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이국종 없이도 돌아가는 권역외상센터 만들어야

이국종 교수에 대한 유희석 의료원장의 욕설 녹취 보도로 촉발된 아주대학교의료원 내분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 교수는 언론을 통해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사퇴의사를 밝혔고, 의료원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아주대의료원 내분사태는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인 권역외상센터의 심각한 경영 부조리 현상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를 설계한 의료계의 영웅이다.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통해 얻은 사회적 명성을 토대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 도입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국에 구축된 17개 권역외상센터는 그 결과다. 의사 한명이 이뤘다고 믿기 힘든 엄청난 결과였다.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맡은 민간병원은 센터 운영에 따른 경영압박을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아주대의료원 내분의 원인이 된 닥터헬기 운용에 따른 민원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이 교수는 병원측의 적자 주장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단언하고 닥터헬기 소음 민원도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적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데도 병원측이 의료윤리를 무시한 채 소극적인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했을지는 살펴볼 대목이다. 또 아주대병원은 몰라도 일부 권역외상센터는 소음민원으로 닥터헬기 운행을 제한한 사례가 없지 않다.결국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환자 생명을 우선하는 이 교수의 소신과 이익 실현을 신경써야 하는 병원 경영진의 갈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운영돼 온 셈이다. 17개 권역외상센터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이 지경이면 나머지 센터들도 비슷한 갈등이 있거나, 아예 타협하고 형식적인 운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의료 영웅 이국종 덕분에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를 만들었다면, 그 체계를 안착시키고 유지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국종이 아니더라도 전국의 권역외상센터가 물 흐르듯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상대를 돌봐주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서로 화해해 정상화되길 바란다는 식인데, 자기 집에 불이 난 당사자가 불구경하는 격이다.정부는 지금 당장 권역외상센터 운영과 관련된 일체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2020-01-21 경인일보

[사설]'스마트'와 '첨단'으로 굴기하는 인천 남동산단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주요업종은 식품·섬유·목재·제지·석유화학·비금속·1차금속·조립금속 등 제조업이다. 1989년 1단계와 1992년 2단계 조성완료를 각각 거치면서 명실상부 우리나라 풀뿌리 제조업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97년 한국산업단지공단 통합 당시의 입주업체 수는 2천800개를 넘어섰고, 종업원수도 4만5천∼4만9천명에 이르렀다.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입주업체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6천655개로 2배 이상 늘어났고, 고용인원도 10만3천여명으로 증가했지만 예전의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저 공장 가동률을 80%로 보는데 지난해 10월 남동산단 전체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8.9%에 불과했다. 그나마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남동산단 쇠퇴의 주된 원인은 시설 노후화와 입주업체의 영세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산단의 스마트화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끝에 마침내 지난 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2020년 스마트산단'으로 선정됐다. 최적의 광역교통망, 풍부한 산학연 협력인프라, 경제자유구역 스마트시티 구축 플랫폼 활용 및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등 첨단산업과의 연계성, 자체적인 산업단지 환경개선사업과 제조업 구조고도화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마트산단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산단 입주기업들의 제조공정 데이터를 연결·공유하고 기업 생산성을 높여 신산업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제조혁신으로 기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창업과 신산업 시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쾌적한 근로환경과 정주환경을 갖춰 근로자 만족도를 제고케 하는 미래형 산단이다.인천시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남동 스마트산단 추진 사업단 구성을 마쳤다. 올해 245억원을 들여 본격적인 구조고도화 사업에 착수한다. 오는 2023년까지 모두 4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시를 비롯해 인하대, 남동구, 인천테크노파크,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 스마트시티주식회사 등 6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제 시작이고 겨우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지만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실로 크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버텨내는 데 제조업, 특히 풀뿌리 제조업이라 할 수 있는 남동산단의 희생과 기여가 결코 적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하루가 다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남동산단의 굴기를 기대한다.

2020-01-21 경인일보

[사설]국내 상륙한 우한 폐렴, 확산 방지 총력전 펼쳐야

중국과 일본, 태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19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환승하려던 중국 국적 여성이 우한 폐렴에 감염된 것이 확인돼 국내 지정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이다.우한 폐렴은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에서는 이틀 만에 무려 136명이 확진을 받았으며 3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이미 중국 수도인 베이징(北京)에서 2명, 광둥성에서도 1명의 폐렴 감염환자가 발생해 사실상 중국 방역체계가 뚫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감염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 6일 30대 남성이, 태국에서는 8일 60대 여성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모두 우한을 여행한 사람들로 알려졌다.문제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 국민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명절을 앞두고 우한 폐렴이 발생한데 있다.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기간 수억명이 중국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이동한다. 중국인 700만명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여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7일과 8일 중국 건강식품·생활용품사 이융탕 임직원 5천명이 5박6일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인천을 방문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최대 규모였다. 겨울방학을 맞은 중국 수학여행단 3천500여명도 다음 달 인천 방문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중국 관광객 입국으로 인한 감염확산이 가장 큰 문제지만, 우한 폐렴이 재개된 한·중국 교류사업과 중국 관광객 유치에도 찬물을 끼얹게 됐다.의료계에서는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인 우한 폐렴이 동물을 매개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확산 가능성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설을 앞두고 시·도별로 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비상방역체계 가동에 돌입했다. 20세기 들어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은 발생지와 상관없이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 춘제를 맞아 대규모 관광객 유입이 예상되는 공항, 항만 등 출입국 관련시설은 더욱 철저한 검역·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이미 부실한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는 것을 사스와 메르스에서 경험한 바 있다.

