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신춘문예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이유운·소설-현해원' 시상식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당선자들이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경인일보는 9일 오전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을 열었다.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사장을 비롯해 김명인·김윤배 시인과 당선자 및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시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김윤배 시인은 당선작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에 대해 "작품 속 '바람을 담고 있던 당신의 손톱과/바람의 모양대로 부푼 당신의 무릎'은 이유운 씨의 독창적인 문장이어서 울림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단편소설 당선자 현해원씨는 "글이 막힐 때마다 수도 없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괴로워했지만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그동안의 힘든 시간 들이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화양 대표이사 사장은 "우리의 인생은 B(birth)와 D(death)의 중간인 C(choice)에 속한다. 경인일보 신춘문예 접수도 선택의 순간이다. 그 선택이 값진 열매로 돌아온 것은 순전히 당선자들의 올바른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선택이 당선자들의 미래에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한편 이날 단편소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시부문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수여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9일 오전 경인일보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 부문 심사위원 김윤배 시인(사진 왼쪽부터), 시 부문 이유운 당선자,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소설부문 현해원 당선자, 시 부문 심사위원 김명인 시인.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020-01-09 김종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①

돈이 급했던 나와 방을 옮겨야 했던 윤은 잡지사 이 대리 덕분에 함께 살게 되었다어깨에 해파리 문신… 바다 냄새가 풍겼던 윤의 갑작스러운 투신자살반송당한 유골단지는 나에게 왔다… 가족이라는 뿌리에서 내던져진 존재였다윤의 어깨에 달이 떠 있다고 생각했다.윤에게서는 바다 냄새가 풍겼다. 나는 윤을 통해 이제껏 인간이 들어가 보지 못한 심해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는 했다. 냄새의 근원은 그녀의 어깨에 새겨져 있는 해파리 문신이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때때로 그런 생각에 휩싸일 때가 있었다. 윤은 내게서 등을 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스난로가 조용히 타들어 가는 소리와 냉장고의 냉각기가 조용히 회전하는 소리가 났다. 윤의 숨소리는 그런 작은 소음에도 묻힐 정도로 희미했다. 윤은 때때로 새벽에 일어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있었다. 같이 산 지 이 년이 지났지만 나는 한 번도 윤의 그 행동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 윤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손을 뻗어 윤의 옷자락을 잡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더욱 숨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린 채 이불을 코끝까지 뒤집어썼다. 부드러운 발바닥이 손끝에 닿았다. 윤은 내가 지금 깨어 있는지 모를 것이다. 윤의 어깨뼈에서부터 날개 죽지까지 새겨져 있는 해파리를 바라봤다. 시리도록 새파란 그 해파리였다.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모습 같기도 했고, 높은 곳에서 내던져지는 모습 같기도 했다. 달도 없는 지독히 어두운 밤이었다. 윤의 어깨의 해파리가 달처럼 발광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이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내 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내가 겨우 짜낸 말은 모르겠다는 말 뿐이었다. 정말로 나는, 윤이 왜 그날 갑자기 투신자살을 했는지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이 년 동안이나 같이 살던 친구인데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경찰관의 말에 묘한 짜증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윤의 죽음은 갑작스럽다. 일도 원만히 풀려가고 있었고 질 나쁜 남자친구를 만난 것도 아니었다. 경찰이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그들 역시 경찰이 원하는 답은 해주지 못한 것 같았다. 직장에서의 윤은 언제나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에게 윤은 살포시 쌍꺼풀이 잡힌 눈을 휘며 웃던 모습으로만 존재했다.말수 없는 내가 윤과 함께 살게 된 것은 잡지사의 이 대리 덕분이었다. 나는 밀린 월세 때문에 더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고, 윤은 계속 살던 방을 당장이라도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집주인이 사다리를 타고 2층에 살던 윤의 방에 들어오려 했다고 했다. 혼자 사는 여자는 쉽게 취할 수 있는 꽃처럼 여겨지기 십상이었고, 윤처럼 해사한 여자에게는 더 더욱 그러했다. 모든 사정을 알고 있던 이 대리는 나이대가 비슷한 우리에게 둘이 같이 사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했다. 나는 당장 돈이 급했고 윤은 싼값에 보안이 더 괜찮은 집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단순했다. 윤과 함께 살게 되고서 알게 된 것은, 윤은 일할 때 외에는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밖에서 많은 말을 하기 때문에 굳이 집 안에서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다른 사람과 말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익숙한 윤은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침묵의 지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더없이 편한 그 시간이 좋았다. 방안에는 윤의 냄새가 가득했다.윤은 인터뷰어였다. 그녀는 타인의 말을 이끌어 내는 데 누구보다 능숙했다. 말을 이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데에도 소질이 있었다. 윤은 타인의 입이 열리길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사람의 기분을 단번에 파악해서 적절한 태도를 보이는 능력에 관해서 윤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준비해 온 말만 하려고 마음먹었던 사람도, 윤의 앞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쌓아뒀던 말을 풀어버리곤 했다. 윤과 만난 것은 무더운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작은 잡지사의 의뢰로 윤의 인터뷰 현장을 찍으러 갔다. 나는 사진을 조금 공부했을 뿐인 햇병아리 사진기자였고, 혼자 현장에 나가 본 경험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 윤의 인터뷰 현장을 따라다녔다. 안 팔리는 연예인, 탈북자, 성 소수자, 무명 연극배우 등 다양한 사람들이 윤과 인터뷰를 했다. 눈앞의 모든 것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이 보였던 무더운 여름날, 비싼 양복이 젖는 것도 개의치 않고 인터뷰 도중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던 한 사업가를 기억한다. 윤은, 이를테면 살균된 바늘 같았다. 그녀는 곪아서 부풀어 오른 상처에 구멍을 내고 곪은 진물을 빼내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윤을 기억할 때면 난 그녀의 어깨에 있던 해파리의 촉수를 떠올리고는 했다.나는 언제나 내가 부끄러웠다. 오른쪽으로 심하게 함몰된 두상은 언제나 내 뿌리 깊은 콤플렉스였다. 지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나를 피할 때마다 내가 세상에 잘못 태어난 존재임을 인정해야 했다.사람은 자라면서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제왕절개로 태어나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했다. 아주 오래전 머리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겨지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엄마는 나를 제왕절개로 낳았다. 나는 태아 때부터 글러 먹은 자식이어서 뱃속에서 몸이 뒤집혀 있었다고 했다. 의사는 우악스럽게 내 머리를 잡아당겼고 그 과정에서 내 두상은 심하게 함몰되었다. 채 뜨지도 못한 채 눈에 쏟아지던 밝은 조명들이 내 눈앞에서 산발적으로 터지는 감각이 눈꺼풀 뒤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감각은 내게 선명히 각인되었다.언젠가 실내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작가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날 나는 막연히 사진을 공부하자고 마음먹었다. 단순한 계기였다. 무엇이든 좋으니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숨길 수 있는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리 막막하지 않았다. 나는 여름에도, 실내에서도 모자를 푹 눌러 써서 내 두상을 가리고는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나를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쳐갔다. 그러나 굳이 헤집어 내려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나타났고, 그때마다 나는 혀를 깨물고 싶은 아득함을 느껴야 했다.내 머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흔히 두 부류로 나뉘었다. 위로 아니면 분노. 내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는 같잖고 예쁜 말만 늘어놓는 위로거나, 그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내가, 혹은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분노였다. 어느 쪽도 달갑지 않았다. 그냥 다 꺼져 주었으면 했다. 나는 내가 추했고, 사회에 맞서 더 강해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단순해지고 싶었다. 윤은 그들 중 어느 부류도 아니었다. 윤은 집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는 날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 오랜 습관이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도 모자를 쓰는 버릇은 여전했다. 사람은 모두 죽지 못해서 살아. 그 말은 내게 부적처럼 달라붙었다. 나도 윤의 촉수에 닿은 적이 있었다. 하루는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한 적이 있었다. 한 쇼핑몰의 상품 촬영 보조를 위해 일산의 한 스튜디오에 갔던 날이었다. 클라이언트는 내 모자가 예의에 어긋난다며 트집을 잡았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과 모델들이 오가는 커다란 스튜디오에서 모자를 벗어야 했던, 그런 날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게 별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부끄러웠다. 나는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은 나답지 않게 술을 잔뜩 사 와서 말없이 들이켰다. 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맞은편에서 같이 술잔을 비워줬다. 윤에게 어떤 말을 지껄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속사포처럼 내 안의 뭔가를 계속 흘려보냈던 것은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의 말을 이끌어내는 윤의 능력이 거기서도 발휘되었을 수도 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윤의 촉수에 스스로 내 고름을 가져다 댄 걸지도 모른다. 뭔가를 말했던 것 같긴 한데, 모든 것이 모호했다. 다만 기억하는 것은 윤의 말 한마디었다.사람은 모두 죽지 못해서 살아. 죽지 못해서 산다는 말이 왜 그렇게 내게 와 닿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은 내게 달라붙은 부적이었다. 나는 죽음이 무서웠기에 죽을 수 없었다. 단순한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나는 살아남기로 했다. 그리고 내게 부적을 붙여준 윤은 살지 못해서 죽었다.며칠 전 밤, 윤은 산책을 나가듯 집을 나섰다. 나는 편의점에라도 가나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을 뿐이었다. 특별한 예감을 느끼지도 않았고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컵을 깨트리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별다를 것 없는 저녁이었다. 딱 하나 다른 게 있었다면 내 슬리퍼가 없어졌다는 것뿐이었다. 윤과 같이 살게 됐을 무렵,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다가 문득 윤이 사줬던 것이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도 처음이었고 실내에서 슬리퍼를 신어 본 것도 처음이었다. 몹시도 푹신했고 부드러운 슬리퍼였다. 나는 이 년 동안 매일 그 슬리퍼를 신었다. 굳은살이 당연하던 내 발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발바닥을 부드럽게 감싸는 감각이 좋았다. 군데군데 실밥이 터지고 쿠션도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푹신했다. 이제는 슬리퍼 없이 걸으면 발바닥이 아려왔다. 윤이 사준 그 슬리퍼는 이제 나에게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 있었다. 그날 나는 테이블에 앉아서 사진을 보정하고 있느라 슬리퍼를 신고 있지 않았다. 윤이 신고 간 것은 그 슬리퍼였다.금방이라도 돌아올 사람처럼 집에서 입던 편한 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공원을 지나쳐갔을 윤을 상상했다. 녹슨 헬스기구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추운 밤에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걸어가는 윤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따라 해 보려고도 했다. 취객이 앉아있는 편의점과 전구가 나간 가로등, 한적한 길가에서 혼자 춤추는 풍선 인형 따위를 지나쳐 어느 높은 상가에 올라갔을 윤을 가늠했다. 옥상은 닫혀 있었지만 창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윤은 왜 하필 그 슬리퍼를 신고 나갔을까. 마지막으로 허공에서 내던져지는 새파란 해파리를 떠올리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영안실에서 흰 천을 뒤집어쓴 채 누워 있던 윤이 떠올랐다. 윤의 발이 지나치게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등을 대고 누워 있었기 때문에 해파리는 보이지 않았다. 머리에 노이즈가 낀 것처럼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윤의 유골은 나에게 왔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윤이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친구였을까. 나는 윤과 나의 관계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단어를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우리는 친구였으므로 윤의 유골을 받는 것은 내가 되었다. 나는 계속 죽은 윤이 부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윤의 죽음을 슬퍼했고 그들의 기억 속에서 윤은 언제까지나 해사한 모습으로 박제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윤과의 기억만을 원했을 뿐 타다 남은 육체의 찌꺼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반송당한 윤의 유골단지를 깨끗한 서랍장에 올려 두었다.윤의 찌꺼기와 내가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경찰은 윤의 가족들에게도 연락했지만 그들이 윤의 유골을 거절했다고 했다. 어쩌다 한 번씩 대화 할 때도 윤은 절대로 가족에 대한 얘기만은 하지 않았다. 윤의 유골을 안고 돌아오던 날, 경찰은 조사를 마친 윤의 노트북 따위를 돌려주었다. 실내화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은 윤의 기록에서 특별히 자살의 이유를 찾지는 못했지만 홀로 걸어가는 윤의 모습이 폐쇄회로에 여러 차례 찍혔기 때문에 자살로 결정지었다고 했다. 나는 새벽에 혼자 창가를 보며 앉아 있던 윤을 떠올렸다. 먹을 때를 놓친 생선조각처럼 홀로 하얗게 응고되어 가던 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새파란 해파리만이 부유하던 밤이었다. 나는 어둠이 윤을 오래도록 좀먹던 그 새벽을 경찰에 말하지 않았다. 윤의 물건을 정리했다. 나름 오랫동안 같이 살던 방이었는데, 의외로 방에는 윤의 물건이 별로 없었다. 노트북과 몇 권의 책, 솔기가 터진 갈색 지갑, 자잘한 메모가 적혀 있는 껌 종이, 한 짝밖에 남지 않은 녹슨 귀고리, 손때 묻은 하얀 이어폰 등을 상자에 넣었다. 자잘한 것들을 모두 긁어모아도 커다란 상자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였다. 윤의 유골을 거절했다는 가족을 떠올렸다. 잡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윤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물컹한 약간의 감촉만을 남기고 유연하게 내 손에서 빠져나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나는 이제 내가 왜 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을 정의하지 못하는 것은 선천적인 흔들림을 동반한다. 윤은 가족이라는 뿌리에서 내던져진 존재였다. 윤은 언제나 흔들리고 있었다. 윤의 어깨에 새겨진 파란 해파리처럼, 흔들리고 내던져지는 게 당연한 유연한 몸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입을 열기 위해 자신을 유연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랬기에 윤은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았고 어딘가로 흘러갔고, 내동댕이쳐졌다. 나는 언젠가 윤의 촉수에 닿았다. 그때 고인 나를 흘려보내는 법을 터득했다. 이번에는 내가 윤의 흔들림을 멈춰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순했다.이제 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윤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윤이 좋아하는 음식과 몇 번이고 돌려보던 이국의 영화, 그녀가 가지고 있던 음식의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윤의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인터뷰어 일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 년이라는 시간을 공유했지만 우리의 그 시간은 대부분 침묵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우리 사이에 내려앉은 침묵이 불편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 시간이 아쉬워졌다. →계속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20-01-01 경인일보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②

