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자치경찰 중립보장과 기능발휘 방안 강구해야

정부는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최종안의 핵심은 경찰에 1차 수사권·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되, 비대해진 경찰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상기 법무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종안 합의 서명식까지 가진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실천과제가 됐다.총론적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경의 상호견제를 통해 사정권력의 분산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긍정적이다. 검찰의 특수수사권 유지와 경찰수사 통제권을 유지해 경찰을 견제토록 하고, 검사·검찰청 직원에 한해 영장청구권을 사실상 경찰에 줌으로써 검찰을 감시토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경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미세 작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도 자치경찰제 도입이 목전에 닥친 사실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합의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서울, 세종, 제주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실시한 뒤 현 정부 임기 내에 전국 전면 실시를 추진한다. 자치경찰제는 치안, 교통, 경비 업무 등은 광역자치단체장 산하 자치경찰이 맡고, 강력범죄와 테러 방지 등 광역업무는 국가경찰이 담당하는 것이다.문제는 자치경찰제 논의가 시작된지 오래고 제주도에서 시범실시까지 했지만 기능발휘와 중립성 확보의 구체적 방안은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자치경찰이 지역 치안을 전담할 기능을 발휘하려며 인사·재정·조직·권한이 완벽하게 지방에 이양돼야 하는데 국가경찰이 이를 온전히 포기할지, 중앙정부가 이를 제대로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갈라지는 신분의 변화에 대한 경찰공무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도 큰 숙제다.또한 광역단체장에게 자치경찰 운영권한을 이양했을 때 정치적 독립성을 어떻게 실현해 낼지도 숙제다. 자치경찰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못하면 중앙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경찰 조직이 흔들리는 현상이 전국 17개 광역단체에서 4년마다 반복될테니, 그 후유증은 재앙 수준일 것이다.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실천 각론이 부실하면, 제도 자체를 훼손할 뿐 아니라 그 폐해로 국민이 힘들어진다. 정부는 자치경찰 제도 도입에 앞서 실행 과제 하나하나를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2018-06-21 경인일보

[사설]월드컵은 끝나지 않았고 공은 둥글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이 속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포함되어 있는 '죽음의 조'다. 월드컵 개막전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은 이들 3개국 대표팀에 비해 열세라는게 모든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조별 예선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를 0-1로 패한 후 유효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한 한국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 비록 반드시 이겨야 하는 1차전을 졌지만 한국에게는 2경기가 남아 있다. 남은 2경기 상대가 스웨덴보다 더 좋은 전력을 갖춘 국가들이지만 아직 16강 진출팀은 결정되지 않았다.축구계에는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 앞선다고 해도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축구계의 속언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번 월드컵에서는 많은 이변이 일어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이 멕시코에 덜미를 잡혔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첫 출전국인 아이슬란드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앞으로 남은 2경기 상대가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해도 한국이 이런 이변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은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원정 16강을 달성했었다.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저력이 있는 팀이다. FIFA 회원국 중 한국과 같이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일궈낸 팀은 독일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탈리아 뿐이다.사실 한국은 본선 진출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한국은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탈락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지난해 7월 신태용 감독 체제가 출범한 후 기적적으로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한국의 목표는 16강이다. 비록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했지만 남은 2경기에서 기적과 같은 승리를 일궈낸다면 목표로 하는 16강 진출 티켓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고 16강 진출을 위해 F조 소속팀이 경쟁하는 중이다. 섣부른 판단 보다는 지금은 월드컵 16강을 위해 전력을 쏟을 준비를 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때다. 승패와 상관없이 월드컵 경기 자체를 즐기는 성숙한 태도가 중요하다. 과정을 즐기다 보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기적을 바라고 즐기는 과정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우리 선수들이 16강에 다가 설수 있도록 비판과 비난 보다는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자.

