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저출산 '인구절벽'으로 가는 역대 최저 혼인율

지난해 인구 1천명당 10명(5쌍)이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여 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혼을 하지 않는데 출산율이 오를 리 없다. 혼인은 출산의 선행 지표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역대 최저 혼인율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결혼 건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30대 초반 인구 감소가 원인이지만 불황 탓이 크다. 젊은 층의 취업난도 원인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경제적 여유가 없고 결혼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설사 일자리를 구해도 내 집 마련을 꿈꾸기 어려운 데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경제적 부담도 크다. 집값 상승도 한 원인이다. 직장인이 서울에 있는 집 한 채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3.4년을 꼬박 모아야 한다. 집 한 채 사기 위해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니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결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욜로(YOLO)족의 증가가 그것이다. 통계청의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이 2012년 62.7%에서 지난해 48.1%로 큰 폭으로 줄었다. 문제는 혼인율 저하가 출산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합계 출산율 0.98명으로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도 더욱 빨라졌다. 애초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 정점을 2031년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인구정점 시기는 2027년, 최악에는 2023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무려 100조원을 훨씬 넘게 투입하고 받은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다.이런 참담한 실패는 정책 방향을 잘못 잡았거나 근본 대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결혼은 일자리를 비롯해 보육과 교육, 주택 등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어느 하나 풀리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도 관련 부처가 생색내기식으로 대책을 따로 내놓다 보니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근본적 해법 없이 현금을 퍼주는 단기 처방에 집착하다 실패만 거듭했다. 결혼과 출산정책은 한 부처에서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게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2019-03-20 경인일보

[사설]문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우려

박양우 중앙대 교수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에 대해 문화예술계의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영화단체에서의 우려가 높다. 그가 영화대기업 CJE&M의 이해를 대변해 온 전력과 영화계의 공정한 생태 조성 측면에서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내정자 측은 중소영화사의 권익증진과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이 적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박 내정자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제대로 펼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차관출신 인사가 장관후보자로 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문체부 내부를 잘 알기 때문에 문체부가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인맥과 조직 이기주의 때문에 개혁은 물건너 갔다는 우려도 높다.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공무원과 전직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등 7명을 검찰에 통보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하는 것으로 인적 청산을 종결했다. 당시 문체부의 조치는 조직보호논리에 갇혀 불법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를 짓밟은 문체부 관료들의 범죄행위에 면죄부만 부여한 기만행위라는 문화예술계의 격렬한 비난을 들어야 했다. 정부에 대한 입장이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을 차별한 것은 문화예술인과 예술활동에 대한 정치검열로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른바 '최순실과 차은택 라인'이 문체부를 장악하여 문화행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 과정에서 드러난 대표적 국정문란 사건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도 반드시 청산되고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과 같은 고위 공직자의 처벌로 유야무야해서는 곤란하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명단에 포함된 단체와 예술인을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는 과정에 불법적이고 부당한 명령을 수행한 무수한 공범자와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양우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체부가 당면한 개혁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갈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입증해내야 할 것이다.

2019-03-20 경인일보

[사설]수도권매립지 대체후보지 발표 연기는 '꼼수'다

지난 1992년 개장한 수도권매립지의 당초 사용연한은 2016년 12월 31일이었다. 하지만 분리수거와 종량제 시행 등으로 직접 매립하는 폐기물 양이 크게 감소하면서 총 4개의 매립장 가운데 2개의 매립장에 대해서만 폐기물 반입이 이뤄졌다. 당초 예상보다 매립지 운영에는 여유가 생겼지만 대체 후보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인천시가 2014년 선제대응에 나섰다. 당초의 사용연한을 재확인하면서 환경부와 서울, 경기, 인천 4자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 갑론을박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2015년 6월 3개 시·도가 합의에 도달한다. 추가 매립장의 사용만료 이전에 대체 매립지 확보도 여러 합의내용 중 하나다.2016년 1월 관계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대체 매립지 확보 추진단이 구성됐다. 이듬해 9월에는 후보지를 찾기 위한 공동 연구용역이 발주됐다. 이렇게 시작된 '수도권 대체 매립지 조성 연구용역'이 공식적으로 어제(19일) 모두 끝났다. 일정표대로라면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어제 연구용역 최종 결과물을 용역사로부터 제출받았을 것이다. 연구용역 결과를 행정적으로 준공 처리하는 기간이 최대 2주이므로 늦어도 오는 4월 2일이면 대체 매립지 최종 후보지가 확정된다. 인천과 경기 서해안 지역 3곳 이상이 대체 매립지 최종 후보지로 발표될 예정이다. 그런데 발표를 앞두고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3개 시·도가 최종 후보지 발표 시기를 늦추려 한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표면적인 이유는 대체 매립지 최종 후보지 선정에 따른 후속대책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커다란 반발이 예상되므로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한 다음 발표하겠다는 건데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나면 그게 말처럼 주민을 위한 것 같지만은 않다. 다분히 정치적 속셈이 엿보인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대체 매립지 발표는 현실적으로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체 매립지 후보지에 포함된 지역의 경우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불만의 화살이 청와대까지 향할 수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미 공개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일정표까지 확정된 상황이다. 발표를 늦추면 오히려 더 큰 반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2019-03-19 경인일보

