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GM파동 경인지역 경제 충격 최소화 방안 없나

한국지엠의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은 GM본사와 부평공장 등을 두고 있는 인천과 다수의 협력업체가 있는 경기지역 등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GM부평공장의 불안한 앞날과 경인지역 경제에 드리우는 암울한 전망들로 지역민심은 설 연휴 내내 흉흉했다. 군산공장의 폐쇄를 결정한 GM은 벌써부터 대출, 재정 지원, 3조원의 유상증자 참여 등의 지원을 요청하며 문재인정부를 집요하게 압박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군산공장에 이어 부평공장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하겠다는 심사다. 부평공장은 직접 고용 인력만 해도 창원과 군산공장 2곳의 2배 수준인 1만1천명에 이른다. 부평공장과 연계된 경인지역 1차 협력업체는 200여 곳, 2·3차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2천여곳에 이른다. 부평공장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노동자 정리해고와 부품을 대는 협력업체들의 줄도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인지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문가들은 "부평공장이 흔들리면 경인지역 제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이 지경까지 된 데는 일차적으로 경영실패가 주된 원인이다. 부품·제품 거래 과정에서 한국지엠이 손해를 보고 이익을 본사나 해외 GM 계열사에 몰아주거나 한국GM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부담했지만, 이로 인해 형성된 무형자산은 모두 GM 본사의 몫이 됐다. 가령 2016년 영업손실이 5천220억원인데 비해 연구개발비로 6천140억원을 쏟아부었다. GM의 도덕성이 비난받는 것도 그런 이유다. 여기에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강성노조로 인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점도 뼈 아프다. 이미 우리는 이와 유사한 쌍용차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이를 타산지석 삼아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GM이 이렇게 우리를 농락하는 것은 자신들이 어떻게 하든 한국정부에 대책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GM에 끌려다닐 수 없다. 이젠 청와대가 나서는 한이 있더라도 GM이 한국에 진출한 이후 얼마나 허접한 경영을 했는지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 재발방지야말로 궁극적으로 경인지역 경제, 나아가 한국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2018-02-18 경인일보

[사설]청년 스스로 창업하려는 분위기 조성 우선이다

최근 5년간 자수성가형 신흥 주식부호들이 급증했다. 1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기업 주식자산 보유액 상위 100명에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 32명이 대거 포함된 것이다. 5년 전에 비해 무려 113%나 증가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쟁쟁한 재벌오너 일가족들을 제치고 주식부호 순위 5위에 등극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을 포함하면 무려 4명이 주식부호 20위 이내에 진입했다.신생기업에다 미실현 자산이란 변수가 있으나 매우 긍정적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낙타의 바늘구멍 통과'로 치부되는 지경이니 말이다. 최근 취업자수 증가폭이 4개월 만에 3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전년 대비 0.1% 증가한 9.9%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를 기록해 '청년고용 빙하기'를 실감한다. 근래 들어 생산, 수출, 소비, 설비투자 등 거시지표들은 점차 개선되나 유일하게 고용지수만 좋지 않다.2000년대 전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신규채용이 급격히 위축되고 이후의 고용증가도 나쁜 일자리 위주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30세대 직장인 10명중 4명이 비정규직인데다 청년층의 기업 근속연수는 평균 3.9년에 불과하며 입사 1년 미만 신입사원 퇴사비율이 30%에 이른다. 정부차원의 고용안정이 유일한 해법이나 지난 10년간 총 21회에 걸쳐 청년고용대책을 강구했음에도 청년실업률은 점증하는 등 모두 실패로 판명되었다.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마련에 올인했음에도 청년고용시장은 더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수가 2012년 5만2천793명에서 2016년 6만4천497명을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대의 우울증 증가율이 22.2%로 전체 세대 중 가장 높아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유행어가 괜한 말이 아니었음을 방증한다.청년층 인구가 2021년까지 계속 증가하는 실정이어서 청년고용 빙하기는 향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부는 대기업 기술탈취 엄단 및 연대보증제 폐기, 실패기업인 재기용 모태펀드 지속 조성, 신생기업 10만개 만들기 등 청년창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창업하려는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이 먼저다.