2018-06-21 경인일보

[사설]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에 미비점 최대한 보완하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달라고 한 건의를 정부가 수용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내달 1일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다만 이를 어기는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은 6개월 유예된다. 사실상 6개월 연기한 셈이다.그동안 팔짱을 끼고 먼 산만 바라보던 당·정·청도 근로시간 단축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얼마나 큰 혼란이 올지 불안했을 것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하려다 기업, 근로자가 모두 반발하자 이제야 한발 뒤로 발을 뺐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장은 여전히 우왕좌왕이다. 까다롭기만 한 법령과 규정 때문에 무엇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버스업계의 혼란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기본급에 비해 수당이 많은 버스 기사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수입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버스 기사들이 대거 사표를 내 노선 변경과 운행 단축 사태가 불가피해졌다.일반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서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식사, 해외출장을 위한 이동 시간 등을 업무의 연장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고용부가 지난 11일 근로시간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 북과 법원 판례를 뒤늦게 공개했지만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 그런데도 정작 주무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무엇이 문제냐'는 식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겪었던 혼란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만일 그대로 밀어붙였다면 수많은 기업주가 범법자로 전락했을 것이다.이제 6개월의 계도기간이 있으니 정부는 재계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를 만나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그동안 누누이 지적한 근로시간 특례업종 확대와 탄력 근로제 개선도 귀 기울여 볼 만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운영방법에 따라 우리 사회 전반에 가히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시행도 하기 전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실행계획이 없었던 고용부의 책임이 크다. 아무튼 6개월 동안 미비점을 최대한 보완하길 바란다.

2018-06-20 경인일보

[사설]부평·부천 특고압선 갈등 한전이 나서서 풀어야

특고압선 매설공사를 둘러싼 부평·부천 주민들과 한전 측의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부평 삼산동 주민들은 한국전력 인천지역본부 앞에서 20일과 21일 연일 특고압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공사중단과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특고압 반대 집회를 계속해온 부천시 상동 일대 주민들인 특고압결사반대학부모연대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도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대운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문제의 특고압선로는 2013년부터 서울, 경기북부지역 정전시 전력 확충을 위해 추진된 전력선 매설공사 사업의 일환으로 부천시 중상동, 인천시 삼산동을 관통하게 된다. 한전은 현재 이 지역 지하 8m 매립된 154KV의 기존 전력공급선에 345KV를 추가, 499KV로 승압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이 구간은 아파트와 주택 밀집지역으로 상인초등, 영선초등 등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밀집해 있어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발암물질인 전자파에 노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평과 부천 주민들은 특고압선 전자파의 위해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케이블을 지하 30m 이하로 매설하거나 우회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한전측은 전자파 국내 기준의 허용 범위에 있고 추가 공사비용 발생 때문에 현재대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를 2B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과 민간단체는 경고단계 기준을 전기장 10V/m, 자기장 2~8 mG로 정하고 있다. 우리는 주요 선진국가는 물론 중국보다도 높은 전자파 노출 허용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기장 2mG까지를 노출 허용기준으로 삼고 있는 스웨덴과는 무려 416배의 차이가 나서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이 문제는 부평과 부천의 국한된 것이 아니다. 라돈침대 사태에서 보듯 안전문제에 있어 사후약방문은 곤란하다. 특고압선의 매설 깊이와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과의 근접 기준 등을 별도로 수립해 두지 않으면, 앞으로 갈등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학생들의 안전과 관련한 문제를 학부모와 한전측의 싸움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지자체와 교육부도 나서야 한다. 현재로서는 한전 측이 납득할 만한 전자파 허용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공사를 중단하거나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2018-06-20 경인일보

[사설]한미훈련 중단과 걱정되는 군의 기강 해이

매년 8월에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한미 군 당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북미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일시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열리는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훈련 중단 여부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남북, 미북 관계 개선에 따른 조치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군의 기강과 철통방어 태세에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 북한은 아직 명확한 비핵화 후속 이행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경기 서북부 최전방을 지키는 해병부대 지휘관들의 일탈 행위는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키우고 있다.한미 국방부는 19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방어적 성격 UFG 연습의 모든 계획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했다"며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양국 국방부는 후속하는 다른 (한미군사)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훈련 등이다. 이번 결정은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행동을 해소하려는 선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후속 이행조치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중단을 발표한 게 시기적으로 적정하냐는 견해도 있다.을지훈련 중단은 지난 1990년 이후 28년 만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훈련이 중단됐다고 군의 기강이 느슨해지거나 전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 6·13 지방선거 당일 대낮에 술판을 벌인 해병부대 장병들의 일탈행위는 군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 잘 보여준다. 부대 측은 산악행군을 마친 뒤 지휘관 격려차 회식을 했을 뿐이라고 했으나 비판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날은 국방부가 전군에 '국방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태세 유지' 명령을 하달한 시기였다. 폭탄주까지 곁들인 술자리는 애초부터 부적절했던 것이다.을지훈련 중단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전제로 한 한미 양국의 결단이다. 북한이 이번 조치의 의미를 이해하고 비핵화를 위한 후속 이행으로 화답하기를 기대한다. 을지훈련이 중단됐다고 남북 긴장상태가 해소된 것은 아니며 북의 태도에 따라 재개될 수 있다. 군은 정상 전력을 유지하고 기강을 확고히 해야 한다. 어처구니 없는 군부대의 대낮 술자리가 재현돼서는 안된다.

