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반갑지 않은 26만명 노인 일자리 증가

지난 2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월보다 26만3천명이 증가했다. 일자리 감소 때문에 모두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들려 온 소식이라 반길 만도 한데 표정들이 영 아니다. 이유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5만명 후반대 규모로 시행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한 60대 취업자가 대부분이어서다. 덕분에 60대 이상의 취업자는 1982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내용을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가 23만7천명(12.9%), 농림어업 취업자가 11만7천명(11.8%) 늘었다. 반면 민간기업이 만들어낸 안정적이며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와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15만1천명, 3만8천명씩 감소했다. 경기상황과 최저임금 등에 영향을 받는 도·소매업 취업자도 6만 명이 줄었다. 내용적으로 고용의 질은 크게 악화됐다. 그 증거로는 고용시장의 주력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가 10만명 이상씩 줄어든 데서 찾아볼 수 있다. 30~40대 종사자들의 비중이 높은 제조업(-15만1천명), 도·소매업(-6만명), 건설업(-3천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2만9천명) 등에선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4월 6만8천명 줄어든 후 감소세가 10개월째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고용전망이 좋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재차 강조하지만,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이 만든다. 물론 지금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나 그건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이렇게 정부의 주도로 비경제활동인구였던 노인들의 구직 활동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실업자는 130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천명이 늘었다. 국내 경기 둔화로 어쩔 수 없다 하나 실업자 증가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우리 목표 성장률 2.6%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도 꺾였다. 문제는 투자 위축과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장기 침체 가능성이다. 지금은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IMF도 이를 주문했다. 정부는 고용 개선의 근본 처방은 재정 투입이 아니라 중단없는 구조개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03-13 경인일보

[사설]친일파의 공덕비 신중하게 처리하라

인천시가 '을사오적' 박제순의 공덕비를 다시 세우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관교동 인천향교 앞에 세워진 역대 인천부사 18명의 선정을 기념하는 비석 중의 하나로 2005년 친일파 공덕비 논란으로 전격 철거된 채 14년간 방치해 왔다. 을사오적의 공덕비를 그냥 세워둘 수 없다는 것이 철거 당시의 논리였다. 박제순(1858~1916)은 1905년 당시 외부대신으로 외교권을 일본에 박탈당한 을사늑약 문서에 서명한 5명의 대신 중 한 명이다. 훗날 그 공로로 일제로부터 자작(子爵) 작위를 받고 조선총독부 고문으로 활동한 대표적 친일파이기 때문이다.인천시가 철거했던 박제순 공덕비를 다시 세우기로 결정한 것은 지역 연구자들 간에 '활용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박제순이 인천부사였던 사실은 인정하되 훗날 친일행위로 훼절한 사실도 시민들에게 알림으로써 반면교사로, 역사교육자료로 삼자는 주장이다. 일제 잔재나 친일파 관련 자료들이라고 해서 없애버리는 태도는 또 다른 기록의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개운하지는 않다. 박제순의 공덕비는 그가 인천부사 임기를 마친 이듬해인 1891년에 세워졌다. 비록 박제순의 노골적인 친일행위는 인천부사의 임기를 마친 뒤의 일이라고는 하나 인천부사시절의 행정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를 다시 세워놓고, 친일행위를 알리는 안내판을 함께 세운다는 것도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제순의 공덕비를 다른 공덕비와 구별하여 보관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중한다면 박제순의 비는 눕혀서 보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인천은 러일전쟁을 분기점으로 일제의 식민도시로 변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인천의 문화유산 가운데 상당수는 직간접적으로 일제의 지배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가 2017년 역대 인천부사의 공덕을 기리는 의미로 추진한 '인천도호부대제' 행사에 친일행적을 한 인천부사가 포함되어 있어 친일파 숭배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여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자는 논리와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을 조정하거나 통합 과정에서 박제순의 공덕비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2019-03-13 경인일보

