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서해NLL 일대 평화와 안전은 서해5도 주민의 숙원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서 가장 극적인 대목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일 것이다.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5도에 인접한 NLL 일대를 평화수역지대로 만들어 이 지역에서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도출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상대적으로 서해NLL 일대의 평화수역화 선언은 사전에 거의 언급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좀처럼 실감하기 어려운 합의 내용이다. 이 수역이야말로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늘 남북 간 대결과 충돌의 실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만 살펴봐도 현실은 참혹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가까스로 유지해오다 실제 충돌로 이어진 경우만 네 차례나 된다. 1999년 6월 15일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1연평해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발생한 남북간의 첫 해상교전이었다.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서쪽 NLL을 2㎞나 침범해 발생한 이 해상전투로 북한 경비정 1척이 침몰하고 5척이 파손됐으며 전사자 20명, 부상자 30여명 등 50여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 3년 뒤인 2002년 6월29일 북한 경비정의 기습포격으로 시작된 2차 연평해전에선 아군 고속정 1척이 침몰하고 6명의 전사자와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우리 피해도 컸다. 이후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과 그해 11월의 연평도 포격은 서해5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그런 만큼 서해5도 주민들에게 서해NLL 일대의 평화와 안전은 그야말로 '숙원'이다.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협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에서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해왔다. 이번 남북정상의 합의로 그러한 바람의 현실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남북 관계당국의 후속 협의가 진척되면 NLL 해역에서의 공동어로, 해상파시를 통한 수산물 교역, 수산자원 공동연구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시기는 지금부터다. 지난 2007년에도 남과 북은 이와 유사한 내용의 합의에 이르렀으나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한 전례가 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남과 북의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

2018-05-01 경인일보

[사설]근로자의 날이 더 서러웠던 근로자의 현실

지난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및 노동자 지위 향상과 세계 각국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날 전국에서는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기리고 노동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근로자들은 법정 휴일을 맞아 친목 체육행사에 참여하거나 등산, 여행 등 취미활동을 즐기며 모처럼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이날 공무원과 우체국 직원, 교사 등 일부 직종은 정상 출근했다. 법정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체에 다니는 근로자들도 상당수 출근했다. 이 경우 평상시 임금의 250%를 지급받게 된다. 근로임금 100%에 유급임금 100%, 여기에 휴일근로수당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5인 미만 근로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유급임금과 근로임금은 받지만 휴일근로수당은 받지 못한다. 같은 근로자인데도 회사규모에 따라 또다른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고용노동부는 소상공인 보호 등을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일부 규정만 적용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업체의 부당한 행위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이유다. 노동전문가들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시급하고도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정치권과 정부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법 개정과 보완에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발의된 법률 개정안들은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제정된 근로자의 날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근로자의 40%가 근로자의 날에 일하고 수당도 못 받는다고 한다. 근로자의 날에 근로자가 더 서러운 시스템이라면 이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근로자라면 이날 쉬어야 하고, 출근을 했다면 남들처럼 적정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남들 노는 날에 출근하는 것도 서러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보상마저 차별받는 건 근로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수원시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필수요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쉬도록 했다고 한다. 민원부서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도 이참에 근로자의 날을 법정 공휴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2018-05-01 경인일보

[사설]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 긍정적 검토 필요하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할 방침인 판문점 선언 합의 국회 비준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정은에게 아양을 부린 그 사람들이 무슨 염치로 남북정상회담을 국회비준으로 처리하자는 건가. 양심불량도 이런 양심불량이 있을 수 없다"며 반대 방침을 밝혔다. 앞선 두 번의 남북정상간의 합의는 이후 정권교체 등 정치적 이유 등으로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남북간 교류·협력은 한반도 안보 상황과 주변 국가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주도적으로 이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철도나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전환 등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요 예산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비준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합의 사항의 이행은 북미회담의 결과 윤곽이 드러날 구체적 비핵화의 로드맵과 연관시켜 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주도적이고 자주적으로 이행해 나갈 부분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이나 적대행위 중단 등의 부분은 남북이 주도적이고 자주적으로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다. 따라서 이번 판문점 합의의 국회 비준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사안이다. 따라서 한국당이 판문점 선언을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이러한 인식의 연장에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당의 비준 반대 방침은 절차의 문제보다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 방침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더구나 한국당이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 보수층의 지지 결집을 위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이를 다른 국회 사안과 연계시킨다면 오히려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당은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냉전해체가 시대정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국내외 정세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한국당의 관점에서 판문점 선언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비판과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 2차 정상회담에서의 합의가 휴지조각이 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제도화가 필요하다. 한국당은 무조건적인 판문점 합의의 국회 비준 반대 보다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제1야당으로서 합의 이행을 위한 역할과 본분을 찾아가야 한다. 맹목적 반대는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8-04-30 경인일보