2020-01-20 경인일보

[사설]안철수 중도정치 성공의 관건은 진정성과 콘텐츠다

안철수 전 의원은 귀국 메시지에서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할 정당을 만들겠다"며 지금의 정치를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의 정치'로 규정했다. 또한 "정부여당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국정운영 폭주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야권에 대해서도 "혁신없이 반사이익에만 의존한다"면서 기득권 정치를 비판했다. 귀국 전 정계복귀 메시지에서도 '낡은 정치와 낡은 기득권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발언들로 볼 때 안 전 의원의 지향점이 중도정치라는 것은 분명해졌다.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의 기득권 싸움과 진영정치에 피곤감을 느끼고 있는 중도 유권자가 대체로 30% 정도에 달하고, 지난해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을 둘러싼 진영대결과 정치양극화로 제3지대 또는 중도정치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도 높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과 중도정치를 구성할 내용이다.지난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정당득표에서 26.7%를 얻어 25.5%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더 많은 정당득표를 기록했다. 이는 호남홀대론과 반문정서에 입각한 호남의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호남을 제외한 서울 2곳에서 이긴 것 외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지금의 상황은 안 전 의원에게 훨씬 불리한 상황이다. 안 전 의원에게 과거와 같은 새정치에 대한 기대와 신선감도 찾기 어렵다.안 전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도정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러한 구상이 성과를 내려면 총선거에서 유의미한 선거결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에 합류하여 리모델링 등을 통해 중도정당으로 갈지, 완전히 독자신당을 추진할 지도 불분명하며 시간도 많지 않다.거대정당의 기득권 정치와 양극화된 진영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중도층이 정치의 중심축이 되려면 양대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진정성과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안 전 의원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통한 중간 입장에 서는 것만으로는 중도정치는 지지를 받기 어렵다. 안 전 의원이 한국사회의 절박한 문제의 해법을 중도층 유권자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제시해 나갈 수 있다면 중도정치는 희망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원론적이고 모호한 메시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중도는 선거정치에서 의외로 소구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0-01-20 경인일보

[사설]이전되는 대구 군공항과 답보상태인 수원군공항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이 가시권에 들었다. 군과 민간이 함께 쓰는 대구통합신공항 유치를 위한 군위, 의성군 주민들이 지난 주말 이전후보지 선정 사전투표를 진행한데 이어 21일 본투표가 실시된다. 통합신공항 유치에 사활을 건 두 지역은 투표율을 높이려 안간힘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투표로 이전 후보지가 확정되면 지자체장이 국방부 장관에 군공항 유치 신청을 한뒤 선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절차대로라면 대구통합신공항은 2022년 착공해 2026년 개항한다.하지만 대구군공항보다 앞서 국방부가 2017년 이전 예비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 발표한 수원군공항 이전사업은 한치의 진전도 없이 표류중이다. 국방부·경기도·수원시·화성시는 이전 후보지 확정 절차를 개시하지도 못한 상태다. 실질적인 절차가 중단된 사이 수원과 화성의 이전 찬·반 시민단체들의 갈등만 고조됐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지지기반 관리 차원에서 찬·반 의견에 맹목적으로 편승해 합리적인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형국이다. 군공항 이전이 절실한 국방부는 끼어들면 골치 아프다는 직무유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정작 수원, 화성 시민들은 군공항 이전과 관련한 정보를 차단당한 채 거주지역에 따른 기계적 찬·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인일보가 지난달 실시한 화성시민 설문조사 결과 서부권 시민의 군공항이전 반대율은 73.5%였던 반면, 직접 공항소음 피해예상지역인 중부권 주민 절반 이상은 이전을 찬성했다. 동탄신도시가 중심인 동부권은 찬성 보다 반대가 높았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으로 소음피해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밝혔다.대구통합신공항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군위, 의성군민들도 처음엔 단체장 탄핵 등을 거론하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군공항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극적으로 반전됐다. 이전 찬·반 진영이 이전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설득한 결과이다. 반면 수원군공항 이전사업은 일체의 정보가 차단당한 채 정치적인 찬·반 논리만 횡행하고 있다. 화성 시민이 판단할 수 있는 군공항 이전 손익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된다면 전혀 다른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국방부·경기도·수원시·화성시는 즉각 수원군공항 이전과 관련한 상세정보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이전 여부에 대한 시민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2020-01-19 경인일보