[사설]국회 내팽개치는 여야 정쟁, 국민은 신물난다

3월 임시국회도 어김없이 정쟁으로 표류할 모양이다.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정쟁의 불씨가 됐다. 나 대표는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장 항의에 그치지 않고 나 대표를 국회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당은 민주당의 본회의장 대표연설 방해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맞섰다.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다룰 본질적인 쟁점은 선거제 개혁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이 의견을 모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과, 한국당이 뒤늦게 제안한 의원정족수 축소 및 비례대표제 폐지안을 놓고 치열한 정치협상을 전개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여당과 야당이 제안한 개혁·민생입법에 대한 논의도 진전시켜야 한다. 지난번 단행된 개각에 따른 장관 인사청문회도 진행해야 한다. 정치개혁, 민생안정, 행정부견제 등 하나 같이 국회가 수행해야 할 중대한 소임들이다.그런데 이 모든 소임들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둘러싼 정쟁으로 함몰될 위기에 처했다. 곁가지 정쟁을 촉발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고질적인 정당적폐이다. 이번엔 여당이 먼저 정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사실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9월 미국의 한 유력매체가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보수진영에서 현 정부의 대북협상 태도의 전환을 요구하며 비판적으로 인용해왔다. 그런데 민주당과 청와대가 일제히 '인용'을 나 대표의 '발언'으로 규정해 국가원수 모독으로 단정짓는 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한국당은 여당과 청와대의 반응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전면전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윤리위에 회부될 경우 정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야3당의 선거제 개혁안 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대해서는 의원총사퇴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동안 선거제 개혁논의를 지연시킨 책임은 슬그머니 내려 놓을 모양이다.여야가 국회의 본질적인 소임은 내팽개치고 지엽적인 정쟁 발굴에 몰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지세력 결집을 통해 정국주도권을 쥐고 정권창출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서다. 여야의 정쟁 놀음에 중요한 입법현안은 논의가 생략된 채 졸속으로 처리돼 치유하기 힘든 후유증을 남긴다. 상습적인 정쟁으로 권력놀음에 몰두하는 정당적폐가 인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2019-03-12 경인일보

[사설]'인천습지' 세계에 알리고 떠난 루 영 사무국장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은 인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대표적 국제기구 중의 하나다. 동아시아에서 대양주를 오가는 이동성 물새류 보전과 습지 등의 자연을 보호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2002년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의 발의로 구성됐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국 정부와 11개 국제NGO 등 모두 3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도 지난해 4월 이 국제기구에 정식 가입했다. EAAFP가 2009년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인천시와 환경부의 공동 유치노력 덕분이었다. 현재 녹색기후기금(GCF)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입주해 있는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 사무국이 있다.인천과 EAAFP는 지난해 3월 홍콩 출신의 루 영(Lew Young) 새 사무국장이 부임하면서 더욱 각별하고 돈독한 관계가 됐다. 생태학 박사이자 환경 전문가인 루 영 사무국장은 재임기간 동안 인천 습지 환경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람사르협약 사무국 본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세계적 습지로 이름난 홍콩의 마이포 습지 보호에도 힘을 쏟았던 그는 인천이 철새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늘 강조해왔다. 지난해 이동성 물새 연구를 위해 북한에 다녀왔던 그는 인천이 서해안 습지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향후 북한 및 중국과의 교류 중심이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 만큼 도시개발 계획에도 철새 및 서식지 보호를 위한 방안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그런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주관 행사에 참석하던 중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향년 60세. 아까운 나이다. 동아시아 철새와 인천의 습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천 자연환경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지대한 기여를 해온 인물인 만큼 그를 떠나보내는 지역사회의 아쉬움이 크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도식이 엊그제 베이징에서, 어제는 홍콩에서 잇따라 치러졌다. 인천시와 EAAFP도 오는 19일 송도국제도시 EAAFP 사무국에서 추도식을 거행한다. 또한 추도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그를 애도할 수 있도록 20일부터 사흘간 G타워에 있는 EAAFP 사무국장실을 개방하기로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9-03-12 경인일보

[사설]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과 5·18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제 법정에 섰다. 전씨가 법정에 선 것은 1996년 내란 수괴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선 지 23년만이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라고 기술했다.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해 2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헬기 사격이 존재했다고 결론냈으며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옛 전남도청 근처 전일빌딩 건물 내부에 있는 탄흔을 분석한 결과, 헬기에서 발사한 것으로 감정했다.그러나 전씨 측은 법정에서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재판 결과는 실정법 체계와 증거주의 등에 입각하여 법원이 결론을 낼 사법적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하여 '태극기 부대' 등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전씨 측의 공소사실 부인과 탄핵 부정 및 사면 요구는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사안일지 모르나, 탄핵 2년이 지난 시점에 탄핵을 부정하고 탄핵의 핵심 사유인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사면'을 거론하는 행태는 전 씨측의 반성없는 태도와 동전의 양면이며, 동일한 인식의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5·18 민주화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인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씨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내려지겠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과 인물에 대한 법의 공정하고 서릿발 같은 판결을 기대한다. 국민은 이번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