파랗다 못해 아득했던 캄캄한 바다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우주에서도 외형 그대로 그저 부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잠시 '2'에 겹쳤던 시침 분침… 시곗바늘이 다시 겹쳐지려면 시간이 필요해새파란 해파리가 내가 모를 곳에서 발광했다. 달도 없는 지독히 어두운 밤…윤을 생각하면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바다 냄새를 맡았다. 후각은 언제나 시각을 앞질렀다. 언젠가 우리는 함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한밤중에 잠이 오지 않아서 무심코 틀었던 텔레비전에서 봤던 것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바다 깊은 곳의 영상이 재생되고 중후한 목소리의 외국 성우가 담담하게 내레이션을 읊었다. 영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바닥을 닮은 목소리가 영상의 분위기와 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속 심해의 생물들은 모두 기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물고기들과는 너무도 다른 생김새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내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무렵, 나를 보고 괴물이라고 놀리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파랗다 못해 캄캄한 바다는 너무나 아득했고, 바다가 아니라 마치 우주의 한 공간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해파리밖에 없었다. 수압 때문에 뒤틀린 외형을 가지게 된 다른 생물들과 달리 해파리는 원래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바다를 부유하는 해파리의 모습을 오래도록 담았다. 영상 하단에는 해파리는 지나치게 유연해서 외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자막이 흘러갔다. 나는 그때 해파리는 어떤 장소에서도, 심지어 우주에서도 그 외형 그대로 그저 부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다큐멘터리는 곧 끝났고 곧이어 쇼핑 호스트가 나와 세라믹 냄비를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끈 후에도 윤은 계속 빈 화면을 보고 있었다. 문득, 윤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전등의 불빛이 마치 해파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보름 후, 윤의 어깨는 해파리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무척이나 유연해 보이는 해파리였다. 그러나 어쩐지 윤의 해파리는 바다를 떠다니는 게 아니라 허공에 내던져지던 모습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심해생물에서 나를 발견했듯, 윤도 해파리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윤의 해파리를 발견할 때마다 그것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윤의 유골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내 주기로 하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윤의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를 보는 것이었다. 윤의 흔들림의 원인이 가족이라면 그 가족을 찾으면 윤도 흔들림을 멈출 것 같았다. 경찰은 개인정보 보호를 운운하며 윤의 가족에 대해서는 일절 말해 주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윤의 휴대폰에는 많은 이름들이 저장되어 있었지만 그중에 어떤 번호가 윤의 가족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윤의 가족의 이름은커녕 그녀에게 오빠나 동생이 있는지도 몰랐다. 막막했다. 나와 윤의 유일한 교집합이라고는 이전에 짧게 근무했던 잡지사뿐이었다. 무작정 잡지사에 찾아가 윤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받았다. 대부분 인터뷰 대상자의 사진이 실려 있었지만 윤이 같이 찍힌 사진도 간간이 보였다. 잡지에 실린 윤의 얼굴이 유독 해사했다. 언젠가 내가 찍었던 사진이었다. 눈을 가늘게 휘며 미소 짓고 있는 윤의 모습이 낯설었다. 내게 윤은 언제까지나 흐린 눈을 한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커피가 썼다. 쓴맛을 없애 보고자 스푼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크게 떠먹었다. 뭔지도 모를 아포가토를 시킨 게 문제였다. 메뉴판에서 적당히 커피인 줄 알고 골랐을 뿐이었다. 설마 쓴 커피와 아이스크림이 같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아이스크림 위에 커피를 끼얹어 한 스푼 크게 떠먹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어도 지나치게 쓴 에스프레소 탓에 혀가 아렸다. 맛은 지극히 단순했다. 달콤하고, 썼다. 그때 누군가 내가 앉아있던 자리로 다가왔다. 왜소한 체격의 여자였다. 언젠가 윤이 인터뷰했던 민영이라는 사람이었다. 북한에서 탈출하면서 경험했던 일을 얘기하며 눈물을 쏟던 모습이 유달리 기억에 남았다. 민영이 조심스레 내 맞은편에 앉았다.내가 만난 건 민영만이 아니었다. 나는 잡지를 보고 윤이 인터뷰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 윤에 대한 것을 물었다. 나는 윤과 많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윤은 내게 말 하나를 부적처럼 붙여줬지만 내가 윤에게 그러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윤이 인터뷰했던 사람들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윤은 타인의 말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민영을 비롯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과 접한 건 처음이었다. 낯선 사람 앞에서 때때로 혀가 굳어지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나는 참을성 있게 얘기를 들었지만 윤에 대해서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별로 없었다. 윤은 충실한 인터뷰어였고, 언제나 타인의 말을 이끌어내는 데에 집중했다는 걸 실감했을 뿐이었다.그들의 눈에 비치는 윤은 전부 다른 사람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주는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외로워 보여서 그녀를 위로하고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언젠가 남들의 눈도 신경 쓰지 않고 윤의 앞에서 크게 울었던 사업가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윤의 소식을 듣자마자 황망한 얼굴로 말을 더듬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처음 그들에게 연락했을 때만 해도 그들이 모두 윤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 삼십분, 기껏해야 몇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을 뿐인 상대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단 한 번 만났을 뿐인 인터뷰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윤의 촉수에 닿았던 적이 있었다. 윤이 내게 그랬듯, 그들에게도 부적 같은 말을 붙여준 것일지도 모른다.맨발로 걷는 집은 어딘지 낯설었다. 옷장에서 닥치는 대로 양말을 꺼냈다. 여러 개 겹쳐 신은 탓에 발이 답답했지만, 한결 걷기 쉬워졌다. 윤을 만나고부터 부드러워진 내 발바닥은 아직도 단단해지지 못했다. 선반에 얹어둔 윤의 유골단지를 바라보았다. 밀봉된 하얀 도자기 안에서 어렴풋하게 바다 냄새가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 방에서는 여전히 윤의 냄새가난다. 느리게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쳐다봤다. 나란히 2를 가리키고 있던 시침과 분침이 잠시 겹쳐지는가 싶더니 이내 떨어졌다. 시곗바늘이 다시 겹쳐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윤과 사라진 슬리퍼에 대해 생각했다. 민영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 것은 그녀를 처음 만나고부터 몇 주가 더 지나서였다. 벌써 히터를 세게 틀어둔 카페 내부 탓에 자꾸만 땀을 훔쳐야 했다. 도톰한 모자 안에서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이마에 엉겨 붙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차가운 커피를 한 번에 들이마셨다. 더운 카페와 달리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이 선득했다. 그때 멀리서 민영이 카페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모자를 한 번 더 깊게 눌러썼다."동생이 있다고 했어요."민영이 내게 낡은 사진을 한 장 보여주며 말했다. 귀퉁이가 조금 잘려나간 사진에서 퀴퀴한 냄새가 훅 풍겨왔다. 사진에는 지금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민영이 어린 남자애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민영이 그녀의 동생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민영의 동생의 이름은 만석이었다. 만석꾼이 되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 이름의 무게와 다르게 만석이라는 남아 아이는 해골처럼 말라 있었다. 볼이 움푹 들어간 얼굴이 마치 해골 같았다. 무심코 모자 밑에 숨겨져 있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주먹 하나는 푹 들어갈 두상이 만져졌다.민영은 동생을 남겨 두고 탈북했다고 했다.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동생의 안부는 알 수 없었다. 만석이라는 이 아이는 만석꾼이 됐을까. 가족도 없이 혼자 남은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것을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민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을 데리고 나올 걸 그랬다며 심하게 자책했다. 내가 지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듯, 윤 역시 민영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을 것이다. 윤은 그때 딱 한 번 자신을 드러냈다. 윤에게도 집에 두고 온 남동생이 있었고, 남동생의 이름은 민영의 동생과 많이 닮아 있었다. 윤을 자극한 것이 남동생이라는 존재일지, 하필이면 그 이름이 비슷했기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할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윤은 이곳에 없었다. 하지만 민영에게도 어떤 촉수가 있다는 것은 가늠할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그 촉수는 유려하게 윤을 꿰뚫었다. 그 순간 윤은 뭔가를 흘렸다. 윤이 흘린 감정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윤의 동생 이름은 민석이었다. 그는 인천의 작은 횟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윤의 휴대폰에는 수많은 민석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었지만 윤과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윤의 유골단지를 안고 광역버스에 몸을 실었다. 유난히, 오늘따라 버스가 덜컹거렸다. 나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유골단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손에 잔뜩 힘을 주어야 했다. 멀리서 걸어오는 민석을 보자마자, 단숨에 그가 윤의 동생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민석은 윤과 전혀 다른 얼굴을 갖고 있었다. 윤처럼 쌍꺼풀이 있지도 않았고 하얀 피부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민석은 누군가 아무렇게나 깎아 만든 나무 조각처럼 투박한 인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와 윤이 아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왜 나보다 머리 몇 개는 큰 키의 남자에게서 윤에게 느꼈던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민석이 가까이 올수록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민석이 근처에 오자 그의 몸에서 풍기는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풍기는 분위기도 윤과 상당히 비슷했다. 외양이 닮은 것은 아니었다. 몸을 트는 각도나 보폭의 정도, 냄새의 질감 등 정확히 짚어 말하기 힘든 것들에서 윤을 떠올리게 했다. 역시 윤의 동생이구나 싶었다."그때는 저희 어머니가 제 전화를 받으셔서……. 놀라게 해드린 점 죄송합니다."민석이 난처한 얼굴로 사과했다.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민석은 몇 번이고 계속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체념이 묻어 있었다. 유골단지를 들고 카페에 들어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와 민석은 벤치에 앉기로 했다.처음 민석의 전화를 받은 것은 그의 엄마였다. 내가 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이미 예전에 싫다고 하지 않았냐며 소리를 질렀다. 그 반응에서 그녀가 이전에도 윤에 대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높고 날카로워 졌다. 당황한 마음에 일단 전화를 끊으려는 차에 민석이 전화를 바꿨다. 그가 서둘러 자리를 옮긴 듯 여자의 목소리가 아득해졌지만, 그 짧은 사이에 따개비처럼 귀에 달라붙은 목소리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뛰어온 탓인지 민석의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인천은 서울보다 기온이 더 높았다. 민석이 얇은 니트 소매를 조금 걷어붙였다. 민석의 팔에는 날뛰는 횟감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생채기가 여럿 나 있었다. 피딱지가 맺혀 우둘투둘해진 생채기도 있었다. 그가 멋쩍은 얼굴로, 어머니가 치매기가 조금 있다며 변명처럼 읊조렸다. 그녀는 윤의 일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듯했다. 애초에 민석이 아닌 내가 인천까지 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민석은 도우미 없이 오랜 시간 집을 비울 수 없었다. 날씨는 맑았지만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모자가 바람에 벗겨지지 않도록 몇 번이고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그는 내게 많은 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주제를 빙빙 돌리며 변명처럼 몇 어절씩 내뱉었을 뿐이지만, 모든 것은 지극히 단순했다. 그녀는 민석의 엄마였지만 윤의 엄마는 아니었다. 병약한 윤의 엄마는 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었으므로, 이제는 죽은 그들의 아빠가 아내가 있는 집으로 윤을 데려왔다. 윤은 그녀의 엄마와 아주 많이 닮았다고 했다. 그 이상은 듣지 않아도 윤의 처지를 대강 짐작하게 했다. 민석의 엄마는 윤을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그녀의 시간이 어디에서 멈췄는지는 모른다. 민석의 팔에 그어진 생채기가 가로등에 반사되어 비늘처럼 번들거렸다. 아마도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련의 행동들에 권태를 느끼기에는 그에게도 가족의 무게는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민석의 어조에서 윤에 대한 원망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윤은 아무런 짐도 없었기에 흘러갈 수 있었지만 민석에게는 그의 따개비 같은 엄마가 있기에 흘러갈 수도 없다. 역시, 그는 윤과 많이 닮아 있었다.예쁜 여자였을 것이다. 윤을 아주 많이 닮았다는 이름 모를 여자를 떠올렸다. 예쁘고 청초하고 유부남의 아이를 낳아 기른 여자를. 그래서 그저 떠다니다 그대로 흘러갔을 모습을 상상했다. 윤의 흔들림은 그의 엄마로부터 내려온 것이었다."누나가 집에 오고 싶어 할까요."민석이 한숨처럼 내뱉었다. 모든 흐름은 지극히 단순했다. 나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정의하지 못하는 것은 선천적인 흔들림을 동반한다, 고 줄곧 생각했다. 내가 윤의 말에 의지해 스스로의 몸에 부적을 붙였듯, 윤의 가족을 찾아 그녀의 흔들림의 근원을 알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니였다. 이미, 모든 것은 박제되어 있었다.돌아오는 내 손에는 여전히 묵직한 유골단지가 들려 있었다. 이번에는 버스가 아닌 택시를 탔다. 코트 주머니에는 5만원짜리 지폐 두 장이 들어있었다. 먼 거리를 오게 해 미안하다며 민석이 내 손에 쥐어 준 것이었다. 나는 굳이 그 돈을 사양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높은 상가 건물 앞을 지나갔다. 울퉁불퉁한 지면 때문에 차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언젠가 이곳에 윤의 모양대로 하얀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테이프는 자동차 바퀴에 휘감겨 어디론가 휩쓸려갔을 것이다. 근처 휴대폰 대리점의 풍선 인형이 혼자 춤추고 있는 게 보였다. 누구도 풍선 인형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쳐갔다. 택시는 계속 집을 향해 굴러갔다. 가로등 하나를 지났다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지 아직도 불이 나간 채였다. 늘 파라솔 아래 취객이 앉아 있고는 했던 편의점 앞도 지나갔다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라면을 치우고 있었다. 공원 주변에 설치된 녹슨 헬스기구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도 모른다. 잠깐 산책이라도 나온 듯 편한 옷을 입은 여자 한 명이 종종걸음으로 헬스기구 앞을 지나갔다. 여자는 슬리퍼를 신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집이었다. 계단을 올라갔다. 오래 걸은 탓에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다리 근육이 당겨왔다. 내일은 근육통이 올 것 같았다. 유골단지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손아귀에 더 힘을 주었다. 창문을 열고 간 탓에 방안에는 싸늘한 냉기가 돌았다. 캄캄했다. 불을 켜려고 벽을 더듬다가 실수로 문 근처에 있던 빨래통을 발로 걷어찼다. 토사물처럼 쏟아진 옷들은 모두 내 것이었다. 땀에 젖은 양말을 벗어 빨래통에 넣었다. 굳은살이 붙었는지 발바닥이 조금 단단했다.윤이 슬리퍼를 신고 사라진 후 여러 개의 양말을 겹쳐 신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문득 이 습관이 오래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죽지 못해 산다던 윤을 오래도록 떠올렸다. 윤의 흔적을 더듬어 흔들림의 시작점을 알아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엇 하나 단순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내게 부적처럼 붙은 말을 기억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돌아올 사람처럼 나가던 윤의 뒷모습은 여전히 내 기억속에 선연했다. 그렇게 나갔던 것처럼, 훌쩍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윤을 상상한다. 윤은 계단을 올라가며 녹슨 손잡이를 잡는다. 높은 계단 탓에 숨을 몰아 쉴 때마다 날갯 죽지의 해파리가 한 번씩 너울거린다. 윤이 돌아올까. 아니면 또 다시 어딘가로 흘러가려고 할까. 흐르고 흘러 초인종 없는 현관문을 두드릴까. 나는 그런 상상을 했다.새파란 해파리가 내가 모를 곳에서 발광했다. 달도 없는 지독히 어두운 밤이었다. <끝>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20-01-01 경인일보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현해원 "언젠가 지치는 날 오더라도 글 오래도록 쓰겠다"

