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동네 문화아지트·(1)수원 행궁동 동네서점 '브로콜리 숲']책과 공간이 만나 사람을 보는 곳… 나만의 문화사랑방

20년지기 박정민·이경희 대표 의류업 접고 시작… 시·독립서적 등 공급·수요자 취향대로 꾸며북콘서트·강연 등도 기획… 지역민들과 나혜석 소모임 계획 "할머니 될 때까지 운영하고 싶어"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하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공연, 전시와 같은 전통적 개념의 문화예술의 문턱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문화예술을 개념짓는 범주가 확장돼가면서 이제는 삶이 문화고, 예술인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근래 문화예술의 특징은 수요자의 변화가 눈에 띈다.보는 것에 만족했던 수동형 관람객에서 직접 글을 쓰고 그리는 능동형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문화예술계도 그 변화에 공감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예술'하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위한 자발적 공간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기획은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의 '자발성'에 초점을 맞췄다. 예술성·지역성을 두루 갖추고 자발적으로 문화공간을 창출해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동네에 숨겨진 '보석' 같은 문화아지트를 공유한다. → 편집자주함께 한 세월만 20년이다. 직장 선후배로 만나 함께 사업을 했고, 훌쩍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기도 했다.동네서점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함께 한 여행에서 떠올렸고 우연히 만난 수원의 행궁동 골목에서 그 꿈은 현실이 됐다. 수원 행궁동에 위치한 '브로콜리 숲'은 20년지기 박정민·이경희 대표가 운영하는 동네서점이다. 어릴 적 보았던 골목의 정취가 아직 살아있는 동네에 반해 터를 잡았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앞 나무 의자에 '브로콜리 숲'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있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서점이 자리했다. "같이 하던 의류사업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같이 여행을 하며 이런 공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수원 행궁동의 골목을 보자마자 이곳이다 싶었어요. 마냥 좋았죠."지난해 봄부터 수원 행궁동 골목에 책방을 준비하기 시작해 그 해 9월, 문을 열었다. 그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을 내려놓으려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항상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만 마주하다,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일은 어색했다. 그래도 그 과정을 거치며 얻은 것이 많다. 책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 셈이다."책이 좋아서 시작했고 우리만의 공간을 제대로 꾸미고 싶어, 처음엔 책과 공간에만 집중했어요. 이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집중해요. 사람들은 작은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변화의 동기를 얻어요. 특히 수원의 젊은 친구들이 동네서점이 생긴 것을 기뻐했어요. 이 곳에서 인생을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책을 찾아요. 처음엔 미술이나 여행 관련 서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시, 독립서적 등 우리와 독자가 원하는 취향과 감성대로 배치하고 있어요."브로콜리 숲은 그리 넓지 않다. 그래도 이 동네 문화사랑방 노릇은 톡톡히 해낸다. 비단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올려둔 책을 잠시 치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요. 이 동네에서 활동하는 인디 가수 공연이나 작가를 초청한 북콘서트도 열었어요. 오픈 시간 전에는 '책쓰기' '드로잉클래스' '펠트' 같은 소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구요."그래서일까. 요즘은 두 대표의 머리 속에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자꾸 떠오른다. "의외로 사람들이 글을 쓰는 작업에 관심이 많고 문의도 많아요. 일상에서 상처받은 것이나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을 직접 기록하는 형식인데, 이와 관련해 소모임이나 강연과 같은 기획행사를 시도하고 있어요. 또 이 곳이 '나혜석' 생가가 있는 곳이에요. 요즘 나혜석 공부를 하고 있고 서점 안에 나혜석 코너도 만들었어요. 지역사람들과 함께 나혜석을 공부하는 모임이나 관련 행사도 기획할 생각이에요." 그들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 곳에서 브로콜리 숲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 했다. 우리도 수원 행궁동을 꾸준히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수원 행궁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브로콜리 숲'을 운영하는 이경희, 박정민 대표.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화성행궁 옆 골목 안쪽에 위치한 동네서점 브로콜리 숲. 고즈넉한 정취와 함께 동네 문화아지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8-08-16 공지영

