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졸음운전 걱정된다는 버스 기사들의 아우성

지난해 7월 경부고속도로 양재역 부근 상행선에서 광역버스가 8중 추돌사고를 냈다. 50대 부부가 목숨을 잃는 등 10명이 사상했다. 오산과 서울 사당을 오가는 광역버스 기사가 졸음운전을 하다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성냥갑처럼 찌그러진 승용차의 참담한 모습이 공개돼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운전기사는 물론 해당 업체대표가 사법처리됐다. 정부는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며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광역버스업체 운전기사들의 근무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사고를 낸 오산의 버스업체는 6개월이 지났으나 안전운전을 위한 업무개선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기사는 103명으로, 지난해 7월의 127명에서 24명 줄었다. 기사 부족현상으로 시내·광역버스 98대의 운행률은 66%에 불과하다. 버스기사가 줄고 유휴버스가 늘면서 근무시간은 늘고 규정된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노조에 따르면 월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7월 310.2시간에서 11월 311.9시간으로 늘어났다.이 회사는 임금·복지수준도 열악한 실정이다. 정규직 기사의 시급은 6천670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230원 많고, 올해 최저임금보다 860원 적다. 수원 소재 버스회사보다 89.2시간이나 일하는 시간은 길었으나 월급은 적게 받는 구조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시급을 7천530~7천830원으로 인상(월 27만 원 가량) 한다고 해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는 '일을 많이 시켜도 임금을 덜 줘도 되기 때문에 회사에선 기사를 새로 뽑으려고 하지도 않고 혹사시킨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1일부터 한 달 동안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정부는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수도권 모든 광역버스에 안전장치를 장착하도록 하는 등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버스 기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졸음운전에 의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사고를 낸 업체마저 기사들의 근무환경이 달라진 게 없다면 다른 업체들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정부는 아직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린다는 버스 기사들의 아우성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 대처하기 바란다.

2018-01-31 경인일보

[사설]명분없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요구가 재점화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절반 구간이 일반화되고 울산 시민단체의 울산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시민 서명운동이 1만여 명을 돌파하자 인천 시민단체들도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시민운동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오랫동안 상시적 교통체증으로 고속도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통행료 폐지를 요구해왔다. 인천 시민단체는 지난 1999년 11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납부 거부 시민대책위를 구성한 이래 통행료 반대운동을 벌이는 한편 경인고속도로의 위헌적 통행료 부과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제18조 '통합채산제'를 들어 "도로관리청이 관리하는 유료도로를 하나로 보고 수익·손실을 따져야 한다"는 이유로 경인고속도로의 통행료 부과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 시민운동은 한동안 동력을 잃었다.헌법재판소가 결정 과정에서 '유료도로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렸는지는 의문이다. 유료도로법에서는 "통행료 총액은 유료도로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제16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2016년을 기준으로 삼아도 건설 투자비(2천721억원) 대비 회수액(6천583억원)이 2.4배가 넘는다. 유료도로법의 통행료 징수기간은 최대 30년이다. 1968년 개통해 50년이 넘어 통행료를 수납할 수 있는 기간을 20년이나 초과했다. 그러나 도로관리청이 관리하는 유료도로를 하나로 보는 '통합채산제'를 적용한 것은 수익자 부담원칙과 같은 일반적 정의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민자도로의 관리권자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특수한' 기준이다.경인고속도로의 일반화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전체 구간인 22.11㎞ 중 10.45㎞가 인천시로 이관돼 일반도로가 됐기 때문이다. 부평요금소에서 여전히 900원을 징수하고 있다. 구간이 반으로 줄면 요금은 절반으로 인하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상식인데 아무 조처도 예고하지 않고 있으니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경인고속도로 절반이 일반화된 시점에서 국토부가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는 명분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2018-01-31 경인일보

