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노발충관(怒髮衝冠)

쉽게 성을 내고 화를 삭이지못하는 분노조절 장애 발생이갈수록 늘고 있다그러나 터무니없이자신과 타인에게 날리는 묻지마식 노여움의 하이킥은현대인의 이성을 마비시킨다노발충관(怒髮衝冠)은 격렬한 분노에 머리털이 관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특히 배반당한 모욕감에 몹시 성이 난 모양을 비유하는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화가 나야 털이 뻣뻣이 일어날까. 누구든 노발충관 상황에 직면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치밀어 오른 감성이 합리적 이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연인에게 배신당한 여성이 날린 분노의 하이킥이 에일리가 부른 '보여줄게'(작사·강은경 작곡·김도훈/이현승) 곡목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화자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여자로 등장한다. 자신의 연인과 '함께한 날이 얼마인데'라고 스스로 비웃으며 연인을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다. 또한 저 멀리 흘러간 '시간이 억울해서 자꾸 눈물이' 두 뺨을 적신다. 남자가 그녀 곁을 떠난 이유는 또 다른 여자가 남자 앞에 홀연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화자 자신이 사준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리고 새 여자를 만나 히히덕거리며 웃는 남자의 불쾌한 모습을 그녀는 상상한다. 그 후 번민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거침없는 발차기를 남자에게 날린다. 말하자면 구남친 퇴치를 위한 선전포고를 한다: '더 멋진 남잘 만나 꼭 보여줄게/너보다 행복한 나/너 없이도 슬프지 않아/무너지지 않아/boy you gotta be aware'. 여자는 이제 자신의 곁을 떠난 남자의 잔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거하려 한다. 그리고 기약 없는 먼 훗날 남자에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보복 의지를 굳게 다진다. 또한 지금부터 '바보처럼 사랑 때문에' 떠나버린 연인 때문에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말한다. 결국 여자는 남자로부터 받은 반지를 버린다. 연애편지도 모두 지우고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모두 잊겠다고 선포한다. 아울러 여자는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화장도 새로 고치려 한다. 일부러 '하이힐에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의 남자였던 '널' 만나면 '놀란 니 모습 뒤로 한 채 또각또각' 걸어가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그리고 치명적인 하이킥을 작렬 시키겠다고 울분을 토한다.이소라가 부른 '화'(작사·이소라 작곡·UNKNOWN) 노랫말 속에도 노발충관의 진노가 드러난다. 곡목 '화'의 첫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난 뭐든지 너무 쉽게 화가 나/그럴 땐 추악해/아직도 치밀어 와/'. 화자는 왜 이렇게 자신에 대해 화를 내는 걸까. 왜 화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발대발하는 걸까. 과거 연인으로부터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걸까. 아니면 씻을 수 없는 '기억'이 그녀를 억압하고 있는 걸까. '비틀어진' 마음이라고 스스로 조언을 해도 '내가 날 막을 수' 없다면서 자신을 극도로 부정한다. 망각의 저 편 '어둠' 속에서 '날이 선 가위로' 화자에게 뼈아픈 '기억'이 다가온다. '남 모르게' 불끈 성이 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다다른다.화자는 누구의 그 어떠한 말도 아직까지 '지금도' 불신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경청하려 들지 않는다. '내가 날 막을 수 없어/죽임 같은 거/아무도 믿을 수 없어 지금도/'. 화가 홀아비 동심(動心)하듯 치밀어서 분노한 머리털이 화자의 관을 밀어내는 모습은 노발충관 그 자체이다. 이처럼 자신뿐만 아니라 연인으로부터 당한 배신감은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명작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광기의 주인공 히스클리프를 연상시킨다. 자신의 사랑을 배신한 캐서린과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 대한 잔인한 복수심에 불타 인생의 파멸에 이르는 히스클리프! 제어할 수 없는 분노에 가득 찬 21세기형 현대판 노발충관의 화신인 듯싶다. 요즘 쉽게 성을 내고 화를 삭이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 발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최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부산 일가족 살인사건 등이 적절한 예이다. 의학적으로 분노 호르몬이 분비되면 뇌신경이 흥분하고 호흡이 가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자신과 타인에게 날리는 묻지마식 노여움의 하이킥은 현대인의 이성을 마비시킨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11-11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여측이심(如측二心)

열렬히 사랑했던 이의 이별통보원망과 배신감에 괴로운 연인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자신속에 제2의 자아와 싸우며속 다른 두얼굴 감추고 사는지도여측이심(如측二心)은 뒷간에 갈 적과 나올 적 마음이 각각 다르다는 뜻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오히려 보따리 내놓으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는 사자성어이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여측이심의 행태는 반드시 불행을 부른다.태진아가 부른 '바보'(작사 조성현, 작곡 박성훈) 노랫말에는 여측이심의 예가 뚜렷이 나타난다. 곡명 '바보'의 가사 도입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마음 주고 정을 준게 바보였구나/사랑을 한 내가 바보였구나/거짓말인가 정말인가요/날 두고 가신다는 그 말이'. 화자는 속 다르고 겉 다른 연인의 배신에 뒤통수 맞은 듯 뼈에 사무쳐 있다. 그는 오직 '마음'과 '정'과 '사랑'만을 연인에게 헌신해왔다. 그러나 이제 연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사랑이 위기에 봉착하자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이런 와중에 어느 날 그는 연인으로부터 헤어지자는 가슴 쓰라린 말을 듣는다. 이별 통보를 처음 접했을 때 긴가민가하지만 곧이어 극심한 모욕감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처음엔 왜 몰랐을까 이렇게 끝나는 것을/속 다르고 겉 다른 당신'. 이렇게 화자는 연인의 여측이심 변심에 분통을 터뜨리며 비분강개한다. 어찌 보면 그에게 연인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일그러진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형 인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또한 꽤 오래전 방영된 미국 TV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의 등장인물인 분노의 화신인 괴물 '헐크'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즉 화자는 자신의 연인이 너무나 달콤한 말로 치장한 이중적 인물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에 따른 심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선택의 여지없이 헤어짐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왕에 가실려거든 내 눈 속에 남아있는 눈물도' 전부 회수해가라고 '바보'처럼 체념하며 자신의 연인을 포기한다. 인순이가 부른 '잠깐'(작사·작곡 나훈아) 노랫말에도 여측이심의 예가 선명히 드러난다.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는 사랑했던 자신의 연인과 이별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왜 헤어져야 하는지 정작 그 이유를 전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 연인이 '도망치듯 달아나듯' 돌아서서 떠나려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따라서 화자의 현재 심경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다. 