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장이 돼서는 안된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열릴 인사청문회가 정기국회 전체를 관통하는 여야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5명의 장관 후보자와 대법원장 및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등을 포함하면 10여명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당시 한나라당이 의석이 많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 선출 헌법재판소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인이 청문대상이었다. 법 제정 이후 7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청문 대상이 점차 확대되었으나 여야간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등 청문회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특위나 관련 상임위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되거나 임명 부적격으로 판정이 나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의 구속력이 문제가 되곤 했다.미국에서는 사전 검증이 철저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에 따라 이루어진다. 백악관 인사국과 FBI 신원조회,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에서 다방면으로 철저하게 사전검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99%가 인준에 성공한다.이번 청문회는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내각을 구성하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정부 출범 후 부동산 투기와 병역문제 등의 의혹으로 7개월간 인사청문 정국이 지속된 적이 있다.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지적은 전·현직 국회의원의 불패 신화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다. 당장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교육부 장관 내정에 대해 청와대에 지명 철회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기피, 위장 전입 등의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때 또다시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다면 지난 해 청문회 때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문회때 어떠한 의혹들이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지만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 등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관련 업무를 수행할 역량과 자질 및 철학에 대한 검증이다. 이번 청문회가 또다시 후보자들의 비리 의혹으로 점철되고 이에 대한 여야의 옹호와 공격 등 여야의 정쟁의 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정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8-09-03 경인일보

[사설]주민 덮친 악취, 정부와 지자체 대응능력 강화해야

인천시의 악취 민원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민원이다. 수년째 반복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과 출처조차 밝혀지지 않은 곳이 많다. 상황실을 운영하고 무인 포집기 등을 활용해 추적 조사에 나서도 결과는 신통치 않다. 대규모 산업시설과 환경기초시설이 몰려있는 인천은 다른 도시보다 악취 발생 요인이 많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산업시설이나 환경기초시설 주변에 아파트 단지 등 주거밀집지역이 생겨나면서 악취는 민원을 넘어 주요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주민들은 악취로 인해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닫고 지내며, 어린 자녀와 놀이터에서의 유희는 꿈도 못 꾼다. 냄새 종류도 화학물질 냄새, 하수구 냄새, 타는 냄새, 분뇨 냄새 등으로 다양하다. 항시 아이들 몸속에 유해성분(악취)이 들어갈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외출해야 할 땐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집을 나서는 게 일상이 됐다. 이처럼 원인불명의 악취는 주민들의 일상마저 바꿔놓았다.인천지역 악취 민원은 2012년 1천595건에서 2017년 2천687건으로 5년 사이 1천92건이 늘었다. 악취 민원이 접수되는 지역은 남구 도화와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산업단지 주변, 계양구 서부간선수로 등의 인근 아파트단지나 주거밀집지역이다. 그러나 주거밀집지역에 맞춘 법적·제도적 악취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행 '악취방지법'은 산업시설 등 사업장 중심의 규제 법률로, 주거지역 악취를 관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인천시가 지정한 악취 관리지역도 산업단지에 집중되어 있다.시나 구 차원에서 추진 중인 '측정장비 확충'과 '주민 참여 모니터링 강화' 등의 기존 대책으로 악취 민원을 해결할 확률은 높지 않다. '감각 공해'인 악취는 현장에 머물러 있지 않고 떠돌아다닌다. 그로 인해 주민들이 악취를 맡고 신고 후 곧바로 채집해서 측정했다고 해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나올 여지가 크다.정부는 악취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또한 법 테두리 안에 갇혀서 민원 해결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인천시는 민원이 잇따르자 내년에 '악취 실태조사' 계획을 내놨다. 조사 계획과 함께 악취 공해에 대응하는 역량 진단도 필요해 보인다. 만약 자체 역량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라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할 때다.