[사설]지방 공공기관 채용비리 이 기회에 근절해야

행정안전부가 2013∼2017년 지방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채용과정을 점검한 결과 489개 기관에서 총 1천488건의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가 발표한 '지방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비리 유형으로 모집공고 위반이 29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면접 시험위원 구성 부적절 266건, 규정 미비 171건, 부당한 평가 기준 143건, 채용요건 미충족 112건, 선발 인원 변경 38건, 기타 501건 순이었다. 행안부는 적발된 1천488건 중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26개 기관 중 23개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를 의뢰했고, 3개 기관도 조만간 조치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도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상당수 발견됐다. 경기도문화의전당에 근무하는 A팀장은 직원 복지카드 포인트 금액과 행사 수익금 일부를 임의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2010년 사직했지만 5년 뒤인 2015년 전당에 다시 채용됐다. 용인문화재단은 채용공고에 명시돼 있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응시자에게도 면접 기회를 제공, 최종 합격시켰으며,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는 채용공고도 내지 않은 채 특정인을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한 후 인사위원회 심의·의결도 거치지 않았다.수사 의뢰 대상인 경기지역 공공기관은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여주도시관리공단, 용인문화재단, 용인시청소년미래재단, 화성도시공사, 화성시문화재단, 화성시여성가족재단, 화성시인재육성재단,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등 9곳이다. 이밖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대진테크노파크, 경기도의료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연구원은 징계 대상 기관에 올랐다.행안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채용 비위자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또 지방 공공기관이 각 지자체와 채용계획을 사전 협의토록 하고 모든 채용정보를 지방공기업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클린아이'에 공개토록 하는 한편, 인사 운영의 적정성 여부를 정기적으로 감사토록 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공정한 룰을 기대했던 젊은 구직자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우리 사회의 합리적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악질적인 구태 중의 하나다. 이번 점검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근절되길 바란다.

2018-01-30 경인일보

[사설]후유증 예상되는 송도국제도시 지구단위계획 변경

인천 송도국제도시 1공구 한가운데에 자리한 어민생활대책용지에 조합아파트가 들어설지 여부가 31일 결정된다.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제청)은 지난해 12월부터 해당 부지인 M2블록 2만900㎡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심을 했는데 그 결과를 오늘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허용해 조합아파트 설립에 길을 터주든, 기존 주민들의 통행권 보장과 과밀 우려 여론을 받아들이든 그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간에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자칫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부지는 지난 2000년 초반 송도신도시 건설을 위한 갯벌 매립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어민들에게 지급된 보상용지다. 어민 1천264명에게 각각 165㎡씩 조성비 7천만원에 공급됐다. 이 과정에서 투기꾼들이 어민들에게 지급된 토지보상증서인 이른바 '조개딱지'를 사고팔기를 반복하면서 소유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의 여파로 현재까지 장기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다. 도로에 의해 4개로 나뉘어져 있는 이 부지를 재작년부터 한 업무대행사가 나서 조합아파트 방식의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행사는 522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라며 조합원을 공개 모집해 조합설립추진위를 구성한 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국면에까지 이르게 됐다.처음부터 지역사회의 우려를 낳으며 시작된 이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걱정스럽다. 대행사가 토지를 확보하기도 전에 이미 조합원을 모집했고, 나눠진 부지와 층수 제한으로 조합아파트 건설 기준인 300세대 이상 아파트를 한 번에 짓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사실상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새로 조성되고 있는 한 도시의 장기적이고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당초의 구상과 설계를 행정기관이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건 어떻게 결론이 나든 익히 예상되는 주민들의 불신과 갈등을 어떤 식으로 해소해 나갈지 경제청으로선 매우 버거운 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市場)의 요구를 행정(行政)이 어떤 식으로 소화해내는지는 규제와 진흥 상관없이 정말 중요한 문제다.

2018-01-30 경인일보

[사설]정규직 미전환도 서러운데 해고될 처지라니

경기도 내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업무를 보조해주는 근로자들이 집단 해고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교육청이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에서 미전환 결정이 난 이들 근로자에 대해 채용을 금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가 된 근로자들은 물론 노동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보조인력이 하던 업무는 누군가 떠안아야 하는데, 이를 두고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도 교육청의 정규직 전환 방침이 이들에게는 재앙이 된 것이다.도 교육청은 최근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4만5천409명 가운데 2만6천484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또 자체판단직종 근로자 6천181명 중 1천813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1만2천744명은 교육부의 미전환 권고직종 분류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하지 못했다. 도 교육청은 비정규직으로 남은 근로자 가운데 방과후업무보조인력(코디네이터)에 대해 신규채용(재계약 포함)을 금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에 전달했다. 도 교육청은 이들은 실업·복지대책에 따른 한시적 일자리로, 2012년 사업이 종료된 뒤 학교에서 자율 채용한 직종이라고 밝혔다.당장 해고 위기에 놓인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은 고사하고 재계약도 못해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집단반발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인 급식배식원들도 재계약이 어려울 것이란 소문에 동요하고 있다. 방과후업무보조원들이 하던 일을 누가 해야 하느냐 하는 것도 논란이다. 이들은 업무담당교사 지원과 강의 및 수강생 관리, 회계관리 지원 등 방과후 학교 운영에 관한 보조업무를 담당해왔다. 교사와 행정실 직원들은 이들이 하던 일을 자신들이 떠맡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노동계도 교육 당국을 비난하면서 시위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해 파문이 번질 조짐이다.정부는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국정의 우선 순위로 추진하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로 가기 위한 당연한 정책이다. 다만 정책 시행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이 안된 것도 모자라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원망만 커질 것이다. 정부는 정책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 이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2018-01-29 경인일보

