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격세지감(隔世之感)

남녀사랑관 편견 없어진 현대여성 능동적 구애로 사랑에 빠진홍경민 '그녀의 매력' 대표사례원시 모계사회 부활 보여주는 듯 코로나19도 마찬가지… 변화 실감격세지감(隔世之感)은 다른 시대를 사는 듯 크게 변화를 느끼는 감정이란 뜻이다. 뽕나무 잎이 푸른 바다로 변하듯이 이전과 대비하여 전혀 다를 정도로 몰라보게 변해버렸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격세지감은 대중가요 속 현대 남녀 사랑관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난다.원시 모계사회는 연애와 결혼이 현재보다 더 자유로운 세상이었다.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남성들이 짙은 화장을 했을 정도이다. 부계사회의 도래와 함께 모계사회의 자유로운 남녀 사랑에 서서히 족쇄가 채워지고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하게 된다. 근대를 거쳐 현대 사회에 진입하면서 남녀 사랑에 더 이상 사회적 장애물과 편견이 없음은 물론이다.홍경민이 부른 '그녀의 매력'(작사·작곡 김창환) 노랫말에서 격세지감의 현저한 예를 살펴보자. 곡목 '그녀의 매력'의 전체를 관통하는 가사는 남녀 애정과 프러포즈에 대한 기존 관념의 전복(顚覆)을 보여준다. 가사 도입부에서 화자는 어느 날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청바지'와 하얀색 '티'를 입고 '파란 운동화'를 신은 채 '윤기 나는 검은 긴 머리'를 하고 그 앞에 나타난다. 그녀의 겉모습은 '청순'하고 '말투'는 '톡톡' 튀듯 거침이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린다. 그녀를 계속 주시하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하지만 그는 차마 말을 꺼내지도 못한 채 주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녀가 불쑥 이렇게 말을 꺼낸다. '남자가 속 좁게/뭘 그렇게 망설이냐'. 그녀의 이러한 직설적인 말에 그는 어리둥절한 채 잠시 할 말을 잊는다.이어서 그녀는 그의 모습에서 '매력'을 발견했다며 교제할 의향을 거리낌 없이 먼저 제안한다. 대부분의 경우 남녀가 만났을 때에는 설령 여성이 상대방과 교제하고 싶은 감정이 있다 해도 먼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편이다. 대체로 상대방 남성이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교제 의사를 프러포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곡명 '그녀의 매력'에 등장하는 여성의 능동적인 구애 공세에 화자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란다. 이 순간 남성으로서 '자존심'이 상해버린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속삭인다. '뭐야 세상이 변했어/여자가 먼저 프러포즈를 해/자존심 상하는데 이상하게 더 끌려/당당한 네 모습이/왠지 매력 있어/좋아 한번 사귀어 보자'.여성의 예상치 못한 프러포즈 제안에 화자는 화들짝 격세지감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는 그녀가 허락도 없이 자신의 마음을 훔쳐간 사실을 직시한다. 그럼에도 그의 순간적인 상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곧바로 여인을 향한 사랑의 매력에 깊이 빠져버린다. 심지어 자신의 마음을 '이미 뺏어 갔으니 누가 먼저'라도 프러포즈하여도 좋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사랑에 무슨 격식이 필요하겠어'라고 외치며 오히려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어찌 보면 그는 그녀로부터 사랑의 무장해제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 그는 '넋이 나간 채' 그녀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때 그녀는 '예쁜 여자 처음 보냐'라며 그에게 '농담' 반 진담 반 말한다. 그녀의 이러한 당당한 말을 듣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얼굴 붉어진 채 애써 딴청 하려' 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진솔한 매력에 자석에 끌리듯 몰입하게 된다. 남성을 향한 여성의 적극적인 구애는 과거 원시 모계사회를 지배한 남녀 사이의 자유로운 사랑관의 부활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현재 격세지감의 정점은 지구촌 전역에 여전히 확산 중인 코로나19 후유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2차 코로나19 파동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진단한 바와 같이 전 세계가 백년에 한 번 나올만한 보건 위기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감염 및 사망 공포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남녀 사랑관의 숨 가쁜 대변화와 함께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세지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8-09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몽중상심(夢中相尋)

품안에 있는 연인 함께있는 세상젖과 꿀이 흐르는 '이상향'사랑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꿈에서는 서로 그리워할 수 있어국경 없는 사랑의 영토이기 때문몽중상심(夢中相尋)은 몹시 그리워서 꿈속에서 서로 찾는다는 뜻이다. 꿈에서까지 연인을 사모함은 그만큼 사랑의 온도탑이 빨갛게 물들고 있음을 암시한다.추가열이 부른 '상사몽' (작사·작곡 추가열)은 곡목이 시사하듯 남녀 사이에 서로 사랑하고 사모하는 내용의 꿈 노래이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 품 안에 있는 세상은/다른 세상이요/꽃비가 내리고/단비가 흐르는/그런 세상이요'. 화자에게는 지금까지 사랑을 키워오고 있는 아름다운 연인이 있다. 어느 날 꿈에 자신의 연인이 나타난다. 연인을 보게 된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즉 만남의 기쁨에 잔뜩 취해 마음이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 꿈 속 세상은 두 발을 내딛고 있는 현실 세상이 아닌 신세계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연인과 함께 있는 세상은 '다른 세상'이 된다. 즉 젖과 꿀이 흐르는 세상처럼 '꽃비가 내리고/단비가 흐르는' 이상향이 그의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이렇게 창조된 유토피아 공간에서 화자는 연인에게 마음을 적시는 사랑을 고백한다. '힘이 들 때면 내게 오오/사각거리는 저고리 품안에 안겨/꿈을 꾸어요'. 온갖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무거울지라도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안식의 꿈을 꾸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포근하다. 그래서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쳐도 화자의 '품 안'은 언 손을 녹여줄 수 있는 겨울 필수템인 따뜻한 난로와 같을 듯싶다. 이러한 별천지 '꿈나라'는 '별나비'가 춤추고 '오색이 아름다운 노래로 수를 놓은' 꿈의 세계이다. 별이 반짝이는 '꿈의 세계'에서 화자는 마지막으로 그리운 사랑의 맹세를 남긴다. '비단 도포 휘날리듯/산 바람 들 바람 부여안고/사랑할테요'.김동률이 부른 '꿈속에서'(작사·서동욱, 작곡·김동률) 노랫말에서도 몽중상심의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잠든 어느 캄캄한 밤에 화자는 '하얀 꿈'을 꾼다. 그 꿈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숨소리'만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꿈속 공간은 온통 어두운 세계이다. 게다가 화자는 점점 취기가 오르지만 자신을 '깨워주는 사람' 하나도 없다. 바로 이 순간 절대 고독감이 파도처럼 마구 밀려든다. '몸을 뒤척여' 그리운 연인 '너'를 불러본다. 그러나 그 노래는 그저 '까만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연인에 대한 사모의 정이 담긴 노래를 부르지만 이상하게도 그 노래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 없는 노래를 어찌 상상해 볼 수 있을까. 이는 보고 싶은 연인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심정을 나타내는 강력한 반어법적 역설이다.연인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화자는 목이 메이며 '울먹'거린다. 큐피드는 화살을 가지고 있지만 멀리 날아가 상대방의 가슴을 늘 명중시킬 수만은 없다. 마찬가지로 꿈속의 화자도 연인의 심장 과녁을 관통해서 당장이라도 사랑을 쟁취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를 암흑의 별 세계에 다시 '재우고' 달아난다. 이때 그가 마시던 '술잔 속'에 가득 찬 쓰디쓴 '웃음'과 '한숨'이 '출렁이는 달빛에' 유유히 흘러간다. 지금 곁에 연인이 없는 꿈속의 그는 이렇게 절규한다. '날 깨워줘/네가 없는 꿈속은 난 싫어/아무도 없는 하얀 꿈속에/너를 한없이 부르네'. '하얀 꿈속'은 순백의 청정 무풍지대이다. 그는 이러한 공간에서 연인과 함께할 수 없는 현실에 몸부림친다. 그래서 하루빨리 자신을 깨워달라고 간청한다. 이처럼 꿈속에서 그리운 임을 찾아 애원하는 사모의 정이 바로 몽중상심이다.황진이는 명시 '상사몽(相思夢)'에서 몽중상심을 이렇게 읊조린다. '서로 그리워 만나는 건/다만 꿈에서나 볼뿐/내가 임 찾아갈 때/임은 날 찾아왔네/바라거니 아득히 먼/다른 밤 꿈에서는/일시에 함께 꾸어/길 중간에서 서로 만나기를'. 이와 마찬가지로 곡명 '상사몽'과 '꿈속에서'는 연인과 만날 길이 꿈길 밖에 없음을 노래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꿈에서는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다. 왜냐하면 꿈길 세상은 국경 없는 사랑의 영토이기 때문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6-28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박장대소(拍掌大笑)

