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북-남방계 식물 공존… 국제 멸종위기종의 안식처

'고유종' 대청부채·시베리아여뀌 눈길물범 '최대서식지' 위치… 곤충도 다양김진한·한상훈 등 각분야 전문가 참여국립생물자원관의 서해 5도 생물 다양성 조사는 이 지역에 대한 첫 종합·정밀 조사라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인천에 본거지를 둔 국립생물자원관이 대대적인 지역 기반의 조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이 가는 지점이다.서해 5도와 지리적으로 '연결 지역'에 있는 특징이 있다.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함께 서식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지역이다. DMZ와 함께 자연 환경 보존 상태가 우수하지만 생태학적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편이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지점은 선태식물, 설치류, 박쥐류, 세균류에 대한 첫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생물 다양성을 위한 전 분야의 조사를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수행했다.식물 분야에서 서해5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는 멸종위기 2급의 대청부채를 비롯해 대청지치, 시베리아여뀌 등이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상록성 식물인 후박나무, 동백나무가 서식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동물 분야에서 서해5도는 멸종위기 2급의 물범의 최대 서식지다.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상괭이, 백상아리의 서식도 확인됐다. 북방길앞잡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등 멸종 위기 곤충류가 서식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철새가 거쳐가는 곳이다.생물 분류군 각 분야에서 저명 인사들이 이번 조사에 다수 참여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김진한 동물자원과장은 철새 연구 분야의 권위자의 한사람으로 분류된다. 포유류팀의 한상훈 연구관은 야생 동물 전문가로 지난 2002년 국내 최초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사업인 '지리산 반달곰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서해 5도 생물 다양성 종합 정밀 조사 연구원들. /환경부 제공

2017-05-25 김명래

[서해 5도의 가치]"국내 기록된 조류 75% 이동 경로 고속도로로 치면 주유소처럼 중요"

"벌매가 잠깐 쉬러 (중국에서) 왔는데, 새호리기 두 마리가 쫓아낸다고 싸우고 있네요. 둘이 천적이거든."서해 5도 생물 다양성 종합정밀조사 책임자로 지난 15일 오후 3시 대청도 독바위 해변에서 만난 국립생물자원관 김진한 동물자원과장은 새 얘기부터 꺼냈다. 벌매와 새호리기는 모두 멸종위기 2급이다. 조류 분야에서 서해 5도의 가치에 대해 묻자 그는 "고속도로로 치면 주유소다. 새 쪽으로 보면 대단하다"고 말했다.서해 5도는 한국에 기록된 조류 75% 가량의 이동 경로에 포함돼 있다. 멸종위기 1급 노랑부리백로, 매, 흰꼬리수리와 멸종위기 2급의 먹황새, 붉은해오라기, 팔색조 등 19종 이상이 기록돼 있다. 새호리기 등 맹금류의 중요 이동 경로에 있고, 국내 최대 규모의 벌매 이동 지역이다.서해 5도는 한국미기록종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해 4~5월 소청도에서는 회색머리노랑딱새, 갈색지빠귀가 발견됐다.국가철새연구센터가 들어서는 소청도는 중국 산둥반도와 우리나라 중부지역을 연결하는 최단거리에 있다. 중국 북부와 러시아 등에서 번식하고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호주로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이 때문에 국가철새연구센터는 서해 5도 생물 다양성 연구를 위한 기능확대가 이뤄지더라도 철새 연구를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센터는 철새 연구·보전뿐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선제적 대응을 운영 방향으로 삼았고, 철새 보전을 위한 정책제언, 철새정보시스템 구축, 철새관련 국제 협력 체제 구축 등의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2017-05-25 김명래

[이슈&스토리]대형 멀티플렉스에 도전하는 '인천의 이색 영화관들'

여가를 보내는 문화생활에서 영화관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연극·미술·대중음악 등 여러 문화예술 분야 가운데 '영화 관람률'이 73.3%로 가장 높다.이렇게 많은 이들이 영화를 즐기고 있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면 보고 싶은 영화가 딱히 없는 경우가 많아 영화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 몇몇 영화를 여러 스크린에 동시에 상영하거나 한 작품을 오래도록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모처럼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 극장에라도 가려고 하면 흥행 대작들에 밀려 이미 스크린에서 사라져버린 경우도 종종 경험한다. 천만 관객 영화가 해마다 2~3편씩 만들어져도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는 일반 극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이같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도전 속에서도 특별한 가치로 무장한 영화관들이 최근 인천에 잇달아 들어서며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대형 멀티플렉스가 공급하는 상업 영화를 고르다 지친 관객들이 인천의 이색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고전 희귀 영화부터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색다른 취향을 공략하고 있는 인천의 이색 극장들을 만나보자.억새 우거진 갯벌과 '고전 데이트'국내 개봉한적 없는 희귀작품만 엄선35석규모 상영관 10만명 넘게 다녀가■DRFA 365 예술극장인천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에 있는 'DRFA 365 예술극장'은 희귀 고전 영화와 따뜻한 커피, 억새가 펼쳐진 드넓은 갯벌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극장이다.2013년 문을 연 이 극장에서는 전 세계의 고전영화와 작가주의 예술 영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유명 감독이 연출한 초기 작품을 이름처럼 365일 만날 수 있다.이 극장은 개관 4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주는 장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이곳에는 최근까지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갔는데, 객석이 35석에 불과한 극장 상황을 고려하면 거의 매번 90% 이상 객석을 채웠다고 보면 된다고 극장 측은 설명한다. 10만명이라는 숫자는 사실은 이 극장에서 제공하는 커피 판매량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관객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이 극장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감독인 유상욱씨가 극장 오픈 이후부터 대표를 맡아 운영 중이다. 이곳은 1999년 발족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한 영화 동호인의 모임인 DRFA(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 동호회가 시작이다. 영화를 공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보아야 할 소중한 필름들이 사라져 가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희귀 필름을 찾아내 디지털로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동호회다. 회원들은 그렇게 모여 한 달에 한 차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찾아내 번역과 디지털 작업, 색 보정 등의 작업을 거쳐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상영회를 가져왔다.그러던 차에 멋진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에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함께 작품의 여운을 즐겨보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고, 장소를 찾던 중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가 유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유 대표는 "갯벌에 억새만 가득한 외진 곳에 극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 그러한 점이 오히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DRFA 365 예술극장에서는 영화를 상영하는 원칙이 있다. 배급사를 통해 출시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이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만을 엄선해 상영한다. 국내에서 상영이 됐던 작품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동호인들이 일일이 전 세계를 뒤져 1~2회 상영할 수 있는 판권을 확보하고, 변역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번역은 외부로 절대 유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수많은 희귀 영화들이 이 곳에서 상영됐는데, 뮤지컬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원작이 된 독일 영화 '보리수'도 상영됐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원작으로 한 롤프 한센 감독의 '부활'도 상영됐다. 유상욱 대표는 "한국에서 절대로 만날 수 없는 고전 영화와 아름다운 풍경이 극장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이유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83-13. 연락처: 070-7784-7557시골마을 일상에 녹아든 새 여가생활식사·술자리로 끝나던 친목모임 변화'주민 소득 섬내 환원' 경제적 효과도■강화작은영화관강화작은영화관은 도심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리는 최신 상영작을 상영하는 극장이다.이 극장은 지난 2015년 2월 개관 이후 2년 만에 관객수가 강화군 인구의 두 배를 웃도는 15만명에 이르는 등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스크린에 걸리는 작품으로만 보자면 '강화작은영화관'은 기존 도심의 다른 극장과 다를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평범한 극장이지만, 강화도 주민들에게는 이젠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강화도에는 지난 1991년 마지막 극장이 폐업한 이후에 제대로 된 극장이 들어선 적이 없었다. 때문에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1천만 관객 영화 소식이 뉴스에서 흘러 나와도 평범한 강화도 주민 대부분은 그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2월 이 작은 영화관이 생긴 이후에 시골 마을에는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밥 먹고, 차 한잔 마시거나, 술 마시고 끝나버리던 식상한 친목 모임 스케줄에 영화감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여가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강화도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술자리를 위주로 한 회식 대신에 영화 한 편 보고 헤어지는 색다른 회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극장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극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최신 상영작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큰 맘을 먹고 멀리 일산이나 김포, 인천 도심까지 가는 등 시간과 돈을 부담해야 했다.배흥규 강화군청 문화예술팀장은 "강화도 주민들이 밖으로 영화를 보러 나갈 때는 단순히 영화 한편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어서 10만~20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영화관이 생긴 이후로는 섬 안에서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민 소득이 지역에 환원되는 긍정적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강화작은영화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문화향유권 향상을 위해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사업에 선정돼 문을 연 제1호 영화관이다.※주소:인천시 강화군 국화리 강화문예회관 2층(고비고개로 19번길 12). 연락처:(032)934-705310년간 44만여명 발길 '예술영화 사랑방'지자체가 만든 전국 최초 예술영화 전용관유료관객 수 늘고 외압 없이 '독립성' 지켜■영화공간주안영화공간주안은 인천 뿐 아니라 수도권을 대표하는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자리를 잡았다.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전국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인천을 비롯한 서울, 경기도에서 찾아온 영화 마니아들의 사랑방이 된 공간이다.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이 곳은 4개 상영관을 갖추고 있어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멀티플렉스나 다름 없다.영화공간주안은 인천 남구가 건물을 매입해 지난 2007년 4월 30일 문을 열었다.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개관 당시 직원 4명과 2개의 상영관이던 이 공간은 지금은 4개 상영관에서 직원 7명이 일하는 극장으로 성장했다.지난 10년간 2천여편의 작품이 3만5천여차례 스크린에 걸렸고 44만2천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다녀갔다. 거의 해마다 유료관객이 30%씩 늘어났다고 극장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영화공간주안의 이 같은 성장은 전국의 예술영화관이 문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전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하는 '롤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영화공간주안은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는 곳이 아니다. 영화를 매개로 관객과 직접 만나는 행사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영화를 감상하고 정신의학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코시네마 인천'은 4년째 이어오고 있고, 관련 전문가와 예술영화의 깊이를 알아가는 '영화공간주안 예술영화워크숍', 감독, 프로듀서, 배우, 관련 전문가와 관객의 특별한 만남을 선사하는 '영화공간주안 시네마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극장 운영에 나름의 독립성도 잘 지켜지고 있다. 권력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도 이곳에서는 꾸준히 걸려왔다.극장 관계자는 영화공간주안이 변함없이 사랑을 받으며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상영 프로그램의 '완벽한 독립'이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공간주안 설립 과정부터 지금까지 이 곳에 몸담고 있는 김정욱 관장은 "영화 상영작에 있어서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어떤 영화를 틀라고 하거나 틀지 말라는 식의 외압이 전혀 없었다"며 "단체장과 관계 공무원, 구의회 등과 꾸준히 대화하고 소통했고, 그 분들이 극장을 믿고 극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줬기 때문에 얻어진 결실이다"고 말했다.※주소:인천시 남구 주안동 메인프라자 7층(미추홀대로 716). 연락처:(032)427-6777실버들 위한 '그 시절 추억의 명화' 선물1957년 천막극장으로 시작한 역사 있는 곳청소년 진로체험 학교등 '소통가교' 역할도■추억극장미림추억극장미림은 연세 지긋한 노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해 '실버극장'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극장이다.특별히 여가 문화라고 할 것이 없던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문화였던 그 시절 추억의 명화를 저렴한 가격에 상영하고 있다.지난 1957년 인천 동구 송현동에 천막극장을 세워 무성영화 상영을 시작으로 문을 연 '미림극장'은 당시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오랫동안 인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역사가 있는 문화공간이다.그러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 상영관의 공세 속에 지난 2004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관한 이후 한동안 시민들의 곁을 떠나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인천형사회적기업'으로 태어나 '추억극장미림'이란 간판을 달고 다시 극장 문을 열어 즐길 거리가 여전히 마땅치 않은 50대 이상의 노인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미림극장은 그렇다고 과거 추억을 소비하는 데만 머무르는 고리타분한 공간은 아니다. 나이 든 특정 세대를 가둬두는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어르신과 지금 극장을 찾는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그들이 새로운 추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외부 지원을 받아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학교를 운영해 아이들이 스스로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영화계 진출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체험 학교도 운영했다.예술인복지재단에 도움을 얻어 젊은 예술가들이 극장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때로는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노래자랑이 열리는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극장과 역사를 함께해 온 추억의 물건을 찾아내 전시를 여는 박물관이 되기도 한다.추억의 영화 뿐 아니라 극장을 찾지 못하는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도 상영작에 포함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추억극장미림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최현준 운영부장은 "극장이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이기는 하지만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차단되는 고립된 공간이 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며 "옛 추억을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주소:인천시 동구 화도진로 31. 연락처:(032)764-8880/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35석 규모의 DRFA 365 예술극장 상영관. /DRFA 365 예술극장 제공/아이클릭아트

2017-05-19 김성호

[이슈&스토리]대통령의 사람들… 하마평 없지만 '승리 숨은공신' 누가 있나?

