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학교 석면제거 총체적 부실, 교육부 정신차려라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이 석면제거 공사현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원성과 민원이 자자했다. 그런데 감사원 결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괜한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초·중·고 학교환경 개선사업 감사결과에서 교육부와 일선학교의 석면 제거 사업이 엉망이었다고 밝혔다.우선 교육부가 학교 석면 제거 사업을 위해 전국 유치원,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2012년 부터 2015년에 걸쳐 작성한 석면지도가 엉터리였다. 심각한 것은 교육부가 경기도교육청을 통해 석면지도를 자체 검증한 결과 지도에는 무석면 구역으로 표시된 곳에서 석면이 검출되는 오류를 발견하고도 무시하고 덮은 점이다. 담당 공무원은 석면지도의 부실을 알고도 검증 용역 보고서에서 이를 삭제했다고 한다.또 석면제거 사업이 완료된 수도권 165개 초등학교를 조사해보니 경기 8, 인천 12, 서울 9개교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이니 전체적인 공사 부실 규모는 전수조사 말고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부실한 석면지도에 눈 감고 석면제거 현장 검증은 하지도 않았다. 이쯤이면 석면지도 작성 업체와 석면제거 업체에 대한 의혹이 드는 건 상식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석면제거 현장에 학생들을 방치한 것이다. 지난 3년간 462개 초등학교에서 석면 제거공사 중인 현장에서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 병설 유치원이 운영됐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가루를 어린 학생들이 그대로 흡입한 것이다. 석면안전관리법이 아니더라도 석면제거 현장과 사람을 격리시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밖에도 쉽게 비산되는 석면분무재를 우선 제거대상에서 제외하고, 석면해체 공사 없이 1천500여개 학교가 냉난방기 교체공사를 강행했다.1군 발암물질인 석면은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 등 끔찍한 병을 일으킨다. 교육부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학교현장에서 석면퇴출 사업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중대한 사업이 총체적인 부실 속에 진행되는데도 몰랐다니 교육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공무원에 대한 감사원의 징계요구와는 별도로 교육부 자체의 조직개혁이 시급하다. 당장 석면지도 전체를 재검증해야 한다. 석면제거가 완료된 학교의 공사품질도 꼼꼼하게 검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석면제거 현장에 학생을 방치하는 일이 재발되면 안된다.

2018-12-30 경인일보

[사설]경기도 시설물 시·군 이양 협의에 거는 기대

염태영 수원시장이 경기도 소유 공공시설들의 관리권을 해당 시군에 넘겨줄 것을 검토해 달라고 이재명 경기지사에 요청했다. 도내 시장군수협의회장 자격으로 회장단과 함께 이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다. 도가 소유한 전체 시설물 현황을 파악해 보충성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시설을 시·군으로 이양해야 도민과 시민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충성의 원칙은 주민들이 원하는 일은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행정단위에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군수협의회는 도내 각 시군이 도로부터 넘겨받기 원하는 권한·사무·시설을 취합 정리해 새해 첫달 이 지사에게 정식 제안할 예정이다.이 지사는 취임 이후 시군과의 협력과 동등한 관계설정 등 지방분권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도내에서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 권력을 나누는 분권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도가 소유한 건물만 8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 시설의 소유 및 운영권 이양이 주목된다.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둘러싼 도-수원시 간 다툼도 이런 논의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다. 문화의 전당 건물은 도, 부지는 수원시가 갖고 있다. 월드컵경기장은 관리·감독은 도가, 운영은 수원시가 하고 있다. 도와 수원시는 전당 부지와 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지분을 맞교환하려 했으나 결국 불발된 바 있다.도내 시군들은 중앙-지방정부 권한 이양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광역단체의 권한 이양도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의전당처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이 지사 취임 이후 불거진 광역-기초단체간 불협화음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도와 시군은 체납관리단,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구성 등 이 지사의 역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마찰을 빚었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기초단체들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을 '톱다운(Top-down·하향식)' 형태로 밀어붙인다는 불만이었다. 도가 이런 자세를 견지할 경우 권한 이양을 둘러싼 시군과의 협의는 진통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지방분권화는 시대적 대세다. 광역단체-기초단체간 관계와 역할도 재조정돼야 한다. 내년 초 이 지사와 시장군수들의 정례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런 자리를 통해 도와 시군간 권한이 조정되고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분권을 향한 노력이 분쟁으로 변질되면 안될 일이다.

