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튜닝 규제해소 생색내더니 세금 폭탄 터트린 정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11인승 승합차로 제한했던 캠핑카 개조 대상 차량을 승용차와 화물차로 확대하고, 소방차·방역차 등 특수차의 화물차 개조도 허용하는 전향적인 규제 완화가 핵심이었다. 검사 면제 개조 사항도 확대하겠고 밝혔다. 캠핑카 튜닝 확대로 연간 1천300억원, 특수차 튜닝 허용으로 연간 2천200억원의 신규 튜닝시장 창출을 예상했다. 캠핑카를 활용한 국민의 여가활동 욕구 해소는 덤이었다. 국토부의 획기적인 규제완화 정책에, 튜닝 업계는 반색했고 여론도 뜨겁게 호응했다. 이에 고무된 국토부는 관련 법규를 손봐 올해 2월 말 캠핑카 튜닝 규제완화정책을 시행했다.그러나 규제완화 정책 시행 두달여 만에 튜닝관련 업계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극적인 반전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튜닝 관련 세금폭탄이 터진 탓이다. 규제완화 관련 법규 시행 이후 캠핑카 개조에 개별소비세, 교육세가 줄줄이 매달린 것이다. 과거엔 2천만원의 중고차를 300만원 들여 개조하면 개조 비용의 10%인 30만원만 부가가치세로 납입하는 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법규 개정으로 과세 기준이 차량가와 개조비용을 합한 금액으로 대폭 인상됐고, 납부 세금 항목도 늘어 총 194만4천500원을 납부해야 한다. 규제완화 전 보다 6배나 많은 세금이다. 튜닝 규제완화로 생색낸 정부가 세금 폭탄을 감추고 있었던 셈이다. 소비자와 관련업계가 배신감을 토로하는 건 당연하다.국토부의 자동차 튜닝 규제완화 정책이 캠핑카 소비자인 국민과 관련 업계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세수 확대를 위한 꼼수였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튜닝 업체들은 오히려 시장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니, 국토부의 규제완화 정책은 이미 절름발이가 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세금이 과하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취지가 자동차 튜닝 산업 활성화인 만큼 세금 부서에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국민과 업계에 생색을 내고 정부내에서도 호평 받은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을 준비하면서, 세금 문제 검토가 빠졌다니 황당하다.의도적으로 세금 문제 거론을 피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고, 아예 세금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스스로 무능을 드러낸 것이다. 국토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궁금하다.

2020-05-17 경인일보

[사설]등교 개학, '섣부른 결정'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미뤄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학생들의 등교 시기에 대해 "예정대로 할 것"이라며 "고3 학생들은 20일에 학교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고3들은 입시문제도 있다"며 "다행히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숫자는 안정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학사일정이 3개월 가까이 중단된 상태에서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불안감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등교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20일 고3 등교를 시작으로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에 등교를 할 것으로 보인다.이로써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는 우리 사회는 또 한번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의 길을 걷게 됐다. 조금만 헛디디면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간 쏟아부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살얼음판 같은 길이다. 뚫고 지나가야 할 장애물도 한 둘이 아니다. 정 총리의 말처럼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숫자가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래방을 매개로 4차 감염자가 나오는 등 집단감염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직업을 속인 강사 때문에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에서는 등교 연기 여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인천의 경우, 학원 강사에게 학원수업 또는 과외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가족 등 확진자들의 동선이 교회와 학원, 공부방 등 다중이용시설로 확인되면서 검사대상이 2천명에 이르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학사 일정보다는 학생들의 안전을 더 중시해야 하는 시점이다. 만일 일선 학교에서 방역이 뚫린다면 학생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대입을 비롯해 지금까지 논의해 온 학사일정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교육 당국은 조그마한 빈틈이라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마지막까지 안전한 학습환경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등굣길에서부터 방역을 위협하는 요소는 뿌리를 뽑는다는 각오 아래,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 이번 등교 조치가 훗날 '섣부른 결정'으로 평가받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2020-05-17 경인일보

