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이슈&스토리]'문화 소비의 장' 탈바꿈… 제물포·신포·숭의평화시장

'시장(市場)에 가면~'이라는 잘 알려진 아이들의 놀이가 있다. '배추도 있고, 신발도 있고…' 라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을 하나씩 나열하는데, 이를 순서대로 가장 많이 외우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나올 수 있는 게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최근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미술도 있고, 음악도 있다. 청년도 있다.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에 머무는 바람에 한때 복합 쇼핑몰에 밀렸던 전통시장이 청년, 놀이, 예술의 장소로 탈바꿈하면서 전통시장에서도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 제물포, 10개도 안되는 상점만이 명맥 유지버스킹 공연·EDM 파티등 '문화축제' 펼쳐주민 200여명 발걸음 썰렁한 시장에 '활기'#'문화섬' 변신한 제물포시장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제물포시장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제물포시장 상인과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는 인터뷰 영상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시청하는가 하면, 어쿠스틱 공연, 버스킹 공연, EDM 파티까지 펼쳐졌다. 따로 사람을 초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축제에는 마을 주민 200여 명이 몰렸다. EDM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잘 알려진 노래를 틀자 몇몇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썰렁하던 시장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1972년 개설된 제물포시장은 1970~1980년대만 해도 주변에 수봉산 인근 단독주택, 제물포 지하상가가 있어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시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신도시로 인구가 이동하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점점 쇠퇴, 재개발까지 지연되면서 현재는 10개도 채 안 되는 상점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청년 6명은 문화의 불모지인 이곳에서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축제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축제에서 나눠준 김밥, 샌드위치 등의 식재료를 제물포시장 일대의 상점에서 구매하기도 했다.'문화섬'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송한결(24·여) 씨는 "상권이 쇠퇴한 제물포 일대의 제물포시장이라는 낡은 공간에서의 축제를 '도시재생'을 꿈꾸며 기획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좋은 호응을 보내줬다"며 "앞으로도 제물포시장은 물론 다른 문화 소외 지역에서도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지역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신포 뒷골목 39세이하 젊은이들 '청년몰' 도전'눈꽃마을' 테마 흑백사진·엽서등 공방 '재미'다양한 먹거리까지… 하루 2천명 유동인구 ↑ #눈꽃 내리는 신포시장 청년몰지난 6월에는 중구 신포시장 상점가 내 빈 점포와 방치된 구역이 청년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둥지를 튼 곳은 신포시장 중에서도 어둡고 낙후해 인적이 드문 뒷골목이다. 39세 이하 청년들은 이곳에 입점해 이색 먹거리를 팔고 때로는 각종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테마는 '눈꽃마을'로, 건물 지붕에 눈이 뒤덮인 듯한 개성 넘치는 경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년 상점은 푸드트레일러 존, 먹거리 존, 문화 존으로 나뉜다. 푸드트레일러, 먹거리 존에서는 스테이크, 장아찌김밥, 수제 맥주와 같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문화존에서는 액세서리, 천연비누 등을 만드는 체험 공방이 열린다. 흑백 사진을 찍거나 직접 만든 엽서를 보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먹고, 놀고, 소비하는 대형 복합쇼핑몰이 부럽지 않다. 최근 유명 TV 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는 유동 인구가 평일 평균 2천명 이상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는 게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조성사업단의 설명이다. 덩달아 침체해 있던 지역 상권에도 생기가 돌고 있다. 이들을 지원했던 사업단은 오는 10월에 해체된다. 눈꽃마을 청년 상점 21팀은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공연을 열고 시민 참여 행사도 진행하는 등 계속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이혁 청년몰 사업단 기획팀장은 "사업단이 해체하더라도 신포청년몰 '눈꽃마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청년몰의 협동조합화,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 등으로 여느 전통시장 청년몰과는 다르게 색다르고 재밌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숭의평화 빈 점포 예술인 모여 '창작공간' 변신쿠킹·소이캔들·젤리플라워 '원데이 클래스'갤러리 전시·벼룩시장등 열리며 시민들 호응#젊은 예술인 정착한 숭의평화시장미추홀구 숭의평화시장은 2015년부터 젊은 문화예술인이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는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숭의평화시장은 예부터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장이었다. 사람이 몰리면서 사고파는 거래는 물론 인근에 목공예 공방, 각종 마을 잔치도 벌어졌다. 196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인구가 증가하면서 숭의평화시장은 숭의자유시장, 숭의깡시장, 목공예 점포들과 함께 마을 대표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마을의 쇠락과 동시에 모습을 잃었다. 시와 미추홀구는 2015년 시장의 빈 점포를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 현재는 4개동에서 공공 미술, 갤러리 전시, 한국전통주 빚기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열린다. 예술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은 물론 필리핀 커뮤니티, 인천대 건축 창업동아리도 입주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올해는 아름다운가게 주관 '숭의 문화로 예술시장'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양말공예, 쿠킹클래스, 소이캔들, 젤리플라워 등 총 13개 '원데이 클래스'가 매주 수요일 운영되고 있다. 11월까지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영어, 로봇코딩, 수채화, 꽃차 등 10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상설 시장의 기능은 잃었지만 수시로 벼룩 시장 등이 열리며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미추홀구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숭의동 인근으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전통시장 기능 일부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숭의평화시장이 상업 기능과 문화 기능이 융합한 전통시장이 될 수 있도록 도색작업, 홍보 활동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문화섬제물포 축제'에서 가수들의 공연 모습. /문화섬 제공'문화섬제물포 축제'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있는 모습. /문화섬 제공신포시장 청년몰 '눈꽃마을' 전경사진. /인천 중구제공숭의평화시장 플리마켓 케이크 판매대. /인천 미추홀구제공숭의평화시장 문화창작공간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 /인천 미추홀구 제공

2018-09-20 윤설아

[인터뷰… 공감]자카르타AG 여자 복싱 '대한민국 사상 첫 금메달' 오연지 (인천시청)

아시안 게임 매 경기마다 간절함금메달 아직도 실감 안나 얼떨떨인천AG·리우올림픽 선발전 좌절잇단 판정논란 '국내 최강자' 울분짧은 방황후 다시 오뚝이처럼 재기최대 고비 4강 北 최혜송 꺾고 영광11월 세계선수권·2년뒤 도쿄올림픽아시아 넘어 세계정상 '두주먹 불끈'"지금 이 순간, 흘리는 땀방울도 값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죠. 올림픽 金메달이 제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올림픽 금메달만 바라보고 샌드백을 두드렸다. 선수촌에서도 연습벌레로 통했다. 그의 스승은 "훈련량으로 치면, 전 세계에서 이 녀석만큼 열심히 하는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에는 적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꿈꿔오던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그는 상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황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어느날 불현듯이 떠오른 생각. '올림픽 금메달이 전부는 아니잖아. 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훈련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 그는 상대를 향해 마음껏 두 주먹을 날렸다. 치열한 혈투 끝에 마지막 3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그의 손을 심판이 번쩍 들어 올렸다. 정적을 뚫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시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한국 여자복싱이 새 역사를 썼다. 오연지(28·인천시청)는 이달 초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복싱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유일한 메달이다.소감부터 물었다. 마음고생이 컸던 것일까. 오연지는 한참 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부담이 컸어요. 한 경기, 한 경기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아시안게임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도 실감이 안 났죠. 아직도 얼떨떨해요."오연지는 국내 대회를 평정했다. 가장 대표적인 전국체육대회에서 여자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1년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난해까지 7연패의 대기록을 세웠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라이트급(60㎏) 여성 복서들이 모이는 이 대회에서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그의 주먹은 아시아에서도 통했다. 2015년과 2017년에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2연패를 일궈냈다. 한국 여자복싱의 역사가 오연지의 주먹에 의해 쓰이고 있는 셈이다.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연지는 이달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라이트급(60㎏) 결승에서 태국의 슈다포른 시손디에게 4-1(29-27 28-28 27-29 27-29 28-28) 판정승을 거두며,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오연지는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 눈물의 의미를 스승인 김원찬 인천시청 복싱팀 감독은 잘 안다. 김 감독은 오연지의 어깨를 두드려줬다.이 자리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연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해당 체급 국내 최강자답게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하며 울분을 삼켰다. 몸 담고 있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었기에 더욱 간절했던 그였다. 당시 오연지의 세컨드였던 김태규 인천시청 코치는 링에 올라가 항의하다가 최종 5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올림픽 출전이란 오랜 꿈도 바로 눈앞에서 놓쳤다. 오연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선발대회 8강전에서 또다시 석연찮은 판정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힘든 순간들을 잘 견뎌왔던 것 같아요. 특히 (리우) 올림픽은 정말 간절했거든요. 좌절도 했죠. 저의 오랜 꿈이었으니까…. 올림픽 출전을 위해 준비했던 시간을 떠올려봤는데, 금메달이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제가 흘린 땀이 더욱 값진 것이었어요."오연지는 이를 악물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물론 이번 아시안게임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대진표를 확인한 김 감독도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16강(베트남 류띠듀엔), 8강(중국 양원루), 준결승(북한 최혜송)은 물론, 결승까지 오연지가 상대한 선수들은 모두 우승 후보들이었다.최대 고비는 북한 최혜송과의 4강전이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복싱대회에서 양원루를 3-2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였다. 오연지와 최혜송은 당시 대회에서 서로의 경기를 지켜보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왔다.오연지는 전북 군산이 고향이다. 1988·1992년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인 외삼촌(전진철)이 운영하는 복싱 체육관에 놀러 갔다가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오연지는 부모님(오광열, 전진순)의 만류를 무릅쓰고 군산상고에서 본격적으로 복싱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오연지에게 복싱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도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연지의 머릿속은 벌써 올해 11월 세계선수권에 이어 2년 뒤인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향해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으로 가는 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오연지가 한국 여자복싱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는 상상을 하니 은근히 마음이 들뜬다.글/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오연지 선수는?▲ 전북 군산 출생(1990년)▲ 군산상업고등학교, 호원대학교 졸업▲ 전국체육대회 7연패(2011~2017년)▲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선수권 2연패(2015·2017년)▲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金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오연지 선수가 18일 오후 인천시 남동체육관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라이트급(60㎏) 결승에서 한국 오연지가 태국 선수를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오연지가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09-18 임승재