[사설]경제부진 탈피는 기업의 신명 제고로

기준금리가 3개월째 동결되었다. 한국은행은 작년 10월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낮췄는데 지난 1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당분간 기존 금리 유지를 결정한 것이다. 국내 경제 부진이 일부 완화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건설투자와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고 소비증가세도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난달에 소비자물가가 0.7% 반등해 디플레이션 걱정도 덜었다. 반도체 부진 완화로 경기회복 기대가 되살아나고 지난 15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문 서명 및 브렉시트 확정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약간 해소되었다.정부와 국책기관들도 한은의 정책금리 동결에 힘을 보탰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2020년 1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설비투자도 점차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9일 내놓은 '경제동향 1월호'에서 경기부진이 완화될 기능성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14일 신년 기자회견이 압권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에는 2.0% 내외로 선방했는데 올해는 더 높은 성과를 낼 것으로 단정한 것이다.대통령의 호언처럼 우리 경제가 좋아졌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금년도 경제는 최소한 지표상으로는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GDP성장률이 2017년 이래 3년 연속 곤두박질한 탓에 기저 효과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개연성이 크나 낙관은 금물이다. 이번 미중합의가 주목되나 중국의 합의이행 의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이 변수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기조에다 유럽, 일본, 중국 등의 재정지출 확대조짐도 보이지만 불안한 북미관계에다 미국·이란 갈등이 고민이다. 국내적으로 집값을 잡는다며 실수요자까지 압박해 부동산경기 실종은 점입가경이다.정부와 국민간의 경기체감도 괴리가 큰 문제이다. 취업자수가 49개월째 감소 중이며 최저임금 급등으로 서민들의 생계비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도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사회주의적 해법이 불가피해 국민들은 국가채무 누증을 걱정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2% 초반대 성장 달성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부에 대한 견강부회와 자화자찬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기업의 신명 제고 없는 소득주도성장이 화근이다.

2020-01-19 경인일보

[사설]수원유상(柳商) 쫓아내는 수원화성 복원사업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복원사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수원화성 복원을 위해 정조대왕이 만든 220년 전통의 팔달문시장 일부를 철거하자 여론이 반발하면서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문화재보호구역 정비계획에 따라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30년까지 총 예산 2천500억여원을 들여 남수문~팔달문~팔달산 사이 끊긴 구간 304m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성곽 304m를 잇는 사업에 시장 점포 100여곳이 쫓겨날 위기다. 시는 팔달로 남수문 옆 일부 건물을 이미 철거했고, 보상 대상인 사유지 9천67㎡ 가운데 20% 가량 보상을 완료한 상태다.정조대왕은 '양반상인론'을 책임질 가문으로 전라도 해남에서 무역업을 하던 고산 윤선도의 후손들을 수원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전국의 눈 밝은 상인들도 정조의 숨은 뜻을 간파하고 하나 둘 수원으로 모여들어 상권을 형성했다. 팔달문시장은 수원을 상업과 경제의 중심지이자 백성이 주인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정조의 애민정신이 서려있는 곳이다. 팔달문시장은 국비·도비·시비·상생자금 등 6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경기도내 대표적 전통시장으로, 지동·영동·로데오 패션1번가·미나리광·못골·공구 등 9개 시장연합회와 통닭거리·가구거리를 아우른다.버드나무가 많은 팔달문시장에 터를 잡은 이들은 '유상(柳商)'이라 불리며 일하는 가치를 이어왔다.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불만 보다 왕이 만든 전통시장이라는 상징성 훼손에 더 크게 분노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범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원의 전통 중심상권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명맥을 이어온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상인들은 주변 지역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2~3년 뒤 상권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와중에 철거 날벼락을 맞았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문화재보호구역 내 정비를 위해 일부를 철거하는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상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기에는 너무 뻔한 답이다. 상인들이 왜 분노하는지 그들의 호소를 들어야 한다.수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도시이자 대동(大同)의 도시다. 위기는 기회다. 수원화성과 전통시장이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 세계적 관광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백성의 풍요로운 삶을 꿈꿨던 애민군주 정조대왕의 정신을 되새겨볼 때다.

2020-01-16 경인일보

[사설]문재인 정권, 진영 내부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현 정권 비리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 간부들을 모두 갈아치운 검찰 인사와 관련한 후폭풍이 정권을 향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인사과정에서 사실상 배제시킨 절차적 적법성과 정권 비리의혹 수사지휘부 교체의 타당성과 관련한 검사들의 반발이 집단화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진보진영 핵심 시민단체의 간부가 검·경수사권조정에 반발해 사퇴하고, 진보성향 판사들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응에 항의하고 나선 사태는 심상치 않다. 이들의 비판과 반발은 정권의 법치(法治) 의식에 대한 의심으로 귀결된다.검사들의 반발은 법이 정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검찰인사 협의를 무시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은 '법정 협의'에 따라 진행됐던 기존의 협의절차를, 정부의 인사권으로 무시했다. 추 장관은 절차 규정 없이 진행된 과거의 협의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납득할 만한 새로운 절차를 만들어 협의해야 했지만, 그저 "명을 거역했다"며 윤 총장을 하대했다. 대통령은 전국민이 지켜본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임명했던 전 법무부장관과 전 검찰총장의 인사협의를 '밀실 협의'로 부정했다. 법정 협의를 무시한 정권의 검찰인사 결과는 권력비리 수사지휘부 해체였다. 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사들의 반발을 꾸짖을 이유가 없다.친여 핵심시민단체 간부와 진보성향 판사들의 반발은 정권에게 더욱 뼈 아플 것이다. 참여연대 양홍석 공익법센터 소장은 검·경수사권조정 관련 법안 개정과 관련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 시점·범위·방법을 제한한 것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측면에서 부당하다"며 사표를 던졌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이끌었던 재야의 실세가 '개악'을 선언한 셈이다. 진보성향 판사들은 청와대의 검찰 압수수색 거부를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 판사는 "나중엔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고 비난했다.민주화 운동의 적통세력인 문재인 정권이 법치를 의심받는 상황은 대범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대통령, 법무부장관, 정부여당까지 정권의 법적 권한행사를 강조한다. 하지만 검사, 진보시민단체 간부, 진보성향 판사들까지 정권의 준법의식을 의심하고 비판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무서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말대로 "진보파가 이해하는 직접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 동일하다"고 경고했다.

