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

 

[손경년의 '늘찬문화']공공서비스 제공과 노동권의 균형점

'휴식 있는 삶' 구성하기 위해선법 작동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고근로자의 '노동권' 지킬 수 있도록문화예술기관의 관리자는균형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는 2003년 새로운 앨범으로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를 비꼰 표현으로 알려진 '도둑찬가(Hail to the Thief)'를 내놓는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의 하나인 '우리는 젊은 피를 빨아먹다(we suck young blood)'의 가사는 '배고프니? 아프니? 쉬고 싶어 죽겠지? 넌 달콤하니? 넌 신선하니? 손은 묶여있지? 우리는 젊은 피를 원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랫말을 곰곰이 새기다 보면 지금의 우리들이 비록 스스로 직업을 선택했다고 여길지라도 과연 계약으로부터 자유롭고 얼마만큼의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어진다. 라디오헤드의 노랫말처럼, 또는 "자본은 죽은 노동인데 이 죽은 노동은 흡혈귀처럼 노동자의 살아 있는 노동을 더 많이 흡수할수록 점점 더 활기를 띤다"고 말한 마르크스의 말처럼 우리는 '일이 즐거운 인생'이라기보다는 자각하지 못한 채 상품 소비를 위해 '즐거움을 저당 잡힌' 삶을 살아 온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워라밸(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이나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많아지는 것을 보면 '뭔가 아닌 것 같다'는 문제의식과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욕구는 분명 있는 것 같다. 2015년에 제정, 2016년 12월에 일부 개정된 뒤, 2017년 3월21일부터 시행된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과 국회의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18년 2월 28일 통과된 뒤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내용은 어쨌거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시행시기가 다르기는 하나 주 40시간의 기준근로시간과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의 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은 '여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켜 일과 여가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총 17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여가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추진해야 하며, 국가와 지방정부는 조사 및 연구, 여가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 여가정보의 수집 및 제공, 여가교육의 실시, 여가시설과 공간의 확충, 여가전문인력의 양성, 사회적 약자의 여가활동 지원 민간단체 등의 지원, 우수사례 발굴 및 시상, 여가산업의 육성 등에 대한 필요한 시책의 강구, 지원해야 한다. 법을 근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5일 '국민여가활성화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국민들이 '여가를 통한 휴식 있는 삶을 기본권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삶의 시간을 회복'시키기 위해 제시된 기본계획에서는 여가참여 기반 구축, 여가 접근성 개선, 여가 생태계 확대 등을 기본 방향으로 8개의 추진 전략과 32개의 중점 과제를 담고 있다. 특히 2022년을 목표도달기준으로 여가참여율은 현재의 42.7%에서 55%로, 문화활동공간 이용률은 64.85%에서 70%로, 여가서비스 일자리 창출은 3만 6천 명에서 5만 6천 명으로 잡고 있다. 법의 이상과 현실과의 간격을 좁혀야 하는, 다시 말해 국민들의 '휴식 있는 삶'을 구성하기 위해 내용을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이 문화예술분야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치를 도달하려면 넘어서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하나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이제 출발한 기본권으로서의 여가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법의 작동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려면 국민이 요구하는 공적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짐과 동시에 즐겁게 일하는 근로자로서의 '노동권'을 지켜야 하는 문화예술기관의 관리자는 이 둘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8-12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문제는 실천이야! '문화비전 2030'

현 정부의 '문화비전'이제대로 실천되려면먼저 문화·예술적 제안 장단점을관료들이 판단하려는'야망'을 포기할 필요도 있다작년 새 정부 출범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중장기 문화정책 수립 추진계획'을 확정한 뒤, 그 해 10월 학계 및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새문화정책준비단'을 구성, 12월에 '문화비전 2030 기조'를 발표한 뒤, 2018년 1월 15일부터 27명으로 구성된 '새문화정책 준비단 분과회의'를 운영하였다. 이와 함께 13회의 문화정책포럼, 4회에 걸친 지역문화발전 연속토론, 3회의 예술정책 토론과 각 4회씩 콘텐츠정책포럼, 체육정책포럼, 열린 광장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제안된 내용을 수렴하여 5월 16일 '문화비전 2030'(이하 문화비전)을 발표하였다. '문화비전'은 '사람이 있는 문화'라는 가치를 근간으로, '개인별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적 창의성 확산' 3대 방향의 제시와 '개인의 문화권리 확대, 문화예술인 종사자 지위와 권리보장, 성평등 문화의 실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확산, 공정하고 다양한 문화생태계 조성, 지역문화분권 실현, 문화자원의 융합역량 강화,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확대,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혁신' 등 9대 의제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현 정부의 문화에 대한 기본철학과 인식은 '사람', '생명', '평등', '감성', '쉼', '협력', '다양성', '자치분권', '공정', '상생' 등과 같은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화비전'에서 제안된 가치는 '사람의 행복한 삶'과 그것의 '지속적 유지'에 필요한 것이기에 동의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가 현실의 삶 속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좋은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철학적 논증의 우아함이나 이론적 그럴싸함으로 끝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의 '행복이란 좋은 감정을 느끼고 삶을 사랑하며, 이런 감정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문화비전'의 목적하는 바가 '행복한 삶'이라면 '좋은 감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헌신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이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를 구체화해야 한다. 