[사설]'방과 후 학교' 관리할 법 제정 서둘러야

지난 2006년 도입된 '방과 후 학교'가 부분적이나마 위탁업체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의 방과 후 학교 위탁업체 두 곳은 고용한 강사들의 임금을 3개월 이상 체불했는데, 피해 강사들만 3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한 업체는 임금체불 전력을 갖고도 또 다시 방과 후 학교 위탁교육 낙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방과 후 학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도로 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됐다. 악기연주, 미술, 컴퓨터 코딩 등 특기 교육과 정규 과목 보충수업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방과 후에 학교에서 실시해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목적이었다.하지만 14년째 시행 중인 이 제도의 근거는 교육부 장관이 정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뿐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답답한 시·도교육청이 학교현장의 시행 혼란을 막기위해 '방과 후 학교 운영 가이드라인'과 '방과 후 학교 운영 길라잡이'를 만들어 운영의 세부사항을 정했다. 이 역시 강제성이 없다. 또한 17개 시도의 재정지원은 천차만별이다.방과 후 학교는 도입 취지만 보면 학교 중심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정규 교과과정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중요한 제도가 법적 근거도 없이 시·도마다 학교마다 각기 다른 기준과 방식과 재원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학교 현장에서 교과과정에 준해 관리하는 교육프로그램이라면 전국의 학생들이 차별 없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방과 후 학교는 법적 근거도 없고 강제성도 없는 가이드라인 때문에 현재는 초등학교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 현장은 부도덕한 위탁업체들에 의해 부실한 하청교육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도 발생하고 있다.정부는 19일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이 가능하도록 공교육정상화법 개정법률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학부모의 반발에 밀려 영어과목 하나만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금 당장 방과 후 학교 관련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잘못하면 관리 책임을 외면했다가 사회적 대란을 일으킨 유치원 사태가 방과 후 학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다수의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19-03-19 경인일보

[사설]인천공항 통한 마약 유입 철저히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UN이 정한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국회에서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본다.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계층이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UN이 정한 마약청정국 기준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1만2천명이 한계인데 이미 2016년 1만4천214명을 기록하며 기준을 넘어섰다. 예전과 달리 국내에서도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30·40대를 중심으로 한 마약사범은 최근 10대와 60대에까지 넓게 퍼지고 있다.마약사범은 일반 회사원을 비롯해 자영업자, 전문직, 공무원까지 다양하다. 예전과 달리 영화와 케이블TV 드라마 등에서 다뤄지는 범죄물에서도 마약사범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예전처럼 유흥업소 종사자나 하류층 범죄자들이 아닌 재벌 2세, 연예인, 교수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마약을 접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마치 상류층의 특권이나 부유층의 일상적인 유흥으로 다뤄지고 있을 정도다. 최근 파문이 일고 있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도 마약사범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일부라고 하지만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더 큰 충격은 이런 일들을 단속해야 할 경찰까지 나서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국내 마약 유입 창구로 인천이 지목됐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항공여행자를 상대로 적발한 마약은 2017년 15.325㎏에서 2018년 87.223㎏으로 5배 넘게 늘었다. 항공 특송화물에서 적발한 마약은 2017년 14.817㎏에서 75.066㎏, 국제우편은 28.296㎏에서 36.913㎏으로 증가했다. 공항에서 이뤄지는 마약검사는 전체의 1~2%만 직접검사하는 방식이어서 적발되지 않은 채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정부는 공항을 통해 해외여행객이나 항공화물이 늘수록 마약류 국내 유입도 비례해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입국절차와 검색을 완화하고, 해외 특송화물의 검색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약사범은 개인에 국한된 범죄가 아니라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마약은 '중독'이라는 특성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 국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 중독 치료 등 4박자를 갖춰야만 그나마 줄일 수 있다.

