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대를 이겨낸 '오래된 가게' 겹겹이 쌓인 사연을 만난다

인천도시역사관 학술보고서 눈길1970년이전 개업 69곳… 중구 최다단골과의 의리등 유지 이유 제각각경제적 어려움에 상당수 폐업위기'을지면옥' 등 최근 서울 중구 세운상가 일대 오래된 가게들이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논란을 빚으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인천에서 '오래된 가게'를 주제로 한 인천도시역사관의 학술보고서가 발간돼 관심을 끈다. 인천에 터를 잡은 오래된 가게가 어디에 얼마나 되는지, 그 창업주와 현재 경영 상황 등 가게에 얽힌 사연까지 총망라한 학술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3일 인천도시역사관이 발간한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老鋪·사진)'를 보면 1970년 이전에 개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가게는 모두 69곳이다. 지역으로는 중구가 30곳(44%)으로 가장 많고, 강화군이 12곳(17%), 동구가 12곳(17%), 부평구가 9곳(13%), 미추홀구가 4곳(6%) 등이다.창업주가 5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가게도 5곳이나 됐다. 창업주들의 고향을 보면, 이북 실향민이 2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인천 출신이 10명, 충청도가 9명이었다. 대를 이어 가업을 잇고 있는 상점은 53곳이었다. 화교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도 6곳이나 됐다.업종별로는 한식집이 1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의류업 8곳, 문구용품점도 5곳 등이 있었다.그 주인들이 말하는 명맥을 지켜온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자부심과 장인정신도 있었지만 단골과의 의리, 부모님의 소망, 생계 유지 등의 사연도 있었다.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로 조사된 동구 송림동 '중앙치과(1934년 추정)'는 3대째 대를 잇고 있다. 이창수 원장의 부친은 적십자 병원선을 타고 섬으로 무료 진료 봉사를 다녔다고 한다. 최근들어 동구의 인구가 급속히 줄면서 치과 운영이 어려워지자 주변에서 '신도시로 치과를 이전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이창수 원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지역 주민들을 저버릴 수 없어 떠나지 못하고 있다.1944년 이전에 문을 연 '용신상회(1930년대·건어물가게)', '신포건재사(1940년대초·건자재)', '의흥덕양화점(1940년대초·제화)' 3곳은 단골과의 의리, 가업을 잇는다는 마음에서 여태껏 이어왔다고 한다.연수구에서 유일하게 오래된 가게로 소개된 '청학풀장(1969)'도 독특하다. 황해도 해주 출신인 김세훈 사장이 100원에 물 한 바가지를 끼얹는 냉탕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의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여름 별장을 풀장으로 바꿔 개장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풀장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공중목욕탕으로 허가를 받았다. 지금은 취사가 가능한 인천 유일 야외 풀장이기도 하다. 최근 운영이 어려워 인천시에 매각하고 위탁 운영을 하고 있지만 새벽에 일어나 수영장 물을 받으며 뚝심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칠성문구사(1961)', '춘천식당(1951)' 등 많은 구도심의 옛 가게들이 최근 상권 침체와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에 문을 닫을 위기에 있다.우석훈 인천도시역사관 학예사는 "시대를 이겨낸 가게들을 지원할 소상공 정책과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옛 가게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이 기대되는 학술조사 보고서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老鋪)'는 인천도시역사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2019-01-23 윤설아

이천 마장도서관, 동네 책방과 친구 되다

이천 마장도서관이 동네 책방과 손을 잡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도서관과 책방이 경쟁 관계가 아닌, 지역문화공동체를 지탱하는 거점 공간으로 공존하면서 출판산업과 독서문화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마장면 덕평리에 위치한 시골 책방은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작지만 따뜻한 독서문화 공간이다. 올 1월부터 청년 책방지기 최린씨의 재능기부로 마장도서관 '북요일 독서모임'이 만들어졌고, 현재 10여명의 회원이 마장도서관 4층 지혜숲에서 함께 책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발제나 토론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집중해서 읽는 모임이라는 점이 다른 독서모임과 다르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12시까지 진행되며 읽을 책을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북요일 독서모임' 회원에게는 2시간동안 마장도서관 도서의 관내대출이 가능하다. 또한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12시까지 책방지기 가족의 재능기부로 신문칼럼 필사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한주간 발행된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필사하면서 글쓰기 능력 향상은 물론 최신 사회 동향에 대한 통찰과 사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두 개의 독서동아리 외에도 책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을 필사하는 독서모임 '글헤는 밤'이 월 2회 둘째, 넷째 목요일 오후 7시~9시까지 운영중이다. 이천시민이라면 누구나 마장도서관 독서동아리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시골책방 책방지기 최린씨는 '지역주민들이 도서관과 친숙해져 책을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책방에 들러 책을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과 책방은 공존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마장도서관 독서동아리 관련해서 궁금한 사항은 645-3440~3441으로 문의하면 된다.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

