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45·끝)]여객

2019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7천만명이 넘었다. 입국과 출국 등을 모두 따로 더한 숫자이고, 한 사람이 해외여행을 두 차례 이상 간 것을 모두 센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인천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인천공항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항은 이용객들의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항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의 목적이 있다. 생애 처음 해외여행의 설렘, 2년의 유학에서 돌아오는 자녀를 마중하는 부모의 반가움, 결혼이라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타국을 찾는 기업인의 다짐 등 공항이용객 모두 자신만의 감정을 가진다."출장에서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마중 나가 품에 안겼던 어린 시절부터, 떨렸던 첫 해외여행, 이른 비행시간을 맞추기 위해 마셨던 새벽공기까지. 인천공항은 추억과 설렘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한 여객의 말은 공항이 여러 감정이 교차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려준다. 공항을 찾는 여객은 공항의 주인공이다. 공항(空港)의 사전적 정의는 '승객이나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비행기가 이륙·착륙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곳'이다. 공항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사전에서 승객은 단순히 '옮겨지는' 객체로 표현되지만, 사람은 공항을 이용하는 주인공이자 공항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객에게 공항은 단순히 거치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공항의 주인공… 저마다 추억 간직작가 알랭 드 보통 '뭉그적거리고 싶은 곳'여정이 시작되는 일상과 다른 특별한 매력편의시설·미술작품 등 '즐거운 기다림'도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책 '공항에서 일주일을'에서 "보통 좋은 여행이라고 하면 그 핵심에는 시간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는 점이 자리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내 비행기가 늦어지기를 갈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야 어쩔 수 없는 척하며 조금이라도 더 공항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으니까"라고 썼다. '뭉그적거리는'여객을 위해 공항을 세심하게 배려한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은 여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구비돼 있다. 곳곳에 벤치가 있고, 벤치 앞에는 TV가 설치돼 있다. 기다리는 여객이 조금이나마 지루함을 달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벤치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충전시설까지 갖췄다. 현대인에게 방전된 휴대전화만큼 절망적인 상황도 많지 않다. 공항 입구부터 터미널 내부 여러 곳에 설치된 미술작품은 여객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정보 제공도 촘촘하다. 항공기의 출발과 도착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여러 곳에 설치돼 있다. 처음 공항을 이용하거나,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지 않은 여객을 위해 다양한 안내서비스도 제공된다. 안내로봇 '에어스타'는 인천공항의 마스코트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알랭드보통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피난처"라고 했다. 공항에서 느끼는 감정이 모두 긍정적이진 않다. 알랭드보통처럼 '의도치 않은 기다림'을 즐기지 않는 이들도 많다. 보안을 이유로 한 검색과 감시가 보편화 돼 있는 곳이 공항이다. 내 짐은 폭발물일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한다. 몸이 불편하더라도 출국을 위해서, 입국을 위해서는 이동해야 한다.미국의 문화비평가 크리스토퍼 샤버그는 책 '인문학, 공항을 읽다'에서 "그곳(공항)에서 신체는 보고, 보이고, 조사하고, 만져지는 과도한 규정의 맹공을 견뎌야 한다. '터미널(영화)'에서 보듯 공항은 검색의 심연이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신체를 움직이게 하고, 살피고, 걸러내는 재귀적이고 생산적인 투시적 관핵의 건축학적 매트릭스다"고 썼다.공항은 태생적으로 여객을 움직이게 한다. 어떻게 하면 그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지 공항 운영기관은 고민한다. 여객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기다림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다. 출입국 심사가 이뤄지고, 위험물 소지 여부 등을 검사 대상이다. 테러 위험이 커지면서 이러한 검색은 더욱 철저해졌다. 각종 검색과 심사가 끝난 뒤에 항공기에 탑승하기 까지 이동 거리도 중요하다. 면세점에 어떤 물품이 구비돼 있는 지도 여행의 즐거움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기다림의 시간을 줄이고, 이동을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례 없는 기록이다. 서비스 평가는 여객의 관점에서 주어진다. 인천공항은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공항'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12년 연속 수상을 달성한 인천공항공사는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이 수상은 공항의 안전을 토대로 여객들이 느끼는 만족감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객을 위한' 여러 노력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해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고 있다. 2019년 7천만명 인천공항 이용… 올 1100만코로나 팬데믹에 위축… 그럼에도 밝은 미래2024년 개장 '2터미널 확장' 여객 1억명 규모12년간 서비스평가 1위 바탕 첨단기술 '날개' 인천공항은 2018년 1월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했다. 2019년에 7천만명의 여객이 이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2터미널 개장의 공이 크다. 올해 인천공항은 이용객은 1천10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영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024년에 개장을 위해 제2여객터미널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1억명의 여객이 이용할 수 있는 초대형 공항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오고 갈수록 공항이 중요성은 커진다.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여행의 설렘을 깨지 않게 해야 하고, 오랜 비행의 피곤함을 풀어줘야 한다. 안전해야 하지만 '안전하다'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SNS에 쓴 글은 인천공항의 주인공을 잘 말해준다. "당신이 있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인천공항이 풍경! 여행, 출장을 이유로 오랜만에 공항을 찾아주신 여객은 물론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상주직원까지. 공항을 완성하는 건 언제나 사람입니다."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인천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수천만명에 이른다. 이들 여객 한 명 한 명이 생각하는 인천공항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설렘의 장소로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지루함이 각인됐을 수 있다. 인천공항의 주인공인 이들의 시간과 생각이 모여 인천공항을 만들어간다. 인천공항을 찾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수천만명에 이른다. 이들 여객 한 명 한 명이 생각하는 인천공항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설렘의 장소로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지루함이 각인됐을 수 있다. 인천공항의 주인공인 이들의 시간과 생각이 모여 인천공항을 만들어간다. 인천공항을 찾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수천만명에 이른다. 이들 여객 한 명 한 명이 생각하는 인천공항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설렘의 장소로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지루함이 각인됐을 수 있다. 인천공항의 주인공인 이들의 시간과 생각이 모여 인천공항을 만들어간다. 인천공항을 찾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수천만명에 이른다. 이들 여객 한 명 한 명이 생각하는 인천공항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설렘의 장소로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지루함이 각인됐을 수 있다. 인천공항의 주인공인 이들의 시간과 생각이 모여 인천공항을 만들어간다. 인천공항을 찾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수천만명에 이른다. 이들 여객 한 명 한 명이 생각하는 인천공항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설렘의 장소로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지루함이 각인됐을 수 있다. 인천공항의 주인공인 이들의 시간과 생각이 모여 인천공항을 만들어간다. 인천공항을 찾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수천만명에 이른다. 이들 여객 한 명 한 명이 생각하는 인천공항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설렘의 장소로 기억하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지루함이 각인됐을 수 있다. 인천공항의 주인공인 이들의 시간과 생각이 모여 인천공항을 만들어간다. 인천공항을 찾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2020-12-30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44)]객실 승무원

기내안전·보안점검·편의 '올 라운드'중대형기 15명 정도 탑승 '교대 휴식'전세계 '기내 난동' 연간 1만건 넘어국내 제압용 포승줄·수갑 사용 가능업무 '성별차이 없이' 직급·경력따라 과거 '스튜어디스' '스튜어드'로 구분최근엔 '캐빈 크루' 등 性중립적 표현인하공전·인천재능대 등 10여곳 학과소방관, 경찰, 보안관, 안전관리자….하늘에서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은 바로 '객실 승무원'이다. 객실 승무원이 하는 일은 다양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항상 환한 미소로 승객을 맞이하는 객실 승무원은 그야말로 항공기의 얼굴이자 '올 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할만하다. 승객들이 객실 승무원을 처음 만나는 건 항공기에 탑승하면서부터다. 승객이 좌석 번호가 적힌 탑승권을 객실 승무원에게 보여주면 좌석이 있는 방향을 안내한다. 비행시간 내내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도와주는 객실 승무원의 일정은 이륙 이전부터 시작된다. 객실 승무원은 승객들이 항공기에 타기 전에 운항 승무원과 함께 하는 합동브리핑 등에 참여한다. 기내 안전·보안 점검도 객실 승무원의 몫이다. 접이식 휠체어, 상비약 등의 물품이 기내에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한다.승객들이 탑승하면 각각의 승객이 제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승객의 짐을 짐칸으로 올리는 일도 돕는다. 항공기 특성상 바닥에 짐을 놔두면 안 되기 때문에 큰 짐 대부분은 짐칸에 실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착륙할 때는 좌석이 젖혀져 있지 않도록 안내하고, 창문 덮개가 내려가 있지 않도록 한다. 이는 기내 안전을 위한 업무다.항공기가 안전하게 이륙한 뒤에도 승무원은 좀처럼 쉴 수 없다. 승객에게 기내식 등 식음료를 전달하고, 이를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 기내 안전을 위한 업무는 상시 이뤄지는 일이다.지난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시애틀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60대 남성이 승무원을 위협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 남성은 조종실 진입을 시도했다가 승무원에게 제압됐다. 이 같은 기내 소란은 종종 발생한다. 이때마다 승무원들은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비행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 2016년 12월 한국인 A씨는 베트남 하노이 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항공기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은 다른 승객을 폭행하는 소란을 피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항공기에 타고 있던 미국 가수 리처드 막스가 해당 영상과 글을 SNS에 올리며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객실 승무원의 일이다.전 세계에서 연간 1만건이 넘는 기내 난동 사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내 난동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고, 객실 승무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17년 기내 난동 사건이 끊이지 않자 승무원들이 포승줄과 수갑을 사용해 기내 소란을 제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객실 승무원은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체력이 중요하다. 객실 승무원에 지원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은 교정시력 1.0 이상이다.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키와 신체 능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승객들의 짐을 짐칸으로 올려야 하는데 키가 150㎝ 안팎이라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항공기가 대형화되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신장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효율적이다.객실 승무원이라고 하면 남성보다는 여성을 먼저 연상하는 이가 많다. 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계 최초 객실 승무원은 남자였다. 독일인 하인리히 쿠비스는 최초의 객실 승무원으로 기록돼 있다. 호텔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쿠비스는 1912년부터 비행선내 객실에서 음식 서빙을 했다. 이때 쿠비스의 역할은 지금의 객실 승무원과 조금 차이가 있다. 객실 승무원은 음식 서빙뿐 아니라 기내 안전·보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쿠비스는 '서비스' 역할을 전담했다. 1937년 쿠비스가 탄 비행선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쿠비스는 모든 승객을 안전하게 탈출시키고 본인도 마지막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 측면에서 승무원의 역할이 강화됐다고 한다.남성 승무원과 여성 승무원의 차이는 있을까. 대한항공 오아라 승무원은 "비행 중 업무가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며 "직급과 근무 연한, 업무 경력을 고려해 기내 담당 업무가 다르게 배정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항공기에 탑승하는 승무원 수는 항공기 구조, 승객 좌석 배치 등에 따라 다르다. 중대형 항공기를 기준으로 평균 15명 정도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이들은 비행시간 등에 맞춰 담당 업무를 분담한다.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대하면서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한다. 오아라 승무원은 "휴식 공간은 승객 좌석과 분리돼 있다. 기종마다 다르지만 장거리 비행시 'BUNK'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며 "휴식을 위한 침대가 장착돼 있으며 커튼으로 막혀 있어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외 경우에는 비행기 가장 뒤쪽에 사전 지정된 좌석에 앉아 쉰다"고 설명했다.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기내식'이다. 올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제주도 등을 상공에서 둘러보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회귀선'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때도 기내식이 제공됐다. 기내식은 허기를 달래주는 역할도 하지만,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키는 데에도 한몫한다.장거리 비행에서는 기내식이 2회 제공되며, 별도로 컵라면 등과 같은 간식을 주문할 수 있다. 기내식은 탑승객 예약 현황, 노선별 식음료 제공 기준 등을 고려해 적정량을 탑재한다.승무원을 부르는 표현도 시대에 따라서 변했다. 과거에는 남성 승무원을 'Steward'(스튜어드), 여성 승무원은 'Stewardess'(스튜어디스)로 불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성차별을 지양하기 위해 남녀 구분하지 않고 중립적 표현인 'Flight Attendant'(플라이트 어텐던트)를 사용한다. 객실 승무원 전체를 'Cabin Crew'(캐빈 크루)로 지칭하기도 한다. 'Cabin Attendant'(캐빈 어텐던트)라는 말도 있는데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객실 승무원과 조종사·항공기관사 등 운항 승무원 전체를 합친 비행 승무원은 'Aircrew'(에어크루) 또는 'Flight Crew'(플라이트 크루)라고 부른다.객실 승무원은 비상 탈출 훈련뿐 아니라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훈련을 받는다. 오랜 시간 비행해야 하고, 시차를 견뎌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선호도가 높은 직군이다. 승무원을 양성하는 학과를 가지고 있는 대학은 10곳이 넘는다. 인천에서는 인하공업전문대학, 인천재능대학교 등이 승무원을 양성하고 있다.오아라 승무원은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덕분에 무사히 잘 왔다'란 인사말을 건넨다"며 "이럴 때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커다란 자긍심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승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항공기를 탈 수 있도록 돕는 객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분명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제주항공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 제공지난해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을 맞아 역대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승무원들. /대한항공 제공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과거·현재 유니폼을 입고 승객들에게 음료를 나눠 주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대한항공 승무원이 비상 상황 대응 훈련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2020-12-23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43)]운항 승무원

'바늘과 실'. 공항과 항공기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공항이 아무리 편리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용하는 항공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항공기도 마찬가지다. 공항이 있어야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다. 여객이 타고 내리거나 화물을 하역하는 등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공항이 필요하다. #성장 거듭한 인천공항2001년 3월29일 오전 4시30분 첫 착륙첫해 8만6839편·작년 40만4104편 운항개항후 '15만 시간 무중단' 기록도 세워2001년 3월29일 오전 4시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3423편 항공기가 245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국제공항 제2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 필리핀 마닐라행 대한항공 KE621편은 이날 오전 8시30분 인천공항에서 이륙했다. 인천공항의 첫 도착·출발 여객기다. 이들 여객기는 인천공항의 성공적 개항을 알렸다. 경인일보는 2001년 3월30일자 신문에 첫 출발 여객기 고종만 기장 인터뷰를 실었다. 고종만 기장은 "회사에서 첫 비행 통보를 받았을 때 무척 흥분했지만,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다 보니 기쁨보단 책임감이 앞섰다"고 했다. 승무원(乘務員)은 항공기를 움직이는 이들이다. 기장과 부기장 등 운항 승무원은 항공기를 조종해 승객이 안전하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승객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객실 승무원이 맡는다. 특히 승무원은 단정한 복장의 유니폼을 입고 있어 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승무원은 '공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직군 중 하나다. 인천공항은 2001년 3월 첫 비행을 시작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개항 첫해 8만6천839편의 항공기가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운항 편수는 매년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40만4천104편이 운항했다. 개항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총 451만3천902편이 인천공항에서 뜨고 내렸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를 운항한 항공사는 국내 1위 항공사이기도 한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2010~2019년 인천공항에서 총 88만4천305편의 항공기를 운항했다. 이 기간 전체 운항 305만6천734편의 29%에 해당한다.운항 승무원은 수백명의 안전을 책임진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15만 시간 무중단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인천공항 항행안전시스템과 정비 부문, 조종사가 이뤄낸 쾌거다. 특히 항공기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 항공기를 조종하는 운항 승무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때문에 운항 승무원들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고 강조한다. 대한항공 훈련교관팀 천범진 기장은 "조종사는 수백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비행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하늘의 환경은 지상과 완전히 다르다. 혹시라도 비행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석에 앉기전 하는 일출발 2시간전 당일의 비행 브리핑 준비항로·기상 등 유의사항 확인·계획 수립기장, 외부 점검… 부기장, 데이터 입력운항 승무원 역할은 단순히 항공기를 조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운항 승무원은 항공기 출발 2시간 전에 출근해 당일 비행과 관련한 브리핑을 준비한다. 브리핑에서는 항로, 기상, 조종사들이 알아야 할 각 공항의 유의 사항 등을 확인하고 비행 계획 등을 수립한다. 30분간의 브리핑을 마치면 출발 1시간20분 전에 항공기로 이동한다. 이때 기장 주관으로 부기장과 객실 승무원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브리핑을 진행한다. 이후 기장은 항공기 외부 상태를 점검하고, 부기장은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 등을 항공기에 입력한다. 출발 30분 전부터 승객이 탑승하고, 기장과 부기장은 이륙할 때 예상되는 비상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한다. 천 기장은 "승객이 탑승하고 모든 준비가 완료돼야 항공기는 출발할 수 있다"면서 "지상에서 이륙 활주로까지 이동 중에도 기장과 부기장은 관제탑의 지시를 받으며 경로를 상호 철저히 확인한다"고 말했다.운항 승무원이 가장 집중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물론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때를 제외하면 착륙할 때 가장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항공기 무게는 200t이 넘으며, 착륙할 때 속도는 시속 200~250㎞에 달한다. 항공기의 바퀴를 지상에 붙이는 순간은 사고 위험이 가장 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착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기를 정해진 접근 각도에 따라 정해진 속도로 안정되게 조종하는 것이다. 기상 상황, 현재 고도, 활주로까지의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순간적인 상황 대처 능력이 요구된다. 천 기장은 "착륙시 지상으로부터 약 150m까지는 대체로 비행계기를 참조해 접근한다. 약 100m부터는 비행계기와 활주로를 번갈아 확인하면서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며 "눈으로 활주로, 비행계기의 접근각, 강하율(단위 시간당 고도가 낮아지는 비율), 속도 등을 확인하면서 항공기를 조작한다. 이런 기술은 반복적인 훈련과 실전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항공기 조종석에는 수백개의 버튼과 계기판이 조합돼 있다. 일상적 비행에선 이 모든 버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도와 속도, 강하율 등을 설정하는 버튼이 자동비행장치에 포함돼 있어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관제탑과 통신을 할 때 사용하는 버튼도 자주 사용한다. 항공기에 결함이 발생하거나 비정상 상황에서 사용하는 버튼은 사용 빈도가 낮다. #항공기를 움직이는 이들기장·부기장, 연간 1천시간 이내 비행12시간30분 초과땐 4명이 운항 책임져순간 대처 중요… 착륙시 집중력 요구운항 승무원이 연간 비행하는 시간은 1천시간 이내다. 너무 많은 비행은 안전 운항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비행도 운항 시간에 따라 배치되는 운항 승무원 수가 다르다. 운항 시간이 8시간 이내이면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배치되고, 12시간30분을 초과하는 장거리 비행에는 기장 2명과 부기장 2명이 탑승한다. 3명 이상의 조종사가 탑승하는 비행에서는 순환 형식으로 휴식을 취한다. 안전을 위해서다.올해 1~11월 인천공항 항공기(여객기·화물기) 운항 편수는 13만9천517편으로, 코로나19 영향 탓에 전년 동기대비 약 70% 줄었다. 여객기 운항 감소 폭은 이보다 더 크다.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 화물기 운항이 활발한 덕에 감소율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여객기와 화물기를 비교할 때 운항 승무원의 역할은 차이가 크지 않다. 여객기는 기내 보안 점검, 장거리 비행시 식사 준비 등과 관련해 객실 승무원의 도움을 받는다. 화물기 조종사는 화물 탑재가 안전하게 이뤄졌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국내에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9개 항공사가 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 항공사는 80여개에 이른다. 전 세계 조종사가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천공항에서는 연간 40만회 이상의 비행이 이뤄진다. 국내외 많은 항공사가 인천공항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행안전시스템 개발·운영, 활주로 정비, 여객 편의시설 확충 등의 역할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항공기 운항을 돕고 있다. '바늘과 실' 모두가 제 역할을 해야 좋은 바느질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항공기과 공항은 '바늘과 실'과 같은 관계다. 인천공항에 있는 항공기./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항공기 조종석과 똑같이 재현한 시뮬레이터. 대한항공이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운영하고 있다. 운항 승무원들은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이륙과 착륙, 각종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한다. 2020.12.16 /대한항공 제공객실 승무원과 운항 승무원이 비행 전 유의 사항 등을 공유하는 통합브리핑. 2020.12.16 /대한항공 제공인천공항에서 항공기 기장과 정비사가 항공기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12.16 /대한항공 제공