2018-02-18 경인일보

[사설]인천구치소 수감자 금지약물 취득경위 밝혀야

마약투여 혐의로 구속된 수감자가 인천구치소내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차례 복용했다고 폭로했다.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인천구치소는 지난 2016년에도 사동관리를 총괄하는 직원이 수용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외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 600여알을 처방받아 9개월동안 수용자에게 공급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곳이다. 여러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구치소 측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보안상의 이유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이 수감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천구치소뿐만 아니라 전국의 감옥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이 버젓이 유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의혹의 전말은 이렇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돼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미결 수용자 A씨는 수용동 도우미 B씨를 통해 같은 거실에서 생활하는 수용자의 약을 몰래 건네받아 4차례 복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약품은 구치소측이 의무관의 처방에 따라 1일 복용량만 의료과에서 각 수용동으로 전달한다. 수용동 근무자는 대리 처방을 통한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복용 시간에 맞춰 직접 수용자 각 개인에 약을 지급하고 복용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은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관리는 엉망이었다. 인천구치소는 '약물이 자유로운 구치소'가 됐다. 의혹을 더 확장 시킨다면 이번 일은 관리 부실보다 직원의 묵인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전에 비해 투명화 되었다고 하지만 군대와 감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군대는 여러가지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져 인권, 처우 등 군내 상황은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감옥은 여전히 치외법권이란 느낌이 강하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최근 지상파건 종합편성채널이건 감방생활을 다룬 예능프로 홍수를 이루는 것도 폐쇄적인 곳에 대한 호기심에 편승했기 때문이다. 인천구치소는 이번 의혹이 관리소홀이었는지 교도관의 묵인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착오 때문이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감출수록 신뢰는 떨어지고 의혹은 더 증폭된다.

2018-02-13 경인일보

[사설]가치 재평가되고 있는 계간지 '황해문화'

인천에서 발행되고 있는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가 창간호를 낸 것은 지난 1993년 겨울이었다. 이미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던 새얼문화재단이 발행의 주체였다. 인천에도 잡지 '사상계'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을 다루는 담론의 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바탕이 됐다. 지역문화와 관련해 시선이 굵고 시야가 넓은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출발점이 됐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황해문화'는 비록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표 계간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요란하진 않았지만 창간의 목적대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계간지가 이번에 '요란한 사고'를 쳤다. 지난해 겨울호에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실었는데 최근 이 시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힘을 가진 자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고 피해자들의 연대를 모색하는 '미투(#MeToo)' 운동이 법조와 문화예술계 등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국면과 맞물렸다. 누구인지 알만한 우리 문학계의 거목을 고발하는 문제의 시가 실린 계간지를 직접 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급기야 추가 발행까지 결정했다고 한다. 단행본이 아닌 계간지를 추가로 인쇄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황해문화'는 꾸준하게 우리 사회의 담론을 제시해왔다. 지난해만 해도 봄호는 '야만의 시대, 학문과 지성의 현주소', 여름호는 '촛불과 그 이후의 과제들', 가을호는 '공동체의 미래를 상상하다'를 각각 특집 주제로 다루었다. '촛불' 이후 한국사회가 가야할 방향을 일관되게 모색하는 작업이었다. 겨울호 특집 '젠더 전쟁'에 실린 글들은 여성혐오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임을 고발한다. 이번 시도 겨울호 특집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황해문화'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적 시각에서 지역을 보고 지역의 눈으로 세계를 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역사적 전환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주춧돌'이 되겠노라 선언했던 인천의 계간지 '황해문화'였다. 요즘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2018-02-13 경인일보

[사설]막오른 지방선거, 지방자치 일꾼 가려내야

오늘부터 광역자치단체장과 시·도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20일의 6·13 지방선거 일정이 시작됐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출마 희망자들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 부터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등 제한적이나마 선거캠페인이 가능해진다. 광역단체에서 점화된 선거열기는 시·도의원, 구·시 단체장과 의원 후보의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는 3월2일 부터는 전국으로 확산된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만 1만여명에 달하는 예비후보들이 본선 진출을 위해 혈전을 벌일 전망이다.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선거인 만큼 여야가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여당은 지방정부와 의회를 석권해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전국정당의 위상을 갖추길 원한다. 야당은 수권정당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전략지역을 반드시 수성 또는 탈환해야 하는 처지이다. 여기에 차기,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중량을 키우려는 잠룡급 정치인들이 대거 지방선거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여권에서는 내부 경선열기로, 야권에서는 후보단일화 논란으로 지방선거를 달굴 것이다. 특히 전국선거의 승부처인 수도권은 정당과 후보들의 정치적, 정략적 선거경쟁이 집중되면서 더욱 뜨거운 선거전이 예상된다.사정이 이런 만큼 6·13 지방선거가 주민이 주도하는 민생자치 실현이라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양상으로 전개될까 걱정이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각 자치단체 주민의 민생현안이 여야 중앙당이 주도하는 정쟁형 담론에 묻혀버릴 수 있어서다. 남북관계 설정을 둘러싼 이념적 담론의 충돌, 신·구 정권의 정파적 갈등 등이 그것이다. 후보들이 확실한 득표 수단으로 무상복지 경쟁을 벌이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결국 주민자치의 기반인 지방자치의 본질을 지켜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중앙선관위는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재산, 병역, 전과, 학력, 세금납부 사항을 공개한다. 이것만으로도 민주시민의 기본자질과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후보의 자질을 가리고, 중앙정치의 거대담론과 후보들의 휘황찬란한 공약 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지역공약, 민생공약을 찾아내는 안목을 갖추면 투표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8-02-12 경인일보