예컨대 '평등'을 얻고자 한다면 어떠한 불평등도 간과하거나 은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양성'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다름의 이해'를 고려해야 하고 동시에 특정한 종류의 관용이나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여기는 단 한 가지의 형태를 지닌 권리만 인정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정부기구의 대다수 관료들은, 그렇게 책무가 부여되기도 했기에 국민이란 '보살피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스스로 욕구를 생성, 창조하고 있으며, 비록 소소한 영역에 국한될지라도 주체적으로 해석, 판단,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로서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서 '관리를 당하는 것'에 머무르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현 정부의 '문화비전'이 제대로 실천되려면 일차적으로 문화, 예술적 제안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관료들이 판단하려는 '야망'을 포기할 필요도 있다. 그럴 경우 설령 관료들이 '관리를 당하는 것'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나 국민들과의 갈등에 직면할지라도, 각각의 역할이 요구되는 '관리'와 '문화예술의 창조'와의 '합리적 타협' 지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예술이 일상의 삶으로 들어가서 '지속적인 행복한 삶'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6-24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시민은 '삶의 주도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

1월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함으로써 한국에서의 미투(MeToo) 및 위드유(WithYou) 운동을 촉발하였고, 3월14일 뇌물수수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다른 한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한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세계인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끝으로 3월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렇듯 작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상이상의 사회적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간 인식했던 혹은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구석구석 문제를 도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를 갖기 시작했다.2005년에 국가차원에서의 문화정책인 '창의한국'이 발표된 이래, 지역에서는 변화하는 문화지형에 적합한 중장기 문화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0월부터 '새 문화정책 준비단'을 꾸려 현장토론회, 간담회, 자문회의 등을 수행하면서 개인의 문화적 권리보호와 증진,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 공정하고 다양한 문화생태계 조성,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확산, 지역문화분권실현, 문화자원의 융합역량 강화,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혁신 등의 핵심의제를 중심으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다.그 과정 중의 하나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드는 문화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소중하고 소박한 대화'를 위한 '50인 모둠토론회'가 3월 14일에 개최되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결과에 대한 내용이 실시간 생중계되었다. 사실 그동안 문화정책의제를 도출하거나 이에 대한 세부목표를 설정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경로가 부재했거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희박했었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이 또한 격세지감을 갖게 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참여한 분야별 현장전문가로 구성된 모둠토론자들은 청년문화예술기획,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대안적인 관광콘텐츠기획, 마을 만들기(미디어, 동호회, 도시재생), 문화·스포츠클럽 공동체, 가족·이웃·공동체로서의 스포츠클럽, 독립문화콘텐츠, 문화예술 기층종사자의 노동권과 인권, 다양한 문화예술 국제교류, 젠더 문화· 여성 문화권, 기반예술강화 등의 10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세부과제 제안과 실효성 및 지속성 여부에 대한 토론을 실시했고, '새 문화정책 준비단'은 이렇게 도출된 내용을 '새 문화정책' 최종 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알다시피 정책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 이에 대한 해석 그리고 해결을 위한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핵심이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이 어떠하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동안 정책 연구자 및 전문가들이 정책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시스템화 되어왔는데, 이와 달리 현 정부는 시민중심의 사회, 아래로부터의 정책을 지향한다고 했던 만큼 시민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새 문화정책'에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시민은, 신진욱에 의하면, '자유롭고 권력 앞에 당당하며, 만인이 동등하게 존엄함을 믿고 다른 시민들과 기꺼이 연대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대화와 협동으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이며, '촛불혁명'과 '미투'를 통해 그 자격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3-18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예술과 과학은 한통속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의 이인편(里仁篇)에서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라 해 참된 이치를 깨달았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다. '앎'에 대한 끈질긴 인간의 탐구심의 근간은 무엇일까? 