오늘이 너의 날이 되기를 바라. 한 친구는 매년 생일마다 같은 말을 했다. 내심 그 말이 좋아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이면 그들에게 같은 말을 돌려주었다. 당선 통보를 받은 날은 오랜 친구의 생일날이었다. 오늘이 너의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축하를 건넸던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돌려받았다. 생일 같은 날이었다. 생일을 기억하는데 더는 너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얼굴이 무럭무럭 떠올랐다.2019년은 앞으로 내가 뭐가 될지, 내가 설 자리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기갈 들린 사람처럼 많은 것을 정리했다. 하루는 책장에 꽂혀 있던 빛바랜 책들을, 다음 날은 오랫동안 좋아했던 가수의 앨범을, 그다음 날에는 미련처럼 남겨 두었던 전화번호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나씩 버리고 나면 그만큼 내 자리가 생길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끊임없이 내 자리를 의심하게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조금쯤 내가 있을 자리를 나눠 받은 기분이다.이십 사시 카페에서 전공도서를 펼쳐 놓고 공부를 하던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을 때면 바닥없는 불안에 처박히고는 했다.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는 빤한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나면,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의 해방감이 차올랐다. 그 순간을 알기에 글을 단념하지 못했다. 지치지 않고 쓰겠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여태껏 수도 없이 지쳐 나가떨어졌듯 언젠가 다시 지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쓰겠다. 그저 지켜봐 주고 기다려준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앞에서 말로는 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 미숙한 글에서 나조차도 의심했던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경인일보 심사위원분들께도 무한히 감사드린다.떠오르는 얼굴들이 많다. 고마운 마음은 직접 전하려 한다.