사람들 난관 봉착하면 의기소침목 놓아 절규하고 싶은 마음도한치앞 알 수 없는 한번사는 인생자신만의 열정·웃음은 곧 '행복'이왕이면 일부러라도 크게 웃자박장대소(拍掌大笑)는 손뼉을 치며 크게 웃는다는 뜻이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다. 웃으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박장대소는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전 세계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소녀시대가 부른 '하하하 송'(작사·작곡:KENZIE) 노랫말은 큰 웃음이 만병통치약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사람은 난관에 봉착하면 의기소침 한다. 때로는 목 놓아 절규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루의 삶이 녹록지 않거나 세상이 요지경일 때 속이 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할 때 '하하하 송'의 화자는 '모두 함께 하하하' 웃어보라고 적극 권면 한다. '힘들다면 하하하/모두 함께 하하하/웃어 봐요 그래 그래 더 크게요/하하하하 하하 하'. 세상은 갈수록 한시도 조용하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래서 세상은 '들썩 들썩' 시끄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고민만 하고 있으면 될 일도' 되지 않는다.화자는 이 같은 위기에 처한 현대인에게 응급처방을 한다. '자 툴 툴 털고 일어나/저 문을 열면 One Two One Two Three Four/하늘 빛 무대 위에 주인공/그건 바로 우리야/그대야'. 위기의 문을 열고 나아갈 때 '하하하' 박장대소하면 세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와 '그대'임을 천명한다. 또한 7전8기 정신으로 무장해서 일곱 번 넘어지면 또 일어나서 파안대소하며 힘차게 기지개 펴라고 제안한다. '걱정만 하고 있음 어떡 하나요/자 기지개 한 번 펴고 다시 해봐요'. 아울러 화자는 그냥 눈으로만 '씩' 웃지 말라고 말한다. 오히려 껄껄대며 함께 함박웃음을 터뜨리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각종 '고민'이 희망과 긍정 그리고 열정과 온정으로 바뀌게 된다. 같이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자우림이 부른 '하하하 쏭'(작사·작곡:김윤아)노랫말을 통해 한 바탕 웃음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곡목 '하하하 쏭' 노랫말에는 '우울', '후회', '비굴' 그리고 '비겁' 등 부정적 이미지 단어들로 가득 차있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게/그대를 우울하게 만드는 날이면/이 노래를 불러보게'. 누구에게나 '모든 게' 울적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 일 년 내내 마냥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자는 '우울'한 날이 오면 '하하하 쏭'을 부르면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높은 하늘에 날려 보내기를 강조한다. 더 나아가 깊은 곤경에 빠진 '친구'에게 거듭나라고 진심으로 권면한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완전 탈바꿈의 출발점은 당당한 웃음이다. '라라라라라라/친구여 마음껏 웃어보게/하하하하하~/하하하하~/'.웃음이 점점 사라지는 현대인의 삶은 주변의 눈초리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노랫말의 화자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길에 신경을 끊으라고 말한다. 그 대신 웃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마음을 꽃' 피우기를 전격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보다 더 희망찬 내일이 '찬란히' 빛나며 밝아 온다. 활짝 열린 가슴으로 함박웃음 꽃을 피울 때 미래는 가슴 속에서 태양처럼 영원히 빛이 난다. '친구여/가슴을 열어두게/라라라라라라/태양이 그 가슴에서 빛나게'. 붉은 태양이 가슴에서 타오르는 것을 상상해보자. 주위의 '시선'에 아랑 곳 하지 않는 자신만의 뜨거운 열정과 웃음은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 즉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다.박장대소는 돈이 들 이유가 없다. 엔도르핀 촉진과 진통 감소 효과도 있다. 박장대소를 안 할 이유도, 못 할 이유도 없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한 번 사는 인생이다. 까뮈는 명저 '페스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들 속에는 경멸할 것보다도 찬탄할 것이 더 많이 있다." 웃음은 인간이 지닌 '찬탄할 것' 중의 하나다. 이왕이면 일부러라도 크게 웃어보자. 웃음은 세상의 힘들고 어려운 문제 해결의 묘약이 될 수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5-24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초로인생(草露人生)

삶은, 풀잎 위 이슬처럼 해가 뜨면 사라질 꿈에 불과최희준 하숙생·배정은 일장춘몽'공수래 공수거' 적절 묘사순리대로 살다보면 덧 없음 극복초로인생(草露人生)은 풀잎에 맺힌 이슬 같은 삶이란 뜻이다. 아침 해가 뜨면 풀잎 위 이슬처럼 없어질 인생이란 참으로 덧없다. 하루살이 부유(蜉蝣) 인생은 너무나 허무하다. 온갖 세상 부귀영화를 누려본들 인생 말년의 종착역은 어디인지 누구나 안다.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작사 김석야, 작곡 김호길) 노랫말엔 초로인생의 삶이 절절히 녹아 있다. 곡목 '하숙생'에서 인생은 자신의 주거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머물다 떠도는 여인(旅人)의 길과 동일시된다. 여인의 길은 한 장소에 계속 정착하지 않는다. 무수한 별들 중에서 어느 별에서 왔는지 모르기에 어디로 가야할 지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화자는 인생은 이리저리 객지를 유랑하는 '나그네 길'임을 나지막이 읊조린다. '인생은 나그네길/어디서 왔다가/어디로 가는가'. 따라서 여인의 발길은 드넓은 공간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정처 없이 떠돌기만 한다. 이러한 발길은 마치 김삿갓이라는 별명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조선 후기 방랑 시인 김병연을 연상시킨다. 벼슬을 버리고 전국을 구름에 달 가듯 평생 나그네 길을 걸어간 김삿갓 말이다. 김 시인이야말로 속세에 속박되지 않고 노닐며 떠돌고 유유자적하는 여인의 발길이 아닌가 싶다.화자는 인생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공수래공수거로 묘사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빈손이 아니라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돌아가는 초로인생이 더 적절한 표현일 지도 모른다. 이 같은 벌거숭이 삶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정'과 '미련'에 구속되기 십상이다. 버리고 버려도 끝이 없는 정인(情人)에 대한 샘솟는 그리운 '정'과 아쉬움을 어찌 탓하겠는가. 문제의 핵심은 그 정인을 사모하는 '정'과 '미련'에 지나치게 집착함에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던가.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삶은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지는 초로인생이다. 그리고 '소리 없이 흘러서' 가는 고요한 강물 같다.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배정은이 부른 '일장춘몽'(작사 강용길, 작곡 서재영) 노랫말에도 초로인생의 삶이 오롯이 스며있다. 화자는 가사 도입부에서 '아둥바둥', '발버둥' 쳐봐도 '일백년 인생'은 유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래저래 살아봐도/일백년 인생이요/아둥바둥 살아봐도/일백년 인생이라네 '.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백년' 살아보려고 '몸부림' 치며 사는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인생은 열흘 붉은 꽃이 없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후회와 원망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인생도 꽃잎같이 한번 지면 그만이다. 특히 탐욕은 사라지는 이슬처럼 인생 파멸의 지름길이다. 이 같은 일장춘몽은 궁극의 현자 솔로몬 왕이 인생 말년에 깨달은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란 말을 상기시킨다.권력과 명예 그리고 재산과 장수 등 그 어떠한 것도 초로와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사조처럼 '천년만년 살 거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이란 왕복표를 발행하지 않는 인생처럼 한 번 출발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삶이다. 그 인생이란 오늘의 삶에 충실하라는 경구이다. 또한 현재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진솔하게 살라는 조용한 외침이기도 하다. '수 천금을 가졌어도 부족한 마음/수 만금을 가졌어도 모자란 마음/천년 만년 살 거라고 착각하며 살았소'. 결국 인생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작은 점에서 출발한 인생은 다시 작은 재가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초로인생이란 한바탕 꿈에 불과한 일장춘몽이다. 역행의 역천(逆天)의 삶이 아닌 순리의 순천(順天)의 삶을 살면 오히려 초로인생의 허무를 극복할 수 있다. 유대교 문헌 미드라쉬(Midrash)에서 유래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문구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좌우명으로 알려진 이 명구의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성찰해보자. 따라서 풀잎 이슬 같은 찰나의 삶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4-05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수적천석(水滴穿石)

