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70+1]창간 71주년 축하해 주신 분들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진표 국회의원 △박광온 국회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백경현 구리시장 △이성호 양주시장 △최성 고양시장 △조억동 광주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이필운 안양시장 △제종길 안산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조병돈 이천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오세창 동두천시장 △김선교 양평군수 △김성기 가평군수 △이재율 경기도 행정1부지사 △이종수 하남시장 권한대행 부시장 △이병규 한국신문협회 회장 △여창환 한국지방신문협회 회장 △신선철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 △이희종 강원일보 사장 △임재율 중부일보 대표이사 사장 △이진찬 고양시 제1부시장 △오현숙 양주시 부시장 △기길운 의왕시의회 의장 △전영남 〃 부의장 △소영환 고양시의회 의장 △우영택 〃 부의장 △김진용 〃 사무국장 △심재빈 과천소방서장 △전순애 의왕시 비전홍보담당관 △김진원 경기도 언론협력담당관 △김기서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최영균 오산소방서장 △김오년 여주소방서장 △박승주 김포소방서장 △김훈동 대한적십자사경기도지사 회장 △이해구 두원공과대학 총장 △이희원 광주시 부시장 △김영환 〃 공보담당관 △이상복 강화군수 △이경우 이천소방서장 △이재필 고양시 공보담당관 △주영준 농협 의왕시지부장 △유병진 명지대학교 총장 △김중식 용인시의회 의장 △정경택 하남경찰서장 △김향겸 하남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최재천 김포경찰서장 △윤치원 의왕경찰서장 △원종순 이천시 자치행정과장 △노규호 안양동안경찰서장 △임규석 이천시 안전행정국장 △김권운 광명소방서장 △최규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김응렬 수원시민프로축구단 수원FC 단장 △김춘호 〃이사장 △조청식 용인시 부시장 △김진묵 이천시청 산업환경국장 △이광균 광주시청 경제산업국장 △이진호 안양시 부시장 △염보현 △정상래 안산시 공보관 △양진철 안산시 부시장 △홍사준 수원시 장안구청장 △이상무 광주시 안전건설국장 △이창일 퇴촌면장 △남궁명 이천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장 △변효성 광주시청 복지교육국장 △이기우 광주시청 총무국장 △양정석 〃 도시주택국장 △윤일경 이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세용 이랜텍 회장 △박민용 협성대학교 총장 △임명진 군포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주명길 과천시 부시장 △김기곤 〃 기획감사실장 △조희련 군포경찰서장 △최신원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경수사랑 △안산도시개발㈜ 임직원일동 △이대훈 한국나노기술원 원장 △이한일 이천시 복지문화국장 △강희진 가평부군수 △이우진 가평군 기획감사실장 △신용철 군포의왕교육지원청 교육장 △신창승 〃 경영지원과장 △김용흠 군포시 복지국장 △방희범 〃 경제환경국장 △김덕희 〃 책읽는사업본부장 △고장익 가평군의회 의장 △최우현 군포시 건설도시국장 △곽윤갑 〃 안전행정국장 △노생만 경기도장애인재활협회장 △태범석 국립한경대학교 총장 △제갈임주 과천시의회 부의장 △이경우 수원시 공보관 △김주호 〃 기획조정실장 △이홍천 과천시의회 의장 △박현구 남양주소방서장 △이석진 군포시의회 의장 △이견행 〃 부의장 △박태수 이천시 부시장 △박회자 이천시청 예산공보담당관실 △박흥수 수원시 권선구청장 △윤신일 강남대학교 총장 △김동근 수원시 제1부시장 △도태호 〃 제2부시장 △김진묵 이천시 산업환경국장 △손순종 씨티엘 대표 △이병덕 경기도소기업상공인연합 회장 △강윤재 티브로드 한빛방송 사업부장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윤종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 <무순>

2016-10-09 경인일보

[희망 경인일보 70+1, 명사인터뷰]시인, 신달자 "고통스럽다고 삶에서 그 부분을 뺄 순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는 건 인생이 아니에요. 꾸준하지만 묵묵히 한계단씩 올라가는 게 인생입니다."문단의 원로이자 예술원회원인 신달자 시인은 우리 시대의 문제로 '상대적 결핍감'을 꼽고 행복을 느끼는 각자의 방법을 찾을 것을 권유했다. 경인일보는 창간 71주년을 앞두고 지난 4일 신 시인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시인은 한국사회의 불안 요인에 대해 "잘 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사회이기 때문에 방심했던 것, 놓쳤던 것들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신 시인은 "내 것이 아닌 것, 남이 가진 것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상대적 결핍을 갖고 사는 것이 문제"라며 "삶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갖고 살아가되 타인의 부족한 부분을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시대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으로 오늘이 고통스럽다고 삶에서 그 부분을 뺄 수는 없다"며 "이미 이룬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묵묵히 계단을 오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신 시인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 청년의 불행은 우리 사회에 내포된 부분이었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많은 것들이 보이고 의미없는 희생을 줄일 수 있다"며 사랑으로 함께하는 삶을 우리 사회 갈등해소 방안으로 제시했다. 신 시인은 이어 "모두가 오늘을 힘들어 하지만 알고 보면 오늘이 가장 희망적인 때"라며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신달자 시인이 서울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골목길을 거닐며 불행을 느끼는 사회에 대한 염려를 놓지 않으면서도 밝게 웃으며 현재의 중요성과 오늘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2016-10-06 권준우

[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10~70대 다양한 삶… 우리 사회의 얼굴, 희망이 미소 지었다

초교 선생님이 가르치는 배려와 존중부터…푸드트럭에 실린 꿈과 젊은 정치인들의 일침올림픽 메달만큼 값진 유도 선수의 감사까지경인일보는 '자화상'이라는 주제를 두고 여러 얼굴과 마주앉았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짜 얼굴을 찾고자 했다. 그 얼굴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다. 30년째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심옥주 제일산업 대표는 중소기업이라서,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일흔의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매일 30년 전 그날과 다름없이 살고 있다. 용인 손곡초등학교 권영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장 열심히 가르치는 것은 배려와 존중이다. 권 교사 학급의 아이들은 배려와 존중을 선행학습하며 매일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고 있다. 푸드트럭 안에 깃든 꿈은 가을 하늘처럼 높고 파랬다. 이들은 기왕 바퀴 달린 트럭에서 장사를 하니 더 자유롭게 다니고 싶지만, 지정된 장소를 벗어날 수 없는 게 아쉽다. 정책과 실상이 조화로운 시절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들은 오늘도 달린다.두 30대 정치인의 꿈은 어찌보면 소박하다. 유인호 새누리 도당 사회복지네트워크 위원장은 소외계층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어한다. 조석환 더민주 도당 청년위원장은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각오다. 현 정치권은 정치매너가 떨어진다는 일침은 매섭다. 이재평 이에스에스이 대표는 사용자의 체감 온도에 맞는 쾌적 난방을 실현하고 불필요한 난방을 배제해 난방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 판매한다. 은퇴 후 2012년 창업해 3명의 직원과 일하고 있다. 그는 좋은 기술력과 적절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노력으로 기업을 지탱할 수 있다고 한다.유도 선수 안창림은 지난 브라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유망주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러나 '좋아서 하는 운동'이니 매 경기가 행복했고, 언제나 당당할 수 있었다며 팬들의 격려에 감사를 전했다. 힙합댄스팀 필드할러는 고등학생 5명으로 구성됐다. 앞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이 춤을 추는 이유는 유명한 댄서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오래도록 댄서로 살면서 댄서를 육성하고, 음악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춤을 춘다.문화해설사 홍유순씨는 노후대비가 흡족하다. 벌이는 적어도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를 배우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사는 노년의 생활이 즐겁다며 미소를 지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2016-10-06 민정주

[희망 경인일보 70+1, 대선 특집]전·현직 경기도지사 잠룡 3인방…제34대 남경필

수도이전론·한국판 모병제 이슈 선점연정·공유적 시장경제 대권가도 탄력■ "정치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 '한국형 합치형 대통령 제도'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남경필 표' 경기도 연합정치(연정)가 2017년 대선판에도 먹힐까. 여당의 소장 개혁파의 아이콘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한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섹시한(?) 이슈를 던지며 대권 가도에 탄력을 가하고 있다. 내년 1월 출마 여부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벌써 '수도이전론'과 '한국판 모병제'를 제안하며 사실상 (대권)스타트 라인에 섰다. 조만간 한국 입시제도의 최고 문제점인 교육문제와 고교 의무교육 및 대학등록금 후불제 등도 던질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런 이슈 선점은 보수 정당의 뉴스 메이커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 지사는 무엇보다 협치의 상징인 '연정'을 꽃 피웠다. 지난 2014년 시작된 경기도 연정은 집행부와 의회 간의 정치적 논의의 틀을 만들고 제도화하는 면에서 진전을 보았다. 누구도 시작하지 않은 연정의 핵심 아이콘 역할을 하면서 야당에 사회 통합부지사(현 연정부지사)를 임명했고, 대선을 1년여 앞둔 여의도 정치권에선 정치권의 '대연정' 이 될 개헌론이 시작돼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연정과 함께 남 지사가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공유적 시장경제다. 국회의원 시절 추진한 경제민주화의 완결편이다. 최근 차기 대권 주자라는 이름으로 제안한 모병제의 찬반 논란도 그의 존재감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다음은 교육문제라고 한다. 강한 반대가 이슈를 더 키워 언론 노출 횟수를 늘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논리를 더 강하게 펼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어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

2016-10-06 정의종

[희망 경인일보 70+1, 대선 특집]전·현직 경기도지사 잠룡 3인방…제32·33대 김문수

총선 패배 후유증 딛고 재기의 땀방울TK현안연구 포럼 추진 'SNS 소통'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부활이 관건!'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차기 대선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대구 수성 갑 지역을 놓고 경쟁을 벌이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그러나 원외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권토중래'의 마음으로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김 전 지사는 곧 TK(대구·경북) 지역현안 연구를 위한 포럼을 창립할 계획이다. 지식인 모임 성격의 포럼에선 지방과 국가 현안 등을 연구한다. 경제·정책·여성·문화예술·청년 분야 분과위는 이미 구성돼 활동 중이다. 조만간 김 전 지사는 분과위를 하나로 묶어 포럼을 창립할 예정이며, 포럼을 통해 분과별 모임을 갖고 정책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대중과의 광폭 소통을 위해 SNS와 강연정치에도 열심이다. 김 전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문수 TV'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국민대를 비롯, 수도권 일대에서 강연을 통해 존재감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김 전 지사는 여당 내 대선 경선이 내년 4월 께 치러질 것에 대비, 원외 인사로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 김 전 지사 측은 "김 전 지사가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공식 선언한다면 팬클럽은 김 전 지사의 지지단체가 되고 포럼은 정책제언을 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

2016-10-06 송수은

[희망 경인일보 70+1, 대선 특집]전·현직 경기도지사 잠룡 3인방…제31대 손학규

더민주 '親문재인' 주류세력 자리잡아국민의당行, 과거 당적 옮긴 전력 부담■ '손학규의 새판짜기, 과연 어디에서?'내년 대선 또 하나의 거물급 잠룡으로 꼽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복귀가 임박했다. 31대 경기도지사 출신인 손 전 고문은 지난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고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그는 칩거 생활을 마치기로 사실상 결심을 굳힌 모양새다.손 전 고문의 거취를 놓고 정치권에서의 궁금증은 연일 증폭되고 있다. 현재 더민주 당적을 갖고 있는 그의 정계 복귀는 곧 사실상 더민주로의 복귀를 뜻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 친문(문재인) 세력이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은 당내에 그가 설 자리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더민주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문 인사들로 지도부 구성을 마친 상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세론'에 도전할 만큼의 파급력이 손 전 고문에게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높다.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국민의당은 어떨까. 이미 과거 대선을 앞두고 한 차례 당적을 옮긴 전력이 있는 그가 또다시 비슷한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당적을 바꾸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라는 국민의당 대주주를 물리치고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결과적으로 손 전 고문이 최근 떠오른 '제3지대론'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권 유력 인사는 "손 전 고문은 더민주나 국민의당 모두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상황을 관망하면서 정치 활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2016-10-06 황성규