[부평역사박물관, 이규원 소설 '해방공장' 해석 강연]"부평 군수공장 끊임없이 얘기해야"

미쓰비시 제강 노동자 배경 작품日 과거사 망각·미화 증거 '의미'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인천 부평구에서 작가 이규원(1911~?)의 소설 '해방공장'을 현시점에서 해석하는 강연이 열렸다. 부평역사박물관이 연 '역사와 문학으로 들여다 본 해방공장' 강연에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 안정헌 인천개항장연구소 이사가 나와 해방공장의 의미를 짚었다.소설 해방공장은 이규원이 1948년 '우리문학' 제10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배경은 1945년 8월 15일부터 10월 1일까지, 현 부평공원 자리에 있던 미쓰비시 제강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조병창에 군수 물자를 납품하는 공장에서 해방을 맞은 노동자들 이야기다.정혜경 연구위원은 "일본이 과거 자신들의 행동을 망각·미화하는 한 부평 군수공장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분지 지형인 데다가 안개가 많아 연합군이 공습하기 어려운 지리적 조건을 갖춘 탓에 일제가 군수기지로 삼았다. 해방 이후 공장 노동자들이 공장자주관리운동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그 역사는 아직 반환되지 않은 미군기지인 캠프마켓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군수공장은 해방 이후 민간이 인수하거나 미군 등의 기관이 활용했고, 노동자가 공장을 운영하는 '해방공장'으로 운영된 시간은 짧았다. 일부는 미군이 기계를 부수고 땅에 묻어 고철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한국어문학을 전공한 안정헌 이사는 이규원이 발표한 소설 '해방공장'의 문학적 가치를 강연했다. 안 이사는 "해방공장은 거리와 인물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이 시기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규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안정헌 이사는 "해방공장은 부평과 인천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라며 "해방 이후의 특정 시기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이후 군수산업도시가 된 부평의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한편 부평역사박물관은 지난 6월 5일부터 특별기획전 '해방공장 전·부제:1945년 군수기지 부평의 기억'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전은 이규원의 소설 '해방공장'을 모티브로 일제강점기 부평의 노동자들이 해방을 맞아 전개한 공장자주관리운동을 전시로 구성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2018-08-15 정운

군포 곳곳 채우는 '책의 향기'

내달 8·9일 5개 테마 '독서대전'중앙공원·산본등 접근성 높여군포시가 다채로운 독서 문화의 향연 '2018 군포독서대전'을 9월 8~9일 이틀 간 개최한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이번 축제는 '책, 내 삶을 두드리다'란 주제로 진행된다. ▲공연·전시 ▲강연 ▲책 놀이터·그림책 거리 ▲독서진흥 체험부스 ▲북마켓·아트마켓 등 5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특히 시민 접근성을 높여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산본로데오거리와 청소년수련관, 중앙공원, 군포책마을 등 도심 곳곳에서 펼쳐진다.8일 오후 6시 '시, 내 삶을 두드리다'란 주제로 '시 읽어주는 남자' 정재찬 교수와 인기가수 신효범·길구봉구 등이 참여하는 북 콘서트가 열린다. 산본로데오거리 메인 무대에서는 세종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가을 산책'을 비롯해 학생문화예술 동아리 한마당 축제 등이 펼쳐진다. 인기드라마 '또 오해영'과 '나의 아저씨'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박해영 작가가 시민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지난해 1천441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을 인문학 강연과 함께 감상해보는 시간도 마련된다.이 밖에도 VR 등을 통해 안전수칙을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실을 비롯해 가족 독서골든벨, 북레시피 닥터, 기획전시 '노는 둥 읽는 둥', 책 놀이터, 그림책 거리, 북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틀 간 군포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군포시가 오는 9월 8~9일 이틀간 산본로데오거리 등에서 '2018 군포독서대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군포 독서대전 현장 모습. /군포시 제공