2019-01-21 서인범

한강의 관문, 군사 요충지서 남북교류의 교두보로

'산이포' 번영 기억 노인 구술 담아"배 100여척 정박… 여관도 많아"철조망 막혀 집터 농경지로 변해공동 수로조사 '평화공간 탈바꿈'과거 강화도 포구는 군사 요충지이자 한강의 관문 역할을 했다. 황해도 연백~개성~인천~서울을 드나드는 선박을 검문하는 곳이기도 했다. 밀물 때는 바닷물이 한강을 거슬러 올라갔고, 썰물 때는 하역을 마친 배가 다시 수로를 따라 서해로 빠져나갔다. 이 중심에 강화 북단에 위치한 '산이포(山伊浦)'가 있었다. 남북 분단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황해도, 개성, 인천 지역의 수많은 사람이 모이던 강화도의 최대 포구였다. 최근에는 다양한 어족 자원의 공급처이자 남북 평화 교류의 교두보로써 주목받고 있다.산이포를 비롯한 강화의 여러 포구 이야기와 어업 활동 등을 정리해 기록한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지 '한강과 서해를 잇는 강화의 포구'가 17일 발간됐다.국립민속박물관 김창일 학예연구사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강화도 현지에서 연구 조사를 벌인 후 펴낸 책이다.책은 ▲화려했던 옛 포구의 기억 ▲강화도의 주요 포구 ▲주요 어종과 어로 방식 ▲젓새우 가공과 유통 ▲강화 갯벌 ▲포구와 해양신앙으로 구성됐다.'화려했던 옛 포구의 기억'에서는 산이포가 번영했던 시기를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의 구술 기록을 담았다.이들은 산이포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포구라고 했다. 조사에서 신경애(81·여)씨는 "물때가 맞지 않으면 선원들이 배를 대고 자고 갔다. 선원들이 바글바글했고 술집, 여관들이 많아 장도 섰는데 5일장이 열리면 황해도 연백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며 "좁은 골목에 700집이 붙어 있어 골목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하루 최대 100여 척의 선박이 정박해 있어 여관, 상점, 주막이 많았으며 선원들이 찾는 당집과 무당도 있었다고 한다.산이포는 현재 철조망에 막혀 있고 집터는 농경지로 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술은 남북 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교류 지역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한강하구 수로를 조사해 파주시 만우리부터 강화군까지 수로를 측량하면서 남북 협력과 평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싹을 틔웠다.책에서는 새우, 장어, 숭어, 반지(강화도 지역에서 흔히 밴댕이라고 일컫는 물고기), 꽃게 등 다양한 어종과 어업 방식도 소개했다. 가을에 잡히는 젓새우의 70%는 강화 어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조사에서는 강화어장의 젓새우 어획 방식과 유통도 기록했다. 갯벌에서 채취하는 해산물, 해양 신앙 등 바다에 관련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민속지에서는 과거 군사 요충지, 한강의 관문 역할에서 다양한 어족 자원의 공급처, 현재는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강화 포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강화 산이포가 남북 교류로 번영의 시기를 다시 맞을 수 있도록 이 연구가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한강과 서해를 잇는 강화의 포구' 민속지 표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지금은 사라진 산이포 터. /국립민속박물관 제공산이포와 마주하고 있는 북한의 황해도 개풍군 전경.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19-01-17 윤설아

