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식중독에 맥없이 뚫린 세계표준 K-방역

경인일보 보도(6월 24일자 1면)로 알려진 안산 사립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고 파문이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사고 발생 유치원에서 한 원생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지만, 유치원의 늑장대응으로 대형 집단감염 및 많은 원생이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27일 현재 해당 유치원의 원생 및 교직원 202명 중 식중독 유증상자는 111명이다. 원생과 가족,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장출혈성대장균 검사에서는 57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특히 장출혈성대장균의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증상을 보이는 원아가 15명이고 이중 4명이 신장투석 치료를 받는 등 위급한 상황이다.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HUS는 단기간에 신장을 망가뜨리는 희귀질환으로 신장투석외에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고 또 다른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이번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랑거리가 된 K-방역의 이면에 도사린 커다란 구멍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초동 대처가 너무 늦었다. 해당 유치원은 12일 발생한 식중독 증상이 확산되고 나서야 17일 보건당국에 보고했다. 감염병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많은 원아들이 끔찍한 햄버거병으로 전이된 가장 큰 원인이다. 또 해당 유치원은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식자재를 폐기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지난 주말까지 자신했던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관리행정의 부실이다.교육당국의 급식 위생점검 대상에서 유치원이 빠져있는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엄격하기 짝이 없는 학교급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시스템이 유치원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급식법상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에만 2천개소가 넘는 유치원들이 급식관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세금으로 급식예산을 지원한 정부가 급식관리를 포기해 온 것은 직무유기다. 유치원 3법 개정으로 학교급식법 대상에 유치원도 포함됐다지만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30일까지는 대책이 없다.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은 유치원 원장을 고소했지만, 원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정부는 K-방역이 코로나19 표준방역이 됐다고 자랑했지만, 그 이면에 뚫려있는 감염병 관리체계부터 대대적으로 수선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2020-06-28 경인일보

[사설]인천 바다·하천 오염 근본대책 마련할 때

인천의 바다와 하천이 병들고 있다. 공공하수처리시설뿐 아니라 개인하수처리시설에서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물이 바다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들어 인천지역에서 용량 1천t 이상의 공공하수처리시설 14곳 중 3곳이 하수도법에 따른 방류수질기준을 위반해 4건의 행정명령을 받았다. 가좌하수처리장이 2건, 승기·검단하수처리장이 각각 1건이다. 문제는 이처럼 방류수가 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가좌하수처리장과 승기하수처리장이 각각 3건, 2건의 행정명령을 받는 등 모두 9곳의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대해 14건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가좌·승기하수처리장은 주변에 산업단지가 있어 더욱 하수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시설인데도 시설 노후화와 맞물려 행정처분의 단골이 되다시피 했다.공공하수처리시설뿐 아니라 개인이 관리하는 하수처리시설(오수처리시설, 정화조)에서도 기준치 초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계양구의 한 개인 오수처리시설 방류수에서 기준치의 2배가 넘는 44㎎/ℓ의 부유물질(SS)이 검출돼 행정처분을 받는 등 올들어 현재까지 계양구와 중구에서 각 5건, 서구에서 3건의 수질 오염 사례가 적발됐다. 심각한 것은 이들 시설에 대한 점검이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약 12만9천곳다. 이중 해당지역 기초단체가 약 2만곳의 오수처리시설에 대해 방류수 수질 검사를 하는데, 인력 문제 등과 맞물려 매일 점검해도 1년에 모든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점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나마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점검도 여의치 않다니 산 넘어 산이다.바다가 오염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코로나19 사태도 환경문제에서 비롯됐다. 인천시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는 이제라도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점검 시스템을 면밀히 분석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후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하고 개인하수처리시설은 단계적으로라도 점검 비율과 횟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장기적으로는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비대면 점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바다는 생명의 보고다. 바다에 썩은 물을 보내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썩은 물을 퍼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0-06-28 경인일보