[희망 경인일보 70+1]사운드시티 인천

1천여팀 방문 펜타포트 록페스티벌英 문화잡지 세계 축제 '8위' 우뚝구도심 음악축제인 '사운드 바운드'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 인기몰이인천이 음악으로 들썩인다.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대형 야외 록 페스티벌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인천 구도심 곳곳의 숨은 여러 음악 공간에서 동시에 공연이 펼쳐지는 클럽 축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행정 영역에서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인천과 우리나라 음악의 역사와는 인연이 무척 깊다. 개항과 함께 서양의 음악이 유입됐고, 부평미군기지 주변으로 형성된 클럽에서는 미국 대중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인천은 음악이라는 대중적인 예술 장르를 통해 문화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매년 여름 인천을 뜨겁게 달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 음악 축제가 됐다.우리나라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15년 영국의 문화 전문잡지인 '타임아웃'은 펜타포트를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50개 가운데 8위로 꼽기도 했다. 펜타포트라는 단어는 인천 관련 검색어 가운데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천을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펜타포트란 인천시가 일찍이 90년대 후반부터 내 세운 도시전략인 트라이포트(Tri-port), 즉 공항·항만·정보(Airport·Seaport·Teleport)에 비즈니스 레저분야(Business-port·Leisure-port)를 추가해 이 다섯 가지 포트를 결합한 신도시 전략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국제 허브시티', '동북아 중심 도시'로 성장한다는 것이 도시 콘셉트였다. 펜타포트는 5가지 철학과 정신(음악·열정·자연주의·DIY·우정) 등을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펜타포트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록 페스티벌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 축제였다.딥퍼플,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프로디지 등 해외 정상급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국내 록 마니아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첫 공연은 태풍과 폭우가 겹치며 3일간 예정된 행사에서 단 첫날 행사만 소화하며 나머지 일정은 중단됐다.1999년 쓴맛을 본 이 행사는 7년 동안의 준비 끝에 200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부활한다. 올해까지 지난 11년간 국내외 뮤지션 1천여 팀이 펜타포트 무대를 다녀갔고 펜타포트를 방문한 관객 수도 약 60만 명에 이른다.■ 사운드 바운드사운드 바운드 축제는 티켓 한 장으로 인천 구도심의 문화공간을 돌며 음악을 감상하는 축제다.인천 버전의 '클럽데이' 쯤으로 이해하면 쉬운데, 아티스트가 아닌 공간이 이 축제의 주인공이다. 2013년 5월 동인천역 인근 중고 오디오 상가와 개항장 일대의 LP 카페, 라이브 클럽 등 여러 복합문화공간에서 처음 시작됐다.사운드 바운드라는 이 축제의 이름에는 음악(sound)이 공간을 튕기며(bound) 멀리 퍼져나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인천을 기반으로 탄생한 인디레이블인 '루비레코드'의 이규영 대표가 처음 축제를 기획했다. 인천 토박이인 그는 인천의 매력적인 공간들이 음악을 타고 전국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학창시절 추억이 서린 신포동의 공간들과 인천 구도심 곳곳의 재미난 곳을 다른 이들도 즐겨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사운드 바운드는 2013년을 시작으로 2014년 10월, 2016년 3월에도 각각 열렸다.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 '버텀라인', LP 카페 '흐르는 물', 인천에선 드물게 홍대 앞 인디밴드의 공연을 인천에서 볼 수 있는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 근대 개항시대 창고 건물을 고쳐 만든 복합문화예술공간 '인천아트플랫폼', 옛 얼음 창고를 고쳐 만든 카페 '빙고' 등이 사운드 바운드를 통해 소개됐다.지난 5월에는 개항장 일대에서 눈을 돌려 근현대 굴곡진 역사를 간직한 부평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사운드 바운드 in 부평 애스컴'이라는 이름으로 부평에서 펼쳐졌는데 미군 부대와 기지촌 주변 클럽과 음악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 부평에서 열린 것이다.■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아직 이렇다 할 문화 시설이 없는 송도국제도시에 차츰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재즈 축제다.인천문화재단이 인천 송도에 있는 유일한 정식 공연장인 트라이볼과 그 주변에서 지난해부터 열리고 있다. 국내·외 정상급 재즈 뮤지션을 만날 수 있어 송도 신도시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음악 축제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메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유료판매 티켓이 2년 연속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으며 인천 대표 재즈 축제로 성장해 가고 있다.올해에는 지난달 2일부터 4일까지 3일동안 열렸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연주상을 받은 '김오키 콰르텟'과 브라질 출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베로니카 누네즈 & 리카르도 보그트 듀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오리엔탈 쇼커스'와 '에이퍼즈' 등이 출연했다.재즈 마니아만을 위한 따분한 축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은 메인 무대 뿐 아니라 트라이볼 주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야외 프로그램이 축제를 풍성하게 꾸미기 때문이다.송도 센트럴공원을 찾는 나들이객을 위한 야외 버스킹 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펼쳐져 실력파 밴드와 뮤지션들의 공연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1950~60년대 주한미군클럽 유명배호·현미등 당대 최고가수 배출음악산업센터·아틀리에 등 조성뮤직·역사 활용 융합도시 청사진■ 음악으로 도시에 활기를… 부평구인구 56만명 인천의 최대 기초자치단체 부평구는 음악과 관련된 지역의 역사적 자원을 활용해 정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1950~60년대 부평에는 미군들이 이용하던 클럽이 성업을 이뤘다. 당시 부평 주한미군 군수지원사령부(ASCOM·애스컴)를 중심으로 20~30개의 클럽이 운영됐고,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밴드들이 몰리며 밴드 음악의 중심지가 됐다.과거 애스컴 정문 앞(지금의 동수역 3번 출구)은 미군클럽에서 연주하는 악사들이 집합하는 장소였고, 근처에는 7~8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밴드들이 무리를 지어 하숙했다고 한다.미군 클럽들이 문을 여는 시간이 되면 부평은 물론 인근 경기도 의정부와 오산지역 미군클럽까지 악단을 모셔가기 위해, 길가에는 미군의 차량이 줄을 지어있는 모습이 펼쳐졌고 악단들은 자신들이 공연할 부대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가 공연이 끝나면 다시 차를 타고 복귀했다.부평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악사가 모여 사는 독특한 지역이었다고 전해진다.1950~60년대에는 '돌아가는 삼각지'를 부른 가수 배호와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의 한명숙 , '밤안개'의 현미, '사랑과 평화'의 보컬 이철호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들이 부평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미군 부대가 하나둘씩 떠나며 클럽들도 따라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금은 화려했던 당시 흔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부평구는 이러한 음악적 자원과 역사적 이야기를 활용해 부평 일대를 '음악 융합도시'로 만들어 가기로 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조성 공모사업'에 당선되며 확보한 예산을 활용해 2020년까지 37억5천만원을 이 음악 융합도시 사업에 투입한다. 우선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부평아트센터 맞은편 부평아트 하우스를 활용해 '부평음악산업센터'를 조성한다. 음악제작 시설을 구축해 프로 뮤지션부터 아마추어 밴드까지 활용할 수 있는 창작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수도권 대학과 연계해 실용음악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음악전문인력도 양성할 방침이다. 대중음악 1세대의 주요 활동지였던 부평3동에는 '음악 동네'를 조성한다.밴드 음악 중심지로 명성을 떨친 부평의 음악 자산을 토대로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쳐 음악 거리를 만들고, 빈집 등 유휴공간에는 연습실·라이브클럽·음악전문카페를 유치할 계획이다.아울러 부평1동 굴포천 복개구간에는 낙후한 주거공간과 컨테이너를 활용해 지역 청년과 공예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작업장 '아틀리에'를 설치할 예정이다.백운역 생태공원과 부평공원에서는 음악 밴드 누구나 거리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부평구는 또 지역의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과 축제를 선보이고 있다.부평구문화재단이 만든 창작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1950~60년대 부평 미군 부대 주변 클럽에서 활약하던 이름 모를 뮤지션과 주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아낸 창작 음악극이다.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지난 2014~2015년 잇달아 무대에 소개되며 큰 호응을 이끌어낸 이 작품은 초연 이후 이야기와 출연진 등을 업그레이드하며 내실을 다져 왔다. 소극장 규모였던 공연은 탄탄한 구성과 연출을 바탕으로 대극장 무대로 확장됐고, 올해는 국립극장 무대에서 선을 보이며 전국의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야외축제 '부평 밴드 페스티벌'은 부평구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야외축제로 인천과 특히 부평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실력 있는 밴드와 뮤지션을 주민에게 소개하는 행사다.부평구문화재단은 영국 셰필드시가 철강 공업도시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산업도시로 발돋움한 것처럼,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한 부평을 음악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 인천의 노래 찾기도 활발인천시는 '인천의 노래'를 찾는 데 한창이다.인구 300만명 달성을 앞두고,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 인천 지명이나 시민의 생활상 등이 담긴 노래를 발굴, 인천 시민들의 애향심을 높이고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노래 선정 작업은 지난 4월 발족한 '인천의 노래' 추진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추진단은 시 문화예술과장을 단장으로 향토사학자, 예술인, 방송인, 가수 등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됐다.시는 민요 38곡, 가곡 4곡, 대중가요 187곡, 학교 교가 271곡등 510곡을 인천의 노래로 1차 발굴했고, 추진단은 이 가운데 33곡을 추려 설문을 통해 선호도를 조사했다. 1위는 김트리오가 부른 연안부두, 2위는 주현미의 내고향 인천항, 3위는 아름다운 인천이 차지했다.또 출·퇴근 시간대에 시청사내에서 방송할 수 있는 12곡을 선정해 자체적으로 알리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인천시는 오는 16일 '인천의 노래 콘서트'를 열고 자체 선정한 12곡의 노래를 대상으로 시민 투표를 거쳐 '인천의 노래' 중 최고의 애창곡인 '시민 애창곡'을 선정할 계획이다.지난 8월부터는 인천지하철 역사에서도 '인천의 노래'를 방송하고 있다.또 공공기관의 각종 행사와 인천유나이티드 FC 등 6개 스포츠 프로구단 응원가로 활용한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왼쪽부터) 록그룹 크래쉬,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부평 밴드 페스티벌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1950~60년대 부평 음악클럽 공연 모습(왼쪽), 오리엔탈 쇼커스 보컬 김자영오리엔탈쇼커스 보컬 김자영1950~60년대 부평 음악클럽 공연 모습

2016-10-06 김성호

[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 은퇴창업자]'산파 역할' 수원시창업지원센터

총 62개 기업 입주·누적 회원수 1163명은퇴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다양한 기관 중 가장 눈에 띄는 기관은 수원시창업지원센터(SBIC)다.지난 2011년 3월 개소한 SBIC는 누적회원수 1천163명, 누적창업자수 206명의 실적을 거뒀다. 또 지난달 기준으로 SBIC 내에 42개 기업이, SBIC 산하 수원시창업성장지원센터에 20개 기업이 입주해 성공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뛰고 있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SBIC가 200여명의 누적창업자수라는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눈높이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SBIC는 4단계 창업보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예비창업자를 위해 SBIC 부설 창업교육원에서 다양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창업초기에는 SBIC가 창업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에 나선다. 창업 성장단계에 이른 기업에는 수원시창업성장지원센터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고, 안정적 성장 동력을 갖춘 기업들은 수원산업단지 또는 광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SBIC는 창업보육시스템 외에도 ▲경영및 기술 ▲사업화 자금 ▲교육 및 세미나 ▲네트워크 활성화 ▲BtoC 구매상담회 ▲공동마케팅 ▲기업 홍보 지원 ▲목표시장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성균관대학교와 산학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해 주고 연구인력 및 장비 인프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준다.이런 적극적인 지원으로 SBIC는 입주 기업들이 지난해 123억원의 매출을 냈고 401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냈다.최봉욱 SBIC 센터장은 "창업기업들이 늘어날 수록 침체된 구도심 상권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창업기업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지역기반의 맞춤형 창업지원 시스템과 창업교육원과 연계한 창업기반조성에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6-10-06 김종화