[사설]美 선수단의 인천 투숙, 특별히 숨길 이유가 있나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선수단이 인천의 한 특급호텔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선수단은 지난 1월 25일부터 오는 3월 10일까지 이 호텔 객실 3분의 1가량인 120실을 예약했으며, 이미 50명 안팎의 선발대를 겸한 지원 인력이 투숙하며 선수단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 오는 2월 9일 개막식에 참석하는 미국의 고위 대표단도 이 호텔에 묵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6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도 이 기간 미국 선수단이 독점해서 사용한다. 연회장에는 선수들을 위한 의료센터가 들어서고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몸을 풀 수 있는 체력단련시설도 마련된다.그런데 평창 올림픽 참가국 중 유일하게 미국선수단만이 인천에서 투숙하는 이유에 대해 평창 미국선수단은 물론, 주한 미국대사관, 올림픽 조직위원회, 해당 호텔 측 모두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 호텔에는 미국 선수들에게 나눠줄 것으로 보이는 옷, 음료, 세제, 운동용품 등이 담긴 상자 수백 개가 곳곳에 쌓여 있고, 연회장 벽면에는 'TEAM USA'(미국선수단)라는 문구와 함께 'UNITED STATES OLYMPIC TEAM'(미국 올림픽팀)이라고 쓰여 있다. 미국선수단은 호텔에 설치할 각종 훈련장비나 보안시설, 경호인력 등을 본국에서 직접 공수해 오겠다고 호텔 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선수단이 먹을 음식도 호텔에 별도로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에 묵는 선수단은 인천국제공항과 강릉을 잇는 KTX를 이용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그런데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선수단 고위급 대표단이 인천에 묵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조직위원회가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미국 선수단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인천에 선수단 숙소를 마련한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경기장과 숙소는 가까이 잡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때문이다. 미국 선수단의 안전과 보안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조직위가 속 시원히 답해야 할 부분이다.

2018-01-29 경인일보

[사설]후진국형 화재 참사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또 다시 대형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의 한 병원에서 38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중 사상자 수에서 최대 규모다.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참사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세종병원은 95병상임에도 건물 내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2010년 경북 포항의 노인요양시설 화재로 10명의 노인들이 사망하자 정부는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24시간 숙식을 제공하는 노인장애인 요양시설 등은 건물 면적에 상관없이 간이스프링클러 등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노인과 장애인이 상주하는 요양병원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2015년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로 노인 21명이 사망하면서 서둘러 시행령을 고쳤지만, 중소병원은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이다. 결국 후진적인 땜질 행정이 되풀이 되면서 화재 참사를 키운 셈이다. 노인이나 어린이 등 재해 약자 수용시설은 용도나 면적을 불문하고 무조건 자체 진화설비를 확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국내 요양병원들의 소방시설 설치율은 6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사전예방과 대비보다 사후 대응과 수습에 초점을 맞춘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재난예산의 75%를 예방활동에 투입하고 나머지 25%만 대응수습에 지출한다. 제천참사는 2015년 의정부 화재참사의 복사판이었음에도 여전히 필로티 및 가연성 외장재 건물들이 방치돼 있다.소방대원들의 미숙한 대응도 주목된다. 소방차가 신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별관동인 요양병원에서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일반병동 진화에 착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상자들은 일반병동에서 발생했다.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은 더 큰 문제다. 지난 20일 투숙객 6명이 숨진 서울 종로의 여관은 숙박업소임에도 화재대비 기본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소방법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았다.지난 2014년 정부는 여야 합의 하에 소방방재청을 폐지하고 그 기능과 조직을 국민안전처로 흡수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더 불안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라는 말이 립서비스가 아니길 기대한다.

