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수도권 규제완화 없는 유턴기업 지원은 공염불

지난달 29일 정부가 해외진출 기업들의 국내 복귀 진작용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국내 투자촉진을 통한 일자리 확대와 지역발전을 위해서다. 2013년에 '유턴기업지원법'을 마련해서 국내로 되돌아오는 기업에 소득세와 법인세를 5년간 100% 면제하고 관세를 50% 깎아주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는 별도로 입지설비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했지만 성과가 극히 불량했다.유턴법이 발효된 2014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수는 51곳인데 이중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 수는 28곳에 불과하다.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곳도 해마다 줄고 있다. 2014년 22개였던 국내 복귀 업체수가 2017년 4개, 2018년에는 8개뿐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유턴기업에 총 271억여 원을 지원했다.최근 10년 사이 제조 선진국들의 리쇼어링(reshoring) 붐은 설상가상이다. GE가 중국과 멕시코의 세탁기, 냉장고 생산라인을 미국 켄터키주로 이전하는 등 1천600개 기업이 미국으로 귀환했다. 최근 3년간 유럽연합에는 아디다스 등 160곳이 되돌아 왔으며 일본의 경우 2015년에만 캐논 등 724곳이 회귀했다. 글로벌 보호주의 강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결과이다.한국정부가 해외이전 기업 국내 유치에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턴기업 인증요건으로 해외사업장 축소자격을 기존 50%에서 25%로 완화하고 대상 업종에 기존의 제조업 위주에서 IT 등 지식서비스업을 추가했다. 입지 및 설비보조금 지원 요건도 국내 사업장 상시고용 인원을 30인에서 20인으로 현실화하고 대기업에도 중소기업과 동일한 세금 및 입지설비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그럼에도 기업의 반응은 냉랭하다. 전경련 산하 한국기업연구원이 해외에 사업장을 둔 기업 15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6%가 국내 복귀 거부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2014년 3천49개에서 2017년 3천411개 등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절대다수가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에 안착을 희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수도권 옥죄기에 여념이 없다. 경쟁력 있는 지역이 더 잘 되도록 해서 낙수효과가 여타 지역에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없는 유턴기업 지원은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2018-12-02 경인일보

[사설]지방의회 존재 이유 보여준 청년연금 예산 삭감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9일 '생애최초 청년국민연금' 사업예산 14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앞서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도 27일 '청년 생애 첫 국민연금지원제' 사업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완벽하게 장악한 두 도의회가 같은 당 소속 도지사의 핵심공약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아직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절차가 남았지만 소관 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관행상 예산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청년국민연금 지원사업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공약이었다. 내년부터 만 18세가 되는 도내 청년 모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 1개월치를 대납해주는 청년복지 제도다. 청년들은 보험료 추후납부 제도를 이용해 연금가입 기간을 최대 10년을 연장해 연금 수령액을 늘릴 수 있다. 전남에서도 18세 인구의 20%인 4천500명을 대상으로 사업 시행에 동참했었다. 보건복지부는 경기, 전남도의 협의요청에 따라 사업시행을 검토 중이다.그러나 청년국민연금 지원사업은 청년복지 향상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숙고해야 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경기·전남 청년의 연금 증액을 타 지역 전 세대가 분담해야 하고, 사업 효과가 추납 형편이 되는 청년들에게 한정되는 등 형평성이 가장 큰 지적을 받았다. 또한 추납제도를 이용한 사업 방식의 타당성도 도마에 올랐다. 추납제도는 실직 등으로 단절된 가입기간을 회복해주는 특례제도로, 부유층 주부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해 성실 납부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복지행정에 이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는 사업 시행의 근거인 조례 조차 없이 사업 예산을 편성했다.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합리적인 비판에 근거해 도민에게 위임받은 견제권력을 정당하게 발휘해 행사청년연금 예산 삭감을 결정했다. 또한 집행부에 사업 재설계를 주문했다. 문제가 해결되면 청년국민연금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가능하다는 자세는 상식적이다. 이 지사와 경기도는 도의회의 비판을 수용해 사업을 재설계하든, 그것이 힘들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든 도의회의 집행부 견제기능을 존중해야 한다.경기·전남도의회 해당 상임위는 청년국민연금 예산 삭감을 통해 정파를 초월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발휘했다.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2018-11-29 경인일보