2020-12-16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42)]공항과 면세점

#면세점의 기원과 개념은세법 미적용 환승객에 물건판매 발상'면세점의 아버지' 오리건, 법안 건의1947년 아일랜드 섀넌공항서 첫 개점#매출 규모 세계 1위 한국2009~2019년 6배 성장… 24조8500억인천공항 성장, 7천만 잠재고객 확보80% 이상 외국인 소비… 화장품 효자#코로나 직격탄 활로 모색정부 일부지원에도 업계 어려움 여전무착륙 관광비행 등 국내 마케팅 주력해외여행객이 비행기를 타기 전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면세점 쇼핑이다. 세금이 면제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면세점은 여행에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면세점은 물건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을 전제로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에게 관세 등의 세금이 면제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물품에 대해 세금을 면해주는 개념이다. 관광 진흥과 외화 획득, 쇼핑 편의 제공이 주된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물건 가격에는 부가가치세나 개별소비세 등이 포함되는데 면세점은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담배소비세 등에 대해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중세 유럽, 여러 나라를 배로 드나드는 무역상 등에게 각국에서 술, 담배, 음식에 대한 세금을 면해준 데서 비롯됐다.자칫 면세점에서 산 모든 물품의 세금이 면제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으로 나갈 때 면세점에서의 구매 한도는 미화 5천 달러지만 이를 국내로 다시 가져올 경우 600달러까지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로 다시 들어올 때 출국장 면세점이나 해외, 기내 면세점 등에서 구매한 물건의 가격이 600달러를 초과한다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 면세 한도와 별도로 1ℓ 이하의 술 1병, 담배 1보루, 60㎖ 이하 향수는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은 출국시 면세점에서의 구매 한도가 없다.우리나라 면세 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면세점 매출액은 24조8천500여억원으로, 전년(18조9천600여억원)보다 약 31% 증가했다. 2009년 약 3조8천억원이었던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10년 사이 6배 이상 성장했다.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 매출액을 자세히 보면 80% 이상을 외국인이 소비했다. 면세점 이용객만 본다면 내국인(약 2천840만명)이 외국인(약 2천만명)보다 많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외국인(약 20조8천억원)이 전체의 약 82%를 차지했다. 구매 한도가 없는 외국인의 소비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구조다. 2009년 외국인의 구매액 비율이 약 5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나라 면세 산업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다.국내 면세점은 공항 출국장·입국장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온라인 면세점, 지정 면세점, 외교관 면세점 등으로 구분돼 현재 54곳이 운영 중이다. 2019년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만들어진 입국장 면세점은 구매 물품이 국내로 반입되지만 여행객의 물품 휴대 편의성 향상과 해외 소비의 국내 전환 등을 목적으로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 제주도의 경우 해외 출입국이 아니지만 '제주도 여행객에 대한 면세점 특례규정'에 따라 지정 면세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정도가 시내 면세점에서 발생하고, 30% 정도가 온라인 면세점, 공항 면세점이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매출 규모만 보면, 인천공항으로 대표되는 공항 면세점의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면세 산업의 성장에는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의 영향이 적지 않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2019년 7천만명까지 넘어선 인천공항의 이용객 증가가 자연스레 잠재적 소비층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 전문 잡지 '비즈니스 트래블러(Business Traveller)' 아시아·태평양판 독자들이 선정한 세계 최고 공항 면세점에 올해까지 10년 연속으로 선정됐다.인천공항에는 출국장에 신라·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 등이, 입국장에 엔타스 면세점 등이 들어서 있다. 판매 면세품은 크게 화장품류, 주류·담배·식품류, 패션류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향수·화장품류다. 통상 절반 이상의 매출이 이 품목에서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약 7조3천억원)을 봐도 약 80%가 화장품 판매로 발생했다.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자주 찾는 면세 품목이 화장품류이기도 하다.우리나라 면세 사업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3곳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세계 면세점 순위에도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영국의 세계적 면세 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The Moodie Davitt Report)'에 따르면 2018년 매출액 기준 세계 면세점 순위에서 롯데면세점이 2위, 신라면세점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신라면세점이 직전 해보다 2계단 상승하며 글로벌 톱3에 우리나라 기업 2개가 자리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9위다. 세계 면세점 순위 톱 10에 2개 이상의 기업이 포함된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1위는 스위스 면세점 그룹인 듀프리(DuFry AG)다.전 세계 최초의 공항 면세점은 1947년 문을 연 아일랜드의 섀넌공항 면세점이다. 섀넌공항은 유럽 공항 중 지리적으로 북미와 가장 가까이에 있어 유럽 대륙과 북미 대륙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당시 항공 기술로는 두 대륙을 한 번의 비행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항 직원이었던 브랜든 오리건(Brendan O'Regan)은 환승을 기다리는 수많은 승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려 했지만, 아일랜드에 입국한 상태도 아닌 이들에게 어느 국가의 세법을 적용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브랜든 오리건 건의로 면세법이 제정되고 섀넌공항에 면세점이 생겼다. 그래서 면세 업계에서는 그를 '면세점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당시 면세점에서는 시중에서 세금이 높았던 담배와 술이 인기 품목이었다.우리나라 면세 사업은 196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62년 관광 진흥을 목적으로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가 설립됐고, 1964년 주한 외국인에게 면세품을 판매하기 위한 '한남체인'(특정 외국물품 판매소)이 문을 열면서 면세점 형태를 띤 매장이 등장했다. 이후 1967년 김포공항에 면세점이 생겼고 1973년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국내 최초 관광 면세 백화점 '남문관광면세백화점'이 개점했다.사업 초기에는 외국인에게만 팔 수 있는 면세품이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매일경제는 1970년 12월29일자 '특정외래품 취급업소 관세면제 폐지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광호텔이 관광객 유치와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면세받고 있으나 최근에는 시중에 면세품을 유출해 내국인 판매로 막대한 부당이득을 보는 사실이 늘어가고 있다"며 "관광호텔, 외국인 전용주점 등 특정외래품을 취급하는 곳은 총 169곳이 있으나 이를 감시하는 관세청 요원은 불과 25명밖에 없어 실질적인 감시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1970년대 말 김포공항 면세점은 입점하기가 아파트 당첨 이상으로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판매 품목은 술, 담배, 시계, 향수 등이었다. 조선일보는 1978년 2월14일자 기사에서 "7~8년 전만 해도 출입국객이 너무 적어 아무도 면세매점을 운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젠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역시 양주. 양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한관광공사 김포영업소의 작년 한 해 매상고는 무려 1천만 달러, 우리 돈 50억원"이라고 보도했다.당시 50억원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현재 4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1980·1990년대만 해도 '거품 경제'로 호황을 누리던 일본인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었다. 1995년에는 '이천 쌀'이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얻자 김포공항 면세점에서 일본 현지보다 2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쌀을 판매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국내 면세 산업의 주요 고객층이 중국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이렇게 성장한 국내 면세 산업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일부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공항 임대료조차 부담인 실정이다. 이 때문에 면세 업계는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사의 무착륙 관광 비행과 연계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책에 따라) 수입 통관을 거친 재고 면세품을 국내에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등 내국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지난 3월 김윤식 인천본부세관장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본부세관 제공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 /롯데면세점 제공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전경. /롯데면세점 제공

2020-12-09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41)]'여행 목적지' 도약 영종도

국제공항 큰 잠재력 '복합리조트' 각광인천경제청, 싱가포르 '성공 사례' 모델카지노외 '마이스·엔터' 긍정적 이미지1여객터미널 5분거리 '파라다이스시티'제프 쿤스 등 세계적 예술가 작품 전시청룡영화상 시상식 개최 등 명소 부상'인스파이어' '시저스'도 조성공사 진행2~3곳 추가 유치 목표… 레저도시 변신그 나라의 관문인 공항과 가깝다는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관광이다. 세 개의 빌딩 위에 큰 배를 얹어놓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마리나 베이 샌즈'도 아시아 대표 허브 공항 중 하나인 '창이 공항' 인근에 있다. 우리나라 최대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도 동북아 최초의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를 시작으로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 등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영종 지역은 관문을 넘어 '여행의 목적지'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11월27일 오후 찾은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자기부상철도를 타고 5분만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4월 문을 연 파라다이스시티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최초로 생긴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다. 복합리조트는 호텔과 카지노, 국제회의시설, 쇼핑시설 등 관광 관련 시설이 집약된 시설이다.파라다이스 호텔 메인 로비에는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일본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거대한 노란 호박(Great Gigantic Pumkin)'이 전시돼 있었다. 다른 곳에는 앤디 워홀의 후예로 평가받는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 시리즈 중 하나인 'Gazing Ball-Farnese Hercules'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제프 쿤스는 지난해 조형 작품 '토끼'가 미국 경매에서 1천85억원에 낙찰되는 등 최고의 작가로 꼽힌다. 파라다이스시티에는 이 외에도 3천여점에 달하는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파라다이스시티가 '아트테인먼트(아트+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하는 이유다.파라다이스시티는 전체 부지 면적이 약 33만㎡로,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이중 약 절반의 부지에서 1단계 사업이 완료됐다. 711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과 58개 객실이 모두 스위트룸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 472대의 게임시설이 마련된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있다.이외에도 고품격 힐링 스파 '씨메르'와 최대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북아 최대 규모의 클럽 '크로마', 테마파크 '원더박스', 이벤트형 쇼핑 아케이드 '플라자'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휴식과 관광, 쇼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리조트다.파라다이스시티의 이런 장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나라 최고 영화 축제인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다. 또 올해는 '호텔판 미슐랭 가이드'라고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 신규 등재되기도 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개장 이후 2년간 250만명이 방문했다. 전체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이 내국인일 정도로 국내 관광객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30대 사이에서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성지로도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우리나라의 파라다이스그룹과 게임 '소닉'으로 유명한 일본의 세가사미홀딩스가 합작해 만든 (주)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운영한다.인천공항 IBC-III 지역에서 또 다른 복합리조트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이다.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미국의 카지노 리조트 운영 기업인 '모히건 게이밍 앤 엔터테인먼트(MGE·Mohegan Gaming & Entertainment)가 100% 출자한 국내 특수법인 (주)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이하 (주)인스파이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MGE는 북미 지역 복합리조트 개발·운영사로 코네티컷주, 워싱턴주,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9개의 복합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영종도는 MGE가 북미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지이기도 하다. MGE의 마리오 콘토메르코스 CEO도 사업 성공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주)인스파이어는 2031년까지 모두 4단계에 걸쳐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체 부지만 약 437만㎡로, 600개 이상의 축구장을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현재 4단계 사업 중 일부인 1-A 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1조5천억원이 투입돼 1천256실 규모의 5성급 호텔과 1만5천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아레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센터 등이 2022년 하반기 들어설 예정이다.(주)인스파이어는 이어 1-B 단계 사업으로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함께 테마파크를 조성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의 인기작인 '미션 임파서블'과 '트랜스포머', '스타트랙' 등을 테마로 하는 다양한 시설이 영종도에 들어서는 것이다.영종도 미단시티에 건립 중인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도 관심이다.이 사업은 약 8천억원을 투입해 3만8천㎡ 부지에 720실 이상 규모의 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공연장, 대규모 회의시설 등을 짓는 것이 뼈대다. 사업은 미국의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와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 '푸리그룹'이 각각 50% 지분으로 만든 합작법인 RFCZ코리아(주)가 맡는다. 특히 세계 최대 복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의 참여로 관심이 크다. 이 기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손꼽히는 복합리조트 '시저스팰리스 호텔' 등 6개 국가에서 50개 이상의 카지노 호텔, 복합리조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영종도 관광 산업에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인천국제공항이다. 우리나라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을 바탕으로 하는 관광 산업의 잠재력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연간 7천만명(지난해 기준)이 넘는다. 세 복합리조트 중 인천공항과의 거리가 가장 먼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도 인천공항에서 차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 공항 근처에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영종도에 인천공항이 있다는 점이 사업 시작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영종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곳,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단순히 거쳐 가는 곳이 아닌 '여행의 목적지'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영종도를 '여행의 목적지'로 만드는 건 인천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공통 목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인천국제공항이 관문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영종도를 보고 우리나라를 찾아오게 하는 '목적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현재 3곳 외에도 2~3곳의 복합리조트를 추가로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복합리조트 집적화로 영종도를 싱가포르나 마카오와 같은 관광 레저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다.국내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2025년 인천 송도역에서 출발하는 인천발 KTX가 개통하면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이내에 인천에 접근할 수 있고, 여기에 인천시가 추진 중인 제2공항철도 사업까지 현실화하면 영종도로 향하는 국내 관광객의 발길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도의 모델로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보고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 등 두 곳의 복합리조트가 있는 싱가포르는 또 다른 카지노 도시인 마카오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카지노 사업이 주된 수익 창출 구조임에도 마이스(MICE)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영종도 관광 활성화는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하면서 약 3천2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인천경제청은 3곳의 복합 리조트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모두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에는 일본이 카지노 산업을 준비하는 등 동북아 지역이 향후 복합리조트 산업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영종도 성공을 위해선 복합리조트 외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타 지역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진영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마카오는 각 복합리조트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셔틀버스를 운행해 여러 시설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영종도는 이런 연계성에 있어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영종도 관광 산업을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강화나 송도 등 다른 지역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제프 쿤스 作 'Gazing Ball-Farnese Hercules'.쿠사마 야요이 作 'Great Gigantic Pumkin'.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이벤트형 쇼핑 아케이드인 '플라자'에서는 버스킹 공연 등도 관람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2020-12-02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40)]공항경제권