[사설]계양산성의 국가사적 지정을 환영하며

인천 계양산성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는 지난 13일 계양산성의 국가사적 지정을 의결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7월부터 추진된 계양산성의 국가사적 지정은 지형도면을 첨부한 관보 게재만 남겨두게 됐다. 사적은 역사적 가치가 큰 유적 등을 대상으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된다. 사적은 국가의 보호아래 관할 자치단체가 관리하게 된다.계양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성된 한강 유역의 교두보 성곽으로 삼국의 치열한 영토전쟁 과정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사용된 만큼, 오랜시간에 걸친 축성기술의 변천을 알 수 있는 학술 가치가 뛰어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2년 인천시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됐으며 계양산 일대에 조성된 계양산성 탐방로 등과 맞물려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사적이기도 하다.계양산성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는 그간 10차례의 학술조사를 통해 발굴된 유물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성백제 시기의 목간과 원저단경호(圓底短涇壺· 둥근바닥 항아리),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토기인 인화문(印花紋, 찍은 무늬) 토기, 화살촉·문확쇠(門確金)·자물쇠·쇠솥·동곶(童串, 대패의 덧날막이)·철정(덩이쇠) 등 다양한 금속유물들이 계양산성 일대에서 출토되었다. 이번 계양산성의 국가사적 지정은 계양산성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이뤄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계양구는 앞서 출토돼 전국 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던 계양산성 관련 유물 2천여점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계양산성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살리는 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계양산성 국가사적으로 지정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지역의 문화 및 역사적 가치를 살리는 데 자치단체의 의지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사실 계양산성은 국가사적으로 지정되기까지 심의과정에서 수 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초 축조시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4차례에 걸쳐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관할 계양구는 그간의 발굴조사, 문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축조시기를 특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고, 결국 5번째 심의에서 국가사적 지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4전5기 끝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계양산성의 국가사적 지정을 환영하며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데 기여한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20-05-14 경인일보

[사설]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 재확산 막아야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고 각급 학교의 등교일정이 잡히는 등 진정 기미가 완연했던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14일 현재 국내 코로나 환자는 1만991명으로 전날보다 29명 늘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이 지역 집단감염 진원지가 되면서 한동안 한자릿수에 그쳤던 증가 추세가 다시 두자릿수로 늘어난 것이다. 인천에서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20대 학원 강사와 접촉한 10대 학원생 5명, 과외 학생 2명, 학부모 1명, 동료 강사 등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13일 인천에서 확진된 30대 국어 과외 교사는 이태원 클럽 관련 첫 3차 감염사례로 파악됐다. 학원 강사와 접촉했다 확진된 학원생 중 2명은 인천 동구 온사랑 장로교회와 미추홀구 팔복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돼 3차 감염이 더 확산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20대 학원 강사가 역학조사에서 직업을 무직이라고 말하는 등 거짓 진술을 해 초동 대처가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은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이를 숨기거나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집단감염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126명으로, 전날보다 20명 늘었다.인천시는 거짓 진술을 한 강사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내 학원 강사를 전수조사하기로 하는 등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도 이태원 발 2차, 3차 감염을 막기 위해 접촉자 추적에 속도를 내기로 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대면 수업을 강행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는 등 엇박자 행보를 해 비난을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태원을 방문한 학교 교직원과 원어민 강사들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가격리 중 골프연습장을 다녀온 감염 불감증 시민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정부는 이번 주말이 이태원발 2차, 3차 집단감염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소 느슨해진 시민의식을 새롭게 다잡아야 한다. 특히 이태원을 다녀온 방문자들은 방역당국의 전수조사에 응해야 한다. 방문 사실을 숨기는 행위는 범죄일 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이웃을 감염시키는 슈퍼전파를 초래할 수 있다.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0-05-14 경인일보

[사설]기본소득으로 텅빈 지자체 재정 재설계해야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공공 부문 건설사업비를 줄여 재난 기본소득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이 고육책으로 마련한 돈으로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시설 건립공사가 미뤄지고 시설 보수공사가 중단되는 등 공공부문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같은 이유로 경기도 내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을 줄이거나 없앤 것과 비슷한 현상이 광역·기초 지자체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중소 상공인을 살리자는 기본소득이 외려 민생사업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됐다는 지적이다.남양주시를 제외한 도내 30개 지자체는 이달 초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주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공인들과 자영업자, 서민들을 돕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수원시는 재난관리기금과 일반회계에서 마련한 1천190억원을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안양시는 289억원, 군포시는 138억원 규모다. 이처럼 계획에 없던 예산이 기본소득에 편입되면서 시설 유지보수와 공공건물 신축사업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안양시는 장애인복지문화관 설립 예산 60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수원시 영통구는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교체 등 도로유지관리비 예산 3억원을 7천만원으로 축소키로 했다.해당 지자체는 예정에 없던 기본소득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민생부문 사업비가 줄거나 없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수입원이 마땅치 않아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기본소득 예산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민생 관련 사업비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면서 오히려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소득을 나눠주려 생활환경 개선과 직결되는 건설사업이나 공공시설 건립공사가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게 지역경제 활성화에 뭔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코로나 사태에 따른 기본소득 예산 확보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에 나선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불요불급 예산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눈에 보이는 사업예산을 줄이고 없애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책이다. 기본소득 주겠다며 정부가 SOC 사업을 줄이고, 지자체가 민생사업 예산을 손보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비상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낼 정책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2020-05-13 경인일보