[사설]신 4당체제의 출범

오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전당대회 격인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거치면 바른미래당이 정식으로 출범한다. 이로써 통합반대파의 민주평화당과 함께 정당체제는 신 4당체제로 재편된다. 지난 총선에서의 국민의당의 약진은 거대양당제에 의한 카르텔 구조의 타파와 다당제를 통한 사회적 소수의 대표라는 정치적 의미와 함께 새로운 정치실험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됐다. 정당체제의 변화는 과다대표되거나 과소대표 되었던 계층의 이익이 비례적으로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다당제의 정당구도로 재편될 수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민평당)의 등장이 다당제로서의 의미를 가질지,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이기주의의 산물인지를 가늠하기는 이르다.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바른미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당과의 보수대연합을 지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안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및 민평당과는 큰 간극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바른미래당은 집권여당과 대립하고 대척점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하여 민평당은 정부여당에 협조적 자세를 보이면서도 사회경제적 사안에서 집권당보다 더욱 진보적이거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석으로 볼 때 4당체제는 여당 성향의 정치세력과 한국당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정당의 의석수가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 상실 여부를 결정할 재판이 아직 진행중이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될 보궐선거를 감안하면 국회의 의석구도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범여 대 범야의 구도가 팽팽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국회의석 분포로 볼 때 적폐청산 이후 개혁입법 등이 또 다시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의석의 변화로 집권당의 제1당 지위도 바뀔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민평당, 정의당 등 노선의 지향이 같은 정치세력은 물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과의 협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집권여당은 정당체제 재편을 계기로 정당 연대와 연정 등 다양한 연합정치를 고민할 때다.

2018-02-12 경인일보

[사설]강경 미국과 급변 북한, 기로에 선 문재인 외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시험대에 올랐다.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 사절로 방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매우 어려운 외교 숙제를 남기고 귀국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이 제안한 숙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와 대한민국 국가안보 및 국민안전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향후 한반도 외교에 국내외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내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한 시간에 북을 방문해달라"는 오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남북정상회담 제의는 김정은의 신년사로 시작된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의 결정판으로, 자신의 혈육까지 동원해 내용상 최상의 예우를 갖추었다. 같은 날 펜스 미 부통령은 귀국 전용기에서 "미국과 동맹인 한국, 일본 사이에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에 압박을 강화하는데 빛이 샐 틈이 없을 정도의 공조를 하고 있다"며 최고 수준의 대북 압력 유지에 문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북한과 미국의 두 특사의 평창 행보는 문 대통령이 올림픽 이후 대처해야 할 한반도 평화외교가 얼마나 고단할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핵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국내외적인 회담 무용론이 들끓을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핵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협력만을 논의하는 정상회담을 강행한다면 한미 동맹의 균열과 남한 내부의 진영 대결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자고 조건을 붙이고 청와대 관계자가 북·미 조기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북한과 미국을 상대하며 조율해야 할 처지에서 일단 시간을 벌어두려는 외교적 수사로서 적절한 대응이었다.문제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북측은 핵문제를 제외한 남북 교류협력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고, 미국은 한미군사훈련 재개를 포함한 대북압박 동참요구를 더욱 거칠게 요청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대미외교 전략전술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2018-02-11 경인일보

