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원시, 국내 최초로 '정리의궤' 13책 복제본 제작

수원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이 소장한 한글본 '정리의궤(整理儀軌)' 13책의 복제본을 국내 최초로 제작했다.2016년 7월 경인일보의 보도로 한글본 '정리의궤' 13책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부터 정리의궤 활용방안을 모색한 시는 2년 3개월 만에 '국내 최초 복제본 제작'이라는 결실을 거뒀다.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채색본 1책과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이 소장한 12책의 복제를 최근 완료했다. 오는 17일에는 시청 상황실에서 결과보고회를 열고, 완성품을 공개할 예정이다.한글본 '정리의궤(원이름은 '뎡니의궤')'는 '현륭원 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성역의궤' 등을 한글로 종합 정리한 의궤로 국내에는 없는 판본(板本)이다. 현존 한글의궤 중 가장 이른 연대의 의궤로 추정된다. 총 48책 중 13책만 현존하고, 12책이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에 있다.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채색본 '정리의궤(성역도) 39'는 화성행궁도 등 수원화성 주요 시설물과 행사 관련 채색 그림 43장, 한글로 적은 축성(築城) 주요일지 12장 등 총 55장으로 구성돼 있다.'정리의궤(성역도) 39'에는 '화성성역의궤'에는 없는 봉수당도, 당낙당도, 복내당도, 유여택도, 낙남헌도, 동장대시열도 등이 수록돼 있어 가치가 크다. 왕실의 기록문화뿐 아니라 당시 한글 언어생활까지 알아볼 수 있는 활용도 높은 문헌이다.프랑스가 소장한 한글본 '정리의궤'는 한국의 첫 번째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빅토르 꼴랭 드 쁠랑시'(Victor Collin de Plancy, 1835~1922)의 수집품으로 12책은 국립동양어대학에 기증했지만, 채색본은 어느 시점에 경매상을 거쳐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조시대 연구와 수원화성 복원 기초자료로 '정리의궤'가 꼭 필요했던 시는 언론보도 직후 '정리의궤 활용 기본계획안'을 세우고 자료 확보에 공을 들였다.'외규장각 의궤' 반환(2011년) 후 문화재 환수에 민감했던 프랑스 입장을 고려해 문화재청·국외소재문화재단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지난해 2월 시는 실무진과 전문가가 프랑스를 방문해 한글본 '정리의궤' 활용 방안을 협의했다. 시는 대여를 추진했지만 프랑스 측은 '해외 대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어서 대신 사진 촬영을 허락받아 복제본을 제작하는 것으로 협의했다.한글본 '정리의궤' 복제가 외교 문제로 번질까 봐 우려하는 프랑스 측에 시는 "학술적으로 이용하고, 역사 연구 자료로만 활용할 것"이라며 설득했다. 방문 기간에 '복제본 제작'이라는 원칙적 협의는 이뤄졌지만, 복제본 제작 과정에 관한 상세한 협의는 하지 못했다.시 관계자는 1년여 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국립동양어대학 관계자와 수십 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마침내 지난 5월 13~20일 사진 촬영, 색 감수, 실측 등 작업을 위해 두 번째로 프랑스 현지에 방문했다. 200여 년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는 완벽에 가까웠다.종이·서지·염료·역사 등 분야별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실측을 하고, 복제 작업을 벌였다. 특히 채색본은 원본의 입체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색 감수를 담당한 모사 작가가 보채(빛이 바래거나 지워진 것을 다시 칠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채색본은 원형복제본(원본이 처음 편찬된 당시 재현)과 현상복제본(변·퇴색한 유물 현 상태를 재현)을 제작해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시 관계자들은 실무진 협의를 거치며 프랑스 관계자들에게 한글본 '정리의궤'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상세하게 알렸다.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 관계자는 "한글본 '정리의궤'의 학술 가치를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시 관계자 덕분에 가치를 알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조 시대와 수원화성 연구에 큰 힘이 될 한글본 '정리의궤'가 우리 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발견되고 복제돼 기쁘다"며 "한글본 '정리의궤'가 문화콘텐츠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은 오는 1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특별기획전 '수원의 궁궐, 화성행궁'에 전시된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전시 개막에 앞서 18일 오후 2시 영상교육실에서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 학술 총책임자 벤자민 기샤르(Benjamin Guichard)와 아시아학술담당 솔린느 러쉬세(Soline Lau-Suchet)를 초청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수원시 정리의궤 복제본 완성품. /수원시 제공수원시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 소장 정리의궤를 실측하는 모습. /수원시 제공