2018-12-27 경인일보

[사설]가스중독 응급환자 치료 사각지대 해소해야

수원 삼호골든프라자 화재와 강릉 펜션사고 이후 고압산소치료 챔버 운영에 대한 문제점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수원 화재사고로 여고생 김모양이 뇌사상태에 빠지자 장비와 병상이 부족해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국 고압산소치료 챔버 운영 병원은 총 21곳이고, 경기도에는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유일하다. 수도권 인접 병원은 서울 2곳, 강원도 3곳 뿐이다.119구급대에 의해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진 김양은 이후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했으나, 병상이 없어 결국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양은 고압산소치료 챔버에서 2시간30분가량 치료를 받았지만, 3일 뒤인 지난 3일 오전 사실상 뇌사판정을 받았다. 고압산소치료 챔버가 충분하다면 훨씬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례다.고압산소치료 챔버는 1980년대만 해도 전국 300여 의료기관에 설치되어 있는 흔한 장비였다. 그러나 난방 연료가 연탄에서 석유와 도시가스로 변하면서 연탄가스 중독과 같은 생활형 가스중독 사고가 사라지면서 돈이 안되는 챔버는 급속히 퇴출됐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기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지난 9월 현재 전국 159곳이다. 하지만 이는 응급환자 치료용(2기압 이상)이 아닌 피부과 성형외과용 1기압 이상 장비까지 포함한 수치다. 가스중독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24시간 고압산소치료 챔버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화재나 산재로 인한 가스중독 응급환자들이 사실상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그렇다고 발생빈도가 희박한 응급환자를 위해 병원들이 최대 10억원이나 하는 장비들을 설치하기도 힘들다. 민간병원이 설치하는 순간부터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장비를 도입할 리 없는 것이다. 결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으로 대응 해야 한다. 정부는 고압산소치료 지정병원을 전국 요소요소에 지정할 필요가 있다. 지정병원에는 고압산소치료 챔버 설치 및 의료진 운영 비용을 지원하고, 고압산소치료 요양급여를 현실화해 장비 운영을 지속시켜야 한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산하 공공의료기관에 고압산소치료 챔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경기도가 최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과 의정부병원에 챔버를 추가 설치키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18-12-27 경인일보

[사설]대통령에게 올린 'J노믹스' 설계자의 마지막 충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로부터 '대한민국 산업혁신 추진방향'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이날 보고에서 한국 산업이 기존 전략과 정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전환기적 기술변화, 글로벌 가치 사슬의 빠른 변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이라는 변화와 도전에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 산업이 큰일 난다는 진단이자 경고였다.김 부의장은 대책으로 산업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확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핵심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플랫폼 정부 구축, 신속하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 등 6대 추진과제도 제시했다. 업종별로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만들자고 건의했다.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은 이미 산업혁신전략을 실행 중이라며 싱가포르의 '산업변혁지도' 정책을 사례로 들었다.김 부의장이 보고서에 담은 제안과 건의는 정부를 향한 대한민국 산업계의 요청을 집대성한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자의 소득확대를 근간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에 집중했다. 반면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기업을 진흥할 혁신성장 정책은 당·정·청의 불협화음 속에 표류시켰다. 그 결과 노동자에게 저녁 시간을 주었을지 모르나, 일자리가 쪼그라들면서 저녁 식탁을 보장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민간인 혁신성장본부장이 사표를 던졌겠는가.다행인 것은 대한민국 산업에 켜진 비상 경고에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점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산업생태계가 무너지겠다는 우려가 있다"며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를 질타했다. 이날도 모두 발언에서 주력 제조산업과 우리 경제의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은 대통령의 인식 변화와 거꾸로다. 카풀업체가 영업중지 상태고 최저임금은 계속 질주 중이며 기업규제는 강화되고 있다.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인 J노믹스를 설계한 김 부의장은 그동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편애를 비판하다가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에게 마지막 보고서를 올렸다. J노믹스 설계자로서 대통령의 경제적 성취를 염원하는 충언을 담았을 것이다. 보고서에 담긴 충언에 대통령이 가슴으로 공감하기를 바란다.

2018-12-26 경인일보

[사설]인천 '상상플랫폼'의 공공성과 독창성

인천시는 '상상플랫폼' 외부 리모델링 설계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안 공모를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인천시에 의하면 내년 1월 설계업체를 선정해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하고, 하반기부터 상상플랫폼의 본격적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상상플랫폼'은 인천 중구 내항 8부두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8부두 곡물창고는 건물 내부 기둥과 칸막이가 없는 구조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1만2천150㎡)를 자랑한다. 인천시는 이 곡물창고를 최첨단 극장·공연시설과 엔터테인먼트, 쇼핑, 전시, 청년 창업지원공간 등이 결합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여 개항장과 항만을 연결하는 거점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만 총 예산 696억원(민자 300억원 포함)이 투입될 예정인데 외부 리모델링 공사비만 126억원, 설계 용역비는 5억원이다.상상플랫폼의 기능을 주목해야 한다. 인천항 내항 1·8부두의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사업의 마중물 사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문화·관광의 혁신 공간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시설의 기본 성격이며 설계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상상플랫폼의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CJ CGV(주)가 수립한 운영세부계획에는 공공기능이 축소되고 수익시설을 과도하게 도입하여 특정기업의 이윤만 보장하는 상업시설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공모 당시에 제안한 ICT 오픈캠퍼스와 청년작가스튜디오, 디지털체험박물관, 창작공방과 연구·창업공간 등 공공적 기능과 콘텐츠 산업의 상업기능을 조화롭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차제에 명칭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시설의 명칭은 시설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 환기할 수 있어야 하며 가급적 독창적이어야 한다. '상상플랫폼'이란 명칭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알 수 없으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이름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독창적인 명칭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상상플랫폼(GIP)이 있다. 청년들의 혁신적 일자리 창조를 위한 온라인센터이다. 표절 논란은 인천의 대표적 콘텐츠 복합시설의 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나중에 명칭을 바꾸면 비용 낭비도 적지 않을 것이다.도시재생은 역사성을 중시한다. 상상플랫폼도 건물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간직하되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독창성 있는 건축물로 설계되어 인천의 새로운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