2018-06-19 경인일보

[사설]인천시장 당선자의 첫 과제는 특권·반칙없는 인사

정부조직이든 공공기관이든 모든 것은 인사로부터 출발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하고 반복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제 각 지자체마다 인사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어떤 인물을 어떤 곳에 쓰느냐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첫 인사를 보면 4년 뒤 그 단체장의 운명까지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그만큼 4년 임기를 시작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첫 번째 인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인천광역시의 경우 그 중요성과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인사정책과 관련해 최근 두 명의 시장 모두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민선5기 송영길 시장의 인사행태는 공무원조직이나 시청출입기자들로부터 '연나라'로 불렸다. 시장이 다녔던 특정대학과 태어난 특정지역을 합친 조어다. 시의 중요한 정책과 사안이 30대 젊은 나이의 비서관 출신 측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해서 말도 많았다. 임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인허가를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거액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뒤를 이은 민선6기 유정복 시장 역시 인사 때문에 말이 많았다. 임기를 시작하면서 경제부시장 직제를 도입해 중앙부처 고위직 출신을 앉혔으나 1년을 채우지 않고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났다. 이런저런 지방공기업 수장들도 같은 행태를 반복해서 붙여진 게 '철새 인사'다. '회전문 인사'는 측근 인사들을 이 자리 저 자리 돌려가며 계속 쓴다 해서 붙여졌다. 두 시장이 재선 고지에 오르지 못한 것은 '실패한 인사' 때문이라는 지적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새로 인천시정의 키를 잡게 된 박남춘 시장 당선자는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을 거쳐 인사수석을 지내는 등 인사의 '달인' 소리를 들어왔다. 지난 2000년 해양수산부 재직 당시 장관으로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도, 공정하고 신뢰받는 부처 내 인사시스템을 만들 적임자로 박 당선자를 찾아내 업무를 맡긴 데서 비롯됐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인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시장당선자다. 벌써부터 시청 안팎에선 당선자가 펼칠 인사정책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무쪼록 출신지역이나 학맥에 얽매이지 않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인사정책을 펴길 기대한다. 시장 당선자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다.

2018-06-19 경인일보

[사설]보수야당 역대급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쇄신과 백가쟁명식의 야당 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계개편 등 정당체계의 변화 이전에 우선 야당은 이번 패배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이슈와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역할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이라는 정치적 환경에서 치른 이번 선거는 야당으로서는 힘든 선거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패인은 야당의 현실인식에 있다. 권위주의 정권때 정권을 정당화하고자 냉전에 편승하여 안보이데올로기로 반대파를 탄압했던 수구적 냉전사고에 갇혀서 세계사적 전환을 보려 하지 않았고, 일부 극우강경보수의 지지를 결집하고자 하는 전략을 가지고 '샤이 보수'의 지지를 기대했던 안일함이 근본 원인이다. 야당의 혁신은 패배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처방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도부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비상대책위 구성,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당의 재정비 등의 일상적인 패배 수습 패턴으로는 보수를 재건할 수 없다. 우선 한국당은 반공주의와 냉전사고에 기반했던 안보보수와 결별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이슈를 현실에 기반한 전향적 사고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역동적 고차방정식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경제지표 등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한국당이 견지해왔던 관행과 웰빙 정당으로서의 낡은 이미지를 벗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도 나아질 게 없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독점한 현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막연히 믿는다면 결과는 더욱 참담해질 수도 있다. 한국선거사상 전무후무한 참패는 예견됐던 일이다. 이제 야당은 모든 걸 버린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에는 인적쇄신이 따라야 하고 인적청산은 기존의 친박과 수구적 태도로 일관했던 인사들과 정치적으로 선을 긋는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쇄신을 누가 지휘하고 개혁해 나갈 것인가 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해결책과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책임질 인사들의 의원직 사퇴가 뒤따라야 하나 이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야당이 바로서야 집권세력도 건강해진다. 야당의 쇄신과 환골탈태를 위한 특단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