2018-08-15 황성규

[수원]8명의 '숭고한 삶'에 경의

독립운동가 등 '명예의전당' 헌액시청 로비벽면 동판부착 제막행사市, 사이버공간 운영… 책 출간도수원시가 수원시민이라는 사실에 자긍심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수원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개최했다.시는 14일 시청 대강당에서 독립운동가 김세환·이선경·임면수·김향화, 서지학자 이종학, 기업가 최종건·최종현, 평화활동가 안점순 할머니 등 8명을 헌액하는 행사를 가졌다.염태영 시장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은 수원의 명예를 드높인, 공적으로 귀감이 되는 분들"이라며 "명예의 전당은 우리 시민의 자긍심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헌액식 후에는 시청 본관 로비 벽면에 설치한 명예의 전당 제막 행사가 이어졌다. 명예의 전당에는 헌액자들의 사진과 간략한 생애·경력·업적 등이 새겨진 동판을 부착했다.시는 홈페이지에 헌액자의 사진과 생애를 볼 수 있는 '사이버 명예의 전당'을 운영한다. 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8인의 삶을 자세하게 소개한 책 '수원을 빛내다 명예를 높이다'를 출간했다. 시는 수원을 빛낸 개인·단체를 발굴해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수원시 명예의 전당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수원시는 헌정 대상 후보자를 공모했고,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세 번의 심의를 거쳐 최종 헌액 대상자를 선정했다. 수원 남수동 출생인 김세환(1888~1945)은 3·1운동 민족대표 48인 중 한 사람이고, '수원의 유관순'이라 불리는 이선경(1902~1921)은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돼 8개월 동안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석방된 지 9일 만에 순국했다. 필동(必東) 임면수(1874~1930) 선생은 수원지역 대표적 근대교육가이자 독립운동가로 삼일학교를 설립하고, 독립군을 양성하는 등 항일투쟁에 나섰다. 김향화(1897~?)는 수원 지역 기생의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서지학자 사운 이종학 선생(1927~2002)은 일제가 왜곡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수원화성 및 독도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관련 자료를 수원시와 독도박물관에 기증했다. SK 그룹 창업주인 최종건(1926~1973) 전 회장과 그의 동생 최종현(1929~1998) 전 회장은 수원의 대표적인 기업가이다. 최종건 전 회장은 1953년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수원 평동에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을 설립했고, SK그룹은 1962년 2대 최종현 회장이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SK그룹은 1995년 선경도서관을 건립해 수원시에 기증하기도 했다.올해 3월 30일 별세한 안점순(1928~2018) 할머니는 14살 되던 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3년여 동안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1990년께 수원으로 이사 왔고, 1993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 지원 단체인 수원평화나비와 함께하며 평화활동가로 활동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시민들이 시청 로비에 설치된 명예의 전당을 감상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2018-08-14 배재흥

[판문점 선언 특별기획-남북의 마디 인천, 새로운 평화와 번영을 말하다·(13)]강화·개성 유대감 증명 '개성부원록'