그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연인에게 자신을 떠나려는 '이유라도' 꼭 알고 싶다며 되묻는다. '잠깐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왜 가는지 왜 가는지 떠나가는 이유라도 들어 봅시다'. 화자와 연인 사이의 사랑은 처음에는 영원히 지속 가능할 것처럼 미친 듯이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화자는 이별여행을 준비할 수밖에 없어 심적인 허탈함과 혼돈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화자는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을 '농담처럼 장난'으로 생각한 연인에 대해 몹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는 연인에게 자신의 전부를 바치며 열렬한 애정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두커니 별리의 정거장에 멈춰 서 있다. 그리고 변소 갈 때와 나올 때가 너무나 다른 연인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을 토로한다. 그러나 오랜 생각 끝에 푸념을 늘어놓으며 헤어짐의 현실을 받아들인다.'잠깐 그럴 수가 있나요/가더라도 가더라도 마지막 술잔이나 비우고 가소'.화자는 이제 겉과 속이 완전히 상반된 여측이심의 화신인 연인의 달달한 사랑 고백에 기만당했던 자신의 아둔함에 후회막급이다. 아울러 자신의 처지를 원통해하고 한숨을 쉬며 탄식한다. '사랑한단 그 말을/믿은 내가 바보지 믿은 내가 바보야/믿은 내가 어리석지'.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고딕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인간의 여측이심의 이중성을 신랄히 고발한다. 선의 상징 지킬 박사의 자아 안에 악의 화신 하이드라는 별개의 인격체가 충돌한다. 이 같은 정체감 장애는 지킬 박사의 자살로 막을 내린다. 현대인도 자신의 자아 안에 내재하는 비뚤어진 제2의 자아에게 쫓기고 있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지킬 박사처럼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을 감추고 사는 지도 모른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9-16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전전반측(輾轉反側)

어떤 이는 이별로 잠 못 이루고어떤 이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열대야로 잠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다전전반측(輾轉反側)은 걱정거리가 많거나 슬픔에 겨워 누워서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성 사이에 서로 사모하여 항상 마음에 그리다 잠 못 드는 상황을 말할 때 더 많이 사용한다. 씨앤블루(CN BLUE)가 부른 '잠 못 드는 밤'(작사·작곡:이종현·Heaven Light) 노랫말에는 전전반측의 예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는 너를 보던 날 기억이나/신비한 미소가 아직 선명해/날 설레게 해'. 화자의 마음속에는 남은 등불인 잔등(殘燈)이 다 타고 수탉이 울 때까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리운 님의 '신비한 미소'가 기억으로 뚜렷이 남아있다. 찬란한 해 솟는 바다처럼 화자의 가슴은 기쁨에 겨워 한없이 설렌다. '바람에 흩날리듯 번진 꽃향기처럼 스며든' 님을 그리는 애타는 심정을 과연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보고픈 이를 향해서 사모의 정념에 불타는 화자의 심장은 뜨거워져 두근거린다. 그렇게 불면의 밤은 끝없이 지나간다: '두근거려 잠 못 드는 밤 널 그리는 밤 Endless night'.화자는 끓는 피에 뛰노는 가슴을 부여안는다. 그가 밤새워 연인에게 '들려줄' 그리고 '전해줄' 사랑 이야기는 달콤함 그것 자체이다. 연인의 '아이 같은 눈빛'은 별빛처럼 그의 깊은 두 눈 속에 빨려 들어간다. 또한 그의 '늘 같은 자리에 늘 같은 곳' 따뜻한 심장 한가운데에서 연인의 눈빛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뭇별처럼 밝게 빛난다. '뒤척이다 잠 못 드는 밤'을 하얗게 지새고 함께 영원히 곁에 있고 싶은 연인을 향한 그의 가슴은 애가 탄다. 애태울 정도로 연인에 대한 그의 정열은 태양처럼 뜨겁다. 이처럼 오매불망 자나 깨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연인을 향한 연정이 활활 불타고 있다. 이처럼 화자의 전전반측 심정은 너무나 간절하고 애달프기만 하다.김건모가 부른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작사·작곡:김창환)에는 비 내리는 밤에 화자의 전전반측 심경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내 맘 속에 잠들어 있는 네가/다시 나를 찾아와/나는 긴 긴 밤을 잠 못 들것 같아'. 화자의 가슴에는 자신의 연인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지금은 연인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기만 하다. 그런데 갑자기 처량하기 짝이 없는 비 오는 밤이 은밀하게 찾아온다. 그때 그 연인이 화자의 심장 속으로 스멀스멀 다시 다가온다. 화자는 연애 시절 비 내리는 밤에 자신의 연인이 '즐겨 듣던' 노래를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 기타를 치며 불러주곤 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이 그의 귓전에 남아 자신의 연인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창밖을 보면 화자는 '괜시리' 울울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눈을 가만히 감고 잠을 청하려 해도 몸을 뒤척이다 '긴 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 오는 소리에' 화자의 마음은 오직 연인 생각에 흠뻑 젖어든다. 공연히 답답한 마음이 더욱 쓸쓸하고 울적하고 심란하다. 게다가 화자의 '마음속에 가득' 남아있는 연인의 애처로운 '미소만이'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룩주룩 비 내리는 밤에 잠 못 이루며 '지친 그리움'으로 사무친 상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만 간다. 가슴 저미는 생각에 잠기면 잠길수록 화자는 더욱 더 연인과의 극적인 재회 의지에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샘은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다반사이다. 거의 매일 이리저리 뒤척이고 자신의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서 몹시 힘들어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픈 이별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또한 어떤 이는 이글이글 불타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여름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7-29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부작족(知斧斫足)

월드컵 한국사령탑 신태용호에게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팬들의 마음 매우 간절하기만2002년 열기의 재현 기원하며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지부작족(知斧斫足)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이다. 신뢰하고 있던 사람에게서 도리어 배신당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권력욕의 화신인 로마 시저가 양자 브루투스로부터 암살당한 것은 지부작족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경우는 특히 남녀 연인 사이에 무수히 발생한다. 걸그룹 베이비복스가 부른 '배신'(작사:양재선 작곡:김형석)의 노랫말에서 지부작족의 예를 살펴보자: '너 없는 세상도 눈부신 걸 알아/더 이상은 너만을 바라보던 내가 아니야'. 화자는 연인으로부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과거에 오직 한마음으로 연인만을 애모한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덧 세월이 흘러 현재 그녀는 이별의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연인을 지난날처럼 더 이상 연인으로 부를 수 없고 의지할 수도 없다. 즉 연인에게 '줄 수 있는 마음'조차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연인을 영영 '떠나는 일 뿐'이다. 더 나아가 그녀는 '고맙게도 떠나는 날 잡지 않을 너'라고 빈정거리며 연인을 신랄히 조소한다.화자에게 있어서 연인은 '사랑했던 나'와 '함께한 우리 기억 따윈' 없는 존재라고 잘라 말한다. 다시는 '나를' 돌아보지 말고 '기억'을 모두 잊으라며 허탈한 심경을 숨기지 못한다. 또한 자신을 완전히 아름다운 옛 추억 속에서 지워달라고 배신한 연인을 힐난한다. 헤어짐의 문턱에 서있는 지금 이 순간 화자는 애처롭게 이렇게 자조하며 말한다: '돌아서면 그만인 이별까지 아름다울 필요는 없잖아'. 