[사설]한국지엠 노사 힘겨루기에 정부 덤터기 쓸 수도

한국지엠 노사의 조기 임금단체협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 마무리 1달여 만인 지난 7일 또다시 '2018년 임단협 교섭작업'을 개시한 것이다. 전달 24일 사측은 중대위기 운운하며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요구했다.또다시 한국지엠 철수설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 6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회장이 "현재의 비용구조로는 사업지속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을 주문했다. 현지의 애널리스트와 매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사업장의 방만경영을 질타했다. 한국GM의 작년 판매량이 52만4천여 대로 전년대비 12.2%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2007년 10% 이상이던 한국지엠의 마켓쉐어는 7%대로 추락하는 등 2014년이후 4년 동안 무려 2조5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높은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은 점입가경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평균임금은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에 비해 훨씬 높은 반면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토요타와 포드에 비해 각각 11%, 26%나 더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사측의 선공에 노조는 당혹스럽다. 금년도 노조요구안이 미처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협상에 응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로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지분매각 거부권마저 만료되어 미국본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철수가 가능해 더 불안하다. GM은 2013년 말부터 호주,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남아공 등지의 적자 사업장들을 차례로 정리해왔다. GM 관계자는 '한국지엠도 예외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수출에 유리한 SUV 중심으로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은 외면한 채 생산물량만 가지고 압박한다며 노조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작년 말에 이어 또다시 방한해 정부 고위관료와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났다는 뉴스가 보도되는 와중에 한국지엠의 3조원 유상증자설까지 흘러나오니 말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 중이라 밝히고 있으나 염려스럽다. 한국지엠 노사간의 힘겨루기에 새우등만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GM과 노조, 국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처방을 당부한다.

2018-02-11 경인일보

[사설]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조건

눈과 얼음의 잔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오늘 오후 8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벌써 전 세계의 이목은 감동의 겨울스포츠 축제가 펼쳐질 대한민국 평창에 쏠리고 있다. 한국 남녀 혼성 컬링 예선전과 남자 스키 개인전 등 일부 경기는 이미 시작됐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88 서울 하계 올림픽 이후 30년만에 또다시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낸 세계인의 축제다. 88올림픽으로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 '코리아'가 세계인들에게 그 존재를 뚜렷하게 부각시켰듯, 전 세계 92개국에서 2천925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평창 올림픽으로 대한민국 브랜드는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평창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우리는 세계 4대 스포츠로 일컬어지는 하계 동계 두개의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세계 육상 선수권대회를 치른 5번째 나라가 됐다. 하지만 그들 나라와는 달리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6·25 전쟁을 겪으면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가 더욱 자랑스럽다. 이 벅찬 모습을 보기 위해 21개국 26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개막식에 참석한다. 개막식 주제도 평화올림픽이라는 우리의 기대를 반영하듯 '피스 인 모션'(Peace in Motion)으로 정했다. 한국인이 보여준 끈기와 소통의 힘을 통해 세계인과 함께 행동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평창올림픽에는 북한이 동참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우리 선수 23명과 북한 선수 12명 등 35명으로 팀을 꾸려 코리아(KOREA)라는 이름과 한반도 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김정은이 친동생 김여정까지 보내면서 평창올림픽을 북한의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 경기보다 모든 관심이 북한 예술단과 방문단에 더 집중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이럴수록 우리의 태도는 의연해야 한다. 그래야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 특히 선수의 안전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기본에 충실할 때 대회가 성공한다. 불행히도 평창과 강릉·정선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노로 바이러스(식중독균)가 발생했다.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당혹해 할 정도로 원인 규명 조차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안전 상태로는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를 수가 없다. 김여정과 북한 예술단 등에 신경 쓰느라 올림픽 자체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평창 올림픽은 남북 단일팀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전 세계인의 축제다.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회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폐회식이 열리는 그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8-02-08 경인일보

[사설]노래방 단속 정보 유출 의혹 조사해야

노래방 업주에게 경찰의 단속에 대비하라는 문자가 온다. 단속을 피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 얼마 뒤 경찰의 단속반이 들이닥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업주가 문자를 전해준 협회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협회라는 단체는 어떤 경로로 단속 정보를 알아내 회원들에게 전해주는가'. 업주들은 궁금해한다.인천노래방협회가 지난 1일 오후 회원들에게 '오늘 경찰 단속 주의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단속 지역 경찰서까지 특정 지었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해당 경찰서가 노래방 단속을 벌였다고 한다. 이날 불법행위를 하다 적발된 업소는 없었다. 업주들이 미리 알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협회는 회원들에게 월 2만원의 회비를 받는다고 한다. 대신 단속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협회가 '진상 손님과 경찰 단속 정보를 알려주겠다'면서 회원 가입을 권했다는 게 업주들의 전언이다.경찰은 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한다. 단속 일정도 그날 결정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다. 노래방협회 자체를 잘 모른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협회도 경찰에게 정보를 받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 일정을 예상해 회원들에게 알려줄 뿐이라고 했다. 해당 경찰서는 올해 3번의 단속을 했다. 열흘에 1회 빈도인데, 협회는 그중 1회를 정확히 맞췄다. 경찰에게 정보를 받지 않았다면 대단한 예지력이다.과거 경찰의 단속 일정이 노출된 사례는 무수하다. 경찰은 강력한 처벌과 자정노력으로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하지만 인천의 노래방 업주들에게 보내진 문자 정보는 많은 의심을 품게 한다. 경찰은 정보 유출이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