2018-12-26 경인일보

[사설]정부는 2기 신도시 주민 원성에 귀 기울여야

남양주 3기 신도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지난 24일 남양주시청사 앞에서 투쟁집회를 가졌다. 남양주 개발제한구역 국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300여명은 이날 집회에서 "왕숙지구 신도시 지정을 전면 취소하고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19일 3기 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이후 이뤄진 지역 주민들의 첫 집단 반발행동이다. 주민들은 수십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고통과 피해를 입어 왔는데, 이제는 강제로 땅을 빼앗기게 됐다고 호소한다. 같은 처지인 과천·하남, 인천 계양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3기 신도시 예정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겪는 진통일 수 있다. 문제는 수도권 10개 지역에 달하는 2기 신도시 주민들이다. 이들 지역은 교통과 교육 인프라가 열악하다. 자족기능이 부족해 대규모 베드타운화 하고 있다. 정부가 개발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초기단계인 신도시도 있다. 평택 고덕지구, 인천 검단지구 등이다. 파주 운정지구, 양주신도시 등은 이제 절반을 겨우 넘긴 상태다. 토지 보상과 토목사업은 끝났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다.정부는 서울과 근접거리에 있는 3기 신도시를 교통 인프라가 우수하고 자족기능이 뛰어난 명품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GTX 노선 확대와 조기 건설, 지하철 확충, 광역도로망 신설 등 교통 대책을 제시했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대목이다. 이미 입주가 끝난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주민들이 출퇴근 전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치솟을 때도 2기 신도시 지역은 보합세이거나 소폭 상승에 그쳤다. 열악한 주거 여건이 부동산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특히 산업단지 등 자족기능이 절대 부족한 점도 2기 신도시의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는 일부 2기 신도시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될 수 있다. 아직 진행중인 2기 신도시는 교통 인프라와 자족 기능이 열악한 지역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로 3기와 2기 신도시 건설을 계속할 경우 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2기 신도시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2기 신도시가 실패해서는 3기 신도시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8-12-25 경인일보

[사설]문화동토지대 인천에 부는 '최영섭'훈풍

올해 구순(九旬)인 작곡가 최영섭은 한국 가곡의 산증인이다.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작곡가로 활동한 70여 년 동안 700여 가곡을 작곡했다. '목계장터' '추억' '망향' 등 귀에 익다 싶은 우리 가곡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오페라의 제왕'으로 불리는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난 10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어쩌면 그의 마지막 내한공연이 될지도 모를 일곱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는데 마지막 앙코르곡은 역시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이었다. 도밍고는 이미 지난 2009년 내한공연 때 이 곡을 한국인과 거의 같은 발음으로 불러 놀라움을 안겨주었는데 "라틴어를 제외한 노래 중 이처럼 부드러운 선율과 깊이 있는 노래는 드물다"고 극찬했었다.1929년 강화에서 태어난 최영섭은 어릴 적 인천으로 이주해 1942년 인천 최초의 공립학교인 인천공립보통학교(지금의 창영초등학교)를 졸업했다. 1943년 인천중학교 전신인 인천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해 경복중학교에 편입했다. 이처럼 인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활동해온 그를 위해 인천지역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은 세밑 온정 소식만큼이나 훈훈하다. 최근 인천지역 인사 36명은 4천850만원의 성금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다. 90세를 축하하고, 10년 전부터 시작된 전립선암 투병을 격려하며, 평생의 기악곡 정리작업을 응원하는 마음에서다. 지난해 일곱 번째 가곡집을 출판한 그는 앞으로 1년 안에 70여 곡의 기악곡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각오다.인천이 낳은 작곡가 최영섭을 우뚝 세우는 인천지역사회의 노력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2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35회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인천의 노래, 황해의 소리'에서는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대편성 합창단과 교향악단에 의해 대미를 장식해 청중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연주회가 끝난 뒤에는 장미를 헌정하는 행사도 마련됐다. 이날 작곡가는 "여생은 인천시민의 사랑에 보답하면서 살아갈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단법인 '아침을 여는 사람들'도 지난 12일 인천 엘림아트센터에서 '최영섭 선생 구순 기념 연주회'를 개최했다. 함께 개설한 후원 모금계좌에는 매달 수십여 명이 성금을 보태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화 동토지대'로 낙인 깊은 인천에 부는 모처럼의 훈풍이다. 계속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2018-12-25 경인일보