[희망 경인일보 70+1, 명사인터뷰]신달자 시인 "누구나 한번사는 인생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오늘"

경제적 가치만 최우선인 자본주의 쓸모없는것 취급받는 행복 요소들 남의것만 관심갖는 '상대적 결핍' 스마트폰 탓 마음의 소통도 줄어2016년 가을, 서울 가회동 북촌의 하늘은 투명했다. 시인 신달자는 이곳에 2년 넘어 3년 모자르게 10평 남짓한 한옥 공일당(空日堂)을 짓고,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었다. 공일당 시정(詩井)에서 길어올린 시어들로 빚어낸 시집 '북촌'을 막 세상에 내 보인 지난 4일 아담한 카페에서 시인을 만났다. 투명한 하늘 만큼이나 청량한 시간을 누리는 시인에게,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상처와 절망을 들이대기가 민망했다. 하지만 문학의 의무가 시대를 직관하는 것이라면, 이미 시인은 오늘을 제대로 통찰하고 있었다. 우리 시대의 한국인이 왜 힘들어 하는지, 그 고단함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또 삶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시인은 애매하고 모호한 질문에 성실하게 몰입했고, 그녀가 살아낸 수많은 오늘의 누적을 통해 깨달은 '각성'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대한민국은 외견상 건국 이후 문명의 최정점을 구가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도 모든 세대가 불안하다고 토로합니다. 어떤 연유일까요."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몇 가지 약점은 있죠. 첫 번째는 잘 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사회이기 때문에 그간 방심했던 것, 놓쳤던 것들이 속으로 썩고 있다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상황이에요. 우리가 생산해 낸 것 중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부정적인 것도 있어요.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악인, 사회 비리를 저지르는 악인 등도 발전과 더불어 사회가 생산해낸 것들이죠. 이는 생산의 양면성입니다. 잊혀지거나 뒤안길에 묻힌 가치도 많죠. 인문학과 예술이 그렇습니다.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하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부차적이고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다 보니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겁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인의 DNA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날쌔게 뭔가를 이뤄내고 해 나가는 능력은 으뜸입니다. 그러나 행복을 느끼는 것에는 굉장히 미숙하죠. 결정적 결핍이에요. 갑자기 돈을 번 사람이 잘 쓰는 데는 미흡하듯, 사람이 즐겁게 살기 위해 할 것들을 모르는 사회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입니다. 행복은 조건 없이 느껴야 진정한 행복이에요. 한국인은 묘하게 조건을 따지죠. 나의 조건과 위치를 늘 열악하게 인식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대접하지 않고 무시합니다. 집에 키울만한 화분이 있어도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키우지도 않는 겁니다. 그러니 행복할 리 없죠. 절대 오지 않는 것, 내 것이 아닌 것, 남이 가진 것에만 관심을 가지며 계속해서 상대적 결핍을 갖고 사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그러한 결핍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닐 텐데요."받아들이지 않으니 불행을 느끼는 겁니다. 옛날에는 신분격차를 제외하곤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비슷했어요. 신분의 차이는 사회 통념이었기 때문에 숙명의 하나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비슷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부자가 되고, 자식을 유학 보내고, 점점 차이가 벌어졌어요. 이를 불행으로 여기는 풍조는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 하는 자본주의의 숙명에서 비롯된 거겠죠.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고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이 가치에만 매몰돼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행복의 조건을 물어보면 가장 먼저 공통으로 언급하는 것이 건강과 경제력입니다. 그러나 유럽권 국가들은 그 다음 조건으로 취미와 자기계발, 기부 등 건강과 경제력을 즐기는 방법을 논하는 반면, 한국은 행복의 세 번째 조건으로 사회적 지위를 꼽는다네요. 길거리에서 포장마차를 한다고 나름의 행복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사회가 그 행복을 무시합니다. 마치 행복이라는 틀이 정해져 있고, 거기에 속하는 계층이 따로 있으니 그 외는 모두 불행하다고 판단하는 겁니다."-그래서 그런가요. 공동체라는 가치가 점점 힘을 잃는 것 같습니다."아쉽게도 그렇게 보이네요. 끼니 때우기가 어렵던 예전에는 이웃을 만나면 밥을 먹었는지, 어디 가는지 안부를 물었지만 요즘은 '아버님은 뭐 하고 지내시니?', '자식은 좀 어떠니?' 같은 남과 비교되는 질문이 안부 인사를 대신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외국인은 보통 일반적 안부를 많이 묻죠. '좋은 아침'이라던가 그날의 날씨, 기온 등 남과 비교되는 부분이 아니라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행복을 서로 찾습니다. 이 밖에도 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에요. 낯선 이들과 살아가다 보니 이젠 말이 없어진 것입니다. 쓸데없는 말만 하지 정작 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문제죠. 젊은이들이 뜻을 짐작할 수 없는 줄임말로 대화하는 것도 이런 풍조 때문인 거 같아요. 어떤 언어를 쓰느냐를 떠나 이건 마음의 소통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소통의 창구는 늘어났지만 마음은 사라졌어요. 가족 간의 대화에서도 필요한 말만을 주고받을 뿐, 정작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모두 불행하다고 느끼는 시대이니 불행합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시대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자는 부자대로, 권력자는 권력자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각자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야만 하는 겁니다. 삶도 하나의 의무에요. 이를 스스로 포기한다거나, 단지 투정만 부린다든가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의지와 사랑이에요. 힘든 일, 어려운 일, 나쁘고 싫은 것도 내가 품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습니다. 여기에 '함께'라는 개념이 더해져야 할 것 같은데요. 최근 소방관의 사망사고,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숨진 청년의 이야기 등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는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주목할 게 아니라 그 모든 이가 함께 살아내는 것이 사회라는 인식이 강화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의 불행은 모두 우리 사회 속에 내포된 부분이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도 많은 것들이 보이고 의미없는 희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함께 하다 보면 타인의 부족함을 지적할 시간이 없어요. 나 스스로도 부족한 점이 많은 걸요. 그런 부족한 부분은 사랑으로 감싸야 하는 겁니다. 스스로 삶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갖고 살아가되,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타인의 부족한 부분을 감싸 안을 줄 알아야 합니다." "시대는 극복이 아닌 살아 내는것"타인이 갈등을 치유해 줄 수 없어중요한 것은 삶의 의지와 '사랑'힘들고 어려운 일 '함께' 품어야-늘 실천이 문제 아닌가요."저는 불행이란 말을 쓰지 않아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올 땐 이 또한 하나의 사고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사고가 났다고 차를 버리진 않잖아요. 결국 그 역시 살아내야 할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는 겁니다. 저도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경우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앞으로 살아야 할 무궁무진한 이유에 내 삶을 더하면 살 이유로선 충분하지 않을까요. 물론 쉽지 않지만 일단 그렇게 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지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견뎌내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고통은 자연히 잊혀갑니다. 오늘이 고통스럽다고 그 부분을 삶에서 뺄 수는 없잖아요."-시인으로서 이런 시대에 힘을 보태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글과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글도 말도 읽고 듣지 않는 시대에요. 많이 읽고 많이 말하길 권합니다. 자기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야 해요. 배우려는 의지만 있으면 무료로 제공되는 서적과 강의가 무궁무진한 세상입니다. 프랑스 도서관은 방대한 장서로도 유명하지만 그 심벌이 되는 중앙계단이 유명해요. 인생은 계단처럼 한칸한칸 올라가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는 건 인생이 아니에요. 꾸준하지만 묵묵히, 한계단씩 올라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이룬 사람을 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간 인생이 아니냐고 폄하하죠. 하지만 그들 역시 묵묵히 계단을 오른 사람입니다. 심지어 재벌 2세들이어도 감내했어야 할 심리적, 정서적 고통이 있었을 겁니다."-우리 사회의 갈등은 복잡다단합니다. 치유할 방법이 없나요."영웅적인 누군가가 나서 모든 갈등을 치유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정책이 바뀐다 해서 모두가 갑자기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겁니다. 결국 타인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누가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살아갈 방법을 내가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야 화가 줄어요. 사실 인간에겐 무상의 선물이 많습니다. 자연을 즐기는 것, 하늘을 보는 것, 바람을 느끼는 것 등이 모두 무상으로 주어진 행복입니다. 이런 것들을 행복의 요소로 인정않으니 문제입니다. 세대마다 계층마다 안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또 모두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은 잘 알지 못하죠. 세대 별로 각기 고민이 있을 텐데 저 나름의 것과 삶에 적응해야죠. 특히 젊은이들은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누가 도와줄 수도 없죠.중요한 것은 결국 남이 다듬어 주는 건 없다는 점이에요. 저는 힘든 시절, 산문집을 많이 냈습니다. 시간을 아끼려 화장실에서도 글을 쓰곤 했고 먹고 살기 위해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TV 출연도 서슴지 않았어요. 그러자 곧 비난이 돌아오더군요. 하지만 전 살기 위해 그 행위를 멈출 순 없었어요. 그들은 절 힐난할지언정 도와주진 않았어요. 사회는 칭찬해주기 보다 적대적입니다. 먹고 살기 위한 노력마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을 믿지 말고 자신을 믿어야죠. 그렇게 자신을 믿는 것이 좀 더 보편화되면 남을 통해 무언가를 구하려고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을 찾으며 함께 사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삶이 고단한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한마디, 부탁합니다."모두가 오늘을 힘들어하지만 알고 보면 오늘이 가장 즐거운 때, 오늘이 가장 희망적인 때입니다. 내일이 힘들더라도 오늘이 있기에 버틸 수 있는 겁니다. 은사이신 박목월 선생님께 '선생님 대표작이 무엇일까요' 이렇게 여쭌적이 있어요. 당연히 '나그네'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죠. 그런데 선생님 대답이 '아니다. 내 대표작은 오늘 밤에 쓸 시다'이에요. 내 인생을 바꾼 충격이었죠. 우리 삶은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입니다. 모두가 처음 하는 일이기에 누구나 미숙하죠. 그렇기에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대담/윤인수 문화부장·부국장 isyoon@kyeongin.com·정리/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신달자 시인은?약력-2016.07 ~ 대한민국예술원 회원-2012.07 제24회 거창국제연극제 홍보대사-2012.06 한국문학번역원 이사-2012.03 ~ 2014.03 제38대 한국시인협회 회장-2010.06 제91회 전국체육대회 명예홍보대사-1997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1993 평택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회 위원-1992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1943년 경상남도 거창 출생수상내역-2016 제29회 정지용문학상 -2012 은관문화훈장 -2011 대산문학상 시부문 -2008 제6회 영랑시문학상 본상 -2007 현대불교문학상 -2004 한국시인협회상 -2002 제6회 시와시학상 -1989 대한민국 문학상 -1964 신인여류문학상서울 북촌 한옥마을 한 카페에서 신달자 시인은 "모두가 오늘을 힘들어 하지만 알고보면 오늘이 가장 즐거운 때"라며 웃음띤 얼굴로 말하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2016-10-06 권준우·윤인수

