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줌인]중국 출장 중 가장 잃은 모녀의 쓸쓸한 한가위

안산시 단원구에 사는 강모(45)씨는 남편 없이 두 번째 추석 명절을 보냈다.강씨의 남편은 지난해 4월18일 오후 4시(현지시각)께 중국 산둥성 둥잉시 광야오현 소재 헝펑위생용품회사에 장비를 납품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사고 당일 김모(당시 48세)씨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합지기(필름이나 얇은 플라스틱을 합쳐 롤 형태로 감아주는 장비) 설치 위치를 확인하다 지게차에서 미끄러진 장비에 머리를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광활한 중국 대륙으로 시장을 확장하면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중국어 공부를 하던 남편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부인 강씨는 사고 직후 홀로 현지로 떠났다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줘야 한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며칠 뒤 딸(19)을 불렀다.사고 수습 초기 강씨의 곁을 지키던 현지 회사와 한국 회사 직원들은 남편의 유골함을 안고 귀국할 때에는 한 명도 강씨 모녀 옆에 없었다.한국에 돌아온 뒤 중국 현지 회사와 남편을 출장 보낸 한국 회사 M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했다.강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항공편으로 현지에 갔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준비를 해야 했다"며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죽었는데도 영사관에서 제대로 된 도움은커녕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남편과 함께 출장을 떠났던 직원 A씨는 이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퇴사했다.중국 공안과 광야오현정부, 감찰위 등으로 구성된 김씨의 상해사고조사단은 현지 회사의 안전관리 책임 소홀을 지적했다. 기업안전생산관리시스템을 완비하지 못했고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20만위안의 벌금 처분을 했다.재외국민이 당한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현지 당국의 처분은 거기까지였다.남편, 아버지를 잃은 두 모녀가 오롯이 사건을 재구성하고 되짚으며 소송을 준비해야 했다. 강씨는 중국 현지 법원을 상대로 일할 수 있는 변호사도 스스로 찾았다. 그 누구도 법률대리인 선임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사고 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중국과 한국 법원에서 진행된 소송 모두 마침표를 찍지 못한 상황이다.중국 산둥성 광야오현 인민법원은 지난 4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현지 회사가 강씨와 그의 딸에게 사망배상금과 장의비, 정신적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현지 회사의 항소로 재판은 상급법원인 둥잉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진행 중이다.김씨의 국내 소속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수원지법에서 맡았다. 지난달 7일 강제조정 절차에 들어갔으나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유족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어리진 마음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 남편 사망에 대한 진실규명과 안전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은 지난해 8월과 10월에 이어 3번째다.강씨는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고 답답하다. 사건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해 답답하고 억울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해외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국민에 대한 사고 수습 매뉴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2019년 4월18일 사고가 난 헝펑위생용품회사 당시 사진. /유족 제공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2020-10-02 손성배

[사건줌인]승합차에 붙은 '대리운전 광고 스티커', 법원은 "불법 아니다"

승합차에 대리운전 호출 전화번호를 스티커로 붙여 광고하는 '대리운전 광고 스티커'는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옥외광고물'일까?결론부터 밝히자면, 관련 법규상에는 차량에 붙인 신고하지 않은 광고 스티커를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승합차에 붙인 미신고 대리운전 광고 스티커는 아직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1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법 형사12단독 강산아 판사는 옥외광고물등의관리와옥외광고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리운전기사 A(5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A씨는 지난해 7월 9일 오후 9시 20분께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에서 지자체 등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신의 승합차에 '○○ 대리운전 ○○○○-○○○○'이라고 대리운전 업체명과 호출 전화번호를 표시한 스티커를 부착해 광고한 혐의로 기소됐다.관련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교통수단 외부에 문자·도형 등을 아크릴·금속재·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의 판에 표시해 붙이거나 직접 도료로 표시하는 광고물을 표시하거나 설치하려면 시장(지자체) 등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고 옥외광고물을 표시·설치하면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광고물까지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에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법률과 시행령)의 논리적 의미를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벗어난 지나친 확장 해석 내지는 유추 해석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관련법이 차량에 붙인 스티커까지 광고물로 판단하는 것은 A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 등의 지나친 법률 해석이라는 것이다. 해당 법 시행령에서는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을 '문자·도형 등을 아크릴·금속재·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의 판'에 표시해 붙인 것이라고 규정했다.재판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판'은 그림이나 글씨 따위를 새겨 찍는 데 쓰는 나무의 쇠붙이나 조각 또는 판판하게 넓게 켠 나무 조각을 의미한다"며 "옥외광고물법에서 정하는 '판'이라 함은 아크릴, 금속재 또는 적어도 이와 유사하거나 준하는 재질로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했다.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스티커는 접착제를 바른 특수한 종이로서 아크릴, 금속재 등의 재질과는 그 형태나 성질이 다르다"며 "신고하지 않은 스티커 광고물 부착 행위를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문언(법률과 시행령)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처벌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입법의 부족을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연합뉴스