[사설]GRDP 부산 추월한 인천경제 내실화 집중해야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지난해 처음으로 부산을 앞질렀다. 통계청 '2017년 지역소득(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명목 GRDP는 84조594억원으로, 7개 특별·광역시 중 서울(372조1억1천만원) 다음이다. 부산은 83조2천987억원으로 인천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인천이 2016년 10월 인구 3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GRDP 부문에서 부산을 추월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의 경제성장률은 4.0%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3.2%다. 인천의 경제성장률은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다. 전국 광역자치단체들과 비교해도 경기도(5.9%)와 제주도(4.9%)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운수업과 제조업이 성장세를 이끌었다.우려스러운 것은 인천의 1인당 개인소득이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6위라는 점이다. 인천 1인당 개인소득은 1천755만원으로 대구(1천756만원)보다 낮았다. 지난해 인천경제가 크게 성장했지만, 인천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GRDP 규모에 비해 넉넉하진 못했던 것이다.인천 상용근로자가 서울과 경기보다 더 일하고 덜 받는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최근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조승헌 연구위원이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인천 근로자는 서울보다 월 11.6시간 더 일하고 임금은 53만2천428원 덜 받았다. 경기지역 근로자와 견줘보면 월 2.8시간 더 일했지만, 18만8천791원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한 경제전문가는 "인천은 소득이 낮으면서 돈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인천은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할 만한 좋은 기업이 없다. 이런 문제가 급여 수준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어떻게 하면 인천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을까. 좋은 기업을 많이 유치해야 하고, 기업의 이익이 개인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인천이 아닌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 소비하는 '역외 소비율'을 떨어뜨려야 한다. 인천 상권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지자체가 경제를 움직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제 변화를 빨리 읽고 적극 대응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생산과 소비의 주체는 사람이다. 인천 인구가 계속 증가하기는 어렵다. 어느 시점이 되면 내림세로 전환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할 때 내실화 등을 통해 인천경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2018-12-24 경인일보

[사설]여야, 1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통과시켜라

국회 본회의가 27일로 예정되어 있으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과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들 법률 개정안은 여야가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사안들이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때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유치원 3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교육위원회 소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사업주 책임 강화 등의 부분에서 한국당이 민주당의 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과 한국당은 공공기관 고용세습 국정조사 범위를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이고, 민주당 또한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어 이 역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듯 사안마다 여야 정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12월 국회도 아무 성과없이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최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사망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와 강릉 펜션사고, 강남 건물 붕괴 위험 등 인재로 인한 고질적 안전불감증 등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국회의 정파적 이기주의와 직무유기가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정도의 차이이지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신들의 의석 확보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부정 내지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치원 3법은 교비 횡령에 대한 처벌 범위와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에 국가회계제도를 일률적으로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태도는 국정감사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으로 바뀌었다. '죽음의 외주화'란 말에서 보듯이 생명을 위협받는 비정규직의 문제에서도 한국당은 사측의 입장에 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여야 정당들은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고 정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생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국회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여야 정당들은 쟁점사항에 대해 절충하고 타협함으로써 27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2018-12-24 경인일보

[사설]폐허로 방치된 경기도내 공공기관 이전부지

노무현정부 때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수도권내 정부 공공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찬반여론이 대립했지만 결국 경기도내 60개 정부 공공기관도 전국으로 흩어졌다. 현재 도내에 있던 58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정부의 균형발전 신념에 수도권 국민은 해당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상권의 붕괴 등 경제적 손실을 감수했다. 그리고 이전부지의 공공개발을 통해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마련되기를 희망했다.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내 공공기관 이전부지는 대부분 폐허로 방치되고 있다. 경인일보 기획물로 드러난 현실은 참담하다. 이전부지의 공공활용방안은 전무하다. 대신 이전부지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민관의 개발경쟁만 난무하고 있다. 이전부지 소유주인 공공기관들은 이전비용 마련과 기관수입을 위해 해당 부지를 비싼 값에 넘기거나 직접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17개 공공기관 이전부지를 매입한 민간사업자들은 아파트 개발사업을 추진중이다.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 중인 곳도 없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매입한 옛 축산시험장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을 추진했다가 문화재가 쏟아지면서 중단했다. 세종시로 이전한 국토연구원의 안양시 구청사 부지는 민간인 소유주만 3번이나 바뀌는 동안 흉물로 변했다. 수원의 옛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민간사업도 관련 기관·부서 협의가 지체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와 시민들은 공공기관 이전 부지의 수익형 개발을 반대한다. 수익은 공공기관과 민간이 챙기고 교통·환경 부담만 남기 때문이다.일이 이렇게 된 데는 경기도의 책임도 커 보인다. 서울시는 2014년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을 위한 대응계획을 수립해 실행중이다. 질병관리본부 부지는 혁신파크로, 한전 부지는 현대자동차 사옥 등으로 개발해 공공이익과 지역경제 진흥의 계기로 삼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경제공동화를 우려한 경기연구원의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대책 수립은 없었다.경기도는 이제라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전부지 개발계획을 함께 협의해야 한다. 4차산업 생산기지로 개발해 일자리와 지역경제 진흥에 활용하거나 하다못해 공원이나 도서관 등 주민편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균형발전은 공공기관 이전 지역에도 적용돼야 할 정책이다. 도는 이제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공공기관 이전부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2018-12-23 경인일보