2018-10-16 최규원

김수민 의원 "개량한복 차별 안돼"…손혜원 의원도 한복차림 국감 진행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국정감사장에 개량한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이날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감에서 "전통한복과 개량한복을 구분 짓는 것도 어려운 일이며 한복의 다양성도 필요하다"며 "개량한복이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그가 3만 원을 주고 개량한복을 빌려 입은 이유로 최근 서울 종로구청이 전통한복이 아닌 퓨전 한복(개량한복) 착용자에게 고궁 무료입장 등의 혜택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김 의원은 "개량한복 또한 디자인이 아름답고 이로 인해서 많은 고나광객도 고궁을 찾고 있다"며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이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량한복을 입고 국감에 나서 화제가 됐다./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한복 차림의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한복 차림의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왼쪽)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복 차림의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연합뉴스

2018-10-16 송수은

BIAF 국제경쟁 작품, 미국 '학생 아케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금·은'

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의 국제경쟁 작품 후보작 두 편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최하는 '2018 학생 아카데미 시상식'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했다.비버리힐스의 사무엘 골드윈 극장에서 열린 제45회 학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4개의 애니메이션 부문을 포함한 총 19명의 우승자를 뽑았다. 이 중 금·은메달을 차지한 두 작품이 바로 올해 BIAF 온라인 경쟁작 김한나 감독의 '너구리와 손전등'과 학생단편 경쟁작 유유 감독의 '데이지'다.금메달의 영예를 안은 '너구리와 손전등'은 너구리 한 마리가 숲에서 손전등을 발견하면서 너구리의 귀여운 행동이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칼아츠) 한국인 유학생 김한나 감독의 작품으로 금메달 수상과 함께 오스카 아카데미 단편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 작품은 BIAF2018 온라인 경쟁작으로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일정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며 수상할 경우, 11월 말까지 네이버TV BIAF 채널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은메달 수상작 '데이지' 또한 BIAF를 통해 만날 수 있다. BIAF2018 학생단편 경쟁작에 오른 '데이지'는 전쟁 폭격 속 갑자기 사라진 주인(데이지)을 찾는 로봇(벤)의 이야기로 남가주대(USC) 유유 감독의 작품이다. 대한민국 첫 번째 아카데미 공식지정 국제영화제인 BIAF2018은 아카데미 수상 감독과 아카데미 회원들의 참여 등 20회를 맞이해 명실상부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카데미 규격에 맞는 영화제로 성장을 보여주며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부천시청, 한국만화박물관, CGV부천, 메가박스COEX 등에서 열린다. 부천/장철순기자 soon@kyeongin.com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너구리와 손전등'의 김한나 감독./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김한나 감독의 '너구리와 손전등' 작품 스틸./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2018-10-16 장철순

인천교통공사 창립 20주년 맞아 31일까지 도시철도 사진 공모전

인천교통공사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오는 31일까지 인천도시철도 사진 공모전을 진행한다. 공모 주제는 인천교통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천지하철 1·2호선의 과거와 현재 모습, 인천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지하철 역·전동차 등이다.접수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며 출품 규격은 디지털 사진으로 파일용량 10MB 이하·해상도 3천 픽셀 이상이다. 사진 접수는 인천교통공사 홍보팀 이메일(ictrpr@ictr.or.kr)로 하면 되고 자세한 사항은 인천교통공사 홈페이지(http://www.ictr.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우수상은 상장과 상금 50만원(1명), 우수상은 상장과 상금 10만원(2명), 장려상의 경우 상장과 상금 5만원(10명)이 수여된다. 입상작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며 교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다.한편 창립 20주년을 맞는 인천교통공사는 지난 2016년 7월 30일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이 열차 운행 누적 1천만㎞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1천만㎞는 지구와 달 사이를 13회 왕복한 거리로 전동차가 35만3천109회 운행한 수치라고 설명했다.인천2호선은 개통 이후 현재까지 1억1천27만여명의 승객을 수송했으며, 하루 평균 13만7천8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인천2호선 승객 증가 추이를 고려해 2021년까지 460억원을 들여 전동차 차량 수를 현재 37편성 74량에서 43편성 86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약자를 배려하고 시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체계를 확립하는 데 총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