이제 그는 '믿지 못할 사랑의 끝'조차 슬프게 느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지나간 박제된 기억들이 현재 자신을 비웃으며 조롱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연인에게 발등 찍힌 화자의 무기력한 상황이 왠지 모르게 처량하기만 하다.문희옥이 부른 '발등이 찍혔네'(작사/작곡:홍세기)의 노랫말은 지부작족 사용 주체인 남성에 대해 지부작족 대상 객체인 여성의 눈물 어린 후회를 애잔하게 담고 있다. 곡목 '발등이 찍혔네' 가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 '조심', '위로', '눈물'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이 문구들이 시사하듯이 마음 놓고 믿었던 남자에게 발등 찍힌 여인의 처지는 배신감과 상실감 그 자체이다. 가사 도입부에 등장한 여인의 마음은 '호수'처럼 조용하고 넓다. 평온한 마음의 호숫가에 어느 날 남자가 혜성처럼 멋지게 나타난다. 그 후 그녀는 마음속에 사랑의 남자 '배'를 띄운다. 그리고 그 연인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배신의 암초인 '돌풍'을 만난다.어떠한 상황이든 돌풍은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자 여인은 '순진하고 약한 맘' 때문에 어쩔 수없이 이별의 정류장에서 괴로워한다. 또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자신뿐만 아니라 연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여인은 뒤늦게 지부작족의 배반감을 뼈저리게 통감하며 후회막급의 자괴감에 빠져든다: '돌다리처럼 두드려보고 건너갔는데/조심조심 건너갔는데'.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대할 때마다 '조심조심'한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어 신중한 판단력을 잃은 그녀는 배신의 늪에 헛디뎌 '풍덩' 빠진다. 그리고 헤어나올 수 없는 심연의 수렁에서 '속고 속는 내 삶'을 뒤돌아보며 탄식과 절망의 눈물을 흘린다.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가 최측근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예이다. 이번 주 6월 14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릴 FIFA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신태용호에게 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매우 간절하기만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전 국민을 뜨겁게 달구었던 열기의 재현을 다시 한 번 기원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6-10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독정심(지犢情深)

지독정심(지犢情深)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정이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은 지극히 맹목적이고 헌신적이다. 더 나아가 어버이의 애정은 바다처럼 깊고 넓고 위대하다. 바비킴이 부른 'MaMa'(작사/작곡:하광훈) 노랫말에는 곡목이 시사하듯이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배어 나온다. 'MaMa'에 등장하는 화자는 성인이 된 인물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어머니의 포근한 '무릎'을 필요로 하는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 그가 가끔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러한 위기 때마다 '문득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화자의 '그림자'를 품에 안은 채 화자의 인생 길라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내 그림자를 안고서'.만약 자녀가 정상 궤도를 탈선해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건에 연루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숨이 끊어질 듯 몹시 애통해하고 깊은 상심에 잠길 듯싶다. 마찬가지로 'MaMa' 속 화자는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속마음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미안해요 고마워요/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어머니의 지독정심 사랑의 위대함에 그는 가슴이 울컥하며 새롭게 마음의 다짐을 한다. 만약에 비가 내리면 어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우산'을 들고 자신이 서 있겠다고 굳게 맹세한다. 그 동안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주며 무한대 사랑을 베풀었던 것처럼 그도 어머니를 포옹해주겠다고 서약한다: '내가 안아 줄게요/하늘에 뜨거운 저 태양도/밤하늘에 수많은 저 별도/당신 앞에선 그저 작은 이야기뿐일걸'.포천 출신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작사/작곡:이현승) 가사는 아버지에 대한 잔잔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곡목 '아버지'에서 아버지는 '그대'라고 묘사된다. 화자에게 '그대'는 '한 걸음도' 바싹 다가가기엔 부담스런 존재이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내 마음을 알아주기를/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화자에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화자와 아버지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이다.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화자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자의 가슴에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쓸쓸히 '뒷모습'을 보인 채 자신 곁을 떠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그렁그렁 차있는 화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주륵 흘러 내린다.화자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이중 감정 병존의 감정이 교차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애증의 감정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세차게 북받쳐 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서로 미워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때로는 화자를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한 애정으로 '아껴주던' 사랑의 전도사이자 지독정심의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 밀려오면서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뼈저리게 사무친다: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모른 채 아버지를 미워했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재확인하며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부모와 자녀의 친밀도가 예전만 못한 요즘이다. 세월이 가도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는 가로 세로 깊이 넓이 모두 다 무한대 사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지독정심의 깊은 뜻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4-22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천장지구(天長地久)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수를 기원할 때 쓰이지만 남녀 간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말할 때 더 자주 사용한다. 인천 출신 허각이 부른 곡명 '언제나(작사·작곡 조영수)'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화자에게 한 연인을 향한 애정의 높이와 깊이는 하늘보다 높고 안개보다 깊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연인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다. '세상이 변해도' 연인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또한 항상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연인이 있기에 너무나 '다행'이라며 고마워한다. 