2020-10-01 박경호

숙식 같이 하던 후배 한 달 넘게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징역 10년

한 집에서 숙식을 같이 하던 후배를 한 달 넘게 폭행하고 끝내 숨지게 한 20대가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용인시 소재 횟집 주방장으로 일하던 A(28)씨는 같은 식당에서 일했던 B(21)씨에게 횟집 일자리를 소개했다.A씨의 소개로 용인에서 일을 시작한 B씨는 A씨와 C(19)씨 등과 숙소 생활을 하며 일을 시작했다.지난 3월부터 A씨는 B씨가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엎드려뻗쳐 자세를 하도록 하고 팔굽혀 펴기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하기 시작했다.비슷한 시기 A씨는 B씨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며 배를 30차례 걷어찼고 휴대용 버너 부탄가스통 5개 묶음을 머리에 집어 던지는 등 폭행도 일삼았다.지난 4월에는 B씨가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웠다며 무릎을 꿇리고 알루미늄 파이프로 허벅지를 10차례 내리치기도 했다.B씨는 A씨의 가혹행위 탓에 신체가 쇠약해졌다. 결국 B씨는 지난 4월 14일 오전 10시께 출근 준비 시간에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경찰 조사에서 A씨는 "피해자는 한 달 전쯤 화장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친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또 다른 가해자였던 C씨가 2차 조사에서부터 진술을 뒤집으면서 A씨의 범행 사실이 드러났다.C씨는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다쳤다는 것은 A씨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이라며 "이제라도 사실대로 말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는 지난 25일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C씨에게는 특수폭행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쇠약해지는 것을 직접 확인했지만 오히려 폭행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켰다"며 "피해자의 손발을 묶은 채로 폭행하는 등 잔혹하고 가학적인 수법도 동원했다"고 판시했다./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연합뉴스

2020-09-30 이원근

'집단 식중독' 안산 유치원 원장 등 3명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지난 6월 안산에서 발생한 장출혈성대장균(O157) 집단감염 사태 관련(9월 25일 인터넷판 보도) 원장 등 유치원 관계자 3명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불출석하면서 영장실질심사가 미뤄졌다.29일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안산 A 유치원 원장 B씨 등 3명은 이날 오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영장실질심사에 변론 준비 등의 이유로 불출석했다.이에 따라 영장실질심사는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 7일 다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지난 25일 업무상 과실치상과 위계 공무집행 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B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B씨 등은 유치원에서 원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면서 식자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집단 식중독 사태를 유발해 원생과 가족 등 97명에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또 지난 6월 16일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앞두고 보존식 미보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존식을 당일 새로 만들어 채워 넣어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경찰 관계자는 "이날 열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피의자 측이 불출석 했다.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10월 7일 정도에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A 유치원에서는 지난 6월 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과 가족 등 100여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들 중 15명은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아 투석 치료까지 받았다./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사진은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안산 A유치원 전경. 2020.6.28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020-09-29 공지영

