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수원고법·고검시대 개막에 거는 기대

수원고등법원이 4일 개원했다. 수원고등검찰청도 이날 이금로 초대 고검장의 취임식을 가졌다. 경기남부 국민들의 염원이었던 수원고법·고검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수원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고법·고검소재지의 위상을 세운 것은 물론 법원청사(고법·지법)와 검찰청사(고검·지검)가 집적된 광교법조타운을 법조산업의 기반으로 활용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나 수원고법·고검 개청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경기남부 19개 시·군의 도민 842만명이다.특히 수원고법은 경기남부 도민들의 숙원이었다. 항소심을 위해 서초동 서울고법으로 원정재판을 받아야 하는 고통은 실현해야 할 법익에 비해 가혹했다. 항소심에 매달리는 동안 생업이 피폐해지고 감당해야 할 비용은 막대했다. 18대 국회 들어 지역의원들이 여야 없이 경기남부를 전담할 고법신설에 한 목소리를 낸 배경이다.수원고법은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경기남부 도민들의 법익 실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실현해야 할 법익이 단순히 재판 편의의 개선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법원은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초유의 사법불신 사태에 직면해 있다. 여당이 법관의 판결을 비난하고 국민들이 법원을 조롱하는 지경이다. 수원고법은 신설 개원한 사법 조직으로서 국민적 사법불신을 불식시키는 사법기강 쇄신의 중심이 돼야 한다.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해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법원이 되겠다"는 김주현 초대 수원고법원장의 각오가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수원고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수원고검의 역할도 중차대하다. 검찰은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위협하는 불법을 감시하고 적발해 처벌하는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검찰이 독점적 공권력을 국민편에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발휘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현 정부가 검찰권력의 분산을 공개적으로 추진할 정도다. 이 고검장이 취임사에서 밝힌대로 수원고검이 마부위침(摩斧爲針)의 자세로 오직 국민을 위해 헌신과 열정을 다하는 새로운 검찰상을 세워나가기 바란다.수원시의 지원도 중요하다. 수원고법·고검 개청과 광교법조타운 출범에 따른 유무형의 이익만 향유해선 안된다. 광교법조타운은 경기남부 도민 842만명의 법익을 실현하기 위한 시설이다. 입지의 이익을 봤으면 이용의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곧 수원컨벤션센터 까지 개장하면 광교일대는 주차대란이 예상된다.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2019-03-05 경인일보

[사설]'미쓰비시 줄사택' 부평구만의 현안 아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인천시 부평구 부영로에 접한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안에 있다. 부평역사박물관과 관련 문헌 등에 따르면 일본제국주의는 대륙침략을 본격화하던 1940년 초반, 전쟁 수행을 위한 무기제조를 목적으로 지금의 부평동 일대에 일본육군조병창 확장공사를 시작한다. 일대의 민가들을 강제로 부수고 조병창의 하청업체인 히로니카상공과 미쓰비시중공업의 군수공장을 세웠다. 이들 공장의 가동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잠자리가 필요했는데 이때 들어선 공동주택이 바로 미쓰비시 줄사택이다. '줄사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정한 크기의 건물들이 지붕과 처마를 맞대고 줄지어 붙어있기 때문이다. 공장노동자들은 일제가 국민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강제동원된 우리 청년들과 일제의 징병·징용을 피해 군수공장에 노동자로 취업한 사람들이었다.이 미쓰비시 줄사택이 보존이냐 개발이냐 갈림길에 놓여 있다. 보존과 개발을 주장하는 양측의 논리는 저마다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보존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일제의 강제징용 노동현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한반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강제노동자들의 합숙소라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측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미쓰비시가 이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줄사택은 강제 노동의 증거이자 생활 흔적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반면 해당 지역주민들은 살면서 직접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하면서 사실상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낙후된 채 방치된 지역인 만큼 이제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당초 1천여채에 달했던 줄사택은 점차 줄어들어 현재 60여채만 남아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부평구는 지금까지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왔다. 마을박물관 설립은 주민 반발로 무산됐고, 공영주차장 개발은 구의회의 제지로 보류됐다. 뒤늦게 '미쓰비시 사택의 가치와 미래, 그리고 부평'이라는 주제의 학술토론회를 이달 중 개최한다고 밝혔다. 보존과 개발을 주장하는 양측의 얘기가 가감 없이 개진되고 편향됨 없이 논의돼야 한다. 현안을 정리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안 자체가 부평구에만 맡겨둘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보존이든, 개발이든, 절충안이든 그 결과에 대해 부평구와 인천시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2019-03-05 경인일보