아마 그의 일상은 번잡하고 때론 슬프기도 때론 울고 싶을 때도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연인 생각에 '환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친 하루 끝에서'도 연인 생각을 하면 '누구보다' 더 없이 행복해한다.화자에게 연인은 이 세상 유일한 존재일 만큼 소중하다. 연인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는 없어도 연인의 '곁에서' 같이 울어 줄 만큼 사랑의 넓이는 바다보다 더 넓다. 그래서 그는 연인에게 이렇게 맹세한다: '내 모든 걸 다 바쳐서/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널 사랑해 세상이 변해도'.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고 헌신하려는 천장지구적 애정은 화자의 다음 언급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천 번을 넘어져도 또다시 쓰러져도/다시 일어날 거야/비바람 몰아쳐도 어둠이 내려도 널 지켜줄게'. 화자는 연인의 존재 이유 때문에 '하루를' 살아간다. 또한 같은 이유 때문에 '심장'이 요동친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쳐 말한다: '사랑할 한 사람 세상에 너뿐이라고/사랑해'.코요태가 부른 '끝없는 사랑(작사 이재경, 작곡 JK Lee)' 노랫말에서도 천장지구적 사랑의 예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어디론가 저 멀리 '떠나야 한다면' 화자는 이렇게 답변한다: '내가 떠날 수 있어/너를 사랑하니까/함께 있어줘 나만의 꿈이 되어줘/내가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너뿐야'. 연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어쩌면 이리도 태산처럼 높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와 같이 연인에 대한 화자의 사랑은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연인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희생적이다. 또한 화자는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연인 밖에 없을 정도로 절대적 무한신뢰를 전폭적으로 나타낸다.화자는 연인에게 '끝없는 사랑'을 약속할 정도로 지속적 애정을 뚜렷이 드러낸다. 아울러 그에게 연인은 '희망'인 동시에 '꿈'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아무리 위험하고 어둡다 해도', '비록 힘들고 지쳐가도', 그리고 이별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마지막 그 날까지'도 연인은 나락에서 화자를 구원해 줄 천장지구적 구세주로 다가온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 그 연인은 그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until that last day' 자신의 옆에 머물러 주기를 간청한다.남녀 연인의 사랑이 과연 영속적일 수 있을까 싶다. 부부의 사랑도 긴 세월 앞에서는 속절없다. 그러나 일생 단 한 번만이라도 천장지구적 변함없는 사랑을 오랫동안 불태우다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3-04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무신불립(無信不立)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이다. 나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제대로 설 수 없다. 또한 남녀 연인 사이의 수평적 관계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박정현이 부른 '믿어요'(작사:강은경 작곡:박정현) 노랫말에는 무신불립의 예가 선명히 드러난다. 곡명 '믿어요' 가사의 화자와 그 상대방은 과거 연인 관계였다. 현재 두 사람은 헤어진 상태이다. 화자는 그리운 마음으로 연인과 재결합 의지를 보인다. 이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식상할 수도 있는 '그 흔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왜 바보처럼' 사는 지 의아해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떠난 님의 귀환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즉 사랑에 대한 절대 믿음과 떠나버린 님에 대한 무한 신뢰는 거의 운명적 신념에 가깝다. 이는 화자로 하여금 '돌아올 그댈' 위해 자신의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한다: '믿어요 난 돌아올 그댈/믿어요 난 사랑을'. 훌쩍 떠난 님의 회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구 저 반대편 끝에서라도 '언젠가는 꼭 반드시 만나죠'라는 굳건한 믿음은 화자만의 존재 이유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화자는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남엔 헤어짐이 따름) 거자필반(去者必返/헤어짐엔 다시 만남이 뒤따름)의 윤회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싶다. 섭식하려는 음식을 믿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진실을 믿으면 현실이 바뀌고 사랑의 맛과 멋과 흥에 취할 수 있다. 화자에게는 '꿈꾸는 사람에게만 비로소 꿈은 이뤄진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이러한 전폭적인 신뢰가 있기에 제대로 설 수 있고 사랑을 성취할 수 있다. 소나기가 부른 '믿어요'(작사:신익수 작곡:김영재) 노랫말에도 무신불립의 전형적인 예가 여실히 나타난다. 곡명 '믿어요' 가사 도입부에 나오는 '그대여 내 손을 잡아요' 그리고 '날 믿어요'는 연인에 대한 전폭적인 사랑의 맹세이다.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는다는 것은 동행을 뜻한다. 지향하는 목표가 동일하고 오랫동안 길을 같이 걷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한 동행 서약에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의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 믿음이 무너지면 펑크난 자동차 바퀴처럼 연인 간 축적된 애정은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로 믿음을 쌓아 가면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이 커져간다. 더 나아가 험난한 세상살이에 다친 '아픈 상처 모두가' 아물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난 믿어요/우리 함께라면/사랑의 빛이 되어 밝혀줄게요'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 공든 탑은 차곡 차곡 쌓아 올린 믿음의 주춧돌로 인해 완성된다. 연인 사이에 신뢰를 토대로 견고하게 구축한 '하나의 사랑' 금자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믿음에 기초한 사랑하는 '그대만 있어준다면/그 어떤 시련이 와도/'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 화자는 이와 같은 서약을 자신의 연인에게 달콤하게 속삭인다.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이다. 누구든지 믿음이 깨지면 상호 관계에 금이 가고 제대로 일어설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무신불립은 변하지 않는 금언이자 진리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1-28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동상이몽(同床異夢)