[사설]빌라 스와핑은 범죄이자 시장 교란행위다

분양가 2억5천만원이 넘는 신축 빌라주택을 돈 한 푼 없이 매입할 수 있다. 용인·광주 지역을 지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분양가 전액을 은행권에서 빌려 입주하는 놀라운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신종 수법이라는 '빌라 스와핑'을 통해서다. 입주자끼리 품앗이를 해 주택담보대출에 전세자금까지 받아 주택자금 전액을 충당하는 것이다. 스와핑을 주선한 건축주는 분양이 잘돼 이익이고, 입주자는 자금 부담을 덜고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은행 관계자까지 가세해 법적 절차를 밟아주고 수수료를 챙긴다고 한다.빌라 스와핑이 성행하는 이유는 건축주와 입주자 모두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은 자금 부담 없이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살면서 은행권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만 갚으면 되는 것이다. 건축주는 분양률을 높일 수 있다. 수도권 빌라주택은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면서 미분양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이들을 돕는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분양대행사는 서류를 꾸며주는 등 법적 보호장치를 제공하는 대가로 200만~300만원의 진행비와 법정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위장 전입과 허위 전세계약 등 각종 불법행위가 동원되는 실정이다.빌라 스와핑은 깡통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피해는 세입자 몫이 된다. 법망을 교묘히 피했으나 주민등록법 위반 등 불법행위 투성이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은밀하고 치밀하게 진행돼 적발도 쉽지 않고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장 점검을 통해 적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3억원 이하 주택은 전세자금 대출 금지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부분 분양가 3억원 이하인 빌라단지 스와핑은 더 성행할 것이란 전망이다.빌라 스와핑은 공급자와 소비자, 중간 거래상이 한통속인 집단 범죄행위이고, 주택시장 교란행위다. 피해자가 누가 될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와 같다. 건축주나 시행자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입주자와 세입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 빌라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난개발의 주범이다. 스와핑을 막을 수 있는 법·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용인 광주 등 해당 지자체는 실태조사를 통해 위법사실이 적발될 경우 사법 고발 등 엄중 조치하기 바란다.

2020-06-25 경인일보

[사설]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결과못지않게 과정도 중요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2일 여객보안검색 요원 1천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해당사자 그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반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지 이틀도 안 돼 정부 직접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내며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방침에 반발하는 이들은 취업준비생·청년그룹과 기존 정규직 노조, 그리고 직접 고용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우선 취업준비생·청년그룹은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역차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신규 공개채용이 끊기다시피 한 상황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자신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청년그룹의 박탈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정규직 노조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을 발표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직접 고용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들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2017년 5월 입사자의 경우, 채용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인천공항공사의 방침을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결국 26일 인천공항공사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이 아니고, 기존 보안검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해명에 나섰지만 수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는 해명이지만 인천공항공사의 매끄럽지 않은 일 처리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이번 논란은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것 못지 않게 이해당사자들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염두에 두었다면 현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제1호 사업장으로서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을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성과를 내는 것에 급급해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2020-06-25 경인일보

[사설]6·25전쟁 70주년, '잊혀진 전쟁'이 돼선 안돼

오늘은 6·25전쟁 70주년이다.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새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다. 실향민들 대부분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깊은 한을 간직한 채 눈을 감았다. 몇 번의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지만, 실향민 0.1%만 누린 혜택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제 남아있는 실향민 1세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마저 떠난다면 남북을 잇는 끈 하나가 떨어져 나가게 된다. 그래서인지, 남북이 한민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70년은 너무 긴 세월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수없이 많은 부침을 겪었다. 남북대화는 이어졌다가 끊어지길 수없이 반복했다. 남북 정상이 여러 번 만났지만, 그때만 관계가 개선될 뿐, 이내 틀어지고 말았다. 북한은 그 틈을 노려 고도의 심리전으로 우리 내부를 교란시키고 남남갈등을 유발했다. 지금이 그런 경우다. 판문점 선언의 상징인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아무렇지 않게 폭파하는가 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 등에 병력을 재배치하고 비무장지대에 대남확성기를 설치하면서 대남 삐라 살포를 공언했다. 그러다 어제는 느닷없이 그동안 두문불출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하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은 자신들이 위기상황을 겪을 때마다 전쟁 열기를 고조시키는 수법을 반복하고 있다.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간 어렵사리 이룩한 평화 프로세스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당당할수록 북한이 손을 내민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북확성기 방송으로 강경하게 나가자 북한이 결국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북한은 강할 때 약하고 약하게 보이면 호전적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전후 세대에게 6·25는 점점 '잊혀진 전쟁'이 되고 있다. 6·25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모르는 젊은이도 허다하다. 6·25전쟁이 종전이 아니라 '진행중'인 정전 상태라는 점을 인식하는 전후 세대도 그리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두 차례의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수 많은 도발 행위 역시 쉽게 잊는다.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원하게 된 것은 바로 6·25의 비극을 당사자로 처절히 겪었기 때문이다. 비록 70년 전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지만, 그때의 비극을 기억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2020-06-24 경인일보