[사설]고용쇼크 극복, 규제 완화 통한 기업 활성화가 답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코로나 고용쇼크'가 충격과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작년 4월보다 47만6천명 줄었다. 1999년 2월(-65만8천명) 외환위기 직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4만5천명 감소한 365만3천명이었다. 감소 폭은 2009년 1월(-26만2천명) 이후 가장 컸다. 재정 주도의 공공 일자리 수십만 개를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음식·숙박업에서 취업자가 21만2천명, 교육서비스업에서 13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그렇다고 제조업이 고용쇼크를 피해간 건 아니다. 이 정도면 '고용붕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고도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실업대란의 징후는 전날 발표된 실업급여 지급액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달 실업급여는 수급자 65만1천명에 9천93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지급액과 수급자 수 모두 한 달 전의 기록을 깬 역대 최고다.문제는 고용악화가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의 발표로는 이달 1~1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3%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일 평균 수출액도 30.2% 줄었다. 그나마 반도체만 감소 폭이 17%로 선방했을 뿐, 승용차는 80.4%, 석유제품은 75.6%, 휴대전화는 35.9%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이 고전할 경우 중소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경제 회복은 고용안정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오늘 열리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55만 개+α 직접 일자리 신속 공급방안' 등을 논의할 모양이다. 물론 재정을 통해서라도 일자리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는 일회성에 불과하다. 안정되지도, 지속적이지도 못하다. 그동안 수없이 주장했지만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든다. 정부는 첩첩이 싸인 규제를 완화해 기업 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 활성화야말로 좋은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다. 여기에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2020-05-13 경인일보

[사설]15년 이어진 대추리 원주민들의 눈물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에 따라 삶의 터전을 빼앗긴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의 고통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생계 대책도 없이 쫓겨난 원주민들은 힘든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보상을 둘러싼 이주민과 토지주택공사(LH)의 법정 다툼이 수년째 진행 중이다. 주민들이 일부 승소했으나 LH가 상급법원에 항소하면서 끝 모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국가가 외면하고 있다고 절규한다.정부는 지난 2004년 용산 미군기지를 서울 외곽으로 이전키로 하고 미군재배치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이전 대상지인 팽성읍의 옛 K-6 기지 부근 942만1천500㎡, 서탄면의 K-55 오산비행장 부근 211만5천700㎡ 부지에 대해 토지매수 및 수용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협의매수가 되지 않은 396만6천900여㎡는 강제수용하겠다며 법원에 공탁금을 걸었다.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 이들 중 30% 가량의 원주민은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나머지 이주민 대부분은 생계 대책 없이 쫓겨나 힘든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정부가 제시한 26.4㎡의 상업용지 분양 약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농민 절반 이상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해 주민 대부분이 LH가 평택지역에서 추진하는 택지개발 지구 내 상업용지를 공급받을 자격이 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가 약속한 보상대책은 다툼의 소지가 없이 이행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LH가 항소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부실한 보상에 약속마저 이행하지 않는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K-6) 건설의 이면에는 대추리 일원 원주민들의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 기꺼이 땅을 내놓고 정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다. 이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해 힘든 날을 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주민들이 고통받는 현실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보상책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민들의 절박한 외침을 모른 체 하는 건 국가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2020-05-12 경인일보