2018-01-28 경인일보

[사설]임시국회, 정쟁 대신 민생부터 해결하라

30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공수처 설치, 노동시간 단축 등 주요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와 개헌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일단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현재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방침으로,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경우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 문제에 대해서만이라도 먼저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표면적으로는 개헌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방선거와의 동시 개헌은 불가하며 지방선거 이후 연내에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는 입장이다.사법개혁을 위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공수처는 검찰과 별도로 고위공직자의 비리 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기구로,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1호 공약사항이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신설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한국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설 전망이다.이번 임시국회 기간 여야의 민생정책 대결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 강남 집값 상승, 영어교육과 가상화폐 문제 등 최근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이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한국당은 정부의 정책 혼선을 최대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기간 소상공인을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법,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ICT(정보통신기술)융합특별법, 지역혁신성장특별법 등의 법안 통과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 대신 부디 민생 해결을 위해 최대한 협력해주기 바란다.

2018-01-28 경인일보

[사설]김포시, 왜 문화원 눈치만 보나

김포문화원 이하준 원장과 문화원을 두고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원장은 표절 의혹이 잇따르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다. 그는 전문위원을 사무직으로 전보해 해당 직원이 그만뒀다. 도시공사와 김포시 면접위원을 맡는 등 외부활동에 나서 '문화원장인지 심의위원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화원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명맥만 이어간다는 걱정도 있다. 문화원이 최근 시 소유의 건물을 무상임대받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이 원장에게 제기된 표절 의혹은 지난해 열린 '중봉 학술제' 세미나에서다. 학술제에 맞춰 '김포가 낳은 큰 인물 중봉 조헌'이란 주제로 강의했는데, 내용과 강의책자가 모 유명작가의 블로그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의 책자와 작가의 글은 중봉의 업적과 후대평가 등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이 과거 다른 공동저서에 게재한 글도 표절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016년 발간된 기록지에 이 원장이 기고한 '군하리 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란 글이다. 군하리 봉수대를 설명한 부분은 김포시사 제4권 중 '김포의 봉수들' 내용과 일치하는 등 여러 단락에서 의혹이 제기됐다.문화원은 최근 김포시청 앞 사무실에서 김포한옥마을로 이전했다. LH가 준공한 '김포아트빌리지'의 핵심시설인 한옥마을 내 2개 건물을 문화원사(324㎡)와 교육관(136㎡) 용도로 쓰는 것이다. 시는 운영프로그램조차 확정되지 않은 문화원에 건물을 무상으로 내줬다. 직원은 4명인데 두 청사 넓이가 한옥마을 전체 건물(1천730㎡)의 27%나 된다. 사무실이 주차장·카페·식당에 둘러싸인 한옥마을 핵심 요지를 차지해 '주객이 전도됐다'는 반응이다.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간을 엉뚱한 기관이 차지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이 원장과 문화원을 두고 여론이 들끓는데도 김포시는 조용하다. 이 원장은 지난 2013년 1월 취임했다. 시와 유관기관이 어느덧 지역 선배인 이 원장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문화원에는 시청 간부를 지낸 선배가 버티고 있다. 시는 이 원장과 문화원 감싸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곳곳에서 '왜 모두 눈치만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 원장과 문화원은 평온해 보인다.

2018-01-25 경인일보

[사설]공직사회 부정청탁 과연 하남시만의 일인가

연초부터 공직사회의 채용비리가 터져 나와 적지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하남시청 소속 공무원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최근 하남시 공원녹지과 A주무관은 내부게시판을 통해 "지난 17일 진행된 산불감시원 채용시험이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검정과정에서도 조작이 있었다"며 "상사로부터 합격시켜야 할 사람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받았고 채용인원 30명 중 23명을 합격시켰다"고 폭로했다. 그는 "부정청탁 속에 치러진 이번 시험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 다음 이 자리에 오게 될 공무원이 다시 이런 상황을 겪게 될 것이고 늦었지만 잘못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감사에 착수한 시는 곧바로 부정청탁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기존 합격자 23명에 대해 합격취소를 통보했다. 시는 민간이 포함된 별도의 채용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정상 합격자 8명을 제외한 나머지 지원자(53명)를 대상으로 재선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수봉 하남시장도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정의 책임자로 최근 산불감시원 채용과정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시민과 응모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깊은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고취해나가겠다"고 말했다.문제가 된 산불감시원은 봄철(2.1~5.15)과 가을철(11.1~12.15) 5개월 동안 주 5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6만5천440원의 일당이 지급돼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하면 해당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산불감시원 등은 연줄을 통해야만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고 있으며, 일부 시의원들까지 합세해 부정청탁을 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하남시만의 일일까. 만약 A주무관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부정청탁으로 채용된 이들은 버젓이 근무를 했을 것이다. 공정경쟁이 담보되지 않는 사회는 국민들을 불안과 절망에 빠뜨리며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공직사회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 작은 곳이라도 부정청탁이 발견된다면 환부를 도려내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이다.