150년전 기록 강화서 번역돼 '의미''수도' 역사적 동질감 지원부대 활약"이야기 발굴·후손들 만남 이어지길"1866년(고종 3년)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침공한 '병인양요(丙寅洋擾)' 당시 개성 사람들이 군대를 모집해 강화를 돕기 위해 일어섰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군은 천주교 박해를 빌미로 1866년 9월 6일(이하 음력) 강화 갑곶에 기습 상륙했고, 이틀 뒤 강화읍을 함락했다. 강화 유수는 섬 서쪽으로 도망을 갔다.조선은 임시 군영을 조직해 대응하면서 강화와 인접한 개성에 지원부대를 편성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9월 11일 편성된 개성 지원부대는 김포 일대에 머물다 10월 4일 정족산성 전투로 프랑스군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강화에 진입했다. 이후 10월 14일까지 강화에 머물면서 퇴각한 프랑스군의 재침입을 막고, 전란 피해 복구를 지원했다.이들의 활약상은 2015년 강화고려역사재단이 번역해 발간한 '개성부원록(開城赴援錄)'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정확한 편찬연도와 저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개성부원록'은 병인양요 다음 해 개성에서 개성 토박이들에 의해 공동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강화와 개성은 고려의 수도였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동질감을 갖고있는 지역이다. 강화가 외세의 침입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개성사람들이 강화도를 돕기 위해서 나선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책은 강화와 개성 사이 특수한 유대관계의 증명이기도 하다.남북 분단은 이런 고려의 두 형제를 갈라놓았지만, 개성 사람이 주인공인 150년 전 기록이 강화에서 번역됐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강화고려역사재단은 간행사에서 "(책의 간행은) 150년 전 서양인에 의해 점령당했던 강화부(江華府)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왔던 그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화·개성의 주민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훈훈한 미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면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타까운 시대에 앞으로 그분들의 행적과 다음 이야기를 발굴하고, 후손들이 만남의 자리를 갖는 것은 지역사에서, 우리 분단의 역사에서도 의미가 있는 일화가 될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이 책이 번역된 2015년만 해도 남북 평화의 시대가 이렇게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고려문화역사재단이 간행사에서 밝힌 바람이 현실화할 날이 머지않았다.'개성부원록' 번역에 참여한 김인호 광운대 교수는 "강화와 개성은 1일 생활권으로 고려 이후로도 교류가 잦았고, 두 지역 사이 밀접한 유대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개성 주민들이 빨리 강화를 구원하러 가겠다는 유대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분단이 됐지만 이런 유대의식을 계속 이어 나가자는 취지로 간행사를 썼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2018-08-09 김민재

[새로나온 책]소확행

■ 소확행┃배연국 지음. 글로세움 펴냄. 256쪽. 1만4천원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소확행'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만 항상 더 많이 갖는 일에만 매달린다. 돈, 명예, 권력을 많이 가질수록 행복도 덩달아 늘어날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소유의 양과 행복의 양은 별 상관이 없다. 이런 것들이 잘 살게 할지는 몰라도 잘 사는 곳으로 인도하지는 않는다.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기분이 드는 상태'를 뜻한다. 흐뭇한 기분을 가지려면 먼저 기쁜 일이 있어야 한다. 풍광이 빼어난 해외 명소를 걷는 일, 행운 추첨에 당첨되는 일, 오랜시간 준비했던 시험에 합격하는 일 등은 분명 기쁨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살면서 얼마나 마주할 수 있을까. 아마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만약 삶을 살아가면서 기쁜 일만 행복이라고 여긴다면 행복의 총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자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삶을 뜻하는 이른바 '소확행'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행복의 기준을 조금 낮추고 작은 일상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면 언제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소소한 삶의 아름다움,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삶의 자세에 관한 짧지만 힘이 되는 글들을 통해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8-08-09 강효선

먹방·쿡방시대 '음식의 기본' 먹거리 이야기

■위대한 식재료┃이영미 지음. 민음사 펴냄. 376쪽. 1만6천원TV, 온라인 등 모든 매체에서 몇년째 '먹는 것'이 대세다. 특히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먹방'이 워낙 대세이다 보니, 해외에서는 아예 한국에서 창조한 공식 콘텐츠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또 유명 요리사들이 나와서 요리 대결을 하는 '쿡방'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위대한 식재료'는 먹방과 쿡방이 난무하는 시대에 음식의 '기본'을 이야기한다.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기른, 올바른 식재료가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는 것이 가장 위대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저자 이영미는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로 한국 대중가요의 흐름을 꿰뚫은 대중예술연구자다. '먹는 일'이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편입되면서 그는 먹는 일의 근본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식재료에서 그 문화의 본질을 찾고 있다.거창하게 위대한 식재료라고 제목을 지었지만 저자는 밥상 위에 오르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꼼꼼하게 추적했다. 소금, 쌀, 달걀, 돼지고기 같이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식재료들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가 선택한 이 기본 식재료 중 생태주의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재료를 생산하는 곳을 취재했다. 이미 18년의 시골생활 경험이 있는지라 저자 역시 온갖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고 식재료를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저자는 혹독한 환경적 장애를 극복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생산해낸 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8-08-09 공지영

