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첫 관세 폭탄을 때리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약 17개월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기준으로는 거의 21개월 만이다.이날 중국과 미국은 잇따라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합의의 골자다.그러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계획이 세부적으로 발표되지 않은데다, 미국의 대중 관세 문제를 두고 미중 간 이견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최종 합의는 향후 서명 절차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미중이 1단계 합의에 최종 서명하더라도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쟁점들이 남아있어 2단계 협상은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무부, 외교부, 상무부, 농업농촌부 등 중국 관계 부처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밤 11시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합의를 먼저 공식화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1단계 합의를 발표했다.그는 "중국과 매우 큰 1단계 합의를 했다"면서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더 많은 '플러스(plus)' 등에 대한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15일 부과할 예정이던 중국산 제품 1천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기존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천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해오던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이어 나머지(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7.5% 세율의 관세 부과를 밝혔다. 1천2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온 15%의 관세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모두를 위한 멋진(amazing) 합의"라면서 "우리는 2020년 선거(미 대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기존 관세에 대해선 2단계 무역 협상에서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중국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미 무역대표부(USTR)도 1단계 합의를 확인했다.USTR은 1단계 합의는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인 추가 구매 약속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강요), 농업, 금융서비스, 통화 및 환율 등 분야에서의 중국의 경제·무역 체제의 구조적인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STR은 또 이번 합의는 '강력한 분쟁 해결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비책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미국측 발표에 앞서 중국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 문건 내용에 서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중국은 '1단계 무역 협상에 관한 성명'에서 "중미 쌍방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 하에서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성명에 따르면 합의문은 서언,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 및 농산품, 금융 서비스, 환율 및 투명성, 무역 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 평가 및 분쟁 해결, 마무리 등 9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다.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가중 관세를 취소함으로써 가중 관세가 높은 상태에서 낮아지는 쪽으로 변하도록 하는 데 미중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단계적 가중 관세 취소' 언급은 추가관세 부과 중단과 부분적 관세완화 등 미측 발표와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미국이 15일 계획했던 대중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중국도 이에 대응해 부과할 예정이었던 대미 추가관세를 철회했다.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상당히(significantly)'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중국은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이 기존보다 향후 2년에 걸쳐 320억달러(약 37조5천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미중 무역전쟁이 본격 시작되기 전인 2017년에 중국이 2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농산물을 구매했는데, 이에 더해 연간 160억달러씩, 향후 2년간 총 320억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약 400억달러 규모가 된다는 계산이다.여기에 더해 중국이 연간 약 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50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 구매를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50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은 1단계 무역합의의 공식 서명 '세리머니'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2단계 협상은 1단계 합의 실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최종 서명은 내년 1월 첫째 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명이 이뤄지면 30일 이후에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단계 합의문이 86쪽에 이르며, 자신과 중국측 고위급 협상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전반적으로, 중국은 중요한 구조적 변화와 향후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에 집중해 2천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베이징=연합뉴스
2019-12-14 연합뉴스
영국 보수당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하원 과반 기준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BBC와 ITV, 스카이 뉴스 등 방송 3사는 이날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보수당이 368석으로 하원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됐다.영국 하원 의석수는 총 650석으로 과반 기준은 326석이다.노동당은 191석으로 200석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2017년 총선과 비교하면 보수당은 50석을 더 얻지만, 노동당은 무려 71석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이번 총선에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017년 대비 20석 추가된 55석으로 제3당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됐다.반면 브렉시트(Brexit)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자유민주당은 1석 늘어난 13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개표 결과가 출구조사대로 나타날 경우 과반을 확보한 보수당은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해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은 물론 주요 정책을 담은 입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는 그동안 실제 의석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만큼 정확성을 자랑해왔다.2017년 조기 총선 당시 출구조사 결과 보수당은 314석, 노동당은 26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실제 보수당과 노동당 의석수는 318석과 262석이었다.당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보수당은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 사실상의 연립정부를 구성했다.최근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으로 인해 탈당 및 제명 등이 발생하면서 이번 총선 실시 전 의회 해산 당시의 보수당 의석수는 298석에 불과했다.노동당은 243석, SNP 35석, 무소속 23석, 자유민주당 21석, DUP 10석 등이었다. 이번 총선은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최근 5년 내 세 번째 실시되는 것으로, 이른바 브렉시트의 향방을 가늠할 '브렉시트 총선'으로 여겨졌다.앞서 영국은 2016년 6월 실시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전체의 52%인 1천740만명이 유럽연합(EU) 탈퇴에, 48%인 1천610만명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이후 브렉시트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합의에 도달했다.그러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잇따라 부결되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지난 7월 말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천신만고 끝에 EU와 재협상 합의에 성공했지만, 역시 의회의 벽에 부딪히자 의회 해산 후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보수당 의석이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데다, 정부 구성 파트너인 DUP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측되면서 존슨 총리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말 EU 탈퇴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존슨 총리는 이후 2020년 말까지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동안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영국에서 12월에 총선이 열린 것은 1923년 이후 거의 100년 만이다. 겨울에 총선이 열리는 것은 1974년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영국 보수당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하원 과반 기준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AP=연합뉴스
2019-12-13 연합뉴스
실태조사… 비용문제 이유 39.3%대부분 출산후 건강관리도 못받아"엄마. 우리가 왜 불법 등록된 사람이야.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 사람인데 무슨 말을 하는거야""유치원에서 CCTV 보자고 하면, CCTV 없다고 합니다. 경찰도 부르지 못합니다. 불법이어서 어디 가서 얘기 할 수 도 없네요""소아과에서 아이가 보통 한번 감기가 걸리면, 5만 원 정도 들어요. (치과 비용) 한번 진료 하면 6만원 입니다. 비싸서 다시 안 갔어요"경기도내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 중 절반 이상이 자녀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다 보니,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는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조사는 도내 18세 이하 29개국 미등록 이주아동 양육 부모 340명, 자녀 468명, 이해관계자 154명, 전문가 33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 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올해 1~10월 10개월간 수행했다.조사 결과, 자녀가 아픈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52.1%에 달했다. 이유는 '병원비가 비싸서'가 39.3%로 가장 많았고, '병원에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 18.2%,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17.6% 순이었다.또 응답자의 73.8%는 한국에서 임신·출산 경험이 있었으며,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산후 조리한 경우가 78.9%로 가장 많았다. 출산 후 쉬지 못한 경우도 12.4%에 이르는 등 대부분의 산모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이 같은 경제적 요인들은 자녀들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자녀들의 스트레스 요인을 살펴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고, 이어 '한국어의 어려움과 미래', '공부하는 문제', '외모 및 신체조건', '가족간의 갈등' 순으로 확인됐다. 허성철 도 외국인정책과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적극 협업을 추진, 국제 수준에 부응하는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 지원을 위한 시책을 마련해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상기자 donald@kyeongin.com
2019-12-12 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