2019-03-11 경인일보

[사설]'오래된 것들의 귀환', 인천 건축유산의 재탄생

인천의 '옛 건물'들이 사람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옛 공장과 창고, 병원 등이 카페를 비롯해 갤러리 등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이를 통해 인천의 근대산업 유산과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조양방직'은 일제 강점기였던 1933년에 세워진 최초의 민족자본 공장이다. 서울의 경성방직보다도 3년이 빠르다. 조양방직은 해방 이후까지 강화읍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지만, 직물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며 1958년 폐업한 뒤로 방치돼 있다가 2017년 카페로 되살아났다. 개항기 경인철도 개통 이전, 배를 타고 제물포항에 내린 사람들은 서울로 가기 위해 싸리재(인천 중구 경동)와 배다리를 거쳤다. 싸리재 인근의 옛 창고와 상점, 폐원한 병원 등 옛 건물들도 카페와 갤러리 등으로 재탄생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인천 중구청 인근의 개항장 거리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사진에 담았을 법한 '카페 팟알'은 일제 적산 가옥에 자리 잡은 카페로,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에게 옛 건물의 멋과 맛을 선사했다. 현재 카페 팟알은 인천의 옛 이야기와 모습이 담긴 기념품을 파는 매장 역할을 하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한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인천아트플랫폼 한 켠에는 음료를 파는 카페와 함께 인천과 관련한 모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인 '인천서점'이 자리 잡았다. 1935년 건축된 이래 조선전업주식회사, 한국전력 사옥으로 활용되다가 1960년대부터 개인 주택으로 사용됐으며, 2015년 갤러리로 탄생한 '서담재'는 시 낭송회, 공방,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며 시민들 곁에 자리매김했다.이처럼 건물을 지을 때 생각했던 건물의 용도가 다했다고 해서 부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쓰임을 덧붙여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의 다양한 옛 건축 자산은 '뉴트로(New+Retro·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것)' 열풍과 맞물려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건축은 곧 인간의 역사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100년 전 건축물은 몇 채 남아있지 않다. 개발 논리 혹은 일제 강점기의 쓰라린 역사가 배어 있다는 이유로 근현대사의 흔적들은 사라져 갔다. 몇 채 남지 않은 건축물들이 새롭게 생명을 부여받고 우리 주변에서 온몸으로 역사를 말하고 있는 '오래된 것들의 귀환'을 반겨야 할 때이다.

2019-03-11 경인일보

[사설]사립유치원 비리 키운 속수무책 교육부

감사원이 사립유치원의 또 다른 비리 유형을 발굴했다. 더불어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방관하고 방조한 속수무책 기관이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경기도교육청 기관운영감사' 전문을 공개했다. 경기, 인천 사립유치원들이 교육경비로 설립자나 원장 명의로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을 적시했다.감사결과 2013년 9월 이전에 경기도 224개 유치원이 224억6천200만원, 인천 48개 유치원이 27억5천800만원을 만기환급형 보험료로 적립했다. 원생들에게 쓰여야 할 교육경비를 목적외 용도로 전환했다. 전환 목적은 명료했다. 보험수익자들이 설립자와 원장 등 개인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폐원한 3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1억4천300만원의 보험적립금을 환급받았다.교육부의 대처가 가관이다. 2013년 9월 사립유치원의 만기환급형 보험가입을 목적외 지출로 판단하고서도 이미 계약된 보험을 만기 시까지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또 2017년 4월 '사립유치원 보험관리 기준'을 마련할 때도 2013년 9월 이전 가입분에 대해서는 적립을 허용하도록 내용을 포함시켜 시·도교육청에 시달하고 관리를 위임했다.그 결과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보험료 편취 비리현상은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6년 관내 사립유치원을 전수조사한 후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사립유치원이 적립중인 만기환급형 보험을 가입시기에 관계없이 모두 해지하고 환급금은 유치원 회계에 전입토록 조치했다. 반면 경기·인천교육청 관내 유치원들은 애매한 규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틈을 노렸다. 2013년 9월 이전 보험가입 유치원 중 14곳은 개인명의로 14억8천200만원의 적립금을 쌓고 있었다. 2013년 9월 이후 보험가입 유치원 14곳은 보험환급금을 유치원회계에 전입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감사원의 지적대로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만기환급형 보험에 대한 통일적인 회계기준을 세워 관리해야 할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현장 관리에 혼선을 야기했다. 교육부의 관리업무 부재가 사립유치원 비리의 온상이었음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립유치원 비리의 제도적 척결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유아교육현장을 방치하다시피 한 무능한 교육부의 쇄신도 절실하다.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여론에 교육부의 무능이 가려지면 유치원 교육 정상화는 반쪽에 머물수 있다.

2019-03-10 경인일보

[사설]대우조선 민영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국내 조선업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지난 8일 산업은행이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에 넘기는 내용의 본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조선산업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3강 구도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양강(兩强)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해서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해 1대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 전부를 현물로 출자하는 대신 1조2천500억원의 우선주와 8천억원의 보통주를 받아 2대 주주가 된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등 현대중공업은 세계최대의 조선 전문 기업집단으로 거듭난다.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인수합병이 실기(失期) 하면 일본 조선업처럼 쇠락한다"며 절박성을 강조했지만 편치 못하다.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는 언감생심이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해외 매출이 발생한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의 승인여부가 관건이다. 금년 1월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계 시장점유율은 21%로 해외 경쟁업체 대비 3배 이상인데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운반선 점유율은 무려 57%이다. 일본은 한국정부가 국내 조선업체 지원으로 보조금협정을 위반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인데 초대형의 글로벌 조선기업 탄생을 꺼리는 경쟁국들 중 한 국가만 반대해도 합병은 불투명해진다. 선박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선주들 설득도 간단치 않다.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대는 발등의 불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임직원 고용승계와 자율경영을 발표했지만 근로자들은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 경남의 600여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의 고민도 신경 쓰인다. 대우 협력업체의 4분의 3 이상이 현대중공업과 중복거래 중인 터에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 초대형 원유운반선, LNG운반선 및 군함, 해양플랜트 등 사업 분야도 겹친다.헐값매각, 재벌특혜 시비 등 넘어야할 산들이 많으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우조선은 지난 20년 동안 공적자금 13조7천억원이 투입됐음에도 회생은커녕 분식과 방만경영으로 국민 불신만 키웠다. 조선업 경쟁력 제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무늬만 민영화'를 경계해야할 것이다.