[우리시대의 품앗이人(K-Pumassian)]신현덕 '좋은이들공연단' 단장

2011년 창단·38년 공직 마치고 전념"단원 9명 재능기부… 못 챙겨줘 미안"추석특집 다양한 레퍼토리로 준비중"어르신들이 공연단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부천시에서 38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6월 정년 퇴임한 신현덕(61)씨는 자선공연으로 인생 2막의 행복을 채우고 있다.부천 요양원에서 그가 이끄는 '좋은이들공연단'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공직생활 중에는 주말에 짬을 내 자선공연을 해 왔던 그는 퇴직 후에는 자선공연에 전념하고 있다. 그만큼 공연 횟수도 늘어났다.학창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해 지난 2001년 공연단을 창단하고 거리공연을 하다가 2011년 주부, 직장인들로 공연단을 새로 구성해 자선공연에 본격 뛰어들었다.2011년부터 15년까지 연간 60~70회 하던 공연은 그가 퇴직한 2017년에는 무려 165회, 올 들어 9월 현재까지 120회를 넘기고 있다.그는 "공직에 있을 때 보다 요즘이 더 바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시간은 1시간 정도지만 음향세팅에서 간이무대 설치까지 일일이 챙기다 보면 4~5시간은 금방 지나간다.신 씨는 "함께 공연해 주는 단원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라며 조심스레 속내를 비추기도 했다. 그는 인근 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요양원 공연을 하면 월 20만원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곳에서 공연하는 이들이 부러운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단원 9명에게 늘 재능기부만 해달라고 한 게 미안했는지 말을 끝내 잇지 못했다.요양원 주차장 입구가 좁아 접촉사고를 내는 바람에 공연할 분위기가 나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최고 왔다. 최고가 왔어!'라며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에 신이 나서 공연을 했다고 회상했다.요양원 어르신들에게 그는 어느새 '최고'로 불린다.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섬마을 선생님', '불어라 열풍아', '찔레꽃' 등 다양하다. 통기타 7080, 가요, 색소폰 연주 등으로 그는 부천 마루광장, 인천월미도, 시흥 오이도 등에서도 공연한다.올해 추석특집은 좀 더 다양한 레퍼토리로 자선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연습시간을 늘리고 있다.지난해 그가 이끄는 공연단은 원미동 문학동, 춘의동 진달래 동산에서 봄축제 때 7차례 공연을 해 100만원을 모았다. 공연단은 이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원미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그는 "공연 때 마다 많은 관객들이 모금에 호응해 주고, 박수를 보내주면 힘이 더욱 솟는다"며 "시민들 한테 받은 사랑을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천/장철순기자 soon@kyeongin.com마음이 맞는 팀원들과 함께 재능기부로 자선공연을 펼치며 제2의 인생에 행복을 채우고 있는 신현덕 단장. 부천/장철순기자 soon@kyeongin.com

2018-09-17 장철순

[FOCUS 경기]포천시 '시민의 날' 맞아 한달내내 페스티벌 릴레이

市승격일 맞춰 4개 어울림한마당 잔치문화예술 무대… 평생학습 전시·공연도포도·인삼 등 우수 농축산물 '한자리' 명성산 억새꽃·운악산 단풍행사 이어져서늘한 가을이 성큼 다가오며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찾아왔다. 명성산과 운악산 등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수도권의 명산으로 둘러싸인 포천은 가을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도시 전체가 가을의 정취로 물드는 포천시는 10월 한 달 내내 다양한 축제를 릴레이처럼 이어간다. 올해 축제는 시민뿐 아니라 포천을 찾은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즐길 수 있게 풍성한 한마당으로 마련된다.# 포천시민의 날 어울림 한마당포천 시민들의 잔치 '포천시민의 날 어울림 한마당'이 10월 축제 행진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10월 6일 시로 승격한 날을 기념하는 이 축제는 올해로 16회를 맞았다. 올해의 슬로건은 '시민이라 대접받는 날! 시민을 위한 가을 소풍!'이다. 말 그대로 시민을 위한 축제로 꾸며진다. 축제는 문화예술 한마당, 시민화합 한마당, 평생학습 한마당, 신토불이 한마당 등 모두 4개 마당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문화예술 한마당은 시민의 날 전야제로 5일 반월아트홀 대극장에서 포천시를 대표하는 예술단체인 시립민속예술단이 우리 가락의 선율로 가을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다음 날 시민화합 한마당은 시립민속예술단과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어울림 무대로 서막을 연다. 이어 시 발전에 공헌한 시민에게 시민 대상과 시민의 날 기념 표창을 시상한다.기념식에 이어서 특전사전우회 포천시지회가 고공낙하 시범을 선보이고, 평생학습동아리 공연과 주민자치센터 우수동아리 경연대회, 읍면동 대항 명랑운동회 등이 열린다.또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OX 퀴즈' 이벤트로 축제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밖에 축구, 족구, 게이트볼,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씨름, 궁도 등 8개 종목의 생활체육 경기도 열린다. 평생학습 한마당은 올해로 8회를 맞은 평생학습축제로 꾸며진다. '學숲 도시 만들기(Begin Again)'이라는 주제로 포천지역 평생학습기관과 평생학습동아리, 학습마을이 6개 테마로 부스를 열어 작품을 전시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평생학습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난타, 합창, 사물놀이, 한국무용 등 학습동아리 공연을 선보인다. 신토불이 한마당은 지역 관광산업과 농업의 부양 효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게 포천 최대 농산물 축제를 시민의 날 축제 속으로 옮겨와 함께 마련한 행사다. '2018 포농포농 포천농축산물 축제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6·7일 이틀간 포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지금까지 쌓아온 포천 농산물의 신뢰로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질 좋은 농산물도 구매하고 축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에서는 농산물 축제답게 다양한 건강 먹거리를 소개한다. 유통과정을 최소화한 친환경 로컬푸드 직거래장터가 열려 사과, 포도, 인삼, 버섯, 막걸리, 한과 등 포천에서 키운 우수 농축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축산물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 이번 축제기간에는 한탄강 하늘 다리에 시 관광지를 알리는 홍보부스도 마련돼 포천의 맛과 멋을 동시에 느끼도록 한다는 게 시 방침이다. #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탁 트인 산정호수와 웅장한 명성산을 배경으로 열리는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는 올해로 22년째를 맞으며 경기북부지역 대표 가을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시민의 날 축제에 이어 13일부터 28일까지 16일간 열린다. 경기북부 대표 가을축제라는 유명세에 걸맞게 서울과 수도권에서 억새꽃 옷을 입은 명성산을 감상하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명성산은 전국 5대 억새군락지 중 한 곳으로 억새가 15만㎡에 달하는 광야에 물결을 이뤄 가을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장관을 선사하고 있다. 등반객은 산정호수에서 비선폭포, 등룡폭포를 지나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2시간가량 오르면 드넓은 은빛 억새 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축제는 이곳에서 13일부터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행사로 마련된다. '나도 가수다' 노래자랑, 궁예제례, 등룡폭포 소리와 함께 듣는 산상 음악회 예술단 공연 등 문화행사와 함께 억새공예체험, '억새게 기분 좋은 날' 소원지 쓰기, 억새 인생사진관,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둘레길 걷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열린다. 축제기간 주말마다 포천시 농축산물 판매 부스와 관내 관광지 체험 부스 등이 운영돼 농산물 축제를 이어간다.특히 1년 뒤 편지를 받아볼 수 있는 '빨간 우체통'이 올해도 운영돼 등산객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운악산 단풍축제감악·관악·송악·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오악(京畿 五岳)'으로 불리는 운악산에서 21일부터 '제16회 운악산 단풍축제'가 열려 명성산과 함께 포천의 양대 산상 문화축제가 펼쳐진다.운악산은 곳곳에 자리 잡은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안성맞춤이다. 축제가 열릴 때면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일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운악산에는 천 년 역사를 간직한 궁예 성터를 비롯해 대궐터와 만경대 등을 만날 수 있어 또 다른 산행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축제는 오는 21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각종 공연과 먹거리 장터, 포천농축산물 전시판매장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명성산에 드넓게 만개한 억새꽃 밭을 등반객들이 거닐고 있다. /포천시 제공포천농산물축제한마당이 유명해지면서 매년 질좋은 포천 농축산물을 값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포천시 제공/아이클릭아트지난해 평생학습 축제에서 선보인 전시회. /포천시 제공지난해 열린 운악산 단풍축제 문화공연 모습. /포천시 제공

