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지자체 상대 수천억 소송, LH 대승적으로 풀어야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금 수천억원이 걸린 소송을 진행 중이다. 10여년 이상 진행된 소송의 성격상 그 전말을 소상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핵심은 이렇다. 일정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개발사업자는 1995년 제정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거나 폐기물부담금을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 한다. 폐기물부담금 부과 주체는 물론 지자체이고, 납부의무자는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독점해 온 공기업 LH였다.하지만 LH는 이 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2기 신도시사업부터 지자체들을 상대로 폐기물부담금 취소 소송을 개시했다. LH는 특히 폐기물처리시설 내 주민편익시설 설치비, 폐기물처리시설 지하화 비용을 부담금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LH의 손을 들어주어 지자체들은 이미 납부받은 폐기물부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토해냈거나 내야 할 형편에 몰렸다. LH의 소송에 걸린 지자체가 경기도 11개를 비롯해 전국 19개에 달하고, 하남시 한 곳의 소송금액이 1천345억원이다. 도내 3개 지자체는 최고 수백억원을 토해냈고, 8개 지자체도 법원 판결 추세상 부담금 부과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동병상련의 지자체들은 폐촉법 개정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5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폐촉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업시행자에게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과 폐기물처리시설 지하화 비용을 부담시킨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법은 향후 공동주택개발사업부터 적용된다. 최근 지정된 3기 신도시도 해당되지 않는다. 개정법은 LH의 부담 확대가 정당하다고 했지만, 과거의 부당한 소송은 막지 못한다. 그 결과 지자체들은 개정법에 따르면 당연히 납부받아야 할 부담금을 포기해야 한다. 그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시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국민 인식은 계속 엄격해지는 추세다. 지자체들이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와 시설 자체를 지하화하는 비용을 폐기물부담금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결과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LH는 사업 자체를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를 대행해 공공주택 공급을 독점하는 LH가 사업진행을 위해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한 뒤, 사업을 마치면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벌이는 일 자체가 위선적이고 편법적이다. LH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개정법 취지에 맞추어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2020-06-02 경인일보

[사설]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근대건축물 보전

인천의 도시변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근대건축물 하나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부평미군기지 인근에서 영업한 '미군클럽' 중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드림보트클럽' 건물이 최근 철거됐다. 이 건물은 문화역사전문가들로부터 일제 침략 이후 미군이 상주하며 생활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유일한 근대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이 반환되는 것과 맞물려 미군기지 맞은편인 '신촌'의 역사를 상징하는 유일한 건물이 철거된 것이다.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4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사실 낡고 오래된 건물은 도시화에 밀려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드림보트클럽' 또한 언젠가는 철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기록화 작업 등 이 건물에 깃든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시도조차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점이다. 이 건물 뿐만이 아니다. 개항기 이후 외국과의 교역 중심지였던 만큼, 다양한 근대건축물과 근대산업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에서는 이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천 최초의 소아과로 알려진 신포동 자선소아과를 비롯해 근로보국대합숙소, 조일양조장과 동방극장, 비누공장이었던 애경사 등 과거 인천시민들의 생활상과 개항기 인천의 주요 산업상황을 알 수 있는 근대건축물의 철거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공교롭게도 이들 건축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부분 주차장이 들어섰다.'드림보트클럽' 철거가 특별히 아쉬운 것은, 무분별한 근대건축물 철거 방지를 위해 마련된 제어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사례라는 점이다. 부평구는 지난해 근대건축물을 지키겠다며 구가 직접 향토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이 조례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근대건축물이라는 평가 속에 인천시립박물관이 '인천 근·현대 도시유적'에 포함시킨 '아베식당'이 철거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드림보트클럽' 철거는 이 조례가 무용지물임을 보여 준 셈이다.문화재가 아니면서 보존가치를 인정받는 근대건축물의 상당수는 개인 소유이다. 이 때문에 현행법상 지자체 차원에서 철거를 막기가 어려운 것은 맞다. 이러한 현실의 벽을 극복할 수 있는 보존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0-06-02 경인일보