[사설]3월 임시국회 민생·개혁입법에 전력 기울여야

여야의 극한 대치로 폐업 상태였던 국회가 정상화의 계기를 찾은 것은 가뭄 끝에 단비를 보듯이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다. 어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회동에서 원내대표간 합의는 불발됐지만 자유한국당이 3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내기로 하면서 파행을 면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손혜원 의원 목포투기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3월 국회 개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결과이기도 하다.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더 이상 여당에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며 임시국회 개최를 결정했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나 원내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3월 국회를 통해 그 동안 미뤄왔던 시급한 민생입법, 개혁입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다시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갈 길은 멀다. 그동안 교착정국에서 핵심 쟁점으로 거론됐던 손혜원 청문회 내지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에 대해서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세부 의사일정이 원활하게 합의될지 예단키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회법상 당연히 열리는 2월 임시국회 일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단 한 차례의 본회의도 열지 못했다는 사실은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를 감안하더라도 여야가 근본적인 대립을 풀지 않고서는 향후에도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음을 짐작케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내기로 한 것은 여야 관계가 타협의 정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대치를 풀고 현안에 대해 숙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당초 한국당은 김태우 전 수사관 비리,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건,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조건 없이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국회는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언제 다시 파행으로 치달을지 알 수 없다.그러나 3월 국회가 또다시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여야가 각자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운다면 국회무용론이 다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올들어 처음 열리는 국회이니 만큼 야야는 정치적 쟁점보다 민생과 개혁입법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여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2019-03-04 경인일보

[사설]인천시건설협회 '셀프 추천' 부끄럽지도 않나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 회장 등 임원이 '셀프 추천'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지역 한 산업단지관리공단이 환경개선공사를 맡을 업체를 추천해 달라고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에 요청했다. 인천시회는 5개 업체를 추천했다. 이 중 3개 업체가 환경개선공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2개사 대표가 인천시회 임원이다. 경인일보 취재 결과, 인천시회 회장과 운영위원 A씨로 드러났다. 이들이 맡은 공사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지붕·벽면·전기시설 등을 정비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95억원이다. 인천시회 회장과 A씨가 이번 공사 물량 중 얼마만큼 수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가장 큰 문제는 협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외부에서 업체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공람 등을 통해 회원사에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참여 신청을 받은 뒤, 계량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그 일에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면 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인천시회는 이런 과정 없이 내부 논의를 통해 추천업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몇몇이 추천업체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그 몇몇이 회장 등 소수 임원이라면, 이는 '직권 남용'이나 다를 바 없다. 일각에서는 "다른 건도 이런 식으로 업체 추천이 이뤄졌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대한건설협회는 회원을 섬기고 회원이 주인이 되는 '열린 협회'를 지향하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 권익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 인천시회가 '열린 협회'와 '회원사 권익보호'를 지향하고 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인천시회에는 230여개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과 계약실적 등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많지 않다. 회원사들은 경쟁력 부족, 과당경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이 있는 회원사만 수주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이 때문에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정책'의 수혜를 일부 회원사만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회원사들이 실적을 쌓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게 인천시회의 역할이다. 임원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자기 잇속만 챙긴다면, 임원들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다면 인천시회는 회원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본회는 이번 '셀프 추천'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2019-03-04 경인일보

[사설]한유총 개학연기 철회하고, 교육부 대화 나서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와 정부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유치원 교육대란이 현실화하면서 학부모와 국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에 동참하는 유치원의 원생들은 오갈 데가 없어진다. 지난 주말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맞벌이 부부들은 황당할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190여곳, 한유총 주장대로라면 1천500곳이 넘는 유치원의 개학연기로 인한 사회적 혼란의 피해는 원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한유총은 즉각 개학연기 투쟁을 철회하고, 교육부는 한유총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은 이유를 막론하고 명분상 철회돼야 마땅하다. 한유총은 스스로 한국 유아교육의 중추임을 강조해왔다. 교육기관이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거부하며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트린다면, 유아교육기관의 사회적 의무를 저버리는 짓이다. 정부와 다툴 일이 있으면 교육현장 밖에서 진행해야 한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교육현장을 볼모로 잡는 순간 그들의 주장은 사회적 지지를 받기 힘들어진다. 교육현장은 천재지변이 아니고서는 전쟁 중에도 유지해야 할 신성한 장소다. 이같은 국민인식과 사회적 합의에 역행하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교육부도 한유총과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한유총이 주장하는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 인정 요구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정부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이에 답해야 한다. 한유총의 주장은 간단하다. 자신들의 자산으로 설립한 유치원에서 단 한푼의 이익실현도, 자산거래도 가능하지 않으니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훼손당했다는 것이다. 사유재산을 공공의 필요에 의해 제한하려면 정당한 보상을 하라는 요구다. 헌법 23조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유총의 주장이 헌법 왜곡인지 아닌지 기본적인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한유총은 학사일정이 원장의 고유권한이라는 궤변으로 명분 없는 투쟁을 강행하고, 교육부는 한유총의 헌법상 권리요구를 무시한 채 정면 충돌하고 있다. 수도권 교육감들은 5일부터 개학연기 유치원을 고발하겠다고 을러대고, 한유총은 교육부장관 고발과 폐원 불사를 외치고 있다. 교육기관단체와 정부의 명분없고 원칙없는 충돌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백해무익이다.