2018-06-18 경인일보

[사설]인천시민 기대감만 높인 무리한 선거 공약

6·13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인천지역 당선자들이 무리하게 남발한 공약이 주민들의 막연한 기대감만 키우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개발공약들이 난무했다는 얘기다. 당선자들은 인천의 구도심이나 신도시 지역 할 것 없이 지하철 노선을 신설하고, 광역 도로를 건설하는 등 사업비만 수조 원대에 이르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약속했다. 지하철이 들어선다는 공약이 제시된 지역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난 주말부터 "아파트값이 최소 1억원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의 글이 수십 여 개씩 달리고 있다. 댓글 중에는 특정 아파트를 사 놓으면 "최소 5억원의 수익 이상은 보장한다"는 투기성 글들도 보인다.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한 기초단체장은 "선거 유세 중 주민들이 기초단체장으로서 할 수 없는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해 거절했다가 호되게 당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후보들은 무조건 수용해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왜 당신만 안된다고 하느냐. 안되더라도 어떻게 하든 해보겠다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해주겠다고 호언하는 것이 공약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단체장의 역할과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무조건 공약하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거절했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한 기초단체장의 말이다.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SOC 사업은 한계가 있다. 정부의 승인까지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교를 검토하는 경우도 중앙정부의 타당성 조사에만 수년에서 십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타당성이 높게 나오더라도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하고,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계획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이나 공무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제시된 대규모 SOC 공약들이 앞으로 제대로 지켜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후보자들도 "주민들이 원하고 있는 SOC 사업을 외면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4년 임기 내 당장 하겠다는 게 아니고, 장차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는 하소연도 늘어놓는다. 실현 가능성이 없더라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대표 공약으로 대규모 SOC 사업 한두 개쯤은 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과 선거 공약을 재산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여기는 일부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공약(空約) 같은 공약(公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18-06-18 경인일보

[사설]경기도정·인천시정 내부견제 장치 마련해야

빠르면 이번 주부터 경기도와 인천시의 지방정부 인수인계 작업이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 단계에서 향후 4년간 도정과 시정을 정무적으로 뒷받침할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선보일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에서 약속한 공약실현을 위한 도정 및 시정의 각분야 정책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성안할 것이다.그러나 지방정부 인수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견제 없는 권력이라는 7기 자치정부 시대의 특별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고민하는 일이라고 본다. 경기도는 142명의 도의원중 민주당이 135석, 정의당 2석 등 범여 의원들이 137명이다. 야당은 자유한국당 4명, 바른미래당 1명으로 5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현장경험이 없는 비례대표의원이 대다수다. 인천 또한 시의회 37명 정원 중 민주당 34명, 자유한국당이 2명으로 사실상 도정과 시정을 견제할 세력이 전무한 실정이다.민주당 도지사와 시장, 민주당 1당 도의회가, 시의회가 도정과 시정을 견제없이 전유하는 초유의 자치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민주당 지방정부와 의회는 32조원 규모의 경기도·도교육청 예산, 13조원이 넘는 인천시·시교육청 예산을 손에 쥐었다. 광역자치행정의 핵심은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이다. 경기·인천은 산업형태, 인구계층, 주거형태 등 역내 기초자치단체들의 다양한 현실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자원 배분이 왜곡되면 역내 균형성장이 무너지고 성장요충지가 붕괴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예산배분을 감시하고 견제할 야당의 부재는 성공적인 도정, 시정 수행의 장애가 될 수 있다.따라서 이·박 당선자와 민주당은 지방정부 인수 과정에서 스스로의 독선 가능성을 방지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와관련 민주당은 청와대·정부·민주당의 당정협의기구를 지방정부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권력행사의 견제 역할 수행은 미지수다. 다른 대안으로 민간기업의 사외이사제도와 같이 당파성이 없는 각계각층 전문가들로 상설 도정·시정 자문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이 어떨까 한다. 자문의 한계가 있지만 이·박 당선자의 의지만 있다면 야당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다. 분명한 건 야당 대신 바닥의 민심을 전달해줄 통로를 마련하는 일은 이·박 당선자는 물론 민주당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2018-06-17 경인일보

[사설]이젠 경제 활성화에 전력 쏟아라

경기후퇴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올해 3% 경제성장 달성목표가 어려워질 수도 있어 보인다.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던 수출이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내수시장을 지탱해주는 자영업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혜자로 기대가 높았지만, 소비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들만 빚에 허덕이며 궁지에 몰린 것이다. 문제는 숙박·음식점 등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곤두박질쳤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2005년 1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숙박과 음식업에 몰려 있는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대표적 경기 후행지표인 취업자 증가폭도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취업자 증가는 올해 1월 33만4천명에서 2월 이후에는 10만명대로 대폭 축소되다가 5월에는 겨우 7만2천명으로 8년4개월 만에 가장 낮다. 5월의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대이며 청년 체감실업률은 23.2%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래 최악이다.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과 너무 대조적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이며 일본은 완전고용 상태를 넘어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프랑스 또한 구조개혁 등에 힘입어 실업률이 2009년 이후 가장 낮다. 외환위기와 같은 외부충격이 없는데도 심각한 고용쇼크에 어안이 벙벙하다.앞으로의 경기전망도 밝지 못하다. 정부는 신흥국 수출보험 확대 등으로 수출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보호무역 확대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하반기에도 고전이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작년 4월 101.0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11개월 연속 하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 예상 지표도 흐름이 나쁘다. 6월의 건설수주액은 전월대비 18.1% 감소해 향후 건설경기가 나빠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또한 정부가 이달 말 보유세 개편 권고안 초안을 공개하기로 해 부동산 거래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행이 임박한 '주 52시간 근로' 효과도 의문이다.정부는 이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 수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만큼 이제는 경제활성화에 소매를 걷어붙일 차례다.