[사설]모두가 패자인 화성 태안3지구의 불행

한국토지주택공사(LH) 화성사업본부가 지난달 초 화성 태안3지구 내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를 분양한다는 공고를 냈다. 총 122필지, 3만1천㎡를 협의양도인택지 공급대상자로 선정된 원주민들에게 우선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토지보상 이후 16년 만이다. 2003년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된 뒤 민원 발생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재개되는 과정에서 사업주체인 LH와 주민, 지자체 모두 피해자가 됐다. 그 사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은 죽거나 늙었고, 가정이 파탄되는 등 고통을 겪었다. 공기업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 빚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승자가 없는 태안3지구의 불행은 무리한 사업 추진에서 비롯됐다. 옛 대한주택공사는 1998년 송산동과 안녕리 일원 118만8천㎡를 공영개발해 아파트와 단독주택 3천800가구를 짓기로 했다. 2003년 개발계획 승인에 이어 2004년 토지 보상에 나섰다. 하지만 공사에 착수해 공정률 10%인 시점에서 사업이 중단됐다. 지구 인근에 산재한 문화재가 암초였다. 지구 인근에는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국보를 소장한 용주사,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만년제가 산재해 있다. 지구지정을 철회하라는 시민단체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이겨낼 수 없었다.애초부터 택지개발에 부적합한 지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사업은 계속 추진됐고, 정부는 2009년 중재안을 내놓았다. 한옥숙박시설(3만㎡), 근린공원(32만㎡), 역사공원(12만㎡)이 사업 계획에 포함됐다. 이후에도 8년간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했고, 2017년에야 택지조성공사가 본격화됐다. 2018년 원주민들은 경기도, 화성시, LH를 상대로 사업 지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1인당 최대 1억9천만원)을 제기했다. 법원은 개발과정에서 문화재를 간과한 사실은 인정되나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패소한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8천만원의 소송 비용만 떠안을 처지가 됐다.16년 세월이 흐르면서 원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보상금은 어느새 사라졌고, 빈손이 되자 이런저런 불행이 닥쳤다. 원주민들이 자기 돈으로 택지를 공급받을지 걱정인 상황이다. LH도 보상비와 금융비용 등의 부담으로 수천억원 적자를 볼 처지가 됐다. 지역과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했던 태안3지구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송비까지 내야 할 처지인 원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정책적 배려와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2020-06-01 경인일보

[사설]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의 교훈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5월30일 인천시 서구 지역의 가정집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중구 영종과 강화 지역으로까지 번진 붉은 수돗물 사태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며 사태의 원인 분석에서부터 수습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었다. 사태 발생 1년이 지난 지금은 사태를 은폐하려고 정수장 탁도계를 임의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에 대한 재판만을 남겨두고 있다.1년이 지났지만 붉은 수돗물 사태는 행정기관의 신뢰와 관련 기관의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태가 발생하자 피해 지역 주민들은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음식도 만들어 먹지 못하는 등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되는가 하면 지역 병원에서는 생수 구입에 애를 먹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사태 초기 "수질검사 결과 적합판정이 나왔으니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식의, 주민정서와 동떨어진 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사태 발생 후 5일이 지나 인천시의 공식사과가 나왔지만 한번 실추된 행정에 대한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는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탁도계에 이상이 발견됐는데도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총체적 부실은 2개월 넘게 이어진 사태 장기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사태수습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보상 부문에 투입된 혈세만 수백억원 규모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보상금은 67억원, 피해 가구에 면제해준 상하수도 요금은 270억원에 달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붉은 수돗물 사태가 결과적으로 인천시 상수도 행정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최근 붉은 수돗물 사태 1년을 맞아 내년까지 527억원을 투입해 '수돗물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부터 정수장은 물론 배수지 수질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수질 민원만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워터케어' 공공서비스를 도입하는 것 등이 골자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인천시는 국내 상수도 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각오로 획기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2020-06-01 경인일보

[사설]21대 국회 협치로 입법권력의 권위 세워야

21대 국회가 출범했다.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지난 30일 개시된 것이다. 21대 국회는 민주화 이후 전례 없었던 실험적 국회가 될 전망이다. 여당이 지난 총선에서 전대미문의 압승을 거두었다. 그 결과 21대 국회 의석분포는 전체 300석 중 범진보·범여권이 190석(더불어민주당 177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2석), 범보수·범야권이 110석(미래통합당 103석, 국민의당 3석, 무소속 4석)이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당체제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민주당이 입법권력인 국회를 장악한 구조이다.민주당은 개헌 빼고는 법안, 예산안 처리를 마음 먹은대로 할 수 있다. 통합당이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반대 발언과 국정조사권 외에는 없다. 반대 발언은 회의록에만 남을 뿐이고, 국정조사권을 발동해봐야 조사위원회의 운영은 여당에 넘겨줘야 한다. 이러한 국회지형은 민주당이 국회의 견제 권한을 포기하면 입법, 행정, 사법의 3권분립을 토대로 한 대한민국 민주질서가 무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결국 21대 국회 운명은 초거대 의석을 지배하는 민주당이 이처럼 특별한 상황을 민주적으로 관리할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하지만 조짐은 썩 좋지 않다. 민주당은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직 획득에 올인하고 있다. 법안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를 관행대로 야당에게 주면 입법이 정략에 막힐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여야가 상임위를 배분하던 관행을 철폐하거나, 법사위의 법안 체계심사 및 자구심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야당을 압박 중이다. 야당은 이에 맞서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개원국회 보이콧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이러한 여야 대치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3차 추경도 정부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규모로 해줄 수 있다. 공수처 7월 출범 및 공수처장 임명도 마찬가지다. 당정회의에서 논의된 모든 현안을 뒷받침할 모든 법안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 대의기구의 정도인지 국민들은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민주당이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야당의 가치를 인정할 때 국회는 통크게 굴러갈 수 있다. 민주당은 스스로 국회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야당의 견제를 존중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국회운영 제1원칙으로 삼기 바란다.