2019-03-03 경인일보

[사설]화성 국제테마파크, 글로벌 투자유치가 관건이다

빈사지경의 화성시 국제테마파크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을 테마파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컨소시엄 주력업체인 (주)신세계프라퍼티는 2016년 경기도 하남시에 새로 문을 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운영사인데 하남점은 개장 1년 만에 누적방문객 2천500만명을 기록한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다.신세계는 화성시 송산면의 세계적 공룡알 화석지 인근의 수변(水邊) 지역 315만㎡에 앞으로 총 4조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1년에 첫 삽을 떠 2026년에 테마파크 시설과 쇼핑몰, 한류문화 공연장, 도서관, 18홀 규모의 골프장 등 휴양과 레저, 산업시설을 갖춘 복합관광단지를 먼저 개장하고 2031년에 최종 완성할 계획이다. 직접고용 1만5천명 등 11만명의 일자리와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70조원으로 추정되었다. 부지 소유주인 수자원공사는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어 국내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을 공언했다. 용인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이은 낭보여서 반갑다. 더구나 신세계 측이 이행보증금 350억원을 이미 납부하는 등 적극적이어서 기대가 크다.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중하다. 2007년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송산그린시티에 421만㎡의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중국관광객을 끌어들여 직접고용 1만명과 생산유발효과 15조원을 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2012년9월 1차 무산 → 2015년 12월 재추진 → 2017년1월 2차 무산의 과정을 반복했다. 아시아 2번째인 유니버설스튜디오가 화성시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옮긴 것이 결정적이다. 비싼 땅값은 설상가상이었다. 2018년 전체 부지가격은 7천867억원으로 2007년보다 무려 56%나 인상되었다.신세계프라퍼티는 "국내외 고객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 없는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과시하나 글로벌 투자유치가 관건이다. 내년에 베이징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오픈하면 동아시아지역의 시장규모를 고려할 때 집객효과는 더 떨어지게 된다. 조(兆) 단위의 초대형 개발사업은 국내외 정치적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실행가능성을 최우선에 둬야 더 이상의 사업표류가 없을 것"이란 고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2019-03-03 경인일보

[사설]북미정상회담 결렬, 비핵화 협상 변화 주시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28일 양국 정상은 예정됐던 오찬마저 취소하고 일정을 앞당겨 회담을 종료했다. 최소한 북한의 영변핵시설 해체와 미국의 일부 제재완화가 교환될 것이라는 소위 스몰딜마저 무산됐다. 회담전 두 정상의 '하노이 선언'을 기정사실화 했던 한국 정부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다.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회담 결렬의 이유는 분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19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평양선언에 따라 영변핵시설의 영구폐기를 공식 제안하며 미국측에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핵시설 해체만 가지고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미 용도폐기된 영변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오랫동안 싸워온 협상 레버리지를 놓칠 수 없다"고도 했다.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핵시설 외에 미사일 시설, 핵탄두 무기시스템, 핵목록 신고 등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 일정표와 순서를 강조했다.결국 트럼프는 비핵화 성과로서, 별 의미 없는 영변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고집하는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거부한 셈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분명하지 않았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제재완화를 위한 비핵화 조치의 수준을 다시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즉 미국의 제재완화 수준을 보고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를 결정하는 북한 주도형 협상국면이, 북한의 비핵화조치 수준을 보고 미국이 제재완화를 결정하는 미국 주도형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이같은 국면 전환은 하노이 회담의 성공을 확신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당황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습이 더욱 당혹스럽다.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가능성을 1%도 예측하지 못했다면, 우리 운명이 걸린 대북 비핵화 협상의 한미공조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한반도 평화 및 북한 비핵화협상이 매우 복잡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짙어진 점이다. 당장 김 위원장의 귀국후 언행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수 있는 점도 걱정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분노도 클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당·정·청은 냉정한 정세판단으로 변화된 국면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겨놓은 북미대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 공조가 절실하다.

2019-02-28 경인일보

[사설]한민족 하나됐던 3·1 정신으로 사회분열 극복하자

오늘은 한민족이 세계만방에 독립을 선언하고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해 일제히 일어난 3·1운동 100주년이다.100년 전 오늘,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이후 9년 만에 소수의 친일파를 제외한 온 민족이 전국에서 '자주독립'을 외쳤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곳곳에서 날마다 만세운동이 들불처럼 퍼졌고, 학생·청년·노동자·농민·여성 등 계층을 넘어서 당시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왜적의 총칼 앞에 저항했다. 3월과 4월 2개월간 225회의 시위가 전개됐고, 15만명이 함께 했다. 특히 여성이 사상 처음으로 근대역사 현장에 등장했다. 수원에서는 수원예기조합 김향화 주도로 기생 30여명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던 도중 자혜의원(현 화성행궁 봉수당)과 경찰서(현 화성행궁 북군영) 앞에서 만세를 불렀다. 인천 중구 용동에서는 아이들도 만세운동에 동참했다. 우현 고유섭은 열다섯 나이에 동네 꼬마들에게 태극기를 그려주었고, 초가지붕 꼭대기에 태극기를 꽂았다.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스승이자 항일 운동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애쓴 여성 독립운동가 김란사도 빼놓을 수 없다.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이주민들까지 하나가 되었다. 미국 뉴욕에선 한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조선문화회' 등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한 문화독립운동을 펼쳤고 1928년 6월 뉴욕 최초의 한글신문인 '3·1 신보'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독립열기가 모여 국내외에 7개 이상의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1919년 9월 상해 임시정부로 통합되었다. 불굴의 저항정신이 '분노의 용광로'로 폭발했기에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역사가 도도히 흐를 수 있었던 것이다.경기·인천 지역뿐 아니라 전국이 '민주주의, 평화, 비폭력' 3·1절 정신을 기억하는데 여념이 없다. 성대한 '역사적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위대한 선열들의 후손으로서 과연 부끄럽지 않은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념·지역·세대·계층 간 분열 등 극단적 대립에 기생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3·1운동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주범이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선조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워진 터전이다. 이 성스러운 땅에서 대립과 분열을 반복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3·1운동 10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 내부의 분열적 행태를 종식시켜야 한다. 내부 분열을 극복해야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다.