동상이몽(同床異夢)은 같은 침상에 자면서 각자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상이몽은 특히 남녀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냐가 부른 곡목 '동상이몽'(작사:김영아 작곡:Dick Lee) 노랫말에 등장하는 화자는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연인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연인은 기계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오늘밤' 그 남성은 그녀의 가슴 품에 들어오며 '짧았던 사랑'의 순간을 남긴 채 '긴 잠'을 청한다. 그러나 그가 꾸는 꿈속조차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 이외의 '또 다른 그녀'가 그의 꿈을 지배하는 '주인'일 것이라며 화자는 그를 원망한다. 눈 깜짝 할 찰나의 사랑을 쟁취한 그이지만 '오늘까지도'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는 연인의 사랑을 허위이자 가식이며 위선으로 간주한다. 화자는 자신의 연인으로부터 사랑의 언약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연인은 사랑의 확신이 없다. 연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는 단지 자신을 스쳐간 수많은 여인들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자는 자신의 연인 '뒤에 설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라며 통렬히 자학한다. 이 같이 화자가 자신의 연인을 증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슴 한 켠에 연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여전히 품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희미한' 연인을 찾아 나설 것임을 암시하며 동상이몽을 꾼다: '미워할 수 있는 나를 기도하면서/널 또 다시 ㅤ쫒는 나를 봐줘'. 하이디가 부른 곡목 '동상이몽'(작사:강은경 작곡:정원재) 노랫말에도 동상이몽의 예가 뚜렷이 대비되어 나타난다. 화자인 '나'와 연인인 '너'는 이별의 종착역에 서 있다. '나'는 별리의 '쓰디쓴' 밤을 쓰디쓴 블랙커피를 마시며 아픔을 홀로 달래고 있다: '넌 이밤 그와의 통화를 위해서 잠 안오게 마셨니'. 즉 두 연인은 커피를 같이 마시는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각자 속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 헤어지는 날 저녁을 사는 이유도 저마다 상이하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어서 저녁을 사려한다. 그러나 '너'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미안해서' 오히려 저녁을 사는 게 아니냐고 화자는 돌직구를 날려버린다. 마지막 이별을 고한 후 거리에 서 있는 행위도 서로 마음 속 생각이 다르다. '나'는 '너를 잃는단 허무한 마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거리에 서 있다. 그러나 '너'는 누군가가 자신을 데릴러 올 '차를 기다리기 위해' 서 있다. 또한 '나'는 '너'를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너'의 '주변정리 속에' 일방적으로 끼게 된 것을 뒤늦게 알고 후회한다. 결국 '나'와 '너'는 상대방에 대해 각각 '추억'과 '과거'라는 서로 상반된 기억으로 남으며 동상이몽을 꾼다: '나에게는 넌 추억 너에게 난 과거/서로 다른 기억 속에'.같은 처지와 입장에 놓여 있지만 저마다 딴 생각을 하게 되면 공동선을 달성하기가 힘들어진다. 어떤 경우이든 동상이몽은 상호 불신을 낳고 구성원간 불협화음을 유발한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12-17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이가난진(以假亂眞)

이가난진(以假亂眞)은 가짜가 판을 쳐 진짜를 힘 못쓰게 만든다는 뜻이다. 즉 거짓이 진실을 뒤흔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가난진은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그레샴의 법칙을 연상시킨다. 가짜가 진실을 영원히 호도할 수 없다. 언젠가 대부분 가짜의 정체가 탄로 나고 진실이 승리한다.신신애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작사:조명암, 신신애 작곡:박시춘) 노랫말에서 이가난진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돌아가는 세태에 대한 화자의 첫마디는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요지경 속 세상은 천태만상의 세태를 비유적으로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인용한 곡목 가사에서 요지경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화자는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은 각자 '잘난 대로' 그리고 '못난 대로' 산다고 갈파한다. 더 나아가 '내 말 좀 들어라' 다그치며 '짜가'가 판치는 세상을 향해 질책 한다. '짜가'란 가짜를 일컫는 속어로서 거짓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어떤 의미에서 화자는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가 횡행하는 우리사회의 뒤틀린 흉측성을 정면으로 공박하고 있다. 갈수로 가짜와 진실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화자는 인간의 삶은 '칠팝십년'이고 인생은 '화살같이 속히 간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람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 가짜 일색인 요지경의 심각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함을 역설한다. 이는 삶의 진실을 왜곡시키고 가짜가 만연하는 이가난진의 폐해를 유의해야 하는 당위성과도 맞닿아 있다.힙합 가수 빌 스택스가 부른 '가짜'(작사/작곡:빌 스택스) 노랫말은 가짜가 판치는 이가난진의 세상을 모멸적 시각에서 묘사한다. 화자는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기 힘든 세상을 '가짜 인간형'으로 꽉 들어찬 세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가짜 인간형' 세상의 유혹은 달콤하기 마련이다. 팔랑귀 가진 사람은 귀가 솔깃하여 가짜에 속기 용이하다. 따라서 화자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질끈 '두 눈을 감자'라고 하소연 한다.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등 사이버를 이용해 모조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는 마네킹처럼 성형미인으로 넘실거린다.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라고 비아냥 받기까지 한다. 화자가 오죽하면 '이태원 가면 깔린 이미테이션'이 넘치고 '강남가면 인간 마네킹'이 범람하고 있다고 조롱하겠는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일부이긴 하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갖 가짜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인간 군상들을 힐난한다. 욕망이란 이름의 '가짜'와 '유혹' 덩어리들! 가식과 위선 그리고 '있는 척 예쁜 척 호들갑' 떠는 허세! 심지어 '말끔한 얼굴과 정장차림'의 대한민국 건장한 오빠가 '호빠'(여성 상대 유흥업소 호스트바 줄임말)로 출근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화자는 '내면 속의 아름다움'인 진실을 호도한 이러한 거짓 사회를 신랄히 책망한다. 진솔하지 못한 하루의 삶을 과대포장하고 그 일이 습성화 되면 거품이 인다. 속 빈 강정처럼 알맹이 진실이 사라지고 껍데기 거짓만이 부풀어 오른다. 가짜와 진짜의 전쟁터에서 참이 거짓에 의해 가려지고 있지 않은지 냉철히 살펴볼 때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11-12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일편단심(一片丹心)

일편단심(一片丹心)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의 뜻이다. 우리 나라꽃 무궁화의 꽃말이기도 하다. 일편단심은 내면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변치 않는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한다. 송대관이 부른 '오기는 오는 건가요'(작사:조동산 작곡:조동산,김구하) 노랫말에는 일편단심의 가슴 적시는 애정이 오롯이 묻어난다. 곡명 '오기는 오는 건가요' 가사에 등장하는 민들레꽃은 '너'의 의인화된 표현이다. 주지하다시피 민들레 중심 뿌리는 아래로 곧게 내리 뻗는다. 따라서 민들레는 온갖 풍상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 가지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상징적 의미로 자주 인용된다. 화자인 '나'와 민들레 '너'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 때문에 서로 떨어져 지낸다. 즉 보고 싶어 그리워하는 일시적 이산 연인임이 틀림없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사랑아 내 사랑아'. 어느 날 '내 사랑' 민들레와 재회하기로 예정된 '나'는 그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진짜 오기는 오는겁니까'라고 반신반의하며 정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은 단지 설렘을 넘어서 흥분의 감정으로 변한다. 더 나아가 일편단심 민들레 '여자'와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삶을 영위할 것을 다짐한다: '다시는 못 보낸다/죽어도 못 보낸다'. 죽어도 정인을 다시는 떠나 보낼 수 없다는 화자의 결연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러한 일편단심 의지 표명 이면에는 신이 내린 '선물'이자 '예술'인 민들레 연인을 사랑하는 화자의 애틋한 마음이 녹아 있다. 