2018-02-08 경인일보

[ 사설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전제

상품권 형태로 지역내에서만 유통되는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전국 5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상품권을 발행·유통 중이고, 이로 인한 지역내 소상공인들의 소득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뚜렷해서다. 이 때문에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농어촌 자치단체에 집중된 지역화폐 발행이 수도권 지자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기도에서는 성남과 가평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고 안산, 안양, 시흥시가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화폐 발행에 호의적인 이유는 지역경제 부양 효과 때문이다. 성남시의 경우 2006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성남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이후 사용처가 2천860곳으로 확대됐고, 지난해 발행규모는 260억원에 달해 소상공인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시의 대표적 무상복지 정책인 청년배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복지와 지역경제 부양이라는 정책을 선순환시키는 매개체로서 지역화폐의 활용가치가 주목받고 있다.정부도 지역화폐 발행 확산에 앞장설 태세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지역화폐를 선택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상품권 발행과 지역소득증가 효과를 분석한 용역결과 지역주민의 타지역 구매효과, 관광객의 지역내 구매효과 등 부가가치 증가 효과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으로 가칭 고향사랑 상품권 이용활성화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그러나 지역화폐의 긍정적인 기능에 집착해 부정적인 영향을 과소평가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제한된 유통 범위와 법정화폐로 환금하려는 사용자의 욕구로 인해 특정인이 지역화폐를 대량으로 할인 매집할 경우 소수의 악성 자본이 지역화폐 유통이익을 독점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성남시의 시민배당 논란에서 보듯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무상복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복지예산을 지역화폐로 유통시키는 추세와 규모가 확대되면 시민혈세를 탐내는 악성자본의 탐욕도 더욱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부는 지역화폐 활성화 지원을 위한 입법과정에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018-02-07 경인일보

[사설]송도 바이오단지 특화전략 '걸림돌부터 해결'

인천경제청이 올 10월 개청 15주년을 앞두고 송도에 대규모 바이오헬스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경제청은 바이오·헬스단지 조성을 위해 송도 4·5·7공구와 인접한 11공구의 매립이 끝나면 99만㎡ 규모의 바이오 의약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현재 송도국제도시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입주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내년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규모가 56만ℓ(바이오리액터 용량 기준)를 넘어서게 되면서 샌프란시스코나 싱가포르 등 경쟁도시를 뿌리치고 단일도시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도시가 된다. 아지노모도제넥신, 찰스리버코리아, 머크, GE헬스케어 등 바이오 공정관련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입주해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어 바이오융합 특화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바이오 단지는 의료산업과 융복합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송도에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설립할 수 있지만 지난 10년간 투자개방형 병원 유치 실적은 전무하다. 경제자유구역청은 국내 종합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바이오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신규사업과 기업유치를 위한 공간 확보가 절대적이다. 인천경제청이 구상하고 있는 11공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지역 중소기업 40여 개 업체가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11공구내 8개 필지의 땅이 2015년 10월 인천시로 이관된 상태인데다 대부분이 공동주택용지로 되어 있어 기업의 입주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이다. 인천경제청이 송도에 바이오 집적단지를 확대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천시로부터 이 부지를 되돌려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문제는 재정사정이 좋지 않은 인천시가 평당 400만~5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땅을 되돌려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인천시도 송도에 메디컬타운 조성 등 대규모 바이오헬스단지 조성을 적극 추진해 왔다. 바이오융합산업단지 조성 전략은 IFEZ의 미래비전이자 인천시의 산업고도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천경제청과 인천시는 머리를 맞대고 단지조성 확보 방안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2018-02-07 경인일보