2019-02-28 경인일보

[사설]황교안 대표, 한국당을 혁신 또 혁신하라

자유한국당 새 대표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선됐다. 이로써 지난 7개월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낸 한국당은 황 대표를 정점으로 새로 구성된 지도부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치르게 됐다. 그만큼 황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전당대회를 치르면서 한국당은 스스로 많은 상처를 냈다. 후보 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경우도 있었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도 수없이 쏟아냈다. 미래를 지향하는 건설적인 토론보다 5·18과 탄핵 등 과거 이슈에 빠져 소모적인 논쟁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후보도 대한민국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질 못했다.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한 후보도 없었다. 축제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당원 아닌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다. 당 대표는 차기 대권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다. 당 대표를 노린 후보라면 누가 됐든,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황교안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이제 황교안 대표가 할 일이 많아졌다. 우선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드러난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무엇보다 보수·우파 진영의 재건·통합에 우선 무게를 둬야 한다. 지금 당 밖에는 의도했든 안했든 5·18 발언 논란으로 '한국당=극우정당'이란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와도 연관돼 있는데, 이 틈새를 좁히는 것도 황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는 경험하지 못한 대전환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끝없이 침몰하는 민생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만큼 야당의 역할이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당을 신뢰받는 명실상부한 제1야당으로 우뚝 서게 하려면 무엇보다 당의 진로에 발목을 잡는 낡은 이념의 틀을 버려야 한다. 기득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인적 쇄신 작업을 통해 새 인물을 앞세워 전열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 같은 패거리 정치로는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다. 황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기간 동안 분출된 국민 다수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재창당의 마음으로 한국당을 혁신 또 혁신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2019-02-27 경인일보

[사설]인천시 남북교류기금 확보계획 다시 세워야

베트남에서 열리고 있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폐기와 제재완화가 교환되고 미국과 북한간에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합의된다면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에서 평화협력의 시대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다. 일부 야당은 우리나라가 빠진 종전선언의 안보상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미국과 북한이었다는 점, 또 남북간에는 판문점 선언이 사실상의 종전선언이었음을 감안하면 평화체제와 남북평화교류는 미래가 아닌 현실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인천시는 2022년까지 남북협력기금을 100억원 규모로 조성해 북미정상회담 이후 가속화 할 각종 교류사업에 대비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인천시가 조성해 놓은 기금은 현재 26억원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매년 20억원씩 추가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미 390억원, 379억원의 기금을 확보해놓고 있으며, 강원도는 185억원의 기금을 확보해놓고 있다. 그동안 인천시가 재정난과 남북 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2012~2017년에는 협력기금을 전혀 적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인천시가 조성하기로 한 남북협력기금의 규모는 정세변화나 인천시의 위상으로 볼 때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의 재가동과 같은 제재완화나 예외 인정으로 남북경협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관련하여 펼쳐질 사업은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 남북공동어로구역 지정,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 하나같이 대형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언급된 것으로 정부의 지원이 기대된다. 이와 별도로 인천의 강화-개성 역사문화교류사업, 스포츠 예술교류사업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화교류사업은 인천시가 주도해야 한다.또 국제공항과 항만이 위치한 인천의 특성을 살려 북한 남포특별시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남포항 현대화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으며 인천-해주-개성을 연결하는 남북경제공동체 구축 등의 평화경제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평화교류사업을 효과적으로 주도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면 교류사업의 로드맵에 맞는 기금 확보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2019-02-27 경인일보