경기·인천 인사들 청와대 입성 관심선대위 진두지휘 송영길 통일부 거론정의당 심상정 노동부장관 후보 이름캠프 살림살이 박정·특보 김태년 등하마평 없지만 '승리 숨은공신' 눈길서기석 헌재 재판관·양승태 대법원장경남고 동문·법조계 관련 대표적 인물오영호 호텔신라 사외이사, 靑서 인연이봉관 서희건설 회장등 '경희대' 친분추미애·김경수·기동민 '선대위 맹활약'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청와대 내각 인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문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SNS 등을 통해 새 정부 인선 관련 출처가 불분명한 각종 자료가 나돌고 있다. 10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 진영으로 정권이 교체된 만큼 새 정부의 구성원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뜨겁다는 점을 방증한다.이 때문에 최근 언론 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하마평(下馬評)'이다. 하마평은 관직에 임명될 후보자나 인사이동에 대해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나 평판 등을 뜻하는 말이다. 과거 가마나 말 등이 상류층 사람들의 대표적 교통수단이었는데, 당시 교통 표지 중 하나가 '하마비'였다. 하마비에는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라고 적혀 있었고, 그곳에서는 모두 내려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가마나 말에서 내린 주인이 없는 동안 가마꾼이나 마부들끼리 잡담을 나눴고, 그들의 주인은 대부분 고위급 인사가 많아 이야기의 중심도 자연히 출세나 진급 등 '자리'에 관계된 것이 많았다. 하마평은 바로 여기서 유래됐다는 분석이 높다.# 경인 출신 하마평경기·인천 지역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 중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에는 누가 있을까.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전 교육감은 교육감 재직 시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무상교육과 혁신학교 정책을 펼친 인물로 유명하다. 당시의 정책들은 현재 진보진영 교육 개혁 방향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 수립에도 김 전 교육감이 뒤에서 적극 설계했다는 후문이다. 4선의 설훈(부천원미을)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설 의원은 선대위에서 교육정책위원장을 맡아 김 전 교육감과 함께 정책 개발에 앞장섰으며, 교육위원장도 지낸 바 있어 내각에 진출하게 될 경우 정무 경험을 토대로 한 원만한 협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행정자치부 장관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인사제도비서관, 인사관리비서관, 인사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재선의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과 초선의 김두관(김포갑) 의원이 거론된다. 대표적 친문(친문재인)계 인사인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직을 맡아 정부와의 주요 정책 결정 등의 경험을 풍부하게 쌓고 있으며, 김 의원은 마을 이장과 군수를 거쳐 경남지사를 역임하는 등 입지전적인 인물로 지방자치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특히 김 의원은 이미 행자부 장관의 경험이 한 차례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통일부 장관에는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선대위를 이끈 4선의 송영길(인천 계양을)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인천시장 출신으로 4선을 지낸 그는 지난해 당 대표 선거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아 캠프 전체를 진두지휘하며 대선 승리에 일조, 자신의 당내 입지 역시 확고히 다졌다는 분석이다. 당 안팎에선 '중국통'으로도 꼽힌다.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1985년 대우자동차노조 파업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18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19대 국회 환노위 간사에 이어 20대 국회 환노위원장을 맡아 노동 분야의 전문성을 쌓고 있다. 후보 선대위에서도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과 환경노동정책위원장을 맡아 일자리와 노동정책을 앞장서서 이끌어왔다.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심상정(고양갑) 정의당 상임대표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심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세우며 가장 수준 높은 개혁 노동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남녀 동수 내각 구성 노력'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심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내각 구성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자리 중 하나인 법무부 장관에는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전해철(안산 상록을) 의원이 오르내리고 있다. '원조 3철' 중 한 명으로 변호사 출신인 그는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최측근 인사다.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와 2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시·견제에 앞장섰다는 평가다. 사법개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백군기 전 의원은 국가안보실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백 전 의원은 전남 장성 태생으로, 육군 3야전사령관을 지낸 뒤 예편(대장)한 군인 출신 인사다.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용인 기흥을 지역의 지역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 경인 출신 숨은 공신들청와대 입성을 위한 하마평에 오르내리진 않지만, 경인 지역 출신 인사 중 이번 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숨은 공신들도 상당수다.송영길 의원이 총괄본부장으로 당 안팎에서 선대위를 진두지휘했다면 선대위 내부 살림(?)은 선대위 총괄부본부장으로 활약한 박정(파주을) 의원이 사실상 도맡았다. 그는 후보 비서실, 종합상황본부 등과 함께 수시로 현안 점검에 앞장섰으며 특히 선대위 내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에 주력, 매머드급 선대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데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박광온(수원정)·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의 '투톱 공보 체제'도 빛을 발했다. 공동 공보단장을 맡은 두 사람은 '언론 프렌들리(press friendly, 언론 친화)'를 표방하며 문 대통령의 '이미지메이킹' 노력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당시 문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박 의원은 이번에도 당내 경선과정에서부터 수석대변인으로 활약하며 경선 승리에 기여했다. 선대위에서도 공보단을 이끌며 대선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당 수석대변인으로 본선 선대위 구성 당시 합류한 윤 단장은 촌철살인의 말과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최전방(?)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여 건의 논평을 쏟아내는 등 혈투에 가까운 대선판에서 적극적으로 공세에 가담했다.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유은혜(고양병) 의원 역시 공식 선거운동기간 동안 매일 아침 후보의 유세 기조 일정을 브리핑하고, 각종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 내는 등 선거 막바지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선대위 총괄특보단장으로 활약한 김태년(성남수정) 의원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는 정무·안보·교육·국가균형발전·문화예술특보 등 선대위 내 여러 분야의 특보단을 총괄하는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더욱이 선거 중반 '양강체제'가 형성되며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그는 안 후보의 아내인 김미경 교수 특혜 채용 의혹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저격수' 노릇을 충실히 수행했다.참여정부 당시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인연을 맺은 권칠승(화성병) 의원도 경기선대본부장을 맡아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표심을 확보하는 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경남고·경희대 인맥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문 및 법조계 연관 인사로는 서기석 헌재 재판관과 양승태 대법원장, 최경림 주 제네바 대사, 왕정홍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 대표적이다.차관·장관급 관료는 사법부, 독립기구, 입법부, 행정부 지방직 관료가 모두 포함되며 서 재판관은 독립기구(장관급), 양 대법원장은 사법부(장관급), 최 대사(차관급)와 왕 위원(차관급)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분류된다.서 재판관은 1953년 2월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53년 1월생인 문 대통령과 동갑이지만 문 대통령보다는 3회 늦은 경남고 28회 졸업생이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제21회 사법시험 합격 후 1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서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보수 성향의 헌법재판관으로 분류된다. 양 대법원장은 1948년 부산 출생으로 경남고 20회 졸업생이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70년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2005~2011년 대법원 대법관, 2009~2011년 제16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는 2011년 9월부터 제15대 대법원 수장인 대법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최 대사는 1958년 부산 출생으로 경남고 졸업 후 서울대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이후 1982년 제16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통상부 소속으로 주 브라질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2013~2015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통상차관보실 차관보 등을 지냈다. 지난 2015년부터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로 있으며 지난달부터 WTO 상품무역이사회 의장으로 역임 중이다. 왕 감사위원은 1958년 함안 출생으로 경남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지금까지 감사원에서 공보관, 감사교육원 원장, 기획조정실 실장 등을 지냈고 2014년 5월부터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재계에서도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사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경남고 출신의 경우 GS그룹 인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고등학교 4회 선배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동기인 우상룡 GS건설 사장,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조효제 GS에너지 부사장 등이 모두 경남고 동문이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사장(24회)과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26회), 정철길 SK이노베이션 고문(27회) 등도 경남고 출신 인맥으로 꼽힌다.문 대통령이 청와대 근무 시절 함께 호흡했던 인사 중 삼성 소속으로는 호텔신라 오영호, 삼성증권 이승우 사외이사가 꼽힌다. 오 사외이사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으로서 짧게나마 함께 근무했다. 호텔신라와 함께 SK케미칼 사외이사도 겸직 중이다. 이 사외이사는 비서실장일 때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함께 했다. LG 윤대희 사외이사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낼 때 모두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청와대에 근무했다. 현대차 이병국(경제정책비서실 행정관), SK가스 김태유(정보과학기술 수석보좌관), 두산건설 김영주(경제정책수석비서관), CJ대한통운 윤영선(비서실 행정관) 사외이사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지낼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으며 하림홀딩스 윤승용 사외이사는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 재임 당시 대변인과 홍보수석비서관으로 활약한 바 있어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경희대 출신 재계 인맥도 상당수다. 경희대 총동문회 회장을 역임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경우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문 대통령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상당한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 최평규 S&T그룹 회장, 양호철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증권 한국지점 회장,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문주현 엠디엠 회장, 하병호 현대백화점 상근고문,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고문 등도 경희대 출신이다. 이밖에 노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이상호 우리들제약 이사장과 문용식 아프리카TV 전 사장 등도 문 대통령의 대표적 재계 인맥으로 꼽힌다.# 선대위 공신현재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매머드급' 선대위에서 활약한 인물부터 기존 경남고·경희대 인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5년 전 대선에서는 '후보만 보인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당시의 비판을 거울삼아 당선인과 당이 하나로 뭉쳤다는 평가다.추미애 당 대표는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당내 경선이 끝난 직후 선대위 인선을 놓고 일었던 마찰을 서둘러 수습하고 신속하게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원활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최전방에 섰다. 이석현·박병석·김상곤·김효석·우상호·권인숙·이다혜·이미경·김진표·김두관 공동선대위원장 등은 선대위 수뇌부로서 고비마다 큰 흐름을 잡고 선거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으며, 당내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운 박영선 의원과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진영 의원도 모두 공동선대위원장에 합류해 힘을 보탰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역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에서 '어른' 역할을 자처했으며, 국무총리 출신의 이해찬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김민석 전 의원은 종합상황본부 본부장을 맡아 후보의 동선을 꼼꼼하게 챙기며 승리에 일조했고 전병헌 전략본부장, 노영민·문학진·김영록 조직본부장 등도 맹활약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호남의 '반문(문재인)' 정서를 돌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신경민 의원은 방송콘텐츠 공동본부장으로, 진성준 전 의원은 부본부장으로 TV토론 등에서 안정감 있는 당선인의 이미지를 쌓는 데 주력했다. 노웅래 의원은 유세본부장으로 각종 유세 현장을 지휘했다.특히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경쟁 후보 캠프의 핵심인사들을 비롯해 '비문계' 의원들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임종석 청와대 신임 비서실장은 선대위에서도 비서실장 역할을 도맡았다. 초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조기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은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경북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에 나섰다.참여정부 시절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의원은 당내 경선 기간부터 문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활약한 데 이어, 대선 본선 기간에는 문 대통령을 24시간 밀착수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유세 현장에서 단상 밑의 지지자와 악수를 하는 당선인이 다치지 않게 허리춤을 잡고 보호해 '안전벨트'라는 별명을 얻은 기동민 의원도 당내 경선에서는 안 지사의 비서실장이었지만 본선에서 문 대통령의 수행실장으로 그림자 마크를 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pssh0911@kyeongin.com