작은 물방울 합치면 큰 힘 발휘하듯인생 여정서 수많은 시련 닥쳐도담대히 헤쳐나갈 수 있어'코로나19' 감염증 사태도온 국민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수적천석(水滴穿石)은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다. 물방울은 얼핏 보면 하찮아 보인다. 미미한 이미지로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물방울이 합쳐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무엇이든 협동하면 이룰 수 없는 게 없다. 임재범이 부른 '초인'(작사: 이경, 작곡: 백경원·박기덕)의 노랫말은 인생의 기승전결을 수적천석의 과정으로 절묘하게 풀어낸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는 게 참 그래/뜻대로 참 안 돼/다 된 듯하다 가도/밑바닥 그 끝에 떨어져/또 허덕이지'. 주지하다시피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다. 뜻하는 일이 모두 성취된 듯 보여도 유약한 물방울처럼 갑자기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는 게 참 그래'라고 주장하는 화자의 푸념 섞인 말에 수긍이 간다. 이렇게 곤비한 삶에 지쳐 실망과 좌절에 빠져도 오뚝이처럼 '또 일어나/마음을 추슬러/이를 악 물고/두 주먹 꽉' 쥐며 미래의 소망을 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든지 삶의 고난 행군에 마냥 울고 슬퍼할 수만 없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화자는 그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첫째, '나를' 사랑하고 '내 아픔을' 사랑하고 '나를' 용서하고 '미움도' 용서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타인과 비교하는 잘못된 습성이 있다. 만약 다른 사람과 비교 열위에 빠지면 삶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대적 박탈감으로 발생한 자신의 쓰라린 아픔까지 사랑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심지어 이렇게 피폐해진 자신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특히 자신의 미움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긍정적 태도로 이렇게 말한다. '난 나를 사랑해/내 아픔을 사랑해/…/난 나를 용서해/ 내 미움도 용서해/두려운 세상도/난 문제없어'. 둘째, '너를' 사랑하고 '니 눈물을'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고 '니 슬픔도' 이해하는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는 게 말같이 쉽지 않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상대방을 사랑하기는 훨씬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흘리는 차가운 '눈물'을 뜨겁게 사랑할 줄 안다면 그는 진실한 연인임에 틀림없다. 더 나아가 연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연인의 무거운 '슬픔'까지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깊은 내면으로부터 긍정적인 고백을 이렇게 털어 놓는다. '난 너를 사랑해/니 눈물을 사랑해/눈물 없다면 그건 삶이 아냐/난 너를 이해해/ 니 슬픔도 이해해/고달픈 세상/늘 너와 함께해'.사람은 인생 여정에서 수많은 시련에 마주친다. 그렇게 다가온 고난을 담대히 앞으로 헤쳐 나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 다만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이다. 만약 그 시련이 마치 물방울처럼 멀리 튕겨져 흩어질 정도로 너무 혹독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자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그 어떤 시련도 피할 수 없다면/차라리 즐기면 돼'. 어려움을 도저히 회피하기 힘들다면 오히려 어떠한 형태로든 즐기면 된다. 그러면 흩어진 물방울이 모여 돌을 뚫는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는 생전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야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인생도 '끝나야 끝인 거야'라고 곡명 '초인'에서 언급한 화자의 말은 영혼의 울림과 떨림이 크다. 아무도 인생의 '그 끝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너'와 '나'처럼 물방울 같은 미약한 존재가 이제 하나가 되어보자. 그래서 '우리'가 되면 광활한 우주에 놓인 어떠한 장벽도 허무는 수적천석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온 국민이 합심 대응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20-02-16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비련애가(悲戀哀歌)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 왕비'마리 앙투아네트'의 비극적 사랑누구에게나 비련은 아픔으로 다가와그러나 그 쓰라림에 집착하면 자칫 불행한 운명 직면할 수도비련애가(悲戀哀歌)는 슬프게 끝나는 사랑의 심정을 읊은 노래를 뜻한다. 비련의 정점은 연인과의 이별로 인해 가슴이 구멍 나고 심장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질 때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든지 한두 번쯤 이렇게 비련의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끝도 없이 애련(哀戀)의 괴로움에 머물 수는 없다. 안타까운 슬픈 사랑의 순간은 짧을수록 좋다. 가수 나비가 부른 '너뿐인데' (작사:빨간양말, 고재경, 작곡:빨간양말, 앤드그루브, 고재경) 노랫말은 비련애가 그 자체이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날 밀어내는 눈빛 내 맘이 무거워/서러움 밀려와서 많이 두려워/더 이상 너의 사랑이 아닌가 봐/너에게 난 이제 아닌가 봐/'. 사랑하는 연인들은 눈빛만 바라봐도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금방 눈치챈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다. 따라서 눈빛은 서로의 마음을 단숨에 읽어내는 풍향계이다. '너뿐인데'의 화자는 자신을 '밀어내는 눈빛'을 연인에게서 알아차린다. 그의 차디찬 심정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젠 '더 이상' 연인의 사랑이 아닐 수 있다는 염려에 마음을 졸인다. 또한 연인 없이 혼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런 와중에 연인이 자신의 곁을 훌쩍 떠난다는 생각에 이르자 '말도 안 된단 말야'라고 현실을 부정하며 서글픔을 토로한다. 연인이 자신의 곁에서 '점점 더 더 멀어져' 간다고 울먹거리는 화자는 결국 쓰라린 눈물을 터뜨린다. 물론 이별을 직감한 가슴 아픈 눈물이다. 그는 연인 '너'만을 사랑하고 있는데 왜 자신을 떠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잖아/너 없이는 안 된다고/떠나면 안 된다고/'. 이제 화자의 상처받은 마음은 마치 자신의 육신을 '도려내는 바람' 같이 얼얼하고 시리기만 하다. 야속하기 짝이 없는 연인의 '손'에 의해 타의로 떠밀린 화자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연인에 대해 여전히 아쉬운 미련이 남아 있다. 쏟아지는 '눈물이 앞을 가린대도' 연인밖에는 안 보이고 연인 이외의 목소리는 안 들린다고 애처롭게 고백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로미오와 비밀리에 만나고 고통스럽게 헤어지면서 '달콤한 슬픔(sweet sorrow)'이라고 말한다. '달콤한 슬픔'의 은유 속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랑의 믿음이 깔려있다. 마찬가지로 '너뿐인데'의 화자도 헤어져야 하는 쓰라린 운명 앞에서도 가슴 속엔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다는 '달콤한 슬픔'을 반복해서 되뇌고 있는지도 모른다.화자는 이별이 엄습해오는 것을 깨닫고 두렵기만 하다. 더 나아가 자신도 믿기조차 힘들 정도로 마음이 처절하고 쓰라리다: '니가 어떻게 날 버려/내가 어떻게 널 잊어/'. 이와 같은 비련애가의 슬픔은 말로는 표현할 수조차 없는 화자의 애타는 절규이다: '내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잖아/나 없이는 안 된다고/버리면 안 된다고/'. 화자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분출하는 울부짖음은 곧 이별해야 할 운명에 대한 현실 수용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하루에도 수천 번'이나 아니 수만 번이라도 연인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그가 아니던가. 그러나 이제 와서 그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일은 전혀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마냥 밉기만 한 것이다. 그로서는 '그냥 이대로' 사랑하는 임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애처롭다. 화자의 얼굴엔 아직도 눈물이 흐른다. 그 눈물이 이제는 더 이상 연인을 '사랑해선 안 된다고' 그의 귓가를 구슬프게 적시고 있다.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비극적 결말의 슬픈 사랑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마리 앙투아네트이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서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였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의 거센 물결에 휩쓸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련애가의 여인이라 할 만하다. 누구에게나 비련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비련의 쓰라림에 집착하면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자칫 불행한 운명에 직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12-22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천의무봉(天衣無縫)

소치 동계올림픽 선녀 '김연아'빙판에 흠집없는 '금빛 연기'그러나 우리시대 위대한 어버이아름다운 금수강산이야말로흠집하나 없는 무결함 그 자체다천의무봉(天衣無縫)은 하늘 선녀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이다. 사물의 완전무결함 또는 인물의 성격과 언행이 흠이 없음을 의미한다.이선희가 부른 국민 애창곡 '아름다운 강산'(작사/작곡·신중현)은 우리나라 강산을 천의무봉의 전형(典型)으로 묘사한다. '아름다운 강산'의 노랫말은 서정적이고 감동적이다. 가사 전반에 걸친 소재는 순수한 자연의 표상이요 흔적이다. 파아란 '하늘', 하아얀 '구름', 푸르른 '나뭇잎', 푸른 '강물', 붉은 '태양' 그리고 하얀 물결 넘실대는 저 '바다' 등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을 대표한다. 자연은 인공적 기교가 전혀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의 자연(自然)이니 흠이 있을 수 없다. 비틀즈의 'let it be'(스스로 그렇게 존재한다)도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 그대로의 소중한 가치를 함축한다. 이런 점에서 자연과 동화된 화자인 '내' 마음도 때마침 불어오는 '실바람'에 두둥실 부풀어 오른다. 즉 자연과 화자는 일심동체가 된다. 삼천리 금수강산 '아름다운 이곳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손에 손을 잡고 '저 광야로' 달려갈 뿐이다. 또한 한라에서 백두까지 꾸밈없는 천의무봉 화려강산에서 미래의 '새 희망을'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자'고 화자는 강조한다. 아름다운 강산에서 태어나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특히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사는 이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강산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때를 반복하며 어김없이 돌아온다. 이 찬란한 평화의 강산에서 '나'와 '너'는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마음이 된다. '봄 여름이 지나면/가을 겨울이 온다네/아름다운 강산/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 임지훈이 부른 '아름다운 그대'(작사·임지훈, 이태윤, 김영현 작곡·이태윤) 노랫말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천의무봉의 화신으로 묘사한다. '그대는 참 담담하셨죠/아름다운 그 미소/그 작은 어깨에/슬픔도 모두/혼자서 참아내고 가셨죠'. 화자에게 어머니는 '담담'한 성격을 지닌 백만 불짜리 아름다운 미소 소유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보다 더 훌륭한 어머니의 미소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 어머니의 '그 미소'는 팬케이크처럼 달콤하지 않을까 싶다. 부드러운 빵이 사르르 녹을 때 입안에 번지는 달달함 그 자체처럼 어머니의 미소는 감미롭다. 아울러 어머니는 세상의 그 어떠한 '슬픔'도 모두 녹여내는 용광로 같은 여인이다. 또한 그녀는 자식의 흠집 있는 잘못을 '용서'하면서 홀로 인내하는 흠결 없는 천의무봉 여인이다. 그래서 화자는 '이제 보고 싶어요/안아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무결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애틋하게 표현한다. 천의무봉 아버지에 대한 화자의 묘사는 더욱 극적이다. 그에게 아버지는 따스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 모습은 늘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버지는 보통 무뚝뚝한 이미지의 대상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화자에게는 그 반대가 사실이다. '그대는 참 따스하셨죠/아름다운 그 모습'. 아버지는 '언제나 내 걱정'만 하는 인물이다. 사시사철 오직 자식 염려만 한다. 그리고 '항상 열심히 살아가거라' 말하며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마치 타박타박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여인(旅人)에게 길동무의 격려가 큰 힘을 북돋워주듯이 말이다.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다. 서서히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순간이 온다. 이때 어깨가 축 처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화자는 아버지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다. '이제 힘이 되고 싶어요/친구되고 싶어요/쓸쓸한 당신의 뒷모습/제가 지켜드릴게요'.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빙판의 선녀 김연아의 흠결 없는 연기를 생생히 기억한다. 이는 빙판에 흠집 하나 남기지 않은 천의무봉에 버금가는 금빛 연기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 위대한 어버이와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야말로 천의무봉 그 자체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11-03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애별이고(愛別離苦)