[사설]도내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운영돼야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계를 중심으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정부는 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했다. 지역에서는 조선대학교병원이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코로나 19 감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도에도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침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내에 전문병원을 지정해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이 지사는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전문병원 지정을 비롯, 중증환자 치료 전담병원인 안성병원에 대한 의료인력 지원, 민간 의료기관의 자발적 진료 참여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특히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도내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유치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도내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치 운영되면 신종 감염병과 고위험 감염병에 대한 효율적 대처가 가능하게 된다. 전문병원은 감염병의 연구·예방, 전문가 양성 및 교육, 환자의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한 시설, 인력 및 연구능력을 갖춘 병원이다. 100개 이상의 음압격리 병상이 운영되며, 평시에도 전체 격리 병상의 20% 이상을 대기병상으로 두어 감염병 환자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한 축으로,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에 반드시 설치돼야 하는 이유다.정부가 경기도 내 전문병원을 지정하더라도 실제 운영까지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수년째 부지조차 구하지 못했고, 조선대병원은 2022년에야 운영이 가능한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도내 전문병원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지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이 극도의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 지사의 건의는 이 같이 다급하고도 절박한 사정을 정부에 호소한 것이다. 인천 등 타 지역에서도 전문병원 지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가 답할 차례다. 도내 곳곳에서 이 지사의 건의는 이같이 다급하고도 절박한 사정을 전한 것이다. 인천 등 타 지역에서도 전문병원 지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가 답할 차례다.

2020-06-24 경인일보

[사설]운송업체 세금횡령 혐의에 면죄부 준 경찰수사

지난해 경인일보가 단독보도한 수도권매립지 관토 반입전표 환치기 사건은 공공기관의 직무유기와 일부 운송업체의 악덕 상혼이 결합된 세금횡령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반입 폐기물을 덮어 매립할 흙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관급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관토 처리가 골치아프다. SL공사는 서울시 공공기관과 협약을 맺고 관토반입을 허가했다. 서울시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흙을 운송비만으로 처리할 수 있고, SL공사는 폐기물 매립용 토사를 공짜로 확보할 수 있는 상생협약이었다.하지만 상생협약은 악덕 운송업체의 배를 불리는 암시장을 만들어냈다. SL공사가 발행한 관토 반입전표가 악덕업자의 노다지가 됐다. SL공사가 관토 반입전표를 공공기관에 발행하면, 공공기관은 운송업체에 전표와 운송대금을 지불하고 관토를 출고한다. 문제는 운송업체가 서울시 관토는 서울 인근 경기도 농지 등에 불법 매립한 뒤 남은 전표를 민간사업장에서 발생한 토사(사토)를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하는데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전표가 거래되고, 악덕 운송업체는 서울시 세금인 공식 운송비와 민간사업자에게 판매한 전표 수익을 독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가 세금으로 업체들에게 지급한 관토 운송비용만 60억원이다.지난해 국정감사에 이 문제가 불거지자 SL공사는 부랴부랴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다고 법석을 떨었고,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관토 운반차량의 실시간 운행경로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불법을 인정하고 개선 조치를 취한 것이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당연히 10년간의 불법적인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다.그러나 이 사건 수사를 전담한 인천계양경찰서는 지난 19일 '실정법상 처벌이 어렵다'며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인일보는 올해 3월에도 전표환치기가 여전히 성행한다고 추가 보도했다. 경찰 수사중에도 여전한 불법에 대해 경찰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악덕업체가 국민 세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언론이 대부분 밝혀 준 사건이다. 경찰로서는 불법의 범위만 확대하면 되는 수사였다. 그런데 혐의가 없다니 무슨 소린가. 공공기관이 발행한 전표로 국민세금을 횡령한 것도 모자라 그 전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착복한 행위에 범죄혐의가 없다? 경찰 수사가 이상하다.