[사설]부채탕감 시장 왜곡하고 신용질서 위협한다

정부가 서민 대상의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 20개 과제를 발표했는데 저신용 소액채무자 부채탕감과 채무지원 확대, 민간금융사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이 골자다.가장 눈에 띄는 것이 소액연체자의 대출원금을 깎아주는 '특별 빚 감면제도'이다. 금융기관에서 1천만원을 대출받아 10년 이상 연체한 채무자가 향후 3년 동안 성실하게 120만원을 상환하면 정부가 880만원을 탕감해주는 식이다. 기존의 채무감면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법원의 개인회생 및 파산 등이나 이는 고정소득자 혹은 부채원금 3천만원 이상에만 자격이 주어져 소액연체자들은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것을 상시 제도화한다. 상환능력이 거의 없는 빈곤층의 소액채무를 털어줘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하도록 돕자는 취지이다. 매년 2만여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일반 채무조정 감면폭도 확대했다. 현재 30~60%인 감면율 허용범위를 20~70%로 늘려 원금 감면율을 지금의 29%에서 2022년까지 45%로 높이고 상환기간도 6.7년에서 4.9년으로 단축한다. 9·10등급의 최저신용자 구제용 정책자금으로 연간 1조원을 증액할 예정인데 재원 100%를 민간금융기관에서 조달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 보증재원 1천억원을 출연하던 것을 은행 등 전 금융기관으로 확대하고 출연금도 3천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진작부터 말들이 많았다. 1천500조원대의 가계부채와 최근 금융기관 연체율 급등, 금리인상 압박 등은 설상가상이다. 그러나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만연과 성실히 빚을 갚아온 금융소비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염려된다. "돈은 민간이 부담하고 생색은 정부가 낸다"는 금융사들의 볼멘소리도 부담이다. 은행권의 대출문턱은 더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대출감면 원금한도가 최대 45%로 높아지니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대출요건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더 주목되는 것은 원리금 몇 푼 깎아준다 해서 저신용자들에 얼마나 도움되겠나 하는 점이다. 정책금융의 이상비대 실정에서 5·6등급 상대의 중금리 시장 확대도 언감생심이다. 금융시장 왜곡 가중과 신용질서를 위협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2018-12-23 경인일보

[사설]혁신성장 향방 가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차량공유 서비스인 '카카오 카풀' 시행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범한다. 택시노사 4개 단체가 19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대타협기구 참여에 동의했다. 민주당 택시·카풀TF는 다음주 기구 인적구성과 운영방향을 확정한 뒤 타협안 마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그러나 대타협기구가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와 택시업계의 상생과 국민의 교통편의 증진을 모두 만족할 타협안 마련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택시업계는 20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파업집회를 벌였다. 전날 대타협기구 참여 결정에 따라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카풀 서비스 전면중단이라는 요구는 여전히 강경하다. 반대로 카카오측은 정부가 혁신성장 의지를 갖고 허가한 사업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차량공유 서비스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이날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비판하며 기재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직을 사퇴했다.당과 정부는 택시 노동자의 생존권과 차량공유업체의 사업할 권리 사이에서 묘수를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당정이 검토하는 가장 유력한 타협안은 택시업계의 사납금제도 폐지와 완전월급제 도입인 것으로 보인다. 250만원이라는 최소 월급의 수준과 국고보조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체와 노동자가 이에 응할지 의문이다. 또 택시 서비스에 대한 누적된 불만으로 카풀 서비스에 호의적인 국민 여론이 국가 재정으로 택시기사 월급을 보전하는 방식에 동의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결론은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공유경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독려하고 있는 혁신성장의 근간이고 차량공유서비스는 공유경제의 대표 사업이다. 정부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시작으로 공유경제를 근간으로 한 혁신성장에 시동을 걸고 싶을 것이다. 4차산업을 대표하는 공유경제형 사업은 시장의 기득권을 가진 기존 업체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택시업계와 카카오 카풀 갈등에서 보듯 비슷한 난제가 줄줄이 대기중인 셈이고,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결론은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의 향방을 짐작할 가늠자가 될 것이다.당정은 4차산업의 원활한 시장진입, 기존산업 종사자의 생존보장, 국민 편의 개선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갈등 주체들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지, 집권세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2018-12-20 경인일보

[사설]박항서 감독이 한국사회에 던진 소통의 리더십

박항서 베트남 축구팀 감독이 올 한해 이뤄낸 성과들이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지난 15일 베트남 전역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베트남 국민들은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가 태극기와 함께 휘날렸다. 국내 한 지상파는 이례적으로 외국간 경기 생중계를 감행했는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였다.박항서 돌풍이 베트남을 넘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는 건 그의 리더십 때문이다. 항공기로 이동할때 부상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가 하면 선수들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는 등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소통한다.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박 감독은 현지 기업이 자신에게 제공한 우승축하금 10만 달러도 베트남 축구 발전을 위해 쾌척해 베트남인에게 감동을 줬다. 또 우승 기자회견에서 "나는 영웅이 아니다. 단지 축구 지도자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통해 베트남을 비롯해 전세계 축구팬들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의 리더십을 목격했다. 박 감독의 리더십을 베트남 언론들은 '파파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파파 리더십'의 중심에는 소통이 있다. 약체 팀 베트남을 동남아 축구의 중심으로 이끈 박 감독의 소통 리더십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베트남도 아닌 국내에서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화제가 되는 건 소통 부재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국내 정세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아집으로 사회통합은커녕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사회적 불의에 맞설 사법부가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촛불 민심의 힘으로 정권을 잡은 청와대도 끊임 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과 52시간 노동제를 둘러싼 끊임 없는 사회적 갈등은 내년에도 되풀이 될 전망이다. 맞벌이 부모들은 유치원과 정부의 싸움에 휘말려 어린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없는 처지에 분노하고 있다. 훈훈한 기운이 가득해야 할 연말이 전 사회적인 갈등으로 우울하다.마음 붙일 곳 없는 국민들에게 소통을 통해 기적을 일군 박 감독의 리더십을 동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사회는 박 감독이 펼쳐보인 베트남 축구의 기적이라는 성과가 아니라, 기적을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그가 발휘한 소통의 리더십을 되새겨야 한다.