2017-05-11 송수은

[이슈&스토리]한눈에 보는 인천 준설토투기장 조성사업 갈등들

■인천 유일 갯벌포구 북성포구 갈등인근 주민 "오염토사 매립" 요구시·해수청, 주차장 등 조성 추진시민단체 반발… 민·민 대립 우려■영종 제2준설토투기장 배면토사 오염 논란축조 현장내 암모니아·연기 일어해수청, 반입중단·성분분석 의뢰저어새 번식기 공사 강행 지적도■'지역의견 반영 안된' 영종드림아일랜드332만㎡ 종합 관광레저단지 조성도로 연결 등 '영종도 연계 부족'중구 '균형발전' 위한 방안 강조■준설토투기장 '소유권' 확보나선 인천시市 "항만시설 아니라면 지자체로"해수부 "막대한 국비 투입등 곤란"'조성원가' 매입안도 쉽지않을 듯준설토투기장 조성사업. 항로 수심 유지와 항만 개발·이용·보수 등을 위해 바닷속의 흙과 돌을 퍼내 특정 장소에 매립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자리에 호안(제방)을 쌓은 뒤 그 안에 흙과 돌을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간 쏟아붓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땅을 '준설토투기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목적과 방법에서 차이는 있지만 공유수면 매립사업과 유사하다. 준설토투기장은 인천처럼 바다와 항만을 가진 도시에만 있다. 항로와 항만 유지를 위해선 준설이 불가피하고, 어딘가에는 투기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새 땅이 생긴다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그렇다고 준설토투기장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투기장 조성으로 바닷물의 흐름이 변한다는 점에서 환경 파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준설토투기장 조성 여부와 소유권을 놓고도 해당 기관 간, 기관과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이 있다. 최근에는 오염된 토사가 준설토투기장 조성사업에 쓰였다는 환경단체 주장이 나왔다.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준설토투기장 관련 논란과 갈등을 '이슈&스토리'에서 정리했다.# 북성포구 준설토투기장 건설 갈등. 매립이냐, 보전이냐북성포구는 월미도 가는 길에 있다. '선상 파시(波市)'가 형성될 정도로 1970~80년대 만석부두, 화수부두와 함께 인천의 대표 어항이었다. 하지만 시설이 노후화된 데다 연안부두에 어시장이 생기면서 쇠퇴했다. 하지만 옛 포구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고 낙조가 아름다워 사진 촬영 명소로 꼽힌다.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북성포구 준설토투기장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북성포구 32만㎡ 가운데 악취가 심한 7만㎡를 매립하는 사업이다. 북성포구 인근 주민 1천251명은 지난 2010년 12월 포구를 매립해달라는 청원을 냈다. 공장 하수 등으로 오염된 갯벌에서 악취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인천해수청과 인천시, 동구청, 중구청은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 2015년 6월 준설토투기장 건설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기본·실시설계용역, 환경영향평가용역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준설토투기장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지난해 11월 환경운동가, 사진가, 문화운동가 등이 모여 '인천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을 만들었다. 준설토투기장 조성으로 인천 유일의 갯벌포구가 사라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뭉쳤다. 시민모임은 "갯벌의 토사가 퇴적되고 오수 유입에 따른 환경 오염을 이유로 준설토투기장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며 "포구를 관리하고 정비해야 할 인천해수청이 너무도 손쉽게 매립이라는 방법으로 북성포구의 가치와 존재조차 없애버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또 "매립을 중단하고 준설을 통해 북성포구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시민모임은 대안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 북성포구 사진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북성포구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인천해수청과 인천시는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만 환경을 개선하고 공원과 주차장 등 공공시설 도입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북성포구 일부만 매립하기 때문에 어항 기능은 대부분 유지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인천해수청 입장에선 북항과 항로 유지를 위해 퍼낸 갯벌과 모래를 처리하면서 북성포구의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오염된 곳을 매립하는 것"이라며 "물양장 등은 매립하지 않기 때문에 포구의 본래 가치는 보전된다"고 했다.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인천해수청에 북성포구 준설토투기장 사업계획 보완을 요청했다. 매립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 악취 방지와 하수 처리 등 환경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인천해수청은 이달 중 사업 계획을 보완해 한강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수는 관로 연결을 통해 가좌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북성포구 보전을 요구하는 시민모임과 환경 개선을 위해 매립이 필요하다는 인천해수청·인천시, 북성포구 인근 주민들도 매립을 희망하고 있어 주민과 시민모임 간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영종 제2준설토투기장 배면토사 오염 논란최근 인천 영종도 제2준설토투기장 호안축조공사에 오염된 배면토사가 쓰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천녹색연합이 공사 현장에서 암모니아 냄새와 연기가 심하게 나는 것을 보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인근에 위치한 제2준설토투기장은 약 422만㎡ 규모로, 호안 축조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2030년까지 준설토 투기가 이뤄진다. 이번에 오염 논란의 대상이 된 배면토사는 호안 틈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오염된 토사가 바다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인천녹색연합은 제2준설토투기장에서 토사 시료를 채취해 한국환경수도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암모니아 냄새뿐 아니라 일산화탄소 수치도 높게 나왔다"며 "인근에 저어새 번식지가 있는데, 번식기에 공사를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저어새는 멸종위기종이다.인천해수청은 환경단체로부터 오염토사 사용 의혹이 제기되자, 일단 토사반입을 금지하고 토양 오염분석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의뢰했다. 현장에서 암모니아 냄새와 연기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배면토사로 부적합한 흙이 사용된 것인지는 토양오염분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는 게 인천해수청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 오염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알루미늄을 만드는 데 쓰인 부산물과 흙을 50대 50으로 섞어 사용할 경우, 약 보름의 숙성 기간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인천녹색연합은 토양분석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인천해수청은 환경단체 주장이 맞는 것으로 확정될 경우, 오염토사 수거는 물론 관련 업체에 대해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영종 드림아일랜드(제1준설토투기장), 영종 관광객 빼앗는 '블랙홀'?영종 드림아일랜드는 (주)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제1준설토투기장 약 332만㎡를 종합 관광레저단지로 조성하는 해양수산부 사업이다. 정식 명칭은 '인천 영종도 준설토매립장 항만재개발사업'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지난 2014년 7월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와 실시협약을 체결했으며, 인천해수청은 지난해 9월 진입도로 및 상수도 인입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위치도 참조해수부는 드림아일랜드 개발계획 변경과 실시계획 승인을 위해 관련기관 의견을 취합 중이다. 개발계획 변경은 사업 기간을 '2014~2020년'에서 '2014~2021년'으로 1년 정도 연장하고, 사업비를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는 사업 대상지에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숙박시설, 체육시설, 상업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문제는 드림아일랜드 개발계획에 인천시와 중구 등 지역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종도 연계 방안이 미흡하고 서울 위주로 교통체계가 계획됐다. 그러면서 하수처리장은 영종도에 있는 기존 시설을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우선, 드림아일랜드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부족하다. 드림아일랜드와 영종도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도로 확충 등 연계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지역사회 지적이다. 드림아일랜드 방문객들이 영종도에 와서 돈을 쓰고, 영종도 주민들이 드림아일랜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항고속도로 IC 위치도 문제다. 해수부는 공항고속도로 신설 IC 위치를 영종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운염도 쪽에 계획하고 있다.중구청은 드림아일랜드 실시계획안과 관련해 ▲고속도로 IC 위치 변경 ▲영종순환도로(영종하늘도시~미단시티 구간) 개설 ▲하수처리시설 자체 확보 ▲대중교통 기반시설 확보 ▲운염도~월미도 간 해상 교통망 구축 등의 의견을 해수부에 제시했다. 고속도로 IC 위치를 운염도 쪽이 아닌, 영종도 미단시티 인근으로 변경해 달라는 게 중구청 요구사항이다. 영종순환도로 개설 요구는 영종도와 드림아일랜드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다. 중구 관계자는 "드림아일랜드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영종도 발전은 상대적으로 고립될 우려가 있다"며 "균형적 발전을 위해 육상·해상 교통망을 확충하는 등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드림아일랜드는 서울에서 영종도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고속도로 IC까지 드림아일랜드 쪽에 계획돼 있어, 영종도 관광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지역사회 의견을 검토해 봐야겠지만, (실시계획 승인을 앞둔) 지금 단계에선 수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인천시의 준설토투기장 소유권 확보전…, 해수부는 '글쎄'준설토투기장 등 신규 토지 자원을 확보해 부채 줄이는 데 쓰겠다는 것은 유정복 인천시장 공약이다. 재정 건전화 방안으로 출발한 '준설토투기장 소유권 확보'는 인천시가 주권 찾기 정책을 벌이면서 해양주권 회복 방안 중 하나가 됐다. 인천 행정구역에 생긴 신규 토지(준설토투기장)에 대해 소유권과 도시계획권 등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것이다.준설토투기장은 항로 유지를 위한 준설 작업 등에 따라 부수적으로 생성되는 토지다. 또한 투기장 조성은 바닷물 흐름 변화 등 자연환경을 훼손하기 때문에 지역의 이익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게 인천시 논리다. 특히 인천시는 영종 드림아일랜드처럼 항만관련 시설이 아닌 수익형 개발사업까지 해수부가 담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항만시설로 쓸 땅이 아니면 지자체에 소유권을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주변 개발사업과 중복되는 것을 방지하고 인천 전체 발전방향에 부합하는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인천시 생각이다. 시 관계자는 "준설토투기장에 대한 개발계획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지자체가 종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해수부는) 소유권과 도시계획권을 넘겨야 한다"고 했다. 또 "특히 항만 필수시설 이외의 준설토투기장은 지자체에 무상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소유권 이관을 위해선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 부평구갑 정유섭(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준설토투기장은 인근 주민으로 하여금 해양환경 및 해양생태계의 피해를 감내하도록 강제해 얻게 된 자원"이라며 "해당 주민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투기장 활용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 "투기장을 관계 시·도지사에게 이관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개발 및 관리계획 수립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인천시는 공약 실현과 해양주권 회복을 위해 "준설토투기장 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수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인천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준설 작업에 막대한 비용(국비)이 투입되는 데다, 환경 훼손을 이유로 소유권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고 어민 피해보상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준설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인천시는 해수부의 반대에 부딪히자 준설토투기장을 조성원가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준설토투기장의 감정가격은 조성원가보다 2~3배 정도 비싸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준설토투기장을 매입해 개발하는 것은 가능한데, 현행법은 감정가격으로 매입하게 돼 있다"고 했다. /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북성포구 전경.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인천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드론촬영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7-05-04 목동훈