2020-06-23 경인일보

[사설]무더기 행정심판 초래한 화재안전조사

정부는 2018년 제천·밀양화재 이후 '화재안전대책 특별TF'를 구성했다. 인명·재산피해가 큰 대형화재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어 다중이용시설 등 전국 건물 55만4천개 동을 대상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실시했다. 대형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건축물에 대해 건축·소방·전기·가스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 참여단으로 점검반을 구성, 화재 위험요인과 안전시설을 중점 조사했다. 특별조사는 2019년 1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진행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안전기준과 제도를 정비하고 건물의 안전과 관계된 전문지식이나 기술적인 문의사항에 대해 전문조사반이 무료 컨설팅을 통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위법사항이 적발된 건물주들은 특별조사로 엉뚱한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이다. 화재 예방을 위한 조사가 결과적으로 무단 용도변경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로 이어졌다는 볼멘소리다. 성남시 중원구청 앞에서 최근 한 건물주가 1인 시위를 했다. 이 건물주는 특별 조사에서 4층 건물 일부의 불법용도 변경과 부설 주차장 미설치 사실이 적발돼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화재 예방을 위한 조사가 건축물 불법 행위 단속으로 확대돼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중원구에서만 276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특별조사에서 건축법 위반 사실이 적발돼 해당 지자체에 통보된 건수는 5천784건이다. 남양주시 786건, 성남시 591건, 수원시 477건, 가평군 476건, 광주시 444건 순이다. 적발 건축물 소유주에게는 원상복구 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등 행정처분이 예정돼 있다. 일부 건물주들은 직접 불법행위를 한 게 아니라 전 소유자로부터 매입했을 뿐인데 불이익을 받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무더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중원구 관내 주거시설 소유자들이 이에 불복해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는 추세다.정부와 소방당국은 대형 화재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필요할 경우 생활권과 재산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화재를 예방한다며 조사한 뒤 소방시설법이 아닌 건축법 위반 사항을 처벌하겠다는 건 주객이 바뀐 양상이다. 불법행위는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화재예방을 위한 조사는 그에 따른 조치에 국한돼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 19 여파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이다.

2020-06-23 경인일보

[사설]국정쇄신 개각 단행하고 국력결집 시국담화 내놓을 때

대한민국이 극도로 혼란스럽다. 5개월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와 재정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느닷없는 북한의 도발로 안보위기가 추가되고, 이에 대응하는 국내 여론의 분열은 사회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무기력하고, 국회는 작동하지 않으며, 검찰과 법원은 진영의 전쟁터가 됐다. 국정은 총체적 난맥에 빠졌다.이런 상황을 최종적으로 타개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의 결단과 대국민 메시지가 절실하다. 국정쇄신용 전면개각을 통해 국정 동력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 개각요인은 거의 전 부처에 누적된 상황이다. 북한이 대남관계를 적대적으로 규정하고 한반도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상황은 대통령과 여당에 큰 충격을 안겼다. 결정적으로 북한의 진의를 오판한 정부와 청와대 내의 대북라인은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외교부는 존재감을 상실했고, 국방부의 대북 대응의지 의심받고 있다. 국정원과 청와대 안보라인의 정보관리 능력 부재도 간과하기 힘들다. 이미 장관이 사퇴한 통일부 뿐 아니라 외교·국방·안보 분야의 전열을 새롭게 해야 한다.경제위기 상황에서 통계해석에만 집착하는 경제관련 부처의 쇄신으로 경제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잇단 실언으로 국민과 의료진의 신뢰를 상실하고, 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실수한 보건복지부, 부동산시장 관리에 실패한 국토교통부, 코로나 사태에 끌려다닌 교육부 또한 쇄신의 영역에 포함된다.국정쇄신용 개각에 이어 현재의 위기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국력결집을 호소하는 대통령의 대국민 시국담화도 필요하다. 국민은 대통령의 감동적인 취임사를 기억한다.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고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대선)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할 동반자"라는 대통령의 국민통합 선언은 명징했다.하지만 지금 국민은 평등·공정·정의의 가치가 승자와 패자에 따라 달라지고, 대통령 지지 여론과 반대 여론으로 갈린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다. 거대한 편가름을 방치하고서는 코로나와 안보, 경제 분야 삼중위기를 극복할 국력의 결집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갈등 원인을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성찰적 메시지와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대국민 담화로 분열된 여론을 소통시켜 주길 바란다.

2020-06-22 경인일보

[사설]인천 극동방송 건축과정 재조명의 의미

최근 인천에서 한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뮤지엄 파크부지 내에 남아있는 옛 극동방송 사옥과 선교사 사택이다. 극동방송의 전신은 '한국복음주의방송국'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해외방송을 송출한 방송국이다. 옛 극동방송 주변에는 선교사들이 거주했던 일곱 채의 사택이 있다. 극동방송이 첫 방송을 송출한 때는 1956년이다. 당시의 기술력과 방송 송출 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이들 건물은 첫 방송 송출시기보다 1~2년 전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극동방송은 1964년 9월 인천에서 개최된 '제45회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해 1966년 6월 '제2회 인천시민의 날 특집방송', '인천항 제2선거 기공식 준공방송' 등을 중계했다. 인천 역사의 주요 포인트를 역사적 기록물로 담은 방송국이었다. 하지만 방송국의 역사적 기여도에 비해 극동방송 사옥과 선교사 사택의 건축 과정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국에서 방송국 개소 준비를 하던 선교사 일행이 직접 벽돌과 시멘트 등을 이용해 사옥과 사택을 지었다'는 게 전부이다.이처럼 흔하디 흔한 역사 속의 한 건물로 남을 뻔한 극동방송 사옥과 선교사 사택이 최근 역사학계의 관심을 받을 만할 일이 생겼다. 이들 건축물에 한국인의 땀이 스며있다는 사실이 경인일보의 취재로 알려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립박물관은 최근 한국인 목수 고(故) 조상민 선생과 장인들이 극동방송 사옥과 선교사 사택을 건축했다는 역사적 고증을 조상민 선생의 아들 조덕남씨의 증언을 토대로 확인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2025년 준공 예정인 인천뮤지엄파크 내에 극동방송 사옥과 선교사 사택의 원형을 보존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한다. 박물관, 미술관 등을 갖춰 인천 문화의 거점이 될 인천뮤지엄파크에 적합한 역사적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옛 극동방송 사옥과 선교사 사택을 한국인이 건축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역사학적으로 유의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퍼즐의 조각을 맞추듯 분실된 역사의 한 조각을 찾아내는 것은 역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시립박물관이 역사의 한 공백을 채운 것에 박수를 보낸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이번 성과가 묻혀 있던 우리 근현대사의 소중한 부분을 세상에 알리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2020-06-22 경인일보