[희망 경인일보 70+1, 품앗이]경인일보가 찾아낸 품앗이人들

세대·계층간 단절로 공동체 무너져연민의 정 품은 한국인DNA 되살려냉정한 사회 온기 불어넣자는 취지품앗이는 옛 것이 아닌 현대적 가치착한 마음 먹기 참 힘든 시대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주변의 이웃을 돌아볼 한끗의 여유도 찾기 힘들다. 측은지심은 옛말이 돼 버린지 오래다. 이런 시대에 남을 불쌍히 여기는 착한 마음이라니. 그러나 대한민국이 걸어왔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의 DNA에는 이웃과 공동체를 향한 연민의 정이 내장돼 있다. 저 먼 남쪽 바다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가장 먼저 달려가 구호를 시작한 건 민간단체였고 민간잠수사들이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어민들의 생계가 파괴됐을 때 전 국민이 두 팔 걷어붙여 기름 때를 벗겨냈고, IMF 사태 때도 장롱 속에 꽁꽁 숨겨둔 작은 금반지까지 꺼내다 기부했던 민족이다.경인일보는 지난 7월18일 '품앗이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다. 전통적 가치인 품앗이로 싸늘하고 냉정한 네트워크 사회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진 품앗이 일꾼을 발굴해 알리는 '우리시대의 품앗이人(K-Pumassian)'을 연재중이다. 그동안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된 품앗이인(Pumassian)들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웃이었다. 그들이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거나 별도의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측은지심, 타고난 착한 마음이 이끄는대로 이웃과 공동체에 자기 품을 보태주었을 뿐이다. ■ 일상에서 시작하는 품앗이지난 8월 폭염이 한창이던 그 때 우리를 시원하게 만들어 준 허정만(79)옹의 이야기는 품앗이 정신, 그 자체였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에서 주워온 죽은 나무로 지팡이 만드는 일을 했다. 지팡이가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어주기 위해서다. 그가 지팡이로 품앗이를 하게 된 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등산을 갔다 죽은 나뭇가지를 꺾어 지팡이로 대신했더니 아주 편했단다. 나만 편하면 안되지 싶어 근처 복지관의 비슷한 또래들에게 나눠 줄 요량으로 고사한 나뭇가지를 주어다 지팡이를 깎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누게 된 지팡이가 500 여개에 이르렀다.그의 품앗이는 사람을 향한, 세상을 향한 일관된 연민에서 비롯된다. 등산을 하던 중 썩은 나뭇가지가 떨어져 머리를 다치는 일을 겪은 후에는 톱을 들고 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위험한 나뭇가지를 베어냈다. 산을 오르다 낙상사고를 당한 뒤에는 혼자 18개 계단을 만들었다. 모두 다른 이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한창 대입시험 준비에 바쁜 성남서고등학교 3학년 석민규 (19)군의 사례는 어른들의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했다. 석군은 매주 주말마다 용인시에 위치한 호스피스 병원인 샘물의원에서 암 말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이제 석군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혼자만 경험하긴 아까워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결성, 주말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잘 던진 부메랑이 되돌아오는 것처럼 봉사에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 석 군은 "봉사활동은 부메랑과 같다"는 어른스러운 금언을 남기기도 했다.■ 점차 퍼져 나가는 품앗이의 힘살아가다 보면 타인의 도움이 동아줄같이 반갑고 힘이 될 때가 있다. 도움의 크기는 상관없다. 절실한 그때 도움을 받은 이들은 그 도움을 잊지 않고 다시 베푼다. 적어도 우리가 만난 품앗이인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이천시 증포동에는 손 큰 할머니가 살고 있다. 신기남(63) 이천시 증포동 주민자치위원회 봉사단장이다. 물질적으로 이웃에게 도움을 줄 형편이 되지 않지만, 타고난 손맛으로 반찬 봉사 품앗이를 8년 째 이어오고 있다. 2천640㎡ 남짓한 밭에서 나는 각종 채소는 모두 이웃들과 나눠 먹기 위함이다. 그가 반찬 봉사를 시작하게 된 건 젊은 시절 사별 후 5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면서 받았던 이웃들의 도움을 되갚기 위해서다. "이웃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진리를 전하기도 했다.찢어질 듯한 가난에도 품앗이 정신을 잊지 않고 실천한 이에스녹턴의 송재영(34) 씨의 이야기는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16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포장마차로 생계를 이어가던 송씨에겐 든든한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은 도시락조차 싸올 수 없었던 송씨를 위해 돌아가며 도시락을 준비해왔고 수업시간에 필요한 준비물과 옷, 신발까지 사다주며 송씨를 도왔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그가 용기를 잃지 않고 지금의 성공을 이뤄낸 것은 친구들의 품앗이 정신 때문이다. 송씨는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류를 지난 날 자신처럼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기부하고 있다.다문화 가족을 돕는 이병희(53) 오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한국어 강의 자원봉사를 하다가 아예 다문화 가정의 지키미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례다. 그의 이야기도 주목할만 하지만, 더욱 감동을 주는 건 도움을 받았던 결혼이주여성들이 어엿한 시민으로 성장해 또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입 이주여성들의 멘토가 돼 한국어 강사 보조 역할을 하기도 하고 같은 국가 출신 이주여성들의 살림을 보살피기도 한다. 한 사람의 품앗이 결과가 미치는 선한 영향은 그 크기를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품앗이 씨를 뿌리면(Pumaseeding) 놀라운 결과를 만들수 있다.세대간, 계층간 단절화를 겪으며 공동체가 무너져 가는 한국 사회에 품앗이는 퇴색하는 전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 되살려야 할 현대적 가치이다. 사익 실현을 위한 무한경쟁을 강요받는 세상이다. 그러나 경인일보가 찾아낸 품앗이인들은 우리가 얼마든지 지금과 달리 인간답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① 어려운 이웃들의 노후주택을 무료로 보수해주는 조은상 두원인테리어 대표 ② 4년간 2억원대 의류를 기부한 송재영 이에스녹턴 대표 ③ 고교 생활을 호스피스 병원 봉사활동으로 채운 성남서고등학교 석민규군 ④ '골프 꿈나무들의 조력자' 최연이 시흥골프클럽 회장 ⑤ 반찬나눔 봉사로 지역사회 누비는 신기남 이천시 증포동 봉사단장 ⑥ 품앗이 콘서트를 열고 있는 (사)어설픈 연극 마을 이원승씨 ⑦ '다문화가족의 대부' 이병희 오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⑧ '지팡이 할아버지' 허정만옹10년째 재능기부를 이어온 한국국악협회 동두천시지부 회원들6·25 참전 노병들과 태국 파병군 후손들어려운 주민들을 소리소문 없이 도와주는 '마당발' 백승철 오산시 초평동 체육회장

2016-10-06 공지영

[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 문화관광해설사]화서문 답사길 지키는 '워킹 시니어' 홍유순씨

정년없어 실버세대 관심… 필기·외국어 등 요건 만만찮아근무일·활동비 적은편 자원봉사도 직업도 아닌 상태 같아자연경관 매일 만끽 질문하는 아이들 반짝이는 눈빛 보람계속해서 새로움 발견·유산답사·공부 스스로 성장 '매력적'노후 준비는 언제부터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노후준비란 무엇일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노후 준비를 한다는 것은 지금 있는 것을 따로 떼어 비축해두는 일 같기도 하고, 비어있는 부분을 빼곡히 채워나가는 일 같기도 하다.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픈걸 보면 에너지 소비가 꽤 큰 일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노후를 준비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저축이나 연금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기대하기도 하고, 정년이 없는 직업을 찾거나 오래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도 노년의 삶을 잘 살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생애 어느 시기나 그렇듯. 홍유순 씨는 올해 일흔살이다. 경기도문화관광해설사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요즘은 한 달에 예닐곱 번쯤 수원 화서문안내소로 출근한다. 문은 연 지 한 달 남짓 된 안내소라 아직 낯설지만 화성 성곽 한자락이 손닿을 것처럼 가까워 마음을 의지할 수 있다. 성곽을 따라 심어진 푸릇한 잔디는 청량하고, 성곽의 유려한 곡선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준다. "노후 준비를 잘 한 것 같아요. 장점이 많은 일이에요. 일을하니 시간도 잘 보낼 수 있고, 남들한테 알려줄 게 있으니까요."그녀의 노후준비는 여성회관에서 들은 '문화유적답사반'수업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20여 년 학원을 운영하며 강의를 하던 매일매일이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어쩌면 40여 년 전 수원으로 시집왔을 때부터일지도."보습학원을 하다가 '이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정리했어요. 2~3년 쉬었는데, 컴퓨터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고. 그러다 여성회관에서 문화유적답사반 수업을 들었는데, 그게 재밌어서 경희대 평생교육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했어요."2009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해설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중국어도 배웠다. 자연스럽게 관광해설사로 관심이 번져갔다. 학원을 경영한 경력과 자원봉사 경험이 도움이 됐다. 수원에 40년이 넘게 살았으니 지역에 대한 정보와 자부심도 충분했다. "우리끼리는 '공채'로 뽑혔다고 얘기해요. 문화해설사가 되려면 일정 시간 교육을 받은 후에 필기시험도 보고, 외국어도 할 줄 알아야 하고, 해설 시연도 해야돼요. 여러 사람 앞에서 해설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 교육을 다 받고도 시연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어요."그만큼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자부심도 있어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경기도에는 9월 현재 540명의 문화해설사가 활동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숫자다. 경기도는 99년 전국 최초로 해설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2011년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면서 교육기관을 선정해 위탁운영하고 있다.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마자 해설사로 나서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계시는 분도 있어요. 해설사로 활동하려면 계속 공부를 해야돼요. 더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해설사로서의 기쁨도 커지는 거죠."해설사 중 50대가 40%로 가장 많고, 70대는 12%를 차지하고 있다. 여든이 넘어서까지 활동하는 해설사도 있다. 정년 없는, 보람 있는 노후의 직업으로 알려져 실버 세대의 관심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해설사는 직업이 아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문화해설사는 문체부 지침상 지원봉사자로,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업도 아니고 자원봉사도 아닌 상태인 것 같아요. 자원봉사라고 하기에는 더 체계적인 규정이 있고,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근무 일도 적고, 급여도 충분하지 않죠. 수원에서 활동하는 61명 중 남자는 10명뿐이에요. 이 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으니까요. 직업화되면 더 많은 은퇴자들이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홍유순씨는 근무를 하는 날에는 9시 반 출근해 2~3차례, 많게는 5차례 화성을 돌며 해설을 한다. 중고생들 수학여행 시즌에 특히 바쁘다. 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설명하면 반짝이는 눈빛들을 볼 수 있다. "한 번은 고등학교 과학 동아리 학생들이 왔는데 화성을 공부하러 왔다고 했어요. 화성 축성에 활용된 과학적인 측면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해달라던 아이들의 표정이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그런 학생들을 만나면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화성이 정말 대단한 문화 유산이라는 걸 다시 깨닫기도 하지요. 그런 게 문화해설사의 매력인 것 같아요. 계속해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요. 해설사가 됐으니까 이제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계속 공부를 하고, 답사도 많이 다니면서 스스로를 성장시켜나가고 있죠."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경기도 문화관광해설사 홍유순씨가 자신의 근무지인 화서문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6-10-06 민정주