2018-12-20 경인일보

[사설]3기 신도시 성공 교통인프라 신속 구축에 달렸다

정부가 15년 만에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서다. 정부는 어제 수도권 3기 신도시에 남양주 왕숙(1천134만 ㎡), 하남 교산(649만 ㎡), 인천 계양(335만 ㎡), 과천(155만 ㎡) 등 4곳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모두 서울과 2㎞ 인접한 지역으로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김포 한강, 양주 옥정·회천,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가 서울과 멀고 교통인프라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한 뼈아픈 사례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부는 새롭게 조성될 3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의 출발은 좋았다. 베드타운을 넘어 산업·주거 복합도시를 짓겠다며 서울에서 먼 곳을 개발했다. 하지만 서울과 인접한 판교를 제외하곤 사실상 실패했다. 2기 신도시는 아파트 먼저 지어놓고 인프라 조성을 미루며 입주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경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강남 집값은 폭등했고, 교통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신도시는 지금도 교통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입지가 좋다는 평판을 들었던 동탄신도시조차도 삼성~동탄 GTX(광역급행철도)의 완공이 늦어지면서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광역교통망 구축을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시행자 간 사업비 분담을 놓고 벌이는 오랜 갈등 때문이다. 사업비 분담 조율 없이 신도시를 조성했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갔다. 이날 GTX 중심으로 발표된 교통개선 대책은 3기 신도시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3기 신도시의 성공은 광역 교통망과 주택 공급시기의 차이를 최대한 좁히는데 달렸다. 정부가 신도시 후보지와 광역교통망을 연계해 교통대책을 2년 앞당긴 것도 그런 이유다. 광역 교통망이 없으면 신도시는 사실상 고립된 섬과 다름없다. 신도시 건설 발표로 당장의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신도시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너무 늦어지면 수도권 집값은 언제 다시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며 신속하게 도시를 건설하느냐에 따라 3기 신도시의 성공이 좌우될 것이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투기세력이 붙어 투기의 장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선 안 된다.

2018-12-19 경인일보

[사설]수능 후 학생지도 전반적인 점검 필요할 때

수능을 마친 고3 학생 10명이 참변을 당한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이 가스보일러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사고 현장 감식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인 연통 부위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던 것을 확인한 바 있으며, 현장 감식에 나선 경찰 등은 보일러 몸체와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연통 사이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한 것을 시험 가동을 통해 확인했다.연기성분과 검출량에 대한 정밀분석이 남아 있지만, 사고원인은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일러를 가동한 것으로 좁혀진 것이다. 배기구 없는 실내에서 보일러를 가동하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일러 배기구 고장 상태를 방치해온 펜션 주인의 과실과 강릉시의 감독 부실이 가져온 인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고의 원인 규명이 끝나는 대로 엄중한 책임규명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이번 대성고 학생들의 체험학습은 학생 개인별로 보호자 동의하에 체험계획을 세워 신청하고 학교장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명목은 체험학습이지만 안전 관리나 '학습'은 없는 학생끼리의 장기 합숙 여행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고3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은 필요하다. 그러나 단체 여행의 경우 취침이나 기상과 같은 일정을 보호자나 교사가 유선으로 점검하는 등 최소의 규정 보완은 필요해 보인다.사고의 직접 원인과 별도로 학교의 수능 이후 학생 관리 전반에 대한 일대 점검도 필요하다. 수능 후는 사회생활과 대학생활에 대한 준비 기간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수험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도 필요하지만 생활이 느슨해지면서 일탈행위나 각종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 결과에 낙심하거나 비관하는 위기 학생들에게는 전문기관과 연계한 상담이 필요하다.사회적 문제로 크게 비화되지는 않지만 여학생들의 수능 후 성형 사고나 후유증도 적지 않다. 외모지상주의 풍조와 수험생 특별 할인을 내세운 성형외과의 상술이 수능 후 성형 붐 풍속을 낳고 있다. 한꺼번에 몇몇 병원에서 시술을 받다보니 비슷비슷한 얼굴이 되어 후회하거나, 수술 실패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성형수술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개성 있는 외모가 더 중요하다는 조언이 절실하다.