[사설]코로나, 독감처럼 껴안고 살아갈 방역체계 세워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수도권에서는 집단감염 원점이 속출하면서 n차 감염이 그치질 않고 있다. 경기도 등 수도권 시민들은 재난 문자를 통해 코로나19가 바로 코앞에 닥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농번기를 맞아 입국한 해외 유입 확진자가 늘고 있어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이다. 이와 관련 여론의 일각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방역체계인 '생활속 거리두기'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형편이다.하지만 코로나19 발생 5개월 만에 국민의 경제, 사회, 문화적 삶이 파탄난 상황을 감안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체계로 돌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의 고민도 이 지점일 것이다. 코로나19로 민생경제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산업분야에서도 하청제조업이 무너지는 상황이고, 이는 대기업의 위기로 확대될 조짐이다. 3차 추경을 통한 재정지원에 나서도 민생과 산업을 부축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제의 일상화를 회복하는 것 외엔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결국 코로나19의 위협을 일상생활에서 감내하면서 경제활동을 정상화시키는 선택 외에는 길이 없다. 위험한 선택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결단이다. 이 선택이 가능하려면 코로나19를 현 수준에서 관리할 방역대책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생활방역(생활속 거리두기) 유지 기준을 일일 확진자 50명 이하로 잡은 것은, 그 이상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중증환자의 병상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음압병상 확대와 경·중증 환자 신속구분 시스템 등을 개선해 관리가능 확진자 수를 확대해야 한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변이가 너무 빨라 백신이 개발돼도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한다. 결국 코로나19도 독감 처럼 껴안고 살아야 할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방역선진국이라는 미명에 집착해 코로나19 종식을 방역목표로 설정한 듯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제 신종감염병 중앙상임위원회 오명돈 위원장도 "코로나 종식은 비현실적인 방역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제 최대, 최선의 준비로 코로나19 관리와 경제 정상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음을 국민에게 밝히고 설득할 때가 됐다.

2020-06-21 김한울

[사설]'깜깜이 운영비' 밝혀야 할 매립지주민협의체 수사

'깜깜이' 예산 집행으로 숱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이하 주민지원협의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등 주민지원협의체 간부들과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을 받은 단체 등을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중이다. 이로써 진상 규명이 번번이 무산됐던 주민지원협의체 운영 예산의 집행 실태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주민지원협의체는 수도권매립지 환경피해지역의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기구다. 주민지원협의체에는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수수료로 조성되는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기금 총액의 5% 범위에서 운영비가 지원된다. 운영비 규모는 매년 5억원 이상으로 지난해에는 1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 돈은 수도권 시민들이 구입하는 종량제쓰레기봉투값이 주재원이다.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혈세나 다름없는 돈인 만큼,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그러나 운영비가 어떤 용도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주민지원협의체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주민지원협의체가 자료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민지원협의체에 운영비를 지급하는 주체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조차도 감사를 통해 운영비 집행실태를 점검하려 했다가 주민지원협의체 측의 자료 제출 거부로 손을 놓고 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지원협의체 측은 이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까지 교체해 자료 인멸 의혹까지 사고 있다.주민지원협의체 운영비가 부적절하게 쓰이고 있는 정황은 이미 수차례 포착된 바 있다. 고급 골프의류 등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관할 경찰서 경찰관에게 건넨 사실이 경인일보 보도로 드러났는가 하면 5천만원이 넘는 고급 RV 차량을 업무용으로 구입하고, 또 이 차량을 위원장이 사적으로 이용하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민지원협의체의 이러한 '돈 잔치'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불투명한 예산 집행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따라서 이번 경찰의 수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주민지원협의체 운영비 집행에 얽힌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불법행위 조사 뿐 아니라 제도적 개선까지 이끌어 낸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2020-06-21 김한울