'용두산 엘레지' 화자처럼아픔을 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누구든지 별리의 고통도마음먹기 따라 열정적인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애별이고(愛別離苦)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과 슬픔을 뜻한다. 부모 또는 이성과의 이별로 인한 괴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특히 현재 열애에 빠진 정인과의 헤어짐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다.최근 대세 중의 대세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가창을 통해 대중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용두산 엘레지'(작사 최지수·작곡 고봉산) 노랫말에서 애별이고의 예를 찾아보자. 엘레지(elegy)는 슬프고 애잔한 노래인 비가(悲歌) 또는 슬픈 마음을 읊은 노래인 애가(哀歌)이다. '용두산 엘레지'의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용두산아 용두산아/너만은 변치 말자/한 발 올려 맹세하고/두 발 디뎌 언약하던/'. 용두산은 고유명사로서 사물이다. 그런데 화자는 마치 용두산을 사람에 비기어 사람처럼 생명과 성격을 부여하면서 의인화시킨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랑을 확신한다.대부분의 경우 '변치' 않는 마음을 확인하고 싶을 때에는 '맹세'를 하거나 '언약'을 한다. 즉 손가락 걸고 맹세 다짐을 하거나 말로 굳은 약속을 한다. 그러나 인용한 곡의 화자는 한 발을 올려 서약하고 두 발을 디뎌서 언약한다. 아마도 화자와 연인은 계단을 오르며 밀어를 속삭이며 사랑의 맹세를 하는 듯싶다. '일백 구십 사 계단'을 함께 오르며 사랑을 다짐할 때 두 연인은 심장이 콩닥콩닥 숨이 가빠온다. 물리적으로 숨이 차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폭풍이 휘몰아치듯 사랑의 감정이 용솟음칠 것이다. 드디어 화자는 연인의 마음 깊은 곳에 '사랑 심어 다져' 놓는 데 성공한다.여기까지가 화자의 과거 플래시백 회상이다. 이제 그는 현재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과거 연인인 '그 사람은 어디 가고/나만 홀로 쓸쓸히도/그 시절 못 잊어/' 괴로움과 슬픔에 젖는다. 절대 고독을 느끼고 있는 지금의 그는 그토록 사랑했던 연인과 교제 기간 동안 별리의 아픔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도대체 연인에 대한 사랑의 가로 세로 깊이 넓이가 얼마나 방대하길래 '그 시절'을 이토록 잊지 못할까. 화자는 감격과 희열로 가득 찼던 연인과의 사랑의 순간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사랑의 상실감에 괴로워 목 놓아 우는가 보다.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무너지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같이 우왕좌왕한다. 하물며 남녀 간 사랑이야 오죽하겠는가. 좋아할 땐 질풍노도 같은 미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사랑이 증오로 바뀌면 변심하여 사랑의 파국을 맞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연인과 '둘이서 거닐던' 194 계단에서 확인한 사랑을 화자는 이렇게 상기한다: '즐거웠던 그 시절은/그 어디로 가버렸나/'. 아마 그는 광풍이 부는 광적인 사랑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아름다운 사랑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저 멀리 '그 어디로'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없다. 자신의 심장에 사랑의 꽃을 피우게 했던 연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화자는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수용하면서도 쓰라린 작별의 엘레지를 이렇게 노래한다: '잘 있거라/나는 간다/꽃피던 용두산/아~아~아~아~용두산 엘레지'.가수 이미자는 애별이고로 대변되는 엘레지의 여왕이다. 그녀 이후 오디션 우승과 함께 신데렐라로 등장한 송가인이 엘레지의 여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와 '한 많은 대동강' 등 그녀가 부른 비가는 이별의 슬픔을 온몸으로 그려낸다. 또한 최근 윤민수, 치타 등과 소름 돋는 환상적인 콜라보로 열창한 '님아'도 애절한 애가의 전형이다. 곡명 '용두산 엘레지'의 화자처럼 애별이고의 아픔을 쓸개처럼 쓰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별리의 고통도 마음먹기에 따라 열정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이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헤어짐의 쓰라림은 오히려 미래에 아름다운 사랑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9-15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물 파내어 물고기 잡는다는 뜻도시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개발인간이 '환경 위기'를 자초더 늦기 전에 愚 범해서는 안돼땜질식 대응, 미래 재앙 불러올지도갈택이어(竭澤而漁)는 연못물을 모두 파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당장의 이익만을 탐해 미래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소탐대실과 동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신해철 외 다수의 유명가수들이 함께 부른 '더 늦기 전에'(작사/작곡:신해철) 노랫말은 갈택이어의 상징적 은유를 담고 있다. 가사 도입부에서 화자는 힘들게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회상한다. 어느덧 저만치 흘러가버린 세월은 '앞만을' 보면서 '숨차게 달려'온 시간의 연속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그는 '걸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본다. 현재 세상은 과거에 비해 상전벽해로 변해있다. '어린 시절에'는 멱을 감고 뛰어놀던 '냇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화로 대변되는 거대 이익 자본의 포화 속에서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어디론가 흘러간다. 화자는 맑고 깨끗한 자연으로 대표되는 '냇물'이 환경 오염의 원천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 같은 수질 오염은 전 세계 먹는 샘물 9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언론매체 보도와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화자는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참사를 경고한다. 이것은 갈택이어의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이 환경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화자의 애타는 울부짖음이다.화자가 어렸을 때 보았던 맑고 푸른 하늘이 이제는 '공장 굴뚝의 자욱한 연기'로 시꺼멓게 뒤덮인다. 대체로 대기 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매연가스와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만큼 공중에 떠다니는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심각하다. 이는 화자가 언급한 뿌연 '연기'로 뒤덮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리는 공습경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오염된 '냇물'과 '공장 굴뚝'으로 상징되는 환경 파괴적 현실을 미래의 꿈을 상실하는 갈택이어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경고한다: '내일의 꿈이/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바꿔 말하면 미래 계획을 신중히 숙고하지 않고 도시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난개발의 실상에 대해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 빌딩숲'을 처연히 바라본다. 치솟은 마천루가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렇게 신랄하게 반문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이젠 느껴야 하네/더 늦기 전에'.화자는 '더 늦기 전에' 갈택이어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또한 후속 세대인 '아이들이 자라서/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두 눈 속에'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이들'에게 밤하늘의 별은 꿈과 비전을 상징한다. 꿈을 먹고 사는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서는 안 된다. 꿈을 포기하면 미래가 없는 법이다. 환경오염은 큰 환란을 낳을 수 있다. '냇물'은 갈수록 오염되어 가고 있다. '굴뚝'에서 분출되는 케케묵은 '연기'는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다. 따라서 환경오염 때문에 '저 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던/우리의 별들을' 지금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별들이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육안으로 보기도 힘들지만 마음의 꿈을 잃어버린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조여 온다: '힘없이 꺼져가는/작은 별 하나/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이/뭐라고 생각하나'. 목전에 보이는 현실적 이익만을 좆기 위해 '별 하나'마저 '외면'해야 할까. 아니면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잃기 전에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까. 연못물을 전부 퍼내면 눈앞에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사람의 욕심은 불행을 낳는다. '더 늦기 전에'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실질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이한 대증요법은 금물이다. 땜질식 대응은 미래에 자칫 최악의 환경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아울러 국민과 기업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환경 보호 실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청정 지구 환경이 곧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7-28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돈오점수(頓悟漸修)

BTS 'DNA'·김연자 '아모르파티'솔 벨로의 소설 '오늘을 잡아라'공통 분모는 '지금' 이라는 것곧바로 삶의 진실 먼저 깨닫고참사랑 시나브로 실천하는게 중요돈오점수(頓悟漸修)는 사물의 본질이나 인간의 본성을 앞서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차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이치를 깨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깨쳤다 해도 수행에 정진하기란 어렵다.최근 세계적 보이그룹으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이 부른 'DNA'(작사/작곡:Supreme Boi, RM, 김우람, Suga, Hitman Bang, Pdogg)는 돈오점수의 과정을 남녀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 돈오 과정의 출발이 문득 깨닫는 것처럼 곡명 'DNA'의 화자도 불현듯 한눈에 사랑을 찾는다. 돈오의 촉매제는 바로 '내 혈관 속 DNA'이다. 그리고 '너'를 찾은 후 '만남'이라는 돈오 깨우침에 대해 부연 설명한다: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종교의 율법/우주의 섭리/내게 주어진 운명의 증거'. 화자가 자신의 연인을 찾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숙명'은 혼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주'가 탄생하고 '무한의 세기'를 초월하고 '전생'과 '다음 생애'까지 함께할 '섭리'를 같이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이제 화자가 해야 할 일은 점수라는 수행이다: 'I want it this love/I want it real love'. 진정한 사랑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신적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너에게만 집중해'. 집중할 수 있는 사랑은 서로가 진정한 연인 관계일 때만 가능하다. 화자는 연인을 대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숨'이 멎는다. 그의 DNA가 처음부터 연인을 찾아 심장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인에게만 몰입한 사랑의 핵심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가 강조하는 주제어는 바로 오늘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자신의 연인은 '영원히/영원히/함께니까'.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작사:이건우·신철, 작곡:윤일상)는 돈오점수의 과정을 긍정적 인생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누구나 빈손으로 와'. 사람은 '빈손'으로 세상에 나온다. 그 이후 '소설' 속에 등장할만한 자신만의 '한편의 얘기들을' 이 세상에 흩뿌리고 살아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자는 '모든 걸 잘 할 순 없어'라고 자위한 후 단번에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인생은 지금이야/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문구는 독일 철학자 니체가 사용한 명구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우한 운명을 오히려 적극적인 삶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화자는 '인생은 지금'이라는 돈오를 깨닫고 운명애를 강조한다. 한편 점진적 수행 과정인 점수에 대한 화자의 시각은 분명하다: '나이는 숫자/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그는 '가슴이 뛰는 대로' 몰입 수행하겠다는 삶의 점수를 선포한다. 생물학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그래서 원효대사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주창하지 않았던가. 삶은 '지금'이라고 깨우친 화자는 '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결혼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과거와 달리 연애는 필수 요소이고 결혼은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시대적 경향과 무관치 않다. 노랫말 후반부에 나타난 화자의 긍정 인생 에너지는 '다가올 사랑은/두렵지 않아'라는 확신이다. 즉 그는 삶을 수동에서 능동으로 그리고 '실망'에서 희망으로 진취적 수행 점수 의지를 갖고 실행하겠다고 다짐한다. 미국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의 소설 '오늘을 잡아라'에서 탐킨 박사는 말한다: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아모르 파티'와 'DNA' 그리고 '오늘을 잡아라'의 공통분모는 지금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바로 삶의 진실을 먼저 깨닫고 참사랑을 시나브로 수행하는 돈오점수를 실천해봐도 유의미할 듯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6-09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반박귀진(返璞歸眞)