[사설]학생수요예측 실패가 부른 학부모 갈등

인천 청라국제도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달 27일 인천시교육청의 학구 조정에 반대한다면서 집회를 열었다. 오는 10월에 1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에 입주가 시작되는데 그곳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학하게 되면 학생 수가 너무 많아져 '콩나물 교실'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10월에 입주를 시작하는 이 아파트 사업 시행자는 지난 2015년 분양 당시 입주민의 초등학교 자녀를 학교 인근의 기존 학교에 다니도록 인천시교육청과 협의했다고 한다. 이 협의 내용대로 통학 구역이 확정될 가능성이 커서 학부모들이 반대 시위를 한 거였다.문제가 불거진 이 아파트 단지 부근에는 2곳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1곳은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5.8명이고, 또 다른 학교는 30명이 넘는다. 2곳 모두 인천 평균 23.7명을 웃돈다. 이들 학교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를 들어가 보면, 이미 자신들의 아이들이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2곳의 학부모들이 서로 새로운 학생들을 받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갈등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하는 학부모들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게 됐다.기존 2개교 학부모들과 새로 입주하는 학부모들, 이렇게 3개 파로 나뉘어 초등학교 배정을 놓고 싸움이 벌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까 우려된다. 기존 학부모들은 서로 새로운 학생들을 안 받으려 하고, 입주민은 어떻게 하든지 아이들을 새 아파트와 가까운 학교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시교육청도 이 때문에 고민이 깊기는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분양 시점에서 학생 수용 여건을 고려해 학생을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냉담하다.내 아이가 학생 수가 적은 넉넉한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천지역은 신도시와 구도심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져 있다. 신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학교도 몰린다. 구도심에서는 사람도 떠나고 학교도 떠난다. 구도심에서는 학교가 신도시로 떠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인천시와 교육 당국은 신도시에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때 좀 더 면밀한 조사를 거쳐 기존 학부모들과 새로 들어올 학부모 모두를 충족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18-04-30 경인일보

[사설]한반도 대전환 시기 성숙한 자세로 맞아야

4·27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로 선포된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가 대격변의 시대에 진입했다. 곧 이어질 북미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결정적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남북관계가 전례 없는 국면에 접어든 사실과 국면전개의 방향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정해진다는 전망 만큼은 확실해졌다.역사적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한 국가와 민족으로서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기에 임하는 엄숙한 태도와 변화의 전개를 관리하는 신중한 태도로 국론을 관리하는 성숙한 의지로 우리 내부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후의 우리 정치, 사회의 모습은 역사적 대세를 진영논리에 갇힌 정쟁의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있어 걱정이다.남북정상회담 당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며 지지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발견할 수 없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완전한 비핵화의 명문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비핵화 실행방안을 요청하는 당 입장을 공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당의 지지와 성원은 남북관계를 주도할 동력이고, 야당의 염려와 요청은 향후 한반도 다자외교에 활용할 지렛대이다. 지금쯤 대통령과 여야지도부가 회동 일정을 잡아 소중한 지지와 걱정, 요청을 수렴하고 통합해 역사적 상황을 관리할 지혜를 모으는 수순을 밟아야 맞다.하지만 지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SNS에 올린 "판문점 선언은 남북 합작 위장 평화쇼"라는 발언을 두고 질 낮은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홍 대표의 발언은 그가 보수정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한없이 가볍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남북정상의 합의가 미진하다는 보수진영의 걱정을 대변하려면, 역사적 상황에 부합하는 형식과 언어를 구사해야 옳다.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SNS에 "홍 대표는 대한민국을 떠나시라"며 자유한국당을 분단과 대결을 자양분 삼아 권력을 유지해온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것 또한 과하다. 홍 대표의 개인발언을 보수정당 전체의 의견으로 일반화해 북핵문제의 선제적 해소를 진지하게 요청하는 보수진영 걱정을 조롱한 것으로 보여서다. 모두 역사의 대세에 직면한 유력 정치인의 언행으로는 부적절하다.대한민국은 지금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한다. 이념과 계층과 세대를 떠나 국민 모두 당사자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여론을 수렴해 낯선 길의 방향을 잡는 것이 정치인이 할 일이다.