2018-09-03 경인일보

[사설]협치 실현할 여야 정치역량 절실한 정기국회

문재인 정부 들어 두번째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100일간 회기에 돌입한다. 한해 나라 살림을 총결산하고 새해 국가운영 방향을 세우는 정기국회는 민생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늘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는 국가운영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의식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경제는 고용과 성장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봄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정착 분위기는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예측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가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여야의 정치 격돌로 정국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전환기적 위기와 기회가 위태롭게 공존하는 작금의 상황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양보와 타협의 협치로 국민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정부·여당은 정책의 일방적 추진보다는 검증된 부작용을 전향적으로 수정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야당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의 완전한 폐기 주장보다는 정부·여당이 미온적인 규제혁신에 전력을 기울여 경제의 양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서로 다른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수렴함으로써 시장과 경제 주체들에게 안정감과 확실성을 보여주는 성과를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정부·여당과 야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시장주도성장 정책을 융합해 새해 예산안에 반영하는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정치 쟁점의 상당부분이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 등 각종 규제 완화와 같이 정책지향이 같은 입법은 야당이 정부와 공조해 실현하는 것이 정도이다.물론 국정감사와 같이 여야가 관행적으로 격돌하는 일정과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동의안·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 쟁점들이 즐비한 만큼 생각을 달리하는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입법 과정인 토론을 통해 쟁점을 선명히 드러내 국민의 판단을 돕는 일 또한 국회의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금도를 넘어 상대를 절멸시킬 듯한 태도로 결론 없는 대치 끝에 파국에 이르는 정략정치는 대표적인 적폐로 청산해야 한다. 적폐를 되풀이 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소야대의 정치력을 기대한다.

2018-09-02 경인일보

[사설]주민 만족 우선되는 도시재생사업 돼야

금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가 전국적으로 총 99곳이 새로 선정되었다.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지로 68곳을 선정했지만 올해는 지방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속화 등에 따른 도시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대상지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해당 지역들에서 제시된 총사업비는 국비 9천738억원을 포함 지방비, 민간투자 등 총 7조9천111억원으로 향후 주민공청회와 지방의회 의견 청취, 국토교통부의 타당성 평가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예산규모가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빈사지경의 원도심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다.도시재생 뉴딜사업이란 '도시에 생기를 되살려내는' 것이다. 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활시키는 작업이다. 또한 재개발처럼 전면 철거가 아닌 기존의 도시 틀을 유지하면서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정비사업인 것이다.시도별로는 경기도가 9곳으로 가장 많다. 도는 지난달에 관내 13개 시 19개 지역을 후보지로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바 있다. 안양시 석수2동, 화성시 황계동, 고양시 삼송동 등이 '주거지 지원'형에, 광주시 경안동, 평택시 안정리, 안산시 월피동, 시흥시 신천동, 고양시 일산2동이 '일반근린'형에, 시흥시 대야동은 '우리동네 살리기'형에 각각 선정된 것이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서구 석남동, 중구 공감마을, 계양구 효성마을, 강화군 남산마을, 옹진군 심청이마을 등 5곳 주민들이 기쁨을 누렸다. 서구 석남동484의4 일대 21만3천㎡에는 국비 150억원을 포함, 총 1천733억원을 투입해 '50년을 돌아온 사람의 길' 재생사업을 향후 5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1968년 경인고속도로 개통 후 반세기 동안 도심단절 피해를 겪은 이 지역에는 석남역을 중심으로 혁신일자리클러스터, 행정복합센터 등이 조성된다.일본의 롯폰기힐스나 영국의 밀레니엄빌리지 등에 눈길이 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부동산 과열과 원주민을 쫓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환기시키는 한편 "완공 때까지 5년 이상 소요되는데 주민들로서는 너무 길다"며 해당 부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서두는 밥이 설익는 법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퍼부은 전통시장 현대화가 반면교사다. 도시재생의 기본은 해당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살도록 하는데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2018-09-02 경인일보

[사설]지역언론 홀대하는 네이버 횡포 더는 안된다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다음 첫 화면에는 지역언론 기사가 뜨지 않는다. 포털업체들은 모바일 뉴스에 지역언론을 배제하고 있다. 지역언론사들이 이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경영환경이 열악한 지역 언론사들은 중앙언론에 이어 포털업체에 치이면서 존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진단하고 돌파구를 찾자는 취지로 지난 28일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주최한 '지역신문 발전 세미나'는 시의적절했다. 여·야 정당대표들과 국회의원 50여 명이 참석해 지역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이날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네이버와 다음은 메인화면이 뉴스로 시작하고, 전체 지역 언론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돈을 벌지만, 지역 뉴스에 대해선 1원도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뉴스가 중앙에 집중돼 있는 불균형과 차별이 개선돼야 지역언론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신문발전위 부위원장은 포털 첫 화면에 지역 뉴스를 노출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위치기반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언론사 패널은 3년 전부터 네이버 등에 뉴스 반영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는 등 포털의 지배적 지위가 남용되고 있어 지역신문이 디지털 시대에 생존전략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다행히 정치권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인 출신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포털에 지역 언론 기사 반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했다. 정 대표는 포털사이트에 지역 언론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게재하도록 하는 '네이버-지역 언론 상생법'을 발의했고, 강 의원은 포털 사이트 첫 화면에 지역 언론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노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네이버와 다음이 포털 초기 화면과 모바일 뉴스에서 지역 언론을 배제한 현실은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포털업체와 지역 언론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지역 언론을 노출하는 방안이 의무화돼야 하고 포털 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 언론도 '기사의 질과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일부의 비판을 수용하고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2018-08-30 경인일보

