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낭충봉아부패병' 토종벌 집단폐사, 경남·강원 유사증상

파주 이어 전국으로 확산 불안감농장주 통해 일반 토종벌도 전파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토종벌 유충이 파주시 양봉 농가에서 집단 폐사(11월 22일자 1·3면 보도)한 데 이어 경남, 강원도 지역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발생해 불안감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9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경남지역의 한 양봉 농가는 지난 10월 통영시 욕지도에서 증식된 저항성 토종벌 8통을 분양받았다.하지만 며칠 뒤 일부 통에서 애벌레가 부패해 녹아내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발견됐고, 검사 의뢰 결과 3통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결국 일반 토종벌도 키우고 있던 농가는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문제의 3통을 반납했다.강원지역의 양봉 농가도 비슷한 시기에 전남 완도에서 증식된 저항성 토종벌 4통을 분양받았다. 이후 마찬가지로 낭충봉아부패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발견됐고 현재 상태가 심각한 3통을 반납하고 새로운 토종벌을 받았다.그러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해당 농가는 30여㎞ 떨어진 곳에서 일반 토종벌 10통가량을 키우고 있었는데, 농장주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돼 일반 토종벌에도 낭충봉아부패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농가 관계자는 "저항성 토종벌뿐 아니라 일반 토종벌에도 문제가 생겨 한해 농사를 망치게 생겼다"며 "저항성 토종벌을 분양받은 농가들은 SNS 모임 등을 통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혹시 있을 불이익을 걱정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

2019-12-09 이준석

새 아파트 주차장에 균열 '금이 간 신뢰'

준공 1년 6개월… 각종 하자 발생주민, 시공사 대책없어 '국민청원'"묵묵부답 아냐 공사입찰 준비"준공된 지 1년 6개월 여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상가 건물에서 바닥이 갈라지고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시설 보수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입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입주민들은 시공사 측에 문제 해결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시공사는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발 빠른 대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9일 A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해 7월말부터 1천240여세대의 입주가 시작됐고, 세대 곳곳에서 외부 마감 미흡 등 각종 하자가 발생했다.여기에 지하주차장 바닥에 균열 등이 발생하는 공용 하자가 발생됐다.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바닥 면 곳곳이 갈라져 있었고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주차장 천장에 물이 스며들었다. 입주민들은 아파트와 연결된 상가들도 벽에 금이 가고, 화장실 타일 벽이 깨져 있어 시설 보수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특히 입주민들은 시공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지난 8월 주민들과 만난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최근 아파트에 대자보를 붙이고, 국민신문고 청원 등의 대응에 나섰다.한 입주민은 "공용건물에서 도배, 미장, 외부마감 처리 미흡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공사의 늦장 대응과 불성실한 태도에 입주민들은 두 번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시공사인 B사는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B사 관계자는 "주민들과 만나 얘기를 들었고 대책을 준비하고 있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건물이 안정화 된 이후 한꺼번에 공사를 해야 해 시간이 걸린 것으로 현재 시설 보수 공사를 위한 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2019-12-09 이원근

'억울한 옥살이·초등생 살해사건' 당시 수사관들 '입건 방안' 검토

경찰, 직무유기등 혐의 조사 나서피의자 신상공개·명칭변경도 고민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8차 사건과 옷가지 등이 발견됐는데도 단순 실종으로 처리한 초등생 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경찰관들을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화성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이와함께 '화성연쇄살인사건'이란 명칭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 중이다.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화성 8차 사건과 이춘재(56)가 살해했다고 자백한 초등생 실종사건 등 2건의 담당 수사관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입건할지 여부와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검토, 사건명 변경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경찰은 이듬해 7월 윤모(52)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고, 윤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을 복역하고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그러나 경찰이 최근 이춘재를 이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한 뒤 이춘재는 8차 사건을 포함해 10건의 화성사건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고 윤씨는 과거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경찰은 이 두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당시 수사관들이 당시 어떤 이유에서건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경찰은 또 화성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춘재에 대한 신상공개여부도 검토하고 있다.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9일 출입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화성사건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래·이원근기자 yrk@kyeongin.com

2019-12-09 김영래·이원근

한국지엠 비정규직 사망 진상규명… 노동·시민단체 '공동대책위' 구성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40대 비정규직 노동자(12월 3일자 8면 보도)와 관련 인천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가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섰다.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사망 진상규명 및 비정규직 고용보장 쟁취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9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사망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위한 투쟁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대책위는 민주노총 인천본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 인천지역연대 등 인천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됐다. 공동대책위는 지난달 30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근무하던 4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진 것은 극심한 고용불안,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제공한 한국지엠과 노동자를 보호하고 사업주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노동부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동대책위는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공장 정상화를 중단하고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며 "노동부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2019-12-09 김태양

[내 아이가 불안하다·(2·끝)]근거있는 부모들의 아우성, 대안은?