2018-04-29 경인일보

[사설]남북 경협 북미정상회담에 달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의제로 한 지난 27일의 남북정상회담이 향후 남북한 간에 본격적인 경제협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는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대해서는 밑그림조차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2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린 만찬장에 초대된 남측인사 32명 중 재계대표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유일했다. 경제부처 수장으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1명만 참석했다. 이번 회담에는 경제협력 안건이 제외되었는데 미국과 유엔이 북핵 제재차원에서 북한과의 교역과 투자를 전면 금지한 때문이다.대신 판문점선언에서는 2007년 10·4선언의 합의준수를 재확인했다. 남북한 철도 및 도로 연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공업지구 건설,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을 적극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동해북부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작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7월 독일 베를린선언에서 밝힌 '한반도 신경제 지도'구상을 통해 남북경협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남과 북이 10·4정상선언을 함께 실천하면 된다"며 남북철도 연결과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등을 제시한 것이다. 10·4선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합의였다. 2016년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하면서 철도항만 등 인프라 건설, 발전소 현대화 및 태양광에너지 협력, 경제개발 특구조성, 광물자원 개발, 각종 산업 발전 등을 주문해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선언과 유사하다.남북경협 테마주가 들썩이며 경기도 접경지역의 부동산 매물이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 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절반이상이 북한에 투자하거나 진출을 희망했다. 남북경색으로 26개월째 표류하는 124곳의 개성공단 입주업체 90%는 공단의 조기 재가동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 해빙무드에 따른 저주가, 국가 브랜드 저평가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다. 대북경협사업은 남과 북 모두에 일자리 창출과 대륙으로의 경제외연 확대 등 엄청난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세기의 담판'인 북미정상회담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2018-04-29 경인일보

[사설]한반도 평화 대장정 출발 선언한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함께 발표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와 이에따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즉 한반도 정세의 획기적 전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핵 폐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 4강의 관심이 집중됐다.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 모습 하나하나는 남북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될만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최초로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한했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의에 따라 깜짝 방북 장면을 연출했다. 또한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이 장시간 단독회동하는 모습은 세계를 향한 남북관계 변화의 메시지로 충분했다.하지만 정상회담의 본질인 남북 합의내용은 남북의 실천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와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매듭지어야 할 과제를 남긴 점에 눈길이 간다.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세가지 큰 항목에 합의했다. 첫째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 개선과 발전을 통한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가기로 했다. 둘째, 남북 군사긴장 상태 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해 공동노력키로 했다. 셋째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앞의 두개 항은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민간과 군사부문 교류협력으로 기존에 합의한 남북합의의 실행조치를 회복하는 것으로 실천을 담보했다.회담 전부터 우리 내부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주목했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합의는 세번째 항목의 마지막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수준으로 기술했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에 앞서 연내 종전 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을 앞세웠다.정상회담 직후 이 문제와 관련한 우리 내부의 여론은 확연히 갈리는 느낌이다. 65년 정전체제의 종전체제 전환 자체가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합의 또한 현 단계에서 더 이상의 묘수가 없는 명시적 합의로 인정하는 여론이 있다. 반면 '완전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염두에 둔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기대 이하라는 실망 여론도 만만치 않다.이와관련 판문점선언에 대한 남북정상의 합의 실천을 놓고 선후를 따지며 전제를 다투는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핵의 선제적 폐기를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에서 '남북 종전선언'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상관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입장을 정리할지에 따라 남북미 3국간에 미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문 대통령에게는 판문점선언 합의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만큼이나 중요한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야당의 이해를 구하고 밖으로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를 설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그래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실천이 안된 과거의 남북합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서로 확인하며, 전세계에 한반도 정세의 평화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큰 성과다. 이제 올 가을 평양에서 이어질 남북정상회담 까지, 오늘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국민의 지지와 동맹 및 우방국의 조력을 이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월 27일 한반도 평화대장정의 출발을 선언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완주해내기 바란다.