2020-01-16 경인일보

[사설]초법적인 '주택 매매 허가제' 부작용도 우려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한 다음 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에 발맞춰 추가 고강도 대책을 시사한 느낌이다.'주택 매매 허가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 번 거론된 적이 있다. 2003년 10·29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방편으로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 제한하는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 때문에 도입을 보류하면서 차선으로 '부동산거래 신고제'가 시행됐다. 물론 이날 강 수석의 발언은 "아직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라는 전제를 단 것이지만, 문 대통령 핵심 참모의 입에서 '주택 매매 허가제'가 거론되자 부동산 시장이 크게 술렁거렸다.정부는 그동안 무려 18번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실 이 정도면 '남발'에 가깝다. 가장 최근 발표된 12·16 대책은 분양가 상한제를 수도권 322개 동으로 확대하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와 함께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그러자 집값은 강남에서 강북으로 또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확산했다. 전셋값도 폭등했다. 부동산을 경제논리에 맡겨 시장의 흐름대로 가게 놔둬야 하는데도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하니 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또다시 '주택 매매 허가제'라는 고강도 규제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 보면 청와대가 꽤 다급했던 모양이다. 서울의 집값이 폭등할수록 지방 거주자와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 분위기에서 4·15 선거를 치른다면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보는 국민이 뜻밖에 많다. '주택 매매 허가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행하면 반발도 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은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시중 유동자금의 물꼬를 터주고,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등 모든 걸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선거를 의식해 마구잡이로 정책을 남발하다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

2020-01-15 경인일보

[사설]정치논리로 변질한 인천 체육회장 선거

새해 들어 전국은 체육회장 선거 열기가 뜨겁다. 체육회는 전국 중앙조직과 지방조직이 있는데, 17개 광역시도 조직과 245개 시도별 체육회 회장 선거가 1월중에 치러지고 있다. 그동안 시군구, 시장과 도지사가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겸직해오던 것을 금지하고 정치인들이 맡아왔던 종목별 단체장 겸직을 법으로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민선체육회장 선거는 정치 논리로 횡행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인천시 체육회장 선거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체육계도 술렁거리고 인천시 내부도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8일 실시된 인천시 초대 민선 체육회장 선거에서 강인덕 당선자가 177표를 얻어 2위 이규생 전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을 6표 차로 꺾고 당선되자 정치계에서는 체육회장 선거를 놓고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체육회장 선거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강 당선자가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한국당 소속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측근인데다, 유 시장 재직 시절 인천시 체육회 상임부회장과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사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낙선의 고배를 든 이규생 전 사무처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인천 계양 을)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인천시 체육회장 선거는 결국 두 전직 시장의 측근들이 치른 대리전이었던 셈이다. 강 당선자의 당선 소감도 다분히 정치적이다. 인천시 체육회장선거를 아예 보수의 승리로 규정하고 4·15 총선의 예비선거로 본다고 하면서 스스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여 논란을 자초했다. 선거공약 발표 당시 민간인 체육회장으로 선출된다면 체육회를 정치로부터의 독립, 자율적인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체육단체를 정치 외곽조직으로 활용하는 '적폐'를 근절하고, 체육인들이 스스로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체육진흥에 전념하라는 취지건만 막상 선거전은 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다. 수도권의 경기도체육회장 선거나 서울시체육회장 선거도 정치선거로 변질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체육회장 후보들이 경기도에서는 이재명 도지사와 교감을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서울시에서는 박원순 시장과의 친밀도가 선거 마케팅의 쟁점이 되고 있다. 단체장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민선체육회장 시대의 기본 취지를 망각한 일부 체육인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되며, 이를 근절할 제도의 보완도 절실하다.