상상력과 창의력(creativity)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 창의력이란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뜻한다. 고생물학자인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은 "탐구와 정복의 정신은 진화의 최고 본질이다. 그것은 자신의 지성과 생명을 예술이나 과학에 헌신한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 된다"고 말한다. 과학의 발견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종종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외친 유레카(Eureka: 나는 알았다)를 인용한다. 우리는 보통 과학자들이란 기존지식을 시험하고자 하는 욕구와 새로운 영역의 탐험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려는 지적탐구를 보여 주는 사람들이며, 우주의 질서나 인체의 구조 등 자연법칙을 찾아내고자 노력한 사람들이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예술가들도 과학자들과 비슷하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아인슈타인이 관심을 가졌던 광학(光學)과 시각화(視覺化)에 대해서 벨라스케즈, 베르메르, 터너 등과 같은 화가들 역시 빛과 색깔, 이미지, 형태 등을 분석하고자 했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는 당시 많은 화가나 조각가가 해부학을 통한 표현방식에 관심이 있었을 때, 그는 이미 이를 섭렵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세와 각도를 자신의 작품에 도입했다. 쇤베르크는 바흐에서 브람스에 이르기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전통적인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개념을 포기하면서, 하나의 작품에 반음계의 12음을 모두 사용해 음조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을 시도했다.우리는 예술과 과학의 연결점인 기술발전이 새로운 예술형태를 이끌어내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사진기의 발명은 사진예술장르를 생겨나게 했고, 뤼미에르 형제가 활동사진 카메라를 발명함에 따라 영화,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예술로서 자리를 잡게 됐다. 또한 레이저기술은 CD에 소리를 저장하여 음악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하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예술형식 사이의 관계, 즉 화가의 손 및 눈에 대한 관계, 그리고 음악가의 귀에 대한 관계를 변화시키는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시대마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 인간과 기계가 동시에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예술가가 있기도 하지만, 또 예술과 과학의 기술적 결합이 창작자 개인의 의도와 예술적 통찰, 세계관, 사회적 상황 사이에 복잡한 상호관계 속에서 해석되고, 예술적 완성이 기술적 완성과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예술에 과학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회피하는 예술가도 있다.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막식을 통해 개최국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과거와 미래를 탐험하여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콘셉트로 하여 1218개의 드론 오륜기, 첨단 고출력 레이저로 구성된 무대, 달항아리 형상의 성화대 등 첨단과학과 예술이 서로 만난 개막식 행사를 보면서, 역시 미래의 예술과 과학은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 형상을 탄생시키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빚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2-11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틀림없이 다가올 노년에 대하여

세계인구가 50억 명을 돌파한 1987년 7월11일, UN은 이날을 '세계인구의 날'로 선포했다. UN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2017년 8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 발표기준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25만7천288명으로 전체인구 5천175만3천820명의 14.02%가 됨에 따라 공식적으로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통계청은 이런 추세라면 2025년 이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2029년부터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자연인구감소의 시작, 2031년에 이르면 거의 모든 시도의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고령화와 함께 저출산의 문제도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이 야기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인구지진'(agequake)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예를 들어 학령인구(6~21세)의 감소,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재정추계 수정, 노인 빈곤율과 범죄율 상승, 고독사 등의 사회적 문제 증가,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GDP 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경제 불황,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현상 가속화 등의 문제를 발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두들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한다.