2020-05-31 경인일보

[사설]응급환자 수술 못하는 백령도의 의료환경

지난 15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에서 20대 여성이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이 여성은 오전 11시40분께 사고를 당했으나 오후 10시께야 응급수술을 받았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헬기가 뜰 수 없었고,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은 해군 고속정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야 했다. 10시간이 지난 뒤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는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폐렴 증세를 보인 70대 여성이 헬기가 아닌 군 경비정에 실려 이송되기도 했다. 섬 주민들은 열악한 응급의료체계에 분노하면서 의료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5천244명이 거주하는 백령도의 의료기관은 인천의료원이 운영하는 백령병원이 유일하다. 지난 2014년 개원했고, 상근 의사 2명과 공중보건의 8명이 근무한다. 전문의는 9명이지만 심각한 외상 환자를 응급 수술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상근 전문의 진료과목이 마취과와 치과이기 때문이다. 한때 내과 전문의가 있었으나 지난해 퇴직 이후 후임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과 지역사회는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후진적 의료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다. 지난 2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섬 내 자체 응급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료팀과 다양한 진료과를 배치해 달라"는 주민 청원이 올라왔다.뒤떨어진 의료환경을 개선하려는 정부 당국과 의료계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에 응급환자를 위한 의료 설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백령병원은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협진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군부대 의료인력과 협업체계를 강화해 공공의료 수준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인력과 장비가 확보돼야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백령도 주민들은 지난 3월 공적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했다. 안보의 상징인 서해 최북단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변변한 의료시설도 없어 응급수술이 불가능한 의료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해5도 주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고를 당한 응급 중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후진국형 사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료시설 확충이 급하고도 절실하다. 단기 처방으로 전문의를 확보하고 의료장비를 보강해야 한다. 주민 눈치를 보며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2020-05-31 경인일보

[사설]'20년간 1건 발의됐다'는 주민 조례청구제

주민 조례청구제는 지역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주민감사청구제, 주민투표 주민소환과 같은 주민참여제도의 하나다. 온라인 주민참여조례 시스템 등을 통해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조례 제정이나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 21년이 되도록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무관심, 높은 문턱이 걸림돌이라고 한다. 주민의 직접 참여 확대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 조례청구제를 통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민들이 직접 조례안에 대한 제·개정과 폐지를 청구한 건수는 모두 269건으로, 연평균 13.5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역과 기초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 수가 243개인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당 1.1건인 셈이다. 경기도의 경우 20년간 도민들이 청구한 조례안은 1건에 불과했다. 인구가 많은 도의 특수성으로 기본 요건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1천300만명이 넘는 도의 경우 만 19세 이상 청구권자의 100분의 1 이상인 10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조례청구제가 활성화되면 지역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조례가 제정돼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민원을 상당 수준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이해관계에 얽혀 집행부나 의원들이 논의조차 하지 않는 분야의 다양한 조례들이 발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마침 불합리한 조항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기준 나이를 19세에서 18세로 낮추고 서명 인원을 5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관심과 지원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조례청구제가 활성화되면 지방행정에 다양성을 보태고 주민 직접 참여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사안도 지자체 사정에 따라 적용을 달리할 수 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도 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 제·개정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조례를 직접 발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최근 화성시의회가 '화성시 조례입법 지원 조례안'을 의결해 시민을 대상으로 자치법규 교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다.

2020-05-28 경인일보

[사설]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

지난 26일 열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시회에서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이 제출한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이 채택됐다. 전국시도의회가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인천에서는 감염병 전문병원의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인천시의회는 이번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시회에 앞서 이미 지난 3월 독자적으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같은 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지난 4월 코로나19 방역태세 점검차 인천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영종도에 감염병 전문기능이 포함된 종합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천에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요구가 잇따르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감염병 유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바로 인천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으로, 매년 5천만명의 입국 검역대상자 중 90%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이었다. 지금도 인천공항에는 해외 감염자들의 입국이 잇따르고 있다. 방역 전선의 최전방에 위치해 있는 만큼 그 어느 지역보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도시인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공항 인근에 항공 재난이나 감염병 유입을 대비해 응급 의료 체계를 갖춘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하지만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요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천·중부·영남·제주 등 4개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으나 인천은 제주와 함께 지난 3월 2020년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배제됐다. 타 권역 모두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지역인 것은 분명하지만 인천이 배제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정서다. 이번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채택된 건의안은 국회와 해당 중앙부처에 전달될 예정이다. 국회와 해당 부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슷한 혼란이 왔을 때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자세로 '인천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건의안'을 다루기 바란다.