[사설]'점검 3일'만에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둥(마스트)이 기우는 사고가 났다. 건물 쪽이기에 다행이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크레인은 불과 며칠 전 정기점검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합격 딱지를 붙인 전국 공사현장 타워크레인들의 안전을 어찌 믿을 것인가. 지난해 말 정부가 크레인 안전사고를 근절하겠다며 내놓은 종합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지난 5일 오산시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기우는 사고가 났다. 무인 조종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 크레인은 높이가 60m에 달한다. 2015년 중국 제조업체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직원들은 긴급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원인으로는 기둥에 불량부품이 사용됐거나 중량을 초과해 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됐다. 불과 3일 전 정기 점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국토부 위탁업체가 '각 구조물 및 기계장치의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한 결과다.공인기관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인정받은 크레인이 수일 만에 자칫 대형사고를 일으킬 뻔한 것이다. '부실 점검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용인 물류센터 타워크레인' 사고 뒤 안정성 검사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부실검사기관을 퇴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정기점검 합격 판정 한 달 만에 붕괴사고를 내 7명이 죽거나 다친 용인 사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 또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안전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는 실정이다.국토부는 운용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사고가 났다면 안전점검에서는 걸러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량 부품이거나 노후 크레인이 아니라면 사고를 막을 수도, 책임도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국민들은 왜 이리도 크레인 사고가 잦은지 불안하고 답답해한다. 그동안 발표된 대책이 실효성이 없는데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을 어찌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대책을 재점검하고 철저하게 보완해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바란다.

2018-02-06 경인일보

[사설]'해경 인천환원' 이끌어낸 인천시민사회단체

해양경찰의 세종시 이전을 반대하는 인천시민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9월이었다. 인천경실련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는 그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안전 보장과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여·야, 행정과 시민, 보수·진보 구분 짓지 않고 인천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해경안전본부 인천 존치를 지켜낼 것"을 다짐했다. '해경안전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의 출범과 활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시민대책위는 사흘 뒤 인천시장과 여야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야·민·정 정책간담회'를 열고 해경 인천존치를 위한 결의를 재차 다지며 활동범위를 넓혀나갔다. 하지만 이전반대운동은 성공하지 못했다. 2016년 8월 해경은 인천을 완전히 떠났다.그로부터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인천 소청도 남서쪽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던 해경 고속단정이 고의 충돌로 침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국가적 치욕에 인천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시민대책위도 전열을 재정비했다. 11월 2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해경부활·인천환원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로 기구를 전환시켰다. 참여단체도 40개로 늘렸다. 촛불집회가 겨울을 넘기더니 급기야 대통령 탄핵결정이 내려졌다. 인천시민사회단체와 각 정당의 인천시당은 이듬해인 2017년 4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합동토론회를 열고, 19대 대선후보들의 공약화를 공동 결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해경 인천환원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런 간단치 않은 여정의 대미다.돌이켜보면 2015년 9월의 그날, 이념과 정치와 활동목적을 초월해 기꺼이 한 자리에 모였던 17개 시민사회단체가 없었다면 인천시민의 이 위대한 승리는 현실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바르게살기운동 인천시협의회, 인천YMCA, 인천YWCA, 인천경실련, 인천경영자총협회, 인천시 새마을회, 인천시 여성단체협의회, 인천시 주민자치연합회,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사회복지협의회,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여성연대,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인천평화복지연대, 한국자유총연맹 인천시지부가 바로 그 주역들이다.

2018-02-06 경인일보

[사설]삼성 국민에게 신뢰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353일 만에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1심에서 적용된 혐의가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은게 결정적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 경영진을 겁박한 것"이라고 규정했다.이 부회장의 석방을 두고 우리 사회는 "법과 상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과 "여론 눈치를 보지 않은 합리적인 판결"로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그만큼 예민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삼성 이 부회장 판결로 수십년간 정치권과 경제계를 옥죈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권력에 기대어 특혜를 누리는 작태를 버리고, 정치권 역시 말로는 '경제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기업의 약점을 들춰내 돈을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특히 국정감사때 기업 총수들의 약점을 잡고 출석을 요구하는 구태도 더이상 보여서는 안된다.공교롭게도 삼성은 다음달이면 그룹의 전신인 '삼성상회'가 설립된 지 80주년을 맞는다. 이건희 회장이 '제2 창업'을 선언한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달이기도 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매출액 239조5천800억원, 영업이익 53조6천500억원이라는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연간 50조원 돌파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이를 계기로 50대 1 배율로 주식 액면 분할도 결정했다.하지만 삼성의 앞날이 그리 밝은 것도 아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삼성전자 최대 실적 1등 공신은 메모리 반도체다. 반도체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 하나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속성을 띠고 있다. 호황기가 있다면 언젠가 다시 조정과 불황기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보는 내년 반도체 전망은 녹록지가 않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석방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법은 이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몸을 더 낮추고 삼성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주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2018-02-05 경인일보