2018-01-25 경인일보

[사설]정현의 메이저 4강 신화, 경이롭다

정현 선수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4강에 올랐다. 국내 처음인 메이저대회 8강 진출에 이은 또 하나의 신화다. '수원의 아들' 정현은 아시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남자테니스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게 됐다. 그는 8강전에서 미국의 샌드그렌을 3-0으로 완파한 뒤 인터뷰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요일에 뵙겠다"고 했다. 4강 경기에 대해서는 대등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해 프랑스오픈 3라운드(32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경이로운 사건이다.정현의 출현으로 한국테니스는 국민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됐다. 수영의 박태환, 여자피겨의 여왕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골프의 박세리·박인비가 잇따라 등장했으나 테니스만 유독 스타 기근에 허덕여왔다. 동호인은 많으나 엘리트 선수가 적은 이유도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형택 선수가 2000년대 초반 US 오픈에서 2차례 16강에 진출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그뿐이었다. 만 21세인 정현은 기량이 더 늘고, 10년 이상 활약할 것으로 보여 테니스 활성화와 저변확대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정현은 지독한 연습과 노력으로 4강 신화를 이뤘다. 정현이 대한테니스협회가 지난 2011년 출범시킨 '톱100 선수 육성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다. 외국인 코치를 영입해 국내 유망주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내자는 취지였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현 등 유망주들을 육성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선수 육성책이 없는 국내 스포츠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국내 테니스계는 정현에만 열광할 일이 아니다. 제2, 제3의 정현을 배출할 수 있느냐 여부가 테니스 중흥의 관건이다. 박태환과 김연아 이후 대한민국 수영과 피겨는 다시 변방국가가 됐다. 정현 선수가 최정상에 오르도록 지원하면서 동시에 주니어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 동네에서 테니스장이 사라지고 동호인들의 고령화 위기에 처한 한국 테니스계가 '정현 효과'를 활용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성장하기 바란다.

2018-01-24 경인일보

[사설]사법농단 의혹 규명, 대법원이 나서야

대법원 판사들이 원세훈 재판에서 청와대와의 뒷거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의혹은 확대되는 형국이다. 13명의 대법관들은 원세훈 국정원장 재판은 대법원이 독립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심리한 결과이지 외압이나 외부영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의 입장문은 발표 시점이나 내용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밝힌 자료는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간에 오간 문서에는 '원세훈 국정원장 판결 선고'에서 선고 전에 무죄를 기대했다가 선고 후에는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 상고심 절차를 전원합의체에서 회부해야 한다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요구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원세훈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넘겨졌고, 1심판결은 뒤집어졌다. 대법원 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성향과 사생활을 조사한 자료도 확인되었다. 특정 판사들에 대한 사찰과 탄압의 객관적 정황이며 판사들을 성향별로 분류해놓은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이다.입장문에는 원세훈 사건을 둘러싼 대법원 행정처와 청와대간의 부적절한 교신이나 판사 사찰 사실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성찰도 없다. 원세훈 사건이 전원합의체 회부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반론에 대한 해명도 없다. 이러니 전형적인 조직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당시 판결에 참석한 대법관 중 양승태 대법원장 등 6명은 이미 퇴임했는데 남은 대법관과 신임 대법관들이 당시 판결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이다.대법원은 현재 진실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추가조사위원회의 활동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재판부 동향보고를 주고 받은 사법독립의 정황은 상당부분 드러났지만, 760개 파일은 비밀번호 때문에 핵심 관계자의 PC는 제출 거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훨씬 심각한 내용이 담겨 있을 개연성이 큰 자료들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법농단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 그리고 사법부 쇄신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 조치는 대법원 차원에서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면 검찰수사를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2018-01-24 경인일보