[사설]처리 해석 다른 '무기성 오니' 법규제 정비해야

우리는 그동안 무기성 오니를 비롯한 산업폐기물을 활용한 불법 농지성토를 관리할 법적 제도의 허술함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하지만 효과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무기성 오니(슬러지) 처리를 두고 정부 부처별, 일선 자치단체 부서별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환경부는 폐기물의 재자원화 촉진을 위해 지난 2000년 무기성 오니 재활용을 법규에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무기성 오니는 소각하거나 시멘트·합성고분자화합물을 이용해 고형화 처분해야 한다. 토양에 매립하려면 수분 함량을 85% 이하로 탈수·건조한 뒤 허가받은 장소에 투기해야 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은 다르다. 재활용 처리를 거친 무기성 오니라도 농지에 성토재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 부서별 해석 역시 서로 다르다. 건축 담당부서는 무기성 오니가 성토재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농업부서 관계자는 성토재가 아니어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부처, 일선 자치단체 간 해석이 달라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우리 국토는 피폐해져가고 있다. 이런 빈 틈을 악덕 상술이 놓칠 리 없다. 재활용처리업체들이 환경부의 법령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제대로 된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허가받은 장소도 아닌 농지에 마구잡이로 버리고 있다. 용인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는 무기성 오니 수천t을 상수원보호구역인 여주시 농지에 수년간 불법으로 성토해 오다 적발됐다. 화성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송산면, 서신면, 마도면 등 서부권의 농지는 무기성 오니 불법 성토의 '천국'이라는 말이 업체들 사이에서 나돌 정도다. 그런데도 화성시는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올 상반기 폐기물관리법,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20여건을 적발했지만, 무기성 오니 투기 관련 적발 건수는 0건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선 부처끼리 서로 머리를 맞대고 법령 적용 혼선에 따른 현실적 문제를 직시하고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농지훼손, 지하수 오염 등 환경훼손이 심각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그치질 않는 상황에서 지자체 역시 부서별로 책임 전가만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폐기물처리 종합재활용업체들이 법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한 뒤 허가받은 장소에 처리하는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2018-08-30 경인일보

[사설]문화재단, 전문성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설립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와 이천시가 문화재단 설립 계획을 밝히고 추진중이며, 인천시 연수구를 비롯한 구군이 문화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다. 기초문화재단 설립이 본격화 하게 된 배경에는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그 근거가 명시되어 있고, 사실상 지역문화재단을 지역문화진흥사업의 수행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 추세라 할 수 있다. 문화재단을 설립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지역문화가 환골탈태할 리는 없다. 오히려 여주시의 경우처럼 문화재단 사업이 새로운 갈등과 논란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을 보면 문화예술관련 시설은 일정 수준으로 확충해왔으나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아 내실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반 시설에 비해 서비스는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지체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어 문화 전문기구의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새로 설립된 문화재단의 공통적인 문제는 재단설립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업계획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기본 사업계획이나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고 기초자치단체가 해온 사업을 그대로 이관하여 추진하는 문화재단은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지역문화재단은 설립 전에 정부와 지자체 역점 사업을 고려한 청사진부터 제시해야 한다. 문화재단의 중요한 목적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확대하고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문화재단의 대표이사와 이사진은 철저히 역량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구성해야한다. 재단 사업은 지역특성화를 지향해야 하지만 재단의 임원을 지역인사 일색으로 채용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재단 임원을 지역유지 중심으로 구성한 기초재단의 경우 불협화음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성보다 이해관계에 얽매여 사업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다. 다양성이 중요한 문화사업의 획일화를 초래할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문화재단을 공무원들의 자리 보전용으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 문화단체에서는 퇴직 공무원을 채용하여 지자체의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에 개입하거나 실무자로 일하면서 재단 채용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8-08-29 경인일보