'진실된 나로 되돌아감' 의미제자리 지킬 때 '참' 밖으로 나타나초조함은 건강·생명 위협하기도세월호 등 기본 지키지 못한 결과가식 버리고 본연 위치로 돌아가야반박귀진(返璞歸眞)은 뒤돌아 다시 한 번 처음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는 뜻이다. 노장사상의 기본 개념인 반박귀진은 돌이켜 되돌려서 진실된 나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 진실된 나란 원래 위치인 진리일 뿐만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제자리이다.시인과 촌장이 부른 '풍경'(작사·작곡 하덕규)의 노랫말은 반박귀진의 전형적 본보기를 보여준다. 화자는 다음의 노랫말이 전부인 짧은 가사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읊조린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풍경'이란 단어를 들으면 산과 바다 등 자연의 경치 또는 어떤 정경이나 상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스위스 알프스지대 만년설 명산이 아니다. 우리나라 설악산의 아름다운 자태도 아니다. 그것은 화자가 분명히 말하듯이 다름 아닌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다. 세상에서 이처럼 반박귀진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적절한 예가 어디에 있을까 싶다.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가고 돌아오는 풍경은 참된 나 곧 진리의 모습이다. 제자리를 지킬 때 참이 밖으로 나타난다. 제자리에 있는 궤도를 탈선하면 늘 위기가 따른다. 어떠한 처지에 놓여있다 해도 자신의 분수를 망각한 채 기고만장하면 안 된다. 그러면 허세와 거짓과 위선이 개입된다. 이 같은 과도한 욕망의 불꽃은 마음을 애태우며 불안하게 만든다. 초조함은 마음과 몸의 질병을 낳게 되어 현대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할 때 반박귀진은 발현된다. 불평불만 등 의식적인 부정적 생각이 자아 내면에 팽배하면 자신을 바로 볼 수 없다. 또한 자신의 본래 자리를 벗어난 월권과 남용은 집단 구성원 사이에 불화와 암투를 초래한다.말로(Malo)가 부른 '제자리로'(작사 이주엽·작곡 말로) 노랫말에도 반박귀진의 상징적 예가 녹아 있다.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먼 길을' 떠나간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한낮을 떠돌고 있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기운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비었던 집'으로 각자 다시 돌아온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도란도란' 달빛은 교교히 빛나고 있다. 별은 '물끄러미' '안식의 밤을' 지내는 이들을 은은히 비춘다. 창가에 따뜻한 '그리운 불빛이' 흘러들어온다: '길 잃은 아이 이제 제자리로/떠났던 사람 다시 제자리로/불빛 환한 밤 모두 제자리로/아픔 없는 밤 모두 제자리로'. 세상의 뼈저린 '아픔'이 없는 평온한 밤이 제자리로 돌아온 모습은 너무나 아늑하다. 심지어 아름답고 고귀하고 신성하기까지 하다. 어린아이와 어른 모두 가장 원시적인 천진(天眞) 속으로 되돌아감은 반박귀진 자체의 형상이다. 제자리로 복귀함은 원래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본연의 자신을 올바로 보는 것이다.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면 각자 서있는 위치에서 이탈하게 된다. 그 결과 반박귀진의 근본인 소박과 순박의 정신을 상실하게 된다. 기본 위치로 돌아가고 돌아올 때 반박귀진의 진리 실현이 가능하다고 화자는 세상을 향해 부드럽게 그러나 강력하게 외친다. 이렇게 할 때 불투명한 혼돈의 시대를 극복하는 '어여쁜 안식'과 '고요한 평화의 밤'이 우리 곁에 따뜻하게 찾아온다: '깨우지 마라/저 어여쁜 안식의 밤을/흔들지 마라/고요한 평화의 밤을'.수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신종 감염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 확산 사건도 반박귀진의 기본을 준수하지 못해 나타난 고질적 병폐의 결과이다. 또한 어느 한 대형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네 명의 사망 사건도 감염관리 부실 등 기본을 지키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진실된 나로 제자리에 돌아가고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검은 바다에 진실의 배가 가라앉는다. 지금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가식적 태도를 버리고 각자 주어진 본연의 위치로 되돌아갈 때이다. 이것이 바로 반박귀진의 요체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4-14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거자필반(去者必返)

누구든지 쓰라린 눈물로얼룩진 이별은 슬프다그러나 별리의 아픔 뒤에는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올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기에 고통을 참는다거자필반(去者必返)은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승에서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다음 생애에서 활짝 만개하기를 소망하는 것도 거자필반의 은유적 표현이다. 대체로 헤어짐을 영원한 이별로 등식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별리는 훗날 아름다운 재회의 기폭제가 되는 반전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김현철 외 13명이 함께 부른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작사/작곡·배훈) 노랫말은 뜨거운 운명적 재회의 거자필반 내용을 담고 있다. 인용한 곡목의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는 복수형 '우리'이다. 반면에 화자의 연인은 단수형 '그대'이다. 그 연인은 이승의 '우리' 곁을 오래전에 떠나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생존 시에는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대는 아는 가요/이 세상을 떠나간 뒤/그대 심은 나무가 이처럼 자랐음을/우리는 알고 있죠'. 머나먼 캄캄한 이별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연인의 유산인 '아름드리 한 그루' 나무의 결실에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의 노래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헌정한다. '이제 그대의 작은 나무/우리에게 큰 그늘을 드리고 있죠/이 노래 드릴께요'. 어느 날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님 '그대'가 눈이 부실 정도로 환생한다. 그리고 '우리' 옆으로 정겹게 돌아온다. '이제 다시 돌아온 그대'는 '우리'의 영롱한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 잡는다. 또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큰 그늘을' 드리운다.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이제 '우리'는 이 '세상이 외로워져도' '그대'를 다시 바라보는 꿈이 변하지 않는다고 세상을 향해 선포한다. 그리고 '그대'와 같이 호흡하며 '우리'는 환희의 눈물을 흘린다. 아울러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변치 않는 연인을 바라보는 꿈을 꾸면서 기쁨의 재회 순간을 만끽한다. 이은미가 부른 '이제야 돌아온 그대'(작사/작곡·김현철) 노랫말에서 거자필반의 예를 찾아보자. 곡목이 시사하듯 화자와 그 연인은 헤어진 채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왔다. 보통 연인의 경우 헤어진 후 재회할 때는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뜨기 마련이다. 곡명 '이제야 돌아온 그대' 가사에서 긴 세월이 흐른 뒤에 연인을 만나러 가는 화자도 '저만치 누군가가' 보인다며 반가워한다. 하지만 일반적 예상과 달리 의외로 차분하게 곧 평정심을 유지한다. 자신의 곁에 다시 돌아오는 연인을 보자 오히려 '그저 웃음질 뿐'이다. '지금 그저 웃음질 뿐이네/이제야 돌아온 그대를 외면할 수 없네'. 여기서 화자의 웃음은 희열의 감정 표현이 아니라 허탈한 듯 웃음 짓는 연민의 감정이 아닌가싶다. 사랑의 오랜 공백을 경험한 후 귀환한 연인을 바라보는 화자의 솔직한 현재 심정은 어떠할까. '내 마음을 내 사랑을 내 가슴을 내 세월을' 송두리째 가져간 연인에 대한 원망이 한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불평을 토해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느낌을 철저히 억누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말하자면 비통함이 화자의 내면에 응축되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야속한 감정으로 변해 여기저기 뒤엉켜 있다. 그래서 '억지로 눈물이 나오려 해도' 화자는 연인을 '외면'하지 못하고 그저 웃음 짓는 것이다. '이제야 돌아온 그대' 노랫말에서 표현된 다시 만남은 기쁨과 환호의 재회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의 재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색하고 겸연쩍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두 사람의 만남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 재회의 거자필반이라 하겠다.시인 만해 한용운은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갈파했다. 누구든지 쓰라린 눈물로 얼룩진 이별은 슬프다. 그러나 별리의 아픔 뒤에는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올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기에 오늘의 고통을 참는다. 어찌 보면 인생은 마치 돌고 도는 물레방아와 같다. 거자필반의 수레바퀴 안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9-02-24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안하무인(眼下無人)