유튜브 방송 도중 폭행하고 무면허 음주운전·방화 등 일삼은 20대 징역 4년

유튜브 음주방송 도중 진행자를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폭행 뿐 아니라 무면허 음주운전, 방화 등 수사과정에서 다른 범행까지 드러나면서 재판부는 "법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29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보복 협박,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22)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A씨는 지난 3월 12일 오전 1시께 중학교 동창인 B(22)씨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의정부의 한 식당에서 B씨와 유튜브 방송을 하던 도중 프라이팬과 술병, 철제 의자 등으로 B씨를 12분가량 폭행했다.당시 A씨는 유튜버인 B씨와 함께 '실시간 중학교 친구랑 한잔하자'를 주제로 방송 중이었고 시청자들이 올린 '때려라'라는 댓글에 서로 꿀밤을 주고받는 미션을 수행했다.그러나 A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그의 술잔에 몰래 고추냉이를 넣었고, 화가 난 A씨가 B씨를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며 도망가는 B씨를 쫓아다니면서 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서 현장에서 체포된 A씨는 조사를 받은 뒤 합의하기 위해 B씨의 부모를 찾아갔지만, 합의가 되지 않자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며 보복 목적의 협박을 일삼았다.특히 수사 과정에서 다른 범행이 드러났다. 공무집행방해, 자동차 불법사용, 음주·무면허 운전, 방화, 장물알선, 상해 혐의도 적용됐다.무면허 상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37%로 남의 차를 몰래 운전해 음주·무면허 운전 및 자동차 불법사용 혐의가 적용됐고, 지인 C씨와 함께 모텔에서 불을 피워 목숨을 끊으려다 객실과 복도 등을 태워 방화 혐의도 추가됐다. 또 술에 취해 경찰관을 때리는 등 공무집행방해와 의정부와 서울 강남 등에서 3명 시민을 폭행한 혐의도 적발됐다. 주민등록증이 장물인 것으로 알면서도 취득하게 한 것도 추가됐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누범기간 자숙하지 않고 단기간에 여러 범행을 저지르며 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대부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범행 대부분을 자백하고 금주 치료 등 재범 방지를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 우울증,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행동 장애 등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한편 재판부는 A씨와 함께 모텔에서 불을 피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C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연합뉴스

2020-09-29 공지영

해경 "피격 사망 공무원, 월북한 것으로 판단"

해양경찰은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측 해역에서 피격돼 숨진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해양경찰청은 29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원 피격 사건 수사 결과, 자진 월북하다 북한의 총격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해경이 군 당국의 첩보 자료를 확인한 결과, 어업지도원 A(47)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A씨의 이름과 나이·고향 등 신상정보를 북한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도 확인했다고 해경 관계자는 설명했다.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어업지도선에서 단순 실족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해경은 지난 21일 A씨가 실종됐을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와 조석 등을 분석한 '표류 예측'에서도 단순 표류는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1일 A씨가 표류했다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경은 밝혔다. 윤 국장은 "당시 조류 흐름을 보면 인위적인 노력 없이 A씨가 33㎞ 떨어진 북측 해상까지 표류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해경 조사 결과 A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선미 갑판에서 발견된 슬리퍼는 A씨의 것으로 확인됐고, 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슬리퍼의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A씨가 2억6천800만원의 도박 빚을 포함해 총 3억3천만원의 채무가 있던 것도 확인했다. 선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는 A씨 실종 전날인 20일 오전 8시2분까지 영상이 저장돼 있으나, A씨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경은 밝혔다.해경은 추가 수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9.29 /연합뉴스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0.9.29 /연합뉴스

2020-09-29 김주엽

음주측정 거부로 기소된 30대… 무죄 판결 이유는?