[희망 경인일보 70+1]대한민국 열차 어디로 가나

고용절벽에 고통받는 청년 아우성100세시대가 축복일지 저주일지…지하철 승객들의 하루출발 엿보기경인일보 기자들이 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지하철 승객 5명과 하루의 출발을 함께 했다. 수도권 지하철은 대한민국의 대동맥이고 신경망이다. 도시의 지하를 누비지만 지상을 지배한다. 승객들은 혈관세포이자 신경세포다. 그들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열차'가 안전하다. 그들의 표정이 궁금했다. 그 표정 아래 숨겨진 오늘의 고민을 들어봤다.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그들의 고민은 깊었다. 그 고민들이 실존적이라면 1945년 출발 이후 끊임없이 성장궤도를 돌던 '대한민국열차'는 궤도이탈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인천의 한 취업준비생은 3년의 백수생활에 지쳐있고, 안양역에서 만난 70대는 활짝 열린 장수시대의 한 복판에서 할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 30대 워킹맘은 출산의 사회적 후유증을 단단히 겪고 있었다. 소중한 아이를 얻은 대신, 출산육아 장려정책을 비웃는 부조리한 사회와 정면으로 맞서는게 힘들어서다. 40대 가장은 경제적 안정을 이루느라 희생한 가정과 자신으로 인해 허무한 한숨을 지을 때가 많고, 은퇴를 앞둔 50대 은행원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고민으로 머리가 분주하다.이들의 고민속에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맨 얼굴이 비친다. 청년들은 고용절벽에 절망하고, 인구절벽의 시대라지만 워킹맘은 출산과 육아가 여전히 두렵다. 준비안된 예비 은퇴인력들은 은퇴 이후의 경쟁이 지금까지의 경쟁사회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 같지가 않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노령인구에게 100세 시대가 축복일지 저주일지 장담하기 힘들다.대한민국열차는 장기불황의 터널 입구에 진입할 모양이다. 모든 경제지표는 20년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북한 핵무장으로 초래된 국제정세는 심상치 않고, 원자력발전소 부근이 진앙인 경주지진도 우리의 오늘을 흔들고 있다.이들에게 그래도 살아볼만한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열차는 현재 안전운행중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할 사람들은 묵묵부답이다. 마침 김영란법이 발효됐다. 대한민국열차는 낡은 궤도를 버리고 새로운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그래도 절망은 금물. 대한민국열차 탑승객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오늘도 희망을 품고 지하 플랫폼 너머 환한 세상으로 향한다.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아무리 오늘이 힘들어도 "영혼까지 팔지는 않겠다"는 청년백수의 다짐속에 의연히 타오르는 우리의 희망을 본다.#20대 취업준비생"면접가니?" 행선지 묻는 어머니에 울컥… 지옥철 출근 한번 해봤으면 오전 7시 30분 경인전철 주안역 입구를 들어서는 김명세(29·가명) 씨의 발걸음이 무겁다."아침 일찍 어디 면접이라도 가니?"하고 묻는 어머님의 질문에 귀찮다는 표정으로 아무런 대꾸도 없이 집을 나선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밤늦게 구직사이트를 뒤지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점심때가 되어서야 일어나던 전형적인 백수 생활의 반복이었다. 평일이니 지인의 결혼이 있을 리도 없고, 어색하게 양복을 입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 나의 이른 아침 출타의 목적은 분명한데도, 응원이나 격려의 말 대신 굳이 행선지를 캐묻고야 마는 어머니가 미워서 그만 성질을 부리고 말았다.혼자 산다면 굳이 티를 내지 않고도 조용히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 면접을 보러 가는 티를 팍팍 내고 집을 나서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더 짜증이 난다. 불편한 마음으로 올라선 플랫폼은 이미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피곤한 얼굴이지만 전철을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출근길이 일상이 된 사람들의 모습이 김씨는 부러워진다. 줄을 서니 전철 스크린 도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색한 정장을 걸치고 있는 꼴이 영락없는 '취준생'의 모습이다. 그는 또 주눅이 든다.열차가 도착하고 바지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부평역을 지나니 전철은 이미 만원이 돼 전철 안 공기가 답답하다. 그 순간 할머니가 내 앞으로 와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오랜만에 타 보는 만원 전철이어선지 역에 정차할 때마다 승객들이 이리저리 쏠리며 제대로 서 있기 힘들었다. 지금 면접을 보러 가는 회사에 합격한다면 출근길이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든다. 행복한 상상인지, 불행한 상상인지 자신도 헷갈리지만, 당장은 지옥철이라도 타고 출근 한 번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최근에는 SNS에서 '노동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우대한다는 어떤 회사의 채용공고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노동법을 모른다는 증명서라도 떼서 제출하고 싶은 마음이다. 3년의 백수 생활 때문에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어느덧 시청역이다. 개찰구를 빠져나오며 계단을 뛰어오른다. 마음을 추스르며 다짐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영혼까지 팔지는 말자고….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30대 워킹맘'아이 둘 낳으면 행복' 공익광고 비웃는 사회 편견의 굴레'제발 열만 나지 말아라' 20일 오전 8시 광교 중앙역 승강장.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김민영(31·여)씨의 머릿속은 온통 어린이집에 맡기고 온 3살 아이 생각뿐이다. 아이는 밤새 열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덕분에 김씨는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행히 아침에 열이 내려 가까스로 어린이집에 보냈지만, 오후에 다시 열이 난다면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야 한다. 아이가 아픈 것을 걱정할 틈도 없이 아픈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아프면 안된다. 아이도 서럽고 엄마도 서럽다. 그렇게 잔인한 현실도 잠시, 시계를 보니 오늘도 지각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아이를 생각하던 뇌가 회사로 옮겨간다. 복직 이후 상사의 잔소리는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으로 이어졌다. 결혼하기 전보다 일을 못한다, 이래서 여자들은 안된다는 말은 일상적인 언어가 되었고, 일부러 주말출근이나 저녁 회식을 잡는 식으로 괴롭히기도 했다. 잠을 줄이고 점심시간까지 반납하며 업무를 마무리해놓아도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아이 때문에 일을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의 굴레에 갇힌다. 직장상사도 아이 둘을 키우는 남성직원이다. 그런데 아이 키우는 현실을 왜 이해하려 들지 않을까. 상사의 얼굴을 떠올리니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무거운 생각을 돌리려고 지하철 전광판을 바라봤다. 때마침 전광판 속에는 아이를 둘 낳으면 더 행복하다는 공익광고가 나오고 있다. 김씨는 문득 2년전 일이 기억났다. 김씨는 아이가 돌이 됐을 무렵 복직을 했다. 할 수 없이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겼지만 내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가뜩이나 허리가 좋지 않았던 엄마는 아이를 돌본 이후 디스크가 악화됐고 육아 문제로 부딪히다 보니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그런 판국에 둘째라니. 김씨는 당장 아기 한 명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데가 많지 않는 마당에 아이 둘을 낳는다면, 그땐 정말 회사를 그만둬야 될지 모르겠다는 서글픈 상상을 했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그녀가 내려야 할 곳을 알리는 안내가 나왔다. 내려야 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가 닫히고 다시 가방을 고쳐맸다. 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씨는 힘을 내 계단을 오르며 이제는 습관이 돼버린 마음 속 주문을 되뇐다. '계단 끝 출입구에 열린 환한 세상처럼, 언젠간 인생이 환해지는 시절이 올테지.' /공지영 기자jyg@kyeongin.com#40대 직장인 가장강남 출근 19년차 숙취와 싸우는 아침두 딸 미래에 희망 걸며 외로움 이겨내오전 8시 지하철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는 19년차 회사원 김모(48)씨는 열차가 출발한다는 신호음에 쫓기며 지하철을 탄다. 전날 회식으로 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만 서 있을 자리를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몇 년 전 대출을 받아서 장만한 지금의 집이 아니었으면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해야 했다. 그 전까지는 광주시에서 강남으로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피곤하든, 숙취가 남아있든 오전 6시에는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걸어야 제 시간에 출근할 수 있었다. 작지만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을 갖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위치에 올랐지만 요즘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두 딸은 오후 11시에나 들어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바쁘니 하루에 30분도 채 얼굴을 못보는 듯하다. 아침마다 잠과 싸우는 딸들과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여 학교를 보내려는 아내가 전쟁을 벌이는 소동에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일상이다.지난 휴가에는 몇 주간 가족들을 설득한 끝에 함께 여행을 떠났지만 스마트폰에 빠진 딸들과는 흔한 고민 하나 나누지 못해 아쉽기만 했다.사실 김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롭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타자기 세대'였던 그는 이내 컴퓨터와 씨름을 해야 했고 후배들과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영어와 중국어 등을 배웠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로는 퇴근 시간마저 사라져 '이제는 인공지능과 싸운다'라는 느낌마저 든다.요즘 대학생들은 취업난에 울상이라지만 그의 세대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전쟁을 치렀다. 어느 세대가 더 힘든지 따져보자는 것은 아니지만, 신세대들이 그래도 중년들은 행복한 청년기를 보냈다며 자신의 세대가 치른 노력을 폄하할 때는 억울하다.이제 경제적으로나, 직장 내 위치로나 안정을 찾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시 '허무함',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이전에 싸움이 '생존'이라면 지금은 '나약해지는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김씨는 공부 잘하는 두 딸이 몇 년만 지나면 대학에 입학해 서울행 지하철을 함께 타고 갈 것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자신도 입시전쟁을 겪었기에 애들 학원비로만 100만원이 넘게 지출하고 있지만 아까울리 없다.아직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것이 있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남아있어서 오늘 하루도 버틸 힘을 얻는 것 아닌가. 그때 2호선 서초역에 멈춘 전철은 그와 그 비슷한 또래를 한참이나 쏟아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은퇴앞둔 50대 은행원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 머리 큰 자식 문제엔 한숨만매일 아침 7시가 되면 안양역에서 1호선 상행선 전철에 몸을 싣는 은행원 양모(55)씨는 '언제까지 출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선다. 후배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오는데 자신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낼 수 없다.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하면 후배들 눈치에 한직으로 나와야 한다. 아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직을 떠나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선배들이 퇴사할 땐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보니 준비해놓은 것이 없어 두렵기만 하다. 입사 동기 절반 이상이 조직을 떠났고 얼마 뒤면 자신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격세지감마저 든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명패를 볼 때면 쓸쓸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때론 감사한 마음도 든다. 시골에서 초·중학교를 나왔지만, 나름 공부를 잘해 고등학교는 친척들이 있던 대도시에서 유학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취업 1순위에 손꼽혔던 은행에 취직해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결혼하면서 아파트 한 채도 장만했고 딸, 아들 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풍족하진 않았어도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잘 지내온 듯하다.퇴직금과 가입해 둔 연금보험이 있어 부부의 노후 걱정은 조금 덜 수 있겠지만, 자식 문제 앞에서는 해답이 없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딸은 어릴 때부터 자기 할 일은 자기가 알아서 했던 성격처럼 명문대에 떡하니 붙고 1학기엔 장학금까지 받아 어깨춤을 췄는데, 고 1인 작은 아들은 아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있으니 부아가 치민다.은퇴가 더이상 '쉬어야 할 때'가 아닌 만큼 양씨도 선택이 아닌 필수인 노후준비에 들어갔다. 30년 가까이 은행에서만 일해 온 터라 은행FP(자산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재무설계사, 국제재무설계사 자격증을 공부중이다. 또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경매학원도 다녀볼까 고심하고 있다.양씨는 신길역에서 여의도역으로 가는 9호선으로 환승할 때마다 자신도 인생의 환승역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성호 기자 moon23@kyeongin.com #70대 은퇴자상행선 출근 일과 은퇴후 온천행 하행선아직까지 새로운 도전… 종착역 멀었다오전 10시, 출근하는 직장인이 빠져 한산한 안양역 승강장에서 김민웅(가명·75)씨는 온양온천으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을 탔다. 김씨는 30년 간 서울 소재 K대학교에서 전기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했었다. 아침마다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하기 전까지 독서를 하는 것이 김씨의 반복적인 일과였다. 김씨가 탄 열차는 늘 서울로 향하는 상행선이었지만 은퇴한 뒤론 하행선을 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교회에서 장로로 재직하는 김씨는 은퇴 후 대부분의 일과를 교회에서 보낸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평일 새벽기도·철야기도 모임, 수요일·금요일 저녁 예배까지 교회의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모범신자'다. 김씨는 이날도 교회에서 만난 또래들과 함께 온양온천에 놀러가는 길이다. 친구들은 김씨처럼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는 노인들로, 이들은 만 65세 이상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선호한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지요." 은퇴한 지 10년째, 매일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면서 김씨는 고민이 많다. 은퇴 후, 삶이 무료해질 것을 두려워 한 김씨는 처음엔 교회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려했다. 수십년 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고민도 함께 나누고, 공부도 가르치며 사는 것이 김씨가 꿈꾼 은퇴자의 삶이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머리가 희끗하고 말도 느린 노(老)교수에게 수학을 배우려 들지 않았다. 한 두명 붙어있던 아이들은 이내 젊은 선생이 가르치는 학원이나 과외자리로 옮겼다. 점점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사라지고 주변엔 또래 노인들만 남았다.세월을 함께한 부부 사이에 말이 사라지듯, 김씨와 친구들은 말이 없다. 각자의 자식이 무엇을 하는지, 본인들의 은퇴 전 삶이 어땠는지 이미 모두 알고 있다."이대로 끝내기엔 남은 인생이 아쉬워요." 온양온천에서 다시 안양으로 향하는 상행선을 타며 김씨는 새로운 삶을 그려본다. 김씨의 작은 첫 걸음은 또래들과 공부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원칙도 하나 세웠다. 주제는 자유롭게 하되, 모임의 구성원은 익숙한 교회 친구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으로 할 것. 김씨는 무엇이 되었든,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아직 종착역이 보이지 않는 인생이란 기찻길을 걸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6-10-06 경인일보