[사설]야당, 당론 확정 후 개헌 협상에 임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고 헌법 전문에 촛불혁명을 담기로 하는 등 개헌의 대강에 관한 당론을 채택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헌법개정안 초안에 대해 "사실상 4년 중임제만 강조하고 권력구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며 "집권연장과 지방선거 전략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자유민주적 시장경제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개헌안"이라고 주장하는 등 야당은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각 정당은 권력구조를 포함해서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 생명권 등의 조항에서 당론을 정하고 헌법개정 특위 등을 통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물론 한국당 등 야당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를 공약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연내 개헌에는 동의하나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에는 반대하고 있다. 우선 개헌시기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개헌의 내용에서도 간극을 좁혀 나가기 쉽지 않다.개헌에 관한 총론적 입장은 물론 각론에서도 여야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핵심임은 분명하지만 이외에 9차 개헌 당시인 1987년 이후의 사회변화를 담기 위해서는 정부형태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많다. 이는 정부형태만 바뀐다고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소선거구와 단순다수제 등의 선거제도가 승자독식의 구조와 맞물려 있고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지방에 분산하는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권력분산은 어렵다. 야당이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 등의 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원적 정통성의 문제 등 여러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권력구조 문제는 어느 특정 제도만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따라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하고 절충할 문제이지, 무조건 상대 당의 당론을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야당이 평창올림픽을 여전히 평양올림픽이라고 비난하는 행태로 미루어 볼 때 올림픽 기간 중에도 여야의 정쟁이 잠잠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야는 정쟁을 자제하고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진지한 자세로 당론부터 확정한 다음에 조율에 나서야 한다. 특히 야당이 헌법 개정안은 물론 평창올림픽 조차 안보 프레임에 가둬서 이념공세를 취할 일은 더욱 아니다.

2018-02-05 경인일보

[사설]'바지를 확 벗었다'는 도의원의 충격적인 폭로

검찰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캠페인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현직 경기도의원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재선의 이효경 의원이 밝힌 성추행 피해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의원은 "6년 전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동료의원들과 노래방을 갔는데 한 의원이 춤추며 내 앞으로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며 "잠시 당황해 나와서 숙소에 갔다. 밤새 내가 할 수 있는 욕을 실컷 했다"고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현직 도의원의 충격적인 발언에 경기도의회는 물론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이 의원에 따르면 성희롱이 일상적으로 자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거의 다반사로 성희롱 당한다. 밤 10시에 노래방으로 불러내거나 술 취해서 새벽 한 시에 전화해 사랑한다고 하고 엉덩이가 왜 이렇게 크냐는 놈도 있고…"라고 했다. 당시에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본인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동료 의원들과도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도내 정치권은 또 다른 성 관련 추문이 추가로 공개될 것을 우려하면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공직은 물론 재계, 대학 등 사회 전반에 일고 있는 미투운동이 정치권에도 거센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 참에 정치권 인사들의 성 인식이 바뀌고,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성희롱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특별조사반을 꾸려 적극 대응에 나선 것처럼 도의회를 비롯한 도내 정치권의 성폭력 실태를 정밀 조사하고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이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과 경찰, 재계에 이어 도내 정치권에서도 '용감한 공개'가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그릇된 성문화와 남성들의 잘못된 언행에 관대했던 사회 분위기가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 정부도 성폭력 가해자들을 엄벌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미투 캠페인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진실을 떳떳하게 밝히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적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

2018-02-04 경인일보

[사설]해양경찰청의 인천 복귀를 환영하며

해양경찰청이 해체 3년여 만에 인천으로 되돌아온다.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경 해체를 선언함에 따라 정부부처 외청 중 인력과 예산규모 4위였던 해경청은 즉각 국민안전처 산하로 축소 편입되었다. 호칭도 '경찰'을 떼고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뀌었으며 2016년 8월에 본청을 송도신도시에서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로 옮겼다.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해양경찰의 인천 환원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2일 "해경은 해상 재난 및 서해 치안수요 등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인천으로 환원하기로 했다"고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해경 부활, 인천 환원'을 공약했었다. 300만 인천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원상복귀를 요구한데 따른 부응이다. 해경은 바다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며 인천 환원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인천 시민단체들은 2015년 10월부터 범시민 궐기대회와 서명운동을 통해 정치권의 협조를 끌어냈다.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를 거치는 마지막 절차만 남았다. 지난해 7월 정부조직 개편과 지난달 '행복 도시법'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행안부 장관이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려면 반드시 공청회를 열고 관계기관과 협의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공청회 후 해경 본청의 인천 환원이 고시되면 본격적으로 이전작업이 개시되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환영하는 입장이라 연내 이전이 확실시 된다. 해경 본청은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가 입주해 있는 송도국제도시의 옛 청사가 유력하다.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 정부기관을 권력의 입맛에 따라 떡 주무르듯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해경의 구태(舊態)는 여전한 것 같아 실망이다.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해 12월 3일의 영흥도 낚싯배 사고대응이 상징적 사례이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가 사고현장으로 출동명령을 받은 시각은 3일 오전 6시 6분이나 구조 보트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골든 타임이 훨씬 지난 6시 42분이었다. 현장에서의 우왕좌왕은 설상가상이었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의 '뼈를 깎는 혁신' 각오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2018-02-04 경인일보