방자·교만해 타인 업신여김 비유보신주의 함몰된 '베짱이 공무원'잔꾀와 비겁 의존한 '금수저들'행동의 결과는 외톨이가 될 뿐겸양지덕 실천하는 기해년 되길안하무인(眼下無人)은 눈 아래 사람 없다는 뜻이다. 방자하고 교만하여 타인을 업신여김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속담처럼 얄팍한 수로 남을 기만하는 행위는 안하무인의 예이다.싸이(Psy)가 부른 'Power'(작사/작곡:싸이) 노랫말에 나타난 안하무인의 다양한 행태를 살펴보자. 화자는 안하무인식 갑질을 자행하는 인간 군상을 네 부류로 분류한다.첫째, 잔머리를 굴리는 '간 덩어리'가 부은 사람이다. 이런 인간은 '두 눈 가리고 아웅'하는 사람이자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위선형 인간이다. 또한 어차피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서 '숨을 곳'도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둘째, '얍삽한 미꾸라지'같은 사람이다. 세상일은 얽히고설킨 만화경같이 복잡다기하다. 그런데 화자에 의하면 미꾸라지는 '엉킨 것은 잔꾀로/느슨한 그물망을 스물 스물' 교묘히 빠져나가는 존재이다. 셋째, '베짱이'같은 사람이다. 화자는 온정주의와 보신주의에 함몰돼 자신의 일을 '은근슬쩍 덮어 버리는' 베짱이를 배격한다. 경기도 수원시가 2019년 1월 상반기부터 실적 없는 '베짱이' 간부 공무원의 보직을 해지한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넷째, '돈'이 세상의 전부로 착각하는 사람이다. 화자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배금주의의 폐해를 질타한다. 과도하게 돈을 숭배하면 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된다. 돈 있는 자는 강자요 돈 없는 자는 약자로 여기는 풍조가 형성된다: '세상을 만만히 보는 사람들에게 경고/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해보려는 비겁한 태도를/또다시 돈으로 합리화시켜보려는 안하무인의 횡포'.'잔꾀'와 '비겁' 그리고 자본 독점에 의한 '합리화'에 의존한 금수저들의 안하무인의 행태는 횡포에 가깝다. 이는 흙수저들의 실낱 같은 희망마저 꺾어놓는다. 이런 안하무인식 행위에 대해 화자는 '온 몸에 힘을 실어 주먹을 날려버리고' 싶다고 울분을 토한다. 불후의 명곡 '한동안 뜸했었지'로 유명한 밴드 '사랑과 평화'가 부른 '정신차려'(작사/작곡:이철호) 노랫말은 오만불손한 안하무인의 작태를 지적한다. 화자는 가사 도입부에 '쓸데없는 자만'을 버리라고 말한다. 자신을 잘났다고 스스로 뽐내지 말기를 역설한다. 안하무인격 성격파탄자는 대체로 자신이 세상에서 '정말 최곤 줄' 안다. 이러한 부류의 인간은 누구나 수긍할만한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타인에게 오직 위협적인 말과 행동으로 으름장을 놓아 겁을 먹도록 한다. 이와 같이 '안하무인과 같은 행동'의 결과는 '외톨이'가 될 뿐이다. 요리조리 통발에 미꾸라지 빠지듯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오만불손'을 자행한 외톨이는 왕따처럼 공생이 힘들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들' 외톨이 곁을 떠나간다. 더 나아가 화자는 안하무인격 공주병 또는 왕자병에 걸린 현대인을 '자뻑에 빠진 자신'과 동일시한다. '자뻑'이란 자기 본인에게 도취되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모두 네게 잘 해줄 때' 이것을 절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화자는 말한다. '이제라도 그만 좀' 자뻑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라고 반복 강조한다. 이러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지난날을 다시' 돌아보지 못하면 그때는 후회막급의 파국으로 내몰린다. 결국 화자는 '많은 무지의 소치들'로 인한 안하무인격 갑질 행태를 바로 잡을 것을 제안한다. 그 제안의 핵심은 '자뻑에 빠진 자신'에 대한 반성과 '정신'을 다잡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마음을 바르게 고치는 것이다: '마음 고쳐먹고/빨리 정신차려/정신차려라'.2018년 무술년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국내 유명 브랜드 치킨 업계 오너 일가의 직원 폭행, 토종 피자 브랜드 창업주의 경비원 상대 폭언과 폭행 그리고 최근 발생한 모 웹하드 업체 회장의 전직 직원 폭행과 상습적 엽기 행각 등은 안하무인 갑질의 극치이다. 이러한 '슈퍼갑질러'들의 야수적 패악질은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2019년 기해년은 모두가 겸손하게 사양하는 미덕인 겸양지덕을 실천하는 황금돼지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12-30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노발충관(怒髮衝冠)

쉽게 성을 내고 화를 삭이지못하는 분노조절 장애 발생이갈수록 늘고 있다그러나 터무니없이자신과 타인에게 날리는 묻지마식 노여움의 하이킥은현대인의 이성을 마비시킨다노발충관(怒髮衝冠)은 격렬한 분노에 머리털이 관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특히 배반당한 모욕감에 몹시 성이 난 모양을 비유하는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화가 나야 털이 뻣뻣이 일어날까. 누구든 노발충관 상황에 직면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치밀어 오른 감성이 합리적 이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연인에게 배신당한 여성이 날린 분노의 하이킥이 에일리가 부른 '보여줄게'(작사·강은경 작곡·김도훈/이현승) 곡목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화자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여자로 등장한다. 자신의 연인과 '함께한 날이 얼마인데'라고 스스로 비웃으며 연인을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다. 또한 저 멀리 흘러간 '시간이 억울해서 자꾸 눈물이' 두 뺨을 적신다. 남자가 그녀 곁을 떠난 이유는 또 다른 여자가 남자 앞에 홀연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화자 자신이 사준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리고 새 여자를 만나 히히덕거리며 웃는 남자의 불쾌한 모습을 그녀는 상상한다. 그 후 번민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거침없는 발차기를 남자에게 날린다. 말하자면 구남친 퇴치를 위한 선전포고를 한다: '더 멋진 남잘 만나 꼭 보여줄게/너보다 행복한 나/너 없이도 슬프지 않아/무너지지 않아/boy you gotta be aware'. 여자는 이제 자신의 곁을 떠난 남자의 잔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거하려 한다. 그리고 기약 없는 먼 훗날 남자에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보복 의지를 굳게 다진다. 또한 지금부터 '바보처럼 사랑 때문에' 떠나버린 연인 때문에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말한다. 결국 여자는 남자로부터 받은 반지를 버린다. 연애편지도 모두 지우고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모두 잊겠다고 선포한다. 아울러 여자는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화장도 새로 고치려 한다. 일부러 '하이힐에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의 남자였던 '널' 만나면 '놀란 니 모습 뒤로 한 채 또각또각' 걸어가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그리고 치명적인 하이킥을 작렬 시키겠다고 울분을 토한다.이소라가 부른 '화'(작사·이소라 작곡·UNKNOWN) 노랫말 속에도 노발충관의 진노가 드러난다. 곡목 '화'의 첫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난 뭐든지 너무 쉽게 화가 나/그럴 땐 추악해/아직도 치밀어 와/'. 화자는 왜 이렇게 자신에 대해 화를 내는 걸까. 왜 화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발대발하는 걸까. 과거 연인으로부터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걸까. 아니면 씻을 수 없는 '기억'이 그녀를 억압하고 있는 걸까. '비틀어진' 마음이라고 스스로 조언을 해도 '내가 날 막을 수' 없다면서 자신을 극도로 부정한다. 망각의 저 편 '어둠' 속에서 '날이 선 가위로' 화자에게 뼈아픈 '기억'이 다가온다. '남 모르게' 불끈 성이 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다다른다.화자는 누구의 그 어떠한 말도 아직까지 '지금도' 불신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경청하려 들지 않는다. '내가 날 막을 수 없어/죽임 같은 거/아무도 믿을 수 없어 지금도/'. 화가 홀아비 동심(動心)하듯 치밀어서 분노한 머리털이 화자의 관을 밀어내는 모습은 노발충관 그 자체이다. 이처럼 자신뿐만 아니라 연인으로부터 당한 배신감은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명작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광기의 주인공 히스클리프를 연상시킨다. 자신의 사랑을 배신한 캐서린과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 대한 잔인한 복수심에 불타 인생의 파멸에 이르는 히스클리프! 제어할 수 없는 분노에 가득 찬 21세기형 현대판 노발충관의 화신인 듯싶다. 요즘 쉽게 성을 내고 화를 삭이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 발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최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부산 일가족 살인사건 등이 적절한 예이다. 의학적으로 분노 호르몬이 분비되면 뇌신경이 흥분하고 호흡이 가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자신과 타인에게 날리는 묻지마식 노여움의 하이킥은 현대인의 이성을 마비시킨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11-11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여측이심(如측二心)