2018-04-27 경인일보

[사설]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의 새역사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 한반도의 명운을 걸고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곱씹으며 비장한 심경으로 새벽을 맞았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9시30분 군사분계선을 넘어 대한민국 영토에 발을 딛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한, 그 장면 자체가 이번 정상회담에 담긴 역사적 함의를 보여준다. 오늘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그 이후 펼쳐질 한반도 다자외교의 방향이 결정된다. 전세계에서 1천명에 육박하는 외신기자들이 현장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이유다.남북 정상은 오늘 두 차례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평화정착이라는 두 가지 중대한 의제를 다룬다. 따로 분리해 협상할 수 없는 의제의 성격상, 두 정상은 문제해결의 순서와 방식을 놓고 피말리는 협상을 벌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동합의문에 명문화하는데 주력할 것이고, 김 위원장이 이에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에 회담의 성패가 결정된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26일 "비핵화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있다 해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정상 사이에서 공감을 이룰 수 있을지 참모들이 결정할 수 없다"며 "결국 가장 핵심은 정상들의 몫으로 남겨졌다"고 강조한 그대로다.김 위원장은 그동안 문 대통령 방북특사단과의 만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와의 회동에서 조건만 맞는다면 비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김 위원장은 그 조건들을 제시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조건들이 북한 비핵화 관철의 대가로 합당한지 여부를 고민하고, 조건을 수용할 경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어느 수준으로 명문화할 것인지 되물을 것이다. 또한 두 정상 모두 공동합의문을 들고 내부를 설득하고 주변국의 이해와 협력을 구해야 하는 과정까지 감안해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을 향한 대장정의 시작일 수도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도 진영을 초월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감안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회담 결과를 대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의미있는 공동합의에 이르기를 고대한다.

2018-04-26 경인일보

[사설]배나무 아래서 갓 끈 고쳐 맨 인천세관

대한항공 사태가 국민의 공분 속에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갑질문제는 한진가 3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조 전 전무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욕설, 폭언 등을 했다는 증언과 동영상이 나왔다. 여기에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수년에 걸쳐 고가의 해외 사치품을 신고 없이 들여왔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밀수와 탈세의혹까지 더해져 사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관세청은 이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의 자택과 인천공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23일에는 본사 전산센터와 중구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등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총수 일가의 개인적 일탈을 넘어 직원들과 회사가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편에서는 법원이 한진그룹 일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에서 세관 당국이 이미 구체적인 비리 혐의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밀수·탈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국적기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커지는 등 대한항공은 사면초가에 몰릴 게 뻔한 상황이다.문제는 이렇게 중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한진그룹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점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밀수·탈세는 장기간에 걸친 행위로 보인다. 그런 만큼 사실상 세관이 밀수·탈세를 묵인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인천세관이 25일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오픈 채팅방을 SNS에 개설하자마자 '세관 당국을 믿고 제보를 못 하겠다', '총수 일가 물건 프리패스 등 대한항공 유착설에 대해 세관이 먼저 해명해야 한다', '제보를 받는 게 아니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등의 비판 글이 쇄도했다.'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 특히 공공기관인 세관은 평소 의심을 살만한 어떤 작은 행동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대한항공의 밀수·탈세 혐의는 명백히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인천세관의 유착설을 먼저 해소하는 게 순서다.

2018-04-26 경인일보

[사설]역사적 남북회담 경인지역 대격변 부른다

내일이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이미 고양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는 이 만남을 취재하기 위해 2천800여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그동안 두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만 내일 만나는 장소가 판문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1953년 정전협상을 맺은 곳에서 65년 만에 평화를 논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이번 만남이 전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NLL(북방한계선)과 DMZ(비무장지대)를 품고 있는 경기·인천이 갖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 남북 길목에 있는 경기도와 인천에 큰 변화가 예고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전체 접경지역의 29.7%, DMZ의 33.8%가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이런 지리적 환경 때문에 경기 북부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행정구역의 44.3%가 규제에 묶여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경기도는 수십 년 전부터 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지만, 예측할 수 없는 남북관계로 추진된 사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회담이 잘 진행돼 통일경제특구 및 DMZ 관광특구가 동시 조성되면 9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생각만 해도 꿈같은 일이다.인천 역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이행 방안이 큰 관심사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남북 간 교전이 끊이지 않는 서해 NLL 해역을 평화수역으로 정해 남북 공동어로와 수산물 교역을 진행하고 중·장기적으로 인천과 북측의 개성, 해주를 잇는 남북 경협 벨트를 만들자는 게 목표다.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도로와 다리를 건설한 다음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측 노동력을 결합시킨 황해권 경제 블록을 조성해 '제2의 개성공단'으로 삼자는 것이다.지금 남북은 엄청난 변화에 직면해 있다.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평화정착이라는 중대한 길목에 서 있다. 내일 회담이 성공을 거둬 북핵이 완전 폐기가 실현돼 이 땅에 평화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나아가 경기도에 통일경제특구 및 DMZ 관광특구가, 인천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조성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18-04-25 경인일보