여기서 우리는 고령사회 속의 노년을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이란 드라마의 다른 막들을 훌륭하게 구상했던 자연이 서투른 작가처럼 마지막 막을 소홀히 했으리라고는 믿기 어렵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떤 종결이 있어야만 했고 그것은 마치 나무의 열매와 대지의 곡식이 제대로 익은 뒤에 꼭지가 떨어지려고 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네'라고 한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의 말을 새겨듣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늘어나는 노년인구 때문에 연금은 고갈되고 노인부양에 따른 재정부담을 청년세대가 져야 한다는 우려는 한편으로는 맞고 다른 한편으로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의 숙명인 생로병사의 과정 속에서 공동체의 존속은 유형의 생산과 더불어 무형의 가치도 반드시 요구하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하면 노년기의 인생은 경쟁 속에서 정신없이 달려온 자신을 차분히 바라보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예컨대 자기계발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는 중년이상 세대의 문화소비층을 위한 생활문화동호회 활성화, 경력단절 고학력 전문여성인력을 활용한 문화매개·기획자 양성, 은퇴 후를 위한 고령친화 여가시장, 외로움과 고독해소에 기여하는 문화산업, 여행·레저산업, 스포츠산업, 운동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 지식 및 인문교양프로그램, 노래 및 오락프로그램 등 생활문화권 단위에서 제공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제공은 생물학적 나이와 관계없이 더욱 활동적이고 풍요로운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성공적인 노화'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젊은 세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노인의 사회문제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본다.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는 "쥐가 아직도 주위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배가 가라앉고 있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때는 '할 일'도 있다는 뜻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1-07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계속해서 물어봐야 하는 기본과 원칙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지형변화를 예고하였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전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으로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는 현실에서, 문화예술계의 혁신적 문화정책에 대한 갈망은 클 수밖에 없다. 혁신에 대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제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기존의 관습, 조직, 방식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런 사전적 의미의 혁신은 상당히 퇴색한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마다 습관적으로 여타 분야의 정책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의 혁신을 약속해 왔고 사실상 혁신의 결과는 미미한 수준의 실천으로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 탓에 우리는 혁신에 대해 갖는 기대감의 크기만큼이나 냉소적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문광부는 본부와 18개의 직속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5개의 공공기관과 지원을 받는 법인 단체 9개 등 산하기관이 44개에 달한다. 특히 내년 발표예정인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비전수립과 관련, 문광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인복지재단, 생활문화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예술 활동 및 예술가(단체) 지원과 밀접한 기관들의 설립목적, 역할, 기능에 대한 혁신적 재정립을 위해 분과위원회(TFT)를 구성, 토론회, 간담회,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활동을 수행하는 중이다. 또 지난 11월 9일, 제354회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화기본법'개정안이 통과되었는데,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과 관계없이'라는 기존의 내용에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라는 문구를 추가로 명시함으로써 내용이 바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문화 표현 및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특히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문화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 또한 정치적 이유로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서 그간 논란이 되었던 블랙리스트 문제를 방지하는 법으로서의 기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공론의 장의 확산과 법과 제도의 정비 등을 통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정책 비전을 요구하고 또 제대로 제시해야 할 시점에 우리가 서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둔감하게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르는 근본적인 질문을 지금부터 다시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문화정책 비전이 무엇이며, 우리의 삶과 사회와 연관된 가치에 대해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문화정책에 있어서의 기본원칙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동의와 합의를 가져왔는지, 혹은 시대정신이 반영된 기본원칙이 있었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본을 충실히 정립해야 예술지원체계의 혁신적 방향이나 문화예술 기관 간의 협치체계, 예술인복지, 그리고 지역분권의 주체로서의 지역의 책임과 역할, 문화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자율성과 주체성 정립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11-26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숙의 민주주의와 희망의 '내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거리였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출범 3개월 동안 '국민 대표'로 선정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집중학습, 숙의과정, 종합토론회를 거쳐 '건설을 재개하되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이번 시민공론화 과정을 통해 눈여겨 볼 점은 관료와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책결정에서 '수동적 시민'이 아닌 '능동적 시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공론화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로 다른 주장과 정보, 학술적 근거 등을 학습, 토론하면서 찬성과 반대라는 결과에 초점을 두기보다 이해와 배려, 합의와 이후 발생할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물론 공론화를 통해 도출된 결정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회피로 악용되거나 정치적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 맞춰 다큐멘터리 '내일'이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12월에 최초로 개봉된 이래 지속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내일'은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이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스의 창립자 중 한명인 시릴로부터 '네이처'에 실린 논문 '지구 생물권의 상태변동연구'의 내용을 듣고 내 자식이 살아야 할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 농업문제부터 출발하고 있다. 