[2018 수원 '한국지역도서전']지역의, 가치·문화를 읽다

전국 팔도 출판·잡지사 모여내달 6~10일 '지역책 한마당'특별함 담긴 '희귀 서적' 눈길포럼·전시·서평쓰기·북콘서트선경도서관·행궁동서 펼쳐져한국 사회는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문화까지도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 서울의 영향권 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도태되기 쉽다. 특히 서울을 '주류 문화'로 인식하고 여기에 속하지 않으면 '하급'으로 취급하는 부정적 습관도 한 몫한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는 조금 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서울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 서울의 문화를 빨리 흡수할 순 있지만, 경기도만의 특수성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예 그런 것이 있었던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수원에서 열리는 '한국지역도서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지역도서전은 꿋꿋이 지역의 역사를 잊지 않고 문화를 지켜내는 이들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지방'이라 불리는 제주, 진주, 창원, 부산, 대구, 광주, 춘천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팔도의 지역 출판사와 잡지사들이 모여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이하 지역출판연대)'를 구성했고 지난해 5월 제주 한라도서관에서 첫번째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한 것. 이 지역도서전을 통해 지역 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소개했다.지역출판과 지역문화잡지들은 지역문화를 지키는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고 숨겨진 역사를 주요 콘텐츠로 삼아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소통의 창구로 활용한다. 올해 수원에서 열리는 수원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출판연대와 수원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민관협력사업이다. 가장 우선으로 두는 목적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지역 도서들과 독자들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원 행궁동 일대와 선경도서관을 중심으로 축제가 열린다. 주요 프로그램과 수원의 각종 문화프로그램이 연계돼 총 33개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그 중 '날아라 지역도서전'은 전라도 등 6개 지역별 도서를 전시하고 60여 개 지역출판사가 직접 독자를 만나는 부스가 행궁광장에 설치된다.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에선 결코 만나볼 수 없는 희귀한 책들이 기다린다. 또 지역출판포럼을 통해 출판산업 침체를 지역 출판에서부터 활성화시키는 방안과 지역출판사와 서점, 지역 도서관 등 책 문화생태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한다. '그들이 사는 마을, 다시 마을'을 통해서는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각 지역출판사와 문화잡지사들의 지역 아카이빙 활동과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도 있다.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역출판사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서평쓰기' 대회를 열고 '한 권쯤 내 책 '사업을 통해 수원시민들이 직접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 공식 SNS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지난해 5월 제주에서 열린 '제주한국지역도서전' 행사 모습.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제공

2018-08-09 공지영

7주째 '유시민 독주'… 공지영 '해리' 첫 순위권 진입

유시민 작가의 신간이 7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인터넷서점 예스24 8월 2주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신간 '열두 발자국'이 전주 보다 한 계단 상승한 2위를 기록했다.소설, 에세이 등 문학 도서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추리 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한 계단 올라 3위를 차지했고, 기분부전장애를 가진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 간 대화를 엮어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4위에 자리했다.공지영 작가가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해리' 1편은 5위로 순위권에 첫 진입했다. 100만부를 돌파한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특별 한정판은 6위를, 월트 디즈니 인기 캐릭터 곰돌이 푸가 전하는 행복 조언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네 계단 상승한 7위를 차지했다. 유아, 청소년 관련 도서도 순위권에 다수 포진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아빠인 닥터오의 '한 그릇 뚝딱 유아식'은 8위로 순위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고, 설민석 한국사 강사의 어린이 역사 만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7'은 네 계단 하락한 10위에 머물렀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8-08-09 강효선