2020-05-28 경인일보

[사설]지자체는 '슬기로운 살림살이' 고민해야

용인시가 내년에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곳간 사정은 빠듯한데 쓸 돈은 늘면서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1천억원이 추가 소요된 게 영향을 미쳤다. 현 상황으로는 정상적인 사업비 확보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시는 과거 경전철 사업 과정에서 파산위기에 몰렸다가 4년여 만에 정상 궤도로 복귀한 아픈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지방채 발행에 대한 거부감이 큰 실정으로, 실제 발행에 나설 경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시가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지출 규모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올해 본 예산 규모를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2조4천492억원으로 책정했다. 경기 침체 등으로 긴축예산을 편성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는 긴급재난기금 1천8억원 외에도 초·중·고 돌봄지원비 137억원을 지원했다. 또 소상공인과 학원, 어린이집 지원 등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시의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긴축 재정을 통해 지출을 줄이더라도 지방채 발행 없이 내년도 사업예산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시 판단으로 보인다.이 같은 실정은 경기·인천지역 기초지자체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지자체들은 이에 따라 경상비를 줄이고 사업비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추가 지출에 따른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남양주시가 마지막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지 못하겠다고 버틴 이유는 재정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80% 시민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했으나 지자체들의 절박한 현실을 일깨워줬다. 현재까지는 아끼고 줄여서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만 결국은 용인시와 마찬가지로 다른 지자체들도 지방채 발행 여부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다.용인시는 과거 무리하게 경전철 사업을 벌였다 파산 위기를 겪었다. 4년여 만에 극복했지만 시유지를 팔고 사업비를 없애거나 줄이는 등 지역과 시민이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성남시도 한때 시장이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정도로 재정사정이 나빴다. 재정 운용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들이다.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규모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지원금을 주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비난을 감수한 남양주시장의 뚝심과 소신이 평가를 받았다. 각 지자체가 '슬기로운 살림살이'를 위해 더 고민해야 할 때이다.

2020-05-27 경인일보

[사설]기본 방역수칙도 안지킨 쿠팡 발 코로나 쇼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 동안 40명이 늘었다. 서울 19명, 인천 11명, 경기 6명 등 대부분 수도권 확진자다. 2천600만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감염 대란이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확진자 증가세는 지난달 8일 53명이 발생한 이후 49일 만이다. 예사롭지가 않다. 확산세가 끝날 듯하면 다시 늘어 나는 등 마치 하나의 패턴을 그리듯,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국민도 방역 당국도 지쳐간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확산세는 충격 그 자체다. 이곳에서만 그동안 확진자가 36명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을 확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첫 확진자가 오래전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도 '아프면 3~4일 쉬면서 증상을 지켜보는 것'이란 가장 기본적 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물류 특성상 배달지역을 따라 점차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부천에서는 고3을 제외한 전체 251개교가 예정된 등교를 잠정적으로 연기했다. 학부모도 방역 당국도 교육 당국도 불안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최근 코로나 19는 확진자가 주로 젊은 층으로 무증상이나 경증 상태에서 감염되고 있다. 이미 조용한 감염자에 의한 n차 감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 증후군, 이른바 '어린이 괴질'의심 사례도 서울에서 2건이나 신고돼 방역 당국과 학부모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생활수칙 지키기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이제 코로나 19 는 일상적으로 걸리는 감기처럼 은밀하게 자리 잡고 있다가 불쑥 튀어나온다. 이는 여기저기에 '조용한 전파자'가 산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코로나 19의 완전한 퇴치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코로나 19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이제는 코로나 19가 발생 초기에 가졌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역태세를 확고히 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이 예시한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코로나 19는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젠 장기전에 대비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0-05-27 경인일보