열렬히 사랑했던 이의 이별통보원망과 배신감에 괴로운 연인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자신속에 제2의 자아와 싸우며속 다른 두얼굴 감추고 사는지도여측이심(如측二心)은 뒷간에 갈 적과 나올 적 마음이 각각 다르다는 뜻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오히려 보따리 내놓으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는 사자성어이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여측이심의 행태는 반드시 불행을 부른다.태진아가 부른 '바보'(작사 조성현, 작곡 박성훈) 노랫말에는 여측이심의 예가 뚜렷이 나타난다. 곡명 '바보'의 가사 도입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마음 주고 정을 준게 바보였구나/사랑을 한 내가 바보였구나/거짓말인가 정말인가요/날 두고 가신다는 그 말이'. 화자는 속 다르고 겉 다른 연인의 배신에 뒤통수 맞은 듯 뼈에 사무쳐 있다. 그는 오직 '마음'과 '정'과 '사랑'만을 연인에게 헌신해왔다. 그러나 이제 연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사랑이 위기에 봉착하자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이런 와중에 어느 날 그는 연인으로부터 헤어지자는 가슴 쓰라린 말을 듣는다. 이별 통보를 처음 접했을 때 긴가민가하지만 곧이어 극심한 모욕감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처음엔 왜 몰랐을까 이렇게 끝나는 것을/속 다르고 겉 다른 당신'. 이렇게 화자는 연인의 여측이심 변심에 분통을 터뜨리며 비분강개한다. 어찌 보면 그에게 연인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일그러진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형 인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또한 꽤 오래전 방영된 미국 TV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의 등장인물인 분노의 화신인 괴물 '헐크'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즉 화자는 자신의 연인이 너무나 달콤한 말로 치장한 이중적 인물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에 따른 심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선택의 여지없이 헤어짐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왕에 가실려거든 내 눈 속에 남아있는 눈물도' 전부 회수해가라고 '바보'처럼 체념하며 자신의 연인을 포기한다. 인순이가 부른 '잠깐'(작사·작곡 나훈아) 노랫말에도 여측이심의 예가 선명히 드러난다. 가사에 등장하는 화자는 사랑했던 자신의 연인과 이별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왜 헤어져야 하는지 정작 그 이유를 전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 연인이 '도망치듯 달아나듯' 돌아서서 떠나려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따라서 화자의 현재 심경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다. 그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연인에게 자신을 떠나려는 '이유라도' 꼭 알고 싶다며 되묻는다. '잠깐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왜 가는지 왜 가는지 떠나가는 이유라도 들어 봅시다'. 화자와 연인 사이의 사랑은 처음에는 영원히 지속 가능할 것처럼 미친 듯이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화자는 이별여행을 준비할 수밖에 없어 심적인 허탈함과 혼돈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화자는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을 '농담처럼 장난'으로 생각한 연인에 대해 몹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는 연인에게 자신의 전부를 바치며 열렬한 애정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두커니 별리의 정거장에 멈춰 서 있다. 그리고 변소 갈 때와 나올 때가 너무나 다른 연인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을 토로한다. 그러나 오랜 생각 끝에 푸념을 늘어놓으며 헤어짐의 현실을 받아들인다.'잠깐 그럴 수가 있나요/가더라도 가더라도 마지막 술잔이나 비우고 가소'.화자는 이제 겉과 속이 완전히 상반된 여측이심의 화신인 연인의 달달한 사랑 고백에 기만당했던 자신의 아둔함에 후회막급이다. 아울러 자신의 처지를 원통해하고 한숨을 쉬며 탄식한다. '사랑한단 그 말을/믿은 내가 바보지 믿은 내가 바보야/믿은 내가 어리석지'.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고딕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인간의 여측이심의 이중성을 신랄히 고발한다. 선의 상징 지킬 박사의 자아 안에 악의 화신 하이드라는 별개의 인격체가 충돌한다. 이 같은 정체감 장애는 지킬 박사의 자살로 막을 내린다. 현대인도 자신의 자아 안에 내재하는 비뚤어진 제2의 자아에게 쫓기고 있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지킬 박사처럼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을 감추고 사는 지도 모른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9-16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전전반측(輾轉反側)

어떤 이는 이별로 잠 못 이루고어떤 이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열대야로 잠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다전전반측(輾轉反側)은 걱정거리가 많거나 슬픔에 겨워 누워서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성 사이에 서로 사모하여 항상 마음에 그리다 잠 못 드는 상황을 말할 때 더 많이 사용한다. 씨앤블루(CN BLUE)가 부른 '잠 못 드는 밤'(작사·작곡:이종현·Heaven Light) 노랫말에는 전전반측의 예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는 너를 보던 날 기억이나/신비한 미소가 아직 선명해/날 설레게 해'. 화자의 마음속에는 남은 등불인 잔등(殘燈)이 다 타고 수탉이 울 때까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리운 님의 '신비한 미소'가 기억으로 뚜렷이 남아있다. 찬란한 해 솟는 바다처럼 화자의 가슴은 기쁨에 겨워 한없이 설렌다. '바람에 흩날리듯 번진 꽃향기처럼 스며든' 님을 그리는 애타는 심정을 과연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보고픈 이를 향해서 사모의 정념에 불타는 화자의 심장은 뜨거워져 두근거린다. 그렇게 불면의 밤은 끝없이 지나간다: '두근거려 잠 못 드는 밤 널 그리는 밤 Endless night'.화자는 끓는 피에 뛰노는 가슴을 부여안는다. 그가 밤새워 연인에게 '들려줄' 그리고 '전해줄' 사랑 이야기는 달콤함 그것 자체이다. 연인의 '아이 같은 눈빛'은 별빛처럼 그의 깊은 두 눈 속에 빨려 들어간다. 또한 그의 '늘 같은 자리에 늘 같은 곳' 따뜻한 심장 한가운데에서 연인의 눈빛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뭇별처럼 밝게 빛난다. '뒤척이다 잠 못 드는 밤'을 하얗게 지새고 함께 영원히 곁에 있고 싶은 연인을 향한 그의 가슴은 애가 탄다. 애태울 정도로 연인에 대한 그의 정열은 태양처럼 뜨겁다. 이처럼 오매불망 자나 깨나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연인을 향한 연정이 활활 불타고 있다. 이처럼 화자의 전전반측 심정은 너무나 간절하고 애달프기만 하다.김건모가 부른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작사·작곡:김창환)에는 비 내리는 밤에 화자의 전전반측 심경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내 맘 속에 잠들어 있는 네가/다시 나를 찾아와/나는 긴 긴 밤을 잠 못 들것 같아'. 화자의 가슴에는 자신의 연인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지금은 연인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기만 하다. 그런데 갑자기 처량하기 짝이 없는 비 오는 밤이 은밀하게 찾아온다. 그때 그 연인이 화자의 심장 속으로 스멀스멀 다시 다가온다. 화자는 연애 시절 비 내리는 밤에 자신의 연인이 '즐겨 듣던' 노래를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 기타를 치며 불러주곤 했다. 이러한 아련한 추억이 그의 귓전에 남아 자신의 연인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창밖을 보면 화자는 '괜시리' 울울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눈을 가만히 감고 잠을 청하려 해도 몸을 뒤척이다 '긴 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 오는 소리에' 화자의 마음은 오직 연인 생각에 흠뻑 젖어든다. 공연히 답답한 마음이 더욱 쓸쓸하고 울적하고 심란하다. 게다가 화자의 '마음속에 가득' 남아있는 연인의 애처로운 '미소만이'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룩주룩 비 내리는 밤에 잠 못 이루며 '지친 그리움'으로 사무친 상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만 간다. 가슴 저미는 생각에 잠기면 잠길수록 화자는 더욱 더 연인과의 극적인 재회 의지에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난 너를 찾아 떠나갈 거야'.<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샘은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다반사이다. 거의 매일 이리저리 뒤척이고 자신의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서 몹시 힘들어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픈 이별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또한 어떤 이는 이글이글 불타는 사모의 연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그나저나 요즘 뜨거운 여름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청하는 이가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7-29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부작족(知斧斫足)

월드컵 한국사령탑 신태용호에게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팬들의 마음 매우 간절하기만2002년 열기의 재현 기원하며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지부작족(知斧斫足)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이다. 신뢰하고 있던 사람에게서 도리어 배신당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권력욕의 화신인 로마 시저가 양자 브루투스로부터 암살당한 것은 지부작족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경우는 특히 남녀 연인 사이에 무수히 발생한다. 걸그룹 베이비복스가 부른 '배신'(작사:양재선 작곡:김형석)의 노랫말에서 지부작족의 예를 살펴보자: '너 없는 세상도 눈부신 걸 알아/더 이상은 너만을 바라보던 내가 아니야'. 화자는 연인으로부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과거에 오직 한마음으로 연인만을 애모한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덧 세월이 흘러 현재 그녀는 이별의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연인을 지난날처럼 더 이상 연인으로 부를 수 없고 의지할 수도 없다. 즉 연인에게 '줄 수 있는 마음'조차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연인을 영영 '떠나는 일 뿐'이다. 더 나아가 그녀는 '고맙게도 떠나는 날 잡지 않을 너'라고 빈정거리며 연인을 신랄히 조소한다.화자에게 있어서 연인은 '사랑했던 나'와 '함께한 우리 기억 따윈' 없는 존재라고 잘라 말한다. 다시는 '나를' 돌아보지 말고 '기억'을 모두 잊으라며 허탈한 심경을 숨기지 못한다. 또한 자신을 완전히 아름다운 옛 추억 속에서 지워달라고 배신한 연인을 힐난한다. 헤어짐의 문턱에 서있는 지금 이 순간 화자는 애처롭게 이렇게 자조하며 말한다: '돌아서면 그만인 이별까지 아름다울 필요는 없잖아'. 이제 그는 '믿지 못할 사랑의 끝'조차 슬프게 느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지나간 박제된 기억들이 현재 자신을 비웃으며 조롱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연인에게 발등 찍힌 화자의 무기력한 상황이 왠지 모르게 처량하기만 하다.문희옥이 부른 '발등이 찍혔네'(작사/작곡:홍세기)의 노랫말은 지부작족 사용 주체인 남성에 대해 지부작족 대상 객체인 여성의 눈물 어린 후회를 애잔하게 담고 있다. 곡목 '발등이 찍혔네' 가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 '조심', '위로', '눈물'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이 문구들이 시사하듯이 마음 놓고 믿었던 남자에게 발등 찍힌 여인의 처지는 배신감과 상실감 그 자체이다. 가사 도입부에 등장한 여인의 마음은 '호수'처럼 조용하고 넓다. 평온한 마음의 호숫가에 어느 날 남자가 혜성처럼 멋지게 나타난다. 그 후 그녀는 마음속에 사랑의 남자 '배'를 띄운다. 그리고 그 연인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배신의 암초인 '돌풍'을 만난다.어떠한 상황이든 돌풍은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자 여인은 '순진하고 약한 맘' 때문에 어쩔 수없이 이별의 정류장에서 괴로워한다. 또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자신뿐만 아니라 연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여인은 뒤늦게 지부작족의 배반감을 뼈저리게 통감하며 후회막급의 자괴감에 빠져든다: '돌다리처럼 두드려보고 건너갔는데/조심조심 건너갔는데'.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대할 때마다 '조심조심'한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어 신중한 판단력을 잃은 그녀는 배신의 늪에 헛디뎌 '풍덩' 빠진다. 그리고 헤어나올 수 없는 심연의 수렁에서 '속고 속는 내 삶'을 뒤돌아보며 탄식과 절망의 눈물을 흘린다.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가 최측근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예이다. 이번 주 6월 14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릴 FIFA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신태용호에게 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매우 간절하기만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전 국민을 뜨겁게 달구었던 열기의 재현을 다시 한 번 기원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6-10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독정심(지犢情深)