2019-03-10 경인일보

[사설]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 토지거래 제한해야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사실상 확정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가 거대한 투기광풍에 휩싸였다. 현찰을 싸들고 땅을 사겠다는 수요가 넘쳐나면서 매물은 사라지고 땅값은 급등했다. 경인일보의 최근 연속 보도에 따르면 이 일대를 겨냥한 투기는 2년 전 부터 원삼면 일대 토지이용계획이 포함된 '개발 도면'이 유포되면서 투기세력의 조직적인 부동산시장 개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원삼면 고당리 일대 토지 매매 건수는 2017년 55건에서 2018년 122건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고당리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자리다. 농지거래도 2017년 18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급등했다. 농지거래에 필요한 농지취득자격증 발급 건수는 지난해 548건인데 비해 올해 들어선 두달 만에 189건에 달했다. 외부 투기세력의 위장 농지 취득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삼면 일대 3.3㎡당 40만∼50만원 호가하던 농지가 지금은 100만원이 넘었고, 도로변 땅은 6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21일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원삼면 448만㎡를 선정해 발표했다. 발표 전에 개발 도면이 돌아다니고 한차례 투기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 값 또한 큰 문제다. 투기꾼의 이익이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비용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가 7일 원삼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지도·단속을 통해 투기세력의 개입을 막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불붙은 투기열풍을 잡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합법을 가장한 투기형 토지거래를 제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결국 정부가 신속한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세력의 토지시장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 현재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는 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 국토부가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열어 예정부지를 산업단지 물량으로 추가 배정하면, 산업자원부가 산업단지 지정계획을 고시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가능하다. 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아니면 국토부가 직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3기신도시 예정지 정보가 누출된 이후 신속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투기수요를 억제한 바 있다.

2019-03-07 경인일보

[사설]판교TV 지역상생 거버넌스 구축 절실하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초고속 성장하고 있는 성남 판교테크노밸리(판교TV)가 지역을 외면하는 나홀로 성장으로 뭇매를 맞고있다. 경기도는 제2·제3의 판교테크노밸리 확장계획을 확정짓고 대규모 지원을 계속하고 있으나 지역고용이나 지역경제 성장없는 그들만의 성장을 지켜보는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판교TV가 삼한시대 '소도'를 연상케하는 이유다. 소도는 북과 방울을 매단 장대를 세워놓고 귀신에게 제사하는 곳인 신성불가침의 구역이었다. 성남시 입장에서는 판교TV가 상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아무 이득 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주어야 할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판교TV는 주말이면 인적이 비어 을씨년스러운 유령도시로 전락한다. 입주기업 1천270곳에 종사하는 6만2천여명의 72%는 성남이 아닌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조사한 판교TV 유동인구수는 주중 낮 시간대 8만명 정도 규모이지만 직장인들이 퇴근한 이후인 평일이나 휴일의 활동인구는 4분의 1인 2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토·일 휴무'를 써붙인 상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반면 판교TV의 평일 모습은 확연히 달라진다. 만원상태인 신분당선 지하철 판교역에서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는 직장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온다. 1㎞ 남짓 떨어진 판교TV로 향하는 발걸음들이다. 역앞에 대기중인 마을버스들은 금세 승객들로 가득차고 입주기업이 배차하는 셔틀버스들도 이들을 실어나르는데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고 한다. 텅빈 주말과 너무나 대조적인 평일 출근 풍경은 판교TV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두 얼굴의 모습이다. 다른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원만 4만5천여명이다 보니 자연히 출·퇴근시간대 교통전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여기에 경기도와 LH 등은 제2판교TV를 올해말 조성을 완료하고, 제3의 판교TV도 오는 2023년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교통 상황이라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교통대란이 불보듯 뻔하다. 애꿎은 성남시민들은 고용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혜택없이 이런 불편함을 떠안고 살아야만 한다. 판교TV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도 불만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집값이 너무 비싸 판교TV주변은 전·월세도 얻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판교TV 조성당시 종사자들을 위한 임대형 주택이나 전용 기숙사 등의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지역과 판교TV가 상생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빨리 이뤄져야한다.