[사설]한세대 노사, 갈등 해소위해 머리 맞대야

군포시 소재 한세대학교의 내홍(內訌)이 장기화하고 있다.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지난 3월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2개월 넘도록 쟁의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또 현 총장과 이사인 아들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총장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습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는 부총장을 총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면직 처리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교 측은 일부 사안에 총장 대신 아들이 나섰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중재에 나섰으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세대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인 아들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경기중부지부와 지역 시민단체, 대학노조 경인강원본부, 한세대 교수노조, 직원노조 대표와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공대위 측은 이날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총장은 단 한 번도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채 사태 해결을 위한 그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총장 등 성명문을 발표한 일부 교직원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고 성토했다. 총장의 일방적인 독주와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한세대 사태의 핵심은 총장의 독선과 세습 여부다. 특히 김성혜 총장이 셋째 아들에게 총장직을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이 갈등을 증폭시켰다. 아들은 지난 해 7월 법인 이사로 등재된 이후 학교 행정 전반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이에 따라 총장과 가족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법인이 무력화된 실정으로, 총장직을 아들이 승계할 것이란 전망이다. 총장의 독선과 학사 행정에 대한 불만도 크다. 학교 측이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비정규직 청년 장애인을 해고했으며 임금협상을 불이행하는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이다.대학의 내부 갈등은 외부 개입 없이 스스로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 다만 학생과 지역사회에 피해를 입힐 정도가 돼서는 안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역사회가 나선 마당이다. 내부 사정이 어떻든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측은 특히 아들에 대한 총장직 세습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노사는 진정성을 갖고 마주 앉아야 한다. 그래야 장기 교착상태를 딛고 정상화할 수 있다. 언젠가 해결될 것이란 안이한 태도는 사태를 더 악화할 뿐이다.

2020-05-26 경인일보

[사설]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음모론과 조롱

엊그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은 대표적인 위안부 운동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그리고 두 단체를 이끌어 온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할머니는 진심을 담아 논리정연하게 정대협과 윤 당선자의 위선을 고발했다.하지만 윤 당선자는 잠행하며 침묵하고,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의 함구령을 풀지 않고 있다. 당사자의 침묵과 거대여당의 방관은 이 할머니에게 모욕적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 할머니를 향해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골적인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대표적인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는 어제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며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게 아니냐"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이번 일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일부 극우세력"이라고 했다. 이 할머니를 배후의 조종을 당하는 꼭두각시 쯤으로 본 셈이다. 역시 친여 인사인 최민희 전 의원은 "이 할머니가 윤 당선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왜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시는지 솔직히 납득 안된다"고 할머니의 고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한 친여 네티즌들의 조롱은 목불인견 수준이다. 유튜브 등엔 이 할머니에게 "토착왜구가 맞네" "친일파네" "뒷배가 누구신지" 등 극단적 혐오표현이 넘쳐났다. 일본장교와의 성행위를 자랑 중이라는 조롱에 이르면 분노가 솟구친다. 이들이 지키려는 진영의 이익이 무엇이기에, 역사적 피해자이자 구순을 넘긴 할머니를 향해 패륜적 조롱을 서슴지 않는 것인가. 같은 회계부정 의혹임에도 윤 당선자의 정의연은 옹호하고 광주 나눔의집은 비판하는 진보 시민단체들의 이중적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이 할머니의 고발로 불거진 윤 당선자와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서두를 정도로 구체적이다. 윤 당선자의 해명은 당연하고, 소속정당인 민주당은 해명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지난 6일 공직선거법 위반, 정당의 공직자 추천업무 방해 혐의로, 사실상 자당 소속인 양정숙 당선자를 고발했다. 지금 민주당이 그 민주당이 맞는지 묻고 싶다. 윤 당선자의 침묵과 민주당의 방관 속에, 이 할머니가 진보진영 일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

2020-05-26 경인일보

[사설]이용만 당했다는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이 답할 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어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1차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관련 대표 시민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전 정의연 이사장 윤미향 당선자의 국회 진출을 비판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사례가 속출하고, 윤 당선자의 관련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이 할머니는 고령 탓인지 목소리는 떨렸지만 논리적인 발언과 비상한 기억력으로 정의연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윤 당선자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밝혔다. 할머니는 우선 정대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30년 동안 이용해왔다고 단정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두의 고명으로 쓰고, 김복동 할머니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이용했다"며 정대협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윤 당선자를 용서해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런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번 안아달라고 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안아줬다"는 것이다. 안성 쉼터를 비롯해 각종 기부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단호하게 촉구했다.이 할머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역사교육을 통해 양국의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알고 대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지였다. 이는 정대협이나 정의연이 마땅히 지향했어야 할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방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정리하자면 이 할머니는 정대협과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단체의 이익만 꾀했고, 따라서 윤 당선자는 용서할 수 없으며, 검찰은 드러난 의혹들을 수사하고,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의 향후 운동방향이 미래세대에 대한 역사교육임을 논리정연하게 밝힌 것이다. 구순을 넘긴 이 할머니가 정의연과 윤 당선자에 대한 비판에 사리사욕을 담았을 것으로 보기 힘들다.이제 윤 당선자가 공론장에 나와 답할 차례가 됐다. 당과 친여시민단체의 비호와 곧 획득할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신을 가리기에는 사태의 전개가 심상치 않다. 구순을 넘긴 이 할머니가 두 차례나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을, 국회의원 신분이 될 윤 당선자가 외면하면 도리가 아니다.