2019-03-18 경인일보

[사설]한국당, 선거제 개혁에 진지하게 임해야

어제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상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났으나 성과없이 끝났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제도는 부득이한 경우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패스트트랙'은 '신속안건처리지정'으로서 국회법 85조의 2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지만 남용되어서는 안되는 제도다. 그럼에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과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한 것은 선거제 개혁 등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 21대 총선의 룰인 선거법을 마냥 미룰 수 없는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설령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돼도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반대는 물론이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일각에서도 법안과 연계시키는 문제와 호남 지역구 축소를 이유로 들어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각 당내에서 이해와 설득을 구하면 된다고 하지만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일이라 말처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지난 해 12월 1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 후에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세부적 사항은 합의하지 않았으나 큰 틀에서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와서 한국당이 의원 정원 축소와 비례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한국당을 제외하고 패스트트랙에 상정한다면 여타의 개혁입법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선거법은 정당과 의원 등 정치인에게는 사활적인 사안이다. 한국당의 비례제 폐지 주장이 상식적이지 않으나 그렇다고 무조건 한국당을 배제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여야 4당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당을 설득해야 하며,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로 일관할 게 아니라 선거제 개혁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에 참여하길 촉구한다. 또다시 3월 국회가 파행으로 끝난다면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9-03-18 경인일보

[사설]민생은 고단한데 정국 주도권 놀음에 빠진 여야

3월 임시국회는 개원했지만 여야, 정확하게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험악한 대치는 점점 과열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대표연설 발언이 단초가 돼, 나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모두 윤리위에 제소 당하는 전례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측은 서로를 향해 '좌파'와 '친일' 딱지를 붙이며 상대를 여론으로부터 소외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부터 나흘간 실시되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여야의 프레임 싸움은 더욱 거칠어지고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여야가 이렇게 과거와 이념지향적 프레임을 통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이유는 순전히 정략적 이유에서다. 4·3 보궐선거로 시작해 내년 4·15 국회의원선거로 이어지는 선거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추가적으로 무당파 중도계층을 흡수해 20대 대선(2022년 3월 9일)의 징검다리인 총선승리에 초점을 맞춘 전면전이다. 사실 '김정은 수석부대변인' 발언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의도적'이거나 '기획된' 대치임을 이제 국민들도 눈치챘을 것이다.의도적인 여야 대치의 수혜자는 철저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뿐이다. 그들의 정략적 목표는 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야 대치의 손해는 온전히 국민 몫이다. 정략적 대립에 흔들리는 건 민생뿐이라서다. 구체적인 민생현안은 대정부질문에 다 포함될 것이다. 북한비핵화협상의 향방, 경기 침체, 미세먼지, 공권력 일탈 등이다. 안보, 경제, 환경, 사회 전분야가 흔들리면서 국민의 삶은 안정감을 잃고 있다. 정상적인 정치라면 문제의 해결에 집중할 때이다. 하지만 장기집권을 염원하는 여당과 정권탈환을 꿈꾸는 제1야당은 책임의 전가에 전력을 쏟고 있다.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경제분야의 '초당적 원탁회의'와 대북정책 관련 '7자 회담'을 제안했다. 국민을 위한 의미있는 호소였고 타당한 제안이었다. 야당이 제안한 원탁회의 7자회담에서 여당이 강조한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대북외교,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신설법 등 정치현안, 규제개혁 등 경제현안 해결에 진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호소'와 야당의 '제안'은 정쟁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사로 전락했다.

2019-03-17 경인일보

[사설]정부와 보잉사의 실망스러운 항공참사 늑장대처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보잉 'B737맥스' 시리즈의 국내공항 이착륙과 영공통과 금지조치를 취했다.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의 동일기종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지 나흘만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우리 정부와 보잉사의 늑장대처에 실망이 크다.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을 염려해서 신속하게 대응했다. 중국정부 조차 사고 다음날에 자국민의 사고기종 탑승을 금지했을 정도다. 주요국들 중 미국정부의 대처가 가장 늦었다. 13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B737맥스' 라인의 미국 내 취항금지를 발표한 것이다. 보잉이 미국 국민기업이어서 신중히 대처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동종의 여객기 2대를 보유한 이스타항공이 참사 이틀 후에 스스로 운항을 중지한 것이 전부였다. '안전불감증 정부'란 힐난이 당연해 보인다.'B737 맥스'는 기존의 'B737NG' 시리즈에 비해 연료효율이 10%나 높을 뿐만 아니라 항속거리도 1천km나 더 긴 보잉사의 4세대 최신 소형항공기이다. 2017년에 미 연방항공청(FAA)의 인증과 함께 각국 항공사에 인도되어 현재 370여대가 세계의 하늘을 누비고 있다. 주문량만 5천여 대로 보잉사 전체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차세대 먹거리인데 세계여론의 표적이 된 것이다. 군산복합체 보잉사의 지각대응이 화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의 'B737맥스8' 민항기 추락으로 탑승자 188명 전원이 숨지자 보잉은 작년 말까지 해당 기종의 소프드웨어 교체를 언급했다. 난기류 때 비행기의 급강하를 억제하는 '조종특성 향상시스템(MCAS)'인데 무려 5개월 동안 시간을 끌다가 지난 10일에 또다시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보잉사는 향후 열흘 이내에 업그레이드를 약속했지만 국내 항공업계의 손실 개연성이 주목된다. 앞으로 6년 동안 110여 대의 'B737맥스'를 수입할 계획인데 금년에만 대한항공 6대, 이스타항공 4대, 티웨이 4대 등 총 14대를 도입할 예정으로 구매비용만 15조원이다. 계약취소 시 엄청난 위약금을 물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인데 더 큰 고민은 사고 기종에 대한 항공소비자들의 기피 우려이다. 'B737맥스'기는 장기간 격납고에서 대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쳐지는 것이다. 무기력한 정부란 비난을 듣지 않도록 적극적 대처를 주문한다.