대규모농업이 아닌 소규모농업의 생산성에 주목한 미국 디트로이트 사례와 '놀라운 먹거리 거리텃밭' 프로젝트를 통해 소통과 창의성이 무언지를 보여준 영국의 소도시 토드모던의 주민들과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시장의 태도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바람을 이용,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독립국을 만든 시민과 시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일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 덴마크 코펜하겐의 사례, 더 나아가 '누가 돈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지역화폐를 통해 이윤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 살리기를 가능하게 한 영국 소도시 브리스톨, 스위스 바젤의 비르 은행의 사례는 지역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농업, 에너지, 화폐 등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동력은 민주주의이며, 부패한 정치인들로 인한 국가파산에 직면하였던 아이슬란드 시민들이 '아이슬란드 프라이팬 혁명'을 통해 대의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시민참여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새로운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여준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에서 미래의 민주주의를 위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시민은 교육으로부터 가능하다고 보고 경쟁이 아닌 인생을 준비하는 핀란드 교육방식에서 해법을 찾는다. '내일'은 지구촌에서의 혁신사례를 통해 '편리함이 거세된 미래에 대해 불편함과 음울함으로만 상상'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의 실천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삶의 변화를 마을에서, 지역에서 가능하다는 유쾌함을 제공한다.우리는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음에도 제대로 된 참여방식이었는지 여전히 갸우뚱해 한다. 그래서 숙의 민주주의 방식의 경험확대와 '미래'에서 보여주는 주민 스스로의 실천적 참여사례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실천욕구의 계기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10-22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능동적 생활문화활동과 건강한 삶터의 지속

지난 8월30일 문체부는 내년 예산으로 전년 대비 5천241억원이 감액된 5조1천730억원을 편성, 발표하였다. 중점 사업으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부당하게 폐지·축소된 사업 복원'과 함께 문화소외계층 지원과 문화·체육·관광 향유 확대,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콘텐츠, 관광, 체육분야 산업생태계 조성 등이었다. 세부사업을 살펴보니 시민들의 직접적 체감이 가능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예술활동을 활성화하고자 아마추어 예술동아리에 대한 예술적 역량 강화를 위한 기본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역의 문화예술계 전문가와 명사에 의한 마스터클래스 진행, 동아리들의 활동 전반에 대하여 기획, 매개 역할을 할 코디네이터 운영' 등 약 700개 동아리를 대상으로 총 30억 원(국비와 지방비 5:5)을 지원하여 시민이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예술적 저변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사실, 문화예술에 대한 개인의 욕구에서 비롯된 생활문화 활동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동아리 지원정책을 내놓는 것은 '생활공동체 속에서 사람들 간에 이루어지는 소통, 교류와 협력, 연대, 환대 등이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동아리 활동에서 '단순히 참여'만 한 사람들보다 '동호회 네트워크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발전에 더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그렇다면 생활문화가 일상 속에 정착했을 때 가져다 주는 장점은 무엇일까. 생활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들은 창의성, 혁신성, 소통능력, 독창성, 응용력 등의 발달과 자연스러운 감정분출 및 표현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활세계 속에서 가치판단과 탐구, 스스로의 의사결정력 등의 향상된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축제나 예술행사 등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가 맺어지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은 상호 이해, 경험의 공유, 자신감, 성취감 등이 고양되고 공동체의 조화와 창의적 발상을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주거지, 마을, 도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스스로 공동체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조직화의 욕구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생활문화를 지원할 만한 이유를 갖게 된다. 개개인으로서의 우리는 지구의 구성원이자 골목길에 추억을 새겨둔 동네주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의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 혼자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성의 원리가 잘 작동될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자신의 개성을 찾고 인간의 존엄을 얻게 된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시간과 함께 다음 세대까지 아우르는 긴 호흡으로 느릿느릿 가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가 독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소통되고 공감되는 과정의 경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상 속에서의 생활문화 참여를 통해 능동적 주체자로서의 시민으로 성장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한 만남과 대화, 설득과 합의를 갖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삶터의 건강함이 유지되고 올바른 민주주의의 구현과 지방분권, 문화분권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09-10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지방분권과 문화분권… '지역의 냄새'를 잃지 말자