2020-05-25 경인일보

[사설]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에 놀아난 SL공사

수도권매립지 환경피해지역의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이하 협의체)의 깜깜이 예산운영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협의체 구성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협의체 운영비 감사가 서류 한 장 들춰보지 못한 채 끝나버린 것이다. 협의체에 매년 5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는 지난달 협의체 운영예산을 포함한 대외홍보처 종합감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30여억원이 투입됐음에도 불구, 베일에 가려있던 협의체의 예산운영 실태가 밝혀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특히 올해 초 협의체가 관할지역 경찰에 고급 골프의류 등 수백만원대의 물품을 건네 물의를 일으킨 것을 계기로 협의체 예산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터라 이번 감사는 수도권매립지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하지만 정작 감사에 착수한 SL공사는 협의체 측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말았다. '이번 감사는 협의체 운영비에 특정한 게 아니고 대외홍보처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였기 때문에 이대로 종료하기로 했다'는 게 SL공사측의 설명이다. 물론 협의체가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맞다. 협의체는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교체, 자료 인멸 의혹까지 샀다.SL공사는 이번 일로 협의체에 철저히 놀아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애초 운영비 집행 실태를 점검해 줄 것을 요구한 주체가 바로 협의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협의체는 경찰관에 대한 금품 제공 사실이 알려진 후 비난 여론이 들끓자 마치 자정노력을 하는 듯한 액션을 취하다 정작 자료 제출은 거부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에 SL공사는 공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대응하며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감사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엄밀히 말해 SL공사가 협의체에 지원하는 운영비는 수도권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협의체의 운영 예산은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수수료로 조성되는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 총액의 5% 범위에서 편성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종량제쓰레기봉투값이 주 재원인 셈이다. 혈세나 다름없는 돈을 주면서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관리조차 못하는 SL공사에 대해 대수술이 시급해 보인다.

2020-05-25 경인일보

[사설]방역수칙 앞장서 무시한 인천시와 화성시의회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으로 전국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인지역 공직사회에서 방역수칙을 앞장서 무시한 일이 속출해 비난을 사고 있다. 한 공중파 방송 드라마 제작업체는 지난 20일 오후 7시부터 인천시청 앞마당(인천애뜰)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7시간 동안 드라마 촬영을 진행했다. 드라마 촬영 특성상 방역수칙인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인천애뜰이 인천시가 같은 날 고시한 집합행위 금지 대상지역으로, 고시를 어긴 집합행위는 벌금 300만원을 물어야 한다.인천시가 집합행위 금지조치를 고시한 이유는 명백하다. 이태원클럽을 방문한 학원강사 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인천 방역선이 무너지고, 이날 첫 등교했던 5개 구청 고교 3년생 전원이 귀가조치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집합행위 금지를 고시한 것이다. 그런데 집합행위 금지를 고시한 날 시청 앞에서 벌어진 고시 위반행위를 방치한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고시 전에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인천시는 고시에 따른 허가 취소를 고지하지 않았다. 경인일보 지적이 나오자 24일 예정된 추가 촬영 허가를 취소하고, 집합금지 내용을 완화한 고시를 재고시하는 것으로 사태를 봉합했다. 시민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악의 위기감을 절감하고 있는데, 시는 전형적인 탁상머리 행정으로 신뢰를 잃었다.지난 20일 저녁 화성시의회가 강행한 술판 연찬회도 기가 막히긴 마찬가지다. 화성시의회는 다음달 행정사무감사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시내 한 호텔에서 상반기 의정세미나를 강행했다. 경기도의회를 비롯한 다른 광역·기초의회가 코로나19를 의식해 상반기 연찬회를 취소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세미나까지는 마스크를 썼던 참석자들은 만찬이 시작되자 마자 일제히 마스크를 벗고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인천과 마찬가지로 이날 화성 인근 안성시에서 이태원클럽 관련 확진자가 발생해 전체 고교가 고3학생 등교를 전면 취소했다. 화성시 역시 이태원클럽 집단감염 확산 공포에서 열외일 수 없었던 상황에서,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이같은 일탈은 더욱 충격적이다.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 직면해 유흥업소 자영업자들은 생업을 중단당하고, 시민들은 생활방역수칙을 강조하는 관공서의 문자폭탄을 감내하고 있다. 인천시의 탁상행정, 화성시의회의 술판 연찬회는 명백한 시민 모독행위다.