2019-03-17 경인일보

[사설]자치경찰제 앞둔 경찰의 참담한 자화상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태가 초대형 경찰비리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다. 버닝썬 사태는 인기스타 승리의 성접대의혹, 정준영의 엽기적인 성추문 의혹 등으로 대중의 관심이 연예계 추문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관점에서는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비리 의혹 규명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상황이 됐다.버닝썬 사태로 드러난 경찰의 비리유착 의혹들은 하나같이 존재의 의미를 부정하는 엄청난 사안들이다. 버닝썬 폭행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또 다른 클럽 아레나의 폭행피해 사건은 관할 경찰조직이 1년 이상 미제사건으로 방치했지만, 미제사건전담팀이 2주만에 가해자를 찾아냈다. 아이돌 그룹 리더 최종훈의 음주운전 보도 무마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의 SNS대화방에는 뒤를 봐준 '경찰총장'까지 등장했다. 이 모든 의혹들과 비리유착 경찰 실세의 존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경찰 조직은 부패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은 드루킹 수사 과정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사행태로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은 특검에 넘어갔고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재판에서 법정구속 당했다. 경찰은 그동안 인사권을 가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권력형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버닝썬 사태로 조직 내부의 건강성을 의심받고 있다.자치경찰제 실시를 앞두고 경찰 공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회의가 고조되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자치경찰과 지방정부 및 토호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이미 정부는 대통령 공약이라며 자치경찰제 시행 로드맵을 밟아나가고 있다. 여당은 지난 11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는 5월까지 5개 광역자치단체를 선정해 올해 안에 자치경찰제를 시범실시한 후 2021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하지만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가 경찰을 불신하고 있다. 버닝썬 관련 경찰비리 증거를 경찰 압수수색을 피해 대검찰청에 넘겨 수사를 의뢰했을 정도다.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 고위 책임자 전원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각오로 철저히 수사해 그 전모를 국민 앞에 완벽하게 공개해야 한다. 자치경찰제든 수사권조정이든 그 이후에 가능할 것이다.

2019-03-14 경인일보

[사설]조합장 선거제도 개선, 늦었지만 다행이다

정부가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부정행위를 뿌리 뽑고자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환영한다.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의 수장을 뽑는 조합장선거는 201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관리하면서 금품 등 부정선거가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4년 뒤인 제2회 선거에서도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등 구태가 반복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을 목적으로 조합원에게 한우 세트, 양주, 현금 등을 돌린 혐의로 후보자와 당선자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조합장 선거는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에만 선거 공보·벽보·어깨띠·전화·문자메시지·전자우편·조합 홈페이지를 활용할 수 있는 등 일반적인 선거보다 선거운동의 폭이 좁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 조합장 후보자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운동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가 과열되는 양상도 나타났다.'깜깜이 선거'의 위력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합장 1천344명 가운데 현직 조합장이 760명 당선되는 등 절반을 넘겼다. 성별로는 남성이 1천334명으로 99.3%나 돼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성은 10명(0.7%)에 불과했다. 신임이나 여성 조합장 당선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공직 선거처럼 예비후보제도를 도입하고 정책토론 등 선거운동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때문에 나온다. 다행히 농림축산식품부는 과도하게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한 현행 규정을 완화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하지만 위탁선거법 개정을 위해선 농협과 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 절대적인 협조 체제가 필요하다. 매번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무자격 조합원을 없애고자 농협중앙회와 합동점검을 강화하고, 조합원 확인 방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격이 없는데도 명부에 이름을 올려 한 표를 행사하는 무자격 조합원 탓에 선거의 효력을 문제 삼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4년 뒤인 2023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또다시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은 법률 제도를 보완해 제대로 된 일꾼을 뽑기를 기대해본다.