또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인에게 헌정하는 화자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디에선가 은은히 들려오는 듯하다.배일호가 부른 '사랑의 영수증'(작사:Unknown 작곡:박현진) 노랫말은 연인에 대한 애정 표식을 사랑의 영수증으로 비유한다. 또한 일편단심 사랑의 세기가 하늘 높이 찌를 듯 하고 땅 속 깊이 파고든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태산만큼 바다만큼 사랑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한 조각 붉은 마음이 어찌 이다지도 태산같이 높고 바다같이 깊을 수 있을지 탄성을 자아낸다. 대개 영수증은 금전거래 시 사용된다. 그러나 인용한 곡명 '사랑의 영수증' 노랫말에서는 영수증이 오직 일편단심 애정 표현의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 '일편단심 당신만을/사랑한다 써줄거야'. 뜨거운 '가슴'과 '온 맘'으로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글자가 적혀있는 영수증을 주고받는 연인의 진짜 속마음은 어떨까: '세상사람 모두에게/당신을 사랑한다 할 거야'. 이렇게 사랑의 증표를 받아 쥔 연인의 로맨스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진다. 그들에게는 상대방 연인의 달달한 꿀 미소와 심장을 쿵 쿵 뛰게 하는 '심쿵' 로맨스가 거침없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청순한 로맨스가 '사랑의 집'을 건축하며 '가슴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연인에게는 종교적 의미의 천국이나 해탈 보다 오히려 더 소중하게 다가올 듯하다. 일편단심의 대명사로 흔히 포은 정몽주를 꼽는다. 저무는 고려 왕조를 향한 정몽주의 일편단심과 연인을 향한 민들레꽃 일편단심은 사랑의 대상이 다르다. 그러나 애정의 대상이 무엇이든 임을 향한 붉은 마음의 높이와 깊이는 동일하지 않을까 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10-01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등고자비(登高自卑)

등고자비(登高自卑)는 높은 데 오르려면 낮은 데부터 시작해야한다는 뜻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차례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말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에 해당한다. 산정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꿈과 사랑 등 인생사 자체가 등고자비 과정의 연속이다.김수현이 부른 'Dreaming'(작사 박진영·작곡 박진영, 개미) 노랫말은 꿈을 쫒는 발걸음을 등고자비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곡명 'Dreaming' 가사 도입부에 나타난 화자의 원대한 목표는 좌초 일보 직전이다. 그는 눈 앞에서 점점 멀어지는 꿈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한다: '저 멀리 희미해지는 나의 꿈을 바라보며/멍하니 서 있었죠'. 이런 이유 때문에 가슴 속에 밀려오는 극심한 허탈감에 사로잡힌다. 심지어 꿈이 '더 이상 남은 게 없어' 전부 포기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포자기의 절체절명 순간에 그는 '두려움과 설렘을 안은 채'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다짐한다. 마음 속 저 밑바닥 깊고 낮은 곳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준비를 한다. 고공을 향해 그리고 목표 실현을 위해 과감히 도전을 선언한다. 물론 화자가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은 얼마든 지 있다. 그러나 가슴 속 내면의 '멈추지 않는 울림'의 등고자비 희망이 화자의 마음을 '앞으로' 이끌어 움직이게 한다: '비틀거리고 흔들려도 난 또 한 걸음을 내딛어요'. 때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다가와 그를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미래에 성취할 꿈이 있기에 그의 도전을 제지하지 못한다.윤종신이 부른 '오르막길'(작사:윤종신 작곡:윤종신, 이근호)노랫말도 등고자비의 예를 적절히 보여준다. 곡명 '오르막길' 가사는 노랫말 끝 구절 '크게 소리쳐/사랑해요 저 끝까지'가 상징하듯 단지 연인 사랑 찬가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의 극점에 오르기까지 예상되는 험난한 등고자비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화자는 사랑의 산정에 이르는 과정을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로부터 '가파른 이 길'을 거쳐 산꼭대기인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에 도달하는 힘겨운 오르막길 과정으로 갈파한다. 또한 등정 코스가 '웃음기' 사라지는 어려운 과정으로 묘사한다. 지난날 '달콤한 사랑의 향기'는 사라지고 '끈적이는 땀'과 '거칠게 내쉬는 숨'만이 등정 길 두 연인의 '유일한 대화'일 지도 모른다. 이 같은 험난한 과정에 두 사람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은 길을 함께 올라가는 상대방의 위대한 사랑의 힘이다: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화자는 두 연인이 '한 걸음 이제 한 걸음' 내딛고 함께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길을 기억하자고 역설한다. 산정에 발걸음이 닿는 순간에 연인 서로는 위안이 된다. 더 나아가 사랑의 등고자비 과정이 완결된다. 사랑의 태산이 높고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르면 사랑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정인 관계라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누구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지금부터 서서히 활용해보자. 마지막에 기회의 최고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8-27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사면초가(四面楚歌)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사방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이다. 유방의 한나라는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해서 패색이 짙은 초나라 항우로 하여금 자결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사면초가는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 또는 그 누구의 지원 없이 고립무원에 빠진 상황을 일컫는다.JK 김동욱이 부른 '미련한 사랑'(작사:박창학, 작곡:이병훈) 노랫말은 떠나가려는 여자를 붙잡고 싶은 남자의 사면초가 위기 상황을 담고 있다. 화자인 남자는 다가올 내일 일은 알 수 없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매몰차게 말하는 여자가 야속하다. 그 여자가 '마치 언제라도 나를 떠나 버릴 수 있을 것처럼' 남자의 애정 전선에 냉기류를 형성한다. 헤어지려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두 사람 사랑에 빨간 적신호가 켜져 있다. 남자는 여자를 도저히 떠나보낼 자신이 없다. 그저 '힘없이 웃고 있는' 자신이 두려울 뿐이다. 그러기에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답답하고 어리석은 '미련한 사랑'으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임박한 이별에 애타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갈수록 남자는 '헤어날 수 없는' 사랑의 사면초가에 빠져든다. '그 어떤 우연이' 그가 '모르는 아주 먼 곳으로' 자신의 여자를 데려갈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이때 남자는 자신과 여자가 애정의 출발선이었던 처음 '만난 곳으로' 그리고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원점 회귀의 심정을 토로한다. 이같이 가슴 시린 애틋함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속절없는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한다. 결국, 그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에스크로가 부른 인디음악 '하루만이라도'(작사:정연태, 아루앤 폴, 작곡:정연태) 노랫말에도 초나라 병사 노래처럼 사방에서 벼랑 끝에 선 인생 노래가 들려온다. 하루살이 삶으로 살아가는 세일즈맨 화자의 인생에 희망의 무지개는 실종됐다. 그는 오늘도 '열기 오르는 보도블록 바닥을' 뛰고 또 뛴다. 오전에 외친 '대박'이 '현실'이 되길 꿈꾼다. 그러나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벼랑 끝' 인생만이 철저히 그를 지배한다. 