2018-06-17 경인일보

[사설]민주당 압승, 여권의 독선·독주를 경계한다

6·13 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 보수의 궤멸로 정리될 듯하다. 이런 결과는 정치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재명 후보, 인천시장 선거에는 박남춘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교육감 선거는 진보성향인 현직 이재정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고 인천교육감선거는 진보진영 도성훈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는 눈 씻고도 찾아 볼 수가 없다.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도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연천과 가평 2곳만 자유한국당에 내주고 29곳에서 민주당이 가져갔다. 경기도의원 선거도 지역구 기준 129석 가운데 128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한국당은 여주2 선거구에서 김규창 의원이 당선되며 0패를 면했다. 비례대표 13석을 당별로 배분하면, 전체 142석의 정당별 의석수는 민주당 135석, 한국당 4석, 정의당 2석, 바른미래당 1석 등으로 확정됐다. 390명을 뽑는 도내 기초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선거는 이미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숫자 차이일뿐 압승은 예고된거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세기의 담판인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70%대를 넘나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 대통령 탄핵과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쇄신없는 끝없는 보수 야당의 분열, 수준 낮은 네거티브, 홍준표 대표의 궤변과 극단적인 억지 주장, 오죽하면 소속 당 후보들의 지원 유세 거부 소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압승의 일등공신은 '홍준표 대표'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한국당, 즉 보수의 궤멸은 정치적으로 심한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한국당은 뼈아픈 자기반성을 통해 개혁에 나서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보수의 분열에 관계된 정치인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문제는 지금부터다. 여권은 중앙권력은 물론 지방권력도 모두 손아귀에 쥐었다. 국회 역시 범여권을 모두 포함하면 156석에 이른다. 특히 지방의 경우 지역의회까지 휩쓸어 한국당은 교섭단체 조차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감시와 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1당 독재'가 가능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럴 경우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 민주당이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2018-06-14 경인일보

[사설]'아트센터 인천' 먼저 기부채납해야

1천727석의 객석 규모는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 모양에서 설계의 영감을 얻은 독특한 외관은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바다와 예술과 인간의 모습이 어우러진 콘서트홀의 정체성 등도 화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안에 들어선 정통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은 이처럼 공연문화계와 인천시민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개관 테이프는 끊질 못하고 있다. 이 시설을 기부해야할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시행자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와 기부를 받아야 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NSIC는 지난 11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기부채납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을 인천경제청과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탓으로 돌렸다. 인천경제청은 NSIC의 기부채납 지연은 중대한 협약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주장은 곳곳에서 첨예하게 대립된다. NSIC는 아트센터 인천의 건축주 및 기부자로서의 권리와 요구가 철저히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사업 기간 내내 인천시 공무원으로부터 건축주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법에 없는 부당한 지시와 압력 행사를 받았다고도 했다. 이에 맞서 인천경제청은 인천시 공무원이 어떠한 부당한 지시나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NSIC가 아트센터 인천을 볼모로 기부채납과 개관을 지연시키고 있어 시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했다. 또 포스코건설과의 갈등을 아트센터 인천의 기부채납과 개관의 지연 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인천경제청 관계자는 "3년이나 사업이 중단된 채 여전히 사업 정상화가 불투명한 사업시행자에 대해 지위를 계속해서 인정해야 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민원과 항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NSIC의 사업시행자 자격이 박탈될 경우 당장 예상되는 건 지루한 법적 공방전이다. 그렇게 되면 낙후된 인천 문화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아트센터 인천'의 개관은 그야말로 깊이도 모를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개관 테이프도 제대로 끊어보지 못한 채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염려한다면 인천경제청이 제시한 '선(先) 기부채납 후(後) 이견조정' 방안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이다. NSIC가 이를 거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2018-06-14 경인일보