2020-01-01 경인일보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매력있는 '독창적 문장' 거목 성장 기대감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현해원의 단편소설 '해파리의 밤'과 이유운의 시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로 결정됐다.이번 신춘문예에선 현해원씨를 비롯 137명의 예비소설가가 146편의 작품을, 시 부문에선 241명이 952편의 작품을 각각 출품했다.이중 소설부문에는 총 15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장석주 심사위원은 "서사의 강약을 조율하는 감각과 섬세한 문장에서 엿보이는 통찰력이 다른 출품작에 비해 돋보였다"며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당선작을 결정했다"고 평했다. 당선자 현씨는 "전공도서를 펼쳐 놓고 공부하고 있는 20대 청춘들의 틈에서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을 때에는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 왔다"면서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전해 들는 순간 그동안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시 부문은 심사 마지막 날까지 당선작과 신진영의 '모래시계'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었다. 김윤배 심사위원은 "이번 응모작 상당수가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최종 심사에 오른 두 편은 깊은 통찰에서 오는 독창적인 문장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며 "앞으로 한국시단의 거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당선자 이씨는 "그동안 저에게 있어 글은 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방법이었다"며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2020-01-01 김종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이유운 "파도 일렁거리는 모양 보여주는 부표 되고 싶다"

어떤 이름들은 저를 다정하게 만듭니다. 이름에 꽃이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미워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름에 파도가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제가 발음만을 겨우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저에게 폭력적이지 않고 무관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그 이름들 사이에서 제가 숨을 쉬는 방법을 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이름들을 쓰고 곱씹으며 즐겁고 괴로울 때마다 제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하나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그림으로 보고, 음악으로 이해하고, 춤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글은 꼭 그런, 세상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운 좋게도 이번 겨울, 그 어우러짐의 하나의 결이 된 것도 같습니다. 만약 이 글이 어떤 사람에게라도 흘러가서 그 사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면 제가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리고 제가 성공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저는,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렁거림을 느낍니다. 세상에 탈 것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불안이겠죠. 저는 게으르고 변명이 많아서 그 파도 전부를 넘어설 배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일렁거리는 모양을 보여주는 부표 정도는 되는 명랑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어 시를 쓰려고 합니다. 우리가 바다에 뛰어들기 전 위험한 암초와 해구의 깊이를 알려주는 이름이 되고 싶습니다.그 이름을 위해 제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시는 이규성 선생님, 김선희 선생님, 그리고 이 지 선생님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저와 함께 괴로운 길을 명랑하게 가는 이화여대 철학과 벗들과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제 시의 주인공이 되는 제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제게 특별한 이름이 되는 유경, 소연, 건휘, 지호, 혜지, 시온, 환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글의 시작과 끝을 이렇게 맺습니다. 유운, 쓰고 사랑함.