8차례 불었으나 '호흡량 부족'실내측정 요청엔 경찰관이 '거부'法 "폐결핵 이력·채혈 안내 안해"'정말 추워서 못 불었다고요!'초겨울 새벽 경찰관으로부터 음주측정을 요구받은 운전자가 호흡측정기를 수차례에 걸쳐 불었으나, 호흡량 부족으로 측정이 안 되자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기회를 여러 번 줬음에도 숨을 불어넣는 시늉만 냈다며 '유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의외의 '무죄'를 선고했다.지난해 11월17일 오전 2시40분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A(35·여)씨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음주측정을 요구받았다. 당시 경찰은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고,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어 음주운전을 의심했다.당시 A씨는 8차례에 걸쳐 호흡측정기에 공기를 불어넣었지만, 음주 여부가 측정되지 않았다. 측정기에 5초 이상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는데, A씨의 호흡량이 부족했다. A씨는 경찰관에게 "추워서 호흡량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며 인근 실내공간에서 측정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 측정이 원칙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음주측정 거부행위로 판단해 A씨를 입건했다.검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음주측정을 피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음주측정거부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단순 음주운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재판부 판단은 수사기관과 달랐다.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22단독 김병국 판사는 A씨의 음주측정거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어 폐 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경찰로서는 피고인의 요청대로 주변의 실내에서 피고인이 호흡을 가다 듬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음에도 그러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이어 재판부는 "호흡측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채혈에 의한 측정방식을 안내하고, 그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은 8회의 호흡측정 이후 채혈 측정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지난 23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의 한 대로에서 삼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2020.09.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0-09-28 박경호

수백억대 '투자 사기' 잇단 적발… 코로나 힘든데 서민 두번 울려

원금보장·年 45% 수익 '미끼''쇼핑몰 형태' 800억 챙기기도최근 '수법 다양화' 주의 필요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하던 대표 A씨와 직원 10명은 지난 2018년 인천의 모처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투자자 모집책, 자금 관리책 등으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설명회에 온 사람들에게 '게르마늄 성분이 들어간 생수를 마시면 암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며 홍보했다.이어 생수 위탁 판매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과 연 45%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서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나 유사수신행위(사기)로 드러났다.이들은 이 같은 수법을 동원해 263명으로부터 총 228억원을 챙겼다.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A씨 등 10명을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또 유사수신업체 대표 B씨 등 2명도 최근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이들은 전국 100개 지점을 두고 온라인 쇼핑몰, SNS 등과 유사한 형태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물건을 팔거나 배너광고를 달면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며 20여만명을 모아 총 80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받아 챙기는 불법 유사수신업체를 이용한 각종 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지역에 소재한 유사수신업체 혐의를 받은 업체는 총 16개로 전년 10개보다 6개 늘었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불법 유사수신 및 투자사기 업체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990년대에는 높은 이자 지급 보장을 미끼로 예금 수신으로 자금을 모았지만, 최근에는 기능성 음료, 건강식품, 부동산, 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투자처가 다양해져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경찰 관계자는 "유사 수신이나 투자 사기 업체들은 서민 경제를 파탄시킬 수 있는 만큼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금에 대해서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통해 적극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연합뉴스

2020-09-28 이원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푸드트럭 공유주방 사업' 입찰 잡음