2018-09-16 최재훈

[FOCUS 경기]인터뷰|박윤국 포천시장

"10월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달입니다. 올해 포천시는 시민과 더불어 포천을 찾는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모두 하나 되는 어울림 한마당을 준비했습니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를 통해 포천을 알리고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박윤국(사진) 포천시장은 "올해 시민의 날 행사는 지금까지 포천에서 열려오던 핵심 축제를 모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시민의 날 어울림 한마당뿐 아니라 포천의 대표 관광지에서 축제를 이어가며 한 달 내내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이어 "시민의 날 행사, 평생학습축제, 농축산물 축제 한마당 등을 통합해 대내외적으로 포천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이라 대접받는 날! 시민을 위한 가을 소풍!'이라는 슬로건처럼 시민과 관광객을 아우르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포천시의 올해 가을축제는 다양한 행사를 끊김 없이 여러 명소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 특히 축제를 관광객 유치에도 활용하는 것이 과거와 다른 특색을 나타낸다.박 시장은 "올해 축제가 무엇보다 시민을 대접하는, 포천을 찾는 이들 모두를 대접하는 축제로 만들어 16만 포천시민이 화합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2018-09-16 최재훈

[이슈&스토리]인터뷰|배수찬 민주노총 넥슨 초대 지회장

노조없어 사측이 요구 받아들이지 않아'관행' 비정상적 노동 묵과 더이상 못해많은 이들 '가정의 가장' 고용불안 큰문제업체도 영업이익 인적자원에 재투자해야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의 첫 수장을 맡은 배수찬(34·사진)지회장은 8년 간 넥슨에서 일해온 '넥슨맨'이다. 게임 출시일이 다가오면 주말 없이,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평범한 개발자가 초대 지회장이 된 데는 "열심히 일하는 내가 다른 근로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었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이 배경에 있다. 임금 없는 초과·연장 근무를 밥 먹듯 하는 동안 회사의 인정을 받게 됐지만, 결국 그것이 노동법이 통용되지 않는 게임 업계의 관행을 만들었다는 자각이다. 넥슨 노조가 출범한 지 닷새째 되는 지난 7일 성남 판교에서 배 지회장을 만났다.- 게임업계의 노동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던 이슈다. 게임업계의 노동조합, 왜 지금이었나."넥슨 노조만 한정해 보면 7월 1일부터 도입된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회사와 논의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6월에 회사와 만나 얘기를 하는데, 노동시간을 맞추기 위해 유연근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가능한 직종은 혜택을 보지만 야근이나 초과 근무가 잦은 부서는 크게 혜택을 보지 못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포괄임금제(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 협상이 되질 않았다. 노조가 없으니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네이버 노조에 찾아갔다. 거기서 얘기를 하다 (노조창립의)'발화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지회장으로)나서게 됐다."- 게임 업계의 문제,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일할 사람이 적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게임 론칭이 다가왔으니 일을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나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5일 만에 일을 끝내야 한다면 주당 70~80시간씩 일하면서 남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일을 했다. 그래서 인정은 받았지만, 결국 그렇게 일을 함으로써 그런 풍토가 당연해지는데 일조한 셈이다. 내가 다른 근로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게임업계는 고용불안이 문제다. (기자: 넥슨 같은 대기업도 고용불안이 있나) 회사가 준비하는 게임 10개 중 9개는 망하고 1개만 성공한다. 게임이 망하면 해당 팀은 해체된다. 그러면 팀원들은 알아서 다른 팀으로 구직을 해야 한다. 아트 직군을 예로 들면,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귀여운 화풍을 필요로 하는 팀이 없으면 팀을 못 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른 팀원들이 옮겨갈 팀을 다 구하고 몇 명만 남게 되면 그들은 결국 사표를 제출해야 하는 수순이 된다. 다른 직장은 퇴직시키려 책상을 뺀다지만, 게임업계는 책상을 못 빼면 그만둬야 한다.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게임 업계 노조 설립 바람이 계속될까."스마일게이트도 노조를 설립했다. 네이버도 있다. 발화점에 다다랐다.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노동을 묵인하고 갈 수 없다. 노조 설립을 월요일(지난 3일)에 하고, 수요일까지 700명 이상이 가입했다. 구성원들에게 노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거다. 이제 게임업체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인터뷰 말미, 배 지회장은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덧붙였다. 노조 가입을 SNS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할 수 있도록 해뒀는데, 특이점이 있다는 얘기였다. "카톡 프로필을 볼 수 있잖아요. 프로필을 보면 아이랑 손잡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가족사진이 많습니다.한국에 게임업이 뿌리내린 지 20년 정도가 지났고, 초기에 이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 이제 40대 가장이 된 겁니다. 젊었을 때는 고용불안이 큰 문제가 아니었고, '이 팀이 안 되면 다른 회사로 가지'라고 생각했던 게 이제는 되지 않는 거죠. 게임 붐 20년 만에 이 업계에 노조가 필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신지영·배재흥기자 sjy@kyeongin.com

2018-09-13 신지영·배재흥

[이슈&스토리]'빅3' 넥슨서 최초 노동조합 탄생

'즐거움 주기위해' 공짜야근 기본근로자 63% '법정시간' 초과근무"과로가 의무인 현실 이제 바꿔야"3일만에 4천명중 700명 가입 호응게임 개발자들은 '갈아 넣는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게임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끝없이 야근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 자체가 흔적도 없이 '재료'로 희생돼야 한다는 뜻이다.곡물이 맷돌로 곱게 갈려 음식이 되듯, 개발자들은 업무에 '갈려' 게임을 만들어낸다. 지난 2016년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돌연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장동맥경화'. 그의 심장을 멈추게 한 것은 1주에 89시간에 이르는 초장시간 근로였다.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해당 업체 근로자의 63%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이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게임업계 전체는 상시화된 야근, 임금 없는 연장근로에 시달리고 있다.자신의 팀이 개발하는 게임의 성패에 따라 고용이 결정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출시된 게임 10개 중 9개가 망하고, 단 하나의 게임이 성공하는 현실 속에 수 없이 많은 개발팀이 명멸하고 있고 그만큼 많은 수의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노동법이 비켜나간 근로여건과 불안한 고용 현실은 노동조합이 태동하던 70~80년대 공단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게임업계에서 반응이 나왔다. 국내 '빅(BIG)3' 게임업체 중 하나인 '넥슨'에서 업계 최초의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이다.지난 3일 출범한 노조는 불과 3일 만에 4천 명 직원 중 700여 명이 가입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회사 내에 노조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이나 컸다는 방증이다. 넥슨 노조 출범에 동종업계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유명게임 '테일즈런너'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의 노조가 넥슨노조 출범 닷새 후 닻을 올렸다.IT업계 초대형회사인 네이버 노조도 넥슨 노조 출범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지지선언문을 통해 "넥슨뿐만 아니라 수많은 게임회사들이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공짜 야근은 기본이고 크런치 모드라는 이름으로 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마저 희생시키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네이버 사원노조는 넥슨 구성원들이 스스로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게임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아울러 "어두운 밤을 밝히는 판교의 등대는 더 이상 자랑이 될 수 없다. 과로가 의무인 현실, 저항이 불만이 되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넥슨 노조는 설립선언문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야근·연장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 보장, 정년퇴직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노조 활동의 목표로 제시했다. 넥슨 노조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노동자는 회사와 대등할 수 있다. 개인은 부당함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했지만, 모이면 서로의 울타리가 된다. 법과 제도는 우리의 취약점이 아니라 창과 방패"라며 "하나로서 연대하여 나아가, 회사와 사회와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범한 넥슨 노조에는 '스타팅 포인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타팅 포인트는 게임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는 공간을 뜻하는 말이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가 게임업계 노동조합의 '스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게임유저와 사회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신지영·배재흥기자 sjy@kyeongin.com