공공도서관장 '사서직 임명' 10곳 중 7곳 꼴 위법드러나

전체 56곳 중 41곳 무자격 행정직전문성 없어 사업기획 등에 한계인천지역 공공도서관 10곳 중 7곳이 관장을 사서(司書)로 두도록 하는 현행 도서관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6일 경인일보가 군·구별 공공도서관 현황을 파악한 결과 56곳의 공공도서관 가운데 41곳(73.2%)이 관장을 사서직이 아닌 행정직이 맡고 있거나 사서 자격증이 없는 관장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다.현행 도서관법 30조에는 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 가운데는 8곳 가운데 5곳이 행정직이 관장을 맡고 있고, 인천시가 운영하는 도서관은 8곳 가운데 4곳이 행정직이 관장을 맡고 있었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서관도 40곳 가운데 부평구 6곳과 동구 1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행정직 공무원이 관장을 맡고 있다.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을 사서가 맡아야 한다는 법 조항은 도서관 운영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도서관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안목이 있는 전문 사서가 관장을 맡아야 공공 도서관 설립 취지를 살리면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련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전문성을 갖춘 사서가 아닌 비전문가가 관장을 맡다 보니 자연스레 도서관 이용 활성화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일은 후 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한 사서직 공무원은 "행정직 출신이 관장을 맡고 있는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을 마련해 이용을 활성화 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관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운영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하지만 도서관법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는 없다. 도서관 운영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사무이다 보니, 사서 관장 임용을 강제할 수 없고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문체부는 전문 사서를 관장으로 두고 있는 도서관의 경우 문체부 주관 공공도서관 운영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사서 관장 배치를 유도하고 있다.문체부 관계자는 "매년 사서직 관장 비율이 올라가는 추세이고 문체부도 전문 자격을 갖춘 관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서 관장의 임용을 독려하고 있다"며 "단시일에 해소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018-08-07 김성호

'50년이상 담금질' 도원동 철공장인의 삶 엿보기

인천硏, 인문도시연구총서 발간송종화할아버지등 3명 구술·기록1인기업 체제 간신히 명맥 이어가숭의·도화동 등 도시변화상 설명50년 이상 인천 대장장이의 명맥을 잇고 있는 중구 도원동 철공소 장인들의 삶을 구술·기록한 책이 발간됐다.인천연구원 도시정보센터는 인문도시연구총서 제4권 '도원동의 철공장인'을 펴냈다고 6일 밝혔다. '도원동의 철공장인'은 인천 중구 도원동에서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철공장인 3명의 생애 이야기를 담았다. 한 자리에서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일철공소의 송종화(80) 할아버지, 솜씨 좋은 목수에서 대장장이가 된 인해공업사 김일용(68) 씨, 철공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도원철공소 나종채(69)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14~17세의 어린 나이에 대장장이 일을 시작했다.해방 직후부터 1970년대까지 각지의 대장장이들은 인천 중구 도원동 인근으로 몰려와 철공소를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6·25 전쟁 이후에는 북한에서 대장장이로 일했던 사람들이 정착하기도 했다. 경의선과 항만 시설이 가깝고 당시 주거 지역이 몰려 있어 철공소가 자리 잡기 좋았고, 철길 옆 마을 집값이 저렴했던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책에서 3명의 장인은 대공장의 대량생산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지금의 시대에 '손노동'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16세에 철공업 일을 시작한 송종화 할아버지는 대장장이 일은 '교본 없이 터득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송종화 할아버지는 "(대장간 일은) 열 사람이 배우면 한 사람이 되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다르다. 인천 거 다르고, 강화 거 다르고, 영종도 다르고, 대부도가 다르다. 물건을 만들 때는 지역에 따라 다르니까 다 맞춰야 한다"는 송 할아버지의 얘기는 '장인정신'과 '직업정신'을 되새겨 보게 한다. 나종채 씨는 사물놀이 대가로 불리는 김덕수 풍물단이 악기로 쓰는 가위를 비롯한 전국의 각설이학원, 제주도, 미국 LA 등지의 엿장수들의 엿가위를 제작한 '가위'의 달인이기도 하다.그러나 자동화 시설과 중국 제품의 유입으로 오래된 철공소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이들 철공소는 1980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쇠퇴하면서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현재는 1인 기업 체제로 간신히 명맥만 잇고 있다. 김일용 씨는 "용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데 없다. 배우는 사람도 없지만 웬만한 사람은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책에서는 3명의 장인들이 들려주는 남구 숭의동, 도화동, 동구 금곡동, 중구 도원동의 도시경관 변화상도 엿볼 수 있다.총서를 총괄한 김창수 인천연구원 도시정보센터장은 "철공 장인들은 모두 손으로 만들었기에 유일무이한 '작품'에 가깝다"며 "이분들이 마지막 세대인데, 시민들의 맞춤형 제작 수요에 맞춰 숭의동 목공예거리처럼 철공소거리도 본격적인 관심을 갖고 철공소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2018-08-06 윤설아