# 공항경제권이란코로나 이후 스스로 수요 창출 중요공항·지역간 네트워크 '시너지 공간'인프라 활용 다양한 경제활동 집적인천에 있어 공항의 존재는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항공교통시설의 입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항이 들어서면서 비행기와 관련한 물류, 관광, 정비, 첨단 제조, R&D 산업이 결합한 경제권이 형성됐다. 공항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시가 하나 새로 생긴 것과 다름없을 정도다. 공항은 주변 배후 도시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이뤘다.인천시가 미래를 견인할 성장 동력 사업으로 '인천공항경제권' 구축을 꼽은 것도 공항 산업의 무한한 확장성 때문이다. 공항이 자리한 영종도에만 머물지 않고 인천 전체를 공항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공항 관련 산업의 패러다임은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고 있다. 1920년대 공항이 처음 개발됐던 시기는 항공 교통 이용시설로 인식됐다. 규모는 천지 차이지만 지금으로 말하면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처럼 비행기를 타는 장소의 개념이었다. 해외여행 자율화로 1980년대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거점공항(Main port)의 개념과 함께 국가 인프라로서 국제 교류 거점, 허브 네트워크라는 특성이 생겨났다. 1990년대는 운송과 쇼핑, 비즈니스가 결합한 복합문화 공간 기능이 더해졌다.공항경제권 개념은 법률로 규정돼 있진 않지만, 공항과 지역 경제권 간 네트워크 강화로 시너지 효과를 확보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공항 인프라를 활용한 연결성과 접근성을 통해 다양한 경제 활동의 집적화를 유도하고, 연관 산업을 발전한다는 개념이다.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항공 업계는 여객, 화물, 면세점 등 전통 방식의 산업에 대한 의존만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천공항은 여객 운송 실적이 90% 이상 감소했고, 면세점은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대외적 요인에 휘청대지 않도록 주변 도시와 연계해 스스로 여객과 화물 운송량을 창출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인천시는 공항의 경쟁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전통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역시 경쟁력이 계속 하락해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공항은 전자, 통신, 제어, 항공 기계 등 첨단 기술의 복합체다. 인천의 산업 구조가 자동차 중심에서 항공 관련 신산업 분야로 확장할 경우 부가 가치가 배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항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유치해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공항을 활용하고, 상용화한 기술·제품을 해외로 바로 수출하는 항공 산업 중소기업 육성의 '메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공항 운영과 관련한 수하물처리시스템과 항공기 운영 지원, 공항 건설, 항행·항공등화·FOD(활주로 이물질) 자동 탐지 기술 등 지식재산까지 수출할 수 있다. # '인천공항경제권협의회' 출범市·공항공사·경제청·LH 등 손잡고1단계 영종도 중심 직접경제권 육성2단계 인천전역 파급효과 확산 목표인천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지난 7월 인천공항경제권 발전을 위한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인천공항경제권협의회'를 출범했다. 인천공항경제권 조성을 통해 인천을 세계 항공 산업의 선두 도시로 키워나가자는 게 협의회 출범의 목표다.우선 1단계로 인천공항과 영종도를 중심으로 한 직접 경제권을 육성한다. 2단계는 정부 부처, CIQ(세관·출입국·검역) 관련 기관과 함께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인천 전역을 공항경제권으로 조성하는 계획이다. 직접 경제권인 영종도에서는 항공 정비와 부품 산업, 항공운송 산업, 항공물류 산업, 공항 산업 등 직접 산업군을 육성한다. 공유경제형 항공 정비 시설·장비센터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LH와 함께 영종하늘도시 유보지를 공동 개발해 항공화물 창출과 처리를 위한 첨단 복합산업단지를 짓고, 국내 복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관광 산업, 마이스 산업, 복합리조트 등을 결합한다.영종도의 공항경제권 기반이 자리를 잡으면 인천 전역으로 그 파급 효과를 확산하는 2단계 사업이 시작된다. 공항과 항공 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산·학·연 연구단을 구성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를 활용해 신생 기업을 육성하고 제조 창업을 활성화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MRO(항공정비) 산업 교육 훈련 지원을 위한 '사다리형 통합교육체계'를 구축해 초급 인력과 고급 인력을 단계별로 양성하는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인천공항공사 산하 공항산업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인천공항경제권 구축으로 57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취업 유발 효과는 28만명에 달한다. 인천시는 공항·항공 산업을 연계한 산업 구조의 고도화로 구도심 산업단지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인천공항경제권 구축을 위해 선행돼야 할 법·제도 개선 과제는 인천공항공사의 사업 범위 확대다. 현행법상 인천공항공사 주요 업무는 공항 건설·운영·유지·관리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과 국민의힘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의원 등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은 인천공항공사의 사업 범위를 ▲항공기 정비업 ▲종사자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사업 ▲주변 지역 개발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 중인데, 정부는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경남 사천 등 MRO 산업을 육성 중인 다른 지자체도 인천공항공사의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 해외성공 사례 교훈은美 '멤피스' 佛 '샤를드골' 등 주목국가 '제도·재정지원' 뒷받침 비결인천 '신 교통수단 PAV' 특화 노력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유럽과 미국 등 전통적인 공항 산업 발전 국가와 새롭게 성장하는 중국·중동의 공항경제권 구축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멤피스 에어로트로폴리스(Aerotropolis)'는 국제 특송 회사인 페덱스를 중심으로 콜드체인, 화물 처리시설, 배후 물류단지를 갖춘 공항경제권이다. 에어로트로폴리스는 공항(Airport)과 메트로폴리스(대도시·Metropolis)의 결합 개념으로 공항 반경 30㎞ 이내에 산업·주거·상업단지가 개발됐다.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도시는 관광·업무·주거를 결합한 복합산업단지로 성장했으며, 중국 정저우 공항경제구역은 중국 최초의 국가 공항경제 실험 지역으로서 관련 산업의 집적화를 이뤄낸 사례다. UAE(아랍에미리트연합)는 MRO 클러스터와 물류, 관광, 주거단지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도시를 두바이에 조성 중이다.인천시는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해 공공기관과 공항 운영사뿐 아니라 민간 기업, 투자 자본, 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 거버넌스 구축으로 협력적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산업별 앵커 기업 유치가 활성화의 마중물이 된다고 판단하고, 국내외 유망 기업 유치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해외 성공 사례의 경우는 국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참여는 사업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관련 제도 개선과 사업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해외 사례를 모델로 한국형 공항경제권 구축에 성공하면 해외로 시장을 넓혀나간다는 구상이다. 직접 투자 개발과 지분 확보 등의 방식으로 해외 공항도시 개발사업에 참여해 국산 기술·인력·장비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는 국가 경제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인천시가 공항경제권 구축과 관련해 힘을 쏟는 분야는 PAV(Personal Air Vehicle) 산업이다. PAV는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이다. 도심의 교통 혼잡을 줄이고, 직선거리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신개념 교통수단이다. 이 역시 쇠퇴하는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여객용 PAV는 2035년까지 최대 4만3천대가 유통될 전망이다. 잠재적 시장 규모는 1천800조원이다. 인천시는 2018년 PAV 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기업과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옹진군 자월도 인근을 드론 특별자유화 지역으로 선정해달라고 정부 공모에 신청했다. 인천시는 영종도에 PAV복합중심센터 설립을 추진해 관련 기술을 선점하고, 인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또 PAV를 물류, 관광, 의료 분야에도 적용해 도서 지역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공항경제권 조성사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코로나19다. 항공 산업 위축으로 사람의 이동이 상당 기간 제한될 예정이어서 코로나19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두고 계획을 촘촘히 짜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와 컨벤션 산업이 비대면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고, 관광 산업 또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 공항과의 경쟁뿐 아니라 동남권 신공항의 건설 추진 등 대내외적 변수도 많다. 이 때문에 인천만의 강점을 내세우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천공항경제권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외국 경쟁 지역보다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 영종도 정주 여건 개선, 규제 철폐, 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공항경제권 형성. 2020.11.26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2020-11-25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9)]공항산업기술연구원

2010년 인천공항공사 연구개발단 출범지난해 현 명칭 확대개편 별도기관 독립국토부 '국제선 복원지원 연구 용역' 등팬데믹 이후 항공업계 활성화 전략 수립수요예측 알고리즘 개발·드론 교통체계핵심기술의 국산화 'R&D 인큐베이팅'중기기술 - 공항수요 연결 '테크마켓'도인천국제공항이 '글로벌 리딩 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터미널과 활주로, 물류단지 등 양적 성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경영 전략과 미래 발전 전략 수립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항 운영과 관련해선 인프라 구축보다 '뉴-노멀(새로운 표준)' 전략 마련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공항산업 '싱크탱크'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산하 공항산업기술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요즘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공항산업기술연구원(이하 연구원)은 2010년 인천공항공사 연구개발단이라는 조직으로 출범해 2015년 공항연구소로 승격됐다. 2019년 공항산업기술원이라는 지금의 모습으로 확대 개편돼 별도의 기관으로 독립했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부설 R&D센터 개념이다. 연구원은 공항 핵심 시설 제품의 국산화, 공항 운영 프로세스 효율화, 미래 항공산업 관련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항공 관련 분야 진출을 돕기 위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항공산업의 위기 탈출 전략을 모색 중으로, 우리나라 항공 정책 개편의 중심에 바로 연구원이 있다.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끊겼던 하늘길을 다시 잇고, 비대면 공항 운영 체계를 구축하려는 정부의 정책 연구를 진행해 이르면 12월 중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올해 9월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국제항공노선 복원 지원 연구'를 맡았는데 정부 부처의 연구용역을 공기업 부설 연구원이 수주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항공업계 반응이다.연구원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 성공으로 국제 항공 수요가 회복할 때를 대비한 항공산업 지원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국제선 항공 운항 현황 조사 연구 ▲언택트 공항 운영 매뉴얼 수립 연구 ▲역내 여행안전지대 구축 방안 수립 연구 ▲항공산업 지원을 위한 IT 현황 조사 및 개선 방안 수립 등 4가지 주제가 연구 대상이다.올해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항공업계는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종교시설과 이태원 유흥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다가 하반기 들어 방역 당국의 통제 범위 안으로 진입해 항공 수요도 회복하는 추세다. 하지만 개별 국가 간 감염병 발생 추이와 방역 지침이 천차만별이라 국제노선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국내 요인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연구원은 각 나라 동향을 분석해 복원 항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발굴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경제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노선에 초점을 맞춰 운항 재개를 모색하고, 단계별 확대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출입국자에 대한 방역 체계 개선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항이 마주한 과제 중 하나다. 이미 첨단 기술과 연계한 안내 로봇 등이 국내외 공항에 도입된 상황이지만, 기술보다는 방역에 중점을 둔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항 이용객에게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 기존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안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운영 방식의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인천공항의 방역 체계는 해외에 소개될 정도로 이미 체계를 갖춰 놓았기 때문에 연구원은 국내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뉴-노멀'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결국 출입국의 활성화다. 각 항공사가 화물 운송으로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행업계와 관련 산업은 줄도산 위기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신뢰가 확보된 국가들끼리 협약을 맺어 해외 여행객들의 자가 격리 기간을 없애고, 여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트레블 버블(Travel Bubble)'이 제시되고 있다. 연구원은 국내외 상황과 각종 국제항공법, 국제협약 등 요건을 분석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발트 3국이라 불리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호주-뉴질랜드, 베트남-태국 등이 버블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가 트레블 버블에 동참할 경우 해외 입국자는 14일의 자가 격리 없이 바로 한국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여행에 목마른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는 국내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다만 국제항공법과 각 나라 사이 항공협정 관계, 국내법에서 효력을 갖기 위한 요건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추진해야 한다.지난 9월 연구원이 만 18세 이상 외국인(베트남·중국) 400명과 내국인 600명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트레블 버블 협약을 체결하면 해외여행을 할 의사가 있다는 비율이 각각 72.2%, 52.8%였다. 이는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51.4%p, 41.6%p 높은 수치다. 연구원은 국제노선의 단계별 회복에 트레블 버블 정책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항공산업 지원을 위해 관련 IT 인프라 구축 현황을 조사해 상호 호환 및 통합관리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현재 정부와 공항공사, 항공사들이 개별적으로 항공 안전과 공항 운영, 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고 있지만, 공유 플랫폼 부재로 개별 활용에만 그치고 있다. 국가와 민간을 아우르는 과학적 예측을 통한 시너지 창출은 미흡한 상황이다. 연구원은 관련 업계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데이터 활용 플랫폼 구축 전략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할 계획이다.연구원 김재복 정책연구팀장은 "우리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항공 수요 모니터링을 지속 수행해왔고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심리 등을 분석하기 위해 월별 설문을 실시해 결과를 분석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왔다"며 "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한 지 1년 만에 국토부의 국제항공노선 복원 연구를 맡게 된 것은 연구원이 역량을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 준비 외에도 공항산업의 R&D 인큐베이팅 체계 구축과 판로 개척 지원, 핵심 기술 국산화, 혁신 기술 개발 등의 전략 과제를 수행해 나가고 있다.지상전원공급장치로 항공기가 계류장에 정류했을 때 엔진 가동 없이 육상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AC-GPS'를 개발했고, 인천공항에 155억원 규모의 시설을 도입한 데 이어 해외 수출을 추진 중이다. 또 계류 항공기에 냉난방을 제공하는 'PC-AIR' 기술은 국산화율 80%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하물 처리 시스템과 동절기 활주로의 제설제 개발,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대한 연구, 제2터미널 개장에 따른 지상조업품질 체계 연구 등을 수행해 공항 운영에 큰 도움을 줬다. 지금은 딥-러닝 방식의 항공 수요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고,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자산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가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드론 택시와 택배 운송 등 드론 교통 관리 체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공항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FOD(Foreign Object Debris·활주로 이물질) 자동 탐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프로젝트 '테크마켓'이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우수 기술과 인천공항의 기술 수요를 매칭하는 오픈형 플랫폼이다. 중소기업이 테크마켓에 공항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신기술을 등록하면 인천공항이 중소기업에 기술 판매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는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시장 진출 루트가 없었던 중소기업에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인천공항공사도 우수 기업을 육성하고, 필요한 신기술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과 인천공항공사가 테크마켓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공동 R&D 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 연구원은 'F·A·S·T' 프로그램을 구축해 중소기업에 금융(Finance), 채용(Application), 판로 지원(Support a Market), 교육·컨설팅(Training)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금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연구원은 기본 연구 과제라 할 수 있는 항공 수요 예측과 중장기 수요 예측 등 통계 운영 업무와 산학연 공동 발전을 위한 학술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인천공항공사는 2030년까지 공항산업 관련 연구개발비를 2020년 대비 5배인 235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 인력도 98명에서 137명으로 늘리고 국가 R&D 과제와 자체 용역, 중소기업 공동 기술 개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항경제권 개발, 자동 안전 관리 체계 구축 등 신성장 산업 육성과 공항 운영 혁신을 위한 과제를 지속 수행해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브레인'이 되겠다는 각오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이동형 FOD(Foreign Object Debris·활주로 이물질) 자동 탐지 시스템.공항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FOD 자동 탐지 시스템. 2020.11.18 /공항산업기술연구원 제공공항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FOD 자동 탐지 시스템. 2020.11.18 /공항산업기술연구원 제공

2020-11-18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8)]항공인력 양성과 인천

'항공MRO단지' 추진하는 인천시인천공항 인접해 '원스톱' 시너지폴리텍대 남인천캠 'MRO과' 준비수억원 고가장비 '현장 맞춤 훈련'인하공전, 승무원 양성 학과 명성1958년 인천서 국산로켓 최초 발사2년뒤 인하대생들 첫 회수장치 로켓인하대, 항공우주학과 선구적 설치송도 산학융합지구 530여명 교육중대학연구·기업기술 결합 인재 육성전 세계 항공기는 2018년 2만5천800여대에서 2038년 5만600여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트 형제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1903년부터 110년 넘게 성장한 항공산업이 향후 20년 사이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항공산업 성장에 따른 인력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은 항공 인력 양성에도 중심에 있다.11월10일 오후 1시께 찾은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는 '항공MRO과' 개설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는 항공정비를 의미한다. 한국폴리텍대는 '실무 능력을 갖춘 항공정비 인력 양성'을 목표로 인천공항과 가까이에 있는 남인천캠퍼스에 항공MRO과를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실습실로 들어서자 8개의 모니터와 조종간, 각종 버튼 등으로 구성된 항공정비 시뮬레이터가 눈에 띄었다. 보잉 737 기종의 조종석을 본떠 만든 장비였다. 항공기를 움직이자 오른쪽 모니터에선 유압 계통과 연료 계통 등의 흐름이 표시됐다. 실제 비행 중 각종 장비 계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설정을 바꾸자 앞쪽 메인 모니터에는 기체 하부에 있는 장비실 모습이 나타났다. 컴퓨터 본체처럼 생긴 수많은 장비가 마치 전산실을 연상시켰다. 항공정비사들이 결함 발견 시 작업을 하는 곳으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정비사가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이다. 시뮬레이터로 장비실에서 장치를 교체하는 등 실제와 같은 정비가 가능했다. 이 장비는 국내 최초의 항공정비 훈련 시뮬레이터다. B737 기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 130개 결함 상황을 부여해 보잉의 매뉴얼에 따라 정비 훈련을 할 수 있다. 결함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으면 실습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시뮬레이터로 훈련할 수 있다. 장비 가격은 약 3억원에 달한다. 인천 기업인 '누리에어로'와 미국의 한 업체가 개발했다.실습실 한쪽에는 B737 기종의 실제 랜딩 기어와 브레이크가 있었다. 이착륙 시 지면에 닿는 바퀴가 랜딩 기어다. 높이만 약 2m에 달한다. 한국폴리텍대는 저비용항공사(LCC)가 주로 운용하는 B737 기종에 대한 특화 정비 교육을 위해 1억원을 들여 이들 장치를 도입했다. 항공MRO과는 내년 20명의 학생에게 1천200시간의 교육을 진행해 현장에서 원하는 정비 인력으로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교육비는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한국폴리텍대 김형래 항공MRO과 교수는 "항공정비 업체가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구직자의 실무 능력이 여전히 큰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을 분석해 그에 맞는 정비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항공MRO 산업은 항공기 수 증가에 따라 큰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다. 항공기 운항 전후로 정비와 수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내 통로가 1개만 있는 협동체 항공기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주로 운용하는 LCC의 정비 수요를 국내에서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LCC 대부분은 외국 정비사 등에 항공기 정비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 있는 4개의 격납고도 아시아나항공(2개)과 대한항공, 샤프테크닉스케이가 대부분 자가 정비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가 남인천캠퍼스를 항공MRO 특화 캠퍼스로 만드는 이유도 인근에 국내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이 있기 때문이다.인천시도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함께 인천공항 인근에 항공MRO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선 수요가 집중된 인천공항에 항공정비 단지를 구축해 '원스톱' 정비 등의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인천공항의 항공기 결항 중 정비 문제로 인한 결항 비율이 개항 초기였던 2001년 4%에서 2016년 25.3%까지 증가한 점만 봐도 인천공항 내 항공정비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 항공MRO 사업자로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했고, 사천시는 MRO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사천시가 인천공항 정비단지 조성에 반발하고 있어 이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인천에선 산·학 협력으로 항공 인력을 양성하는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송도국제도시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산학융합지구는 말 그대로 대학교의 연구 능력과 산업체의 기술을 결합해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핵심은 '항공 산업'이다. 산학융합지구는 항공우주융합캠퍼스와 기업연구관으로 구성됐다. 캠퍼스에서는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학생 등 530여 명이 현장 맞춤형 교육을 받고 각종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인력 양성의 대표적인 예가 항공산업교육훈련센터다. 2017년 개원한 인천산학융합원은 2019년 말부터 이 센터에서 항공정비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가진 미취업자와 퇴직자를 대상으로 B767·B747 기종에 대한 정비 교육 등 약 4개월간 430시간을 교육한다. 우리나라에서 항공사를 제외한 교육훈련기관이 B767과 B747 기종으로 교육하는 곳은 인천산학융합원 항공산업교육훈련센터가 유일하다. 지난해에는 A320 기종 교육을 수료한 30명 중 18명이 취업을 했고, 올해는 B767 기종 교육 수료자 20명 중 11명이 취업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인하대학교도 1972년 설립한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항공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항공기로 대표되는 대기권 비행체와 인공위성 등 우주비행체 설계·제작·운용에 대해 교육한다. 모집 정원 30명의 항공공학과로 처음 설립한 이 학과는 1989년부터 지금의 학과명을 사용하고 있다. 학과가 설립된 1970년대 초에는 서울대와 한국항공대 정도에만 항공공학과가 있었다. 카이스트(KAIST)의 전신인 한국과학원에도 1979년에서야 항공공학과가 생겼다.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산 로켓 발사에 성공한 곳이다. 동아일보는 1958년 10월12일 '국산 로켓트 성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초로 국산 로켓트가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국방부과학연구소의 제작품인 로켓트 실험은 인천 근교 해변에서 극비리에 실시돼 7개의 로켓트 중 여섯 발이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기는 과거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한 지 약 1년 뒤다. 당시 국산 로켓은 큰 것이 길이 약 1.7m에 무게 약 58㎏으로, 8㎞를 날아갔다고 기록돼 있다.2년 뒤에는 인하공대(현 인하대학교) 병기공학과 학생 15명이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대한우주항행협회에서 주최한 전국 공과대학 로켓 발사대회에 단독 출품한 'IITO-1A'와 'IITO-2A'다. 동아일보는 1960년 11월20일자 기사에서 "수천 관중이 모인 가운데 인천 근교 송도 발사장에서 2A호가 폭음도 요란히 하늘 높이 솟아올라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며 "학생들과 여러 연구 단체 또 학교의 제작비 제공이라는 이상적인 '케이스'로 제작이 순조로워 크게 주목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IITO-1A'호에는 동체 회수를 위한 장치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동체 회수에는 실패했지만 회수 장치를 갖춘 국내 첫 로켓 발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항공 승무원 양성에서도 인천은 중심에 있다.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운항과는 국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이 학과는 객실승무원 양성을 위해 1977년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현재 2년 교육과정인 이 학과는 한 학년 모집 정원이 190명으로, 국내 관련 학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다른 대학 학과와 달리 교육과정이 오로지 객실승무원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객실 안전 점검부터 비행 전, 비행 중, 비행 후에 승무원이 해야 할 모든 임무를 교육한다. 교수진 역시 13명으로 국내 학과 중 가장 많은 데다 대부분 교수가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서 팀장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천만명을 넘어선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2030년 9천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제2여객터미널 확장, 제4활주로 신설 등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인천시도 인천의 항공산업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인천산학융합원 관계자는 "국제 인증을 갖춘 항공인력을 육성하고, 항공부품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해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해 인천 지역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항공MRO과에 마련한 항공정비 훈련 시뮬레이터. 보잉 737 기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 130개 결함에 대한 정비 훈련을 할 수 있다. 항공정비 시뮬레이터는 국내 최초로, 인천 기업인 '누리에어로'와 미국의 한 업체가 개발했다. 2020.11.11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학생들이 항공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2020.11.11 /인하대 제공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산학융합지구 전경. 항공우주융합캠퍼스와 기업연구관 등으로 구성됐다. 2020.11.11 /인하대 제공(사)인천산학융합원 항공산업교육훈련센터에서 교육생들이 항공정비 교육을 받고 있다. 2020.11.11 /인천산학융합원 제공1958년 첫 국산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1960년 11월19일 인하공대 병기공학과 학생들도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11월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국산로켓트 발사에 성공'이라는 제목의 기사. /동아디지털아카이브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운항과 학생들이 객실승무원 교육을 받고 있다. 2020.11.11 /인하공전 제공