2019-03-14 경인일보

[사설]반갑지 않은 26만명 노인 일자리 증가

지난 2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월보다 26만3천명이 증가했다. 일자리 감소 때문에 모두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들려 온 소식이라 반길 만도 한데 표정들이 영 아니다. 이유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5만명 후반대 규모로 시행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한 60대 취업자가 대부분이어서다. 덕분에 60대 이상의 취업자는 1982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내용을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가 23만7천명(12.9%), 농림어업 취업자가 11만7천명(11.8%) 늘었다. 반면 민간기업이 만들어낸 안정적이며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와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15만1천명, 3만8천명씩 감소했다. 경기상황과 최저임금 등에 영향을 받는 도·소매업 취업자도 6만 명이 줄었다. 내용적으로 고용의 질은 크게 악화됐다. 그 증거로는 고용시장의 주력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가 10만명 이상씩 줄어든 데서 찾아볼 수 있다. 30~40대 종사자들의 비중이 높은 제조업(-15만1천명), 도·소매업(-6만명), 건설업(-3천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2만9천명) 등에선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4월 6만8천명 줄어든 후 감소세가 10개월째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고용전망이 좋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재차 강조하지만,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이 만든다. 물론 지금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나 그건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이렇게 정부의 주도로 비경제활동인구였던 노인들의 구직 활동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실업자는 130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천명이 늘었다. 국내 경기 둔화로 어쩔 수 없다 하나 실업자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우리 목표 성장률 2.6%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도 꺾였다. 문제는 투자 위축과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장기 침체 가능성이다. 지금은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IMF도 이를 주문했다. 정부는 고용 개선의 근본 처방은 재정 투입이 아니라 중단없는 구조개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03-13 경인일보

[사설]친일파의 공덕비 신중하게 처리하라

인천시가 '을사오적' 박제순의 공덕비를 다시 세우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관교동 인천향교 앞에 세워진 역대 인천부사 18명의 선정을 기념하는 비석 중의 하나로 2005년 친일파 공덕비 논란으로 전격 철거된 채 14년간 방치해 왔다. 을사오적의 공덕비를 그냥 세워둘 수 없다는 것이 철거 당시의 논리였다. 박제순(1858~1916)은 1905년 당시 외부대신으로 외교권을 일본에 박탈당한 을사늑약 문서에 서명한 5명의 대신 중 한 명이다. 훗날 그 공로로 일제로부터 자작(子爵) 작위를 받고 조선총독부 고문으로 활동한 대표적 친일파이기 때문이다.인천시가 철거했던 박제순 공덕비를 다시 세우기로 결정한 것은 지역 연구자들 간에 '활용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박제순이 인천부사였던 사실은 인정하되 훗날 친일행위로 훼절한 사실도 시민들에게 알림으로써 반면교사로, 역사교육자료로 삼자는 주장이다. 일제 잔재나 친일파 관련 자료들이라고 해서 없애버리는 태도는 또 다른 기록의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개운하지는 않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그가 인천부사 임기를 마친 이듬해인 1891년에 세워졌다. 비록 박제순의 노골적인 친일행위는 인천부사의 임기를 마친 뒤의 일이라고는 하나 인천부사시절의 행정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다시 세워놓고, 친일행위를 알리는 안내판을 함께 세운다는 것도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제순의 공덕비를 다른 공덕비와 구별하여 보관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중한다면 박제순의 비는 눕혀서 보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인천은 러일전쟁을 분기점으로 일제의 식민도시로 변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인천의 문화유산 가운데 상당수는 직간접적으로 일제의 지배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가 2017년 역대 인천부사의 공덕을 기리는 의미로 추진한 '인천도호부대제' 행사에 친일행적을 한 인천부사가 포함되어 있어 친일파 숭배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여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자는 논리와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을 조정하거나 통합 과정에서 박제순의 공덕비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2019-03-13 경인일보

[사설]국회 내팽개치는 여야 정쟁, 국민은 신물난다

3월 임시국회도 어김없이 정쟁으로 표류할 모양이다.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정쟁의 불씨가 됐다. 나 대표는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장 항의에 그치지 않고 나 대표를 국회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당은 민주당의 본회의장 대표연설 방해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맞섰다.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다룰 본질적인 쟁점은 선거제 개혁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이 의견을 모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과, 한국당이 뒤늦게 제안한 의원정족수 축소 및 비례대표제 폐지안을 놓고 치열한 정치협상을 전개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여당과 야당이 제안한 개혁·민생입법에 대한 논의도 진전시켜야 한다. 지난번 단행된 개각에 따른 장관 인사청문회도 진행해야 한다. 정치개혁, 민생안정, 행정부견제 등 하나 같이 국회가 수행해야 할 중대한 소임들이다.그런데 이 모든 소임들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둘러싼 정쟁으로 함몰될 위기에 처했다. 곁가지 정쟁을 촉발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고질적인 정당적폐이다. 이번엔 여당이 먼저 정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사실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9월 미국의 한 유력매체가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보수진영에서 현 정부의 대북협상 태도의 전환을 요구하며 비판적으로 인용해왔다. 그런데 민주당과 청와대가 일제히 '인용'을 나 대표의 '발언'으로 규정해 국가원수 모독으로 단정짓는 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한국당은 여당과 청와대의 반응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전면전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윤리위에 회부될 경우 정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야3당의 선거제 개혁안 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대해서는 의원총사퇴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동안 선거제 개혁논의를 지연시킨 책임은 슬그머니 내려 놓을 모양이다.여야가 국회의 본질적인 소임은 내팽개치고 지엽적인 정쟁 발굴에 몰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지세력 결집을 통해 정국주도권을 쥐고 정권창출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서다. 여야의 정쟁 놀음에 중요한 입법현안은 논의가 생략된 채 졸속으로 처리돼 치유하기 힘든 후유증을 남긴다. 상습적인 정쟁으로 권력놀음에 몰두하는 정당적폐가 인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2019-03-12 경인일보