[눈길끄는 책]언론사에도 작동하는 '갑'의 위력… 침묵과 진실속 고뇌하는 '을'기자

■ 침묵주의보┃정진영 지음. 문학수첩 펴냄. 364쪽. 1만3천원현직 기자인 정진영 작가가 일상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는 권력의 시스템과 폭력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한 소설 '침묵주의보'를 펴냈다. 책은 한 언론사에서 벌어진 인턴기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대혁은 일간지 '매일한국'에서 6명의 인턴 기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대혁은 이들 중 김수연이라는 인턴기자의 고충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면서 친분을 쌓게 된다. 어느 날, 국장은 대혁에게 수연의 학벌과 나이를 문제 삼으며 정규직 기자 선발에서 떨어뜨릴 것을 암시한다. 근처에서 수연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그날 밤 수연은 자신의 유서를 회사의 온라인 기사로 배포하고 5층 편집국에서 투신한다. 이후 대혁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는 회사와 이에 침묵하는 동료들, 그리고 자신의 위선적인 태도와 무기력함에 고통스러워한다. 진실을 밝히느냐, 끝까지 침묵하느냐 두 갈래의 길에서 그의 내적 갈등은 더욱 극한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일간지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언론사의 생리와 이해관계를 흥미진진한 서사 속에서 풀어낸다. 정의롭지 못한 윗선의 비리와 위선에 엮이게 된 힘없는 '을'이 겪게 되는 내적 갈등, 현실에서 언론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 그리고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언론인의 역할까지 폭넓게 담았다.또한 우리 일상에 만연한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고, 자의와 다르게 동조자 혹은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낸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8-08-02 강효선

