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칼럼

 

[이명호 칼럼]최저임금과 52시간제, 얻는 것과 잃는 것

영세자영업자 임금인상 폐업 속출실업자↑ 근로시간 줄여 매출도 ↓반면 취업자 고임금에 소비력 상승고용구조 개선·워라밸 효과 얻지만채용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여한국은 외국 여행자들에게 천국 같은 나라이다. 도시는 밤늦게까지 붐비고, 가로등과 네온사인은 밤인지를 잊게끔 밝다. 택시비도 싸고 늦게까지 돌아다녀도 안전하다. 늦은 밤까지 식당들은 붐빈다. 밤늦게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수 있고,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들도 많다.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25%를 둔 우리가 누리는 혜택이었다. 유럽이나 선진국들을 여행하다 보면 이러한 혜택을 절감하게 된다. 도시의 가로등은 어둡고, 에어컨은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고, 8시가 넘으면 음식점과 상가들은 문을 닫고 늦게까지 술을 마실 곳이 없다. 역시 우리나라가 놀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 많은 혜택을 제공해주던 자영업이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대부분이 망한다는 자영업의 치열한 경쟁 상황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자영업자들이 집단적으로 더 이상 자영업 하기 어렵다는 한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종업원 임금을 10% 올려주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고, 많은 자영업자조차 버는 돈이 최저임금 수준밖에 안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52시간제는 자영업 매출조차 줄이고 있다. 긴 노동에 쌓인 피로를 회식과 술로 풀었는데, 일찍 끝나고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보내거나 여가나 취미활동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서 음식점 매출이 줄고 있다. 자영업 상황이 IMF 때보다 안 좋다는 여론의 불만 속에 경기 지표들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서 모든 경제 문제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라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먼저 우리나라는 왜 자영업이 많은지를 볼 필요가 있다. 기업, 특히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용자의 수를 늘리기보다는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좋다. 노동의 유연성이 낮은 상황에서 노동자의 단결을 막고, 주당 68시간까지라는 긴 노동 시간으로 임금인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 시장이 어려우니 우선 자영업이라도 할 수밖에 없고, 긴 노동의 스트레스를 격렬하게 푸는 방법은 회식과 술이기에 이는 자영업의 수요가 되어 주었다. 이러한 유흥문화가 주 52시간제로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이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한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저임금 경쟁력을 빼앗아 실업을 증가시키고, 폐업을 늘려 고용을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반면에 취업자는 상대적 고임금과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소비력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이 노리는 효과이면서도, 고용의 감소라는 역풍에 직면하게 되는 한계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그럼 52시간제는 고용을 늘려줄 것인가?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제조업 가동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고용을 늘릴 요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제가 자영업 감소와 기업 고용 증가라는 원하는 결과를 얻더라도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마이너스여서 고용구조 개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효과는 있겠지만, 고용의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절실한데, 혁신의 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방향을 못 잡고 있다. 4차산업 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규제개혁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혁신성장동력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드론 등을 강조하며 여전히 기술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다. 정부가 지도하겠다는 관료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사람중심 국가 R&D혁신'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매달려 있다. 혁신이 일어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조차 부족해 보인다. 신규 고용과 혁신은 주로 기술 기반의 창업에서 나온다. 그리고 창업의 기반이 된 많은 기술은 국가 운영을 혁신하고 첨단화하기 위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보다 못한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과 운영 시스템을 가진 국가, 정부가 혁신을 이끌 수 있단 말인가?/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8-08-06 이명호