공모 탈락 한국푸드트럭협회 '고소'"공고 이전 참여 유도" 특혜 주장진흥원 "사실 무근 규정·절차 지켜"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하 경상원)이 추진하는 '푸드트럭 공유주방' 사업을 놓고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낙찰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28일 경상원 등에 따르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소상공인지원센터(현재는 경상원에 편입)는 지난해 6월11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경기도 푸드트럭 공유키친 운영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로 기초금액은 부가세 포함 9천900만원을 책정했다.푸드트럭 공유키친은 경기도내 푸드트럭 창업자에게 식품전처리시설과 위생주방, 보관 장소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당시가 처음이었다. 개찰 결과 9천453만2천460원(투찰률 95.487%)을 입찰금액으로 써낸 주식회사 칠링키친이 8천800만원(88.888%)으로 응찰한 사단법인 한국푸드트럭협회보다 종합평점에서 5.4179점 앞선 83.4179점으로 낙찰을 받았다.올해 3월 푸드트럭 공유키친 용역에도 칠링키친이 한국푸드트럭협회와 경쟁해 낙찰을 받았다.연거푸 탈락한 한국푸드트럭협회는 경상원 앞에 현수막을 달고 민원을 제기하다 지난 10일 수원지검에 전·현직 푸드트럭 공유키친 담당자들을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고소인인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 대표는 "2019년 입찰 공고 이전에 담당자가 입찰 참여를 유도한 정황이 있다"며 "공고 이전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용역 수행도 과업기간 내 하지 못했는데, 사업비를 지급하고 다음 용역 입찰에 응하게 하는 것도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경상원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계약을 맺고 낙찰 업체와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경과원에서 분리해 경상원을 설립하면서 지연된 사업 등을 고려해 변경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또 개찰 이후 3개월여 뒤 실제 계약을 하면서 금액을 7천89만9천340원으로 조정하고 사업을 다음해인 2020년 2월29일까지로 연장하는 변경 계약도 지난해 12월30일 체결했다고 반박했다.경상원 관계자는 "입찰 공고 이전에 연락을 취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변경 계약을 통해 예산을 다음해로 넘겨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2020.9.23 /경기도 제공

2020-09-28 손성배

'휴가 특혜 의혹' 추미애 장관·아들 모두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

검찰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카투사 복무 당시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김덕곤)는 28일 서씨에게 적용된 군무이탈·근무기피목적위계 혐의 등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검찰은 "최초 병가(2017년 6월5~14일)와 연장 병가(6월15~23일), 정기휴가(6월24~27일) 모두 지역대장 승인 하에 이뤄졌고 이를 구두로 통보받은 서씨에게 군무를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보자(당직사병)의 당직일에는 서씨가 이미 정기 휴가 중인 상태였으므로 군무이탈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최초의 병가와 연장 병가 모두 의사가 발급한 진단서, 소견서 등에 근거해 이뤄졌으며 실제 수술과 치료를 받은 사실도 의무기록에 의해 확인됐다.이에 따라 검찰은 추 장관과 전 보좌관 A(51)씨, 전역한 소속부대 지역대장 B(52)씨에게 적용된 군무이탈, 근무기피목적위계 등 혐의도 불성립한다고 봤다.추 장관이 당시 전 보좌관에게 아들의 병가 연장과 정기 휴가 관련 이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해 연락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추 장관은 연장 병가 휴가기간이었던 2017년 6월21일 보좌관에게 '지원장교님(010xxxxxxxx)'라고 휴대전화 연락처를 명시해 메시지를 보내고, 보좌관의 '네'라는 응답에 '아들과 연락을 취해주세요(5시30분까지 한의원 있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보좌관은 "지원장교와 통화를 했고, 예외적인 상황이라 내부 검토 후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답변했다.검찰은 추 장관에 대해 지난 26일 서면조사를 했다.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아들의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말했을 뿐 병가 연장 관련 지시를 한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추 장관의 전 보좌관 A씨의 휴가 연장 요청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 미2사단 지역대 지원장교 C(32)씨와 사단 본부대대 지원대장 D(31)씨는 현역 군인이므로 형사소송법 256조의2(군검사에의 사건송치)에 따라 각 육군본부 검찰부로 송치됐다.검찰은 그간 제보자와 피고발인, 휴가 관련 군 관계자 10명을 총 15회에 걸쳐 소환 조사하고 병원과 국방부, 군부대 등 16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다각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검찰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카투사 복무 당시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연합뉴스