[사설]'인천습지' 세계에 알리고 떠난 루 영 사무국장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은 인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대표적 국제기구 중의 하나다. 동아시아에서 대양주를 오가는 이동성 물새류 보전과 습지 등의 자연을 보호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2002년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의 발의로 구성됐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국 정부와 11개 국제NGO 등 모두 3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도 지난해 4월 이 국제기구에 정식 가입했다. EAAFP가 2009년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인천시와 환경부의 공동 유치노력 덕분이었다. 현재 녹색기후기금(GCF)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입주해 있는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 사무국이 있다.인천과 EAAFP는 지난해 3월 홍콩 출신의 루 영(Lew Young) 새 사무국장이 부임하면서 더욱 각별하고 돈독한 관계가 됐다. 생태학 박사이자 환경 전문가인 루 영 사무국장은 재임기간 동안 인천 습지 환경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람사르협약 사무국 본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세계적 습지로 이름난 홍콩의 마이포 습지 보호에도 힘을 쏟았던 그는 인천이 철새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늘 강조해왔다. 지난해 이동성 물새 연구를 위해 북한에 다녀왔던 그는 인천이 서해안 습지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향후 북한 및 중국과의 교류 중심이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 만큼 도시개발 계획에도 철새 및 서식지 보호를 위한 방안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그런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주관 행사에 참석하던 중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향년 60세. 아까운 나이다. 동아시아 철새와 인천의 습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천 자연환경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지대한 기여를 해온 인물인 만큼 그를 떠나보내는 지역사회의 아쉬움이 크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도식이 엊그제 베이징에서, 어제는 홍콩에서 잇따라 치러졌다. 인천시와 EAAFP도 오는 19일 송도국제도시 EAAFP 사무국에서 추도식을 거행한다. 또한 추도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그를 애도할 수 있도록 20일부터 사흘간 G타워에 있는 EAAFP 사무국장실을 개방하기로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9-03-12 경인일보

[사설]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과 5·18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제 법정에 섰다. 전씨가 법정에 선 것은 1996년 내란 수괴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선 지 23년만이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라고 기술했다.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해 2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헬기 사격이 존재했다고 결론냈으며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옛 전남도청 근처 전일빌딩 건물 내부에 있는 탄흔을 분석한 결과, 헬기에서 발사한 것으로 감정했다.그러나 전씨 측은 법정에서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재판 결과는 실정법 체계와 증거주의 등에 입각하여 법원이 결론을 낼 사법적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하여 '태극기 부대' 등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전씨 측의 공소사실 부인과 탄핵 부정 및 사면 요구는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사안일지 모르나, 탄핵 2년이 지난 시점에 탄핵을 부정하고 탄핵의 핵심 사유인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사면'을 거론하는 행태는 전 씨측의 반성없는 태도와 동전의 양면이며, 동일한 인식의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5·18 민주화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인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씨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내려지겠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과 인물에 대한 법의 공정하고 서릿발 같은 판결을 기대한다. 국민은 이번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