317명→480명→519명 해마다 증가스마트폰 노출도 "영향 상당" 지적"성남 어린이집 사태 언제든 재발"정부 환경 변화따른 교육지침 필요아동 성 문제로 인해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에는 근거가 있다. 9일 정춘숙(민·비례)국회의원실에 따르면 해바라기센터와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에 접수된 미취학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진술한 10세 미만 가해자 수는 ▲2016년 317명 ▲2017년 480명 ▲2018년 519명이다. 실제로 아동 성 문제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폭력피해상담소에 가해자로 접수된 13세 미만 아이도 ▲2016년 751명 ▲2017년 1천76명 ▲2018년 950명으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교육부가 조사한 최근 3년간 학교폭력 실태조사 중 초등학생의 '성추행·성폭력' 건수도 ▲2016년 134건에서 ▲2018년 235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버젓이 아이들의 성 문제가 공공연하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교육·보육기관들은 '특수한 상황'으로만 치부하며 방관하고 있다. 그 사이 현실의 부모들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아동 성문제, 스마트폰이 원인일까?'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나쁜 것(?)을 배운다는 것'인데, 과연 뜬소문일까.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당장 3세만 돼도 어디에 유튜브가 있고 어떤 게 있는지 알고 찾아서 본다"며 "아이들이 스마트폰 속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요즘 영유아의 스마트폰 접촉 환경 분석도 이를 방증한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015~2016년 수원·고양·성남에 거주하는 2~5세 영유아 390명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중 12%의 영유아가 매일 스마트폰을 이용했다. 돌 전에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도 12%에 달했다.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3~9세 아이들은 주중에 1시간 이상(하루 평균 7회·한번에 10.9분), 주말엔 2시간 이상(하루 평균 10.1회·한번에 13.6분)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공 대표는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같은 영상만 보면서 그대로 습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들이 가진 호기심과 영상이 맞물리면 이번 성남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안은?정부의 아동 성 문제 사후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지털 등 양육 및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성 교육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 나서 미취학 및 미성년자의 성 발달과 성폭행, 성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대책을 마련하고,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가정교육 또한 중요하다. 공 대표는 "아이들의 발달 정도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 시급한 때"라며 "기관 뿐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부적절하게 노출된 게 뭔지 정확히 찾아서 관리하고, 어떤 행동이 나쁜 행동이며 해선 안 될 행동인지 강력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지영·김동필기자 jyg@kyeongin.com

2019-12-09 공지영·김동필

'화장실안 휴게실' 있는데 "이상없음"… 근로감독 '하나마나'

고용부, 지난달 서울경마공원 점검'비상식적 환경' 불구 지적사항 '0'안양지청 "공간 조성여부만 살펴"노조 "미화원을 물건으로 보는 것"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 비정규직 미화원에게 화장실을 휴게공간으로 내준 한국마사회의 비상식적인 행태(12월 9일자 6면 보도)가 드러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최근 휴게공간 점검을 포함해 이곳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하고도 '이상없음'으로 결론 내려 사실상 문제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노동자가 편안한 휴게시설에서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던 고용노동부의 약속이 '헛구호'에 그친 것이다.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은 지난달 4일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 대한 정기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당시 이뤄진 근로감독 항목 중에는 사업장에 휴게공간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여부도 포함됐다.그간 미화원들은 휴게공간을 개선해 달라고 사측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과천지회가 최근 이곳 휴게실·쉼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51곳 중 14곳이 화장실 안팎에 있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이 때문에 미화원들은 자신을 '청소용품'에 빗대며 사측으로부터 "인간 이하 취급을 받는다"는 자조 섞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번 근로감독에서 한국마사회 측이 휴게공간과 관련해 지적받은 사항은 단 한 건도 없다. 안양지청 관계자는 "이번 근로감독은 임금이 주요 점검내용이었고, 휴게시설은 조성돼 있는지 여부만 살폈다"며 "휴게시설 관련 규칙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와 위반 시 제재할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제재 규정을 갖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다만, 지난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지침'을 스스로 마련한 뒤, 이와 관련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고용노동부가 권고 등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8월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60대 미화원이 휴게공간에서 사망한 사건을 통해 부적절한 휴게시설과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된 상황이다.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 이상배 조직국장은 "기본적으로 휴게실은 사람이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인데, 그냥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은 사람을 물건으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여자 화장실 안에 있는 한국마사회 '렛츠런 파크 서울' 마필 관리사동 미화원 휴게실. 지난달 29일 한상각(오른쪽) 과천지회장과 조합원이 대변기 옆에 딸린 휴게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2019-12-09 배재흥