2018-10-15 김명호

건축허가 뒤집은 수원시… 문화시설 불신만 키웠다

A씨에 5월 허가, 4개월뒤 반려"해당부지 한옥시설 조성" 이유인근주민 "특정예술인 입김 탓"수원시의 '오락가락' 건축행정에 시민이 재산상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수원의 일부 문화예술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15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토지주 A씨는 지난 2016년 3월께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일원에 5층 높이 주택을 짓겠다는 건축허가 신청서를 팔달구청에 접수, 5월께 최종 허가 통보를 받았다.이후 A씨는 그 해 9월께 본격적인 공사를 위해 착공신청서를 구청에 접수했지만, 몇 주 뒤 신청서가 '반려'됐다는 황당한 소식을 전달받았다. 시가 A씨 소유 토지를 포함해 인근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문화시설)로 지정하기 위한 입안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실제 시는 A씨가 착공신청서를 접수한 9월께 해당 부지 및 그 일대를 관광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한옥형 체험시설' 등이 들어서는 문화시설로 결정하기 위한 입안절차에 착수했다. 2개월여 뒤인 11월께 해당 부지는 문화시설로 최종 지정됐다. 이 때문에 A씨는 앞서 5월께 허가를 받고도, 결과적으로 건축행위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A씨는 이후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 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불과 2개월여 만에 해당 부지가 문화시설로 지정된 배경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남수동 주민 B씨는 "이곳은 수원의 예술가들이 앞서 벽화 마을로 조성한 곳이기도 하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이곳이 문화시설로 지정돼 건축행위가 제한된 배경에 대해 일부 특정 예술인들의 힘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문화시설로 지정한 것이지 누군가의 외력이 작용한 부분은 없다"고 일축한 뒤 "A씨가 제기한 소송의 경우 오는 11월께 법원 판결이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지난 2016년 5월, 5층 높이 주택 건축허가를 받은 부지가 이후 도시계획시설(문화시설)로 지정되면서 착공하지 못한 채 빈 공터로 남아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8-10-15 배재흥