2020-11-11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7)]국립인천공항검역소

코로나 이후 체계 변화… 모든 입국자 검역건강질문서 작성·발열 체크뒤 '일대일 조사'유증상 판단 '청록색 목걸이' 역학조사·검사방역강화대상국가서 입국 음성확인서 필요1896년 제정 '온역장정' 첫 근대적 검역 규칙180명 근무 인천공항검역소, 국내 최대 규모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첫 현장 방문지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천국제공항 검역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해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출입국 인원의 70% 이상이 몰리는 인천공항은 '검역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검역은 질병관리청 국립인천공항검역소가 맡고 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승객과 항공 종사자, 여객기, 화물기 등에 대한 검역을 담당한다. 코로나19,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등과 같은 해외 유행 감염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가장 큰 임무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천공항 입국자가 하루 평균 9만7천여명 수준(지난해 12월 기준)에서 약 3천100명 수준(올해 9월 기준)으로 크게 줄긴 했지만, 이전과 달리 모든 입국자에 대해 검역을 실시해야 해 업무 강도는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검역 지역을 확대했고, 3월19일부터는 인천공항으로 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특별 입국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든 승객은 항공기에서 내려 가장 먼저 검역대를 마주하게 된다. 출입국 심사를 받기 전 거쳐야 하는 게 검역대다.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 제2여객터미널 모든 입국 통로에 검역대가 있다.인천공항 검역 체계는 크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기존에는 콜레라, 메르스 등 검역 감염병이 많이 발생한다고 지정된 국가에서 입국하는 승객, 입국시 증상이 있는 승객 등이 '건강 상태 질문서'를 제출하면 됐지만, 현재는 모든 국내 입국자가 질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특별 입국 절차가 시행되면서 '특별 검역 신고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별 검역 절차는 자가격리 주소지와 연락처가 확인돼야 입국할 수 있는 제도다. 입국자는 검역법에 따라 두 서류에 성명, 국적, 항공기 편명, 한국 내 주소, 연락 가능한 번호 등 인적 사항과 최근 21일 동안 방문한 국가와 오한·발열·두통 등 증상 여부를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발열 체크는 필수다.검역관은 이를 바탕으로 입국자와 일대일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대상 유증상자라고 판단하면 입국자에게 청록색 목걸이를 준다. 청록색 목걸이를 받은 입국자는 2선 검역대에서 역학 조사 등을 받는다. 이후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항 내 유증상자 관리구역으로 이동해 현장 또는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유증상자의 모든 동선은 일반인과 분리돼 있다.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중증도에 따라 생활치료센터나 의료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입국자 검역을 담당하는 게 검역소 임무다. 최근에도 이렇게 검사를 받은 유증상자만 하루 100명 안팎이라는 게 검역관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30일까지 인천공항 해외 입국자 중 검역 단계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597명이다.2018년부터 공항 검역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소현(41) 검역관은 "해외에서 폭발적인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 한국으로 귀국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2~3월이 가장 힘들었다. 검역 체계 구축을 위해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며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알 수 없어 항상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검역관 모두가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지난해 12월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감염병인 데다, 중국발 국내 입국자가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검역소는 중국 우한에서 입국하는 항공기에 대해 게이트 안에 검역대를 설치하고 특별 검역을 실시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검역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감염을 막겠다는 취지였다.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된 것도 게이트 검역 과정에서이다. 올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중국인 여성은 중국 우한에서 출발해 환승차 인천공항을 들렀다. 검역소는 중국남방항공 CZ6079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입국한 이 여성이 게이트 검역 과정에서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자 즉시 조사 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검사했다. 국내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던 터라 검역소의 관심도 검사 결과에 집중됐다. 이 여성은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칫 지역 사회 전파나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뻔했지만, 검역 단계에서 감염을 막았다.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지금과 달리 주요 감염병 발생 국가를 검역관리지역으로 분류해 검역하는 방식이었다.WHO나 해외 현지 공관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바탕이 된다. 올해 1월1일 기준으로는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콜레라 등 7종의 검역 감염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콩고민주공화국 등 65개국이 검역관리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현재는 모든 국가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이 높은 국가를 '방역강화대상국가'로 지정해 검역을 강화했다. 방역강화대상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출발일 기준으로 이틀(48시간) 이내에 현지 지정 병원에서 받은 코로나19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국내 입국이 허가된다. 11월 기준으로는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 6개국이 대상 국가로 지정돼 있다.우리나라에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등 총 13개의 국립 검역소가 있다. 이 중 인천공항검역소 조직 규모가 약 180명으로 가장 크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을 차단해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에 인력이 집중돼 있다. 김포국제공항과 남북출입사무소 검역도 인천공항검역소가 맡고 있다.우리나라 대표 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은 예로부터 검역의 최전선에 있었다. 옛 기록을 보면 지금의 인천공항 검역 모습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96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검역 규칙 '온역장정(瘟疫章程)'에는 '전염병의 기운이 있는 지방에서 입항하는 선박의 선원과 승객은 임의로 육지에 오를 수 없다' '선박 내 역증(疫症)이 있는 경우 해관 의사가 지정하는 원처(遠處)로 이동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다.1947년 9월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방역에 만전, 신검역법 발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선박, 항공기로 입국하는 사람들은 호열자(虎列刺·콜레라), 흑사병, 천연두, 티부스(장티푸스) 황열병의 방염 증명서를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만일 이것이 없을 경우 예방 주사를 실시하고 억류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기록은 최근 이뤄진 입국 제한, 자가격리, 특별 검역 신고서 제출 등의 조치를 연상케 한다.선박 중심이었던 검역 체계는 1949년 12월 김포공항에 검역소가 처음 생기면서 점차 공항으로 확대됐다. 김포공항검역소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의 시초다. 김포공항검역소는 국립서울공항검역소, 국립서울검역소를 거쳐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로 탈바꿈했다.코로나19는 인천공항의 검역 체계를 크게 바꿔 놓았다.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있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올해 9월 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서 앞으로 더욱 전문화·세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는 'K-방역'에 있어서도 인천공항의 검역은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은 11월3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첫 번째 현장 방문지로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택했다.신종 감염병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검역에 경찰, 군, 소방등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검역 최일선에 있는 검역관의 처우 개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국립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검역소가 의료기관이 아닌 탓에 긴급 의료 처치가 필요하신 분들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지자체와의 24시간 협조가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입국 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기관이 검역소인 만큼 현장 민원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검역관들의 피로감도 상당히 쌓인 상태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검역관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검역관이 입국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0.10.23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제공지난 10월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중국 창춘발 아시아나항공 OZ304편 입국자에 대한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 2020.10.27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제공/클립아트코리아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3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방문해 검역관 등을 격려했다. 정은경 청장은 질병관리청 개청 이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첫번째 현장 방문지로 정했다. 2020.11.3 /질병관리청 제공

2020-11-04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6)]북한의 공항

'평양 순안' 年 120만 여객능력 추정베이징·블라디보스토크 등 국제노선남북정상간 만남 '역사적 장면' 배경'삼지연' '갈마' 백두·금강산 관광거점인천공항, 북한 항공교통 '허브' 구상평화 무드땐 운영 노하우 전수 가능세계적인 허브공항을 꿈꾸는 인천국제공항이지만 아주 가까운 국제공항 한곳에선 아직도 정기 항공편을 날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유일한 국제공항으로 알려진 평양 순안공항이다. 인천공항은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진 최근 수년간 북한과의 직항로 개설 등을 구상하기도 했으나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금은 당분간 현실화하기 어려운 희망사항이다. 남북의 공항이 한반도 상공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려면 북한의 공항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순안공항은 남북 교류 활동으로 남한에서 몇몇 인사만이 항공기를 타고 가서 봤을 뿐 구체적인 정보는 베일에 가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백두산 방문 때 이용한 삼지연공항이나 원산 갈마공항 등도 그 이름만 알려졌지 시설은 어떠한지, 항공편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인천공항에서 북으로 향하는 정기 항공편을 띄울 날을 위해선 북한 공항에 대한 정보를 쌓는 작업도 중요하다.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북한의 국제공항인 순안공항도 인천공항 등 우리 공항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정식 명칭이 '평양국제비행장'인 순안공항은 평양시 북서쪽 외곽인 순안구역 공항동에 있다. 평양 시내 중심부에서는 약 23㎞ 떨어져 있다고 한다. 길이 약 3.5㎞, 너비 70m 규모와 길이 약 4㎞에 너비 60m 규모의 2개 활주로가 있다. 2015년에는 기존 공항 청사의 6배 규모인 제2청사(연면적 1만3천여㎡)를 조성하기도 했다. 출국장과 입국장, 귀빈실, 면세점, 음식점, 주차장 등이 들어서 있다. 여객터미널의 연간 이용객 처리 능력은 12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북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순안공항에서 국내선과 함께 중국 베이징, 마카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으로 향하는 국제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현재 국제선 정기 항공편 운항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민간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순안공항에서 베이징을 잇는 항공편을 운항했다.순안공항은 1955년 9월 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 중 유엔군이 B-29 폭격기를 동원해 순안비행장에 폭격탄 100여t을 퍼부었다는 동아일보 1951년 6월21일자 1면 기사를 볼 때 개항 이전에도 군비행장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순안공항은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개최를 계기로 활주로를 확장했다. 1988년 2월25일자 경향신문은 당시 활주로 확장 공사 공정률이 65%라고 전했다. 이듬해 1월 개인 취재로 중국 베이징에서 항공기를 타고 북한을 방문한 조선일보 전용종 특파원은 1989년 1월22일자 1면 기사에서 "(항공기) 수용 능력은 60여명은 됨직했지만 좌석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고 서양인 승객은 서너 사람쯤"이라며 "보라색 줄무늬 블라우스에 감청색 스커트를 입은 20대 여승무원들이 간식을 날라다 주었다"고 썼다.2011년 기존 여객터미널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현 제1청사를 지었고 2012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1청사 공사 현장을 방문해 제2청사 건설을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5년 6월 제2청사 준공식 직전에 현장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이 "건축에서 생명인 주체성, 민족성을 철저히 구현하면서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게 항공역사를 잘 건설했다"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비행장으로부터 평양시 중심 구역까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평양의 관문이자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순안공항에 각별하게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북한의 항공은 1946년 12월 북조선 항공건설중앙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위원회 운영권은 소련 주둔군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소련이 북한의 항공편을 운영한 셈이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소련은 비행기와 관련 장비 등을 원조 방식으로 북한에 넘겼다고 한다. 1954년 평양에서 함경북도 청진까지 민간 항공편이 떴지만 1960년 '비용 과다'를 이유로 북한 공군에 민간 항공편 운항도 맡겼다.북한 국제 항공편은 1960년대까지 중국과 소련 정도만 연결하다가 1970년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 등과 항공 협정을 체결해 비행기를 띄웠다.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에는 동베를린에도 북한 항공편이 취항했다.2000년 6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특별기를 타고 순안공항으로 도착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전에 예고도 없이 순안공항 활주로까지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는 장면은 전 국민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18년 만인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김정은 위원장이 순안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남북 교류를 위한 방북은 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가깝게는 2018년 4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끈 우리 예술단이 평양 공연을 마치고 순안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같은 해 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장면도 방송 등을 통해 전 국민이 지켜봤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도 인천공항을 이용했다.북한이 백두산 관광의 거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삼지연공항은 2018년 9월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백두산을 등반할 때 이용했다. 삼지연공항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활주로 1개가 있는데 폭이 좁아서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데 어려움이 큰 여건이라 전해진다. 공항 관제시설도 열악해 항공기 자동 유도 등이 쉽지 않다고 한다.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을 찾을 당시 대형기인 보잉747급 공군 1호기가 아닌 규모가 더 작은 공군 2호기를 이용했는데 공군 1호기가 삼지연공항에서 뜨고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원산에 있는 갈마공항은 금강산 관광을 위해 많이 이용될 수 있는 위치다. 현재 북한은 갈마공항 여객터미널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인천시는 인천공항을 대북 교류의 거점 공항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북한 항공 교통의 허브는 현재 중국의 공항이 맡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 등 여건이 좋아지면 인천공항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환승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인천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북한의 항공 시설과 노선 등을 조사하고 인천공항을 대북 교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각종 법령·제도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인천공항을 인천항, 영종~개성 간 서해평화도로 구상에 연계하는 방안도 찾기로 했다.인천공항이 북한 쪽에 공항 개발·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다. 이미 인천공항은 이라크,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여러 국가의 공항사업에 참여하거나 컨설팅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과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남북 관계 등으로 인천공항의 북한 진출은 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하지만 훗날을 대비해 북한의 공항과 항공 교통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필요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대북 항공 교통의 관문 역할은 중국 공항이 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인천이 외국인의 북한 방문 환승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인천공항이 내국인의 북한 관광은 물론 수출입 항공 물류 등 남북한 교류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게 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지난 2018년 9월18일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의 주요공항 위치.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 임원 및 선수단 선발대 94명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으로 나오고 있다. /경인일보DB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방문을 위해 삼지연 공항에 도착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10-28 박경호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5)]스마트 공항

# 척척 알아서 승객 돕고…안내로봇 '에어스타' 이어 2종 추가교통약자 태우고 자율주행 '라이드'탑승권 인식·짐 운반해 주는 '포터'국내업체 기술로 전 세계 최초 도입# … 맞춤 정보 활용해 똑똑'빅데이터 플랫폼'이 공항전략 핵심유동인구·교통분담률 등 분석 활용탑승까지 '개인 비서' 서비스 목표2030년까지 스마트화 장기적 추진인천국제공항에 가면 여러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방문객의 첫 이미지를 결정짓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최근에는 한국 첨단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이달 중순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는 자율주행 전동차인 '에어라이드'(Air Ride)가 시범 운행하고 있다. 에어라이드는 탑승객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항공편이나 게이트를 선택하면 운전대를 잡을 필요도 없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각종 장애물을 피해 3~4분 안에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도 배치돼 교통약자들을 우선 태우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에어라이드와 함께 도입된 자율주행 카트로봇인 '에어포터'(Air Porter)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AI 로봇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탑승동 면세구역에 총 6대가 배치돼 항공기 탑승객의 짐을 자동으로 운반한다.에어포터는 로봇이 짐을 싣고 사람을 따라다니는 '추종주행모드'뿐 아니라 탑승권을 인식하거나 목적지를 설정하면 앞장서서 안내해주는 '자율주행모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기내용 캐리어 2개까지 맡길 수 있고, 터치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현재 4개 국어를 말할 수 있다.여객터미널 내부에서 AI 기반 자율주행 전동차·로봇을 도입한 공항은 전 세계에서 인천공항이 처음이다. 에어라이드는 스타트업인 (주)토르드라이브가, 에어포터는 로봇서비스 개발기술을 보유한 (주)원익로보틱스가 각각 개발해 모두 국내 기술력을 공항으로 끌어들였다.에어라이드와 에어포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떠오를 핵심기술로 꼽히는 AI, 로봇, 자율주행 등이 녹아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처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공항'을 미래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요해진 비대면 서비스가 첨단기술 도입을 앞당기고 있기도 하다.스마트 공항은 예측이 가능한 효율적인 공항 운영과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 이용이 목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항공기 운항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해마다 여객과 운항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시설 확장 등 전통적인 공항 운영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산업적으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과 융복합 기술이 사회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베이징 등 다른 나라의 허브공항과도 스마트 공항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인천공항은 2018년 도입한 입·출국장 안내 로봇인 '에어스타'(Air Star)를 스마트 공항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음성인식, AI,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들어있는 에어스타는 넓고 북적이는 공항에서 게이트 등의 위치를 물어보면, "따라오세요"라고 말한 뒤 길잡이가 돼준다. 길을 물어본 이용객과 거리가 멀어지면 잠시 멈춰서 기다리기도 하고, 장애물도 요리조리 잘 피한다. 현재는 인천공항의 마스코트처럼 여겨지는 에어스타 8대가 공항 곳곳을 누비고 있다.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올해 특히 많은 첨단 기술이 인천공항에 도입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6월부터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발열 체크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로봇 앞에 서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 등이 확인되면 관련 조치 방법을 화면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AI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등을 통해 이용객과 대화를 나누며 각종 정보를 24시간 안내하는 챗봇(chatbot) 프로그램인 '에어봇'(Air Bot)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에어봇이 안내하는 정보는 항공편, 항공기 운항, 탑승 수속 절차, 쇼핑·식당 등이다.수하물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무게, 크기, 기내 반입 가능 여부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수하물 저울'은 인천공항이 세계 최초다. 올해부터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항공편 탑승객에게 수하물이 정상적으로 맡겨졌는지 등을 확인해주는 위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공항 이용객만 로봇기술을 이용하는 건 아니다.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시설과 지상조업 근로자들은 '근력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일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할 때 손과 팔에 가해지는 하중을 몸 전체로 분산해 근육 피로도를 줄이도록 돕는다. 현재 7대를 착용할 수 있는데, 점차 도입을 확대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작업 능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스마트 공항 전략의 핵심은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내 3차원 센서 등을 설치해 여객 흐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십개의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활용할 계획이다.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 여객의 출입국 흐름과 터미널 혼잡도 등을 예측할 수 있다. 항공수요·유동인구·교통분담률 등을 분석할 수 있고, 기상 악화에 따른 항공기 운항 지연을 예측해 대응할 수도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모든 여객에게 일괄적으로 공항 도착 시각을 알리고 있지만, 빅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개개인이 집에서 공항에 도착해 항공편에 탑승할 때까지 걸릴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며 "공항 혼잡도와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는 등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공사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장기 전략을 세워 스마트 공항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천공항 전체 출입국 절차를 생체 정보를 활용해 한 번에 통과하고, 수하물 대부분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탑승 정보, 쇼핑·여행 정보 등을 안내하는 AI 비대면 서비스도 개인 비서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힘들고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에는 물류로봇 등 특수 목적 로봇을 도입해 공항 운영 인력을 돕는다. 드론을 활용해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경비하거나 시설 유지·보수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공항 내부에서만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도 장기적으로 공항 외곽을 넘어 도심과 공항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허브공항 지위를 두고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 다싱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스마트 공항 전략을 추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3개 허브공항의 스마트 공항 발전 단계가 비슷한 수준이면서도 기술별로는 1~2년씩 격차가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 설명이다.베이징 다싱공항은 안면 인식 출입국 수속과 수하물 위치 추적 시스템 등을 인천공항보다 1년 정도 앞서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주차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자율주행 조업 차량, 빅데이터 활용 여객 흐름 관리 시스템 등이 조금 빠르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초로 안내로봇을 도입하는 등 로봇 분야에서 앞섰고, 5G 인프라 구축과 AI를 기반으로 한 X-Ray 보안검색 등이 경쟁 공항보다 빠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공항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미래의 인천공항은 상상하는 이상으로 첨단화하고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인천공항의 '스마트화'를 상징하는 카트로봇 '에어포터', 자율주행 전동차 '에어라이드', AI 안내로봇 '에어스타'(왼쪽에서부터).'발열 체크 로봇' 앞에 서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설에서 근로자가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수하물을 옮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제공