[사설]'있으나마나' 인천의 소방시설과 비상경보시설

스프링클러는 화재발생 시 가장 먼저 작동하는 화재진압 설비다. 현행 소방법은 화재의 초기 진압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했다 하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55건에서 2014년 63건, 2015년 61건, 2016년 86건, 그리고 지난해 99건으로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천지역의 경우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2013년 4건에서 2016년 8건, 지난해 10건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49건 중 10건의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그 비율이 20%선을 넘어섰다. 화재경보기 등 비상경보시설 또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경보시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에 있는 작업자에게 화재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장치다. 연면적 400㎡ 이상, 50명 이상 근로자가 작업하는 시설 등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전국적으로 1천509건 중 25.1%인 380건의 화재에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와 마찬가지로 인천지역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비율 또한 전국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인천지역의 경우 비상경보설비가 설치된 곳에서 81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중 41.9%인 34건이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지난 21일 9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를 빚은 인천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 때도 스크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시작된 4층 천장에 1천18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돼 있었으나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불과 두 달 전에 받은 종합정밀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시설이다. 화재 초기에 비상경보시설이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업체와 직원들 간에 진술이 엇갈리는 등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이들 소방시설이 점검결과대로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인명피해를 막거나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대대적으로 안전점검을 해본들 형식적이고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불행한 참사도 되풀이될 것이다. 사업장의 경각심 제고와 함께 소방안전 점검 주체들의 투철하고 남다른 소명의식이 요구된다.

2018-08-29 경인일보

[사설]혁신성장 가로막는 이상한 규제 모두 걷어내야

맨 땅에 스마트 팜(식물공장) 시설이 설치·운영된다. 농민들은 비만 오면 청개구리처럼 발을 구른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온도와 습도를 원격조정하는 첨단 농업시스템을 농업진흥구역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규제 때문이다. 기업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과 비료를 살포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했지만 공장시설을 만들 수 없는 이상한 법에 막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아직도 군사보호구역 내에서 개발행위를 하려면 수십 일 군부대를 쫓아다녀야 한다.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려면 당국의 허가는 물론 고령의 농민들이 지구과학을 공부해 자격증을 얻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지난 27일 판교에서 중앙부처와 경기도 공무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기지역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례들이 생생하게 증언됐다. 한 업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비료를 주입하는 '자동주입기'를 개발했다. 업체는 이 제품을 개발한 연구시설을 일반공장으로 전환해 대량생산을 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당 제품이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를 기존 제조업에 융복합한 제품도 첨단업종에 포함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관련 업계는 주장한다.현행법은 고정식 온실과 버섯재배시설은 농업진흥구역내 설치를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첨단 작물재배시설인 스마트 팜은 제외하고 있다.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 위에 관련 시설이 설치됐다는 이유다. 성남시 판교 일대는 2017년 자율주행 시범단지로 지정됐지만 자율주행 버스는 운행할 수 없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판교지역만이라도 규제 적용 지역에서 제외시키는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면당하고 있다. 군사보호구역 내 건축물 용도변경 시 관할 군부대와 협의토록 한 규정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는 수십 년째 허공을 맴돌고 있다.과거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아내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빼내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 성장과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속도는 느리고 강도마저 약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할아버지 농민이 지구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상한 규제'와 수십 년 아우성인 '한심한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혁신성장은 공염불일 뿐이다.

2018-08-28 경인일보

[사설]470조 超 슈퍼예산안 국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길

어제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470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 초 슈퍼예산은 증가율이 올해 대비 9.7%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탈출해야 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엔 예산 500조원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정부는 늘어난 예산을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중점 편성했다. 일자리엔 올해 19조2천억원보다 22.0% 늘려 사상 최대인 23조5천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증가율 12.6%의 2배에 가깝다. 이 예산으로 보건복지 분야 등에 올해보다 6만개 늘어난 9만4천개 창출을 지원하고, 관제 일자리라 할 수 있는 경찰, 집배원 등 현장인력을 중심으로 2만1천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세금으로 공무원을 더 많이 뽑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예산은 162조2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2.1%인 17조6천억원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복지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34.5%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초슈퍼예산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금(국세와 지방세)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올해 추경안 기준 19.2%에서 내년 20.3%로 높아져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이 크게 증가한 만큼 국민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나마 지금은 세수가 호조를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갑자기 나빠져 세수여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재정 건전성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지 걱정이다.J노믹스는 이같이 돈을 먼저 뿌려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성장을 견인할 뚜렷한 요인이 없는 지금 돈을 풀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다급함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세금이 잘 걷힌다고 해서 나라 곳간에 기대어 마구 돈을 풀어 대는 게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이미 문 정부가 일자리에 54조원을 투입했으나, 고용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아무리 재정을 풀더라도 효율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이유다. 이번 정부 예산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이제 국회가 할 일이 많아졌다. 따질 건 따지고 뺄 건 빼는 등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2018-08-28 경인일보