2020-01-01 경인일보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남일·장석주 "미스터리 벗겨가는 형식… 서사 강약조율 돋보여"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5편이다. 다양한 소재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펼쳐낸 작품들을 읽는 게 썩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군계일학으로 빼어난 작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두 심사자가 15편을 꼼꼼하게 읽은 뒤 고심한 끝에 최종심으로 올린 작품은 이수현씨의 '원더서퍼',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 현해원씨의 '해파리의 밤'이다.이수현씨의 '원더서퍼'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축구를 떠나 카드회사 콜 센터 직원으로 바뀐 전직 여자 축구선수의 이야기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도 볼만했다. 하지만 서사의 축을 이루는 갈등 구조가 당혹스러울 만큼 단순해서 인간의 복잡한 심층을 드러내기엔 미흡하다고 느꼈다.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은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탄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이주노동자의 반전 인생을 다뤘는데,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중층적 구조로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했다. 가독성이 높은 소설을 써낸다는 건 장점이다. 화재 현장에서 의인으로 미화되었던 이주노동자가 사망자로 처리돼 유령처럼 살다가 타인의 위조 여권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인생 반전을 이룬다는 서사는 핍진성이 희박했다.좋은 작가는 이야기꾼을 넘어서 인간 실존의 당위성과 의미를 탐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현해원씨의'해파리의 밤'은 어깨에 해파리 문신이 새겨진 동거인의 자살 이후 그의 행적을 더듬는 이야기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망자의 유골 단지를 품고 그의 가족을 찾아 나서는데, 그것은 부재의 알리바이, 혹은 인간 내면에 숨은 실존의 당위성 찾기일 테다. 별다른 사건은 없지만 자살의 미스터리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형식은 공감할 만했다. 서사의 강약을 조율하는 감각과 섬세한 문장에서 엿보이는 통찰력이나 밀도가 다른 투고작들에 견줘 돋보였다. 두 심사자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현해원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김남일 소설가장석주 비평가

2020-01-01 경인일보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윤배·김명인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

해마다 수 천 명의 시인 지망생들이 신춘문예에 응모한다. 경인일보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응모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왜 시일까? 시에는 마법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시의 마법적 기능은 쾌락이고 인식이며 구원이다. 시를 쓰는 일도 감상하는 일도 즐거움이 바탕이다. 즐거움은 쾌락의 다른 말이다. 시는 사물에 대한 인식, 역사에 대한 인식, 사회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달라지게 한다. 시적 구원은 우선 시인에게 먼저다. 시인의 구원 이후에 독자의 구원이 온다. 이러한 시의 마법적 기능이 많은 사람들을 시에 빠지게 한다.올해의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응모작에는 시의 이와 같은 마법적 기능이 약화된 것을 느낀다. 실험적인 시들이 눈에 뜨지 않았다. 시적 모험은 광기에서 오는 것이고 광기는 쾌락에서 나오는 것인데 지나치게 안정적인 음역과 음색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인식의 깊이가 깊어진 것도 아니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시대정신을 추구하거나 사회의 병리현상을 들여다보거나 소외계층을 연민의 눈으로 보려는 노력이 적었다. 사물의 본질을 보려는 응모자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 사물이나 소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불필요한 시적 장치로 산만한 전개에 머무는 응모작들이 많았다. 또한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응모자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일이다.그런 속에서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의 이유운 씨와 '모래시계'의 신진영 씨를 만나게 된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었다. 이유운 씨의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는 이 세상에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다. '바람을 담고 있던 당신의 손톱과/바람의 모양대로 부푼 당신의 무릎'은 이유운 씨의 독창적인 문장이어서 울림이 크다.신진영 씨의 '모래시계'는 가혹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젊음을 훼손한 악랄한 물고문을 은유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첫행 '잘룩한 부분을 지나면서/모래들은 새로운 진술이 된다'부터 무언가 불길하고 심상치 않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와 '모래시계'를 놓고 장시간 논의를 했다. 논의 끝에 이유운 씨를 당선자로 밀기로 합의했다. 한국시단의 거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아깝게 당선 기회를 놓친 신진영 씨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드린다.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응모작을 김윤배·김명인 시인이 심사를 하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020-01-01 경인일보

[알림]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 공모

1945년 '대중일보'란 이름으로 경인지역에 뿌리내린 경인일보가 '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합니다.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경기·인천 지역일간지 중 유일하게 개최되며 해마다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심사를 통해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 한국 문단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2020년 신춘문예 역시 재치 있고 힘 있는 문학도들의 참신한 문학작품으로 한국 문단의 명성을 높여갈 것입니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경인일보와 함께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역량 있는 문학도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응모마감 : 2019년 11월 29일(당일 소인 유효)■ 응모부문 : 단편소설(200자 원고지 80~100매), 시(3편 이상)■ 시상 및 상금 : 단편소설은 상패 및 원고료 500만원, 시는 상패 및 원고료 300만원(단, 당선자 없는 가작의 경우는 원고료의 반액을 수여)■ 당선작 및 심사위원 발표 : 2020년 1월 2일자 경인일보 지면■ 응모 및 문의 : (16488)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299 경인일보사 빌딩 4층 편집국 문화체육부 신춘문예 담당자 (031)231-5385, 5348※원고 겉면에 이름(필명인 경우 본명도 함께 기재),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및 지원분야를 반드시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접수한 원고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투고한 원고나 기성작가의 응모, 표절작품의 경우에는 당선이 취소됩니다.

2019-11-26 경인일보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하채연·소설-전태호' 시상식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9일 오후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이날 시상식은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명인·김윤배 시인, 홍정선 평론가와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이날 시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김윤배 시인은 "하채연 당선자가 기존 시인이 걷지 않았던 길을 가는 모험과 도전 정신을 끝까지 가지고 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이어 소설 부문 심사위원인 홍정선 평론가는 "소설은 현실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실 너머의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고, 현실을 더 낫게 바꾸기도 한다. 전태호 당선자가 앞으로도 타동사 연습을 꾸준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단편소설 '타동사 연습'으로 당선된 전태호 씨는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타인을 접하고, 공동체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이 돼서 그들과 똑같이 생각하며 글로 풀어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한편, 이날 단편소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시 부문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수여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9일 오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 부문 심사위원 김윤배 시인, 시 부문 하채연 당선자, 소설부문 전태호 당선자,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시 부문 심사위원 김명인 시인, 소설부문 심사위원 홍정선 평론가.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2019-01-09 강효선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명인·김윤배 시인, "사물 바라보는 시선 깊고 메시지 견고"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젊은 작가가 보여준 농익은 작품에 놀랍고 신선함을 느꼈다."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은 올해의 당선작을 '숲에서 깨다'로 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전하는 메시지가 견고하다고 호평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심사위원들은 올해 시 부문 응모작 총 1천423편 가운데 본심에 오른 30편의 시 중 6편을 다시 추려 평가하며 고심을 거듭했다. 최종 심사에는 '곱슬의 방향', '가위 ', '호출신호, 창백하고 푸른 플라스틱', '걸리버여행기' , '구석의 깊이-비의 팔랭프세스트' 등 다양한 작품이 올라왔다. 올해 출품된 작품들은 주제에 있어 차별성이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 시리아 난민 등 애도가 짙고 다소 어두운 주제가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비롯해 실업, 경기침체 등 사회·경제적 문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20~30대 젊은 응모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젊은 문학도들의 출품작들이 최근 유행하는 시의 경향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심사위원들은 주로 생경하고 낯선 이미지들이 서로 결합하거나 시를 비학적으로 전치시키는 모습을 보여줘 시 읽기가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그에 비해 하채연 당선자의 '숲에서 깨다'는 시의 짜임새를 갖추면서도 시인만의 깊은 세계관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선사했다. 새벽의 숲을 열어 재치는 해맑은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명랑하게 펼쳐있고, 숲에 존재하는 한 작은 개인이 우주와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며 이미지 자체가 매우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당선작을 포함해 응모된 작품 상당수가 어느 하나 크게 뒤처지는 것 없이 모두 고르게 작품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좌)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2019-01-01 강효선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전태호, "언어로 할 수 있는 실험 정신 지켜 나가겠다"