잠시 소나기가 내린다 한들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면 아무리 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내리쬐는 햇볕이 마뜩치 않을 것이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즈음, 비록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적 상황을 알고 있을지라도 '입추가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분다'는 절기의 성실함을 내심 믿고 싶다. 어쨌거나 이런 더위 속에서도 이달 3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는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청책포럼'이 개최되었고, 전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알다시피 '문화청책(聽策)'이란 '정책수립을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이며, 그런 점에서 격식 없는 자리를 만들어 현장의 소리에 다가서고자 하는 도종환 장관과 문광부의 태도는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문광부는 조만간 두 차례 더 '청책'의 자리를 만들고, '지방분권, 문화분권'이라는 기본방향에 따라 지역문화진흥, 문화자치, 생활문화의 일상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조직의 변화, 즉 '지역문화국'을 만들 것이라 한다. 그동안 문광부 내에서 지역관련 정책은 '지역전통문화과'에서 다루어져왔는데, 앞으로 '과(課)'단위에서 '국(局)' 단위로 상향조정한다고 하니 아마도 정책실현의 정도가 이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지역이 열쇠'라고 보는 현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은 지극히 타당하다. 알다시피 지역을 '중앙과 지방'의 개념으로 여기거나 높낮이를 두고 하찮게 바라보면 자치권과 재량권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방분권의 실현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니체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인정(認定), 다시 말해 자신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인정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을 것이란 없다"라고 표현했다. 니체의 눈에 기대어 지역과 지역문화를 바라본다면, 지역에서 일궈지는 모든 것이 다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의 이해'는 문화기획의 계획단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생긴다. 우선, 도시를 잘게 쪼개어 마을과 동네 단위로 밀착시켜 사람, 공간, 콘텐츠 등을 찾아내는 선행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칭하자면 '지역학' 혹은 '마을학'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의 기본적인 방법으로, 지역 내 혹은 인접지역에 있는 대학(교)들과 협력하여 세미나 등을 통한 지역 의제 발굴과 교과과정을 활용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양태, 관심사, 문화적 활동 방식 등 기초자원을 조사하고자 할 때, 지역소재 대학의 커리큘럼에 지역조사 및 연구를 포함시켜 학생들이 참여하게 하거나, 학교와 문화원, 지역문화재단 등의 기관들이 협력하여 지역문화자원 발굴, 지역소재의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콘텐츠 생산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아프리카 냄새를 잃은 코끼리는 이미 코끼리 따위가 아니지'라는 말처럼 '지역의 냄새'를 잃지 않는 것이 기본전제이며, 지역자원 활용의 고도화와 지역문화의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지방분권과 문화분권'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출발선이 보일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08-06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문화분야의 여성노동과 고용안정 가능성

새 정부는 출범 한 달 반 동안 '적폐청산'을 일차적 목표로 삼으면서 각 부처와 함께 현재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다가오는 세대를 위한 미션과 비전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새 정부의 문화 분야 공약은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목록)청산, 예술인 복지 사각지대 해소, 예술인 창작권 보장, 생활문화시대 확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현 정부와 이전 정부와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블랙리스트 청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공약은 그동안 문화예술계가 요구해왔고 또 사업 단위에서 수행해 왔던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문화정책이 담아야 하는 내용의 층위는 대개 여타 정책과 비교해 볼 때 그리 균질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예술(가)에 대한 정책과 시민일반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정책, 창작의 수월성에 대한 지원과 창작 기회에 대한 지원은 다른 개념과 기준으로 적용해야 실효성이 나타난다. 다른 한편, 문화전문인력 고용문제는 문화예술지원과 향유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양질의 사업수행과 연관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문화정책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노동정책에 속한다는 인식이 크다. 사실 양질의 전문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직업 안정성의 문제는 문화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분야임에 틀림없으며, 눈여겨 볼 점은 다른 분야의 성별 고용비율과 달리 문화 분야에서는 여성의 수가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직은 타 분야와 유사하게 주로 남성으로 채워져 있으며, 상당수의 여성들은 기간제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파견노동 등의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리오카 고지는 그의 책 '고용신분사회'에서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법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고, 원칙적으로 기본적인 인권과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한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는 직업선택과 주거 이동의 자유를 승인하는 만큼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자유롭고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헌법에 양성 평등이 명시되어 있고 노동기준법에 남녀 임금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해 놓았음에도 남녀 불평등은 다양한 성별 격차의 형태를 띠면서 남아있다. 