[사설]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 이벤트로 그치면 안된다

수원시가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가칭)을 창단하기로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운영하는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실업팀을 창단할 계획인 것이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 단일화에 대한 찬반양론이 불거진 뒤 나온 결정이어서 앞으로 수원시의 행보가 상당히 주목된다.염태영 수원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평창올림픽 평화유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염원을 담아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에 나서고자 한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 오로지 스포츠 정신으로 '빙판의 우생순(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을 이르는 말)'을 꿈꾸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함께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현재 우리나라에는 실업팀은 물론 초·중·고·대학교에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전무한 실정이다. 1998년 창단한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게임 때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팀을 지속할 수 없어 선수들은 평소에는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소집돼 단기간 훈련을 받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평창 올림픽의 경우에도 경기가 끝나면 해당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에 수원시는 대표팀 선수들이 올림픽 후에도 실업팀에서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아이스하키협회도 수원시의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 구상에 대해 공감하고 창단 초기 투자지원, 훈련장 배정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약속했다.수원시의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은 평창 올림픽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창단되면 소속 선수들은 직업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안정된 환경에서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디 시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평창 올림픽으로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관심을 갖게 된 국민들 또한 앞으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할 것이다.

2018-01-23 경인일보

[사설]'부채문제'는 인천시장 선거에서 진부한 소재

시작부터가 '네거티브(negative)'다. 6·13 지방선거에서 인천광역시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자신의 의정보고회에서 "인천시가 지금 3조7천억원의 부채를 갚았다고 홍보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시의 부채 규모는 10조원이 넘는다"면서 "전국 2위 도시라 불리는 부산의 부채 규모 6조원과 비교했을 때 인천의 부채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도의 부채 감축은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할 수 있고, 오히려 더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유정복 시장이 내세우는 '치적'을 깎아내렸다.유 시장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였다.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인천시 공직자와 시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정치적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인천시 모든 공직자와 인천시민의 노력을 폄훼하는 분이 주민의 대표라는 것에 안타까움을 넘어 애처롭다"면서 "민선 5기에 1조8천억원의 알토란같은 시민의 재산을 팔면서도 빚은 거꾸로 3조7천억원 늘려놓은 민주당의 시당위원장으로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꼬집었다. 인천시 부채문제가 지방선거 최대쟁점으로 떠오른 건 8년 전이다. 2010년 인천시장 선거 당시 송영길 민주당 후보는 안상수 시장이 과도한 부동산개발정책으로 시 재정을 파탄냈다고 몰아붙여 승기를 잡았다. 4년 뒤에는 유정복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송영길 시장이 시의 알짜배기 땅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어 전세를 뒤집었다. 최근 두 번의 인천시장선거에서 '부채문제'는 도전자가 초기의 불리한 전세를 뒤집는데 매우 효과적인 전술무기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진부하다. 시의 부채문제는 중요한 사안임에 틀림없지만 유권자인 시민들의 피부에 그렇게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부채감축을 해냈다는 '자랑'이나 별 거 아니라는 '평가절하'나 모두 시시하다. 네거티브 캠페인 소재로서의 효력이나 파괴력이 다한 느낌이다. 그보다는 출산과 육아지원을 위해 어떤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을지가 득표에는 더 도움이 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선거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8-01-23 경인일보

[사설]경기도는 청년 근로자 지원 기준 문턱 낮춰라

경기도가 청년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영세업체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도가 지원대상에서 아예 원천 배제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도의 대표 청년 정책이 왜 이런 졸속으로 시행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수정하겠다는 입장인데, '왜 그럼 진작 바로잡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청년 근로자를 위한 경기도형 복지정책인 '일하는 청년 시리즈' 참가자 모집이 22일 시작된다. '일하는 청년 시리즈'는 '일하는 청년 연금', '일하는 청년 마이스터 통장', '일하는 청년 복지포인트' 등 올해 모두 13만명에게 예산 1천121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이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모집 자격에서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하(제조업, 광업, 건설업, 운송업은 10인 이하)인 영세업체나 소상공인은 지원할 수 없도록 원천배제됐다. 특히 '청년연금'은 퇴직연금에 가입된 회사일 경우에만 신청 가능하고, '청년 복지 포인트'는 직원이 100명 미만인 사업장만 해당되는 등 기준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이 때문에 자격 기준을 대폭 낮추는 등 시행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장들은 '진짜 도움이 필요한데 실망스럽다'며 누구를 도와주려는 제도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도는 영세업체와 소상공인을 배제한 것은 지속 가능한 기업에 합리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의도에서 자격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격을 지나치게 제한한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도의 청년 근로자 지원사업이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좌절하게 해서는 안된다. 도움이 절실한 청년계층이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 일자리재단 관계자가 '5월로 예정된 2차 모집 때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너무 한가한 말이다. 자격을 바로잡아 1차 모집부터 새 기준으로 신청을 받아야 한다.