[사설]핵심소방장비 공기호흡기 의혹 철저히 조사해야

경인일보 보도(2월 26, 27일)에 따르면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최근 핵심 소방장비인 공기호흡기 납품업체인 (주)산청의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혐의를 발견하고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기호흡기의 핵심부품인 밸브를 자체 생산해 장착하기로 설계 검사를 받은 뒤 생산단계에서는 외부 업체가 하청 생산한 미인증 밸브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이 밸브는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사용하는 고압산소통의 핵심 안전부품이다. 이 밸브가 불량하면 고압산소가 유출될 수 있고, 소방관이 등에 멘 산소통은 순식간에 폭탄으로 변한다.산청이 미인증 밸브를 사용해 제작한 공기호흡기는 2015년부터 4년간 전국 소방서에 22만4천900여개가 납품됐고 대금은 총 1천180억원 규모라고 한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보유한 8천948개의 공기호흡기도 모두 산청 제품이다. 한 두개의 불량 밸브가 화재현장에서 산소를 누출시켜도 현장의 소방관과 피구조자 모두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산청이 2023년까지 신기술이 적용된 HUD(전방표시장치) 공기호흡기의 납품 독점권을 확보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HUD는 소방관이 착용하는 호흡마스크에 산소와 배터리 잔량을 숫자로 표시해 소방관의 안전을 보호하는 장치다. 소방청은 HUD 공기호흡기 개발을 위해 산청과 협업을 했다. 그런데 국가연구개발사업예산이 투입된 이 연구에 산청의 2003년 구형 특허기술을 적용했다고 한다. 산청은 이에따라 국가예산으로 개발된 HUD 공기호흡기 납품독점권을 확보했다. 정부에 귀속돼야 할 지적재산권도 사라지고, 정부의 지적재산을 활용할 경쟁업체의 기회도 봉쇄됐다.예산부족으로 소방대원들이 소방장갑을 자비로 구입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이후 정부는 노후 소방장비 교체에 전력을 기울였다. 담뱃값에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해 2015년부터 3년간 1조1천876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로 인한 소방장비 현대화와 보급률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자 교부세 만료시한을 2020년까지 3년 연장했다.소방관 안전에 치명적인 미인증 소방장비 납품과 과정이 석연치 않은 독점사업권 등 (주)산청의 의혹은 단기간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소방예산의 누수를 의심케한다. 소방장비관리법에 따라 소방장비의 표준확정, 인증, 구매, 관리의 최종책임을 진 소방청이 본연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감사원 감사 등 정부의 조사가 필요하다.

2019-02-26 경인일보

[사설]'한국대중음악자료원'이 인천에 설립돼야 할 이유

1883년 제물포 개항 이후 다양한 신문물이 인천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서구의 클래식과 대중음악도 인천을 통해 들어온 신문물 중의 하나다. 인천 최초의 대중가요이자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초기형태를 보여주는 '인천아리랑'이 대표적 사례다. 개화기 무렵 제물포 부둣가에 몰려들어 힘든 하역작업을 하며 고달픈 삶을 이어가던 우리 노동자들이 부르던 가요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인천을 통해 들어온 서구 음악은 점차 토착화되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미군군수지원사령부(ASCOM)가 자리 잡은 부평지역에 대중음악 클럽이 번성하면서 1970년대 중반까지 우리 대중음악의 산실과 성장의 발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돌아가는 삼각지'로 유명한 가수 배호는 17세부터 인천 부평의 미8군 와인클럽에서 드럼연주를 시작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부른 가수 한명숙도 부평의 클럽에서 노래했다. 조용필이 꼽은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김홍탁도 인천 출신으로 부평의 하우스 밴드에서 음악생활을 했다. 1970년대 '데블스'라는 그룹사운드를 이끈 김명길을 비롯한 국내 유명 밴드와 가수, 악단들이 부평의 미군기지 인근 클럽에서 공연을 펼쳤다. 1973년까지 '애스컴시티'로 불린 부평엔 엔시오, 로터리 등 23개의 클럽이 있었다. 이렇듯 인천은 해방 이전부터 1990년대까지 음악, 음악인, 음악시설 등 350여 개의 대중음악 자원을 보유해왔다.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추진 중인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을 인천에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대중음악도시로서의 이러한 역사적 공간적 배경 때문이다. 인천연구원 최영화 연구위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대중음악자료원 설립에 관한 기초연구'는 타당성의 논리적 근거를 확인함과 동시에 과제도 제시한다. 인천시가 각 지역별 대중음악 자원을 하나로 묶어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부평구에서는 지난 2016년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이 문체부 공모에 선정돼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인천시 차원에서도 대중음악자원의 발굴과 콘텐츠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클래식이 아닌 대중음악을 주요자원으로 삼아 음악도시 조성을 추진하는 도시는 사실상 인천이 유일하다. 제대로 한번 꿰어봄직한 구슬들이다.

2019-02-26 경인일보

[사설]자유한국당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지난 해 7월에 발족한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가 오늘로 막을 내리고 내일부터는 새 지도부가 당의 지휘봉을 잡게된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딛고 개혁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출범한 김병준 비대위는 초기에 국가주의 논쟁과 이념적 의제를 주도하면서 새 보수의 가능성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계파갈등과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 해촉 파문 등으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구정당의 이미지만 각인시키고 말았다.게다가 내일로 다가온 전당대회에서 유력주자인 황교안 후보 등 전대 주자들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과 태블릿 PC 조작설 제기 등 역사와 법률을 거스르는 태도는 한국당을 퇴행적 정당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무리 당 경선이지만 법원의 판결로 입증된 사실 조차 부정한다면 누가 이 정당을 지지하겠는가. 또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한국당의 비대위 체제 종료와 함께 출범할 새 지도부는 합리적 보수와 중도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켜 명실상부한 보수정당으로 태어나야 할 사명과 소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권 경쟁과정에서 드러난 왜곡된 역사의식과 판결로 확정된 사실 조차 부정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한국당이 전대 이후 포용적이고 품격있는 보수정당의 길을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심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지칭되는 세력의 대거 유입이 이러한 전망의 진원지이지만 당권 주자들의 태극기 세력 표를 의식한 반정치적 행태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극우세력에 포획되어 당권을 잡는다면 건강한 보수와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당의 존망마저 장담할 수 없다. 반역사적인 5·18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이 큰 상황에서 헌정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탄핵 부정 세력에 당이 휘둘린다면 당의 미래가 없다.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전대 과정에서 나타났던 극우 상업주의를 청산하고 역사를 직시하는 민주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을 때 한국당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한국당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태어날 때 보수와 진보 사이의 건강한 긴장이 형성될 수 있다. 전당대회 이후와 이전이 다르지 않다면 한국당을 지지했던 중도층도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2019-02-25 경인일보