[이슈&스토리]인천 상수도의 역사

개항후 인구 급증 日주도 수도계획노량진 관로 연결… 1910년 첫급수1960~1970년대 도시화 거치며 증설1986년 전국 첫 고도정수시설 도입보안유지 상수도 시설 시민에 개방2006년 공모통해 미추홀참물 개발2025 인천수도정비 기본계획 추진수질관리·최적 정수시스템등 다짐상수도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해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의학적 진보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상수도는 고대 로마시대에 처음 설치됐다고 한다. 시내와 호수의 물을 끌어들이고 침전지에서 불순물을 가라앉힌 다음, 저수조와 배수조를 거쳐 각종 관로를 통해 주택과 군대, 목욕탕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상수도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상수도가 들어온 건 19세기 말엽이다. 1883년 개항으로 외국문물이 급속도로 유입되던 인천도 이 무렵부터 상수도가 본격 설치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상수도는 혼란했던 해방기와 전쟁 후 어려움 속에서도 산업화·공업화를 거치며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 매일 흐르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인천 상수도 역시 이런 대한민국 상수도의 발전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왔다. # 개항, 인천 상수도의 시작인천의 상수도 보급(1910년 12월)은 부산(1895년 1월), 서울(1908년 1월), 평양·목포(1910년 5월)에 이어 전국에서 5번째로 시작됐다. 1883년 개항을 맞은 인천의 인구는 1895년 9천500명이었다.(물론 강화, 옹진, 검단 등지를 포함한 지금의 인천지역 행정구역과는 다르다.) 그런데 1900년에 들어서 1만6천445명으로 늘더니, 1905년 2만6천330명, 1910년 3만1천11명 등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개항 전만 해도 전동, 용동, 화수동, 송림동 등엔 큰 우물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식수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개항 후 이런 급격한 인구 증가는 상수도의 필요성을 가중시켰다. 중구 신포동 일대에 형성된 일본, 중국, 영국 등 조계지의 영향도 컸다. 인천에서 처음으로 상수도 도입이 계획된 건 1905년 2월 '재인천 일본 거류민 단장'이었던 토미타가 가토(富田耕司加藤) 영사 등 일본인 40명이 자신들의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상수도 설계를 논의하면서부터다. 이들은 개항장인 지금의 신포동 일대에서 6㎞ 정도 떨어진 문학산 계곡에 수원지를 건설해 약 1만4천 명에게 1인당 하루 38ℓ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용성과 그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이어 1905년 8월 일본 내무성 기사인 나카지마(中島) 박사의 주도로 인천의 상수도 설계가 완성됐다. 서울 노량진을 수원지로 해 인천에 급수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한 '경인수도계획'이 완성된 것이다. 대한제국은 1906년 일본이 제안한 경인수도계획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관세 수입을 담보로 당시 1천만 원을 일본흥업은행에서 대출받는 방식으로 상수도 공사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1906년 11월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고 1908년 1월에는 수도국 출장소가 인천에 들어서게 된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돼 1908년 10월 송현 배수지가 준공됐고 1910년 9월에는 노량진에서 인천에 이르는 상수도관 매설 공사와 펌프실 건축이 마무리됐다.1910년 10월 통수식을 가졌고 그 해 12월 1일부터 마침내 인천지역에 수돗물 급수가 시작됐다. 노량진에서 상수도 관로를 타고 인천으로 넘어온 물은 송현 배수지(현재 인천 동구 송현동)로 합류됐고 이곳에서 인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송현 배수지는 송림산(지금의 동구 수도국산) 정상에 설치됐다. 3개의 사각형 저수조로 구성된 배수지는 길이 43.32m, 폭 33.54m, 깊이 4.38m로 1만5천579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부지 면적은 3만6천780㎡로 준공 당시 배수지를 관할하는 사무실 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제수변실(배수관의 단수 및 유압조절기능을 하는 제수밸브를 보호하는 시설물)과 철제 정문 등만 남아있다. 제수변실의 출입구 위에는 '만윤백량(萬潤百凉·백 번이 흐르면 만 번이 빛난다)'이라 써진 현판이 붙어있다. 송현 배수지가 위치한 원래 산 이름은 송림산이지만, 배수지가 설치되면서 주민들은 이곳을 수도국산(水道局山)이라 불렀다.상수도 보급 후 1923년 수도 계량제가 실시된다. 당시 수도 당국은 물을 절약하겠다며 계량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수도료가 3배 이상 늘어나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고 한다. 계량제 실시는 수도료 부담 가중 외에도 또 다른 말썽을 일으켰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수도는 몇 사람이라도 요금을 체납할 경우 수도전을 아예 폐쇄했는데,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먹지 않기로 의결하는 등 '수도 불음동맹'까지 결성됐다고 한다.수도사업소 직원의 비리도 많았다. 1921년 8월에는 요금을 징수하는 출납 보조원이 수년간에 걸쳐 장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2천원의 수도징수료를 착복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월 75원을 받는 봉급자가 호화생활을 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조사 끝에 출납 보조원을 붙잡은 것이다. 이밖에 1923년에는 5년 전 수도료를 내라는 독촉장이 인천 지역 수백 명에게 발부돼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등 상수도 계량제 실시 초기에는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인천 상수도는 광복 후 혼란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황폐화에서 벗어난 60·70년대 산업화·공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확장을 거듭한다. 인구는 비약적으로 늘었고, 도시화에 따른 수도 확충이 시급했다. 이때까지 인천 전역의 급수를 관장하던 송현 배수지에 이어 1968년 수봉산 배수지가 건설돼 남구와 중구 일부 지역 수돗물 공급을 담당하게 됐다. 이후 1981년 자유공원, 용현, 만수 배수지 등 세 곳이 신설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남동정수장 건설계획과 노온 정수장 신설 사업에 맞춰 문학 배수지, 장수 배수지 등 대규모 배수지가 건설되면서 급수난 해소에 기여했다. 부평정수장은 1986년 전국 최초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해 한강 가양취수장의 물을 정수해 인천 시내에 공급했다.인천 상수도는 지난 2006년 시민 공모를 거쳐 자체 브랜드 '미추홀참물'을 개발했다. 미추홀참물은 인천의 옛 지명인 미추홀에서 나는 깨끗한 물에 참된 마음을 더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허브 도시로 성장하는 인천을 대표하는 물로 최고의 품질과 맛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보안 시설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되던 상수도 시설들도 개방됐다. 송현 배수지는 야외 체력 단련시설 등을 갖춘 주민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고, 문학 배수지도 예술적 환경의 휴식공간과 체육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남동 정수장 뒷산 일대도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들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지원시설로 활용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인천의 급수면적은 총 336.52㎢로, 7곳의 정수시설에서 생산된 하루 96만9천㎥의 수돗물이 6천420㎞의 각종 관로를 따라 각 세대에 공급되고 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인천 상수도는 대한민국의 수도 역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성장해왔다"며 "시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인천 상수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대되는 미추홀참물'2025 인천 수도정비 기본계획'은 인천 상수도의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기본계획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 '합리적 보편적 서비스', '경쟁력 있는 수도사업',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 상수도' 등 크게 4가지 축을 주요 뼈대로 하고 있다. 우선 안전하고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해 정수장 고도정수처리 도입사업과 노후관 개량사업이 집중적으로 추진된다. 또 도수관로 복선화와 정수장 관 비상연계 구축을 통한 무단수 급수체계가 구축된다.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수장 고도사업과 송배수 개량사업 등 시설 개량사업에만 총 4천억 원 이상 투입된다. 현재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이 추진 중이다. 특히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평균 30년 이상 된 노후관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307.4㎞를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도수관로 복선화 등 안정화 사업엔 1천15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원수를 확보해 경쟁력 있는 수도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도 있다. 현재 팔당 원수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저렴한 풍납 원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수관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합리적인 상수도 재정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수자원과 상하수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물 낭비를 줄이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 사업, 물 재이용 등을 추진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체계도 갖춘다.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가 있는 섬 지역의 근본적 용수확보를 위한 해수 담수화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우선 소청도, 소연평도에 사업비 57억 원을 투입해 250t 용량의 담수화 시설 공사가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390여 명의 섬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 1천300여 명이 사는 대청도는 500t급 용량의 담수화 시설이 2018년까지 완공되고, 대연평도와 지도, 울도, 백아도 등 섬도 2021년까지 담수화 시설 공사가 진행될 계획이다.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관리강화와 소독체계 개선, 최적의 정수시스템 구축, 냄새 없는 수돗물 생산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현준·김명호기자 uplhj@kyeongin.com(사진왼쪽부터) 1908년 준공 당시의 송현배수지, 1960년대 급수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1967년 부평정수장 공사 기공식, 남동정수장. 그래픽/박성현기자·성옥희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7-04-28 이현준·김명호

[이슈&스토리]인터뷰|김복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

고도처리시설 확충 노력… 자외선 정수기술도 시험중'마을 우물' 사용하고 있는 섬지역까지 급수 확대해야"언제나, 어디서나, 맛있는 수돗물이 제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김복기(사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시민들이 깨끗한 수돗물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확충과 노후관 교체 강화, 섬지역 해수 담수화 시설 확대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복기 본부장은 "수돗물을 써야 하는데, 물이 끊겨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단수'를 원칙으로,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김복기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주요 현안은. "인천 상수도의 경우 팔당과 풍납에서 원수를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 수질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을 해야 하는데, 인천시 재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관계로 부평정수장 정도밖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재 풍납 원수를 쓰는 공촌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설치 중인데, 수산·남동정수장 고도정수처리 시설 설치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수산·남동정수장은 팔당에서 물을 공급받는데, 최근 들어 이 지역 수질이 더 안 좋아 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 계획한 설계작업이 마무리되면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옹진군 섬 지역은 식수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해수 담수화 시설이 필요한데 사업비와 운영·유지비 문제로 충분한 시설을 확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행히 인천 상수도 요금의 현실화율이 100% 수준이라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깨끗한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선 우선 원수가 깨끗해야 한다. 현재 공급받는 풍납과 팔당 원수는 물의 상층부에서 채취된다. 채취하는 깊이가 깊을수록 물은 더 깨끗하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에 더 깊은 곳에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수장의 고도처리시설 확충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현재 자외선을 활용한 정수 기술을 개발해 시험 운영 중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정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평균 30년 이상 된 노후관은 수질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인천엔 2020년 기준으로 노후관이 649㎞ 정도 된다. 이중 절반 수준인 311㎞를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전까지는 1년에 보통 20㎞ 정도를 했는데, 올해는 55㎞, 내년엔 66㎞, 2019년엔 95㎞, 2020년 95㎞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 수요자인 각 세대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질검사는 무료로 해주는 등 깨끗한 수질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것만은 해결하겠다'는 사안은 뭔가. "섬 지역 급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천 전체 면적이 1천㎢ 정도라고 한다면, 수돗물이 투입되는 급수구역은 350㎢ 정도에 불과하다. 35% 정도 되는 것이다. 수돗물을 쓰지 않는 섬 지역이 많아 그렇다는 생각이다. 현재 섬 지역은 소규모 수도시설인 마을 상수도라고 하지만 결국 마을의 우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지역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 이런 생각엔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더욱 노력하겠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2017-04-28 이현준