2019-03-11 경인일보

[사설]'오래된 것들의 귀환', 인천 건축유산의 재탄생

인천의 '옛 건물'들이 사람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옛 공장과 창고, 병원 등이 카페를 비롯해 갤러리 등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이를 통해 인천의 근대산업 유산과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조양방직'은 일제 강점기였던 1933년에 세워진 최초의 민족자본 공장이다. 서울의 경성방직보다도 3년이 빠르다. 조양방직은 해방 이후까지 강화읍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지만, 직물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며 1958년 폐업한 뒤로 방치돼 있다가 2017년 카페로 되살아났다. 개항기 경인철도 개통 이전, 배를 타고 제물포항에 내린 사람들은 서울로 가기 위해 싸리재(인천 중구 경동)와 배다리를 거쳤다. 싸리재 인근의 옛 창고와 상점, 폐원한 병원 등 옛 건물들도 카페와 갤러리 등으로 재탄생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인천 중구청 인근의 개항장 거리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사진에 담았을 법한 '카페 팟알'은 일제 적산 가옥에 자리 잡은 카페로,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에게 옛 건물의 멋과 맛을 선사했다. 현재 카페 팟알은 인천의 옛 이야기와 모습이 담긴 기념품을 파는 매장 역할을 하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한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인천아트플랫폼 한 켠에는 음료를 파는 카페와 함께 인천과 관련한 모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인 '인천서점'이 자리 잡았다. 1935년 건축된 이래 조선전업주식회사, 한국전력 사옥으로 활용되다가 1960년대부터 개인 주택으로 사용됐으며, 2015년 갤러리로 탄생한 '서담재'는 시 낭송회, 공방,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며 시민들 곁에 자리매김했다.이처럼 건물을 지을 때 생각했던 건물의 용도가 다했다고 해서 부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쓰임을 덧붙여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의 다양한 옛 건축 자산은 '뉴트로(New+Retro·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것)' 열풍과 맞물려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건축은 곧 인간의 역사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100년 전 건축물은 몇 채 남아있지 않다. 개발 논리 혹은 일제 강점기의 쓰라린 역사가 배어 있다는 이유로 근현대사의 흔적들은 사라져 갔다. 몇 채 남지 않은 건축물들이 새롭게 생명을 부여받고 우리 주변에서 온몸으로 역사를 말하고 있는 '오래된 것들의 귀환'을 반겨야 할 때이다.

2019-03-11 경인일보

[사설]사립유치원 비리 키운 속수무책 교육부

감사원이 사립유치원의 또 다른 비리 유형을 발굴했다. 더불어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방관하고 방조한 속수무책 기관이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경기도교육청 기관운영감사' 전문을 공개했다. 경기, 인천 사립유치원들이 교육경비로 설립자나 원장 명의로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을 적시했다.감사결과 2013년 9월 이전에 경기도 224개 유치원이 224억6천200만원, 인천 48개 유치원이 27억5천800만원을 만기환급형 보험료로 적립했다. 원생들에게 쓰여야 할 교육경비를 목적외 용도로 전환했다. 전환 목적은 명료했다. 보험수익자들이 설립자와 원장 등 개인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폐원한 3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1억4천300만원의 보험적립금을 환급받았다.교육부의 대처가 가관이다. 2013년 9월 사립유치원의 만기환급형 보험가입을 목적외 지출로 판단하고서도 이미 계약된 보험을 만기 시까지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또 2017년 4월 '사립유치원 보험관리 기준'을 마련할 때도 2013년 9월 이전 가입분에 대해서는 적립을 허용하도록 내용을 포함시켜 시·도교육청에 시달하고 관리를 위임했다.그 결과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보험료 편취 비리현상은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6년 관내 사립유치원을 전수조사한 후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사립유치원이 적립중인 만기환급형 보험을 가입시기에 관계없이 모두 해지하고 환급금은 유치원 회계에 전입토록 조치했다. 반면 경기·인천교육청 관내 유치원들은 애매한 규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틈을 노렸다. 2013년 9월 이전 보험가입 유치원 중 14곳은 개인명의로 14억8천200만원의 적립금을 쌓고 있었다. 2013년 9월 이후 보험가입 유치원 14곳은 보험환급금을 유치원회계에 전입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감사원의 지적대로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만기환급형 보험에 대한 통일적인 회계기준을 세워 관리해야 할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현장 관리에 혼선을 야기했다. 교육부의 관리업무 부재가 사립유치원 비리의 온상이었음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립유치원 비리의 제도적 척결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유아교육현장을 방치하다시피 한 무능한 교육부의 쇄신도 절실하다.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여론에 교육부의 무능이 가려지면 유치원 교육 정상화는 반쪽에 머물수 있다.

2019-03-10 경인일보

[사설]대우조선 민영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국내 조선업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지난 8일 산업은행이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에 넘기는 내용의 본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조선산업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3강 구도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양강(兩强)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해서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해 1대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 전부를 현물로 출자하는 대신 1조2천500억원의 우선주와 8천억원의 보통주를 받아 2대 주주가 된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등 현대중공업은 세계최대의 조선 전문 기업집단으로 거듭난다.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인수합병이 실기(失期) 하면 일본 조선업처럼 쇠락한다"며 절박성을 강조했지만 편치 못하다.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는 언감생심이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해외 매출이 발생한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의 승인여부가 관건이다. 금년 1월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계 시장점유율은 21%로 해외 경쟁업체 대비 3배 이상인데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운반선 점유율은 무려 57%이다. 일본은 한국정부가 국내 조선업체 지원으로 보조금협정을 위반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인데 초대형의 글로벌 조선기업 탄생을 꺼리는 경쟁국들 중 한 국가만 반대해도 합병은 불투명해진다. 선박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선주들 설득도 간단치 않다.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대는 발등의 불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임직원 고용승계와 자율경영을 발표했지만 근로자들은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 경남의 600여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의 고민도 신경 쓰인다. 대우 협력업체의 4분의 3 이상이 현대중공업과 중복거래 중인 터에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 초대형 원유운반선, LNG운반선 및 군함, 해양플랜트 등 사업 분야도 겹친다.헐값매각, 재벌특혜 시비 등 넘어야할 산들이 많으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우조선은 지난 20년 동안 공적자금 13조7천억원이 투입됐음에도 회생은커녕 분식과 방만경영으로 국민 불신만 키웠다. 조선업 경쟁력 제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무늬만 민영화'를 경계해야할 것이다.