[사설]광역교통위원회 실질적 기구로 자리매김해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8일 수도권의 교통문제와 관련된 광역교통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에서 여야합의로 처리된 법안은 본회의에서 별 문제 없이 의결되는 국회 특성상 광역교통위원회 설립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내년 3월 가동예정인 광역교통위원회는 당초 논의됐던 광역교통청에는 못 미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광역교통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교통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어 극심한 교통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간 하루 통행량은 851만9천여대이며 이중 대중교통은 전체의 5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 교통편이다. 수도권 전체의 광역버스 승객 수는 시간당 13만2천명으로 수용 용량인 9만2천명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이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대에 길게 줄 선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고, 버스 내 혼잡도도 144%에 달한다.광역 교통문제는 신도시나 택지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경기 북부 지역이 특히 심하다. 고양이나 파주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의 혼잡도는 최대 154%로 버스 당 20명 정도의 입석 승객이 매번 발생한다. 구리, 남양주, 양주 등의 신도시들은 광역교통대책 없이 조성된 탓에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신도시나 택지개발지역에 포함된 주민들이 반대 운동에 나선 것도 교통문제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그런데도 서울시는 현재 자체적으로 만든 '버스총량제'를 근거로 경기도·인천의 서울시 진입 버스 확충을 막고 있다. 이로 인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별도의 기구가 광역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고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광역교통위원회는 광역버스 노선 조정·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및 환승센터 설치·M버스나 일반 광역버스의 총괄 운영계획 수립·적자 노선에 대한 국고 지원·버스 준공영제 장기계획이나 지원 방안 마련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런 광역교통위원회가 수도권 교통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기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2018-11-29 경인일보

[사설]비리 유치원 도교육청 감사 왜 피하려 하나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폭로한 전국 사립유치원의 비리 실태는 국민을 놀라게 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2013~2017 감사 결과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일부 유치원은 정부보조금을 여러 편법으로 가로챘고, 유치원 교비로 원장이 명품 백을 사거나 노래방, 숙박업소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공분했고, 정부와 여당은 비리 재발을 막겠다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박 의원은 보조금을 부당사용해 적발된 유치원은 5년간 재설립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학부모들을 분노케 한 동탄의 유치원 원장은 교비로 명품 가방을 사고 숙박업소와 성인용품점을 드나들었다. 누적 액수가 7억 원인 것으로 경기도교육청 감사결과 확인됐다. 도 교육청은 지난 19일부터 이 같은 비리가 적발된 17개 유치원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당 유치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에 막혀 정상적인 감사가 어렵게 됐다. 일부 유치원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학부모를 상대로 폐원 동의서를 요구하는 등 노골적인 역습에 나선 상황이다. 유치원 8곳은 '사립유치원 특정 감사 실시 알림 처분 무효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미 일부 유치원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감사가 잠정 중단됐다.일부 사립유치원들은 폐원을 추진하겠다며 정부와 교육 당국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도내에서만 이미 8곳의 유치원이 학부모에게 폐원하겠다고 통보했고, 6곳은 도 교육청에 폐원 신청을 냈다. 원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한 과잉 대응이다. 이들은 일부의 일탈행위를 부풀려 정부와 언론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교육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을 뿐인데, 이런 공로는 무시하고 비리 집단으로 매도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아직도 뭐가 잘못이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도 교육청은 감사 거부 사태에도 불구, 비리 유치원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다.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하고, 필요할 경우 사정 당국이 나서 비리행위를 밝혀내야 한다. 비리 유치원들이 감사를 피하려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소송에 나선 것은 떳떳한 자세가 아니다. 학부모들은 '잘못이 없는데 왜 소송까지 하느냐'며 궁금해 한다.

2018-11-28 경인일보

[사설]인천 개항장 오피스텔 건축허가 배후 밝혀야

인천시가 중구 개항장에 들어설 고층 오피스텔 건축허가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허종식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인천시 중구는 해당 오피스텔 건축물에 대해 '높이 제한'에 대한 심의도 없이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 신축을 '부적정하게'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피스텔이 들어서게 될 지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이어서 개항기 근대건축물 밀집지역에 속해 5층 이하로 짓는 것이 원칙이다.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조망권 확보 등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6층 이상의 건축물 신축을 허용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구 건축위원회는 이를 서면 심의로 결정한 것이다.결과적으로 문화지구 인근에 지하 4층 지상 26~19층 고층 건물의 신축이 가능해졌다. 옛 러시아 영사관 부지 인근에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설 경우 인천 내항과 월미도의 수려한 해상 조망권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업자들의 사업성은 훨씬 높아진다. 반대로 시민의 입장에서는 자유공원이나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해상조망은 차단되고, 월미도나 해상에서 원인천 지역의 핵심지구인 조계지와 자유공원, 응봉산 일대의 경관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천시가 신속하게 감사에 착수하고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린 것은 평가할만하다. 이번 사건은 개발차익을 노린 일부 지역 유지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을 공무원들이 협력하거나 방조한 것이다. 중구청의 건축담당 공무원들이 고층 오피스텔 허가로 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업추진 허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인천시는 건축팀장이 독자적으로 서면심의를 결정했고, 나중 건축과장으로 승진해 건축허가를 내준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53억원에 사들인 부지를 130억원에 되팔기 위해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받아낸 당사자는 전 중구청장의 친인척 A씨, 인천주민자치단체연합회 간부의 자녀 B씨, 인천시중소기업단체 대표 C씨 등이었다. 입으로는 '인천사랑'을 외치면서 지역자치단체장이나 지역사회단체의 힘을 이용하여 지역의 공유자산을 훼손하여 자기 자산을 불린 이중적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사건은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적 사례이다. 인천시는 지역 적폐의 뿌리를 규명하고, 문화지구 건축물 관리기준 마련 등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8-11-28 경인일보