[사설]재벌 '갑질'을 근절해야하는 이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 2, 3세들의 거듭된 일탈 행위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재벌가의 독단적 기업 경영도 청산되어야 할 고질적 관행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재벌가의 갑질은 한국 사회가 용인해온 뿌리깊은 관행이다. 한국의 기업은 정경유착의 환경에서 성장해왔다. 수출목표 달성과 같은 외형적 성과 중심으로 금융혜택이나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해온 산업정책이 기업의 독점과 정경유착 속에 성장한 재벌과 재벌총수의 가족들에게 기업 운영의 공정성이나 사회적 책임 대신 특권의식만 남긴 것이다.대한항공도 정부의 특혜나 지원 속에서 성장해왔지만 조양호 일가는 사유물처럼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항공기는 총수일가의 전용기이자 해외 직구 수송선이었으며 항공사 승무원들은 개인이 고용한 심부름꾼이었다. 총수일가의 비행기 탑승에 대비한 50여 종의 별도 매뉴얼까지 만들게 했다고 하니 그 위세는 가히 황제급이다. 기업 자산의 사유화는 사실상 횡령이며 관세포탈, 밀수의 수단으로 이용해 온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갑질은 기업 운영의 적폐이다. 4차산업혁명의 도전, 소비자 중심의 경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경영진들이 고객들에게 친절할 리 없다. 인성도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2, 3세들에게 기업 경영까지 상속하는 것은 자해행위에 가깝다. 실제로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비롯한 조 회장 일가의 갑질 전횡으로 기업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했다.재벌3세들 가운데 일부는 경영능력이나 교양과 인성 지도자적 자질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금수저' 출신의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 공감 능력과 배려심의 부족, 독선적이고 자아도취적 성격 때문에 조직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들의 갑질이 부하직원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도 범죄이지만 독단적 기업 운영으로 인한 기업 부실화가 초래된다면 사원들의 생존권 문제로, 경우에 따라 그 파장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상습적으로 '갑질'하는 오너들을 기업 경영에서 분리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이번 기회에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2018-04-25 경인일보

[사설]한강 하구 철책선 걷어내자

고양시는 최근 한강하구 군 철책선 일부를 제거하고 일반에 공개했다. 한강변 행주대교부터 김포대교까지 2.3㎞ 구간으로 47년 만에 철책을 걷어내게 됐다. 시는 앞서 지난해 행주대교 부근 철책선을 제거한 뒤 외래식물이 뒤덮였던 고양시정연수원 앞 한강변에 역사공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공원은 하루 3천여 명이 찾는 새 명소가 됐다. 시는 철책선을 걷어낸 자리에 자연환경을 복원해 온전한 생태계를 갖춘 공원의 모습으로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남북 분단과 냉전의 상징인 철책선이 사라지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물론 군 당국도 철책선을 제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 관내 한강하구에는 여전히 12㎞가 넘는 철책선이 남아 있다. 한강 남쪽 김포시 관내 수변지역에도 9.7㎞의 철책선이 설치돼 있다. 이들 지자체는 2010년대 초부터 철책선을 제거하는 사업을 벌였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지자체-납품업체 간 법적인 다툼이 벌어지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김포시의 '한강하구 철책제거에 따른 감시 장비 구매 설치 사업'은 납품된 탐지장비가 군 성능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고양·김포지역의 철책 제거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김포시는 현재 납품업체와 계약해제를 놓고 5년째 법정공방 중이다.철책선 제거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한강 하구 김포대교 아래 지점에 설치된 신곡 수중보(높이 2.4m, 길이 1천7m)를 더 아래쪽인 일산대교 밑으로 옮기자는 제안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수위가 높아지면 시민들의 불안을 덜 수 있고, 김포~일산대교 구간 철책 철거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지난 2006년 군 당국이 승인한 한강 하구 철책 제거사업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은 답답한 노릇이다. 사업 중단 이유가 단지 감시 장비 문제 때문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며칠 뒤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평화협정 체결과 종전선언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는 철책선을 걷어내 한강의 아름다운 자연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철책선을 제거한 자리에 온전한 자연환경이 복원된 수변누리길을 조성하겠다는 고양시의 구상이 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2018-04-24 경인일보

[사설]재활용정책 전환 계기 삼아야 할 '폐비닐대란'