[사설]민심 그대로 드러난 6·13 선거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4년간 지역 자치와 교육을 이끌어갈 각 17명의 광역단체장·교육감, 226명의 기초단체장, 4천16명의 기초·광역의원이 선출됐다. 12명의 국회의원도 선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을 비롯 지자체장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시화된 남북화해, 여기에 1년간 지속된 높은 국정지지율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막판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이번 선거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기대했지만, 7번째 지방선거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책대결이 아닌 상대 후보 헐뜯기의 구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성숙한 선거문화 정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후보들에게 애초부터 공약·정책 검증은 관심 밖이었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저질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낯뜨거운 광경을 연출했다.교육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는 이번 역시 '묻지마 투표' '깜깜이 투표'가 그대로 재현됐다. 특정 정당 후보를 일렬로 표를 찍는 '줄 투표'도 여전했다. 대부분 유권자가 후보들의 면면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와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그동안 수없이 제기해 왔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올바른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제까지 이런 선거를 계속해야 하는지 이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한국당은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 수없이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했지만 당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로 참패를 당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것이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 수준 낮은 네거티브 공세는 과거 집권당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경제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상처받은 국민들을 다독였다면 이 정도까지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선거는 끝났다. 유권자들로부터 선택받은 당선자들은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이 무엇인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깊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 당선을 위해 내걸었던 공약들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면서, 정당과 이념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주민 위주 행정을 펼쳐줄 것을 당부한다.

2018-06-13 경인일보

[사설]김명수 대법원장 '재판거래'의혹 직접 풀어야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후속조치 방향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장고가 거듭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고발 대신 징계로 종결하자는 의견과 형사고발을 통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법원 내부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재판거래' 사건은 사법부의 판결을, 사법부 사업 추진을 위한 흥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의혹사건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보수적 국정철학에 판결을 짜맞추려 한 사건이다. 대법원 행정처에서 작성한 '현안관련 말씀자료'에 의하면 사법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가관과 관련된 사건을 보수 코드에 맞춰 유형별 사례를 들어 적시한 바 있다. 대법원이 2013~2015년간 과거사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기간과 범위를 축소하는 판결을 내놓은 것, 박정희정권 당시 긴급조치 사건 피해자에 대해 국가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재판개입사건과 법관 동향파악 사건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시킨 사건이다. 만약 정권의 입맛에 따라 판결이 이뤄졌다면 국가의 기강을 뒤흔든 범죄행위가 되며, 헌법수호기관인 사법부의 존재 의의를 부정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재판개입 사건이 시도된 배경과 과정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는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사법행정권남용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정작 핵심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조사 거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의 문제는 법원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원칙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허한 명분론에 불과하다. 현재 대법관들 사이에서는 사법부 내에서 발생한 일을 사법부가 매듭짓지 못한 채 검찰 수사에 맡기면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 위기는 사법부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재판거래'의혹은 사안의 특성상 사법부의 자체적인 조사 활동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해 형사 절차를 포함한 성역없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전국 대표판사들의 의견이 옳다. 검찰 수사 없이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도 어렵고, 설득력도 없기 때문이다.

2018-06-13 경인일보

[사설]북미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여정 이제 시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회담 자체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회담의 핵심의제로 예상됐던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가 논의조차 되지 않은 회담 결과는 유감이다.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목표를 확인하였다'고 합의했다. 이와관련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 그친 것은 구체적인 북핵 CVID 이행조치를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정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북핵외교 수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정설로 여겨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에 집요할 정도로 CVID를 요구했고 이같은 입장을 회담 전날까지 유지했다.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기대했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판문점공동선언 수준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북미 정상합의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양국 공동성명을 보면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이라는 모호한 약속만으로 많은 성과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 제공과 양국의 새로운 관계수립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예상 밖의 선물까지 풀었다. 또한 지금은 아니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장래의 주한미군 철수 의사도 표명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비핵화협상의 마지막 금도를 재확인한 점은 다행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CVID가 북핵문제 해결의 기준임을 강조했고, 북핵폐기 때까지 현행 대북제재가 유지될 것을 분명히 했다. 또한 공동성명에서 미북정상회담 결과 이행을 위한 실무 후속협상을 신속하게 개최한다고 합의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이 실무 차원에서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시대 종식을 위한 역사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컸던 만큼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오늘 회담은 체제의 안전보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핵무장 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북한 비핵화를 실현해 낼 대한민국과 미국의 대북협상수단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어찌보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 것 자체가 순진한 희망이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말대로 미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의 첫발일 뿐이다. 북한이 향후 보여줄 비핵화 실현 의지와 실행조치에 따라 역사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2018-06-12 경인일보