[사설]2년3개월 만에 제자리 복귀한 해양경찰청

해양경찰청이 인천, 제자리로 돌아왔다. 떠난 지 2년3개월만이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그 책임을 물어 그해 11월 해양경찰청을 해체해 국민안전처로 편입시켰다. 명칭도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격하됐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인천지역사회의 극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육지인 세종시로 아예 청사를 옮겨가야만 했다. 2016년 8월, 후텁지근했던 여름날의 기억이다. 1년만인 지난해 7월 해양경찰청은 가까스로 그 이름을 되찾았다. 해양수산부 외청의 자격이다. 그리고 어제, 다시 원래 있던 자리,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돌아왔다. 질책과 해체, 부활과 복귀, 해양경찰청이 2년3개월 짧은 시간에 겪은 극적인 경험들이다.'돌아온 해경'은 청사 정면 외벽에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바다를 만들겠습니다'. 인천 복귀를 자축하는 해경의 다짐이다. 청사의 오른쪽 벽면에는 해경 인명구조선이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형상의 설치미술품이 눈길을 끈다. 물보라는 'Save Life(세이브 라이프)'라는 슬로건을 만든다. 20t급 폐선을 활용한 이 전시물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해경의 의지를 표현했다. 특히 인명구조선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은 새롭게 도약하는 해경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해경 제복도 10년여 만에 교체된다. 해경의 업무 특성에 맞춰 기능성과 활동성이 강화된다. "세계 최고의 믿음직한 해양경찰기관을 만들겠다는 꿈을 인천에서 국민과 함께 실현해 나가겠다." 조현배 해경청장의 각오는 함축적이다.무방비, 무능력, 무책임. 해경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절대 드러내선 안 될 추한 모습을 남김없이 보여줬다. 그렇다고 '해체'까지 할 일이냐는 지적이 없지 않았으나 당시 대다수 국민들은 '그래도 싸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경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많이 누그러졌다. 해경의 부활은 그런 시간의 흐름에 기댄 부분이 없지 않다. 이제 해경이 할 일은 오직 하나다. 스스로 내건 슬로건 'Save Life(세이브 라이프)'처럼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일이다. 해경이 지난 2년3개월 동안 겪었던 극적인 경험이 무엇에 기인하는지 한 순간도 잊지 않길 바란다. 인천에서,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는 해경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2018-11-27 경인일보

[사설]사법 불신 우려되는 대법원장 '화염병 테러'

어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에 화염병이 날아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화염병을 던진 사람은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친환경인증 부적합을 받아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1·2심에서 패소한 70대 남모씨였다. 그는 그동안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 9월부터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다 지난 16일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이날 대법원장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것이다. 그동안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품고 시위를 하거나 인터넷상에 판사를 인신공격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게 화염병을 던진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대법원 청사에서 화염병 테러가 발생한 것은 사법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법원 안팎의 충격은 커 보인다. 더욱이 최근 양승태 사법부의 고위 법관들이 무더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관련 현직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를 두고 법원 내에서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는 중에 발생, 국민이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테러 시도가 발생했음에도 이날 법원 내부는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 논란을 두고 판사들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예외 없이 이날도 고참 판사들은 법관회의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고, 평판사들은 법관대표회의가 대의기구인지, 간부회의인지, 토론기구인지 밝히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장 차량에 불길이 휩싸인 것을 보면서도 이런 논란을 벌이는 사법부의 태도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게 바로 지금 우리 사법부의 민낯이다.화염병을 던진 남씨는 최근 정치 쟁점이 되고 있는 '사법농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는 화염병 투척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익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현재로선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의 패소가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 역시 대법원 판결로 더 이상 호소할 데가 없어지자 이날 김 대법원장 습격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화염병 테러는 마치 전 정권 사법부의 사법 농단과 현 사법부의 후속 개혁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터져 국민의 사법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경고음으로도 들린다. 또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이번 사건으로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송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사법 피해자'로 주장하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2018-11-27 경인일보

[사설]연동형 비례대표제 또 물 건너가나

지난 대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야 후보들의 공약 사항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선거에서 득표율 만큼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에 정당득표율에 해당하는 의석을 우선 배분해 의석수와 연동시키는 제도다. 현행 소선거구와 단순다수제가 결합된 선거제도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사표를 많이 발생시킴으로써 대표성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민심이 비례적으로 의석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정치개혁의 여러 의제 중 선거제도 개혁은 헌법 개정 못지않은 핵심적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마침 25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담판회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금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제1당은 비례대표를 많이 가져가기 어렵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치개혁특위와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 없지만 또 다시 선거제도 개혁이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한국 정당구도는 집권당과 제1야당의 거대정당들을 중심으로 하는 적대적 공존 체제가 기본 작동원리다. 현재 바른미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고,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정당들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집권당과 제1야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비례대표 의원 숫자가 47석 밖에 안되기 때문에 1인2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 하더라도 진보 정당들이 획득한 정당득표율 만큼 의석수가 확보되지 않음으로써 대표성과 비례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늘 지적되어 왔다.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은 각 정당에게는 사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여야 정당이 총선거에서 의석 확보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거대정당들의 정당이기주의가 지배적으로 작동되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는 표의 왜곡을 막고 거대양당의 독과점 체제를 막을 수 있는 기본적 제도다. 물론 세부적 사항에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또 다시 정치공학적 계산이 제도 도입을 막아서는 안된다. 이번 만큼은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고 의석수가 표심을 수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2018-11-26 경인일보