[사설]경비원 일자리·인권 동시에 위협하는 법부터 바꿔야

서울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했던 최모씨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사회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고인은 주차된 차량에 손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차주인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지난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 주민들부터 분노했다. 경비실에 빈소를 차리고 최씨를 추모하는 한편, 한 주민은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문을 올렸다. 만 하루만에 15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또한 고양시는 경비원 인권보장조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평행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밀어 정리하려는 최씨에게 감사의 표시는커녕 '머슴' 운운하며 모욕하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의 가혹한 폭행을 행사한 가해자의 인성에 말문이 막힌다. 보통 사람이면 엄두도 못낼 갑질이라는 점에서,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는 국민 여론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매우 특별한 성정의 가해자 처벌로 끝내는 것으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현행 경비업법상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업무 이외의 잡무를 해선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경비원이 주차관리, 청소, 우편물 분류, 분리수거 등 온갖 잡무를 떠맡고 있어 사문화된 법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3월 경찰이 아파트 단지 등에서 경비업법 현장 준수 여부를 단속하겠다고 밝히자, 경비업계뿐 아니라 경비원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경비원의 당연한 업무로 인식되고 있는 잡무를 못하게 하면, 경비업무 자동화를 부추겨 경비원 대량해고사태가 발생한다고 반발한 것이다. 경찰은 결국 제도개선 때까지 단속을 유예한다고 물러섰다.결국 경비원들은 일자리를 지키려, 자신들을 지켜줄 경비업법을 사문화시켜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고, 최씨는 법적으로 부당한 잡무인 주차관리를 하다가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모욕을 당한 것이다. 어쩌다 툭 튀어나오는 형편없는 인격자의 갑질은 그 때마다 법적으로 처벌하면 된다. 정부가 할 일은 고령자가 대부분인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와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경비원 인권도 보호하고 주민과 경비원의 이해 충돌을 해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문이 사문화된 이유다. 대부분 파견 노동자인 아파트 경비원 13만7천여명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부터 찾아가 물어보라.

2020-05-12 경인일보

[사설]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사용 내역 투명하게 공개해야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논란은 충격적이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일제 만행 고발에 앞장서 온 역사적 증인이다. 정의연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 부터 수요집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를 주도해 온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이다. 피해 할머니들과 정의연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그런 정의연을 향해 이 할머니는 "성금, 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정의연의 기부금 집행에 의혹을 제기했다. 수요집회 불참도 선언했다.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인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의연의 회계가 불투명하고, 윤 당선자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할머니의 기자회견과 관련 대다수 국내 언론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정의연의 갈등은 그 자체로 일본의 식민역사 왜곡과 위안부 문제해결에 대한 한국의 기본적 입장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 할머니의 주장을 전하면서도 사실 관계 확인에 힘을 쏟았고, 정의연의 직접 해명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하다.그러나 어제 정의연의 해명 기자회견은 사태를 깔끔하게 해결하기엔 미흡했다. 정의연은 "가족 같이 지내온 할머니께 마음의 상처를 드렸다"며 이 할머니에겐 사과했다. 하지만 본질인 기부금 집행문제에 대해서는 "기부금 내역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만 주장했을 뿐, 세부내용 공개는 피했다. 이어 정의연에 대한 일부 세력의 음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부금 사용 내용을 공개하면 그만일 사안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대목이다.이번 사태는 정의연의 기부금 내역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 외엔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정의연에 모인 국민 성금은 역사적 피해 치유를 위한 성스러운 금품이다. 일반 시민단체의 사례를 들어 완전 공개의 당부를 따질 돈이 아니다. 혹시라도 기부금 사용에 문제가 있다면, 잠깐의 신뢰하락은 피할 수 없어도 자정을 통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사태를 미봉하다가 결정적인 운영상의 하자가 드러나면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 우익들은 반격의 빌미로 삼을테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도 약화될 수 있다.

2020-05-11 경인일보

[사설]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의 자발적 검사를 호소한다

서울 이태원 일대 일부 클럽에서 촉발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진자가 매일 급증하면서 전국이 비상이다. 지난 6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닷새째인 11일 19시 기준 서울 59명, 경기 21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 등 전국에서 94명의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재로서는 확산 규모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 형국이다. 우리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집단 감염에 대해, 세계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정도로 잘 대처해왔다. 대구 신천지 교회를 비롯해 서울 구로구 콜센터, 청도 대남병원에서의 집단감염 및 방역사례에서 보듯이 집단 감염이 발생할 때마다 신속하고 능동적인 대처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그러나 이번 클럽발 코로나19 사태는 기존의 집단감염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 신천지 교회는 신도 명부, 콜센터는 직원 명단, 병원은 환자명부 식으로 신속한 확진자 추적을 가능케 한 데이터베이스가 있었다. 방역 당국은 이를 토대로 '조기 확진 및 격리'라는 대응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반면 이태원 클럽의 경우, 데이터베이스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유흥시설 특성상 출입 명부에 이름과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확보한 명단 5천517명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3천명을 넘는다고 한다. 출입 명부에 허위로 기재하거나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단감염 발생시 최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감염자 추적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난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신도, 직원, 환자 등으로 방역대상 그룹을 특정할 수 있었던 기존의 집단감염과 달리 이번 클럽발 코로나19 사태는 거주지와 직업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한데 모이고 흩어지는 곳에서 발생했다. 그만큼 감염경로와 전파양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이처럼 난맥상을 보이는 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게 바로 클럽 방문자들의 자발적인 검사다. 서울시가 '익명 검사'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신분노출을 우려하는 클럽 방문자들을 위한 조치도 속속 취해지고 있다. 선별진료소로 가는 길이 가족과 이웃을 위하고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클럽 방문자들이 가슴에 새겨주길 바란다.