[바캉스 시즌 함께 즐길만한 소설 작품들]느긋하게 빠져드는 한여름의 북캉스

작가 6명 머리맞댄 '안녕 평양'통일 흐름속 북한 이야기 그려 세계 1200만부 팔린 '나미야…'탄탄한 추리·서사 흡입력 강해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는 유별난 무더위에 이맘때 휴가철이면 늘 꽉 막혔던 고속도로도 예년보다 한산하다.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대신 더위를 피해 리조트나 호텔에 머물며 시원하게 수영을 즐기며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는 바캉스가 유행이 됐다.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출판계는 선베드에 누워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소설들을 잇따라 출간했다.'안녕 평양 (성석제 외 5명 지음. 엉터리북스 펴냄. 232쪽. 1만2천800원)'은 성석제와 공선옥 등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들이 독립출판사와 손 잡고 펴낸, 북한을 배경으로 한 본격(?) 통일 소설이다. 올해 한반도는 그야말로 전쟁 이후 최대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무위원장이 남북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들며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의 운명을 헤쳐나가고 있다. 엄청난 역사의 흐름은 작가들에게도 분명 커다란 영감으로 다가올 터. 소설집 '안녕, 평양'은 희망과 기대, 불안으로 점철된 현재의 역사 속에서 소설가들이 그리는 북한의 이야기를 담았다. 30~50대를 아우르고, 국가대표급부터 갓 데뷔한 신인까지 작가들의 연령과 경력도 다양하다. 소설 속에서 그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도시 평양을 여행하고, 그 유명한 평양냉면을 들이켜며 평범한 이들의 사랑이야기에 귀기울기도 한다. 또 대동강변에서 최고 권위의 북한 과학자를 인터뷰하고 간첩과의 우연한 동행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풀어내기도 했다. 첫 출간 이후 무려 6년이나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456쪽, 1만4천800원)'이 국내 누적 판매 100만부를 기념하며 '특별판'이 제작됐다. 21세기 가장 경이로운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이 책은 일본의 대표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인기가 높다. 전세계적으로도 1천200만부 이상 판매되며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영화화되고 연극으로도 제작됐다.총 5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30여 년 째 비어있는 폐가,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삼인조 좀도둑이 과거로부터 도착한 고민상담편지에 답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기묘한 이야기를 담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섬세한 추리와 판타지, 인생의 향수가 깊이 밴 탄탄한 서사가 한번 이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는 결정적 매력이다. 여성주의를 표방한 소설들도 이번 여름 휴가 시즌에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신작 '그녀 이름은'도 꾸준히 소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고, 최은영 작가의 신작 '내게 무해한 사람'도 상위권에 걸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2018-08-02 공지영

공지영, 신간 '해리' 발간… "싸워야 할 악, 진보의 탈 쓴 무리"

공지영 작가가 자신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인 '해리(전2권·해냄)'를 5년 만에 발간해 대중으로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공지영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진보의 탈, 민주의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는 달리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며 "향후 몇십 년 동안 우리가 싸워야 할 악은 진보의 탈, 민주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했다"고 밝혔다.공지영의 신작 '해리'는 9년 간 312명이 사망한 대구 희망원 사건을 주요소재로 해 5년 간 수집한 실화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전달한다.공지영은 게오르크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의 한 구절인 "밤하늘에 별을 보고 갈 수가 있고 가야만 했던 시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인용한 뒤 "작가에게는 시대를 읽어야 하는 사명이 있고 그 시대를 읽어서 날 것이 아닌 아주 구체적인 것으로 외피를 입혀야 한다"고 소개했다.공지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우리가 선이라고 정의라고 믿고 행하는 것, 그 대표적인 것이 가톨릭, 사제, 장애인 봉사자, 기자 그리고 수많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위선을 행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돈을 모으는 사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특히 "막말하는 극우적 정치인보다 우리를 훨씬 더 혼란스럽게 하고, 사실은 우리가 새롭게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소설을 낳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공지영은 자신의 신작에 대해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고 정의, 안개의 도시 무진을 배경으로 인터넷언론사 기자인 한이나와 책의 제목과 이름이 같은 이나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장애인 보호센터 대표 이해리, 가톨릭 무진 교구 소속 신부 백진우 등이 등장한다는 설명이다.공지영은 "도가니가 (강자를 상대로 한) 싸움의 과정을 다뤘다면 해리는 약자를 괴롭히는 당사자들의 위선과 거짓말을 탐구했다"고 부연했다.또 책 제목을 '해리'라고 정한 이유에 대해 "해리라는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둘 이상 존재해 행동을 지배하는 증상을 의미'하는 '해리성 인격 장애'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돼 있다고 생각해 제목에 차용했다"고 소개했다.특히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한 '여배우 스캔들' 논란에 대해 "제가 워낙 생각도 없고 앞뒤도 잘 못가리고 해서 어리석어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나가면 '어 벌거벗었네'라고 늘 말을 한다"며 "그래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것 같다. 그 정도로 양해해달라"고 말을 아꼈다./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소설가 공지영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해리'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07-30 송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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