2018-01-22 경인일보

[사설]이명박 전 대통령, 의혹 규명에 협조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국정원 민간인 댓글 부대 가동, (주)다스 실소유주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다스가 BBK 투자 피해금액 14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정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투자금 반환에 관여했는지와 12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가 다스 의혹의 핵심이다.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는 최근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진술에 의해 실체적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비서관실 주무관은 지난 2012년 민간인 사찰 입막음용으로 5천만원을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류충렬 전 관리관은 21일 검찰 조사에서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며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준 돈"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검찰은 김진모 당시 민정 2비서관이 국정원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정황도 확인했다. 당시 김 전 비서관과 장 전 비서관의 직속상관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전 법무장관이다. 따라서 권 전 장관의 검찰 소환도 불가피하다. 권 전 장관을 조사하면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 확실히 밝혀질 수 있다. 2012년 당시 검찰은 장진수 전 주무관으로부터 류 전 관리관, 장석명 전 비서관으로 이어지는 5천만원 전달 경로를 추적했으나 두 번의 수사를 통해서도 윗선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사건과 이 전 대통령 청와대 특활비 상납 의혹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에게 지시하고, 이를 국정원장에게 요구하면 국정원장이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지시하고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한 구조와 유사한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의혹 규명을 위해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더이상 '정치보복'이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측근들 진술에 대한 구체적 반박을 비롯해 의혹 규명에 앞장서는 것만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길이다.

2018-01-22 경인일보

[사설]남북 단일팀에 보내는 기대와 우려

북한 선수 22명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서울에 와 1박 2일 일정을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환영하면서 평창올림픽이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이 여전히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벌기에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1일 북한선수단 규모를 46명으로 하는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선수단은 선수 22명, 임원(코치 포함) 24명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엔트리는 늘었지만 경기참가 북한 선수는 3명으로 제한했다. 같은 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했다. 이들은 서울역을 출발한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해 1박 2일 일정에 돌입했다. 경의선 육로가 열린 것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처음이며, 문재인 정부 들어 북측 인사가 남측을 방문한 것도 현 단장 일행이 최초다.이날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자진 반납하고 평양올림픽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희망했다. 한 네티즌은 남북단일팀 구성은 평화와 화합, 선의의 경쟁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은 점을 들어 단일팀 구성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도 있었다.우여곡절 끝에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오게 됐다.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뛰는 모습은 한민족에게 벅찬 감격을 선사할 것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화해 분위기가 이어져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로 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다만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이용당하는 우를 범해서는 될 일이다. 국민이 바라는 건 올림픽 이후에도 평화로운 날이 이어지고 남북이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2018-01-21 경인일보

[사설]군복무 단축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사병들의 복무기간이 또다시 단축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국방부가 외교안보 관련 정부 5개 부처 합동회의에서 현재 61만여 명인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보고한 것이다. 군복무 단축이 국방개혁의 핵심으로서 육군사병 기준 현행 21개월을 18개월로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2016년 입대자부터 군복무기간을 점차 축소해서 2020년 입대부터는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 등이다.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인 '군복무 단축' 이행을 위한 국방개혁 과제의 일환이다. 지난해 7월 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확정한 3개월 축소안을 재확인한 것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2.0' 수립일정과 관련해 오는 4월까지 기본계획을 완성하고 12월까지 국방개혁법안 개정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으나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이 승인하면 되기 때문에 변수가 없는 한 시행될 전망이다.한참 사회에서 일해야 할 젊은이들을 군대에 묶어놓지 않겠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저출산 시대의 병역자원 감소 영향도 크다. 선진국형 군대로의 개편은 점입가경이다. 현대전은 첨단무기로 승패가 갈리는데 언제까지 숫자놀음만 할 것인가. 비전투요원을 전투요원으로 전환함은 물론 줄어든 병력의 예산을 장비에 투자해서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국방부의 방침이다. 이 정부의 남북한 간의 긴장완화 희구(希求)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그러나 국민들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이 첨예화한 지경이니 말이다. 북한은 핵무기로 무장한데다 군 병력도 무려 120만 명을 유지하고 있어 전력비대칭 심화는 불문가지이다. 군의 전투력 약화는 설상가상이다. 군 복무 단축이 국내 이공계 대학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는 이공계 대학원생 모집에서 처음 미달사태를 빚었다. 병역특례제도인 전문연구요원제가 효용을 상실해 4차 산업혁명은 누가 이끌 것인가란 우려를 낳고 있다. 다음 대선에서는 또 얼마나 군복무를 단축할지 걱정이다. 오죽했으면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가 군복무 단축금지 법안을 발의했을까.