[이명호 칼럼]한반도의 새로운 퍼즐 맞추기

분단 70년 '지금은 새로운 변화시대'북한의 행동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文정부 평화구도 정착시킬 수 있을지미국의 여러가지 불확실한 상황속드러나지 않은 판의 답 맞춰 나가야어제는 6·25라고 하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날이었다. 휴전한지 65년이 지난 올해 한반도에는 그 전쟁의 참전국들이 종전과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또 다시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핵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까지 갔던 국면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남북한의 정상회담,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을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라고 주장하며 분단구조에 의존하던 보수 정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아 몰락의 수준으로 참패했다. 1948년 남북한의 단독 정부 수립 이후 유지돼온 70년의 분단의 구조가 바뀌는 것인가? 지금 한반도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먼저 7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한국전쟁의 시작은 북한의 공격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일합방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국제적인 갈등의 희생양이 한반도였다는데 있다. 우리 민족은 패전한 제국주의 일본이 아니고 식민지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미국과 소련(구 러시아)이라는 두 열강에 의한 분단은 민족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켰고, 한국전쟁으로 참담한 비극을 겪어야 했다. 해방을 대비한 단일한 민족역량의 부족, 미국과 소련의 양대 세력으로 나눠져 등을 돌린 국내의 정치 세력,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 등이 민족의 비극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분단된 지 70년, 지금 한반도의 정세는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70년 전 우리 민족의 역량과 안목의 한계가 분단이라는 현재를 규정하였다면, 현재의 상황은 또다시 우리 민족의 70년 미래를 규정할 수 있다. 올바른 행동을 위해서는 올바른 상황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해야 할 것인가? 먼저 북한의 행동과 의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왜 북한은 핵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다가 비핵화 협상에 나섰는가? 핵의 완성을 선언하였지만, 핵이 정말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북한과 김정은은 지금 무엇을 가장 원하는가? 김정은은 장기간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가지 질문이 꼬리를 잇고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새로 수립된 국가들은 3단계의 국가발전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김일성에 의한 정통성 단계, 김정일에 의한 안보 단계를 거쳐서 김정은은 경제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왔다고 본다. 한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안보의 위협,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결 단절이라는 지리적 고립 속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가? 한국 국민은 통일을 원하는가? 통일 비용 부담론, 통일 후 사회 혼란, 공산세력에 대한 적대의식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가? 문재인 정권은 평화의 구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직 변수는 많지만 한국 국민들은 평화 체제 속에서 북한과의 경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원한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의도와 미국의 상황은 여러 가지 불확실한 것이 많아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은 동북아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왔는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북한의 도발을 이용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카드는 폐기되는 것인가? 미국의 자본에게 북한의 투자 가치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중국과 베트남의 투자 효용이 한계에 와서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한가? 트럼프는 군산복합체와 미국의 정치 주류인 대중국, 대공산주의 매파에서 벗어났는가? 아직까지 미국 주류의 입장은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핵 보유는 중국의 경제 우선(경제대국 후 군사대군), 동북아 현상유지 구도에 균열을 가져왔는가? 남북한의 협력(평화와 번영)은 일본에 이득이 되는가, 러시아에게는 극동개발과 영향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북한은 새로운 투자처로 매력적인가?국제 구도에서 남북한의 국내 정치까지 여러 가지 불명확한 것이 많지만, 필자는 현재 분단 70년의 판이 뒤집어졌다고 본다. 새로운 판의 모습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확인해 가면서, 하나하나 새로운 판의 퍼즐을 맞춰나가야 할 것이다. 그 판이 우리 민족의 앞으로 70년을 규정할 것이다./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8-06-25 이명호

[이명호 칼럼]좋은 노동과 기본소득

우리나라에서 '좋은 노동'은 뭘까여전히 주 40시간 노동에최저임금 인상·정규직 보장이다100년후엔 기본소득 보편화 가능지금 필요한건 일하는 시간 줄이기얼마 전에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하여 가짜 뉴스라는 반론이 나오며 기본소득이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본소득 정책을 주도한 핀란드 사회보장국 담당자는 실험 대상을 확대하여 2년 연장하는 추가 예산 요청을 중앙정부에서 거부하여 내년 1월로 예정된 실험이 끝난 후 평가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실패'는 가짜 뉴스라고 항변하였다. 핀란드는 지난해 1월부터 실업수당을 받는 25세부터 58세까지 실업자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한 2천명에게 2년 동안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들이 취업한 이후에도 기본소득을 그대로 지급하도록 하였다. 실업률이 9%대로 다른 북유럽 국가들보다 높았던 핀란드는 기본소득이 '좋지 않은' 일자리라도 취업하는 효과를 기대하였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대상자를 실업자로 한정하여 취업·소득에 상관없이 최저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개념,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성패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지만, 필자는 이 논란을 접하면서 1년 전 한 행사에서 독일 교수가 한 말이 다시 생각이 났다. "독일에서도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일부 기업가들이 제기한 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은 신성하며 인간에게 주어진 소명이기 때문에 노동 없는 사회는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 노조도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대한 대책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전직 훈련이다. 두 번째로는 새롭게 생기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 같은 곳에서 키워 주는 것이다. 동시에 노동 시간 단축도 병행돼야 한다. 그래도 전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고 실업자가 늘어난다면 그때, 기본소득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기본소득보다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것이다. 사실 독일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적은 나라이다. 연간 1천363시간(52주 기준 주당 26시간)에 불과하다. 한국은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어 연간 2천212시간(주당 42시간)에 달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일자리 감소에 대하여 모든 나라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인더스트리 4.0을 처음으로 제기하고 추진하고 있는 독일이 일자리 감소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사회적 합의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첨단 제조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 독일이 취한 또 다른 정책은 생산의 한 축인 노동 4.0이다. 노동 4.0은 노동의 유연성, 노동 시간과 장소의 노동자 결정권을 높이는 방법 등으로 국민 100%가 일하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 전 5월 1일은 128주년 세계 노동절이었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지역의 노동자들은 '8시간, 8시간 휴식, 8시간 교육'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하였다. 하루 12~16시간의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1760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120여년이 지나 하루 8시간 노동을 '좋은 노동'의 목표로 제시하였다. 물론 노동시간의 단축은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였다. 1914년 포드자동차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여 자동차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고 임금을 인상시켜서 노동자들도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미래에 좋은 노동은 무엇일까? 독일은 노동 4.0 백서에서 다름과 같이 그리고 있다. "시원한 바닷가에 편안히 앉아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일하는 창의적 지식 노동자, 혹은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하는 작업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 등이 현재 우리의 이상향이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노동'은 무엇일까? 우리는 여전히 주 40시간 노동,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보장이다. 100년 후에는 기본소득이 보편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시간 줄이기이다./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8-05-14 이명호