[이슈&스토리]학교용지부담금 반환사태 처음부터 되돌아보기

보금자리·혁신도시지구 등대법원 "부과대상에서 제외"LH에 반환해야할 비용 규모이자포함 경기도만 5조 넘어학교건립 차질 건설사 불똥민원·소송 추진 '갈등 확산'道, 판결 직후 공동대응 합의시·군 입장 국무조정실 전달관련 개정안 신속 통과 성과道교육청, LH요구 적극 검토LH의 해결의지 협상안 도출"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답니다."경기도 소속 공무원 A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방재정 파탄을 불러올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사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5개월 동안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쓸려 내려갔다.지난해 11월 말, 대법원은 부천시 등 지자체가 LH에서 걷은 학교용지부담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논리는 간단했다. 학교용지법 상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에 보금자리주택지구·혁신도시지구·신행정수도 등 특별법에 따른 개발사업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도 내 지자체는 원금만 1조6천억원, 이자포함 5조원 이상을 반환해야 했다. 인천시, 세종시, 대전시, 경상북도도 같은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전국적인 사안으로 번졌다. 학교용지를 무상으로 공급받은 교육청으로도 피해가 확산됐다. 지방재정 파탄은 불가피해 보였다.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사태'가 시작됐다.행정부가 오로지 법령을 근거로 판단하는 사법부에 철퇴를 맞은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어떠한 정치 권력도 뒤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법제처의 해석만 의존한 채 법령 자체를 바꾸지 않은 정부의 안일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이 깜깜한 상황에서 A씨를 비롯한 경기도 소속 공무원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학교용지법 개정을 추진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중앙부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사태가 확산되며 학교 건립이 중단되자 민원도 빗발쳤다. 건설업계, 피해지역 주민 등의 민원에 응대를 하느라 매일같이 진땀을 뺐다.마땅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앞이 깜깜했던 때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국무조정실이었다.# 국무조정실 중재로 처음으로 마주 앉은 LH와 교육부, 협상안 도출해내다.대법원의 판결로 승기를 잡은 LH는 곧바로 몸을 사렸다. 경기도, 도교육청, 교육부 등의 협상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LH를 지도·감독하는 국토부의 문의에 의견을 전달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건설업계는 난리가 났다. 신설학교를 설립하려면 교육청과 협의가 필요한데 교육청이 협의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한 것이다.그 결과 해당 지역의 건설업체들은 적법하게 택지를 매입하고 사업계획승인을 받고도 분양을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업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이자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일부 건설사는 존폐 위기까지 겪었다. 또 해당 지역 입주예정자들은 학교가 들어서지 않는다는 소식에 강력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학교 유무와 거리는 주택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양 향동지구, 지축지구, 하남 감일지구 등 피해 면적이 늘어났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와 LH 등을 상대로 민원폭탄을 투하했고 피해보상 소송까지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규제 정책 발표(8월25일, 11월3일, 11월24일)와 미국발 금리인상 및 국내정세 불안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의 확대로 어려움이 가속되는 상황에 공공기관 간 갈등으로 유탄을 맞았다고 주장했다.민간에까지 피해가 확산되자 기관간 조정을 통해 공공기관 간 갈등을 해결하는 국무조정실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사실상 해결책이 없다고 판단한 정부부처와 대부분의 지자체와는 달리, 사건의 발단이 된 경기도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국무조정실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상황이라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LH가 소송을 취하하면 지방재정 파탄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수조원이 들어오는 LH 입장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소송을 취하할 리 만무했다. LH가 그동안 감당해 온 불합리한 점들을 해소해줘야 했다. 협상만 잘되면 LH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고 판단한 국무조정실은 국토교통부, 교육부, 도교육청 그리고 LH를 불러 모았다.지난 3월 초 '학교용지부담금 반환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가 시작됐다.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협의에서 국토부-LH, 교육부-도교육청 등 양 패로 나뉜 이들은 그동안 쌓여있던 불만사항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이들은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모였고 수시로 전화·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조율했다.양측의 대화가 많아지자 국무조정실도 소송취하를 전제로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체결키로 결정해 각 기관에 통보하는 등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비쳤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된 협의 끝에 지난 10일 각 기관들은 협약 체결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LH는 불합리한 규제 3가지를 개선하는 조건으로 학교용지와 관련된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등은 현재 협약문구를 조정한 뒤 협약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5개월간 지자체의 목을 조여 온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사태'가 일단락 된 셈이다. 지방재정 파탄 위기를 지켜낸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지자체의 노력으로 초유의 사태 막아내다.'학교용지부담금 반환 사태'가 벌어진 뒤 직격탄을 맞은 지방재정과 건설업계는 연일 울상이었다. 경기도는 시군과 도교육청을 포함해 원금 1조6천억원, 이자포함 5조원 상당을 당장 올해부터 LH에 지급해야 했다. 올해 기준 경기도 예산(19조5천941억원)의 25%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또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신도시 내 학교용지를 확보할 길이 없어지면서 새로운 학교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주택공급을 통해 들어오는 세수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흥 은계지구 등 도내 신도시 1만6천여가구의 분양이 전면 중단되면서 건설업계는 경기도 등을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재정 파탄은 불 보듯 뻔했다. 세수 흑자전환으로 교부단체로 전환된 첫 해,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경기도는 판결이 나온 직후 관련 사항을 도교육청에 알리고 곧바로 교육협력 실무회의를 통해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또 행자부와 교육부, 국토부, 기재부 등 정부부처에 이번 사태로 인한 문제점을 설명하고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중앙·지방 간 정책협의회의 안건으로 올렸고 국회에는 법령개정을 건의했다. 관련된 시군의 입장을 모아 국무조정실에 전달하는 등 가교역할도 해냈다.그 결과 지난달 2일 학교용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한 달만에 본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 사태해결의 키를 쥔 국무조정실에 지자체의 정확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협상안 도출을 이끌어 냈다.도교육청도 수차례 진행된 협상과정에서 LH의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추가될 수 있는 문제를 막아냈다. 경기도와 도교육청, '연정 파트너'가 함께 이끌어낸 성과였다.건설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앞서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는 국무조정실, 국토부, 교육부, 경기도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해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처음에는 지자체에서 시작된 단순한 문제였을지 모르지만, 파급효과가 매우 커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각 기관의 대응이 매우 중요했다. 모든 기관에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임해 준 덕분에 해결점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국회 상임위(국토위, 교문위)에서도 협약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협약이행률이 높아지고 정당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A씨는 "지난해 11월 24일 패소판결을 접했을 때는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했는데 모두가 해결돼 천만다행"이라며 "모든 관계부처에 감사하지만 특히 소송을 이기고도 해결의지를 보여준 LH가 큰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학교용지부담금대규모 택지개발 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필요한 학교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은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해 개발업체로부터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거나 부지 매입비용을 징수한다. 이를 학교용지부담금이라고 하는데, 개발 이익 일부를 공익적 사업인 학교 부지를 위해 환원한다는 취지다.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7-04-20 전시언

[이슈&스토리]인터뷰|개정안 대표 발의한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

경인일보 보도 통해 문제 접해교육부에 즉시 관련 보고 요청개정안 작업 후에도 '우여곡절'여러 채널 통한 노력끝에 결실지난 2월 2일 보금자리 주택지구 개발 사업자도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학교용지부담금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LH가 지자체·교육청을 상대로 벌인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취소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LH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기도에서만 1조원 대 재정위기가 발발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었다.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상황은 일거에 뒤바뀌었다. 소송을 제기한 LH는 '공기업이 공공기관에 소송을 제기해 떼돈을 벌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국무조정실은 이해 당사자들 간 협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지난해 11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LH가 사실상 승소한 이후 파국을 향해 달려가던 재정폭탄이 멈추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학교용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당 송기석(광주서구갑) 의원은 법안 통과 과정이 "그야말로 극적이었다"고 표현했다.-대법원의 파기환송심 이후 개정안 작업을 상당히 서둘렀고, 우여곡절 끝에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1월에 개정안 작업을 마쳤지만 상임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20일간 숙려기간이 문제가 됐습니다(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은 법사위로 올리기 전에 일정 검토기간을 거쳐야 한다). 올 초 재판을 앞둔 지자체가 잇따라 패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개정안이 통과돼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패소 판결이 나온 뒤에는 물릴 방법이 없으니까요.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님 등 타당 상임위 간사분들에게 법률안이 신속하게 통과돼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2월에 바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법사위에 올라간 개정안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 했어요. 소급적용 되지 않는 개정안은 사실상 효력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다음 회기로 법안이 넘어갈 위기가 왔죠. 여러 채널을 통해 교육계에 소급적용은 위헌이라 현재의 개정안이 최선이라는 점을 이해시켰고 그런 과정을 거쳐 3월 2일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학교용지부담금 반환사태'를 인지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국 지자체가 교육청에 내야 할 학교용지부담금이 1조원 대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학교용지부담금 미전입금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시도교육감들에게 질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용지부담금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지난 1월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LH와 교육청, 지자체가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문제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후 즉시 교육부에 이 사안에 대해 보고를 요청했습니다. 학교를 신설해야 할 원인은 택지개발자에게 있는 것인데 막대한 개발이익은 챙기면서 학교신설 비용은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이 LH의 입장이었습니다. 이것은 공익을 우선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고, 각종 대규모 사업지구 내에서 학교설립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내용 확인 후 바로 법안 개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을 바꿔 신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보금자리 주택지구에 대한 학교용지부담금 문제는 해결됐지만, 이후 신규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텐데 대책은 없을까요."학교용지부담금의 취지는 학교신설의 수요를 유발하고 학교신설에 따라 지가상승 등 수익을 얻는 사업시행자가 원인자·수익자로서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신규개발사업에 관련된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그 때마다 관련법을 학교용지법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를 비롯한 국회의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시기적절하게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학교용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 /연합뉴스

2017-04-20 신지영

[이슈&스토리]물류단지 집중화 '교통지옥' 우려되는 광주시 도로

지방도 325호선 지월공단 대형차량 쏟아져2020년까지 허브터미널 등 3곳으로 늘어나통행량 폭증 전망 시민들 피해 커질까 걱정13일 오전 11시 광주시 초월읍 지월공단 앞 지방도 325호선. 서울 방면 편도 1차선에는 레미콘 차량과 5t탑차, 11t윙바디 등 각종 중대형 차량들이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줄지어 서 있다.지방도 325호선은 이천시 마장면과 광주시 퇴촌면을 잇는 지방도로, 이 같은 정체는 출퇴근 시간이 아닌 한낮에도 곧잘 발생한다. 정체는 초월읍 지월공단 인근에서 경안천과 인접한 원당리 일대까지 1.5㎞에 걸쳐 이어졌다.비슷한 시각 325호선 이천 덕평~매곡 구간도 인근 물류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대형차량들로 붐볐다. 도로 인근에는 유명 대기업의 생산 공장과 물류센터 등이 입점해 있어 상습 정체가 발생한 것이다..325호선 광주 구간 인근에는 내년 6월 아시아 최대 규모 택배터미널인 'CJ대한통운 메가허브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연면적이 축구장 40개 넓이에 달하는 메가허브터미널이 완공되면 10t이상 대형 화물차량을 동시 850대까지 수용할 수 있어 대형차량 통행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광주시는 메가허브터미널이 완공되면 1일 1만2천대 수준인 통행량이 2만5천대 수준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뿐 만이 아니라 325호선 광주 남쪽 구간인 초월읍 학동리에 학동물류단지, 곤지암읍 신대리에는 신대물류단지가 국토교통부의 물류단지 사전 승인 절차인 실수요 검증을 거치고 있다.이들 두 물류단지가 들어서면 왕복 2차로의 좁다란 지방도 325호선을 이용하는 물류단지는 모두 3곳이 된다. 실수요 검증이 통과되면 물류단지 완공까지 통상 3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류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2020년을 전후해 325호선은 최악의 정체구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초월읍 주민 한만복(66)씨는 "평소에도 대형차량이 지나다니며 먼지가 날리고, 도로가 막혀 고생하고 있는데 물류단지가 잇따라 들어온다니 차량 정체나 소음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이 같은 상황은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4년 이후 조성 중인 신규 물류단지 14개 중 9개가 경기도에 몰렸다. 이전에는 지역별 물류단지 면적을 제한하는 물류단지 총량제가 시행됐지만, 물류업체가 입지를 제안할 수 있는 실수요 검증제가 시행되면서 물동량이 풍부한 도내에 물류단지 건립 신청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래픽 참조실수요 검증제는 국토부의 검증 위원 10명이 물류 수요와 재정 능력을 기반으로 업체의 사업수행능력을 평가해 통과 여부를 결정하고, 통과된 물류단지를 대상으로 도지사(100만㎡ 이상은 국토부 장관 승인)가 승인을 내주는 식이다.도로 물류단지가 몰리는 집중화 현상은 뚜렷이 나타난 반면 늘어난 화물차량 통행을 감당할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지자체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경기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대부분의 물류단지가 공사 중이거나 실수요 검증만 통과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다"면서 "향후 몇 년 뒤 동시다발적으로 물류단지가 완공되면 대형 물류차 통행으로 시도, 면도, 리도 등 지방도가 훼손되고 차량정체로 교통 여건이 악화되는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업체가 자율적으로 물류단지건립 신청을 할 수 있는 실수요 검증제도가 시행된 이후 경기도에 물류단지가 몰려들면서 도로파괴, 차량정체 등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방도 325선 앞 확장 공사 중인 광주시 초월읍의 한 물류단지. /경인일보 DB