[김포]'4인가족 80권 싹쓸이' 텅텅빈 장기도서관

개관 일주일만에 장서 40% 대출김포시, 7권 임시 제한조치 발동재발 가능성 과다책정 개선 목청"4인가족에 80권까지 대출?"김포시가 열악한 도서관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도서관 한 곳당 대출 가능 권수를 과다하게 책정,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1인당 20권까지 대출할 수 있는 장기도서관(1월 10일자 21면 보도)은 개관 1주일 만에 보유 장서의 40%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17일 시에 따르면 관내 공공도서관은 중봉·통진·양곡·고촌·장기 등 5곳으로 총 67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공공도서관 어디에서든 시민 1인당 2주(1주 연장 가능)간 최대 20권까지 대출을 해준다. 도서관 한군데서 20권 전부를 빌릴 수도 있다.하지만 지난 8일 역대 최대규모 시설을 갖춘 장기도서관이 개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5만8천여권을 보유한 이 도서관에서만 개관 이틀 만에 1만여권, 1주일 만에 2만3천여권이 대출돼 서고가 휑하니 비어버린 것이다.시는 지난 12일 부랴부랴 장기도서관에 한해 대출 가능 권수를 7권으로 조정하는 임시 제한조치를 적용했다. 하지만 장기도서관 주 이용지역인 장기동·장기본동·운양동에만 지난해 연말 기준 12만4천692명이 거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추후 언제라도 장서 부족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포와 다르게 238만여권을 보유한 고양시는 도서관 한 곳당 7권(이하 관내 도서관 전체 대출권수·25권), 148만여권을 보유한 부천시는 한 곳당 5권(〃20권), 102만여권을 보유한 파주시는 한 곳당 7권(〃30권)으로 제한하며 도서관별 장서 보유량에 균형을 맞추고 있다. 장기동 주민 황모(여·38)씨는 "개관 며칠 후 가봤더니 볼만한 책은 없고 전문서적류만 눈에 띄더라"며 "시의 정책대로라면 4인 가족이 도서관 한 곳에서만 80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잠정 이용객들을 위해 책을 묶어놓기보다는, 보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최대한 책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서관에 원하는 책이 없으면 인근 도서관에서 구해다 주는 상호대차서비스가 있어 사실상 모든 도서관이 하나처럼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도서관 '개관효과'가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본격적인 회수가 시작되면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김포시 장기도서관 직원이 텅 빈 서고를 정리하고 있다. 경기북부 한 지자체 도서관 담당자는 "한 곳에서 지나치게 많은 책을 빌려주면 회전율과 회수율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2019-01-17 김우성

[눈길끄는 책]절판 4년만에 역주행 '엄마의 힘'

김은성 작가, 어머니 인생 만화로'평범속 위대함' TV 소개되며 화제■ 내 어머니 이야기 ┃김은성 지음. 애니북스 펴냄. 총 4권(972쪽). 6만2천원한국 근현대 100년 역사가 어머니의 삶을 통해 그려진 '내 어머니 이야기'가 도서 '역주행' 붐을 일으키고 있다.tvN 인기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의 추천으로 소개된 내 어머니 이야기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후 실시간 검색어 등에 오르며 큰 관심을 받았고 2014년 완간됐다 절판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다시 출간되는 기염을 토했다."나 같은 사람을 그린 것도 만화가 되나."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김은성 작가는 문득 엄마가 궁금했다. 별 기대 없이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는데,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였다. 우리 역사상 가장 변화가 컸던 격동의 시기에 태어나 역사의 풍랑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엄마의 삶 속에 묻어난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일제 강점기 함경도 북청을 배경으로 당시의 생활상과 '놋새'로 불린 유년시절의 어머니의 집안사가 그려진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집을 피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혼인을 해야 했던 놋새의 이야기와 동시에 광복을 맞은 당시의 상황, 곧이어 터진 한국전쟁은 평범한 어머니의 삶을 뒤흔들었다.거제 수용소에서 피난민 시절을 거쳐 논산에 터를 잡은 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놋새의 삶이 그려진 3부는 이 시대가 부여한 어머니들의 숙명을 잘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도 녹이며 대를 잇는 한국인의 삶,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한다.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엄마의 이야기도 '역사여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객관적 역사와 엄마가 직접 체험하고 고백한 역사는 분명 다른 것이지만, 어느 길에서는 만나기도 하면서 역사는 큰 강이 되어 흐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9-01-17 공지영