이 소설을 쓰고 있을 때로 기억한다. 우연히 찍힌 내 사진에서 작중 주인공의 얼굴을 보았다. 웃고는 있었지만 서글픈 눈을 감추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표정을.작중 주인공이 되어 생활하는 동안 '절망'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백 번 문장을 읽고 나면 꿈에서까지 같은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고, 그러다 가끔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기도 했다. "나가라고, 나가라고" 외치던 그의 잠꼬대가 요즘도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당시 그가 내 손을 빌려 채운 글로 빼곡하다."외국어로 된, 그러니까 나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떠드는 기분이 어떤 건 줄 아세요?"예술 작품을 즐길 때는 얼마만큼 작가가 투영되어 있는지 눈여겨보곤 한다. 작중 인물과 작가가 일치할수록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나는 현재 몇 가지 이야기를 구상 중이고 또 어떤 건 쓰고 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해서, 때가 되지 않아서, 생각의 정리가 필요해서 머릿속에 묵혀둔 이야기도 어서 꺼낼 날을 기다려 본다. 모두가 좋아하는 글, 읽었을 때 남들이 안심하는 글, 탕아가 돌아오는 글은 앞으로도 쓸 생각이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언어로 할 수 있는 실험 정신을 지켜 나가겠다.늦었지만 심사위원 선생님께, 경인일보 관계자 분들, 나를 오래도록 지켜봐 온 사람들, 그리고 '타동사 연습'을 끝까지 읽어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19-01-01 경인일보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1646편 출품… 젊은 문학도 '뜨거운 열정'

30여 년 간 대한민국 신진작가 발굴에 앞장서 온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도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며 그 저력을 입증했다.경인일보는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과 심사숙고 끝에 ▲단편소설 부문-'타동사 연습(전태호)' ▲시 부문-'숲에서 깨다(하채연)' 등 2개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특히 이번 신춘문예는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접수됐고 특히 20, 30대 젊은 문학도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첫 공고가 나간 이후 총 1천 646편이 접수됐는데, 이 중 시는 1천423편, 소설은 223편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치러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체감케 했다.덕분에 예심과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즐거운 고민도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편수가 확연히 늘어난 소설부문은 김남일 소설가가 예심 심사위원으로 나서 옥석을 가렸고 홍정선 평론가와 정과리(본명·정명교) 평론가가 본심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최종작을 선정했다.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심사를 맡아 작품을 엄선했다.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은 올해 신춘문예에 출품된 상당수 작품이 예년과 비교해 '문학의 짜임새를 갖춘 수준급 작품'이었다고 총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9일(수) 오후 3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부문별 심사위원,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9-01-01 공지영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홍정선·정과리 평론가, "재미있는 비유로 세태 풀어나간 발상 신선"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지금의 세태를 풀어나간 발상이 신선하다."2019 신춘문예 소설부문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예년보다 편수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읽을만한 소설의 구조를 갖춘 작품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깊었다.당선작인 '타동사 연습'은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심사위원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소설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동적인 인생을 사는 젊은 세대의 단상을 주제 삼아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하면서도 비판적 시각 또한 겸비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세태를 풍자하는 방식의 새로움을 높게 평가받았다. 주인공인 자기 자신이 타동사의 목적어로서만 기능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살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타동사로 비유하면서 힘있게 풀어나갔다.소설 부문 심사를 맡은 홍정선 심사위원(평론가)은 "소설이란 것이 모두 아는 이야기가 주제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써나가는 방식의 차이로 다른 평가를 받는데, 그런 면에서 현 세태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창적이었다"고 평가했다.타동사 연습과 함께 최종 후보작으로 경쟁했던 '총부리'와 '불편한 골짜기'는 제법 소설다운 모습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주제가 진부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잔인한 폭력성을 주제로 다룬 총부리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힘과 재미가 있지만,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가 특유의 도그마가 눈에 띄어 호불호가 가릴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인공지능 로봇과 첫사랑을 주제로 한 불편한 골짜기의 경우 플롯은 색다른 맛이 있지만, 파편적으로 흩어진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모이지 않으면서 소설이 주는 정서적 의미가 미약했다고 평가했다.이번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들은 소설가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정과리 심사위원(평론가·연세대 교수)은 "많은 작품들이 세상의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주관적 시각이 강하고, 이야기의 범위가 '나'에 한정됐다"며 "소설은 어디까지나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이야기다.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시야를 넓게 가지는 연습을 통해 보편적 의미를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지난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정과리 심사위원(본명 정명교·국문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홍정선(왼쪽), 정과리 심사위원이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9-01-01 공지영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하채연, "시 쓰기… 종착역 없는 기차 타고 가는 기분"

돌아가신 할머니가 잘 영근 알밤 무리를 쌓아올리고 있는 꿈을 꾼 날, 고향에 가는 길에 당선소식을 전해 받았습니다. 할머니의 뒷모습으로부터 이어진 긴 강, 시쓰기. 종착역 없는 기차를 타고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고 긴 언어의 숲에서 제 나무 하나 찾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누군가 놓고간 전언을 받아든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소중해 조심히 받아들고 한참을 곱씹었습니다. 시 한 편이 너무 무거워 쩔쩔매던 밤들, 설익은 마음 탓에 쓰기를 주저했던 순간들이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쭈뼛쭈뼛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 우리들일지라도 질기고 질긴 젖줄로 연결되어있다는 사실도 잊지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가끔 세상이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다시 볼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반짝하는 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착각이나 일렁임 같은 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그려 시 한 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 나라고, 너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개, 고양이, 동물, 숲, 나무, 풀잎 늘 사랑합니다. 늘 친구처럼 손잡고 시 이야기하는 엄마, 가족들 항상 고맙고 감사해요. 제겐 고마운 스승들이 많이 계십니다.고등학교 시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아흔 아홉개의 빛으로 빛나는 선생님, 동국대학교 선생님들, 박형준 선생님 부끄럽고 부족한 제 시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곳에서 응원해주시는 지인들께도 두손 모아 감사를 전합니다. 아무것도 될 수 없어도 시쓰는 우리라서 너무 행복해. 동국대학교 시분과 영원하길! 나를 사랑하는 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아직도, 혹은 영원히 모를 시에게. 뜨고 다시 떠도 뜰 눈이 너무 많네요. 용기를 갖고 더 정진하겠습니다.