2020-05-24 경인일보

[사설]이해할 수 없는 백령공항 예비타당성조사 탈락

백령공항 건설계획이 지난 21일 열린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가재정평가위원회는 해당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로써 백령공항사업은 예타의 문턱 앞에서 상당 기간 답보상태에 머물게 됐다.국토교통부와 인천시가 추진한 백령공항 사업은 2025년까지 총사업비 1천208억원을 들여 백령도 진촌리 25만4천㎡에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민·군 겸용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10억년 암석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백령도 등 섬지역의 관광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만큼, 서해5도는 물론 인천의 대표적인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17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조사에서는 이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경제성 확보 기준인 1.0을 훨씬 웃도는 2.8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백령공항사업이 이번에 예타 대상에서 탈락한 것은 의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이번 심의에서 위원회는 경제성 산정의 기준이 되는 연간 방문객 수와 관련해, 국토부 등에서 산정한 50만명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중·소형 공항의 성공사례가 거의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통·물류 편의를 위해 건설한 타 공항과 백령공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백령도는 지난해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자연의 보고다. 섬 접근성 등 인프라만 구축된다면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의 유치도 얼마든지 가능한 섬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분이 심의과정에 반영됐는지 궁금하다.경제성 외에도 백령공항 건설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는 차고 넘친다. 우선 백령공항은 서해5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뉴딜정책, 인천시의 '한반도 평화 SOC(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와 맥락이 연결된 사업이다. 같은 취지로 추진되는 동해북부선 복원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은 것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는 심의결과다. 여객선 결항이 잦은 섬지역의 열악한 응급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공항은 필요하다. 공항 시스템과 연계한다면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상시감시체계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국토부는 하반기에 다시 백령공항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에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심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2020-05-24 경인일보

[사설]21대 국회, 지방자치법 최우선으로 처리해라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20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날 국회는 'n번방 방지법', 과거사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법 등 법안 133개를 통과시켰다. 20대 국회는 국민의 당 약진으로 양당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며 출범했다. 하지만 지나친 정쟁으로 여야 대립이 격화했고, 주요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되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보수·진보 진영 간 이념 대립에 조국 사태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화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기도 했으나 대화와 타협이 실종하면서 국민을 거리로, 광장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았다.20대 국회는 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를 끝내 외면하면서 '나쁜 국회'란 오명을 남기게 됐다. 이 법안은 지난 19일 열린 행정안전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해 본회의 상정도 못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 정쟁에 묻혀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 통과를 당부, 반전을 기대했으나 상임위에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지자체의 자치권 확대와 중앙정부-지자체 간 협력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법 제정 31년 만에 처음 추진된 전면적인 개정안이었다.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지위 부여, 국가·지방 간 사무 배분 확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및 정책 전문인력 지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권 강화 등 지방분권 방안이 담겨있다.지방자치법 처리가 무산되자 지자체와 주민, 지역 정치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고양·용인·수원, 경남 창원 등 인구 백만 이상 도시 시장들은 유감의 뜻과 함께 실망감을 보였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국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치권은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기초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바람과 열정을 끝내 외면했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20대 국회를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만든 것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개정안 처리를 외면한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지방 분권에 대한 지지의사도, 실천 의지도 없음을 고백한 것이다. 지방자치제 개정안은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곧 개원하는 21대 국회는 이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기 바란다. 20대 국회도 약속한 내용이다.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2020-05-21 경인일보

[사설]인천 女 핸드볼팀 인수 논의, 나무보다 숲을 보자

프로축구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이하 인천Utd)의 여자 실업핸드볼 인천시청팀 인수 문제가 지역 체육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 인천Utd의 실무자들이 모여 시체육회가 운영중인 여자 실업핸드볼 인천시청팀(이하 인천시청팀)을 인천Utd에 넘기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다. 이들 기관이 인천시청팀의 거취를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은 우선 한국 여자핸드볼의 산실이자 국내 최강실업팀으로 인정받던 인천시청팀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남자 6개팀, 여자 8개팀이 참여하는 세미프로 형태인 실업리그가 운영 중으로, 인천시청팀은 이 리그에서 여러 번 챔피언에 올랐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류은희(파리92)를 비롯해 김온아·김선화 자매(SK)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수 키워낸 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팀으로 속속 떠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2019~2020 리그에선 시즌 초반부터 꼴찌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같은 전력 약화는 시체육회가 비영리단체인 것과 맞물려 다른 팀으로 떠나는 FA(자유계약) 선수들의 이적료 수익금을 재투자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구단이자 주식회사로서, FA 이적료를 우수 선수 영입에 투자하는데 제약을 받지 않는 인천Utd가 인천시청팀을 인수한다면 전략 약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특히 인천Utd의 인천시청팀 인수는 선진화된 '복합스포츠클럽'(SC)으로 가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아쉬운 점은 본격적인 실무 협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Utd가 인수계획안에 연간 운영비로 현재의 9억원보다 많은 15억원을 적시한 것을 두고 체육계 일각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여론이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중환자 치료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수술비 얘기가 주를 이루며 논의의 본질이 흐려지는 형국이다. 예산 문제는 인천Utd가 "운영비 15억원은 타 구단의 운영비를 참고한 것일 뿐 증액요구가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기관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이 가능한 부분이다. 당면과제가 돈이 아닌 지역스포츠의 체질개선인만큼 시와 시체육회, 인천Utd는 나무 한그루 보다 숲 전체를 보는 자세로 보다 '통큰' 협의를 이어가길 바란다.