[사설]지역공동체 의미 일깨운 송도 '벨기에 문화축제'

'제1회 벨기에 문화축제'가 지난 24~2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외국 명문대학 공동캠퍼스인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개최됐다.벨기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는데,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해 있는 한 대학인 '겐트대 글로벌캠퍼스'가 주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벨기에 문화축제는 크게 음악 공연, 미술 작품 전시, 전문가 강연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먹고 놀고 즐기는 축제와 달리 행사 프로그램 곳곳에는 '벨기에 문화'가 스며 있었다. 비바람 등 궂은 날씨 탓에 첫날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았지만, 둘째 날엔 약 2천석 규모의 인천글로벌캠퍼스 대공연장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고 한다. 좌석이 부족해서 계단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봤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짐작된다.현재 인천글로벌캠퍼스에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비롯해 한국뉴욕주립대, 한국조지메이슨대 등 5개 대학이 입주해 있다. 이들 대학은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연구 프로그램, 산학연 협력사업, 봉사활동 등 일부 분야에 한정돼 있어 충분치 못하다. 송도에 이들 대학이 있는 것을 모르는 인천시민도 적지 않다. 그동안 대학들이 지역사회보다는 입학생 모집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의 벨기에 문화축제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올해 행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간다면, 인천의 좋은 축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송도에는 해외 명문대학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와 외국인투자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관·기업은 중앙정부 또는 인천시 지원을 받거나 조성원가 수준으로 부지를 얻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이다. 별도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물론 대학은 교육과 연구, 국제기구는 국제협력 활동, 외투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주요 역할이지만,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도 있다.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관·기업들이 그들의 재능과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인천시도 기관·기업을 유치하는 데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이들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18-08-27 경인일보

[사설]돌아온 '올드 보이'들과 한국 정치의 미래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 등 정치권에서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이들의 협치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경륜을 바탕으로 정치력을 발휘하여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아집에 빠져 오히려 협치의 걸림돌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는 물론 국회와 당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차기 대선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남용한다면 기득권 정치는 더욱 강고해지고 개혁은 더 멀어지게 된다. 지난 촛불혁명은 국정농단 단죄 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부조리와 부패를 혁파할 수 있는 구조적 변혁을 요구했다. 적폐청산이 국민적 지지를 얻었으나 지방선거 이후 촛불로 상징되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욕구와 시민적 에너지는 점점 소진되는 분위기다. 이는 고용악화와 소득 양극화의 심화가 통계지표로 나타나면서 당면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난 해소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개혁동력의 약화와 연관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사회개혁은 여야와 이념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권이나 개혁을 외쳤지만 지지율은 급전직하하고 개혁은 기득권의 이해 앞에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한 인사들은 화려한 정치적 경력에 걸맞게 누구보다도 개혁을 앞장서서 주장했던 인사들이다. 이들이 여야로 나뉘어서 자신들의 이해와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정치공학에 매몰된다면 주어진 임기조차 채우지 못 할 수 있다. 내년에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정당 대표들이 대선 등 눈 앞의 정치적 이익을 의식한다면 대권은 커녕 불명예 퇴장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치적 입장과 이념적 위상을 넘어서 지난 날의 경륜과 능력을 발휘한다면 상생의 정치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올드 보이'의 귀환이 한국정치에 새로운 기원을 열고 개혁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08-27 경인일보