[최진석의 노장적(老莊的) 생각·21]노자도 공자도 선진국을 꿈꿨다

'안빈낙도', 공자가 '옹야'편에서 제자 안회에게 한 말이 '시초'가난 속에서도 당당하게 '도(道)' 실현의지 발휘 높이 사 안빈낙도(安貧樂道), 살면서 모질고 거친 파고를 이겨내려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다 한 번은 입안에서 웅얼거려 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비록 가난하더라도 걱정 하나 없이 맘 편히 지내는 일상 말이다. 이 말은 공자(孔子)가 『논어』의 「옹야」편에서 제자 안회를 평하는 문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안회야, 너 참 대단하구나! 한 바구니의 밥과 한 바가지의 국물로 끼니를 때우고, 누추한 거리에서 구차하게 지내는 것을 딴 사람 같으면 우울해하고 아주 힘들어 할 터인데, 너는 그렇게 살면서도 자신의 즐거워하는 바를 달리하지 않으니 정말 대단하구나!" 여기서 '즐거워하다'는 '악'(樂)을 번역한 말이다. 공자가 살던 당시의 용법으로 볼 때, 이 '악'은 그냥 감각적인 쾌락으로 마음이 들뜬 상태를 말하는 것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감각적 쾌락은 절제 없이 탐닉[淫]으로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탐닉으로 빠지지 않을 정도의 고양되고 절제된 즐거움인 '악'(樂)은 '음'(淫)을 거부한다. '악이불음'(樂而不淫)인 것이다. 당시에는 사회를 유지하고, 교화를 완성하도록 만들어진 체계를 '예악'(禮樂) 체계라고 했다. 사회에 '도'를 실현하는 장치다. 그래서 안회가 즐거워하던 바를 달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의 높이에서 실현되는 삶을 추구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연유로 「옹야」편의 이 문장을 '안빈낙도'(安貧樂道)로 개괄한 것은 아주 옳다.이 표현을 삶속에서 생산못하고 '안빈'에 초점 가볍게 사용돼지식생산국에 진입못한 '중진국'그런데 이 표현을 자신의 직접적인 삶속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그냥 말로만 들여와서 쓰는 사람들은 생산될 때의 두터운 의미를 놓친 채 왕왕 얇고 가볍게 사용한다. '안빈낙도'가 원래 가진 두터움을 '안빈'과 '낙도'로 쪼개 얇게 쓰면서, '안빈'에만 무게를 두고 '낙도'는 가볍게 여긴다. 그냥 세상사의 무게를 내던져버리고, 가난하더라도 아무 걱정 없이 맘만 편하면 '안빈낙도'로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가난을 맘 편하게 대하는 것 정도에서 그칠 말이 아니다. 가난하더라도 그 가난 때문에 자신의 수준을 낮추지 않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 '안빈'이다. 이 가난은 자신의 무능이나 게으름 때문에 야기된 것이 아니라, 부를 일구는 일보다는 원래 가졌던 더 높은 지향을 지키고 실현하느라 부를 일굴 겨를이 없어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적극적으로 자초한 가난이다. 그 높은 지향은 바로 '도'(道)를 향한다.당연히 '안빈낙도'에서 방점은 '안빈'보다는 '낙도'에 있다. 삶 속에서 '도'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정도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가난한 사람이 비로소 '안빈낙도' 할 수 있다. 가난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도'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안빈낙도'다.세계와 관계하는 인격이 얇고 가벼우면 무게감 있는 것들을 쉽게 잘라버리고, 감성과 도덕으로 삶을 분칠해버린다.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문법을 스스로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생산된 문법을 들여와 쓸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개 감성적이고 도덕적이거나 이념적 태도를 갖기 쉽다. 이론으로만 들어오면서 그 이론이 생산될 때의 배경이 된 삶의 구체적 현장성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체적 현장성까지 붙어있는 두께는 구현하지 못하고, 감각적이며 얇고 가벼워진다. 혁명에도 독립적 혁명이 있고, 종속적 혁명이 있다. 혁명을 스스로 생산한 이념으로 하면 독립적이고,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혁명이면서도 이미 생산되어 있는 이념을 구현하는 형태로 하면 종속적이다. 독립적이면 두텁지만, 종속적이면 가볍고 얇다. 가볍고 얇아지면 이념과 도덕을 지향하는 조급함을 넘어설 수 없다. 우리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다. 단순히 경제적이거나 군사적인 문제만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문법 등에서 아직 독립적인 생산 단계에 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나만 따로 놓고 말해본다면, 지식의 생산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총체적인 지식 수입국이라는 뜻이다. 이런 비독립적 한계가 경제와 군사적인 문제의 높이까지 결정한다. '독립적인 생산 단계'에 든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모든 문제를 개괄하여 나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도전에 나서자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선진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식상하기도 하고, 너무 비문화적이고 비도덕적으로 들리는 지경이라는 것도 잘 안다. 이런 지경에 있는 분위기 속에서 몇몇은 이렇게 말한다. "선진국은 전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포악한 전쟁을 쉽게 하는 그런 단계는 올라갈 필요도 없다.", "왜 꼭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가. 그냥 이 단계에서 평화롭게 살면 되지.", "공자도 도덕적으로 사는 삶을 말하지 않았는가.", "더구나 도가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 왜 노자와 전혀 다른 말을 하는가. 노자는 나라의 통치 자체를 부정한 사람이다." 공자와 노자가 선진국을 지향했다는 것만 말해도 많은 말다툼은 줄 것 같다. 이제 그것을 말해본다.