[사설]권역별 질병 대응센터 인천 설치는 당연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할 예정인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 간 산하 기관 유치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를 비롯해 감염병에 대한 포괄적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예고 한 바 있다. 정부가 마련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승격되는 질병관리청 아래에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질병대응센터는 지역 단위의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조직으로, 지역 현장에 대한 역학조사 지원 감염병 취약지 조사·분석, 만성질환 연구 등 지역 방역 기능을 지원하게 된다. 또 자치단체 감염병 대응인력 교육훈련·양성 및 진단기술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만큼,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는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에 설치되어야 한다. 설치 지역 선정에 따른 합리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단체간 소모적인 유치 경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미 제주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지방의회 등을 중심으로 질병대응센터 유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물론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보다 많은 지역에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가 재정여건이나 인력 수급 등의 문제와 맞물려 거점 지역 몇 곳에 설치하거나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게 불가피하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역은 인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매년 5천만명의 입국 검역대상자 중 90%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입국하는 만큼, 그 어느 지역보다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도시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국내 첫 확진자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이었다. 해외 주요 공항의 경우, 반경 10㎞ 이내에 감염병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있는 반면 인천국제공항 인근에는 이런 종합병원이 전무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인천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할 명분은 충분하다. 인천은 이미 권역외상센터(길병원)를 운영하고 있는 터라 의료거점으로서의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질병대응센터 설치지역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2020-06-18 경인일보

[사설]정부는 국민방위군 진상규명 나서야

1950년 한국전쟁은 한반도 전역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70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는 슬픔이 남았다. '국민방위군'도 이 중 하나다. 수만 명 민간인이 전장에서 싸우다 죽거나 다쳤으나 정당한 보상이나 명예는 지켜지지 않았다. 수십만 명이 징집됐으나 사상자 규모 등 정확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에게 사망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실종 처리됐다. 2000년대 들어 진실화해위원회가 수년간 현장을 찾아 조사하고 피해자들을 만났으나 실상은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채 희미해지고 있다.경인일보는 국민방위군으로 참전했던 고 유정수 씨의 일기를 발굴, 국민방위군의 단면을 특종 보도했다. 현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 출신인 그는 3개월간 76차례 일기를 통해 징집과 이동, 교육대 생활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화성에서 경북 청도 교육대까지 이동했던 그는 수개월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6년부터 5년간 국민방위군 실태를 조사한 진실화해위원회는 유씨 일기에 등장하는 청도교육대(제22교육대)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 거창 양민 학살사건, 국민보도연맹사건과 함께 한국전쟁 3대 사건으로 꼽히는 국민방위군은 제대로 된 사료가 없다는 이유로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했다.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1950년 11월부터 51년 8월께까지 6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징집돼 수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와 참상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국회 특별조사위는 1951년 3월 국민방위군 실태조사를 벌여 허위인원 조작, 납품 허위기재, 횡령·상납 등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하지만 당시 국방장관이 추가 조사를 반대하고 수사가 축소돼 관련자에게 파면 등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이후 재수사를 통해 일부 관련자들이 처형됐지만 국민방위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2010년 조사를 마친 진실화해위원회는 '증거가 아니라 진술에 의존하면서 진실을 규명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국민방위군과 관련한 기록이 워낙 희소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최종 결론은 국가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추가 조사를 통해 사망·실종자, 유가족에 공식적 사과 위령제,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갖추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났다.

2020-06-18 경인일보

[사설]북 군사합의도 파기, 상황 오판 대북라인 교체해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도 대남 도발의 수위와 범위를 확대하고 나서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7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친미 사대주의자로 지칭하고 '더 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는 상대'로 규정했다. 북한 총참모부는 금강산·개성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초소 병력 재배치,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를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서울 불바다설'을 언급하며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정치적인 위협은 살벌하고 군사적 위협은 실제적이다.우리 정부의 대응도 강경해졌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여정의 문재인 대통령 비난 담화에 대해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감내하지 않겠다"며 경고한 뒤 북측의 언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결과는 북측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남북군사합의 파기 예고에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북 도발에 대해 "금도를 넘었다"고 말을 보탰다. 지난 4일 김여정의 담화 이후 지속된 북한의 엽기적인 도발책동을 초인적으로 인내하던 당·정·청 입장이 급변한 것이다.그러나 북한의 기세등등한 도발책동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구체적으로 대응할 액션플랜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와 관련 국방부가 감시자산을 통해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징후를 사전에 감지했다는 보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는 연락사무소 폭파 중단을 촉구하고 경고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일언반구 없이 폭파 장면을 지켜보는 수모를 당했다.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질 정부 인사가 김 장관뿐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연속적인 도발책동에 직면한 국민들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열렸다던 남북화해시대가 허상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에 의해 농락당하도록, 사태를 오판한 대북 실무라인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이유다. 북한 도발에 대한 확고한 대응 메시지로 대북 실무라인 전면 교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여권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대북전단을 지목하고 우리 탈북국민을 쥐잡듯 했다. 하지만 우리를 위협하는 적은 북한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북한에 대한 여권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2020-06-17 경인일보