2019-03-07 경인일보

[사설]근본적 해결책 없는 미세먼지 조치, 국민이 뿔났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초미세먼지가 연일 수도권을 강타하고 있다. 뿌연 스모그는 암울한 미래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 '죽음의 먼지'는 코와 입을 통해 폐 속으로 침투해 호흡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마침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미세 먼지로 7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이제 암보다 더 무서운 게 초미세먼지가 될지도 모른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해도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전국 대도시에 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은 6일 연속이다. 2017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지금 국민 70%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이제 정부의 미진한 정책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내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라"는 문자메시지 외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보는 국민은 이제 지쳤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스스로 살길을 찾자"는 자조 섞인 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키자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사비로 유치원에 공기청정기를 놔주고 개인 측정기로 공기 질을 파악하는 게 일상이 됐다.그런데도 정부는 초미세먼지를 잡을 뾰족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일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하며 공공기관 차량 2부제, 2.5t 이상 5등급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화력발전 출력 감축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선되기는커녕 되레 악화하고 있다. 마침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근절할 구체적인 한중 공조방안을 직접 지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정부는 우선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어디서부터이고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중국에 항의하거나 협조를 구하더라도 정확한 데이터가 필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후화된 경유차가 원인이면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화력 발전 때문이라면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줄일 수만 있다면 탈원전 정책도 재고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운행을 중지시키는 등 초강력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바람 불기만을 기다리는 것으론 지친 국민을 달랠 수 없다. 지금은 극단적 조치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

2019-03-06 경인일보

[사설]인천문화재단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인천문화재단의 새 대표가 임명되었으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 대표이사가 단행한 인사명령을 해명도 없이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갈등을 빚었던 최진용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전격 사퇴한 이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연장해 가며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시장이 대표이사 선임을 보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류 한달 만에 선임된 최병국 신임 대표이사가 단행한 본부장 인사가 하루 만에 번복되는 '비정상'이 또 발생한 것이다.이같은 파행의 연속은 대표이사 선임절차도 문제 있지만 선임된 대표이사에 대한 입장 차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공개 모집으로 진행되며 인천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2~3인을 이사장인 시장에게 추천하여 시장이 임명한다.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는 인천시장 추천 2명과 인천시의회 추천 2명, 재단 이사회 추천 3명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구성과 절차의 문제는 적어 보인다. 인물에 대한 호오(好惡)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규정과 절차에 따른 후보자 추천에 대해 반대를 계속한다면 불복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과 운영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이제 봉합하고 수습되어야 한다. 인천시를 비롯한 외부가 재단을 좌우하고 있으니 문화재단 내부와 문화계의 반목으로 확산될 조짐도 있다. 인천시장의 직속기구이자 문화체육관광국장이 주도하는 혁신위원회가 인천문화재단의 조직운영과 인사권까지 관여하게 되면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역할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되며, 향후 조직운영과 사업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이제부터라도 인천시와 문화예술계는 재단혁신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분명히 하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새 대표가 재단 이사회를 중심으로 문화재단 내부의 구태를 일신하고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은 문화정책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문화재단을 설립했던 애초의 목적도 존립 근거도 사라진다. 한번 무너진 원칙은 다시 세우기 어려운 법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인천문화재단의 정상적 운영이 쉽지 않으며 파행의 악순환을 낳을 우려도 있다.

2019-03-06 경인일보

[사설]수원고법·고검시대 개막에 거는 기대

수원고등법원이 4일 개원했다. 수원고등검찰청도 이날 이금로 초대 고검장의 취임식을 가졌다. 경기남부 국민들의 염원이었던 수원고법·고검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수원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고법·고검소재지의 위상을 세운 것은 물론 법원청사(고법·지법)와 검찰청사(고검·지검)가 집적된 광교법조타운을 법조산업의 기반으로 활용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나 수원고법·고검 개청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경기남부 19개 시·군의 도민 842만명이다.특히 수원고법은 경기남부 도민들의 숙원이었다. 항소심을 위해 서초동 서울고법으로 원정재판을 받아야 하는 고통은 실현해야 할 법익에 비해 가혹했다. 항소심에 매달리는 동안 생업이 피폐해지고 감당해야 할 비용은 막대했다. 18대 국회 들어 지역의원들이 여야 없이 경기남부를 전담할 고법신설에 한 목소리를 낸 배경이다.수원고법은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경기남부 도민들의 법익 실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실현해야 할 법익이 단순히 재판 편의의 개선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법원은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초유의 사법불신 사태에 직면해 있다. 여당이 법관의 판결을 비난하고 국민들이 법원을 조롱하는 지경이다. 수원고법은 신설 개원한 사법 조직으로서 국민적 사법불신을 불식시키는 사법기강 쇄신의 중심이 돼야 한다.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해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법원이 되겠다"는 김주현 초대 수원고법원장의 각오가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수원고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수원고검의 역할도 중차대하다. 검찰은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위협하는 불법을 감시하고 적발해 처벌하는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러나 검찰이 독점적 공권력을 국민편에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발휘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현 정부가 검찰권력의 분산을 공개적으로 추진할 정도다. 이 고검장이 취임사에서 밝힌대로 수원고검이 마부위침(摩斧爲針)의 자세로 오직 국민을 위해 헌신과 열정을 다하는 새로운 검찰상을 세워나가기 바란다.수원시의 지원도 중요하다. 수원고법·고검 개청과 광교법조타운 출범에 따른 유무형의 이익만 향유해선 안된다. 광교법조타운은 경기남부 도민 842만명의 법익을 실현하기 위한 시설이다. 입지의 이익을 봤으면 이용의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곧 수원컨벤션센터 까지 개장하면 광교일대는 주차대란이 예상된다.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2019-03-05 경인일보