[사설]서구 현안 해결 공동합의 인천시 반드시 실천해야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26일 서구청에서 환경 문제 등 서구지역 각종 현안 해결에 협력하기로 하고 공동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국회의원과 김교흥 인천서구갑지역위원장을 비롯해 서구지역 시의원, 구의원들도 참석했다. 공동 합의사항은 크게 네 가지로 돼 있는데, 이 중 세 가지가 환경 문제 해결에 관한 내용이다. 나머지 한 개는 청라국제업무단지·루원시티·검단신도시·검암역세권 개발사업과 제3연륙교 조기 착공 등 교통 인프라 확충에 대한 약속이었다.서구에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주물단지, 아스콘 공장 등 환경유해시설이 유독 많다. 미세먼지와 악취 발생 등 환경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까닭이다. 또한 청라국제업무단지는 오랜 기간 나대지로 남아 있다. 청라 주민들 사이에서는 '만주 벌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청라와 영종(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제3연륙교,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 등 교통 인프라도 사업 추진이 확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청라 G시티 개발사업은 투자 유치 이행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해 논란이 일었고, 최근에는 청라 시티타워의 기본설계안이 와류(바람 소용돌이)에 취약하다는 실험 결과까지 있었다.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과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주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재현 서구청장의 공동 합의사항 발표는 의미가 있다. 시장과 구청장이 직접 지역 현안을 챙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 개발에만 집중한다고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제기했던 청라 등 서구 주민들의 기대도 클 것이다.물론 서구지역 현안들이 단박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다. 공동 합의사항 발표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각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인천시와 서구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 수준에 계속 머문다면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공동 합의사항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해법이 빠져 있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박남춘 시장은 페이스북에 "서구 외에 다른 지역과도 당정협의를 계속해서 이어가면서 협조 체계를 강화해 가겠다"는 글을 남겼다. 서구가 그 출발점이다. 서구지역의 합의사항을 지키려는 진지한 노력이 없다면 인천시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2018-11-26 경인일보

[사설]통신구 화재로 들통난 국가신경망 안전불감증

현대는 광케이블로 연결된 초고속 정보통신 시대다. 케이블망에 이상이 생기면 초연결 네트워크가 붕괴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보통신 기반시설인 통신케이블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될 것이라는 신뢰는 상식적이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발생한 KT 통신구 화재는 이같은 상식적 수준의 신뢰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24일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의 화재 대응 설비는 달랑 소화기 1대였다. 이 지하 통신구는 전화선 16만8천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된 통신 기간시설이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관할 구역인 중구, 서대문, 마포, 용산 지역의 통신은 먹통이 된다. 이 처럼 중요한 통신 기간시설에 대한 KT의 안전 대책이 소화기 1대였다니, 황당한 안전불감증에 분노가 치민다.이번 화재로 통신구 관할 구역내 KT통신망은 먹통이 됐다. 편의점을 비롯한 모든 상점에서 카드결제가 안돼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통신 두절로 인해 시민들이 겪은 일상의 불편과 혼란은 총량을 가늠하기 힘들다. 그나마 관공서, 기업, 금융기관 등이 휴무였던 주말이어서 다행이었다. 만일 평일이었다면 대규모 업무마비와 금융중단 등 상상을 초월하는 통신대란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초연결 사회의 특성상 한 구역의 혼란은 국가 전체로 확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사정이 이런데도 화재로부터 통신구 안전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좁은 통신구는 그 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람이 들어가서 해결할 수 가 없다. 화재를 예방하려면 반드시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 진화설비가 작동해야만 한다. 그런데 소방법은 통신구가 500m 이상일 때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진화할 수 없는 구조물에서 길이 기준을 적용하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수백㎞에 깔린 통신구 상당 구간이 소화기로만 관리되고 있다면, 사실상 화재예방에 손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통신망은 국가신경망이다. 통신망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초토화되고 국민 일상이 마비된다. 통신업체의 내규에 안전 관리를 맡기는 건 말이 안된다. 안전관리체계를 국가기반시설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또한 통신장애로 인한 민간 피해보상을 확대해 통신사의 안전불감증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2018-11-25 경인일보