2017-04-13 신지영

[이슈&스토리]임종성 국회의원이 말하는 '물류단지 실수요 검증제' 문제와 해법

사업자가 입지 선정… 특정지역 쏠림현상최소한의 '도로인프라' 준비·관리도 부담기업 '경제적 파급효과 허상' 점검해 봐야더불어민주당 임종성(광주을·사진)의원은 지역구인 광주시로 물류단지가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정부와 함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7일 광주시를 찾은 국토부 및 도 관계자와 함께 실제 현장을 점검하고 기반시설 미비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민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 의원과 물류단지 실수요 검증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임 의원과 일문일답-물류단지 실수요검증제가 시행되면서 물류단지가 경기도에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물류단지 총량제에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물류단지 입지를 유도했지만 실수요 검증제에서는 사업자가 원하는 지역에 물류단지가 입지하게 된다. 급격히 물류단지가 집중되다보니 시군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도로 인프라는 준비해야 하는데 시군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물류단지가 주요 교통 요지를 선점하게 되면서 중소 도시의 체계적인 도시성장을 계획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물류단지를 통행하는 차량으로 기반시설이 훼손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물류단지에서 국도나 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이용하는 시도, 면도, 리도 등 시군이 관리하는 도로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물류단지는 공익사업으로 분류돼 각종 인허가 조건을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상당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정작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을 주민들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물류단지 문제는 국토부, 경기도, 해당 시군 등 세 주체가 얽힌 사안이다. 이 사안을 두고 각 주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물류단지 입지는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토부는 실수요 검증시 반드시 주민의견을 들어야 한다. 도는 물류단지를 허가할 경우 지방도 확장 계획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주시 초월물류단지의 경우 도가 허가만 내놓고, 2차로인 지방도 325호선 확장 문제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시군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업체가 실수요 검증 과정에서 제출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실제 경제효과는 어땠는지 사후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물류단지로 발생하는 지방세수는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인데 물류단지의 경제성에 대해 허상이 있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단지가 어떤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제대로 분석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해야 지역과 주민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2017-04-13 신지영

[이슈&스토리]물류단지 '동상이몽'

경기도에 몰려들고 있는 물류단지를 두고 해당 시군과 지정권자인 경기도, 실수요 검증을 시행하는 국토교통부 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도에는 전국 물류창고의 4분의1이 밀집해 있다. 이 중에는 물류시설법상 물류창고업으로 등록된 일반 물류창고 뿐 아니라 보세창고, 냉동냉장창고, 축산물 보관 창고 등 각종 창고들이 포함돼 있다. 물류단지 지정권자인 도는 지역 곳곳에 물류창고가 난립하고 있어 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물류단지를 활성화시키면 관리가 용이해지고 집적효과로 경제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해당 지자체는 물류단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물류단지가 집중 조성되며 미처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물류단지 예정부지는 대개 농촌 지역 중소도시여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 마련도 버겁다. 국토부는 실수요 검증제 시행 이후 물류단지에 대한 권한을 광역단체장에게 대폭 이양한 상황이어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수 년 내 도내 물류단지는 2014년 이전과 비교해 최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류단지 집중화 문제를 둘러싼 각 주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산단보다 생산유발효과 크다는 연구 결과창고 난립·물동량 증가등 '거부 힘든 흐름'법의 틀 바뀌지 않는한 지금처럼 진행될것# 경기도=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농촌 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물류창고들을 보셨을 겁니다. 도에 물류시설법으로 등록된 물류창고는 951개, 관세법 등 타법률로 등록된 보세창고나 냉동냉장 창고도 724개나 됩니다. 지역업체가 물류창고를 지으려고 하면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엄청 납니다. 창고가 필요한 데 짓기는 힘든데다가 이곳저곳 난립해서 들어서다 보니 미관도 해치고. 이게 지금 도의 물류창고 현황입니다. 그러다보니 계획적으로 부지를 조성하고, 체계적으로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물류단지가 필요해진 겁니다. 일부 반대론자들은 물류단지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업단지의 생산유발효과보다 물류단지의 생산유발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물류단지가 들어서면 좁은 지방도로 대형 물류차량이 오가면서 교통 정체를 발생시키고, 도로 수명도 짧아진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도 전역에 조성되고 있는 산업단지를 두고는 그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죠. 산업단지에 통행하는 업체 차량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해서 산업단지까지 이어지는 지방도를 확장하거나 유지보수 비용을 마련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물류단지를 두고는 그런 요구를 하거나 애로사항을 호소하곤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 시군이 수립하는 도시기본계획에 물류단지 수요를 예측해 반영하는 것입니다. 도시기본계획에는 도로망 등 기본 인프라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는데 이걸 수립할 때 물류단지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죠. 물류단지 설립은 기존 물류창고 난립의 문제점과 늘어나는 물동량을 고려할 때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일각에서는 물류단지 지정권자인 도가 도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시군에는 물류단지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질문합니다. 하지만 국토부 실수요 검증을 통과한 사업자에게 도로나 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승인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모든 행정은 법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잖아요. 법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금처럼 물류단지 사업은 진행될 겁니다.고속道 연결 지방도등 도로기반 개선 안돼1천억 이상 예산 소요… 市 혼자 해결 불가'균형발전' 고려해서라도 지원 반드시 필요.# 광주시=광주에는 도척·초월물류단지가 운영 중이고 앞으로 공사가 진행될 오포·직동물류단지를 포함해 국토부 실수요 검증을 통과한 중대물류단지 등 5개 물류단지가 추가로 입점할 예정입니다. 실수요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학동·신대 물류단지까지 합치면 향후 물류단지는 7개로 늘어납니다.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물류도시죠. 광주로 물류단지가 몰리는 건, 서울과 가까운데다 중부고속도로까지 끼고 있어 입지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물류단지가 몰리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물류단지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지방도 등 도로기반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아 물류단지 주변으로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내년에 확장공사가 끝나는 초월물류단지를 비롯해 학동·신대물류단지도 들어서는 지방도 325호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직동물류단지 교통을 분산하기 위해 직동나들목으로 이어지는 도로개설도 필요하죠. 왕복 2차로인 325호선 인근에는 이미 업체들이 많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들에게서 도로 확장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까지 하려면 1천억 원 이상 예산이 소요될 것 같은데 광주시로서는 굉장히 부담되는 일입니다.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로 물류단지가 몰리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도로들도 물류단지 수요를 배제하고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지금은 물류단지가 공사 중이거나 예정이어서 심각해보이지 않지만 수 년 뒤에는 큰 문제로 대두될 겁니다. 도로 확포장 공사를 위한 예산 마련과 공사가 1~2년 사이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벌써 주민들은 지역 경제에 도움되지 않는 물류단지가 들어서면서 큰 도시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중소도시와 대도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고려해서라도 물류단지를 품은 지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시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버겁습니다. 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실수요 검증, 구속력 없는 사전절차 일부지방도 확포장등 광역지자체·시군 할 일부적절한 곳, 지정 안 할 수 있게 근거마련# 국토교통부=실수요 검증제는 장점이 많습니다. 예전에 물류 총량제를 실시할 때는 지역별로 물류단지 면적을 제한했죠. 그러다보니 물동량이 많은 지역은 물류단지 대신 물류창고가 난립하고, 수요는 풍부한데 물류시설은 뒷받침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죠. 그래서 규제를 철폐해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지난 정부의 기조 아래 실수요 검증제가 실시됐습니다. 실수요 검증제는 실제 승인을 받기 전에 거치는 하나의 사전 절차라고 보면 됩니다. 구속력이 없어요. 실수요 검증은 업체가 사업을 수행할 자금력이 있느냐와 희망 입지가 물동량이 있는 곳인가만 점검합니다. 실수요 검증을 통과하더라도 도지사가 '이곳은 물류단지가 들어설 곳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됩니다. 연면적 100㎡이하 물류단지는 도지사에게 지정권한이 있거든요. 물류단지가 도로 집중되면서 기반시설 파괴나 교통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지방도의 확포장이나 유지보수는 광역 지자체나 해당 시군이 재정을 부담하도록 돼 있어요. 아주 쇠퇴한 소규모 도시의 도로를 정부 비용으로 확장하는 경우는 있지만, 수도권 규제로 도에는 이런 지원도 할 수 없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도지사가 문제가 될 것 같은 물류단지에는 승인을 내주지 않는 겁니다. 지역의 사정은 지방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겠죠.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류단지 입지를 업체가 선정하도록 했더니 환경파괴 등 주민들의 우려가 많이 나와요. 그래서 실수요 검증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주변 도로망이 어떤지 세밀히 살피도록 교통영향평가 비중도 늘릴 계획입니다. 물류단지 개발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지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취지입니다. 최대한 올해 안에 개선안이 나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7-04-13 신지영

[이슈&스토리]기업형 중고서점 인천 진출 러시

다양한 분야 서적·음반·DVD등 취급상처 하나 없는 책 '정가의 절반 수준'온라인 검색 등 '고객 편의성'도 높아매장찾은 시민들, 책장사이 보물찾기하루 1500권 판매·100권 매입 성장세"도대체 이게 새책이야, 헌책이야?"최근 인천 구월동에 문을 연 알라딘 중고서점의 한 서가에서 책을 뽑아든 직장인 전재용(40·가명)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가 좋아하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게이고가 쓴 '용의자 X의 헌신'을 찾아 손에 쥔 그는 몇 번이고 책을 살펴봤다. 새 책이나 다름없이 상처 하나 없는 깔끔한 책 표지를 보고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책장을 펼쳐도 낙서 하나 없었고 가격은 5천900원으로 정가 1만원보다 40% 이상 저렴했다. 마치 소풍날 보물찾기에서 보물이라도 찾은 듯 그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가득했다.그는 최근 이 추리소설 작가의 신간을 접하고 무척 재미있게 읽어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터였다. 그는 하지만 굳이 새 책을 살 이유가 없어 온라인 헌책방을 뒤지다 직장 근처에 이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곧바로 인터넷으로 해당 매장에 사고 싶은 책의 재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다음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장을 찾은 것이다.그는 내친 김에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이 소설가의 다른 작품도 한 권 더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그는 신간 1권 가격에도 못 미치는 1만4천900원이라는 가격에 새 책이나 다름없는 소설책 2권을 손에 넣었다는 만족감에 무척 흡족해했다.여러모로 편리하고 쾌적한 탓에 최근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기업형 중고 서점이 인천에도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5일 오후 2시 알라딘 구월점을 찾았다.알라딘 중고서점 구월점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 한복판 인천의 대표 중심 상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터미널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정문 육교 맞은편의 유명 커피전문점 건물 2층과 3층을 쓴다.입구를 통해 서점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하얀 벽면은 시인 백석과 정지용 등 유명 작가들의 스케치와 시로 장식돼 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유흥가 한복판이어서 조금은 들떠있던 마음이 자연스레 정리된다.2층 매장에 들어서니 책이 아닌 음반이 먼저 반긴다. 230㎡ 규모의 2층에서는 중고 음반·DVD·블루레이·LP 등과 '굿즈'라고 불리는 노트와 수첩, 머그컵 등의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중고가 아닌 새로 나온 음반도 판매하고 있는데, 새 음반을 취급하는 곳은 전국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 가운데 구월점이 유일하다고 한다.2층 한편에는 계산대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손님들이 고른 책을 계산해주기도 하고 또 책을 판매하러 오는 손님들의 책을 매입한다.대략 하루평균 약 300명의 고객이 1천500권 정도의 책을 사가며 50~60명의 손님이 100권 가량의 책을 팔러 온다.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429㎡ 규모의 3층 매장 전체는 책을 위해 할애됐다. 9만권의 책이 있는 이곳은 알파벳 C~H까지 서가가 구분돼 있다. C(소설·시·에세이·만화), D(인문사회·종교·전문서적·외국어), E(유아·어린이·청소년·좋은부모), F(경제경영·자기계발·컴퓨터), G(알라딘 스페셜·출간일1년신간), H(취미·실용·예술·대중문화) 등이다.어린이들의 그림책이 있는 E서가 옆에는 아이들이 앉아 책을 고르고 볼 수 있도록 어린이용 탁자와 의자가 준비됐고,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책을 파는 G서가 인근에도 의자와 긴 탁자가 마련돼 있다.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이어서인지 책을 고르는 손님들은 10여 명으로 조금은 한산했다.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점에 들른 손님은 없어 보였다. 다들 뭐라도 책을 꼭 사가야겠다는 표정으로 책 고르기에 집중하고 있었다.이곳 손님들은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의 중고 서적을 살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알라딘 구월점 개점을 반겼다.종류를 가리지 않고 평소 책을 즐겨 보고 서점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서승원(29·남동구 만수동)씨는 "다른 지방에는 다 대형 중고서점이 있는데, 유독 인천에만 없었던 것을 늘 이상하게 생각해 왔는데, 집 가까운 곳에 들어서 무척 반가웠고, 쉬는 날 맘 먹고 찾아왔다"며 "신간 위주의 독서를 하는 취향이 아니어서 앞으로 이 중고 서점만 이용할 것 같다. 이제 새 책을 사러 근처 다른 대형서점에 굳이 갈 일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원하는 책을 고르기 힘든 동네 영세 헌책방과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 무척 만족스럽고 '헌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고객도 있었다.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도 자주 이용했다는 주부 허윤미(35·남동구 구월동)씨는 "배다리 헌책방 규모가 대부분 영세해 책을 고르기 너무 힘들었는데, 이곳은 원하는 책이 있는지 미리 검색을 해보고 찾아올 수 있어 편리하다"며 "책들이 대부분 누워있는 헌책방과는 달리 서가에 깔끔하게 꽂혀 있어 헌책방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동안 인천에는 기업형 중고 서점이 없었다. 그 시작을 연 것은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지난 1월 인천 계산점의 문을 연 이후 지난 3월 이곳 구월점을 열었다. 이 같은 호응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송도신도시에도 추가로 서점을 열 계획이다. 인천에 기업형 중고서점이 몰려오며 지역 서점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서기상 알라딘 구월점 점장은 "인구 300만 도시 인천은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고,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도 인천에 상당한 고객이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전국광역시 가운데 마지막으로 인천의 문을 연만큼 인천 시민들 요구에 발맞춰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지난 달 18일 인천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알라딘 중고서점 인천구월점 전경. 헌책과 중고 음반을 사고 팔수 있는 이 서점은 인천 구월동의 건물 2~3층 660㎡ 규모의 매장에 7만여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굿즈(goods)도 잘 팔리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인천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 인천구월점.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7-04-06 김성호