일단 발등의 불은 껐다. 이달 초 인천지역 아파트 주민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폐비닐대란'이 완연히 진정국면이다 인천시와 아파트연합회간 대책회의 그리고 아파트연합회와 수거업체간 단가조정회의를 통해 가까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인천시의 중재가 빛을 발했다. 시의 중재로 시작된 이해당사자들 간 협상이 합의점에 이르렀다. 폐기물 수거 단가를 현행보다 30~50% 정도 낮추는 동시에 수거업체 측의 '기습중단'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수거중단 시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협상이 결렬되거나 폐비닐이 쌓여 민원이 발생할 때에는 구청이 직접 수거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폐기물 수거업체들은 아파트 측으로부터 재활용 폐기물을 사들인 뒤 선별업체에 팔아 수익을 남겼다. 폐지, 고철, 플라스틱류 등 '돈 되는 폐기물'을 사들이면서 재활용률이 낮아 '돈 안 되는 폐기물'인 폐비닐도 무상으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생활 폐비닐 등 폐기물 수입을 강력히 규제하자 폐기물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설상가상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고형폐기물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대표적 미세먼지 배출시설로 분류해 규제에 나서자 관련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폐기물 수거업체들은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수거포기를 선언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에 홍역을 치른 '폐비닐 대란'이다. 중국이 다시 폐PET병을 비롯한 16개 고형폐기물을 수입제한 대상에서 수입금지 대상으로 바꿔 올 연말부터 적용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또 내년 연말부터는 각종 금속과 목재 부스러기 등 16종의 고체폐기물을 추가로 수입금지 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당국의 조치는 자칫 이번과 같은 '폐비닐 대란'의 재연을 우려케 한다. 이참에 생활폐기물 재활용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지금까지는 잘 분류해서 잘 버리는 것을 최고의 정책목표로 삼아왔지만 이제는 생활폐기물의 발생량 자체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일대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인천시나 각 구·군청 등 지자체들도 하릴없이 중앙정부의 '묘수'만 기다리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이번에 인천시가 제 몫을 했던 것처럼 정책의 대전환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

2018-04-24 경인일보

[사설]기사회생 한국지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국지엠 노사가 2018년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군산공장 남은 근로자 680명의 고용 보장과 신차 배정 문제의 절충점을 찾았다. 임금인상 동결, 성과급 미지급에 대해서도 잠정 합의했다. 23일 새벽부터 열린 임단협에서 사측은 군산공장 노동자에 대해 전환배치와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무급휴직을 하지 않는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또 '미래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경영정상화 계획과 경과를 노조와 의논하고, '부평2공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2년 이후 말리부를 대체할 후속모델 물량 확보를 위해 노사가 노력하자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위기에 몰린 한국지엠이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라는 심폐소생으로 큰 산 하나를 넘은 셈이지만, 여전히 생산량 감소와 차입금 규모와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 구조에 처해 있다. 신차는 2016년 32만3천787대에서 2017년 30만9천492대로 1만4천295대 감소했다. 올해도 전년도 3월에 비해 2.1%(8만89대) 감소했다. 더군다나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한국지엠은 2017년 말 기준 차입금이 3조2천78억원에 이른다. 한국지엠의 차입금은 GM본사가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지엠은 지난 한 해 동안 1천430억원의 이자비용을 GM본사에 지급했다. 여기에 쉐보레 판매 대리점에서는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국내 매출이 절반이나 떨어져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노사 임단협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 계획 집행과 신차 배정, 신규 투자 등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입장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그래도 이번 노사 임단협의 잠정 합의로 협력업체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총파업'과 '법정관리'로 맞선 노사가 '치킨게임'을 피하고 상생 방안을 모색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사측의 양보와 노조가 교섭을 이어갈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아쉽게도 이날 오후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 발표에서 노조 대표들은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았다. 26일 예정된 노사 임단협 잠정 합의에 대한 노조원 찬반 투표에 대한 부담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노사 모두 노력한 덕분에 임단협 잠정 합의가 이뤄졌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어려운 첫걸음을 뗐다.

2018-04-23 경인일보

[사설]특검 필요하나 국회정상화도 중요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등 정치이슈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하고 있다. 댓글 사건은 야당에게 선거 초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또한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는 비판이 있는 터에 야3당이 특검에 합의했기 때문에 여당은 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특검을 이유로 4월 임시국회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3월 임시국회부터 방송법과 공직자비리수사처법 등 쟁점법안을 이유로 국회 공전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4월 임시국회 회기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고, 국민투표법 개정도 무산시킨 국회의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 사건은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고, 검경의 수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여야가 합의하여 특검을 도입할 수도 있는 문제다.'드루킹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만약에 지난 대선 때 댓글 조작에 민주당이나 김경수 의원 등의 불법적 개입이 드러난다면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사건의 전말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 도입을 정치이슈로 국회를 거부하는 야당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사안의 성격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시기적 요인 때문에 여야의 정치공방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지만, 국회를 거부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3월 임시국회에 이어 4월 임시국회마저 빈손 국회로 끝나면 국회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민생을 볼모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정치공학에 의존한다면 지방선거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민주당 댓글 조작에 이번 선거승패를 거는 듯한 선거공학은 오히려 유권자의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 사흘 후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세계사적인 정상 회담을 앞두고 국회를 거부하고 민생을 팽개치는 정치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댓글 조작 사건은 철저히 수사하고 진상을 규명하되 국회는 하루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댓글 사건을 과도하게 선거 프레임화하여 선거를 치르려 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야당은 유권자의 수준을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야당은 사실상의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