[사설]자치시민의 권리 지키려면 반드시 투표해야

오늘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유권자의 한표 한표로 경기도에서 도지사를 비롯해 도의원 142명, 시장·군수 31명, 시·군의원 447명 등 621명의 자치일꾼이 선출된다. 인천 유권자는 시장을 비롯해 광역시의원 37명, 군수·구청장 10명, 군·구의원 118명 등 167명을 뽑는다. 오늘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4년간 지역발전의 방향과 자치시민의 삶의 질이 확정된다. 또 경기교육감, 인천교육감 선거는 지역 전체의 교육환경과 정책을 결정짓는다.유감스럽게도 이번 선거는 남·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와 대통령과 여당에 극도로 우호적인 여론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매우 저조했다. 여기에 보수 야당의 분열까지 더해져 여당 후보들이 야당 후보들을 압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선거 종반 정책대결 대신 네거티브 캠페인이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와 후보들의 극언과 실언이 잇따르고, 일부 후보들의 사생활이 도덕성 검증대에 오르면서 혼란이 격화됐다.경기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김부선 씨 파문에 홍역을 치렀고,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는 아들 문제로 거듭 고개를 숙여야했다. 바른미래당과 김영환 후보는 각각 이 후보를 고발하고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지경이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 대표는 청년 폄하 발언으로, 자유한국당 전 대변인은 '이부망천' 발언으로 말싸움의 규모를 키웠다.경기, 인천의 혼탁한 선거운동 탓인지 경기, 인천 사전투표율은 20%를 넘긴 전국 평균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부동층이 확대됐고, 부동층의 투표포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안될 말이다. 중앙정치권의 대리전으로 혼탁해졌어도, 내 마을 앞길을 정비하고 버스노선을 변경하고 공원신설을 결정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은 지켜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자치시민의 현실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실질적 이익을 대변하는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다. 정치행태가 지겹다고 내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반드시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2018-06-12 경인일보

[사설]북·미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한다

오늘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지대의 해체와 한반도 평화를 여는 대장정의 초미를 장식하는 역사적 회담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세기적 핵담판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북미회담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가 이후 극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이루는데는 수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은 CVIG(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두 의제가 어떠한 방식과 절차를 통해서 이행되고 보장되느냐가 북미회담과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난제들이다. 이번 북미회담에서 미국의 경제적 보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 등 주요한 의제들이 포괄적으로 다뤄질지, 북한이 요구하는 것처럼 단계적인 방식으로 이행할 것인지 등도 주요 의제다.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는 핵시설 사찰과 폐쇄, 핵무기 폐기 및 반출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체제보장은 종전선언, 북미간의 연락사무소 설치, 북미수교, 평화협정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한반도 주변의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의 국익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이해당사자들의 엇갈리는 이해의 접점을 찾아가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여곡절과 돌발변수의 발생 가능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실무회담과 남북간의 여러 채널을 통한 소통이 있었으나 북미회담에서 어떠한 사항들이 합의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서로의 신뢰를 다지고, 체제보장과 비핵화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데 전력을 집중해 왔다. 북미회담 다음 날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다른 이슈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치러지게 된다. 선거와 북미회담 이후 회담 결과에 따라 남남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선거 이후에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극우 강경 보수를 의식한 냉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도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로드맵을 다듬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여는 디딤돌이다.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 객관적이고 냉정한 자세로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2018-06-11 경인일보

[사설]청각장애인 위한 선거홍보물 배포 법제화해야

청각 장애인은 대부분 언어 장애까지 함께 갖게 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수어'라는 대화법이 있다. 정부도 지난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을 제정해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청각 언어 장애인의 고유 언어로 명시했다. (사)한국농아인협회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전국 청각 장애 1~3등급에 해당하는 20세 이상의 등록 장애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수어 사용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347명(69.4%)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수어를 꼽았다. 하지만 청각 장애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좌절을 경험한다. 선거 공보물의 각종 한자어와 합성어 등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자신이 투표할 인물을 가려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수어를 아는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공보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선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특히 이번 6·13 지방선거는 지역에 따라 재보궐선거까지 포함해 많게는 8장을 투표해야 한다. 집으로 발송되는 선거공보물이 한 묶음이다. 비장애인도 읽어보기 벅찬데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사실상 선거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번 선거가 그 어느때보다 국민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 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그 어느때 보다 높다.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수어 공보물 배포를 법제화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시각 장애인들은 지난 201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군수·구청장, 교육감 후보에 한해 점자로 제작된 선거 공보물을 받고 있다. 청각 장애인의 경우 QR코드를 이용하면 수어로 제작된 공보물을 받아 볼수 있다. 문제는 '수어형 선거공보' 법제화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선거권을 가진 만 19세 이상 청각 언어장애인은 경기도 6만509명, 인천 1만7천336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3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수어로 제작된 선거 공보물 배포는 재정 때문이라기 보다 관심의 문제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 대해 무관심이 일상화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당장 다음 선거부터 청각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어 공보물의 제작 배포를 법제화하기 바란다.