2019-01-01 경인일보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타동사 연습① /전태호

타동사는 발산의 성질 띠고 있어서 소리가 크다 따라서 반드시 무언가를 괴롭힌다엄마·아빠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목적어 취급… 어깨는 티 안나게 움츠러들었다 제 방에 틀어박힌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동생도 평생 목적어에만 머물러소리가 크면 반드시 무언가를 괴롭힌다. 타동사는 발산의 성질을 띠고 있어서 소리가 크다. 따라서 타동사는 반드시 무언가를 그러니까 목적어를 괴롭힌다.화요일타동사가 기능하려면 주어가 필요하다. 아빠는 아침부터 꽝 소리가 울리도록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신발을 벗자마자 집이 떠나가라 큰기침을 해댔고, 식탁이 쨍쨍대거나 말거나 유리컵을 함부로 내려놓았다. 내 방 바로 앞에선 신문지를 짜증스럽게 넘겼다. 나의 잠은 이미 타동사에 의해 깨어지고 머리맡의 유리창과 블라인드는 가늘게 흔들거렸다. 주황색 귀마개는 밤사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타동사는 나를 이불 속으로 숨어들게 만들었다.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도로 눕게도, 냉랭한 방바닥에 납작 엎드리게도, 나중에는 그저 가만있게도 만들었다.아빠가 잠을 청하기 전까진 내 방에 있으면서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아빠는 오전 교양 프로그램을 틀고 볼륨을 어지간히도 키워 놓았다. 채널을 돌리면서 정치인을 헐뜯기도 하고 약 떨어진 리모컨을 손봐주고 나서는 거실 바닥을 발뒤꿈치로 쿵쿵 굴렀다. 배까지 움켜잡고 웃어 댈 즈음 엄마도 참다못했는지 안방 문을 열고 나왔다. 이어 나를 대신해서 빨리 좀 자라고 잔소리를 퍼부었고, 위아래 작업복을 벗긴 뒤 아빠를 안방으로 밀어 넣었다. 엄마 역시 스스로 주어라는 걸 알고 주어들처럼 행동했다. 나를 생각해서 나름 믹서나 그릇을 조심히 다루는 듯했지만 내 귀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거슬렸다. 가스레인지 경고음을 무시하고 불을 켤 때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머리칼까지 곤두섰다. 부엌 쪽에서 소리가 잦아들고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쯤 엄마는 내게 식사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제 밖이 위험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소리가 작으면 아무것도 괴롭히지 않는다. 자동사는 수렴의 성질을 띠고 있어서 소리가 작다. 따라서 자동사는 아무것도 괴롭히지 않는다. 자동사도 기능하기 위해선 주어가 필요하다. 나는 살짝 목감기에 걸렸는지 말이 제대로 안 나오고 그마저도 목소리가 갈라졌다.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창문 아래에 섰더니 부엌에서 국을 뒤적이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부엌 바로 옆으로 보이는 동생 방은 오늘도 굳게 닫혀 있었다. 아빠는 안방에서 코를 골았는데, 한 번씩 숨을 몰아쉬거나 컥컥 숨을 뱉을 때마다 내 귀는 쫑긋 섰다. 돌아서지는 못하고 고작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는 순간, 테이블 아래에 있던 페인트 붓과 롤러가 발에, 그러니까 털슬리퍼에 밟혔다. 엄마는 배고플 텐데 어서 밥부터 먹으라며 나를 부엌으로 불러들였다. 나는 순순히 식탁 의자에 앉았다. 된장찌개엔 지나칠 정도로 건더기가 담뿍 들어 있었다. 숟갈에 뭐라도 걸릴라치면 나를 위해 따로 빼놓은 것 같아서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 엄마는 어질러진 페인트 도구까지 대신 정리해 주었다. 불러들인다든가 위한다든가 정리한다든가 하는 세 가지 행위 모두 타동사였다. 타동사는 아무리 의도가 선하다 한들 반드시 목적어를 괴롭힌다. 내 입술은 일자로 굳게 다물리고, 어깨는 티 안 나게 움츠러들었다. 엉덩이는 밥상머리에 붙박였다. 큰소리를 내지 않으면 비록 주어로 태어났을지언정 끝내 누군가의 목적어가 되고 만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를 목적어 취급했다.내 꼴은 회사에 속해 있는 동안 이렇게 되고 말았다. 처세술이랄까, 동기들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타동사를 구사하니, 사회생활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금방 주어 자리를 하나씩 꿰찼다. 나는 딱히 밉보인 것도 아닌데 목소리 큰 주어들 틈에서 점점 작아지다 결국 목적어 자리로 밀려났다. 그래도 퇴사 직후에는 일부러 더 주어처럼 굴었다. 집안에서 입지가 흔들린다 싶을수록 목소리를 높였고, 고민 끝에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겠다고 밝혔더니, 어느 순간 엄마와 아빠의 입은 목적어처럼 떡 벌어졌다. 굳이 두 사람의 입을 틀어막기도 전에 나는 일본 식자재 쇼핑몰을 운영 중인 지인으로부터 일감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타동사로 큰소리치는 게 어려워졌다. 무역 거래 조건까지 공부해 가며 일에 파묻혀 지냈건만, 건당 수입은 기껏해야 커피 값 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지인의 사업 악화로 나도 덩달아 빈둥빈둥 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어서 좋은 색싯감을 찾아야 할 텐데…… 라고 아빠가 한마디 던졌다. 술김에 건성으로 한 소리란 걸 알면서도 지금 누굴 놀리나 싶었다. 타동사 중에서도 놀린다는 표현은 유독 날을 세우고 있었다. 똑같이 타동사로 받아치고 싶었지만, 짧은 사이 몇 가지 생각이 스치면서 내 말문은 콱 막혀 버렸다. 아빠는 비록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직장에서 꼬박꼬박 돈을 벌어왔다. 벌어오는 것은 틀림없는 타동사이다. 따라서 타동사는 큰소리를 낼 수 있다. 반면 불안정한 프리랜서 생활만으로는 돈을 거의 못 벌었다. 문득 세상만사가 거대한 문법에 의해 돌아가는 듯했고, 그날 이후로 내 입에선 큰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엄마는 옥상에 방수 페인트를 칠하려고 준비를 서둘렀다. 아빠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벽을 뚫을 기세로 코만 골았다. 물론 세탁기가 탈수를 돌릴 때는 아빠가 깨는 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졸아들었다. 나는 엄마가 현관을 나서자마자 허겁지겁 욕실로 들어갔다. 변기 물을 내리고 몸을 씻는 동안엔 큰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내리거나 씻는 건 의심의 여지 없이 타동사이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잠을 자거나 집을 비울 때에만 타동사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조용한 시간을 틈타 번역을 해야만 했다. 최근에는 그래도 번역 중개 사이트 서너 군데에 유료로 멤버십 가입을 하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등록해 두었더니 조금씩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꾸준히 번역을 하고 돈을 벌면 눈치 안 보고 큰소리를 낼 수 있다. 버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타동사이다. 아빠 몰래 타동사를 통장에 쌓아 두고 벼르다 보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자마자 노트북을 켠 뒤 의뢰인 메일을 열었다. 모니터 한쪽에는 인터넷 사전을 띄워 놓고 전문 용어로 된 내용을 찬찬히 살폈다.삿포로 다시 이리 미소의 분석치에 관해서.표준치 색(Y%)은 27.5%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가공 시 작업자가 수치를 높이면 색(Y%)은 하얗게 변합니다. 반대로 낮추면 색(Y%)은 검게 변합니다. 파랗게 변색된 부분은 효모에 의한 발효 과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월 출하분의 색(Y%)은 26.2%로 기준치에 적정하다고 판단됩니다.번역을 해 놓고도 무슨 의미인지 도통 읽어낼 수 없었다. 몇 번을 다시 읽어 내려가며 내 방식대로 정리하고 이해해 보려 했다. 우선, 작업자는 수치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색(Y%)의 수치는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작업자는 규정되어 있는 색(Y%)의 수치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게 된 것일까. 규정된 것을 높이거나 낮출 수는 있다. 그렇지만, 높이는 것을 규정될 수는 없다. 낮추는 것도 규정될 수 없다. 반면, 높이는 것을 규정할 수는 있다. 낮추는 것도 규정할 수 있다.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아까와는 다른 심장 소리를 오래도록 들었다. 색(Y%)은 왜 스스로 규정하지 않고 규정되기만 할까. 어째서 제 뜻과 상관없이 높아지고 낮아지는데 잠자코 있기만 할까. 타동사 때문이라고 납득은 하면서도 뭐랄까, 갑갑한 느낌을 견디다 못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머지 부분을 번역하고 있을 때 하품 소리를 듣고 말았다. 엄마가 현관문을 여는 바람에 그만 아빠가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켰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가 되어 있었다. 나의 온 신경이 자꾸만 바깥으로 쏠렸다. 아직 일이 남았는데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나는 다시금 자동사의 영역으로 내쫓겼다. 늘 그렇듯이 타동사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아빠가 전화기에 대고 귀청이 따갑도록 목청을 높였다. 그기 아이라 카이, 현장에 반장님 없능교? 그라믄 내가 내일 확인해 볼게예, 그라게심더. 통화를 마친 뒤에는 본인의 타동사를 과시하고 싶은지 엄마를 찾았다. 