2018-04-23 경인일보

[사설]대통령 어깨에 걸린 대한민국 운명의 무게

운명의 한주가 열렸다. 오는 27일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정상회담을 갖는다.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결정적인 변화가 촉발되면 국제정세 전체에 파장이 미친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결정하고, 주변 4강의 입장과 반응이 교차하면서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은 사실상 막이 올랐다.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 이후 우리 내부에 지나친 낙관과 비관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한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시대 도래를 기정사실처럼 전망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무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제하며 역대 대북 비핵화협상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불투명한 전망과 해석의 과잉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내부 갈등으로 번질까 걱정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변화가 역사적 전개라면, 남북정상회담은 대장정의 시작에 불과하며, 미국을 포함한 주변 4강의 적극적 개입의사를 감안할 때 긴 호흡으로 관리해야 할 사안이다.역사적 전환의 시기에 직면한 당사국으로서 대한민국은 냉정한 현실인식에 바탕한 고도의 긴장과 집중으로 국가와 국민의 실존을 지켜내는 외교력을 발휘할 때이다. 무엇보다 남·북·미 연쇄 정상회동의 최종 목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있다는 점을 확고하게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 ICBM 시험발사 중지 결정은 미국의 이익에만 부합할 뿐 대한민국 국익과는 무관하다. 이와관련 청와대가 북한이 '핵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 포기 결정에 대해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이슈임을 강조한 것은 적절했다.문 대통령은 어제 부터 외부일정을 전폐하고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후 북미정상회담 합의, 전격적인 조중 정상회담 성사, 미국무장관 내정자 극비 방북,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 포기로 이어진 북한의 선제적이고 파격적인 외교행보에 담긴 전략적 목표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다. 두 어깨에 걸린 대한민국 운명의 무게를 직시하기 바란다.

2018-04-22 경인일보

[사설]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는 기본인권이다

제38회 '장애인의 날'에는 장애인들의 집단행동이 주목되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인과 가족 등 800여명이 "4월20일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은폐하는 날로 기능하고 있다"며 정부를 성토한 것이다. 같은 날 수원시청에서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소속 장애인 150여명이 진정한 자립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 강화를 요구하며 행진하는 등 곳곳에서 유사한 시위들이 발생했다. 다양한 일자리와 정당한 임금 제공, 제반시설에 대한 접근 편의성 확대, 4반세기 동안 OECD 최저 수준인 장애인 복지예산의 대폭증액 등을 요구했다.장애인 복지의 기본은 일자리다. 장애인에게 직장이란 소득보장은 물론 근로를 통해 사회에 참여한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필수조건인 것이다. 전국의 장애인 수는 267만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2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1인 장애인가구 비율은 2011년 17.4%에서 지난해에는 26.4%로 증가해 장애인가구 4곳 중 1곳이 1인 가구이다. 한편 비장애인 고용률은 60.2%이나 장애인은 40%에 미달하며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작년도 최저임금 미달 장애근로자수는 8천600여 명으로 4년만에 2배로 격증했다.국내에는 1991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 및 공공기관은 전체 인력의 3.2%를, 민간기업은 2.9%를 장애노동자로 충원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어서 성실하게 지킨 곳은 10곳 중 2곳에 불과하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이 부담금 납부로 장애인 의무고용을 대체하고 있다"며 질타했지만 그뿐이다. 정부 스스로 장애인 의무채용 비율을 지키지 않는 실정이니 말이다.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여전하다. 2008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 이래 10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건수가 1만1천453건이나 시정명령은 단 몇 건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것은 가진 자들의 의무이자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는 마땅히 실현돼야 할 기본인권이다.