[사설]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새로 선출된 당 대표는 21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는 물론 문재인 정부 집권 2기를 맞아 집권당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추천하고 당선시킨 집권당이다. 그러나 역대 여당들과 마찬가지로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청와대의 종속변수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최근 경제는 고용난과 함께 소득분배 악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이 청와대와 내각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현 정권이 지향하는 가치와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한 정책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한국 대통령제의 속성상 청와대가 당과 내각을 제치고 만기친람 리더십을 보이면 권력 내 긴장과 견제가 무너지고, 종국에는 실패한 정권으로 남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권으로서 소득의 양극화 해소는 물론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한 구조를 혁파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용지표의 악화와 경기침체로 소득주도성장이 흔들리고, 이는 개혁 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우선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사이에서 여당으로서 분명한 방향을 세워야 한다. 고용과 분배 구조의 악화를 해소하지 못하면 어떠한 개혁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고용 등 경제난으로 지금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지금의 경제악화는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가 당면한 문제 중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정치개혁이다. 지금의 선거제도와 정치제도로는 적대적 공존에 입각한 거대정당들만이 살아남는 구조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표의 발생으로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선거제도의 개혁으로 정치신인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소수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은 표에 비례해서 원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집권당으로서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치를 이끌어 내는 일은 문재인 정부 2기의 개혁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해찬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인식하여 당권경쟁에 패배한 주자들과 함께 계파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2018-08-26 경인일보

[사설]재정건전성 전제한 소득주도성장이어야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현 정부의 '사람중심경제' 공약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이었는데 최근의 참담한 고용성적은 설상가상이었다. 1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천명 늘어나는데 그쳐 8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언론들은 고용참사라며 '일자리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난 것"이란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친문좌장으로 정권 잡은 지 1년3개월이 지났음에도 모든 잘못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데 대해 민초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총 57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금년 2분기 빈부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인데 실정의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야당은 한목소리로 정책실패로 규정하고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 70여 년 동안 한국경제는 불균형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를 통해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달성했지만 대기업 중심기조가 오래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제는 한국형 고도성장이 약발을 다해 경제패러다임을 전환할 때여서 대안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하는 포용적 성장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재벌독식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J노믹스를 좀 더 지켜봐줄 것을 요구했다. 지금은 비록 고용지표가 하락하지만 상용근로자수 점증과 기계지출 및 소비 가증 등 긍정적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향후 일자리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경영안정의 마중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수년째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하게 올린 것이 고용시장을 급격하게 악화시킨 원인이라 입을 모은다. 시행 1년 정도여서 평가 내리기도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전환보다는 보완 필요" 지적에 눈길이 간다. 국민들의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를 유념해야 한다.

2018-08-26 경인일보

[사설]이재명의 공공건설공사비 절감 제안 타당하다

경기도가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의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겠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을 정식 건의했다. 건설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산절감 효과를 확신하는 이 지사의 신념이 행안부를 통해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현행 행안부 예규는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는 '표준품셈'을 적용하고 있다. 표준품셈은 품셈에서 제시한 수량(재료, 노무, 경비)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이다. 반면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을 적용해 완료한 공사에 계약단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직접공사비를 의미한다. 시장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가격이 표준품셈 보다 낮게 산정되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라고 한다.도가 현재 진행중인 100억원 미만의 공공건설공사 중 무작위로 3건을 집어내 두 가지 셈법으로 공사예정가를 계산한 결과는 놀라웠다. 오산소방서 신축공사는 표준품셈으로는 76억412만원, 표준시장단가로는 73억499만원으로 3.9%인 2억9천913만원 차이가 났다. 진위~오산시계 도로확포장공사는 표준품셈 49억1천517만원, 표준시장단가 44억1천617만원으로 무려 10.1%인 4억9천845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경기도청이 발주한 100억원 미만 공사는 1천661건으로, 표준품셈에 따라 지급한 공사비 총액은 2천98억원이었다. 이 지사는 "이를 표준시장단가로 공사예정가를 산출했다면 적어도 81억원(3.9%)에서 많게는 211억원(10.1%)의 공사비를 아낄 수 있었다"며 지방자치단체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이 지사의 주장은 논리가 타당하고 명분이 뚜렷하다. 공공건설공사비의 재원은 세금이다. 최대한 아껴 쓰는게 맞다. 물론 지역 건설업 진흥, 공사품질 보장 등 행안부가 100억원 미만 공사에 표준셈법을 적용한 정책목표는 있을 것이다. 이 지사는 이에대해 성남시장 시절 표준시장단가를 도입한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행안부는 이 지사가 제안한 공공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제 전면실시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경기도의 제안이 실현돼 중앙과 전국에 적용될 경우 예산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겠지만,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아끼자는 명분이 더 커보인다.