[이명호 칼럼]미래준비, 반복되는 위기의 고리 끊기

미래에 도전 없으면 지배 당해구글·3M 등 혁신적 기업들자율적 과제 수행 요구 이유는탐색의 중요성 인정하기 때문정부·기업, 지금과 다른 새로운것시도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기시감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보는 대상이나, 처음 겪는 일을 마치 이전에 보았거나 경험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기시감보다는 '이미 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데자뷔라는 영화 제목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금호타이어 매각 등 이전에 봤던 현상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다.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10여년 만에 또 위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3년 연속 돈을 벌어도 빌린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외부감사 대상기업의 14.2%에 달한다. 한계기업의 대출 비중에서 대기업이 65.7%에 달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대마불사 좀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IMF 위기는 국내 대기업들의 과잉 중복투자에 따른 구조조정 위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의 과잉 신용을 담보로 한 중복소비에 따른 거품붕괴 위기였다. 그럼 현재의 위기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미래 준비의 위기라고 본다. 그 동안 우리 산업은 선진국의 산업을 모방해서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경쟁하는 방식이었다. 관리를 잘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었다. 기업은 경쟁자보다 싼 값에 물건을 더 팔 수 있어서 수익도 늘고, 임금도 오르는 성공의 과실을 맛보게 된다. 이 방식은 모방이 쉬워서 오래 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이 서양에서 배우고, 한국이 일본에서 배우고, 중국이 한국에서 배우고, 베트남이 중국에서 배우는, 물이 흐르듯이 주역이 바뀌는 구조이다. 성공의 과실도 넘어가고 위기도 반복된다. 반복되는 위기를 끊고, 성공의 과실도 계속 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미래에 대한 준비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우리 기업들은 성공의 과실을 따는 동안 투자를 기피하고,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깎고, 사내 보유금을 늘려왔다. 반복되는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소극적 대응의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무엇에 투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의 원천인 모방의 속도를 높여서 품질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선진국과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더욱이 스마트 폰과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제품은 품질도 앞서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모방할 새로운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자부심이 자만이었다는 것을 아는 데는 오래가지 않았다.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산업 인터넷, 빅데이터, 스마트 팩토리, 가상물리시스템, 블록체인 등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신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제품만 쫓다가, 제품이 나오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나긴 연구개발의 과정, 즉 미래 준비와 투자를 놓친 것이다. 우리는 현재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았다. 미래는 선진국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만을 생각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어제, 오늘과 같은 내일이 아닌 달라질 수 있는 내일,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미래 준비가 시작된다. 그것은 현재의 강점이 향후에도 유효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의 제기이다. 의문의 제기는 불안이 아니고, 불확실성에 대한 호기심이다. 새롭게 펼쳐질 미래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영역이다. 밀림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탐색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과 위험이 공존하는 과정이다. 현재의 이익을 놓고 다투는 과정이 아니고 미래의 이익을 위해 타협하고, 협력하고, 인내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미래에 대한 도전이 없으면 미래에 지배당하게 된다. 현재의 길을 쉬지 않고 달려간다고 미래에 도달하지 않는다. 구글, 3M 등 많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자율적 과제 수행을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탐색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기업은 여유를 가지고 엉뚱한 상상을 하고, 지금과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북돋아 주어야 한다./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2018-04-02 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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