[새로나온 책]니하오, 인천차이나타운

한국근대문학관, 문화의 길 총서시즌2 '니하오…' '가깝고도…' 2종화교사 연구·토박이 인터뷰 생생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문화의 길 총서 시리즈 시즌2로 '니하오, 인천차이나타운'과 '가깝고도 먼 인천말'을 발간했다. 인천문화재단과 글누림출판사가 함께 펴낸 문화의 길 총서 시즌2는 지역문화의 어제를 성찰하고 오늘을 점검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생활사의 근거지로서 인천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탄생했다.총서 시리즈의 세 번째인 '니하오, 인천차이나타운'은 사람들에게 인천차이나타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길잡이가 되고자 제작된 책이다. 화교의 역사와 민속부터 중화풍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인천차이나타운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엮어냈다. 저자인 정연학은 인천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인하대와 중국 북경사범대에서 공부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재직 중이다. 인천 화교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저자가 화교와 인천차이나타운 및 개항장에 대한 열의를 담아 집필한 만큼 인천차이나타운을 찾는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흥미로운 길잡이이다.4권 '가깝고도 먼 인천말'은 저자가 그동안 만나온 인천의 사람, 땅, 역사를 인천 사람들의 말을 통해 쉽게 풀어나간 책이다. 말에 대한 책이지만 언어 연구자나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인천 말에 관심 있는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넓고 이질적인 속성을 가진 인천을 원인천, 강화, 연안도서(영종도 등 조금 먼 인천), 원해도서(연평도 등 아주 먼 인천) 넷으로 나눠 각 지역이 가진 말의 특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쉽게 풀어냈다. 저자인 한성우는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가 직접 인천의 토박이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귀에 들리는 그대로 생생하게 풀어낸 인천의 말은 인천 사람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인천 말의 모습과 변화를 새롭게 인식시켜 줄 것이다. 이번 3, 4권의 발간은 1, 2권 발간 2년 만에 새로 나온 결과물이다. 특히 1권 '시간을 담은 길'(배성수 저)은 인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상반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2019-01-17 김영준

한세기전 조상들 삶, 통계는 알고 있다

일제시대 편찬 '경기도 사정요람' 번역사회 전분야 '객관적 수치' 세세히 기술'문화통치' 변화기 제국주의 관리 집필강점 정당성 증명 노력도 곳곳서 읽혀경기도사정요람은 1922년 일본 제국주의 관리가 1917~1921년까지 교통, 교육, 농업, 상업, 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조사한 경기도 상황을 개괄적으로 기술했다. 특히 통계 수치를 각 요소마다 첨부해 객관성과 정확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는데, 수치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일본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책은 '유목민이 본 세계사' '중국전사' '칭기즈칸 평전' 등을 번역한 이진복 박사가 맡았다.책은 총 17장으로 이루어졌다. 1장에는 고대부터 191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경기도 역사적 변천을 간단히 기술했다. 2장에서는 지형과 기후, 가구수, 저명한 시가지, 명소 유적 등을 적었는데 기상 부분은 지금의 기온변화를 분석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최고온도와 최저온도, 평균온도 등을 기록하면서 평균온도 중에서도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해두었다. 강우량도 마찬가지다. 또 비, 눈, 천둥, 안개, 서리 등 천기일수를 표로 만들고 당시의 기상상황을 꽤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더불어 당시 경기도의 기후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세하게 기술하면서 특징까지 치밀하게 분석해 놓은 것이 흥미롭다.3장과 4장은 경기도의 교통과 통신상황 등 기본적 인프라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특히 도로, 철도, 해운, 강운을 구분한 경기도 교통과 통신기계 배치 상황, 우편국 사무취급 지역 등을 기술했는데 우편물 송달 소요일수까지 서술할만큼 세세하게 통신상황이 기록돼있다.5장은 도·부·군·면을 나눠 지방행정을 구분해두고 지방자치단체의 경비상황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8장부터 15장까지는 경기도의 산업을 두루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은행, 어음교환소, 금융조합 등을 나누어 설명한 금융 부분과 농업, 상업, 공업, 무역, 임업, 광업, 수산업 등 당시 경기도 주요 경제 및 산업 상황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하지만 이 책은 일본 제국주의 관리가 집필하고 편집했다. 철저하게 일제 제국주의의 시각에서 '미개한 국가인 조선이 일본의 합병으로 이만큼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기획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책이 완성된 1922년은 3·1 만세운동 이후 무단통치에서 '기만적' 문화통치로 일제의 식민지배 방식이 변화하던 시점이다. 그래서 객관적 기록을 강조하는 듯 보이는 이 책에서조차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미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럼에도 1920년대 전후 조선의 실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임은 부정할 수 없다. 경기도에 한정됐지만 일제가 조사해둔 각종 수치를 통해 당시 조선인이 무엇을 먹고 입고 살았는지의 생활상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원본은 국회전자도서관에 있다. 다음달 말부터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일본의 손에서 기록된 100년 전의 경기도는 어떤 모습일까. 경기문화재연구원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당시 경기도가 편찬한 '경기도사정요람'(사진)을 새롭게 번역해 '100년 전의 경기도'를 발간했다.