성차별이야말로 전 후 몇 십 년이 흐른 오늘날 새로운 고용신분사회가 출현하는 온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고용안정과 임금격차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자리'를 가장 우선적이고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새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수의 여성들이 문화영역으로 진입하기를 원하고 또 진입한 여성의 고용비율이 높은 문화분야 고용 창출 및 안정화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수행할 때 수적팽창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노동의 질과 양성평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정책의 공정성, 독립성, 자율성, 투명성 등의 개념은 실행이 아닌, 그저 허울 좋은 수사(修辭)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

2017-07-02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

유엔은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MSGs)'를 2015년에 종료하고, 뒤이어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채택하였다. 이행기간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이며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를 설정하였다. 빈곤퇴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8개 목표로 구성된 MSGs에 비해 17개의 목표로 구성된 SDGs는 국가 간 합의와 주요그룹의 참여로 '빈곤퇴치를 넘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의 길 추구'라는 점에서 보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국제사회 실천의제는 국가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실천적 이행이 요구되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타 정책과 더불어 문화정책에서도 보다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SDGs의 목표 중 '모든 국가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 보장, 웰빙 증진',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형평성 있는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교육 기회증진', '성평등 달성 및 여성, 여아의 역량 강화', '지속적, 포괄적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포용적인, 안전한,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정주 공간 조성',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패턴 확립',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환경 구축'등은 문화정책 지표와 과제수립에 있어서 연관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산 대비 사회적 취약계층 문화향유 예산', '문화다양성 지원 예산', '사회적 취약계층의 문화권 보장을 위한 재정지원확대', '문화예술인 사회보장 및 세금관련 정책', '노동시간 감축, 연차유급휴가제도 개선', '무장애문화시설 및 서비스 지원', '생애주기별 문화·여가 정책 확대' 등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제공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참여', '문화정책과 교육정책을 결합한 인재양성계획', '예술부문 전문교육인력확보 및 처우개선'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공공문화기관의 여성임원 비율', '모성보호기간 보장', '성인지적 교육 실시', '양성평등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양성평등을 고려해야 하며, '문화콘텐츠산업의 창조적 생산을 위한 제반 기능 도입', '문화콘텐츠산업 등 창조분야 창업 촉진 및 중소기업 지원', '산업의 문화화와 예술의 산업화'를 고려함으로써 고용과 산업영역의 안정화를 살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조례 제정 및 진흥계획수립', '문화영향평가 참여', '문화적 재생을 위한 문화도시 사업 확대추진',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 및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법·제도적 환경 개선', '생활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미디어센터 활성화', '문화권·표현의 자유', '공공문화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환경 및 행정체계 구축' 등의 고려는 새 정부 공약사업의 실천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앞으로 새 정부는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이행과 함께 SDGs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전략 및 과제를 제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지속가능한 문화정책' 수립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5-28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새 정부의 새로운 문화정책 기대