여보야 여서 일하는 젊은 아들 어뜬 줄 아나, 아침에 내 가면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는 기라, 반장도 내 없으믄 일이 안 된다 카더라. 억센 사투리로 된 아빠의 말은 절반도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매사에 둔감하고 무딘 점이 주어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빠는 대수롭잖은 일로 작업반 동료들을 들이받고, 집에 돌아와선 그걸 또 자랑삼아 떠벌리고,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데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의 말도 거의 안 들었다. 저러다 꼭 말을 함부로 하니까 오래 못 붙어 있는 거라고, 엄마도 가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주어는 타동사로 목적어를 괴롭힌다. 그러나 아주 가끔 형세가 뒤집힌다. 타동사를 많이 가진 쪽은 무조건 주어 자리를 차지한다. 타동사를 적게 가진 쪽은 끝내 다 잃고 목적어 자리로 내몰린다. 일자리를 전전한다는 건 아빠의 타동사도 의외로 별 볼 일 없다는 뜻으로 풀이되었다. 자꾸만 입가가 실룩거리고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해가 저물고 화장실이 급해서 안달하던 차에 엄마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코 골고 취침함. 내일 근무임. 엄마도 곧 취침. 가스레인지 위에 알탕 있음. 나는 우선 화장실을 다녀온 뒤 창가 블라인드를 끝까지 걷어 올렸다. 망설이다 노트북 단자에서 이어폰을 빼고 고막이 찢어지도록 볼륨을 높였다. 금속성 록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기도, 몸부림치듯 온몸으로 리듬을 타기도 했다. 나중엔 기지개를 쭉 켜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내일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정리해 봤다.수요일현관 타일 바닥에다 딱딱 발뒤축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기침도 한바탕 터지는가 싶더니 현관문이 안전하게 닫혔다. 발소리 때문에 계단이 울렸지만 곧 잦아들었다. 시동이 켜지면서 밤새 얼어 있었을 경유차 엔진이 탈탈거렸다. 마모된 브레이크 라이닝 소음도 차츰 멀어졌다.나는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방문을 활짝 열었다. 티브이를 켜고 낄낄 웃음을 터뜨리다 가죽 소파를 쓰다듬으며 햇빛 속에서의 자맥질을 즐겼다. 그러다 문득 아주 작은 인기척을 느끼곤 주의 깊게 우리 집 전체를 둘러봤다.3층에는 내 방이 있고, 중앙으로 거실과, 여러 살림살이와, 부엌이 있고, 현관부터, 안방과, 화장실과, 여동생 방이 붙어 있다.2층에는 월세로 내놓은 빈 방과, 50대 남성 세입자가 있다.1층에는 40대 남성 세입자와, 60대 남성 세입자가 있다.아무래도 동생이 지금 제 방에 틀어박혀 있는 듯했다. 그릇과 접시를 꺼내려고 찬장을 여는 순간, 급히 침묵이 만들어지는 걸 보고 알아차렸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 아빠가 있는 날에도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밤늦게 내가 전기밥솥을 열고 밥 한술을 떠먹거나, 흔적을 지우려고 잽싸게 설거지를 할 때, 화장실 변기에 앉아 힘을 줄 때면 동생 방은 수상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내가 알기로 동생은 평생 목적어 자리에만 머물러 있었다.한때 나는 월급을 받으면 어깨를 으쓱하며 동생에게 용돈을 줬다. 그러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 노량진에 보내 준다는데 왜 싫다고만 하는지 등을 빼놓지 않고 물었다. 아무리 물어도 자동사밖에 돌아오지 않으니까 나는 종종 동생 방 앞에서 귀를 대고 엿들었다. 잘못 들었길 바랐지만 동생은 의지박약 탓인지 책상 앞에는 붙어 있지 않고 늘 빈둥거리기만 했다. 바닥에 늘어지거나 쿠션 또는 인형에 파묻혀 있었고, 내가 퇴근해서 돌아올 시간이면 게임이나 유튜브에 빠져 지냈다. 결국 공부는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거라고 꾸짖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회사 내에서 목적어 자리로 밀려났다. 요새도 아빠가 없는 날이면 엿듣기 위해 동생 방 앞으로 갔다. 하지만 이제는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그냥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동생이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생은 돈을 못 버니까 큰소리를 못 냈다. 나 또한 용돈을 못 주니까 큰소리를 못 냈다. 주는 것은 타동사이다. 나로서는 역시 번역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시간을 들여 면도를 한 다음엔 온몸에 로션을 살뜰히 발랐다. 흰색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고 칼라를 빳빳하게 세우며 아까부터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 엄마가 현관문을 열더니 백시멘트 포대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이어서 백색 가루를 한 바가지 덜어 놋쇠대야에 넣고 물을 부어 개기 시작했다."2층에 내려가 보니까 천장에 금이 갔나 봐. 곰팡이가 시퍼런 게 아주 엉망이더라. 엄마는 가서 시멘트 좀 바르고 올게. 시끄럽겠지만, 대못을 쳐서 천장을 좀 부술지도 몰라."나는 손 소독제를 손에 받아 비비면서 넌지시 물었다."도와줘?""아아냐, 네가 무슨."엄마는 어렵사리 꺼낸 나의 타동사를 단숨에 두 동강 내버렸다. 타동사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고 흩어졌다. 손쉬운 소일거리조차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현관 앞의 운동화와 슬리퍼도, 거실 건조대 위의 빨래도, 욕실 수납장 속 수건과 속옷도, 변기 옆 두루마리 화장지도, 음지 또는 양지에 있는 화분도 이미 엄마에 의해 질서가 잡혀 있었다. 엄마는 밖에서 발디딤용 나무 의자랑 흙손이랑 쇠망치 등을 챙겨 왔다. 방이 오랫동안 놀아서 그저께는 손수 찌든 때도 벗겨냈다. 하루하루 그렇게 2층에 세입자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부터 층간소음 문제가 걱정되었다. 그럼에도 세입자는 내게도 도움이 되었다. 월세를 받으면 엄마는 큰소리를 낼 수 있다. 게다가 엄마는 법적으로 우리 집을 가지고 있다. 받는 것도, 가지는 것도 타동사이다. 아빠는 돈을 벌어오기만 할 뿐, 집을 가지지는 못했다. 두 개의 타동사는 한 개의 타동사보다 큰소리를 낼 수 있다. 머지않아 나의 타동사까지 보태면 도합 세 개가 된다.엄마는 가급적 혼자 사는 남자를 세입자로 들였다. 한집에 둘 이상을 들일 경우 내 신경이 곤두선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부부싸움이라도 벌이면 내 머릿속에는 집집마다 주어 자리를 놓고 다투는 광경이 그려졌다.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엄마와 아빠도 처음에는 집주인과 세입자로 만났다. 당시 나는 유치원생이나 겨우 됐을까, 물론 이따위 문법에 사로잡혀 있지도 않았다. 전세 계약이 끝나고 아빠를 내가 사는 3층에 들인 결정에 대해선 어찌되었든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가뜩이나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됐을 텐데, 어린 목적어 둘을 건사하겠다고 애쓰던 장면 장면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사실혼 관계를 고집했다. 아빠와의 사이에서 새로운 목적어를 낳지도 않았다. 그렇게 자기만의 원칙에 따라 타동사를 지키고 있었다.엄마는 내려갈 채비를 거의 끝내고 내 쪽을 힐끔 보더니 미소와 울음을 동시에 머금은 채 말했다."마주쳐도 그냥…… 그냥, 무시해버려.""어어, 알았어."귀가 번쩍 뜨여서 잠시 머뭇거렸다. 당장 내 방으로 아니면 화장실로 내빼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런 대화가 동생 방에서도 들릴 것 같았다. 내가 목적어라는 사실을 엄마도 알고 아빠도 분명 알 테고 이제는 동생 귀에도 들어가고 말았다. 엄마는 입을 삐죽이며 작정한 듯 말을 이었다."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뭐.""알았어, 알았어.""요즘은 엄마도 할 말 다 해.""응, 알았으니까…… 알았어."내 가슴 한쪽이 우그러들었지만 일부러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차근차근 타동사를 모으는 중이라고,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중이라고, 제발 부탁이니 알아서 해결하게 좀 내버려 두라고, 말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러지 않았다. 타동사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으니까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엄마는 타동사를 하나 갖고 있으니까 끈질기게 덧붙일 수 있었다."여긴 아빠 집도 아닌데, 뭐.""알았어. 그렇게 할게.""그래."가만히 서 있는데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엄마에게서 놓여나자마자 내 방으로 돌아와 차가운 방바닥에 퍼더앉았다. 잠시 뒤 현관문이 열리고 엄마가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한 번 현관문이 열리고 이번엔 동생이 우당탕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도저히 계단을 내려갈 수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사회생활 당시처럼 주어들과 부딪치고 만다. 내려가는 건 마찬가지로 타동사이다. 타동사는 발산의 성질을 띠고 있어서 또 다른 →계속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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