2020-10-21 박경호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4)]세계속 인천공항

'세계 1위 서비스' 바탕 개항 8년만에 해외로컨설팅·지분투자·위탁운영 등 약 30건 실적1400억 규모 '쿠웨이트 T4 운영권' 수주 정점중동 등 亞 집중… 유럽·북미 투자기회 모색'COVID-19 Free' 선포… 노하우 수출 활용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한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8년 만인 2009년부터 해외 곳곳으로 진출했다. 인천공항은 중동·동남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공항 운영·기술 지원 등 컨설팅 사업과 지분 투자, 위탁 운영에 이르기까지 약 30건에 달하는 해외 사업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오히려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K-공항 방역'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공항 운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해외 사업을 구상 중이다.인천공항 해외 진출 사업의 역사는 2009년 이라크 아르빌 신공항 운영 지원 컨설팅 사업에서 시작했다. 인천공항은 이라크 쿠르드 지방정부와 당시 3천150만 달러(약 441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2014년까지 정보통신, 기계설비, 전력, 항행 시설, 구조·소방, 운영 관리 등 6개 분야 공항 운영 사업을 지원했다.쿠르드 지역은 석유 매장량이 이라크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경제 도시로, 해외 공관과 연락사무소 등이 밀집해 있다. 서방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관문 도시다. 특히 우리나라 자이툰 부대가 공항이 있는 아르빌 지역에 상주하며 평화 재건 지원 임무를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국정원과 외교부 등이 인천공항 해외 진출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라크에서 해외 진출의 첫발을 뗀 인천공항은 2011년부터 러시아 연방정부가 극동 지역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고 있는 하바롭스크공항의 지분 10%를 인수해 공동 운영에 나섰다. 인천공항은 앞서 2009년 하바롭스크공항 현대화 사업 마스터플랜 구축 사업을 직접 수행했고, 이후 지분까지 인수해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다. 러시아에는 350여개 공항이 있는데, 외국 공항운영기업이 러시아 공항 지분을 인수한 것은 인천공항이 처음이었다. 러시아 속 '제2의 인천공항'인 셈이다.러시아의 배타적 시장 특성상 당시 인천공항의 러시아 진출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10살에 불과한 새내기 공항이 러시아 국제공항 개발·운영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설적으로 '단기간에 놀라운 성공을 이뤄냈던 경험'이었다. 인천공항은 개항 초기 적자에 허덕일 것이란 우려와 달리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천700억원대의 순이익을 창출했다. 공항 건설 사업비를 자체 재원으로 떠안은 탓에 개항 당시 부채 비율이 166%에 달했지만, 10년 만에 69%로 낮추는 놀라운 기염을 토해냈다.우리나라 출입국 인원의 70% 이상이 이용하는 관문 공항으로 자리매김했다.특히 인천공항이 해외 진출을 본격 모색하던 2000년 후반은 세계적 경기 침체 여파로 여객과 화물 운송량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허브화 전략으로 환승률이 꾸준히 성장해 2009년 연간 환승객이 500만명을 돌파하며 환승률 18.5%를 달성하기도 했다. '공항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공항서비스평가(ASQ·Airport Service Quality)에서 세계 1천700개 공항과 경쟁해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신뢰 향상에 큰 보탬이 됐다.인천공항은 2010년대 초·중반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게 된다. 2012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안전분야 기술을 지원했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저개발 국가 공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공항 안전 기술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첫 사업 대상지로 자카르타 공항을 선택했다. 인천공항은 인도네시아 공항 진출로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전략이었다. 인도네시아는 2억4천만명(세계 4위)이 사는 섬나라다. 5개의 주요 섬, 1만7천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됐다. 항공 교통 의존도가 높고, 안정된 내수 시장과 풍부한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매년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공항 운영지원사업(2012년), 필리핀 마닐라공항 제3터미널 기술지원사업(2012년), 방글라데시 신공항 마스터플랜 수립 컨설팅(2012년) 등 해외 참여의 폭을 넓혔다.인천공항은 올해 초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과 손을 잡고 현지 공항 개발사업 수주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AP1), 건설공기업(WIKA)과 함께 바탐경제자유구역청이 국제 경쟁 입찰을 진행 중인 바탐 항나딤 공항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 돈 5천400억원 규모의 이 사업 낙찰자는 35년간 바탐 항나딤 공항 운영권을 얻어 공항 인프라 확장을 위한 건설과 개보수, 공항 운영, 시설 유지·관리를 전담한다. 이 공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연간 562만명의 승객을 실어날랐고, 5만6천892t의 화물을 운송했다. 인천공항은 사업 제안서 제출을 준비 중이며, 최종 낙찰자는 2021년 초 선정된다.인천공항의 해외 진출 사업은 1천400억원 규모의 쿠웨이트 국제공항 제4터미널 위탁운영사업 수주로 정점을 찍었다. 인천공항은 제4터미널이 개장한 2018년부터 운영과 유지·보수를 전담하고 있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은 쿠웨이트 정부 지분 100%의 국영공항으로,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공항 중 하나다. 인천공항이 운영하는 제4터미널은 연간 여객 450만명 규모의 국제선 터미널로, 국적항공사인 쿠웨이트항공이 사용하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그해 1월 인천공항이 제2여객터미널을 성공적으로 개장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높이 평가했다.인천공항은 쿠웨이트 국제공항 제4터미널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제2터미널 위탁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 방침이다. 제2터미널은 쿠웨이트 국제공항의 메인 터미널로, 연간 2천5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내년에 위탁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며, 인천공항은 제2터미널 운영권 확보로 중동 진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인천공항은 유럽과 남미 시장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 터키 이스탄불 신공항 운영 지원 컨설팅 사업에 참여해 130억원 규모의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당국과 공동으로 신공항 운영 콘셉트 및 전략 개발, 시운전, 개항 후 운영 지원 등을 수행하는 사업이다. 이스탄불 신공항은 인천공항 도움으로 2018년 성공적으로 개항했다.2015년에는 '남미의 심장'이라 불리는 파라과이 국가 항공 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에 참여해 12개 공항에 대한 중장기 개발계획, 저가 항공사 설립 방법, 항공 MRO(정비·수리·분해 조립) 단지 조성 방안 등 8개 전략을 수립해 제출했다.인천공항이 남미에서 처음 수주한 이 사업은 파라과이 당국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에 요청함에 따라 무상 원조 사업으로 추진됐다.인천공항은 올해 10월 기준으로 14개국 29개 사업에서 2억2천156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아시아 16건, CIS(옛 소련 독립국가) 5건, 중동 4건, 남미 3건, 유럽 1건이다. 사업 유형별로는 위탁 운영 1건, 지분 인수 1건, 건설 관리 및 기술지원 8건, 마스터플랜·타당성조사 용역 8건, 운영 지원 컨설팅 5건, 전문가 파견 5건이다. 개발도상국은 투자 개발 사업에 중점을 뒀고, 선진국 경우엔 지분 인수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공항 건설 수요가 많은 아시아와 중동 국가는 투자개발 또는 위탁운영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왔다. 유럽과 북미 시장은 몬테네그로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엿보면서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중대형 공항 중심의 선별적 지분 인수를 노리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선 코이카 네트워크와 수출입은행 자금을 활용하는 저(低) 리스크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전 세계 공항이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인천공항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방역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공항 컨설팅 패키지를 수출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천공항은 올해 3월 'COVID-19 Free Airport'를 선포하고, 출입국 모든 과정에 걸친 촘촘한 방역망을 선제 구축했다.인천공항은 올해 9월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와 코로나19 위기 대응 컨설팅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인천공항의 방역 체계를 발리 응우라라이공항에 이식하기로 했다. 이 공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개월 동안 국제선 운영이 중단됐다고 한다. 발리공항 당국은 연말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맞기 위해 인천공항의 방역 컨설팅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인천공항은 발리 공항을 시작으로 'K-공항 방역' 컨설팅 패키지를 세계 각국 공항에 수출하고, 대규모 공항 개발사업 수주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코로나19를 극복하기로 했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2018년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준공식. 2020.10.14 /공항사진기자단 제공인도네시아 바탐 항나딤 공항 투자개발사업 컨소시엄 협약 체결식. 2020.10.14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터키 신공항 운영컨설팅 사업계약 체결식. 2020.10.14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 위탁 운영 1주년 기념식. 2020.10.14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2020-10-14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3)]공항철도

2007년 1단계·2010년 2단계 '완전 개통'서울역~인천공항 T2, 63㎞ 단 51분 걸려동서 관통 14개 정거장중 8곳 환승 가능인천시, KTX 연결 '제2공항철도' 추진'4차 국가철도망 계획' 포함 정부 건의최초의 민간철도… 2041년 소유권 환수수요예측 실패… 초기 이용객 7.3% 뿐 2009년 민간지분 인수… 2015년 재매각손실보전 방식 변경 "매년 수천억 절약"'환승요금 미적용' 불편… 개선 요구중공항철도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서울 도심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한 국내 최초의 특화 철도다. 공항철도는 공항고속도로와 함께 영종대교를 통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도심을 이어준다. 2007년 3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 1단계 구간이 개통했고, 2010년 12월 김포공항~서울역 사이 2단계 구간을 연결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까지 14개 정거장 63㎞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열차 기준 51분이다. 초기에는 수송 인원이 예측치보다 턱없이 부족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금은 공항 외에도 인천과 서울 지역 주민들의 통근 열차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체 14개 정거장 중 8곳에서 다른 철도와 환승이 가능해 인천~서울 북부권의 동서를 가르는 대동맥 기능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수송 인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공항철도 건설사업은 1990년 영종도가 수도권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면서 제1연륙교인 영종대교 건설과 함께 추진됐다. 서울 도심에서 인천공항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추진한 사업이었다.인천공항 개항(2001년) 당시 해외 공항은 도로 외에도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 운송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영국 히스로공항은 공항에서 런던 도심까지 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히스로 익스프레스라는 철도가 1998년 개통했고, 홍콩 첵랍콕공항도 같은 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의 개통으로 공항에서 홍콩 시내까지 24분이 소요됐다.네덜란드는 기존 수도권 철도를 이용해 스히폴공항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5분이 걸리는 연계 철도망을 구축했다. 파리 드골공항은 RER-B 도시철도 노선을 공항으로 확장 연결했다.우리 정부는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해 영종대교를 복층 구조로 설계했다. 상부는 차량이, 하부 공간은 철도가 다닐 수 있도록 기획했다. 섬 지역 공항에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연륙교에 철도와 도로를 동시에 건설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인천공항 조성사업에 막대한 SOC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라 재원 조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정부는 공항철도를 재정사업으로 기획했다가 수조원대의 사업비가 부담되자 1996년 민자사업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운영사에 최소수입비율을 90%까지 보장해주기로 하고 투자를 유도했다. 총 사업비 4조995억원 중 정부가 1조885억원을 투입하고, 3조110억원을 민간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공항철도(주)라는 합작 회사를 만들어 철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지분은 철도청이 9.9%를 갖고 현대건설 등 9개 회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88.8%의 지분을 가져갔다. 나머지 1.3%는 현대해상이 투자했다. 공항철도(주)는 30년간 운영권을 갖고 투자비를 회수한 뒤 정부에 철도를 귀속시키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철도사업이었다.공항철도는 2001년 4월 1단계 구간을 착공했고, 2007년 3월23일 운행을 개시했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공항철도의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포함한 역 간 평균 이동 속도)는 직통열차의 경우 86㎞/h, 일반열차는 70㎞/h 수준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표정속도(33.7㎞/h)에 비하면 획기적인 수준이었다. 역 간 거리가 멀다는 점이 이런 속도 상승을 가능하게 했다.하지만 운행 초기의 공항철도는 실패한 사업으로 기록됐다. 이용객이 예측치의 불과 7%대에 머물면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고,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에 따라 최소운영 수입을 고스란히 정부가 지급해야 했다. 개통 이듬해인 2008년 수요 예측은 하루 평균 23만명이었는데 실제 이용객은 1만7천명(7.3%)에 그쳤다. 정부는 2007년 1천억원, 2008년 1천600억원의 재정을 보전해줬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당시 정부와 민간사업자는 공항 이용객의 교통 분담률 중 철도 비율을 40%대로 예측했는데 실제 분담률은 버스 61%, 승용차 32%, 철도 7%였다. 인천공항 개항과 동시에 철도가 개통하지 못하면서 수도권 리무진 버스 체계가 활성화됐고, 후발 주자로 참여한 철도가 경쟁에서 뒤처진 꼴이었다. 특수 목적을 가진 철도로 건설되다 보니 수도권 통합 환승 할인에 편입되지 못한 불리함도 있었다.정부는 결국 공항철도 사업의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민간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개통 2년 만인 2009년 9월 코레일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진 지분 88.8%를 1조2천억원에 매입했다. 또 협약을 다시 체결해 수입 보장 비율을 58%로 하향 조정하고, 이용객 확대를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민간에서 시작했다가 공공으로 전환된 공항철도는 6년 만에 또다시 민간에 매각됐다. 정부는 2015년 6월 코레일의 공항철도 지분을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1조8천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항철도는 코레일이 인수한 후 흑자 전환했지만, 공항철도의 부채 400%에 달하는 코레일의 높은 부채 비율이 부담이었다. 코레일이 2조6천억원대의 공항철도 부채까지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국토교통부는 코레일 지분을 민간에 다시 매각하면서 사업 구조를 기존 MRG 방식에서 SCS로 전환했다. MRG는 최소 수입을 보장해주는 방식이고, SCS는 운영 수익이 투입 비용에 미달하는 경우 손해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당시 정부는 MRG 폐지로 2040년까지 7조원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MRG는 연평균 5천80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SCS는 2천700억원 정도로 예측했다.인천, 서울 북부권 도심의 팽창과 환승역 확대로 공항철도의 수송 인원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예측치보다 적은 상황이다. 2018년 수송 인원은 하루 평균 23만8천명, 2019년 26만명이었는데 역시 예측치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많이 줄면서 20%가량의 승객이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3조원이 넘는 보전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민간 투자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공항철도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오는 2041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공항철도에 투입하는 재정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개통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공항철도 요금 체계 이원화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 37.3㎞ 구간은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적용돼 일반 수도권 전철 노선과 마찬가지로 환승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라역에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역까지 26.5㎞ 구간은 독립요금제로 구분돼 기본요금이 900원 추가되고, 거리 비율로 추가 요금이 붙는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는 1천850원을 내면 되지만, 제2터미널까지 가려면 2천900원을 더 내야 한다. 또 환승 할인이 미적용돼 버스로 갈아탈 경우 기본요금(1천25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러한 요금 체계 이원화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요구해왔다. 현재 국토부는 공항철도 운임 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구갑)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1월 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용역 결과에 따라 운임 체계 문제가 결정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답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연간 8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해야 하기에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인천공항은 두 번째 공항철도를 꿈꾸고 있다. 서울이 아닌 인천의 중심과 공항을 바로 연결하고, 인천발 KTX까지 활용할 수 있는 제2공항철도 건설사업의 현실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공항철도가 수요 예측 실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 주장이다.제2공항철도는 기존 수인선 노선을 활용해 인천공항과 숭의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 노선은 정부의 제1·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됐으나 타당성 부족으로 3차 계획에선 제외됐다. 인천시는 제2공항철도를 4차 계획에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 제2공항철도는 인천발 KTX가 설치되는 수인선 송도역과 연결되기 때문에 전국 각지를 인천공항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공항철도와 차별성이 있다.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이내에 인천공항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계산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제2공항철도에 화물 운송 기능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사업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충분한 경제성 검토를 거친 뒤 시행해야 기존 공항철도와 같은 재정 과다 투입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공항철도 노선도.청라국제도시역 플랫폼 모습. 2020.10.7 /경인일보DB