[사설]'미쓰비시 줄사택' 부평구만의 현안 아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인천시 부평구 부영로에 접한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안에 있다. 부평역사박물관과 관련 문헌 등에 따르면 일본제국주의는 대륙침략을 본격화하던 1940년 초반, 전쟁 수행을 위한 무기제조를 목적으로 지금의 부평동 일대에 일본육군조병창 확장공사를 시작한다. 일대의 민가들을 강제로 부수고 조병창의 하청업체인 히로니카상공과 미쓰비시중공업의 군수공장을 세웠다. 이들 공장의 가동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잠자리가 필요했는데 이때 들어선 공동주택이 바로 미쓰비시 줄사택이다. '줄사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정한 크기의 건물들이 지붕과 처마를 맞대고 줄지어 붙어있기 때문이다. 공장노동자들은 일제가 국민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강제동원된 우리 청년들과 일제의 징병·징용을 피해 군수공장에 노동자로 취업한 사람들이었다.이 미쓰비시 줄사택이 보존이냐 개발이냐 갈림길에 놓여 있다. 보존과 개발을 주장하는 양측의 논리는 저마다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보존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일제의 강제징용 노동현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한반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강제노동자들의 합숙소라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측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미쓰비시가 이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줄사택은 강제 노동의 증거이자 생활 흔적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반면 해당 지역주민들은 살면서 직접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하면서 사실상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낙후된 채 방치된 지역인 만큼 이제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당초 1천여채에 달했던 줄사택은 점차 줄어들어 현재 60여채만 남아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부평구는 지금까지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왔다. 마을박물관 설립은 주민 반발로 무산됐고, 공영주차장 개발은 구의회의 제지로 보류됐다. 뒤늦게 '미쓰비시 사택의 가치와 미래, 그리고 부평'이라는 주제의 학술토론회를 이달 중 개최한다고 밝혔다. 보존과 개발을 주장하는 양측의 얘기가 가감 없이 개진되고 편향됨 없이 논의돼야 한다. 현안을 정리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안 자체가 부평구에만 맡겨둘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보존이든, 개발이든, 절충안이든 그 결과에 대해 부평구와 인천시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2019-03-05 경인일보

[사설]3월 임시국회 민생·개혁입법에 전력 기울여야

여야의 극한 대치로 폐업 상태였던 국회가 정상화의 계기를 찾은 것은 가뭄 끝에 단비를 보듯이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다. 어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회동에서 원내대표간 합의는 불발됐지만 자유한국당이 3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내기로 하면서 파행을 면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손혜원 의원 목포투기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3월 국회 개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결과이기도 하다.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더 이상 여당에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며 임시국회 개최를 결정했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나 원내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3월 국회를 통해 그 동안 미뤄왔던 시급한 민생입법, 개혁입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다시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갈 길은 멀다. 그동안 교착정국에서 핵심 쟁점으로 거론됐던 손혜원 청문회 내지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에 대해서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세부 의사일정이 원활하게 합의될지 예단키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회법상 당연히 열리는 2월 임시국회 일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단 한 차례의 본회의도 열지 못했다는 사실은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를 감안하더라도 여야가 근본적인 대립을 풀지 않고서는 향후에도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음을 짐작케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내기로 한 것은 여야 관계가 타협의 정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대치를 풀고 현안에 대해 숙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당초 한국당은 김태우 전 수사관 비리,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건,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조건 없이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국회는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언제 다시 파행으로 치달을지 알 수 없다.그러나 3월 국회가 또다시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여야가 각자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운다면 국회무용론이 다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올들어 처음 열리는 국회이니 만큼 야야는 정치적 쟁점보다 민생과 개혁입법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여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2019-03-04 경인일보