2018-09-13 신지영·배재흥

[인터뷰… 공감]'정류장 시인' 선희석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 소방위

광교호수 바라보며 느낀 애환… 수원시 정류장 인문학글판 입상글쓰기 배운적 없지만 현장 '트라우마' 속앓이 소방관 돕고자 시작2년간 커뮤니티에 '힐링 아침 편지'… 기념일 직접 손으로 써 전달문체부 기념수기·공무원 문예대전 등 수상… 라디오 DJ 되기 새꿈인명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하던 한 소방관의 손끝에서 묻어난 가슴 찡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속에 맴도는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소방관 동료들,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글쟁이'가 되려 한다. 선희석(53)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 상황4팀 소방위의 별명은 '정류장 시인'이다. 지난 2015년 수원시에서 주최한 하반기 버스정류장 인문학글판 창작시 공모에서 '광교호수에서'라는 시로 입상한 뒤 광교신도시 신대저수지 부근 하동의 한 버스정류장에 시를 게시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어떤 별명보다 정류장 시인이라는 별명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자신이 광교 호수를 바라보며 느낀 애환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수원팔경 돌아서니 호수에 드리운 님의 얼굴 곱구나 / 해를 삼킨 광교호수 어둠마저 풋풋하여라 / 살랑대는 미풍에 님의 숨결 아득할 때 / 백리길 마다 않고 달려온 발걸음은 어느새 새털구름 / 내마음 들킬까봐 나도 몰래 빠져드는 광교호수'수원역 로터리 식당 '백구옥'의 둘째 아들로 수원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광교 호수는 아름다운 공간만은 아니다.광교 호수를 원천 저수지라고 부르던 시절인 1995년 7월 송탄소방서내에서 지방소방사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00년 12월 수원남부소방서로 발령받았다. 근무 한지 얼마 안돼 당시 한 식당으로 이용되던 원천 저수지 수상 건물에서 큰불이 났다.선 소방위는 방화복을 착용하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화마(火魔)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눈 앞에서 목조 다리가 무너져 동료 대원이 사라졌다. 선 소방위는 머리 위로 불타는 건물이 있었고 발을 짚은 목조 다리는 위태로웠지만, 동료의 산소탱크를 붙잡아 물속에서 끄집어냈다. 소방관으로 살아가면서 몇 차례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렸지만, 그 당시만큼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그는 회상한다.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에서 말 그대로 '생고생'을 한다. 몸도 많이 다치지만, 마음의 병을 치유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선 소방위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동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펜을 잡았다.그는 "원천저수지의 일 말고도 화재 현장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꼼짝없이 갇혀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죽음의 공포를 수도 없이 느끼며 삶을 이어가는 동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적기 시작했지요"라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단 한 번도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배워본 적은 없다. 외모도 시와는 거리가 멀다. 당근색 소방대원 옷을 입은 그에게 '시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목이 굵고 피부가 거뭇거뭇하게 그을린, 운동을 좋아할 것만 같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사나이 풍모다.그는 청소년기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으로 꿈을 접었다. 학업을 마치고 특전사 중사로 전역한 뒤에는 택시도 몰고 가스 배달을 하다가 경기도 소방공무원 구조 특채(1995년 7월)로 임용됐다. 고등학교 시절 백일장에서 글을 써 입상을 하며 국어 선생님이 용기를 불어 넣어준 기억이 그를 다시 창작의 길로 인도했다.2년 전부터 수원소방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료들을 위로하기 위한 '힐링 아침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결혼기념일이나 자녀 돌을 맞은 후배들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써 선물하려고도 펜을 잡는다. 함께 근무하는 모든 동료들의 소중한 날, 자신의 편지를 쥐어 주는 것이 퇴직 전 목표다."글을 적으면서 가장 감사한 순간은 무대에 올라 상을 받았던 것보다는 동료들이 과거에 선물한 손편지를 꺼내 보이며 '제 아들 첫 생일날, 주임님이 주셨던 편지 이렇게 아직도 갖고 있어요'라는 후배의 한마디를 들었을 때예요."꾸준한 글쓰기로 연마한 실력은 전국 단위 공모전에서의 수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기념 수기 공모전에서 '시간의 벽을 넘어서'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제19회 공무원 문예대전 시 부문 은상을 받았다.수기 공모전에 출품한 '시간의 벽을 넘어서'에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갖게 된 나라에 대한 봉사정신과 주변 동료, 가족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공무원 문예대전에서는 '옥자'라는 제목의 시를 출품했다.가족을 먼저 떠나보내고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아픔도 선 소방위에겐 집필 욕구를 강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남매를 남기고 아내가 먼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야를 막론하고 근무해야 하는 소방관이었기 때문에 여동생에게 어린 남매를 맡기고 근처에 혼자 살아야 했다."아들과 가까이 산 지 얼마 안 됐어요. 제 자식들과 한 건물 오피스텔에 각자 방을 얻어서 이제야 붙어서 지내고 있는데, 떨어져 있을 때 몰랐던 부(父)정이 제 안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아버지의 손길이 필요할 때 더 함께 해야 했다는 후회도 하고 있습니다."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수원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민 기자로 활동하며 숨겨진 수원의 명소들을 함께 찾아다니고 사진과 글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화성행궁, 행궁동 벽화골목, 일월공원 등 수원의 가볼 만한 명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글로 전달하는 기쁨을 넘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시 읽어주는 라디오 DJ가 되는 것이 그의 새 꿈이다.지난해 6월 선 소방위는 수원시가 주최하고 한국성우협회와 KBS성우극회가 주관하는 '제18회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공모전에 당선돼 수원 야외음악당에서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의 격려가 그에게 새로운 목표를 갖게 한 동력이 됐고, 조직 내에서 아침마다 좋은 글을 읽어 주는 방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제 글과 목소리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한 기쁨이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시로 표현해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퇴직 후에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그의 소망이 이뤄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글·사진/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선희석 소방위는?선희석 소방위는 1995년 7월 경기도 소방공무원 구조 특채로 임용돼 송탄소방서, 수원남부소방서, 수원중부소방서 등에서 근무. 1998년 수해복구지원 유공 경기도지사 표창, 2014년 11월 제52주년 소방의 날 유공 수원시장 표창.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기념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수상. 직원 커뮤니티에 글을 쓰기 시작. 최근 손글씨를 배워 편지를 써 전달. 새 정부 출범 1년 동안 개인적으로 변화된 삶의 무게와 고민을 '시간의 벽을 넘어서'라는 작품을 통해 담아냈다. 2016년 제19회 공무원 문예대전 시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 상황 4팀 소속으로 왕성한 시·수필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선희석 소방위가 자신이 근무하는 자리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9-11 손성배

[우리시대의 품앗이人(K-Pumassian)]22년 활동 자타공인 봉사왕 정운란씨

김장나눔·재난구호·출소자 지원 등하루도 쉬지 않고 소외 계층 찾아가스포츠마사지등 자격증 7~8개 취득도"언제 어디서든지 봉사를 하면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해집니다."지역 내 소외된 계층 발굴에서 지원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쳐온 정운란(61) 전 대한적십자사 고양 원당봉사회 회장의 남다른 이웃사랑 정신이 지역사회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공인 봉사시간만해도 6월 말 현재 2만3천738시간을 기록중인 정 전 회장은 올해로 22년째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고양시 봉사왕으로 주위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1994년 고양시 마두동으로 전입 후 아들이 다니는 고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이 계기로 1996년 대한적십자사 고양 원당봉사회에 입회하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정 전 회장의 봉사활동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20년 넘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쌀과 밑반찬 조리 및 전달, 사랑의 김장나눔, 연탄 배달, 주거 개선 지원 등 계속되고 있다.특히 원당봉사회 주관의 '희망풍차 결연세대'를 결성, 지역 내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매월 2~3차례 대한적십자사 구호물품 전달과 어려운 이웃에 말벗이 되어 주는 등 하루도 쉬지 않고 소외계층을 돕는데 땀을 흘리고 있다.또한 장애인시설인 '사랑의 집'과 '사랑의 동산'은 정 전 회장이 지금도 매월 한차례 점심 자원봉사와 시설에 쌀과 보일러 기름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의 봉사활동은 재난구호, 아동 및 청소년 지원, 다문화가족 지원, 북한 이탈주민(새터민) 정착 지원,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출소자 사회복귀 지원, 어린이 성범죄 및 유괴 예방 활동과 이라크 전재민 돕기 자선걷기대회 등 지역사회와 연계된 모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은 생각에 미술심리치료 자격증, 노인 상담사, 스포츠마사지, 응급처치법 등 공인 자격증만 7~8개를 보유하며 맞춤형 봉사를 펼치고 있다. 소록도에서 묵묵히 자원봉사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고 봉사의 꿈을 가졌다는 정 전 회장은 "자원봉사에 나서기 전 좋아했던 골프와 볼링, 수영 등을 다 접을 정도로 봉사는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양/김재영기자 kjyoung@kyeongin.com'봉사는 즐겁고 재미나고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고양시 봉사왕 정운란 전 대한적십자사 고양 원당봉사회 회장. 고양/김재영기자 kjyoung@kyeongin.com

2018-09-10 김재영

[FOCUS 경기]인터뷰|윤화섭 안산시장

"그랑꼬또 와인은 외국 와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음식에 맞게,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든 와인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 와인입니다."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는 윤화섭(사진) 시장은 "와인은 식사자리에서 지인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며 여유있게 즐길수 있다"며 "다른 술에 비해 취하지 않고, 분위기를 즐기며, 건강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는 술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와인의 매력을 평가한다. 그랑꼬또 와인에 대해 묻자 "평소 즐겨먹는 우리 포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며 "떫은 맛이 있는 수입와인에 비해 그랑꼬또는 대부도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어 안정성이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맛을 내는 대표 와인이다"고 강조했다.특히 윤 시장은 그랑꼬또(Grand coteau)는 프랑스어로 '큰 언덕'이란 뜻으로, 한자어로 '대부'를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전주하면 전주비빔밥의 브랜드가 있듯이 그랑꼬또 역시 안산시와 경기도를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자리매김할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그랑꼬또 와인의 상품차별화와 판로확대를 위해 포장재의 디자인 개발, 제품 브랜드 개발, 브랜드 상표 출원 등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그랑꼬또 와인을 타 지역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내년부터 대부도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통한 와인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했다. 윤 시장은 "내년이 그랑꼬또 와인 2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고 와인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와인을 체험할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수 있는 페스티벌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관광과 와인체험을 연계해 대부도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산/김대현기자 kimdh@kyeongin.com