그에게 어릴 때부터 소망해온 '무지갠' 사라진 지 오래다. '구렁이 상사'의 매서운 눈치를 살펴야 하고 매일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운명의 남자 세일즈맨의 비애가 노랫말 전반을 관통한다. 화자는 '하루만이라도' 실컷 잠을 자보고 싶다는 꿈을 말한다. 그러나 죽음을 상징하는 회색 빌딩 숲을 지날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생존 본능인 '오기'뿐이다.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 백배의 사면초가에 빠진 화자이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목청껏 소리 지를 한순간의 여유도 없다. 그것은 단지 희망 사항일 뿐이다. 화자는 위기의 덫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원천 차단되어 있다. 그의 인생은 '지각 인생'인 동시에 배수진을 친 진퇴양난 인생인 셈이다.삶의 성패와 흥망은 순간이다. 누구나 인생에 초나라 노래가 들려와서 궁지에 빠질 때가 올 수 있다. 인생 자체가 세일즈맨처럼 무거운 심리적 압박에 시달릴 때도 다반사이다. 위기에 처할수록 '하루만이라도' 하늘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꿈꿔보자. 꽉 막힌 숨통을 잠시나마 틔우지 않을까 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7-23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추입애하(墜入愛河)

추입애하(墜入愛河)는 사랑의 강물에 빠지다는 뜻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조선 최고의 명기이자 시인인 황진이, 조선 중기 문신이자 풍류시인이고 대제학 벼슬을 지낸 소세양, 두 사람의 운명적 추입애하 로맨스는 한 달 간 계약 동거의 뜨거운 인연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황진이 러브 송으로 부활한 명곡이 바로 이선희가 부른 '알고 싶어요'(작사·양인자, 작곡·김희갑)이다. 이 가사는 연인을 향한 추입애하의 연정을 드러낸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내가 정말 그대의 마음에 드시나요/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내가 많이 어여쁜가요…/연인이 속삭이는 애절한 사랑의 밀어가 어쩜 이토록 아름다울까. 화자는 연인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추입애하에 빠지면 빠질수록 상대방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진다. 연인이 떠난 후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진심으로 확신하는지 연인에게 묻는다. '달 밝은 밤에' 생각하고 꿈꾸고 눈물 흘리며 일기장에 작성하는 대상이 도대체 누구인지 사랑을 재확인하고 싶어한다. 또한 화자는 애교도 철철 넘칠 만큼 매우 현대적 여성 이미지로 부각된다.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귀여운가요/바쁠 때 전화해도 내 목소리 반갑나요'. 사랑의 강물에 풍덩 뛰어든 추입애하의 감정이 연인의 가슴에 흐르면 애정은 변치 않는 법이다. 연인을 향한 화자의 풋풋하고 싱그럽고 애틋한 로맨스가 심장을 마구 뛰게 한다.걸 그룹 마마무가 부른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작사·박건호, 작곡·이범희) 노랫말엔 사랑의 바다에 빠졌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어느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립고 그리운 그대는 내 전부/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없어/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모두 그대의 이야기/이 마음 다 바쳐서 좋아한 사람인데/이룰 수 이룰 수 없는 없는 사랑을 사랑을/어쩌면 좋아요…/ 가사 속 등장인물 소녀는 애하(愛河)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인생 절반은 연인에게 있고 나머지 절반도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전부'인 연인을 그리워하며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녀가 직면한 문제는 연인이 자신을 '모른 척' 하고 있는 점이다. 소녀의 일방적인 사랑 고백에 연인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현실적 장벽에 소녀는 억장이 무너진다. 더 나아가 '모든 게' 자신만의 '욕심'은 아닌지 자책한다. 사랑의 암초에 봉착한 소녀! 자신의 '마음 다 바쳐' 알파와 오메가 사랑의 바다에 투신한 소녀! 추입애하의 구구절절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현실에 무너지는 소녀의 슬프고 애잔한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싶다.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추입애하 사건도 매우 극적이다. 첫눈에 반해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결혼식을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 두 사람 모두 자살로 비극적 생애를 마감한다. 그러나 두 연인의 세기적 추입애하 로맨스는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된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6-18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때로는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는 함의가 담겨있다. 인생사 자체가 수많은 장벽의 연속이다.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깊다면 쉽게 포기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강인한 의지를 갖고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면 누구든지 성취할 수 있다. 이 같은 우공이산의 은유적 예가 파주 출신 YB 윤도현이 부른 '나의 작은 기억'(작사:윤도현 작곡:강호정) 노랫말에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린 시절에 뛰어 놀던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가 보았지만/내 친구 하늘소도 집게벌레도 온데 간데 없고/남은건 커다란 쓰레기 더미/.../서로의 관심 속에서 하나 하나 고쳐 나가면/언젠가는 다시 찾을 수 있을거야/. 자연은 인간의 소중한 자산이자 보물이다. 또한 미래 후손에게 물려줄 인류의 유산 목록 제1호이다. 하늘소와 집게벌레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은유이다. 그런데 화자가 어릴 적 보았던 그 곤충들이 지금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있다. 마냥 뛰어 놀던 그 자리에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온통 '쓰레기 더미' 뿐이다. 화자는 현대사회의 환경오염과 파괴의 심각성을 고발함으로써 인간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더 나아가 자연 보존과 관리 노력으로 하늘소와 집게벌레 등 생태환경을 '언젠가는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관심 속에서' 뚜벅뚜벅 우공이산 믿음을 토대로 생태환경 복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화자의 절절한 외침이 들려오는 듯싶다.그룹 코요태 멤버인 인천 출신 신지가 부른 '해뜰날'(작사:송대관, 김태희 작곡:신대성, 김진훈) 가사에도 우공이산의 상징적 예가 드러난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안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힘들 땐 잠시 쉬어도 돼/널 사랑하는 그 품에 안겨/울어도 돼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 하나 갖고 있다면/날아올라 꿈꿔왔던 하늘 끝까지/.../불가에서는 사람이 반드시 네 가지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그것이다. 이 중 '생로' 과정에는 사람의 칠정인 희로애락애오욕(기쁨,분노,슬픔,즐거움,사랑,싫음,갈망)이 포함된다. 위에서 인용한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는 슬픔, 분노의 괴로움, 걱정, 힘듦 그리고 의기소침 등 현실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에 위치한 높은 산을 옮길 수 있는 내일을 갈망한다. 또한 노력의 산물은 결실이라는 믿음과 언젠가 '해 뜰 날'이 꼭 돌아온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 그 열정으로 창공을 향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꿈과 희망! 내일을 향해 달려가 쨍하고 해 뜨는 날이 오면 바로 그것이 우공이산의 완성이 아닐까 싶다.'날지 못하면 뛰어라. 뛸 수 없으면 걸어라. 걸을 수 없다면 기어라. 그러나 무엇을 하든지 앞으로 계속 움직여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다. 이처럼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 정신은 인공지능 알파고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겠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5-14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운예지망(雲霓之望)