[희망 경인일보 70+1, 대선 특집]2017년 대선의 의미와 전망

여당대표 초유의 단식등 여야 장기간 대치 '최악 국회' 오명'정권 교체냐 정권 연장이냐' 내년 선거 앞둔 전략 포석 분석도각 주자들, 1차 관문 후보 경선 앞두고 '이미지 메이킹' 구슬땀안보·경제 관련 주도권 관심… 여느때보다 변수 커 추이 주목2016년 달력도 몇 장 남지 않았다. 내년은 국가적 중대 과제가 있는 대선의 해다. 10월이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의례적으로 그러겠지만, 이번 대선 전은 여느해보다 더 일찍 전선이 달궈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으로 촉발된 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 등 이른바 대치 국면은 연말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앞으로 있을 대선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권연장이냐, 정권교체냐'를 놓고 여야의 대립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이른바 대선판의 '전조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이미 불은 붙었다. 정당별로 '잠룡'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추석을 전후해 여권에서 불기 시작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대략 10여명의 잠재 후보들도 몸풀기를 시작했다. 올 연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여야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선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낙마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곧 싱크탱크를 발족할 예정이란다. 서울 사무실을 열고 대선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권의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야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도 조만간 공식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여야의 본선 티켓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1차 관문인 각 당의 후보 경선은 각각 내년 중반쯤에 일제히 시행될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 각 주자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안정감 등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고, 연말을 앞두고 저마다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하고 있다. 누가 어떤 키워드로 국민들에게 다가설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치 경제 외교 등 심각한 구조적 난국에서 누가 '영웅'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정치 과잉과 선거 과잉에 빠진 우리 선거의 현실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3당 체제의 작금 정치 현실은 여야 1대1 진영 대결이 될지 다자구도의 후보 난립이 전개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누가 어떤 키워드로 대선에 임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한반도의 긴장국면과 장기불황, 사회안전을 고려할 때 빅뱅에 버금가는 정책과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가장 먼저 남북문제가 가장 큰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북한의 핵 실험에 따른 안보 불안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통일 대통령'의 이미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우리 진보 정권 10년 동안 핵 개발의 바탕을 마련했고 보수 정권 10년 동안 그 핵을 확대 발전시켜 왔다. 아무도 북핵을 제어하지 못했고, 갈등만 증폭되고 급기야 불안이 조장되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각 주자가 '통일 대통령' 이미지 구축을 위해 싱크탱크를 만들거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은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또 다른 화두는 경제 문제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는 박근혜 정부를 정점으로 여야가 장기간 대치하면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이 졸속 처리되면서 국정감사 보이콧 까지 전개되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사사건건 발목 잡은 야당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는 게 여론이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벌써 서로 정권을 잡고 싶어 안달이 나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해설도 나오고 있다. 안보와 경제라는 두 물줄기를 누가 선점해 주도권을 잡고 나갈지 관심이다.이밖에 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모병제 이슈 부각은 대선 주자들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했다.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이 지지하는 이슈를 들고 나옴으로써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이슈를 선점당할 수 있다는 위기론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이전론을 제기한 남 지사의 선제공격에 김무성 전 대표의 격차 해소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 행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공정성장론',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역 중심성장론' 등도 대권 논쟁의 핵심 이슈들이다.대선은 국민에게 나라가 어디로 간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게임이다.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직시하고 장기적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아젠더의 제시, 그리고 다시 해 보자는 의욕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번의 대선에서 우리 사회는 지역과 세대, 이념으로 더 갈라졌다. 이번 대선도 대선 후보들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이 아니라 지역 표 결집, 단일화 쇼, 복지 포퓰리즘, 상대에 대한 음해 공격 등 정치 공학에 몰두하면서 표 계산에 전력을 다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이번 대선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낡은 정치 도식이 그대로 재연될 조짐을 벌써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정가에선 대구·경북 표와 충청 표 연합이니 호남 표와 부산·경남 표 결합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일부 진영에선 복지 포퓰리즘을 폭탄 수준으로 터뜨릴 기세이고 문재인·안철수 간 단일화 기 싸움도 벌써 시작됐다. 여야 모두 확고한 후보가 없어 어느 때보다 유동성이 크고 예상 밖 격변(激變)이 일어날 수 있는 이번 대선에선 정쟁(政爭)이 판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경인일보 DB·연합뉴스