2018-09-09 김대현

[FOCUS 경기]인터뷰|김지원 그린영농조합 대표

'그랑꼬또'의 성공은 양질의 포도와 그린영농조합 김지원(사진) 대표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무엇보다 대부도는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과 비교적 강우량이 적고 뜨거운 기온, 서해안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적당한 습도, 낮과 밤의 큰 일교차 등 포도나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일명 테루아)을 모두 갖춘 천혜의 포도 재배지역이다. 거기에 김 대표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절대 실패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더해져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대부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로 농협에서 근무했던 김 대표는 1993년에서야 농사를 시작한 늦깎이 농부였다. 포도 농사를 짓던 김 대표가 와인을 공부하며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김 대표는 "초창기에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 어디든 와인이 있는 곳은 다 찾아다녔다. 공부했고, 배운 대로 써먹었으며, 더 나은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했다"며 "와인 품질의 70%는 포도밭에서 결정되고 사람의 정성과 열정 그리고 좋은 기술이 30%"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이제 어디 내놔도 절대 기죽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 자연 그대로의 정직한 맛과 향으로 세계에서 통하는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와인생산협회 회장인 김 대표는 공인된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다. 안산/김대현기자 kimdh@kyeongin.com

2018-09-09 김대현

[FOCUS 경기]안산시 또다른 명물 '그랑꼬또'

2000년 농기센터 도움으로 조합 창립 2003년 브랜드 출시국내외 각종 상 수상·포털사이트 판매 1위 등 매출 급성장아시아협회 소속 국내 유일… 화이트 '청수' 등 9가지 생산전문가들 "향 풍부·산뜻" 호평… 市, 판로 확대 지속 지원청포도가 익어가는 섬, 안산시 대부도에서 생산되는 '그랑꼬또' 와인이 국내외의 각종 상을 휩쓸며 국가대표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그랑꼬또' 와인은 안산시의 자문과 예산으로 설립된 그린영농조합 작품으로 안산시를 대표하는 또하나의 '명품'으로 성장하고 있다.윤화섭 시장은 '그랑꼬또' 와인을 안산시와 경기도를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석양이 아름다운 서해바다 대부도. 그곳엔 붉은 석양빛을 닮은 와인, '그랑꼬또(Grand coteau)'가 있다.대부도 와인은 포도나무 캠벨얼리 50주를 심었던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97년부터 대부도 농가들이 모여 공동으로 포도즙을 생산하던 중 2000년에 안산시 농업기술센터의 자문과 예산을 지원받아 그린영농조합(대표·김지원)을 만들었다.영농조합은 '제대로 된 국산 와인을 만들어보자'란 도전으로 2001년 처음으로 와인을 생산해 2년 동안 숙성시킨 후 2003년 9월 '그랑꼬또'란 브랜드를 세상에 내보냈다. 첫 해 생산량은 2천병. 국산 와인이 생소하던 시절이라 판매가 쉽지는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전량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김지원 대표는 "당시 국내 와인 시장이 크지도 않았고 국산 와인은 생소했다"며 "와인에 대해 배울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100명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강행했고, 인내와 끈기로 버텼으며 이제 그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그랑꼬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국내외 각종 상을 휩쓸며 인지도를 높였고, 매출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아시아 와인 콘테스트에서 잇달아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마침내 2017년에는 금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지난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과실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매출도 안정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부터 공급하고 있는 광명동굴에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최근에는 유명 포털사이트 온라인 술 판매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김 대표는 "안산시의 지원으로 시작된 그랑꼬또가 이제는 거꾸로 안산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아시아와인협회에 소속돼 있는 국내 유일의 와인이자 영어와 독일어로 소개될 만큼 세계적인 국가대표 와인이라는 자부심이 크다"고 소개했다.현재 '그랑꼬또'는 레드, 화이트, 로제, 아이스 등 9가지 종류가 생산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개발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청수(靑水)'에 대한 기대가 높다. 청수는 농촌진흥청이 1993년 생식용 품종으로 개발한 청포도 품종으로 추위와 병에 강하며 당도가 20브릭스(Brix)에 이를 만큼 높아 소믈리에들로부터 화이트 와인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전문가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인 고재윤 경희대 교수는 "과일향이 풍부하며 산뜻하고 가볍다. 깔끔하다. 알코올, 산도, 당도, 향 등의 밸런스도 탁월하다. 생선회, 생선요리, 게찜, 대하 등과 어울린다"고 극찬했다.윤화섭 시장은 "안산시에서는 그랑꼬또 와인 포장재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랑꼬또의 상품 차별화를 통한 판로 확대를 위해 포장재·용기 등 디자인 개발·변경, 제품 브랜드 개발 및 BI·CI, 브랜드 상표 출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특히 내년에는 대부도의 다양한 관광지와 연계한 와인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산/김대현기자 kimdh@kyeongin.com안산 대부도 '그랑꼬또' 와인. /안산시 제공 /아이클릭아트안산 대부도의 '그랑꼬또' 와인이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그랑꼬또' 와인 전시·판매장. /안산시 제공안산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양조장)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안산시 제공

2018-09-09 김대현

[이슈&스토리]신도시 중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명과 암

주민 소통 목적으로 개설… 이웃 간 교류 '반상회' 역할까지 담당24시간 누구에게나 개방, 지역현안부터 일상까지 자유롭게 공유민원 과정서 공무원 개인정보 노출·문자폭탄등 본래취지 잃기도익명성 탓 님비현상 경계해야… 많은 주민 적극 참여할때 순기능지난달 인천시가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일부만 우선 추진하기로 하자 송도 주민들이 하나 된 목소리로 반발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것은 송도국제도시 지역 커뮤니티였다. 이처럼 지역 온라인 카페는 지역사회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카페를 통해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지역 커뮤니티는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올댓송도'·'송도국제도시맘', 서구의 '달콤한 청라맘스'·'너나들이검단맘' 등이 대표적이다.이렇게 형성된 지역 커뮤니티는 이해관계가 비슷한 주민들이 지역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고,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피시설 설치 등 문제에 대해서는 커뮤니티가 지역이기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역 소통 송도국제도시를 대표하는 커뮤니티인 '올댓송도'는 지난 2013년 4월에 만들어졌다. 카페 설립자 김성훈 올댓송도 대표는 2011년 송도국제도시로 이사를 왔다. 이사 간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가 된 김 대표는 2007년 출범한 입주자연합회에 참여했다. 입주자연합회는 송도 아파트 단지 대표들이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입주자연합회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이 글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였다. 김 대표는 "지역에 함께 사는 주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올리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설 시기는 각자 다르지만, 주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는 만들어졌다.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의 강점이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현안부터 실생활 정보까지 정보공유의 장 지역 커뮤니티"한 달에 한 번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이웃 간 친목을 다졌던 '반상회'. 이제는 그 역할을 지역 커뮤니티가 담당하고 있다. 반상회가 제한된 인원, 한정된 시간 등의 제약이 있었다면 온라인 카페는 24시간 누구에나 개방돼있는 정보공유의 장이다. 주민 개개인이 다루기 힘들었던 지역 현안부터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는 커뮤니티는 지역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은 다수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집단민원을 넣는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인천시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가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일부 공사만 허용하자 송도지역 온라인 카페에서는 투자심의회 결과에 반발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송도 주민들은 이러한 의견을 모아 민원, 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의 하나 된 목소리에 연수구의회에서는 지난달 28일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 지방재정투자심사 재개최 검토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이강구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올댓송도의 주민성명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라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에 스마트 업무단지와 지원단지를 조성하는 G-City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청라국제도시' 등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G-City 사업을 촉구하는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다.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카페는 하나의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고, 교육·부동산·날씨·환경·건강 등 지역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서구 '너나들이검단맘' 카페는 '우리동네 미세먼지'라는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전북 군산시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사왔다는 김모(45·여)씨는 "신도시의 경우 타지에서 이사를 온 사람들이 많아 자녀교육 등 정보가 필요해도 서로 접근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하지만 지역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이웃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지역 커뮤니티가 지역사회에서 갖는 장점이 적지 않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는 과거 '관'이 주도했던 반상회와 달리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주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주민들 스스로 운영해나가는 구조기 때문에 지역 현안 등에 대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지역 이기주의로의 변질 경계해야"지역 커뮤니티는 뿔뿔이 흩어진 주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쳐 지역 사회에 전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커뮤니티가 소수의 인원이 지역 여론을 주도하거나, '내 지역'의 이익만 생각하는 지역 이기주의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시민, 전문가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지난달 14일, 송도의 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워터프런트 폐기 수순 - 강력 항의'라는 제목의 공지글이 올라왔다. 워터프런트 단계 추진에 항의하자는 내용이었다. 글에는 개인정보가 적혀 있었다. 박남춘 인천시장,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뿐만 아니라 행정부시장, 대변인, 비서실장 등 인천시 공무원에 대한 개인 전화번호가 나열돼 있던 것이다. 이렇게 개인 휴대폰 번호가 노출된 사람은 20명이 넘었다. 글쓴이는 이들에게 '워터프런트 1-1공구, 1-2공구 모두 조건없는 통과'라는 제목의 글을 복사해 보낼 것을 요청했고, 결국 주민들의 문자 폭탄에 인천시 업무가 차질을 빚는 일까지 발생했다. 인천의 한 대학 교수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침묵의 나선 이론 현상을 보인다"며 "워터프런트 사업 경우와 직접 연관 짓기는 힘들지만, 지역 커뮤니티의 의견이 모든 주민의 생각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현재 이 같은 커뮤니티는 송도와 청라, 검단 등 신도시 위주로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타 지역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신도시에서 다수의 주민이 한목소리로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게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동구에 살고 있다는 윤모(24·여)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신도시 위주의 지역 커뮤니티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지역 커뮤니티다 보니 자신 지역 위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도시는 이미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진 곳이지 않나. 때로는 주민들의 요구가 '무리하다'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커뮤니티의 본래 취지를 잃지 않기 위해선 많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를 좋다,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님비(NIMBY) 현상이나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심화될 위험성은 있다"며 "한 특정인이 의견을 주도한다면 여론몰이와 같이 조직에 안 좋은 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양·공승배기자 ksu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8-09-06 김태양·공승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약자 대변·인천발전에 최선"