지독정심(지犢情深)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정이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은 지극히 맹목적이고 헌신적이다. 더 나아가 어버이의 애정은 바다처럼 깊고 넓고 위대하다. 바비킴이 부른 'MaMa'(작사/작곡:하광훈) 노랫말에는 곡목이 시사하듯이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배어 나온다. 'MaMa'에 등장하는 화자는 성인이 된 인물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어머니의 포근한 '무릎'을 필요로 하는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 그가 가끔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러한 위기 때마다 '문득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화자의 '그림자'를 품에 안은 채 화자의 인생 길라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내 그림자를 안고서'.만약 자녀가 정상 궤도를 탈선해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건에 연루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숨이 끊어질 듯 몹시 애통해하고 깊은 상심에 잠길 듯싶다. 마찬가지로 'MaMa' 속 화자는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속마음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미안해요 고마워요/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어머니의 지독정심 사랑의 위대함에 그는 가슴이 울컥하며 새롭게 마음의 다짐을 한다. 만약에 비가 내리면 어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우산'을 들고 자신이 서 있겠다고 굳게 맹세한다. 그 동안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주며 무한대 사랑을 베풀었던 것처럼 그도 어머니를 포옹해주겠다고 서약한다: '내가 안아 줄게요/하늘에 뜨거운 저 태양도/밤하늘에 수많은 저 별도/당신 앞에선 그저 작은 이야기뿐일걸'.포천 출신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작사/작곡:이현승) 가사는 아버지에 대한 잔잔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곡목 '아버지'에서 아버지는 '그대'라고 묘사된다. 화자에게 '그대'는 '한 걸음도' 바싹 다가가기엔 부담스런 존재이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내 마음을 알아주기를/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화자에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화자와 아버지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이다.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화자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자의 가슴에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쓸쓸히 '뒷모습'을 보인 채 자신 곁을 떠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그렁그렁 차있는 화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주륵 흘러 내린다.화자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이중 감정 병존의 감정이 교차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애증의 감정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세차게 북받쳐 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서로 미워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때로는 화자를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한 애정으로 '아껴주던' 사랑의 전도사이자 지독정심의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 밀려오면서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뼈저리게 사무친다: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모른 채 아버지를 미워했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재확인하며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부모와 자녀의 친밀도가 예전만 못한 요즘이다. 세월이 가도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는 가로 세로 깊이 넓이 모두 다 무한대 사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지독정심의 깊은 뜻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4-22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천장지구(天長地久)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수를 기원할 때 쓰이지만 남녀 간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말할 때 더 자주 사용한다. 인천 출신 허각이 부른 곡명 '언제나(작사·작곡 조영수)'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화자에게 한 연인을 향한 애정의 높이와 깊이는 하늘보다 높고 안개보다 깊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연인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다. '세상이 변해도' 연인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또한 항상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연인이 있기에 너무나 '다행'이라며 고마워한다. 아마 그의 일상은 번잡하고 때론 슬프기도 때론 울고 싶을 때도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연인 생각에 '환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친 하루 끝에서'도 연인 생각을 하면 '누구보다' 더 없이 행복해한다.화자에게 연인은 이 세상 유일한 존재일 만큼 소중하다. 연인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는 없어도 연인의 '곁에서' 같이 울어 줄 만큼 사랑의 넓이는 바다보다 더 넓다. 그래서 그는 연인에게 이렇게 맹세한다: '내 모든 걸 다 바쳐서/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널 사랑해 세상이 변해도'.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고 헌신하려는 천장지구적 애정은 화자의 다음 언급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천 번을 넘어져도 또다시 쓰러져도/다시 일어날 거야/비바람 몰아쳐도 어둠이 내려도 널 지켜줄게'. 화자는 연인의 존재 이유 때문에 '하루를' 살아간다. 또한 같은 이유 때문에 '심장'이 요동친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쳐 말한다: '사랑할 한 사람 세상에 너뿐이라고/사랑해'.코요태가 부른 '끝없는 사랑(작사 이재경, 작곡 JK Lee)' 노랫말에서도 천장지구적 사랑의 예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어디론가 저 멀리 '떠나야 한다면' 화자는 이렇게 답변한다: '내가 떠날 수 있어/너를 사랑하니까/함께 있어줘 나만의 꿈이 되어줘/내가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너뿐야'. 연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어쩌면 이리도 태산처럼 높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와 같이 연인에 대한 화자의 사랑은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연인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희생적이다. 또한 화자는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연인 밖에 없을 정도로 절대적 무한신뢰를 전폭적으로 나타낸다.화자는 연인에게 '끝없는 사랑'을 약속할 정도로 지속적 애정을 뚜렷이 드러낸다. 아울러 그에게 연인은 '희망'인 동시에 '꿈'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아무리 위험하고 어둡다 해도', '비록 힘들고 지쳐가도', 그리고 이별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마지막 그 날까지'도 연인은 나락에서 화자를 구원해 줄 천장지구적 구세주로 다가온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 그 연인은 그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until that last day' 자신의 옆에 머물러 주기를 간청한다.남녀 연인의 사랑이 과연 영속적일 수 있을까 싶다. 부부의 사랑도 긴 세월 앞에서는 속절없다. 그러나 일생 단 한 번만이라도 천장지구적 변함없는 사랑을 오랫동안 불태우다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3-04 고재경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무신불립(無信不立)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이다. 나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제대로 설 수 없다. 또한 남녀 연인 사이의 수평적 관계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박정현이 부른 '믿어요'(작사:강은경 작곡:박정현) 노랫말에는 무신불립의 예가 선명히 드러난다. 곡명 '믿어요' 가사의 화자와 그 상대방은 과거 연인 관계였다. 현재 두 사람은 헤어진 상태이다. 화자는 그리운 마음으로 연인과 재결합 의지를 보인다. 이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식상할 수도 있는 '그 흔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왜 바보처럼' 사는 지 의아해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떠난 님의 귀환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즉 사랑에 대한 절대 믿음과 떠나버린 님에 대한 무한 신뢰는 거의 운명적 신념에 가깝다. 이는 화자로 하여금 '돌아올 그댈' 위해 자신의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한다: '믿어요 난 돌아올 그댈/믿어요 난 사랑을'. 훌쩍 떠난 님의 회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구 저 반대편 끝에서라도 '언젠가는 꼭 반드시 만나죠'라는 굳건한 믿음은 화자만의 존재 이유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화자는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남엔 헤어짐이 따름) 거자필반(去者必返/헤어짐엔 다시 만남이 뒤따름)의 윤회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싶다. 섭식하려는 음식을 믿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진실을 믿으면 현실이 바뀌고 사랑의 맛과 멋과 흥에 취할 수 있다. 화자에게는 '꿈꾸는 사람에게만 비로소 꿈은 이뤄진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이러한 전폭적인 신뢰가 있기에 제대로 설 수 있고 사랑을 성취할 수 있다. 소나기가 부른 '믿어요'(작사:신익수 작곡:김영재) 노랫말에도 무신불립의 전형적인 예가 여실히 나타난다. 곡명 '믿어요' 가사 도입부에 나오는 '그대여 내 손을 잡아요' 그리고 '날 믿어요'는 연인에 대한 전폭적인 사랑의 맹세이다.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는다는 것은 동행을 뜻한다. 지향하는 목표가 동일하고 오랫동안 길을 같이 걷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한 동행 서약에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의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 믿음이 무너지면 펑크난 자동차 바퀴처럼 연인 간 축적된 애정은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로 믿음을 쌓아 가면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이 커져간다. 더 나아가 험난한 세상살이에 다친 '아픈 상처 모두가' 아물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난 믿어요/우리 함께라면/사랑의 빛이 되어 밝혀줄게요'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 공든 탑은 차곡 차곡 쌓아 올린 믿음의 주춧돌로 인해 완성된다. 연인 사이에 신뢰를 토대로 견고하게 구축한 '하나의 사랑' 금자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믿음에 기초한 사랑하는 '그대만 있어준다면/그 어떤 시련이 와도/'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 화자는 이와 같은 서약을 자신의 연인에게 달콤하게 속삭인다.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이다. 누구든지 믿음이 깨지면 상호 관계에 금이 가고 제대로 일어설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무신불립은 변하지 않는 금언이자 진리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1-28 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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