[사설]명분 없는 강화 교동도 해안철책 개방해야

인천 강화 교동도 주민들이 섬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 철책을 개방해 달라고 당국에 요구하고 나섰다. 누구든지 방어용으로 생각할 법한 철책을 열어달라고 하는 교동도 주민들의 절박함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교동도는 섬이면서도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거의 없다. 1990년대 이후 교동도 해안가에 철책이 둘러쳐진 뒤로 갯벌이나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철책이 세워지기 전에는 주민들이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갯벌에 나가 맨손 어업을 할 수가 있었다.군사적인 측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엄혹했던 1990년대 중반까지도 자유로웠던 갯벌 왕래가 막힌 것은 높다란 철책이 설치되면서부터다. 주민들과 갯벌을 철책으로 격리한 것은 월북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월북을 막기 위한 시설이라니, 교동도 철책은 그 출발부터가 잘못되었다. 뭍 사람들이 보기에는 군(軍)이 교동도 주민들을 지켜주기 위해 설치한 듯한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는 거다. 교동도 철책은 주민들을 가두어 마치 거대한 수용소처럼 만들어버렸다. 그리하여 교동도 주민들은 드넓은 갯벌을 눈앞에 두고서도 맨손어업조차 할 수가 없다. 육지로 치면 기름진 곡창지대를 가졌으면서도 농사를 짓지 못하고 땅을 놀리는 셈이다.교동 주민들이 인천시와 해병2사단에 제출한 '교동면 철책선 통문 개방 진정서'를 보면 군(軍)이 주민들을 얼마나 기망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1990년대 후반 월북 사건 이후 군은 철책을 설치하면서 주민들의 해안 출입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철책 공사가 끝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바꾸어 주민들의 갯벌 출입을 통제했다. 주민들은 섬에 살면서도 바다와는 동떨어져 살아야 했다. 3천여 명의 주민 중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20명 안팎이라고 한다. 그나마 전혀 다른 삼산면 어촌계 소속이라고 한다.군 당국은 더 이상 교동도 주민들의 갯벌 왕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 주민들은 그동안 철책으로 인해 떠안은 맨손어업 손실 보상을 당국에 요구할 수도 있다.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것이 재산권을 침해당할 만큼의 죄가 될 수는 없다. 섬은 사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을 말한다. 사면을 철책으로 빙 둘렀다면 그것은 수용소나 마찬가지이다. 군은 이제라도 교동 주민들의 갯벌 왕래를 통제한 조치를 풀고 맨손어업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2019-02-25 경인일보

[사설]투기꾼에게 혈세 퍼주는 보상행정 전면 개선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실행하는 개발행정은 필연적으로 토지수용 및 국민생업 침해를 수반한다. 따라서 하루 아침에 토지를 내놓고 생계를 잃은 국민에게 적정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개발정보에 편승해 보상금을 탈취하는 투기세력의 발호가 더 이상 방치할 수준을 넘은 것도 현실이다. 최근 경인일보가 보도한 경기, 인천의 두 사례는 보상을 노린 투기꾼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다.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일대에는 지난 1년 동안 수십채의 벌집들이 들어섰다. 손바닥만한 부지에 30채에 이르는 패널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곳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다. 2017년 국방부가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하자, 보상을 노린 외지 투기꾼들이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을 포함해 화옹지구가 군공항 이전부지로 확정되면, 수원시가 항공기소음 영향권내 건축물을 보상 매입해야 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인천 송도 개발사업에 따른 어업보상은 이미 투기꾼들에게 수십억원의 현금 보상이 불법적으로 지급된 사례다. 애초에 사업추진으로 인해 어장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어민들에게 어업권을 보상해주기로 한 경인공동어업보상은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 110명의 가짜 어민이 수백척의 배를 구입해 보상을 받았다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이들은 또 다른 보상이득인 송도매립지 토지분양권까지 챙겨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챙길 뻔 했다.화옹지구는 군공항이전 정책이 표류하면서 투기꾼들의 발호를 방치했다. 국방부는 예비이전후보지 발표만 하고 관리에는 손을 놓았다. 화성시의 담당 부서는 중앙정부의 이전계획을 무시한채 건축허가를 내주었다. 보상 주체인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반대 입장인 화성시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하다. 경인공동어업보상은 아예 보상행정 자체의 비리를 의심해야 할 지경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촌계내에서 공공연히 자행된 총체적인 불법보상 청구행위를 설명하기 힘들다.공공개발사업 때마다 불거지는 불법, 편법 보상청구 행위는 이제 근절할 때가 됐다. 이로인해 낭비되는 혈세의 규모는 전국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일 것이 틀림없다. 모두 국민의 혈세다. 개발계획 단계부터 실무적인 보상 과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당사자에게 보상이 집중될 수 있도록 물샐 틈 없는 규제와 감독이 절실하다.