2020-01-15 경인일보

[사설]사립유치원 유아교육 현장 이탈 가능성 주목할 때

국회가 지난 13일 패스트트랙 1호 법안인 '유치원 3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는 제도적으로 일단락됐다. 개정 3법 중 사립학교법은 유치원 교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유아교육법은 사립유치원에 국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했다. 사립유치원의 국가지원금과 학부모분담금 회계를 단일화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한 뒤 교비의 사적 유용이 드러나면 엄벌하겠다는 것이다.유치원 3법 개정은 사립유치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교비 횡령을 저질러 적발된 비리 유치원 명단 전체를 공개하자, 여론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유치원 원장과 가족들이 교비로 명품백과 성인용품을 사들이고 생활비로 쓴 비리 내용들은 반교육적이고 파렴치했다. 또한 잇따라 폭로된 사립유치원들의 부실 급식 실태는 참담했다.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비리 유치원의 실태는 결국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어졌고, 학교급식법 개정이 추가된 유치원 3법 개정에 이른 것이다.그러나 유치원 3법 개정으로 사립유치원의 교비횡령 부실급식 비리를 막을 수는 있지만, 유치원 교육 정상화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립유치원은 설립자가 토지비와 시설비를 전액 투자한 뒤 원생을 모아 국고보조금과 학부모분담금으로 운영해 수익을 남기는 구조다. 교육관련 법령에 속한 교육기관이자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사업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이러한 이중적 성격의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의 주역이다. 수익 보장이 막히면 유아교육 시장에서 이탈하는 사립유치원이 속출하고 이는 유아교육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5월 사립유치원을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겠다며 사립유치원 매입공고를 내자, 매입 조건에 맞는 239개 유치원 중 85개 유치원이 신청했다. 유치원 운영 의사를 포기한 설립자가 36%에 달한 것이다. 사립유치원 단체는 정부에 사립유치원 전체 매입을 요구하는 실정이다.유치원 완전 공립화까지는 사립유치원에 유아교육을 맡겨야 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유치원 3법 개정안 시행 결과를 면밀하게 살펴 사립유치원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도 별도 마련해야 한다. 비리 유치원이 문제지, 사립유치원이 나쁜 것은 아니다.

2020-01-14 경인일보

[사설]유권자에게 명분 없는 선택 강요 말아야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천 연수구을 선거구가 초반부터 최고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때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현역 야당의원의 응전, 문재인 대통령 역점사업인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실천한 여당 예비후보의 상징성과 당내 경선, 여당과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범여권 정당대표 경력 비례출신 의원의 도전, 차기 당권은 물론 대권까지 내다보는 타 선거구 4선 여당의원의 험지출마론 등 이번 총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집약돼 있는 선거구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선거구를 다 훑어보아도 이런 상징적인 대결 국면이 동시에 전개되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연수구을 선거구는 이미 인천을 뛰어넘어 전국적 '핫 플레이스'가 됐다. 그런데 지금 연수구을 선거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난무하는 설들이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 차원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한 여당 중진의 연수구을 출마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연수구을 선거구에서 인천 계양을 출신의 4선 송영길 의원을 후보군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당장 송 의원은 "당이 날 흔들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같은 당의 예비후보도 자신이야말로 승산이 있는 후보라며 펄쩍 뛰었다. 이런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공학적인 계산에서 비롯됐다. 송 의원의 발언을 빌리자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분 없는" 일이다. 그동안 지역구에서 공들여온 예비후보들에게도 못할 짓이다.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토대로 한 범진보 후보 단일화 추진도 명분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연수구을 선거구에서 국민의 당과 단일화 합의와 경선, 그리고 불복의 과정을 거친 끝에 패배했다. 단일화에 나섰던 두 후보의 표를 합산하면 당선자보다 많아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정의당과의 단일화설이 나돌고 있다. 이 또한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의 다색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정권을 획득하는데 있고, 그러기 위해선 선거에서 이겨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권자들에게 명분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그 선택의 폭 마저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가 명분을 잃으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야합이다.

2020-01-14 경인일보

[사설]정당 통합, 금도를 지켜야 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당들은 총선체제로 돌입했다. 현재의 정당구도가 보수야당과 범여권 성향의 야당으로 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합 논의가 활발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당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것은 연합정치의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지난 5일 창당한 새보수당이 자유한국당 및 시민단체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구성하고 중도보수통합에 나선 것은 지리멸렬한 보수 진영을 하나로 모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지난 12일 창당한 대안신당이 제3지대에서 중도세력 통합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안철수 전 대표가 어떠한 세력과 결합하느냐도 21대 총선의 승패를 가늠할 주요변수 임에 틀림없다. 안 전 대표가 혁통위와 결합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여 중도지향의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느냐는 야권 전체의 판도를 가를 중요 변수다. 보수야당과 중도진보 성향의 야당들이 어떠한 조합으로 이합집산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선거지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통합의 대의와 이념 지향이 불분명한 채 선거승리만을 위해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합당을 도모하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는다. 정치는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취하는 작업이고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정당의 명암이 갈리는 것을 무수히 보아왔다.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보수재건 3원칙 중 탄핵에 관련된 사항을 정리하지 못하고 한국당내 친박 강경 세력이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면 보수진영이 단일대오로 집권세력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연합정치의 긍정적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중도보수와 개혁보수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쓰이는 것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보수진영이 추구하는 중도와 제3지대의 중간지대란 의미에서의 중도라는 단어의 차별성을 발견하기도 어렵다.집권여당의 지지율이 안정적 상승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야권이 초조한 나머지 민생과 정책적 공감대 보다는 선거공학적 연대 및 통합에 집착한다면 결국 지분과 공천 다툼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총선때까지 남은 90일이면 선거국면에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수야당과 진보야당 모두 최소한의 명분과 유권자를 의식하는 성숙한 자세로 정계개편에 임할 때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20-01-13 경인일보