[사설]인천시건설협회 '셀프 추천' 부끄럽지도 않나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 회장 등 임원이 '셀프 추천'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지역 한 산업단지관리공단이 환경개선공사를 맡을 업체를 추천해 달라고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에 요청했다. 인천시회는 5개 업체를 추천했다. 이 중 3개 업체가 환경개선공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2개사 대표가 인천시회 임원이다. 경인일보 취재 결과, 인천시회 회장과 운영위원 A씨로 드러났다. 이들이 맡은 공사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지붕·벽면·전기시설 등을 정비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95억원이다. 인천시회 회장과 A씨가 이번 공사 물량 중 얼마만큼 수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가장 큰 문제는 협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외부에서 업체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공람 등을 통해 회원사에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참여 신청을 받은 뒤, 계량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그 일에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면 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인천시회는 이런 과정 없이 내부 논의를 통해 추천업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몇몇이 추천업체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그 몇몇이 회장 등 소수 임원이라면, 이는 '직권 남용'이나 다를 바 없다. 일각에서는 "다른 건도 이런 식으로 업체 추천이 이뤄졌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대한건설협회는 회원을 섬기고 회원이 주인이 되는 '열린 협회'를 지향하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 권익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 인천시회가 '열린 협회'와 '회원사 권익보호'를 지향하고 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인천시회에는 230여개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과 계약실적 등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많지 않다. 회원사들은 경쟁력 부족, 과당경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이 있는 회원사만 수주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이 때문에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정책'의 수혜를 일부 회원사만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회원사들이 실적을 쌓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게 인천시회의 역할이다. 임원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자기 잇속만 챙긴다면, 임원들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다면 인천시회는 회원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본회는 이번 '셀프 추천'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2019-03-04 경인일보

[사설]한유총 개학연기 철회하고, 교육부 대화 나서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와 정부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유치원 교육대란이 현실화하면서 학부모와 국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에 동참하는 유치원의 원생들은 오갈 데가 없어진다. 지난 주말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맞벌이 부부들은 황당할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190여곳, 한유총 주장대로라면 1천500곳이 넘는 유치원의 개학연기로 인한 사회적 혼란의 피해는 원생과 학부모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한유총은 즉각 개학연기 투쟁을 철회하고, 교육부는 한유총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은 이유를 막론하고 명분상 철회돼야 마땅하다. 한유총은 스스로 한국 유아교육의 중추임을 강조해왔다. 교육기관이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거부하며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트린다면, 유아교육기관의 사회적 의무를 저버리는 짓이다. 정부와 다툴 일이 있으면 교육현장 밖에서 진행해야 한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교육현장을 볼모로 잡는 순간 그들의 주장은 사회적 지지를 받기 힘들어진다. 교육현장은 천재지변이 아니고서는 전쟁 중에도 유지해야 할 신성한 장소다. 이같은 국민인식과 사회적 합의에 역행하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교육부도 한유총과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한유총이 주장하는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 인정 요구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정부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 이에 답해야 한다. 한유총의 주장은 간단하다. 자신들의 자산으로 설립한 유치원에서 단 한푼의 이익실현도, 자산거래도 가능하지 않으니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훼손당했다는 것이다. 사유재산을 공공의 필요에 의해 제한하려면 정당한 보상을 하라는 요구다. 헌법 23조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유총의 주장이 헌법 왜곡인지 아닌지 기본적인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한유총은 학사일정이 원장의 고유권한이라는 궤변으로 명분 없는 투쟁을 강행하고, 교육부는 한유총의 헌법상 권리요구를 무시한 채 정면 충돌하고 있다. 수도권 교육감들은 5일부터 개학연기 유치원을 고발하겠다고 을러대고, 한유총은 교육부장관 고발과 폐원 불사를 외치고 있다. 교육기관단체와 정부의 명분없고 원칙없는 충돌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백해무익이다.

2019-03-03 경인일보

[사설]화성 국제테마파크, 글로벌 투자유치가 관건이다

빈사지경의 화성시 국제테마파크 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을 테마파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컨소시엄 주력업체인 (주)신세계프라퍼티는 2016년 경기도 하남시에 새로 문을 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운영사인데 하남점은 개장 1년 만에 누적방문객 2천500만명을 기록한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다.신세계는 화성시 송산면의 세계적 공룡알 화석지 인근의 수변(水邊) 지역 315만㎡에 앞으로 총 4조5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1년에 첫 삽을 떠 2026년에 테마파크 시설과 쇼핑몰, 한류문화 공연장, 도서관, 18홀 규모의 골프장 등 휴양과 레저, 산업시설을 갖춘 복합관광단지를 먼저 개장하고 2031년에 최종 완성할 계획이다. 직접고용 1만5천명 등 11만명의 일자리와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70조원으로 추정되었다. 부지 소유주인 수자원공사는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어 국내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을 공언했다. 용인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이은 낭보여서 반갑다. 더구나 신세계 측이 이행보증금 350억원을 이미 납부하는 등 적극적이어서 기대가 크다.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중하다. 2007년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송산그린시티에 421만㎡의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중국관광객을 끌어들여 직접고용 1만명과 생산유발효과 15조원을 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2012년9월 1차 무산 → 2015년 12월 재추진 → 2017년1월 2차 무산의 과정을 반복했다. 아시아 2번째인 유니버설스튜디오가 화성시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옮긴 것이 결정적이다. 비싼 땅값은 설상가상이었다. 2018년 전체 부지가격은 7천867억원으로 2007년보다 무려 56%나 인상되었다.신세계프라퍼티는 "국내외 고객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 없는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과시하나 글로벌 투자유치가 관건이다. 내년에 베이징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오픈하면 동아시아지역의 시장규모를 고려할 때 집객효과는 더 떨어지게 된다. 조(兆) 단위의 초대형 개발사업은 국내외 정치적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실행가능성을 최우선에 둬야 더 이상의 사업표류가 없을 것"이란 고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2019-03-03 경인일보

