이 되고있다. 2014년 4월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는 과적화물 등 여러 침몰 원인이 추정되고 있지만 이날 인천항에서 발생한 안개로 2시간 30분 늦게 출항하면서 비롯됐다고 본다.바다는 전지구 표면적의 71%로 기상 현상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태풍, 폭설, 집중호우 등의 재해기상 현상이 빈발하고, 엘니뇨, 라니냐 등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러한 현상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바다에 대한 연구 즉, 해양-대기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양성기후를 갖고 있는 영국이나 지중해 국가들에서는 여름에 덮지 않고 겨울에는 아주 춥지 않은 것도 바다 때문이다. 엘니뇨, 라니냐를 논할 때 태평양 상의 해수면 온도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1세기는 바다의 세기라고들 하고 있다. 바다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으므로 바다를 알고 바다를 이용하는 국가가 다시 해양강국이 되는 것이라고들 하고 있다. 해양 강국으로서 해양 영토 확장을 위해서는 바닷길을 안전하게 개척하는 수요자 맞춤형의 해양기상서비스의 선진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인간에게 끝없는 도전의 장이 열려 있는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자./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2016-04-03 남재철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더 뜨겁고, 건조하고 습해지는 미래기후 대비

해마다 3월 23일이면 기상청은 매우 분주해진다. 바로 '세계 기상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세계 기상의 날'은 세계기상기구(WMO)가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로 발족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이 날 세계 각국의 기상청은 기상업무와 서비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WMO에서는 '세계 기상의 날'을 기념하며 매해 주제를 정하는데 올해의 주제는 '더 뜨겁고, 건조하고, 습해지는 미래기후에 대응하자(Hotter, drier, wetter. Face the Future)'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닌 지금 현재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기후변화는 계절의 자연적인 패턴을 방해하며 폭염, 가뭄, 호우와 같은 기상이변의 빈도수와 강도를 증가시킨다. 기후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지구는 더 뜨겁고, 더 건조하며, 더 습해져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기상이변 발생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현상으로 지구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강렬한 폭염이 발생하고 있으며, 낮 최고와 밤 최저기온 모두 유례없는 최고값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가뭄으로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동시에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폭풍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으며, 5월 평균 기온이 2000년대 이후에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2015년 5월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표될 정도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심각한 인류 사회의 위협임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고 활용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 다행히, 세계 정부는 현재 기후 변화의 과학적인 증거를 확신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연구와 투자는 저탄소 기술, 특히 에너지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에 상호협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5년 12월, 세계 정부는 만장일치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준비하자는 파리 협약을 채택하였다. 이 역사적인 협약으로 모든 나라가 '차별적 공동 책임'을 기초로 하여 기후 변화의 긴급한 위험에 대응하는 노력에 협력하게 되었다. 우리 기상청에서도 기상·기후 과학의 공유와 적용을 위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WMO, IPCC 등 국제기구 활동에 적극 참여해 선진국들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상·기후과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의 수립을 위한 지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타 부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정의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다. 또한, 기상·기후 지식이 강력한 행동으로 이어져 기후변화 위험을 경감시키고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상기후의 융합과 가치 확산으로 국민안전과 국가경제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세계 기상의 날을 통해 기상의 발전과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세계 기상의 날을 맞이하여 기상 분야의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2016-03-06 남재철

[남재철의 날씨이야기] 기후변화에 살아남기

요즘 많은 사람이 날씨 인사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가 그만큼 일상생활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인데 지난해 12월은 겨울 같지 않게 따뜻한 겨울이 이어졌는가 하면 올해 1월 하순에는 갑자기 내린 폭설과 한파로 전국 여기저기에서 몸살을 앓았다.미국 국립 해양대기청(NOA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는 1880년 근대적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한해로 기록됐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악의 슈퍼 엘니뇨 중 하나로 기록된 지난해 12월에는 20세기 평균기온보다 1.11℃나 높아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겨울을 보냈다. 그래서 강원도의 주요 수입원인 겨울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영상의 기온으로 스키장이 개장하지 못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조직위원회는 걱정으로 애간장을 태웠다.따뜻했던 겨울이 불과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지난 18일부터는 한파가 시작돼 대한(大寒)인 21일에는 한강이 결빙됐고 24일에는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를 기록하는 등 매서운 추위가 일주일 이상 이어졌다.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게 한 것과 동시에 서해안, 울릉도, 제주에는 폭설이 내려 육상과 해상, 항공 교통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눈 폭탄에 갇힌 제주', '얼어붙은 한반도' 등의 문구가 연일 신문과 뉴스에 보도되며 폭설과 강풍, 한파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일상에 마비가 왔다. 폭설과 한파로 지구촌 곳곳에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동부지역은 엄청난 눈 폭풍으로 항공기 결항, 대중교통 운행 중단 등 도시기능이 마비됐으며 워싱턴과 뉴욕 등 11개 주에서는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눈을 뜻하는 '스노우'와 최후종말, 고질라 등의 부정적 단어들을 조합한 '스노마겟돈', '스노우질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괴물 눈 폭풍은 미국 동부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오는 폭설, 한파, 호우, 태풍 등에 따른 기상재해는 날이 갈수록 그 강도와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상기상 현상은 기후변화에 따른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상 현상으로 우리는 점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기후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원인 물질인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하며 지구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대비 2.0℃보다 훨씬 낮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나라의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대로 기후변화에 적절히 잘 대응하는 국가나 기업, 개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정부, 기업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기후변화에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2016-01-31 남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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