[사설]억지로 특성화고 가야하는 일반고 지원생

인천지역 일반고(인문계) 입학전형에서 해마다 수백 명의 응시생이 낙방하는 관행이 올해도 이어졌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탈락자는 매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고입배정예정인원을 1만7천36명으로 확정했다. 일반고 탈락 인원은 312명이며, 올해 지원자 수는 1만8천222명(자사고, 외고 지원자 등 포함)이었다. 탈락 학생들은 중학교 내신에 근거해 성적 역순으로 구성됐다.인천시교육청은 올해 평준화 일반고 지원자 312명을 탈락시킨 가장 큰 이유로 특성화고(직업계고)와 섬·농어촌 지역 특수지 일반고 학생 모집에 대한 결원을 꼽았다. 탈락 학생들은 특성화고나 섬·농어촌 지역 특수지 일반고 추가모집을 통해 진학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도 수백 명의 학생이 '울며 겨자 먹기'로 특성화고로 진학하게 된 것이다. 인천지역 일반고 탈락자는 학령인구 감소추세와 상관없이 2015년 545명, 2016년 209명, 2017년 373명, 2018년 332명, 2019년 229명 등 매년 수백 명에 달했다.인천지역 특성화고는 지원자 부족으로 매년 200~500명 학생의 결원이 생기고 있다.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모집에 앞서 지난해 12월 초에 진행한 고입 전형에서 특성화고는 540명, 특수지 일반고는 332명의 결원이 생겼다. 시교육청이 수년간 산업수요와 학생 선호도 등을 반영해 특성화고 학과개편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미달 된 것이다. 지원자가 없어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를 일반고 탈락 학생으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 지원은 2, 3학년을 대상으로 확대되며, 내년엔 전면 실시 된다. 이처럼 교육 복지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성적에 의해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받는 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교육계에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닌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 실질적인 특성화고 학과 개편, 일반고·특성화고 동시 모집 등 다양한 방식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청과 지자체만의 힘으로 문제 해결에 역부족이라면 이를 정부의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학생들의 적성과 관심을 진학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진로·직업교육과 특성화고 개편이 시급하다.

2020-01-13 경인일보

[사설]미봉책에 불과한 수도권 생활쓰레기 반입 총량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올해부터 생활쓰레기 반입총량제를 실시중이다. 수도권매립지에 생활쓰레기를 반입하는 경기·인천·서울 등 3개 광역단체의 64개 시·군·구는 이에따라 올해부터는 2018년 생활폐기물 반입량의 10%를 줄인 양만 매립지에 반입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다음해 반입수수료가 두배로 오르고, 반입 자체를 거부당할 수 있다. 경기도는 2018년 대비 3만6천t, 인천시는 1만1천t, 서울시는 3만1천t의 매립지 반입 생활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당연히 수도권 일선 지자체들은 수도권매립지에 가져다 묻었던 생활쓰레기 중 10%를 어떻게 줄일지를 놓고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생활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도민 캠페인을 벌이고, 인천시는 쓰레기 봉투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산하 지자체의 생활쓰레기 반입 목표량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생활쓰레기를 감축할 현실적인 대안인 쓰레기소각장 신설 계획은 지지부진하다. 경기도는 내구연한이 지났거나 직면한 도내 26개 소각장을 대체할 소각장 신·증설에 난항을 겪고있다. 인천의 청라소각장 현대화사업, 계양구 광역소각장 신설사업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 민원 때문이다.매립지관리공사의 생활쓰레기 반입총량제 시행은 고육책이자 미봉책이다. 현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사용연한이 급증하는 생활쓰레기 반입으로 2025년 8월에서 9개월이나 앞당겨지자, 지난해 3개 시·도가 일단 사용연한 연장을 위해 생활쓰레기 반입량 감축에 합의한 것이다. 여기에 2025년 이후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주장하는 인천시의 강경한 입장에 따라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시간벌기용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하지만 수도권 쓰레기 처리 문제는 생활쓰레기 반입총량제라는 고육책과 미봉책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천시의 주장대로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하려면 올해 당장 대체매립지를 선정해야만 2025년 이후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현재의 수도권매립지를 연장사용하려면 이 또한 올해 부터 3-2 매립지 기반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두 개의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하건 친환경 매립을 위한 3개 시·도와 산하 기초지자체의 소각장 및 전처리시설 신·증설이 진행돼야 한다.수도권 광역, 기초지자체가 서로의 이해를 앞세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정부가 앞장서 종합하고 조율해야 할 현안이다. 수도권 쓰레기 처리 문제는 미봉의 시간이 지난 지 오래다.

