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으로 이루어진 브릭스(BRICS) 정상들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브릭스 정상들은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회담을 마치면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에 근거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브라질리아 선언'에 서명했다.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다자주의 수호를 위한 브릭스 회원국들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모두 73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브라질리아 선언'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우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군비경쟁 자제, 시장개방과 공정하고 차별 없는 무역, 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 등을 담고 있다.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브릭스 회원국들은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강화하고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면서 "국제기구들이 더 포괄적이고 민주적이며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정상들은 완전한 비핵화 등 한반도 상황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선언문은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외교적·정치적 해결에 대한 지지 입장을 확인한다"면서 "이를 통한 동북아 지역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수단의 인권 위기, 예멘과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해 우려한다는 내용이 선언문에 포함됐으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는 브라질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선언문 서명에 앞서 각국 정상들의 발언에서도 다자주의 질서가 강조됐다.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의 역할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도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브라질과 블록의 다른 회원국들은 보다 포괄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방주의·보호주의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다자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시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는 글로벌 거버넌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우리는 세계와 우리의 국민을 위해 연대와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다자주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국제 현안과 무역에서 신흥시장과 개도국의 비중을 높이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글로벌 거시경제 정책의 틀에서 개발을 우선하고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뿐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파리 협정이 진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가 유엔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보다 긍정적인 국제적 의제를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브릭스 국가들이 유엔 차원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원칙 준수와 자유무역협상 확대를 주장했다.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확대 문제에 관해서도 협의가 이뤄졌다.NDB는 지난 201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정식으로 발족했으며, 신흥국과 개도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금융지원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NDB의 자본금은 현재 53억 달러 수준이며 2022년까지 100억 달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NDB는 회원국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에서 20개국 수준으로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브릭스 의장국은 올해 브라질에 이어 내년에는 러시아가 맡는다.브릭스는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브릭스 5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41%, 경제성장의 43%, 생산의 33%, 무역의 18%를 차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2019-11-15 연합뉴스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서 채택됐다.인권담당 제3위원회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회원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표결을 요청하지 않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됐다.중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인권 결의 채택에 반대했지만, 표결을 요구하지는 않았다.지난 2005년부터 15년 연속 채택이다. 2016년부터는 4년 연속 컨센서스로 통과됐다. 유엔총회 본회의에서는 다음 달 채택될 예정이다.유럽연합(EU) 국가들과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등 61개 회원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우리나라는 이번에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바 있다.주유엔 한국대표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결의안의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면서 "다만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번에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정부는 한반도 평화·번영을 통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결의안 초안은 유엔 주재 EU 회원국들이 마련했다. EU를 대표해 핀란드 대표부 측은 "지난 1년간 북한의 인권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지난해까지 EU와 함께 결의안을 주도한 일본은 초안 작성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납치 문제 등을 둘러싼 모든 정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북한 인권에 특별한 진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의 결의안 문구가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결의안은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했다.강제수용소 운영,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도 나열했다.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인도에 반하는 죄에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등을 취하도록 권고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는 사실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은 2014년부터 6년 연속 들어갔다.한반도 상황과 관련, 북한 인권·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기 서신교환, 화상 상봉, 영상메시지 교환 등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접촉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반영됐다.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발언을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EU를 비롯한 일부 적대 세력들이 신성한 유엔 무대에서 대결을 부추기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김 대사는 "결의안은 진정한 인권보호와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며 "범죄를 저지르고 탈북한 이들에 의해 조작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무엇보다 대북인권결의안이 과거 인권을 유린한 국가들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특히 "일본은 과거 일제강점기에 반인권 범죄 행위를 자행했다. 140만명의 강제노역과 20만명의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김 대사는 "북한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면서 표결을 요구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김 대사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인권결의 채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회의장을 퇴장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2019-11-15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