[사설]북미정상회담 결렬, 비핵화 협상 변화 주시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28일 양국 정상은 예정됐던 오찬마저 취소하고 일정을 앞당겨 회담을 종료했다. 최소한 북한의 영변핵시설 해체와 미국의 일부 제재완화가 교환될 것이라는 소위 스몰딜마저 무산됐다. 회담전 두 정상의 '하노이 선언'을 기정사실화 했던 한국 정부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다.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회담 결렬의 이유는 분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19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평양선언에 따라 영변핵시설의 영구폐기를 공식 제안하며 미국측에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핵시설 해체만 가지고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미 용도폐기된 영변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오랫동안 싸워온 협상 레버리지를 놓칠 수 없다"고도 했다.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핵시설 외에 미사일 시설, 핵탄두 무기시스템, 핵목록 신고 등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 일정표와 순서를 강조했다.결국 트럼프는 비핵화 성과로서, 별 의미 없는 영변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고집하는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거부한 셈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분명하지 않았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제재완화를 위한 비핵화 조치의 수준을 다시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즉 미국의 제재완화 수준을 보고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를 결정하는 북한 주도형 협상국면이, 북한의 비핵화조치 수준을 보고 미국이 제재완화를 결정하는 미국 주도형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이같은 국면 전환은 하노이 회담의 성공을 확신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당황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습이 더욱 당혹스럽다.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가능성을 1%도 예측하지 못했다면, 우리 운명이 걸린 대북 비핵화 협상의 한미공조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한반도 평화 및 북한 비핵화협상이 매우 복잡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짙어진 점이다. 당장 김 위원장의 귀국후 언행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수 있는 점도 걱정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분노도 클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당·정·청은 냉정한 정세판단으로 변화된 국면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겨놓은 북미대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 공조가 절실하다.

2019-02-28 경인일보

[사설]한민족 하나됐던 3·1 정신으로 사회분열 극복하자

오늘은 한민족이 세계만방에 독립을 선언하고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해 일제히 일어난 3·1운동 100주년이다.100년 전 오늘,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이후 9년 만에 소수의 친일파를 제외한 온 민족이 전국에서 '자주독립'을 외쳤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곳곳에서 날마다 만세운동이 들불처럼 퍼졌고, 학생·청년·노동자·농민·여성 등 계층을 넘어서 당시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왜적의 총칼 앞에 저항했다. 3월과 4월 2개월간 225회의 시위가 전개됐고, 15만명이 함께 했다. 특히 여성이 사상 처음으로 근대역사 현장에 등장했다. 수원에서는 수원예기조합 김향화 주도로 기생 30여명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던 도중 자혜의원(현 화성행궁 봉수당)과 경찰서(현 화성행궁 북군영) 앞에서 만세를 불렀다. 인천 중구 용동에서는 아이들도 만세운동에 동참했다. 우현 고유섭은 열다섯 나이에 동네 꼬마들에게 태극기를 그려주었고, 초가지붕 꼭대기에 태극기를 꽂았다.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스승이자 항일 운동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애쓴 여성 독립운동가 김란사도 빼놓을 수 없다.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이주민들까지 하나가 되었다. 미국 뉴욕에선 한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조선문화회' 등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한 문화독립운동을 펼쳤고 1928년 6월 뉴욕 최초의 한글신문인 '3·1 신보'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독립열기가 모여 국내외에 7개 이상의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1919년 9월 상해 임시정부로 통합되었다. 불굴의 저항정신이 '분노의 용광로'로 폭발했기에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역사가 도도히 흐를 수 있었던 것이다.경기·인천 지역뿐 아니라 전국이 '민주주의, 평화, 비폭력' 3·1절 정신을 기억하는데 여념이 없다. 성대한 '역사적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위대한 선열들의 후손으로서 과연 부끄럽지 않은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념·지역·세대·계층 간 분열 등 극단적 대립에 기생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3·1운동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주범이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선조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워진 터전이다. 이 성스러운 땅에서 대립과 분열을 반복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3·1운동 10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 내부의 분열적 행태를 종식시켜야 한다. 내부 분열을 극복해야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다.

2019-02-28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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