2020-01-12 경인일보

[사설]나랏빚, 퍼주기가 아니라 성장잠재력 향상에 써야

지난해 나랏빚이 4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국채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발행액 합계에서 상환액을 뺀 부채 순증액이 2015년 78조5천억원, 2016년 38조2천억원, 2017년 35조5천억원, 2018년 15조6천억원 등으로 감소했는데 작년에는 51조6천억원으로 급증한 것이다. 재정수지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작년 11월까지 누적세수는 276조6천억원으로 재작년 11월 대비 3조3천억원의 세수입이 감소했다. 작년도 나랏빚은 중앙정부 700조원 등 대략 1천500조원이다.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을 편 것은 설상가상이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를 합친 나랏빚이 연평균 37조원씩 늘었지만 2020~2023년에는 연평균 82조원으로 과거 대비 무려 2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작년 10월에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근거로 "2020년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지 않아 건전성 면에서 OECD 국가들 중 최상위"임을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재정을 곳간에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린다"고 언급했다.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미국(107%), 일본(224%) 등에 비해 매우 양호하다. 선진국(OECD) 평균 110.5%에도 한참 못 미친다. 게걸음 내수부진으로 확장재정의 당위성이 있는 데다 저금리로 이자부담도 적다. 앞으로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면 기준금리(1.25%)를 더 낮출 수도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가부채비율이 2023년에 46.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낮은 나랏빚 비율에 집착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어 걱정이다.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은 '빚은 공짜가 아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초저금리시대에 빚을 내서라도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우나 신흥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만 넘어도 위험확률이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같은 개발강소국들은 나랏빚이 약간만 늘어나도 대외신인도가 나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양호한 국가채무비율은 5천만 국민의 최후보루이다. 무차별적인 재정살포 대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의 안정적 재정운용이 정석이다. 총선용 퍼주기 의혹 또한 커지고 있다. 배 밭에서 갓끈 고친다는 오해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2020-01-12 경인일보

[사설]학교의 정치화는 반드시 막아야

만 18세까지 선거 연령을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는 14만여명이 새로 유권자가 됐으며 경기지역 3만5천여명, 인천 8천여명의 학생도 유권자가 됐다. 우려했던 대로 4·15 총선 예비 후보들이 너도 나도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출몰'해 학교 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고등학교 졸업식을 정치인들이 놓칠 리 없다.당장 교육계 양대 단체 중 하나인 교총은 학교·교실 내 선거운동 및 정치활동을 금지·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법 등 관련법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후폭풍은 이미 예견됐었다. 김대년 전 선관위 사무총장은 2017년 9월 국회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려면 많은 규제 조항을 둬 교육 현장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권순일 선관위원장도 2017년 12월 "교육 시설을 선거운동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4+1 협의체'는 학교의 정치화를 막을 보완 입법 없이 선거 연령만 낮췄다.교육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선거교육을 위한 공동추진단을 구성하고, 3월 전에 선거법 위반방지 사례집 배포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고3 학생들을 살벌한 선거판에서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정 교원단체와 학생들의 갈등을 빚은 인헌고 사태가, 선거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한국 선거판의 악폐를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선거법 시비에 휘말릴지 짐작 조차 못할 상황이다.선거연령 인하가 시대의 추세이고 18세 청소년의 성숙한 정치의식을 신뢰한다 해도, 학교 현장을 정치판에서 보호해야 할 기성세대의 의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재의 선거법과 정당법대로라면 총선 후보들의 고교 유세를 막을 수 없고, 18세 청소년의 정당활동도 제한할 수 없다. 학교의 정치화를 막을 관련법 개정은 물론, 선진국처럼 18세 전에 고등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학제변경도 장기적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와함께 학교 정치교육의 대원칙도 마련해야 한다. 강제적 주입식 교육을 막고, 사회적 현안의 논쟁성을 인정하며, 학생의 자율적 역량을 보호하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참고할 만하다.

2020-01-09 경인일보

[사설]공수처의 어두운 미래 보여준 윤석열 고립 인사

정부가 결국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모조리 잘라내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했던 인사였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수사지휘 검사들을 잘라내는 인사가 불러 올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가 검찰 인사의 폭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실낱 같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가 무색해진 윤석열 고립인사는 철저하고 빈틈없이 단행됐다.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합법적인 인사권 행사를 강조했지만, 검찰의 수사독립을 정면으로 무시한 이번 인사의 옳고 그름의 문제는 반드시 가려야 할 정치적, 사법적 과제로 남을 것이다.더 우울한 일은 이번 '윤석열 고립인사'를 통해 올해 중에 신설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어두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점이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에 대해 좌고우면 없이 수사권을 행사한 검사다운 검사로 유명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 당한 이유도, 현 정권 들어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고 그 결과로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도,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한 전력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당부한 것도, 윤 총장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변한 것이 없는데, 청와대 발 권력비리 의혹이 발생했고, 정부는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고립시켰다.정부가 합법적 권한을 내세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중인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는 인사를 단행하는 정치현실에서,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범죄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가 본연의 임무를 중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공수처장은 인사추천 과정을 거치지만 여권의 구상대로라면 범여 1, 2 정당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정권 입맛에 맞는 처장을 임명할 수 있고,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속한다. 인사추천과정만 거치면 공수처장 통제권이 오로지 대통령에게 속하는 것이다. 이런 공수처에 검·경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는 순간 부터 보고를 해야 한다.검찰은 인사권으로 무력화시키고 무소불위 공수처는 사실상 대통령 직할기구로 전락한다면,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정권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우려가 높다. 이번 검찰 인사로 인한 정치적 사법적 부담은 정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공수처를 정권과 정치로부터 독립시킬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작업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마자 착수해야 한다.