[사설]경기도의 잇따른 삼성 특혜의혹 어찌된 일인가

경기도의 삼성에 대한 특혜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삼성의 평택 고덕산업단지 부지 헐값 취득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19일에는 또다시 최승원 도의원(민, 고양8)이 경기도가 삼성전자에 특혜를 주었다고 주장한 것이다.2006년 2월 경기도가 수원시 매탄동의 도 건설본부 부지 4만4천여㎡를 삼성전자에 365억 원에 매각한 것이 발단이었다. 건설본부는 2005년에 권선구 새 청사로 이사했다.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과 접한 해당 부지를 매입해서 소프트웨어센터를 지어 운영하겠다며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건의해서 뜻을 관철시켰다. 경기도는 연구소 건립에 따른 등록세, 취득세 35억 원 등 조세수입 및 일자리 1천여 개 증가를 매각이유로 들었다.그해 7월에는 '소유권이 이전된 후 10년 이내에 용도나 목적을 변경하면 계약을 해지 한다'는 특약도 맺었다. 그런데 3개월만인 10월에 삼성전자의 관계사인 삼성SDS가 해당부지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2008년에 지상 7층, 지하 1층의 건물 준공과 함께 그곳에 삼성SDS데이터센터 간판을 달았다.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SDS 전체인력의 5% 인력절감 효과 홍보는 점입가경이었다. 일자리 1천여 개 생성은 공염불이 되었으니 말이다. 또한 같은 달에 삼성전자는 해당 부지 소유권을 삼성SDS에 428억원에 넘기면서 소유권 관련 특약조항까지 삭제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도 건설본부 부지를 SDS에 매각하면서 63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등기부등본 상의 특약 해지는 경기도가 동의하지 않으면 해지가 불가능해 자칫 계약 자체가 무효화할 수도 있는 중요사안이다. 용도변경을 통한 시세차익 금지가 목적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았다. 매각 2년 만의 특약조항 삭제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SDS를 대리해서 매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최 도의원은 경기도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행정이고 알면서도 방관했다면 부패행정이라 몰아붙였다.한해 순이익만 수십조 원인 삼성전자가 매매차익 몇 십억 원을 얻고자 불법을 저질렀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면 1천300만 경기도민을 무시한 처사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도의회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요구된다.

2018-11-25 경인일보

[사설]미등록 이주노동자 '살인단속' 멈추고 인권을 생각해야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을 피하려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2일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 딴저테이(25)씨는 법무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뇌사에 빠진 후 9월 8일 숨졌다. 2013년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딴저테이씨는 올해 초 취업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불법 체류자가 됐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식당에 출입국단속반이 들이닥쳤고 창문을 통해 달아나려던 미얀마노동자는 8m 아래 공사현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미얀마 노동자가 한국인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미담기사의 이면에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던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8월 말 기준 23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미등록자가 33만명, 14%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이 최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등록 외국인 9명이 숨졌고, 74명이 다쳤다. 딴저테이씨를 포함하면 10명이나 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단속 대상 외국인의 사망사건으로 징계받은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외국인 불법취업자 단속활동을 강화한다"고 발표한 뒤 현장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건설업을 '국민 일자리 잠식 분야'로 지목하고, 건설업 불법 취업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한다. 단속에 쫓기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공사장 비계 쇠파이프 구조물을 잡고 아슬아슬 위험천만하게 창문을 뛰어넘는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토끼몰이 단속'은 우리의 인권의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회적 지원이 차단된 미등록 체류자 중 상당수가 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한다. 특히 사업주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직장을 옮기면서 불가피하게 미등록 신분이 된 이주 노동자가 적지 않다는 현실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부는 '살인단속'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단속을 위한 단속이 아니라 미등록 체류자의 인권을 염두에 둔 단속방식과 계도대책을 새로 만들기 바란다.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의 정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게까지 적용돼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당연히 인권이 있다. 인권 부서인 법무부가 이주 노동자들의 천부적 권리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살인 단속이라는 지적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2018-11-22 경인일보

[사설]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할 예비타당성조사

지난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제도가 도입 취지의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고조되고 있다. 예타제도는 국가재정의 낭비를 막기 위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가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신규사업에 예외 없이 적용된다.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수도권내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사실상 모두 예타의 관문을 비켜갈 수 없는 셈이다. 예타제도가 SOC 사업 남발로 인한 국가재정 낭비를 방지한 효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고 이 기능은 유지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제도 운영의 경직성이 지나쳐 반드시 필요한 SOC 사업을 대책없이 지연시키는 사례가 속출하는 현실은 문제다. 특히 택지개발이 활발한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는 상당수 신도시가 열악한 교통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입주민들을 지원할 교통기반시설 사업들이 예타에 걸려 지지부진해서다. 수원 호매실 지구, 동탄 신도시, 양주 옥정 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일부 대규모 재정사업을 선별해 예타를 면제시키겠다고 하자 난리법석이 났다. 모든 지자체가 자기 지역 사업의 예타면제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수도권 12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지난 19일 국회를 찾아 인천 송동~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 사업의 예타 면제를 요구하는 인해전술까지 펼쳤다. 정치권에서도 비용 대비 편익이라는 경제성을 중시하는 예타 제도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SOC 사업 추진을 막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들은 이미 충분히 제시된 상황이다. 예타를 사업 개시의 절대 기준에서 상대 기준으로 완화하거나, 정시성·쾌적성 등 주관적 항목도 화폐가치로 환산해 경제성 평가에 반영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또한 철도, 도로, 터널 등 시설별로 평가기준을 차별화해 일률적인 규제효과를 감소시키자는 대안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물론 제도개선이 불필요한 SOC 사업 남발로 국가재정을 축내는 상황을 허용하는 지경에 이르면 안된다. 다만 국민에게 필요한 기반시설을 적기에 제공하는 재정의 역할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예타 작업을 전담하는 한국개발연구원은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기 바란다. 정부도 시혜성 예타 면제 행정 보다는 제도 자체의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2018-11-22 경인일보