2018-06-11 경인일보

[사설]깜깜이 지방의원·교육감 선거 이대로는 안된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유력정당 후보들의 사생활과 가정사를 중심으로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인천시장 선거는 자유한국당 정태옥 전 대변인의 지역무시 발언으로 큰 소동을 겪고 있다. 또한 경기도의 시장·군수, 인천의 구청장 선거도 현역 단체장의 인지도와 경쟁후보들의 인물론이 충돌하면서 여론의 관심속에 진행중이다.그러나 기초·광역의원후보와 교육감후보들은 유권자의 관심 밖에서 방치되고 있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기초·광역의원후보나 교육감후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에 나서는 것이 현재 지방선거의 현실이다.기초 및 광역지방의회 의원은 시민들의 자치이익을 최일선에서 대변하는 지방자치의 모세혈관이다. 지방의원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지방자치의 성패가 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기초의원 선거는 철저하게 유권자와 분리돼 실시된다. 유일한 기준은 정당기호이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는 방송토론회 등 유권자와 접촉할 선거수단이 있지만, 기초의원은 유권자와의 대면이 원천 차단되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아파트단지나 지역주민센터를 순회하는 시민초청토론회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깜깜이 선거는 방지할 수 있다. 과열이 문제라면 최소한 기초의원부터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도 된다. 도대체 모르는 사람을 뽑는 선거제도를 유지할 이유를 모르겠다.교육감 선거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국민참여를 막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있지만, 교육감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지역교육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당공천 배제가 현실적 명분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후보자들의 면면이 대부분 교육자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무소속으로 광역단위 선거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후보들만 출마가 가능한 진입제한 현실은 위헌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 도입이나, 직선제 개선 견해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도 좋지만, 중앙정치의 영향력 유지와 선거관리의 편의를 위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일꾼들을 아무 기준없이 기분따라 임의대로 선출하는 현행 선거현실은, 민주주의 실현에 어울리지 않는 비민주적 관행이다. 이번 선거가 끝나자 마자 국민이 후보를 알고 뽑을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고 혁파해야 한다.

2018-06-10 경인일보

[사설]대통령 말한마디에 기업사기 진작될까

신세계그룹이 문재인정부의 롤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월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지난달에는 납품대금 지급 횟수를 월 2~3회로 하는 상생방안을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통 큰 선물보따리까지 풀었다.지난 8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3조원씩 총 9조원을 투자해 매년 1만명 이상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규모면에서 지난 5년 평균 2조6천억원보다 4천억원이 증가했다. 협력업체 및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도 제시했다. 신세계는 자체상표(PB) 유통매장인 '노브랜드'에 전통시장 상인과의 상생 기능을 더한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 30개를 추가하고 미국, 베트남 등 국외 유통채널을 활용해 중소기업들의 수출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우나 이마트의 주가는 금년 들어 최저수준이다. 올 1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4%나 하락했는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국내유통업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매출성장률이 최근 3년째 하향행진을 기록 중이다. 장기 저성장 기조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에다 출점 포화로 경쟁이 심화된 때문이다. 모바일쇼핑과 해외 직구시장의 빠른 성장도 악재다. 대형마트 출점 및 영업시간 규제 강화와 근로조건 개선도 유통산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 수입을 늘려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쳤지만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는 등 경기침체론까지 불거지는 지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을 빼면 30대 그룹 상장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 5년간 답보상태인 것이다. 국내 고용시장 한파 지속은 점입가경이다. 올 상반기 취업자 증가는 3개월 연속 10만 명대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이다. 지난 7일 경제학자와 전직 관료 등 34명의 집단호소가 눈길을 끈다. 세계경제 호황에도 국내의 서민경제는 오히려 악화일로라며 노동계에 경도된 국가개입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의 기를 살리고 기업 혁신에 속도를 내라"고 김동연 부총리에게 지시했으나 성과는 의문이다. 물이 맑을수록 물고기들이 기피하는 법이니 말이다.

2018-06-10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