운예지망(雲霓之望)은 극심한 가뭄에 구름과 무지개를 바란다는 뜻이다. 큰 가뭄에 단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살다보면 '돈 가뭄'에 시달려 갈팡질팡 할 때가 있다. 또한 지식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지혜의 가뭄'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러한 유무형의 가뭄을 해갈할 방도는 꿈과 희망 즉 운예지망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버블 시스터즈 서승희가 부른 '고래의 꿈'(작사:서승희 작곡:바비 킴) 가사에서 운예지망의 은유적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곡명 '고래의 꿈' 노랫말에서 자연과 사람은 등식화된다. 즉 자연의 상징인 고래와 사람인 화자는 동일인으로 설정된다. 따라서 가사에서 언급된 꿈은 사람의 꿈인 동시에 고래의 꿈이기도 하다. 화자인 고래는 '바다 저 끝 어딘가'에 있을 사랑의 대상인 '너'를 애타게 찾아 길을 나선다. 때로는 거센 '하얀 파도'가 화자의 간절한 마음을 마구 흔들어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온갖 난관에도 불구하고 오직 '너'만이 '나'인 화자를 '편히 쉬게 할 꿈'이라고 진실한 소망을 드러낸다: '너를 찾아서/나의 지친 몸짓은 파도 위를 가르네/I'm fall in love again 너 하나만/나를 편히 쉬게 할 꿈인 걸 넌 아는지'. '운명'의 존재를 부정했던 화자이지만 '너'를 보며 사랑에 몰입하는 고래! 이제 '너'를 찾아 꿈을 꾸며 바다로 향하는 고래의 꿈속에는 운예지망의 진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그렇다면 고래의 운예지망 꿈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이들의 뜨거운 가슴에 잠재된 간절한 그리움인 듯싶다. 김범수가 부른 'higher'(작사:김민지 작곡:돈 스파이크) 노랫말은 운예지망의 예를 보다 더 확연히 보여 준다. 곡명 'higher' 노랫말은 혹독한 '시련이 와도' 미래의 '꿈'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화자는 '하늘 높이'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다시 피어나는 푸른 잎처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맹세와 다짐을 강조한다. 누구나 장벽에 막혀 갇힐 수 있고 다칠 수도 있다. 또한 걸림돌에 걸려 갸우뚱거려 넘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화자는 지쳐 쓰러진다 해도 오뚝이처럼 재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다: '내 꿈을 향하여/지쳐 쓰러져도 난 두렵지 않아/다시 일어나/I want to get higher 그날을 위하여'. 혹독한 가뭄에 구름과 무지개를 기다리는 운예지망처럼, '헛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창공을 훨훨 날 수 있는 '그날을' 학수고대하는 화자! '오늘'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어제'보다 더욱 견고한 화자! 절망의 미로를 벗어나 희망의 대로를 당당히 걷고자하는 화자의 희망찬가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하다.누구든 인생의 우여곡절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한두 번쯤 쓰라린 실패도 맛보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한다. 무수한 역경에 처할수록 자신을 격려해보자. 기나긴 가뭄 속에 구름과 무지개 같은 운예지망이 실현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자신의 우선순위로 삼아보자. 파란 바다 끝 꿈과 사랑을 찾아 떠나는 고래처럼 오늘의 거친 바다를 헤엄치는 자들의 모든 희망과 사랑을 응원해보자./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4-09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토사구팽(兎死狗烹)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사냥개가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서 삶아 먹힌다는 뜻이다. 유용할 때는 쓰고 목적을 달성하면 버린다는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토사구팽의 예를 우리 삶과 사회 및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못된 성인 자녀가 부모의 눈 밖에 나며 팽 당해 죗값을 치른다. 오직 회사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장으로부터 팽 당해 정리 해고당한다. 조선 최고의 명재상 중 한 인물인 류성룡처럼 선조의 경계와 북인과 서인의 시기·견제로 파직 당한 경우도 있다.이 같은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예를 추가열이 부른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작사/작곡 추가열) 가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노랫말 화자는 정인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하기 일보 직전 위기에 처한 인물이다. 그는 정인을 자기 몸처럼 헌신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 이별의 문턱에 서있다. 화자는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정인에게 눈물로 간곡히 호소한다 -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그대 맘도 아프잖아요'. 아울러 정인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 '그대만 행복하면 그만인가요/더 이상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한번만 나를 한번만 나를 생각해주면 안되나요'. 화자는 팽 놓은 정인에게 팽을 철회하고 자신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 줄 것을 마지막으로 읍소한다. 그러나 그의 곁을 떠나려는 정인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아무리 처절히 절규해도 별리의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애통해 하는 화자! 돌아서서 떠나는 정인의 발걸음에 '한번'만이라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정인의 말을 간절히 듣고 싶다며 애원하는 화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은 바로 그 정인에게 팽 당한 그의 안타까운 설움이 가히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작사·한산도, 작곡·백영호) 가사에서도 주인공 동백아가씨의 쓰라린 마음을 통해 토사구팽의 상징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 노랫말 동백아가씨는 정인으로부터 팽 당한 인물이다. 그녀는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상심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더 나아가 가슴을 짓찧고 칼로 베는 듯한 극심한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동백꽃잎이 '빨갛게 멍'이 들었을 정도로 그녀의 상처는 매우 깊고 극심한 배신감에 사로 잡힌다. 암울한 실의와 절망에 빠진 동백아가씨! 그러나 그녀의 가슴 한편에는 '말 못할' 사연이 감춰져 있다. 둘만이 아는 비밀을 그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낼 수 없는 동백아가씨! 그 사연을 가슴에 부여안은 채 팽 놓고 떠난 임을 동백아가씨는 가슴에 사무치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이미 저 멀리 떠나 가버린 임으로부터 팽 당한 동백아가씨! '가신 님'과의 재회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그녀의 순애보적 기다림이 왠지 처연하기만 하다.토사구팽의 예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도 발생하고 있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불변의 사실이다. 세월이 갈수록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세정(世情) 풍토가 만연하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3-05 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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