[사설]트램에 골몰하는 지자체, 경전철 사태 벌써 잊었나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모든 지자체마다 트램 건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모양이다. 트램은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 전차다. 트램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건설비 역시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훨씬 적게 든다. 완공 후 운영비 역시 저렴하다. 소음과 매연이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란 점도 매력적이다. 번거로운 지하철과는 달리 버스처럼 바로 타고 내릴 수 있어 노약자가 이용하기 편하다. 트램이 일상화된 유럽처럼 도시의 상징물로 그 자체가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 중 트램 건설을 시작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지자체는 트램의 당위성을 주장할 때마다 트램이 일상화된 유럽의 경우를 예로 든다. 하지만 유럽에 트램이 성행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중세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도심은 우리처럼 획일적이지가 않다. 유적 때문에 도로의 굴곡이 심하다. 대중교통 수단으로 트램과 지상 굴절버스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트램이 우리 지역 실정과 맞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현재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트램 노선은 수원 1호선, 동탄 도시철도, 8호선 판교 연장, 시흥·안산 스마트허브 노선 등 모두 10개다. 수원시는 최근 착수보고회를 통해 2022년까지 수원역에서 한일타운에 이르는 6㎞ 구간에 트램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피력했고, 성남시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공고한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 노선 선정 사업에 참여키로 하고 응모작업에 들어갔다. 화성 동탄 역시 1·2단계 구간 구분 없이 트램을 새로운 추진 동력으로 삼고있다.지자체마다 트램을 건설하겠다는 뜻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장점이 많아서다. 하지만 교통·경제적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후죽순 추진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트램 건설을 위해선 면밀한 수요 예측과 재원 마련 방안, 사회적 갈등 해소 방안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는 이미 용인·의정부 경전철의 쓰라린 아픔을 경험한 바 있다. 천문학적 예산 낭비로 용인·의정부시민의 충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시행착오가 또다시 되풀이 돼선 안된다. 충분한 검증 없이 도입할 경우 불가역적인 재정 손실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8-11-21 경인일보

[사설]심각한 인천시민 자살률, 대책 시급하다

인천시의 보건복지 지표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인천연구원이 분석한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천시민들은 스스로 본인의 건강에 대하여 비교적 양호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 자살률 등의 수치는 타도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개인은 물론 인천시 보건복지 정책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양호한 주관적 건강수준'은 시민들이 개인의 건강행태와 건강수준에 대해 '매우 좋음' 혹은 '좋음'으로 응답한 비율이다. 인천시민들의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율은 44.4%로 서울시(46.8%), 경기도(44.4%)에 비교하면 조금 낮거나 같은 수치로 시민 스스로 본인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 경기도의 '양호한 주관적 건강수준'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 비해 인천시의 경우 2014년 이래 증가하고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인천시민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016년도 기준 30.5%로 최근 3년간 감소추세에 있으나 다른 시도보다 여전히 높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혹은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인천시민들의 우울감 경험률은 2016년도 기준 6.9%로 전년 대비 1%p 감소했으나 부산시(5.8%), 경기도(6.5%)에 비하면 높은 수치이다.주목할 것은 인천시의 자살안전등급이다. 인천시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6년도 기준 26.5%로 서울시(23.0%), 경기도(23.0%)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인천시의 자살안전등급도 4등급으로 경기도(1등급), 서울시(2등급)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기초단체별 자살안전등급을 보면 서구·계양구·연수구·강화군은 비교적 양호한 2등급으로 나타났으며, 동구·남동구·부평구가 3등급, 중구와 미추홀구가 4등급, 옹진군이 5등급으로 나타나 생활권역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자살은 질병과 사고에 의한 사망과 달리 내적 혹은 외적 요인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사망에 이르는 사회적 문제이다. 다른 안전지표와 함께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한다. 자살요인 분석과, 다각적인 예방정책과 사업이 필요하다. 자살은 그 자체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지만 빈곤, 스트레스, 우울 등의 건강악화 요인에 의해 심화될 수 있어 종합적으로 분석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2018-11-21 경인일보