[사설]근본처방 없는 21번째 부동산 대책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코로나 19로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1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고, 갭 투자 성행으로 수도권 집값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자 내놓은 대책이다. 우선 수도권을 서쪽, 즉 수원 인천 안양 용인 화성 동탄2 등을 투기 과열지구로 묶었다. 규제하면 다른 지역 집값이 뛰는 이른바 '풍선 효과'를 의식했는지 최근 집값이 급등한 경기 일부 지역과 대전, 청주도 조정 대상 지역이 됐다.정부는 지난해 말 '규제 종합세트'라는 소리를 들었던 '12·16 대책'을 내놓았지만, 고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사는 갭 투자의 부작용을 낳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책에는 갭 투자 방지 대책도 포함됐다.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신규 구매하는 경우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과열지구의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말썽이 됐던 법인을 통한 주택 투자에 대한 세금도 강화했다. 집값이 꿈틀거리는 것은 시중에 넘쳐나는 돈 때문이다. 금리도 0.5%로 사상 최저다. 언제라도 더 내릴 태세다. 그러니 돈이 갈 데가 없다. 부동산과 주식이 오를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경제는 최악인데 주식시장이 연일 오름세인 것도 그래서다. 주식을 사겠다는 대기 자금만 수십조 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살기 원하는 지역을 세제와 금융 등 각종 규제를 내세워 막는 바람에 공급부족을 일으켰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으니 집값이 오르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소비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20번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것도 근본 처방 없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했기 때문이다. 초고강도 규제로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이다. 구체적인 공급 대책 없이 규제로 일관한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2020-06-17 경인일보

[사설]충격적인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도발

북한이 16일 오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지난 13일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고를 사흘 만에 실행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날 오전엔 북한 총참모부가 남북합의에 따른 비무장화 지대에 군대 재배치를 예고했다. 지난 4일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강도를 높여 온 북한의 막말 도발이 연락사무소 폭파로 실행되면서 북한의 대남 결별선언이 말장난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 삼아 시작된 북한의 긴장 고조 행보를 북미대화와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시위쯤으로 여겨 북한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북한의 대남도발의 배경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한 "남북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자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대한민국 여당의 역지사지와 대통령의 간곡한 호의를 하루 만에 걷어찼다.문제는 북한의 폭주가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은 점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정은의 권한을 위임받은 김 부부장이 경고한 대남 결별 실행방안의 일부이자 시작에 불과하다. 김 부부장은 연락사무소 폭파 외에도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단 철거,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했다. 그중 남북군사합의 파기는 비무장화 지대에 대한 군대 재배치 예고로 실행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만일 폐쇄된 비무장지대 초소 복구에 나선다면, 연락사무소 폭파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상황, 즉 남북관계가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당·정·청은 현 상황의 위중함을 엄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이 대북전단 때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단'에만 집착해 북한의 의중을 놓친 당정의 정세판단 능력은 문제가 있다. 북한은 이번 긴장조성 전략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정치, 군사적인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최종적 목적을 파악해야 우리의 대응이 정밀해질 수 있다. 전단살포를 금지하고, 금강산여행단을 꾸리는 유화책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철저한 군사적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20-06-16 경인일보