2020-05-11 경인일보

[사설]문재인 대통령 앞에 펼쳐진 전인미답의 독점 권력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지난 3년 공정과 정의, 혁신과 포용,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걷고자 했고,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급하게 정권을 인수한 대통령의 집권 초반은 혼란이 깊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논쟁은 뜨거운 가운데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극심한 정치대립은 국론을 갈라놓았다. 대통령이 원했던 세상도, 국민이 바라던 나라도 아니었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는 토로는 진심일 것이다.그러나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대해서는 자신만만한 국정비전을 제시했다. 현 상황을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단정하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자신감을 보였다.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민 고용보험 단계적 확대와 국민취업 지원제도 시행으로 고용안전망 수준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코로나19 방역 성공국으로서 코로나 이후 인간안보 외교의 향도국이 되어 국제질서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선보였다.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이같은 자신감의 바탕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밝힌 대통령의 지지율은 71%다. 집권 4년차 대통령의 지지율이라기엔 경이롭다. 또한 총선 압승을 통해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이 가능해진 대의정치 구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대통령이 이날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고용보험 단계적 확대 및 국민취업 지원제도와 관련된 국회협조는, 여당의 힘만으로 신속하게 실행될 것이다.과거 같으면 레임덕이 시작될 집권 4년차 대통령이 취임 초 보다 강력한 국정운영 비전을 선포하는 모습은 한국 정치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누수 걱정 없이 임기 마지막 날 까지 국정을 주도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경지다. 대통령을 견제할 사람이 오직 대통령 뿐인 외로운 길이고, 국정운영 결과에 따른 모든 책임도 홀로 짊어져야 할 고통스러운 행보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에 모든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작동시켜야 하는 민주주의자 문재인의 행보는 끊임없이 주목받을 것이다. 대통령이 전인미답의 여정을 안전운행 하길 바란다.

2020-05-10 경인일보

[사설]생활방역 구멍, 이태원 클럽 뿐일까

이태원 클럽 발(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 클럽들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등의 영향으로 하루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34명 늘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 4월12일 하루 신규 환자가 32명으로 감소한지 28일만에 다시 확진자가 30명대로 급증한 것이다. 신규확진자 34명 중 해외유입사례 8명을 제외한 26명은 지역사회 감염사례로 대부분 이태원 유흥시설과 관련이 있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경기 용인시의 20대 남성이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북, 제주 등에서 신규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군인과 접촉한 동료 군인까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군에도 비상이 걸렸다.그간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해 온 의료진의 희생과 대다수 시민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번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유명 유흥가는 정부가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방역 강도를 완화하기 이전에도 이미 북적거렸다. 용인 확진자가 클럽을 이용한 시기도 생활방역으로 전환되기 4일 전인 지난 2일이다. 사람들이 밀집한 공간에서 술잔까지 오가는 유흥시설은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이번 집단감염이 촉발된 클럽들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더구나 이용자들이 노출을 꺼려 방역 당국의 후속 조치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러모로 방역의 사각지대가 아닐 수 없다.이번 클럽 집단감염사례는 생활방역으로 전환됐다 하더라도 방역의 사각지대에 한해 선별적인 관리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정부가 서둘러 한 달 동안 전체 유흥시설에 대해 '운영 자제 권고'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4·15 총선에서 자가격리자 포함 2천9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참여했는데도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은 것은 유권자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 1~2m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을 무시하면 어디든 코로나19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태원 클럽이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2020-05-10 경인일보