[사설]평택~오송 복복선 사업 정상 추진돼야

지난 2004년 고속철도(KTX)가 개통됐으나 경기·인천 주민들은 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5천억원을 들여 시발역으로 건설된 KTX 광명역은 서울역에 제 역할을 뺏겼고, 수원역에는 1일 4차례만 정차하고 있다. 인천은 KTX 운행이 안 돼 이용자들이 서울이나 광명역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다. 고속철도 시대에도 경인 주민들은 열악한 운행 시스템으로 인해 시간·경제적 손해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개통 이후 KTX가 줄곧 '반쪽짜리 철도'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이에 따라 정부는 수원역과 인천에서도 KTX가 출발하고 운행 편수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평택역~오송역 고속철도 45.7㎞ 구간을 복선(2개 선로)에서 복복선(4개 선로)으로 확장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서울발 KTX 외에 SRT(수서고속철) 등 고속철도 운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두 노선이 합쳐지는 평택~오송 구간에 상습 병목현상이 빚어졌고, 선로 용량 확충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수원과 인천발 KTX 사업을 위해선 복복선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사업 타당성 검증작업 중으로, 빠르면 올해 안 착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이 끝나는 2023년께부터는 수원역에서 1일 18차례 KTX가 출발하고 인천시민도 관내에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복복선 사업에 경기·인천 등 지자체는 물론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가 다 공감하고 있다. 각 노선이 모이는 병목현상을 해소해 KTX와 SRT 모두 증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충청과 호남 등 지역 정치권에서 복복선 사업 대신 천안~세종~공주~익산을 연결하는 호남선 KTX 최단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다. 전남, 전북의 상공인들도 지난 6일 정부가 추진하는 복복선화에 반대한다며 그 대안으로 고속철도 노선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평택~오송 복복선 사업은 KTX와 SRT 운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도권 주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역 충청·호남 정치권과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중단돼서도, 미뤄져서도 안된다. 이들의 주장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지역이기주의와 다름없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복복선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 사업이 비수도권 지역 목소리에 휘둘린다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2018-11-20 경인일보

[사설]인천경제청 노력 돋보인 '아트센터 인천' 개관

국내 최고 수준의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 이 마침내 문을 활짝 열었다. 역사적인 개관을 알리는 16일 첫 공연의 첫 곡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이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에 걸맞은 선곡이었다는 평가다. 새 지휘자 이병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오랜 기간의 리더십 공백을 극복하고 새 지휘자와 하나가 된 시립교향악단이 진통 끝에 인천시민을 맞이하게 된 새로운 공연장의 첫 선율의 주인공이 됐다. 17일에는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세계 피아니스트계의 신성 조성진과 이탈리아 최고 명문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개관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것도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다. '아트센터 인천'은 개관까지 숱한 고비를 넘겨야만 했다. 지하 2층, 지상 7층, 1천727석 규모의 이 콘서트홀은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시행자인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가 개발이익금으로 건립해 인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시설이다. 지난 2009년 6월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맡아 7년만인 2016년 7월 완공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개관 및 기부채납은 계속 지연됐다. NSIC 지분 70%를 가진 미국 게일인터내셔널과 지분 30%의 포스코건설간 갈등 때문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이 중재에 나서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준공처리됐으나 개관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난 9월 NSIC 주주사가 변경되면서 해결의 국면을 맞게 됐다. 포스코건설이 게일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새 파트너와 손을 잡으면서부터다. '아트센터 인천' 개관은 최근 들어 적극적인 사태해결 의지를 보인 인천경제청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천경제청은 공사비 실사 필요 등을 앞세워 기부채납을 미루는 게일 측과 계속 접촉하는 한편 포스코건설 측의 사전동의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인천 운영준비단도 일찌감치 꾸려 대비토록 했다. 하지만 '아트센터 인천'이 인천시민,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의 소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공간 규모와 시설에 어울리는 운영주체와 운영방식, 짜임새 있는 공연프로그램의 확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인천경제청이, 인천시가, 인천문화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2018-11-20 경인일보

[사설]정부와 노동계, 노동정책 대화 나서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난하며 대정부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최저임금제 개악과 탄력근로제 확대를 즉각 폐지하지 않는다면, 총력투쟁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청와대 앞에서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비롯한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다.문재인 정부의 우군이었던 양대 노총이 정부에 대해 총파업 등 강력투쟁을 경고하고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노동현실을 받아들이는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차가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노동계는 정부의 최저임금 계산 방법과 탄력근로제 확대 방침 등을 '반노동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노총의 연대도 예상되지만 노동계도 강력투쟁만이 능사인지 되돌아봐야 한다.정부와 여당도 노동계와의 대화보다는 강경 대치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는 말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발언 수위에서 보듯이 강경 비판 일색이다. 한국당은 한국당대로 "정부는 민주노총과의 결별을 각오하고 노동개혁에 나서라"(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며 여권과 노동계와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정부·여당은 22일 예정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상정될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 등에서 노동계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야의 합의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고, 당초 참여하겠다던 한국노총도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회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밖에 광주형 일자리 사업도 정부와 노동계와의 대립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정부와 노동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전에 대화에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와 탄력근로제 등은 노동과 자본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결국 양측이 절충하여 합의를 도출하지 않고, 22일 경사위에 노동계가 참여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계에 대한 공격적 발언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를 자극하면 대화의 기회 자체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정부는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2018-11-19 경인일보