2020-05-21 경인일보

[사설]슈퍼전파자 속출과 N차감염 일상화에 대비해야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태원클럽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2차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20일 단행된 고등학교 3학년 개학이 결국 파행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남동구 등 5개구 관내 66개 학교에 등교한 고3 학생들을 전원 귀가 조치했다. 고3 학생 중 두 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도 안성 9개 고교에 고3학생 하루 등교중지 결정을 내렸다.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은데 따른 결정이었다.인천 고3학생 확진자 2명의 감염경로는 이태원클럽 발 확진자이자 인천 슈퍼전파자인 학원강사로 밝혀졌다. 안성 확진자 역시 감염경로는 이태원클럽 확진자이다. 안성 확진자의 경우 이태원클럽을 방문한 군포 확진자와 안양의 한 주점에서 어울렸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주점에서만 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두 사례는 감염 원점인 이태원클럽이 각 지역에 슈퍼전파자를 퍼트렸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태원클럽 방문자 중 감염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무려 1천여명에 달한다. 이태원 클럽이 전국적인 명소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 많은 슈퍼전파자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그런데 이태원클럽발 최초 확진자인 용인 66번 확진자의 감염경로도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용인 66번 확진자는 이미 잠복해 있던 슈퍼전파자의 N차감염자일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방역에도 불구하고 슈퍼전파의 은밀한 확산을 막기 힘든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방역초기 중국인 입국 허용·신천지교회 집단감염·수도권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는 훌륭하게 대처했지만 완벽한 대처를 확신할 수 없다. 이미 토착화 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이로부터 정체불명의 대규모 슈퍼전파자들이 전국에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코로나19와의 전쟁이 완전히 새로운 양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슈퍼전파자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N차감염이 일상화될 조짐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발생 원점을 찾아 감염경로를 차단시켜 온 지금까지의 방역정책이 무력해질 수 있다. 당장은 이태원클럽 방문자 전수 검사를 서둘러 완료해야 한다. 동시에 코로나19 일상화에 대비한 새로운 방역대책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전면전 승리에 취해 게릴라전에 패할 수 있다.

2020-05-20 경인일보

[사설]소중한 자연 유산 갯벌을 살려야 하는 이유

좁은 국토를 넓힐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갯벌을 메꾸는 간척사업이 기승을 부리던 적이 있었다. 이때 갯벌은 버리는 땅 정도로 인식됐었다. 갯벌이 생태계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정화능력이 뛰어나 반드시 보전돼야 할 이유는 아예 무시됐다. 이처럼 갯벌에 대한 무지(無知)와 개발이라는 핑계로 많은 갯벌이 사라졌다. 영종도신공항, 시화지구, 아산만, 천수만, 새만금 등을 위한 대규모 간척사업이 요란하게 진행되면서 서해안 갯벌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하지만 이제는 갯벌이 해양자원의 보고이자 환경오염을 막아주는 완충지대이며 어민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줄'이고 나아가 생태관광지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문제는 이런 중요성을 아는 동안 많은 갯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한 일부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갯벌을 살리자'는 여론이 일어나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한번 훼손된 갯벌은 살릴 수가 없었다.최근 경인일보가 연속 보도 중인 '옛 모습 잃어가는 경기만 갯벌' 시리즈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갯벌 살리기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비록 무분별한 간척사업은 중단됐지만, 이미 조성된 사업으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진행 중이고 그 고통이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갯벌정책이 장기적인 비전 제시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정부 주도하에 '갯벌 살리기 사업'이 일어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무분별한 간척사업으로 죽음의 땅이 돼버린 갯벌에 다시 바닷물이 드나들게 하여 숨 쉬는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적이다. 간척사업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역간척'과 같은 의미다. 우리는 이 '역간척'사업이 훼손된 갯벌을 되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두 파헤쳐 원상태로 완전히 복원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뿐더러 현실성도 없다. 우선은 효용가치가 떨어진 간척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면밀한 조사를 통해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다. 갯벌은 '바다의 콩팥''지구의 허파'라고 할 만큼 지켜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홍수와 태풍 자연재해를 막아줄뿐더러 정화능력과 산소 배출은 숲을 능가한다. 갯벌은 이제 몇 남지 않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 유산이다. 망가진 뒤에 후회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2020-05-20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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