공자 논어에 "나라를 흥성하게"'덕(德)'을 통한 국가발전 주장노자 도덕경서 '무불위''취천하''나라 키워 큰 지배력 행사' 말해감성적이고 도덕적인 편협함에 빠진 사람들은 공자를 정의와 개인적인 덕성의 함양만을 논하지 국가를 흥성시키고 부강하게 하려는 개혁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으로 얇게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공자는 『논어』에서 '나라를 흥성하게'(興邦)하는 일을 매우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기도 하고, 덕성의 함양 자체를 국가의 부강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킨다. 「자로」편에 나오는 한 대목. "번지가 농사짓는 법과 원예를 가르쳐 달라고 청하니, 공자가 말한다. '나는 경험 많은 농부나 원예사만 못하다.' 번지가 나가자 공자가 다시 말한다. '번수가 소인이구나. 위에서 정의로우면 아래서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믿어주면 아래서 진정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하다면, 사방에서 자식들까지 업고 몰려올 텐데 꼭 농사로만 하려고 해야겠느냐.'" 공자가 강조하는 정의와 신뢰도 그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의미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자식들까지 몰려오는' 현실적이고 국가적인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인구는 노동력과 군사력의 원천이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방을 강화시키려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자원이다. 다른 한 구절. "섭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답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설득하거나 기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들은 오게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것을 정치의 실력으로 보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매력을 느껴 찾아오게 하여 산업과 국방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공자는 '도덕적 자각 능력'을 성숙시켜서 윤리적 개인과 윤리적 국가를 이루면 그 매력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위정」편에 나오는 대목은 이렇다. "공자가 말한다. '덕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 즉 덕치를 하는 것은 북두성이 제 자리를 잡으면 모든 별이 우러르며 따르는 것과 같다.'" 덕치(德治)는 모든 별이 우러르며 따르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덕치 자체의 윤리적 정당성으로만 가질 수 있는 의미가 아니다. 공자에게서 '덕'은 국가 발전 강령의 핵심이다.세상에서 국가의 이익이나 발전과 더 관련 없는 사상가로 치부되기는 공자보다도 노자(老子)가 더 심하면 심했지 조금이라도 덜하지 않을 것이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도덕경』 제48장만 봐도 된다. "무위하면 되지 않은 일이 없다."(無爲而無不爲) 보통은 세상사에 어떤 욕망도 품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을 '무위'(無爲)로 보면서 개인의 안빈낙도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노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위'보다도 '되지 않은 일'이 없는 '무불위'(無不爲)의 결과다. '무위'라는 지침은 '무불위'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내가 해석하여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니라 노자가 그의 책에서 그렇게 써 놨지 않은가. 노자의 시선은 오히려 '무불위'에 가 있다. 그렇다면, '무불위'라는 효과에서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노자에게서 이 점은 매우 분명하다. 바로 이어서 말한다. 바로 '취천하'(取天下), 즉 천하를 갖는 일이다. 나라를 키워서 여러 나라들 가운데 가장 큰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22장에서도 말한다. "구부리면 온전해지고, 덜면 꽉 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노자를 '구부리고, 덜어내는' 것만 주장한 것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노자가 '온전해지고 꽉 채우는' 것도 말했다. 사실 노자는 온전하고 꽉 채워지는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 7장에서도 말한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지만, 자신이 앞서게 된다. 자신을 소홀히 하지만, 오히려 보존된다." 노자는 앞서고 보존되기 위해서, 내세우지 않고 소홀히 할 뿐이다. 노자의 시선은 앞서고 보존되는 결과에 가 있지, 내세우지 않고 소홀히 하는 소극적인 과정에만 멈춰있지는 않다. 얇은 지성은 '무불위'로 대표되는 결과를 읽는 대신, '무위'만 읽는다. '안빈'만 보고, '낙도'는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공자에게서 '덕'(德)이 국가 발전에 봉사하듯이, 노자에게서는 '무위'가 국가의 선도적 역량을 갖게 한다.둘다 사상 내용 달라도 목표 같아선도력으로 우위점한 나라 꿈꿔부국강병해야 느리지만 진짜 평화공자와 노자가 살던 시기는 중국의 기존 지배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면서 새 세상이 열리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들이 서로 지배적 우위를 점하려고 각축하던 때다. 이 두 사상가들은 사상 내용이야 다르지만, 목적은 같았다. 바로 지배력을 가진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선도력과 지배력으로 우위를 점하는 나라를 꿈꿨는데, 요즘 말로는 바로 선진국이다. 그 목적을 공자는 '덕성'을 기반으로 해서 완성하려 했고, 노자는 자연 질서를 인간 질서로 응용하는 방식으로 완성하려 했을 뿐이다. 영혼의 완성을 이루려는 사람이 잡다한 현실을 따돌리기만 하면 될 것으로 믿다가는 얇고 창백하며 정체 모를 환각에 싸일 뿐이다. 공동체의 평화를 말하면서 정작 나라의 힘을 키우는 데 소홀하다가는 그 평화 한 조각도 자신의 땅 위에 세우지 못할 것이다. 나라를 걱정하면서 부국강병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은 다 가짜다. 얇고 가벼운 것은 감각적이어서 빨리 오고, 두텁고 무거운 것은 느리게 온다. 느리게 오는 것이 진짜다./최진석 건명원 원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송필용 作 '안빈낙도' /광주일보 제공최진석 건명원 원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2018-10-15 최진석