2020-01-09 경인일보

[사설]소방관 생명줄 공기호흡기, 안전기준 있기나 하나

지난해 경인일보가 보도한 핵심소방장비인 공기호흡기 납품 부조리 의혹은 충격적이었다. 사실상 공기호흡기 조달을 독과점한 '(주)산청'이 공기호흡기 밸브를 자체 생산제품으로 장착하기로 설계 검사를 받은 뒤 하청업체가 제작한 미인증 밸브를 장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소방청이 국비를 투입해 진행한 'HUD(전방표시장치) 공기호흡기' 개발사업에 산청의 구형 특허기술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산청이 HUD 공기호흡기 납품독점권을 2023년까지 획득한 사실도 지적했었다.하지만 보도 이후 소방관의 생명줄인 공기호흡기 안전기준이 정비됐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안전기준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지난 연말엔 공기호흡기의 공기잔량 경보장치 작동기준에 미달되는 공기호흡기가 소방관에 지급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 경보장치는 공기호흡기내 공기압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소방관이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화마 속에서 소방관을 지켜줄 필수장비다. 형식승인 기준 공기압은 75bar다. 하지만 실제로 대량공급된 공기호흡기의 경보기준은 55bar였다.55bar 기준은 75bar에 비해 약 3.4분 경보가 늦게 울린다. 소방관은 이 시간만큼 화염속에서 더 버텨야 한다. 경보기준 55bar 공기호흡기를 공급한 업체는 한컴라이프케어다. 미인증 밸브 장착 공기호흡기를 공급했던 (주)산청이 매각돼 사명이 변경됐다.또 최근에는 공기호흡기 제품기준에 방폭인증 조건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등 선진국은 공기호흡기의 전기회로가 화재현장에서 폭발 점화원이 될 수 있어, 공기호흡기 방폭인증을 제조 필수조건으로 규정했다. 방폭인증을 받은 제조업체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소방당국은 공기호흡기 표준규격에 방폭 인증을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소방관 공기호흡기 조달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은 미인증 밸브와 형식승인 기준을 어긴 공기잔량 경보장치를 장착한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했다. 하지만 제품 제조기준을 만들고 검증해야 할 소방산업기술원과 최종적으로 소방관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소방청은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는데 그치고 있다. 소방관 안전확보가 사명인 공공기관과 정부조직이 위험한 공기호흡기 제조기준과 조달시장을 유지하는 이유를 철저하게 파헤칠 때가 됐다.

2020-01-08 경인일보

[사설]하도급이 부른 타워크레인 참사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인명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3일 인천의 신축공사현장에서 해체작업 중인 30m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작업중인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타워크레인 사고로 2016년에 10명이 숨졌고, 2017년에 한 해 동안 17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가 타워크레인 작업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58억원의 예산을 들여 크레인 설치와 해체를 실습하는 교육장까지 인천에 만들었지만 인명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타워크레인은 상당한 높이와 크기, 무게를 지닌 구조물이기 때문에 높을수록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한 중장비다. 만약 기둥 내부에 구조적 결함이 있거나 다른 중장비와 충돌 등 외부요인으로 조금만 흔들리게 되면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져 기둥이 부러지거나 휘게 된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기계설치 전문 비계공들이 크레인을 올리거나 해체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두 달 전 안전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아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사고원인으로 보인다.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대책이 필요하다.타워크레인 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 건설공사가 고층화되면서 타워크레인 수는 급증하고 있으나 고령자가 많은 기계설치 전문 비계공 인력은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이 수급의 불균형 때문에 날림작업이 빈번하고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하도급과 재하도급 문제이다. 공사현장에서 크레인 등 중장비를 최저가로 입찰해 하도급을 주다 보니 업체는 비용절감과 작업 공정률에만 매달릴 뿐 안전은 뒷전이다.이번 사고의 사상자도 모두 시공사가 계약한 크레인 해체 협력업체에서 다시 하청을 받은 노동자들이었다. 현장에 꼭 필요한 신호수 배치나 현장 관리감독 체계, 작업자 간 소통 등의 절차는 생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현장직원도 대부분 계약직이어서 근로자들의 작업을 실제로 통제하기 힘든 실정이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작업팀도 작업량에 따라 보수를 받기 때문에 작업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건축현장을 비롯한 대형공사에 타워크레인의 하도급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2020-01-08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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