'시흥 초교 급식중단' 영양교사 직위해제

市교육지원청, 감사 완료전에 조치학교비정규직노조 '갑질 처벌' 촉구시흥교육지원청이 최근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1천600여명의 전교생 급식중단사태(12월 2일자 6면 보도)와 관련, 해당 영양교사의 책임을 물어 지난 5일자로 직위해제(업무배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9일 "해당 사태에 따른 엄중한 감사 결과를 벌이고 있는 과정"이라며 "일단 문제를 일으킨 해당 영양교사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조치를 결정해 업무에서 완전 배제시켰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늦어도 다음주께 이번 사태와 관련된 감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전국 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조합) 경기지부와 시흥지회 관계자 10여명은 이날 교육지원청 현관 앞에서 사태에 따른 경과보고회와 함께 '갑질교사 처벌 촉구 및 시흥교육지원청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조합 경기지부 기자회견 참가자 명의로 된 성명은 "이번 사태는 영양교사의 장시간에 걸친 갑질과 소통부재, 학교와 시흥교육지원청의 수수방관 및 업무태만에서 비롯됐다"며 재발방지와 조리 종사자들에 대한 사후 치료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시흥/심재호기자 sjh@kyeongin.com

2019-12-09 심재호

'삼바 증거인멸' 삼성 부사장 3명 징역 1년6개월~2년 실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9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56)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인 김모(54) 부사장과 박모(54) 부사장에게는 나란히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같은 사업지원TF 소속인 백모(54) 상무와 서모(47) 상무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54) 상무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모(47)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삼성바이오 대리 안모(34)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 5명에게는 80시간씩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사안인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증거를 인멸·은닉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 방식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일부 피고인들은 부하들이 지시를 오해해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만약 부하직원이 상사의 지시에 적법·불법을 따지지 않은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맹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삼성의 문화라면 과연 세계적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 대부분은 세계적인 대기업의 반열에 오른 삼성이 더 잘 돼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며 "그러나 그 성장도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히 됐을 때 응원받지, 반칙과 편법에 기반한 성장이면 박수를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범행이 이뤄지기 직전 관련 직원이 "증거와 팩트를 그대로 두고 의견을 주고받는 공방을 하는 것이 리걸 프로세스(법적 절차)이고 글로벌 기준"이라고 말한 장면을 예로 들며 "이 말에 더 귀를 기울였다면 범행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직접 실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이 부사장은 삼성그룹 내 계열사 경영 현안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으로, 그룹 내 핵심 재무통으로 꼽힌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승계 작업 전반에 관여한 이 부사장의 지시가 당시 전무이던 김·박 부사장을 거쳐 삼성바이오와 그 자회사까지 전달돼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순차적인 지시에 따라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는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지분매입',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에피스는 그룹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의 작성자를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바꾸는 등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가 회사 공용서버를 공장 마룻바닥이나 직원 집에 숨긴 사실도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증거를 인멸함으로써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할 우려가 발생됐다고 판단했다. 또 인멸한 증거가 충분히 특정됐고, 설령 추후에 인멸된 증거 일부가 복원됐다고 해도 유죄 판단은 변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범관계 판단이 엇갈린 일부 공소사실을 제외한 대부분 혐의에 유죄가 선고됐다. 이날 선고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처음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없이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며 "다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오직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에 지장이 초래됐는가만을 기준으로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들의 형량을 정한 요소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 수 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검찰은 의혹의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12-0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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