[이슈&스토리]기업형 중고서점, 지역 상권 진출 '暗'

도깨비 촬영지 '배다리 헌책방 거리'알라딘 부천 출점때부터 '이상 기류'인근 중소규모 서점 "매출 20% 감소"출판업계도 '신간 수요 잠식' 눈초리2019년 '제한' 풀릴땐 새책까지 판매기업형 중고 서점의 대표 주자인 알라딘의 지역 상권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2011년 서울 종로에 1호점을 연 뒤 6년 동안 34개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냈다. 강남, 신촌, 잠실, 합정 등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 1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부천점, 수원점, 분당서현점, 일산점 등 7개 오프라인 매장을, 인천에서 계산홈플러스점에 이어 최근 구월점을 개장했다. 전체 매장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기업형 중고 서점의 입점을 반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다양한 책을 시중 판매가격보다 싸게, 그리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입점하는 것도 알라딘 중고서점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몰리는 이유다. 그러나 기업형 중고 서점 입점에 따른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 헌책방, 중소 서점, 출판사들은 매출 감소가 걱정이지만, 뚜렷한 대책도 없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작은 서점과 '인터넷 공룡'과의 싸움이 가시화됐다.# "책이 좋은 사람은 헌책방 떠나지 않겠지만…."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인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공휴일과 주말마다 관광객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낡은 골목에 사람을 끌어모은 것이 헌책방이었다. 헌책방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시낭송회, 사진 전시회 등 문화행사는 다채롭다. 배다리 헌책방의 단골인 회사원 김모(38·연수구) 씨는 "초등학생 딸과 함께 한 달에 2~3번 정도 주말에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책을 구경한다"며 "서가에 꽂힌 낡은 책들을 두루 살피다가, 쉽게 구하기 힘든 '나만의 보물'을 얻는 경험이 즐겁다"고 전했다.이런 배다리 헌책방들도 기업형 중고 서점의 '인천 러시'를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는 "알라딘이 부천에 왔을 때부터 타격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차를 타고 인천 동구 배다리를 찾아와 헌책을 사던 고객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알라딘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곽현숙 대표는 "책이 좋아서 오시는 분들은 저희 가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손쉽게 (책을 고르고) 잘 차려진 (매장의) 책을 원하는 분들은 (알라딘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알라딘 중고서점 인근 중소 규모 서점의 타격은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계산점 옆에서 10년간 서협문고를 운영한 오명영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알라딘은 홈플러스 4층에 중고 서점을 개장했는데, 그로 인한 여파가 적지 않았다."중고 서점과 새 책을 파는 서점이 아예 분야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알라딘이 들어온 다음부터 매출의 20%가량이 줄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청소년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 알라딘에서 2천원에 팔리는 데 정가로 우리 서점에서 사겠는가. 이순신, 세종대왕 같은 위인전, 아동도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점협동조합에 나가도 서로 알라딘 이야기를 하는 데 대안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고물상으로 등록된 기업형 중고 서점… 2019년 이후 새책 판매 시장까지 진입?서점은 빵집, 자전거포 등과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당분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받는다.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의 신규 진입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기업형 온라인 서점은 서점이 아닌 고물상으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중고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 성격이 짙었지만, 지금은 자사의 영업망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매장이 확대되고 있다.출판사는 기업형 중고 서점 매장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신간 도서 수요를 중고 서점이 잠식하는 문제가 있었다. 기업형 중고 서점이 새책과 다름 없는 헌책을 팔아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문제였다. 신간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으면 출판사의 경영난과 함께 '도서 다양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출판사는 서점이 한 개 더 늘어날수록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구조인데, 기업형 온라인 서점의 경우 이 공식이 적용되지 않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출판유통심의위원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지난 해 6월 '업계 자율 협약' 형식으로 '6개월 미만 신간 중고책 판매 제한'을 권고했다. 하지만 출판업계는 판매 제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신간의 중고책 판매 제한 기간을 1년 또는 1년6개월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출판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출판업계는 알라딘이 오프라인 중고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서울 주요 지역에 거점을 확보했고, 인천·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유통망 확대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알라딘이 인천의 신도시와 아파트 밀집지역 등에 3호점, 4호점을 개설할 것이란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유통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정관 북스토리 대표는 2년 뒤를 걱정했다. "서점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 적용 기간은 2019년 2월 말까지다. 권고 기간 연장에 대한 합의가 없을 경우 2년 뒤에 진입 제한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알라딘은 전국 주요 거점의 중고 서점에서 새책도 취급할 수 있다.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새책과 헌책을 함께 파는 책방이 등장하는 것이다. 알라딘의 포석은 그런 거다. 소비자는 좋아질 수 있지만, 출판 생태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도 없다. 파이를 키우고 있는 알라딘을 보는 게 착잡한 이유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기업형 중고 서점이 늘어날수록 헌책방과 중소 규모 서점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헌책과 문화가 어우러져 인천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배다리 헌책방 거리도 기업형 중고 서점의 입점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고객들이 책을 고르는 모습. /경인일보DB기업형 중고 서점은 대형 서점에도 파급을 미친다. 새책과 다름 없는 헌책을 싸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에 못지 않은 쾌적한 실내 인테리어와 마일리지 적립 등의 혜택도 기업형 중고 서점이 대형 서점과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사진은 인천의 한 대형 서점에서 고객이 책을 보는 모습. /경인일보DB

2017-04-06 김명래

[이슈&스토리]'EEZ 바닷모래 채취 논란' 깊게 파인 갈등의 골

정부 "민간공급" 사업기간 연장에 반발어민들 "더 못살겠다" 총궐기·해상시위해수부도 조건 강화·국책용 제한 선그어레미콘등 부족·가격급등 건설사 직격탄주무부처 국토부 골재 파동 현실화 난감민관협의체 조율·국회 법안개정등 시급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풍족한 해양자원을 둘러싼 다툼이 거세지고 있다. EEZ는 영해로부터 200해리(370.4㎞)까지다. 지난 1994년 국제법으로 EEZ 내 모든 자원에 대한 국가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키로 하면서 우리 국적 어선만 조업이 허용된다. 독도로 대표되는 영해권 분쟁,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 등 충돌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엔 EEZ 내 바닷모래 채취를 두고 어업인들과 골재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08년 국토교통부는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도 동남쪽 70㎞ 일대 EEZ에서 2010년까지 국책사업용으로 바닷모래 3천520만㎥ 채취를 허가했다. 이후 201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골재 채취단지 내 바닷모래 채취기한과 채취량을 늘리고 당초 국책사업용에서 민간용으로도 할 수 있게끔 지정변경 승인을 했다. 하지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어업인들은 '더이상 못살겠다'며 해상과 육상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집단시위를 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어류 산란장인 바닷속 모래밭이 완전히 사라진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는 바다 생태계 파괴 대책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수산업계의 해수부 vs 건설업계의 국토부, 끝없는 평행선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 EEZ 바닷모래 채취를 국책용으로 한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정부가 골재난을 해소하고자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바닷모래를 추가로 채취할 수 있게 허가하면서 어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모래 채취 허가가 확정된 곳이 있어 실질적으로 남해 EEZ는 내년 3월부터, 서해 EEZ는 2019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어민들의 반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남해EEZ바닷모래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전국 수협은 지난 15일 어선 4만척과 어민 10여만명이 참가한 총궐기대회를 전국 연안과 항·포구 등지에서 동시에 전개했다. 또 허가연장 전반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할 방침이며 바닷모래 채취 전면 중단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당초 국책사업용이었던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한 직후 국토부 출신 인사가 골재협회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해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향후 10년 어업인의 생존권을 지켜낼 기로에 서 있다. 바닷모래 채취 중단과 수산 발전 정책이 담긴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전국 수협조합장 선언'을 각 정당에 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정작 바닷모래 채취허가권을 가진 국토교통부는 해수부 발표에 난감한 입장이다. 육상 골재 등으로 바닷모래를 대체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아 골재난 심화에 따른 건설업계의 진통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50만㎥의 남해 EEZ 모래 채취 신규 물량이 이달 초 고시됐지만 해수부가 까다로운 채취 조건을 내세워 수자원공사는 아직 채취업자 모집 공고도 내지 못하고 있는 등 골재난이 현실화되고 있다.건설업계는 '골재파동'이 재현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바닷모래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사물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부터 EEZ 모래채취 중단으로 모래 가격은 기존 1만3천~1만8천원/㎥에서 2만5천~3만2천원/㎥로 거의 두 배까지 폭등했다. 모래가격 상승은 곧 건설업계 및 레미콘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모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민간공사의 공사비 증가액을 추정해 보면 약 1.1% 상승한 1천900억원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협회는 예상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증가하는 비용은 결국 '국민적 부담 가중'으로 귀결된다. 공공부문 공사의 경우 국민 세금 투입이 늘어나고, 민간부문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골재원을 안정화 해 지역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휴전 없는 대립, 정부 해결 위해 총력남해 EEZ 내 모래 채취가 중단되자 남해 EEZ 모래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레미콘공장 130여곳 중 54%에 달하는 70여곳이 가격 급등과 공급부족으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자연스럽게 건설현장은 올스톱 된 상태다. 대신 서해 EEZ (전북 군산)에서 채취된 모랫값은 두 배 넘게 치솟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물량이 언제 동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과거 모래 채취를 허가한 지자체들에 눈을 돌려보고 있지만, 어민들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조차도 여의치 않다. 경기도 내 모래 채취가 이뤄진 적이 있는 곳은 안산시가 유일하다. 안산시는 풍도 인근 해역에서 2013년 3월부터 12월말까지 520만㎥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한 바 있다. 당시 안산시는 환경파괴와 어민들의 생업터전이 상실된다는 정부와 경기도의 반대의견에도 모래 채취를 허가해줬다가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홍역을 앓았다. 더구나 최근 옹진수협의 반발도 있어 채취 허가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이에 국무조정실이 직접 건설업계, 수산업계, 국토부, 해수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 기관들이 한 테이블에서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직접 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협의체를 구성하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함과 동시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골재협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서 발표한 연구결과 및 용역보고서를 취합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기 일방적인 주장만 반복적으로 내비치면서 시간만 지체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또 법령 제·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의 움직임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EEZ 내 모래채취가 국책사업용에서 민간용으로 확대된 데서 어민의 불만이 시작된 만큼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바닷모래 골재 채취 단지 지정과 허가권'을 국토부에서 해수부로 옮겨야 한다는 방안 등은 법령 개정을 전제하고 있다. 또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27일 "장기적으로 바다골재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골재의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국토부와 해수부 등 정부 기관과 건설업계, 수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원활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정부의 바닷모래 채취 연장 조치에 반발하는 어민들이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7-03-30 전시언