원래대로라면 공직자선거법에 의해 제 18대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기 70일 전인 2017년 12월 20일에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음으로써 3주 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었고, 이와 함께 각계각층에서는 새 정부에게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문화정책영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간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더 나아가 '문화민주주의'의 성장기반이 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그럼에도 허약함이 여전했던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 조성, 예술의 사회적 권리 확대, 예술인 사회보장제도, 생활문화 활성화, 시민참여형태의 문화정책 수립기반 마련 등의 의제가 다시금 수면 위에 올라와 있다. 레이몬드 윌리엄즈가 '키워즈(Keywords)'에서 '문화는 영어(English)에서 가장 복잡한 두 세 단어 중 하나'라고 말했듯이, '문화'정책은 여타 정책과 비교해 볼 때 당장의 효과를 보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양식과 깊이 관계하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의 가치와 힘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데 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금' 제대로 된 문화정책 수립을 통해 삶의 조건을 다시금 구조화하고 미래의 삶을 주체적으로 구성하는데 애를 써야 할 것으로 본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상화로 젊은 세대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는 이득도 있지만, '유동하는 세계'에서의 우리는 '거짓말과 환영, 쓰레기, 폐기물 같은 껍질들을 분리해내서 읽을 만한 낟알과 진리의 낟알을 뽑아내도록 도와주는 탈곡기가 없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바우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정체성을 재부팅하는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도록 하고 '보다 많은 양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즐거움의 질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필요성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렇듯 거시적인 사회 변화 현상과 정치적 변동을 직면한 우리는 예술적 자유를 인식하고 보호하는 것이 예술가의 존재와 창조적 행위의 보장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문화 분야 전문가들의 책임,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삶과 상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삶 속에서 문화적 표현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즐거움을 주고받는 것 이외에, 그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고 또 주변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은 이러한 인식적 흐름을 토대로 예술적 자유 및 표현과 관련하여 예술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장려·보장하는 것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펼칠 것이며, 정책이 수행되는 공적기관의 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 타인과의 공명과 공감대를 갖는 것, 모름지기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낸 새 정부에서의 대통령, 장관, 국가 공무원, 공공기관의 장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4-23 손경년

[손경년의 늘찬문화]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헌법 제 22조 1항과 문화기본법 제4조의 내용이다. 헌법과 문화기본법의 인식적 근간은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며, 이를 설명하자면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와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해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의미한다. 그런데 법에 명시된 권리를 제대로 누린다고 믿었던 탓인지,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되었던 문화예술 검열의 망령이 최근 우리 앞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하였다는 사실이 어째 실감나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에서 '아침 이슬'을 부를 때도 한 때 이 노래가 불순하다고 부르지 못하게 했던 시대가 마치 쥐라기나 백악기에 있었던 것 같은 먼 기억일 뿐이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좀 더 예민하게 주변을 들여다보면, 검열 종식과 동시에 문화계의 발전이 상당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기표현의 자유'에 따른 예술의 독자성과 자율성의 보장 수준은 불완전한 상태였던 것 같다. 예컨대 신학철 작가의 '모내기'는 '이적표현물'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직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 철회 사건도 불과 2014년의 일이다. 또 세월호 사건을 담은 '다이빙 벨'의 상영결정을 했던 부산영화제가 상영철회를 요구했던 정부로부터 지원 삭감을 통보받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9천473명의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이나 오른 후나 늘 해오던 대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예술의 가치 확산과 사회의 모순, 불합리함과 인간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애써왔을 뿐이다. 외부적 강제가 아닌, 예술가의 소신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정치권의 지향과 다르다 하여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철학자 럿셀은 '효율성 숭배'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에서 이익을 낳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시각에 반대, 문화예술이라는 형태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게으름의 진가'를 강조한다. 예술은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예리한 풍자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산출하고, 더 나아가 존재의 성찰, 사색, 일상의 재미와 삶의 풍성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더더욱 자기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일이 5월 9일로 잡혔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적어도 더도 덜도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불완전한 '자기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진화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에는 '농사의 시작인 애벌갈이를 엄숙하게 해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넉넉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봄맞이를 하는 정치권에서는 '검열의 망령'이 다시는 소환되지 않도록 진중한 문화 애벌갈이를 했으면 좋겠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

2017-03-19 손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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