2018-04-22 경인일보

[사설]드루킹 수사에 경찰 명예를 걸어라

민주당원 댓글조작사건인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6·13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은 드루킹 김모씨와 집권세력의 연루의혹을 제기하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여권은 당원의 개인적인 일탈이라며 야권의 요구를 정치공세로 일축했고, 청와대는 특검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국민은 경찰 수사결과로 만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여야 정치공방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한 현실이 답답하다.애초에 경찰수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 사건의 전모와 실체가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겪지 않았을 혼란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9일 철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이날 항의차 청사를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철저히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청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출판사 사무실 운영경비 수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회의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과 언론에 의해 새로운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민의 관심이 증폭되자 수사의지의 강도를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그래도 사건의 실체를 가장 객관적으로 수사할 공권력은 경찰과 검찰뿐이다. 일단 검찰은 수사지휘를 하고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뒤늦게나마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으니 다행이다. 이날 드루킹 연루 의혹의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필요하다면 특검을 비롯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히고 경남지사 출마도 강행키로 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이 정쟁의 한복판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만큼 경찰로서는 신속, 정확, 공정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처지가 됐다.경찰은 드루킹 사건 수사에 경찰의 명예를 걸어야 한다. 사건 수사 초반의 경찰 태도에 대해 의문을 갖는 여론을 두려워해야 한다. 드루킹의 불법활동의 전모, 정치권과의 연계 여부, 운영경비의 출처 파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능하면 경찰청 본청이 직접 수사를 주도하는 것도 결과에 대한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청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경찰은 어떤 사실을 숨길 수 있는 조직이 아니며 이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경험한 학습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낮 같이 환한 수사 결과를 기대한다.

2018-04-19 경인일보

[사설]대출사기형 '업(UP)계약서' 실태 철저한 조사를

30가구 이하의 신축빌라 분양시장에서 업계약서 작성 관행이 횡행하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돼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업계약서는 청문회 단골메뉴인 부동산 다운계약서와 반대로, 부동산거래 신고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려 적는 불법 허위계약 행위다.경인일보 보도(4월 19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거리 곳곳에서 쉽게 마주치는 '신축빌라 실입주금 1천만~2천만원'이라는 광고 현수막의 배경에 업계약서의 '불법과 허위의 계산법'이 숨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1억5천만원짜리 신축빌라를 사면서 계약서를 2억원으로 작성하면, 1억4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1천만원이면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분양가의 70%까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이용한 불법행위이다. 빌라 분양에 혈안이 된 업자들이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이용해 소비자와 대출 금융기관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다운계약서는 매매 당사자간의 탈세에 활용된다. 따라서 적발해 징벌적 세금환수로 대응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업계약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유발한다. 시세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린 계약서로 대출받은 소비자들은 대개 현금보유 능력이 부족한 서민들이다. 금리변동에 따라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최근 3년간 수도권에만 빌라 2만4천여동이 신축된 점을 감안하면 담보대출 규모는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허위계약서를 통한 금융대출은 사기에 해당하는 범죄인데, 피해는 서민과 금융권은 물론 그 여파에 따라 전체 국민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물론 현행법으로도 업계약서 작성이 적발되면 집값의 최대 5%의 과태료뿐 아니라,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무거운 처벌에도 업계약서가 횡행하는 것은 30가구 미만의 신축빌라는 지자체의 분양승인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규제와 감시가 소홀해 업자들이 사기대출을 전제로 1천만, 2천만원 짜리 빌라를 시장에 마구 쏟아내는 동안 업계약서 적발 건수는 지난해 391건(681명)에 그쳤다. 국토부는 신축빌라 분양시장 전반을 전수조사하고,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30가구 이하 공동주택 대출현황을 실사할 필요가 있다.

2018-04-19 경인일보

[사설]무엇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먼저다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이전만 해도 한반도를 감쌌던 '위기론'은 언제 그랬냐는듯 화해 분위기로 급변했다. 남·북·미 관계에 큰 변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 비핵화'로 시작된 대화는 몇 단계 건너 뛰어 '평화협정 체결' 논의라는 획기적인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진전 속도가 너무 빨라 정상회담도 하기 전에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이를 반영하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지난 부활절 주말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우리 정부에 통보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사실상 북미 정상간 '최고위급' 간접대화가 이뤄진 셈이다. 남북 정상회담 전에 미·북 간의 고위급 대화가 열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18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궁극적으로 평화적인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하나의 방안으로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혹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방편으로 평화 체제 전환을 선택한 것이라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휴전을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미·북 수교와 불가침 조약 체결 그리고 미군철수를 수없이 주장해 왔다. 우리는 지난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천명한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잊지 않고 있다. 당시 남한에 있는 전술핵을 모두 폐기했지만 오히려 북한은 그때부터 핵을 보유하기 위해 골몰했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비정상적인 휴전체제를 끝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종전과 함께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될 때 가능한 일이다. 문서와 구두로만 비핵화를 선언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을 의식해서였다면 더더욱 안될 일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있어야 한다.

2018-04-18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