2018-12-19 경인일보

[사설]학생이 6만명 줄었는데 학교 91개 신설됐다니

경기도 내 초·중·고생이 최근 3년 사이 6만명 줄었는데 100개 학교가 신설됐다. 이 기간 폐교된 학교는 9개에 불과, 91개 학교가 늘어나게 됐다. 학생이 줄고 학교가 늘어나는데도 일부 도시의 학급 과밀화 현상은 해소되지 않는다. 반면 농촌 일부 지자체는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0명을 밑돌고, 6개 학교는 전교생이 10명도 안 되는 실정이다. 교육 당국은 신도시 건설과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인해 학교 신설이 불가피했다고 하나 수요 예측이 빗나가고 민원에 떠밀리면서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인 기현상이 생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경기도 내 초·중·고생은 2015년 159만6천94명, 2016년 155만7천569명, 2017년 153만2천610명으로 3년 사이 6만3천484명(4%) 줄었다. 같은 기간 도 교육청은 291곳의 학교 신설을 요청, 2015년 42곳, 2016년 36곳, 2017년 22곳 등 100개교가 신설됐다. 반면 학생 수 부족 등을 이유로 폐교한 곳은 9개교에 불과했다. 학생은 줄고 학교는 늘면서 도시와 농촌지역의 학생 수 양극화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는 광주·하남이 28.36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포 28.29명, 수원 28.22명, 구리·남양주 27.8명 순이었다. 농촌지역인 연천은 18.19명, 가평은 19.96명 등 20명이 안 됐다.도 교육청은 도시지역은 택지개발과 재개발·재건축 등 신규 아파트 건설로 인해 학교 신설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통폐합 대상 학교가 많은 농촌지역의 경우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반발에 막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주민 민원에 떠밀려 무리하게 학교를 신설하고 통폐합도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설 학교에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용인은 학교 수급정책 실패의 대표사례다. 도내 한 초교는 학생 수가 10명도 안 되는데 운영되고 있다.학생은 줄고 학교는 늘어나면서 교육 예산이 과잉 투입되고 지역 간 수급 불균형도 커지는 게 교육 현실이다. 교육 당국이 민원에 굴복해 학생 없는 학교를 짓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자꾸 미뤄서는 안 된다. 학교를 짓고 운영하는 예산은 국민 혈세로 충당된다. 건설사가 부담하는 공동주택 학교 신·증설 비용은 분양가에 얹혀진다. 학생은 계속 줄어드는데 학교와 교원, 공실이 늘어나는 비정상은 개선돼야 한다.

2018-12-18 경인일보

[사설]백령공항 건설을 서둘러야 할 이유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 주민들의 겨울은 유난히 혹독하다. 겨울 한 철을 사실상 육지와 격리된 채 살아간다. 기상악화로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들이 일제히 결항하는 날이 잦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해5도 주민들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버리는 달'이라고 한다. 당장 이달만 살펴봐도 그 곤혹스런 사정을 알 수 있다. 12월 1일부터 16일까지 보름 동안 하모니플라워호, 코리아킹호, 옹진훼미리호 등 인천과 백령·대청도를 오가는 여객선 3척이 전부 운항하지 않은 날은 총 6일이나 된다. 그 중 두 차례는 2~3일씩 연속 결항했다. 올해 1월에도 기상악화로 나흘간이나 뱃길이 통제됐다. 지난해에는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 연속 배가 끊기는 등 12월 한 달 동안 총 13일이나 여객선이 뜨질 않았다. 겨울마다 되풀이되는 고립이다.지난달 24일에는 백령도 장촌포구에 있는 통신3사의 통합기지국이 낙뢰를 맞아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 모든 통신이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기상악화로 여객선까지 통제되는 바람에 통신복구가 늦어졌다. 이렇게 고립된 상황에서 통신두절사태까지 겹치게 되면 사실상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겨울철마다 며칠씩 여객선이 끊겨 물자를 공급하지 못하면 난방용 연료를 비롯한 생필품이 동나는 경우도 있다. 고령자들은 이런 악조건을 견뎌내기 힘들어 겨울 한 철 동안 뭍의 자녀 집에서 지내곤 한다.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만약 병원에 가야 할 위급한 일이라도 발생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6월부터 아침에 백령도를 출항하는 배편이 2년7개월 만에 다시 생기면서 형편이 나아졌다는 게 이 정도다.백령도·대청도 주민들은 해마다 겪는 겨울철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항공편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비행기가 배보다 기상영향을 훨씬 덜 받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국방대에 의뢰한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 연구용역은 일단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항 건설이 군사작전과 전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를 마치게 된다. 인천시는 이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사업비는 내년도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상태다. 서해5도 주민들이 겨울 석 달을 더 이상 '버리는 달'로 여기지 않도록 관계당국들이 전향적으로 사업을 검토해주길 바란다.