2018-08-23 경인일보

[사설]의료폐기물 처리업체의 갑질 바로 잡아야

경기·인천지역 종합병원의 의료폐기물 처리를 독점하는 업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수거된 폐기물 처리를 거부해 논란이다. 운반업체들은 이런 횡포로 병원과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종합병원들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궁금해 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운반업체들이 처리업체의 부당 처사에 맞서 집단으로 수거를 거부할 경우 '의료 폐기물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폐기물 관련법에 따르면 종합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지정폐기물로 분류돼 병원과 수집운반업체, 처리업체 3자가 계약을 맺고 처리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130여 개 종합병원에서 발행하는 폐기물은 연간 8만3천t에 달한다. 13개 수거운반업체에 의해 처리장으로 옮겨진 폐기물은 경기도 내 특정 업체에서 독점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런데 이 처리업체가 일부 운반업체들이 가져온 병원폐기물 처리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운반업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반입이 금지되면서 병원과의 계약이 해지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6개 업체가 종합병원과의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전해졌다.도내에는 폐기물 처리업체 1곳이 더 있었으나 최근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업체들은 해당 업체가 폐기물 처리를 사실상 독점하게 되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린다고 주장한다. 특정 업체들을 밀어주기 위해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업체가 폐기물 처리는 물론 수거운반까지 직접 맡겠다는 구상 아래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회사가 직영으로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을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영업행위다'라는 회사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이 업체가 의료폐기물의 수거운반까지 장악할 경우 비용 인상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의료폐기물 처리업체가 수거운반 업체를 가려 반입을 막는 일은 불공정 행위다.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 수거운반 업체들은 독점업체의 갑질이라며 집단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병원들은 불안한 눈으로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다행히 한강유역환경청이 처리용량 초과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위탁처리를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관련 당국이 위법사실을 인지한 만큼 즉각 실태조사에 나서 비정상을 바로잡기 바란다.

2018-08-23 경인일보

[사설]남동산단 화재 구조적 원인부터 규명해야

안타깝고 어이없는 화재사고가 또 일어났다. 21일 오후 인천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로 노동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 7명은 화재 완전진화 후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2명은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불길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사망했다. 이번 화재사고는 소방당국이 비교적 신속하게 출동해 진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9명의 사망자가 발행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일전자 회사측의 안전불감증이 비극적 화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일전자 공장 내부에는 주요 생산품인 휴대전화 부품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인화 물질과 제품 포장용 박스가 빼곡히 쌓여있던 탓에 불이 급속히 확산됐고, 이로 인해 유독가스도 대거 발생해 인명피해 규모가 컸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선발대가 신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작업장에 갇힌 근로자들을 구출하지 못했다.회사측은 회사 건물 각층에 소화전과 소화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으며 지난달 한국소방안전원으로부터 소화설비 관련 검사를 받았고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장 내 저장소 4곳에 위험 물질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폭발 인화성이 강한 위험 물질 관리 상태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20~40대 근로자들이 계단이나 옥상, 창문등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작업장에서 사망한 것도 의문이다. 비상계단과 화재 탈출구가 확보되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맹독성 가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구조적 요인도 규명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남동산단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큰불이 나 3명이 다치고 5억여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냈으며, 안산시 시화산단의 단열재 제조공장에서도 큰불이 났다. 공장 건물 구조에 대한 진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건물인데 가연성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샌드위치 패널구조 공장은 남동산단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