송도서 워터프런트 집회 방문 등환경·교육 지역구 현안 파고들어주 52시간이 도입된 후 정치판에도 바뀐 것이 있다. 오전 8시 30분께 진행하던 각 당 지도부 회의나 의원 총회 등 회의 일정이 1시간가량 늦춰졌다. 이런 변화를 이끈 건 이정미(52) 정의당 대표다. 출입 기자들의 근로 시간 단축을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정의당이 시작하니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다른 당에서도 안 따라갈 수가 없었다.그런데 정작 이정미 대표는 퇴근은커녕 끼니를 거를 때도 허다하다고 한다. 비례대표 의원,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도 버거운 판에 인천을 오가며 지역구 현안을 속속들이 챙기기 때문이다. 경인일보와의 인터뷰가 있던 지난 1일에도 인터뷰 시간 직전까지 송도 워터프런트 재심사 요구 집회 현장을 방문하고 왔다고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이정미 대표는 이마에 맺힌 땀을 채 닦기도 전에 집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이정미 대표는 "송도 워터프런트 재심사 요구는 단순히 수변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 이상으로, 송도 주민들의 누적된 억울함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계획된 사업은 무산된 채 악취, 학교·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에 치우쳐 정작 소홀히 여겨졌던 사람, 환경, 교육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비례대표 의원인 이정미 대표가 인천 송도에 지역사무소를 개소한 지 1년 하고 2개월이 조금 넘었다. 그는 송도의 3대 현안인 6·8공구의 학교·도로 등 인프라 부족 문제, 원인 불명의 악취 문제, 송도 워터프런트 조성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교육부에서 직접 보고를 받았는데 6·8공구의 경우 학교 신설 재심사로 2개 학교만 신설된다 하더라도 평균 급당 인원이 67명이라 반드시 4개교가 신설돼야 한다"며 "가장 심각한 악취 문제는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 악취 포집기를 추가 설치하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정치인' 중 한 명이기도 한 이정미 대표는 지역구 의원보다 더 열심히 지역 현안에 파고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미 대표는 "약자를 대변하는 정의당의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천의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2018-09-04 윤설아

[인터뷰… 공감]인천에서 자란 정치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무실 연 송도, 무엇이 과제인가6·8공구 인프라·악취문제 등 심각개발과정 주민피해 함께 해결해야#국비확보 의원 간담회 제외 논란유정복 시장때도 참여, 한국당 반대지역의원 협력해야… 자리 약속받아#선거구 획정 등 정치개혁 방향은다당제 민의 반영되는 국회구성 사활과도하게 높은 교섭단체 문턱 낮춰야#문재인 정부의 정책 어떻게 보나남북관계·적폐청산은 잘하고 있지만소득주도 성장·경제 민주화 속도내야이번 주 일요일, 그러니까 오는 9일은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가 서거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49재 풍습이 널리 퍼져 있는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진보 정치계의 한 축이자 정의당에서 큰 자리를 차지했던 노 의원의 서거는 정의당에 '날벼락'과 같은 사건이었다. 민주평화당과 어렵게 구성한 공동교섭단체 지위도 잃었다. 그런데 이후 정의당의 반격이 심상찮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는 노 전 의원 서거 이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넘어섰다. 4만 명이었던 당원 수는 5만 명으로, 몇 주 새 1만 명이 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제1야당으로 도약하기 위한 당 안팎의 관심이 뜨거워진 요즘이다. 그 중심에 이정미 당 대표가 있다.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노회찬 전 대표의 서거는 정의당에게는 타격이 큰 사건이었지만 이후 정의당에 보내준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는 슬픔에 빠져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은 앞으로 나아가 달라, 정의당을 사랑해달라'는 노회찬 전 대표의 뜻을 따라 계속해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당장 닥친 과제는 선거 개혁이다. 내년 4월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확정하려면 공직선거법상 10월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이정미 대표는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은 시대의 흐름이고, 여기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물론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모두 동의하고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다당제 민주주의에서 여러 민의가 반영될 수 있는 국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폐지에 이은 각종 정치 개혁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는 "국회의원 특활비는 물론 모든 공직 분야에서의 특활비를 없애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또한 이번 교섭단체 박탈로 절실히 느낀 만큼 교섭단체 문턱이 과도하게 높은 점도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꼬집었다.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는 점'과 '잘못하고 있는 점'을 분명하게 나눴다. 이정미 대표는 "남북관계, 이전 정부의 적폐청산은 잘하고 있지만 경제 정책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재벌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혔는데 계속 여기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소득주도 성장, 경제 민주화 정책에 지금보다 속도를 내야 하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살려 '을과 을의 싸움'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진보 정치인 이정미 대표가 지난 2016년 정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후 지역사무소로 둥지를 튼 곳은 '부자동네'로 이름난 인천 송도국제도시, 바로 '연수구 을' 지역이었다. 인천이야 유년시절 자라온 동네이자 노동운동을 시작한 본거지라 치더라도, 연수구는 크게 연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송도는 인천에서는 가장 잘 사는 사람들이 모인 '인천의 강남'으로 꼽혀 주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정의당과는 그 이미지부터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이정미 대표는 "처음에 이곳을 택했을 때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로 가지 그랬냐', '왜 송도로 갔냐'고 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송도 주민도 노동자들이 있고,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있고 악취 등 환경 문제가 어느 지역보다 중요해 정의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6·8공구의 경우 올해부터 입주인데 도로며 학교며 어떤 인프라도 없어 안전 문제도 우려되는 데다가 아이들이 '콩나물시루'에서 공부하게 생겼다. 밤에 송도 악취는 어느 때는 너무 심해서 토할 지경이고, 가스 냄새로 안전까지 우려된다. 그간 행정에서 이런 것들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도시만 발전시키려 했기 때문에 이제 이 과제를 모두 해결해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러한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정미 대표는 최근 국비 확보를 위한 인천 국회의원 정책 간담회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이정미 패싱' 논란도 있었다. 이정미 대표는 "유정복 시장 때도 참여했던 자리인데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참가하지 못했다"며 "인천에 의원이 한 명 더 생긴 거라고 생각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인천 시민에게 더 좋은 일인데 배제한 것에 대해 거칠게 유감을 표했으며 앞으로는 함께 자리할 수 있도록 약속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이정미 대표는 "인천은 인천공항, 인천항이 있으며 물류도시, 국제도시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높이는 데에는 여야가 힘을 합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송도는 아직도 많은 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진행되는 곳인데 이런 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겪게 될 피해도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정미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나자마자 바로 인천 미추홀구에 올라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부산에서 부모님과 같이 지냈지만 중학교 때부터 다시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박문여중과 인성여고를 나왔다. 최루탄 냄새가 진동하던 때 한국외대에 입학해 2년 만에 중퇴하고 노동 운동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부평공단의 한 구두약 공장이었다. 이때부터 공단 노동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며 본격적인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이정미 대표는 "2003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당 대표 시절 중앙당에 당시 고위 당직자 30% 여성 할당제로 당시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당규로 중앙당에 처음 가게 됐는데 그때 사무총장이던 노회찬 전 대표를 만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두 차례 낙선에 이어 지난 2016년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지난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이정미 대표는 "많은 유권자들이 정의당이 옳은 얘기는 한다면서도 힘이 없는 정당이지 않느냐며 선거 때 최종적 선택에서 배제하고 있다. 지난 지방 선거가 이를 잘 보여줬다"며 "이제는 다당제로 가고 있는 만큼 정의당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정권 교체로 인한 변화가 현실화되는 과정을 잘 추진해 나가고 견제할 수 있는 정당이 바로 정의당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글/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지역사무소 '정치카페테라스'에서 "이제는 다당제로 가고 있는 만큼 정의당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정권 교체로 인한 변화가 현실화되는 과정을 잘 추진해 나가고 견제할 수 있는 정당이 바로 정의당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8-09-04 윤설아