2020-10-07 김민재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2)]인천공항소방대

1억ℓ 안팎의 항공유·수만명 이용 '화재 치명적'공항공사 소속 소방대 211명 3교대·3곳 분산근무월 6회이상 불시 출동… 주야 4회 시설순회 점검각종 특수장비 '고양 저유소 폭발사고' 진압 활약별도 상황실 운영… 인천소방본부와 핫라인 연결현존하는 세계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사의 A380 기종은 통상 우리나라에서 미국 등 아메리카 대륙으로 비행할 때 약 20만ℓ의 연료를 채운다. 일반 승용차(50ℓ 기준) 4천대에 가득 주유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항공기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큰 이유다. 또 12기의 인천국제공항 항공유 저장 탱크에는 1억ℓ 안팎의 기름이 있다. 여객터미널 역시 하루에만 수만 명이 이용하는 데다 각종 음식점까지 입주해 있어 곳곳에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화재 위험으로부터 인천공항을 보호하는 일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공항소방대가 맡고 있다.9월17일 오후 3시께 찾은 인천공항 제3활주로 인근 모형항공기 소방훈련장에서 공항소방대의 화재 진압 훈련이 실시됐다. 모형항공기는 좌측 엔진은 에어버스사의 A380, 동체와 우측 엔진은 보잉사의 B747, 상부 엔진은 맥도넬 더글라스사의 MD-11 기종을 합쳐 만들어졌다. 다양한 기종의 항공기 사고를 훈련하기 위해서다.훈련이 시작되자 모형항공기 좌측 엔진에서 5m 높이의 불길이 발생했다. A380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해 기름까지 유출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불길은 금세 항공기 좌측 날개를 뒤덮었다. 불이 나자 현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분소B에서 소방대가 먼저 출동했다. 인력 20여명과 특수 장비들은 약 30초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는 오스트리아 로젠바우어사의 '판터(PANTHER)' 차량 등 3대의 항공기 구조소방차와 3대의 소방차를 투입해 좌측 엔진과 동체에 물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영화 '트랜스포머 3'에 '센티넬 프라임' 역할로 등장해 유명세를 탄 판터 차량은 분당 최대 6천ℓ의 물을 분사할 수 있다. 주거 지역 등 일반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소방 펌프 차량은 분당 2천800ℓ 정도의 물을 뿌린다. 판터 차량은 폼(Foam) 형태의 분사제로 A380 기종 전체를 뒤덮는 데도 2분이 채 걸리지 않고, 차량에 설치한 드릴 같은 피어싱 노즐(Piercing nozzle)로 항공기 동체를 뚫어 기내 화재도 진압할 수 있는 특수 소방차다.항공기와 약 30m 떨어진 곳에서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화재였지만 소방대는 동체 정면에서 약 5m 거리를 두고 불을 진압했다. 항공기는 주로 바람이 부는 방향을 마주 보고 비행하기 때문에 화재 진압 활동은 대부분 동체 정면에서 바람을 등지고 진행된다. 신속히 화재를 진압하는 동시에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날 소방대는 약 2분 만에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화재 진압 뒤에는 방화복을 입은 구조대가 기내에 들어가 승객 역할의 마네킹을 빼내기 시작했다. 훈련은 30분간 이어졌다. 공항소방대는 의무적으로 1개 팀당 월 1회 이상 이 같은 훈련을 한다.2003년부터 인천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항소방대 최재호(45) 반장은 "공항소방대 임무는 건물 화재에 더해 각종 항공기 사고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항공기 사고는 짧은 시간에 큰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대응6이 공항소방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소방대는 개항 이전인 2000년 7월 약 110명의 인력으로 임무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외부 용역을 통해 이뤄졌지만, 자회사 설립 등을 거쳐 현재는 인천공항공사 소속이다. 국내 공항소방대 중 가장 많은 211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 소방대 인력은 50~60명 규모다.3교대 근무 체제인 인천공항소방대는 하루 평균 80여명이 1년 365일 인천공항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모형항공기 화재 훈련뿐 아니라 월 6회 이상 불시 비상 출동훈련을 실시해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또 주간 2회, 야간 2회 등 하루 4번 공항 시설을 돌며 화재 예방 활동을 벌이고, 용접 등 화기 사용 작업이 진행되는 곳을 점검하기도 한다. 응급 환자 발생에 대응하는 것도 이들의 몫으로, 제1·2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 각각 1명의 구급대원이 배치돼 있다.공항소방대의 주요 임무는 항공기 사고 등 공항 내 비상 상황 발생 시 생명을 구조하는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을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르면 공항소방대는 공항 내 어디서 사고가 나더라도 3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소방대는 3곳에 분산돼 있다. 제1활주로 인근에 소방 본대가 있고, 제1여객터미널 인근에 분소A, 제3활주로 인근에는 분소B가 있다. 3분 내 출동은 훈련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훈련 도중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훈련에 투입하지 않은 장비 상당수를 인천공항 중앙에 있는 관제탑 인근으로 옮겨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공항을 지키는 인천공항소방대는 보유 장비 역시 특별하다. 소방대에는 항공기 구조소방차 8대, 물탱크차 등 일반 소방차 8대, 구급차 3대 등 총 25대의 차량이 있다. 이는 ICAO 협약을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가 수립한 공항운영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준에는 3대의 항공기 구조소방차를 보유하게 돼 있다. 1대당 10억원을 넘는 항공기 구조소방차는 화재 진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국내 소방 분야에서도 인천공항소방대의 장비는 '최고'로 평가받는다.인천공항 항공기 구조소방차는 2018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폭발 사고' 진압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8년 10월7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외국인이 날린 풍등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불씨가 440만ℓ의 휘발유가 있는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로 들어가 폭발로 이어진 사고다. 최고 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한 소방당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인천공항소방대는 항공기 구조소방차 중 미국 오시코시(Oshkosh)사의 고성능 화학차 '스트라이커 3000' 등 차량 2대를 지원했다. 공항소방대 장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항을 벗어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다.이 차량은 폼 등의 화학 소화제가 실려 있고, 1천500ℓ 용량의 소화제를 물과 섞어 분사할 수 있어 유류 화재 진압에 특화한 장비다. 일반 차와 달리 차량 등록이 되지 않는 까닭에 경찰의 에스코트까지 받으며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화재 진압에 기여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지난해 현장 점검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저유소 화재 진압에 협력한 공항소방대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인천공항 개항 이전까지 국제선 수요를 담당한 김포국제공항에는 1960년 20여명 규모의 구조소방대가 만들어졌다. 1970년대에는 공항 구급차가 공군 중령을 들이받는 일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1971년 4월17일자 기사를 통해 '김포국제공항 비상 훈련에 참가했던 교통부 소속 공항 구급차가 근무 중인 공군부대 참모장을 치었다. 운전자는 무면허인데도 2년 전부터 구급차를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진화 작업이 주 업무인 공항소방대(인원 23명) 대원들은 대부분 구급차 등을 운전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 작업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인천공항소방대는 별도의 상황실을 운영하며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와도 핫라인을 유지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상황실은 제1활주로 인근 소방 본대에 있어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약 10대의 모니터를 통해 공항 시설 내부와 운영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부대 시설에서 화재 경보가 울리면 자동으로 모니터에 위치가 표시돼 상황을 바로 인지할 수 있다.지난해 10월18일에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미국 LA행 아시아나항공 A380 여객기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관제소로부터 연락을 받은 공항소방대는 분소A에서 즉시 출동했고, 항공기 구조소방차 등 차량 9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4분 만에 불을 진압했다. 승객이 탑승하기 전에 불이 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공항의 소방 대응 능력은 항공사가 노선 취항 전 꼭 확인하는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다. 비상사태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노선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인천공항소방대는 ICAO에서 정한 공항 구조소방등급 중 최상위 등급인 10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기준(1만1천200ℓ/분)보다 약 6배 높은 분당 7만ℓ의 폼 분사율을 갖추는 등 국제 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소방력을 지니고 있다. 조승천 인천공항소방대장은 "공항소방대는 단 1건의 비상 상황에도 신속 안전하게 대응하기 위해 항상 최고 수준의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항공기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일부 사람들은 '왜 서둘러 기내에 있는 승객을 구조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유류가 가득 찬 항공기 특성상 폭발 우려가 크기 때문에 화재가 80% 이상 진압돼야 기내에 진입할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 공항소방대가 9월 17일 모형항공기 소방훈련장에서 화재 진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소방대는 이날 훈련에서 '판터(PANTHER)' 등 항공기 구조소방차 3대와 일반 소방차 3대를 투입해 2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2020.9.23판터(PANTHER) 차량. 2020.9.239월 17일 진행된 모형항공기 화재 진압 훈련에서 큰 불이 잡히자 공항소방대 구조대원들이 승객 역할의 마네킹을 구조하기 위해 기내로 진입하고 있다. 2020.9.23인천공항 소방 본대에 있는 공항소방대 상황실. 상황실에서는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약 10대의 모니터를 통해 공항 내부 시설과 운영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0.9.23

2020-09-23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1)]자유무역지역<下>

항공운송, 무게대비 가격 '150배' 높아인천, 전국 공항물량의 99% 홀로 담당세계 5위 컨항만 부산보다 수출입액 ↑물류단지·화물터미널 '항공교역' 핵심글로벌 기업 DHL, 작년 900만건 처리코로나 사태에도 여객과 달리 타격 無직구 활성화… 개인 소비재 비중 늘어항공운송 中과 경쟁 인프라 확충 필수"동북아 중심 위치… 환적화물 최적지"'0.2%와 30%'. 인천국제공항에서 처리되는 화물을 나타내는 숫자다. 숫자가 다른 만큼 의미도 다르다. 우리나라 교역은 해상운송 또는 항공운송을 통해 진행된다. 3면이 바다고, 위쪽으로는 북한에 막혀 있다. 육로를 통한 무역이 어렵다. 바다를 통해야 외국과의 교역이 가능한 구조다. 우리나라 수출입물동량 중에서 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것은 0.2%에 불과하다. 99.8%가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진다. 자동차, 원유, 가스, 목재, 건설 중장비 등 덩치가 크고 무거운 물건부터 전자제품이나 장난감 등 작은 소비재 물품까지 해상으로 운송된다. 이 때문에 무게를 단위로 하는 물동량을 기준으로 하면 해상운송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전국 수출입물동량은 10억839만t에 이르지만, 이 중 항공 물동량은 270만t이다. 수출입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같은 무게라면 항공기에 실리는 화물의 가격이 15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5천422억3천261만 달러이며, 수입금액은 5천33억2천140만 달러다. 이 중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액은 1천632억6천195만 달러, 수입액은 1천350억5천775만달러다. 수출액은 비중이 30.1%, 수입액은 26.8%에 이른다.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입액수는 전국 공항의 99%에 이른다.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보다 많다. 수출액은 부산항이 크지만,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하면 인천공항이 부산항을 앞지른다. 전국 공항과 항만 모두를 비교해도 국내 1위다.인천공항이 국내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천공항 일대에 조성된 물류단지와 함께 화물터미널이 있기에 가능했다.지난 15일 오후 8시30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DHL 전용 터미널 앞에 기다리는 항공기에 짐을 싣는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A300-600F 항공기 몸체에는 'AIR HONGKONG'이라는 항공사 로고가 감싸고 있었으며, 꼬리 쪽에 DHL 로고가 붙어 있었다. DHL 화물을 전용으로 운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A300은 50t정도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선박에 화물을 실을 때는 직육면체의 20FIT 또는 40FIT 길이의 컨테이너가 주로 사용된다. 원유, 가스 등은 선박 내에 화물칸이 있어 그대로 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컨테이너 상자에 싣는다. 항공기에 싣는 화물은 ULD(화물적재용기·Unit load device)라는 상자를 이용해 실린다. 항공기 규격에 맞게 만들어진 상자에 화물을 넣어 싣는 방식이다. ULD는 항공기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규격이 다르다. 높이가 3.3m인 것도 있고, 2m 정도인 것도 있다. 1개의 ULD에 많게는 200~300개의 화물이 실리기도 한다.항공기 상부 화물적재 공간은 '메인덱(Maindeck)'이라 부른다. 기체가 둥근 항공기 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짐을 싣기 위해 ULD도 직육면체가 아닌 한쪽 면이 사선으로 돼 있다. 하부 공간은 'Lowdeck'이며 직육면체의 ULD가 실린다.이날 현장에 있던 ULD(Unit load device) 내부는 황토색 상자로 가득했다. 이 ULD를 지상 조업사인 스위트포트 직원들이 운반차량에 싣고 항공기 앞으로 옮겼다. 이렇게 옮겨진 ULD는 로더(Loader·항공화물을 화물칸에 탑재시키거나 내릴 때 사용되는 장비)에 올려진 뒤 항공기에 탑재된다. 먼저 실린 짐을 가장 뒤쪽으로 보내는 방식이다.이를 위해 DHL은 항공기 탑재 전 ULD의 무게를 재고, 결과를 항공사에 전달한다. 항공사는 각각의 ULD를 항공기 무게중심을 고려해 짐의 위치를 결정한다. 무거운 짐은 아래쪽과 뒤쪽에 싣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짐은 앞쪽과 윗부분에 실린다. 스위스포트 유제홍 과장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각 ULD가 항공기 내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장치가 있다. 1개의 ULD에는 항공기 바닥 등과 고정장치로 연결해 움직이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이날 화물 선적 작업은 1시간 정도 만에 마무리 됐으며, 항공기는 오후 10시께 이륙했다.DHL 코리아 김대범 차장은 "모든 생활용품, 전자제품이 항공기에 실린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관련 물품이 많았다. 앨범과 브로마이드, 응원봉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물품은 전 세계 공항으로 간 뒤 각 나라의 지점을 통해 운송된다"고 말했다.DHL 코리아가 지난해 처리한 화물은 900만건에 이른다. 무게로는 7만5천t정도다. DHL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공항에 화물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DHL은 글로벌 물류기업이다. 전 세계에 '허브' , '게이트' 등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DHL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은 '게이트'라고 설명했다. 허브는 화물을 모은 뒤 보내는 역할을 하며 대륙별로 거점 도시에 운영된다. 인천공항은 허브보다는 작은 규모로 나라마다 설치 돼 있는 '게이트'다. 다만 일부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칭다오 등과 타국을 오가는 화물은 인천공항을 거치기 때문이다.DHL 코리아 호승찬 부장은 "인천공항 화물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올해도 전년도 대비 20~30%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직구 상품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올해 1천200만건의 물량이 인천공항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확장하는 공사를 이달 말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코로나19는 항공 산업을 위축시켰다. 특히 3월 이후 국제선 승객은 전년도 대비 5%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항공화물은 반대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여객운송이 막히면서 여객기 하부(밸리)에 실어 보냈던 화물이 화물기로 몰리기 때문이다. 또 여객과 달리 항공화물 물동량은 코로나19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대한항공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화물을 처리하는 항공사다. 인천공항 화물 물동량의 40%를 차지한다. 연 120만t규모다.대한항공은 국내 최대이자 최고(最古)항공사다. 대한항공이 실은 화물은 국내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1960년대는 가발, 1970~1980년대는 모피류와 전자제품, 1990~2000년대는 전자제품과 의류 등의 품목이 국내 항공화물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고가의 고부가가치 IT 제품이 주종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의약품, 신선화물 등 콜드체인 유통 품목과 전자상거래, 해외 직구의 활성화로 개인들의 소비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특히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 화물이 항공기에 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기업 화물이었으나,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항공 화물 부문에서 개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BTS의 브로마이드와 응원봉이 항공화물에 실리는데 이는 대부분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것이다.대한항공은 9월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객기인 보잉 777-300ER 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했다. 여객이 축소되고 화물 운송 부분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췄지만, 물류는 계속해 움직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신속하고 선도적인 대처로 화물수송을 확대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밑받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항공 화물운송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큰 폭으로 성장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동북아 중심에 위치한 인천공항의 지리적 여건은 환적 화물을 유치하는 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며 "앞으로 중국과 일본의 주요 공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와 함께 물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물류단지 적기공급, 화물터미널 확대 등을 통해 인천공항 물류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5일 오후 8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 DHL 화물터미널 앞에서 화물 적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항공기에 탑재하기 위한 적재용기인 ULD 단위로 포장된 화물이 623번 계류장에 있는 에어홍콩화물 항공기에 실리고 있다. 이 항공기는 DHL 화물 전용 항공기로 꼬리 쪽에 DHL 로고가 붙어 있다.인천국제공항 DHL 화물터미널에서 직원들이 항공기에 싣기 위해 화물을 옮기고 있다.대항항공이 화물 수송을 위해 화물기로 개조한 여객기. 좌석을 뜯어낸 자리에 화물이 탑재돼 있다. /대한항공 제공