2018-08-22 경인일보

[사설]수도권 관통 태풍' 솔릭', 대비 만전 기해야

중심기압 950 hpa(헥토파스칼), 순간 최대 풍속 43m의 19호 태풍 '솔릭'의 수도권 통과가 확실시 된다. 괌 부근에서 발생한 '솔릭'은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오늘 밤늦게 충남 해안에 상륙, 북북동진해 수도권을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전체가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 경로와 가까운 해안과 산지에서는 초속 40m(시속 144㎞), 그 밖의 지역에서는 초속 20∼30m(시속 72∼108㎞)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만반의 준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현재까지 '솔릭'은 중급 태풍의 위력을 보였다. 하지만 여러모로 2010년 수도권에 큰 피해를 준 태풍 '곤파스'와 경로와 성격이 매우 흡사하다. 2010년 9월 강화도에 상륙한 곤파스는 최대 풍속이 초당 24m, 강풍 반경은 180㎞의 '소형 태풍'이었다. 하지만 수도권을 지나면서 사망·실종자 18명, 이재민 1천300여 명, 재산 피해 1천670여 억원을 냈다. 기상청은 '솔릭'이 곤파스보다 더 큰 피해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륙에 머무는 시간이 이틀이나 되고 예상 강풍 반경도 약 300㎞로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속도가 느려질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 그리고 도내 지방자치단체와 유관 기관은 24시간 비상 근무태세에 돌입했다. 각 지자체마다 재난문자서비스, 지역방송, 재난전광판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를 통해 재해위험지구, 해안가, 급경사지, 절개지 등에 대한 사전 예찰을 시행하고 있다.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솔릭'은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고 있다. 특히 한 달여 지속한 폭염으로 인해 28℃ 안팎으로 데워진 고수온 해역을 따라 이동하면서 세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태풍이 지날때는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이 인명 피해의 주요 요인이다. 이럴 때 일수록 재난 예 ·경보에 귀 기울이고 가능하면 외출은 삼가는 게 좋다. 또한 어떤 재난이든 빈곤층이나 노약자, 농어민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늘 컸다. 지자체는 이런 점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방재 당국도 '솔릭'으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상정하고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2018-08-22 경인일보

[사설]지방의회 보좌관제 도입, 자기반성 선행돼야

이용범 인천광역시의회 의장이 '정책지원 보좌관제 도입 등을 위한 지방의회법 조속 제정 촉구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에 각각 제출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된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를 대표해서다. 인천시의회가 마련한 이 건의안은 최근 대전에서 열린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채택됐다. 날로 복잡해지고 전문화하는 지방행정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예·결산의 실질적 심의를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보좌관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늘어나는 민원의 대응과 해결 필요성도 도입 주장의 중요한 논거가 된다. 건의안은 이와 함께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감사기구의 지방의회 이관, 단체장 예산 재의요구권 폐지, 부단체장 임명동의 및 해임건의권 확보 등도 건의했다.광역지방의회의 보좌관제 도입 요구는 상당한 타당성을 갖춘 것이 사실이다. 국가 총 지출 중 지방 지출이 늘고 있고,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확대로 인한 지방사무도 증가 추세다. 지방의회를 향한 지역민들의 요구 또한 급증하고 있다. 반면 지방의회가 시·도 집행부에 행정정보를 의존하는 정도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시·도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낳는다. 정부와 각 정당도 지방의회의 보좌관제 도입 요구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2013년 당시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은 유급보좌관제 연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에는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보좌관제 도입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2월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의회법 제정안은 현재 상임위에 올라와 있다.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에도 보좌관제 도입 요구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지방의회 스스로의 책임이다. 지방의원들의 끊이지 않는 추문과 수준 이하의 언행은 계속해서 자질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시·도 집행부에 대한 안하무인격 태도, 의원직의 자기사업 방패막이 활용, 예산낭비의 대명사가 된 관광성 해외시찰은 주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대표적인 '갑질'이 됐다. 이런 마당에 보좌관제를 도입하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원 개인을 위한 수행비서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와 의원들 스스로 이런 여론부터 돌려놓아야 한다. 자기반성이야말로 제대로 된 해결책이다.

2018-08-21 경인일보

[사설]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기업경영 위축 안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권만 인정해주던 '전속고발권' 일부가 37년 만에 폐지된다. 이로써 가격 짬짜미 등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 앞으로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합의안에 따르면 검찰과 공정위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되 가격 담합, 생산량 조절, 시장분할, 입찰 담합 등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이 '전속고발권'과 무관하게 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속고발권은 잦은 형사 고발과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탄생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공정위가 재벌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전속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시민단체들도 공정위가 대기업을 상대로 고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대기업 횡포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번 합의로 검찰은 실리를, 공정위는 체면치레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업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더 걱정이다. 기업은 벌써 이번 합의안으로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우선적 조사권은 그대로 유지돼 검찰과 공정위 양쪽으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선 이중조사는 물론, 압수수색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도 받게되는 등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검찰과 공정위의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기업 간 가격 담합 등 죄질이 무거운 카르텔에 대해서는 검찰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또 담합 자진신고 시 감면해 주는 이른바 '리니언시' 정보를 공정위와 공유함으로써 기업의 내부비리 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가지게 됐다. 이를 가지고 검찰이 공정위와 아무런 상의 없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두 기관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고발이 남발될 가능성도 높다. 그럴경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후속 논의때 부각될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18-08-21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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