2018-12-18 경인일보

[사설]인천시의회의 특권 내려놓기에 박수를 보낸다

인천시의원이 당연직으로 돼 있는 피감기관 이사직을 내놓겠다면서 관련 조례 개정 작업에 스스로 뛰어들어 눈길을 끈다. 박종혁(민·부평구6)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인천문화재단 당연직 이사에서 물러나겠다면서 발의한 관련 조례안이 17일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조례안이 19일 열리게 될 본회의를 통과하면 인천문화재단 당연직 이사 중 인천시의회 몫 한 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인천시의회가 스스로 주어진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나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인천문화재단 이사진에는 인천시의회 문화·예술 관련 상임위원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돼 있다. 이사회는 재단의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원의 임면 같은 사항을 의결하는 매우 중요한 기구이다. 따라서 이번 인천시의회의 인천문화재단 당연직 이사 자리를 내놓기 위한 시도는 그 자체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박종혁 문화복지위원장은 인천시의회가 인천문화재단의 예산을 심의하고, 사업 전반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이는 데 그 피감기관의 이사를 시의원이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조례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인천시의원이 당연직 이사로 등재돼 있는 곳은 인천시의 또 다른 출연기관인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도 있다.인천시의원들은 인천시가 운용하는 대부분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시 정책을 심의·의결, 자문하는 역할을 하면서 또한 시의 관련 예산을 증액하거나 삭감할 수도 있고 정책의 잘잘못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지적한다. 자신이 심의·의결한 사업을 시의회에서 다시 따지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시의원들에게 이중 플레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는 인천시의회 뿐 아니라 모든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감시자인 지방의원이 피감기관의 이사를 맡아 기관 내부 행정에 관여하는 게 적절한지는 일찍부터 논란이 돼 왔으나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인천시의회는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의원들이 피감기관의 다른 위원회나 임원으로 참여하는 일이 적절한지를 깊이 검토하기를 바란다. 시의회는 또 각 산하기관 임원 추천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시의회 몫'은 의원들의 업무 영역 어디에나 놓여 있다. 그게 다 기득권이자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인천시의회에서 모처럼 나온 부적절한 기득권 내려놓기가 더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가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2018-12-17 경인일보

[사설]이행의지가 중요한 선거제도 개혁합의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하는 등 선거제도 개혁 법안의 1월 임시국회 통과 합의는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여야의 합의가 어떤 구체적 내용을 담을지 지켜볼 일이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워낙 엇갈리기 때문에 갈 길이 결코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문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검토를 한다'라는 문구와 비록 선거제 개혁 이후라고 명시는 했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까지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어서 여야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게다가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의 단식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핵심은 현행 선거제도가 두 거대 정당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사실이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당은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현재의 소선거구와 다수대표제의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의 제도로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 사표 발생은 물론 사회의 소수세력과 과소대표되는 계층의 이해를 정당체제에 비례적으로 반영할 수 없어서다. 사회변화와 개혁은 국회에서의 입법을 통한 제도화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 여소야대의 의석구도와 한국당의 반대로 개혁입법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결국 말로만 외치는 협치가 구조적으로 성사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다수결 민주주의로 사회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갈 수 있을 때 개혁의 제도화와 정당체제의 협치가 가능해진다.비록 여야 5당의 선거제 개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과 석패제 도입의 구체적 내용, 의석 확대 등 산적한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치개혁의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개혁은 불가능하다. 선거제도 개혁이 사회변화를 위한 동력 확보의 핵심 의제인 이유이다. 여야는 정치적 이기주의를 버리고 사회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정치력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2018-12-17 경인일보

[사설]자유한국당 인적쇄신 막장 분열로 가면 끝이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5일 최경환,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과 비박계 중진들이 포함된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현역의원 112명 중 18.8%인 21명이 쇄신 대상에 포함됐다. 6명의 현역의원은 당협위원장 공모 대상에서 배제하고, 15명의 현역의원은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했다. 또 이들의 선거구를 포함해 전국 79개 선거구에서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는다. 253개 선거구 중 30% 이상을 물갈이하고 나선 것이다.지난 7월 출범한 김병준 위원장의 비대위 체제는 이로써 보수 야당 재건의 마지막 수순 관리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라면 전국에서 새로운 당협위원장을 뽑아 내년 2월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 지도부가 구성되면 비대위의 임무는 끝난다. 그동안 비대위는 인적청산의 규모와 전당대회 시점을 놓고 당내 계파 모두의 견제를 받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직접 영입했던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위 위원과의 견해차로 상처를 입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인적쇄신이 성공적인 전당대회를 견인할지 여부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재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당장 쇄신 대상이 된 현역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자격박탈은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라서다. 이와관련해 비대위의 인적쇄신 단행이 현역의원 탈당과 신당창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 미세 분열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진즉부터 나왔다. 또한 새로 선출할 당협위원장들이 자유한국당 환골탈태의 증거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결정적으로 전당대회를 통해 친박, 비박간의 이전투구를 종결시켜야 한다.자유한국당은 비대위의 인적쇄신에 따른 갈등을 관리하고,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새 인물을 수혈해, 보수정당의 새 출발을 선언하는 전당대회를 치러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쇄신대상이 된 현역의원들은 지역구 선거민과 국민의 검증을 받아 21대 총선 공천 도전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쪽으로 태도를 정리해야 한다. 당은 공식기구인 비대위의 결정대로 능력과 인품을 갖춘 새 인물을 수혈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여투쟁의 단일대오 붕괴를 걱정할 게 아니라, 보수정당 재건의 희망을 강조해야 한다.보수정당의 정상적 복원은 대통령제의 정치균형과 국가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권과 여당의 실책에 기인한 반사이익만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8-12-16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