[사설]수도권 주택 공급확대 카드 적절하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 거품 빼기에 나섰던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주택공급 안정화에 주력해 2023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연평균 25만 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용산역 정비창 부지에 8천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등 부동산 거품의 진앙인 서울의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는 계획이다.정부는 하남 교산과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과천, 인천 계양 등지에 조성되는 3기 신도시에 사전 청약제를 도입한다. 본청약 1~2년 전 일부 물량에 대해 앞당겨 청약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까지 자격을 유지하면 100% 당첨된다. 내년 사전청약 물량은 3기 신도시 내 9천 가구로 구체적 대상은 내년 상반기 확정하기로 했다. 부천 대장, 수원 당수2 등 4만 가구는 올해 상반기 중 지구를 지정하기로 하는 등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에는 도심의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은 과천 등 경기도 일부 지역과 서울의 집값 안정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고강도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공급 부족에 따른 우려가 있었던 만큼 공급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전 청약제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 공급되는 30만 가구를 조기 분양해 실수요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유동성 자금도 묶어 집값 안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연이은 고강도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공급 부족에 따른 우려가 불안정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공급 확대 없는 부동산 억제 대책으로는 장기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시점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낸 것은 정책의 방향도, 시기도 적절해 보인다.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확고한 정책적 믿음이 없이는 근본적으로 집값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옥죄기가 아닌 공급 확대로 방향을 전환한 정부 대책에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2020-05-07 경인일보

[사설]성(性) 관련 가해 학생 대안교육기관의 조건

인천시교육청이 성(性) 관련 가해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 기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성 관련 가해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 위탁기관 2곳 이상을 지정해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해 학생은 이들 위탁교육기관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동시에 성인지 감수성, 학교폭력 예방, 공동체 회복 등의 교육을 받게 된다.시교육청이 이러한 계획을 마련한 것은 현재 제도교육 내에서 행해지는 성 관련 가해 학생에 대한 후속조치가 적잖은 후유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의무교육과정에 재학 중인 성관련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퇴학처분이 불가능하다. 강제 전학이 최고 수위의 징계인 만큼, 그간 이들 가해 학생은 제대로 된 교정교육을 받을 기회 없이 다른 학교로 보내지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가해 학생을 전학생으로 받는 학교의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의 가해 학생들이 전학을 간 뒤, 해당 학교의 학부모는 물론 인근 초등학교의 학부모들까지 나서 거세게 반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의 강제전학 처분 조치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에 비유되고 있다.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가해 학생을 위한 대안 교육과정 운영은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상 가해 학생이 원할 경우에 한해 가능하지만,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적, 제도적 보완 또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철학과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대로 운영되는 대안학교에는 뚜렷한 교육철학이 있다. 대안교육기관이 단지 학부모들의 반발을 의식해 가해 학생을 일정기간 격리시키는 역할에 머무른다면 운영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교육적 효과는 고사하고 가해 학생의 낙인 효과만 부추길 수 있다. 때문에 확고한 목적의식과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선도·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비하는 게 대안교육기관이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성인들의 성범죄와는 달리 청소년기의 성범죄는 제대로 된 교육기회만 주어지면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천에서 처음 시도되는 새 교육 모델이 이 조언을 100% 입증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0-05-07 경인일보

[사설]도시계획위 월권에 멈춰선 도시개발사업

경기도 내 기초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계획위원회 소속 일부 위원들의 과도한 권한 행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심의 내용을 벗어난 요구와 주장으로 사업이 무산되거나 재심의 결정이 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시에서는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 입장과 상반되는 의견을 개진한 담당 공무원이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업시행자는 부당한 심의와 결정으로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위원회냐'는 아우성이다.용인시에 따르면 시 도시계획위는 지난 1월 심의에서 기흥구 동백동 볼링장 신축사업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사업시행자는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지적사항을 보완해 재상정했다. 하지만 도시계획위는 재심의에서 부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자금조달 및 부채상환 계획서 제출 등 엉뚱한 자료를 요구했다. 수년 전 파헤쳐진 부지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황당한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담당 직원은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고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시행자는 도시계획위의 부당한 결정으로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한다. 시 도시계획위 지역 분과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퇴장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개발행위 허가를 위한 도로연장 심의를 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이유였다.오산시에서는 사업시행자가 도시계획위의 심의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도시계획위는 지난달 비대면 심의에서 지곶동 공장 부지 조성을 위한 개발행위허가 신청 안에 대해 재심의 결정했다. 해당 사업시행자는 위원회가 요구한 조치계획서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 관련 분야에 대한 지적 사항은 이미 한강유역환경청 심의를 통과한 내용이라며 도대체 무슨 대안을 마련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중앙 및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 또는 자문하는 의사결정 기구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개발행위는 반드시 도시계획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시행자에게는 명운을 가르는 저승사자인 셈이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과 윤리 의식이 요구된다 하겠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의가 아닌 과도한 간섭과 발목잡기는 사업시행자뿐 아니라 지역 개발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부른다. 도시계획위원 자리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기회이지 완장을 찬 게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기 바란다.