2016-10-06 정의종

[희망 경인일보 70+1]'분쟁의 바다' 연평도 꽃게어장을 가다

새벽녘 40여분 달려나가 그물 작업낮조업만 가능 쉼없이 달고 걷어올려봄과 달리 줄줄이 매달린 꽃게 "으쌰"선미 가득 채우고 12시간만에 입항부두선 밤늦도록 꽃게 떼어내기 분주서해5도 주민 생계달린 '애환의 바다'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어장인 인천 옹진군 서해 5도 앞바다. 백령도 어민들은 이곳에서 까나리를 잡고, 대청도 어민들은 홍어를 잡는다. 그리고 연평도 어민들은 꽃게를 잡아 생계를 유지한다. 서해 5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이 바다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짓밟히고 있다. 매일 수백 척의 중국어선은 최북단 백령도부터 한강하구까지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우리 어장을 싹쓸이해가고 있다. 눈 뜨고 당하기만 했던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관심은 그때 뿐, 이후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경인일보는 지난 9월 21일 '분쟁의 바다'라는 멍에를 짊어진 연평도 꽃게 어장을 다녀왔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아픔 겪은 연평도 꽃게 어장, 분쟁의 바다는 아직 잠잠하지만…21일 오전 5시 45분께 아직은 컴컴한 새벽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 부두에서 꽃게잡이 어선 '명랑호'에 몸을 실었다. 선주와 선장, 선원 등 6명과 취재진 2명, 총 8명을 태운 10t급 어선 명랑호는 최고 속도 20노트로 연평도 남쪽 해역을 향해 달려갔다. 1노트가 1.8㎞/h 정도니까 명랑호의 최고속도는 자동차 시내 주행 속도에도 못 미치는 35㎞/h 정도에 불과했지만, 체감 속도는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굉렬한 엔진음으로 어둠을 뚫고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연평도에서 남쪽으로 13㎞가량 떨어져 있는 꽃게 어장. 슬며시 해가 떠오르면서 소연평도가 멀지 않게 보였고, 그 뒤로 연평도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출항 무렵 거칠었던 파도는 조업 구역에 도착하자 어느새 누그러져 잠잠했다. 엔진 소음도 잦아질 무렵 20~30m 간격으로 하얀색 부표 20여 개가 줄지어 떠 있는 해역에 다다랐다. 선원들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작업에 들어갔다. 풍어를 기원하고, 아무런 사고 없이 조업이 끝나기를 바라는 연평도 어민들의 하루가 시작됐다.아득한 수평선,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였던 이 바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어민들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 사투를 벌였던 '분쟁의 바다'였다. 연평어민들은 지난 6월 5일 오전 5시 23분께 서해 NLL 남방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2척을 직접 나포했다. 어민들은 중국인 선원들이 잠을 자는 틈을 타 중국어선 2척에 로프를 걸어 나포해 연평도까지 끌고 와 해경에 넘겼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만행을 세상에 알린 날이었다.당시 나포 현장에는 명랑호 선장 박재원(51)씨도 있었다. 연평도에서 태어나 평생 뱃일만 해온 그다. 3개월이 지났지만, 박씨는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땐 꽃게도 안 잡혔고, 정부니 해경이니 우리 어민들만 통제하고 '짱XX(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비속어)'은 잡을 생각 없이 나 몰라라 하니까 화가 나서 직접 잡아간 거지. 그건 계획된 것도 아니었고, 바다에 나가 보니까 중국어선들이 잔뜩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 배 저 배 내쫓으러 갔다가 가까이에 있으니 잡아온 거지."올해 4~6월 봄 어기는 '꽃게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악의 어획량을 보인 때였다. 올봄 연평도 꽃게 총 어획량은 15만7천㎏으로 작년 봄(43만5천㎏)에 비해 73%나 감소했다. 2011년 이후 최악의 어획량이었다. 중국어선이 우리 해역을 제집 드나들 듯이 활개를 치고 다닐 때라 어민들의 속도 까맣게 타 말라가고 있었다. 나포 사건 직전 서해 5도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건수는 4월 5천898건, 5월 6천682건으로 하루 평균 200여 건에 달했다. 여름철 금어기가 지나고 9월부터 가을 어기가 시작됐지만, 이날 연평도 어장에서는 중국어선을 한 척도 볼 수 없었다. 전날 연평도 북쪽 끝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봤던 북한 쪽 해역에서도 육안으로 보이는 중국 배는 3~4척에 불과했다. 최근 중국 어선은 지난 봄에 비해 50%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 해경의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인지, 북 핵실험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로 몸을 사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어선들은 언제든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어민들은 설명했다.이날 명랑호에 함께 탄 선주 성도경 연평어민회장은 "지금은 조용해도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10월에 본격적으로 꽃게가 실해지면 슬슬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며 "중국어선은 여전히 북한 쪽에 머물며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눈 뜨고 빼앗긴 바다, 내 바다에서 왜 내 마음대로 일하지 못하나명랑호를 비롯한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은 대부분 닻자망 어선이다. 닻을 바다 밑으로 내려 고정해 놓고 그물을 매달아 꽃게를 잡는 방식인데, 그물에 걸린 꽃게는 일일이 떼어낼 수 없어 닻과 그물을 고정하는 밧줄, 부표는 남겨두고 그물만 통째로 찢어 섬으로 가져와서 떼어낸다. 이날 명랑호의 첫 작업은 전날 그물을 뜯어낸 닻자망에 새 그물을 다는 일이었다. 선원 4명이 2인 1조로 선수 양쪽에 자리 잡고 선장과 선주의 지휘에 따라 반 투명색 그물을 능숙하게 달았다. 배 위로 어른 손목 굵기 만한 밧줄 두 개가 3m 정도 간격을 두고 나란히 올라오면 밧줄과 밧줄 사이에 그물을 엮는 단순하지만 고된 작업이었다. 400~500m의 그물 하나를 '한 틀'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어선 한 척당 30틀을 운영한다. 작업은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진행됐다. 한 사람이라도 삐끗하면 전체 작업이 어그러지는 호흡이 중요한 작업이다. 그물 한쪽 끝자락에서 반대편으로 배를 서서히 이동시키면서 그물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뒤처져서는 안 된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기우뚱거리는 배에서 선원들은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닻자망 한 틀에 그물을 다는 데 걸린 시간은 40여 분. 선원들은 다음 그물로 이동하는 5분 남짓 시간에 담배 한 개비 피우고 빵과 우유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렇게 부지런히 해야 겨우 점심 먹기 전까지 겨우 5~6틀을 작업을 할 수 있다. 한 틀이라도 더 작업해야 다음 날 잡아들이는 꽃게의 양도 늘어난다. 꽃게가 아무리 많이 걸려도 2~3일 내 그물을 걷어 올리지 못하면 꽃게는 죽어버린다. 꽃게잡이 어민들이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대책으로 '조업시간 연장'을 부르짖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였다.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는 북한접경 지역이라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원칙적으로 야간조업이 불가능하다. 모든 입출항은 군부대의 통제 아래 놓여 있고, 해경의 관리 아래 움직여야 한다. 이곳에서 조업은 해 뜨고 난 후부터 해지기 전까지만 가능하다. 점심시간 한가로이 갓 잡아올린 해산물을 회로 떠먹거나 라면에 꽃게를 넣어 끓여 먹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많이 봤던) 낭만적인 풍경은 없다. 이날 선원들은 사발 한 그릇에 미리 준비해간 밥이며 김치며 고추장 물만 넣고 끓인 꽃게탕을 한꺼번에 때려 붓더니 마시듯이 먹고 일어나 다시 그물을 잡았다. 이 생활에 이골이 났는지 "쉬었다가 합시다"라는 얘기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올 봄 하루 200여건 中불법조업 활개작년보다 어획량 73%나 줄어 '최악'잠시 뜸해진 중국어선 북녘 3~4척만호시탐탐 '기회 엿보기' 마음 못놓아포격등 이슈때만 정치권 '반짝관심'정부의 미봉책 반복… 속타는 '漁心' "야간 조업만 허용되면 어선은 바다에 정박해 놓고 운반선만 왔다 갔다 하면서 여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는데,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니까 사고 위험도 있고 하여간 힘든 점이 많아. 군사적인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눈앞의 중국어선은 내버려 두면서 우리만 통제를 당하는 것 같아 억울하지" 선장 박씨의 하소연이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지난 7월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 및 서해5도 어업인 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연평어장 서쪽 끝단 조업구역 14㎢를 확대해주고 조업시간은 일출 30분 전, 일몰 후 1시간 연장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것도 조업시간 연장은 꽃게가 줄어들면서 대체 어종으로 떠오르는 새우가 많이 나는 소연평도 남측 구역에 한해서였다.어민들은 30분~1시간 남짓의 조업시간 연장은 '사탕발림'에 불과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허용돼야 하는 것은 야간 조업이라는 것이다. 연평도 어민들은 조업시간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개와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하루를 버려야 하고, 육지로 피항했던 지도선과 함정이 연평도로 도착해야 출항할 수 있다. 어쩌다가 해상에서 군사 훈련이 있을 때에도 조업 통제를 받는다. 우리도 마음대로 어업 할 수 없는 바다를 눈 뜨고 중국 어선에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어민은 없다.■꽃게 가득 실은 배, 연평어민들이 부르는 풍어가(豊漁歌)점심을 눈 깜짝할 새 해치운 뒤 본격적인 꽃게 수확에 들어갔다. 이날 걷어 올린 그물은 이틀 전에 쳐놓은 것이다. 올가을 꽃게 어획량은 나쁘지 않다. 지난봄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그물에 한가득 꽃게가 매달려 올라왔다.꽃게 수확은 그물 치는 것과 반대로 하면 되는 작업이다. 닻자망 그물을 끌어올려 선수에 걸친 뒤 배를 이동시키면서 밧줄에 달린 그물을 칼로 뜯어내는 작업이다. 작업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 것과 흡사한 모습이었다."으라차! 어여차! 어이! 어이!" 선원 중 가장 고참이 구호를 외치면 나머지 선원들이 박자에 맞춰 꽃게가 달린 그물을 끌어올렸다. 그물은 배에 달린 장치에 걸어놓으면 자동으로 당겨 올라오지만, 꽃게가 많이 달려 선원들도 거들어야 한다. 힘들지만 주렁주렁 매달린 꽃게를 보면 없던 힘도 솟아난다. 아직 꽃게는 알이 많이 차지 않았고 '물렁게'도 더러 잡혔지만, 지난봄에 비하면 풍년이다. 걷어 올린 꽃게는 그물째 선미로 옮겨졌다. 5틀 정도를 걷어 올리자 선미가 꽃게로 가득 찼다. 쓸만한 꽃게만 어림짐작으로 대충 추려보니 30상자는 거뜬히 나온단다. 한 상자의 무게를 40~50㎏ 정도로 계산하면 1천200~1천500㎏ 정도의 어획량이다. 풍년인 데다 아직 꽃게 살이 꽉 차지 않아 수협 위판가격으로 1㎏당 4천~5천원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꽃게 1㎏이 1만원 대로 팔린다.이러니저러니 해도 꽃게는 서해5도 주민들의 주된 생계수단이다. 백령, 대청, 연평 등 서해 5도에 등록된 어선은 모두 502척으로 이중 꽃게 어선이 절반인 256척에 달한다. 영흥과 덕적, 북도, 자월의 꽃게 어선 92척보다 훨씬 많다. 꽃게잡이에 종사하는 사람(선원)들도 서해 5도에만 820여명에 달한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이들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지금 연평도는 밤에도 대낮같이 불을 밝히고 어선에서 내린 꽃게 그물에서 꽃게를 떼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봄 어기 연평도를 찾았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낯선 광경이다. 배 한 척당 20여명이 달라붙어 꽃게를 뜯어내야 자정 전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 연평도에서만 하루 평균 30여 척이 출항하니까 단순계산으로도 동원되는 사람만 하루 600여명이다. 연평도 인구가 2천100여명이니 30~40%에 달하는 주민들이 꽃게에 매달리는 셈이다. 그마저도 요즘 일손이 부족해 인천에서 사람을 불러다 쓸 정도라고 한다. 꽃게가 잡혀야 선원들의 지갑도 열린다. 숙박업소와 식당 등 모든 곳이 꽃게에 좌지우지된다.선장 박씨는 "우리가 꽃게를 못 잡으면 연평 주민들도 타격이 커. 꽃게 따는 작업이 시간당 1만원인데, 할머니고 할아버지고 뭐 다 달라붙으니까 어민들이 경제를 살리는 셈이지. 다들 꽃게로 생계를 이어가니까"라고 말했다.■서해5도에 사는 게 애국이라고?각종 안보이슈가 터질 때마다 "서해5도에 사는 것이 애국이다"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인천에서 뱃길로 222㎞ 떨어진 백령도와 122㎞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사실 북한 땅과 더 가까운 지역이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가 터지면서 서해5도 어민들과 옹진군은 어업보상 및 중국어선 퇴치 대책 외에도 실질적인 정주 여건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렇지 연평도에 살고 싶지 않아. 나도 몇 년 전만 해도 나름 내 배를 부리면서 살았는데, 꽃게잡이가 망하면서 파산하고 선장 기술로 다른 사람 배에 올라타게 됐지. 여기 뭐가 있어. 관광지가 있기를 해 먹거리가 있기를 해. 징그러워 연평도. 마지못해 사는 거지…."선장 박씨는 고향 연평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풍랑이 일면 배가 뜨지 못해 발이 묶이기 일쑤고, 꽃게잡이를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는 백령도나 대청도 어민들도 마찬가지다.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퍼붓던 날 박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선에 몸을 싣고 인천으로 피란했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어떤 상황인지 가늠조차 안 돼 서로 도망치느라 바빠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졌었다. 그래도 결국 고향 연평도로 돌아왔는데, 불타버린 집만 복구됐지 달라진 것은 없단다.서해5도에 안보 이슈가 터지면 늘 정치권과 행정당국의 관심이 몰리면서 어민들을 만나고 건의사항을 듣는다. 지난 6월만 해도 인천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해수부 관계자, 정치인 등 안 다녀간 사람이 없었다. 이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태도 마찬가지였고, 서해 5도와 관련한 현안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건의사항을 듣고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고, 어민들을 안심시켰다.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만들어진 서해5도종합발전계획은 현재 섬 주민들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 속에서 옹진군이 변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중국어선으로 인한 조업 피해 보상, 서해5도 여객선 대중교통화, 공공근로 확대, 관광 인프라 구축사업 등 손봐야 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불법조업 이후 해수부가 내놓은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오후 나절 꽃게를 한창 수확하던 명랑호는 다시 빈 그물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남은 그물을 달고 오후 5시께 연평도 복귀를 알리는 엔진 시동을 걸었다. 출항한 지 꼭 11시간여 만이다. 선원들은 그제야 주전자에 물을 끓여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쫓기는 몸이니까 이름이고 뭐고 물어보지 마슈"라며 조업 내내 인터뷰를 거절했던 선원도 기자에게 커피를 건넸다."원래 해 떨어지는 시간까지 꽉 채웠다가 돌아가는 데 오늘은 특별히 기자 양반들이 타서 조금 일찍 돌아가는 거야." 선장 박씨가 연평도 당섬 부두에 발을 들이면서 말했다. 선장은 꽃게를 그물째 포클레인에 매달아 부두 위로 올렸다."별 취재 할 것도 없고, 할 말도 없는데 뭐하러 힘들게 꽃게잡이 배를 타려고 하냐"며 핀잔을 줬던 선장 박씨는 조업이 끝나고 기자와 함께 당섬 부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한숨 돌렸다. '같은 배를 탄 운명'이라는 게 이런 건지 12시간 남짓 어선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연평도 어민들의 애환과 고충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석양이 질 무렵 연평도 주민들이 꽃게 작업을 위해 당섬 부두에 불을 환하게 밝혔다. 어선 별로 나뉜 구역에 자리를 잡아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 물로 씻고, 크기별로 분류했다. 어획물 운반선이 도착하기 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다. 어민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철 지난 유행가에 어깨를 들썩였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9월 21일 오전 6시 30분께 해가 떠오를 무렵 인천 연평도 남측 꽃게 어장에서 한 꽃게잡이 배가 조업 구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연평도 당섬부두에서 출항하고 있는 꽃게잡이 어선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닻자망에 그물을 다는 작업을 하고 있는 선원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명랑호 선원들이 갑판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반찬은 즉석에서 끓인 꽃게탕과 김치, 밑반찬 등. 선원들은 10분만에 밥 그릇을 비우고 바로 조업에 나섰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선원들이 그물에 한가득 걸린 꽃게를 걷어올리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연평도 당섬부두 물양장에서 주민들이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 크기별로 분류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9월 20일 오후 연평도 북측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쪽 해역에 중국어선들이 떠 다니고 있다. 올 가을 중국어선의 숫자는 지난 봄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호시탐탐 연평어장을 노리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부표 사이로 보이는 꽃게잡이 어선.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6-10-06 김민재

[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 노메달스타]꿈의 무대서 좌절한 남자유도 간판 안창림