[사설]눈 가리고 아웅식 미세먼지 대책 이제 그만

수도권 주민들이 지난 주말 미세먼지 없는 휴일을 보냈는데 19일 월요일은 하루 사이에 미세먼지 나쁨 상황에 내몰렸다. 같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푸른 하늘과 뿌연 하늘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시베리아 쪽 대기가 한반도 상공을 덮게 되면 푸른 하늘이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중국 쪽에 있던 대기층이 한반도로 방향을 틀면 어김없이 미세먼지 하늘로 변한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1월 날씨를 종합해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 3일부터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6일 절정에 달했다. 그러던 미세먼지가 지난 주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11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 뿌연 하늘에서 푸른 하늘로 뒤바뀐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의 방향이라고 많은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북서쪽 바람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미세먼지가 뒤덮고, 북동쪽에서 대기가 내려오면 푸른 하늘을 보인다는 거다. 이는 중국의 미세먼지를 몰고 오는 바람이냐 반대로 중국의 미세먼지를 몰아내는 바람이냐에 따라 분명하게 갈린다. 미세먼지가 우리의 하늘을 가리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국 쪽에서 바람이 부느냐 중국 쪽으로 부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은 중국이란 얘기다.하지만 우리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5~6일 미세먼지가 절정에 달했을 때 그 미세먼지 요인을 '국내 영향이 55~82%, 국외 영향이 18~45%'였고, 지난 13~15일의 미세먼지는 '대기 정체로 인해 국내 배출원의 영향으로, 국외 유입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얘기를 곧이 듣는 국민은 많지 않다. 급기야 '중국발 미세먼지에 강력하게 대응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구체적인 자료까지 붙여 청와대에 올라오기까지 했다. 미세먼지를 몰아내는 동풍이 고맙다는 의미로 '동풍느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미세먼지와 관련해 정부가 중국에 큰소리를 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도, 국민들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학교수 사회마저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에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할 경우 정부 발주 프로젝트 수주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고, 우리 전문가 집단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가 있겠는가. 미세먼지 원인은 중국에 있다는, 국민들도 다 아는 사실을 외면한 채 국내 요인에만 채찍을 휘두르려는 정부 대책은 이제는 안 통한다.

2018-11-19 경인일보

[사설]경기도정을 바라보는 도민의 불안한 시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위험한 외줄타기 끝이 가늠되지 않는다. 지난달 16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셀프 신체검사로 여배우스캔들 의혹을 불식하며 한고비를 넘겼다. 이달 1일 경찰은 여배우 불륜설, 조폭 연루 및 일베 가입설 등에 대해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 지사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이번에는 더 큰 암초에 직면했다. 17일 경찰이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가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고 결론을 내린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경찰은 예정대로라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씨를 오늘 중 검찰에 송치한다.지난 4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문제의 트위터 계정주인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이후 경찰은 7개월 넘게 이 사건을 수사해 왔다. 2013년 이후 5년여 동안 트위터에 올라온 4만여 건의 글을 전수 분석한 결과이다. 당시 이 지사는 "제 아내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고 장담했다. 당사자인 김씨 또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으나 수사결과를 낙관하는 눈치다.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이 지사의 정치적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분위기다. 이 지사는 경찰이 정치 수사를 했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김씨 측 변호사는 경찰이 김씨에게 유리한 증거는 빼고 불리한 증거만 발췌해서 기소의견을 만들었다며 '발췌 기소'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야당측에서는 이 지사의 사죄와 거취 결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 일각에서도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이 지사의 거취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검찰 조사 결과와 법원 판단까지 구해야 할 사안이지만 혐의 사실만으로 사회적, 정치적 심판이 선행되는 관행이 이 지사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로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경찰이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을 조사중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상처투성이가 된 이 지사가 국내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살림을 정상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지사 공약사업인 기본소득 지급과 관급공사 원가 공개, 어린이집 회계관리시스템 도입, 적폐와의 전쟁 등은 하나하나 고도의 정치적 집중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남북한 평화구축 이니셔티브 확보와 4차 산업혁명 선도, 자연보전권역 재조정,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확대, 지방자치와 지방재정 확충 등 긴급하고도 일상적인 도정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이 지사는 "아무리 흔들어도 도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도정에 충실히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를 옥죄는 법적, 정치적 상황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도 행정조직도 현 사태를 주시할 것이다. 지사가 흔들리면 경기도정이 멍드는 건 불문가지다. 1천300만 경기도민이 경기도정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유이다. 경기도민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사태의 신속한 정리와 해결이다. 검찰은 대부분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인 이 지사 부부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공소시효인 12월 13일까지 사건 별 기소여부를 확정하고, 법원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으로 사태의 종결을 도와야 한다.

2018-11-18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