2019-01-17 공지영

장애인 시설없는 공공도서관 '차별의 공간' 되다

인천 일부 도서관 관련시설 미비서구는 승강기도 없어 이용 불가휠체어 고려안한 내부 설계 문제현행법에도 저촉… 개선책 절실인천지역 일부 공공도서관에 엘리베이터(승강기)가 아예 없거나, 지체 장애인이 홀로 이용하기 힘든 구조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시설에서의 장애인 차별은 현행법으로도 금지돼 있어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10일 오후 2시 인천 서구 가좌동의 서구도서관. 도서관 1층 현관에 설치된 '장애인 경사로'를 따라 로비로 들어섰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도서관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휠체어 이용자가 각 층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장애인 경사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이 도서관에서 지체 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1층에 있는 '아동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 2곳에 불과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지하 1층 식당, 매점, 평생학습실에 가길 원하거나 2~3층의 자료실에 오르고자 할 때 도움을 주겠다는 안내 문구조차 없었다.지체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도서관 행정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북구도서관은 엘리베이터가 1대 있지만, 지체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렵기는 서구도서관과 마찬가지였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신관과 본관으로 구성된 이 도서관의 엘리베이터는 신관 1층 어린이자료실 내부에 있다.'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이용 안내' 표지판도 있지만, 휠체어 통행이 쉽지 않아 보였다. 어린이자료실 입구 도난방지시설 사이 통로 폭이 좁아 휠체어와 보행자가 동시에 통과할 수 없다. 입구 여닫이문도 '장애물'이었다.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힘으로 밀거나 당겨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도 2층 신관과 본관을 연결하는 통로가 없어 제1·2·3열람실을 이용할 수 없다.인천시교육청 산하 8개 공공도서관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서구도서관이 유일했다. 북구도서관은 신관 증축 공사 때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지만, 실제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정보 이용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다. 시설물 이용의 차별도 금지돼 있다. 모든 영역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취지다. 또 '도서관법'은 모든 국민이 신체적 여건에 관계없이 공평한 도서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인천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공공서비스에서 차별을 받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공평한 서비스는 당연한 권리로, 교육청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서구도서관의 경우 과거 엘리베이터 설치를 추진했었지만, 건물 안전 문제로 무산됐다"고 해명하고 "추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2019-01-13 공승배