2019-02-24 경인일보

[사설]금융소외계층 압박하는 가계부채 억제정책

가계부채가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534조원이다. 그러나 1년 전보다 5.8% 증가해 2013년(5.7%) 이후 최저이며 분기별 증가율도 2014년 4분기 이래 8분기째 둔화행진 중이다. 정부의 대출억제 드라이브가 먹힌 것 같아 다행이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집단대출 억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시작으로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정책을 강화해왔다. 또 작년에 '9·13 부동산안정대책'을 내놓으며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원천봉쇄한데다 10월말에는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돈줄을 더 조였다.은행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골도 깊어졌다.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320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래 최저치이나 그 내용을 보면 편치 못하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에서 기업과 가계가 빌린 돈은 59조1천572억원으로 2011년 2월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영업정지에 들어갈 당시의 63조8천억원에 육박했다. 최근 2년 동안 여신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카드론 이용실적 사상 최대는 설상가상이다. 7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카드론 이용실적이 30조1천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5%포인트 증가했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대출 수요자들이 1금융권에서 대출조건이 느슨한 2금융권으로 몰린 것이다.가계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 대출규제 정책의 당위성은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를 올해 상반기부터 상호금융사,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금융사 등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 취약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판이다. 최근 3년간 대부업체 대출을 거절 당한 저신용자들 중 15%가 살인적 고금리의 사채시장으로 내몰렸는데 등록대부업체의 급격한 축소는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 이후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사업축소나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대출난민들의 최후보루인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은 재원고갈로 경고등이 켜졌다. 경기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대출수요는 더 커질 예정이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실효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2019-02-24 경인일보

[사설]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환영한다

입지 선정을 두고 경기도와 지방의 유치경쟁이 치열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용인시가 사실상 결정됐다. SK하이닉스는 21일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주)용인일반산업단지가 전날 용인시에 투자 의향서를 공식 제출한 사실을 밝혔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주체인 SK하이닉스가 부지를 선정한 만큼 정부의 최종 승인 절차만 남았다.SK하이닉스의 선택은 경제논리상 당연한 결단이다. SPC가 밝힌 용인시 선정 이유는 선명하다. ▲국내외 우수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위치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 용이 ▲반도체 기업 사업장(이천, 청주, 기흥, 화성, 평택 등)과의 연계성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구축 용이 등이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입하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에 정치 논리가 개입된 지역균형발전론을 적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경기도는 전국 반도체 부품, 장비, 소재관련 업체 224개 중 163개 업체가 집중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근거지다.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인 용인을 비롯해 이천, 성남, 화성, 평택, 안성, 수원이 중심지역이다. 모두 경계를 맞대고 30분에서 1시간 내에 반도체 기업들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다.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기술집약 시너지를 발휘하기에 최적지이다.SK하이닉스는 정치적 부담을 떨치고 경제논리에 입각해 자유의지에 따라 최종적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부지를 선택했다. 이와 함께 유치경쟁에 나섰던 이천과 청주의 반도체 생산라인 신설과 증설에 각각 20조원과 35조원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경쟁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별도의 배려는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적지로 용인 원삼면을 선택한 입장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과 경쟁과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발휘하면 향후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직접적인 이익은 용인시가 받지만, 수혜지역은 경기 남동부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될 수 있다.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선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정부는 서둘러 입지 승인을 발표해야 한다. 경기도와 용인시 모두 정부의 최종 확정 발표 전까지 공식적인 환영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지역균형개발정책이 금과옥조인 정부의 입장과 지방의 반발을 염두에 둔 조심스러운 행보다. 당장 유치경쟁을 벌였던 지방 정치권의 반발이 격렬하다. 정부의 확정 발표가 늦어지면 소모적인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2019-02-21 경인일보