2020-09-16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30)]자유무역지역<上>

인천공항, 작년 276만t 화물 처리… 홍콩·상하이 푸둥 이어 3위물류활성화 위해 지정한 '자유무역지역' 임대료 싸고 관세 혜택美 수입화물, 해상운송 한 달 소요… 항공, 공항간 하루도 안걸려전자제품·의류등 작고 비싼 상품과 긴급 요하는 화물 주로 실려대부분 시간이 중요한 상품… 세관·항공사와의 '협업' 가장 중요먼 나라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내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시대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는 상품도 클릭 몇 번으로 집 앞에 배송된다. 전 세계는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그중 공항과 항만은 상품이 모이는 '물류 거점' 역할을 한다.인천국제공항은 항공화물을 많이 처리하는 공항 중 하나다. 2019년 276만t의 화물을 인천공항에서 처리했다. 홍콩공항과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공항이 물류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물건을 모아 놓는 '물류창고'다.정부는 인천공항 물류 활성화를 위해 공항 일대를 '자유무역지역(Free Trade Zone)'으로 지정했다. 2005년 4월 209만3천㎡에 이어 2007년 12월 92만2천㎡를 추가 지정했다.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로운 제조·물류 유통과 무역 활동이 보장된다. 임차료가 저렴하며 관세 유보 등의 혜택을 받는다.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은 물류단지와 화물터미널로 구성돼 있다.인천공항 물류단지 조성 초기에 입주한 기업 중 하나가 (주)판토스다. 입주할 때 사명은 (주)범한판토스로, 2017년 기업명을 바꿨다.지난 3일 오후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있는 판토스 인천공항센터.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각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상품이 물류창고에 쌓여 있었다. 트럭이 물류창고 앞에 서면 지게차가 쉴 새 없이 트럭에 실려 있던 물건을 창고 안으로 옮겼다. 경남 진해와 창원, 충북 청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등 전국 각지에 있는 화물이 이곳에 모인다. 물품은 휴대전화, LCD, 반도체, 의류, 의약품 등 다양하다.항공화물 운임은 해상화물보다 10~15배 비싸다. 항공기에 실릴 수 있는 화물의 크기도 제한된다. 대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화물을 예로 들면, 공항 간 운송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해상운송을 이용할 땐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이 때문에 주로 크기가 작고 가격이 비싼 상품이 항공기에 실린다. 전자제품, 의약품, 의류, 신선식품, 화장품 등이 대표적인 항공화물이다. 이 밖에도 긴급을 요하는 화물이 항공기에 실린다.판토스 인천공항센터는 전 세계로 향하는 수출 화물의 집결지다. 이곳에 온 화물이 가는 곳은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 등 70여 개국에 달한다.많은 수의 화물을 항공기에 넣을 수 있도록 적재단위용기(ULD·Unit Load Devices)로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ULD 크기는 바닥 면적 기준으로 153㎝×318㎝부터 244㎝×606㎝까지 다양하다. 항공기마다 적재할 수 있는 ULD가 다르기 때문에 각 항공기에 맞춰 포장한다.판토스 인천공항센터에서 처리하는 화물은 월 3천ULD 정도다. 수출과 수입 비율은 2대 1 정도로, 수출이 더 많다.판토스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ULD 포장을 위한 워크스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은 각 화물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화물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작업이 편리하고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판토스 박승철 인천공항센터장은 "10여 년 전부터 항공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엔 의약품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화물이 '머무는' 시간은 만 하루가 채 되지 않는다. 보통 오전에 화물이 입고되면 그날 밤에는 항공기에 실린다. 박승철 센터장은 "항공화물 대부분은 시간이 중요한 상품"이라며 "세관, 항공사 등과 협업해 물류 흐름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판토스가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초창기부터 활동했다면, 세인티앤엘(주)는 후발 주자다. 이 회사는 주로 수입 화물을 처리한다.세인티앤엘은 국내 최대 규모 관세법인 '세인관세법인'의 자회사다. 2007년 설립했으며, 이때부터 인천공항 인근에서 보세창고를 운영했다. 지난해 '세인공항물류센터'를 준공하며 사업을 확장했다.8일 찾은 세인공항물류센터. 화물차에 있는 상품을 물류센터 안으로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비가 내렸는데, 13m 길이의 캐노피 덕분에 날씨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 신축 건물인 만큼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캐노피'였다.세인티앤엘 김준희 국제SCM&3PL 이사는 "항공화물은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물에 젖거나 하는 등 손상을 입으면 안 되는 상품이 많다"며 "태풍 등 기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캐노피를 설치했고, 날씨와 무관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세인티앤엘은 수입 화물이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수입'에 특화된 물류센터인 셈이다. 전 세계 상품이 이곳에 온 뒤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세인티앤엘은 '3PL' 화물도 처리한다. 3자 물류라고도 불리는 3PL은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특정 업체에 맡겨 처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유럽의 화장품 기업이 국내 백화점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세인티앤엘은 국내 판매에 필요한 라벨을 제작·부착하고 운송, 통관, 포장 등 모든 업무를 맡는다. 세인티앤엘의 3PL 화물 비율은 30% 정도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세인티앤엘은 관세 부문 역량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세인티앤엘에는 FTA, 전기·전자, 검역 등 각 분야에 특화된 관세사가 상주하고 있다. 세인관세법인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김준희 이사는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관세사 등 특화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물류센터를 확장했다. 앞으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세인티앤엘 공항물류센터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물류창고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다른 물류센터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세인티앤엘 공항물류센터는 항온·항습 창고와 위험물 보관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창고를 모두 보유한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입주 기업은 세인티앤엘이 유일하다. 항온·항습 창고에는 의약품 등의 화물을 보관한다.김준희 이사는 "인천공항은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이는 다양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며 "세인이 인천공항에 물류센터를 확장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판토스와 세인티앤엘이 활동하고 있는 인천공항 물류단지는 1단계 99만2천㎡와 2단계 65만1천㎡로 구성돼 있다. 1·2단계 물류단지에 35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입주율은 92%다. 대부분 물류기업이며 제조기업으로는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있다.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단계 물류단지 21만4천㎡를 내년 중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 김형신 물류기획팀장은 "인천공항이 물류 거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류단지가 필수"라고 했다. 또 "의약품과 신선화물, 전자 상거래 화물이 최근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3단계 물류단지에는 이들 분야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공사는 3단계 외에도 27만㎡ 규모의 물류단지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향후 물동량 증가 추이에 맞춰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글·사진/정운기자 jw33@kyeongin.com판토스 인천공항센터 내부.판토스 인천공항센터 직원이 워크스테이션 위에 있는 수출 화물을 포장하고 있다.세인공항물류센터 직원이 수입 화물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인공항물류센터는 화물의 라벨링, 포장 등을 포함하는 3PL 업무도 한다.세인공항물류센터 내부.

2020-09-09 정운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9)]항공기상청

2000년 인천공항 개항 직전 별도기관 출범국내 모든 공역 관할… 7곳에 산하 기상대태풍 접근땐 '대응 시나리오' 만들어 공유인천공항, 이착륙 영향요인 30분마다 관측6시간마다 각 관측소 토의후 고도별 예보조종능력 상실 위험 '윈드시어' 경고장비도자동차는 땅을 차고 달린다. 선박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항해한다. 비행기도 '텅 빈 하늘'을 날아오르는 게 아니다. 항공전문가들은 "비행기는 공기를 밟고 공중에 오르고 날아간다"고 표현한다. 비행기가 밟고 올라서야 할 공기의 상태가 나쁘면 공항에서 뜰 수 없고 착륙할 수도 없다. 항공기가 하늘길을 운항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꼽히는 조건이 바로 공기의 상태, 즉 대기의 상태를 일컫는 기상이다. 일기예보 등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예보와 관측 등 기상업무는 기상청이 맡는다. 강수량, 풍향과 풍속, 기온, 습도 등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기상용어다. 항공기상업무는 관측·예보 범위와 방식, 기록방법, 기상정보 제공 대상자 등이 일반적인 기상업무와 다를 뿐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항공분야에서 기상은 매 순간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한국은 항공기상업무를 전담하는 행정기관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합동청사에 있는 항공기상청이 전국의 항공기상업무를 총괄한다. 항공기상청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행정·재정상 자율성을 주고, 그 운영 성과를 책임지도록 하는 행정기관인 책임운영기관이다. 또 다른 책임운영기관으로는 특허청, 통계청 등이 있다.강한 바람과 함께 제주도 쪽으로 북상한 제8호 태풍 '바비'가 인천국제공항 서쪽 해상을 통과한 지 불과 6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찾은 항공기상청. 항공기상 종합상황실 스크린에는 한반도 전체를 뒤덮은 채 북한을 관통하고 있는 태풍의 눈이 보였다. 밤사이 태풍의 영향을 주목하면서 잔뜩 긴장했던 항공기상예보관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항공기상청은 태풍 바비와 관련한 '항공 위험기상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인천공항은 물론 전국 공항의 관제탑과 항공사 등에 전달했다. 태풍 대응 시나리오에는 예상 진로, 강풍·강수량 예상 등 일반인도 알 수 있는 기상정보뿐 아니라 항공기 조종사 등 항공분야 종사자가 참고해야 할 수치모델, 주요 공항별 예상 바람, 과거 유사 태풍(링링)과의 비교 등을 담았다. 이날 인천공항 이·착륙 방향 모두 돌풍 특보가 발효돼 인천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화물기 4편이 결항하긴 했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허복행 항공기상청 예보과장은 "인천국제공항 한 공항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관할하는 공역 모두의 기상변화를 감시해야 하고, 전국 모든 공항의 기상변화를 감시해야 한다"며 "태풍 같은 위험기상 상황은 수시로 관련 기관 등에 브리핑하고 있다"고 말했다.항공기상청은 우리나라가 비행기의 안전한 운영을 통제하는 공역(영공)인 '인천 비행정보구역(FIR·Flight Information Region)' 전체의 기상변화를 감시하고 있다. 한반도에 인접한 일본 후쿠오카 FIR, 상하이 FIR 등 해외 FIR와 연계한 인천 FIR의 기상정보를 국제적으로 공유한다. 항공기상청의 기상분석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항공기 운항에도 중요한 정보를 주고 있다.항공기상청이 관측하는 기상은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중심이다. 가시거리, 윈드시어(Wind Shear·풍속 수직 비틀림), 화산재, 뇌전(천둥번개), 강수 강도 등이다. 인천공항은 30분에 한 번씩 정규관측을 하고, 중요한 기상현상이 발생하면 수시로 관측한다. 아주 많을 경우 1분에 한 번씩 1시간에 60번을 관측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예보는 6시간마다 각 공항 관측소와 토의한 후 진행한다. 공역예보와 특보가 있는데, 항공기상은 지상만이 아니라 하늘의 공간도 좌표로 기상을 나타낸다. 고도별로도 고고도(2만5천~6만3천피트), 중고도(1만~2만5천피트), 저고도(1천600~1만피트) 예보가 나뉘고, 이착륙예보와 공항예보도 따로 분석한다.항공기가 인천공항에 뜨고 내리는 데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는 활주로 가시거리가 꼽힌다. 2017년 12월 23~24일 유례없는 짙은 안개로 인천국제공항에서만 1천편 이상 결항한 사태인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인천공항은 시정거리가 75m 이상만 확보돼도 항공기 운항이 가능한 활주로 최고 운영등급(CAT-IIIb)을 보유하고 있어 안개에 의한 결항이 잦은 편은 아니다.대기에 짧은 수평·수직거리 내에서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갑자기 변하는 현상을 윈드시어라고 하는데, 역시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준다. 저층 윈드시어는 건물이나 산 같은 장애물 주위의 공기 이동, 육풍·해풍 변환 시점, 뇌전이 칠 때, 항공기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그 뒤로 난류가 생길 때 등 다양한 발생조건이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적 저층 윈드시어를 연구하는 게 항공기상청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윈드시어의 일종인 마이크로버스트(Microburst)는 수평적으로 강한 하강기류가 생기는 현상이다. 마이크로버스트는 보통 여름철 대기 불안정으로 생성된 모루구름(수평방향으로 넓게 퍼진 모양) 주위에서 발생하는데, 뒤쪽에서는 강한 소나기와 천둥 번개를 일으키고 앞쪽에서는 강한 바람이 일어난다. 특히 항공기가 착륙할 때 위에서 누르는 마이크로버스트를 만난다면 조종이 불가능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인천공항은 공항기상레이더(TDWR)와 저층윈드시어경고장비(LLWAS)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어 국내외 다른 공항에 비해 윈드시어와 마이크로버스트 관측이 가능한 편이다. 다행히 인천공항은 윈드시어나 마이크로버스트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드물었다.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은 바람이 갑자기 변할 때 항공기 지연이 잦다.바람은 풍향에 따라 태풍이 통과하는 중에도 이착륙이 가능할 때가 있고, 비는 시정과 착륙거리에 영향을 미치나 경보 수준이 아니면 인천공항에서는 충분히 이착륙할 수 있다. 항공기상청의 한 기상예보관은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왔을 때 예보관과 관측자 모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관제탑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관제탑이 흔들리기까지 해서 풍속이 더 높아지면 대피해야 할 수도 있었다"며 "당시 바람이 초속 33m로 불고 있는데도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장면을 보면서 인천공항의 안정성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한반도에서 항공기상업무는 1927년 6월 조선총독부 체신국이 항공법을 시행하기 한 달 전 일본~조선~중국을 잇는 항로의 상층기류 관측을 처음으로 본다. 당시 수소가스를 채운 풍선과 좌표측정계를 이용해 지상에서 5㎞ 상공까지 풍향과 풍속 등을 관측했는데, 이때부터 인천, 경성, 부산, 대구, 평양, 신의주 등 6곳에서 정기적으로 항공기상을 파악했다.우리나라 법령상 항공기상업무를 시작한 날은 한국전쟁 이후, 김포공항에 서울국제공항측후소를 신설한 1959년 1월 1일이다. 이때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민간항공에 기상을 지원했다. 항공기상업무를 수행하는 별도 행정기관인 항공기상대가 설립된 것은 인천국제공항 개항이 임박한 2000년 7월 27일로, 인천공항 활주로 인근에 독립된 청사도 마련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국내외 항공기상업무를 총괄하기 위해서다.공항고속도로가 개통하지 않은 상태라서 항공기상대 직원들이 배를 타고 통근했다고 한다. 인천공항에 공항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고, 예보·관측 자료를 전국의 민간공항과 기관 등지로 전달할 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우리나라 항공기상업무를 전담할 토대를 만든 지 올해로 꼭 20주년이다.항공기상대는 2007년 항공기상관리본부로 승격했고, 이듬해 항공기상청으로 명칭을 바꿨다. 항공기상청 산하에는 김포, 제주 등 전국 7개 민간공항 내 기상대와 기상실 등이 있다. 허복행 예보과장은 "운항하는 항공기가 없으면 업무 강도가 비교적 약해지는 다른 항공분야 기관들과는 달리, 항공기상청 예보관들은 하루 12시간 근무하는 동안 항상 예보를 생산하고 위험기상을 감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과장은 "항공기상청 소속 예보관들이 항공교통본부 교통통제센터로 파견돼 항공기 흐름을 관리할 때 필요한 기상분석과 브리핑을 수시로 한다"며 "해외로 나가는 항공기를 위한 기상정보 분석까지 맡아 한시도 쉬지 않고 안전한 하늘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항공기상청 종합상황실에서 항공기상청 관계자가 당시 기상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스크린 내 지도에는 태풍 '바비'가 한반도 대부분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공항기상레이더. 인천국제공항 주변 비와 구름부터 비행기에 큰 위험이 되는 윈드시어, 마이크로버스트 등 난류까지 관측할 수 있다. /항공기상청 제공2001년 3월 항공기상청의 전신인 항공기상대 개청식 사진. 항공기상대는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독립된 기관으로 신설됐다. /항공기상청 제공

2020-09-02 박경호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8)]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

의사 9명·간호사 10명등 24명 근무공항서 발생하는 모든 환자들 처치내과·신경외과·항공성 질환등 진료비행중 긴급 상황땐 의사 승객 협조지상에 있는 '닥터콜' 의료진과 공조8살 소녀 치료위해 인근 비상착륙도비행기는 전 세계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인체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10㎞ 상공에 있는 동안 신체에 다양한 변화가 생기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게 응급실이다. 인천국제공항에도 공항을 오가는 전 세계인이 응급실처럼 이용하는 의료기관이 있다. 인하대병원이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다.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인천공항의료센터는 2001년 공항 개항에 맞춰 문을 열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공항 서비스 매뉴얼(Airport Service manual)에 따라 인천공항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자에 대한 응급 처치와 진료 업무를 수행한다. 수술실은 없지만 7만명 이상의 인천공항 상주 직원과 하루에도 19만명(2019년 기준)이 넘는 공항 이용객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공항 응급실 역할을 하고 있다. 영종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의료센터는 대학병원 의료진이 상주하는 영종도의 유일한 의료기관이기도 하다.인천공항의료센터는 약 660㎡ 규모의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인력은 의사 9명과 간호사 10명 등 총 24명이다. 통상적인 의원급 병원 의사 수가 1~2명인 점을 고려하면 월등히 많다. 센터를 365일 24시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은 내과·계절성·정형외과·신경외과적 질환 등을 진료한다. 센터는 방사선 촬영, 심전도 검사, 청력 검사, 복부 초음파, 내시경, 심폐 소생, 응급의료 처치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중증 환자는 센터에서 응급 처치한 후 인천 중구에 있는 인하대병원 본원이나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한다.인천공항의료센터는 항공성 중이염 등으로 대표되는 항공성 질환도 진료하는 게 특징이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전국 45개 항공신체검사 의료기관 중 하나가 인천공항의료센터다. 항공신체검사는 기장과 관제사 등이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인데, 이들의 건강 상태는 승객 안전과 직결돼 일반 신체검사보다 기준이 엄격하다. 심혈관계 질환이 발견되면 신체검사 증명서를 받지 못해 업무가 중지될 수 있다.가정의학·항공의학 전문의 신호철 인천공항의료센터 원장은 "인천공항은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입국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외국 현지에서 유행하는 질환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센터를 찾은 환자를 잘 치료하고, 중증 환자를 다른 병원까지 무사히 옮겨 치료받을 수 있도록 처치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비행 중 기내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항공기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먼저 승무원이 승객 가운데 의사 면허 소지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기내에는 항공안전법에 따라 진통제, 구토 억제제와 같은 비상약부터 화상 등 외상에 대비한 거즈와 지혈대, 간단한 수술이 가능한 응급 의료 키트 등이 있다. 하지만 응급 처치 교육을 받은 승무원이라도 응급 의료 키트 등은 의료진이 아니면 다루기 어렵다. 기내에 의사가 없으면 승무원이 지상에 있는 의료진에게 연락한다. 이를 '닥터콜'이라고 한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항공사 자체 의료 전담 부서로 연락하거나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에 상황을 알린 뒤 의료진의 원격 지시를 따른다. 위성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 상공 어디서나 지상과 연락할 수 있다. 닥터콜 담당 의료진은 잠을 자다가도 전화를 받아야 해 그 긴장도는 상당하다.의료진의 원격 진료에도 환자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공항에 비상 착륙을 하거나 회항할 수 있다. 기장, 관제소, 항공 전문의 간 3자 통화를 통해 비상 착륙 여부를 결정한다.지난해에도 이 같은 비상 착륙 사례가 있었다. 2019년 7월 미국 뉴욕발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8살 소녀가 이륙 1시간 30분 뒤에 고열과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다행히 기내에 의사가 있었지만 의사는 아이를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장은 기내에 타고 있던 승객 470여 명에게 동의를 구하고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 2천만원 상당의 항공유 150t까지 버려야 했던 결정이다. 목적지인 인천 도착 소요 시간은 4시간가량 지연됐지만 아이는 무사히 앵커리지 공항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우리나라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1969년부터 '항공 전문의사'를 지정하고 있다. 항공의학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로, 항공 종사자에 대한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신호철 원장을 포함해 전국에 96명만이 항공 전문의로 지정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신체검사를 받은 항공 종사자는 약 1만5천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항공 전문의 1명이 1년에 150여 건의 항공신체검사를 진행하는 셈이다.이들이 연구하는 항공의학은 비행 시 발생하는 기압 변화와 산소 분압, 온도, 습도, 진동 등의 환경 변화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학문이다. 쉽게 말해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신체 변화 없이 무사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게 항공의학이다.세계 항공 기술이 전쟁을 통해 발전했듯이 우리나라 항공의학도 군(軍)에서 시작됐다. 1948년 육군 항공사령부에 항공의무처가 생기면서 항공의학 개념이 도입됐다. 이듬해 공군이 창설되면서 항공의무처는 공군병원(현 공군항공우주의료원)이 됐다. 초대 항공의무처장과 공군병원장을 지낸 장덕승(1915~1962) 장군은 우리나라 항공의학의 창시자로 불린다.초기 항공의학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전투 조종사 선발과 건강 관리 업무 중심으로 이뤄졌다. 1952년에 공군병원에 항공의학연구소가 창설되면서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했다.군 위주의 항공의학 연구는 1960년대 민간 분야로 확대됐다. 경향신문은 1964년 7월3일 공군병원이 개편된 항공의료원 준공식을 보도하며 "군 내는 물론 민간 항공의 의학적 문제까지도 지원 담당할 항공의료원은 동양 제일의 20인용 저압실 장치를 비롯해 항공의학 연구실과 실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국영 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대한항공 모태)도 1968년 항공보건관리실을 만들었다. 이 시기 승객에 대한 의학 연구가 이뤄졌고, 1989년 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한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가 창립했다. 현재 협회는 항공우주의학회 등 3개 학술 단체를 운영하며 항공 안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인천공항의료센터는 국내 공항 의료센터 중 인력과 진료 환자 수가 가장 많다. 지난해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의료센터에서는 건강 검진을 포함해 월평균 6천200여 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인천공항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응급 상황을 다루는 것도 인천공항의료센터의 몫이다. 2009년 10월에는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려던 인도네시아 국적 30대 임신부가 출산 예정일을 약 2주 앞두고 탑승구 앞에서 산통을 호소한 일이 있었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이가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출산 과정에서 탯줄이 아기 목에 감겨 위험한 상황을 맞았지만, 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의 응급조치로 무사히 태어났다. 올해 4월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려던 40대 여성이 기내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의식이 없는 상태에 빠졌다. 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은 약물 투여 등 응급 처치를 했고, 여성은 의식을 회복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천공항의료센터는 말 그대로 '인천공항 응급실'이다.인천공항 이용객과 상주 직원이 늘어나면서 인천공항의료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안전한 비행'을 위한 항공의학은 계속해서 발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호철 원장은 "바다를 메운 땅 위에 세운 인천공항은 도심에 있는 다른 공항과 달리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 인천공항의료센터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며 "질병을 가진 사람도 안전하게 비행기로 여행하고, 비행기를 타기 전과 후의 몸 상태가 변함이 없는 항공의학의 궁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인천공항의료센터. 약 660㎡ 규모로 방사선 촬영, 심전도 검사, 심폐 소생, 응급의료 처치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있는 인천공항의료센터. 약 660㎡ 규모로 방사선 촬영, 심전도 검사, 심폐 소생, 응급의료 처치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2019년 7월 미국 뉴욕발 인천행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8살 소녀가 이륙 후 고열과 심한 복통을 호소하면서 항공기가 앵커리지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이후 소녀는 아시아나항공 측에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2009년 10월 7일 인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30대 임신부가 출산 예정일을 약 2주 앞두고 산통을 호소했다. 이 여성은 인천공항의료센터 의료진과 공항구급대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인천공항의료센터 제공