[우리시대의 품앗이人(K-Pumassian)]빙인자 김포자율방재단 구래·마산동 대표

환경정화 등 각종 봉사 스케줄 빼곡어르신 마을버스 배차 불편 해소 등어려운 곳 달려가 도움 손길 힘 보태"타인의 도움을 받았던 대로 언제가 꼭 갚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빙인자(57) 김포시자율방재단 구래·마산동 대표를 만나기로 한 날까지 정확한 시간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이날 낮에만 두 군데 봉사활동이 계획돼 있던 그는 만나자마자 "언제 갑자기 불려갈지 모른다"고 했다. 세 번째 봉사활동인 금빛수로 환경정화에 참여한다면서 인터뷰를 마치고 서둘러 떠나는 광경은 스케줄에 치이는 스타를 연상케 했다.따져보면 빙 대표는 구래·마산동 민원인들의 인기스타다. 자율방재단 외에도 구래동 주민자치분과장, 구래동 나눔냉장고(소외이웃 식품 지원) 사무총장, 또 '우리동네 통장님'으로 일하며 하소연할 곳 없는 주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들의 마을버스 배차간격 불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빙 대표만큼 '품앗이인'이라는 표현이 잘 들어맞는 사람이 없다. 몇 해 전 울산 수해 현장을 비롯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간다. 종일 재난복구에 몰입하다가 기진맥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에는 신곡수중보 소방관 실종현장에서 밤늦게까지 조용히 밥차를 운영하며 힘을 보탰다. 빙 대표는 "가진 건 몸뿐이라 매사 온 힘을 다해 봉사하고, 안타까운 일을 당한 분들에겐 마음의 위로까지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서울 성동구에서 작은 의류공장을 운영했던 그는 7년 전 김포로 이사하고부터 봉사활동에 눈을 떴다. 지병 수술을 하고 우울감이 찾아올 무렵 지인의 권유로 새마을부녀회 활동을 시작, 방범순찰과 사랑의밥차 봉사로 반경이 넓어지다가 지금에 이르렀다.빙 대표는 "IMF 직격탄을 맞고 얼마 뒤 남편과도 사별했을 때 주위에서 아이들 학비를 도와준 덕분에 착하고 바르게 장성했다"며 "당시의 기억이 평생 가슴 속에 있었고, 언젠가 갚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살았다"고 회상했다.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기도 하는 그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처럼 사회의 온정을 느껴서 절망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그 사랑이 결국 또 다른 누군가에게 퍼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빙인자 대표는 "자율방재단이 좋은 일을 정말 많이 하는데 사람들이 무슨 단체인지 잘 모른다"고 서운해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2018-09-03 김우성

[이슈&스토리]흩어진 독립운동 발자취 따라 만나는 '헌신과 조국애'

1917년 전로한족회 대표자회의 개최 '우수리스크' 이어구한말 의병근거지 '크라스키노' 3개 국경 접하는 '핫산''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까지 최재형 선생등 흔적 만나"조국에 희생한 분들 뜻 계승… 고려인들과 교류 필요"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지난 29일부터 9월1일까지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러시아 연해주지역 항일 투쟁의 흔적을 따라가는 탐방에 나섰다. 30여명으로 꾸려진 탐방단은 가을비를 맞으며 우수리스크와 크라스키노, 블라디보스토크 등 3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항일운동의 흔적들을 찾아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 나가며 항일운동에 나선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전해 들으며 탐방단은 숙연해졌다. 탐방단은 절박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조국애를 되새기며 길지 않은 4일을 보냈다.# 고려인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는 우수리스크탐방단이 러시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우수리스크다.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우수리스크는 사실 연해주 지역 고려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다.1917년 5월 21일부터 31일까지 11일 동안 한인대표 100여 명이 참가한 '전로한족회 대표자회의'가 개최된 곳도 바로 이곳 우수리스크다. 같은 해 12월 제2차 대표자회의를 열어 러시아 한인 최고자치기관이자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기관인 전로 한족 중앙총회(고려국민회)로 바뀐다.이후 전로 한족 중앙총회는 1919년 2월 대한국민의회로 확대 개편되며 노령 임시정부를 수립한다.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첫번째는 이런 연해주 거주 고려인의 역사를 배워 볼 수 있는 공간인 고려인 문화센터가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2009년 건립된 고려인 문화센터는 고려인들의 연해주 이주 역사와 독립운동사까지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고려인문화센터 앞에는 안중근 의사와 홍범도 장군의 기념비가 있다.또 하나는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과 최재형 선생의 흔적을 찾아 만나 볼 수 있다.우수리스크에는 연해주 지역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가인 최재형 선생의 마지막 거처가 남아 있다. 최재형 선생은 사재를 독립운동자금으로 제공하면서 이범윤 의사와 함께 연해주 의병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고, 1919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초대 재무총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연해주를 침공한 일본군이 1920년 4월 참변을 일으켰을 때, 일본군에 붙잡혀 김이직·엄주필 등과 함께 총살 당해 순국하고 말았다.우수리스크 수이푼 강가에는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있다. 1948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상설 선생은 조국 독립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자신의 유골을 화장해 이 곳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항일의병운동의 중심지 크라스키노와 핫산러시아에서의 둘쨋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가 오는 날 탐방단은 버스를 타고 4시간이라는 시간을 달려 크라스키노에 도착했다. 크라스키노는 구한말 대표적인 항일의병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최재형 선생을 비롯해 이범윤, 안중근, 유인식 등의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다.또 크라스키노에서 두만강 방면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핫산이라는 곳이 나온다. 3개국 국경이 만나고 있기에 한반도 냉전이 종식될 경우 활발한 교역이 이뤄질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크라스키노와 핫산 일대에 대한 관심은 러시아 뿐만 아니라 한국과 북한, 중국 4개국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경제라는 이슈로 관심을 받고 있는 크라스키노와 핫산은 100년 전에도 제국주의를 앞세운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지였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인들이 척박한 땅을 개척한 곳이다. 크라스키노 부근에는 1863년 함경도 농민 13가구가 정착해 형성한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인 지신허 마을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크라스키노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김기룡, 백규삼, 황병길, 조응순, 강순기, 강창두, 박봉석, 유치홍, 김백춘, 김춘화 등 12인의 독립운동가가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단지동맹을 한 곳이다.# 관광지가 아닌 독립운동의 거점 블라디보스토크최근 몇몇 방송사 여행프로그램에 소개되며 2시간대에 갈 수 있는 유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한인독립운동의 중심인 신한촌이 있었다. 신한촌에는 헤이그 특사 중 한명이었던 이상설, 그리고 최재형, 이동휘 등이 활동했었다. 또 권업회, 대한광복군정부, 한인신보사, 일세당, 대한국민의회, 노인동맹단 등 독립운동 단체들도 활동했었다. 하지만 1937년 한인 강제 이주로 인해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모해 그 원형을 찾아 볼 수 없다.블라디보스토크는 냉전시대 구소련의 태평양 함대가 모항으로 사용하던 도시였기에 이런 흔적들이 기념물로 남아 있지 않지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곳이기에 구시가지 곳곳에는 항일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옛 신한촌 자리에는 한인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신한촌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 1999년 해외민족연구소가 한국에서 석재를 운반해 세운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다.주영훈 수원청미래충전소 대표는 "3·1운동 100주년이 다가오면서 많은 분들이 항일독립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뜻이 후대에도 계속 계승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한준택 경기르네상스포럼 상임이사는 "연해주지역에서 우리 전통 문화를 지켜 나가고 있는 고려인들과의 다양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있는 안중근의사 단지동맹기념비 앞에서 추모 행사를 가진 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안중근 단지 동맹비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내에 설치한 안중근의사 기념비에 묵념하고 있는 탐방단.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러시아 크라스키노 전망대에서 이동근 수원시청 학예연구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에서 연해주 독립운동 관련 영상을 감상하는 탐방단.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최재형선생의 생가.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러시아 연해주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한인 거주지인 신한촌의 역사적인 의의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기념비.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8-08-30 김종화

[이슈&스토리]인터뷰|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 김발레리아 부회장

고려인들의 연해주 지역 중심 도시인 러시아 우수리스크에는 지난 2009년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건립됐다. 고려인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의 김 발레리아(사진) 부회장은 "고려인문화센터는 한국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건립됐다"고 소개했다.김 부회장은 "고려인 문화센터가 건립되기 전에는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들은게 전부다였다"며 "이 곳이 생긴 후 연해주 지역 고려인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그는 "고려인들은 전통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을 통해, 또 이 곳을 통해 한국과 교류하면서 고려인의 뿌리인 한국 문화를 배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연해주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 곳 고려인문화센터를 방문하는 이들도급증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인문화센터를 방문한 한국인은 2016년에 1만6천명이었다. 지난해 3만명이 방문했고,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방문한 숫자가 3만명이다"고 소개했다.그는 "임시정부가 있었던 이 곳에 대해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에 고려인들은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김 부회장은 "한국인과 고려인은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곳 고려인문화센터가 앞으로도 한국인과 고려인의 연결 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수리스크/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8-08-30 김종화