[사설]불법투기판 된 어업보상, 대책마련 서둘러라

경인일보는 지난해 송도 신도시 매립에 따른 '경인공동어업보상'이 부동산 투기판으로 변질된 의혹을 집중보도했다.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경인공동어업보상과 관련해 실제 조업을 하지 않고 어업 보상금을 타낸 혐의 등으로 110여 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또 관련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수산업법이 규정한 보상 산정방식으로 경인공동어업보상 대상 선박 510척에 지급된 보상금은 총 301억원이다. 한 척당 2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주어졌다. 보상 시행 기관들은 경찰 수사 후속조치로 불법 투기자들에 대한 보상금 회수, 토지 분양권 구입 대상 제외 등의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며 요란하게 뒷북을 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된 경인공동어업보상은 생업을 잃은 어민에게 어선 보상과 토지 매립지 토지 분양권을 주기 위해 시작됐지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타인에게 배를 맡겨 부당하게 어업 실적을 쌓아 보상금을 타냈다. 이로 인해 피해 어민에게 가야할 수십억원을 불법 투기자들이 챙겼다. 특히 과거에 보상을 노린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의 허위 어업 실적도 보상 대상이 됐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경인공동어업보상 사업에 투기 세력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유사한 사건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어민 보상때 마다 유사한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을 외면하는 바람에 불법이 기승을 부렸다. 또 보상사업 시행기관들은 재판에서 인정된 허위 실적을 보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불법을 막지도 못하고, 불법이익을 회수하지도 않는다면 보상 행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어장 폐쇄 등으로 인한 어업보상 행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어민들이 평생에 걸쳐 이룬 업(業)에 대한 보상인 보상금과 토지권을 가로채는 일을 방치하는 것 또한 범죄와 마찬가지다.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하고 불법이익을 환수하는데 필요한 법적인 조치도 확실하게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2019-02-21 경인일보

[사설]취준생 희망 뺏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더는 없어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6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1천205개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182건의 비리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채용비리가 저질러진 것이다. "정말 이럴 수가 있느냐"는 장탄식이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취업준비생이 받아야 할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적발된 채용비리 중 부정청탁이나 부당지시,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은 수사 의뢰하고, 146건은 해당 기관에 징계·문책을 요구했다.이번 조사로 공정성이 생명인 공공기관이 채용비리의 온상이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비리 관련자들은 청탁받은 인물의 채용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연줄만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공공기관에 들어갔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2015년 5월 서류전형 배점을 조정하여 직원의 자녀가 서류전형을 커트라인으로 통과하고 면접점수 1등을 받아 최종합격했다. 인천대학교는 2018년 1월 전임교원 신규채용 시 통보된 면접일에 불참한 지원자에게 추가 면접기회를 부여하고 최종선발했다. 이뿐이 아니다. 특정인을 합격자로 정해놓고 나머지를 들러리로 세우는가 하면, 친구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고도 버젓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주었다. 면접관이 삼촌인 경우도 있었다. 이런 비리가 관행처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됐다. 공공기관은 취업 준비 응시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의 직장'이다. 이런 공공기관에 수많은 응시생이 몰리는 것은 좋은 조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백과 줄'이 없어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취업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는 그게 아니었다.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정례화해 비리가 반복해서 발생하거나 후속조치 이행이 미흡한 채용비리 취약기관은 감독기관과 특별종합조사를 실시하는 등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는 대책이었다. 채용비리는 이번에 밝혀진 환경부 블랙리스트처럼 공공기관에 만연된 '낙하산' 관행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정권을 잡으면 취업 정도쯤이야 가벼이 여기는 정치권의 구태가 사라질 때 비로소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사라질 것이다. 정부는 특혜와 반칙을 없애고 공정한 채용 문화 정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2019-02-20 경인일보

[사설]재조명 필요한 인천지역 3·1운동사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일어난 3·1운동은 한국의 독립을 대대적으로 선언한 사건으로, 남녀노소는 물론 계층 구별 없이 전국적인 참여로 전개된 비폭력 저항이었다. 인천시도 3·1절 기념행사를 시민들이 100년 전 그날의 현장에서 3·1운동의 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만세운동의 인천 발상지인 동구 창영초등학교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죽산 조봉암 유족의 헌시 낭독을 포함한 기념식을 가진 뒤, 만세운동 시가행진을 비롯한 시민주도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이번 3·1절에는 국내 유일의 임시정부였던 한성정부를 선포한 곳이 인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이었음을 알리는 항일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발표될 예정이고, 선구적 여성이자 독립운동가인 김란사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합창극 '100년후, 꿈꾸었던 세상'도 공연될 예정이어서 다채롭다. 이처럼 인천시민들이 지난 100년의 역사를 재현하고 인천의 새로운 100년의 비전을 만들어 나간다는 인천시의 기획 의도를 평가할만하며 합창극이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콘텐츠 제작 시도도 돋보인다. 그런데 인천지역에서 전개된 3·1운동사의 기초적 사실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인천지역의 3·1 만세운동은 창영초등학교(당시 인천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의 동맹휴학, 만국공원 시위, 문학동 일대의 시위, 황어장터를 비롯한 부평지역 시위, 강화읍 시위 등이 대표적인 시위로 9천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인천지역의 만세운동이 창영초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으나, 이병헌의 '3·1운동비사'에는 창영초교뿐만 아니라 현 인천고(당시 인천공립상업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도 3월 6일에 전개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창영초교의 만세운동은 당시 창영초교 3학년생인 김명진(1900~1965)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창영초교의 졸업생이었던 우현 고유섭도 태극기를 나눠주고 동네를 돌며 태극기를 게양해 주는 등의 주도적 활동을 하다가 체포 구금당했다는 구체적 증언도 있다. 창영초교의 만세운동과 인천 사회운동 조직과의 관계는 밝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 옹진군을 비롯한 도서지역에서 전개된 만세운동의 실태도 조사되어야 할 것이다.

2019-02-20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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