2020-08-26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7)]인천공항경찰단

2001년 '공항경찰대'로 첫발… 모의훈련·위력순찰 등 실시1986년대 김포공항 폭탄사건 계기 '경비 → 테러예방' 개편쓰레기통 설치 사실 아무도 눈치못채 5명 사망 20여명 부상기내 흡연·난동 등 범죄수사도 맡아… 처벌기준 갈수록 강화"흰색가루·캐리어 의심신고 많아… 항상 최악의 상황 가정"경찰과 군, 소방, 국가정보원, 국립검역소,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인천국제공항에서 활동하는 기관들은 매년 한곳에 모여 종합 훈련을 한다.대테러 훈련이다. 인천공항은 청와대, 국회의사당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가'급 국가 중요 시설로 분류된다. 국가 중요 시설은 적에 의해 파괴되거나 그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시설이다.가급은 가장 높은 단계를 말한다. 폭발물 테러 등 각종 공격으로부터 인천공항을 지키기 위한 요소는 시설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공항 내 쓰레기통이 모두 투명하게 돼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공항에선 누구든지 쓰레기통에 버려진 내용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 내 엘리베이터 역시 투명이다. 폭발물 설치나 유독성 생화학 물질 살포로 인한 테러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공항 테러 예방과 치안 유지는 인천지방경찰청 직할대인 인천공항경찰단의 주요 임무다.지난 12일 오전 찾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터미널 2층에서는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된 상황을 가정한 인천공항경찰단 대테러기동대의 모의 훈련이 열리고 있었다.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착용하고 K-1 소총과 3·8구경 권총으로 무장한 기동대 전술팀과 탐지팀 10여 명이 먼저 현장 통제에 나섰다. 폭발물 의심 물체 주변 10m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사주를 경계했다. 의심 물체에 '방폭 가방'을 설치해 폭발에 대비했다. 방폭 가방은 수평으로 전해지는 폭파 에너지를 최소화해 피해를 줄이는 장비다. 기동대가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통제하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방폭 가방 설치 후 기동대 폭발물 탐지견 '탱크'가 투입됐다. 화약에 반응하도록 훈련된 탱크는 탐지 요원 지시에 따라 의심 물체의 냄새를 맡았고 추가 폭발물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일대에서 탐지 활동을 이어갔다.실제 폭파 협박을 받거나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되면 기동대가 이 같은 초동 조치를 하고, 폭발물 진위 확인과 해체 작업까지 할 수 있는 경찰특공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테러대응팀이 투입된다. 의심 물체 개봉이나 해체는 이들의 몫이다. 백색 가루나 화학 물질 등 화생방 테러 의심 물체가 발견되면, 기동대는 방독면과 보호복을 착용한 후 현장 통제에 나선다. 이후 검역소, 소방당국, 환경부 등 관계 기관에 상황을 전파한다.모의 훈련이 끝난 뒤에는 탱크와 기동대원 4명이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위력 순찰에 나섰다. 순찰만으로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위력이라는 말이 붙는다.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한 탱크는 방탄복과 소총으로 무장한 기동대원들과 함께 출국장에 있는 의자 밑이나 쓰레기통 등을 확인하며 오전에만 약 2시간 동안 탐지 활동을 벌였다. 대테러기동대에는 모두 8마리의 폭발물 탐지견이 있다. 기동대와 폭발물 탐지견은 365일 제1·2여객터미널에서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 대테러기동대 안종우 탐지팀장은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실제 폭발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장이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가 된다"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게 대테러 임무이기 때문에 평시에도 실전처럼 훈련한다"고 했다.인천공항의 치안을 책임지는 공항경찰단은 2001년 개항을 앞두고 신설됐다. 경찰관 정원 138명의 '인천국제공항경찰대'로 시작한 공항경찰단은 여객터미널이 확대되면서 현재 210여 명으로 늘어났다. 전국 공항경찰 중 가장 큰 규모다. 우리나라에는 인천공항을 포함해 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 등 4곳에 공항경찰이 있는데, 나머지 3곳의 경찰관 수는 각각 20~45명 수준이다.특히 인천공항경찰단 정원은 일반 경찰서(통상 500명 이상)의 절반 수준이지만, 단장의 계급은 일반적인 경찰서장(총경)보다 한 단계 높은 경무관이다. 나머지 3곳의 공항경찰대는 총경보다 한 단계 낮은 계급인 경정이 대장을 맡고 있다. 경찰이 인천공항 치안 유지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경찰청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가장 먼저 현장 점검에 나서는 곳이 인천공항이기도 하다.인천공항경찰단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테러 예방이다. 연간 7천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우리나라에서 공항 테러에 국민적 관심이 대두된 건 1980년대로 볼 수 있다. '김포국제공항 폭탄 테러 사건'(1986년), 'KAL기 폭파 사건'(1987년) 등 대형 테러 사건으로 꼽히는 일들이 이 시기에 발생했다.김포공항 폭탄 테러는 제10회 서울 아시안게임을 엿새 앞둔 1986년 9월14일 오후 3시께 공항 청사 1층 외부에 있던 철제 쓰레기통에서 폭탄이 터진 사건이다. 지름 50㎝, 높이 1m 크기의 쓰레기통 안에 있던 'C-4' 폭탄이 터진 것인데, 수류탄 7개와 맞먹는 강력한 폭발이었다.이 사고로 일가족 4명 등 5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둔 터라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이 사건은 당시 공항의 허술한 경비 체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포공항에는 1973년 신설된 공항경비대가 있었지만, 폭탄이 쓰레기통에 설치된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1986년 9월16일 '김포공항 허술한 경비 체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공항 경비 전반과 공항 외곽에 대한 책임은 군이, 청사 안팎 경비는 공항경비대가, 청사 출입은 청원경찰이 담당하는 등 다원화돼 있어 보안 업무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고위당국자도 현장 시찰에서 공항 안팎의 경비 체계를 재점검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경비'에 방점이 찍혀있던 공항 경비 업무는 이 사건을 계기로 테러 예방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같은 해 공항경비대가 공항경찰대로 바뀌면서 조직이 대폭 개편됐고, 공항 내 철제 쓰레기통 역시 이 사건 이후 사라졌다.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에서 폭발물 설치나 생화학 물질 살포 등의 테러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2016년 1월 공항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돼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공항 1층 남자 화장실 좌변기 칸에서 가로·세로 약 30㎝, 높이 4㎝ 크기의 화과자 상자와 부탄가스, 라이터용 가스통 등과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까지 나서 확인한 결과 다행히 뇌관과 화약은 없었다. '가짜 폭발물'을 설치한 30대 남성은 사회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까지 간 재판 끝에 폭발성물건파열 예비 혐의,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인천공항뿐 아니라 항공기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수사하는 것도 인천공항경찰단의 몫이다. 인천공항경찰단에 수사과가 별도로 있는 이유다. 다만 경찰이 모든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기 때문에 기내에서는 기장과 승무원이 경찰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기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1974년 기장과 승무원에게 사법경찰관의 권한을 부여했다. 항공기의 안전과 승객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취지다.현행법은 항공기 납치나 기내에서의 흡연·폭언·난동·고성방가 등의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불법 행위는 기내 흡연이다. 기내 흡연 금지 조항은 2002년 신설됐는데, 2016년 처벌 수준이 강화돼 현재는 최대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2014년에는 가수 김장훈이 프랑스 드골 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2016년 12월에는 미국 팝스타 리차드 막스(Richard Marx)가 SNS를 통해 알린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건'이 화제가 됐다. 한 30대 남성이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만취 상태로 승객과 승무원 등을 때리며 난동을 부린 것이다. 승무원과 리차드 막스 등 주변 승객들은 이 남성을 포승줄로 결박했다. 리차드 막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승무원들의 대처가 미숙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기장과 승무원이 기내에서 이 같은 범죄 행위를 적발하면 항공보안법에 따라 착륙 후 공항을 관할하는 현지 경찰에 피의자를 인도한다. 우리나라로 오는 외국 항공기에서 범죄 행위가 적발되면 우리나라 경찰이 예비조사를 진행한다. 기내 범죄는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까닭에 처벌 수준을 갈수록 강화하는 추세다.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하기 이전인 올해 1월 설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은 일평균 20만명을 넘었다. 20만명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나쁜 생각을 가진다면 최악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공항경찰단 박재영 대테러기동대장은 "흰색 가루나 장기간 방치된 캐리어에 대한 테러 의심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다"며 "아직 실제 상황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었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공항경찰단 대테러기동대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된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1986년 9월 14일 김포국제공항 청사 1층 외부 철제 쓰레기통에서 폭탄이 터져 5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하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경인일보DB동아일보 1986년 9월 15일자 5면에 보도된 김포공항 폭탄 테러 사건 사진. /동아디지털아카이브 제공2016년 12월 20일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만취한 30대 남성이 승무원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항공기에 타고 있던 미국 팝스타 리차드 막스는 승객 제압에 협조했고 이후 승무원의 대처가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리차드 막스의 아내 데이지 푸엔테스 SNS 캡처

2020-08-19 공승배

['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6)]수하물

여객터미널서 짐 맡기면 항공사는 '수하물 처리시설'로 보내주인이 타고 있는 항공기 인근 적재대 향해 대부분 자동 이동바코드 인식기 통과 후 폭발물등 위험물 있는지 검색대 거쳐제2터미널 컨베이어 길이 53㎞… 목적지따라 '수십㎞' 여정인천공항 지연 '100만개당 3개꼴'로 세계 최고 시스템 평가'해외여행'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아마도 상당수가 '공항' 또는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떠올릴 것이다. 여행 며칠 전부터 캐리어에 차곡차곡 짐을 담아 여행 당일 공항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게 마련이다. 부푼 마음을 가지고 공항에 도착하면 항공권을 발권받고 짐을 맡긴다. 여행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출국 심사를 거쳐 면세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항공기에 탑승한다. 많은 이가 비행을 거쳐 도착할 때까지 한 번쯤은 생각한다.'내가 맡긴 짐이 무사히 도착해야 할 텐데'.여객이 항공기 탑승 전에 항공사에 맡긴 짐을 '위탁 수하물'(이하 수하물)이라고 부른다. 항공기에 들고 타는 짐은 '휴대용 수하물'이다. 여행객이 항공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가방의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이 캐리어 등과 같은 짐을 항공사에 맡긴다. 여객터미널에서 내 손을 떠난 짐이 수백~수천㎞ 떨어진 공항에서 내 손안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이용하고, 1천편 이상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에서 수하물이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는 데에는 정교한 설계와 첨단 기술·장비, 공항 종사자들의 노력이 있다.8월6일 오후 2시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서편에 있는 '수하물 처리시설'. 층층의 컨베이어벨트는 굽이굽이 휘어지고 나뉘고 또 합쳐졌다. 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컨베이어벨트는 꼬리표(Tag·택)를 달고 있는 캐리어를 이동시켰다.여객이 여객터미널에서 수하물을 맡기면 항공사는 이를 수하물 처리시설로 보낸다. 승객의 손을 떠날 때부터 항공기에 실릴 때까지 수하물을 처리하는 것이 수하물 처리시스템(BHS·Baggage Handling System)이다. 수하물 처리시설은 이 시스템이 운영되는 공간이자 장비를 일컫는다.인천공항 제2터미널에는 수하물 처리시설로 짐을 보내는 투입구가 14개 있다. 택을 단 수하물은 투입구를 통해 수하물 처리시설로 들어온다. 컨베이어벨트로 빽빽하게 차 있는 이 공간에서는 수하물이 출발 항공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분류·이동·검색 등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수하물 처리시설은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 각각 설치돼 있다. 이날 찾은 제2터미널 수하물 처리시설 면적은 14만1천584㎡. 축구장 20개 규모다. 수하물은 주인이 타고 있는 항공기 인근 적재대로 이동한다. 항공편별로 적재대에 모인 수하물을 지상조업사가 항공기 안으로 옮긴다. 투입구에서 적재대까지 수하물이 이동하는 대부분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 바탕이 되는 것은 항공사가 수하물에 붙인 택이다. 바코드가 인쇄된 택에는 수하물이 탑재돼야 할 항공기 정보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투입구로 들어온 수하물은 우선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면서 바코드 인식기를 통과한다. 이어 폭발물 등 위험물이 있는지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테러 등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제2터미널에서는 모든 수하물을 폭발물 정밀검색장비(EDS·Explosive Detection System)로 검색한다.폭발물 검색을 거친 수하물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로 향한다. 철도의 갈림길과 비슷하다. 직진하기도 하고, 30도 가량 꺾여 새롭게 나 있는 컨베이어로 옮겨타기도 한다. 모든 수하물이 최단 경로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하루에 1천여대의 항공기가 도착하고 이륙하기 때문이다. 일부 우회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수하물이 이동하는 거리만 수십㎞에 달하기도 한다. 제2터미널에 설치된 컨베이어 총 길이는 53㎞다. 인천 남동구에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하다.승객이 인천공항에서 환승해 다른 항공기를 탈 때는 어떨까. 당연하겠지만 수하물은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인천공항은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탑승동에서 항공기를 탈 수 있다. 수하물 처리시설은 모두 연결돼 있다. 각 터미널을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이 뚫려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출발해 제1터미널에서 내린 뒤 제2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는 승객이 있다고 하자. 이 승객의 수하물은 중국 공항에 설치된 수하물 처리시설을 거쳤다. 이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수하물 처리시설로 들어온 뒤 터널을 통해 제2터미널로 이동하게 된다. 터미널을 이동하는 수하물은 초당 7m의 속도로 이동한다. 곡선 없이 직선으로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됐기 때문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 승객의 수하물은 제2터미널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야 목적지인 미국행 비행기에 실릴 수 있다.이처럼 환승객의 수하물은 이동거리가 긴 만큼 수하물 택이 훼손되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수하물운영팀 김승철 차장은 "출발편 수하물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환승하는 승객의 수하물은 외국 수하물 처리시설을 거쳐서 오기 때문에 바코드가 있는 택이 일부 훼손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작업을 통해 바코드를 찍는다. 수하물 처리 과정 중 유일하게 수작업이 이뤄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인천공항 수하물 처리시스템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제때 도착하지 않는 수하물은 100만개당 3개 정도다. 전 세계 공항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다만 2016년 1월 5천여개의 수하물이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수하물이 몰리면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최진수 차장은 "제2터미널이 개장하기 직전 제1터미널은 포화상태였다. 항공기가 몰리는 시간에 지각 수하물이 발생했으나, (2018년 1월) 제2터미널 개장 이후엔 수하물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1995년 개장한 미국 덴버공항은 수하물 처리시설 문제로 개장을 4차례나 늦췄다. 영국 히스로공항에서는 2008년 수하물 처리시스템 오류로 3만5천여개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거나 분실됐다. 히스로공항은 유럽 허브 공항이면서 '지각 수하물'로 유명하기도 하다. 2016년 영국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참가한 프로골퍼 캐리웹도 골프채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빈손으로 경기장에 가야 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골프채를 항공사로부터 전달받아 경기를 치렀지만, 히스로공항은 그만큼 지각 수하물과 관련해 '유명'하다.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수하물 처리도 한몫했다.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2019년 12월까지 인천공항에서 처리한 수하물은 6억8천415만개다. 수하물을 한 줄로 세우면 61만6천㎞에 달한다. 지구를 16바퀴 돌 수 있는 거리다. 김승철 차장은 "수하물을 처음 건네받는 항공사, 수하물 처리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 수하물을 항공기에 싣는 지상조업사 등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각 기관·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때문에 분실과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수하물 처리시스템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유지·보수는 사람의 손이 안 갈 순 없다. 비상 상황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24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인천공항시설관리(주) 이상광 T2 BHS 소장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각 터미널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통제실에서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BHS 운영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며,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수하물'을 '교통편에 손쉽게 부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짐'으로 정의하고 있다. 항공 교통이 대중화하면서 수하물은 항공편에 싣는 짐을 의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에서 수하물을 검색하면 '국내선 기내 음식물 반입', '기내 수하물', '기내 수하물 액체', '국내선 수하물' 등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모두 항공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처럼 수하물을 항공기와 연결해 인식한 것은 50년 전부터다. 경향신문은 1966년 11월16일 '박살난 이삿짐 철도화물 믿고 부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 명 반 분의 푯값을 들여 수수료를 지불하고 부친 수하물"이라고 표현한다. 이때만 해도 수하물은 대부분 철도에 싣는 짐을 이야기했다. 12년이 지난 1978년 12월4일 매일경제는 "영국에서 개발된 X선 선별장치는 공항에서 수하물 선별로 인한 지연을 단축하기 위해(후략)"라고 보도했다.새로운 교통수단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PAV(개인비행체)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다. 10~20년이 지나면 지금과 다른 새로운 교통수단이 일상에 젖어들 수 있다. 이때 수하물은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승객의 손을 떠난 수하물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시설.인천공항 제2터미널 BHS(수하물 처리시스템) Operation Center. 이곳에서 수하물 처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기기 가동 등을 통제한다.

2020-08-12 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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