[사설]경기북부에 소방훈련시설 당장 설치하라

연천에 근무하는 소방관들이 훈련하기 위해서는 왕복 250㎞가 넘는 거리를 오가야 한다. 경기 북부지역 다른 소방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공간적 제약이 심하다 보니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빈 건물이나 공사현장에서 훈련하기도 한다. 소방관들의 방재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년 전부터 북부지역에 별도의 소방교육대나 훈련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반응조차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지난해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는 2천941건, 구조출동은 6만1천849건, 구급출동은 17만9천90건이다. 3시간마다 불이 나고, 8분마다 인명을 구조했으며, 3분마다 구급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접경지역에 화학공장이 많고, 명산과 계곡 등 관광지가 많아 대형화재의 위험성이 높다. 지역 특성에 맞는 각종 사고에 대비한 반복적인 특별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북부지역에는 소방관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훈련하려면 평균 왕복 190㎞ 거리인 용인시 소재 소방학교까지 가야 한다. 접경지역인 연천지역 소방관들은 왕복 254㎞를 오가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지역내 빈 건물이나 공사현장에서 훈련을 받는 실정이라고 한다.소방청은 서울·경기·충청·경북 등 8개 소방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중 전남·경남지역은 광주·부산소방학교와의 접근성을 고려해 별도의 소방교육대나 훈련장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 이런 사례와 비교해도 경기북부의 열악한 소방환경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소방관들은 북부 관내에 소방교육대나 훈련장 설치가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다. 대형화재 요인이 큰 지역 특수성과 인구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29명이 사망한 제천화재와 39명이 숨진 밀양 세종병원화재를 통해 소방관들의 초기 대응과 진화, 인명 구조 능력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훈련장이 없어 빈 건물에서 훈련해야 하는 소방관들에게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건 염치가 없다. 경기 북부지역에 이른 시일내에 소방교육대나 훈련장이 설치돼야 한다. '중장기계획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당장 예산을 확보하고 부지(敷地)를 물색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다.

2018-02-01 경인일보

[사설]경제지표에 자만 말고 산업간 세대교체 해야

각종 경제지표에서 인천이 대한민국 2위 도시로 군림하던 부산을 역전하는 이른바 '골든크로스'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6년 지역소득 통계'에서 부산의 GRDP(지역내총생산)는 81조2천억원으로 집계됐고, 인천의 GRDP는 80조9천억원으로 파악됐다. 경제성장률은 인천이 3.8%로, 부산(1.7%)을 이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부산이 이런 상황에 직면한 이유에 대해 산업변화 대응 실패를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1990년대 부산의 핵심 기간산업인 신발산업이 붕괴된 이후 산업·경제적으로 침체됐고 연구개발, 정보산업, 생산자서비스 산업 등이 부산에 자리잡지 못하면서 장기적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 조선 등 전통적 산업 형태에 기대오던 구조가 변화하지 못하면서 부산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게 됐고 실업문제도 이어지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감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인구가 지속해서 줄고 있는 부산의 '성장 모멘텀'과 '확장성' 부족은 이런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 경제가 나아졌다고 하면 그것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이 부산은 물론 대구, 광주에 비해 인천을 낮게 보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천의 양적인 경제성장이 질적 성장까지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이제 우리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은 인천이 대한민국 2위 도시로 올라간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업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얼마 못 가 부산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천 경제를 이끌던 제조업 비중은 2001년 36%에서 2016년 27.2%로 급감했고, 50% 정도였던 서비스업 비중은 58.8%로 늘었다. 문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요식업 중심의 생계형 서비스업이라는 데 있다. 인천은 부산을 반면교사로 삼아 수도권정비법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정보통신 분야 등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서비스로의 산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산업 간 세대교체와 주력 산업의 진화는 인천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2018-02-01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