2019-03-10 경인일보

[사설]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 토지거래 제한해야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사실상 확정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가 거대한 투기광풍에 휩싸였다. 현찰을 싸들고 땅을 사겠다는 수요가 넘쳐나면서 매물은 사라지고 땅값은 급등했다. 경인일보의 최근 연속 보도에 따르면 이 일대를 겨냥한 투기는 2년 전 부터 원삼면 일대 토지이용계획이 포함된 '개발 도면'이 유포되면서 투기세력의 조직적인 부동산시장 개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원삼면 고당리 일대 토지 매매 건수는 2017년 55건에서 2018년 122건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고당리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자리다. 농지거래도 2017년 18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급등했다. 농지거래에 필요한 농지취득자격증 발급 건수는 지난해 548건인데 비해 올해 들어선 두달 만에 189건에 달했다. 외부 투기세력의 위장 농지 취득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삼면 일대 3.3㎡당 40만∼50만원 호가하던 농지가 지금은 100만원이 넘었고, 도로변 땅은 6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21일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원삼면 448만㎡를 선정해 발표했다. 발표 전에 개발 도면이 돌아다니고 한차례 투기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 값 또한 큰 문제다. 투기꾼의 이익이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비용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가 7일 원삼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지도·단속을 통해 투기세력의 개입을 막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불붙은 투기열풍을 잡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합법을 가장한 투기형 토지거래를 제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결국 정부가 신속한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세력의 토지시장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 현재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는 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 국토부가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열어 예정부지를 산업단지 물량으로 추가 배정하면, 산업자원부가 산업단지 지정계획을 고시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가능하다. 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아니면 국토부가 직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3기신도시 예정지 정보가 누출된 이후 신속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투기수요를 억제한 바 있다.

2019-03-07 경인일보

[사설]판교TV 지역상생 거버넌스 구축 절실하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초고속 성장하고 있는 성남 판교테크노밸리(판교TV)가 지역을 외면하는 나홀로 성장으로 뭇매를 맞고있다. 경기도는 제2·제3의 판교테크노밸리 확장계획을 확정짓고 대규모 지원을 계속하고 있으나 지역고용이나 지역경제 성장없는 그들만의 성장을 지켜보는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판교TV가 삼한시대 '소도'를 연상케하는 이유다. 소도는 북과 방울을 매단 장대를 세워놓고 귀신에게 제사하는 곳인 신성불가침의 구역이었다. 성남시 입장에서는 판교TV가 상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아무 이득 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주어야 할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판교TV는 주말이면 인적이 비어 을씨년스러운 유령도시로 전락한다. 입주기업 1천270곳에 종사하는 6만2천여명의 72%는 성남이 아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조사한 판교TV 유동인구수는 주중 낮 시간대 8만명 정도 규모이지만 직장인들이 퇴근한 이후인 평일이나 휴일의 활동인구는 4분의 1인 2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토·일 휴무'를 써붙인 상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반면 판교TV의 평일 모습은 확연히 달라진다. 만원상태인 신분당선 지하철 판교역에서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는 직장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온다. 1㎞ 남짓 떨어진 판교TV로 향하는 발걸음들이다. 역앞에 대기중인 마을버스들은 금세 승객들로 가득차고 입주기업이 배차하는 셔틀버스들도 이들을 실어나르는데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고 한다. 텅빈 주말과 너무나 대조적인 평일 출근 풍경은 판교TV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두 얼굴의 모습이다. 다른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원만 4만5천여명이다 보니 자연히 출·퇴근시간대 교통전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여기에 경기도와 LH 등은 제2판교TV를 올해말 조성을 완료하고, 제3의 판교TV도 오는 2023년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교통 상황이라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교통대란이 불보듯 뻔하다. 애꿎은 성남시민들은 고용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혜택없이 이런 불편함을 떠안고 살아야만 한다. 판교TV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도 불만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집값이 너무 비싸 판교TV주변은 전·월세도 얻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판교TV 조성당시 종사자들을 위한 임대형 주택이나 전용 기숙사 등의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지역과 판교TV가 상생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빨리 이뤄져야한다.

2019-03-07 경인일보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