2020-05-06 경인일보

[사설]이재용 준법경영 약속, 삼성 제2창업 계기돼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경영권 세습과 무노조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 부회장은 먼저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뒤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경영세습 포기 의사를 공식화했다. 또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과정에서 발생한 불·탈법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다.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 기자회견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뇌물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경영 관련 조치를 요구하자 출범시킨 독립기관이다. 이 부회장의 이날 회견을 두고 파기환송심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항소심,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항소심 등 각종 재판에서 선처를 구하기 위한 반성문이라는 해석이 붙는 이유다.하지만 이같은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의 준법경영 선언은 공개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할 만하다. 이병철, 이건희, 이 부회장으로 이어진 3대 세습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기적은 성장과정의 그늘을 감안해도 대한민국 국부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이 부회장이 오늘의 삼성을 만든 세습경영을 끊고, 삼성 성장의 바탕으로 자부했던 무노조경영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삼성 기업문화의 완전한 변화를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삼성은 현재의 위상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하지만 가족 경영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사회적 지탄과 법정 제재를 감수해 왔다. 이 때문에 노동단체의 적대감을 키워왔고 정치권력의 개입을 자초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준법경영 선언으로 삼성의 그늘을 걷어내고 정치권력으로 부터 독립해 제2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이 부회장이 준법이라는 가치를 통해 삼성에 독립경영의 날개를 달아준다면, 개인적인 시련이 기업에는 큰 결실로 돌아올 것이다.

2020-05-06 경인일보

[사설]'SOC 예산 삭감 안된다'는 절박한 외침

정부가 국책사업 등 사회간접자본사업(SOC)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자원 확보를 위해 건설사업비 감액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경기도의 경우 서해선 복선 전철사업비와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사업비,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비가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 건설업계는 올해 전국 건설투자 규모가 10조원 가량 줄고, 취업자 수도 최대 6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사태로 SOC사업 예산이 증액돼도 힘든데 거꾸로 가고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정부가 지난달 확정한 2차 추경안에 따르면 SOC예산 5천804억원이 삭감됐다. 도의 경우 올해 서해선 복선전철사업 예산이 7천103억원 가운데 2천300억원 줄어든 4천803억원이 됐다. 화성 송산역과 충남 홍성역을 잇는 복선철도(89.2㎞) 10개 공구로 분류돼 노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예산도 4천300억원에서 1천억원 가까이 줄었다. 올해 1천602억원을 들여 보상절차 등을 밟기로 한 안성~세종구간 공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북 철도 연결과 맞물린 경원선 동두천~연천구간 전철화 관련 사업비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00억원 감액됐다. 대곡~소사선 민자철도사업 관련, 열차 구매를 위한 비용 103억원도 함께 줄었다.정부는 설계변경과 민원발생 등으로 정상 집행이 어려운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내 건설업계 반응은 다르다. 예산 확보 여부는 사업 추진 동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가운데 SOC사업 물량까지 줄어들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예고한 3차 추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대 30조원으로 예상되는 추경 자원 마련을 위해 SOC 사업 예산이 추가로 삭감될 것이란 전망에서다.코로나 사태에 따른 추경 예산 편성은 불가피하지만 SOC사업이 위축돼서는 곤란하다. 도로와 철도, 항만 등 국가기간사업은 미래를 위한 저축이다. 정부도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를 살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방향으로 SOC 사업 확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코로나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SOC 사업비를 줄여서는 안된다는 건설업계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2020-05-05 경인일보