'역사와 허구' 눈 못 떼는 쫄깃한 조합

'韓 소설 최고 재담꾼' 성석제, 5년 만에 선보인 작품가상인물 '성형' 어린 왕 숙종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남인·서인의 정쟁과 '권력의 향방' 긴장감 있게 전개■ 왕은 안녕하시다 1·2┃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펴냄. 828쪽. 2만9천원한국 소설 최고의 재담꾼 성석제가 역사를 소재로 한 신작소설을 발표했다.'왕은 안녕하시다'는 성석제가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에 쓴 장편소설이다. 또 원고지 3천매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 작품은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했고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후 작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다시 전체 내용을 대폭 수정해 완성했다.소설은 조선 숙종 시기가 배경이다.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은 주인공이 왕을 지키기 위해 시대의 격랑을 헤쳐가며 들려주는 종횡무진 모험담이 주 내용이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 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먹는 전형적인 한량이다. 어느 날 비범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고 그와 의형제를 맺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 훗날 숙종이었고 그가 14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왕의 그림자로 왕을 지켜나간다.호위무사지만, 칼을 들고 싸우는 진짜 무사는 아니다. 남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정쟁이 한창인 조정 속에서 어린 왕이 위태롭게 왕위를 지켜내기 위해선 '사람'이 필요했다. 자신의 정치에 필요한 사람이 절실했는데, 어린 숙종은 성형에게 '사람보는 눈'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성형은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사람살이를 경험하고 왕을 둘러싼 여러 인물을 판별해 왕에게 전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숙종의 역사는 이른바 '환국정치'라 불리는데, 남인과 서인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환국으로 점철됐다고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후대에 가장 드라마틱한 역사로 알려진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했다. 작가는 너무나 익숙해서 지루할 법도 한 이 역사적 사건을 왕의 숨은 형이라는 가상인물 '성형'을 탄생시켜 여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성형은 시정잡배 출신 답게 지체 높은 이에게 고분고분한 법이 없고, 계급을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맺어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그의 눈과 귀에 포착되고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성형은 정체를 감춘 채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그것에 은밀히 개입하면서 장사수완을 발위해 왕실의 재산을 불리기도 한다. 또 진기한 칼을 얻어 위기에 처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때론 청나라 무예고수와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또 역사 속 현실 인물들도 대거 출동한다.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을 형님으로 모시며 가까이 하기도 하고, 강직한 선비로 이름 높은 박태보를 지켜보며 흠모하고 훗날 희빈 장씨가 될 장옥정에게 연심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왕과 성형의 맹약도 권력의 무게가 무거워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하고 위기가 찾아온다. 소설은 즐겁고 유쾌한 서사가 흐르는 가운데 명분과 도리, 왕의 말 한마디가 생사를 가르는 권력의 힘, 진위를 알수 없는 소문과 그것이 실체가 돼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소설은 성석제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달변이 돋보인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수만 없고, 마냥 울수만 도 없는,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쫄깃한 서사를 보여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9-01-10 공지영

[눈길끄는 책]화학물질에 노출된 일상, 독성 피하는 방법

■ 화학 물질의 습격, 위험한 시대를 사는 법 ┃계명찬 지음. 코리아닷컴 펴냄. 280쪽. 1만5천원화학 물질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화학 물질의 습격, 위험한 시대를 사는 법'이 출간됐다.현재까지 등록된 화학 물질은 1억 3천700만 종이며 하루 동안 인간은 최대 200종의 화학 물질에 노출되고 있지만, 이 중 일부는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 화학 산업의 발달이 우리 삶에 수많은 혜택과 편리함을 가져오면서 화학 물질에 대한 현대인의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지만, 화학제품들이 주는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유해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물고기 뱃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 소금과 수돗물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라돈이 방출되는 침대, 살충제가 검출된 달걀 등 유해 물질 파동이 일어날 때는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힐 듯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무감각해지면서 관성적으로 화학제품의 편리함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환경호르몬 관련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지 그 사례와 위험성을 알려주며, 노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과 건강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피하는 최선의 선택을 제안한다. 또한 화학 물질과 완벽하게 단절된 삶을 살 수 없는 현대인이 몸 안에 쌓이는 독소를 피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매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독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안전한 대처법을 알려준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9-01-10 강효선

[새로나온 책]작가들 겨울호

■ 작가들 겨울호┃인천작가회의 출판부. 다인아트 펴냄. 314쪽. 1만원 인천작가회의가 문학계간지 '작가들 겨울호'(통권 67호)를 최근 출간했다. 이번 호는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걸음에 주목했다.'특집'을 통해 북한과 북한 문학을 다룬다. 김성수·이지순·김재용은 각각 북학 문학사적 흐름과 북한의 시, 식민지 시대 문학작품을 짚어본다.'담담담'에선 소설가 방현석이 '북한의 대표 작가를 통해 본 북한 사회'를 주제로 한 강연을 실었다. '비평' 코너에는 작가 강훈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북한 아동문학의 역사를 짚어주는 송수연의 글과 이규원의 1984년작 '해방공장'에 대한 김창수의 친절한 해설이 실렸다.'우현재'에선 북한의 화교가 겪은 분단과 한국전쟁의 이야기를 전한다. 백무산·김영언·이영광·손재섭·천수호·김송포·강성남의 시와 새터민을 다룬 유영갑의 소설, 아이 엄마로서 방송작가 일을 하는 여성의 삶을 그린 박사랑의 소설 등으로 구성된 '창작란'의 작품들은 일상의 이면을 성찰케 한다.이 밖에도 '시선'에선 남북정상회담 자리를 빛냈던 수묵목판화 '산운'의 작가 김준권의 판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2019-01-10 김영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