[인터뷰… 공감]'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순수를 노래한 가수 예민

젊은 시절 천재적인 재능… 박선주 데뷔곡 '귀로' 등 만들고 1·2집 내며 유명세성공 뒤로하고 미국서 공부… 2001년부터 자비 들여 122개 분교 음악회 대장정대중음악계 떠나 2007년부터 뮤뮤스쿨 운영, 아이들 '영감' 일깨우는 예술 교육아무 의미 없는 한적한 곳에서, 작은 과수원 가꾸며 곡도 쓰고 책도 읽고 싶어단출한 차림으로 활짝 웃으며 그는 나타났다. 요즘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치즈 만들기에 몰두해 있다고 소개했다. 밥 먹고 차 마시며 이어지는 대화 속에 굳이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았고, 카메라 의식 없이 이따금 편안하게 담배도 피워물었다. 언론 인터뷰에 좀처럼 응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자연스럽게 잊히는 게 좋고, 잊혀도 상관없다"고 했다. 예민이라는 가수는 몰라도 자신의 음악은 끊임없이 새로운 연을 맺으며 살아움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2008년, 20여 년의 음악인생을 집대성한 앨범 '오퍼스'를 내고 가수활동을 접은 지 꼭 10년이 된 예민(52)은 "그냥 그때의 나는 그때의 나일 뿐이다. 한창 음악 활동할 때라든지 또 분교음악회 다닐 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동일인인가 싶다"고 말했다.당사자는 수긍하지 않지만, 예민은 젊은 시절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故김광석의 모교인 서울 대광고를 졸업한 그는 대학에 갓 진학한 1980년대 중후반부터 박선주의 데뷔곡인 '귀로', 여행스케치의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어' 등을 만들고 하수빈의 데뷔앨범을 프로듀싱했다. 스스로는 '아에이오우', '서울역'이 수록된 1집과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이 수록된 2집을 발표해 유명해졌다. 전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룬 것들이다. 이 시기 그의 서정적이고 아릿한 음악은 1980~90년대를 살아간 이들의 정서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예민의 음악은 자전적인 감성이 배어 있다. 노랫말에 실존 명칭이나 구체적인 연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의 음악에 가장 영향을 끼친 인물은 아버지다. 국민들이 애창하는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는 아버지 페인트공장이 있던 경기도 의왕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한다."아버지와 나눈 이야기, 아버지와의 생활공간과 주변 모든 게 내 생각이나 음악, 사람을 대하는 마음을 만들어줬어요. 안양역에서 시외버스 갈아타고 내려서도 20분을 걸어 들어가는, 그 당시 의왕은 서울에서 두 시간이 넘는 거리였어요. 공장 근처에 밭이 한 200평 정도 있는 조그만 농가주택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1년에 대여섯 번씩 그 집의 색깔을 바꾸셨어요. 분홍색 초콜릿색 빨간색, 주말에 둘이 같이 칠하곤 했죠. 아버지는 직업화가도 아닌데 회화작품을 200여 점이나 남기고 항상 음악을 들려주시기도 했어요. 정원도 예쁘게 가꾸셔서 꽃 이름도 많이 알았고요. 일찍부터 자연과 예술을 가까이 접하게 해주신 게 저에게 컸어요.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에 묘사한 풍광은 거의 그 동네 얘기예요."2집 발매 직후 예민은 대중적인 성공을 뒤로하고 돌연 미국으로 떠나 공부했다. '키요라', '세발 자전거와 바둑이'가 수록된 3집과 '마술피리', '기억 속에, 그 애가 있었네'가 수록된 4집 등 귀국 후 그의 음악은 자연의 품에서 삶을 관조하고 있었다. 계속 음악활동을 하는가 싶더니 그는 갑자기 또 기타 하나 메고 1년 여정의 분교음악회를 기획했다. 자비를 들여 2001년 9월부터 1년 동안 오산 삼미분교에서 도서벽지까지 전국 122개 분교, 7만여㎞를 순례하는 대장정이었다."음악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나를 분교로 데려간 것 같아요. 나한테 있어 음악은 무엇일까. 주어진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 노래를 부르던 게 일반적인 형식이었는데 과연 음악이 인간을 그렇게 만났을까? 어떤 틀에 갇혀서 그것만이 음악이고 옳은 표현이라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내 노래가 항상 내 입을 쫓아다녔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1년 동안 내 노래가 어울리는 곳, 내 노래가 불렸을 때 행복해하는 공간으로 찾아간 것이죠."첫 분교음악회에서 노래를 불러주자 아이들은 전혀 집중을 못 하고 떠들어댔다. 심지어 노래를 하고 있는 그에게 "옥수수 드시라"며 말을 건넸다. 일방적으로 음악을 들려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실정에 맞춰 접근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였다.이후부터는 음악회를 하기에 앞서 정성스럽게 식탁보를 깔고 둘러앉아 아이들에게 코코아를 대접하며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을 성숙한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의미였다. 아이들의 꿈을 키워 줘야 한다는 그의 뜻에 동참해 아나운서 이금희, 피아니스트 박종훈 등 문화예술인들도 힘을 보탰다. 분교음악회에서 잠깐 마주한 두세 시간의 기억을 곱게 간직한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이메일로 안부를 전해온다."최근에야 문화사각지대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텐데, 당시는 연예인이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분교를 섭외하려 들면 '애들 몇 명 데리고 무슨 음악회?'라는 반응이었고 당연히 무대랄 것도 없었죠."교사와 주민들에게 일일이 상황을 설명해 가며 분교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치자 수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가졌고, 찾아가는 문화예술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분교음악회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CF 섭외까지 들어오던 때 그는 다시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별안간 이유 없이 떠나서 머물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라크와의 전쟁이 벌어진 날 미국의 거리는 여느 때처럼 사람들이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전날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거예요. 아, 이게 전쟁이 난 나라인가? 저쪽에서는 포탄이 터지고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 걸 이들이 알까? 그런 괴리감이 들어 인도로 무작정 넘어갔다가 열병을 두 번 앓고 겨우 살아났죠."목숨 잃을 뻔한 경험을 하고 2000년대 중반 귀국한 예민은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작곡에 착수해 2008년 '연리지', '빛나호' 등이 수록된 마지막 앨범을 발표한다. 80대 고령의 할머니가 부른 이 앨범의 타이틀곡 '나의 할머니, 그녀의 첫사랑'에는 그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혹자는 산골 소녀가 나이 들어 부른 노래 같다고도 했고, 예민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이 따랐다."저는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해 본 게 총 세 번이에요. 제 음악이 홍보라는 매개로 사람들과 인위적인 연을 맺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먼 훗날 호흡과 성량이 희미해졌을 때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를 불러보고 싶다는 바람은 있었는데, 음악을 재개하게 된다면 미련 없이 뒤돌아보지 않기 위해 정리한 게 마지막 앨범입니다."대중음악계를 떠난 예민은 2007년부터 음악인류학·고고학·음악교육학에 근간을 둔 아동 대상 문화교육프로그램 '뮤뮤스쿨'(Museum & Music School)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제3세계 악기를 두드리고 만지고 냄새 맡게 한다. 아이들은 악기의 소리가 아닌 두꺼비 소리와 비 오는 소리,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체험이 끝나면 저마다 원하는 재료로 세상 하나뿐인 악기를 창작하고 연주회를 열어 '내 악기만큼은 세계에서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제일 잘 연주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는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의뢰로 올해 초 평창문화올림픽에서 '1학교 1국가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감독했던 예민은 "영감을 통해 동기가 생기고 그 동기를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경험, 그리고 피아노교본을 보며 예술이 아닌 손가락기술을 습득하는 경험 중 어느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할지 고민은 어른들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 의미 없는 한적한 곳에서 작은 과수원 가꾸며 곡도 쓰고 책도 읽고 싶다"며 미소 띤 채 먼 곳을 응시했다.글/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사진/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예민은?▲1966년 서울 출생▲2003년 美코니시예술대학 현대음악작곡 전공▲1990년 1집 '아에이오우'▲1992년 2집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1997년 3집 '노스탤지어'▲2001년 4집 '나의 나무'▲2008년 5집 '오퍼스'▲2003년 '분교음악회 숲이 된 122개의 추억'(샘터) 발간▲2007년 (주)아티움오퍼스 설립▲2018년 평창문화올림픽 '1학교 1국가 문화교류' 축제형프로그램 총괄기획예민은 머리가 아닌, 손과 땀방울이 기억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치즈만들기다. 주위에서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으면서 왜 소박한 꿈만 꾸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그는 "의미 있는 일에는 크고 작은 게 없다"고 말한다. 사진/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사진/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아티움오퍼스 제공문화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음악회'에 대해 공감대가 전혀 없던 시절, 예민은 의문부호를 먼저 내미는 마을 주민과 교사들을 설득하고서야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아티움오퍼스 제공

2018-08-28 김우성

[평화시대, 경기도가 주도한다-미군 공여지](2·끝)국가주도개발 해외 사례는?

국유지로 추진되는 한국과 차이필리핀은 경제특구로 지정 활용미군 반환 공여지를 국가주도로 개발하기 위해선 먼저 반환 사업을 수행했던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방식과 절차를 정립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일본 오키나와현은 전체 면적의 10%에 해당하는 2억2천800만㎡ 가량이 미군전용시설로 사용됐다. 일본 전체로는 미군전용시설의 73%가 오키나와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이는 전체 미군 공여지의 87%(2억1천57만㎡)가 몰린 경기북부와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은 미군전용시설 면적 절반 정도를 반환받아 민간을 통해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고 있다. 공공은 토지정리·개량 등의 역할을 하며 반환은 일본 방위시설청이 전담해 진행한다.일본의 경우, 토지 소유권을 국가·민간·오키나와현이 30%씩 분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군 공여지가 국유지인 우리와는 다른 상황이다.독일·필리핀도 미군 반환 공여지 문제를 겪었다. 우리와 같이 국유지를 미군에 공여한 독일과 필리핀은 전담기구를 통해 개발 작업을 벌였다. 독일은 연방부동산관리청을 통해 부지를 매각하고, 매각된 토지를 지자체·민간이 개발하는 방식을 취했고 필리핀은 공여지 구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활용하며 각각 차이를 보였다.경기북부 공여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위탁 개발, 서울 용산기지의 경우처럼 국가 예산을 직접 투입하는 방법 등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2018-08-27 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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