[사설]반복되는 후진적 산업재해 끊어낼 결단이 필요하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4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노동부는 안전관리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건설현장을 감독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 노동자는 대책위에 "한 달 동안 일하면서 안전관리자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증언했다. 38명의 노동자가 떼죽음을 당한 이번 참사는 해마다 2천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엄청난 비극을 관행적으로 용인해 온 우리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지 묻고 있다. 12년 전 같은 지역 같은 유형의 화재로 40명이 숨진 참사가 판박이처럼 재연된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에 최종적이고 단호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될 테지만, 12년 전 1차 사고에 견주어 보면 이번 2차 사고도 안전관리 시스템 미작동 탓일 가능성이 확실해 보인다. 당국은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을 화재발생 위험현장으로 주목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하고 시공사에 화재위험을 경고했다. 하지만 당국의 안전관리 행정은 딱 여기까지였다. 경고만 했을 뿐 실제 현장관리는 시공사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한 달 동안 안전관리자를 한 번도 본적 없다는 현장 노동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국은 서류 검토로 안전관리 시늉만 하고 기업은 현장 안전관리를 무시했고, 그 결과는 끔찍한 참사였다.후진적 산업재해의 반복을 막을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결단할 제도 변경의 방향은 분명하다. 산업현장 안전관리 행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와 관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대형재해 발생 책임이 있는 기업과 정부책임자 처벌을 명문화하고 있다. 기업규제 논리에 밀려 국회에서 외면받은 법이다. 또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제안대로 산업현장의 근로관리는 공적 영역이 책임져야 한다. 정부의 산업현장 관리행정이 문서관리에 머무는 한 현장은 늘 위험할 것이다.일각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과도한 기업규제라고 주장하고, 산업현장 근로관리 인원 확충에 따른 재정부담을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현장관리 공무원으로 이번 사고를 예방했다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없었을 것이다. 대형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규제와 비용을 결단할 때가 됐다.

2020-05-05 경인일보

[사설]코로나19 생활방역은 새로운 도전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오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아직 대내외 위험은 여전하지만 대체로 방역망 내에서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평가"라며 코로나19 생활방역체제로의 전환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3월22일 1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지 45일만에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상당 부분 되찾게 됐다.생활방역으로 전환은 가중되는 국민피로도와 경제영향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국내 확진자 발생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맞지만, 계속 유지하려면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유입과 국내의 산발적 감염사례가 잇따르는 등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기에,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마냥 환영할 수 만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생활방역에 대해 '시기 상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 총리가 생활방역에 대해 '어느 정도 방역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제·사회활동을 재개하는 절충안일 뿐'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출해낸 모험적 정책결단에 가깝다. 코로나19 위험이 없어졌다거나,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는 신호로 잘못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다.생활방역은 국민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경제적 활동을 보장받는 대신 스스로 자가 방역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라는 긴 터널을 빠져 나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방역 당국이 운전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개개인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그만큼 국민 개개인의 시민 의식과 위생 관념이 더 중요해졌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 이제 누구를 만나든지 마스크는 서로에게 에티켓 소품이 되어야 한다. 손씻기, 기침예절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업무나 운동을 할 때도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아프면 일정 기간 집에 머무는 등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모범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해왔다. 이제 '일상과 방역의 조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힘을 모을 때다.

2020-05-03 경인일보

[사설]예측불가능한 북한, 초당적 정보공유로 관리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북한 매체를 통해 잠행 20일만에 건재를 과시하자마자, 3일 오전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군도 경고 차원의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지만, 의도적 도발로 보기엔 부적절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등장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DMZ 총격도발이 아무 상관이 없는지는 의문이다.여당은 이날 북한의 총격도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대신 김 위원장 위중설, 사망설을 제기한 야당측 태영호, 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전날 두 당선자의 언급이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에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려면 근거를 댔어야 했다는 것이다. 당·청의 지적대로 태, 지 당선자의 주장과 예상은 틀렸다. 당연히 공인으로서 공적 신뢰손실을 감수해야 한다.하지만 탈북경력의 두 당선자의 예측 실패는 이번 김 위원장 칩거소동이 빚어낸 글로벌 에피소드의 일부일 뿐이다. 당초 유력 외신을 통해 확산된 이번 소동은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건재설'을 놓고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다. 한미 동맹은 북한 동향 감시에 정보전력을 총동원했고, 심지어 미 국방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 등장 직전까지도 "우리는 오늘 밤에도 싸울 준비가 돼있다"며 대북 대응태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보다 월등한 북한 감시전력을 갖춘 미국 최고위층도 김 위원장의 안위에 대한 입장을 단정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결과적으로 북한내 특이동향이 없다는 정부의 예측이 맞았다. 정부 입장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현 정부의 대북정보 수집능력이 잘 작동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정부가 철저한 보안유지를 전제로 야당 핵심과 정보를 공유했으면, 우리의 대응이 훨씬 침착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위원장 잠적 소동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고설만으로 우리 사회가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예측불가능한 김 위원장, 북한을 관리하려면 대북정보의 초당적 공유가 절실하다. 당장 김 위원장 등장과 동시에 발생한 총격도발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유해보라. 정보의 공유만으로 우리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20-05-03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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