[이슈&스토리]'푸른바다-건설업계' 지킬 수 있는 묘책은

온라인서명 1만4천명 돌파 뜨거운 감자여주에 산처럼 쌓여있는'4대강 준설토'15t 트럭 150만대 분량… 주목받는 대안남쪽까지 운송비 폭등, 단가문제 걸림돌EEZ 내 바닷모래 채취 문제는 건설업계와 수산업계 간의 분쟁을 넘어 온라인을 통한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EEZ 바닷모래채취 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은 지난 21일 시작돼 30일 오후 3시 기준 1만4천939명을 넘어섰다.문제해결을 위해서도 여러가지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4대강 준설토 활용'이다. 4대강 준설토는 여주에만 2천300만㎥가 쌓여있다. 15t 덤프트럭 150만대 분량이다. 4대강 공사 당시 준설토를 매각하면 수백억원의 이익이 생긴다며 장밋빛 전망이 나왔지만 단가가 안 맞으면서 해마다 수십억원의 관리비용과 민원을 유발함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때문에 남해 바닷모래 채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준설토를 활용하자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27일 'EEZ 내의 골재채취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4대강 사업을 통해 발생한 준설토의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당면한 골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통해 마련된 준설골재를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재활용 골재의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병행해 바다 골재의 활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단가문제는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기준으로 남해 EEZ 바닷모래의 경우 1만5천원/㎥가량인데 여주 준설토의 경우 7만원/㎥에 이른다. 특히 3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덤프트럭을 이용해 운송을 하게 되면 운송비만 6만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솔로몬의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다.이에 건설업계에서는 당장은 여주 준설토를 사용하면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이조차 고갈되면 결국 바닷모래를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골재 수급 계획은 1년 단위로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5년 단위로 수립해 최소 2~3년 단위로 허가해야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재업계에서도 바닷모래를 대체한 산림·육상·하천모래 확보의 걸림돌을 해소할 제도개선 과제를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북한모래 반입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골재협회 관계자는 "건설업계를 포함한 범 업계 차원에서 골재수급 안정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대체 골재원 확보를 어렵게 하는 숨은 규제들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갈 곳 못찾아 야산 이룬 '4대강 준설토' 4대강 살리기 사업 진행과정에서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를 쌓아 생긴 여주시 능서면의 인공야산. /경인일보DB

2017-03-30 전시언

[이슈&스토리]인터뷰|조성원 경기남부수협조합장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서해안 일대 모래 퇴적층이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수년 남짓입니다."조성원(67·사진) 경기남부수협조합장은 30일 "해를 거듭할수록 바닷모래를 끌어 올리는 기술이 좋아져 현재 바다 밑은 모래층이 완전히 사라지고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졌다"며 "고기들의 집을 없애는데 고기가 있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연안에서 꽃게와 광어 등 핵심 어종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조 조합장은 "후손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공유재산인 바다가 아무런 감시 없는 상황에 파괴되고 있다. 어민뿐 아니라 복구비용을 감당해야 할 전 국민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선진국에서는 환경 피해를 미리부터 예상해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관리 감독이란 게 전무하다시피 하다. 실제 일본의 경우도 2000년 바닷모래 채취로 어족자원이 60% 이상 감소한 사실이 확인되자 즉각 모래 채취를 중단한 바 있다.조 조합장은 "이같이 피해가 자명한데도 정부가 수산업을 철저히 외면한다면 큰 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어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바닷모래 채취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그는 "4대강 사업하면서 파낸 양질의 모래가 전국에 쌓여있다. 왜 두 업계가 갈등을 빚어야 하는지,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국회와 국토부, 해양수산부, 연구기관, 수산업계,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어업 피해조사와 함께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2017-03-30 전시언

[이슈&스토리]인터뷰|최영근 대한건설협회 부장

"건설업계가 초토화되고 있습니다."대한건설협회 최영근(42·사진) 부장은 "남해 EEZ 골재 채취가 전면 중단됐다가 일부 허가됐지만, 4~5개월 후면 물량이 동날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울산·경남 등지에서 모래가격이 폭등하고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건설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예년만큼의 채취를 허용해주고 산림 골재원 개발 등 중장기적인 골재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정부가 허가한 모래채취량은 650만㎥로 지난해 1천167만㎥의 55% 수준이다. 더군다나 해양수산부가 이를 국책용에 한정해 사용하는 조건을 달면서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는 상황인 것이다.최 부장은 특히 "남해 EEZ 골재는 대부분 민간용으로 사용했다. 사용처를 국책용으로 제한하면 골재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여주 등에 쌓여있는 4대강 준설토는 정부 사업에 따라 생겨난 것이니 국책사업에 사용하고 바닷모래를 민간용으로 개방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지난 2014년부터 증가한 착공 허가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모래 수요는 지난해보다 훨씬 커졌다"며 "그야말로 중소 골재업자들과 건설업계는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실제 안산지역 레미콘 업체들은 급한 대로 서해에서 모래를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선금을 주거나 사정해서 겨우 소량 구해오는 수준이라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는 게 최 부장의 설명이다.그는 "수산업계와 골재업계 양쪽 모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국토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2017-03-30 전시언

[이슈&스토리]황무지 노렴나루가 소래포구가 되기까지

1960년대 기존 원주민에 밀려난 '황해도 피란민'연안에서 새우잡이하며 새로운 포구 개척·정착남북대립 등으로 쇠퇴한 시흥 포리 기능 대신해소래포구 화재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참에 소래포구와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도 새롭게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수도권 유명 관광지인 소래포구는 전통적으로 포구의 역할을 하던 곳이 아니었다. 현재 소래포구가 있는 노렴나루는 1960년대 중반까지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황무지였는데, 실향민이 하나둘 자리 잡으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천과 시흥을 연결하는 나룻배가 다녔던 조용한 나루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수도권 유명 관광지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는 무수한 사연이 있다. 최근 발생한 화재로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소래포구 어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시흥 포리에서 소래포구로소래포구 일대에서는 본래 '포리(현 시흥시 포동)'가 포구의 기능을 했다. 포리는 소래포구에서 하구 안쪽으로 거슬러 올라간 곳에 위치한다.시흥시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시흥시사'를 보면 포리는 조선시대 고지도에도 포촌리, 포리포 등으로 불리는 큰 어촌이었다. 1909년 인구조사에서 인천부의 면별 어업호구를 보면 영종면, 덕적면에 이어 포리가 속한 신현면이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포리의 어업활동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포리 마을이 가장 번성한 시기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였다고 한다. 포리의 1936년 인구는 700~800명에, 호수는 150여 호로 대부분 어민이었는데, 어업이 번창할 때에는 연평도까지 조기를 잡으러 갔다. 이렇게 번성했던 포리가 지금 잊혀진 포구가 된 데에는 소래포구의 부상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포리의 쇠락에는 이유가 많다. 우선 1937년 12월 1일 개통한 수인선의 소래철교가 포리 통행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포리를 다녔던 '중선배'와 같은 큰 선박의 높다란 돛이 소래철교에 걸려 포리 포구로 이동이 어렵게 됐다. 동아일보 1936년 6월21일자에는 '경동철교 가설은 7백 어민 사활문제-선박통행을 못하는 까닭에 관계주민 당국에 진정'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당시 철도국에서 포리로 가는 배가 소래철교 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철교 가운데를 높여 만들고, 모든 배에 꺾는 돛대를 만들어주었지만, 포리 통행의 불편함은 해소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남북 분단, 싹쓸이 어업 등으로 연평어장이 쇠퇴한 것도 포리가 몰락한 원인으로 꼽힌다. 포리에서 발생한 일명 '포리호사건'도 포리 주민들에게 곤욕을 치르게 했다. 문화재관리국에서 펴낸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경기도편(1978)'에는 포리호사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포리 마을 유지가 마을 사람들에게 자금을 차용해 당시 시가 3천만원의 동력선을 구입했는데, 이 동력선이 목포 앞바다에서 간첩에 납치됐고 침몰하게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사건으로 인해 포리 주민들이 '재기불능' 상태가 됐다고 전한다. 포리호 사건은 1960년에 일어났다.# 실향민이 키운 소래포구현재 소래포구가 있는 노렴나루 일대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부터다. 1950년대 소래포구 인근에 위치한 '노렴마을'은 소래염전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사는 수십 호 단위 마을이 있었지만, 노렴나루 일대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그런 노렴나루는 실향민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성장했다.인천시립박물관에서 펴낸 '인천연안의 어업과 염업'이란 책에는 "1963년 당시 실향민 6가구 17명이 전마선, 범선(무동력선) 등으로 연안에서 새우잡이를 시작했다"고 당시 노렴나루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인천 중구, 동구 등지에 터를 잡았던 피란민들이 원주민에 밀려 황량한 소래포구에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수부두, 만석부두 등 인천 지역에 전통적인 포구가 붐벼 자리를 잡기 어렵게 되자 새로 포구를 개척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흥시사'는 "소래어촌은 이북에서 내려온 월남민들의 해안정착촌으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새우잡이를 위하여 1960년대 초 인근 도서지방과 인천 연안부두 어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는데 대부분이 황해도 피란민들이었다"고 기술했다.인하대박물관에서 펴낸 '인천장도포대지'에 수록된 '노렴 마을과 소래 포구의 민속생활문화(2003)'에는 1951년 1·4후퇴 때 월남해 만석동에서 생활하다 1969년 소래포구로 이주했다는 장영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실렸다. 할아버지는 본인이 소래포구의 13번째 주민이었다고 했다. 당시 소래포구의 가옥들은 소위 '루핑(기름종이 지붕)' 지붕 일색이었다. 할아버지는 소래포구에 오면서 벽돌에 슬레이트 지붕을 올렸는데, 주민들은 할아버지의 집을 못 보던 방식으로 새로 지었다고 해서 '새집'이라고 불렀다.소래포구는 분단의 아픔을 그린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소설가 이원규의 단편 '포구의 황혼' 주인공의 아버지는 황해도 연백 출신 실향민 박영구라는 인물이다. 소래포구에서 어선을 부린 박영구는 북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언제나 연평도 주변 어장에만 고집스럽게 매달렸다. 이 소설 말미에는 박영구가 북에 있는 가족에 편지를 보내는 대목이 나온다. 박영구는 편지를 넣은 플라스틱 병을 바다에 띄워 보낸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제지하다가 그대로 내버려둔다. 편지에는 이렇게 썼다. 시선을 오래 멎게 하는 구절이다."세월이 또 무상허게 흘너갓소. 두 번이나 당신과 아이들을 버린 거슬 용서하오. 이제 늘거 귀눈 흐려지고 수족도 차겁소. 주글 날이 을마 안나마 다시 당신과 아이들을 몯 볼 거 갓소. 남쪽 아이들 이름과 나이가 용규 31살 용철 28살 진숙 26살 용진 23살이라는 걸 거기 아이들이 잇지 안케 해주오. 인천 소래 포구 박영구 씀."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1993년 6월 21일 인천 소래포구 전경. 물양장 등이 조성되지않은 채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경인일보DB① 소래포구를 모항으로 삼아 인천 앞 바다에서 꽃게, 새우 등을 잡는 어선들이 소래어시장 앞에 정박해 있다. ② 우럭, 광어 등 갓 잡은 각종 생선들이 가지런히 놓인 채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③ 옛 모습을 간직한 포구 위쪽으로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경인일보DB

2017-03-23 홍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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