[사설]비용 줄었다면 대학 등록금 일부 돌려줘야

전국 대학들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수업(온라인 강의)을 하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학생·학부모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국대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달부터 각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소송을 준비하며 참여 학생을 모집 중이다. 서울 소재 법률사무소도 지날 달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등록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전국 처음으로 재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주겠다고 밝혔다. 등록금을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수도권 등 여타 대학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건국대가 총학생회와 합의한 방식은 '환불성 고지감면 장학금' 형태로 알려졌다. 2학기 등록금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깎아주는 것이다. 대학과 총학생회는 그러나 감면 금액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여 계속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건국대 사례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온라인 강의가 진행됨에 따라 소요 경비가 감소했음을 학교 측이 처음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학생들은 그동안 비대면 수업에 따라 학교 시설운영비와 인건비가 줄어드는 등 등록금 일부 반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등록금 일부 반환 여부를 고민하는 다른 대학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학생들 요구와 달리 대학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비대면 수업이라도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등 학교 지출은 그대로 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비용이나 학습관리시스템 구축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등 지출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돌려줄 게 없다는 뜻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등록금 환불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은 '천재지변으로 등록금 납부가 곤란할 때 등록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등록금 반환을 강제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질이 낮다는 것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대학의 지출 비용이 줄었다면 그만큼 돌려줘야 마땅하다. 물론 비용 감소에 대한 정확한 산출 과정이 우선 진행돼야 한다. 대학이 결정할 문제이나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건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2학기에도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비대면 수업이 계속될 수 있다. 이번 학기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다음 학기에도 논란은 피할 수 없다. 교육부가 나서 해법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2020-06-16 경인일보

[사설]아동학대 막을 법·제도적 시스템 강화하자

지난달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의 폭행을 피해 도망쳐 나온 9살 여아가 겪은 실상은 충격적이다. 그는 집 안에서 막대기로 맞고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발견 당시 눈이 멍들고 손가락은 심하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해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벗어났다. 천안에서는 엄마에 의해 강제로 작은 여행용 가방에 갇힌 9살짜리 남자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1월 여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30대가 의붓아들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1시간 가량 앉아있도록 해 숨지게 했다.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다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평택 원영이 사건'도 있었다.아동학대는 새로울 게 없는 사회 현상이 됐다. 최근에는 부모에 의한 잔혹한 학대 행위가 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관련법을 제·개정해 범죄를 줄이겠다고 공언한다. 인력과 예산을 늘려 범죄를 줄이고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지자체 발표가 뒤따른다. 하지만 학대 사건을 마주하는 현장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청이 집계한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2천619건, 2018년 1만2천853건, 지난해 1만4천484건이다. 경기 남부지역에선 올해 5개월 동안 1천608건이 접수됐다. 정치권과 지자체가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시행을 앞둔 아동학대범죄 법률 개정안은 '공공성 강화'가 골자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들 대신 지자체 전담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하는 권한을 갖도록 했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 확충이다. 성남 안산 시흥 군포 의왕 화성 여주 등 도내 7개 지자체는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선도지역'이나 추가 배치한 공무원이 1~2명 수준이다. 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의 승인 범위가 제한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공공성 강화라는 구색만 갖췄을 뿐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아동학대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량 범죄행위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가정 폭력의 증가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은밀하고 잔혹하게 이뤄지는 학대 행위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법·제도적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등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들이 관련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2020-06-15 경인일보

[사설]9호선~공항철도 직결사업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서울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간 직결사업'의 사업비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인천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직결'(直結)은 두 노선을 연결해 열차를 오가게 하는 운행방식을 말한다. 이 사업은 공항철도 구간인 인천공항 제2터미널~김포공항 구간과 서울9호선 구간인 김포공항~보훈병원 구간을 연결해 김포공항역에서 환승 없이 열차가 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사업을 추진 중인 정부와 서울시는 총 사업비(957억원)를 6대4의 비율로 분담키로 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이 사업의 수혜자 대다수가 인천시민'이란 이유로 인천시에 사업비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총사업비 중 신호, 전기 등 운영비용에 투입되는 지방비 240억원 중 40억원 이상을 인천시가 부담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서울시 사업에 인천시가 예산을 투입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법적인 문제를 떠나 열차 이용객 수만 봤을 때 서울시의 주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의 수혜자에 인천시민이 포함되는 것은 맞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 열차를 탄 승객은 중간에 환승 없이 서울 강남·강동 지역까지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역방향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들 또한 사업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또 직결열차를 이용하게 될 인천시민들은 서울로 출퇴근 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생산활동을 서울에서 하는 만큼, 열차의 이용객을 거주지로 나눠 계량화하는 것은 수도권에서는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열차 이용객 중 인천 시민이 많으므로 돈을 내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다.무엇보다 서울 9호선의 혼잡을 개선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서울시가 자체 예산을 투입할 이유는 충분하다. 직결운행을 할 경우, 열차를 반대 방향으로 되돌리는 회차가 필요 없어 수송력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혼잡도 줄어들어 시민들의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또 직결 서울시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예산 줄이는 것보다 사업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게 더 효율적인 셈이다. 자치단체간 소모적인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된다면 피해자는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수도권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두 도시간 협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2020-06-15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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