2018-01-21 경인일보

[사설]범인 못찍는 한심한 '먹통 CCTV'

거리와 건물 등에 공공목적으로 설치된 CCTV는 교통과 방범, 통계 등 여러 분야에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CCTV가 촘촘하게 설치된 지역에서는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화질이 불량하거나 기능 자체가 떨어져 제 역할을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는 야간에 차량번호마저 인식하지 못하는 등 방범기능에 취약성을 드러내는 등 무용지물인 실정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CCTV가 제 역할을 못하는 데도 해당 지자체는 어정쩡한 입장이다.지난 15일 인천 부평구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둔기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 인근에 CCTV를 통해 용의자가 범행을 한 뒤 택시를 타고 달아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 짓지 못하고 있다. CCTV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용의자의 인상착의는 물론 택시의 차량번호마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오가는 차들의 불빛이 번호판에 반사돼 CCTV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방범용 CCTV 가운데 저화질은 야간에 불빛을 이겨내고 목적물을 식별하는 화면을 담는 기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인천 관내에는 6천397대의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다. 이 중 저화질로 분류되는 130만화소 미만의 CCTV는 1천213대나 된다. 5대 중 1대 꼴이다. 고화질 CCTV는 자체적으로 적외선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세기가 약해 야간 식별에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방범용으로 설치된 CCTV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경찰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야간에도 목적물을 확실하게 식별하는 화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CCTV에 추가로 적외선 방출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CCTV의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이 설치한 CCTV는 왜 차량번호조차 제대로 담을 수 없는지 모를 일이다. 각 지자체는 CCTV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 혈세로 설치한 방범용 CCTV 아래서 범죄가 발생했는데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2018-01-18 경인일보

[사설]외과 전공의 미달 사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석해균 선장에 이어 얼마 전 총상 입은 귀순 북한 병사를 무사히 살려내면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지만, 여전히 의사들은 외과 지원을 극도로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전국 대학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 추가 모집 결과, 전국 외과 전공의 모집 정원 총 207명 가운데 150명(72.5%) 지원에 그쳤다. 피부과(161.4%), 이비인후과(142.1%), 성형외과(137.5%), 영상의학과(115.8%) 등과 확연히 비교됐다.특히 이국종 교수의 활약으로 국내 대표 중증외상센터로 떠오른 아주대학교 병원도 추가모집에서까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이 대학 외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년 차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면서 3년 차 전공의가 유일한 병원이 됐다. 길병원과 인하대병원도 추가모집에서 지원율 0%를 기록했다. 아주대병원과 함께 중증외상센터로 주목받고 있는 부산대병원의 경우도 정원은 3명이었지만 1명 지원에 그쳤다.그런데 정부는 지난 16일 '중증외상 진료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중증외상센터에 적용되는 의료 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인상하고 중증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인건비 기준액 자체를 높여 경제적 보상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외과 수련의들을 일정 기간 중증외상센터에서 근무하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하지만 정작 의료계는 정부의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이야말로 외과 기피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마당에 외상센터 의무근무를 도입하면 외과 지원율은 더 떨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밥 먹듯이 환자 옆에서 쪽잠을 자고 휴일도 없이 밤샘근무를 하느라 본인 건강은 물론 환자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외과의사들의 근무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외과학회는 몇 년 전부터 외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자는 안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외과 의사들을 충원하기 위한 방안을 꼭 찾아야 할 것이다.

2018-01-18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