2020-09-28 손성배

승려출신 30대 '흑통령' n번방 추가 범죄 수익 드러났다

텔레그램 성폭력물을 공유·거래하는 n번방에서 구한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출신의 30대 남성의 범죄수익이 추가로 드러났다.법원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하고 추가 심리 이후 재판을 종결할 계획이다.수원지법 형사9단독 박민 판사는 28일 오전 일명 '흑통령'이라 불리는 신모(32)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4차 공판을 열고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이날 검찰은 피고인의 영리 목적으로 음란물을 판매한 일부 혐의를 추가로 발견하고 지난 2~3월 4명에게 151만원을 받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한 혐의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검찰은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신씨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재판부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한 추가기소가 이뤄지면 사건을 병합 심리하기로 했다.법원은 또 피고인의 구속 기간이 오는 10월 말 끝나기 때문에 모사건(아청법) 외 범죄수익은닉 사건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지 여부를 검토한 뒤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심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박 판사는 "n번방을 비롯한 성착취물 유포 관련 재판이 기소 이후 추가 사건이 발견돼 병합하면서 늘어지는 추세"라며 "이 사건도 신속하게 추가 건이 있으면 기소를 빨리 해서 재판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흑통령에 대한 5차 공판은 오는 11월23일 오전 10시 수원법원종합청사 403호 법정에서 열린다./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경기여성단체연합 등이 n번방 가해자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0.6.22 /경기여성단체연합 제공

2020-09-28 손성배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치료하며 재판받게 해달라" 보석청구

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치료를 하면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김미경)는 28일 오전 이 총회장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과 보석심문기일을 열어 검찰과 피고인 측 주장을 들었다.이 총회장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살아있을지 걱정"이라며 "기록을 보면 참말과 거짓말을 재판장이 알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허리에 인공뼈 3개를 끼워 넣어 땅바닥에 앉거나 허리를 구부려 앉기가 매우 불편하다"며 "구치소에 의자가 없어 땅바닥에 앉아있으려니 죽겠다. 치료를 하면서 재판에 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이 총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월2일 가평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당시 그는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고 있으나 면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큰절을 했다.이날 이 총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하늘색 줄무늬 재소자 복장을 하고 법정에 들어왔다. 진행 과정에 이 총회장은 무릎과 허리를 매만지면서 통증을 호소했다.이 총회장은 또 "이 재판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단돈 1원도 횡령하지 않았다"며 "나라와 민족, 한 나라를 위해 좋거나 나쁘거나 모든 것을 협조했다"고 읍소했다.이 총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18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피고인이 성인남성 평균 연령인 79세를 훨씬 넘는 90세로 고령인 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한 피해 회복을 한 점 등 실체적 보석 허가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피고인 측 변호인은 "강도 높은 압수수색으로 방역당국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자료를 받아 검찰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확보했다"며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전혀 없고 주거 또한 분명하고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보석사유의 제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보석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 모두 중대하고 특경법상 횡령은 5년 이상의 징역의 중한 범죄이며 코로나19 방역 방해 혐의도 현 상황에서 매우 중대하다"며 "범행을 지속적으로 부인한 점, 이미 많은 증거를 인멸했고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반복할 우려 또한 매우 농후하다"고 했다.보석심문에 앞서 재판부는 이날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주요 쟁점별 피고인 측 의견을 들었다.피고인 측은 ▲감염병예방법 위반(방역 방해) ▲업무방해·건조물침입 ▲특경법상 횡령·업무상횡령에 대해 사실관계와 법리적용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교단의 대표자로 이 총회장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지겠다는 의견을 밝혔다.오는 10월12일 오후 2시부터 정식 재판 절차에 돌입한다. 1차 공판기일에는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등 혐의 관련 증인 4명이 출석한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 등을 고려해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공판을 열 계획이다./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 /경인일보DB