내년 수인선 송도역사 복원사업 진행

연수구, 문화예술 업무계획 공개문화재단 설립, 하반기출범 목표인천 연수구가 가칭 '연수문화재단' 설립과 옛 송도역 복원 등의 문화예술사업을 내년에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연수구는 최근 '문화예술도시 활성화를 위한 주민참여 정책 토론회'를 열고, 내년도 문화예술 관련 업무계획을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연수구는 문화재단 설립 검토 연구용역을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하면서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연수구 인구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단체 차원의 중장기 문화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문화공연 프로그램을 발굴한다는 게 재단 설립 취지다. 연수문화재단의 역할은 문화진흥 사업 개발·추진·지원, 지역 문화 정책 개발, 전문인력 양성, 문화예술단체 지원과 활성화 사업, 주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문화시설 관리·운영, 지역축제 기획·운영 등이 될 전망이다.구는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조례안 구의회 상정 등 설립 준비를 본격화하고, 하반기에 공식 출범하는 것이 목표다. 연수구 옥련동 옛 수인선 송도역사를 복원해 인근 전통시장 등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내년에 추진할 주요 사업이다. 옛 송도역사는 1937년 수인선 개통과 함께 건립됐으며, 옛 수인선 역사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다. 1970년대부터 20년 넘게 '협궤열차' 수인선의 시발·종착역이었다. 구는 내년 사업부지를 매입 등으로 확보하고, 복원사업을 위한 국비 신청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18-10-14 박경호

80만 관람객 어깨춤, 도시가 들썩이다

제22회 부평풍물대축제 마무리전통체험 확대·주민 참여 높여전통마당등 4개 무대서 볼거리'2018 부평풍물대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부평구가 주최하는 부평풍물대축제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부평 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축제는 '광대, 도시를 물들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전통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주민과 예술인들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고 부평구는 강조했다.축제가 진행된 창작연희무대(메인무대)와 전통마당(문화의거리 앞), 풍물마당(중앙지구대 입구), 시민문화예술무대(부평시장역 앞) 등 4개의 무대에서는 '제7회 대한민국 창작풍물대전'과 '부평 대동놀이 만만세!'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부평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제19회 전국학생풍물경연대회'가 열려 전국의 초·중·고등학생이 그동안 갈고 닦은 풍물 실력을 뽐냈다.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남사당놀이 여섯마당' 공연과 사물놀이 40주년 기념 '김덕수패 사물놀이' 공연은 전통예술 축제의 가치를 잘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올해 축제는 지역 예술인과 동호인 등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확대됐다. '시민문화예술무대'에서는 생활문화동호회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풍물마당에서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시민풍물난장'이 펼쳐졌다. 부평 문화의거리에는 게릴라콘서트, 버스킹 공연 등이 열려 흥을 더했다.이와 함께 행사장 곳곳에서는 '김덕수 명인과 함께하는 풍물체험교실'과 '외국인풍물교실', '연희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부스가 마련돼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축제의 마지막은 대동놀이가 장식했다. 대동놀이에서는 풍물패와 관람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축제 현장에는 연인원 8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차준택 부평구청장은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부평풍물대축제는 우리나라의 풍물 문화를 알리고, 시민들이 도심에서 부평의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로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광대, 도시를 물들이다'를 주제로 부평 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진행된 '2018부평풍물대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부평구 제공

2018-10-14 정운

포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 13일 개막

억새밭이 은빛 물결을 이뤄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제22회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1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주말마다 경기도 포천시 산정호수와 명성산 일대에서 열린다.명성산(해발 923m)은 매년 가을이면 정상 부근 15만㎡ 규모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뤄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6·25 전쟁 때 포탄으로 민둥산이 된 곳에 억새가 자라며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은빛 향연이 펼쳐진다.명성산은 후삼국 시대 왕건에게 쫓긴 궁예가 망국의 한을 통곡했다는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억새 군락지는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거쳐 2시간가량 오르면 닿을 수 있다.포천시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로 등산객을 맞는다.13일 오후 2시 산정호수에서 시작하는 개막행사 '가을 억새에 반하다'에는 남진, 김연자 등 인기가수가 출연하는 축하공연, 문화나눔 콘서트, 억새꽃 노래자랑 등이 펼쳐진다.14일에는 '비상의 노래'를 주제로 농악 퍼포먼스, 경기도립극단 초청공연인 오영진 원작 '시집가는 날', 웃음과 해학이 있는 '맹진사댁 경사' 공연, 가수 해바라기 등이 출연하는 7080 음악회가 진행된다.포천시는 축제장을 찾는 시민이 가을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1년 후에 받는 편지, 억새 사진관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연합뉴스

2018-10-1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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