전일본학생선수권 우승 귀화 요청 뿌리치고 용인대에 편입韓체력·日기술 양국 장점 모두 소화… 상대 따라 작전 세워"난생처음 올림픽서 잠 설쳐" 뜻밖의 패배 자신 잘못 인정'심장에 태극기 달아줘 감사하다' 응원메시지 기억에 남아"매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한국 남자 유도 73㎏급 간판스타 안창림(수원시청·22). 그는 세계를 호령하는 '유도 기대주'로 군림해왔다. 물론 이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도에서도 금메달이 확실시됐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는 메달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했다.메달 유망주였기에 아쉬움이 컸을 법하지만, 안창림은 4년을 기약했다. 우리는 과거 운동선수의 경우 못 먹고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자 운동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안창림처럼 자기가 좋아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통해 세상 사람을 만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는다.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에서도 당당했다. 자신을 이긴 선수를 당당히 인정해주고 패자로서 말을 아꼈다. 그리고 승자의 손을 올려줬다. 그게 바로 요즘 세대 운동선수들의 모습이다.안창림은 재일교포 3세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일본에서 유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그는 일본 유도 명문 학교인 츠쿠바 대학에 입학했다. 안창림은 2013년 츠쿠바 대학 시절 전일본학생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일본의 귀화 요청도 뿌리치고 용인대로 편입해 한국 올림픽 국가대표에 선발됐다.세계랭킹 1위였던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기대주였다. 하지만 올림픽 두 번째 경기였던 16강전에서 다르크 판 티첼트(벨기에)에 오금대떨어뜨리기로 절반을 내주며 분패했다.지난달 20일 오전 수원시체육회선수촌에서 만난 안창림은 "준비도 잘 돼 있었고 몸 상태도 좋았다"며 "전과 다름없이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두 번째 시합에서 기술적으로 상대의 대응에 당황했던 것 같다"며 패배를 당당히 인정했다.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대회로 꼽힌다. 게다가 리우 올림픽은 그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여러 국제대회를 치러왔기 때문에 올림픽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했던 것 같다. 시합 전 잠을 설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선수들이라면 꼭 나가보고 싶은 대회고, 메달까지 따낸다면 인생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그럼에도 안창림은 당당했고, 패배를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했다. 국민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최선을 다한 안창림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그는 "정말 많은 분이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 댓글을 보는 편은 아니지만, 비난 댓글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장에 태극기를 달아줘 감사하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이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줬고, 송대남 코치님도 귀국 후 앞으로도 잘해낼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소개했다.안창림은 유도의 매력을 '분석'으로 꼽을 정도로 유도에 빠져 있다. 그는 "한판으로 시합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경기 전 상대에 대한 작전을 세우고 그것이 맞아떨어졌을 때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상대 선수들이 안창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경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질문에도 "상대 선수가 분석하는 것보다 많은 분석을 하겠다"며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생각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시합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허리와 하체가 다른 선수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세에서도 기술이 들어갈 수 있다"며 "반면 순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을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안창림은 대학교 중반까지 일본에서 운동했던 터라 한국과 일본 유도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그는 "한국은 체력이 좋고 일본은 한국보다 기술이 좋다"며 "한국에서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처음 접했던 운동법도 있었다. 대표팀 생활이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추억과 즐거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안창림은 유럽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달랐다. "1990년대 이후로 유럽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고 체계적이면서 과학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며 "올림픽에서도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고 각국마다 특징적인 기술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시합에서 만나면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간장 게장과 커피다. 한국에 와서 처음 간장 게장을 접했던 안창림은 그 날 이후로 한국 음식 중 '간장 게장 마니아'가 됐다. 또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취미는 영화 보기, 쇼핑 등 다양하다. 그는 "운동하는 시간 외에는 가급적이면 운동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주말에는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했다.이제 안창림은 리우 올림픽을 뒤로하고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안창림은 올림픽을 겨냥하기보다는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유도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도가 재밌기도 했고 이것 말고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면서 "매 훈련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만약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게 된다면 지금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도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안창림이 재도약을 위해 용인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태극마크를 위해 일본 귀화요청도 뿌리친 안창림은 한국 유도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6-10-06 이원근

[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 교사]'마음으로 소통하는' 용인 손곡초 권영애 선생님

26명 학생들 체온인사 하루시작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아닌 거울 서로 존중 깨닫게하는 교육환경 과목도우미 '성숙한 배려' 익혀"한사람에게 받은 존중과 사랑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용인 손곡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만난 권영애 교사(49·여)의 교육철학이다. 권 교사는 "아이를 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교사만 있으면 아이는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부모 못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기 때문이다. 권 교사가 기술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머리를 쓰는 교사'가 아닌 정서적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가슴을 쓰는 교사'가 되려고 하는 이유다.올해로 2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권 교사의 하루는 26명 아이와의 '체온 인사'로 시작한다. 교실에 도착한 아이들은 곧장 권 교사에게 다가가 하루 동안 실천하고 싶은 미덕 3가지를 약속한다.'오늘은 '배려' 등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한 아이들은 일주일마다 돌아가면서 같은 반 친구의 '미덕'에 대해 칭찬한다. 아이들은 이날 주인공인 윤지호 군의 미덕으로 끈기 등을 꼽았다. '병원에 입원한 동생을 밤새 돌보고 등교한 자신에게 지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지난주에도 우유를 거르지 않았다'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미덕은 평범할 수 있지만,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았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을 모습들이다.권 교사는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교사를 통해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인성, 존중 등을 배운다. 아이들에게 교사는 가장 큰 '거울'이 된다는 의미다. 권 교사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에게 존중을 베풀면서 스스로 존중을 깨우칠 수 있는 교육 환경에 주목한 이유다. 과목별 도우미가 대표적이었다. 권 교사는 수학, 국어 등 모든 과목에 도우미를 정했다. 학생들은 자신 있는 과목의 도우미를 자청했고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싶은 과목도 함께 신청했다. 이후 수업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배려와 존중을 배워 갔다.도우미를 다시 정하는 주기가 되면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는 표식인 '칭찬 스티커' 등 대가도 받지 않는 순수성까지 배우게 된다. 도우미를 다시 정하는 이 날도 스티커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14명에 달했다. 하현지 양은 "스티커를 받지 않아도 양심껏 친구를 도우면서 이미 나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조금씩 감정적으로 성숙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때는 웃음기 없이 '엄격한 교실'아이들과 진심어린 만남 속 성장도움손길 필요한 민아도 마음열어따뜻한 선생님의 길 '행복의 이유'한때 권 교사도 '엄격한 교사'를 택한 시절이 있었다. 다양한 아이들의 인성과 생활을 바꿀 수 있을지 항상 두려웠기 때문이다. 엄격한 교사의 교실에서는 규칙과 벌칙이 질서가 된다. 권 교사는 "어느 순간 제 모습은 벌칙으로 아이들을 묶어 놓는 감시자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권 교사는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크게 화를 내고 소리친 다음 날 아이들에게 화를 낸 이유를 자세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선생님 어제 화내셔서 놀랐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말해서 또 놀랐어요"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갔다.권 교사와 아이들과의 진심 어린 만남 속에서 어른인 권 교사도 아이들도 함께 성장해 갔다.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김민아(가명) 양도 달라졌다. 화를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 돌발적인 행동을 하곤 했던 민아 양은 수업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교실 앞으로 달려 나와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초등학교 1~4학년 내내 체육 활동이 무서워 체육 시간마다 운동장 관람석에 앉아 있던 민아 양이었지만 올해 권 교사 반에 배정된 뒤 2개월여 만에 운동장을 밟았다. 권 교사는 "땅에 발을 딛는 게 무섭다는 아이가 두 달 만에 이뤄낸 변화에 아이들이 모두 달려와 민아 양과 손바닥을 마추쳤다"며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민아 양에게 글을 가르쳐준 것은 교사가 아닌 같은 반 친구들이었다"고 설명했다.아이들은 자신의 변화에 솔직했다. 민아 양과 같은 반이 됐던 아이들은 처음에는 민아 양을 경계하거나 다가가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이제 교실 뒤편에 아이들이 손수 적은 메모에는 '민아 양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 등 민아 양의 존재만으로도 감사를 느끼는 아이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도우미를 정하는 시간이 되면 민아 양에게 '네 말에 귀 기울이고 너를 돌봐주고 공부를 재밌게 가르쳐줄게', '쉬는 시간에 재밌게 놀고 점심시간에도 같이 순서를 기다리자'며 서로 돕겠다고 나선다. 5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민아 양이 지목한 아이는 진심으로 기뻐했다.유상은 양은 "선생님이 우리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선생님이 우리를 맞아줄 때 존중받는 것 같아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교사에게 존중받은 아이들은 자존감을 느끼고 자신을 존중하게 됐다. '내가 태어나서 감사하다', '내가 존재해서 감사하다' 등 자신이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존재라고 믿는 아이들의 메모는 교실 곳곳에 붙어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가 실수하더라도 장점을 찾아주고 기다려준다', '우리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등 자신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권 교사의 모습을 통해 배려와 존중을 자연스럽게 깨우쳐 갔다. 권 교사는 "이게 바로 따뜻한 선생님의 길이 행복한 이유"라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교사만 있으면 아이는 변할 수 있다"며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용인 손곡초등학교 권영애 교사.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교사만 있으면 아이는 변할 수 있다"며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용인 손곡초등학교 권영애 교사.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교사만 있으면 아이는 변할 수 있다"며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용인 손곡초등학교 권영애 교사.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6-10-06 조윤영

[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 중소기업인]'중기중앙회 경기지역회장' 심옥주 제일산업 대표

30년전 반자동시스템 회사 설립 완전자동화로 공장 직원 3명뿐 세상 좋아졌지만 고용환경 반대 청년일자리 느는데 구인난 여전오전 5시 30분, 누군가는 한참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지만 심옥주(70) 제일산업 대표는 언제나처럼 몸을 일으켜 신문을 펼친다. 1시간가량 이어지는 신문 읽기는 중소기업 CEO로서 경제 현안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와도 같은 일이지만, 그나마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휴식시간이나 다름없다. 신문을 다 읽고 7시께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벽돌 제조회사를 거느리는 중소기업 대표이자 4년째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일과는 보통 이렇다. 서울에서 열리는 중기중앙회 회의에 참석하거나 전국 각 지역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경기지역 각 협동조합 내 5~6개 분과위원회의를 주재하기도 한다. 경기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해 78개 회원사도 챙겨야 하며 중소기업 유관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비롯한 각종 외부초청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이렇듯 대외적인 업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내다 보니 정작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 신경 쓰지 못하는 날도 비일비재고, 업무가 연달아 몰릴 때는 일주일간 회사에 출근조차 못 한 적도 있다. 직원들에게 가끔 전화가 걸려오면 '혹시나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덜컥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직원들도 '바쁜 사장님'을 배려해 웬만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일상이 됐다.그는 꼬박 30년 전인 지난 1985년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엔 제조업 대부분이 '반자동'이어서 생산 담당 직원이 25명에 달했다. 다른 제조업체도 직원이 수십명에 달했던 것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해 다들 중소기업인을 '애국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 자동'이 돼 단 3명만이 심 대표 회사의 공장을 지키고 있다. 세상이 좋아지면서 중소기업의 고용 환경은 나빠진 셈이다.그는 "중소기업에 현재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일자리도 창출하라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자동화설비 등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며 "보통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현재 인원도 충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 전체 중소기업이 창출해낸 청년 일자리는 16만8천여개에 달한다. 대통령도 나서 '중소기업인 모두가 애국자'라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밥만 먹여주면 공짜로 일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서던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정부 창업장려하면서 규제 심해지자체 허가 하나받기도 어려워여전히 일할수 있다는 것 '행복'경기중기인 목소리 대변하고파심 대표는 "어렵사리 신규 직원 채용공고를 내도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데다 제조업은 더 기피해 아예 오지를 않는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생산 부서에서 제일 젊은 직원의 나이가 50대 후반이고, 최근에는 물량 출하용 25t트럭 운전직에 지원하는 이가 없어 6개월간 차량 운행을 못 한 채 손놓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경영 환경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악화됐다. 노무, 세무, 회계, 법무 등 전문 분야의 세부적인 내용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일일이 확인해 숙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각종 규제와 제도 등은 기업을 옥죄는 손톱 밑 가시가 됐다. 그는 "정부가 창업은 장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장을 세우려 하면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 허가 하나 받기도 까다로운 상황"이라며 "또 어떤 하나의 규제가 기업 현장과 맞지 않다고 판명돼 철폐가 되면 그 사이 다른 규제가 2개 생겨나는 등 도무지 경영 여건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또 중소기업이 을(乙)인 '갑을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철저하게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납품단가가 적정 수준보다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원사업자(대기업)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했지만, 이 같은 요청이 전부 수용된 경우는 4.9%에 불과했다. 입으로만 '애국자'라고 치켜세울 것이 아니라 전체 기업의 99%,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우리 기업 경제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진정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문득 30년간 중소기업인으로 살아온 것이 그에게 조금이나마 후회로 남아있을지 궁금해졌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대기업 임원, 은행장 등을 지내며 젊은 시절 목에 힘줬던 친구들도 지금은 집에서 쉬는 70세 노인이지만 나는 아직도 정장 차림으로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며 "중소기업인으로 산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는 점에서는 가장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이, 그리고 현재가 행복하다는 것을 심 대표는 몇 번이고 반복하며 강조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남은 꿈에 대해 "중기중앙회 경기지역회장은 보수는커녕 활동비 한 푼 받지 않는 직책"이라며 "하지만 경기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의 수장으로서 개별 회원들에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경험도 나누고 그들의 목소리도 대변하며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애국자다운 말이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경기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의 수장으로서 회원들에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심옥주 제일산업 대표.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중기중앙회 경기지역회장' 심옥주 제일산업 대표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2016-10-06 신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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