2020-09-28 손성배

[뉴스분석]'형제 참변' 재발방지… '친권 제재' 강화 시급

형제 어머니 '학교 긴급돌봄' 거부 기관들, 조치 거부하면 강제력 없어아동보호 명령 720건중 퇴거 '0건'"적극적 개입 가능한 法 만들어야"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생 형제(9월 25일자 4면 보도='초등생 형제 화재' 사회적 책임 목소리)는 돌봄지원 등을 받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친권자인 어머니의 거부로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머니가 아이들을 방치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방임을 포함한 학대 피해 아동을 친권자와 즉시 분리해 보호하는 등의 '친권 제재' 강화의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지난 14일 점심쯤 집에서 난 화재로 크게 다친 초등생 형제는 사고 이전에도 지자체로부터 지역아동센터에 다닐 것을 권유받았으나 어머니는 거부했다. 형제의 어머니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될 때도 '아이들을 돌보겠다'며 학교의 긴급돌봄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친권자인 어머니가 여러 조치를 거부해도 관련 기관은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었다. 법원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 형제를 집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원가정 우선 보호 원칙'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친권자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고,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친권은 민법에서 규정한다. 민법에 의해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 다만,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법원은 친권의 상실이나 일시 정지를 선고할 수 있다. 아동복지법에도 친권 상실 청구 관련 조항이 있다. 하지만 민법과 아동복지법 등이 규정한 친권 제재 근거는 너무 모호하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이와 관련,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검사는 '중상해'와 '상습범'의 경우 법원에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해당 법률 개정으로 다음 달부터는 지자체장도 친권 상실 청구를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부모인 현실을 반영한 제도다.그러나 실제로 법원 등을 통해 친권을 제재한 경우는 드물다. 인천 형제들처럼 외부기관이 부모의 방임 등 학대 정황을 인지했어도, 부모가 친권을 행사하면서 개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게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 2만4천604건인데, 친권 제재·회복 선고는 103건에 불과했다. 2019년 사법연감을 보면, 2018년 법원의 피해 아동 보호 명령 720건 가운데 친권자와 아동을 분리하는 '1호 격리(퇴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법률상 모호한 친권 제재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강화해야 인천 형제 참변 같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주장이다. 이미 국회에는 친권 제한 청구권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 친권 일시 정지 2년 제한을 폐지하는 법률 개정안, 피해 아동 상담·치료 결과에 따라 원 가정 복귀를 결정하는 법률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최근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은 인천 초등생 형제 참변을 계기로 학대 위험 때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시 분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라면형제법'(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한 법조계 인사는 "학대가 발생했거나 의심될 때 친권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률체계가 만들어져야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올 수 있다"며 "국회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물론 라면형제법 등 추가적인 법안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초등학생 형제 단둘이 집에서 라면을 끓이던 중 불이 나 크게 다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16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화재현장에 불에 타다만 집기류와 학용품이 놓여져 있다. 이들 형제는 이날 오후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2020.9.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0-09-27 박경호

한국지엠 불법파견 첫 재판 '생산공정 참여' 관건

카젬 사장등 관련 혐의 '전면 부인'변호인 "과거 한국법 모르는 상태"협력업체 운영자들 "파견 아니다"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1천700여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지엠 임원과 협력업체 운영자들(9월 14일자 6면 보도=한국지엠, 불법파견 첫 재판 '기소 두달만에 열린다')이 첫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 심리로 최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의 변호인은 "파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카젬 사장 측 변호인은 최근 법원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카젬 사장 측 변호인은 "카젬 사장은 과거의 한국법을 다 모르는 상태였다"며 "보고는 받았겠지만, 회사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어디까지 알고 있었고,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향후 재판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협력업체 운영자들의 변호인도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협력업체 피고인들의 경우에도 파견이라고 볼 수 없는 입장"이라며 "수차례 시정조치가 이뤄진 상태에서 계속 진행된 형태의 계약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카젬 사장 등 한국지엠 임원 5명은 2017년 9월1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한국지엠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 등 공장 3곳에서 24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총 1천719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지엠 임원들과 함께 기소된 협력업체 운영자는 13명이다.검찰은 카젬 사장 등 한국지엠 임원과 협력업체 운영자들을 분리해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으나,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의 방어권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며 함께 재판해 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한국지엠 공장에서 파견법 상 금지된 자동차 자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직접 생산 공정'에 참여했다고 보고 있다.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가 직접 생산 공정이었는지 등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한국지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낸 '정규직 인정' 민사소송에서는 근로자들이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한국지엠 협력업체 불법 파견 혐의 관련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린 27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공장이 적막감을 보이고 있다. 2020.9.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0-09-27 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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